우리집 사육 자실장 미도리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특히 검과 마법이 부딫히고 마왕과 용사가 대립하는, 고전적인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가장 좋아한다.
다만 약간 특이한 점이 있다면 선역보다는 악역을 좋아한다는 것. 마왕이 용사에게 한방 먹이면 TV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도 용사가 마왕을 공격하면 네발로 서서 위협하는 소리를 낸다.
그런 미도리의 모습이 재미있고 조금은 귀여워, 나는 어느날 이렇게 물었다.
"너는 정말로 저 마왕 캐릭터를 좋아하는구나."
내 물음에 미도리는 눈을 빛내며 답해왔다.
"그런 테츗! 정말 멋진 테치! 마왕님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는 똥닌겐들을 벌하기 위해 일어선 테치!
열등하고 멍청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닌겐들을 모두 쓸어버리겠다고 한 테치이이이이이!!!!!!"
"하하하, 우리 미도리 정말 만화에 푹 빠졌구나."
......
..........
'...어라?'
'.......이새끼가?'
나는 그날 밤 미도리에게 에너지 드링크 5캔을 먹이고 눈도 감지 못하도록 눈꺼풀을 테이프로 붙여둔 뒤, 그 애니메이션 마지막 화에서 마왕이 용사에게 비굴하게 목숨구걸을 하다 죽는 장면을 편집해 날이 샐때까지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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