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걷는 도중, 주인과 함께 산책 나온 사육실장을 보았다.
주인은 평범한 인상의 청년이었지만, 사육실장은 평범하지 않았다. 엉망이었다.
프릴이 잔뜩 달린 화려한 핑크색의 사육실장복, 디자인이나 색이나 모두 그 사육실장복과는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디자인의 액세서리, 무심코 욕이 튀어나오게 만드는 가터벨트에 망사스타킹. 그리고 무엇보다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비웃는 그 눈.
말이 필요 없다. 전형적인 분충 사육실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사육실장을 어떻게 기르던 자기 맘이지만, 사육주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녀석을 기르는 걸까? 아마 저 사육실장은 주인을 주인으로 생각지 않을 것이다. 노예로 생각할 것이다.
"뎃푸푸푸!! 뎃승!!!"
"데기이이이이......!!"
"데에에에..."
사육실장은 근처에 있는 들실장에게도 연신 비웃음을 보내고 있다.
자기 마음에 드는 코디를 하고, 노예의 비호를 받으며, 천한 동족들 앞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영광스러운 행차, 사육실장은 지금의 산책을 그정도의 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걷던 나와 사육실장, 그리고 사육주의 거리가 가까워져 스쳐가게 되었다.
'응..?'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무언가를 본듯한....
'푸흡..!!!!'
사육실장의 몸 뒷면은 알몸이었다
하늘하늘한 실장복도, 화려한 액세서리도 모두 앞부분만 그럴듯하게 만든 가짜. 그것을 끈이나 테이프로 대충 몸에 묶었을 뿐이다.
어찌 된 건지 뒷머리도 뽑혀있다. 사육실장에게 진짜 의복은 신발밖에는 없다.
확실하다. 사육주는 애오파 따위가 아니다. 학대파일 것이다.
아마 네무리로 재우던가, 콘페이토 따위를 주어 정신못차리게 하고는 머리를 뽑고 저 화려한 가짜 옷을 입혔겠지.
자기 몸의 앞부분밖에 볼 수 없는 실장석은 뒷면이 텅 빈 가짜라는 것도 인식 못한 채 뒷면 독라가 되어 의기양양하게 산책을 나왔을 테고.
그렇다고 해도 정말 우둔한 생물이다. 아무리 눈으로 뒷쪽을 보지 못한다 해도 이상한 느낌은 있을텐데. 아니, 어쩌면 행복회로 때문에 이상한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데뿌뿌뿌뿌뿌!!!"
"데햐햐햐햐햐햐!!!!"
주변의 들실장들도 사육실장의 뒷면 독라 모습을 보고는 역으로 비웃음을 보내고 있다. 사육실장은 때때로 걸음을 멈추고 자기를 비웃는 들실장들에게 소리를 지르지만, 어째서 자신이 비웃음을 당하는지는 모르는 모양이다.
그리고 사육주는 그런 사육실장의 모습을 핸드폰의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아마도 나중에 정신적 학대에 써먹을 생각이겠지.
'저녀석, 오래 살지 못하겠구만.....'
자기 주인이 학대파인 것도 모른 채 노예라고만 생각하고 있을 사육실장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 건방진 녀석이 학대를 당할걸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저녁에는 실장 불고기나 사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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