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사흘이면 되겠습니다"
화살 10만대를 열흘 내로 준비하라는 주유의 말에 제갈량이 답했다. 주유는 제갈량의 말이 놀라웠으나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이것은 군령이니 공명께서는 농을 해서는 아니될 것이오"
"어찌 감히 도독께 농짓거리를 하겠습니까. 사흘 내로 화살을 준비하지 못한다면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주유는 제갈량의 능력을 두려워해 화살 10만대를 준비하라고 하고서는 일부러 장인들을 태만히 일하게 하고 재료를 제 때 준비하지 않음으로서 기한을 어기게 해 군법위반을 이유로 제갈량을 제거할 속셈이었다. 그러던 차에 제갈량이 스스로 기한을 줄여 사흘 이내에 준비하겠다 말하니, 일이 뜻대로 되어간다며 기뻐하면서도 노숙을 시켜 제갈량의 처소에 다녀오도록 시켰다.
제갈량은 노숙이 찾아온 것을 보고는 그에게 원망의 말을 했다. 이전에 노숙과 만났을 때 주유의 계략을 꿰뚫어 본 것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였으나, 노숙이 주유에게 그 사실을 고해 바쳤기 때문에 주유가 자신을 죽일 마음을 품었다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자신을 도와달라 말했다.
"자경께서는 20척의 쾌속선과 500명의 병사, 그리고 짚더미와.....실장석을 2000여 마리 준비해 주시오, 또한 이번 일은 절대 도독께 말하여서는 안됩니다. 만약 자경께서 도독께 알린다면 모든것이 허사가 될 것입니다."
노숙은 지난번 일도 있고 하여 그러겠다고 하고, 주유에게는 제갈량에게 묘수가 있다고 둘러대기만 했다.
주유와의 대화가 끝나고 노숙은 즉시 배와 병사, 짚더미와 실장석을 준비해 주었다. 그러나 제갈량은 첫날도, 그 다음날도 처소에서 움직이지 않고, 사흘째 되는 날 4경 무렵이 되어서야 노숙을 청해 동행할것을 권한다.
"어인 일로 부르셨소?"
"화살을 가지러 갑니다"
"대체 지금 무슨 화살을 가지러 간단 말이오?"
제갈량은 의문스러워하는 노숙에게 배에 타면 알게 될 것이라며 배에 오를 것을 청했다. 배에는 푸른 휘장이 둘러쳐져 있고, 짚더미가 가득 쌓여 있는데 그 사이로 짚단에 묶인 실장석들이 배 여기저기에 매달려 있다. 본래 군영 내에서 식용으로 소비할 것들을 데려왔기에 모두 말끔한 독라의 모습이다. 제갈량은 바로 배들을 밧줄로 묶고 북쪽으로 향하게 했다.
장강에는 지독한 안개가 끼어 있었다. 선단이 조조의 수채에 다다를 5경 무렵에는 눈 앞의 사람도 구분하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제갈량은 군사들에게 명해 배를 옆으로 돌리게 하고 북과 실장석들을 치게 하였다.
"데에에에에에엥!!!!!"
"데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로롱 오로롱!!!!"
유난히도 목소리가 큰 실장석들의 울음소리가 장강에 울린다. 노숙은 깜짝 놀라 제갈량에게 묻는다.
"이러다 조조의 병사들이 나오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제갈량이 웃으며 답한다.
"제 아무리 조조라도 이런 짙은 안개 속에서는 병사를 내보내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술이나 마시며 안개가 걷히는 것을 기다려 돌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느닷없는 북과 함성 소리에 조조군이 장강 쪽을 쳐다보니 짙은 안개 속에 희끄무레한 배의 형체와 인간의 머리 같은 것이 보인다. 그것이 실장석이라는 것을 알 리 없는 모개와 우금 두 사람이 적의 기습이라 생각하여 조조에게 곧바로 보고를 하였다. 조조는 안개를 틈타 어떤 계략을 준비했을까 의심하여 경솔히 움직이지 말고 궁노수들에게 활을 쏘아 응전하도록 하고, 육지에 있던 서황과 장료 두 사람의 군사를 불러 돕도록 하였다. 도합 1만여명의 군사가 화살을 쏘아대자 하늘이 화살로 뒤덮힌다.
"데갹!"
"데뵥!!"
"데덱!!"
어지러이 날아오는 화살이 짚더미와 실장석들에게 꽂힌다. 배 안에서 실장석의 비명을 안주삼아 술을 들던 제갈량이 노숙에게 물었다.
"자경께서는 실장석의 고기를 먹어본적이 있으시오?"
"병사들에게 보급되는 고기의 질을 알아보기 위해 몇번 먹어본적이 있소이다."
"맛은 어떠하셨소?"
"솔직히.....그저 질겅거리는 촉감만이 느껴질 뿐 이렇다 할 맛이 느껴지지 않았소."
제갈량이 빙긋이 웃더니 입을 연다.
"실장석은 피부의 색이 사람과 닮아 멀리서 보면 속기 십상이니 계략에 쓰기 좋습니다. 오늘 조조군도 필시 안개 너머로 본 실장석을 병사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제갈량은 병사들에게 명해 배를 반대쪽으로 돌리게 했다. 건너편의 동족들이 화살을 맞으며 비명을 지르는 것을 들으며 공포에 떨던 실장석들에게 화살이 날아든다.
"또한 실장석은 오랫동안 고통을 줄 수록 고기가 맛있어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작고 약한 짐승에게 오래도록 고통을 주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나, 장수로서 병사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먹이고자 한다면 이 점을 명심해 두어야 합니다."
이윽고 해가 떠오르고,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20척의 배 양편에는 화살이 빼곡히 꽂혀있었다. 실장석들도 몸에 대여섯개의 화살이 꽂힌 채로 데히 데히 울고 있다. 생명력이 강하니만큼 화살이 위석에 직격당한 운없는 녀석이 아니면 이정도로 죽지는 않는다.
제갈량은 명령을 내려 태세를 정비하고 돌아가도록 한 뒤 병사들에게 시켜 조조군의 진영으로 소리를 지르게 했다.
"승상! 화살을 주어 고맙소!"
"승상! 실장석을 맛있게 만들어주어 감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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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본진에서 장강의 바람을 맞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때 한 병사가 와서 황개가 항복해 온다는 사실을 알렸다.
높은 곳에 올라 병사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니 과연 한무리의 배가 다가오고 있고, 커다란 깃발에는 '선봉 황개'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조조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정욱이 곁에서 조조에게 말한다.
"저 배는 수상하니 수채로 들이지 마십시오"
조조가 묻는다
"무엇이 수상하단 말인가?"
"저 배들이 군량을 싣고 있다면 배는 더 깊게 잠기고 느리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가볍게 떠서 빠르게 다가오니 군량을 싣고 있는 것이라 믿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지금 동남풍이 불고 있으니 적들이 계교를 쓴다면 어찌 막을것입니까"
조조는 정신이 번쩍 들어 다가오는 배를 막도록 명했고, 문빙이 바로 나가 배를 멈추려 하였으나 도리어 황개의 선단에서 날아온 화살에 맞고 쓰러졌다. 이윽고 황개의 선단에서 불이 피어오르기 시작하였고, 불이 붙은 배는 그대로 조조의 선단에 충돌하였다.
그리고, 조조군의 선단에 충돌한, 불타는 황개의 선단에서 실장석들이 튀어나왔다.
"데갸아아아아아아악!!!!"
불타는 실장석들이 조조의 배 위를 헤집고 다닌다. 미리 위석을 빼어 벌꿀과 탕약을 혼합한 액체에 담가놓았기 때문에 불타오르면서도 죽지 않는다. 온 몸을 기름에 절여놓고, 뱃속에도 기름을 가득 채워 놓았기 때문에 물을 끼얹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뱃속의 기름은 어느새 소화되어 기름똥이 되어 나오고, 거기에 다시 불이 붙어 배를 태운다. 뱃속에 불씨가 들어가 폭발하는 실장석도 여기저기에 보인다.
"데갸아아아아!!! 삼황오제보다 존귀한 와타시가...!!!"
"서시보다 달기보다 아름다운 와타시의 얼굴이!!!!"
불타는 실장석을 병사들은 어쩌지 못하고 있다. 창이나 막대로 밀어 강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고작이지만, 기름을 잔뜩 먹은 실장석은 강에 떨어져서도 불이 꺼지지 않고, 다시 배 근처로 밀려와 배를 태운다.
"데엥에엥 데에에엥 닌겐상 제발 살려주는 데스. 집에 자들이 있는 데스"
다짜고짜 병사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실장석도 있다. 병사는 실장석과 함께 산채로 불타버리고 만다.
조조의 병사들이 실장석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황개의 배에서 시작된 불은 조조의 선단을 집어삼키고 있다. 조조의 선단은 모두 쇠사슬로 묶어둔 터라 달아날 곳도 없다. 불빛이 하늘을 대낮같이 비추고, 연기가 자욱하다. 불이 바람을 타고 번져 조조군의 진영을 모조리 태운다.
이때 강 건너에 있던 주유의 군대가 배를 몰아 조조군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주유의 배 안에 있는 큰 항아리에 담겨진 실장석들의 위석에서 연달아 파킨하는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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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에서 제갈량이 실장석을 이용해 화살 10만대를 조조에게서 얻어냈다거나, 실장석을 이용한 화계를 구상했다거나 하는 것은 연의의 창작이다. 전자는 그러한 사실 자체가 없었으며, 후자의 계략을 세운 주체는 주유이며, 조조가 적벽에서 패한 주된 이유는 전염병 때문이라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제갈량이 실장석에 주목하여 여러 곳에 이용하려 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당시 형주는 물자가 풍부하고 인구가 많아 삶을 인간에게 의지하는 실장석 또한 많이 있었으며, 이는 제갈량이 기거하던 융중도 예외는 아니다.
제갈량의 초야 근처에도 대규모 실장석 군락이 있어 일찌기 제갈량은 실장석들이 비천한 성품을 가지고 있으나 행동거지가 인간과 유사하며 언어가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그는 희대의 천재답게 린갈도 없던 시대에 독자적인 방법으로 실장석의 언어를 일정부분 해석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실장석들을 훈련시켜 병법이나 진법 따위를 연마하고, 실장석의 사회를 연구함으로서 정치적 역량을 연마했다.
유비의 수하로 들어가 군사가 된 이후로는 실장석을 이용한 계략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였고, 오래 고통을 가하면 실장육이 맛있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병사와 국민들의 식단을 개선했다. 촉한이 세워지고 승상이 된 이후로는 실장석을 훈련시켜 농업에 이용할 계획도 구상하여 일부 성공을 거두었다. 촉한이 삼국중 가장 작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위, 오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이에 힘입은 바가 크다.
지금도 제갈량을 모신 무후사에서는 제갈량상의 발치에 있는 '아첨하는 분충상' 과 '엎드려 우는 독라상'을 흔히 볼 수 있다.
명작인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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