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실장 한마리가 쳇바퀴통에 들어있다.
쳇바퀴 밖의 기억이 전혀 없는 우지는 이곳에서 늘 행복했다.
[우지챠~ 프니프니 시간인레치. 오네챠에게 오는레츄웅~.]
“프니후~ 우지챠 지금 가는레후.”
저실장은 쳇바퀴 옆에 뚫린 통로를 엉금엉금 기어나가 목소리의 주인인 엄지에게 향한다.
통로 끝의 작은 방에 있는 것은 벽에 그려진 엄지실장의 그림과 그 앞에 매달려 있는 작고 투명한 유리 막대기 뿐이지만, 어리석은 저실장에게는 엄지가 프니프니를 해주려 기다리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오네챠 앞에서 눕는레치. 오네챠의 안보이는 손으로 프니프니해주는레치.]
“오네챠의 안보이는 프니프니 좋은레후~. 운치가 멈추지 않는레후~.”
녹음된 엄지실장의 목소리를 따라 발랑 드러누운 저실장의 배에, 유리 막대기가 내려와 꾹꾹 누르며 강렬한 자극을 주기 시작했다.
[프니프니~프니프니~]
“프니♡프니훗♡ 우지챠 좋은레후웃!♡”
물똥을 내뿜으며 움찔거리는 저실장.
막대기가 계속 움직이는 와중에 엄지실장의 말은 계속된다.
[오네챠의 안보이는 손은 굉장한레치. 우지챠에게도 안보이는 손이 있는레치.
우지챠의 안보이는 손으로 프니프니를 하게 되면 지금보다도 더 굉장한 프니프니가 되는레치요?
그러니 우지챠는 열심히 안보이는 손을 달라고 기도하는레치.]
“프니힛♡ 안보이는 손♡ 우지챠 필요한레훗! 굉장한 프니프니 원하는레후웃~♡”
저실장은 쾌감에 반쯤 정신이 나간채로 기도를 올린다.
프니프니와 기도는 한동안 계속되었고, 프니프니가 끝난 뒤에 저실장은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눈을 뜨자, 이번에는 쳇바퀴 쪽에서 엄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지챠~밥먹을 시간인레치. 오네챠를 따라오는레츄웅~.]
“마침 배가 고픈레후~ 우지챠 지금 가는레후.”
쳇바퀴로 돌아가니, 공중에 실장푸드 한 알이 둥실 떠있었다.
푸드에 달린 가느다란 실은 저실장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푸드씨 둥실둥실 신기한레후. 오네챠의 보이지 않는 손은 대단한레후.”
전등에 그려진 엄지의 모습이 빛을 타고 쳇바퀴의 연녹색 바닥에 비친다.
마치 낚싯대를 어깨에 진듯한 엄지의 형상에, 푸드가 낚싯대 끝에 매달린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저실장에게는.
[우지챠. 밥먹기 전에 오네챠랑 술래잡기하는레치.
오네챠를 따라잡으면 이 푸드를 주는레치.]
“우지챠 배고픈레후! 어서 주는 레휑!”
저실장은 순진하게 그 말을 믿고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꼬물꼬물 기어 전진하면, 그만큼 쳇바퀴가 돌아가 저실장은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그것을 저실장이 깨닫는 일은 없었다.
“레훗! 레훗! 푸드씨는 어서 우지챠에게 오는레후!”
[우지챠에게 보이지 않는 손이 생기면 멀리 있는 푸드도 한번에 가져올 수 있는레치.
힘을 내는레치!]
그렇게 한동안 저실장에게 운동을 시킨 뒤에 푸드에 연결된 실이 풀리며 저실장에게로 굴러갔다.
“레후~맛있는 푸드인레후~레챱레챱~.”
저실장의 생활은 똑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부족함이 없는 생활.
반복 속에서 엄지의 목소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을 강조한다.
“보이지 않는 손씨가 생기면 우지챠에게 좋은레후.
손발긴긴씨보다 더 중요한레후?
그럴지도 모르는레후!
보이지 않는 손씨는 빨리 생기는레훙~.”
자연히, 저실장은 그 ‘보이지 않는 손’을 원하게 된다.
5일의 시간이 지나자,
언제나처럼 프니프니를 받던 저실장에게 변화가 생겼다.
“프니프니~♡ 오네챠의 보이지 않는 손♡ 프니...레훗?”
저실장의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실장에서 엄지실장으로 변화하는 데에 필수적인 영양낭이, 보이지 않는 손의 체현을 위해 본디 기능을 버리고 변화한다.
그리고,
“오네챠의 손과는 다른 손이 우지챠를 프니프니하는레후~ 있을 수 없는 쾌감레후응♡”
저실장은 카오스력에 각성했다.
과거의 한때, 카오스 실장석이라 불리는 실장석이 맹위를 떨치던 시기가 있었다.
인간에게조차 위협이 되는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여러 괴담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되던 놈들.
이제와서는 그러한 힘은 사라진 채, 인간에게 덤빌 뿐인 추한 생물이 되었지만, 실장석에게 아직 카오스력의 잔재는 있었다.
각성 후, 저실장은 달라졌다.
[우지챠~ 프니프니 시간인레치. 오네챠에게 오는레츄웅~.]
“레프픗, 우지챠가 하는 프니프니가 더 좋은레후.
우지챠는 가지 않는레후!
프니프니~프니후♡ 우지챠 운치 나오는 레후웃♡”
쳇바퀴에 누워서 움직이지 않는 저실장의 배가, 무언가에 눌리는 듯 꿈틀거리며 자극을 받았다.
카오스력을 이용한 프니프니.
부릿부릿 새어나오는 물똥은 저실장의 몸에 묻지 않은 채 둥실 공중에 떠오른다.
“오네챠는 우지챠의 운치나 닦는레후!”
휙! 운치가 통로를 지나 엄지의 그림으로 날아가 충돌한다.
그림은 이미 초록 운치로 더럽혀져 원래 그림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우지챠~밥먹을 시간인레치. 오네챠를 따라오는레츄웅~.]
“이미 와있는레후! 푸드는 어서 나와 우지챠에게 오는레후.”
실에 매달려 나오는 푸드는 저실장에게 인식되자마자 실에서부터 떨어져 저실장에게로 날아간다.
더이상 운동을 하며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레프프, 이제 우지챠가 최고인레후. 레후웃~.”
키오스력을 휘두르는 사이 저실장의 자만심은 끝을 모르고 올라간다.
저실장은 이 쳇바퀴 안에서 왕이 되었다.
각성 후 3시간, 수면 시간을 빼면 단 20분만의 일이었다.
인간이 각성을 알아차리는 데 걸린 시간도 3시간이었다.
“어...28일 꺼 8747호가 카오스력 각성했네?
이주일만에 나왔구만."
"그러게요. 바로 챙겨 놓을게요."
얼마 후 덜커덕, 소리와 함께 저실장의 쳇바퀴 왕국이 두 조각 난다.
"레후? 우지챠의 집이 이상해진레뺘아앗!"
쳇바퀴에 고정된 저실장 사육장치를 분리한 것이지만 저실장에게는 세상이 쪼개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패닉에 빠진 저실장을 옮겨 옷을 빼앗고 소독실에 넣는다.
저실장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자신에게 뿌려지는 자극적인 소독액 샤워에 온몸을 비틀며 저항해댄다.
"레삐잇!! 따가운레후! 따끔따끔 물씨는 저리로 가는레후웃!!"
카오스력을 써서 막아보려 하지만 이미 마셔버린 소독액에 포함된 도돈파 때문에 운치를 지리느라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했다.
평범한 저실장이었다면 이런 거친 소독에 일찌감치 파킨했을만한 상황에서도, 자만심이 넘치는 카오스 저실장은 충분히 버텨낸다.
이윽고 소독과 건조가 끝나고 인간이 저실장을 소독실에서 꺼냈다.
"렛...똥노예! 우지챠를 구하는 게 너무 늦은레후!
당장 예뻐예뻐 포대기와 푸드를 가져오는레후!
그럼 특별히 우지챠의 애교를 볼 기회를 주는레후.
렙후응♡"
저실장은 아직까지도 완전히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대로 포장용 비닐봉지에 투입.
틈새를 막고 내부의 공기를 빨아들인다.
자실장은 처음엔 소음이 심하다고만 느끼고 있었지만 어느새 주변의 비닐이 몸에 착 달라붙기 시작했다.
"시끄러운레후! 우지챠의 보이지 않는 손맛을 보고 싶은레후!?
레, 레후? 왜 우지챠에게 달라붙는레삐이!!"
불평이 비명으로 바뀌는데는 몇 초 걸리지 않았다.
차라리 비명은 지르지 않는 것이 좋았다.
내쉬는 숨이 그대로 빨려나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몸에 붙은 비닐은 점점 더 꽉 조여온다.
이제 말로 협박을 할 때는 지났다.
저실장은 바로 보이지 않는 손, 카오스력으로 비닐을 밀어내본다.
하지만 기껏해봐야 저실장의 힘.
강화된 비닐과 압축기계를 이길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다.
총구에서 슉슉 나오는 방귀소리는 저실장의 의도인지 압박에 의한 것인지.
그저 빠져나온 공기의 양만큼 배가 움푹 들어갈 뿐이다.
비닐 벽은 어느새 저실장의 얼굴을 덮으며 찰싹 붙었다.
이제까지 이상으로 급해진 저실장이 전력으로 힘을 쓰며 숨을 들이마셨지만 이미 쪼그라든 폐는 도무지 펴질 기미가 없다.
머리에 산소가 돌지 않는다.
"레...히이…"
한껏 벌어진 입에서 새나온 신음을 끝으로, 산소 부족에 의한 가사 상태가 되면서 저실장의 의식은 끊겼다.
이곳은 식용 저실장 농장.
저실장을 주요 상품으로 취급하며, 그 중 일부 저실장에게 카오스력을 억지로 각성시켜 판매하고 있다.
조건을 잘 갖춰도 저실장 일만마리 중 한마리 나올까말까한 희귀성과, 카오스 실장석만의 특이한 맛에 힘입어 일반 저실장의 수천배 가격으로 판매하여 부수입원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비교하자면 로얄제리와 꿀 같은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고향에서 승진 선물로 택배를 보냈다고 하더니, 상자를 열어보자 저실장 한마리가 비닐에 담겨 있었다.
겨우 저실장 한마리로 뭘 하라는 건지.
투덜거리며 포장을 들여다보니,
"헉 뭐야. 카오스 저실장이었어?"
예상보다 값이 나가는 선물에 깜짝 놀랐다.
처음 먹어보는 비싼 요리재료이니 매뉴얼을 따라서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같이 배달된 설명서를 훑어보니 원재료의 맛을 알려면 찜이 가장 좋다고 한다.
복잡하지도 않고 딱이네.
저녁 먹기 전에 간식으로 결정이다.
푸쉬익.
비닐 포장을 뜯어내자 들어있던 저실장이 가사 상태에서 깨려는 듯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레삐야아아아!!"
"누가 감히 우지 대왕에게 반역을 하는 레후오옷!"
뭔가 레후레후 거리는 걸 도마에 떨어뜨려 말을 막았다.
이제 한동안 괴롭히는 시간이다.
젓가락으로 쿡쿡 찔러 쉴 시간 없이 계속 카오스력을 쓰게 하자. 힘을 쓸수록 육질이 좋아진다고 하니까.
"당장 그만두는레후! 똥노예!
우지챠의 보이지 않는 손에 혼쭐이 나는레귯!
레삣! 찌르지 말란레후!!"
휙! 툭!
오오, 뭔가가 젓가락을 막았어!
진짜 카오스력을 쓰다니 대단한걸.
그런다고 멈추지는 않지만 말야.
"레삐이잇!"
20분 정도 찌르고 때리고 했더니 반응이 약해졌다.
이젠 저항할 힘이 빠진 것 같다.
그럼 찜을 해볼까.
찐다고 해도 찜통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냥 물이 끓는 냄비에 던져넣고 뚜껑을 닫으면,
"뜨거운레뺘악!! 뜨거뜨거 물씨는 저리가는 레훼에엥!"
제 힘으로 물을 밀어내서 수증기로 찜이 된다고 하니까.
"뜨거뜨거 싫은레후! 아파아파 싫은레후!
우지대왕은 이런 곳에서 죽을 수 없는 레후우!!"
숨쉬는 것도 괴로울텐데 비명만은 잘도 질러대는구나.
지쳐서 물에 빠졌다가 비명과 함께 다시 물을 밀어내길 7번.
5분이 지나니 한계가 왔는지 물에 빠진채로 나오질 않기에, 죽기 전에 불을 끄고 집게로 꺼냈다.
이건 찜이라기보단 찜+데치기라고 해야할 거 같은데?
마무리로 벌겋게 익은 살에 칼집을 내어 맛소금을 살짝 뿌렸다.
"레흐으.."
저실장은 감각이 거의 없을 텐데도 몸을 비틀며 고통을 호소해온다.
괴롭힐만큼 괴롭혀야 맛있어지는 게 실장석이니 맛있게 먹으려니 손이 많이 가네.
젓가락으로 총구부터 입까지 꿰어 눈 높이까지 들어올리자, 비어있는 두 눈과 마주쳤다.
"잘 먹을게."
마지막 인사와 함께 한입에 쏙 넣고 씹자,
"레삣!"
소리와 함께 다른 고기로는 절대 맛볼 수 없을 기묘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맛이 입안에 퍼졌다.
삼키는 게 아쉬울 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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