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공원이 폐쇄되었다. 노란 방역복을 입은 인간들이 들어와 실장석들을 모두 내쫒았다. 들실장들은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저항을 했지만, 대부분 인간들에게 살해당했다. 친실장은 이제 남은 게 없었다. 골판지 하우스도, 수건도, 페트병도, 비닐봉투도, 모두 인간들에게 빼앗겼다. 싸우는 과정에서 자들도 모두 잃었다. 살 곳이 막막해진 그녀였지만 아직 희망은 있었다.
“예전에 탁아 한 자들을 찾아가는 데스.”
그녀가 맨 처음 찾아간 곳은 장녀의 집이었다. 장녀는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장녀는 나와서 마마를 맞이하는 데스.”
하지만 나타난 것은 검은 정장을 입은 경비원들이었다. 그들은 친실장을 발로 차 넘어뜨리곤 무자비하게 구타하기 시작했다.
“데갸앗! 데갸아앗! 자, 자를 불러주시는 데스우. 분명히 여기 살고 있는 데스우.”
그러자 구타가 멈췄다. 현관문이 열리며 프릴이 주렁주렁 달린 분홍색 실장복을 입은 실장석이 저택에서 나왔다.
“자, 장녀!”
“똥마마는 아직도 들실장 정신에서 못 벗어난 데스? 이렇게 느닷없이 찾아와 살게 해달라는 건 민폐인 데스!”
“도, 도와주는 데스! 마마는 갈 곳이 없는 데스! 부디 여기서…….”
“주인님이 돌아오실 시간인 데스. 죽이지는 말고 쫒아 내주시는 데스.”
경호원들은 친실장을 들어 담벼락 밖으로 던졌다. 그녀는 비명을 내지르며 길바닥을 굴렀다. 현관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친실장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골목을 떠났다.
친실장이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차녀였다. 그녀는 유명한 예능석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기획사로 찾아간 친실장은 이전의 실패를 경험삼아 건물 밖 경비원을 통해 조용히 차녀를 찾았다. 곧 친실장은 건물 구석의 으슥한 비상계단으로 안내를 받았다.
“차녀! 반가운 데스! 돈도 많이 벌었다고 들은 데스. 마마랑 같이 사는 데스.”
그러나 오랜만에 마마를 본 차녀의 얼굴을 냉담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표정은 더욱 싸늘하게 보였다.
“이렇게 찾아오시면 곤란한 데스.”
“차, 차녀!”
“와타시는 매스컴에 고귀한 혈통의 실장석으로 알려진 데스. 그런데 들실장 출신인 걸 알면 분명 기자들이 와타시를 물어뜯을 게 분명한 데스. 미안하지만 앞으로 찾아오지 마는 데스.”
차녀는 가져왔던 콘페이토 한 봉지를 친실장 앞에 던졌다.
“이거라도 먹는 데스.”
그리고 차녀는 그대로 등을 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차녀!”
친실장은 울부짖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탁아 한 자들은 모두 그녀와 사는 걸 거부했다.
친실장은 건물을 나와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어쩔 수 없다. 다시 지독한 생존경쟁의 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곧 겨울인데 맨손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친실장은 공원에 들어가기 전에 차녀가 준 콘페이토를 모두 먹었다. 혼자 다니는 실장석이 이런 고급음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금방 동족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마마?”
공원에 들어선 친실장은 한 독라실장이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것에 놀랐다.
“삼녀?”
그녀는 예전에 쫒아냈던 삼녀였다. 그녀는 학대파의 손에 걸려 독라가 되었었는데, 친실장은 더러운 독라라며 그녀를 집에서 내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먼 공원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마마가 여기 웬일인 데스?”
친실장은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줬다. 삼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녀를 토닥였다.
“그럼 와타시와 함께 사는 데스.”
“저, 정말 그래도 되는 데스?”
“물론인 데스.”
“하, 하지만 마마는 오마에를 한 번 버렸던 데스.”
“괜찮은 데스. 용사한 데스. 자, 어서 가는 데스. 와타시의 자들도 마마를 보면 모두 좋아할 것인 데스.”
삼녀가 친실장을 부축했다. 친실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고마운 데스. 너무 고마운 데스.”
곧 그들은 골판지 하우스 앞에 도착했다. 친실장이 막 집에 들어가려는데, 둔탁한 충격이 그녀의 뒤통수를 때렸다.
퍽.
친실장은 앞으로 고꾸라지며 비명을 질렀다.
“데, 데에엣? 이, 이게 무슨 일…….”
고개를 돌린 친실장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돌로 자신을 내려찍는 삼녀의 얼굴이었다.
“너무너무 맛있는 테치!”
“오랜만의 고기인 테치!”
“다들 천천히 먹는 데스. 똥벌레의 고기가 아주 튼실튼실한 데스.”
삼녀는 친실장의 뇌를 파먹으며 말했다. 그녀는 속으로 친실장의 멍청함을 비웃었다. 자신을 그렇게 버려놓고는 어떻게 뻔뻔스레 같이 살 생각을 한단 말인가?
그때, 갑자기 자 하나가 푹 쓰러졌다.
“응? 차녀짱?”
“마, 마마…….”
이번에는 막내 엄지가 거품을 물며 뒤로 넘어졌다.
“엄지짱!”
“도, 도와주는 테, 테…….”
장녀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팔을 뻗었다. 그러나 삼녀는 자식을 도와줄 수 없었다. 그녀 자신도 갑자기 엄습한 고통에 몸을 가누지 못 하며 바닥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왜, 왜……어, 어째서…….”
그녀는 알지 못 했다. 예능석인 차녀가 친실장에게 준 콘페이토가 지효성 코로리였던 것을. 코로리를 먹은 실장석 고기를 먹었으니, 당연히 그녀들도 코로리에 중독된 것이다.
결국 삼녀 일가는 모두 죽어버렸다. 아무리 멍청한 들실장들이라도 독을 먹고 사망한 그들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의 시체들은 그대로 방치되었고, 썩어서 식물들의 거름이 되었다.
그 자리에 한 송이 꽃이 피어났는데, 들실장들은 그 꽃을 할미꽃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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