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추운 테치"
"이리오는 데스. 마마가 안아주는 데스. 마마의 품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 데스."
쌀쌀해진 날씨만큼 한적한 거리에 친자실장 두마리가 전봇대를 가림막이 삼아 기대어 바람을 피해 껴안고 있었다. 추운 날이지만 친실장과 자실장은 서로간에 가까워진 거리만큼 따스함을 나누며 조용히 서로를 느끼고 있었다.
'마마 품 따뜻 테치이'
'조그맣던 녀석이 벌써 이리 큰 데스까...'
친실장은 품에 가득 안긴 자실장을 만지며 시간의 빠름을 느꼈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자신의 총구에서 옅은 녹빛의 점막에 쌓여 정성스럽게 햝아주던 때가 생각났다. 점막이 사라지고 자신을 닮은 보석처럼 빛나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향해 공손히 인사하던 그 순간은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 만큼은 이 세상 그 어떤것보다 남부럽지 않았고 기쁨에 가슴이 부풀어 올라 쿵쿵 거리며 터질것 같았다. 자신을 닮은 생명. 자신의 아이. 자신의 분신. 그때 그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때가 떠올랐다. 지금도 자세히 보면 그때 그 모습이 아직 남아있었다. 친실장은 자실장의 얼굴에 묻은 땟국물을 혀로 햝아주었다. 너무나 예쁜 아이다. 다른 분충들과 달리 말도 잘듣고 행동도 바르고 운치도 잘 가린다. 정말이지 이 세계의 보배 그 자체.
"역시 오마에는 마마의 자랑인 데스."
"테프프...마마 그렇게 말하면 부끄러운 테치. 마마도 와타치의 자랑인 테치!"
"데프프~"
자실장은 자신을 향해 웃는 친실장을 보았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빛이 나는 곳을 통과해 점막에 쌓여있던 자신을 햝아준 마마. 비록 들실장의 삶은 고단하고 애달펐지만 마마가 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자신과 달리 마마의 말도 안듣고 멋대로 하는 자매들은 마마가 말한대로 얼마못가 죽었다. 화를 내는 마마는 무섭지만 마마가 말한 것만 잘 지키면 무서울건 없었다. 마마는 뭐든지 한다. 마마는 뭐든지 가능하다. 밥을 구하고 집을 보수하고 무서운 고양이씨도 물리친다. 때론 인간을 습격해 푸드를 강탈해오는 무적의 마마. 마마와 함께라면 그 무엇이든 할수있고 가능했다.
"마마, 이제 따끈따끈 해진 테치. 마마가 힘드니 다시 내려주는 테치"
"그런말하면 안되는 데스! 오마에는 아직 아이라 내려놓으면 금새 추워져 힘들어지는 데스. 마마는 마마라서 하루종일 오마에를 안아도 끄떡없는 데스."
역시 마마다.
자실장은 친실장의 말에 가슴이 든든해지는 것을 느꼈다. 친실장은 말없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비비는 자실장의 감촉을 느끼며 뒷통수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아무리 실장석이라고 해도 생물학적인 본능은 존재한다. 종의 보전. 자신이 낳은 후세에 대한 애정은 엄연히 존재한다. 다만 임신과 출산이 너무나 쉽고 힘들지 않아 후세에 대한 기대치가 빨리 사라지거나 포기가 터무니없이 쉬울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친자실장의 모습은 낮선것이 아니였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는 데스."
"테치.."
친실장은 서서히 잠기는 자실장의 목소리에 보에보에 거리며 자장가를 불렀다. 친실장의 소리에 자실장은 순식간에 잠이 들어 테-,테 거리며 새근새근 코를 골며 단잠에 빠져들었다. 숨소리가 고르고 호흡을 할때마다 품안에 작은 것이 부풀었다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친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잠든 자실장의 얼굴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듯이 빤히 바라보았다. 추운 날씨에 1시간이 넘도록 서 있었다. 그로인해 에너지 소모도 심하고 추위에 굳은 몸이 풀리자 바로 잠든 자실장은 바늘로 찔러도 일어나지 못할 기세였다. 실제로 친실장이 자실장의 몸 이곳저곳을 주무르며 감촉을 잊지않겠다는 듯 만져도 조금의 미동도 없이 깨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준비는 끝났냐?"
"......그런 데스."
순식간이라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친실장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인간의 접근은 빨랐다. 사실은 친실장이 자실장에 빠져 멍하니 정신이 팔렸을때 온 것이지만 친실장은 알수가 없었다. 그저 인간은 굉장히 빠르고 은밀하다 라는 것만 막연히 낄뿐이였다.
"여기있는 데스우. 이번에도 잘 부탁드리는 데스."
"좋아."
친실장은 부들거리는 팔로 품안의 자실장을 들어올려 인간의 손에 건넸다. 세상모르고 콧물을 흘리며 자는 자실장은 친실장의 품에서 나와 추워진 온도에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인간의 손위에 놓이자 친실장 보다 더 따스한 체온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침을 주륵 흘렸다. 몸을 뒤척이더니 엄지손가락을 붙잡고 나즈막하게 행복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데에..."
친실장은 자신의 품이 아닌곳에서도 저런 소리를 내는 자실장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것만 같았다. 내 아이이거늘 어째서 저런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순간적으로 진짜 자신의 아이인지 의심했던 두 뺨을 잠시 찰싹이며 인간의 다른 손에 들린 봉투를 보았다. 자신이 봐도 제법 두툼하게 부풀어오른채 묵직하게 내려앉은 검은 봉투. 저것을 위해 애지중지 기른 아이를 팔았다.
"아, 그렇군. 이번 거래의 대가다."
"데스"
바람같이 눈앞으로 내려온 봉투를 잽싸게 품안에 안으며 친실장은 조심스레 인간을 힐끔거리며 봉투안을 보았다. 거기엔 평소에도 구하기 힘든 푸드가 가득했고 냄새는 신선했다. 요즘같이 날이 점점 추워지는 시기에 없어서 못구하는 최고의 보존식인 푸드다. 이정도 양이면 혼자서 넉넉하게 무리없이 겨울을 나기엔 충분할정도.
"고마운 데스."
"거래는 확실하게 지킨다. 그리고 너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데스우?"
"이번 거래가 마지막이다."
"데??"
"그러니까, 더이상 자실장을 나에게 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
"정말인 데스까!"
"정말이다. 마지막 거래니 나름 수고한 결과로 저번거래보다 넉넉하게 챙겨줬다."
"고마운 데스! 감사한 데스!"
울먹이는 친실장을 보며 인간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마치 자신에게 억압받거나 강요, 혹은 협박에 의해 자실장을 팔아치우는 것 같지 않은가. 어디까지나 스스로 한달에 한번 거래로 주는 봉투속 푸드를 위해서 하는 것이였다.
"뭐, 아무튼 잘살아라."
"가는 데스! 잘가는 데스!"
실장석 치고는 드물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친실장은 순식간에 멀어져가는 인간의 뒷모습을 보았다. 차갑게 식은 피부에 활기가 돋는다. 이제 인간에게 더이상 자신의 아이를 바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니 없던 힘도 생긴다. 친실장은 추운곳에 너무 있었다고 생각하며 검은봉투에서 눅눅하지 않은 푸드를 꺼내 한입 베어물었다. 아삭하고 바삭하게 부서지는 푸드는 입안의 침에 의해 부드럽게 풀리며 순식간에 목구멍 안으로 꿀떡 넘어갔다.
"!! 맛있는 데스! 맛나는 데스! 굉장한 데스!"
지금까지 받았던 최하급 푸드가 아닌 저급푸드로 친실장은 그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끼며 귀를 파닥였다. 10알 정도를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먹은 친실장은 어느정도 만복감을 느끼며 푸드가 소화되며 추위가 제법 견딜만하다는 것을 느꼈다. 공원까지 꽤나 멀리왔지만 검은봉투와 앞으로 자신의 아이를 인간에게 바치지 않고 충분히 다 크는 것을 볼수 있다는 생각에 의욕적으로 공원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데에에엥! 데에엥! 에에에엥!"
공원앞에 한 실장석 한마리가 서럽게 울고있었다.
"테에엥! 테에에에엔-!!"
수조안에 자실장 한마리가 서럽게 울고있었다.
"어째서인 데스우! 이럴리 없는 데스!"
공원 앞 실장석은 텅 빈 봉투를 바닥에 늘어뜨린채 손으로 팡팡 치고 있었다.
"어째서인 테치! 이럴리 없는 테치잇!!"
수조 안 자실장은 불투명한 수조벽을 두 손으로 번갈아가며 팡팡 치고 있었다.
"어째서 푸드가 없어진 데스까! 어째서인 데스우!"
실상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5m를 이동하기 위해 푸드 10알씩 먹어치운 실장석이였다. 추운 날씨에 의해 체온조절 및 생존을 위해 가만히 있어도 기초대사량이 급격히 높아지는 실장석이기에 맛좋고 열량이 나름 풍부한 푸드를 지조없이 마구잡이로 소모한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들실장이라면 바람이 최대한 불지않는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날이 가장 따스한 오후 1시에 맞춰서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실장석은 그러지 못하였고 공원까지 오는 길에 야금야금 푸드를 먹으며 결국 공원에 도착했을땐 텅 빈 봉투만 들고 와야했다.
"어째서 마마가 사라진 테치! 어째서인 테치이이이!!"
인간의 손에 건네받은 자실장은 숍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네무리에 의해 아주 깊게 잠이 들었고 실장전용 세척기에 들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척을 당했다. 심지어 분대속까지 철저하게 똥빼기와 유해세균 세척으로 막 태어난 실장석보다 의학적으로 더 청결해진 상태였다. 애정이 나름 존재하는 친실장 밑에서 자란 자실장은 평균적으로 사육실장 테스트에 통과를 쉽게한다. 그렇기에 실장석전문숍의 경우 일주일간 관찰로 선별한 근처의 들실장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자실장을 공급받고 대가를 치룬다. 그렇게해서 온 자실장들은 세척후 임시 진열대에 놓여지게 되는데 거의 다 이런식으로 사라진 친실장을 찾아서 울부짖는다. 눈을 뜨니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수조 벽을 따라 빙빙 돌며 빵콘을 늘어뜨리는 지능자체가 덜떨어지는 개체도 존재하지만 다행히 이 자실장은 그정도 까지는 아니였다. 한참을 울던 자실장은 눈물을 그치며 온통 새하얀 이 알수없는 공간을 보았다.
"인간에게 속은 데스우우!!"
실장석은 부서진 희망에 모든 원망을 인간에게 향했다. 인간이 자신은 알수없는 무슨 수작을 부린것이다. 인간이 잘못했다. 그저 자신은 봉투를 들고왔을 뿐인데 그 사이 푸드가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 실장석은 입가에 너저분하게 붙은 푸드 부스라기와 트름을 할때마다 풍겨나오는 진한 푸드향을 인지하지 못하며 분노로 얼굴이 불긋해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냄새는 기억하고 있는 데스! 찾아가서 반드시 두들겨 패서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주는 데샤아아!!"
괴성을 지르며 실장석은 큼지막한 빵콘을 단채 뒤뚱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마마에게 속은 테챠!"
자실장은 고민끝에 결론은 내렸다. 부륵브릇 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저앉은 자실장의 팬티와 엉덩이가 살짝 들썩 거렸다. 똥빼기로 방구만 죽죽 내는 가운데 자실장은 상냥하고 멋지고 강한 친실장이 자신을 버렸다고 깨달았다. 텅빈 하얀공간에 오로지 자신만 존재한다. 이곳이 어딘지 어느곳인지 알수도 없다. 마마의 냄새도 없고 마마도 보이지 않는다.
"버림받은 테치! 버려졌다 테치이이이이!!"
서럽게 울던 자실장은 기절했다가 깨어나 다시 울다가 기절하기를 수십번 반복끝에 텅 빈 눈으로 멍하니 하얀 바닥을 보며 침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자실장은 정신을 놓고 있어 깨닿지 못하지만 삐삐 거리는 소리와 함께 공간의 귀퉁이에서 쉬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스가 분사되는 것을 몰랐다. 자실장은 그렇게 네무리에 잠이 들었고 뚜껑이 열리며 큼지막한 손이 들어와 자실장을 낚아채 꺼내갔다.
-정신한계 테스트 1:22:39초.
-평가 A+
상당히 우수한 녀석이다. 고립, 고독같은 것에 기이할 정도로 취약한 실장석이, 그것도 자실장이 한시간넘게 버틴것은 대단한 것이다. 성체도 40분 언저리에서 미쳐버리는 것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어쩌면 네무리에 잠든채 눈가에 눈물이 말라붙은 자실장은 오늘 이 곳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사육실장이라는 이름표를 달기위해서 받아야할 훈련은 상상을 초월할테니. 파킨사를 방지하기 위해 설탕물 0.5cc를 입으로 넣은뒤 자면서도 입을 쩝쩝거리는 자실장의 안색이 한결 밝아졌다.
다음날 공원 앞 30m 앞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도로엔 엎드린채 머리만 짖눌려 바닥에 늘러붙은 자신의 몸통보다 큰 똥덩어리를 매단 실장석 한마리가 고요히 도로 중앙에 놓여있었다.
"하, 평균이상인줄 알았는데 영 맹탕이였네."
"테찌이! 치이잇-! 테쮸악!"
분쇄기에 갈려가는 자실장 한마리. 내장을 입에 내빼문 머리도 쏙 하니 분쇄기 아래로 사라졌다. 어리광이 심한 개체는 고독한 상황에서 극과 극을 보여준다. 지랄발광을 하다 20분조 안되 파킨사하거나 2시간, 3시간이고 진득하게 견디는 녀석. 녀석은 후자였다. 그것도 지능이 떨어져 어리광이 지나치게 발달한 녀석. 겨울 전만해도 연초부터 짭짤한 가격대가 나오는 녀석들만 데려와서 나름 기대를 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서 안타까울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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