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실장은 새끼였을 시절 친과 자매를 버리고 도망쳤다. 골판지 박스안에서 공포에 질려 덜덜떨며 인간에게 맞서 싸우러 나간 마마를 기다리며, 어떻게든 이겨서 자신들을 구하러 와줄거라 믿으며 도망을 포기한 자매들은 모조리 불속에서 춤을 추다 까맣게 변해 사라졌다.
당시 차녀였던 친실장은 마마의 말에 덜덜 떨리는 다리를 주먹으로 내리쳐서 도망을 칠수 있었고 수풀이 우거진 작은 틈 사이로 하얀 옷을 입은 얼굴이 안보이는 인간들의 습격을 똑똑히 봤다.
평소 무적같았던 마마는 인간의 앞에선 큰 아줌마들이 구더기나 엄지를 일방적으로 잡아 때리고, 사지를 찢은뒤 먹었던것 이상으로 약하고 무력했다. 인간의 발길질 한번에 머리가 쑥쓰러웠는지 몸통씨 안으로 쏙 들어가 머리없이 몸통만 부들거리며 대여섯 발자국을 걷다 쓰러져 다 커서 부끄럽지도 않은지 팬티에 운치를 잔뜩 싼뒤 떼를 쓰는 엄지챠 처럼 바닥에 뒹굴며 마구 팔다리를 흔들며 떼를 썼다.
마마를 믿고 기다린 8자매들은 골판지 박스안에서 인간에 의해 강제로 쫓겨나 바닥에 떨어져 팔다리가 부져신채 구더기처럼 바닥을 기어다니다 발이나 긴 막대기로 머리나 몸통이 터지거나 눌려 죽었다. 그럼에도 살아있거나 팔다리만 부러져 있던 자매들은 밥 봉투 안에 갇혀 어디론가 가져갔다.
차녀였던 친실장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친실장이 알려준대로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조금씩 이동해 공원 중앙에 착한 인간들이 공물을 바치는 곳으로 쫓아갔다. 중앙광장엔 빨간 불들이 타오르면서 울부 짖으면서 똥을 지리며 질질 끌려가는 살아있는 큰 아줌마들이나 죽은 큰 아줌마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아직 어린 자실장들이 아무것도 모른채 죽은것과 산 것들이 밥 봉투안에서 섞여 불 안으로 쏟아졌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엄지나 우지차들은 운치굴로 도망쳤고 인간들은 운치굴을 흙으로 덮어 전부 생매장 당해 전멸당했다. 불 안에서 춤추는 아줌마들과 자실장들. 그리고 살아있던 삼녀, 육녀, 칠녀도 예외없이 불 속에서 춤추다 사라졌다. 인간들이 떠난 자리엔 검은 재만 소복히 쌓여있었다.
그렇게 자실장이였던 친실장은 인간의 무서움을 알았다. 항거할수 없는 재앙. 막을수도 없고 운이 좋다면 간신히 모든걸 포기해야 목숨만 부지할수 있다. 이것이 대체 무시무시한 겨울같은게 아니고서야 뭐라 설명을 할 것인가. 웃으며 공물을 바치는 착한 인간도 화내면 큰 아줌마들을 바닥에 들러붙은 쫀득한 별미인 납작고기로 만들거늘, 학대파는 이름만 들아도 오금이 저리고 하얀 악마는 그저 정신을 차리면 팬티위에 앉아있었다.
구제가 끝난 공원은 골판지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렇기에 자실장은 추가적인 위협없이 살아서 성장할수 있었다. 자실장이 성체가 될 무렵 어디선가 온 이웃들이 하나둘씩 생겼다. 그리고 다시 착한 인간들이 찾아왔고, 그와 동시에 학대파라는 나쁜 인간들도 찾이오기 시작했다. 소규모 구제를 하던 학대파들은 공원 격리 후 집중구제를 하는 하얀악마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적어도 대화는 시도할수 있었기에.
하얀 악마들은 애교도, 아첨도, 위협 및 협박, 심지어 경고 조차도 무시했다. 그저 보이는 곳 마다 닥치는대로 죽이고 갈아엎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피와 똥이 가득했고 그 마저도 긴 대롱이에서 물을 뿌리자 녹아 없어져 사라졌다.
그렇게 겨울를 2번이나 넘긴, 유일하게 이 공원의 비사를 알고 있는 능숙한 들실장으로 성장한 차녀는 3번째 임신으로 다시금 새끼를 얻었다.
때는 춘삼월.
완연한 봄이였다. 드디어 두번의 실패를 통해 친실장은 아직 태어난지 얼마 안된 새끼들 이라고 해도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걸 깨달았다. 이 친실장의 새끼들에겐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수없었지만 훈육을 통해 새끼들은 그나마 다른 들실장보다 아주 약간 생존에 한발짝 앞서나갈수 있었다.
“자들은 듣는 데스. 만약 하얀 악마가 오면 어떻데 하라고 한 데스?”
“도망치는 테치!”
“와타치 누구 보다 빨리 도망칠 자신 있는 테치!”
“마마랑 같이 도망치는 테치?”
“마마랑 함께 있는 테치! 그런 테치! 와타치 정답인 테치!”
”테...도망치는 테치. 마마랑 오네챠들이 살려달라고 해도 다 무시하고 도망가야 한다고 한 테치. 그리고 수풀에 잘 숨어야 하는 테치“
친실장은 사녀를 제외한 나머지 4마리의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먼 훗날 이 지식은 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어리광만 심한 사녀는 어쩔수 없다. 자신과 함께 미끼가 되리라.
”그런 데스우. 마마의 마마가 말했던것 처럼 하얀 악마들에게 죽기 싫다면 도망쳐야 한다고 했던 데스. 하지만 마마의 자매들은 무섭다고 골판지 하우스 안에서 가만히 있다가 하얀 악마들에게 잔인하게 마마를 제외하고 다 죽어버린 데스. 엄지나 구더기들도 운치굴에 생매장당해 죽어버린 데스.“
”하얀 악마씨 무서운 테치...보고 싶지 않는 테치“
”걱정마는 테치! 와타치의 주먹 앞에선 하얀 악마따윈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테치!“
”마마가 있으니 와타치타치 안전 테츄~ 그런 걱정 하나도 안하는 테츄“
”테프프프~ 삼녀 오네챠 말대로 마마의 품안에 있으면 다 괜찮은 테치. 안전한 테치! 마마가 있는데 와타치 위험해질 일 없는 테치“
”테...“
친실장은 막내인, 몸이 제일 허약한 오녀만이 자신의 가르침을 따라오는 것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장녀는 별 생각이 없다.
차녀는 허세가 심하다.
삼녀는 자신을 너무 믿는다.
사녀는 그저 어리광만 피우고 분위기도 잘 못 읽는다.
오녀는...다 좋은데 몸이 약하다. 다른 자들에 비해 체력이나 힘이 반도 안된다. 이래선 도망친다고 해도 가망이 없다.
”아무튼 명심하는 데스. 하얀 악마는 언제올지 모르는 데스. 마마는 이제 밥을 구하러 가는 데스.....“
친실장은 자실장들에게 말을 하며 골판지 하우스의 문을 열어 나갔다. 친실장이 밥을 구하러 나간 사이 자실장들은 조용히 누워 낡고 헤진, 갈색의 지붕을 보며 눈을 감았다. 들실장이 자실장을 기른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버겁다. 혼자 살면 풍족하게 하루 밥을 구하고 하루 쉬면서 여유롭게 살수 있지만 새끼를 낳게 되면 그 새끼들은 양충이나 분충이냐를 떠나서 자실장이나 자실장 이하의 개체들은 밥과 관련되서는 절제따윈 모른다. 그저 입안에 모조리 쑤셔넣고 똥으로 배설하며 고작 한 시간뒤에 약간의 공복감을 고통으로 받아들여 발광한다.
그렇기에 들실장의 새끼들은 배고픔과 기아에 익숙해져야 했다. 매일 나간다고 해도 그날 밥을 구해올수 있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2~3일을 허탕치고 굶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친실장은 아침에 밥 따위는 주지 않는다. 아침을 주고 점심에 먹으라고 밥을 남겨주면 자신이 떠나자마자 다 먹어치우곤 왜 점심을 주지 않아 자신들을 굶게 만드냐며 역으로 친실장인 자신을 매도 하기에 수 많은 실장일가에선 홧김에 자실장들을 때려 죽이고 먹어치우는 광경은 흔하다.
자실장들이 하루에 밥을 먹는 것은 오로지 저녁 한끼. 이것도 풍족하지 않는다. 그저 간신히 죽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성장이 가능한, 집안에서 놀거나 떠드는 헛짓거리를 하지 않는 가만히 누워 잠만 자는 자실장만 약간씩이라도 성장 가능할 정도만 준다.
매일 기아 상태에 빠진 자실장들은 친실장이 나가면 드러누워 잠만 잔다. 적어도 자는 동안에는 공복의 배고픔은 없으니. 간간히 깨어 다같이 물을 마시고 자는 것을 반복하는 동안 친실장이 없는 골판지 하우스 안에는 잡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동족을 잡아먹는 개체들도 무시한다. 자실장들의 안전과 친실장 자신의 권력를 다 잡는 들실장만의 노하우 인셈.
“마마 언제 오는 테치....”
오녀가 중얼거린다. 작고 약한 울음소리지만 다른 자매들의 귀가 쫑긋 거렸다. 기다리는 시간은 지겹고 지루했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는 행복한 밥먹는 시간이 온다. 그렇게 참는 법을 배우는 자실장들. 다만 너무 과하면 기다리는게 익숙해져 도망쳐야할때 기다리다 일가실각의 원인이 되긴 하지만 이 자실장들은 따로 도망치라는 교육을 받았기에 다른 들실장의 자실장 보다 약간은 나았다.
“오녀챠 자꾸 말하지 마는 테치...쓸데 없이 힘을 낭비 하니 오녀챠가 약한 테치...잠이나 더 자는 테치...”
장녀의 말에 오녀는 입을 다물었다. 다시금 고요해진 집안. 이미 오녀의 말에 다른 자매들은 잠이 다 깼다. 오지않는 잠에 오녀를 노려보던 자매들은 이런 짓 조차 쓸데없이 낭비라고 생각하며 애써 다시 눈을 감았다. 시간이 흐르고 친실장이 돌아왔다.
친실장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남았음을.
자실장등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갈수있음을.
저마다 각자의 상념을 품고 안도했다.
들실장들이 밥을 먹는 시간은 보통 9시 전후. 8시쯤 돌아온 친실장은 한시간을 보존식을 고르는데 쓰인다. 최후의 순간에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서 보존식은 필수. 그렇기에 친실장은 등 뒤에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들으란듯 배를 쭉 내밀고 꼬르륵 거리는 소리를 알려주는 자실장들을 무시했다.
자실장이냐 보존식이냐. 어느걸 더 중요시 하는것에 따라 일가의 미래가 바뀐다. 자신도 첫 출산후 일가실각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살아돌아왔기에 그 어떤 들실장보다 뼈져리게 알았다.
“꼬륵꼬륵 뱃씨 우는 테치~”
“오늘도 밥 맛나게 먹어주는 테치~”
“밥먹고 누는 운치가 제일 좋아 테치~”
“어떤 밥을 먹을까 이 순간이 제일 좋아 테치~”
“밥주는 마마가 제일 좋아 테치~”
자실장들은 노래를 부르며 친실장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애를 썼다. 그나마 친실장이 생각하기에 교육이 제일 빠른 오녀조차 그래봤자 자실장이였다. 애초에 탄생조차 인간의 선별을 걸치고 수십~수백마리를 고문과 학대에 가까운 훈육을 통해 말 그대로 갈아서 선별한 최후의 한마리인 사육실장이 아니고선 들실장의 레벨에선 이 정도면 거의 최상급이였다.
들평균 몇몇 덜떨어진 놈들은 친실장이 보존식을 고르는 와중에 밥에 눈이 돌아가 시끄럽게 지랄발광을 하다 자신을 탄생시킨 친실장의 분대로 도로 환원되거나 봉지에 뛰어들어 분노한 친실장의 주먹과 발로 봉지안에서 으깨져 밥과 함께 뒤섞여 자매들의 한끼로 전락한다. 아니면 거의 빈사상태까지 친실장에게 쳐 맞아 교보재로 쓰인다거나. 도저히 못써먹을 정도면 팔다리를 먹어 치우곤 거친 흙바닥에 비벼 재생을 막고 독라로 만들어 운치굴에 쳐 넣는다.
“다 된 데스. 이제 밥을 먹는 데스”
신중히 골라낸 봉투는 반이 비었지만 자실장들은 몰랐다. 반이라도 남는게 이 친실장이 다른 들실장보다 얼마나 우수한지를. 보통 들실장들이 보존식을 빼내면 1/3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모른다.
자실장들은 귀를 까닥이며 앉아 친실장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아가며 밥을 먹는다. 장녀라고 더 주는거 없고 오녀라고 덜 받는것도 없다. 다른 들실장 일가면 장녀가 눈알을 부라리고 친실장을 향해 침을 튀기며 빵콘한채 괴성을 지르며 불공평 하다고 항의하지만 이 친실장의 자실장들은 그런게 없었다.
그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그 짓을 했던 장녀가 어떻게 됐는지를.
그렇게 차녀가 장녀가 되고 삼녀가 차녀가 되고 사녀가 삼녀로, 오녀가 사녀로, 육녀가 오녀가 된 것을 알고있기에. 장녀라는 것도 친실장이 부여한다. 자실장들사이에만 존재하는 계급 마저도 친실장의 허락하기에 존재하기에 언제든지 친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장녀는 막내가 될 수 있다는걸 기억하기에 분배에 대해서 불만조차 가질수가 없었다.
친실장은 자신이 목숨을 걸고 가져온 밥을 허투루하게 대하는 자실장을 찾기 위해 눈을 매섭게 치켜떴지만 걸리는 녀석들은 없었다. 걸리면 먹던 밥을 몰수하는 자실장들에게 최악의 형벌인 ‘밥빼기’를 당한다. 자실장들 또한 전부 한번씩 당해보기도 하고 그 불합리한 처사에 목소리를 높였다가 친실장에 의해 영영 목소리를 잃어버릴뻔 했다.
품안에 나눠준 밥을 끌어 모아 엎드려 두 팔로 감싸안아 조금씩 팔을 오므리며 입안으로 밀어넣는다. 친실장은 자신을 향해 자실장들이 엎드려 조아린채 밥을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며 오늘 하루도 밥를 구하느라 쌓인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을 느낀다. 모든 정신이 밥에 쏠린채 행여나 자신의 밥을 탐하는 녀석이 있을까 허겁지겁 먹으며 두 팔로 밥을 보호하는 모습. 들생활, 빼앗긴 놈이 잘못이기에 친실장은 자신의 교육을 잘 지키는 자실장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마저 마지막 남은 밥을 털어 먹었다.
그렇기에 들실장들은 엎드려 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먹기에 주변시야를 전혀 못본다. 입안에 밀어넣고 씹기 바쁘기에 소리도 듣지 못한다. 그렇기에 들실장들이 가장 무방비하게 되는 순간이며 자신들을 보호할 집이 없는 들실장들이 죽는 원인 일 순위가 밥먹다 정신차리니 내 옆에 자신들을 잡아먹는 짐승이 있는 상황.
식사시간이 끝나고 패트병뚜껑에 따라준 물을 한마리씩 먹고선 다시 누웠다. 친실장의 옆에 몰려 쫑알거리는 소리에 친실장이 가볍게 한마디 했다.
“오마에들 성장하기 싫은 데스? 마마가 말하지 않는 이상 오마에들도 말하지 마는 데스. 그렇게 주절거리면서 애써 마마가 구해온 영양을 쓸데 없이 낭비할꺼라면 당장 집밖으로 내보내 주는 데스. 마마가 준 것을 소홀히 하는 자는 필요없는 데스. 밖에서 마음대로 살아가는 데스.”
순식간에 적막이 감도는 집안에 만족한 친실장은 눈을 감고 잠에 빠졌다. 잠을 자는 친실장을 보며 불만이 가득찬 얼굴인 자실장들도 조금이나마 허기가 사라진 배를 느끼며 잠을 청했다. 시간이 지나 허기가 사라지면 잠을 자는 시간동안 고통이기에.
“데하~암~....오늘도 마마는 가보는 데스. 집 잘지키는 데스. 그리고 만약....아닌 데스“
친실장은 잠기운이 안사라진 자실장들을 보며 피식 웃으며 집 문을 열었다.
-도, 도망치는 데스-! 모두 도망치는 데스으-! 하얀 악마인 데스! 하얀 악마가 나타난 데스우!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동족의 고함에 귀를 귀울이자 몸이 덜컥 굳었다. 친실장의 귓가엔 다른건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저 하얀 악마라는 말이 또렷하게 들려 머리를 때렸다.
”데, 데에...!! 모두 일어나는 데샤아아-!!!“
친실장의 비명과 같은 고함에 발딱 선 자실장들은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불안한 눈으로 친실장을 보았다.
”하얀 악마가 온 데스! 오마에들 빨리 준비하는 데스! 도망칠 준비를 하는 데스!!“
자다깨 영문도 모른채 얼떨떨한 표정의 자실장들은 잠이 확 깨는 것을 느꼈다. 친실장이 그토록 말했던 하얀 악마. 친실장과 자실장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보존식을 다 먹어치우는 데스. 도망도 힘이 있어야 하는 데스. 어차피 보존식은 인간들이 가져가 사라지니 차라리 먹어치우는게 나은 데스“
친실장은 보존식 통을 가져와 집 가운데에 쏟아냈다. 자실장들은 평소라면 눈이 돌아가 대가리를 쳐박고 먹었겠지만 이제는 집 안에서도 희미하게 들리는 비명소리와 그 어느때보다 딱딱하게 굳은 친실장의 표정이 결코 장난이나 연습 상황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먹는 데스! 먹고, 잔뜩 먹어서 힘을 내는 데스! 그래야 사는 데스!“
자실장들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보존식을 먹었다. 친실장이 엄선한 보존식은 그동안 먹었던 밥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리고 이걸 다 먹는 순간 일가가 두번 다시 모일수 없다는걸 알았다. 마지막으로 친실장과 자매들의 얼굴을 기억하던 자실장들은 친실장이 물마저 아낌없이 주는걸 마시며 고개를 끄덕이며 뿔뿔히 흩어졌다.
“이걸로 된 데스...마마는 다 커서 숨을 곳이 없는 데스. 오마에들을 일부러 잘 먹이지 않던 이유가 다 있었던 데스...마마처럼 잘 숨어서 다시 이 공원에서 자들을 낳아 살아가는 데스.”
친실장은 집안에 숨겨두었던 보검을 꺼내들었다. 같은 동족조차 제대로 찔린다면 단숨에 절명하는 보검. 이길거라곤 생각조차 안들었다. 그저 자신의 자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면 댔다. 친실장은 보검을 든 손을 높이 올리며 공원 중앙 방향을 보며 당당히 외쳤다.
“와-바-랏 데샤아아-!! 와타시는 여기에 있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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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실장이 살고 있는 공원에 구제가 실시된지 2년이 흘렀다. 2년사이 공원은 다시금 들실장들이 마구잡이로 개체수가 증가하여 시민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개체수 추정 약 380마리. 성체의 숫자가 저정도였고 자실장 까지 포함하면 대략적으로 850마리가 넘어가는 숫자였다. 공원은 진작에 포화상태였으며 그간 애호파들의 무분별한 실장푸드 살포에 아슬아슬하게 마릿수가 유지되었다.
친실장은 알게 모르게 예전과 비교하여 먹이를 주로 수급하는 쓰레기장이 과거와 다르게 더럽고 너저분한 것을 천천히 오랜시간동안 바뀌었기에 모르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쓰레기 봉투가 다 찢겨 바닥에 쏟아져 악취로 온갖 민원을 야기시킨다는 것을 몰랐다.
몇몇 들실장들이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지만 이주 및 공원내 2세대, 3세대, 4세대 들실장들은 그런걸 몰랐다. 애초에 2년전 구제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은건 이 친실장 한마리. 나머지는 다 이주해서 텅 빈 공원에 정착한 녀석들이기에 사정따윈 몰랐다. 그저 심해지는 경쟁에 자신들이 벌인 일을 수습하기 보단 하나라도 봉지를 더 뜯어 구하기 급급해졌다.
그렇게 시작된 난장판의 끝은 하약 악마라 칭해지는 서울시 특별구제반이 과거 2년전 그랬듯 다시한번 이 곳을 방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친실장은 어렸을 적 기억이지만 너무나 강렬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았다. 살려달라 비는 자매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던 인간들. 그런 자매들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건 친실장. 비록 그 희생으로 자신만 살아남았지만 자매들과 친이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홀로 남겨진채 눈물을 흘리며 수 없이 상상하며 밤을 보냈다.
텅 빈 공원에서 외로움에 사무쳐 아무리 울어도 찾아오는 이 없고 눈물자국이 가득한채 일어나 간신히 죽지 않을 만큼 밥을 구하며 살았다. 가끔 찾아오는 것은 그저 자신을 먹이삼을려는 날아다니는 새들과 개, 고양이들뿐.
“하지만......단 한번도 복수를 잊어본적 없던 데스”
친실장은 눈을 빛내며 죽은 자매들과 친실장의 원한을 잊지 않았다. 상상만하며 하얀 악마들에게 어떻게 복수할지 생각할때 첫 자를 가졌다. 그 순간 친실장은 깨달았다. 하얀 악마들에게 복수할 방법을.
그것은 하얀 악마들에게만 적용되는 복수가 아니였다. 가끔 와서 먹을것을 나눠주고 정작 길러줄 생각은 전혀 없는 인간들(애호파)이나 긴 막대를 가지고 온갖 방법으로 잔혹하게 가지고 놀다 죽이는 인간들(학대파) 모두 복수할 방법 이였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절망에 빠뜨리고 좌절하고 괴로워 하는 것을 즐기던 인간들에게 자매들과 친실장에게 이어받은 생명을 끝까지 이어가는 숭고한 사명과 함께 수 많은 자들을 낳아 행복하게 사는, 인간들이 질투에 미칠 그런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였다.
“지지않는 데스! 적어도 두번다시 와타시타치를 우습게 보지 못하게 한방 먹여주는 데스...”
애초에 이 친실장은 2번의 양육실패에서 복수고 뭐고 다 끝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도망쳐 살았으니 자들도 살아서 다시금 이 공원에 뿌리를 내리리라 여겼다. 죽어도 자신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자들에게 이어지는 생명의 숭고함. 비록 자를 가득낳아 질투에 미치는 인간들을 보지 못했으나 그것은 자신의 역활이 아닌 자들에게 넘어갔다. 이제 자신은 과거 친실장이 그랬던것 처럼 도망친 자를 믿고 인간에게 맞서 싸울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인간에게 있어서 의미없는 몸부림일 지라도 생명을 이어간다는 의지는 끊을수 없으리.
친실장은 구제에서 살아남는 다는 것이 들실장에게 얼마나 운이 중첩되야 하는지 알수도 알지도 못했다. 만약 구제가 없었다면 이 운을 가지고 모든 실장석들의 꿈이자 최종 목표인 사육실장이 될 정도였다. 그저 친실장 조차 감당할수 없는 천운으로 살아남았음을 모른다.
“오는 데스..! 어서 들어오는 데스!!”
나무 뒤에 숨어 보검을 품에 안고 힐끔힐끔 전방을 보는 친실장은 자신의 뒷쪽 수풀에 숨어서 지켜보는 한쌍의 눈동자를 몰랐다. 수풀더미에 숨에 엎드린채 자신을 보는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교육을 가장 잘 받아들인 오녀였다.
‘마마...’
체력적으로 다른 자매들과 달리 약했던 오녀는 도망치고 나서 곧바로 다른 자매들을 놓쳤다. 친실장이 그렇게 당부하였건만 장녀와 차녀, 삼녀와 사녀는 짝을 이루어 도망쳤다. 아이러니 하게도 무리에 낄 수 없는 체력을 지닌 오녀만이 친실장의 당부처럼 혼자 남아 도망칠수가 있었다. 아니, 도망도 제대로 치지 못한채 잔류하였다.
그나마 과거 친실장보다 나은 것은 집안에 남은 자실장들이 없다 정도.
장녀와 차녀는 달렸다. 자매들중 체력이 가장 좋은 이 둘은 도망치는걸 멈추지 않았다. 주변에선 비명과 죽어가며 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이쯤이면 괜찮겠지 하지만 소리에 다리를 멈출수가 없었다.
“무서운 테치...무서운 테치...!”
“죽는 테챠! 죽기 싫은 테챠아-!”
장녀와 차녀는 친실장이 도망친뒤 숨어야한다는 말 중에서 도망만 기억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향하는 곳은 그저 비명이 안들리는 곳을 향해 방향을 바꾸며 뛰었다.
장녀와 차녀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안들리는 구제업자들이 집결한 가장 조용한, 공원 중앙 광장으로 조금씩 조금씩 향하고 있었다.
삼녀와 사녀는 걷다가 뛰는걸 반복했다. 수풀 사이에 숨어 천천히 기어가듯 주변을 경계하다가 수풀이 끊긴 화단의 끝에서 후다닥 달려 반대변 화단으로 넘어갔다.
“오네챠, 이제 안전한 테치?”
“테? 잘 모르는 테치. 하지만 멀리가면 좋을꺼라 생각되는 테치.”
사녀는 삼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풀사이로 잦은 이동으로 머리카락과 두건, 옷이 찢어진 독라에 가까운 상태였지만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살필 여유도 없을 뿐더러 사방에서 죽어가며 도망치는 동족들도 독라 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큼지막한 빵콘을 매단채 어기적 거리며 기어가다 죽는다. 팬티를 버리고 뛰면 그나마 더 멀리 갈수 있지만 팬티조차 버리지 못한 미련이 발목을 잡아 죄다 대가리가 깨져 바닥에 피를 흘려 죽는다. 죽은 동족의 피가 강처럼 흘러 배수구로 빨려들어가는 상황.
삼녀와 사녀의 전략은 제법 먹혀들어갔다. 독라이기에 주변의 풀색이랑 어울리지 않아 눈에 띄여야 했지만 은폐에 신경을 써서 아직까지 들키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을 경계하는것과 은폐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이동 속도는 최악을 달렸다. 삼녀와 사녀는 골판지 하우스를 기준으로 고작 4m밖에 이동하지 못했다.
”마마...이기는 테치. 마마가 이기는 모습 와타치가 확실히 보는 테치...“
오녀는 과거 친실장이 그랬던것 처럼 집 근처 수풀 사이에 숨어 친실장을 지켜보았다. 언제든지 찌를 준비를 하며 주변을 살피는 친실장의 모습. 하얀 옷을 입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인간이 드디어 친실장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절로 긴장한 오녀는 침을 삼키며 친실장과 인간의 격돌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녀는 몰랐다. 친실장 바로 뒤에 숨는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과거 친실장이 숨었던 방향은 이쪽이 아니였다.
구제업자인 그는 나무 뒤에서 옆으로 퍼진 몸을 가릴 생각이 전혀 없는, 귀와 머리카락, 치맛단, 그리고 자신을 엿보기 위해 고개를 나무 밖으로 완전히 내민 성체실장 한마리를 보고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친실장 뒤에 멍청하게 수풀로 우거진 화단 나뭇가지 사이로 전혀 숨을 생각이 존재하지 않는 쌀 한톨만한 지성의 조각도 없어 보이는 자실장의 누런 얼굴이 보였다. 뭐 실장 구제업이라는 것이 이런 병신들을 잡는거라지만 이럴때면 힘이 빠진다.
”오는 데스..오는 데스...!!“
친실장은 긴장으로 땀을 주륵주륵 흘리디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인간과 자신, 죽거나 죽이거나 둘중의 하나만 남은 결과. 누가 이기던, 누가 지던 예측할수 없는 싸움을 앞둔 친실장은 긴장으로 심장이 터질것 같았지만 무거운 발소리를 내는 인간이 시야 가득 들어오자 역으로 불안했던 마음과 혼란스러운 정신이 가라앉았다. 호흡을 가다듬던 친실장은 생각했다.
맑게 변한 정신으로 아무리 계산해봐도 인간을 이기는건 무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처음 생각한대로 한방 먹여주자 라고 결심했다.
”목숨을 거는 데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되는 데스...누가 봐주지 않아도 되는 데스!! 그저, 인간에게 알려주는 데스. 와타시타치도 할수있다는 데스! 생명을 품은 이 세상에 당당히 두 발로 서서 생을 이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똑똑히 각인 시켜주는 데스! 장녀, 차녀, 삼녀, 사녀, 오녀... 오마에들은 듣지 못하겠지만 마마는 이런 데스. 마마는 지지않고 싸웠던데스! 마마의 마마가 그랬던것 처럼 와타시도 생의 이어짐을 위해 싸우는 데샤-! 인간! 와타시의 보검을 받으는...!?! 데걋!”
오녀는 친실장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마마에게 외치고 싶었다. 자신이 보고 있다고. 자신이 보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마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마마의 의지는 와타치가 확실히 이어받았노라고.
하지만.
필사의 각오를 한 친실장이 뛰쳐나가는 것을 본 오녀는 눈알가가 찢어질 정도로 눈을 크게 떳다. 그야말로 죽고자 하면 살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것이다 라는 말을 뼈에 새긴채 달려나간 친실장이 얕은 비명과 함께 넘어지는 어이없는 불행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곧이여 자신의 눈을 의심케 하는 것을 보았다.
넘어진 친실장은 웃고 있었다. 눈을 비비며 봐도 웃고 있던 것이다. 오녀는 그런 친실장의 웃는 표정이 낮설지 않았다.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
그랬다. 오녀는 극한의 상황속에서 익숙한 친실장의 표정을 기억해냈다. 그것은 과거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실장을 따라갔던 처음본 바깥세상. 친실장은 몰려드는 큰 아줌마들에게 엄지2마리와 구더기 3마리를 던지고 나서 유유히 자신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하며 보여준 미소였다.
‘그런 테치! 역시 마마인 테치! 마마는 다 계획이 있었던 테치! 와타치는 마마가 자랑스러운 테치...! 마마는 훌륭했던 테치! 그 어떤 아줌마들보다 마마가 제일 훌륭했던 테치!! 마마는 와타치타치의 자랑인 테치! 와타치 살아남아 마마의 모습을 반드시 자들에게 알려주는 테치!!‘
오녀는 소리없이 울며 친실장의 목숨을 판돈으로 건 일생일대의 최후의 도박을 지켜보았다. 인간이 다가와 넘어져 엎드린채 일어나지 못하는 친실장의 앞에서서 발을 들어 올렸다. 오녀는 그 순간 친실장의 품안에 날카로운 보검이 친실장의 목 바로 밑에 세워지는 것을 볼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려는 몸을 간신히 제어했다. 마마가 만들어준 생을 바친 기회다. 허무하게 날려버릴순 없었다.
’보는 테치...! 보는 테치이! 똑똑히 기억해서 와타치도 훗날 인간에게 복수하는 테치! 인간에게 복수하는 테치...!!‘
악 다문 입에서 한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친실장은 짧은 순간에 수 없이 고민했다. 지켜보는이 없이 홀로 고독한 싸움이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가치있는 일이며 제법 할만하지 않은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자신만 알면 됐지. 친실장은 스스로를 세뇌하는 것 처럼 중얼거리며 인간에게 어떻게 한방 먹여줄지 고민했다.
보검을 들고 뛰쳐나가 찌를까?
안된다. 인간은 자신들보다 수백배 크다. 접근하기 전에 당한다.
아픈척 위장해서 접근할까?
안된다. 하얀 악마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근처에 다가기만 해도 곧바로 죽일터.
하지만 친실장은 위장을 한다는 것에 무언가 느꼈다. 자신들을 바보처럼 여기는 인간들이라면 이건 통한다. 어차피 보는 눈도 없다.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딱 한번 바보같은 연기를 하면 된다.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한 친실장은 용기를 얻었다.
“해보는 데샤아-!! 목숨을 거는 데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되는 데스...누가 봐주지 않아도 되는 데스!! 그저, 인간에게 알려주는 데스. 와타시타치도 할수있다는 데스! 생명을 품은 이 세상에 당당히 두 발로 서서 생을 이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똑똑히 각인 시켜주는 데스! 장녀, 차녀, 삼녀, 사녀, 오녀... 오마에들은 듣지 못하겠지만 마마는 이런 데스. 마마는 지지않고 싸웠던데스! 마마의 마마가 그랬던것 처럼 와타시도 생의 이어짐을 위해 싸우는 데샤-! 인간! 와타시의 보검을 받으는...!?! 데걋!“
친실장은 마치 나 습격하는거에요를 티를 내며 뛰쳐나가 일부러 화단 끝에 발을 살짝 걸고 넘어지며 굴렀다. 품에 안은 보검의 끝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 옅은 자상을 남겼지만 상관없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이미 자신은 죽고 없다.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이딴 상처는 상처 축에도 안들었다. 정신을 부여잡고 과도한 오버 액션을 취했지만 역시나 인간들은 자신들을 얕잡아 보고 어색함을 눈치 못챘다. 슬며시 나오는 웃음을 참고 신음소리를 내며 정신을 못차린듯 무릎과 손을 바닥에 집고 어서 빨리 밟아 죽이라는듯 보기좋게 만들었다.
인간앞에 머리를 조아리는건 굴욕적이였지만 자신의 소중한 돌은 배 가장 아래에 있다. 적어도 소중한 돌이 깨지기 전까지 약간은 산다. 고통에 울부짖는 인간의 모습을 지켜보며 죽는것도 나쁘지 않으리. 친실장은 바닥을 보고 있었지만 알수 있었다.
드디어.
발이.
자신의 목과 뒷통수를 향해.
내려오고 있음을.
친실장은 재빠르게 보검을 일자로 세워 목 끝에 갇다댔다. 인간은 자신의 몸에 가려진 보검을 눈치 채지 못했다. 두건 넘어로 뒷통수에 무언가 살짝 닿는다.
”데...프프프프프...!!“
친실장은 두 눈에 아른거리는 자들이 보였다. 썩 괜찮은 실생이 아니던가. 인간에게 복수도 하고 자들은 뿔뿔히 흩어져 다시금 이 공원에 뿌리를 내리리. 자신이 만든 생명의 이어짐은 이 사건으로 더욱더 강하게 자라리라.
-치익, 칙. 치이이익-, 칙.
아아, 구제본부상황실에서 전파드립니다. 현재 13시 37분. C구역 구제인원 몇 분이 성체 들친실장이 못을 품에 안고 일부러 구제인원 앞에 넘어지는 연기를 하며 밟아 죽일때 못을 세워 발을 공격하는 것에 신발이 뚫렸다고 합니다. 다행이 한 치수 큰 신발을 신어 부상은 없었지만 구제본부에서는 이 사건을 사람을 고의적으로 해할려는 것임을 인지하고 현 시간부로 D공원은 해골 3단계로 격상, 즉시 모든 구제인원들은 구제를 중지하시고 지급한 도로리 용액으로 즉각적인 말살 및 소독작업을 지시합니다. 반복합니다. 현 시간부로 들실장에 의한 인간의 고의적인 상해 상황증거가 포착되었으니 해골 3단계로 격상 도로리 용액으로 말살을 지시합니다.
친실장은 인간의 어깨에서 난 소리에 머릿속이 텅 비었다. 닿을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내려오던 발이 더이상 내려오지 않는 다는 것을 느낄수가 없었다.
어째서.
왜?
”...안되는 데스...! 어째서인 데스! 이건, 이건 선택받은 와타시만이 할수있는 계획인 데스! 와타시만이 가능한 계획인 데스!! 삶을 이어받은, 다른 동족따위가 아닌! 오로지 와타시만 생각해낸 특별한 계획이였던 데스우-!! 어째서인 데스! 인-가아아아안-!! 당장 말해보는 데스! 왜! 왜 그딴 소리가 들려오는 데샤아아아-!!! 말해보는 데스! 오마에들에게 마마와 자매들이 죽었을때 부터 품었던 와타시만의 고귀한 생각인 데샤아-!! 인가아안-! 말해보라는 데스우! 당장 대답하라는 데스!!“
친실장은 믿을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고 그제서야 인간을 마주보며 노려보았다. 증오로 일그러진 얼굴. 두 눈에는 진한 적색과 녹색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세상에 단 하나. 오로지 자신만이 생각해내고 깨달은 생의 의지와 온갖 추잡한 몰꼴(일부로 넘어지기)을 하더라도 인간에게 복수하겠다는 굳은 증오로 만든 완벽한 계획이 다 까발려졌다. 그것도 어디있는지 모를 이상한 분충이 먼저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수 없었다. 오로지 이 세상에서 자신만이 깨달은 고귀한 지식이 실은 실장석이라면 아무나 다 생각하는 흔하디 흔한 아무런 가치없는 것임을 받아들일수 없었다.
하지만 발을 거둔 인간은 등에 맨 긴 통에 달린 대롱이를 꺼내 들었다. 친실장은 과거 이것을 이용한 인간들이 죽은 동족의 사체를 지워나가는 것을 보았다. 눈 앞에 멈춘 대롱이를 봐도 반응이 없는 친실장.
-치익
1초도 남짓한 시간의 분사. 친실장의 반응은 뿌리자 마자 바로 나왔다.
”데갸아아-!! 데끼이잇-!! 데, 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얼굴이 녹는다.
안구가 녹아내리며 물처럼 흘러 사라졌다. 텅 빈 안구 구멍에선 눈물만 흘러 넘쳤다. 농축 도로리 용액은 단 한방울을 실장석의 정수리에 떨어뜨려도 정수리에서 총구를 뚫고 녹여 바닥에 떨어진다. 화학적 화상으로 재생조차 할수 없다. 그런 용액을 얼굴 전체에 분사당했으니 이 친실장이 멀쩡할리 없다.
빵콘을 지린채 바닥에 엎드려 파닥거리는 친실장의 품에서 굴러나온 갈색의 녹슨 못. 금속 특유의 쨍소리와 함께 굴러 인간의 신발 코에 부딫쳐 멈췄다.
”데캬아아아-! 데끼이-,이...이.....!!“
안면이 녹아 뇌가 보이기까지 분사후 1초. 성체 한마리를 5초만에 녹여 버리는 즉효성 농축 도로리. 안면부터 녹아내려 성대마저 녹은 성체실장은 안면구멍에서 뇌가 들어난채 그저 신경이 교란되어 바닥에 쓰러져 간간히 팔다리를 파닥거렸다. 뇌는 이제 막 녹아내리기 시작하여 운치를 부루룩 싸지르며 팬티를 부풀리기 시작했다.
”테...? 마마...?“
자실장은 믿을수가 없었다. 그 친실장이 누워서 빵콘을 한채 떼를 쓰며 팔다리를 마구 휘젓다니. 뭐라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인간에게서 어떤 소리가 흘러나오자 마마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저 모양이다. 오녀는 친실장이 엄지 처럼 인간의 앞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자 친실장에 대한 믿음이 쩍 하니 갈라졌다.
“마마...! 어째서 테치이...? 마마는 아이가 아닌 테치! 일어서라 테치! 일어서서 당당히 인간과 마주보는 테치! 그대로 누워있지 말고 일어서는 테치-!!!”
오녀는 친실장의 모습을 더이상 볼 수가 없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마마의 단단하고 결연한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추잡하기 그지 없는 모습. 자신들에게 당당히 살아가라고 했던 친은 이제 없다. 그저 인간의 앞에서 추레하게 몸부림 치며 아양떠는 가증스런 성체실장만 있을뿐.
오녀는 자신이 왜 저런 친실장을 향해 달려가는지 스스로도 이해할수 없었다. 아니, 고작 저런 친실장에게 태어난 자신을 용납할수 없었다.
“와타치 만이라도...! 와타치 만이라도 와타치타치의 의지를-, 긍지를-,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테치이잇-!!”
오녀는 눈물을 닦으며 달려서 인간의 앞에 섰을때.
고개를 아무리 올려도 제대로 볼수 없을 만큼 거대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을때. 비로소 느꼈다. 저것은 무리라고. 살고 싶다고. 구해달라고. 다시 도로 도망치고 싶다고.
삶을 갈망하는 오녀의 생각과 다르게 전신이 공포로 굳어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눈앞의 인간의 형상은 공포와 죽음이였다. 오녀는 그저 눈알만 굴리며 똥을 지릴뿐 빵콘을 해도 스트레스는 해소는 커녕 두려움만 겹겹히 쌓여갔다. 오녀가 눈알을 굴리자 비소로 친실장의 모습을 제대로 볼수가 있었다. 정수리와 뒷 껍데기만 남은채 녹아서 뭔지 알수 없는 물처럼 흐르는 친실장의 모습을. 아양떠는게 아니였다. 인간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냥 죽은 것이다. 오녀는 눈앞에 다가온 죽음에 친실장 처럼 소리라도 지를 용기조차 없었다. 친실장처럼 뭔가 움직이는 것도 할수가 없었다. 그저 숨만쉬며 눈알만 굴릴뿐 그 어떤 무엇도 친실장의 티끌이라도 따라 할수가 없었다.
수풀에서 뛰쳐나오기전의 다짐은 인간을 앞에서 제대로 본 순간 빠그라져 사라졌다. 왜 나왔을까 미칠듯한 후회가 되지만 행복회로도 감당 못하는 상황에서 실장석의 유일한 도피처로 도망도 칠 수가 없었다. 오녀는 자신의 시야 정면에 내밀어진 둥글게 생긴, 빈 구멍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뭐라도 해야한다. 오녀는 죽음을 직감했다.
적어도.
적어도 인간의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뜻을 세운 마마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가 되야한다. 이 무시무시한 자연재해같은 인간의 앞에서 적어도 마마처럼은 불가능 하겠지만 그래도 마마의 자였다는 증거를 보여줄 것이다. 오녀는 당장이라도 도망갈것같은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바짝주고 척추를 곧게 폈다. 그럼에도 한눈에 인간을 다 담을수가 없었다. 그저 인간의 얼굴이라도 생각되는 곳을 보며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혼과 생명을 모두 담은 처음이자 마지막.
”테, 텟츙~!“
아첨이였다.
-치익
0.3초의 분사. 오녀는 아첨을 한 모습 그대로 자신의 친실장과 마찬가지로 얼굴이 녹아 흘러 내렸다. 브릿 거리며 똥을 한 무더기 싸지른채 신경이 녹아 없어진 오녀는 친실장 옆에 쓰러져 친실장과 함께 그대로 녹아 땅에 스며들었다.
공원내 들실장들은 죽어가면서 믿었다.
그래도 한마리 혹은 어쩌면 어린 자실장이나 운치굴의 엄지라도 살아서 자신들의 유지를 이어가기를. 하지만 못을 든 시점에서 그 모든건 불가능했다. 실장석이 인간을 공격한다. 이건 지금까지와 다르게 그냥 넘어갈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공원내의 바리게이트가 2중으로 구성되었고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150여명의 추가인원이 도착, 지금까지 쓰던 농축액의 3배가 넘는 초고농축 액으로 무장한채 3중으로 공원을 둘러 쌓은채 도로리 약액으로 높게는 나무위. 낮게는 땅 밑으로 1m이상 스며들게 뿌렸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나무 위에 던져져 있을 녀석부터 땅밑으로 파고든 녀석들까지 모조리 용액으로 녹이기 시작했다. 3중으로 펼쳐진 소독작업은 조명을 킨 채 밤 10시까지 5번에 걸쳐 이어졌다. 그 모든 작업은 무서우리 만치 고요했다. 보이면 뿌려서 녹인다. 성체실장도 1초만에 녹아 흐를 정도. 말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 골판지 밑, 운치굴, 낙엽 밑, 눈에 보이는 곳, 안보이는 곳 공원에 존재하는 땅과 수목들 전체가 도로리로 젖지 않은 곳이 1mm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구상 생태계의 정점에 위치해 자신을 공격하는 것들을 역으로 지배하며 과학을 통해 먼 미래에 자연마저 지배할려는 종족이 바로 인간이였다. 그리고 들실장들은 ‘구제’가 아닌 ‘말살’ 혹은 ‘소독’으로 변경되는 차이를 몰랐다.
구제는 몇 마리 흘리거나 업자들이 눈감아 주지만 이건 다르다. 과거 수십 종의 생물을 멸종시킨 인간. 그것이 실장석들에게 진짜 제대로 겨눠진적이 없기에 그저 인간들을 우습게 여기는 실장석들에게 국소적이지만 이 공원내 펼쳐지기 시작했다. 공원 밖에서 몰래 인간의 품에서 훔쳐보던 사육실장들은 스스로 위석을 깨고 자살하는 개체가 속출하는 소독작업.
실장석이란 것이 단 한마리도 존재하지 않는 공원에 벌레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새들이 지저귀며 실장석이 녹은 영양가득한 수분을 빨아들인 꽃들은 여태껏 보지 못한 화려한 색들로 꽃봉우리를 펼쳤다. 과거 이 공원이 실장석이 없었던 것을 기억하던 사람들이 그 빈 자리를 채웠다.
앞으로 1년간 이 공원엔 사육실장도 출입할수가 없다. 초고농축 도로리로 인해 바닥에 닿기만 해도 발이 녹으며 공원안의 모든걸 만지기만 해도 손이 녹아버리기에. 이주나 정착은 꿈도 꾸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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