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독라



'데.. 주인님 궁금한게 있는 데스.'

'뭐냐?'

'와타시는 사육실장이 맞는 데스?'

'내가 밥주고 재워주니 그렇겠지?'


내가 키우는 '참돌이'가 산책 중 뚱딴지 같은 소릴 해댔다.

1년이나 같이 살아놓고 무슨 소리야?

곁눈질로 나를 힐끔거리며 눈치보던 녀석이 용기내어 다음말을 꺼냈다.


'그런데 와타시는 왜 독라인 데수?'

'그거야 학대용으로 널 데려왔으니 그렇지.'

'데... 데에에에에에엙?!'

'진정해 임마, 내가 너 학대한적 있던?'


영양만점 개사료를 꼬박꼬박 챙겨 먹어 퉁퉁하게 살이 오른 가슴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심호흡을 하는 녀석.

거친 숨을 내쉴때마다 출렁이는 젖가슴이 역겹다.

조금 뒤 진정되자 또 힐끔거리며 나에게 질문할 타이밍을 재길래 답답해서 꿀밤을 날렸다.

똑똑한 놈들은 이래서 귀찮아.


[퍽!]

'데규규귝!'

'안때릴테니까 궁금한건 한꺼번에 물어봐.'

'방금 꿀밤 때린 데스!'

'때리고 나서 말했다! 이 자식아!'

[퍼억!]

'데교교굑!'


등을 바닥에 붙이고 좌우로 구르는 참돌이.

한참을 구른 뒤 혹이 울룩불룩하게 솟은 모습으로 일어나 진지한 표정으로 도게자 하는 꼴이 우습다.

그래도 도게자까지 하는 비장함에 나는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기로 했다.


'그럼 왜 와타시를 학대하지 않고 사육해준 데스? 혹시 주인님이 와타시의 미모에...'

'이놈이?!'

'안때린다고 약속한 데스!'

'어휴.. 너 우리집에 온 첫날 기억 안나? 어떻게 그걸 잊을 수 있냐?'

'데.. 데에? 처.. 첫날... 밤...? 데에에엑!'


난 참돌이의 면상을 스트레이트로 기절시킨 뒤 멱살을 잡고 공원을 빠져 나왔다.

어떻게 우리 집에 오게 된 것인지 가르쳐 주기 위해...







'데에엣... 코가 아픈 데스우...'

'당연하지. 코가 없어졌으니까.'

'데... 데에에!?'

'이게 뭔지 알겠어?'


나는 사지가 찢겨 나가고 있는 실장석이 프린트 된 완구상자를 들고 와 녀석에게 보여줬다.


'넌 여기 담겨서 우리집에 오게 된거야. 그러니까 심심해서 길에서 사온 '실장짜기 학대세트'에 담긴 실장이 너란 말이지.'

'데.. 그런.. 학대세트 데스우.. 그.. 그럼 학대 하기 위해 사온 와타시를 왜 학대하지 않은 데스우?'


난 녀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대세트를 열어 셋팅했다.

멀뚱하게 날 구경하던 참돌이를 조악한 플라스틱 도구로 누르고 칭칭 감자 순식간에 겉표지의 짜기실장처럼 구속된 모습으로 바닥에 고정됬다.


'데.. 주.. 주인사마? 장난이 지나친 데스?'

'내가 왜 널 그냥 키워줬는지 알려면 이걸 직접 겪어봐야해. 잘봐라?'

'자.. 잠시만! 마음의 준비가! 그.. 그냥 몰라도 되는.. 데뀨우우우우-!!'

[꾸드드드드득!]


몸에 연결된 플라스틱 끈을 잡아당기자 몸이 짜지며 즙을 내뿜는 참돌이.

고개를 좌우로 미친듯이 흔들며 평소 실수하지 않던 빵콘을 뿜어내는 모습이 은근히 재미있었다.


'어때? 이제 알겠어?'

'데갸갸갸갹! 이 똥닝ㄱ... 주인님! 모르겠는 데스! 죽여버리기 전ㅇ.. 와타시가 죽어버리기 전에 풀어주는 데스!'


방금 뭔가 기분 나쁜 단어를 들은거 같은데 기분탓인가?

난 구속을 풀어주고 걸레를 들고와 녀석에게 던지며 말했다.


'봐라! 바닥 더러워지는거! 으으.. 이래서 내가 널 짜다가 그만뒀다니깐! 점심 먹기전까지 치우지 못하면 밥 없다!'

'그.. 그게 무슨말인 데스! 바닥 더러워지는게 귀찮아서 학대 안한 데스? 신문지만 깔아도 해결될걸 그렇게 게을러 터져서 어떻게 사회생활을... 데갸규갹!'

'엄마처럼 잔소리하지 말고 걸레질이나 해!'

'오로로롱~ 오로로로롱~!'


나는 그동안 봄바람을 느끼기 위해 믹스커피를 끓여 테라스로 나갔다.

점심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여기서 운치를 즐기.. 아니 울음소리를 즐겨야겠다.


'오로로로로로로오오로롱~'


그렇게 심금을 울리는 티타임은 1시간 동안 계속됬다...







'자, 오늘은 내가 많이 담았다. 고맙지?'

'데에.. 개사료 지겨운 데스우..'


더러운 걸레를 들고 털레털레 걸어오는 녀석에게 밥그릇 가득 담긴 개사료를 던져줬다.

그래도 꾸역꾸역 처먹을거면서...

난 라면을 녀석은 개사료를 먹으며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학대가 귀찮았다면 그냥 버리면 되지 않았냔 데스? 왜 굳이 와타시를 길러준 데스?'


참돌이가 개사료를 처먹다가 제법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분명 글이나 계산을 가르치면 어느정도 익힐 머리지만 내가 귀찮으니 넘어가는게 좋겠지.


'내가 1년 동안 준 개사료 포대 봤지? 저거 사실 니가 오기 전부터 있었어.'

'데에.. 저 무식하게 많고 맛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운치 같은 개사료 말인 데스?'

'그래, 원래 이 집 주인이 개를 키운다고 사료를 잔뜩 사놨다고 하더라구? 그런데 개가 교통사고가 나버려 집을 싸게 내놓고 이사를 가게 된거지...'

'데에... 그런 안타까운 사연이... 데.. 에에? 그.. 그럼 주인사마? 개사료가 떨어지면 와타시는.. 어떻게 되는 데스우?'


그 생각은 나도 못했는데?

녀석의 날카로움에 감탄했지만 너무 날카로웠던거 같다.

자기가 물어놓고 안색이 파래지는 똑똑한 녀석.

갑자기 기어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 이제 주인님 말씀에 토 달지 않는 데스! 말 잘 듣는 데스! 개.. 개사료 너무 맛있는 데스! 입안에 퍼지는 풍미가 진미인 데수웅~♪ 뎃데로게~♬'

'개사료 그렇게 먹다간 금방 떨어질텐데?'

'데붑! 데푸우우웁-!!'

'바닥에 뿜지마! 다 핥아 먹어 임마!'

'뎃찹.. 뎃.. 챱.. 오로로로롱...'


자기가 토한 개사료를 허겁지겁 빨아먹는 참돌이를 보며 나는 몰래 미소 지었다.

아무리 똑똑해도 이건 모를거야.

사실 널 버릴려고 할 때마다 이렇게 노닥거리던 추억이 떠올라서 그만뒀다는걸.

난 토하며 토를 핥는 녀석을 뒤로 하고 개사료를 사기 위해 컴퓨터로 향했다.


'3년치 초초특대형을 사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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