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의 일상 - 이주 II - 1~5 (미완)



조촐하게 생긴게 한눈에 봐도 들이라는걸 알 수 있는 실장석이 있었다.
애호파가 뿌리고 있는 푸드를 솜씨 좋게 주워서 들고있는 편의점 봉투에 넣고 다른 실장들을 본체만체하며 집에 돌아간다.
무리해서 모을 생각은 없었나 보구나.
계속해서 뿌리고 있자, 여기저기서 다른 실장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느 개체도 어지간히 굶고 있었는지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와타시의 밥인 데스ㅡㅡㅡㅡㅡ!"

" 내놔라! 와타시한테 내놓는 데스!!"

20마리 정도가 돌진해오자 애호파는 푸드 봉지를 내팽겨치고 공원에서 도망쳤다.

쏟아진 푸드를 놓고 들실장들은 서로 싸우다가 죽이기 시작했다.



푸드를 줍고 서둘러 떠난 그 들실장은 왠지 허리에 끈을 감고 잔가지를 때낸 나뭇가지를 칼처럼 메고있었다.
어딘가 조금 별난 개체였다.

상당한 거리를 걸어가 공원 구석의 수풀에 있는 커다란 나무 상자 집에 도착했다.
우연히 주워 문에 걸어둔 자물쇠에 솜씨좋게 열쇠를 꽂아 돌렸다.

나무 상자 안은 어두웠다.

아무렇게 널부러져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최소한으로 필요한 물자는 있었다.
수건, 페트병, 보존식을 담은 반찬통…….
혼자 사는건지 자의 모습은 없었다.

혼자만의 생활은 그만큼 고생도 없는걸까.
허리에 맨 가지를 벗어 문에 빗장처럼 고정했다.
그리고 반찬통을 열어서 귀중한 푸드를 넣었다. 꽤 영리한 놈이다.

"센세, 센세------------"

밖에서 귀에 익은 소리가 나서 빗장을 빼고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테치, 센세-"
"공부하러 온 테치"

조금 곤란한 얼굴을 하면서 선생님이라고 불린 개체는 밖으로 나갔다.

"아까 왔을땐 없었던 테치"

"밥을 찾아 온 데스, 그럼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은 데스?"

"목욕하는 이야기가 좋은 테치"

아직 늦여름이 이어지는 계절이니 그것도 좋겠다고 생각한 선생 실장이었다.
의자 대신 잎을 깔고 앉아있는 자실장들 앞에 나와서서 허리의 막대기를 뽑아들어 땅에다 욕조를 그린다.

"목욕은 닌겐상이 따뜻한 물을 준비해주는 데스. 거기서..."

사실 이 들실장, 과거에는 사람의 집에서 사육되던 것이다.
버려진 것은 인간의 형편에 휘둘러진 때문이라 자신에게 책임은 전혀 없었지만 그 사실을 이해하는 지성 탓에 마음에 입은 상처는 깊었다.

들생활에는 동료들의 폭력과 배신, 비웃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세상을 비관하며 도중 은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공원의 다른 들실장이 그녀의 현명함을 깨달았다.
자신이 먹이를 찾고 있을 때나 돌보기 싫을 때, 자기 자들을 "공부"라고 말하면서 보내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무시했었던 이 개체도 나무 상자 앞에서 주저앉는 자들을 안타깝게 여기게 되어 자신이 익혀온 지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다행히도 좋은 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식들을 배우다가 어느새 제자는 그녀를 "센세" 라고 부르게 됐다 (선생님이란 말도 이 개체가 가르친 것이다).

목욕의 이야기를 하면서,"센세" 는 말했다.
몸가짐을 조심하라고.

" 더러운 꼴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 죽이려는 닌겐도 있는 데스. 이건 살기 위해서 중요한 것인 데스"

더러우면 들실장임이 확정된다, 그러면 가끔씩 기분 나쁜 인간을 만나면 목숨이 위험하다. 반대로 깨끗이 하고 있으면 갑자기 죽일 가능성이 조금 낮아진다.

"와타시는 그런 자들을 많이 보아 온 데스, 이제 보기 싫은 데스"

선생 실장의 방랑을 얘기하자면 길어지므로 생략하지만 그녀가 이 공원에 도착할 때까지 봐온 사실은 가혹했다.
위석이 깨지지 않은 것만으로 행운이었다.

그녀가 자기 새끼도 아니면서 이렇게 교육하는 것은 그런 처참한 경험 때문이다.
실장석 운명에 체념하고 있었지만 어린 자들을 보면 역시 도와주고 싶은 것은 원래 사육실장이었기 때문이겠지.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자 제자들도 뿔뿔이 돌아간다. 저녁 시간이니까.

마른 자실장이 1마리 남아 있었지만 마지못해 일어서서 돌아가려고 한다.

"기다리는 데스"

선생님은 불러 세운 다음 집에 들어가서 빵 조각을 들고왔다.

"테에"

"이것을 먹고 가는 데스"

"센세..."

"모두에게는 비밀인 데스"

빵조각을 넘겨받은 자실장은 감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며 서둘러 먹기 시작했다.
친실장이 제대로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을 눈치챈 선생 실장은 그만 먹이를 나눠주었다.
공원에 애호파가 온다고 해도 역시 식량 확보는 큰일인 탓에, 자기 자에게 조차 잘 나눠주지 않는데도,
피가 이어지지 않은 자실장에게 식량을 나눠주는 선생 실장의 성격은 의외였다.
눈물을 흘리며 먹는 자실장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른 자실장이 집에 돌아가자 동시에 친실장도 돌아왔다.
말없이 썩은 생선 머리를 던진 친실장.
바닥에 떨어진 그것에 굶주린 자들이 몰려가지만 그 자실장은 내키지 않아 골판지 구석에 누웠다.

"내꺼인 테치, 전부 내꺼인 테챠아아!"

"와타치는 어제도 못먹은 테치, 못먹은 테치ㅡㅡㅡ!"

"테챠아앗"

부족한 먹이를 두고 자매끼리 치고 받으며, 마주잡고 싸우고 있었다. 선생 실장으로부터 교육을 받은 새끼는 순해서,
그 자리에 얼씬도 못하고 힘 없는 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혼자 남은 선생 실장은 집에서 그날 저녁인 썩은 빵 부스러기에 손도 대지 않고 주저앉은 채 생각했다.

...한주간 동안 오는 닌겐씨들이 확실히 줄어들고 있는 데스.
...예전에 밥을 주는 바람에 동료의 수는 점점 늘어났는데도...

이대로는 밥이 부족하다는 결론은 선생 실장을 소름 끼치게 했다.
자기는 몰라도 많은 제자들은 가장 먼저 도움을 받지 못한다.
도울 생각도 없다.

예전에 있었던 굶주린 공원의 말로를 생각하면서 선생 실장은 남몰래 오열하였다.

어쨌든 선생 실장은 자기가 먹을 만큼의 먹이만 모으면 되는데다,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아침의 먹이 찾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잠깐 쉬고 있으니 어느 친자 일행이 찾아왔다.

친실장는 두건 대신 스카프를 두르고, 7마리의 자들을 데리고 있었다.
7마리의 자들은 아직 몇번이지만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오늘은 작별 인사를 하러 온 데스"

스카프를 두른 친실장이 말했다.
(*실장석의 일상 2- 공원에서의 구제작업 http://m.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644)
"요즘은 밥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데스, 위험하니까 이제 자들을 밖에 내보내고 싶지 않은 데스"

이 스카프 실장도 영리하다.
굶주리기 시작하면 자들은 먹이가 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된다는 것을 느끼고 외출을 제한면서 위험을 피하려고 했다.

"……그것은 올바른 판단인 데스, 서운하지만 그것이 좋은 데스"

가만히 스카프 실장을 지켜보는 선생 실장은 계속해서 과감하게 말했다.

"다른 공원으로 이동하면 어떤 데스?"

"........"

"……당신이라면 다른 공원으로 가는 길이 있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인 데스.
이대로라면 공원은 점점 빈곤해지는 데스.
성체들은 몰라도 자들은…………위험한 데스"

먹이 부족으로 아사하거나 다른 실장들에게 먹히거나, 굶주린 친자매에게 먹히나. 어느쪽이든 살아날 가망이 적다.
그렇다면 차라리 새로운 공원을 목표로 한다면, 이라고 말하는 선생 실장에게 스카프 실장이 대답했다.

"센세는 다른 공원에서 왔다고 들은 데스, 간단했던 데스?"

"몇번이고 죽을뻔한 데스, 동료들도 곳곳에서 죽어간 데스"

"와타시의 자들은 너무 어린 데스, 아주 긴 거리를 걸을 수가 없는 데스.
어떻게든 이 공원에서 힘내는 데스 "

확실히 이주는 위험도 크기때문에 그 말을 인정했다.
비장의 콘페이토 한 알을 내밀며 "지금까지 신세 진 데스" 하고 고개를 숙이는 스카프 실장.

"그것은 자들과 먹으면 좋은 데스"

라고 선생 실장은 사양했다. 헤어질 때 웃는 얼굴로 일가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도대체 얼마나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 암담한 기분이었다.

갈수록 오지 않는 제자가 많아졌다.
처음엔 뜸하게 오더니 이윽고 아예 오지않는다.
선생 실장으로서는 가정 방문을 하고 싶었지만 다른 친실장들에게 심부름 센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어서,
가봤자 소용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며칠이 지났다.



날씨가 좋은 탓인지 그 날은 오랜만에 제자들이 많이 왔다.
11마리의 자실장들 앞에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오늘이 마지막 공부인 데스"

"테에에"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제자들.
배고파서인지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제자들도 있었다.

"모두 아는 대로 지금 공원에는 밥이 없는 데스.
모두의 마마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찾아오는 닌겐상들이 상당히 줄은 데스.
밥을 찾으러 나서도 공원의 동료들이 너무 많아서 한참 부족한 데스.
배가 고프면 어른들은 오마에타치, 자들이 밥으로 보이는 데스"

"테햐아아아~~~~"

비명을 지르는 자실장들.

" 그렇게 되면 이제 밖으로 나오는 것은 위험한 일인 데스.
오마에들은 집에서 조용히 하는 데스.
특히 마마가 없을 때는 반드시 조용히 있는 데스, 골판지 밖에 나가서는 안되는 데스"

"센세…………와타시타치 골판지가 없는 테치"

작은 자실장이 말했다. 그 자실장 일가는 골판지가 없어 벤치 아래에서 비, 이슬을 피하고 있었다.

"마마와 상담하는 데스"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선생 실장이었다.
굶주린 공원이 얼마나 무서운지, 지옥이 되는지를 이야기하는 선생 실장의 말을 듣고 자실장들은 몸을 떨었다.
언제나 오만하게 굴던 자실장이 평소 말버릇을 중얼거렸다.

"그런게 싫으면 사육실장을 하면 되는 테치, 사육실장 하는 게 쉬운 일인 테치"

선생 실장은 무시하고 계속 이야기했다.
작은 먹이를 두고 벌이는 쟁탈전부터, 동족식, 아사, 그리고

"……중요한 것을 마지막에 말해주는 데스. 아까 배가 고프면 자실장이라도 밥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그것은 모두의 마마도 마찬가지인 데스. 만약……마마의 모습이 이상하면 집에서 도망치는 데스"

"……센세, 그거 이상한 테치, 마마는 와타시타치를 먹지 않는 테치"

" 그런 테치, 마마는 상냥한 테치"

"그런 자들이 먹히는 것을 센세는 여러번 봐 온 데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데스"

"""……................"""

"센세는, 센세는 어떻게 할 생각인 테치?"

"센세는 조만간 다른 공원에 갈 생각인 데스"

위험한 이주라도 성체 혼자라면 성공률도 훨씬 높아진다.

"자, 마지막 공부도 이것으로 끝난 데스. 센세가 가르친 것을 기억하며, 오마에들은 어떻게든 살아남는 데스"

선생 실장은 그렇게 격려하면서 자신의 무력함을 저주했다.

……친실장에게 습격당할 때 그렇게 쉽게 도망갈 수 있을까. 도망치더라도 어떻게 살겠다는 것인가. 자신이 기른다? 무리다. 나 혼자 먹고 살기에도 벅차다.

그래도 제자와 악수하며 이별을 고할 때, 선생 실장은 여전히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데스"

현명한 실장석에게는 이것도, 저것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 투성이.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먹이을 찾으러 가는 길, 선생 실장은 벤치 아래에서 친실장과 주저앉아 있는 제자를 발견했다.

전에 집이 없다고 한 제자다. 일가의 거처는 벤치 아래, 바닥 대신 비바람에 시달린 골판지 조각이 있을 뿐이었다.

당연히 비축한 먹이같은건 없을 것이다.

"오랜만인 데스"

라고 말을 걸어 본다. 그러나 일가는 서로 기댄 채 꼼짝도 안 한다.

다시 말을 걸어 보자 비로소 제자가 눈을 돌렸다.

"센세……?"

"그런 데스우, 오마에의 선생님인 데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을 것도 없다.

친실장이 부상이든 무슨 이유든 먹이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면 돌아다니면 자기 자가 먹할거라 생각해서 여기서 움직이지 않는다던가.

어쨌든 그 친자의 운명은 정해졌다.

"데에! 센세 데스?"

친실장도 정신 차렸는지 황급히 일어서서 후들거린다.

"와타시 몸이 으슬으슬한게 이상한 데스, 자에게 밥을 주지 못하는 데스"

가끔씩 찾아오는 인간이 불쌍하게 생각할까봐 어느정도 숨어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엔 잔혀 오지 않아서, 배고픔을 안고 지낼 뿐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제 조만간 와줄 것인 데스"

……어리석게도

마음속으로 선생 실장은 중얼거렸다.
많은 인간들이 이 공원의 실장들을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데 그 인간만이 이 가족만 특별취급할 것이다?

그러나 입에서 나온 말은 생각과 전혀 달랐다.

" 그런 데스. 반드시 닌겐상이 밥을 가져다 주는 데스"

이제 전멸은 틀림없는 가족이겠다, 선생 살장은 앞으로 다른 길로 다니자고 생각했다.

집 없는 친실장을 감싸안듯이 잡고, 조심히 앉혔다.

"그럼 안녕인 데스"

짧은 인사를 하고 떠난다.
서운하다고 생각한 제자였지만 자기 곁에 편의점 봉투가 남겨진 것을 깨달았다.

"테챠아"

제자가 선생 실장을 바라보자 그 등은 이제 멀리 떨어져있다. 잠자코 머리를 숙일 뿐이었다.

하지만 감사를 받는 쪽은 전혀 기쁘지 않다.

"위선을 한 데스"

몰래 잔반을 두고 온 것은 제대로 넘겨주면 그 장면을 본 다른 들실장이 덮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 였다.
지금쯤 그 일가는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죽을 때가 약간 밀려났을뿐 결국 그 일가를 구할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래도 견딜 재간이 없는 선생 실장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일단 먹을 수 있는 잡초를 뽑아서 당장의 식사로 삼았다.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
공원의 들실장은 늘어나는데도, 먹이를 주러 오는 인간은 점점 줄어든다.
조그만 먹이를 놓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온다.
친실장을 잃고 우는 자, 그 자가 먹힐 때 지르는 비명소리.
튼튼한 나무 상자에서 쉬고 있는 선생 실장의 귀에 싫어도 들려온다.




"테지이이이이!"



가족을 위해 스스로 원해서 솎아진 불쌍한 자실장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실장석의 일상 33- 솎아내기 http://m.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1122)
익지 않은 쌀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선생 실장은 나무 상자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조금남은 데스"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시기를 기다린다.
그녀에게 공원의 멸망은 필연이다.
하지만 지금은 성체의 수도 많고, 굶주리고 있다 해도 아직 체력이 남아있어서 습격이라도 당하면 성가시다.

조금 더 굶주림이 이어져서 들실장들의 수가 줄어들고, 체력이 떨어졌을 때 이주를 시작할 생각이다.
공원의 구석에 있기 때문에 비축한 먹이를 꺼내면 노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 때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
휴대하는 먹이가 충분히 있었고, 체력을 비축한데다, 거추장스러운 자들은 없었다.
만전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준비였지만, 그것은 곧 파탄나게 된다.

그날 밤, 테치테치거리며 나무 상자 밖이 시끄러웠다. 틈새로 들여다보니 자신의 제자인 자매 3마리가 서있었다.

"무슨 일인 데스, 밖에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마마가 마마가 "

"마마가 돌아오지 않는 테챠아ㅡㅡㅡㅡㅡ"

"센세, 와타시타치의 마마가 돌아오지 않는 테챠아"

"……일단 안으로 들어오는 데스"

선생 실장이 재촉하는 제자들을 집안에 들였다.
문단속을 하고나서 3마리를 진정시킨 다음 사정을 들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2일 전에 마마가 밥을 찾으러 가서 돌아오지 않는 테치이!"

약간있던 보존식도 바닥나자, 그 자실장들은 선생 실장에게 의존하러 온 것이다.

"센세..."

"오마에타치는 여기에 있어도 좋은 데스, 대신 센세의 말을 절대로 듣는 데스"

"하이 테치"

"센세, 다른 자매들이 집에 있는 테치. 마마가 돌아올거라고 따라오지 않은 테치"

"다른 자매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데스..."

그렇다, 실장석이 다른 개체까지 걱정해줄 할 여유는 없다.
하물며 자기 집을 고집하고 위기를 이해 못하는 개체는 짐 그 자체가 아닌가.

이렇게 선생 실장은 제자 세 자매를 키우게 되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깨끗하지만 낡은 수건을 이불 삼아 3마리는 잠들었지만 그 집에서 아침은 일찍 시작한다.
페트병의 물로 세수하고 가벼운 아침 식사를 마치면 집 지키는 당번이다.

선생 실장이 돌아오면 모두 나가서 집 근처의 잡초나 먹을 수 있는 잎과 종자 등을 수집한다.
얼마 안되지만, 그것을 점심으로 삼았다.
불만스러운 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꾸짖었다.

"싫으면 돌아가도 되는 데스"

그 한마디로 자들은 순종하며 식사를 마쳤다.


"잠깐 나갔다 오는 데스"
라고 말하며 선생 실장은 나갔다.

……'바보같은 일을 시작했다' 라고 자조하고 있다.
자들을 맡은 이상, 이주의 성공률은 훨씬 낮아진다.

그런데도 쫒아내지 않고, 다른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선 첫번째.

박스의 뚜껑은 열려있고 안팎에 혈육이 낭자하다.

조심하면서 주위를 살폈지만 특별한건 아무것도 없다.

습격자는 이미 떠난 것이다.

가을 바람이 불어 박스의 뚜껑이 흔들린다.

말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선생 실장이었다.


두번째.

"데쟈아아아아아아! 오지 마는 데스!"

무시무시한 위협.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각오하고 있긴 했지만, 이제 이 친실장에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적인 모양이다. 일단 자기 자를 등에 숨기고 있다.

"센세..."

"마마와 사이좋게 지내는 데스-"

그렇게 말하고는 떠나갔다. 언뜻 보면 친실장은 자를 지키기 위해서 필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냉정한 판단력은 잃고 있다. 조만간 굶기 시작할 것이다.


세번째.

핏자국은 없지만 다른 실장들도 없다.

공원 내에서 도망 쳤는지, 아니면 이주를 택한 것일까.

"어느쪽이든 와타시의 손은 닿지 않는 데스"


네번째.

" 오지 마, 오지 마 테챠아아!"

"밥이 시끄러운 테치이이이~~~~~~~~!!"

장녀가 여동생을 짓누르면서 목을 물었다. 피가 쏟아지고 여동생이 절규했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네챠아아아아아아"

"맛있는 테치, 맛있는 테치!! 참지않고 바로 먹었으면 좋았을 테치!
매일매일 오마에가 먹음직스럽게 보여서 어쩔 수가 없었던 테치!
참고 견디기 힘들었던 테칫!"

"이제 그만둬 테치, 오네챠아아아~!"

" 맛있는 테치! 먹길 잘한 테치ㅡㅡㅡㅡ"

선생 실장이 다가와도 장녀는 그것을 모른채 계속해서 입맛이 당기는 대로 동생을 먹고 있었다.

"맛있는 테챠아아아아"

"테햐-----아--------------아---~~~~!"

얼마후에 동생은 그저 고깃덩이가 되어있었다. 그것을 맛있게 씹어먹는 장녀.

문득 그늘이 진 것을 알아차리고 보니 선생 실장이 아무 말 없이 서있었다.

"……이, 이건 다른 테치! 다른 테치!"

당황해서 옷에 들러붙은 피를 닦아낸다.

"와타시는 아무것도 말할게 없는 데스. 다만 오마에들이 걱정되서 보러 온 것 뿐인 데스"

" 다른 테치, 저, 정말로 다른 테치"

"……........안녕인 데스"

"오--------해--------인 테챠아아아아아"

입가에서 동생의 피를 흘리면서 장녀는 절규했다.


다섯번째.

시끄럽게 고기를 먹는 소리가 골판지 속에서 울렸다.
옆으로 길게 눕혀있는 골판지 안을 선생 실장도 볼 수 있었다.
무언가의 덩어리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성체 실장.
입에서는 대량의 피가 흐르면서 앞치마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따금 먹기가 힘든지 뼈를 내뱉고 있었다.

또다시 피가 묻은 하얀 뼈를 내뱉곤, 집 밖으로 던졌다.
그것이 선생 실장의 발밑에 굴러왔다.
그 뼈를 주워서 가만히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조금 늦은 것 같은 데스……"

골판지 안을 들여다보니 꿈틀거리는 고기 덩어리가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다리가 부러진 자들이 기어서 도망치다가 앞에 나타난 친실장에게 얻어맞고 있었다.

"마음대로 도망가지 마는 데스우우우!
와타시가 먹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데스우!"

" 싫은 테치이ㅡㅡㅡㅡ! 마마한테 먹히기 싫은 테챠아아"

"…… 악몽인 테치, 이건 꿈인 테치"

"마마는 와타시타치를 좋아한다고 했던 테치, 말했던 테챠아아아!?"

마지막으로 외치던 자마저 친실장에게 머리부터 물어뜯기고 있었다.
가책도, 망설임도 없이 본능에 따르고 있었다.
말 없이 지나가는 선생 실장이었다.

결국 어느 골판지에 가도 성과는 없었다.
아니 성과 따위 기대도 않했지만 가족끼리의 동족식 만큼 괴로운 것은 없다.
들실장이라고 해도 감성은 인간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환경에선 선생 실장처럼 세상을 비관하는 것은 당연하다.

'…… 그래도 와타시는 지금 집착하고 있는 데스'

그렇다, 체념하려고 하지만 좀처럼 그럴 수가 없어서 지금도 제자 소식을 신경 쓰고 다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멸했을 터인 벤치 밑의 일가를 보러 갔다가 놀라게 됬다.

"오랜만인 테치, 센세~"

일가는 아직 살아있던 것이다. 벤치 밑이라고 하는 악조건에서도.

"잘도 살아있는 데스"

"얼마 전에 처음 보는 닌겐상이 온 테치, 약속한 테치, 와타시타치를 키워주겠다고 말한 테치!!!!"
(* 실장석의 일상 43- 애호파 http://m.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67)
"정말인 데스우"

기운이 없는 친실장도 이때만큼은 웃음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힘내는 테치!"

……아무래도 말 뿐인 약속이다. 안타까워서 그랬는지, 재미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진심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데리고 돌아갔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달랐다.

"…… 잘 된 데스. 오마에는 좋은 자니까 분명 잘 될꺼라 생각했던 데스"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해버렸다.
그러나 진실을 말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고통을 늘리는 것 뿐 아닌가.
인사도 설렁설렁 하고나서 선생 실장은 일가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떠났다.
표정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심한, 정말 지독한 참상이다.
공원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리고 거리에는 빨강과 초록의 얼룩이 물들어있다.
옷 조각과 혈흔, 뼈의 일부까지 널려있다.

굶주린 공원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선생 실장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무엇인가를 서두르는 자실장들을 발견했다.

"너희들 뭐하고 있는 데스, 여긴 위험한 데스"
"센세! 테치!"

제자인 자매 4마리는 각자 손에 잡초나 나무 열매를 들고 있었다.

"마마가 다쳐서 움직일 수 없는 테치, 그러니까 와타시타치가 일하는 테치"

잘 보면 4마리 모두 더럽고 몹시 말라있다. 친실장 대신 일하고 있을 것이다.

" 알겠는 데스, 그래도 위험하니까 집까지 와타시가 배웅해주는 데스"

피곤할텐데 선생 실장이 따라간다고 하자 기운이 넘치는 자들.
콧노래를 부르면서 일행은 걸어갔다.
그때 숲에서 들실장이 뛰쳐나왔다.

운이 없었다.

"데스스스! 자들을 내놓는 데스! 자는 맛있는 데스!"

새끼를 먹고 살아온 개체가 침을 흘리고 눈에 핏발이 서서 일행을 노려봤다.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 자실장들. 한편 선생 실장은 평소와 다름없는 어조이다.

"........와타시를 모르는 데스?"

"알꺼같냐! 오마에도 자들과 같이 먹어주는 데스!"

동족식 하는 놈이 일행에게 덤벼들었다. 팔에 자신이 있었는지 정면으로 부터.
불행하게도 이 개체는 선생 실장을 몰랐던 것이다.

""""테햐아아!"""

자실장들이 비명을 지르고 눈을 감았지만 아무일도 안 일어났다.
살짝 눈을 떠보니, 동족식 하는 놈은 실신해서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거기에 선생 실장이 쭈그려서 앉아 있었다.

"센세, 어떻게 한 테치"

"이 녀석은 많은 동족의 자들을 잡아먹은 데스, 그러니까 벌을 주는 데스"

부지직하고 동족식 하는 놈의 머리카락을 뽑은 다음 옷을 찢었다.
죽기보다 괴로운 꼴을 당하게 하는 것이다.
완전히 독라로 만들고 난 뒤, 일행은 그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공원이 떠나가라 질러대는 비명이 들렸지만 일행은 멈추지 않았다.
(* 실장석의 일상 3 - 따뜻한 날 http://m.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5)

그리고 일행은 낡은 골판지 앞에 도착했다.

"마마! 다녀온 테치이!"

"밥 가져온 테치!"

"손님이 온 테치"

떠들면서 들어가는 4마리.
골판지 안에는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의 친실장이 자고 있었다.
그 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나서, 4마리가 들고 있던 적은 먹이를 빼앗듯이 가로채서 입에 쳐 넣고,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다.

자들은 꼼짝 않고 서있었다.

"테에 와타시타치의 몫이 "

" 모으는 데 하루종일 걸렸던 테치……"

" 시끄러운 데스! 터무니없이 부족한 데스! 마마가 낫지 않으면 오마에들이 굶어 죽는 데스!! 그게 싫으면 빨리 더 찾아오는 데스!"

"이제 무리인 데스, 그 자들의 체력은 이제 한계인 데스"

"오마에는 누구인 데스우!"

"같이 밥을 찾은 적도 있는 데스, 잊어버린 데스?"

"……오마에 데스카, 와타시는 나쁜 닌겐 때문에 다친 데ㅡㅡ스!
오마에가 끼어들지 마는 데스! 빨리 돌아가는 데스"

분명 그건 그렇다. 친이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이상, 자가 일할 수밖에 없다.

"…… 말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데스"

"마마! 센세는 와타시타치를 집까지 데려다 준 테챠"

" 다른 데스, 여기에 밥이 있는지 보러 온게 분명한 데스.
오마에타치도 냉큼 먹이를 찾아오는 데스!"

""""……........""""

입을 다물고 있는 자들에게 선생 실장이 다가가서 귓속말을 했다.

"이제 무리인 데스, 오마에타치는 와타시에게 와야 하는 데스"

"센세…… 그래도 와타시타치가 없어지면 마마 배고파서 죽어 버리는 테치"

"마마도 같이 가도 좋은 테치?"

"그건 무리인 데스, 친 까지 오면 모두의 밥이 부족해지는 데스"

"그렇다면 자매 4마리끼리 힘내는 테치. 센세, 감사한 테치"

아무리 노력해봐도 도저히 설득할 수가 없어서 선생 실장은 포기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자를 끔찍이 사랑하던 그 친마저 저렇게 되버리는 데스'

정말 자식을 끔찍이 사랑하는 개체였다.
자에게 좋은 것을 먹이려고 죽기 살기로 일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발을 놀리지 않고 음식을 찾아 다녔었다.

과자 조각을 찾아서 자에게 준다고 기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기아가 실장석에게서 무엇이든 모조리 빼앗아 버린다.
이 선생 실장이 말한 것처럼, 슬프게도 굶주리기 시작하면 자들이 먹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본능같은 것이라, 현명한 개체라도 대부분은 그 유혹을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친자가 서로 잡아먹는 그 광경이야말로 선생 실장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다.

드디어 공원의 붕괴가 시작됬다.




" 도와주는 테치, 센세~~~!"

선생 실장의 둥지인 나무 상자 앞에 자실장이 2마리 서있었다.

1마리는(공원에서는 그다지 드물지 않지만) 신발이 없었다.

또다른 1마리는 상당히 마른데다 안색도 나빴다.


"……일단 들어오는 데스"


문을 연 선생 실장은 집 안으로 들였다.


"마마가 돌아오지 않는 테챠아아! 집의 밥은 마마의 오네쨩이 가지고 간 테치"

"와타시의 자매까지 마마를 찾으러 가서 돌아오지 않는 테칫!"


2마리의 말은 우왕자왕했지만, 결론은 가족이 궤멸하고 둥지에서 도망쳐왔다는 것이다.
각각의 자매들도 있었지만, 도중에 낙오되고 말았다.
이 굶주린 공원에서 낙오된 자실장이 살아 있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이지만 그래도 선생 실장은 2마리를 격려했다.

"오마에타치의 자매들은 분명 무사한 데스. 우선 밥을 먹는 데스"

라며 귀중한 먹이를 세 자매와 이 2마리에게 배풀었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나서 선생 실장은 밖에서 자물쇠를 채운 다음 나무 상자를 뒤로했다.

남겨진 자실장들도 수가 늘어서 불안이 줄었는지 떠들썩했다.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나온 선생 실장이었지만, 드물게도 인간을 발견해서 주시하다보니까 아무래도 그 인간은 자실장을 버리고 갈 것 같았다.
남자는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자실장의 리드를 벤치에 묶고나서 뭔가를 외쳤다.

여기저기서 공원에 사는 들실장들이 나타났다.
남자가 떠나자 엄청난 속도로 남겨진 자실장에게 다가갔다.

그것은 즉, 먹이로 삼을 생각이겠지
(*실장석의 일상 41 - 초심자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65)

'……도대체 무슨 말을 한 데스'


조금 걱정됬지만 따로 볼일이 있으므로 앞길을 서두르는 선생 실장이었다.



선생 실장은 신중하게 버려진 골판지를 순회했다.
최근 굶어 죽거나 다른 들실장의 습격을 받아 텅 빈 골판지가 늘고 있다.
더구나 아직 살 수 있을 만한 것은 곧바로 강한 개체가 차지했지만,
어떤 들실장도 살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된 골판지에는 마땅히 변변한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4번째 골판지에서 선생 실장은 발견했다.
비바람에 썩은 골판지 속에서 회색 주머니를 들어올려 구멍이 없는지 확인했다.
꾀죄죄하지만 찢어지지 않았다.

선생 실장은 조금 미소를 지었다.



수확을 챙기고 돌아가는 선생 실장 주변에 혼자서 춤추는 자실장이 있었다.
조금 정신이 이상해 보였지만 다행히도 근처에 성체의 모습은 없었다.
있었다면 진작에 먹혔을 것이다.
(*실장석의 일상 40 - 실장댄스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64)

"오마에…… 무슨 일인 데스"


선생 실장을 올려다보는 자실장은 댄스를 그만두고 두런두런 말했다.


" 버려진 테치"

"........"


몇초 생각하고 나서 선생 실장이 말했다.


" 괜찮으면 우리집에 오는 데스?"

조금 사이를 두고 자실장은 반갑게 춤췄다.
자실장의 춤을 보고 선생 실장도 미소지었다.




행운이 찾아왔다고 생각할 정도 이상으로 준비가 진척되서 선생 실장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물론 기르기 시작한 자실장들을 고려하면 낙관할 요소는 줄었지만 준비가 전혀 안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또다시 선생 실장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번엔 성체이므로 그녀는 재빨리 허리의 막대기를 뽑아들었다.

"안녕한 데스우"
다소 느긋한 인사를 해오는 개체를 보고 선생 실장은 경계를 풀었다.

"오랜만인 데스"

그러고 보니 쓰레기장에서 알게 된 이 개체와 만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이웃 실장은 선생 실장에게 물었다.


"그 자는 어떻게 된 데스우"

"친이 죽어서 와타시가 돌보게 된 데스"

" 그런 데스카"

그렇게 말하며 애정 깊은 아웃 실장은 씁쓸한 얼굴이었지만, 문득 지인 실장이 선생 실장의 얼굴을 봤다.


"공원이 이렇게 된 데스, 혹시 벌써……"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 실장.


"이번에 이곳을 나가는 데스. 지금 만나서 다행인 데스"


조금 주저하다 말하는 이웃 실장


"와타시타치도 같이 가고 싶은 데스. 물론 식량은 직접 준비하는 데스"

"........"


어떻게 할까 선생 실장은 침묵했다.
그렇지만 몇 초.

"며칠 후의 일출에 공원의 가장 큰 입구에 집합하는 데스. 오지 않으면 먼저 가는 데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얘기하는 데스"

고개를 끄덕이는 이웃 실장은 준비를 하기위해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나저나 공원의 황폐함은 무시무시하다.
며칠 후 공원의 상태를 둘러본 선생님 실장은 비명을 듣고 회고했다.


"버리지 마는 테챠아아!"


자실장의 비명이 들려서 돌아보니 독라 자실장이 울면서, 떠나려고 하는 친실장을 바싹 뒤따랐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와타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테치! 혼자서는 공원에서 살아갈 수 없는 테챠앗!"

"자신의 일은 스스로 어떻게든 하는 데스"

"버리지 마는 테챠아아!"


자실장은 필사적으로 친실장의 발에 매달렸다.
친실장은 걸리적 거리는 자실장을 가차없이 구타하고 나서 다리를 꺾었다.


"테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정은 모르지만 독라가 된 자를 버리는 것 같았다.


"와타시는 나쁘지 않은 테챠아아! 와타시 혼자서 살 수 없는 테치! 살려줘 테치이이!"


절규하는 자실장에게 등을 돌린 채, 친실장은 접어놓은 골판지를 머리에 얹은 다음 짐이 담긴 편의점 봉투를 메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보호자를 잃은 자실장에게 성체 몇마리가 서로 견제하면서 다가가고 있었다.
선생 실장은 독라 자실장을 구하려고 했으나 거리가 너무 떨어져 있었다.


"마마! 버리지 말아 주는 테치!!!!"


처량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선생 실장은 포기하고 자신의 처소로 발을 돌렸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마! 마마! 먹혀버리는 테치! 와타시 먹혀버리는 테챠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실장석의 일상 40 - 실장댄스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64)



순찰을 마친 선생 실장이 상자로 돌아가던 길에 수풀에서 작은 그림자가 나왔다.

"센세! 도와주는 레치! 센세!"

엄지실장 하나가 울면서 뛰어왔다.


"집에 이상한 실장석이 온 레치! 마마가 당한 레치이이이이이!"


진정시킨 다음 엄지실장도 데리고 나무 상자에 도착하니 그 앞엔 주저앉아 있는 자실장이 있었다.


"……센세"

"이야기는 안에서 듣는 데스우"


나무 상자 속에서 이야기를 듣자, 기다리던 자실장네 일가도 궤멸한 것 같았다.
기다리던 자실장은 차녀였지만, 자매는 단 1마리도 살아있지 않다며 쭈그리고 앉아서 통곡했다.


"마마는 상냥했던 테치이이! 슬픈 일을 당한 사녀챠도, 모두 상냥했던 테칫! 어째서 모두 죽어버린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실장석의 일상 33- 솎아내기 http://m.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1122)

울고있는 차녀를 선생 실장이 쓰다듬어 줬다.


"어쩔 수 없는 데스, 어쩔 수 없는 데스. 오마에는 똑똑해서 언젠가 이해하는 데스"


다른 자실장들도 울상인 채로 바라봤다.



똑똑, 하고 밖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무 상자 안의 공기가 긴장한 상태에서 선생 실장이 막대기를 들고 살짝 틈새를 통해서 밖을 바라봤다.
여기저기에 피가 묻은 자실장 하나가 서있었다.

잘 보니까 오른팔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정신차리는 데스"

황급히 선생 실장이 뚜껑을 열고 자실장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오네쨩들이 오녀하고 육녀들을 덮친 테치.

말리려고 하니까…….

말리려고 하니까 와타시의 팔을 물어뜯어 먹어버린 테치.




와타시의 팔을 먹은 테치, 오네쨩이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자실장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서 선생 실장은 보호하게 된 자실장들을 바라봤다.


삼자매(원래 가족에서 삼녀, 사녀, 오녀).

몸이 약한 자실장(원래 가족에서 장녀).

맨발 자실장.

외부에서 합류한 춤추고 있던 자실장.

이 가운데 유일한 엄지실장.

차녀.

오른팔을 물어뜯긴 외팔 실장.

총 9마리 앞에서 선생 실장이 말했다.


"내일 아침 와타시타치는 이 공원을 나가서 다른 공원으로 이주하는 데스"


동요하는 자실장들은 놀라서 주변 동료들과 얘기를 나눴다.


"다른 공원이 뭐인 테치? 다른데도 공원이 있는 테치?!"

"공원에서 너무 떨어지면 큰 큰 절벽이 있어서 그 이상 못가는 테치! 해님, 별님들이 떠오르는 절벽으로 떨어지는 테치!"


선생 실장이 무서운 눈초리로 힐끔 쳐다보자 웅성거림이 진정되었다.



"오마에들도 알겠지만 일단 설명하는 데스.
이제 이 공원에서 살아가는 것은 무리인 데스.
밥을 주는 닌겐상이 거의 오지않는 데스.
밥을 찾으려고 해도 동료가 너무 많아서 아주 부족한 데스.
밥이 없다면 오마에들도 배가 고파서 죽을 수밖에 없는 데스……."



역시 가족이 붕괴한 자들만 조용히 귀을 기울였다.


"그러니 다른 공원에서 와타시타치는 다시 시작하는 데스.
도중 위험한 일이 많은 데스, 걸을 수 없게 되면 와타시는 두고 갈 수밖에 없는 데스.
그래도 계속 걸어 나가면 언젠가는 와타시타치는, 와타시타치는 도착하는 데스!"


선생 실장도 목소리가 커졌다.


"와타시들은 가족은 아닌 데스, 하지만 협력하면 반드시 도착할 수 있는 데스!"


그날 저녁은 충분히 나왔다.
들고 옮길 수 없는 양을 여기서 가득 배에 채워서 내일을 대비한다는 것이다.
선생 실장은 주머니에 식량, 물이 든 페트병, 수건 등을 넣었다.
나무 상자를 제외하면 모든 재산을 채워넣었다.
튼튼한 주머니를 입수할 수 없었다면 어느 정도는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비장의 귀중한 물품도 챙긴 다음, 잊은 물건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센세, 알고 싶은 테치"
"무슨 일인 데스, 내일은 일찍 일어나는 데스, 빨리 자는 데스"

"어째서 와타시타치를 데려가는 테치? 분명히 와타시타치는 짐에 불과한 테치"


비교적 현명한 차녀의 질문에 선생 실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소한 것을 묻지 마는 데스"

"거기다 센세는 엄청 똑똑한 테치, 정말로 신기한 테치"

" 새로운 공원에 도착하면 알려주는 데스"

"……........"

차녀는 질문을 포기하고 다른 자들과 섞여서 바닥에 누웠다.




"……와타시는 그냥 낙오자인 데스우"





……그녀들은 오랜만의 포만감에 잠긴채로 공원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





선생 실장은 조심스럽게 밖을 내다보면서 나무 상자 뚜껑을 열었다.


"그럼, 다들 출발하는 데스우"


다음날 해가 뜨기 전, 아직 공기가 차가운 어둠 속에서 일행은 조용히 나무 상자를 떠났다.

선생 실장은 주머니를 어깨에 매고, 허리에는 의지하는 나뭇가지를 매고 있었다.
자실장들은 엄지실장에 이르기까지 전원, 작은 자루를 목 뒤에 매고 있었다.
얼마안되는 먹이를 각각 나눠들고 낙오되거나 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선생 실장이 배려한 것이다.
(그 전에 낙오되면 살아날 가망은 거의 없지만)

일행이 공원 출구를 목표로 해서 가볍게 행진하는 와중에, 오른쪽에서 꿈틀거리는 덩어리가 있었다.
선두에서 걷던 선생 실장이 재빨리 멈춰서 경계하자 자실장들은 그 뒤에 서서 떨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눈을 크게 뜨자, 성체의 실장석이 1마리의 자실장을 안고 있었다.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 인걸로 봐서 무슨 공격을 받은 것은 틀림없다.


"……뭔가 있는 데스?"


이 공원에서는 어느 것도 방심할 수 없다.
혹시나 해서 선생 실장이 묻자 앉아 있던 부모 실장.


"갑자기 집이 습격당한 데스우. 몇마리나 다가와서 도망가는게 고작이었던 데스"


입을 움직이는 것도 힘든 것 같다.

점점 공원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선생 실장은 느꼈다.


"그쪽은 이런 시간에 어딜 가는 데스우"

"와타시타치는 다른 공원에 가는 레치!"


엄지실장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쉿'하고 차녀가 입을 막았다.

잠시 움직이지 않던 친실장이 선생 실장을 쳐다봤다.


"같이 가고 싶은 데스"

"부상당하면 데려갈 수 없는 데스"


쌀쌀맞게 대답했다.
발목 붙잡는 다친 실장석을 데리고 갈 이유도 없다.
거기다 다치지 않았으면, 그건 그거대로 성가셨겠지만.


"그래도"

"안되는건 안되는 데스"


친실장은 앉고있던 자실장을 바라보고 나서


"적어도 와타시의 자만이라도 데리고 가주길 원하는 데스"

"........"

" 좋은 자인 데스! 절대 폐가 되지 않는 데스우"


친실장은 눈물을 흘렸다.


"부탁인 데스! 여기 있으면 더이상 살아가지 못하는 데스우"


습격으로 집을 잃은 친실장도 이 상태로는 그렇겠지.
어디선가 작은 꾸러미를 꺼내든 친실장.

"콘페이토가 있는 데스! 이것을 줄 테니까 이 자를 데리고 가 주는 데스. 부탁인 데스……"

조용히 친실장을 바라보는 선생 실장.


"콘페이토! 콘페이토 레챠아아아아아!"


날뛰는 엄지실장을 맨발과 차녀가 억눌렀다.


"알겠는 데스. 데리고 가는 데스. 다만"


감사인사를 하려는 친실장을 막고 선생 실장은 말했다.
"와타시도 전력을 다하겠지만 반드시 그 공원까지 데리고 갈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는 데스. 그래도 괜찮은 데스?"


친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꾸러미를 내밀었다.
그리고 자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부터 이 아줌마 말을 잘 듣는 좋은 자가 되는 데스우"

"……마마는? 마마랑 떨어지기 싫은 테치..."

"마마는 여기서 집을 지키는 데스. 하지만 오마에가 좋은 자로 있으면 반드시, 꼭 만나러 가는 데스. 약속하는 데스. 그리고"


친실장은 콘페이토 외에 유일하게 남은 재산을 꺼내서 자실장에게 전했다.
아마 생애 마지막 선물이 될 작은 빗 하나.


" 소중한 소중한 빗도 가져가는 데스"


일행은 친자의 작별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마마"

"자, 이제 가는 데스. 마마는 오마에와 함께 해서 너무너무 즐거웠던 데스. 마치 꿈같은 시간이었던 데스"


친실장이 안고 있던 자실장을 선생 실장이 받아들자 두건이 살짝 벗겨져서 대머리라는걸 알 수 있었다.

가혹한 환경 아래라고는 해도, 무언가 끔찍한 일을 당한 것이다.
(*실장석의 일상 31- 머리카락 http://m.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32)

"……마마"


울먹거리는 것에도 불구하고 선생 실장은 안아 올렸다.


"……그럼 가는 데스"

"잘 부탁 드리는 데스"

"마마아ㅡㅡㅡ"

" 좋은 자가 되는 데스, 좋은 자로 오래 살았으면 하는 데스. 마마의 소원은 그것뿐인 데스"

"마마!"


대머리 자실장은 필사적으로 손발을 휘둘렀다.


" 싫은 테치, 함께, 함께 테치이~~~~~!"

"잘 지내는 데스"


친자를 떼어 내는 모양새로, 선생 실장은 걷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발소리와 대머리 자실장이 칭얼대는 울음 소리만이 어둠속에 녹아들었다.



"데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까 그 녀석이 있는 데스!"


그 소리에 선생 실장은 긴장했지만 그것은 아까의 친실장이 있던 부근에서 났다.하지만 벌써 꽤 떨어져 있었고, 어둠 속에 있는터라 상황을 알 수도 없었다.


"데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자실장을 내놓는 데스우! 와타시가 맛있게 먹어주는 데스!"

"데쟈아아아아아!!!오마에도 맛있어 보이는 데스우우우!"


여러 마리의 들실장이 친실장을 덮치는 듯 했다.


"마마? 마ㅡㅡㅡㅡㅡㅡㅡ마ㅡㅡㅡㅡ!"


대머리 자실장이 친의 위험을 알아채고 울부짖었다.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선생 실장은 달아나기로 했고 자실장들이 뒤를 이었다.

재빨리 돌아가면 친실장을 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도와주더라도 그 상처로는 공원에서 절대 살아남지 못할 것이고, 이주 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습격해온 집단이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동안, 일행을 데리고 이 자리에서 벗어나는게 상책인 것이다.
습격해온 집단은 부상당한 친실장을 입으로 물어뜯고, 돌로 내려치고, 큰 페트병으로 때리다가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마마~~~~~~~~~!!!!"





대머리 자실장의 비통한 절규는 친실장에게 도착했을까나.





***********************************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일행이 공원 입구에 도착하자 하늘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캄캄한 밤이 걷히면서 시내에 즐비한 건물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에 대머리 자실장 말고는 말없이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선생 실장은 그 자실장을 내려놓고 주위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봤다.
그녀에게 자연현상을 지켜볼 여유는 없었다.

특별히 들실장의 모습은 없었지만 새 골판지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

안에는 물어뜯긴 자실장의 시체가 세마리 분(아마도) 있었다.
근처에는 달아나려다가 먹힌듯한 친실장의 시체도 있었다.

'……아마도 버려진 데스'

사육실장이 지금의 공원에 버려지면 하루도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자들은 먹히고 친실장은 옷도 벗겨져 있었다.
(* 실장석의 일상 29 - 분부 http://m.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1017)


선생 실장은 비극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신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감회는 없다.
공원에서는 사육실장이 버려지는 일도,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곧바로 죽어버리는 일도 다반사이다.
들실장이 그런 일로 일일이 마음에 상처입어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잠시 후에 이전에 말해놨던 이웃 실장이 부풀어 오른 편의점 봉투를 들고 왔다.

뒤에는 자실장 5마리도 있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
후타바 아동 공원은 애호파의 먹이 주기와 방치로 인해 들실장의 증가와 기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선생'이라고 불리는 현명한 개체는 살아나기 위해 지금의 공원을 버리고 피가 이어지지 않은 자들과 신천지의 공원을 목표로 "이주"를 결행.
하지만 공원은 너무나 멀고 여로에는 위험이 많다.

이주 일행

선생 실장: 자기 자도 아닌 자실장들을 데리고 이주을 결행. 실장석 같지 않은 심려. 막대기를 잘 쓴다. 10마리의 자들과 다른 일가를 데려간다.


엄지: 이주 일행에서 유일한 엄지
대머리 자실장: 머리카락를 잃고 정신이 조금 나갔다
맨발: 신발을 잃어버렸다
장녀: 조금 몸이 약하다
차녀: 그녀의 가족은 솎아내기까지 했지만 결국 붕괴한 것 같다
세 자매: 일행 중 유일하게 혈연이 있는 자매로 삼녀, 사녀, 오녀. 똑똑하지 않지만 사이는 좋다.
외팔: 굶주린 자매에게 오른팔을 먹혀 제대로 재생하지 않음. 동족상잔의 참상을 겪고 정신 상태가 불안함.
댄서 자실장: 특징 - 댄스를 좋아함, 취미 - 댄스, 특기 - 댄스, 삶의 보람 - 댄스


아웃 실장:선생 실장과 아는 사이

상기의 자: 5마리의 자매




***********************************



황혼 속 공원 입구에서 선생 실장은 자실장들 쪽으로 돌아섰다.

"여기부터는 공원 밖인 데스,
오마에들은 지금까지 나와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데스.
무서운 짐승이나 사고가 잔뜩 있는 데스.
죽기 싫으면 반드시 센세의 말을 따르는 데스"


역시나 자실장들은 말없이 공원 밖을 바라봤다.
공원에서 태어나 공원에서 죽는 실장석에게 공원 밖은 무서운 별세계이다.

실제로, 성체조차 공원에서 나온 순간 목숨의 위험에 노출되는 데다, 자실장이라면 맥도 못 춘다.
하지만 공원에 계속 있으면 그녀들에게 미래는 없다.



선생 실장은 말했다.




"와타시타치가 가는 곳은 저 멀리 있는 공원인 데스.
도중에는 무서운 사람과 고양이가 많이 있는 데스.
물과 음식도 손에 넣을 수 없는 데스.
걸을 거리는 오마에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인 데스.
지옥보다 힘든 것도 있는 데스.
걸을 수 없게 된 자는 두고 가는 데스,
스스로 걷는 것을 포기하는 자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데스.
대부분은 죽는다고 생각하는 데스.
편한 일은 하나도 없는 데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데스.


하지만 하나만 약속하는 데스.
열심히 가면 언젠가는 도착할 수 있는 데스.
스스로 걸으면 걸은 만큼 가까워지는 데스
이것만은 틀림없는 데스"



진의가 통했는지 의심스러웠지만, 조금 간격을 두고 선생 실장은 동행하기로 한 친실장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하는 데스"





교통량이 많은 국도였지만, 아침이라 역시 차량의 모습도 드물었다.


"자! 지금인 데스!"


선생 실장의 구호와 함께 17마리의 대일행은 우르르 차도 건너편으로 뛰어갔다.

유일한 엄지 실장이 의외로 빠른 발로 맨 먼저 건너가다.
대머리 자실장과 외팔이가 느릿느릿 마지막으로 건너자 곧바로 트럭이 달려왔다.


"이놈도 저놈도 쓰레기뿐인 레치"


엄지는 늦은 2마리를 보면서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왜 이 위험한 길을 건넌 데스?"


숨을 헐떡이는 이웃 실장에게 선생 실장이 설명했다.
이대로 보도를 따라가면 개를 키우는 집이 있고 그 앞을 지나가게 된다고.


"이 시간 밖에 건너갈 수 없는 데스, 낮에는 위험해서 절대 무리인 데스"


부들부들 이웃 실장이 떨고있었다.
개는 좀처럼 실장을 덮치지는 않지만 역시 두려운 존재인 것이다.


"자, 어두울 때에 조금이라도 걷는 데스"


선생 실장은 일행에게 걸어갈 것을 재촉했다.
선두에서 선생 실장과 이웃 실장이 걸어가고, 자실장들이 줄줄이 뒤를 이었다.


"어두울 때는 인간도 적은 데스, 그래서 조금이라도 걷는 게 좋은 데스"


재촉하는 이유를 이웃 실장에게 말하면서 걸었다.



"앞으로 어디로 가는지, 예정은 어떤지 일단 설명해두는 데스.

한동안 닌겐의 집이 늘어선 장소가 계속 이어지는 데스. 쉬어가면서도 정오쯤에는 통과할 수 있는 데스.

그 앞에는 산이 있고, 비탈길이 나오는 데스. 낮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걸으면 어떻게든 언덕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는 데스.

거기서 하루 자는 데스.

내일은 아침부터 낮까지 내리막 길을 걷는 데스.

내리막 길이 끝나면 다시 닌겐의 집을 지나치는 데스, 그곳을 반나절의 반나절 정도 걸으면 공원이 나오는 데스.

즉, 오늘과 내일동안 열심히 걸으면 도착할 예정인 데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웃 실장에게는 상당히 난해했던지 질문조차 없었다.
그냥 걷는 동안 들려오는 말에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걸어본 적은 없는 데스"


그렇게 말하는 이웃 실장을, 선생 실장은 화를 내기는커녕 동정했다.
공원에 사는 들실장은 공원에서 태어나, 공원 근처의 쓰레기 더미를 뒤지다가, 공원에서 죽어간다.
공원 이외의 장소에서 사는 들실장도 생활권은 1km도 못 미친다.



『 이주 』는 들실장의 통상의 생활을 압도적으로 넘어서는 행위인 것이다.



"그런 일에 도전하고 있는 오마에는 대단한 데스"

"와타시는 그저 따라왔을 뿐인 데스"

라고 이웃 실장은 겸손하게 말했다.


아침 해가 솟아나면서 주위가 밝아지자 띄엄띄엄 통행인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테챠아! 닌겐 테치!"


자실장들은 시끄럽게 떠들었다.


"조용히 하는 데스! 죽어버리는 데스!"


이웃 실장이 진정시키려 했지만 흥분하는 자실장, 아침 산책을 하고 있는 초로의 남자 앞에서 시끄럽게 굴고있었다.
남자는 『 흘끗 』쳐다보고는 아무말 없이 지나갔다.

휴~ 하고 한숨을 내쉬는 선생 실장.


"아침은 닌겐도 바쁘니까 너무 관여하지 않는 데스. 이쪽에서 건들지 않으면"

일행을 노려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떠들어대는건 자살 행위인 데스! 좀더 조용히, 그리고 와타시타치의 말을 따르는 데스!"


"그래도 처음으로 가까이서 닌겐을 본 테치"

"이 녀석 잘난척 하고 있었던 테치"

"하나하나 사소한거 까지 시끄러웠던 테치"


이웃 실장이 데려온 자실장들은 불만이 가득한듯 했다.


"그렇게 말하면 안돼는 데스!"

"마마, 그래도 무사했던 테치"

"무사했어도 이제부턴 그만 두는 데스 !!"

"하이 테치"

"……자, 앞길을 서두르는 데스"

하고 먼저 걷기 시작하는 선생 실장에게 이웃 실장이 황급히 쫓아갔다.


"아직 어리니까, 아직 분별할 줄 모르는 데스"

"어리더라도"


선생 실장이 진지한 눈빛으로 이웃 실장을 바라봤다.


"어리더라도 위험은 용서하지 않고 절대 눈감아 주지 않는 데스"





***********************************
어느정도 계속 걷다보니 멀리서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테치?"

하고 자실장이 돌아봤다.


"닌겐이 잔뜩 오는 데스! 모두 조용히 옆으로 빠져서 지나가게 하는 데스!!"


선생 실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신속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이웃 실장을 제외하고 자실장들은 반응이 없었다.
돌아보니 테치테치 시끄러울 뿐이다.


"많이 오는 테치ㅡㅡ"

"제법 빠른 레치. 와타시 정도로 빠른 레치?"

"굉장히 많은 테치"


선생 실장이 일갈했다.


"옆으로 빠지는 데스! 그렇지 않으면 와타시가 죽이는 데스!!!!"


테챠아아! 하며 비명을 지르고 제자들은 주택지 쪽으로 몸을 붙였다.

하지만.


"대단한 테치. 점점 다가오는 테치!"

"잔뜩 있는 테치. 잔뜩인 테치!"



이웃 실장의 자들은 말을 듣지 않고, 그대로 보도에 서서 조깅하는 집단을 보고만 있지 않은가.



이웃 실장은 안색이 바뀌어서 자들을 1마리씩 옆으로 데려왔지만, 그 사이에 다른 자가 보도 가운데로 가버린다.
자 하나를 몰고오면 옆에 있던 다른 자가 길 가운데로 쫄래쫄래 가버린다.
뒤쫓느라 숨을 헐떡거리면서 이웃 실장은 일단 자신만 보도 가장자리로 빠졌다.


"오마에들-----!!!"


친실장이 외쳤다.



"빨리, 빨리 옆쪽으로 빠지는 데스! 빨리~~~~~~~!!"

"마마?"

하고 느긋하게 사녀가 돌아봤다.


"위험한 데스! 빨리 이쪽으로, 마마 곁으로 오는 데스!"

"그치만 싫은 테치!"

"........!"

"모처럼의 구경인 테치, 좀 더 보고 싶은 테치"

"그런 테치!"

"테!"


친자가 오가는 것을 선생 실장은 가만히 보고 있었다.
제자들을 길 가장자리에 밀착시키고 자신은 제자들을 감싸면서 엎드려 있었다.


" 괜찮은 테치,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ㄴ……"


그렇게 단언하는 사녀였지만 시선을 친에서 인간 집단으로 옮기자마자 입을 열지 못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까워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인간의 크기와 수에 놀랐다.
설령 도망치려고 해도 발이 떨리면서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비틀거리며 옆으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겨우 수 cm 밖에 움직이지 못했다.


"빨리, 빨리 움직이는 데스!!"


다른 자매도 겨우 위험을 자각했지만 역시 떨면서 도망가려고 해도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조깅 집단의 구호와 발소리가 급속도로 커졌다.
다섯마리 중 세마리는 친의 곁에 도착했지만, 두마리는 시간이 맞지 않는다.
그러자 선생 실장이 뛰쳐나가서 겨우 한마리를 확보하고 옆으로 뛰어들었다.
아슬아슬하다. 해상 보안학교 학생들 집단이 다가왔다.


"마마!"


학생들이 실장의 존재를 눈치챘는지 못챘는지 상관없이 도망치지 못한 사녀는 문자 그대로 유린당했다.



발끝으로 걷어차여 머리가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얼굴이 찢어진 통증을 호소하기도 전에 발 뒤꿈치로 허리가 거의 절단될 때까지 짖눌렸다.

도움을 구하려고 든 손이 밟혀서 완전히 짜부라졌다.

또다시 걷어차여, 아스팔트를 구르면서 피와 내장이 튀어나왔다.

떨어진 지점에서 신발 바닥에 밟혀서 등뼈가 분쇄됬다.

비명지르려는 입이 차여서 얼굴 대부분이 날아가버렸다.


인간 집단은 무른 자실장을 밟았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조깅을 멈추지 않았다.


산 채로 사녀가 걷어차여서 파괴되는 모습을 일행은 꼼짝도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조깅하는 무리가 떠나자 실장석들은 말없이 느릿느릿 일어서서 사녀 주위로 모여들었다.

아니, 사녀의 잔해라고 하는게 어울릴 것이다.

아스팔트에 지저분하게 짓밟힌 얼룩이 있었지만 사녀의 흔적이었다.



"........사녀"

"다음엔 바로 옆으로 빠지는 데스"




위험은 대상이 어리더라도 놓치지 않고, 용서하지도 않는다.





***********************************





일행은 다시 출발했다.

바로 아까의 인간 무리가 U턴 해왔지만, 이번에는 모두가 신속하게 몸을 피했다.


'……사녀의 죽음은 헛되지 않은 데스'


그렇게 선생 실장은 확신했다.

만약 아무도 죽지 않으면 방심한 채로 큰 위험과 조우해서 더 큰 희생을 냈을것이다.

그래서 사녀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고 나중에 이웃 실장에게 알려주려고 생각하는 선생 실장이었다.



하지만.




이웃 실장의 옷을 자실장이 끌어당겼다.

"마마. 발 아픈 테치"

"센세, 슬슬 쉬고 싶은 데스"

"........"

조금 걸을 때마다 이웃 실장의 자들이 쉬고 싶어한다.
부득이 멈춘 다음, 선생 실장은 이웃 실장과 함께 일행에서 조금 떨어졌다.

"잘 들어줬으면 하는 데스"

선생 실장이 말했다.


쉬기만 하고 전혀 진전이 없는건 위험한 행위임을.

비록 자가 울더라도, 멈춰서면 안되는 것을.

못 따라오는 자가 나오더라도 포기해야만 한다고.

지금은 인간이 적어서 괜찮지만 그 대신, 까마귀의 습격이 있을 수 있고, 멈춰있으면 좋은 표적이라는 것을.


"그러니 지금은 힘내는 데스"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히 아웃 실장은 고개를 저었다.


"와타시는 바보이지만 알고있는 데스.
사녀가 그렇게 죽고 와타시타치 가족은 마음이 부숴지고 만 데스.
하지만, 오마에가 데리고 있는 자들은 비참한 일을 극복한 자들 뿐인 데스"


얼빠진 눈빛으로 선생 실장을 바라봤다.


"여기서 이별하는 데스"

"…………조금만 더 힘내면,"

"따라오지 못하면 두고 가기로 했을 것인 데스. 와타시타치는 이제……"

"…….."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여기까지 데려다 줘서 좋은 꿈을 꾼 데스. 하지만 헤어지는 데스"

"…................"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선생 실장은 제자들에게 가서 큰 소리로 외쳤다.


"자, 출발하는 데스!"


제자들은 곧바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웃 실장의 자들은 무기력하게 주저앉은 채였다.


"정말 신세진 데스"


"오마에도……잘 한 데스.
다른 공원의 놈들은 그 공원이 끝나가는걸 느끼더라도 바깥 세계를 두려워해서 움직이지 않았던 데스
무섭더라도 공원 밖으로 나온 오마에는 용감하고 현명한, 훌륭한 데스"



감회가 깊은 듯 말한 다음, 미련없이 선생 실장은 제자들과 합류해서 씩씩하게 걸어갔다.

체력이 약한 외팔이를 위로하던 차녀가 선생 실장에게 다가갔다.


"센세, 그 일가는 이제 어떻게 되는 테치?"


"저 일가는 여기서 헤어지는 데스"


"........"


차녀가 남겨진 일가를 바라봤다.

그러자 전신주와 민가의 지붕에서 까마귀 몇마리가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센세, 검은 것이 오는 테치ㅡㅡㅡ"

"………!"


선생 실장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속도를 올리는 데스. 차녀, 오마에가 선두에 가는 데스.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는 데스"

말을 마치고, 선생 실장은 후미에서 주의깊게 후방을 살폈다.


"검은게 있는 테치!"

"햐! 검은거 무서운 테치!"

"빨리 도망치는 테치이이이!"


제자들은 공포심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까마귀는 이미 탈락한 일가의 주위에 내려와서 포위하고 있었다.

친실장이 위협하는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까마귀들이 기가 죽는 모습은 추호도 없다.




……그 일가는 이제 절대로 살아남지 못한다.




선생 실장은 깨달았다.

이제 자신들은 아무것도 못해주고, 오히려 도우러 갔다간 말려들어 포식될 뿐이다.

길동무의 전멸을 깨달으며 일행은 떠났다.




이주 거리 1km

신천지의 후타바 시립 운동 공원까지 앞으로 14km





여기까지의 이야기
후타바 아동 공원은 애호파의 먹이 주기와 방치로 인해 들실장의 증가와 기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선생'이라고 불리는 현명한 개체는 살아나기 위해 지금의 공원을 버리고 피가 이어지지 않은 자들과 신천지의 공원을 목표로 "이주"를 결행.
하지만 공원은 너무나 멀고 여로에는 위험이 많다.

이주 일행

선생실장: 자기 자도 아닌 자실장들을 데리고 이주을 결행. 실장석 같지 않은 심려. 막대기를 잘 쓴다. 10마리의 자들과 다른 일가와 동행


엄지: 이주 일행에서 유일한 엄지
대머리 자실장: 머리카락를 잃고 정신이 조금 나갔다
맨발: 신발을 잃어버렸다
장녀: 조금 몸이 약하다
차녀: 그녀의 가족은 솎아내기까지 했지만 결국 붕괴한 것 같다
세 자매: 일행 중 유일하게 혈연이 있는 자매로 삼녀, 사녀, 오녀. 똑똑하지 않지만 사이는 좋다.
외팔: 굶주린 자매에게 오른팔을 먹혀 제대로 재생하지 않음. 동족상잔의 참상을 겪고 정신 상태가 불안함.
댄서 자실장: 특징 - 댄스를 좋아함, 취미 - 댄스, 특기 - 댄스, 삶의 보람 - 댄스


아웃 실장:선생실장과 아는 사이 - 탈락

상기의 자: 5마리의 자매 -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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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주 동료 대부분을 잃고 충격을 받은 이주 일행은 입을 열지 않고 묵묵히 국도 27호선을 따라서 보도 위를 걸었다.
태양이 뜨기 시작하면서 주위가 밝아지자 한때 환했던 것이 보였다.

편의점이다.
자주 있는 일이지만 시골의 작은 슈퍼에서 편의점으로 체인지한 이 점포, 동업자는 근처에 하나밖에 없어서 제법 손님이 많았다.

그래도 아침에는 입지조건 때문인지 아무래도 사람의 출입은 적었다.


"……오마에들은 여기서 기다리는 데스. 와타시만 갔다오는 데스"


선생실장은 혼자서 주차장 안쪽에 있는 편의점 점포로 다가갔다.
그렇다곤 해도 주위를 경계하면서 인적이 없다는걸 확인한 다음, 쓰레기통 주변을 둘러봤을 뿐이다.

그런데 편의점 주차장은 씻어내서 때낸다고 하긴 했어도, 여기저기에 빨강과 초록색 얼룩이 달라붙어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들실장의 말로이다.


10마리의 자실장들은 아무 감회 없이 주차장 입구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새벽부터 계속 걷다보니 마침 잘됐다며 쉬는 것이다.

문득 대머리 자실장이 아스팔트의 얼룩 근처에 있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밥 테치……"


눌린 실장푸드가 아스팔트에 달라붙어 있었다.

포장지같은 작은 종이 조각이 근처에 떨어져 있었지만 엄지실장이 뛰어가기도 전에 바람에 날아가버렸다.


"밥 테치!"

"와타시도 원하는 테치!"


외팔이와 엄지실장이 다가가서 실장푸드의 잔해를 주워다 베어 물었다.
동그랗던게 차에 짜부러졌는지 아주 조금만 남아있었기에 금새 먹어치웠다.

다른 자실장들은 피곤했는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다만 맨발이만 주위를 이리저리 살폈다.


"왜저러는 테치, 맨발이는 "

라고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어느새 그들은 별명으로 부르는 것이었다.


"자, 출발하는 데스"


선생실장이 돌아왔다. 아쉽게도 수확은 없었다.


"센세..."
맨발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마는 편의점에 간 뒤로 돌아오지 않은 테치. 이모토챠들도 마마를 찾으러 가서 안 돌아온 테치"
(* 실장석의 일상 44 길거리 얼룩 -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68)

"................"

"그러니까, 이 편의점 주위를 찾아보고 싶은 테치"

"맨발, 그건 안되는 데스"


선생실장은 즉시 답했다.


"지금은 괜찮지만 여긴 언제 위험해질지 모르는 데스. 그리고 오마에의 가족들도 오마에가 일찍 떠나기를 바랄 터인 데스"


맨발은 잠시 시선을 떨어뜨렸다가, 그리고 기운차게 고개를 들었다.


"하이 테치!"

"자, 그럼 가는 데스"


선생실장을 따라서 일행은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치채지 못한채 길 위에 들러붙은 얼룩을 밟고 지나갔다.

일행이 다시 출발한 뒤, 근처의 어떤 남자가 와서 작은 골판지를 살짝 버리고 갔다.


……그 안에는 자실장 11마리가 들어 있었다…….
(* 실장석의 일상 5 태어난 뒤에 -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647)





***********************************





자실장만 잔뜩인 가운데도, 엄지는 제법 다릿심이 좋은지 무리없이 따라오고 있었다.


"와타시는 발이 빠른 레치, 이 정도는 괜찮은 레치"


자신만만하게 다른 자실장에게 말했다.


일행이 걷는 보도변에는 민가와 작은 상점이 늘어서 있어서 점점 사람이 왕래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아침은 누구에게나 바쁘기 때문에 일행에게 간섭하지도 않았다.


"이런"


하마터면 자실장을 밟을 뻔한 청년이 간신히 피하고 서둘러서 지나갔다.
사실 그는 이전에 실장석을 성체 1마리에 자실장을 8마리나 키우던 사람이다.
질려버려서 이제는 기르지 않지만.
(* 실장석의 일상 48 목걸이 - http://m.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72?)
질려버린 대상에 관계되는 것도 싫은거겠지.


일행이 순조롭게 가다보니 인도 위에 오래된 편의점 봉투가 떨어져 있었다.


"뭔가 있었으면 하는 데스"


선생실장은 신중하게 봉투의 입구를 벌려서 내용물을 들여다보았다.
무언가 담는 것이 있으면 안을 확인하는게 들실장의 상식이다.


"................"


몇초간 들여다보다 침묵하는 선생실장, 길가에 봉투를 되돌려놨다.


"그 봉투는 안보는게 좋은 데스. 자, 빨리빨리 움직이는 데스"
(*실장석의 일상 45 편의점봉투 -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69)


자실장들은 줄줄이 걸어왔다.
하지만 엄지는 일행을 떠나 편의점 봉투를 들고 내용물을 보려고 했다.


"엄지이이이이이이!"


배후에서 들려온 고함소리에 엄지는 움츠러들었다.


"와타시는 보지 말라고 한 데스! 빨리 걸어오는 데스!"

"하, 하이 레치!"


엄지는 허둥지둥하면서 일행의 후미에 붙었다.



일행이 계속해서 걷다보니 집밖에 나온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아침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공격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선생실장이지만, 아무래도 10마리나 딸린 대일행은 눈에 띄기 쉬웠다.

그 와중에 인가와 인가 사이에 잡초가 무성한 공터가 보였다.


'……여기에서 잠시 휴식할 것인가?'


하지만 공터라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냐~"


그 순간, 검은 고양이가 천천히 공터에서 나왔다.

선생실장도, 뒤에 서있던 자실장들도 굳어버렸다.

그것도 그럴것이 아무래도 고양이와 마주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

게다가 검은 고양이는 얼굴에 실장석의 피를 엄청나게 묻히고 있었다.

방금 전에 실장석을 사냥한 것이 틀림없다.


"................"


선생실장이 말없이 나뭇가지를 뽑아들었다.

부들부들 떨고있는 자실장들은 그런 선생실장의 등에 매달리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검은 고양이는 그런 일행을 쓱 쳐다보기만 하고 휙 지나갔다.

아무래도 지금은 사냥을 할 기분이 아니었던 것 같다.



"휴, 데스"


선생실장은 큰 한숨을 토했다.

만약 검은 고양이에게 습격당했다면 최악의 경우, 전멸할 상황이었다.


"무서웠던 테치, 무서운 테칫!"

"고양이인 테챠아아아!"

"고양이는 이제 없는 데스! 이제 없는 데스! 자, 출발하는 뎃스!"


큰소리로 자실장들을 격려하는 선생실장이었다.

울지 않도록 걷는 것을 재촉한 선생실장이었지만, 이 결단이 결과적으로 참사를 낳았다.




일행이 조금 가다보니 초등학생이 10명 정도 있었다.


"오, 실장석이다"

"아침부터 더럽게"


집단등교의 집합장소였던 것이다.

그리고 남자아이 두명이 일행을 눈치챘다.

거기에 집단등교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두사람이 눈짓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휙 돌아서서 외치는 선생실장.


"오마에들! 아까의 공터까지 전력으로 달리는 데스우!"


그때 이미 남자아이 둘은 달려오고 있었다.

모범을 보이기위해 선생실장은 자실장들보다 먼저 지나쳐온 공터를 향해서 뛰었다.

"무, 무슨일인 테치!"

"닌겐 테치! 닌겐이 오는 테칫!"


자실장들도 황급히 선생실장의 뒤를 쫓았다.

텟치텟치하며 지금까지 걸어온 보도를 달렸다.
뒤에는 압도적인 속도(실장시점)로 남자아이 둘이 다가오고 있었다.


" 달리는 데스! 달리는 데스우!"


그렇게 외치며 선생실장은 공터의 수풀로 뛰어들었고, 다른 자실장들도 뒤를 이었다.

하지만, 최초 반응이 늦은 엄지와 외팔이가 이제 소년의 손이 닿기 직전이었다.

엄지실장도 외팔이도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공터까지는 아직 거리가 멀어서 절대 잡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와타시는 죽기 싫은 레치!"


엄지는 그렇게 외치며 앞에서 달리던 외팔이의 발목을 걷어찼다.


"테차!"


짧은 비명을 지르면서 외팔이가 자빠지자 엄지실장이 그 옆을 지나쳐갔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놀라움과 아픔으로 외팔이가 비명을 질렀다.

남자아이가 먼저 등을 짓밟고 달아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또다시 분충 발견!"

"일단 구제하기로 할까"





***********************************





일행은 수풀속에서 외팔이에게 행해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공포로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떨면서 지켜봤다.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테차------~~~~!!!!"

우선 도망가지 못하게 양 무릎은 관절의 반대방향으로 구부렸다.


" 아픈 테치! 아픈 테치!! 아야, 아야------~~~~!!!"


빠직빠직하고 남아 있는 팔을 움켜줬다.


" 그만둬, 정말 그만두는 테치ㅡㅡㅡ!!!!!!!"



외팔이는 몸을 뒤로 젖히면서 비명질렀다.

나머지 팔도 떨어진 외팔이는 길 위에서 발버둥 치면서 괴로워했다.



"마맛, 도와줘 마마!! 아픈 테치! 닌겐상이 와타시를 아프게 하는 테치"


그런 그것을 남자아이 두명은 내려다보면서 웃었다.


"테치이야야야야아!!! 그만두는 테치! 그만 테치이이이!"

"도와주는 테차---------------~~~~!!!!"

"죽어버리는 테차! 정말로 죽는 테챠아아아아아!"

"마맛! 살려줘 테치 마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테, 치,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테차---------~~~~!!!!!!!!"

"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한히 계속될거라 생각했던 인간의 고문을 멈춘 것은 같은 인간이었다.







"탄고 군! 아마베 군! 그만둬!"


동창생인 듯한 여자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두 사람 곁에 다가왔다.


"이제 출발할 시간이라구?"

"네~"

"벌써 그렇게 됐어?"


말귀 좋은 두 사람은 다른 아이들과 합류해서 집단등교를 시작했다.


잠시 후, 실장석 일행이 수풀 속에서 나오자 인도에는 토막토막 해체된 자실장의 시체만이 남아있었다.



이주 거리 약 1.5km

신천지의 후타바 시립 운동 공원까지 앞으로 약 12.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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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의 일상 이주 II 제5화

여기까지의 이야기
후타바 아동 공원은 애호파의 먹이 주기와 방치로 인해 들실장의 증가와 기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선생'이라고 불리는 현명한 개체는 살아나기 위해 지금의 공원을 버리고 피가 이어지지 않은 자들과 신천지의 공원을 목표로 "이주"를 결행.
하지만 공원은 너무나 멀고 여로에는 위험이 많다.

이주 일행

선생실장: 자기 자도 아닌 자실장들을 데리고 이주을 결행. 실장석 같지 않은 심려. 막대기를 잘 쓴다. 10마리의 자들과 다른 일가를 데려간다.


엄지: 이주 일행에서 유일한 엄지
대머리 자실장: 머리카락를 잃고 정신이 조금 나갔다
맨발: 신발을 잃어버렸다
장녀: 조금 몸이 약하다
차녀: 그녀의 가족은 솎아내기까지 했지만 결국 붕괴한 것 같다
세 자매: 일행 중 유일하게 혈연이 있는 자매로 삼녀, 사녀, 오녀. 똑똑하지 않지만 사이는 좋다.
댄서 자실장: 특징 - 댄스를 좋아함, 취미 - 댄스, 특기 - 댄스, 삶의 보람 - 댄스

-탈락-

외팔: 등교전의 초등학생들에게 붙잡혀 무참히 죽음

이웃 실장: 이주 개시직후, 마음이 무너져버려 탈락. 까마귀의 습격으로 전멸

상기의 자: 5마리의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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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나쁘게 등교하기 전의 초등학생 남자아이에게 붙잡힌 외팔이가 산 채로 해체된지 조금 시간이 지났다.
수풀이 우거진 공터에서 선생실장이 주위를 경계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오마에타치도 나오는 데스, 이제 괜찮은 데스"

자실장들 9마리가 줄줄이 수풀에서 나왔다.
눈앞에서 이주 동료들이 참살당하는 광경을 봐온터라 어느 개체도 우울할 터였다.


"…… 불쌍한 테치"


차녀가 중얼거리자 선생실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도 와타시타치는 갈 수밖에 없는 데스. 자, 출발하는 데스"


느릿느릿 일행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엄지가 선생실장에게 말했다.


"외팔이에게 작별하고 오는 레치"


선생실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엄지는 혼자서 돌아가 원형이 남아있지 않은 외팔이의 시체에 접근한 다음, 아무도 보고 있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펫'



외팔이의 찌그러진 얼굴에 침을 뱉은 다음, 서둘러 일행의 최후미로 되돌아왔다.



이주 일행이 가는 보도는 국도변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 국도 27호선에는 대량의 자동차가 왕래하고 있지만 보도에 사람의 모습은 적었다.

초가을이라곤 해도 아직 태양은 뜨거워서, 들실장들은 햇볕에 그을리면서 걸었다.




30분 정도 걸어가다가 선생실장이 휴식을 명했다.
인가와 인가 사이의 틈새에 진 그늘로 자실장들을 넣고 자신도 마지막으로 들어갔다.
어둡고 썰렁한 틈새에서 모두들 앉아서 쉬기 시작했다.
아직 10시 전이지만, 일출전부터 활동하고 있는 일행은 이미 지친데다, 벌써 동료를 잃고 충격을 받았다.


'…… 쉰 다음 느긋하게 가지 않으면, 이 자들은 견디지 못한다.'


선생실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간 쉬고 나서 선생실장은 출발을 명했다.
또다시 행진을 시작한 일행이 가다보니 주택지로 들어가는 도로가 보였다.
선생실장은 경계하면서 선두에서 가다가 문득 쓰레기통을 발견했다.

잠깐동안 먹이의 보급과 위험의 가능성을 재본 다음, 전자를 택했다.
자실장들을 길 끝으로 유도한 다음, 엄한 어조로 명령했다.


"지금부터 저쪽에 가서 뭔가 있는지 보고 오는 데스.
위험하니까 오마에타치는 여기서 기다리는 데스"


쓰레기장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선생실장은 자실장들에게 말했다.


"하이 테치"

"다녀오시는 테치"


자실장들은 마침 잘 됐다고 주저앉아 선생실장을 순순히 보냈다.
하지만 엄지만은 선생실장의 등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쓰레기장에 도착해서 살펴보니 쓰레기봉투는 모두 그물로 감싸여 있었고 무엇보다 그물 바구니가 신경쓰였다.
뜯어진 머리카락을 쥐고있는 들실장이 커다란 원통형의 그물 바구니의 바닥에서 피범벅인 채로 움직임이 없었다.
그물 바구니는 높이가 1m정도로, 언뜻 보기에 공공장소의 쓰레기통과는 용도가 좀 다른것 같았다.

쓰레기장을 어지럽히는 들실장을 잡아다 쳐박아두는 전용 쓰레기통인 것이다.
이게 있으면 쓰레기장을 더럽히는 들실장을 죽이려고 일일이 사냥도구를 쓰거나 옷을 더럽히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서투른 인간이라도 어떻게든 들실장을 잡아다 그물 바구니에 넣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나머지는 회수업자가 처분하는 훌륭한 물건이다.

그 그물 바구니에 막 죽은 들실장의 시체가 있었다.
빠진 머리카락 일부를 손에 든채, 억울하다는 듯 무언가를 노려보며 죽어있다.

그물 바구니의 철망에는 아직 새로 흘린 피가 뭍어있는걸 봐선 죽은지 얼마 안된것 같았다.
즉 이 들실장을 죽인 인간이 아직 그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선생실장은 쓰레기 봉투의 먹이를 회수하는걸 포기했다.
제대로 쳐진 그물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성가신데, 거기다 이 주변의 인간은 실장석에게 호의적이지 않으니까.

대신 도움이 될 것 같은 비닐 조각을 주웠다.

그리고 되돌아갈려고 몸을 일으키자 두고 왔을 터인 자실장들이 잘도 모여있지 않은가.


"여기가 밥있는 장소 테치?"

"그 바구니를 보는 레치, 프치치치치치. 흉하게 죽은 레치"

"꼴 사나운 테치, 바보 테치. 프치치치치"


재미있어 하는 자, 비웃는 자, 음식이 없는지 둘러보는 자.
선생실장은 눈에 핏발을 세웠다.


"기다리라고 말한 데스우! 왜 오마에라가 여기 있는 데스! 와도 좋다고 한 적 없는 데스우우!"


갑작스런 고함 소리에 자실장들은 펄쩍 뛰었다.


"아까 죽은 외팔이를 벌써 잊은 데스! 부주의하게 행동하면 죽어 버리는 데스! 왜 말을 안듣는 데스!"


선생실장은 다소 냉정을 잃고 있었다.


"동료가 죽어 있는 데스! 어째서 그걸 안타까워 하지 않는 데스! 우리도 이렇게 될지 모르는 데스!

비록 공원에 도착한다 해도, 사육된다 해도, 와타시타치 실장석은 죽어 버리는 데스, 게다가 괴롭게 죽는게 대부분인 데스!

그런 종족이라면 적어도 동료들끼리는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데스!

죽어 간 가족들을 떠올리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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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으로 된 선생실장을 처음 본 자실장들은 조용해졌다.


"........그럼"


부들부들 떨고있는 자실장들의 머리를 선생실장이 토닥토닥 두드려줬다.


"이러고 있으면 절대 새로운 공원에는 도착할 수 없는 데스.
끔찍하게 죽을 뿐인 데스.
그러니 서둘러서 가는 데스. 여기에는 동료의 시체가 있는데다 위험한 데스"


조용해진 자실장들은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선생실장도 주위를 경계하면서 함께 걷다보니 그늘에서 자실장이 1마리, 뛰쳐나왔다.


"잠깐 기다리는 테치!"


엉겁결에 선생실장은 주머니 자루를 내리고 막대기를 들었다.


"수상한게 아닌 테치. 말을 하고 싶을 뿐인 테치!"


양손을 들고 악의가 없음을 드러내는 자실장.


"........무슨 일인 데스"


그러나 어딘가 성체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선생실장은 방심하지 않았다.


"와타시도 데리고 가줬으면 하는 테치이이!"


의외의 제안이었다.




***********************************




똑똑한 자실장이었다. 신상을 알기 쉽게 설명할 줄 알았으니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공원에서 더이상 살 수 없어 혼자서 살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한계 테치, 공원이 아니면 와타시타치는 살아갈 수 없는 테치. 제발 와타시도 데려가주는 테치"


뜻밖의 제의에 선생실장은 고민했다.


"물론 그냥은 아닌 테치!"


자실장은 비닐 팩 두개를 내밀었다. 투명해서 속이 보였다.


"콘페이토 테치!" "콘페이토 레챠아아!"


내용물에 놀란 자실장들이 소란을 피웠다.

진귀한 보물을 보고 떠드는 자실장들과 대조적으로 선생실장은 조용히 물었다.


"이건 어디서 구한 데스"

"마마가 줬던 물건인 테치, 만일을 위해 안먹고 가지고 있었던 테치"


보란듯이 말하는 자실장은 흥건해질 정도로 진땀을 흘렸다.

선생실장이 흉폭한 개체라면 콘페이토를 빼앗기고 자신은 죽어버린다.
그렇게 되진 않더라도 콘페이토를 빼앗길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콘페이토를 보이면 자신이 자기억제가 되는 개체라는게 증명될 것이다.


"알겠는 데스. 와타시의 말을 듣는다면 따라와도 좋은 데스"


자실장은 내기에서 이겼다.


"콘페이토는 하나만 받아두는 데스. 나머지는 오마에가 가지고 있는 데스"


거기다 콘페이토 한봉지로 참가료를 퉁쳤다.

안도한 자실장에게 선생실장이 일행을 간단히 소개한 다음 물어봤다.


"오마에를 뭐라고 부르면 좋은 데스?"

"와타시는 "


뭔가 말하려다 말을 삼키고 정정했다.


"십녀 테치. 십녀라고 부르면 되는 테치"

"그러면 곧바로 함께 출발하는 데스. 와타시 곁에서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는 데스"


이렇게 일행은 『 십녀』와 함께 재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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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걸어가는 속도는 빠르진 않았지만 별다른 위험 없이 순조로웠다.
드물게 행인도 있었지만 인간은 이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걷는 와중에 선생실장이 말했다.


"누군가 쓰러져 있는 데스"


키가 상대적으로 큰 선생실장은 보여도 자실장들은 보이지 않았다.
계속 걷다보니 도로 위에 한 자실장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분탓인진 몰라도 십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차녀가 뛰쳐나가 쓰러진 자실장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아직 숨쉬는 테치! 살아 있는 테치"

일행은 쓰러진 자실장을 둘러싸서 살폈다.
탁해진 눈은 감겨있었지만 아직 죽지는 않았다.


차녀가 주장했다.

"…….. 돕는 테치!"


엄지는 매정하게 쏘아붙였다.


"무리 레치. 이제 이녀석은 죽는 레치"


쓰러진 모습을 바라보던 선생 장은 고개를 젓는다.


"사정은 모르지만 도와줄순 없어 보이는 데스"

"아까는 십녀를 데려와준 테치!"

"십녀는 도울 수 있었던 데스, 하지만 이 자는 이미 늦은 데스. 그 차이인 데스"


물고 늘어지는 차녀에게 선생실장은 상냥하게 설명했다.
상냥하지만 선생실장은 냉정하기도 했다.
빈사의 자실장에게 관여하고 있으면 일행 전체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쓰러진 자실장이 슬며시 눈을 떴지만 일행은 알아채지 못했다.


차녀는 더욱 물고 늘어졌다.


"그래도, 데려가면 좋은 테치!"


참을성 있게 선생실장이 설명했다.


"오마에가 자신의 자매 몫까지 다른 자들을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데스.
하지만 이 자는 이제 도울 수 없는 데스"

"그런 테치! 이놈은 이미 죽는 테치. 도울 수 없는 테치!"


옆에서 새로 들어온 십녀가 외쳤다.
계속해서 두고 갈 것을 집요하게 주장했다.


"이 녀석은 이제 살릴수 없는 테칫!"

"이건 이미 죽은 테치!"

"돕다니 헛된 테치!"

"얼른 출발하는 테치이이!"


다른 자실장들을 향해서도 외쳤기 때문에 일행은 몹시 놀랬다.
대머리 자실장은 십녀의 서슬에 놀라서


"…테에에"


라고 힘없이 중얼거렸다.

쓰러진 자실장은 약간이지만 입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십녀는 목소리를 높혔다.


"이 녀석은 살아나지 못하는 테치! 도와주다니 헛된 테챠아아!"


문득 세 자매의 사녀가 쓰러진 자실장의 얼굴을 보았다.



"이거 우는 테치"



그렇다, 쓰러진 자실장은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삐쩍 마른 몸의 어디에 그만한 수분이 있었는지, 피눈물을 질질 흘리면서 아스팔트까지 적셨다.

잠시 일행은 눈물을 흘리는 녀석을 살폈지만 이제 도울 수 없다는 것은 차녀의 눈에도 분명했다.


"자, 이제 가는 데스"

마침내 선생실장이 자실장들에게 재촉했다.


"십녀, 이별이라도 하는 데스?"

"테, 이별같은건 필요 없는 테차! 이런 새끼 모르는 테치!"

"……................"

"……................"

선생실장과 십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이극고 선생실장이 걷기 시작했다.
자실장들도 뒤따랐다.

길가에 쓰러진 자실장은 남은 목숨을 소비하면서 일행에게 시선을 보냈지만, 이들은 멈춰서지 않았다.

(* 실장석의 일상 46 - 콘페이토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70)








이주 거리 2.5km

신천지의 후타바 시립 운동 공원까지 앞으로 11.5km






댓글 1개:

  1. 이거 끝까지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ㅠㅠ 어벤져스 엔드게임보다 더 재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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