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의 일상 (11) 여름방학


오늘은 여름 중에서도 햇빛이 강한 날이다.
문득 나는 유년시절을 떠올렸다.

그것은 아직 내가 천친난만한 어린아이였을 무렵의 이야기다.
여름방학을 보내던 중 어느 더운 날에 나는 근처에 사는 친구들과 함께 여름 축제를 보러갔었다...


예년처럼 나는 엄지실장을 사서 가지고 놀았지만 그 해에 산 엄지실장은 그때까지와 다른 결말을 맞이했다.

그 때 나는 ‘그 놀이’를 그만둬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건’을 계기로 엄지실장을 어떻게 번식시켜 판매되는 지 알아보게 되었고、
들엄지실장이 얼마나 가혹하고 짧은 생애를 보내게 되는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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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츄ー」

어두컴컴한 빛을 비추는 형광등이 있는 천막 안에서、엄지들은 이 세상에 태어났다。

「와타시가 마마 테치、모두 귀여운 자들 뿐인 테치ー」

물을 부은 플라스틱 용기에 엄지를 낳으면서、어미인 자실장이 새끼들을 물속에서 구해낸 뒤 솜씨 좋게 점막을 핥아주었다。친실장(어미)은 태어난 엄지 7마리가、전부 건강해 보이는 것에 일단 안심했다。

……‘혹시 이번에는、닌겐상이 이 자(새끼)들을 귀여워 해줄지도 모르는 테치’

그 어미와 새끼들은 가로, 세로, 높이 모두 30cm인 정도의 좁은 케이지 안에 있었다。
전후좌우에 있는 무수한 케이지에서、자실장이 엄지를 달래고 있거나、임신하지 않은 곳은 없었다。

「마마는 따뜻한 레츄、마마 정말 좋아하는 레츄ー」

5녀는 상당한 응석받이였는지、어미에게 철썩 달라붙었다。5녀는 잘 때도 손을 떼지 않아서 친실장은 이에 기쁜 마음이 들었지만、때때로 마음이 우울해졌다。

친실장 자신도 아직 한창 어리광을 부릴 때였지만、‘이 자들은 아직 미성숙한 테치。닌겐상에게 귀여움을 받지 못하면、살아남지 못하는 건 당연한 테치’ 라고 생각했다。

친실장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지 않아、자식들과 적당히 놀아준 다음 자식들을 교육했다。

그러나 교육한다고는 해도、어미 자신도 지성이 낮았기 때문에、그녀가 가르칠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닌겐상의 말은 마마의 말이라고 생각하고、닌겐상의 말을 잘 듣는 테치。
그러면、반드시、꼭 행복해질 테치」

엄지실장들이 레츄레츄 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봐서 그녀들은 어느 정도 어미의 말을 이해한 것 같았다。

친실장은 유치원생 정도의 지능도 없는 엄지를 훈육시키는 것이 무리라는 걸、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래도 ‘1마리라도 와타치의 자가 행복해지게 하기 위해、조금이라도 뭔가 하고 싶었던 테치’。

‘5녀는 어리광 부렸지만、다른 6마리보다 비교하면 조금 똑똑한 것 같은 테치’。

라고 친실장은 생각했다。

「닌겐상이 말하는 대로 하면 좋은 레츄、알겠는 레츄、닌겐상을 마마와 같다고 생각하는 레츄」

친실장이 엄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을 때、옆 케이지에 있던 친실장이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는 테치! 닌겐 따윈 우리들을 쓰레기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테치!」

「무、무、무、무슨 말을 하는 테치!」

「너도 알고 있을 거 아닌 테치! 우리들이 엄지를 많이많이 낳았지만、그 누구도 돌아오지 않은 테치!」

「분명 엄지들은 다른 닌겐상이 길러주고 있는 테치、그 엄지들은 정말 행복해졌을 테치」

「웃기는 소리 하지 마는 테치이ーーーー! 좁은 우리 안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자를 낳는 것 밖에 안하는 우리들의 자인 테치、너는 눈이 멀은 테치이!!!」

히스테리 상태에 들어가기 직전에서 외친 그 소리에 천막 안에 있던 실장 가족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자가 불안해하고 있는 테치、이제 그만하는 테치ー!」

「와타치는 와타치의 자가 걱정되서 그런 것뿐인 테치ー!!!!」

「오、꽤 많이 태어났는데」
문을 열고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바인더에 끼운 쪽지에 무언가 쓰면서、남자는 케이지 앞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벌써 7마리나 태어났나、아주 좋은데」
남자는 5녀의 가족을 바라보며 기뻐했다。

……이 닌겐상이 주인님인 레츄?

5녀가 작은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으면、남자는 옆 케이지로 이동했다。

「이쪽도 태어난 것 같으니、출하해볼까」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눈을 부라리면서、옆 케이지에 있던 친실장이 위협을 했다。

「자는 절대 넘겨주지 않는 테챠앗! 태어난지 3일밖에 안 된 테챠앗! 마마가 없인 이 자들은 곧바로 죽어버리는 테챠아!」

4마리의 엄지가 떨면서 어미에게 달라붙어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자는 넘겨주지 않는 테챠! 지금까지 태어난 자들도 돌려내란 테챠!」

피눈물(색깔 있는 눈물)을 흘리면서、그 옆 케이지에 있던 친실장은 공포에 발을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저항했다。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케이지의 뚜껑을 열고 친실장을 잡고서、
방 한구석에 있던 깊은 상자 속으로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챠아아!!」

그리고 남자는 케이지 앞으로 돌아와 어미를 잃은、엄지들이 서로 뭉쳐 떨고 있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골판지상자에 집어넣어버렸다。

「58번은 쓸 수 없게 되버렸나。뭐 그래도 일흔 여덟 번이나 출산했으니깐 상관없겠지」

비어 있는 케이지 앞에서 남자는 쪽지에 무언가 쓰고서、다른 케이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다른 케이지에 있던 실장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새끼를 들어올리고 인간에게 내미는 어미도 있었고(이 때 새끼는 다만 울 수밖에 없었다)。

떨면서 버텼지만、가볍게 딱밤(원문:デコピン)을 맞아、울면서 케이지 한 구석으로 도망치는 것도 있었고。

인간에게서도 자식에게서도 등을 돌리고 있는 웅크려 앉아있는 것도 있었다。

어찌되었든 남자는 100여 마리쯤 되는 엄지실장을 골판지에 집어넣은 뒤、그 골판지를 가지고 문밖으로 자취를 감췄다。


「「「「「「레챠아아아앗!!」」」」」」

겨우 자신들에게 무엇이 일어났는지 이해한 5녀의 자매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무서운 레츄、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무서운 레츄’。
그녀들은 성대하게 빵콘하면서 좁은 케이지 안을 뛰어다녔다。
괜찮은 테치!、라고 친실장이 말했지만 그 말은 헛되이 흩어져버렸다。

「무서워할 건 아무것도 없는 테치、마마도 조금 떨어져 살지만、거기 있는 닌겐상의 말대로 하면 무서워할 건 아무것도 없는 테치! 거기엔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집이 있는 테치、모두 행복하게 되는 테치」

5녀는 공포에 떨면서도 지금까지 몇 가지 배운 게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힘은 너무나 강해서 자신들이 맞설 수 없다는 것。
옆 케이지에 있던 친실장처럼 대들어봤자、간단히 슬픈 일을 당한다는 것。
자신들도 곧 어딘가에 끌려간다는 것이었다。

……마마의 말대로、닌겐상이 말하는 대로 해서 좋은 자가 되는 레츄。좋은 자가 되면、다시 마마하고 살 수 있는 레츄。

한 번 어미하고 떨어지면 죽을 때까지 얼굴도 보지 못하고 고작 상품으로 밖에 취급 받는다는 것을、5녀는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매일 엄지가 끌려 나갈 때、남자는 드물게 저항하는 친실장이 있으면 잠자코 깊은 상자 속으로 던져버렸다。
5녀가 태어난 지 3일째 되던 날、그녀들 앞에 인간이 서있었다。친실장은 이제 단념했다는듯한 어조로 새끼들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들은 와타치의 자인 테치。 닌겐상이 말하는 대로 하면……」

친실장이 말을 마치기 전、인간은 엄지들을 집어들었다。테치테치!라고 어미는 계속 무언가 말했지만 엄지들의 비명소리에 묻혀 어미의 말은 들리지 않게 되었다。
골판지에는 선객으로 30마리 정도의 엄지가 있었고、언제나처럼

「마마、마마……」

「마마가 없는 레츄ー!」

「레츄우!레츄우!」

라고 울고 있었다。5녀의 자매도 레륜 거리며 울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엄지들을 아랑곳하지 않고、골판지를 다른 방으로 옮겼다。그 방은 큰 작업용 책상에는 남자가 가져온 것과 유사한 골판지가
몇 개인가 있었고、그 골판지들 안에선 레츄레츄 우는 소리가 났다。

그 방 안에선 작업원들이 손을 뻗어、엄지들의 상태를 확인한 뒤 색이 있는 마크가 붙여진 골판지로 하나둘씩 옮겨가기 시작했다。

작업원은 아주 빠르게 엄지를 집어 들고 외견을 확인한 뒤、대부분의 엄지를 파란 마크가 붙여진 골판지에 넣었다。

작업원이 드물게 시간을 들여서 확인한 엄지는、빨간 색 마크가 붙여진 골판지에 넣어졌다。그 골판지에는 작은 글씨로 ‘특’이라 써져있었다
그 상자에는 엄지들 중 드물게 섞여있는 양질의 엄지를 분별해 담은 것이었다。

흑색마크를 붙인 골판지도 있었으며、거기에는 작은 글씨로 ‘폐기’라고 써져있었다。

불안한 듯 5녀와 6녀는 서로 끌어안았지만、그녀들은 작업원의 목장갑에 잡혀 집어 올려졌다。

「레챠아아아! 5녀 오네챳(언니)!」

「레챠아아ー!?」

6녀는 도와달라고 했지만 무력한 5녀는 비명을 올릴 뿐이었다。
6녀가 위를 올려다보면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레촷!」

집어올려진 6녀가 작업원의 손을 물었다。엄지의 이빨로는 장갑을 뚫을 수 없었기에、작업원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작업원은 집게손가락을 물린 채로、6녀의 머리를 누르기 위해 엄지에 조금 힘을 주었다。

레햐

메추리알이 깨지는 것처럼 쉽게 6녀의 머리는 부서져버렸다。

작업원은 울고 있는 엄지들 위에서 가차 없이 선별작업을 진행했고、그것에 한층 더、엄지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계속 울어댔다。

수십 마리 중 1마리 정도가 방금 전 6녀처럼 흉폭한 행동을 하거나、장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폐기처분 당한다。

작업원이 폐기처분당한 엄지들의 시체를 무자비하게 던져대는 광경에、엄지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빵콘하게 되었지만、5녀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더욱、친실장의 말을 생각해낸 것이다。

……닌겐상은 대단한 레츄、절대 닌겐상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슬픈 일을 당해버리는 레츄

5녀는 자신이 선별될 차례가 되자 몸을 떨었지만 날뛰지는 않았다、작업원은 5녀를 1초 만에 확인을 끝마치고
그녀를 파란 마크가 붙여진 골판지에 넣었다。

골판지의 뚜껑이 닫힌 뒤、골판지는 곧 다시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

이번 과정에선 선정을 마친 엄지들이 출하되는 것이었지만、엄지들은 그것을 알 길이 없었다。엄지들은 아주 어두운 골판지 안에서 겁에 질려、울고 있었다。

트럭이 짐받이가 흔들릴 때마다 골판지 안에서 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에선가 골판지가 내려졌을 때、다른 사람이 그 뚜껑을 열었다。그로부터 보여 지는 광경에、엄지들은 숨을 삼켰다。
엄지들이 처음으로 본 바깥의 광경。그것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장면이었다。

그 혼잡한 광경에 엄지들은 소리를 질렀다。

「레츄아아아아아아ーーーーーー」

엄지들은 여름 축제 기간 동안 열리는 노점상에 팔리게 된 것이다。

남자는 골판지 두 개를、나란히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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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마리 3000원。2마리 5000원」

그렇게 쓰여진 큰 패가 붙여졌다。남자의 노점상에선 다른 간단한 완구도 팔고 있었지만、그 노점상의 주요상품은 엄지실장이었다。

「실장석 주세요!」

아이들이 금세 노점상으로 몰려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골라주겠다고、아이들을 좋아하는 남자가 대답을 했다。초등학생 중학년정도 되는、남자아이들은
‘이게 좋아’、‘저게 좋아’ 라고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그러나、엄지들은 거대한 아이들의 모습을 괴물이라고 판단했다、

「마마아! 무서운 레츄! 마마아ー」

「레챠아ー!!!!」

엄지들은 서로 얼싸안으면서、눈물을 흘렸다。싫다고 말하면서 머리를 흔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광경에 익숙했기에、거리낌 없이 엄지들을 집어 들었다。

5녀는 잔돈이 오고간 뒤에 길러지게 되는 엄지들을 보고、눈물을 글썽이며 두려워하다가 곧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닌겐상이 길러주는 레츄?

길러주게 된다면、이야기는 달라진다。골판지 한구석에 있던 5녀는 움직이면서、활발하게 자신을 어필하기 시작했다。하지만、5녀는 어떻게 어필해야 될지 몰랐다。
5녀는 선택되기 위해서 아주 열심히、여기저기 돌아다니고、손을 흔들어 보았다。심지어 아양까지 떨었다。
이윽고 그런 5녀를 본 소년은 손을 폈다。엄지에게 그 손은 크고 따뜻했다。

대금을 치르고 가게를 떠난 소년을、5녀는 올려다보았다。

……레츄-웅、잘 부탁 합니다 닌겐상♪

5녀는 힘껏 인사했다。그것을 알아차렸는지、소년은 웃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물론、서로 간의 대화는 통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너는 강해 보이는구나。올해에는 네가 나한테 승리를 가져다주길 원해」



10명 정도의 소년들이 엄지를 2, 3마리씩 산 다음、신사 뒤쪽으로 돌아갔다。

어떤 사람도 없는、나무숲과 신사 사이에선 오직 4명의 소년만 있을뿐이었다。

「전부 모였나? 좋아、그럼 시작해볼까!」
아이들은 각자 자신이 산 엄지들을 꺼냈다。5녀가 소년의 손에서 둘러보면、
자신의 자매인 장녀(첫째)・차녀(둘째)・5녀・7녀가 있었다。자매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떨뿐이었다。

「아아、실장석 제군들、오늘은 후타바 콜로세움에 잘 왔다! 여기서 너희들은 목숨을 건 승부를 해야 된다!
강한 자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고、승리한 자가 강한 것이다! 어디까지나、패자는 죽을뿐이다」

사회자 흉내를 내는 소년은、린갈을 사용해 떠들어대고 있었다。
경쾌한 사회자 소년의 말에 엄지들은 다만 놀라서 말없이、위를 올려다보면 히죽거리며 웃고있는 소년들이 있었다。

「아ー 올해 녀석들아 좀 알아먹으라고」

「그랬으면 좋겠네、지난 녀석들과 같지 못 알아먹으면 안 되는데」

「그래도、좀 이제 알아먹었으면 좋겠다고」

「잠깐 크크크크크큭큭。전에 도망가는 녀석들을 전부 짓밟은 니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잖아 크큭」

「규칙은 간단하다、일 대 일 승부에서 서로 죽이는 거다。뭐 완전히 상대를 죽이는 건 너희들한테 무리니깐、
죽였다는 기준은 심판에 판단에 따른다。지는 녀석은 주인이 마음대로 처리하겠지만、대부분 짓밟혀버린다。이기면 포상을 받을 수 있으니、
모두들 힘내라고!」

그래도 아직、엄지들은 소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소년들은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사회자 소년이 엄지 1마리를 꺼냈다。

「너희들 모두 돈 내고 산거니깐 잘 좀 알아먹으라고」

「그러게 말이야、이 녀석들 실제로 보지 않으면 역시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사회자 소년은 천천히 엄지의 두건을 빼앗았다。

「레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두건을 빼앗긴 엄지는 비명을 질렀다。그것을 보고 있던 다른 엄지들도 비명을 질렀다。
본보기가 된 엄지실장은 앞치마를 빼앗기고、옷은 찢겨져버렸다。
엄지들은 소년들의 손위에서 라실장(알몸 실장)이 되어버린 충격에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말하는 대로 하지 않는 녀석은、이런 벌을 주겠습니다」

목숨과 같은 옷을 빼앗겼지만、엄지들은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사회자 소년은 힘없이 있던 엄지의、머리카락에 손을 댔다。
엄지는 비명을 지르기에 앞서 먼저 위를 올려다보았다。
방금 전 본보기로 써진 엄지는 머리카락을 쥐어졌지만、옷을 상실한 충격에 반응이 둔해져버린 것이다。

그러나、앞 머리카락이 손에 붙잡혔을 때、그 엄지는 레햐아앗아아!라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울어버렸다。

「뽑지 마는 레치이!뽑지 마는 레치이!마마에게 받은 정말 소중한 머리카락인 레휴! 뽑아버리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아、돌아가지 않는 레츄ーーーーー!!!!」

그러나、간단하게 엄지의 앞 머리카락은 뽑혀버렸다、그리고 뒷 머리카락도 뽑혀버렸다。사회자 소년은 연출하는 것이었는지、뽑은 머리카락을 뿌려버렸다。

「싸우지 않거나 상대를 끝장내지 않으면、이런 꼴을 당하게 됩니ー다。기권은 일절 인정하지 않습니다ー」

「레햐아!독라가 되기 싫은 레햐아!」

「머리를 뽑지 마는 레햐아! 옷을 가져가지 마는 레햐아아ー!!!」

「말하는 대로 하는 레챠! 뭐든지 하는 레햐아!」

엄지들은 공황상태 직전까지 몰렸다。

엄지들은 설마 이렇게 소년들이 폭력을 휘두를 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5녀도 상상도 못할 사태를 당해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럼 2007년 후타바 콜로세움 개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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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마리의 엄지가 땅에 놓여졌다。아무것도 없는、그저 땅에 말이다。그래도 일단 땅에는 지름 1m정도 되는 원이 그려져 있었지만、
신장이 5cm 정도밖에 안 되는 그녀들에게는 그 원은 터무니없는 크기로 느껴졌다。그녀들은 무심코 자신이 앞으로 나갈까봐 걱정하지 않았다。오히려、
관중인 소년들이 더 이상 다가오지 않기를 바랐다。

선수가 된 2마리는 떨면서 눈물을 흘리며 움직이지 않았다。
갑자기 싸우라고 해도、그녀들은 실감할 수 없었던 것이다。다만 그녀들은 소년들이 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독라가 되어버린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몸을 떨고 있었다。

소년들은 그녀를 둘러싸고 떠들어댔다。

「빨리 싸우라고!」

「실장 킥이다! 실장 펀치다!」

「이빨을 쓰라고、바보야」

선수 중 1마리가 주위를 둘러보니、큰 인간이 손뼉을 치고 있었다。지금 상황을 견딜 수 없어、그 엄지는 일단 주인이라고 인식한 소년의 발 근처로 도망갔다。

……‘무리인 레츄 닌겐상! 무서운 레츄아아아!!’

그 엄지의 주인은 쭈그려 앉은 채、오른손을 엄지를 앞에 갔다댔다。

‘살았다’라고 엄지가 생각했을 때、다시 올려지고 그 순간、소년은 그녀의 안면에 딱밤을 놨다。
그 일격으로 그녀는 날아가 버려 원 중앙으로 되돌아가버렸다。피로 흥건한 얼굴、토끼 같은 입(△형 입)은 찢어져버렸고、이빨 2개가、떨어져나갔다。

「레햐아아아아아아아아!!!!!!!」

「기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3000원이나 냈다고、죽을 각오라고 싸우란 말이야!!!!!!!!」

화난 목소리를 들어 더욱 울어대는 엄지。

사회자 소년은 근처에 있는 본보기로 사용했던 엄지를 집어 들었다。그 엄지는 독라가 되어 하염없이 울어대고 있었다。

엄지를 보여주며 린갈을 갔다대고 사회자 소년은 웃으며 말했다。

「다음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옷이라고ー?」

「레햐아아!」

방금 전에 맞아서 생긴 공포와는 다른 공포에 엄지는 비명을 지르면서、피를 흘린 채로 상대 엄지에게로 다가갔다。

「레햐아」 「레쟈아」

두 마리는 부딪히면서、서로 뒤엉키게 됐다。

「기、기다리란 레챠아!」

아래쪽에 있는 엄지가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독라는 싫은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단번에、올라 타있던 엄지가 상대를 때려버렸다。짝짝、힘없는 타격이었지만 그 공격을 하염없이 맞은 엄지는、
비명을 지르고 얼굴이 순식간에 찌부러졌다。한편 때리는 엄지도 손이 삐뚤어져 피가 나고 있었다。

약자 대 약자의 목숨을 건 시합이 시작된 지 5분정도 지나고 있었다。

「좋ー아、스톱!」

심판을 맡은 소년이 시합을 중단시켰다。2마리는 흥분하고 있었지만、숨이 차올라서 움직일 수 없었다。
시합 내내、올라탄 엄지가 아래 있던 엄지를 계속 때려댔기에 결과는 다음과 같이 결정되었다。

「승자! 고바야시ー!」

승리한 그 소년은 “와”하고 환성을 질렀다。

「너、참 잘해줬어」

고바야시라고 불린 소년이 주머니에서 콘페이토를 꺼내서 자신의 엄지에게 주었다。흥분하고 있던 엄지였지만、단 냄새에 이끌려 콘페이토를 먹고。

「레챠아! 달은 레챠아!」

「이기면 포상을 줄테니깐、힘내라고」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단맛에、엄지는 필사적으로 콘페이토를 핥았다。

「제기랄、간단히 져버린 거냐고! 맞기만 하다니、너 너무 약한 거 아니야」

승부에 진 소년은 일어나지 못하는 엄지를 집어들었다。엄지의 얼굴은 삐뚤어지고 입에선 작은 소리밖에 내지 못했다。

……레、레챠아。마마…아퍼、아픈 레챠아。

아직 친실장의 따뜻함을 기억하고 있던 엄지는、너무나 멀리에 있는 어미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엄지에겐 달리 도와달라고 할 상대가 없었다、왜냐하면 주위에는 악의를 품고 있는 존재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마마、마마아!」

「너는 필요 없어」

소년은 엄지를 움켜쥐고、높이 들어올렸다。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지 보기 위해、엄지들은 그 곳에 시선을 집중시켰다。들어 올려진 패배한 엄지는、운이 나쁘게도 자신이 무엇을 당할지 알아버렸다。

엄지는 눈을 번쩍 뜨고 절규했다。

「아직 죽고 싶지 않은 레챠아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원 정중앙으로、엄지는 떨어져 작게 터지고 튀는 소리와 함께 녹색과 적색의 얼룩이 퍼져나갔다。

「「「「「「레햐아아아아!」」」」」」

그 광경을 지켜본 엄지는 수없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그것으로 인해 가장 머리 나쁜 엄지도 상황을 이해했다。이건 상대방을 죽여야만 한다고。

싸우지 않으면 독라가 되고、지면 자신들을 가차 없이 죽여버린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들은 아직 생후 3일밖에 안 되었다。


그러나 3일밖에 안 되었어도 그녀들은 죽을 수도 있는 싸움을 강요당해버렸다。


「좋아 가라、슈퍼 그린!」

「때려 부셔 하이 에메랄드!」

소년들은 장난감에 임시로 이름을 붙였다。실장석에게 이름을 붙여진다는 것은

……‘와타치는 특별한 존재인 레치이’

라고 자각시키는、살아있는 동안 거의 경험할 수 없는 이벤트였다。

그러나 엄지들은 설마 서로 죽이는 공간에서 이름을 부여받을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린이 조심조심 에메랄드를 때렸다。맞은쪽은 「레챳」이라는 소리를 내며 울었지만、
이 세상에서 누구도 자신을 구해주지 않는 다는 것을 이해하고、
더 이상 울지 않고 힘껏 그린을 때렸다。

때리고、맞는다、때리고、맞는다……。

어떻게 보면 그건 레챠레챠、레챠레챠 거리면서 서로 장난치는 모습처럼 보였다。

힘없는 엄지였지만 눈물을 흩날리면서、죽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상대방을 때렸다。

「죽고 싶지 않은 레치이!」

「와타치도 죽고 싶지 않은 레챠아!」

엄지들 토끼 같은 입을 열어 이빨을 보이고는 그렇게 소리쳤다。

그녀들은 삶에 대한 갈망에、전력으로 상대방을 때렸다。

때릴 때마다 상대의 땀과 눈물이 흩날렸다。

때릴 때마다 자신의 눈물과 땀이 흩날렸다.

「오마에가 죽으란 레챠아!」

「너야말로 죽으란 레챠아!」

그렇게 서로 번갈아 때리다보면、얼굴이나 손엔 피가 흐르고 있었고、머지않아 그녀들의 몸은 상대방의 피와 자신이 흘린 피에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에메랄드는 얻어맞던 중、발이 미끄러졌다。엄지 중에서도 머리가 컸던 그녀는、꼴사납게 넘어져버리고
그린은 그런 에메랄드를 지체 없이 차기 시작했다。틱틱 그린이 복부를 차면、에메랄드는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죽어!!!!!
죽어 레챠!죽어 레챠!죽어 레챠!죽어!죽어!죽으란 레챠아ーーーーーーー!」

조용히 상대방을 차도 됬던 그린은、괜히 체력을 낭비해버려서 숨이 차올랐다。
그러나 에메랄드에게는 반격의 여지가 없었다、그녀는 짝짝 발차기에 맞아、토끼 같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마마、아픈 레츄、마마아!!」

「오마에가 죽으란 레츄! 와타치는 살아서 행복해 질 레챠아아아!」

일방적인 승부였다。그린은 넘어져 어미에게 살려달라는 에메랄드를 계속 차고 있었다。

심판은 그린의 승리를 확정하고、주인들이 두 마리를 떼어내었다。떼어내기 직전까지、그린은 계속 에메랄드를 차고 있었다。

그린은 차고 계속 차야만 자신이 살아날 수 있다고、생각한 것이다。

「너、노력했구나。도중까지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니깐 말이야」

너덜너덜해져버린 에메랄드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주인은 손에 그녀를 앉히고、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레、레츄? 죽이지 않는 레츄?

벌벌 떨고 있는 에메랄드도、소년의 온기를 느껴 침착해졌다。

「야、뭔가 본보기로 벌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라고 사회자 소년은 말했다。그리고 그 말대로、본보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엄지는 사투를 벌이게 되는 것이다。
만약 섣불리 온정을 베풀면 승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랬었지、라고 말하며 소년은、안심하기 시작한 에메랄드를 양손으로 찌부러뜨려버렸다。

레챳!

아래위로부터 압력을 받아、싱겁게 에메랄드는 찌부러졌다。
등뼈가 부러지고、내장이 파열되고、머리가 함몰됬다。그리고、에메랄드는 원 한구석에 버려졌다。

……레、레챠……

빈사상태인 채로、에메랄드는 방치되었다。
원의 중심에서는 다음 시합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억지로 그녀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어리고 덧없고 무력한 존재임에도 전력을 다해 싸웠다。

레쟈아아아아아아아!!!!!

레츄아아아아아ーーーーーーー!!!!!!

레치이이이이이!!!!!

쟈아아아아아아!!!!!

패배한 엄지들은、차례차례 투기장의 얼룩으로 변해버렸다。엄지들은 반드시 상대방을 끝장내지는 않았지만、흥분한 소년들은 잔혹하게 패자를 죽여 버렸다。


5녀는 떨고 있었다。그녀는 정말로、이길 자신이 없었다。그러나、그녀의 머릿속에서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진 동료들은 죽어버리게 되고、승리한 동료는 크게 기뻐하는 주인으로 부터、맛있어 보이는 콘페이토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5녀는 이기면 포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자 소년의 말을 떠올렸다。

5녀는 조심스럽게、레치레치、레치레치 거리며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응? 무슨일이야 시이」

아무래도 5녀는 ‘시이’라고 이름지어진 것 같다。5녀는 자신의 이름을 깨닫지 않은 채、어떻게든 자신의 의사를 주인에게 전달하려고 했다。
소년은 5녀가 목숨을 구걸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사회자 소년한테 힌갈을 빌려 시이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왜 그래、말할 게 있다면 말해보라고」

「레!……닌겐상、승리하면 포상을 받을 수 있는 레츄?」

「그래、포상으로 콘페이토를 준비해놨어」

라고 소년은 말하며 준비한 콘페이토 주머니를 5녀에게 보여줬다。잠시 동안 콘페이토 주머니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시이는、겨우 고개를 돌려 소년을 바라보았다。

「혹시、와타치가 이기면、마마하고 같이 길러주길 바라는 레츄……」

5녀에겐 온화해 보이는 주인이었지만、소년은 입을 꾹 닫아버렸다。시이는 그 순간동안 심장이 터질 정도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마마에게 수없이 인간이 말하는 대로 하라고 들었음에도、시이는 자신의 요구를 내세웠다。

……‘그래도、그래도 마마도 행복해지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는 레츄’

「좋아。그 대신 너는 전부 이겨내야 한다고?」

소년은 선뜻 대답하고、린갈을 사회자 소년에게 돌려줬다。

너무나 간단하게 허락을 받아、시이는 놀라 굳어버린 채로 멍청하게 있었다。그러나、지금 시합에서 이기고、계속 이겨나간다면 마마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에 정신을 차렸다。

‘승리하는 레츄。승리해서 마마와 함께 살 레츄’。

결의를 다지는 시이、하지만 투기장에서는 새로운 패자가 목숨도 구걸하지 못한 채로 얼룩으로 변하고 있었다。


*************************************


투지를 불태우고 있던 시이는 소년의 손에서 투기장으로 내려졌다。상대방은 이미 투기장에 서 있었지만、토끼 같은 입을 이를 딱딱 떨고 있을 정도로 겁에 질려있었다。

……‘이길 수 있는 레츄’

시이는 그렇게 확신하고、이 시합은 승부도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죽음의 시합 개시!!」

시이는 심판의 손에 쳐져 미끄러……졌지만 그 전에 상대방은 도망가、주인인 소년의 운동화에 딱 달라붙어있었다。

「무리 레츄 무리 레츄!! 죽어버리는 레츄ーーーーー!」

아마도 상대방은 동료가 피투성이로 되어버릴 정도로 얻어맞은 광경에、완전히 전의를 잃어버린 듯 했다。
소년은 엄지를 한심스럽게 보며 운동화에서 떼어내고

「널 살려고 2500원이나 썼으니 그만큼 활약하란 말이야! 적어도 1승 정도는 해보이란 말이야! 다음에도 도망치면、독라로 만든 다음 공원으로 보내버린다」

소년이 린갈을 사용하지 않아 엄지는 그 말의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소년의 살의만큼은 충분히 알게 되었다。

「레햐아아아아ー」

절망한 목소리를 지르며 엄지는 투기장으로 돌아갔다。시이는 레치레치 함성을 지르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오、오지 마는 레츄!!!!」

「죽으란 레츄ーーーーーーーー!」

상대 엄지에게 회심의 일격이 먹혀들었다! 타악。
그리고 바로 시이는 계속 때리기 시작했다。틱、틱、틱、틱。

「레챠아아아아」

겁쟁이였던 엄지는 방어 한 번도 하지 못한 채、여기저길 얻어맞아 울어버리고 말았다。

1분도 안 된 채、무력한 겁쟁이인 엄지는 쓰러져버렸다。시이는 그런 상대방을 마치 북을 치듯이 손을 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렸다。

「죽어! 죽어! 죽으란 레츄ーーー!」

「마맛!……아퍼、아픈 레츄、마마아!!! 마마……마마」

「오마에가 죽으란 레츄! 오마에가 죽어야 와타치가 마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레츄!」

마마하고 살 수 있다、라는 그 말에 겁쟁이 엄지는 반응했다。그리고 몸을 돌려、시이의 발을 이빨로 깨물었다。

「레챠!」
예상외의 반격에 시이는 물러났고、상처투성이인 겁쟁이 엄지는

「와타치도 마마하고 만나고 싶은 레츄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이렇게 말한 뒤 일어서 시이와 맞서기 시작했다。

오오、라고 감탄하며 바라보는 소년들은 곧 환성을 질렀다。
무력하게 짝이 없는 엄지가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은 재미있긴 했지만、시합이 단조롭게 진행된 것에 소년들은 싫증이 났던 것이다。
그런데 소년들은 설마、시이의 상대였던 엄지가 저 정도로 당해놓고 반격한다고 생각하진 못했기에 환성을 지른 것이다。

겁쟁이 엄지는 과감하게 반격태세로 바꿨다。
탁、그 날카로운 일격에 흔들린 시이는、곧 자신의 주인이 실망하여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봤다。

「레츄!」

버림 받는다、마마와 만날 수 없다、라는 생각에 시이는 다시 일어섰다。
환성을 받으면서 시이는 상대방에게 돌진했다。그리고 몇 번、시이의 손이 상대의 큰 눈을 때리자、겁쟁이 엄지는 절규했다。
겁쟁이 엄지의 오른눈은 찌그러져서、피가 흘렀다。그 즉시 시이는 상대의 목덜미를 이빨로 깨물었고、상대와 함께 쓰러져버렸다。

……“죽어、빨리 죽어버리란 레츄!!”

벌벌 경련하는 겁쟁이 엄지。이빨에 잘려버린 그녀의 목에서는 엄청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심판은 시이가 승리했다고 판정하고、시합을 종료시켰다。

「잘했어 시이」

주인은 기뻐하며 더러워진 시이를 닦아주며 아주 기뻐하고 있었다。왜냐하면 올해만큼 좋은 시합은 이전에 없었기 때문이다。

휴ー、휴ー

패배한 엄지는 조금이라도 숨을 쉬어보겠다고 입을 여닫고 있었지만、그 엄지의 주인은 그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

「레」

패배한 엄지는 시원스럽게 짓밟혀버렸다。
반면 시이는 영양드링크를 마시며 다음 시합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전히 투기장에서 사투는 계속 일어났고、패자는 짓밟히고 승자는 포상을 받게 되었다。

「살아남는 레츄、행복해지는 레츄!」

첫 승리에 자신감을 얻은 시이는、다시금 투지를 불태웠다。

「무슨 말을 하는 레츄?」
포기할 대로 지친 목소리。그 목소리는 옆에 있던 소년의 손에 쥐어져 있던 시이의 자매가 낸 목소리였다。

「차녀 오네챠!」

「5녀쨩、계속 누군갈 죽인다면 너도 언젠간 죽게 되는 레츄。
닌겐은 우리들을 쓰레기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레츄。
계속 승리해봤자 최후는、옆의 케이지에 있던 오네챠가 집에는 지금까지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레츄……」

「차녀 오네챠는 마마의 말을 잊은 레츄? 닌겐상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레츄!」

「……닌겐의 말대로 해서、많은 동료들이 슬픈 일을 당한 레츄。너는 눈앞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데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레츄?」

……‘확실히 싸운 이후에 반은 죽어버린 레츄。그래도、그건 져서 그런 거인 레츄’。

「이기면 포상을 받을 수 있는 레츄。닌겐상에게 부탁했더니、마마도 같이 길러준다고 약속을 받은 레츄!。괜찮다면 차녀 오네챠도…」
머리를 흔드는 차녀。

……‘그런 약속을 하는 인간이 서로 죽이라고 명령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약속을 지킨다고 해도、5녀가 승리하면 차녀가、차녀가 승리하면 5녀가 죽어버리는 것은 명백한 것이다。그러나 그렇게 말해봤자 5녀는 알아먹지 않을 것이다’라고 차녀는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

「5녀쨩、그리고……남을 다치게 만드는 건 나쁜 짓인 레츄」

「레츄우우우!!!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하는 레츄! 이건 우수한 사육실장을 가리는 싸움인 레츄、
그리고 와타치는 5녀쨩이 아닌 레츄! 와타치는 시이인 레츄!」

그렇게 5녀는 자신이 이미 사육실장이 된 것처럼 말했다。

차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쓸데없는 대화를 중단시켰다。

……‘장녀 오네챠도 죽어버린 레츄、우리들이 살아남을 리는 없는 레츄’


*************************************


아주 무의미하게 엄지실장 몇 마리는 죽어버렸다。

울며 소리 지르다가 동료에게 죽어버리고、아니면 인간에게 죽어버렸다。

엄지실장들은 조금 남아있던 동료의식마저 없어져버렸고、다만 살아남기 위해 서로 죽이고 있었다。

시이는 사투를 벌이던 중에 죽이기 위한 기술을 닦아나갔다。시합은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었고、그 결과 엄지들은 5마리밖에 살아남지 못했다。

그 5마리 중에는 차녀도 있었다、그녀는 행운이 따랐는지 아직 살아 있었던 모양이다。

「좋ー아、마지막은 배틀 로얄이라구。5마리 모두 동시에 싸워서、살아남는 놈이 승자가 된다!」

시이는 시합이 개시된 동시에 돌진하기 시작했다。시이는 망설이지 않고 다른 1마리를 밀어 넘어뜨린 후 때리기 시작했다。
넘어진 엄지는、모든 힘을 다써버렸는지、레에에엥 이라고 울었지만 곧 비명소리로 바뀌고、엄지는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심판은 시이가 이겼다고 판정하고、패배한 엄지를 투기장 밖으로 끌어냈다。

「주、죽이지 마、죽이지 말란 레츄앗!」

그 엄지의 주인은 가차 없이 엄지를 얼룩으로 바꿔버렸다。

그 순간에도、시이는 넘어진 엄지 1마리를 완전히 넘어뜨려 때리고 있었다。
승패가 결정되어、패배한 엄지는 자신의 주인이었던 소년의 손에서 손발을 움직여대고 있었다。

「……챠! 안 되는 레챠앗!……와타치를 죽이지 마는 레챠아아아아아아!!!!!!
마마!마마……살려줘 마마아!!!!」

패자는 머리부터 지면에 부딪혔다、그리고 그 순간 시이는 차녀와 대립하고 있었다。

차녀는 결승전에서 싸우지 않고 체력이 남아있는 반면、시이는 연전을 거듭해 숨이 차오른 상태였기에 단숨에 결판을 지을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 짧은 순간에도、차녀는 필사적으로 시이를 설득했다。

「5녀쨩、이제 그만두는 레치。……우리들이 서로 죽여 봤자 닌겐만 즐겁게 만들뿐인 레치
우리들은 자매인 레치、어떻게든 둘이서 살아가자는 레치」

「차녀 오네챠……」

시이는 전신이 땀투성이었지만 점차 숨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여동생에게 등을 돌리고、차녀는 소년들에게 레치레치거리며 말을 걸었다。

「닌겐상……。이 아이는 와타치의 자매인 레치。이제 서로 죽이는 건 그만 두고 싶은 레치。
그래도 계속 싸우라고 한다면……차라리 와타치와 5녀쨩을 죽여주길 바라는 레치」

「응? 이 녀석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링갈이 없는 소년이 심판을 보자、심판이 그 소년에게 통역한 내용을 알려주었다。

「서로 죽이느니、차라리 자매하고 함께 죽여달래。이 녀석들 서로 자매라는데」

「헤에、상냥한 언니구나」

「우리들보다 훨씬 났는데」

「우리들은 이제 서로 죽이기 싫은 레치、이제、싫은 레치。
모르는 상대를 죽이는 것도 싫었는데 하물며 자매를 죽인다니 그건 참을 수 없는 일인 레치。
우리도 닌겐상 같이 가족이 소중한 레치……」
눈물을 흘리면서、차녀는 혼잣말을 계속했다。

「……마마를 만나고 싶었던 레치이」

소년들은 전부 조용해졌다。
상품으로 산 실장석이었지만、소년들은 설마 실장석이 이렇게 지성 있는 대화를 할 줄은 몰랐다、이를 통해 소년들의 실장석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

누군가가、무슨 말을 하고 있는 순간、그것은 일어섰다。

시이가 차녀의 배후를 덮친 것이다。그리고 시이는 언제나처럼 몸통박치기를 한 다음、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빈틈인 레치이!!!!! 차녀 오네챠는 너무 방심했던 레챠아!!」

망설임 없는 시이의 공격에 제대로 방어하지도 못한、차녀는 여기저기 맞은 상처에서、피가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만둬、그만두는 레챠아! 5녀여어쨩!」

「……!」

언니의 그 말에、시이는 안색을 바꿨다。

「5녀가 아닌 레치이! 와타치는 시이인 레챠아! 사육실장인 레챠아!」

구타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누구도 이대로라면 차녀가 당할 거라 생각했지만、심판이었던 소년은 그렇지 않았다。

심판은 왠지 지금까지처럼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다른 소년들로부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았음에도 심판은 계속 가만히 엄지들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의심을 한 건、시이도 마찬가지였다。언제나와 같이 승리했다고 판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판정이 내려지지 않아 구타는 계속됐고、시이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져가 머리가 어지러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제 좀…!」

시이가 심판에게 불만을 말하는 순간、탁、하고 아래에서부터 시이는 일격을 맞았다。그 일격은 턱에 적중해、지면에 누워버린 시이는 일격이 날라 온 쪽을 바라봤다。

시이를 날려버린 차녀는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부탁하는 레치、이제 그만두길 원하는 레치이」

시이는 연전을 거듭했기에 체력이 떨어진 반면、차녀는 체력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차녀는 별로 시이에게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이다。심판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있던 것이다。

차녀는 만신창이인 상태에서도 계속 말을 했다。

「이 아이는 정말로 상냥한 아이인 레치、마마를 만나고 싶다는 그 마음만으로 난폭하게 됐던 것뿐인 레치……
혹시 마마를 만나게 해준다면、어떻게든 보상하는 레치이」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의 어미는、어디에 있는 거지」

「사육장이야、거기서 이 녀석들은 대량으로 태어나지。저번에 후타바 TV에서 봤어」

「태어나자마자 어미로부터 떨어진단 말이야」

「음……。그렇게 되는 건 좀 불쌍하구나」

이상하게도 소년들의 마음속에선 동정심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건 차녀의 진지한 자세가 소년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야、어미의 곁으로 돌려보내는 건 가능한 일일까?」

「나도 몰라。그래도 조사해서 어느 사육장에 어미가 있는지 알아내면、친실장을 살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사육장도 실장석을 팔기 위한 곳이니깐、친실장을 살 수 있는 건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야」

「분명 현내에 사육장이 있던 거 같아」

소년 한명이 차녀의 얼굴을 바라다보았다。

「……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마마와 만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레! 감사하는 레츄! 감사하」






   
별안간、차녀의 머리에서 피가 분출했다


차녀에게 말을 하고 있던 소년의 얼굴에도 피 몇방울이 튀었다



「죽는 건 오마에인 레치! 죽어! 죽으란 레치이이이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시이는 배후에서 차녀의 목을 깊이 물어뜯었다。

차녀는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눈을 크게 뜨고 여동생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차녀는 엄청난 출혈과 정신적 충격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다만 피눈물을 흘리면서 경련할 뿐이었다。

그리고 차녀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지면에 쓰러졌다、하지만 시이는 몸에서 힘을 풀지 않았다。

(죽어! 죽으란 레치이! 마마하고 함께 사는 건 와타치만으로도 충분한 레치이!)

본래 그런 성격이었는지、아니면 극한상태에 몰려서 그렇게 행동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이는 자신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차녀가 물린지 몇 분 뒤。차녀는 눈을 부릅뜬 채로 여동생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시이는 하아하아 숨을 크게 토해내며、언니를 내려다보았다。

이겼다。드디어 이겼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이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하지만 시이의 입가에 언니의 피로 더러워져 있었다。

「이긴 레츄! 드디어 이 녀석을 죽인 레츄! 이걸로 와타치는 행복하게 되는 레츄!」

시이는 분위기를 읽지 못한 채로、날뛰고 있었다。시이는 언니의 시체를 걷어차고、짓밟고 그 위에 섰다。

「…이 녀석、어떻게 하지?」

누군가의 목소리。

「내가、처리할께」

얼굴에 피를 묻힌 채로、시이의 주인은 이 이상 말하지 않고 오른손을 시이의 위에 갔다댔다。

들어 올려지면서、시이는 몸을 떨며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바보 녀석이 죽어준 덕분에 와타치는 행복하게 되는 레츄!
바보 녀석들은 모두 죽는 레츄!」

포상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줄까。아니면 콘페이토를 받을 수 있을까。
시이는 주인에게 그런 기대를 했지만、주인은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이는 고작 주인을 향해 팔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마치 아까 패배한 엄지가 지면에 떨어진 때와 같은 상황。
시이는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될지 알게 되었다。

아니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알고만 것이다。

「자、잠깐 기다리는 레치… 기다리는 레챠아아아아아ーーーーー!!!!!!!!!!!!!
!!!!!!!!!!!!!!!!!!!!!!!!!!」


*************************************


내가 시이를 죽였던 건 분노 때문이었는지、어린아이 같은 생각으로 판단한 것이었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그 이후로、실장석을 사지 않게 되었다。

나는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실장석은 기분 나쁜 존재로 밖에 보지 않았지만、나중에 조사해보니、꽤 많은 개체가 현명하거나 적어도 상냥함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매일 실장석들은 막대하게 죽어나갔다。
하지만 인간들은 실장석을 보호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공직에 있는 사람은 한정된 예산과 인재를 먼저 시민을 위해 유효하게 활용해야 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아예 실장석을 보호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노크하는 소리가 여러번 들려오더니、비서실장이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현안이 많음에도 정확하게 보고하는 이 부하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

「그리고、시장、후타바 아동공원에서 또 애호파가 실장석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양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가을쯤 실장석의 수가 한계를 돌파해버려 파탄이 일어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래서 실장석 대책담당부서에서 최종적인 해결방안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는 비용은 제 3/4 분기의 예산 범위 내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들실장에게 먹이 주기、이상 번식、구제、이런 과정들은 내가 시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계속 반복되어왔다。
나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실장(계급)、자네 아이의 상태는 좀 어떤가」

나는 평소에 사적인 말은 하지 않는 편이었기 때문에、실장은 조금 당황한 것 같았지만 곧 웃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건강하게 여름을 보낼 것 같습니다、그러고 보니 이 시기쯤엔 여름축제가 열렸었죠」

나는 ‘자네 지금 가장 끝내야할 일 때문에 고생할 처지 아니었나’、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쓴웃음을 지었다。

「여름 축제인가、실은 나도 어린아이였을 무렵엔 여름축제에서 엄지실장을 가지고 승부를 가르는 놀이를 했었네」

「그러셨습니까、저도 그 놀이를 해봤습니다。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대단히 잔혹한 짓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그래、누구라도 놀이가 끝난 다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그게 바로 성장이라 하는 것이겠지」

그들은 그 더웠던 여름에 나와 같은 경험을 겪지 못했던 것인가、애호파들은 먹이를 주면 결국 나중에 큰 비극을 부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부하가 나가고、시원한 보리차를 전부 마시고는 나는 창가에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바깥에는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마음껏 즐기면서、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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