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나의 집



좁은 세계였다.
한평도 되지 못한 골판지 박스만이 유일한 세계의 전부이자 끝이였다. 걸어서 한바퀴 도는데 약 300걸음. 어디선가 구해온 찌그러진 탁구공이 끝에서 끝까지 굴러가는데 2초. 자실장은 타는듯한 갈증을 느꼈다. 얉은 종이 넘어로 무한히 펼쳐진 또 다른 세계를. 하지만 나갈수가 없었다. 골판지 박스 안에는 먹을 음식과 마실 물, 장난감, 화장실, 잡초와 휴지를 섞어 똥으로 모양을 잡은 그럴듯한 침대까지 있지만 더 넓은 세계로 향하고 싶은 갈망은 이미 골판지 박스를 가득 채우다 못해 터져서 밖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친실장이 말하길 밖은 위험하다, 무섭다, 아직 이르다 라고 하지만 자실장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위험이란게 무엇인지, 무섭다라는게 무엇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저 박스가 접힌 부분으로 비추는 얇은 한줄기 햇살에 의지해 탁구공을 끌어안고 약간 어둡고 단조로운 박스안을 보는것만이 할수있는 전부였다.


“오늘도 열리지 않는 테치......”

대체 얼마나 시도를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심심하다고 생각이 날때면 문을 밀어보지만 어떻게 했는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물론 이 자실장이 게으르지 않고 친실장이 나갈때 단 한번이라도 일어나봤다면 미는게 아니라 당겨야 열린다는것을 알수가 있었겠지만 이 자실장은 태어나서 골판지박스에 도착한 순간부터 단 한번도 아침에 친실장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애초에 잘못된 방향으로 문열기를 시도하였고 한달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성공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마마가 말했던 텟츄~. 밖엔 휭휭거리는 바람씨가 있다고 한 텟치. 반짝 따스한 햇살님이 온 세상에 가득하다고한 테치. 그리고...또...또...아줌마들이 잔뜩 있다고한 테치! 무시무시한 나쁜 인간들이랑 착한 인간도 가득가득 테치!”

자실장은 멍하니 앉아 침을 흘리며 상상을 한다. 휭휭거리는 바람이 뭔지 알수는 없지만 가만히 상상을 하노라면 뱃속에서 무언가가 작게 떨리며 머릿속에 바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햇살, 무서운 아줌마, 나쁜 인간, 착한 인간, 각종 열매와 동물등등. 위석이 전해오는 환각같은 상상이 자실장이 최근 하고 있는 놀이였다. 어렴풋이, 그리고 아스련히 따스하게 전해오는 이미지들. 단편적이고 부정확하며 상당히 왜곡이 심했지만 그것이 어디인가. 지루하고 지겹고, 아무 의미도 없는 집지키기에 있어서 이것만한 것이 없었다. 물론 상상을 한번 시작하면 8,9가지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순차재생되지만 자실장의 지능이 그렇게 좋다고는 할수없기에 1번째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9번째가 지나 다시 1번째가 나타날때 쯤이면 이미 다 까먹어 새롭다라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실장도 본능적으로 알수가 있었다. 조금씩 커가면서 이미지의 개수가 늘어난다는 것을. 그렇기에 자실장은 그야말로 엄지실장 마냥 먹는것을 조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성장하기 위해서 친실장이 밖에서 온갖 수모를 겪으며 때론 죽음과 마주하며 구한 귀중한 식량를 절제없이 입속으로 쓸어넣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테치......”

할줄하는 것이라곤 먹고, 자고, 싸고 이 3가지 뿐이지만 자실장은 밖으로 나가면 그 어떤것이라도 할수가 있고 될수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무서운 아줌마들은 잘 피하면 전혀 무섭지 않았고 나쁜 인간들은 잘 보고 판단하면 문제될게 없었다. 착한 인간을 만난다면 자신의 귀여움과 애교로 헤롱헤롱 거리게 만들 자신도 가득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자실장은 자신이 이렇게 매일같이 집안에 있는것은 여러모로 큰 손해라고 느꼈다. 친실장이야 늙고 못생겼지만 자신은 태어난지 3개월도 안됐다. 넘치는 에너지와 젊음, 그리고 타고난 외모를 이용한다면 수 많은 인간들을 하인으로 부리며 좀더 좋은 생활을 할텐데.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와타시가 있어야 할곳은 여기가 아닌 테치. 좁고 답답한 테치. 와타시는 더 넓고 웅장하며 굉장한 바깥세상이 어울리는 테치!”

하지만 꿈이 높다고 한들 현실은 문조차 여는 방향도 모르는 바보일뿐이다. 그저 호기심이라도 존재한다면 당겨봤으면 바로 열릴텐데 그런 생각도, 의지도, 열의도 없다. 몇가지 짤막한 지식을 맹신하며 그것 외엔 다른 생각도 못하는 등급을 매긴다면 D급 최하위 푸드용.

“나-가-고-싶-은-테-치-!!”

소리를 질러보지만 골판지박스를 빈틈없이 뒤덮은 잡초와 나뭇가지에 막혀 새어나가지도 않는다. 자실장은 상상하는 것도 피곤해 결국 눈을 감는다. 이것이 자실장의 하루일과. 눈을 뜨면 밥과 물을 먹고 똥을 싼뒤 상상을 하다가 피곤하면 잔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친실장이 어느새 들어와 밥을 준다. 그리고 간단히 이야기를 듣고 잔다.

“마마! 밥! 밥주는 테치이!!”
“기다리는 데스. 보존식부터 골라야하는 데스.”

질질흐르는 침이 앞치마를 흥건히 적신다. 밥이 눈앞에 있는데 참는건 곤욕스럽지만 과거 눈이 돌아가 친실장이 준비하는데 봉투안으로 들어가 마구쳐먹다가 그날 문자그대로 죽기직전까지 두드려 맞았다.

머리가 깨지는건 기본이고 팔다리가 꺾이고 뜯어지고 분대가 총구로 튀어나오고 눈알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재생하기까지 4일간 물도 못마시고 밥고 못먹고 4일내내 아퍼서 끙끙거리며 움직이도 못했다. 워낙 강렬한 기억이라 그 뒤론 침만 흘리며 자제하지만 손이 움찔움찔 거린다. 친실장은 힐끔 자실장의 모습을 보며 조만간 날을 잡아서 피눈물을 한바탕 쏟게 만들 생각이였다.

“자, 이제 밥 먹는 데스. 이건 오마에의 몫인 데스.”

보존식을 제외하고 남은 1/3을 손으로 밀어 자실장 앞으로 밀었다. 물론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것은 2/3인 친실장이지만 아직 자실장은 밥의 상태나 종류에 대해 아는게 없기에 그저 귀를 파닥이며 고개를 쳐박고 먹기 급급했다.

언제봐도 참으로 흐뭇한 광경이다. 비루한 고아실장 마냥 추잡스럽고 역겹게 먹는 자실장의 모습은 밖에서 밥을 구한 고생이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였다. 순식간에 다먹고 아직 반이나 남은 자신의 밥을 보며 강렬하게 요구하며 애걸하는 눈빛을 받으니 친실장은 밥이 더욱더 맛있게 느껴졌다. 일부러 천천히 자실장을 약올리듯 먹는 친실장의 모습은 친과 자가 아닌 놀러나온 사육실장과 공원의 들실장의 모습이였다. 들에서 깎여나간 자존감을 자신이 낳은 자실장으로 밖에 채울수밖에 없는 친실장.

한쪽에겐 만족스러운 식사가, 다른 한쪽은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토라진 불만족스러운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누워서 잠을 청한다. 친자 할것없이 눕자마자 10초만에 자는 가운데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비춘다.


“....테에...오늘도 안열리는..?!”

텟챠아-!

비명을 지르는 자실장. 언제나 꽉 닫힌 문이 어째서 인지 휑하니 열려있었다. 친실장의 부주의로 제대로 닫지않고 나간것이 바람에 의해 밀려 완전히 열린 것이였다. 문밖에서 비추는 햇살은 자실장의 상상 그대로를 넘어 그 이상이였다. 보기만해도 눈물이 나온다. 밖에서 밀려오는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은 퀴퀴하고 눅눅하며 똥냄새로 가득한 내부를 새로운 신선한 공기로 가득채웠다. 코가 뻥 뚫릴듯한 냄새에 자실장은 떠올렸다. 태어나서 친실장을 따라 걸어왔던 그 순간들을.

그랬다. 자신은 이미 겪어봤다. 햇살을, 바람을, 동족을, 인간들을. 기억속 저편에 잠겨있던 과거의 기억이 부상해 자실장의 뇌를 강타했다. 어째서 잊고 있었나. 어째서 기억하지 못했나.

“하지만 이제는 그럴필요 없는 테치! 밖으로 향하는 길은 열려버린 테치! 이건 운명인 테치! 와타시를 축복하는 계시인 테치!”

자실장은 낮설고 두려운 마음을 감추려 크게 외치며 신중히 한발한발 문앞으로 다가갔다.

“...!!!”

문앞에 서자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녹음이 가득한 나무와 풀. 푸른 하늘에 펼쳐진 새하얀 구름. 하늘에 날아다니는 새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줌마들과 친구들. 그리고 웃고 떠들며 즐거워 하는 인간들과 그 앞에서 춤과 노래를 부르는 동족들.

이것이다. 그동안 친실장이 자신에게 감추었던 진실이자 진짜 세계. 이토록 아름답고 따스한 세계를 혼자만 알고 즐기기 위해 친실장은 자신을 속인 것이다! 자실장은 분노하였지만 친실장이 숨겨온 세상을 즐기기 위해 역사적이고 의미있는 한 걸음을 내딛었다. 구두 밑에서 전해오는 생소한 감각! 자실장은 감격에 빠져 부르르 거렸다.

“드디어! 드디어 나온 테치! 이제부터인 테치! 이제 시작인 테치!!”

오후 2:10분.
태어난지 3개월하고도 22일.
114일만에 자실장은 잔인하고 아름다운 야생의 세계에 들어섰다.


***


“데....데데...데에에~?!”

친실장은 휑하니 열린 문을 보며 기겁을 하며 전력으로 뛰어 집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 보존식을 뒤지거나 물을 훔치진 않았다. 하지만 자실장은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알수가 없지만 비록 멍청하고 쓸모없어 보이지만 일단 자신의 총구에서 나온 자였다. 그렇기에 나름 애를 써서 키웠지만 탈출을 한건지 누가 꼬득였는지 사라져버린 것이다. 친실장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어쩔수 없는 데스. 이미 사라져버린 데스. 포기하는 데스.”

성체실장도 훅하면 죽어자빠지는 곳이 바로 바깥세상. 그렇다고 자신의 자라는 것을 감안해도 절대 영리하다거나 춤을 잘춘다거나 노래를 잘부르는 것도 아니였다. 예쁘게 생긴것고 아니고 예의범절이 뛰어난것도 아니기에 그냥 어디선가 비참하게 죽었겠구나 생각하며 잊기로 결정하였다.

“어차피 곧있으면 추자를 낳아야하는 데스. 자는 그때 생각하는 뎃승~”

***

9월.

중순이 넘어갈 무렵 친실장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먹여살려야할 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먹는다면 하루 밥벌어서 이틀은 먹기에 하루 일하고 다음날 쉬면서 먹고 그 다음날 밥 구하는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동안 놀면서 먹어서 나름 살도 통통하게 올랐고 스트레스가 줄어서 그런지 들실장 치고는 피부톤이 한결 좋아져 있었다.

“데프프프. 추자를 일찍 낳고 월동준비를 후딱한뒤 가지고 놀면서 지내는것도 괜찮을것 같은 데스.”

여유를 되찾은 친실장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의아해하며 얼마전 공사장에서 어렵사리 구한 보검을 들고 찌를 준비를 하며 문을 열었다. 자고로 자신의 자를 가지고 노는것도 즐겁지만 남의 자를 가지고 노는 것은 그 이상으로 즐겁지 않은가. 행여나 운치굴 출산노예를 구할수도 있을거란 희망을 가진 친실장의 두 눈은 문을 두드린 원인을 본 순간 산산조각나 흔들렸다.

“데....에..?”
“......마...마,마마..”

그것은 흉측하고 더럽고, 역겹게 변해버린 몇달전 사라진 자실장 이였다.



테챱! 테챠-압! 테끄윽! 테챱테챱! 테챱-!

트림을 하면서 꾸역꾸역 입안으로 밥를 쳐넣는 자실장은 품위나 예의는 단 한톨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한쪽만 남은 오른팔로 능숙하게 먹는 것을 보니 외팔로 오래지낸것 같았다.

자실장은 흉측했다. 왼쪽귀는 없고 남은 오른쪽 귀는 반쯤 녹았고 이빨은 군데군데 없었다. 혓바닥 끝은 반으로 갈라져있었고 왼팔은 사라진채 어깨엔 화상으로 봉합되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앞쪽에 서너가닥에 뒷머리는 각각 한올씩 남아있었다. 두건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고 숭숭 뚫려있는 원피스 넘어로 상처가 아문자국이 가득했다. 팬티는 얼마나 빵콘을 했는지 늘어져 쭈글쭈글 울어있었다. 구두는 밑창이 다 닳아 없어져 발목만 감싸고 있었다.

그렇게 말없이 먹던 자실장은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미친듯이 울기시작했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엔-!! 테에에엥!”

친실장은 복잡한 표정으로 자실장을 보았다. 어째서 보자마자 운치굴로 넣지 않았을까. 그것도 모자라 귀중한 밥마저 주었다. 마치 누군가 시키기라도 한것 마냥 정신을 차려보니 그러고 있었다. 한참을 울던 자실장은 친실장의 표정을 보더니 말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같은 실장석인 친실장이 듣기에도 두서가 없는 말. 듣다보니 친실장은 알수가 있었다. 대충 정리는 하자면 이랬다.


밖으로 나온 자실장은 꿈과 희망, 자신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은 채 3분을 가지 못했다. 성체가 아닌 이상 공원에 돌아다니는 성체 미만의 개체들은 장난감 내지는 먹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일까 급하게 먹이를 뿌리는 애호파에게 가기위해 달리던 성체실장의 동선과 겹친 자실장은 나온지 3분만에 성체실장에게 영문도 모르고 인사를 하던 찰나 걷어차여 수풀더미로 날아갔다.

정신을 차리니 팬티엔 똥이 가득차 있었고 배는 아프다 못해 숨쉬는것도 힘들지경. 척추가 부러져 재생이 끝나기까지 7시간 동안 수풀더미 속에서 상상이 아닌 현실의 세계의 모습을 여과없이 볼수가 있었다.

그곳은 자신이 생각하던 절대 상냥하던 곳이 아니였다. 피와 눈물, 절규와 저주, 애원과 증오가 가득한 곳이였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다. 엄지가 저실장을. 자실장이 엄지를. 중실장이 자실장을. 성체실장은 전부다. 힘이 곧 법이고 정의였다. 그리고 그 힘의 정점은 인간. 성체고 뭐고 인간앞에선 더럽고 추잡하게 애원하며 비굴하게 스스로 독라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살기위해 발악을 한다.

“대체...이건...거짓말인 테치이!!”

자실장의 절규는 수풀에 막혀 사라졌다. 자실장이 충격에서 벗어난것은 2일이 지나서 배에서 꼬륵꼬륵 소리에 움직일수가 있었다. 처음에 비해 불안한듯 눈알을 돌리며 덜덜 떨며 조심스레 움직이는 자실장이였지만 그늘진 곳이 아닌 공원을 가로질러 가기에 자연스레 주목을 받을수 밖에 없었다. 불행중 다행인것은 2일전 성체실장에게 걷어차여 토사물과 똥으로 범벅이 되어 건드는 동족이 없다는 것. 자실장은 울면서 공원밖으로 벗어날수가 있었다.

“...어째서 그때 집으로 오지 않았던 데스?”
“...깜빡 까먹었던 테치이...”

친실장의 한심스러운 한숨에 자실장은 화들짝 놀라 입을 다시 열었다.


공원 밖으로 나간 자실장의 모습응 추레하기 그지없어 인간들도 건들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좋던 나쁘던 관심을 받을수 없기에 그에따른 부차적인 이익, 즉 먹이를 구할수가 없었다. 그렇게 주린배를 부여잡고 졸리면 졸린대로 근처 화단에 들어가 쪽잠을 자고 간혹가다 물이 고여있으면 마시면서 정처없이 길을 걸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도 나지않지만 문득 걸음을 멈추니 거기엔 커다란 신발이 보였다. 고개를 드니 까마득한 높이에 인간이 웃고있는걸 볼수가 있었다.

자실장은 저 인간이 나쁜인간인지 착한인간인지 알수가 없었지만 자신의 애교를 받아들이면 착한인간일거라 여기며 자연스럽게 텟츙 거리며 애교를 하였다. 정답일까. 두근거리는 눈으로 바라보자 인간은 짙은 웃음을 지으며 주머니에서 꺼낸 봉투에 자신을 담았다. 부유감과 안도감에 자실장은 그동안의 피곤함이 몰려와 잠을 청했고 일어났을땐 아늑한 침대에 어느새 씻겨진채 아기자기한 프릴이 달린 분홍 원피스가 입혀져 있었다.

그렇게 자실장은 착한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눈물을 흘렸다. 태어나 처음먹어본 실장푸드는 천상의 음식이였다. 운이 좋았다. 공원에서 본 나쁜인간이 아니라서. 자실장은 저 착한인간을 위해 최선을 다할거라 다짐을 하였다.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테챠아아! 테쟈아아아!! 이딴걸 누가 먹는 테챠아! 쓰레기인 테츄! 이런거 와타시의 운치보다 못한 쓰레기인 테샤아아!!”

브리리릿

알록달록한 중급푸드위에 짙은 녹색의 똥이 한무더기 쏟아졌다. 그렇게 아끼던 처음 입었던 프릴달린 분홍옷도 벗어 방금싼 똥무더기 속으로 처박았다.

“이젠 지겨운 테치이! 이딴 대접 더이상 받을수 없는 테치! 이런거 전혀 행복하지 않는 테치! 매일매일 똑같은 푸드에 옷인 테치!! 이딴 병신같은 집도 좁아터진 테치! 매일 같은 풍경 이젠 쫌스럽단 테챠! 좀더 더 좋은걸 가져오라는 테치! 좀더 더 좋은 풍경이 보이는곳으로 와타시의 집을 지으라는 테치이!!”

자실장은 점점 굳어가는 인간의 얼굴을 보며 아무것도 느낄수가 없었다. 일주일전 극한의 상황에 몰린 자실장이라면 바로 알아차렸겠지만 물질적 풍요속에 경계심부터 시작해 과거 친실장의 비호아래 머릿속이 텅텅빈 깡통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씩씩거리며 제 분에 못이겨 케이지 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자실장은 한숨을 내쉬으며 털썩 주저 앉아 혼잣말을 하였다.

“이 무슨 죄인 테치...다 와타시가 못나서 그런 테치. 저 인간은 죄가 없는 테치. 안그래도 가난한데 와타시같은 세계의 보배를 위해 할수있는건 이게 최선인게 분명한 테치...그냥 와타시가 참고 넘어가야 하는 테치. 어이, 오마에. 푸드 다시 가져오고, 옷도 깨끗히 빨고 집도 정리 해놓는 테치. 와타시는 짜증나서 한숨 자고 일어나는 테치. 와타시가 자고 일어나기전에 원래대로 똑.같.이 돌려놓는 테치. 테휴우으...”


친실장은 이 대목에서 감탄을 하였다. 잘도 인간을 저기까지 도발해놓고 목숨이 붙어있다는 것에서. 친실장은 인간의 무서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자신은 학대파에게 붙잡혀 학대를 받다가 탈출을 했기에.



자실장은 짜증을 내며 잠을 청했고 일어났을땐 변한건 없었다. 오히려 똥을 싸고 닦지 않아 이부자리에 똥이 흥건하게 젖어 축축해져있었다. 자실장은 또다시 화가 머리 꼭대기에 차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다시금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 위해 케이지 넘어 인간을 보자 거기엔 탁자위에 보기만해도 오금이 저리고 힘이 빠지는 기묘한 도구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뭐가뭔지 모르지만 하나같이 은색으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보는 순간 소중한 돌에서 경고를 미친듯이 보내왔다. 도망가라고. 미친듯이 도망치라고. 도망칠수 없다면 독라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빌라고.

“테..테, 테에...어, 어이 오,오오,오마에! 트, 특별히 와타시가 용서해줄테니 고마워 하는 테치!”

자실장은 말없이 무언가를 쥐고 다가오는 인간을 보며 떠올렸다. 공원에서 본 무시무시한 인간을.

“테...테쨔아아아아악!!”

그뒤로 학대와 고문의 연속이였다. 부서지고, 뭉게지고, 뜯어지고, 잘리고, 타오르는 끔찍한 기억. 무언가 먹기위해선 신체의 일부를 포기해야 했다. 한번 씻기위해서 머리카락 앞뒤로 한올씩, 즉 세가닥을 바쳐야 했다. 문제는 밥. 푸드는 꿈도 못꾸고 그저 스스로 똥을 먹는게 익숙해질무렵 인간은 질렸다고 자신을 공원에 풀어주었다.

그렇게 너덜너덜 걸레짝이 되어 간신히 돌아온 집. 자실장은 그렇게 울면서 말을 끝마쳤다.

“데휴....이리 오는 데스. 마마가 안아주는 데스.”
“마..마마아! 마마아! 테에에엥!!”

친실장의 품안에 뛰어든 자실장은 따스한 온기에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깨달았다. 뒷통수에 느껴지는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친실장의 애정어린 손.

“마...!! 테뵷?!...테, 프프! 테흐프프! 테...메빠소?”

친실장은 자실장이 학대를 너무 받아 두개골이 너무 깨졌다 붙었다는 것을 만져서 느낄수가 있었다. 잘못 때리다간 백치가 아닌 죽을수도 있었다. 이리저리 만지던중 그나마 괜찮은곳을 발견, 단숨에 때려 뇌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데프프프. 월동용 운치굴 노예가 꽁으로 들어온 뎃승~!”

친실장은 멍청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정도로 멍청할줄은 몰랐다. 누누히 이야기를 했지만 자신의 말을 거역하면 더이상 자가 아니라고 이야가를 했건만 끝끝내 기억도 못하고 찾아온 자실장, 아니 노예를 보며 비웃음을 가득담아 웃었다.

골판지 상자의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

“어디서 많이 보던 놈인데......아! 오랜만이다? 도망치고나서 심심했지?”
“데? 데데? ......데끼이이이?! 어째서 오마에가 여길 찾은 데샤아아아!!”

인간의 손가락이 가르킨 것은 병신이 되어버린 자실장. 친실장은 깨달았다.

들실장의 법칙 1.
-자가 사라지면 그 즉시 집을 버리거나 옮겨라.

자신이 너무 나태해졌음을. 친실장은 머리위로 그늘을 만들며 다가오는 거대한 손을 그저 멍하니 볼 뿐이였다.

“이번엔 도망치기 쉽지 않을꺼야. 기대해”
“데...챠아아아아!!”

사라진 인간의 손엔 친실장 한마리가 들려있었다.





“테...치무프! 테빠모! 테...프프..프...”

혼자남은 백치 자실장의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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