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라 자실장의 상태는 끔찍했다.
찢어진 두피 아래로 금이 간 두개골이 보였으며 왼쪽 팔은 도로리에 담겼는지 녹다만 뼈만 붙어 있었다. 전신에는 타박상과 자상, 화상이 번져있었고 한쪽 눈알은 텅 빈채 검은 구멍만이 보였다.
“...마마에게 돌아가는 테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실장은 살아있었다. 위석의 힘으로도 어쩌면 치유되지 못할 상처를 가지고도 힘겹게 움직이며 다시한번 친실장에게 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생명의 끈을 놓지않았다.
“마마에게....돌아가는 테치!!”
무섭고, 두렵고, 눈물이 나지만 부들거리는 다리로 기어코 일어나 마지막 남은 한쪽 눈으로 자신을 학대한 인간을 바라 보았다. 죽을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심하게 학대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수 없었다.
“와타시는 마마에게 돌아가는 테치!”
인간의 손이 천천히 올라가 자실장의 눈앞으로 내려왔다.
******
“테에......”
죽는줄 알았다. 자실장은 내려오는 손을 보며 죽음을 직감했다. 시야가득 쏟아지는 손의 모습은 몇초뒤 자신이 곤죽이 되어 죽는 모습을 상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자실장은 죽지않았다. 오히려 처음 붙잡혀 온 공원의 벤치로 돌아왔다. 머리카락은 없지만 두건과 옷은 멀쩡했다. 지나친 학대로 살이 쏙 빠져 옷이 헐렁였지만 상관없었다.
자실장은 밤이 깊어지길 기다리며 벤치 근처의 풀숲에 들어가 잠을 자기로 했다. 곧 친실장을 만날거라 생각하니 두근거리는 마음에 잠이 잘 오지 않았지만 억지로 한쪽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떨어지자 어둠이 찾아오면서 가로등 불빛이 내리기 시작했다. 자실장은 잠에서 깨어 과거 친실장의 냄새를 더듬으며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붙잡혀 학대를 당한 기억으로 실장석치고는 주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계하는 자실장은 곳곳에 도사리는 위험들을 잘 피해갈수 있었다.
친실장의 냄새가 강해지자 자실장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 죽음을 생각할정도로 괴로웠던 학대속에서도 친실장에게 돌아갈거라는 일념하나로 버텼다. 그리고 그것이 이뤄지는 순간이였다.
“...테에..”
하지만.
집이 가까워질수록 자실장의 발걸음은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문앞까지 몇 걸음을 남겨두곤 멈춰서버렸다. 자실장은 생각했다.
만신창이, 아니 더이상 뭘 할수 없는 몸뚱아리로 친실장에게 간다한들 자신을 반겨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도로리에 녹은 팔은 자연스럽게 뼈가 떨어져 나가 외팔이 되었다. 도로리는 일종의 화학적인 화상이라 재생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눈알도 하나 없어져 임신도 못한다.
아무데도 쓸모가 없다. 자실장은 깨달았다.
“테치이...”
문앞에 서서 자실장은 구슬프게 소리를 죽여 울며 집을 지나쳐 풀숲으로 사라졌다.
몇십분뒤 문이 열리며 성체실장 한마리가 시름에 잠긴 얼굴로 나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몇일전 사라진 자실장 생각에 가슴이 갑갑해 나온 것이다.
“...장녀, 어디로간 데스......그저 몸만 성히 돌아오는 데스.”
벤치 밑에서 자신을 마중나오던 장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성체실장은 은연중에 인간의 소행임을 알았지만 알았다고해서 뭘 할수있는건 없었다. 냄새로 쫓아갈까 싶었지만 공원 입구에서부터 냄새가 사라졌기에 포기할수밖에 없었다.
“데스우...”
살아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성체실장은 하늘에 수놓아진 별들을 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다시 만나는 그날을 기다리는 데스.
마마는 늘 여기에 있겠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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