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베란다에서 키우는 사육실장 미도리가 최근 성체가 되었다.
테치테치 하던 울음소리가 데스데스 하고 바뀌니 감회가 새롭지만 성격적인 부분에선 딱히 변화가 없는 듯 하다.
아니, 사실 딱 하나 바뀐 게 있다.
바뀌었다기보단 바라는 게 생겼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겠지만.
"주인사마, 부탁인데스. 와타시는 자가 가지고 싶은 데스."
"안 된다니까? 나는 너 하나 키우기도 힘들다고."
"힘들지 않게 하는 데스!! 와타시의 자들이라면 전혀 주인님께 폐가 되지 않는 데스!!!"
최근 들어 미도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에게 자를 낳게 해 달라고 요구해 온다.
더군다나 말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자를 낳으면 십중팔구 자를 감싸다가 분충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키워왔던 녀석인데, 어떻게 자를 포기하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
"밥은 와타시의 것을 나누어주면 되는 데스!! 주인사마는 아무것도 해 줄 필요가 없는 데스!!"
어?
그 순간, 나에게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그래, 미도리. 네 마음대로 해라."
"뎃!! 주인사마, 진심인데스?!"
"그래.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다. 나는 네 자들을 위한 어떠한 지원도 해 주지 않을 거야."
"데스?"
"나는 네 자들에게 밥을 주지도 않을 거고, 목욕을 시켜주지도 않을 거다. 왜냐하면 내 사육실장은 너 하나뿐이니까."
"지금처럼 이 베란다에서 지내면서, 네 밥을 나눠주고 네 물로 아이들을 씻겨야 한다."
"데...뎃...."
"그게 싫다면 자를 낳지 마라.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해 주지 않을 생각이니까."
순간 당황과 망설임이 담긴 표정을 짓던 미도리였지만, 금세 원래의 표정을 되찾고는 "그렇게 하는 데스!!!" 라며 수긍했다.
어쩌면 내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 한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음 날 퇴근길에 들꽃을 하나 꺾어 와서 미도리에게 주었다.
미도리는 꽃을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베란다 구석으로 들어가 수분을 시작했다.
사흘 후 주말, 미도리는 두 눈이 붉게 물들어 나를 애타게 부르기 시작했다.
"주인사마!!! 자들이 태어나는 데스!!! 어서 물을 준비해 주시는 데스!!!"
"내가 왜?"
"뎃?! 그게 무슨 말인데스 주인사마!! 장난치지 마는 데스!! 자들이 태어나는 데스 한시가 급한 데스우우!!!"
"나는 분명히 네 자들을 위해선 아무것도 해 주지 않겠다고 말했어. 정 물이 필요하다면 네 식수 그릇을 쓰던지."
미도리는 분노와 배신감이 섞인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결국 미도리는 단념하고 자신이 쓰는 식수 그릇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 팬티를 내렸다.
"뎃데로게~뎃데로게~자들은 어서 태어나는 데스~"
이윽고 노란 점막에 둘러쌓인 자실장의 머리가 총구 밖으로 나오더니,
"텟테레~~"
하고 외치면서 식수 그릇에 첨벙 하고 떨어졌다.
하지만 그 자실장이 끝이 아니었다.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과연 부양능력 이상으로 다산한다는 실장석답게 미도리는 자를 다섯 마리나 낳았다.
식수 그릇은 벌써 넘칠 지경이었고, 이제는 자실장들의 점막을 떼어낼 일만 남.....
"텟테레~"
응? 여기서 더 낳는다고?
"텟테레~ 레부우우우우우!!!"
"텟테레~ 레뺘아아아아아!!!"
"텟테레~ 레비이이이이!!"
미도리는 자를 네 마리나 더 낳았다.
하지만 마지막 세 마리는 식수 그릇에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었는지 그대로 그릇 밖으로 흘러나와 바닥을 슬라이딩하며 베란다 구석구석으로 날려졌다.
"데에에엑!!! 와타시의 자들이!!!"
하지만 미도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괜히 떨어진 자들을 구하려느니 물에 잠겨 점막이 아직 촉촉한 자들을 핥아주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미도리는 식수그릇 안의 자실장들을 하나하나 들어서 핥아 주었다.
그릇 안의 여섯 자실장들을 모두 점막에서 해방시켜 준 다음에야, 미도리는 흩어진 자들을 하나하나 찾아 점막을 핥기 시작했다.
흩어진 자들은 미도리가 그릇 속의 자들을 핥아주는 동안 레삐 레삐 하며 하도 울어댄 탓에 정작 자신들이 핥아질 때에는 기운이 없어 보였다.
이윽고 미도리의 모든 자들이 점막에서 해방되어 베란다 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자실장이 여섯 마리. 엄지가 하나, 그리고 구더기가 둘.
엄지와 구더기는 미도리가 마지막으로 핥아 준 녀석들인 모양이다.
"자들은 듣는데스"
미도리가 베란다를 탐방하던 자들에게 말했다.
"오마에타치의 마마에게는 주인님이 있는 데스. 착한 자로 지내지 않으면 주인사마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데스."
"착한 자로 지내다 보면, 주인사마도 오마에타치의 귀여움에 메로메로되어 사육실장으로 삼아줄 것인 데스."
"네 테치!!"
"네 레치!!"
"레후~프니후~프니프니후~"
과연 이럴 생각이었나.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정말로 이 자들을 위해선 아무것도 해주지 않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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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당분간은 의외로 거의 문제가 없었다.
미도리는 푸드를 먹고, 자들은 미도리의 젖을 먹었다.
자들이 운치를 지렸을 때는 미도리가 식수를 조금 떠서 닦아 주었다.
하지만 자들이 이빨이 나고 미도리가 젖을 생산하지 않게 되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먹일 입은 친자를 포함해서 열 구. 하지만 제공되는 푸드의 양은 여전히 미도리가 먹을 성체 기준 1인분밖에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치아와 치악력이 약한 자들은 딱딱한 성체용 푸드를 씹지 못했기에 미도리가 입으로 반죽한 것을 먹어야 했다.
"테에....또 딱딱한 푸드인 테치. 이런건 먹기 싫은 테치...."
"오네챠, 그런 말을 하면 착한 자가 아닌 테치. 참아야 하는 테치."
"오녀의 말이 맞는 데스. 착한 자로 지내면 언젠가 주인님이 오마에타치에게 우마우마를 주실 것인 데스."
그렇게 미도리의 자들은 참았다.
미도리가 입으로 반죽한 푸드를 먹으면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생활을 겪으면서.
하지만 결국 그 결의에도 한계가 찾아왔다.
자들과는 달리 미도리는 항상 일주일마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했다.
자들과는 달리 미도리는 가끔씩 주인과 산책도 나갔다.
자들과는 달리 미도리는 식후에 콘페이토를 받을 때도 있었다.
주인이 미도리의 입에 콘페이토를 넣어준 채로 다 녹을 때까지 기다렸기에 자들은 콘페이토 조각을 나눠받을 수조차 없었다.
"테챠아아아아악!!!! 더 이상은 못 참는 테치!!! 똥닌겐!!! 당장 와타시에게 세레브한 우마우마를 내놓는 테치이이이이이!!!!"
자들이 태어난 지 어인 한 달째 됐을 때, 장녀가 괴성을 지르면서 바락바락 대들기 시작했다.
"냄새나는 곤죽 푸드따위 먹지 않는 테치!! 운치냄새가 나는 물로 씻지 않는 테치!!!"
"지금 당장 아와아와한 거품목욕과 우마우마한 콘페이토를 대령하는 테치이이이이!!!! 똥닌게에에에에에엔!!!!!!!"
"왜 저딴 똥마마에게 목욕과 콘페이토를 주는 테치!!!! 저딴 똥분충 말고 와타시에게 그런 대접을 해줘야하는 테치이이이이이이!!!!"
그래도 자실장치곤 오래 참은 편이다.
미도리도 자들과 밥을 나누어 먹느라 많이 헬쓱해지긴 했어도, 가끔씩 주는 콘페이토 덕분인지 아주 보기 흉한 정도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미도리의 자들은 하나같이 삐쩍 마르고 더러운 몰골인 것이 공원의 들자실장들보다도 흉해 보였다.
얼마 되지 않는 실장푸드 반죽을 아홉 마리의 자들끼리 서로 먹으려고 싸우다 보니 어느 한 마리도 제대로 된 영양을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결국 자실장들은 태어났을 때로부터 거의 성장하지 못한 채였다.
미도리가 입으로 씹어주지 않은 푸드는 자실장이 씹을 수가 없었기에 어미의 밥을 훔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엄지와 구더기는 이미 한참 전에 먹이 쟁탈전에서 탈락해서 매일같이 자실장들의 운치를 먹으며 연명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을 하는 새에 다른 자들도 장녀에게 합세하여 나에게 테치테치 대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철저한 무시로 대응했다.
그저 평소처럼 미도리를 위한 푸드 1인분을 담아 주고는 베란다 밖으로 나왔을 뿐이다.
자실장들은 자신들이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도 완전히 무시당하는 이 상황이 부당하다고 느꼈는지, 베란다 유리를 콩콩 두드리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 자들은 분명 저대로 내버려둔다면 조만간 일을 저지르겠지.
부디 그 일이 미도리가 자들에게서 완전히 학을 뗄 정도로 큰 사건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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