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의 릴리 -불금-

 

오늘은 금요일. 강의가 끝나 집에 돌아온 나는 현재 밥상 앞에서 저녁식사 중이다. 옆에서 릴리도 실장푸드를 까먹고있다.

"오늘은 불금이라 시청률이 좀 떨어지겠죠. 다들 남친 여친 만나러 가지 이거 보고 있겠어요? 하하하하"

티비 예능 프로에서는 불금 어쩌고 하는 소리가 나오지만, 나는 해당사항 없다. 집에서 엄마가 보내준 반찬이랑 밥이랑 처넣고 과제랑 컴좀 하다 잘 예정이다. 

"주인사마."
"왜."

릴리가 내게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묻는다.

"불금이 뭐인데스?"
"음.. 실장석 기준으로 말해주면 인간은 5일간 먹이를 구하러 다니고 이틀간 쉬거든. 그리고 다시 5일간 먹이구하러다니고 이틀간 쉬어. 이 생활을 반복하지."
"데에? 이틀이나 쉬는데스? 닝겐상들 꿀빠는 데뵤오오옥!"

짜증나서 뒤통수에 스매시 한방 날렸다. 꿀빤다 이런 말은 어디서 배웠는지 몰라. 실장 티비에서 저런 말도 나오나?

"너 매일 쉬는 주제에 마치 공원의 들실장인양 힘들게 사는 것처럼 말하지마라. 하는 일이라고는 지 똥치우는거랑 청소 조금 하는거 밖에 없는 주제에.."
"주인사마 농담인데스! 와타시는 농담도 못하는 데스우.....데엣! 죄송한데스! 잘못한데스. 때리지 마는 데스."
"흠흠....뭐 암튼, 먹이 구하러 다니는 마지막 날인 5일째에 먹이를 다 구하고 나면 이제 다음날부터 이틀날 쉬잖아."
"그런 데스."
"그러면 이제 이틀간 놀아도 되니, 5일째 날 저녁에는 마음껏 노는거야. 그걸 불금이라고 해. 알아들었니?"
"? 사실 잘 모르겠는 데스."

한번 더 맞고싶나보구나. 뒤통수 스매시 한방 더 간다. 퍽.

"데뵤오오옷!"
"탁아한번 더 해줄까?"
"데챠아아아아아아! 주인사마 알아들은데스! 알아들은데스.....음.... 며칠간 먹이 구하고 난 다음에 쉬는날 오기 전날에 마음껏 노는거 아닌 데스?"
"역시. 매가 약이구만. 그런 뜻이다. 알겠니?"

하지만 릴리는 아직도 호기심어린 표정을 풀지 않았다.

"뭐야? 알겠다면서."
"불금이 뭔지는 잘 알은데스 주인사마."
"근데?"
"근데 주인사마는 왜 안노시는 데스?"

...뭐?

"저쪽 그림상자 보니까 닝겐상들이 불금에는 남친 여친이랑 놀러나간다고 한 데스우. 와타시 남친 여친이 뭔지는 아는 데스우. 닝겐상들이 자를 갖기 위해서는 남자 닝겐이랑 여자 닝겐이랑 같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 데스?"

....

"그래서?"
"주인사마는 왜 여친이랑 안놀러나가고 여기서 있는 데스?"
"난 지금 여기서 쉬고있잖아... 릴리 알았으면 그만해라."
"? 주인사마가 불금에는 노는거라고 하지 않으신 데스? 저 그림상자에서도 불금에 놀러나간다고 하는 데스. 그럼 주인사마는 하우스로 놀러나가는 데스? 와타시 이해가 잘 안가는 데스. 왜 여친이랑 같이 안놀러가는 데스?"

....

"야 릴리."
"데에?"
"너는 착한 녀석이긴 한데 눈치가 없는게 문제야."
"아닌 데스우! 와타시는 눈치있는 눈치실장 데스! 눈치 데스! 코치 데스! 눈치 코치 디스코치! 데스데스! 데스데...스..."

불길한 예감을 느꼈는지 디스코를 찌르며 장난을 쳐보지만 이미 늦었단다. 이런 쪽으로 눈치는 있는데 왜 다른 쪽으로는 눈치가 없을까?

"...주인사마.... 혹시 와타시 또 잘못한 데스우?"
"그래. 그것도 많이."
"한번 기회를 주시는 데스. 와타시가 생각해보겠는 데스우.. 데에... 그러니깐 불금에.. 주인사마가.. 여친이랑 안놀러나가고 데스... 하우스에서 와타시랑 같이 그림상자를 보고 데에..."

아픈 데에 소금뿌리냐?

"안되겠다 릴리. 오늘은 특별 교육이다. 일단 욕조에 물부터 받아놓을게"
"데챠아아아아아! 주인사마 제발 수영교육만은 안되는 데챠아아아아!"

이녀석은 자실장때 한번 욕조에 빠져 죽을뻔한 적이 있어서 수면이 가슴 위로 넘어가는 수영장은 무서워한다.

"내 마음을 도려내는 분충은 용서하지 않는단다 릴리. 오늘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챌 때까지 교육은 끝나지 않아."
"데챠아아아아아악! 주인사마! 제발 용서해주시는 데챠아아아아! 와타시가 다 잘못한 데챠아아! 하지만 솔직히 정말 모르겠는 데챠아아아! 와타시는 왜 불금에 여친이랑 놀러가지 않았는지 밖에 안물어본 데챠아아아아!"

하아... 그게 잘못이란다 릴리. 쨌든 네가 그게 잘못이라는걸 깨닫기 전까지는 교육이 계속된단다.

"데웁...! 푸아!! 주인사마 제발 그....데웁....뽀글뽀글.....푸아! 제발 그만하는 데에에에엥...데웁....!"

연신 녀석의 머리를 물 속으로 넣다 빼니, 녀석의 몸이 물과 눈물이 섞여 범벅이 된다.

하지만 지금 내 얼굴도 눈물로 범벅이 된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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