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텟, 마마! 저기 보는 테치! 세레브한 물건이 잔뜩 쌓여 있는 테치!”

“데에…”

어느 실장 친자가 공원을 거닐다 무언가를 발견했다. 사람도 들어갈 너비의 구덩이에 온갖 실장용품이 그득하게 쌓여 있었다. 분홍빛 사육실장복이며 실장핸드백, 실장리본까지, 들에서는 가재도구를 다 내다팔아도 구하지 못할 물건들이 산더미를 이루는 걸 보고는 자실장은 눈이 돌아갔다. 그러나 친실장은 왠지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분명 세상의 보물인 와타치를 위해 똥닝겐이 준비해놓은 선물 세트가 틀림없는 테츙~ 어서 가서 마마 것도 주워오는 테치!‘

“그만두는 데스 장녀.”

“테에?”

“저기는 ‘슬픈일 구덩이’인 데스. 들어가면 안 되는 데스.”

자실장은 불만과 의문이 반반 섞인 얼굴로 친실장을 올려다보았다. 세상의 보물인 자신이 가면 안 될 이유가 뭐가 있다고? 저렇게 빛나는 보물들이 대놓고 손길을 기다리는데? 그런 자실장의 마음을 읽었는지 친실장이 구덩이 건너편을 가리켰다.

“데프픗, 버려진 주제에 얼씬대다니 분대가 부은 데스. 이 공원의 철칙을 듬뿍 맛보여주는 데스웅~”

“데갸아아아앗! 그만두는 데스! 와따시의 세레브 옷에 손댔다간 닝겐노예가 가만 안 있을 것인 데샤아아아!”

“똥닌겐이 오마에를 걷어차고 침 뱉는 것까지 다 봤는데 어디서 구라를 치는 데수? 오마에는 특별히 독라형 추가인 데스!”

“데갸아아아아아!”

거기에선 공원 동족들의 버려진 사육실장 린치가 한창이었다. 짓밟고, 후려패고, 운치를 바르고, 리본을 뜯어내고, 머리털을 뽑고, 핸드백을 빼앗고, 옷을 벗기고… 전형적인 공원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가 달랐다.

“오마에가 아무리 울부짖어봐야 똥닝겐은 쳐다도 안 보는 데스~ 분명 다른 분충을 데려다 흑발의 자를 만들 것인 데스웅~”

“똥닝겐은 오마에를 지켜주지 못하는 데스! 그 증거로 오마에의 물건은 모두 ‘슬픈일 구덩이 행인데스~”

“그만두는 데스! 닝겐노예가 봉헌한 와따시의 세레브 인생이…!”

공원 실장들은 사육실장에게서 압수한 물건들을 자기들이 나눠 갖는 대신 ‘슬픈일 구덩이’에 던져 넣었다. 심지어 엉덩이를 까고는 거기다 운치를 싸는 놈도 있었다. 자실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저 귀한 것들을 저렇게 다루지? 공원 실장들이 독라가 된 전 사육실장을 어디론가 끌고 갈 때까지도 자실장은 그 한 가지 의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장녀에겐 아직 이 공원의 비밀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었던 데스. 그러니 지금부터 이야기해주는 데스.”

자실장을 도운 건 친실장이었다.

친실장은 구덩이 끄트머리에 다가가서 주저앉았다. 자실장도 친실장에게 다가가 그 품속에 안겼다. 마치 자기 전 콘페이토와 스테이크에 대한 아름다운 전설을 얘기해줄 때와 마찬가지로, 친실장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주 오래 전 일인 데스. 마마도 마마의 마마에게서 들은 데스. 마마의 마마도 그 마마에게서 들었던 데스. 하여간 너무 오래된 일인 데스. 그래서 진짠지 가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튼 그 정도도 오래된 일인 데스.

그때도 이 구덩이는 있었다고 하는 데스. 하지만 이런 세레브한 물건 따윈 없었던 데스. 다만 공원 동족들이 분충을 던져 넣었다고 하는 데스. 그래서 언제나 울부짖는 소리만 들렸다는 데스.

그때 어느 사육실장이 이 공원에 왔다고 하는 데스. 왜 왔는진 아무도 모르는 데스. 단순히 길을 잃은 데스? 임신해서 버려진 데스? 싫증난 닌겐에게 버려진 데스? 학대파에게서 도망쳐 나온 데스? 아니면 스스로 박차고 나온 데스? 아무도 모르는 데스. 그저 왔다고만 하는 데스.“

“치프픗, 분명 못생겨서 버림받은 게 분명한 분충인 테치.”

“그럴 지도 모르는 데스. 하지만 그 자는 평범한 분충이 아니었던 데스.

그 누구보다 크고 강했던 데스. 독라노예로 삼으려 한 놈은 독라노예로 만든 데스. 자판기로 만들려 한 놈은 달마가 된 데스. 그렇게 공원 모두를 제패한 데스. 보스가 된 데스.“

“보스테치?”

“보스인 데스.

그리고 보스가 된 날, 그 사육실장은 공원의 동족들을 모두 데리고 이 구덩이로 온 데스. 그리고 그때까지 입고 있던 사육실장복을 모두 구덩이에 내던진 데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는 데스.

‘푸드도 콘페이토도 필요 없는 데스. 사육도 세레브도 필요 없는 데스. 아양 떠는 분충의 물건은 모두 벗어던지는 데스.’

보스는 그렇게 말한 데스. 닝겐의 쓰레기로 연명할지언정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삶이 더 낫다고 했던 데스. 자기가 버림받아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차라리 들실장으로 사는 게 더 나은 처지여서 그랬던지는 알 수 없는 데스.

신기하게도 보스의 말은 잘 지켜진 데스. 아마도 공원을 잘 이끌어서 그랬던 것 같은 데스. 버려진 사육분충들도 옷과 물건을 구덩이에 던지고는 공원의 일원이 된 데스. 그렇게 한동안 공원은 평온해졌던 데스.“

“테에에…”

“하지만 보스가 죽고 나서부터는 어딘가 달라진 데스. 아양 떠는 분충도 다시 생겨나고 자를 들이밀다 일가실각하는 분충도 다시 생긴 데스. 하지만 구덩이는 그대로 있는 데스. 달라진 건 구덩이로 오는 놈들인 데스.

더 이상 스스로 옷을 벗어 던지는 분충은 없는 데스. 이제 동족들은 장녀가 본 것처럼 사육분충이 보이는 대로 이 곳으로 붙잡아 오는 데스. 옷을 벗기고는 조롱하는 데스. ‘똥닝겐에게 빌어보는 데스웅~ 오마에를 구해줄 노예는 어디에도 없는 데스웅~’ 대부분 버려진 분충들이라 독라노예로 끝장나는 데스.

그래서 여기가 ‘슬픈일 구덩이’인 데스. 처음엔 ‘닝겐 따윈 필요 없는 데샤악!’하고, 지금은 ’똥닝겐은 와따시를 구하지 않고 무엇하는 데샤악!‘하는 소리가 가득해서 그런 데스. 여기 물건들엔 그 분충들의 독기가 그대로 서린 데스. 그래서 아무도 손대지 않는 데스. 오마에도 손대면 안 되는 데스.“

“너무 어려운 테치. 와타치 잘 모르는 테치.”

“손대지 말라는 것만 알아들으면 되는 데스.”

친실장은 그렇게 끝맺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이 너무 흘렀고, 해는 어느새 중천에 가 닿았다. 굳이 땀을 빼고 싶지 않았기에 친실장은 집으로 향했고 자실장은 그런 친실장을 달음박질로 쫓았다. 친자의 등 뒤로 독라노예가 된 사육실장의 구슬픈 비명만이 은은히 울려 퍼졌다.

“오로로롱! 똥닝겐은 세레브한 와따시를 구하지 않고 어디서 뭐하는 데스! 오로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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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해머 소설 번역을 보고 쓴 데스

워해머엔 엘다라는 이름의 귀쟁이 외계인 종족이 있는 데스

이들은 잘 나가던 시절엔 자기들이 신보다 위대하다 생각하곤 신상을 모조리 구덩이에 처넣은 데스

그러다 폭싹 망하고 나선 무능한 신 따윈 필요없다며 다른 종족의 신상까지 걷어다 구덩이에 처넣은 데스

정말이지 실장석 같은 마인드가 아닌 데스웅? 데프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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