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향

 

실장향이란 물건이 있다. 스프레이처럼 생긴 게 실장석에게 뿌리면 근처에 있는 다른 실장석들이 몰려와서 잡아먹는다는 희한한 물건이다,

원래 일반 샵에선 무슨무슨 법 때문에 판매가 제한되어 있지만, 지인을 통해 운 좋게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그냥 꺼라위키식 카더라처럼 과장된 소문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공짜로 얻은 거니까 실험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데스웅~?”

“테츄웅~?”

“레츄웅~?”

“레후~”

마음먹기가 무섭게 웬 실장 일가가 내 앞에서 아첨을 떤다. 성체 하나, 자실장 하나, 엄지 하나, 구더기 하나. 뭔가 딱 본보기 같은 구성이다. 사람 앞에서 함부로 나대지 말란 거 못 들었는지, 그러고도 지금까지 어찌어찌 새끼 까고 살아남았다는 생각 같은 건 집어치우고, 일단 실험 개시다.

푸쉭-

“데뎃?”

“텟!”

“레칫!”

“레히!”

뭔가 반응도 하나같이 판에 박은 게 마치 꺼내놓은 마트료시카 인형 같다.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데에…”

“테에?”

“레치…”

“레후?”

아, 저 새끼들 눈 돌아갔어.

잘 보니 서로서로 보는 눈빛이 제 피붙이 보는 게 아니라 맛 좋은 고기 보는 눈빛이다. 친실장은 벌써 입에서 군침 흘리고 있고, 먹이사슬 최하위인 구더기만 아무것도 모른 채 레후거리며 프니프니 해달라고 배를 뒤집고 있다. 엄지가 그걸 집어 든다. 혹시… “레뺫!” 거 시발 말하자마자 이 꼴이냐.

“레츙~”

행복한 얼굴로 구더기의 배를 베어 무는 엄지. 입에 적록색 피를 묻히며 열심히도 파먹는다. 구더기는 더 견디지 못하고 파킨해버렸고, 그게 무슨 출발신호라도 되는지 놈들은 실장 마트료시카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구더기를 먹은 엄지를 자실장이 들어다 머리를 물어뜯는다. 뇌가 으스러져 빵콘을 하고 팔다리를 파닥대는 와중에도 입에서 구더기를 놓지 않는다. 한편 자실장은 그대로 친실장에게 들어 올려져 하반신부터 먹힌다. 한 입에 허리 아래가 사라진 놈을 친실장은 탈탈 털어 분대와 내장의 남은 부분까지 입에 넣는다. 그러고는 남은 자식들의 잔해를 마치 보쌈 먹듯 한 입에 집어삼킨다. 워우.

그렇게 흐뭇한 얼굴로 제 자식들을 와구와구 씹는 놈을 놔두고 나는 공원을 나왔다. 놈 등 뒤로 열댓 마리는 되는 놈들이 비슷한 얼굴로 기다리는 걸 봤으니.

일단 효과가 탁월한 건 직접 봤고, 대체 뭔 성분이기에 이런 효과를 내는 걸까. 화학 성분 같은 거면 인체에 유해할 테니 경고문이라도 붙어 있겠지만 그런 것도 없고.

그래서 지인-같은 학과의 선배다. 소문난 학대파라나-에게 물어보니 뜻밖의 답변이 날아들었다.

“아, 실장향? 그거 순 사카린 덩어리야 덩어리.”

사카린?

“응. 실장석들 단 거에 좋아 죽잖아. 일단 입에 넣으면 못 멈추게 아예 존나 단 걸로 채워놓은 거야. 그 식용 스프레이하고 비슷한 거지.”

근데 그거 가지고 애들이 옵니까?

“반은 사카린이고 반은 실장석에게서 추출한 페로몬이지. 너 그거 알지? 실장석들은 개체마다 특유의 냄새가 있어서 그거 가지고 지 새끼들 구분하고 탁아한 것도 찾아낸다고.”

그렇죠.

“그런데 이게 연구해보니까 날 때부터 구더기거나 가을 때 태어난 놈들은 냄새 성분이 약간 다르게 나타난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뭐라더라, 그런 냄새를 가진 놈은 친실장도 지 자식이라기 보단 먹을 걸로 보게끔 된다던데. 그래서 여간 애정 깊은 놈이 아니면 비상식으로 쓰는 거래.”

그건 처음 들었네요. 그럼 그 성분이란 게?

“응, 그 냄새 성분을 압축해서 사카린 분말이랑 섞은 거지. 그래서 냄새에 이끌려 와서 한 입 먹어 보니 존나 맛있다, 이런 구조란 거지.”

고작 그런 걸로 효과가 나다니 뭔가 웃기네요.

“실장석이야 다 그러니까 뭐.”

그렇게 새로운 지식을 하나 얻었다. 

그 전에 내 몸에 뿌리고 공원에 나가서 반응을 보는 게 좋겠다.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해보는 게 제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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