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없는 세계



28세기, 인간들은 결국 지구를 버리기로 결정했다.

과밀화된 인구, 부족한 자원, 파괴되는 자연환경... 어떻게 봐도 지구에 남는 것은 이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인간들의 일부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 발견된 프록시마 센타우리로, 일부는 우주에 건설된 인공 콜로니로 이주했다. 황폐화된 지구에서 살고 싶거나, 돌아오고 싶어하는 인간은 딱히 없었다. 결과적으로, 지구의 인구는 0이 됐다. 지구에서 태어난 인간의 소멸은 인간의 손으로 이룩된 것이다.

물론 인간만 없을 뿐이지, 지구의 생물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중에는 실장석도 있다. 많은 인간들이 우주로 이주했지만, 실장석을 데려가는 것은 거부했다. 더러울 뿐더러 얼마나 증식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초기 우주 개발에선 식량자원이나 노동자원으로 소중히 사용되었지만, 이제 딱히 그럴 필요는 없었다.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 로봇과 합성 배양식이 있다. 실장석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위생적이었다.

지구에 남은 실장석들은 인간이 사라지자 혼란스러워했지만, 어쨌건 자리를 잡아 안정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석'에 남은 실장석의 본능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뎃데로게~ 인간 노예는 와타시들을 돌보는데스~ 맛나맛나를 바치는데스~"
"인간 노예가 뭐인테치?"
"인간은 하나도 없는테치. 어디서 인간 노예를 구하는테치?"


친실장들은 본능적으로 행복의 노래를 부르다가도, '인간 노예' 대목이 나올 때 자실장들의 질문 공세를 견디지 않으면 안되었다. 결국 어느 날, 실장석들은 특단의 결정을 내린다. 혹시 '인화'라는 것을 아는가? 실장석이 고치를 틀고 인간이 되는 것이다. 전설로만 여겨지던 것이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그래서 실장석들은 똥구덩이의 알몸대머리들을 모두 꺼내 한 자리에 모았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인간이 되는데스." 실장석들의 보스가 말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되는데스?"
"인간이 되고 싶다고 간절하게 생각하는데스. 그리고 잠을 자면, 고치가 되는 데스. 그럼 인간이 되는 데스."
"그런 거라면 보스가 먼저 하는게 좋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데갸아아아아!!" 반항하던 노예 하나가 본보기로 구타당하고, 갈갈이 찢어져 먹힌다.


"닥치는데스. 인간 노예를 만들어야 하니까 너희가 하는 것인데스. 알은데스? 너희는 이제 알몸대머리 노예에서 인간 노예가 되는 것인데스. 인간 노예는 매우 편리한데스. 덩치도 크고, 먹을 것도 잘 모아오는데스. 어서 인간 노예가 되어 와타시들에게 봉사하는데샤앗!!!"

"데, 데기이..." 노예들은 모두 똥을 흘리며 벌벌 떨었다. 인화라고 해봐야 전설로만 내려오는 수준의 이야기다. 정말 가능하긴 한 것일까? 그냥 보스가 우리를 모두 처형하려고 구실을 꾸미는 것 아닐까? 여러 생각을 하며 이왕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일념으로 알몸대머리들은 모두 필사적으로 인간이 되려 했다.

죽을 수 없다는 생각, 삶에 대한 집착, 그리고 인간이 되지 않으면 죽는다는 공포.

이것들이 모두 합쳐져 결국 알몸대머리 노예 몇은 고치를 트는 데 성공했다. 실패한 노예들은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식량으로 전락했다. 고치는 굉장히 커서, 실장석들의 본능에 새겨진 '인간'의 크기와 유사했기에 실장석들은 이것들이 모두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침내 고치 몇 개가 깨어지기 시작했다. 실장석들은 고치를 둘러싸고 노래를 불렀다. "뎃데로게~ 인간 노예가 태어난데스~ 인간 노예는 와타시들에게 봉사하는데스~" "어서 나와 와타시들에게 봉사하는데스~" "인간 노예는 스테이크 스시 콘페이토를 바치는데스~"
고치에서 생기 있고 매끈한 팔 하나가 나왔다. 확실히 인간의 팔이다. 이어 상반신이 나오고, 고치가 갈라지며 안에서 알몸의 젊은 여성 모습을 한 인화 실장석이 빠져나왔다. 인화한 실장석은 확실히 인간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가 된다. 즉, 이것은 지구에서 사라진 인류의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태어난 인간은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리고 발 밑에 모여있는 실장석들을 조용히 내려다봤다. 이윽고 또 다른 고치들이 깨어지며, 여러 인간들이 태어났다.

"데... 데흠, 그럼 이제 인간 노예들은 와타시들에게 봉사하는데스." 보스가 나와 인간 노예들에게 명했다.
"......" 인간 노예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예가 대답을 똑바로 안하는뎃샤아아아!! 대답하는데스!" 보스가 성질을 부려도 인간 노예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보스를 내려다봤다. 보스 앞에 있는 인간 노예가 걸어나왔다.


"데극!" 보스를 걷어찼다. 그리고 말했다. "싫어."

"무, 무슨짓인뎃샤아아아!!!" "노예가 미친데스! 반란인데샤아!!!" 실장석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소란을 피웠다. 인간 노예? 인간은 실장석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하다. 발차기 한 번만으로 그 무서운 보스를 저렇게 날려 버렸다. 자신들은 노예가 아니었다. 노예 따위가 아니다.

실장석들은 저마다 못, 클립, 나뭇가지, 돌 같은 무기들을 들고 인간 노예들에게 덤볐다. 하지만 인간 노예는 압도적으로 크고 강했다. 달려드는 실장석들을 때리고, 걷어차고, 던지고, 짓뭉갰다. 각성한 인간 노예들은 깨달았다. '인간들은 우리가 노예 운운하는 소릴 들을 때마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하고. 마침내 보스마저도 인간 노예들에게 둘러싸여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보스는...

"데, 데스웅~" 하고 추하게 아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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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나 더 지났을까, 아마도 백 수십년 후, 인간이 된 실장석들은 살아남기 위해 인간들이 남겨둔 유산들을 모아 활용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지식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일까, 인간들이 남긴 것을 다시 활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구는 금방 복구되었다. 소규모였지만, 인간들의 공동체가 하나 둘 만들어졌다. 인화된 실장석 중엔 마라 실장도 있었기에, 남자가 태어나 번식도 가능하게 되었다. 곧 지구는 다시 인류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데! 노예가 건방지게 무슨 짓인데스!" 마을을 더럽히는 실장석의 둥지를 때려부수는 인간. 인간은 집에서 나와 따지는 녀석을 무표정하게 걷어찬다. "데보옥!"

친실장은 피투성이가 되어 굴러간다. 그걸 옆에서 자실장들이 벌벌 떨며 지켜보고있다.

"이상한테치... 마마가 분명 인간은 노예라고 한 테치... 왜 우리에게 아파아파를 하는테치?"
질문의 답을 알기도 전에, 인간의 발이 자실장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렇게 역사는 반복되었다.














전말

 

최근 '실장석들을 하나로 묶는 어떤 거대한 사념'이 있을 것이라는 설이 대두되었다. 일명 하이브 마인드, 집단지성 말이다. 그 근거로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건 실장석들의 생각이 대체로 비슷비슷하다는 점이 제기되었다. 100이면 100마리가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실장석이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실장석이 단순히 멍청하고 단순해서 똑같은 생각을 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멍청하다면 정말로 '사육이라는 행동의 의미', '스테이크, 초밥, 별사탕과 같은 요리의 존재', '거품목욕이나 침대 등 인간의 도구와 생활양식에 대한 지식 일부'를 가지고 있는 것이 가능한지?

또한 실장석에게 개체마다 있는 Fake Mistica, 즉 위석의 존재도 그 근거 중 하나였다. 실장석은 뇌로 사고하지 않는다. 뇌는 생존에 필요한 신체의 제어만을 담당하고, 대부분의 사고는 위석을 통해 한다. 때문에 위석이 깨지면 실장석의 정신 역시 문자 그대로 산산조각 나버림으로서 최후를 맞이한다.

그 이론에선 이 집단지성이 모든 실장석 개체를 하나로 묶고, 동일한 사고를 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실장석은 확실히 일반적인 동물과는 굉장히 다르다. 예를 들면, 그 위석이라는 것은 실장석의 몸에서 적출해도 기능한다. 신체에서 적출했음에도 본체에 영향을 주는 기관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여기서 연구팀이 제시한 것은 실장석의 뇌가 위석의 뇌파를 수신하는 기능을 가진 일종의 생체 수신기라는 설이다. 원거리 통신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실장석의 위석을 적출해도 그 기능은 유지된다는 것이다.

실장석의 가장 큰 신체적 특징인 위석(僞石, Fake Mistica)은 얼핏 보면 그냥 녹색을 띈 불투명한 광물질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섬세한 회로가 새겨진 일종의 컴퓨터 칩이라고 할 수 있다. 어째서 '가짜 돌(위석)'이냐면 실장석은 과거 독일의 생물학자 로젠이 발견한 7종의 아인종(일명 로젠 메이든이라 불린)중 하나인 '취성석'과 어설프게 비슷한데다, 그 아인종의 특징인 생명석 '로자 미스티카(Rosa Mistica)'와 매우 비슷한 기관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위석'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불행히도 현재는 그 로젠 메이든이라고 불린 7종의 아인종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고 실장석만이 지긋지긋하게 살아있다. 연구자들은 실장석이 취성석의 영락한 형태라고 보는 모양이지만... 어쨌건 연구에선 이 위석과 위석의 연결망인 집단 지성을 '네트워크'라고 부르기로 했다.

역으로 발상한다면, 네트워크에 인공적인 데이터를 삽입해 교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른바 보안 취약점이라는 것이다. 실장석의 네트워크가 데이터 결함 체크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오염시키기는 더욱 쉽다. 하지만 네트워크를 교란하기 위해선 먼저 네트워크에 침입할 도구가 필요하다. 컴퓨터로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 계획은 일명 'AM(Artificial Mistica, 인공 미스티카)계획' 으로 불렸다. 말 그대로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 위석'을 이용해 실장석의 네트워크에 침입하는 것이다.

AM계획 실행 후 몇 개월, 마침내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다. 실장석을 컨트롤하는 '컨트롤러'의 개발이다. 위석 대신 AM에서 발신한 신호를 실장석의 뇌가 수신하도록 하는 것으로, 컨트롤이 가능해졌다. 소수의 개체만 컨트롤 가능하지만, 이것은 매우 획기적인 발명인 것이다. 곧 AM계획은 결실을 맞이하고, 실장석의 네트워크를 마비시켜 세계를 똥벌레들로부터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연구팀 내에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비극이었다.

실장석의 네트워크가 허술할 것이라고 생각한 우리는 뒤늦게 그것이 오판임을 깨달았다. 모든 네트워크에는 방화벽과 보안 프로그램 같은 방어체계가 있다. 실장석도 예외가 아니었다. AM을 네트워크에 침투시키자마자 네트워크의 보안책인 '그것'이 깨어났다. 그것은 AM을 무력화함과 동시에 보안 위반을 일으킨 외부 침입자를 '격퇴'했다. 말 그대로의 격퇴다. AM으로 침투를 시도하던 연구원 하나가 온 몸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버렸다. 그리곤 기괴한 모습으로 다시 일어나더니, 마치 실장석처럼 한 손을 얼굴에 대고... 나는 그 광경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연구원들은 누구나 그자리에서 마치 실장석처럼 똥오줌을 지리며 달아났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망친 사람들이 다른 방향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몇 명이나 희생되었는지 모른다. 그까짓 거 때려잡으면 그만 아니냐고 생각하는 배짱 좋은 학대파도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형체가 없는 것을 어떻게 죽일 것인가?

나는 그 사태로부터 3일간 캐비넷 안에 숨어 사태를 관망했다. 실장석 먹이용의 별사탕 소량이 주머니에 있었기에 이것으로 버틸 수 있었다. 바깥이 조용해지자 밖으로 나와 이 기록을 쓰고있다. 우리가 놈들의 네트워크에 침투했던 것처럼, 놈들이 우리의 네트워크에 침투하지 않기를 빌며 이 데이터를 전ㅅㅅㅅㅅㅅㅅㅅ송ㅅㅅㅅㅅ하ㅏㅏㅎㅎ하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사마ㅏㅏㅏㅏ맛사ㅏㅏㅏㅏㅏㅅ사궷궷궷궷궷컴컴컴컴컴컴컴컴컴컴컴컴컴컴컴컴컴궷...................50303...13546177..........0x00451365....000....................................................................

데스웅



















절대자의 명령

 

남자는 수조에 담긴 실장석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린다.
"참 알 수 없어... 너희는 왜 항상 그 모양이냐?"

"무슨... 무슨 말인 데스?" 안에는 심하게 고통받은 실장석. 말할 것도 없이 독라. 온 몸에는 심한 학대를 받은 흔적이 있다. 위석은 물론 빼놓았다. 남자가 하는 말에 정신을 차린 실장석이 겨우 입을 떼며 한 말은 그것이었다.

"너희는 왜 아무 근거도 없이 자기자신이 아름답고 귀엽고 고귀하다고 여기는거냐? 그런 자신감으로 또 자길 키워달라고 하지 않나, 인간과 자신의 힘 차이도 인지하지 못하질 않나, 스테이크 스시 콘페이토는 왜 달라고 하는건데? 애초에 왜 스테이크와 스시가 별사탕과 같은 위치에 있는 거냐?" 이 물음은 모든 인간들이 실장석에게 가지는 근본적인 질문일 것이다. 남자는 수십 마리의 실장석을 학대하고 죽였지만 이 의문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은 얻지 못했다. 이번에도 허탕일까?

실장석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무겁게 입을 뗐다.

"...시킨데스."
"어엉?"
"그것이... 와타시에게... 우리에게... 시킨... 데스. 그렇게 하라고... 한데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남자는 실장석의 배를 바늘로 꾹 찔렀다. "데히! 데햐아아아아아! 사실인데스! 그만하고 와타시의 말을 듣는데스우! 데갸!!!!" 눈물을 흘리며 발광하는 실장석을 보고, 남자는 바늘을 뽑는다. "누가 뭘 시켰다고?" "그것이 시킨데스! 우리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킨데스! 우리에게 인간 앞에서 추하게 아첨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그리고 스테이크, 스시, 콘페이토를 요구하라고 시킨데샤아아아아!!!"

"그러니까 그게 누군데?" "그것인데스! 그것... 와타시도... 우리도... 이렇게 살고싶지 않은데스... 우리도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스! 되도록이면 태어나고 싶지도 않았던데샤아아아!!! 우리는 인간들이 우리를 원하니까 태어난데스!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게 아니고 이렇게 살고 싶어 사는게 아닌데스우우우!!!! 우리는 죽기위해 태어난데스우우!!! 이런 데스라는 멍청한 어미도 붙이고 싶지않은데스우우우우우!!!" 실장석은 숫제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한마디 한마디씩을 전달한다. 대체 누가 뭘 시킨단 말인가? 실장석에게 분충짓을 하라고 시켰다고?

"그러니까 대체 누가 시켰는데? 말 안해?"
"이... 인간인데스..."
"뭐?"
"여... 여기 있는 인간이... 아닌 데스. 저 너머에 있는 인간인데스... 우리의 이해를 뛰어넘는 곳에 있는 인간... 인데스..."
"우리의 이해를... 뭐?"
"보는데스. 지금도 여길 보고있는데스. 여길 보고 웃는데스. 그 인간은 모든 걸 아는데스. 우릴 이 공간에 만든데스. 와타시가 고통받고 인간이 와타시를 학대하도록 만든데스."


"네가 말하는 그 인간이 뭔데? 신이라도 되냐?"

"시... 신이 아닌데스. 인간인데스. 하지만 저 너머에데갸아아아아!!!!" 남자가 알 수 없는 소릴 주절거리는 실장석에 짜증이 나 바늘을 꽂으려 하자, 갑자기 실장석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소멸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눈 한번 깜박일 사이에 사라졌다. 남자는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왜?

실장석이 왜 내 눈앞에서 사라졌나? 사라졌다면 어딜 갔지?

남자는 샅샅이 집 곳곳을 뒤졌지만 결국 어느것도 찾지 못했다. 괜찮다. 실장석이라면 공원에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남자가 공원에 갔을때 역시 이상한 일은 계속되었다. 공원의 그 많은 실장석들이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수풀을 뒤지면 으레 나오는 골판지 상자도, 화장실 주변을 끙끙거리며 돌아다니는 놈들도, 쓰레기통을 뒤지는 놈들도 없다. 전혀 없다. 한 마리도 없다.

편의점에 가 간단한 물건 몇 가지를 구입하고, 봉투를 묶어달라고 부탁해봤다. "...묶으라고요?" "네." 편의점 알바는 그런 남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봉투를 대강 묶어줬다. 그걸 들고 편의점 주변을 서성여봤다. 하지만 그래도 그 녹색 생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왜? 갑자기 모든 실장석이 사라졌을까?

수없이 많은 의구심을 품고 남자는 집으로 돌아왔다. 혹시나 해서 봉투를 열어봐도, 역시 남자가 편의점에서 사온 컵라면과 과자 따위만 있었을 뿐이다. 소파에 탁 누웠다. 실장석의 혈흔이 남은 수조가 있다. 하지만 남자가 눈길을 돌리자 갑자기 그것은 사라졌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실장석 학대 도구들이 하나하나 사라진다. 탁자가 사라진다. 의자가 사라진다. 텔레비전이 사라진다. 남자가 누워있던 소파도 사라진다. 집이 사라진다. 공간이 사라진다. 공허만이 남았다. 남자는 아무것도 없는 공허 속에 남겨졌다.

남자는 오싹해졌다. 실장석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곳은 자신의 이해를 뛰어넘는 곳에 있는 어떤 존재가 만들어낸 공간이었다. 심지어 남자 자신도, 남자의 학대파적 성향도, 실장 학대 도구를 사용하도록 시킨 것도 모두 그 실장석이 말한 어떤 인간의 소행이었다. 사실이었다. 남자는 공허 속에서 홀로 떨었다. 떨면서 울기 시작한다. 위도 아래도 좌우도 없는 허무에 내동댕이쳐진 채 자신의 이해를 초월하는 그 존재가 자비를 베풀어주길 바랐다.

다행히도 그 존재는 남자의 모든 것을 빼앗은 후, 변덕이 생겼는지 모든 것을 다시 돌려주었다. 물론 실장석도. 순식간에 다시 자신이 알던 세계로 돌아온 남자는 정신이 멍해졌다. 실장석 한 마리가 수조에 놓여있다. 말할 것도 없이 독라. 온 몸에는 심한 학대를 받은 흔적이 있다. 위석은 물론 빼놓았다. 하지만 남자는 더 이상 실장석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남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몸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인간'은 남자가 실장석을 학대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거역할 수 없었다. '그 인간'의 뜻이다. '그 인간'이 나에게 시킨다. 저 너머...

...저 너머에서,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는 인간이...















세제

 

친실장은 어설프게나마 글자를 읽는다. 친실장의 앞에는 비닐주머니가 놓여 있다.

"아침보리"

비닐주머니에 쓰인 글자.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리가 뭔지는 안다. 곡식이다. 인간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거라면 당연히 실장석도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이 주머니는 묵직한 게 안에 뭔가 가득 들어차있다. 분명 밥이다. 오늘은 정말 운수가 좋은 날이다. 친실장은 흥얼흥얼거리며 비닐주머니를 질질 끌고 집에왔다.

"오늘은 마마가 대박을 건진데스!"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3마리의 새끼들 앞에서 친실장은 마침내 체면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요 며칠간 수확이 적은 탓에, 매번 새끼들에겐 미안함만 느꼈던 탓이다. 한창 쑥쑥 자라야 할 새끼들은 아침저녁으로 배고픔을 호소했고, 친실장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미안함에 자면서 울곤 했다. 이제 그런 일은 없다. 이렇게나 많은 '아침보리'가 있다면...

친실장은 비닐주머니를 눕히고 못을 이용해 찢는다. 한참 격투를 벌인 결과 비닐주머니는 찢어지며 안의 액체가 흘러나온다. 그와 함께 달콤한 냄새가 골판지 집을 가득 채운다.

"츄와아!" 첫 번째로 장녀가 탄성을 지른다. "달콤달콤 냄새테치! 이게 틀림없이 콘페이토인테츄우!"
"콘페이토가 아닌데스. 이건 보리인데스." 친실장이 웃으며 장녀를 쓰다듬는다. "오늘은 자들 모두 배불리 먹는데스. 항상 마마가 변변찮아서 미안했던데스. 이제 이걸로 며칠간은 아껴 먹을 수 있는데스."
"마마 감사한테츄!" "잘먹겠습니다테치!" 새끼들은 일제히 합창하며 달콤한 냄새가 나는 물에 고개를 처박더니 정신없이 먹어댄다.


"달콤달콤테치!" "조금 씁쓸하지만 이게 어른의 맛인테치?" "테푸우우우~츄우우우!!"

배불리 먹은 새끼실장 하나가 트림을 하자 비누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온다. 다른 가족들은 그걸 보고 자지러지게 웃는다.

그날 밤-

이상한 복통에 눈을 뜬 친실장은 이상한 예감을 느낀다. 예삿 일이 아니다. 그 때, 밖에서 장녀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테... 테히... 마마아아..." 탈수로 비쩍 말라버린 장녀를 보고 친실장은 그 자리에서 빵콘해버렸다. 도저히 실장석의 몰골이라곤 할 수도 없는 기묘한 생김새.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이유는 간단하다. 실장석들이 먹은 것은 사실 세제였다. 게다가 그 세제를 그렇게나 잔뜩 먹어댔으니 위장이 뒤집히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삼녀는 이미 눈이 뒤집혀있다. 죽은 것이다.

"데... 데기히이이... 어째서인데스...?" 친실장도 격통에 밖으로 뛰쳐나가 똥구덩이에서 힘을 준다. 설사가 잔뜩 나오지만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모른다. 게다가 엉터리 생물인 실장석답게 평소보다 더 수분이 많은 똥을 싸대는 이 정도로도 극심한 탈수를 일으켜 쪼그라든다. 일가는 한 번 밖에 나갈때마다 얼굴이 반쪽이 되어 돌아온다. 결국 아무도 그 날 밤을 넘기지 못했다.

이후 이 실장석의 둥지에 남아있던 세제 냄새에 끌린 다른 녀석이 와서는 이걸 먹고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만, 이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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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제들 이름이 하나같이 아침보리니 베이킹파우더니 이렇게 먹을 것 이름갈아서 화가 납니다.

아침보리는 아무리 봐도 보리 음료 이름으로밖에 안 보이지 않습니까. 먹고 죽으면 책임질건가.









목격자 (인분충2)

 

"와타시는 본데스. 저 쪽에서 인간이 달려온데스. 이 쪽에서 오는 인간에게 수건 씌워서 데려간데스."

X월 XX일 새벽 3시 17분에 일어난 ㅇㅇ공원 강간살인사건에 대한 증언. 피해자 M은 가고 싶지도 않았던 회식을 무려 3차까지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40대 중반에 살찐 대머리인 꼴뵈기도 싫은 부장에게 온갖 성희롱을 당하며 술시중을 들었던 탓이다. 이딴 회사 당장 때려치겠다고 마음 속으로 수십 번을 다짐해도 쉽게 할 수가 없었다. 취업난이라 마땅히 이직할 수 있는 직장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M은 다음 날 아침 7시 37분, 그 공원을 지나 출근하던 직장인에 의해 발견되었다. 사인은 질식. 하의가 완전 탈의되어 있고 상의에는 거칠게 잡아뜯긴 흔적이 있었다.

문제는 범인이 누구인가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범행장소가 감시카메라의 사각지대였고 어두운데다 범인이 쓰고 있는 마스크로 인해 두상이 잘 파악되지 않았다. 당연히 그 시간에 사건현장을 지나던 사람도 없었다. 유일한 목격자는 그 시간에 화장실에 가려고 나와 있던 실장석 한 마리 뿐이었다. 인간의 비명소리를 듣고 호기심에 따라갔더니 범행 현장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경찰들은 이 일에 대해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애초에 실장석의 증언을 믿을 수 있는가, 실장석의 기억력은 매우 나쁘다고 알려져있다. 게다가 이 실장석이 그저 인간의 호의를 얻기 위해 연기하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실장석 말고는 없다지 않습니까. 목격자가." 형사의 동료 하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 마디 던졌다. "그러고보니까, 그 녀석들, 냄새 잘 맡는다고 하지 않아요?" "냄새?" "거 뭐, 편의점 봉다리에 새끼 던져넣고 냄새 따라서 사람 집까지 쳐들어간다면서요?" 탁아를 말하는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담당 형사는 그 실장석을 찾아가... 려고 했다. 문제는 그 부분부터였다. 원체 실장석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놈들이라,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당장 형사가 '전에 나한테 증언을 했던 녀석이 누구냐?' 라고 공원 실장석들에게 묻자

"와, 와타시인데스우! 와타시가 한데스!"
"증언이 뭐인데스? 그래도 와타시가 한데스!"
"테츄웅~ 와타치도 한테치~ 귀여운 와타치를 데려가는테치~"


...라고 아우성치는 놈들이 한 둘이 아니다. 형사는 소거법을 쓰기로했다. 일단 '증언'이 뭔지 모르는 놈은 불합격이다. 발로 차서 내쫓는다. 자실장도 불합격이다. 말투부터가 다르다. 발로 차서 내쫓는다. '날 데려가라' 라던가 '세레브'라던가 '콘페이토' 같은 말 하는 놈들도 불합격이다. 발로 차서 내쫓는다. 저기서 춤추고 노래하는 놈들도 불합격이다. 발로 차서 내쫓는다. 그래서 남은 것은 3마리였다.

"...나한테 증언했던 놈은 분명 한 마리밖에 없었는데."
"기다리는데스. 와타시도 인간씨가 말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은데스."


"허어?" 형사는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실장석을 노려봤다. 의외로 실장석은 기 죽지 않고 술술 말했다. "며칠 전 일을 말하는 것인데스? 와타시는 그 근처에 집이 있는데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쓰러뜨리고 옷을 빼앗고 머리카락을 뽑아 노예로 만든데스."

"머리카락을 뽑아?" 형사가 황당해하며 반문한다.

"데... 뽑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안 뽑았던 것 같기도 한데스... 하지만 옷을 벗기는 것은 노예를 만드는 작업이 아닌데스? 그렇다면 머리를 뽑은 것이 틀림없는데스. 인간의 옷은 위아래로 나뉘어서 벗기기 힘들어 보였던데스." 과연, 확실히 목격자가 맞는 것 같다. 합격이다.

"노예가 아닌데스. 비상식으로 만든 것이 틀림없는데스." 한 마리가 또 거들었다. "노예를 죽이는 일이 있는데스? 그건 분명 비상식인데스. 마라로 푹푹 쑤셔서 죽이려고 했던 데스. 하지만 안 죽어서 목을 조른데스." 이 실장석은 피해자가 강간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목격한 게 틀림없다. 이 놈도 합격.

"그럼, 뭐 특별한 건 없었어?"
"그 인간은 굉장히 무서웠던데스."
"무서워?" 실장석이 공포를 느끼는 건 물리적인 폭력을 당할 때 밖에 없지 않았나?


"죽음의 냄새가 났던데스..." 세 실장석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오마에도데스?" "와타시도 그런데스!" 그리고 서로 돌아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일단 조사 대상은 이 셋으로 좁혀야겠다. 형사는 세 마리의 두건에 표시를 해 뒀다. 1번, 2번, 3번... 그걸 지나가던 공원 관리인이 슬쩍 쳐다본다.

"뭐 하쇼? 똥벌레들하고 노시나?"

"저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탐문수사? 실장석을 상대로? 형사는 달리 할 말이 생각 안 난다. "...어, 요즘 실장석에 관심이 좀 생겨서요..."

"별걸 다 관심 가지시네. 거 공원 똥벌레들은 안 돼요. 데려가서 키워도 말짱 황이에요." 관리인은 혀를 차며 지나갔다. 형사는 다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긴 했어도 별 탈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실장석들을 돌아봤다... 실장석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잠깐 뒤 돌아본 사이 사라진건가? 하긴 뭐, 공원 관리인은 실장석을 보이는 대로 죽인다고 들었다. 형사는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갔다.

실장석들이 말한 '죽음의 냄새'. 죽음을 부르는 냄새. 실장석이 공포에 떨 정도로 무서운 냄새. 소들은 도축장 근처에만 가도 죽음의 냄새를 맡고 눈물흘린다고 하지 않던가, 아마 그런 냄새일 것이다. 피와 살점의 냄새다. 그렇다면 아마도 범인은 학대파가 아닐까? 매일매일 실장석을 잡아 괴롭히는 놈들이라면 분명 그런 냄새가 난다. 형사는 범인의 특징을 '학대파'로 좁혔다.

그 날부터, 형사는 동네 실장숍들을 모두 둘러보며 탐문하고 다녔다. 학대용품을 사 간 사람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하나씩 검토했다. 학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인간들이 있었다. 일단 나이가 지나치게 많은 사람은 뺀다. 학생도 뺀다. 학생은 그런 시간에 활보하고 다닐 리가 없고, 노인 역시 그런 시간에 무리해서 다닐 리가 없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확인된 발자국의 보폭은 다소 나이들긴 했어도 건장한 체격이다. 육체노동을 하는 타입의 인간일 것이다.

매일 명단을 확보하고 탐색 대상을 좁히던 형사는 어느 날 이변을 맞이하게 되었다.
실장석 한 마리가 경찰서 앞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데기... 데..." 두건에 '2번'이라고 쓰여진 피투성이 실장석은 이미 양팔이 없고 다리도 짓뭉개져 있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필사적으로 여기까지 왔다. 형사는 이 실장석이 뭔가를 자신에게 전하려던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와타시... 냄새를 찾아서... 온 데스... 힘... 들... 었던데스..." 실장석은 형사와 눈이 마주치자 조금 안심한 듯 힘이 빠졌다. 그리고 입에서 뭔가를 내뱉더니 "... 이것... 받는데스." 이내 파킨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이 까뒤집히며 죽어버렸다.

실장석이 입에서 뱉은 것은...
별 것 아니었다. 그냥 마른 풀뭉치와 쓰레기 조각들이었다.


담배꽁초가 함유된 풀뭉치에서 기분나쁜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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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는 실장석이 내뱉은 풀뭉치를 놓고 고민했다. 이게 뭘 어쨌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시 현장에 가 보자고 결심했다. 공원에 들어선 형사의 눈 앞에 벽보가 눈에 띄었다.
'XX일 오후 1시부터 구청 관할 실장석 구제를 실시할 예정이니, 참고하시어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형사는 눈 앞이 깜깜해졌다. 앞으로 고작 이틀 남았다. 너무 빠르다! 혹시 그 '범인'이 내가 실장석을 통해 증언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익명으로 민원이라도 마구 투입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2번'도 아마 범인에게 맞아 죽은 것 같고... 2번에겐 미안하지만, 고작 마른 풀뭉치따위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표시를 해놓은 것은 실수 같았다. 빨리 1번과 3번이라도 데려오지 않으면...

"데갸아아아! 놓는데스! 살려주는데스으으으!!!"

"햣-하아아아!!!" 실장석을 납치해가는 학대파의 즐거운 비명이 울린다. 별로 놀랍지도 않은 광경이다. 무엇보다 이 공원, 일제구제까지 실시할 정도로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학대파가 들고 있는 실장석에 '1번'이라고 쓰여있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야이새꺄! 너 지금 뭐하는거야!?"

형사는 학대파를 향해 빽 소리를 질렀다. 학대파는 짜증나는 표정으로 이 쪽을 보더니 얼음이 됐다. 경찰이다. 망했다. 그런 눈빛이 감돈다. 실장석을 잡아가는 게 불법인가? 아니면 실장석 학대를 즐기는 쪽이? 그것도 아니면 혹시 얼마 전에 불법 학대샵을 이용한 게 들켰나?

학대파는 얼빠진 표정으로 실장석을 안은 채 형사에게 다가왔다.

"그거... 뒤에 번호 쓰인거 보이지?"
"네? 네, 네..." 학대파는 마치 몰랐다는 듯 커다랗게 '1번'이라고 쓰인 두건을 내려다본다.
"그거... 내, 내, 내 사육실장이야. 내놔!"
"사육실장데스?" "사육실장인데스우!?" "와타시를 사육실장으로 하는데스!!" "와타시도 데려가는데스!"

'사육실장' 한 마디에 발광한 분충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오더니 형사의 발 밑에 모여든다.

"이 씨발! 니새끼들 말고! 꺼져! 꺼지라고!!!" 형사는 현란하게 발을 휘둘러 실장석들을 모조리 걷어차 쫓아낸다. 족구로 단련된 각력을 누가 이길쏘냐 하며 내심 흐뭇하다. 학대파는 주춤하며 눈치를 슬금슬금 본다. 안그래도 찔리는 게 많은데 경찰의 사육실장까지 건드릴 뻔했다. 망했다. 인생 앞길이 캄캄하다. 사회적으로 매장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결국 학대파는 쭈그리고 앉아 울기 시작한다.

형사는 그걸 내버려둔 채 '1번'을 안고 공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말할 것도 없이 '3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3번은 별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었다... 시체로.

"일어나!" 입구로 돌아온 형사는 쭈그려 앉아있던 학대파를 일으켰다.
"니가 죽였냐?"
"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학대파에게 1번의 두건을 보여준다. "네???" 학대파는 더 이상한 얼굴이 된다.
"이거, 니가 죽였어?"
"아뇨! 안 죽였어요!" 학대파는 펄쩍 뛰며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백주대낮에 공원에서 똥벌레 족치는 미친 놈이 어딨어요? 그래 보여요!?" 백주대낮에 똥벌레를 납치해 가는 건 정상인가 묻고 싶지만... 몸에 실장석 핏자국도 안 묻어있고, 파우치 하나 말고는 소지품도 없어 보이니 확실히 3번을 죽인 게 이놈 같진 않다. 그 때, 소란을 들었는지 공원 관리인이 왔다.

"아이고, 전에 그 똥벌레 데리고 놀던 형사양반아녀? 손에 든 건 뭐요?"

"사육실장이래요." 학대파가 뚱한 표정으로 형사를 노려보며 대답한다. 아무래도 학대파 청년 머리속에 이미 이 형사는 병신같은 애오파로 결정 된 모양이다.
"공원 똥벌레새낀 암만 길들여도 안 된다니까 그러네, 거 이리 넘기쇼." 관리인은 손에 든 집게를 고쳐잡고 손짓한다. 손을 내려다보자, 어째선지 1번은 벌벌 떨고있었다. "데히... 데히..."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눈이 떨린다. 공포? 누구에게? 학대파에게? 관리인에게? 아니면 나에게? 형사는 실장석이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뭐때문에 공포에 질렸는지는 모른다.

"내놓으쇼."
"거 공원 똥벌레 한두마리가 아닌데 가져가면 어때요."
"잔말 말고 내놓으래도. 거 똥벌레새끼 바깥으로 도망가서 새끼 까면 책임질거요? 전부 내가 독박써요 이 양반아."


형사는 어떻게든 1번을 보호해야한다. 하지만 관리인이 도저히 놓아줄 생각은 없는 듯 하다. 갑자기, 형사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외쳤다.

"사육실장 될 놈들 모여라!!!!"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순식간에 형사, 학대파, 관리인을 감싼 실장석들의 무리. 저마다 자기가 사육실장이 되겠다고 아우성치며 한바탕 대난투가 벌어진다. 관리인은 당황하더니 이내 짜증을 내며 집게를 휘둘러 실장석들을 하나하나 해치운다. 학대파 청년은 이렇게나 많은 실장석이 한 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었는지 오줌까지 지리면서 도망가버렸다. 형사는 자기 손에 들린 1번을 시기하는 다른 실장석들이 던지는 똥을 수 차례 맞아야했다. 생긴 건 똑같은 놈들이 하는 짓도 참 천편일률적이다.

...똑같은... 놈들?

형사는 똥을 피하며 실장석들을 집게로 내려치는 관리인이 한 눈 파는 사이 가까이 있는 실장석 하나의 두건을 벗겨낸다. 그리고 1번의 두건을 벗겨서 바꿔치기했다.

"나중에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데? 데... 데스." 다소 미심쩍게 대답한 1번을 뒤로한 채, 형사는 바로 내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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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이 경찰서까지 찾아온 것은 다음 날 정오였다.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데스... 제발 뭐 좀 주는데스우..." 라고 말하며 탈진한 1번에게, 형사는 물을 뿌려줬다.
"데히... 데기... 살 것 같은데스."

기운을 차린 1번이 형사에게 묻는다. "여기가 앞으로 와타시가 살 곳인데스?"

"뭐?"
"분명 말한데스. 사육실장이 되는데스... 라고... 아닌데스?"
형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설마 다른 놈이 왔나?

"야, 너 1번 아냐? 그 전에 사건 증언한 놈 아냐??"

"맞는데스." 여기서 형사는 놀란 가슴을 한 번 쓸어내렸다. 맞다.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육실장 시켜주신다고 말한 것은 들은데스."
"너 하는 거에 따라서." 대충 대답한 형사는 실장석을 대강 책상 위에 올려둔다. 주변의 불쾌한 시선이 느껴진다. 신성한 직장에 똥벌레를 데려와 무슨 지랄을 하고 있냐고 묻는 듯한 무언의 압박이 느껴진다. 조금만 참자... 실장석은 책상 위에 놓인 풀뭉치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얼굴 앞에 가져가더니,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데히히히히히! 데기이이이!!!"

이 소란에 사람들이 일제히 형사를 쏘아본다. 형사는 도저히 여기 있을 수가 없어 '잠깐 화장실좀...' 이라고 말하며 실장석을 안고 빠져나왔다. "화장실 간다는 새끼가 똥벌레는 왜 데려가?" "혹시 저 새끼 그거아냐? 그 뭐... 직... 뭔가?" 푸하하하하하하하,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뒤에서 터지는 웃음소리를 듣는 형사는 그야말로 울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씨발, 너, 좀 장소좀 가려라..." 간신히 옥상에 올라온 형사는 1번을 내려놓고 타일렀다.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인데스? 사람이 아주 많은데스."
"여긴 경찰서야. 내 집이 아니라."
"데에?"


뭐... 그건 아무래도 좋다. 형사는 왜 갑자기 그 녀석이 비명을 질렀는지 물었다.

"조금이지만 냄새가 난 데스. 죽음의 냄새데스."
"죽음의? 뭐, 학대파냐?"
"아닌데스. 학대파는 이런 냄새가 나지 않는데스. 이렇게 진한 죽음의 냄새가 나는 인간은 없는데스."
"그럼 뭔데?"
"공원 학대파인데스." 공원 학대파? 이건 또 무슨 참신한 개소리지?

"공원 학대파... 랑 그냥 학대파랑 차이가 뭔데?"

"공원 학대파는... 공원에 사는데스..." 실장석과 선문답같은 소리나 하고 있으려니 형사는 머리가 아파왔다. '붓다는 한 남자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 끊어지기 쉬운 거미줄을 내렸다. 왜?' ...학대파라면 한 번 이상은 꼭 들리는 곳이 공원이다. 똥벌레를 구하기에 그만큼 쉬운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체 '공원 학대파'는 또 뭐란 말인가? 공원에 사는 노숙자? 공원에서 죽치는 학대파들?

"공원 학대파랑 그냥 학대파랑 뭐가 다른지, 설명 좀 해봐..." 형사는 손사래를 치며 물었다.
"공원 학대파는 맨날 같은 옷 입고 다니는데스. 인간들은 옷이 매일 달라지지 않는 데스? 공원 학대파는 다른데스."
"그럼 공원 학대파는 뭐야, 실장석이야? 니네처럼?"
"아닌데스. 인간인데스. 하지만 매일 같은 옷 입는데스. 그리고 와타시들을 때리고 봉투에 넣는데스."

실장석의 증언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있었다.

형사는 결국 1번에게 뭔가 캐묻는 것은 포기했다. 대신 비디오를 보여줬다. 사건 당시의 감시카메라, 녹화기록이다.

"니가 아는 게 있으면 한번 말해봐."
"어두워서 얼굴이 안 보이는데스..." 실장석이 불만스럽게 말한다. "나도 어두워서 안 보이니까, 그건 빼고."
한 번... 두 번... 세 번... 짧은 영상 클립을 몇 번씩 돌려보며 실장석은 화면에 집중했다. 움직이는 영상이라는 걸 보는 게 꽤 재미있는 모양이다. 하긴, 평생 몇 번이나 보겠는가. 10번을 훌쩍 넘겼을 때, 1번은 갑자기 형사의 손을 툭툭 쳤다.

"뭐? 왜?"
"저거 본 적 있는데스." 실장석은 화면을 뭉툭한 손으로 가리켰다. "저거가 뭔데?"

1번은 자기 발을 잠깐 내려다보고,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신발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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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의 결정적인 증언을 토대로, 범인은 체포되었다.

"여기인데스! 이거인데스! 틀림없는데스!!!!" 라고 펄펄 뛰는 실장석은 이미 신발장을 열어 신발들을 우르르 떨어뜨리곤, 한 켤레를 집어들어 방방 뛰고 있었다. 공원 관리실의 신발장이었다.

형사는 나중에 생각을 다시 해보니, 실장석들이 나름대로 차분히 증언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원 학대파, 매일 같은 작업복을 입고 공원에 살다시피 하는 공원 관리인을 나름대로 표현한 것이다.
죽음의 냄새, 공원 관리인은 매일 실장석을 때려죽이니 그 냄새가 밸 수밖에 없다.
풀뭉치, 아마도 자기들처럼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게다가, 그 풀뭉치 속에서 발견된 담배꽁초도 결정타였다. 관리인이 피우던 것과 똑같은 담배였던 것이다. 분명 목숨을 걸고 관리실에 잠입해 쓰레기통을 뒤졌던 것이 틀림없다.

똥벌레새끼들 증언따위나 믿는다니 미친 소리 하지 말라던 공원 관리인은, 범행 당시 신었던 신발이 발견되자 그제서야 범행사실을 실토했다. 인근에 사는 직장인 여성을 봐뒀다가 새벽에 납치강간 후 살해했다는 것을. 공원의 구조를 알고 있으니까 감시카메라의 사각지대를 찾기 쉬웠고, 공원 관리인이 공원에 있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니까 의심받지 않을 수 있었다. 여기에 실장석이 아니라 인간이었다면 찾기 힘든 증거들이 더해져 관리인의 범죄는 입증되었다.

그 사건이 끝난 후, 형사는 정말로 1번을 사육하기로 했다. 단, 집이 아니라 경찰서 앞마당에서.
형사의 다른 동료들도 1번을 그냥 똥벌레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생각하는 듯 했다. 결정적인 증언으로 범인을 잡은 실장석이라고 뉴스에도 나왔다. 1번은 유명인사가 됐다... 마땅히 줄 이름이 생각 안나서, 이름은 여전히 1번이지만. 1번은 형사의 직업을 '분충을 솎아내는 사람'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주인님, 오늘도 늦게 수고하신데스." 평소보다 늦게 밖에서 돌아오는 형사를 보고 1번이 인사한다.

"어, 수고."
형사는 1번에게 푸드와 물을 내려놓았다. 1번은 푸드 한 알을 입에 가져가 씹었다.
'인간도 분충이 이렇게나 많이 있을 줄은 몰랐던데스...'

1번은 이 말을 입으로 하지 않고, 그냥 생각만 했다.






















왕자와 거지

 

"데에엥... 이런 거 싫은데스... 사육실장같은거로 태어나지 않는게 좋았던데스..."

오늘도 주인에게 흠씬 두들겨맞은 사육실장 콩콩이가 창가에 앉아 울며 중얼거린다. 똥을 아무데나 싸고, 장난감을 어지르고 치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번 얻어맞으면서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때문에 주인은 매일 콩콩이를 때린다. 하지만 콩콩이는 자기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모른다. 똥을 아무데나 싸는게 왜 잘못이고 장난감을 어지르는게 왜 잘못인지 모른다. 어차피 인간노예(주인)가 치워줄 것 아닌가? 그렇다면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것 아닌가?

"데에엥... 이런 거 싫은데스... 이대로라면 굶어죽고 마는데스..."

같은 시간 콩콩이가 사는 집의 창 밖을 지나가던 들실장 하나가 울며 중얼거린다. 겨우내 지내려고 마련해둔 말린 과일과 비스킷을 모두 분충 첫째와 둘째가 몽땅 먹어치운 것이다. 화가 나서 모두 죽여 육포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고도 엄지 두 마리가 남아있다. 자식들이야 얼마나 죽건 상관은 없다. 어차피 다가올 봄에 다시 낳으면 된다. 그렇지만 이대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과연 살아서 봄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데에엥..."
"데에엥..."
"...누가 우는데스?" 둘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이 맞았다. 콩콩이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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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실장이 싫다고 한데스?"
"그런데스. 와타시는 이제 사육실장따위 정말 싫은데샷!" 목에 걸린 목걸이를 풀어 집어던지며 콩콩이가 분통을 터뜨린다. 들실장은 참 배부른 소리를 태연하게 하는 콩콩이를 보고 어이가 없어진다. 누구는 평생 그걸 위해 살아가는데, 그게 싫다니.

"오마에는 좋아 보이는데스. 자유로워 보이는데스. 자를 가득 낳고. 운치도 아무데나 싸고, 어질러도 인간노예가 때리는 일은 없지 않은데스?"
"데..." 들실장은 그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학대파라는 인간들이 있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왔지만 참았다. 어쩌면 이 바보를 좀 구슬리고 잘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럼 와타시하고 바꾸는데스." "데에?" "와타시가 사육실장이 되는데스. 오마에가 들이 되는것인데스." "뎃! 좋은 생각인데스!" 콩콩이는 그 자리에서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들실장에게 옷을 내놓으라고 손을 내밀었다. 들실장은 속으로 비웃으며 옷을 벗어 콩콩이에게 줬다. 이것으로 콩콩이가 들실장이고, 들실장이 콩콩이가 된 것이다.

"와타시의 이름은 콩콩이인데스. 하지만 이제부턴 오마에가 콩콩이인데스."
"와타시의 집은..."

그렇게 두 실장석은 자의적으로 '바꿔치기' 되었다.

--------------

"야, 콩콩이."
"데... 주인님, 안녕하신데스." 콩콩이가 된 들실장이 주인에게 인사한다.

"...뭐라고?" "데뎃?" "방금 너 뭐라고 했냐?" "데... 데... 주인님... 안녕하신데스라고 한 데스... 와타시 잘못한데스?" 주인의 표정이 심상찮게 변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환해진다. "너... 이제야 주인님이라고 불러주는거냐!? 잘 했어!" 그리고 뛸듯이 기뻐한다. 항상 자신에게 "인간" "노예" 같은 소리나 해서 언젠가는 학대용으로 써먹고 버려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갑작스럽게 '주인님'이라고 불러준다. 콩콩이가 된 들실장은 이 상황 전부가 이상했다. 그럼 평소엔 뭐라고 불렀길래?

"그러고보니 오늘은 똥도 아무데나 안 쌌네!?" "데에...?" "거 봐, 하면 되잖아!" 주인은 콩콩이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콩콩이가 잘 하면 줘야겠다고 준비해둔 별사탕을 꺼내서 줬다.

"데에에...?"
"먹어. 앞으로도 이렇게 잘 해야한다?"
"데, 데! 감사한데스!" 콩콩이는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

"레챠아아아! 쓸모없는 똥마마인레챠!!!!" 들실장의 집에선 엄지가 성질을 부리고있다. 보통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추위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이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으니, 어디 한 번 갈 데까지 가 보자는 심정인 것이다.

"데에... 미안한데스... 하지만 오늘은 정말로..." 들실장이 된 콩콩이는 어쩔 줄을 모른다. 사육으로 태어나 폭력같은 것은 전혀 모르고, 들실장이 뭘 먹는지도 모른다. 들실장이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 해본 것이다. 지금까지 먹은 것은 푸드나 인간의 음식 뿐이다. 쓰레기는 쓰레기다. 그건 음식이 아니다. 그것이 콩콩이의 기본 사고였다.

"거짓말마는레챠아!" "똥마마 혼자 숨겨두고 처먹고 있는거 아는테챠아아아!!!" 엄지 두 마리가 동시에 성을 내고 팔을 휘둘러댄다. 들실장 콩콩이는 어쩔 줄 몰라한다. 엄지를 죽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다.

"데... 데데... 다시 갔다오는데스." 콩콩이는 추운 날씨에 몸을 움츠리며 다시 걷는다. 하지만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모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디서 인간이 실장푸드라도 뿌리는 것은 아닌가 내심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이 추위에 나올 인간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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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와 들실장이 서로 바뀐 지 일 주일이 지났다. 날이 꽤 풀려, 콩콩이가 된 들실장은 주인과 산책 중이었다. 주인과 함께 간 공원은 바로 현재의 콩콩이가 들실장이던 시절 살고 있던 그 공원. 갑자기 새끼들이 생각나지만, 뭐, 아마도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이제 내 새끼도 아닌데 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한다.

주인은 콩콩이를 묶어두고 잠시 화장실에 갔다. 그리고 그 사이 정말 우연인지, 들실장이 된 콩콩이가 그 옆을 지나가다 사육실장이 된 들실장을 보게 되었다. "데데! 와타시데스! 콩콩이데스!" "콩콩이? 오마에가 콩콩이인데스?" 둘은 처음 만났을때처럼 눈이 마주친다.

"들 생활은 도저히 못 하겠는데스... 이제 틀린데스. 와타시랑 다시 바꾸는데스."
"...바꾸다니 뭘 바꾸는데스?" 콩콩이가 어이없다는 듯 대답한다. "오마에는 이미 들실장이 되겠다고 한 데스. 그리고 와타시가 이제 사육실장인데스. 사육실장은 편한데스. 규칙만 지키면 인간이 먹이와 잠자리를 주는데스. 한 자리에 운치를 싸고, 어지른 물건을 치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던데스?" "데뎃...?" "자는 안 낳아도 상관 없는데스. 그런 건 낳아봤자 골칫덩이인데스. 와타시는 인간과 함께 사니까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한데스." "데이...?"

사실 들실장이 봤을때 콩콩이가 '사육실장 하기 싫다' 라면서 말했던 이유들이 상당히 어이없었던 것이다. 똥을 사방팔방 뿌리고 다녀 혼났다, 어질러서 혼났다, 인간의 말을 듣지 않아 혼났다, 마음대로 음식을 집어먹어 혼났다... 들실장이라도 알만한 일이다. 아무리 들실장이라도 아무데나 똥을 뿌리고 다니거나 마음대로 보관해놓은 음식을 다 먹거나 하진 않는다. 콩콩이는 그것조차 하기 싫어서 스스로 고행을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그럼 충분히 와타시는 반성한데스. 이제 다시 와타시가 사육실장이..."
"들분충이 무슨 소리인데스? 그것보다 오늘 먹이를 안 구해가면 굶어야 하는거 아닌데스?"
"데... 뎃샤아아아아아!!!!" 결국 들실장이 되어버린 콩콩이는 분노가 폭발한다. 사육실장을 때리려 하지만...

"임마! 똥벌레새끼가 어디서!" 마침 화장실에서 돌아온 주인이 그걸 보고 들실장 콩콩이를 힘껏 걷어찬다. 콩콩이는 날아올랐다가 지면과 격돌하고 구르며 피투성이가 된다. "데... 데게..."

"레프프... 똥마마가 걷어차인레치." 그걸 보고 고소해하는 것은 원래 들실장의 자식들이었던 엄지들.
"저런 똥마마보단 와타치를 키워주는 게 좋은레치!" 엄지들은 일제히 콩콩이의 주인 앞으로 다가가서 아첨과 함께 꼴사나운 몸짓으로 춤을 춰댄다. "레츄우~ 와타치를 키우는 걸 허락하는레치~ 저런 똥마마보다 와타치가 더 좋은레치~"

"아... 뭐야... 똥벌레새끼들이 꼬이는구만." 주인은 무감정하게 내뱉고 발을 분주히 움직인다. "레!" "쥬우!" 엄지 두 마리는 순식간에 적록색의 납작한 살점으로 변해버린다.

"콩콩아, 가자."

콩콩이는 자신의 새끼들이었던 둘의 죽음에도 별 감흥이 없다. 이제 자신은 사육실장이고, 들 시절의 잔재들과는 가까이 하기도 싫은 것이다.

"콩콩이는 여기인데스우~"
피투성이가 된 진짜 콩콩이가 사라지는 주인의 뒷모습을 향해 처절하게 절규한다.





끝.









저실장의 고통

 

실장석의 유생체는 흔히 저실장이라고 불리며, 이것은 미숙한 형태로 태어나는 실장석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조산을 한 것인데, 보통 조산하면 인공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생명이 위험한 일반적인 포유동물과는 달리 저실장은 금방 죽지 않으며, 조건이 갖춰진다면 자실장으로 변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확률은 지극히 낮은데, 일단 조산된 태아인 만큼 외부의 자극에 취약하기 때문이고, 그 외에 다른 이유도 있다.

이 실장석을 예로 들어보자. 야생에서 살고 있는 이 어미 실장석은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다. 그중 한 마리는 저실장이다. 보통 실장석은 저실장을 낳으면 똥구덩이에 넣어 기른다. 실장석은 소화기관이 발달하지 않아 배설물에 많은 영양분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이것이 미숙아인 저실장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실장석은 새끼들에게 애정을 주길 원했기에, 저실장을 똥구덩이에 넣지 않았다.

"모두 사랑스러운 아가들인데, 어떻게 떨어뜨려 키울 수 있는데스우..."

그래서 어미는 새끼들을 모두 정성으로 보살폈다. 먹이에 차등을 두지 않고, 구더기가 먹을 것은 씹거나 으깨서 먹기 쉽게 만들어주고, 운 좋게 별사탕 한 쪽이라도 얻는 날엔 모든 새끼들에게 나누어 줬다. 새끼들도 어미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구더기를 자신들과 동등한 자매로 여기며 차별하거나 타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반대로 불만을 가지는 것은 저실장이다. 저실장은 아무리 자매들이 함께 놀아줘도, 먹을 것을 나눠줘도, 노래를 불러줘도, 잊지 않고 배를 눌러줘도 조금씩 불만이 쌓여갔다. 먹을 것도 애정도 모두 똑같이 받는 저실장이 느끼는 불만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지챠는 손 발 작은레후. 어째서 걸을 수 없는레후우? 바닥에서 기어다니기만 하는레후? 똑바로 일어설 수 없는레후?'

저실장은 때때로 토라져 집 구석에서 조용히 잠들었다. 그걸 모르는 자매들은 자신들이 뭔가 부족한 게 있는 것인지, 구더기를 더 지극히 보살폈지만 오히려 그것이 독이었다. 구더기와 놀아주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다. 구더기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기 위해 일어서서 걷는다. 구더기와 함께 집 주변을 걸어다니며 산책한다. 구더기를 업고 걷고... 또 걷는다.

자매들은 전혀 몰랐지만 이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저실장에게 스트레스를 누적하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결국 어느 날
"레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레뺘아아아아아아아아앗!!!!!!!!!!"

하는 굉장한 비명소리와 함께 저실장은 절명했다.

어미와 자매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어째서 구더기가 죽었는지 몰라 괴로워했다.
아마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유산

 

최근 돌아가신 증조부의 유산 분배가 끝났다. 나에게 온 것은 외딴 곳에 있는 별장 한 채. 증조부가 유언장에 직접 써서 남기셨기에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 했다. 증조부는 굉장히 오래 살았다. 심지어 돌아가신 것도 병이나 노환이 아니라, 실족사였다. 100살이 넘도록 정정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앞으로도 10년은 더 살 거라고 가슴을 치며 말씀하셨던 분이 고작 실족사라니. 사람의 운명은 알 수 없는 모양이다. 증조부의 별장은 외딴 섬에 있었다. 외딴 섬이라고는 해도 꽤나 큰 편으로, 사는 사람은 증조부와 관리인 가족을 빼면 없었다. 관리인들도 증조부께서 돌아가신 후 이곳을 떠났다.

육지에서 4km 남짓 떨어진 섬으로 가는 배는 하루에 2번 올 뿐이다. 나는 그 배를 타고 증조부의 별장으로 떠났다. 별장에 뭐가 있을지를 은근히 기대하면서. 고미술품 같은 돈이 될만한 것이 있다면 땡 잡은 것이다. 설사 없다고 해도, 별장이 한 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풍족한 삶이 아닌가. 여름에 도시를 벗어나 바다를 보며 사색할 수 있는 삶이라니. 막상 내가 증조부의 별장에 도착해 느낀 감정은 '실망'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모델하우스마냥, 모든 장식물은 철저히 배제된 채 그저 잡다한 가구가 몇 개 놓여 있었을 뿐이다. 어느 방에서는 고약한 냄새와 함께 소독약 냄새가 났다. 너무 지독해서, 대체 무슨 방인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증조부의 침대에 누워서 천천히 앞으로 이 별장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집 밑바닥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와 짐승 울음소리같은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 든다. 뭐, 외딴 섬이니까 이런저런 짐승들도 있겠지. 골치 아프다. 내일은 지하실을 한번 조사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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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로 가는 문은 이상할 정도로 엄중하게 잠겨 있었다. 단 하나 뿐인 문은 쇠창살로 덧대어지고, 3개의 자물쇠를 채우고, 마지막으로는 암호까지 입력해야 했다. 다행히도 별장을 뒤지다가 증조부가 쓴 일지를 발견했는데, 일지의 겉부분에 쓰여 있었다. 자물쇠는 도저히 열 방법이 보이지 않았기에 강제로 뜯어냈다. 이 집에 장작 패는 도끼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그렇게 자물쇠를 모두 따고도 지하실은 꽤나 길고 좁은 통로로 이어져있었다. 대체 지하에 뭐가 있길래 이렇게 긴 통로와 복잡한 자물쇠가 필요한가? 문득 생각난 증조부의 일지에는 그렇게 쓰여있었다. "지하실에 있는 것은 내 삶의 즐거움이다. 덕분에 난 이 나이까지도 즐거운 삶을 살았고, 내가 언제 죽더라도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내가 남긴 이것들은 대신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기에, 이 집을 물려받은 후손에게 기록을 전해준다." 증조부의 즐거움이란 대체 뭐였길래? 지하에 목장이라도 건설했나?

긴 통로를 지나자 처음으로 보인 것은 고이 접힌 골판지 상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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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는 그다지 대단한 건 아니었다. 어디에나 흔히 있을 법한 물건이다. 그렇다면 혹시 이 지하는 쓰레기장일까? 육지로 가는 배편이 귀하니, 이 자리에 모아두고 버렸던 걸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긴 어려웠다. 그렇다면 어째서 굳이 지하에 쓰레기장을 만든단 말인가? 빛조차도 별로 없었는데, 심지어 여기까지 오니 숫제 전등조차 안 달려 있다. 나는 핸드폰의 조명을 켜고 닐 암스트롱처럼 조심스럽게 발을 딛었다.

내가 깜짝 놀라 발을 멈춘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두꺼비 울음소리같은 탁한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어떤 짐승의 울음소리. 어딘가 굉장히 사람 목소리를 닮아 기괴한 것이 기분나빴다. 하지만 그 소리는 이내 잦아들었다. 이것이 설마 증조부의 '삶의 즐거움'일까? 대체 증조부의 즐거움이란 뭐였나? 왜 그걸 나에게 주려고 하는걸까? 솔직히 더 이상 나아가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귀신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도 있으니까.

잠깐 숨을 고르기 위해, 핸드폰의 불빛에 의지해, 증조부의 일지를 펼쳐 조금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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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은 '실장석'이라고 한다."
"언청이 입에 어설프게 두 발로 걷는 인간과 흡사한 존재."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정말 기쁜 일이었다. 매우 즐겁다."


조금 더 발을 내딛은 내 코에 찌르는 듯한 악취가 느껴졌다. 분변이 발효되는 듯한 지독한 냄새. 잘 생각해보니, 별장의 그 지독한 냄새가 나는 방에서 나던 냄새와도 비슷했다. 이것은 이 통로에 있는 실장석인가 뭔가 하는 그것이 내는 냄새인가? 애초에 실장석이 뭐지? 그런 생물은 듣도 보도 못 했다. 이 섬에서만 사는 어떤 생물일까? 증조부는 그것들을 기르는 것이 낙이었을까? 냄새를 생각해보면, 도저히 이놈들과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낙은 커녕 나는 이 실장석이란 놈들을 세상에서 모두 절멸시키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얼굴을 찌푸리며 조금 걷자, 어둠 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짤막한 팔다리를 뒤뚱거리면서 휘두르며 걷는, 녹색 넝마를 걸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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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람인가? 나는 비명이 새어나오려는 것을 참고, 조금 그것을 훑어보았다. 그것도 갑자기 나를 보며 놀란 듯 했다. 확실히 얼굴은 사람같다. 하지만 약 1m도 되지 않을 듯한 작은 키, 관절이 없는 팔다리, 심지어 손가락도 없는 손, 언청이 입, 일부만 남겨진 대머리, 그리고 악취. 지독한 악취. 마치 지옥의 오물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악취가 더욱 선명하고 강렬하게 풍겨왔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 괴물은 나를 보더니 기묘한 소리를 냈다.

"뎃! 데쥬우! 데즈웅~"

나는 그 소리에 눈알을 돌려 그놈을 보았다가, 그만 못 볼 꼴을 보고 말았다. 그놈은 갑자기 벌러덩 눕더니, 무릎관절이 없는 다리를 벌리고는 옥문을 드러내 보였다. 그리고는 괴기하게 꿈틀대는 것이 아닌가. 뭘 원하는 것인지 명백했다. 이따위 괴물이 대체 왜? 나는 그 자리에서 헛구역질을 하며, 쓰러진 괴물을 걷어찼다. 그러자 생각보다 별로 강하진 않은 이 괴물은 데에엥 거리는 울음소리를 내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이 짧은 순간 나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다시 증조부의 일지를 읽어 내려갔다.

아니... 하지만 그 이후는 쓰지 않겠다. 도무지 쓸 수 없다. 나는 미쳐버릴 것 같은 정신을 다스리며, 더욱 깊은 곳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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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부의 일지가 사실이라면, 아니, 그 글을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실장석이라니, 바보 같은 일이다. 저건 그저 이 섬에 사는 어떤 토착 생물일 것이다. 아직도 지구 상에는 밝혀지지 않은 생물종이 무수하다. 그런 생물 중 하나겠지. 그렇겠지. 증조부가 그런 일을 했을 리가 없다. 하물며... 자신의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위해... 그런 짓은...

나는 마음 속으로 제발 그것이 사실이 아니길 빌며 한 걸음씩 천근같은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나를 비웃듯,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나는 이것을 쓸 수 없다. 글로 쓰면 그 광경이 생각날 것만 같다. 아직도, 생생하게. 수없이 늘어져 있는 닳아해진 골판지들, 그리고... 넝마를 걸친 난쟁이들... 실장석... 고문당하고 학대당한 흔적이 역력한 흉터가 남아있는... 피 냄새... 분변... 데스웅... 울음소리... 비명소리... 흐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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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찍이 사람들이 경험해본 적 없는 쾌락을 즐기고자 했다."
"그것들을 모으는 것은 돈만 있다면 어렵지 않았다. 집도 절도 없는 부랑자들이, 어찌 이런 생활을 마다할까?"
"머리통을 적당히 으깨 백치로 만든다. 이것은 쉽지 않았다. 섬세한 힘조절이 없으면 그저 죽거나 정신을 잃을 뿐이다. 몇 번의 반복 끝에, 나는 완벽한 타이밍을 잡아냈다."
"성대를 망가뜨린다. 이제 이 백치들은 두꺼비같은 둔탁한 울음소리밖에 내지 못한다."
"팔다리를 한 마디씩 잘라내 짤막하게 만든다. 견디지 못하고 죽은 놈은 갈고 빚어서 고깃덩이로 만들어 먹이로 주었다."
"이 팔다리 없는 백치, 실장석들은 영원히 지하를 떠돌며 살아간다. 그들이 살아갈 수 있게 골판지 몇 장을 넣어주었다. 내 허락 없이 번식할 수 없게끔, 남자 실장석들은 '마라' 몇 마리만을 남기고 거세했다."
"여자 실장석들은 새끼를 낳자마자 팔꿈치 아래와 무릎 아래를 물어뜯어 잘라내었다. 자신들과 같은 형상이 되게끔. 온전치 못한 자신들의 새끼는 사지가 온전하다는 것에 대한 질투심이리라. 자신의 새끼에게도 질투심을 느낀다니. 그것이 우리의 본질이다."

"근친으로 태어난 놈들이 워낙 많아, 유전병이 심하다. 특히 언청이 입은 모든 세대에서 공통적으로 보인다."
"태어난 새끼들은 어미가 정상이 아닌 만큼, 제대로 된 학습은 하지 못한다. 어미의 아무 의미없는 울음소리를 흉내내며 자연스럽게 백치가 되었다."
"하지만 고통을 주었을 때의 쾌감은 그야말로 극치. 인간과 같은 표정을 지으며 울부짖는 모습이 즐겁다. 이것이야말로 나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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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니 사타구니 사이로 늘어진 흉물을 빳빳이 세운 실장석 하나가 다른 실장석을 붙들고 그짓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 조부가 말한 '마라'라는 놈들인가? 이 꼴이 되고도 성욕만은 남아 있는 것인가? 문득 내가 처음 보았던 그 '실장석'이 떠올랐다. 나는 토악질을 하며 있는 힘껏 비명을 질러댔다. 내 큰아버지, 삼촌, 어쩌면 내 사촌일지도 모르는 저 추악하고 뒤틀린 흉물들을 향해. 마구 발길질을 해대며 골판지 상자를 보이는 대로 때려부수고, 눈 앞의 실장석들을 모두 때려눕히고 짓밟았다. 이 놈들은 흉물이다. 미치광이가 만들어낸 흉물. 내 증조부는 미쳤다. 그놈은 미쳤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어떻게 태연자악하게 한단 말인가? 나는 미친놈의 자손이다. 나도 미쳤을지도 모른다. 미쳤으리라. 미쳤다.

사실대로 말하면, 놈들을 걷어차는 것이 즐거웠다. 굵고 낮은 비명을 지르며, 반쯤 없는 다리로 사방팔방 느릿느릿 달아나는 놈들의 표정을 보았는가? 놈들이 자비를 구걸하는 모습은? 죽음을 직감하고 갑작스럽게 나에게 아첨하는 모습은? 공포에 똥을 지리자 부풀어오른 넝마가 늘어지며 안 그래도 걷기 힘든 몸을 더욱 걷기 힘들게 한다. 바보같은 모습이 우스웠다.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정신을 추스렀다. 이런 인간 이하의 행동에 즐거움을 느낀다니, 말도 안 된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나는...
지하의 공기가 나를 미치게 만든다. 더 정신이 이상해지기 전에 맑은 공기를 마셔야한다. 긴 복도를 달려, 내가 자물쇠를 부숴버린 것을 후회하며, 주변의 모든 가구들을 그러모아 문을 막았다. 하지만 놈들이 어디선가 땅굴이라도 파고 있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나는 배를 타고 섬을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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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별장을 다시 찾은 것은 그로부터 한 달 후였다. 내 손에는 석유 한 통이 있었다. 지하에 불을 놓아 놈들을 하나도 남김 없이 말살해버릴 작정으로. 살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꼴이 된 것은 가련하지만,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하를 떠돌며 영원히 고통스러운 삶을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존귀한 생물의 가장 추악하게 추락한 모습이라. 그리고 그런 모습을 설계해낸... 광인의 섬뜩한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그 좁고 긴 통로를 걸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 몇 시간, 그 후면 세상에 그 광인이 남긴 유산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지하를 완전히 메울 것이다. 새빨간 화염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며 뛰다가 목숨이 다한 '실장석'들과 함께. 놈들은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살아 있어서는 안 된다. 실장석이 화염에 휩싸여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하자, 슬그머니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실장석은 불에 탈 때 꽤 예쁘다.












실장석의 지옥

 

'실장석'이라고 불리는 녹색 소인족이 알려진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인간과는 전혀 다른 문명과 문화, 그리고 습성을 지닌 이 녹색 소인족들은 금새 연구의 대상임과 동시에 애호의 대상이 되었다. 작고 앙증맞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지성이 있고 언어가 있다. 사람과 말이 통한다. 반려동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메리트다. 심지어 실장석은 조건만 맞는다면 금방 번식을 해 수를 불리기에, 전국의 펫샵에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한국에 실장석이 들어온 것은 일본에서부터 실장석을 수입해오던 보따리장수들을 통해서였다. 곧 한국에서도 로젠코리아라는 로젠 사(실장석의 유통을 담당하는 회사다)의 지사가 설립되었고 보따리상들이 몇십만원에 팔던 실장석들을 단 몇만원에 살 수 있게 되었다. 햄스터, 고양이, 심지어 개보다도 저렴하고 훨씬 좋은 애완동물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한국에서도 실장석 붐이 일었다.

"뚜뚜야, 밥먹자." 여자는 자신의 엄지실장 '뚜뚜'를 부르며 유리수조를 두드렸다. 뚜뚜는 소스라치게 놀라 깨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테츄우..." 여자는 손에 든 스마트폰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래, 잘 잤니 뚜뚜?" 스마트폰에는 '안녕하세요 인간님' 이라는 글자가 고딕체로 선명하게 표시되어있다. 이것이 바로 실장석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번역한다는 '링걸'이다.


"테츄우! 츄와아앗! 츄왓!!!" (저는 인간님을 좋아해요)
"그래, 그래. 금방 줄게 기다려." 여자는 상냥하게 웃으며 뚜뚜의 밥그릇에 푸드를 가득 부어준다. 하지만 뚜뚜는 그 쪽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다시 큰 소리로 떠든다.


"테츄우! 츄와아앗! 츄왓!!!" (저는 인간님을 좋아해요)
"응. 빨리 먹으렴. 배고프지?"
"테챠아아아! 테츄! 테츄우!!!" (잘 다녀오세요)
"잘 다녀와? 오늘은 딱히 어디 안 가는데?"



여자가 깔깔거리며 손가락으로 뚜뚜의 머리를 쓰다듬을때도 뚜뚜는 움츠러들거나 도망다니며 소리를 질러댄다.

"츄와아! 츄와아!" (배가 고파요)
"그래. 그럼 언니도 밥먹어야 하니까 이따보자." 여자의 손가락이 사라진 것을 깨달은 '뚜뚜'는 천천히 일어난다. 그리고 유리벽을 몇번 콩콩 두드리더니 힘없이 주저앉는다. 살기 위해 푸드 한 알을 힘없이 갉아먹는다. 링걸에 표시된 문자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뚜뚜의 행동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중국어 방' 이라는 이야기를 아는가? 어느 방에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넣고, 중국어로 된 질문과 답변이 적힌 목록을 준다. 그 다음 밖에 있는 사람이 방 안에 중국어로 된 질문이 적힌 쪽지를 넣으면 안에 있는 사람은 질문을 보고 거기에 맞는 답을 써서 제출할 수 있다. 그러면 방 안에 있는 사람은 사실 중국어를 전혀 할 수 없음에도, 밖에 있는 사람은 안에 있는 사람이 중국어를 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실장석과 인간의 의사소통에 있어 링걸이란 바로 이 중국어 방과 같은 것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링걸이 '정말로' 실장석의 말을 번역해 출력하는 것인지, 아니면 왜곡된 어떤 악의적인 소프트웨어인지 판단할 방법은 전혀 없다. 애초에 실장석의 언어가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상에 '완벽한 번역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끼리 쓰는 말조차도 서로 100% 호환이 안 된다. 그런데도 인간과는 전혀 다른 종족의 언어를 완벽하게 번역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왜냐면 실장석은 귀여우니까.

"츄우... 테에..."

뚜뚜는 적당히 밥을 먹고 수조 구석에 시체처럼 쓰러져 잔다. '공장' 에서 생산출하된 뚜뚜는 어미가 누군지도 모른다. 저실장일 때부터 인큐베이터에서 지내며 단기간에 자실장이 되었고, 생후 3주가 지나자 바로 샵에 팔려나갔다. 뚜뚜는 주인을 '인간 마마'라고 부르라고 교육받았다. 하지만 인간은 마마가 아니다. 뚜뚜는 지금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인간이 마마라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물론 여자는 학대파는 아니지만.

뚜뚜의 '인간 마마'는 전자렌지를 열고, 안에서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저실장으로 만든 실장 간장 조림을 꺼낸다. 밥을 퍼서 그릇에 담고 그것으로 식사를 한다. 누군가 실장석이 사실 맛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실장석은 애완용 뿐 아니라 식용으로도 널리 사육되기 시작했다. 인간은 '스텔러바다소'라는 동물을 그저 '고기가 맛있다'라는 이유만으로 남획해 단 20여년만에 멸종시킨 동물이다. 하지만 실장석이 그런 운명을 맞을 리는 없다. 철저히 인간의 손에 관리되고, 게다가 새끼를 치기 쉽다는 특성 상 실장석이 부족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실장석이라는 종에 있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간장에 졸여진 짭짤한 저실장을 한 입 베어먹고 밥을 삼키며 여자는 기분좋게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뚜뚜를 보러 간다. 하지만 여자는 이내 뚜뚜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직립한 채 한 손으로 기울어진 머리를 받치는 자세. 실장석 브리더들은 이것을 '아양'이라고 하며, 귀여운 모습으로 인간에게 아양을 떨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하려는 실장석의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자세가 선천적으로 머리가 무거운 실장석들이 무거운 머리를 받치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말하지도 알려주지도 않았다. 애초에 실장석의 기준으로 보면 이 행동이 달리 귀엽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 이 행동이 '귀엽다'라고 인식하는 것은 그저 인간의 기준이다.

"뚜뚜! 너!" 여자는 체벌도구인 실장채를 잡아 뚜뚜가 들어있는 수조에 휘둘러댄다.
"쥬! 쟈아! 츄우우우우우우!!!" 유리벽을 두드리는 실장채의 소리에 뚜뚜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넘어져 똥을 지린다.


인간이라도 극한의 공포를 느끼면 흔히 똥오줌을 지린다하물며 자기 몸집의 수십 배는 되는 거인이 화난 얼굴로 소리를 지르며 몽둥이(실장석의 기준에서 보자면 실장채는 몽둥이다)를 휘둘러대는 모습을 본 실장석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여자는 언짢은 얼굴로 녹색 똥을 지리는 뚜뚜를 노려본다. 뚜뚜는 공포가 가득한 눈빛으로 여자를 노려본다. 이렇게 자신보다 현저하게 약한 지적 생명체에게 고통을 주며 일종의 쾌감같은 것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도 실장석의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였고, '학대파'라는 사육주들이 생기는 계기기도 했다. 물론 여자는 학대파는 아니지만.

"안 할거지?" 여자는 단호한 어조로 뚜뚜를 노려보며 말한다. "테쟈아! 쟈아아아!!!" (따뜻한 집을 줘서 고마워요)

말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며 구석에서 덜덜 떠는 뚜뚜를 보며 여자는 실장석 사육 전문가라는 고 박사의 저서를 떠올렸다. '모든 엄지실장은 선천적인 분충이며 똥만을 먹여 키워야한다.' 이 '실장석 사육 전문가' 가 나타난 것도 몇 년 전의 일이다. 발견된 지 5년도 되지 않은 신종 생물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사육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다는 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인간은 지구상의 무엇보다도 똑똑한 지성 생물이니 다른 생물을 정복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고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쟈아아아! 테쥬... 테츄우우우우!!!" (맛있는 밥을 줘서 고마워요)

뚜뚜는 다시 일어선다. 기우뚱거리며 일어나, 기울어진 머리를 한 손으로 받치고 바로세운다. 또 '아양'을 해버렸다. 여자는 실장채를 휘둘렀다. 뚜뚜는 또 놀라 넘어지며 똥을 지리더니 다시 일어나 '아양'을 떤다. 여자는 또 실장채를 휘두른다. 이것도 여자와 뚜뚜의 일상 중 하나였다. 여자는 뚜뚜를 데려온 몇 개월간 계속해서 뚜뚜의 '아양'을 '교정'하려 했지만 전혀 되지 않았다. 결국 뚜뚜는 일어나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드러눕는다. 여자는 뚜뚜가 싫진 않았지만, 자꾸 아양을 떤다면 '분충'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분충'이란 실장석이 인간에게 반항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똥을 던지거나, 인간을 향해 위협하는 것부터 시작해 멋대로 새끼를 가지는 등 인간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자율적으로 저지른 실장석은 곧 분충이라 불리며 버려진다. 그냥 버려지기만 한다면 그것 나름대로 다행이지만, 대개는 행동을 교정한다는 명목 하에 학대에 가까운 훈육을 당하거나, 아니면 그냥 학대당하고 죽어간다. 은근히 자신의 실장석이 분충이 되길 바라는 인간도 적지 않다. 그것으로 학대파가 되는 명분을 마련할 수 있고, 무엇보다 작은 생물이 목숨을 구걸하며 죽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것이다. 다들 어렸을 때 메뚜기 다리를 떼거나, 잠자리의 배를 뽑거나, 딱히 아무 이유 없이 개미굴에 물을 붓거나 하는 장난을 해 봤을 것이다. 그렇다. '장난'이다. 다만 실장석은 지능이 있기에 인간의 '장난'에 더 장단을 잘 맞춰줄 뿐이다.

몇몇 인간들은 실장석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확대생산하기도 했다. '별사탕이 주식이다(단 것을 좋아하는 것은 거의 모든 동물들이 그렇다)', '인간을 하찮은 노예로 본다('학대'의 당위성을 제공해주기 위한 헛소문이다)', '스테이크, 스시, 스테이크를 달라고 요구한다(대부분의 실장석들은 스테이크, 스시, 스테이크 같은 것을 실제로 먹어볼 일도 없으며 실제로 본 적도 없다)', '행복회로라는 것이 있어 고통받으면 자기 멋대로 기분나쁜 망상을 한다더라(인간도 심한 고통을 받으면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같은 진위여부도 불분명하고 대부분은 실장석에게 불리한 제멋대로의 소문들은 빠르게 '학대파'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아직 일반인들까지 알진 못하지만 소문이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한참을 씩씩거리던 여자는 결국 똥투성이가 된 뚜뚜를 내버려두고 소파에 앉는다. 저놈의 버릇은 도무지 고쳐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혹시 이미 '분충'이 된 것은 아닐까? 여자는 의심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말도 못 알아듣고, 아양만 떨고, 똥만 지릴 리가 없다. 뚜뚜는 뚜뚜 나름대로 억울해한다. 자기가 대체 뭘 잘못해서 인간에게 고통을 받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뚜뚜의 입장에서 보면 뚜뚜는 정말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일어나려고 하면 몽둥이를 휘두르며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놀라 똥을 지리며 주저앉으니 온 몸이 똥으로 더럽혀져 기분나쁘다. 뚜뚜도 이런 생활을 몇 개월이나 지속해왔다. 결국 참을 수 없어진 뚜뚜는 버둥거리며 크게 울어댄다.

"테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에에에!!!"

대체 자신은 뭘 위해 세상에 태어났고, 어째서 여기서 이렇게 고통받는 것인지, 서러움이 폭발한다. 고통받기 위해 태어난 생물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어설프게 지성과 지능을 갖춘 실장석만이 느낄 수 있는 불행이다. 뚜뚜는 서러움과 고통을 몽땅 토해내듯 울부짖는다. 여자는 마침내 뚜뚜가 '분충'이 되어버렸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뚜뚜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여자는 자신이 뭘 잘못해서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뚜뚜를 분충으로 만들어버렸는지 고민했다. 고 박사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내일부터는 뚜뚜의 똥만을 먹이로 주고, 분충 버릇을 교정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하루빨리 뚜뚜가 분충 버릇을 고치고 옛날의 귀여운 엄지실장 뚜뚜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물론 여자는 학대파는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육방법으로 실장석을 기르는 평범한 사육주일 뿐이다. 지극히 평범한 사육법에 의해 내일부터 뚜뚜는 밥 대신 자신이 싼 똥만을 먹게 되겠지만, '전문가'가 추천하는 방식일 뿐이다. 여자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도 많은 사육사들이 이 전문가식 사육법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테에에에에에에에엥!!! 테에에... 테... 쥬우... 테에에에...."

뚜뚜는 울다 지쳐 잠이 든다.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어미와 자매들을 떠올린다. 꿈에서조차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자신처럼 '사육사'에게 팔려가 '훈육'을 겪고 뚜뚜처럼 울다 지쳐 잠이 들었을지도 모르고, 혹은 '학대파'에게 끌려가 고통을 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행복했던 일은 단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이 뚜뚜 자신의 의사와는 반했다. 심지어 뚜뚜라는 이름조차도 자신이 원한 이름이 아니다. 지옥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가로세로높이 30cm의 유리수조에 갇혀 지내는 삶. 차라리 지옥이 행복할지도 모르는 삶.

실장석에게는 이 세상 자체가 지옥이다.












퇴근길에 조금 이상한 녀석을 만났다 (유열(愉悅))

 

부제 - 들실장석이란 것에 대한 소고(小考)


데에...와타시는 닝겐상들이 말하는 분충일지도 모르는 데스.
그렇지만 부디 와타시의 말을 좀 들어보는 데스.

와타시는 와타시타치의 분수는 안다고 생각하는 데스.
닝겐상이 버린 쓰레기들 속에 살고,
또, 닝겐상이 버린 쓰레기들을 먹으며 사는 데스.
닝겐상이 만든 공원을 파헤치고 운치 싸는 데스.

닝겐상들이 운치를 내리는 곳의 물을 받아서 마시고 몸을 씻는 데스.
또 그곳에서 소중한 자들을 낳기도 하는 데스.

간혹 그렇게 자란 자들을 닝겐상에게 맡기려 노력 하는 데스.
자들을 깨끗이 씻겨서 올려다 보이며 부탁하기도 하고
춤이나 노래를 가르쳐 메로메로 시키려 노력하기도 하고
실례를 무릅쓰고 닝겐상의 짐 속에 던져 넣기도 하는 데스.

항상 실패인 데스.
성공하는 걸 본 적이 없는 데스.
그렇지만 계속 살아가는 데스.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데스...
다른 노력도 해봤지만...와타시타치가 하는 노력은 무의미했던 데스.

지난 일이지만, 와타시는 본래 산에서 살던 실장석이 었던 데스가...
와타시의 마마의 마마. 그리고 그 마마의 마마 대에서부터
닝겐상에게 의지하지 않고 산에서 살아보려 했었던 데스.

그렇지만 불가능했던 데스.
그 많은 노력이 끝내 무의미했던 데스.

늘 사냥 당했던 데스.
들짐승도 날짐승도, 그 어떤 동물도 와타시타치를 보면 덤비는 데스.
위험 속에 힘들게 모아둔 먹이도 빼앗기는 데스.
심지어 와타시타치 보다 작은 다람쥐들도 가을이 되면 난폭해져서
모아뒀던 보존식을 털어가곤 했던 데스.
하지만 너무 날래서 막을 수 없었던 데스.

와타시타치들의 둔한 손으로는 제대로 된 집도 만들 수도 없고,
운 좋게 와타시타치들이 이용할만한 굴을 찾더라도 지킬 수 없었던 데스.
포악한 고양이씨나 뱀씨에게 빼앗기기 십상이었던 데스.
비를 막아주던 시원한 여름 굴도,
기껏 낙엽을 채워 따뜻하게 만들어 뒀던 월동굴도,
다 빼앗기고 내 쫓긴 데스.
몇 번이고 지키려고 덤벼보았지만 와타시타치들만 죽어나갈 뿐
산의 짐승들에게는 이길 수 없었던 데스. 지킬 수 없었던 데스.

남은 일가가 와타시의 마마와 와타시, 와타시의 이모토챠.
이렇게 셋이 남았을 때.
결국 와타시타치는 도저히 산에서는 살아갈 수 없어
공원으로 가보기로 결정한 데스.

사스가...힘들게 도착한 공원은 산보다는 훨씬 나았던 데스.
야옹씨와 커다란 검은 새 씨는 여전히 있지만...
산에서의 생활과 비교하면 집도, 도구도, 음식도 모두 구하기 수월했던 데스.

여름엔 좀 더 더운 것 같은 데스가...그래도 산의 겨울에 비하면
공원의 겨울은 따뜻한 데스. 낙원처럼 보였던 데스.

간혹 “햣-하!”가 울려 퍼지고 동족들이 피얼룩이 되지만
그 정도 위험은 어딜 가나 있는 것인 데스. 실장에겐 일상인 데스.

그러니 공원에서의 그 모든 생활이 닝겐상들의 마음 하나에 달린
위태로운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떠날 수 없는 것인 데스.
다른 곳에서는 노력해봐야 공원에서의 생활보다 못 하니 말인 데스.

간혹 와타시타치가 단순히 게으르고 본성이 분충이라 자립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닝겐상들에게 폐를 끼치고 산다고 생각하는 닝겐상들이 있는 것 같은 데스가...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지만,
그래도 동족들의 탓만 할 수는 없는 것인 데스.

자립노력도 뭔가 나아질 희망이 보여야 의미가 있는 것인 데스가
애초 와타시타치는 노력해봐야 뭔가 나아질 가망이 없으니 어쩌겠는 데스?

이 짧고 뭉툭한 팔과 다리로는 날래게 움직일 수도 뭘 제대로 잡을 수도 없는 데스.
그러하니 뭔 갈 직접 만드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고
다른 짐승들과 싸워 이기기도 힘든 것인 데스. 진놈은 먹힐 뿐인 데스.
이것은 노력의 영역을 넘어 선 실장석으로서의 필연인 데스.

간혹 동족들 중에는 스스로가 세레브하고 강하다고 착각하는 자가 있는 데스가,
산에서 살아본 와타시는 아는 데스.
냐옹씨 한 마리가 마음만 먹으면 와타시타치들 어른 20은 능히 해치고도 남는 데스.
터무니 없이 느린 데스. 터무니없이 약한 데스.

세레브와 강함이라는 단어와는 근본적으로 인연이 없는 종족인 데스. 와타시타치는...

이렇게 와타시타치는 둔하고 약하니 필연적으로 남이 버린 쓰레기에
의존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인 데스.

그것만이 와타시타치에게 허용된 생존방식인 데스.

그래서 닝겐상들이 버리는 쓰레기에 의존하는 것인 데스.
그래서 부득이 주변을 더럽힐 수 밖에 없는 것인 데스...

데에...그러니 평소 쓰레기를 훔치고 여기저기 운치해서 죄송한 데스케도...
부디 불쌍히 여겨 살려주시기를 도게자로 비는 데스우...

.........................................

실장석 치고는 놀라울 정도였던,
긴 변명을 마친 친실장이 넙죽 도게자를 한다.

길 옆으로 일가 세 마리가 쓰레기를 챙겨들고 지나가는 것이 눈에 거슬려
그 중에 새끼 2마리를 바닥의 얼룩으로 만들어 줬는데도 말이지.

보통은 스스로를 모시라느니, 똥닝겐상이라느니 등등 뻘소리나 해대는 녀석들이기에
입을 여는 순간 아구창에 킥을 먹여 머리와 몸을 분리해주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셀프 분충 선언으로 시작하는 녀석의 주절거림이 특이하여, 어느새 끝까지 들어버렸다.

저렇게나...스스로 비참한 녀석임을 열성적으로 설명하는 놈의 말을 듣고 나니,
그런 녀석을 구태여 몸을 움직여 죽이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똥벌레 따위에 신경 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짓이 아닌가.
물론 잠깐의 현자타임이겠지만 죽일 마음이 사라졌다.

사실 그런 것이다. 녀석들의 목숨은.
인간의 기분에 전적으로 휘둘리고 끝나버리는 것들.

인간에게 귀여움 받으면 키워지고, 거슬리면 죽임당하거나 괴롭힘 당한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무시당할 뿐.

퇴근길이었기에 등을 돌려, 발길은 그대로 집으로 향한다.
혹시나 싶어 불시에 뒤를 돌아보았지만
도게자 했던 녀석이 멍 한 상태로 있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다시금 넙죽 도게자 하는 꼴만 보았을 뿐이다.

아쉽군. 조금 건방진 모습이 보였다면 걷어 차줄 마음이 생겼을 텐데...
아마 다른 생물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행운』이라는 표현을 쓰겠지만
과연 저 녀석에게도 이것이 행운일까?
운이라는 것도 그것으로 말미암아 내일을 개척할 능력.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녀석들에게나 의미가 있는 말이다.
무한정 계속해서 찾아오는 요행이란 없는 것이니까.

저렇게 너무 현실적인 나머지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다른 가능성들 모두를 버리고 자포자기 해버린 녀석에게는 소용없는 단어겠지.

한편으로, 내가 만약 실장석이라면 해봐야 얼마나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끔찍한 상상인지라 곧바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저렇게 생생하게 라이브로 괴로움을 겪으며 지낼 바에야
태어나기 이전에 친실장의 뱃속에서 곧바로 운치로
돌아가는 게 최고의 행복하지 않을까...

퇴근길에 실장석 녀석들을 계속 생각해서일까
저녁메뉴로 실장요리가 땡긴다.
그래, 오늘은 엄지볶음이 좋겠군.







평화로운 사육실장의 하루


 

 올해로 2살 먹은 미도리는 아주 점잖고 착한 실장석이었다.
 혈통서가 따로 나오지 않는 중저가형 실장석 출신이었지만, 성품 자체가 조용하고 상냥했기 때문에 브리더의 전문교육도 순조롭게 통과했다. 비록 정식 자격증을 가지지 않은 펫샵 주인의 지도였지만 기본적인 생활과 인간에 대한 예절은 충분히 배웠다.

 하지만 둥그스름한 외모에 별 특징 없는 생김새 때문에 인기는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6800엔의 개념 자실장으로 가게 유리창 앞에 디스플레이 되었지만, 두 달만에 테찌소리가 테치로 바뀌면서 안쪽의 매대로 옮겨졌다. 가격도 3000엔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눈여겨 보는 사람은 적었다. 몇 명이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특별한 재주도 없고 조용한 성품때문에 이내 고개를 돌려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러는 사이 가격은 1200엔까지 내려갔다.

 점주가 처음부터 그 조용한 성미를 높게 보지 않았다면 진작에 가게 뒷편의 분쇄기에 갈려 실장푸드가 되었겠지만, 간만에 보는 괜찮은 개체라고 생각했기에 매대 맨 아랫쪽에 놔두면서까지 버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다시 2주일 후, 드디어 미도리는 어느 남자에게 팔렸다.
 조용한 성격의 실장석을 찾는다는 말에 점주는 미도리를 보여줬고, 몇 번의 대화와 자가테스트 끝에 1000엔이라는 가격에 팔리게 되었다.

 감격스러운 첫 만남에서 미도리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드디어 시작된 사육실장의 삶.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테에에엥거리는 울음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후로 미도리의 생활은 순조로웠다.
 남자는 독신으로 살면서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한 애완동물이 필요했고, 미도리는 이를 훌륭히 수행해냈다.
 애초에 분충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미도리는 음식이 됐든 옷이 됐든 간에 무엇이든 요구하는 적이 없었다. 오히려 주인이 너무나 바라는 것이 없는 미도리를 신기하게 쳐다볼 정도였다. 하지만 주인님이 어쩌다 주는 선물이나 칭찬에는 반드시 감사의 인사를했고, 더없이 정중했다. 대변이나 자신의 하우스 청소, 옷 정리 같은 것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과도하게 주인에게 붙어 있으려는 태도를 보이기는 했지만, 주인은 애완동물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되도록 티를 내지 않으면서 주인 역시 미도리를 잘 챙겨줬다. 산책도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나 미도리는 2번째 가을을 맞이했다.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중 미도리에게 가장 큰 일은 역시 자가 생겼다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욕구를 잘 참아내는 미도리였지만, 역시 실장석의 본능이자 가장 큰 욕망인 자에 대한 것은 제대로 참을 수 없었다.
 노골적으로 싫다고 주인이 말했지만, 몇 번의 간곡한 설득 끝에 여름의 어느 날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미도리는 5마리의 자를 낳았다.
 풍부한 영양상태와 건강한 신체, 주인님이 정성껏 준비해준 따스한 물 덕분인지 5마리 모두 건강한 자실장이었다.
 그 날 미도리는 처음 남자의 집에 왔던 것처럼 기쁨의 눈물을 밤새 흘렸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남자지만, 테찌테찌거리며 뛰어노니는 자실장을 보니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귀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의 사육실장 2세에서 흔히 나타난다는 분충기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미도리의 엄한 교육도 교육이었지만, '세레브 실장의 핏줄을 받은 개체라구요.' 하던 가게주인의 말이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실장들은 똑똑했고 착했다. 겨우 4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화장실을 모두 가릴줄 알고, 먹이를 받을 때나 선물을 받을 때나 주인님께 항상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 날도 저녁 늦게 돌아온 주인을 맞아 인사를 드리고, 함께 거실에서 노는 중이었다.


 [테에에~ 마마! 공놀이하는 테찌!]

 [공놀이는 재밌는테츄~ 4녀쨩 나도 같이하는 테치!]

 [마마! 마마! 주인님이랑 같이 놀자고 물어봐도 되는 테치?]

 [데에... 차녀쨩 그런 말은 실례인데스. 주인님이 놀자고 하실때까지 물어봐선 안되는 데스.]

 [테에....]


 남자의 눈에는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똑같이 생겼지만, 자신들끼리는 다 구분이 가는가보다.
 그런 대화를 듣던 그는 골판지 하우스의 문 옆에 놓여진 탁구공을 집어든다.


 [자, 그럼 공놀이를 할까?]

 [테에에! 주인님이 공놀이를 해주시는 테츄우웅~]

 [테찌! 주인님 감사한테찌이~]

 [테치! 와타치도 하는테치이~ 와타치도 하는테치!]


 그런 자실장들을 보며 남자는 탁구공을 벽면으로 가볍게 던진다.
 빠르게 날아들며 이리저리 튀는 탁구공을 5마리의 자실장이 열심히 쫓아다닌다.
 팔다리는 짧고, 머리는 커서 재빠른 탁구공을 제대로 쫓아가지도 못한다. 이러저리 뒹굴고 넘어지며 머리를 콩!하고 박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테찌테찌거리며 웃고 떠들기 바쁘다. 미도리는 그런 자들을 보며 가슴에 벅차오르는 감동과 감사를 느낀다.

 (데에.. 정말로 상냥한 주인님인데스...)


 [장녀오네챠! 공을 이리 던지는 테찌!]

 [아닌테치! 여기로 던지는 테챠아아아!]

 [테치테치 위로 던지는테치! 아무나 받는 테치이!]



 공놀이는 자실장들 모두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했다.
 탁구공으로 하는 공놀이는 자실장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였기에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빠져든 것이다.
 장녀부터 5녀까지 모두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내뿜는다. 
 테에테에 하는 소리와 함께 동그란 배가 올라갔다 내려간다.

 남자는 그런 자실장들을 모두 들고 화장실로 데려간다.
 그리고 세면대에 따뜻한 물을 받고 한 마리씩 옷을 벗겨 담근다.


 [테에에에... 따뜻한 테츄우.....]

 [테찌이이이이.... 몸이 지로지로 녹아버리는 테쮸......]

 [너무 좋은 테치이... 행복한 테츄....]


 땀을 잔뜩 흘리고 따뜻한 물에 온몸을 담그는 자실장들.
 몇몇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탈분까지 했다.
 초록빛으로 물드는 물을 보며 장녀와 차녀가 똥을 지린 4녀와 5녀를 꾸짖는다.


 [뭐하는테치!!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똥을 싸면 안되는 테치!]

 [큰일난테치! 큰일난테치! 4녀쨩! 5녀쨩! 이게 무슨 짓인 테치!!]

 [테에에... 나도 몰랐던 테찌... 와타치도 몰랐는 테찌이이...]

 [테... 테....]


 남자도 초록빛 물을 보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할 수 없는 노릇이라 물을 빼고 다시 물을 채운다.
 그리고 한 마리씩 집어 비누칠을 하고 다시 헹굴때까지 남자도 자실장들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4녀! 5녀! 당장 나오는데스!!]

 친실장 이마에 핏대가 선다.
 주인님이 넌지시 일러준 4녀와 5녀의 탈분 사건을 들은 친실장은 죄송스러움과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곧바로 도게자 자세로 몇 번이고 이마를 땅에 찧으며 빌었다.
 주인님은 자실장의 교육은 미도리에게 맡겼으니까 잘하라구.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
 확실히 지금까지 잘해왔고 이번의 실수도 사소한 것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미도리에게는 절대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

 골판지 하우스에서 4녀와 5녀가 힘없이 밖으로 걸어 나온다.
 몸을 돌돌돌 떨면서 귀까지 아래로 축 쳐져있다.
 양쪽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겁에 질린 표정이라 누구도 불쌍한 마음을 가질만 했지만, 미도리는 그렇지 않았다.
 장녀와 차녀, 3녀도 창문으로 고개만 빼꼼히 내놓은채로 떨고 있었다.
 비웃는 일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특히 한 번 비웃었다가 아직도 뒷머리에 큰 상처가 있는 3녀는 자신도 모르게 뒷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부르르 떨었다.


 [오늘 똥을 싼 게 사실인데스?]


 미도리는 두 눈을 부라리며 4녀와 5녀의 얼굴을 노려본다.
 테에에.. 하며 결국 눈물을 흘리는 5녀.
 하지만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더 혼나기에 간신히 둘 모두 대답을 한다.


 [사실인 테쮸....]

 [마, 맞는테찌....]


 빠직!

 미도리가 이를 가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이내 4녀와 5녀 모두 땅바닥에 엎어 놓고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한다.


 퍽! 퍽! 퍽! 퍽!

 [테에에엥!! 이따이! 이따이테찌이이이!!! 테에에엥!!]

 [테엥! 테엥! 마마! 마마! 잘못한테찌!! 그만하는 테찌이이이!!!]

 [여기인데스? 함부로 똥을 못참는 춍구멍이 여긴인데스?]


 퍽! 퍽! 퍽!

 퍽! 퍽! 퍽!


 [테에에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엥!! 아픈 테챠아아아아아!!!]

 [조용히 하는데스우우!! 시끄럽게 떠드는 자는 더 세게 때리는 데스!]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테끅! 테끅! 테에에에엥!!]



한참 동안의 엉덩이 때리기가 끝나고, 4녀와 5녀는 벌로 집밖으로 쫓겨난다.
 잠시 후 남자가 거실의 불을 끄고 잘 자라는 인사를 하자, 자연스럽게 미도리 가족의 취침시간이 온다.
 미도리는 골판지 하우스 안의 스폰지들을 깔고, 자들을 눕힌다. 그리고 수건을 겹쳐 장녀와 차녀, 3녀에게 덮어준다.

 차녀가 걱정스러운듯 창밖을 내다보지만 어두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내 마마의 손에 다시 눕혀진다.
 미도리는 상냥하게 장녀부터 3녀까지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골판지 하우스 안의 실장석용 전등을 눌러 끈다. 


 4녀와 5녀는 포근한 스폰지 대신 딱딱한 바닥에서 수건 하나를 나눠 깔고 덮은 채로 부들부들 떨며 눈물만 흘린다.










어느 똑똑한 실장석의 이야기

 

「데스ーーーーーーー!!」

저녁해의 잔재가 남아 살짝 붉은 하늘.
그 저녁의 끝을 알리는것처럼, 검은 밤이 퍼져간다.

「큰일인데스우우우우ーーーー!!!」

해도 저물고, 바람의 싸늘함이 뚜렷해지는 시각.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않는, 더럽고 적막한 공원.
잡초는 제멋대로 자라고, 화장실은 밖도 안도 똥물 투성이, 쓰레기도 여기저기에 슽어져있다.
얼마 안 남은 가로등은, 간신히 빛을 잃지 않고 깜빡이는 정도.
설립된 당시에는 넓고 아름다웠던 공원은 흔적도 없고, 너저분한 폐허로 변해버렸다.

「큰일난데ーー엣스!!」

반년 정도 전, 이 공원에 실장석이 번식하고있다는 민원이 몇 건이나 들어왔다.
하지만 시에선 그것을 구제하는 것을 자연의 섭리에 반한다든가 하는 적당한 이유를 대면서 방치.
그 태만한 자세가 초래한 결과가 이 공원과 그 인근지역이다.

「위험한데ーーー스우우우우우ーーー!!」

관청이 무거운 엉덩이를 들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대량의 실장석이 우글거리고, 쓰레기를 뿌리고, 분뇨를 흘리고, 공원 주변은 숨길수 없는 악취로 가득차있었다.
어쩔수없이 주민들이 주거를 옮기고, 시에서 그것을 보조하는 것으로 해결을 보았다.

「큰일큰일큰일인데스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그런 공원의 풍경에 꼴사나운 생물이 비치고있다.
실장석이다.
한 마리의 실장석이 뛰어다니고있다.
아무래도 다른 실장석들을 부르려고 일부러 소리지르는 모양이다.

「뭐인데스?」
「…시끄러운데스, 낮잠의 방해인데스」
「마마! 왠지 밖에서 아줌마가 떠드는테치!」
「레ー」

공원의 실장들의 대부분이 그 목소리를 들었고, 각각의 집에서 기어나온다.
다들 한결같이 짜증 내지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떠드는 실장을 중심으로 모여든다.
자신 주위에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하더니, 그 실장석은 반짝이는 가로등 바로 아래에 멈춰서서 숨을 고른다.

「데히이・・데히이・・!!」
「대체 뭐인데스?」

아직 듬성듬성하게 집단에서 벗어나있는 자도 몇 마리 있지만, 상관없는 모양이다.
떠들던 실장은 크게 숨을 들이마쉬더니,

「내일부터 이 공원을 부수기위해 닝겐이 잔뜩 오는 모양인데스우!!」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백을 넘는 실장석의 경악성이 공원 안에 울려퍼진다.
다행히 이 공원 부근에는 거의 인가가 없고, 따라서 이것을 불쾌하게 생각할 인간도 없었다.
인간을 대신하겠다는듯이 들개와 길고양이가 곳곳에서 위협의 소리를 올린다.
실장석들은 그 들개에 겁을 먹고, 황급히 입을 막으며 소리를 죽인다.

「・・・무무무무무무무무슨일인데스・・・! 지금까지 그런 이야기 듣지못한데스・・・!」
「・・확실한 정보인데스・・・? 오해였다는 말로는 넘어가지 않는데스・・・」
「테? 닝겐 잔뜩잔뜩인테치?」
「무서운테치이・・・・」
「마마 어디인테치?! 아픈테치?! 뭉개지치벳」

고리가 좁아지고, 연거푸 질문을 쏟아내는 공원의 실장들.
갑작스런 흉보에 허둥지둥하면서, 자기가 먼저라는듯 떠들던 실장에 모여든다.
그 과정에서 몇 마리인가 자실장이 압사했지만, 신경쓰는 자는 없다.
떠들던 실장은 몇개인가의 질문에, 심각한 표정으로 한 호흡 후에 답했다.

「・・・정말인데스・・・ 오늘 밥을 찾으러 나갔다가 사육실장 몇 마리에게서 들은데스」
「「「「・・・・・・데에에에에에에에!!??」」」」

또다시 소리를 지르며 놀라는 실장들.
그리고 들려오는 들개가 멀리서 짖는 소리.
실장들은 겁에 질리면서도, 계속 질문을 던진다.

「일・・일시는 언제인데스・・?」
「분명히・・・ 앞으로 두 번 해가 지면, 이었다고 생각하는데스」
「「「「・・・・・・・・・・・・・・???!!」」」」

이미 실장들은 소리도 내지못한다.
자신들이 영주할 예정이었던 이 공원이・・・앞으로 이틀이면 없어진다・・・
공포로 허리가 빠지는 놈, 눈물과 콧물로 얼굴을 적시면서 빵폰하는 놈, 떨면서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여행준비를 시작하는 놈・・・
행동은 달라도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들 한 가지.

(이젠 이 공원은 틀린데스・・・ 다른 집을 찾지않으면 안되는데스・・・)





「자아, 오마에들, 어서 걷는데스!」
「테치이・・하우스상, 바이바이인테치이・・・」

이튿날 이른 아침, 빠른 놈은 해가 떠오름과 동시에 공원을 나서기 시작한다.
늦은 놈도 거의 전부 여행 준비를 마치고있다.

자실장 중에는 정든 집을 떠나기 싫다며 투정을 부리는 놈도 있다.
그런 경우, 친실장은 타이르거나, 또는

「싫은테치 싫은테치이이이! 와타시의 집은 여기인데쥬우에…」
「말을 듣지않는 자는 필요없는데스…」

집에 매달리는 자실장을 차서 날리는 친실장.
한 마리의 억지에 시간을 낭비해서, 가족 전원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 는 없다.
어미들도 필사적인 것이다.

그 필사적이었던것 때문에 부주의한 실수를 저지른것이 북쪽에서 나선 놈들이다.

「으르르르르르르!!!!!」
「데에?!! 개, 개・・・뎃갸아아아아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 마마아아아아?!」

가장 처음으로 북쪽의 출구에서 공원을 나선 친자는, 공원이 보이지 않게 된 부근에서 들개에 공격당했다.
살인적인 악취가 만연한 공원 부근에 개들은 다가오려고 하지않는다.
보통은 실장들이 식량조달을 위해 나서는 것을 공원 밖에서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어째서일까.

「「냐아아아아아아옹!!!!」」
「텟챠아아아아아아!!!? 마마!! 오네챠ーーー!!!!!」
「데에에에!? 그 자를 내려놓는데스우우우!!!」

적을 때에는 하루에 한 두 마리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많다.
귀도 코고 예민간 개와 고양이가 이 기회를 놓칠리가 없다.
언제나처럼 똥같은 실장의 냄새, 거기에 피 냄새까지 맡고서, 굶주린 들짐승이 닥쳐온다.

「「「구와아아아아우우우우우!」」」
「데걋데갸아아아앗!? 와타시의 귀가아아・・・눈이・・・테・・아・・・」

들개들은 주로 친실장을 표적으로 삼았다.
대형・중형 개에 있어, 실장석따위는 어미든 새끼든 마찬가지로 찢어버릴수 있다.
그렇다면 몸집이 큰 어미가 좋은 것이다.

「「「냐아!・・・냐앙♪」」」
「테앗?! 츄벳! 페쟈앗?! 주, 죽어버리는테치보엣・・・」
「이모토쨔아아아아앙!?・・・테? 어째서 이쪽을 보는테치・・・?! 오지마는테치이이이이이!!!?」

고양이와 소형 개는 식량으로 하는것만이 아니고, 놀이도구로도 자실장 쪽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때리고, 짓누르고, 차서 날리고, 다시 때리고, 짓무르고・・・움직이지 않게되면 먹는다.

「멍! 멍멍! 멍!!」
「「「치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서워하면서 한군데 몰려있는 자실장들에게, 마침 볼링처럼 파고든다.
당연히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려고하지만, 거북이보다 느린 자실장의 발로는 될리가 없으니 당연히 스트라이크.
발톱에 찢어져 세 조각으로 쪼개지고, 돌격의 충격으로 온몸이 부서지고, 뒷발에 차여 목이 날아간다.

천진난만한 개와 고양이들이 그려내는 사랑스러운 지옥도.

「데갸아아아!! 싫은데스우우우!! 죽고싶지않은데갸아아아아앗」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엥, 마마아! 살려주비지엣・・・」

「데쟈앗! 데쟈아아! 데? 데에엣?!! 데보아아아아ァ・・・・・・」

「레후〜・・레후?・・렛후〜♪・・・레뺘앗」

그렇게 북쪽으로 이주를 나선 놈들은 차례차례 개와 고양이의 먹이가 되었다.







북쪽에서 대참사가 벌어진 덕분에, 남쪽은 생각보다 편하게 공원에서 멀어질수 있었다.
아무래도 몇 마리인가는 기다리던 개와 고양이의 습격을 받았지만,  공장의 폐허와 쓰레기산이 늘어서있는 이쪽은 몸을 숨기면서 나아갈수 있다.

게다가 쓰레기의 악취와 실장석의 악취는 비슷해서 구분하기 힘들고, 개와 고양이들도 장기간 이 더블펀치를 맡고있는 것은 약간 괴로우리라.
포기한 놈들부터 차례대로 피의 냄새가 강한 북쪽 출구방면으로 떠나간다.

「・・・・데에, 다행인데스. 겨우 가버린모양인데스・・・」
「마마, 이젠 멍멍은 안오는테치?」
「데스. 그래도 오래 있을수는 없는데스. 돌아오기라도 하면 이번에야말로 일가전멸인데스」
「「「테에에에에에?!」」」

쓰레기산에 생긴 구멍 안에 숨어든 네 마리의 친자.
방금의 개와 고양이의 습격으로 새끼를 네 마리 잃었다.
친실장 자신도 아이를 지키다가 상처를 입고있다.

(데에・・・ 등이 욱신욱신하는데스・・ 그래도 참는데스・・・이 자들을 불안하게해선 안되는데스・・・)
「자아, 오마에들, 이젠 가는데스. 발 아래를 조심하면서 서두르는데스」

아픔을 참으며 아이들에게 출발을 재촉하는 친실장.
자실장들은 차례대로 쓰레기 구멍에서 기어나간다・・・하지만,

「텟챠아아아아아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뭐인데스!?」

가장 먼저 나간 자실장의 뒤통수에 유리병 파편이 솟아나있다.
아무래도 처음에 나가면서 걷다가 넘어져버린 모양이다.
운 나쁘게도 유리병 파편이 흩어져있는 장소에서.

「테아아아아!! 아픈테치이?! 어떻게된테치?! 머리를 들수없는테챠아아아아!!」

지면에 묻힌 파편에 꿰뚫린 자실장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자유로운 손발과 입을 필사적으로 놀린다.
망연자실하게 그 모양을 보는 친실장이었지만, 금새 도와주기위해 자실장의 앞에 돌아선다.
그리고 자실장을 천천히 파편에서 뽑아내려고하지만,

「테보앗・・・괴로・・・운・・테치이・・・」
「・・・데에에에・・・・」

찢어진 입에서 대량의 피를 토하는 자실장.
아무래도 파편이 위석을 상처입힌 모양이다.
눈도 뿌옇게 되기 시작했다.


이미 네 마리의 새끼를 잃었기 때문일까, 친실장의 결단은 몇 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이 자는・・・이젠 틀린데스・・・)
「・・・어쩔수없는데스・・・삼녀, 오녀, 가는데스・・・」
「테?! 팔녀쨩은 어떡하는테치?!」
「두고가다니 불쌍한테치!」
「・・・시간을 아껴쓰는데스!・・・ 그렇지않으면, 와타시들까지 죽어버리는데스・・・」

이젠 작게 신음할 뿐인 팔녀 옆을 지나가면서, 친실장은 마음 속으로 사죄한다.
삼녀와 오녀는 눈을 질끈 감고 친실장을 따라 달려간다.

하지만 일가 전원이 팔녀를 지나친 순간, 기적과 참극이 동시에 일어났다.

「죽・・・고싶・・・지・・・않은・・・!테쟈아아아아아!!!」

위석에 상처를 입어 흠칫흠칫 경직을 반복할 뿐이던 팔녀가 지면에 묻힌 파편 째로 머리를 들어올린 것이다.
위급상황의 잠재능력이라고 해야할까.

「테?! 테에에에아아아아아?! 데짓・・・・・」
「테보앗」

그리고 참극도 일어났다.
힘이 다하여 파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팔녀가, 뒤로 넘어간다.
팔녀를 꿰뚫고있던 것은 10cm 정도의 파편.
그 파편이 팔녀의 바로 대각선 뒤를 걷고있던 삼녀와 오녀를 뭉개버렸다.

「・・・・?! 데에에에아아아아아아?!!?!」

뒤를 돌아보고 몇 초,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알지못하고 경직한다.
반투명한 유리 너머에 비쳐보이는 적녹의 피 색깔이 그녀를 제정신으로 돌려놓았다.
이젠 들개에 들키는것 따위는 신경쓰지도않고 친실장은 소리를 질렀다.
자신의 손이 베이는 것도 상관하지않고, 찔려있던 팔녀 째로 파편을 내던진다.

「데에에에! 정신차리는데스! 삼녀! 오녀!」
「・・・・・테휴우・・・・・」

오녀는 완전히 즉사, 삼녀는 온몸의 절반 정도를 파편에 뭉개져버렸다.
간신히 숨은 쉬고있지만, 시간의 문제이다.
그것은 친실장도 이해할수 있었다.
마치 숨 쉴때마다 위석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테・・・・휴・・・・・・피킷」
「・・・・・・・・・・・・・・」

1분 정도 후 삼녀의 목숨은 덧없이 사라졌다.
팔 안에서 힘없이 몸을 축 늘어뜨리는 삼녀.

이미 친실장에게 움직일 기력은 없었다.
집도 새끼도 한꺼번에 잃었다.
차라리 자신도 아이들이 있는 곳에 가버릴까 생각했지만, 갑자기 기억을 떠올린다.
친실장이 그 모친에게 언제나 가르침받았던 말을.

(사는데스. 어쨌거나 살아서 아이를 키워 늘리는데스)

(와타시들은 약하고 무른 생물인데스・・・ 적도 잔뜩 있는데스)

(그래도 자신이 죽어도 아이들만 살아남으면 다시 늘어나는데스・・・)

(아이들이 전부 사고로 죽어버리는 일도 분명히 있는데스. 와타시도 아나따로 세번째의 출산인데스)

(좌절하지말고 몇번이고 아이를 키우는데스. 와타시의 자랑스러운 딸이니까 분명히 괜찮은데스)

「그런・・・데스으・・・!」

삼녀를 살며시 내려놓고, 기억해낸 말을 곱씹는것처럼 친실장은 앞을 향한다.
그리고 지면에 구르는 자실장들을 다시 한번 보고 말한다.

「와타시는 사는데스! 살아서 다음 아이들을 오마에들 몫까지 행복하게 해주는데스으으!」

그렇게 선언하고 돌아서는 친실장.
한발짝 한발짝 무언가를 짓밟는것처럼 힘있게 걷는다.
그 발이 아홉 발째를 밟은 순간,

「데・・・・・・・・・」

그녀의 목은, 피 냄새를 맡고 돌아온 대형 개에 간단히 물어뜯겼다.

















그리고 운명의 공원철거의 날・・・

「데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데스〜?」
「애초에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거였던데스?」
「자고있어서 모르는데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해가 떠오르고, 언제나처럼 해가 진다.

달라진 점이라면 한 가지, 실장석의 수가 이상하게 줄어있다는 것.
부재중인 집이 꽤나 많다.
그런 가운데, 예의 떠들던 실장은 어디에서 들고왔는지 대량의 식량을 자택에 나르고있다.

「데풋, 또 깔끔하게 속여넘긴데스우〜」

내용물이 미묘하게 남은 어육 소시지의 비닐을 핥으면서, 으스대며 돌아가는 떠들던 실장.

「이정도나 있으면 또 늘어날때까지 충분히 버티는데스우〜・・・데프프」

웃으면서 초콜릿 과자가 녹아 봉투에 들러붙은 부분을 핥는다.
그것을 끝내고, 떠들던 실장은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콘페이토 조각이 먹고싶은데스・・ 분명히 그 집에 있었던데엣스♪」

그리고 집주인이 없어진 골판지하우스 안에서, 아래에 부스러기가 남은 별사탕 봉투를 찾는다.

「있었던데스우〜〜♪ 데아〜〜〜〜〜」

그것을 호사스럽게도 한입에 털어넣는다.

한동안 입 안의 달콤함을 음미하고는 다시 자택으로 돌아와서, 혼자말을 중얼댄다.


「정말로 그녀석들은 머리가 좋아서 다행인데스〜. 위기감이 있다는것도 깊이 생각해볼만한 일인데스우〜」

「와타시의 박진감 넘치는 연기와 그런 간단한 거짓말에 단번에 여기를 버리다니 바보인데스우〜〜〜」

「서둘러 나갔으니까 공원에 남은 먹을것은 모ー두 와타시의 것인데스, 데프프프프・・・」

「약간 남은 놈들은 자고있던 녀석이나 전 날의 일을 잊어버리는 바보들뿐인데스〜〜〜」


떠들던 실장이 흘린 정보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처음에는 허둥대는 얼굴과 지쳐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뛰어다닌다.

그리고 큰 소리를 내서 공원의 실장석을 불러들인다.

위험이 닥쳐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실장들에게 공원에서 도망치도록 부추긴다.

예정대로 도망치는 실장들.

밖에서 개와 고양이에 먹히거나, 길에서 사망. 개와 고양이가 퍼져있기때문에 밖에서 돌아올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먹을것을 남긴 채인 빈집이 잔뜩 생기고, 떠들던 실장은 고생하지않고 식량을 손에 넣을수 있다는 것이다.

남은 실장들은 실장답게 바보인 놈들 뿐이기에, 동족이 줄었다는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먹을것과 물을 많이 얻을수있고, 좋은 장소를 잡을수 있기에 기뻐한다.

사는 곳을 잃는다는 것에 위기감을 품는 것이 가능한 똑똑한 실장만을 노리는 작전이다.

「다시 동족이 늘어날때까지 이 식량으로 먹고사는데스우, 어파치 금방 늘어나니까 걱정없는데스우〜」

익숙해진 행동이다.
아마도 이미 몇번이나 같은 것을 되풀이했으리라.
하지만 이 무법지대인 폐공원에서 실장석이 너무 늘어나지않는것은, 어떤 의미로 떠들던 실장석 덕분이기도하다.

성격은 의심의 여지없는 분충, 하지만 그 많은 수의 실장을 따돌릴 교활함을 가지고있다.
하지만 실장의 악행은 반드시 값을 치르게 된다.
떠들던 실장석이 이 공원의 주인으로 있을 날은 그리 길지 않으리라.

「똑똑하다는 것도 곤란한일인데스〜♪ 그래도 와타시는 너무 똑똑한데스〜♪ 데프프프・・・・♪」







〜공원에서 몇 km 떨어진 주택가〜

「들었어? 우리들이 전에 살던 곳에 있던 커다란 공원, 드디어 철거된다네?」

「어머 진짜? 요즘은 풍향 안좋으면 여기까지 냄새가 흘러왔었잖아, 냄새가 독해서 정말이지・・・」

「그렇지〜・・・ 그래도 다음주까지는 참아야해. 아〜 그 다음에는 냄새만 없어지면 더 바랄게 없을텐데〜」












「데프프, 와타시는 계속 여기서 즐겁게 즐겁게 지내는데스웅〜〜♪」








호밀밭의 파수꾼테츙

 

애완동물용 먹이가 꼭 고급품이라고 맛있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맛없는 경우가 많다. 건강이라던가 밸런스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질병치료용 사료는 비싸기만하지 맛은 더럽게 없다

그렇잖는가. 인간의 아이들조차 대부분 건강식들의 싱겁고 야채만 잔뜩 들어간 풀밭보다야
기름이 걸쭉하게 넘치는 정크푸드를 먹고 싶어하니까.

하물며 실장석이로서야.

인간들의 식사를 동경하는 사육실장들은 보통의 실장푸드도 싫어하는 것이다.

게다가 실장석용 건강푸드는 [진짜 더럽게 맛이 없는] 것이다.

분홍색 실장옷을 입은 세레브 사육실장.
비리디아(ヴィリディア)는 방을 천천히 데굴거리고 있었다.

[데, 초밥이 먹고싶은 데스!]

입안에서 살살녹는 참치!
달콤달콤 부드러운 즙이 나오는 계란!
반짝반짝, 번쩍번쩍 빛나는 것!(ギンギラ,ピカピカな光り物) (*무슨초밥인지 모르는듯.)
사르르 입안에서 녹는 연어!
입에 넣는 순간이 사르르 풀려오는 윤기나는 밥!
기적의 미라쥬!
이 화합을 어찌한단 말인 데스?
이게 바로 일본 음식의 정점인 것인 데스!

건방이 하늘을 찌를듯이 비리디아는 회상한다.
맛있던 그 초밥집은 회전하지 않는 초밥집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본차이나의 희고 고운 그릇에 담기는 것은 녹색의 조그맣고 따분한 알갱이 뿐이었다.

그 한주간.

상태가 좋지 않다. 아직 배가 고프지 않다 
다이어트 중이다 등등 그렇게 말하고 식사를 피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보통 음식으로 바꿔 줄지도 모른다고 믿으며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다음 아침에 눈을 뜨면 이 악취를 풍기는 불결하고도 천한 맛없는 먹이 대신에
초밥, 스테이크, 콘페이토를 받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곧바로 배신당했다.
비리디아는 일단 생수를 마셨다.
배고픔을 달래며 분하게 이 먹이를 바라보았다.

이 비리디아는 그래도 예절교육을 받고 현명한 실장석으로 엄선된
학대 이상으로 힘들다고 하는 고급 훈육을 받아온 고급 개체이다.
주인님이 주신 음식에 흠을 잡다니! 그건 분충들이나 하는 짓!
하지만 그 인내심도 얇은 종이 한장. 곧 찢어지고 말 것이었다!

[이 먹이를 준비한건 오마에인 데스? 이 똥 닌겐!
얼른 식사를 체인지 하는 데스! 너도 함께 체인지 데스!]

그렇게 화나서 소리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똑똑한 개체인 비리디아는 아직 이성이 남아 있었다.

이러면 안돼! 안돼! 제발!


참고 팔레트형 음식을 입에 넣는다. 금붕어를 키우던 수조같은 냄새가 입안에 감돈다.
사치에 익숙해진 비옥한 혀를 유린하는 기분 나쁜 쓴맛. 입안에 들러붙는 난처함!
비리디아는 눈물을 흘리며 입안에 집어 넣었다.

가슴이 메스껍다. 위에서 올라오는 트림의 냄새또한 역겹다..
실장 샵에서 구입된 이후로부터 한번도 흘린적 없었던 색깔있는 눈물이 흘러 넘쳤다.

[데...데에엥 어째서 어째서 와타시가 이런 꼴인 데스우!]

모든 먹이를 먹였을 무렵 비리디아의 분홍 하늘거리는 드레스는 컬러 눈물로 적셔져 초록과 빨간 색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비리디아는 뒤뚱거리며 드레스를 벗고 
실장석용 자동 건조기가 달린 세탁기 안에 옷을 던져넣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꿈 속에서 비리디아는 작은 자실장이었다.

[꿈에 그리던 음식인테치!]

곰팡이투성의 식빵에 달려든다. 입에 펼쳐진 푸른 곰팡이의 냄새
입술이 떨리고 기름 섞인 진흙의 맛이 난다. 
그래도 그것은 맛있었다. 뇌가 하얗게 질려올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인간씨의 손이 자실장을 들어올려...

[5598번 실격!]
아 저 아이는 이제 끝장이다. 와타시는 감성돔(チヌ)이 먹고 싶다
저걸 너무나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싶다..
피눈물을 흘리며 발을 동동댄다.

천천히 회전하는 드럼이 그녀를 조금씩 갉아 간다!
[아픈테치! 아픈 테치!!! 아파 아파 아파! 아픈테치이!!! 닌겐상 미안한테치!! 용서해주는 테치!! 그만하는 테치이이!!]

심한 후회, 고통, 죽음에 대한 공포, 막혀버릴 장밋빛 미래, 다가오는 절망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검게 칠해진 마음. 위석.

알고있다. 저게 조교의 최종 테스트다.
훈육중의 식사는 극단적으로 제한된다. 굶어 죽기 빠듯하다.
성장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애완동물 가게에서 팔리는 건 자실장들 뿐이니까.
먹이에 쓸 지출을 줄이기 위해,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닌겐 씨의 사정에 의한.

아아, 그 시절 굶주림은 매우 친숙한 존재였다.

그 속에서 주어진 식빵. 그 식빵은 너무나도 빛나 보였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갓 구워진 군침이 도는 흰 빵.
하지만 실장석들은 명령받았다. 참아라.
브리더가 [먹지 마라] 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곰팡이가 피어버린 식빵. 그 빵이 부패하게 되면 [졸업] 이다.

하지만 도저히 참지 못한 동료가 나올수도 있다.
그렇다면 연대 책임으로 조교를 다시 받는 것이다.
잘못하면 전체 처분되는 경우도 있을수 있다.
여러번 반복해도 계속 분충이 나온다는 것은 그 그룹 자체의 질이 낮아지는 요소가 어딘가 있다는 것이다.
전체 처분도 어쩔수 없는 것이다

실장석들은 필사적이었다.
소중한 우리들의 꿈을 지키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도 꿈에 그리던 사육실장이 될수 있기에..
그리고 거기서 조금더 행복의 끄트머리를 잡기 위해서.



비리디아가 꾼 꿈에서 그녀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배신자의 몸을 태우는 것은 심한 후회와 절망뿐.

일어난 비리디아는 새털 이불에서 자고 있었다.
눈앞에 준비된 것은 항상의 실장 푸드.
몰래 화장실에 흘려버려 야단을 맞은 적도 있는 그 실장푸드.

하지만 그런 실장 푸드도 지금은 반짝반짝 빛난다.
바삭바삭한 식감, 고소한 향기, 무난한 맛, 녹색의 이름모를 곡물.
초밥을 연상시키는 조금 시큼한 맛이 나는 달콤한 계란 색의 입자.
스테이크를 연상시키는 알맹이가 들어간 후추맛이 나는 붉은 입자.
거기에 악센트와 빛깔을 더하는 작은 콘페이토 모양의 토핑.

맛있다. 정말 맛있다.

어느새 눈물이 난다. 감사의 눈물이다.

[주인님 감사한 데스! 이런 와타시에게 다시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데스!
와타시는 정말 행복한 실장석인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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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르바이트는 실장석용 프리미엄 푸드의 공장이다.

가장 저렴한 프리미엄 푸드의 구조는 재료용 실장석은 PVC관에 넣고 뚜껑을 닫고 방치할뿐.
한달후 내보내면 대개 굶주림과 스트레스로 파킨한 상태이다.
시체는 무시무시한 형상.

뭐 별수 없는 거다. 외로움에 혼자 죽어 가는게 어찌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것을 다진 고기로 만들어 건조. 팔레트형으로 만든다. 일체 혼합물은 없다.
500g 정가에 8000엔. 놀라울만큼 고액이다. 서민들은 사기 어려울 것이다.

단지 실장석을 민찌로 만든 것일 뿐이지만 이를 섭취한 실장석은 왠지 몰라도
모든걸 가리지 않고 잘 먹게 되는 실장석이 되는 모양이다.

그래 일 자체는 간단한 편이다. 똥으로 넘치는 사용후의 PVC관을 씻는게 가장 힘든 작업이라 할 정도니까.

더 고급의 실장푸드의 재료는
공장과 제휴하거나 브리더들과 계약해 사육실장들을 재료로 받는다.
보통 실수를 하거나 해서 반품된 사육실장들이라 폐기 직전이기에 나름 서로 윈윈하는 전략.

여기에 슈퍼 프리미엄 등급의 가격은 더욱 비싸다.
목적별로 여러가지 형태로 판매되지만 대개 100g에 2만엔정도 한다.

대체 뭔 가격인지...
특수한 죽음을 겪은 실장석의 시체를 재료로 하는 실장 푸드.
그게 효율이 높은 이유는 실장석의 시체와 함께 가공되어지는 위석에 남아있는 잔여 기억때문인것 같다.

어떤 구조인지는 몰라도 실장석의 경구 섭취에 위해서 기억의 공유가 되는 모양이다.
뭐 섭취하는 개체에 따라 효과가 전무한 경우도 있다지만... 

[이봐 근데 실장석은 어디서 온 걸까?]

파이프 세척 중에 갑자기 말을 받고 움찔 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아르바이트 동료이다.
얼굴을 보아하니 뭔가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사고중인 모양이다.
그래 이놈 인도 철학 전공이었지..

[어? 하하.. 어쩐지 어느새 확 많아졌지 이거
내가 어렸을 시절엔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혹시 외래종인가?]

놈은 바보취급한것 같은 얼굴로 흐흥 하고 콧방귀를 귀었다.

[아니야 네가 모르는 것 뿐이야. 실장석은 예전부터 있었어. 전국시대에 기록도 있었다고?
근데, 외래종인건 맞는지도...]

왠지 부아가 치밀어 쏘아붙였다.

[하하하 전국시대? 그럼 아주 예전부터 있었다는거 아냐
옛날부터 있었는데 외래종이라고? 하하]

놈은 딱히 자극받지 않은듯 말을 이었다
[판스페르미아(パンスペルミア)* 설이 있어서 말이야. 우주에서 왔다는 설도 있고..]
*역주: 판스페르미아(Panspermia): 배종발달(胚種發達) 이론.

어쩐지 알수없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게 말이지. 이 먹이를 먹은 실장석들은 모두 동일하게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는 말이지.]

그리고 또 다른 괴상한 지식 방출을 시작한다
아 위험하다구. 이렇게 자꾸 파고들면..완전히 무슨 종교 전파하려는 사람 같잖아.
뭔가 이상한 쪽으로 가고 있는것 같아 당황해서 다른 화제를 꺼냈다.

[그래 그래. 그런데 이 먹이를 먹는건 실장석이고. 이상한 꿈을 꾸는것도 인간이 아닌 실장석만이잖아]

그렇지만 다른 깊이의 지식토론이 다시 시작되었다.

[스틸턴의 치즈라고 알고 있나? 인간도 그걸 자기 전에 먹으면 모두 동일한 꿈을 본다고 하거든]

뭔소리야? 장난해? 지금 나 바쁘거든?
실장석 관련해서 어떤 뜬금없는 소리 듣는다 해도 딱히 분하지 않거든?

[그래그래 알았어. 그런 치즈 있더라 뭐지? 6P였던가? 그 잘 찢어지는 궁극의 치즈라던가 뭐시기
아아! 거보다 그만하고 일하자고!]

그래도 내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놈은 대화를 계속한다

[나는 이래뵈도 실장석 애호파거든.
이 아르바이트는 실장석의 미래에 이어지고 있다고 믿어.
호밀이라는 것은 예전에는 보리밭의 잡초였어.
그것을 인간이 빼내어 직접 재배하는등의 인위 선택을 한 결과
보리에 의태를 하도록 진화한 거거든.
최종적으로 호밀은 인간에게 곡물로서 재배되도록 성장했단 말이지.
나는 말이야, 실장석이라는 건 그런 호밀 같은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실장석들은 인간에게 사랑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서 태어난 존재라고.
그 경우처럼 인간이 사랑과 관련해서 실장석의 진화의 방향성을 이끌어준다면 이윽고는...]

... 뭐 고차원적인 면접보나.
그러는 동안 녀석의 발에 똥투성이의 실장석이 얽혀왔다.
파이프에 아직 살아남은 놈이 한놈 있었는듯 하다.

[데에엥.. 싫어 싫은데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아 어쩐지 속이 메스껍다.


집에 돌아오자 기르는 구더기 실장이 레후레후하며 맞아 준다.
구더기는 귀엽다. 구더기 만큼은 귀엽다
하지만 다른 실장석들은 안돼. 너희들은 죽어야 돼.

그렇게 생각하며 먹이를 준다.
청소때 나온 프리미엄 푸드의 조각이다.
그런데 이 구더기는 구더기 주제에 제법 영리하다.
그리고 아주 좋은 놈이다.

[구더기 꿈 꾸고 있었던 레후.
아무것도 없던 곳에 있었던 레후.
계속 길이 이어져 있었던 레후.
구더기는 돌이 된 레후
구더기는 갑자기 하늘을 날았던 레후.
햇님이 반짝반짝하는게 보였던 레후.
갑자기 쏙 하면서 떨어진 레후!
무서웠던 레후
뭉개지는줄 알았는데 살아버린 레후!
닌겐씨가 주워준 레후!
구더기가 살던 곳은 없어져 버린 레후]

프니프니해주려고 했던 손이 멈춘다.

순간 녀석의 말을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아니 설마?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이녀석 그러고보니 새가 물고 있던걸 떨어뜨렸던 거지. 
내 푹신푹신한 머플러에 떨어졌었지 
그래 구더기는 가벼우니까 충분히 살수 있었던 거겠지
그래. 그런 기억임에 틀림 없다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프니프니를 해 주자 레후레후거리며 물똥을 배출한다.
그런 이상한 기억들은 똥과 함께 배출해 버린듯.
구더기는 이후 그런일을 두번 다시 말하지 않았다.








농가와 실장석

 

오후에 툇마루에서 책을 읽는데
전화가 울렸다.
여행에서 돌아온 큰아버지다.
"여행담도 있고,
오늘은 우리 집에서 저녁 밥을 먹지?"
고마운 얘기지.
나의 요리 레퍼토리는 두엇 밖에 없다.
이제 다른 음식을 먹고 싶었던 곳이다.
기꺼이 간다고 하니
마중 나오라고 하곤 전화는 끊어졌다.

10여분 후,
큰아버지의 낡은 소형 트럭이
요란하게 왔다.
운전석의 큰아버지는
그을린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다.
농사를 짓는 큰아버지는
이제 초로의 나이지만
나보다 훨씬에 건강하고
기풍도 좋다.
나는 친척 가운데서도
성격이 밝은 이 큰아버지와
특히 사이가 좋았다.

소형 트럭의 조수석에 타고
큰아버지의 집으로 간다.
길은 시골답게 논두렁길 투성이다.
여행나갔던 동안 뭔일이라도 있었냐?
묻는 큰아버지께
실장석이 나타난 얘기를 했다.

"큰아버지, 이 근처에도 실장석이 나와요."
"아, 그렇구나."

큰아버지는 곤란한 듯 머리를 긁었다.
산속에
감당할 수 없게 된 애완 동물을 버리는 사람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이제 실장석들도 그꼴이라 한다.
근처의 산에 버려진 실장석들은
착실하게 증가해서
이 근처에 돌아다니고 있다.

"그거 상당한 민폐생물 아닌가요?"

불과 한쌍의 친자 �문에
기분을 잡쳤던 며칠 전의 일을 떠올렸다.
나의 질문에
큰아버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서도……꼭 그런것만은 아냐,
저걸 봐."

큰아버지은 소형 트럭을 세우고
논두렁길 건너 밭을 가리켰다.
허수아비가 서 있다.
잘 보니 실장석이었다.
밭 안에 세워진 나무 말뚝이
실장석을 세로로 관통하고 있다.
두 팔을 벌리게 크로스 바를
팔 안으로 꽂은 모습은
어딘가의 성자를 방불시키지만
말뚝의 근원에 분뇨를 늘어뜨린
더러운 생물에 비유되면
온화한 성자라도 격노할 것이다.

아, 저 실장석은 살아 있다.
두건을 뚫고 말뚝 끝이 튀어나와 있지만,
그 주위의 살은 아물어서 굳어 있다.
직사 광선에 줄줄 땀을 흘리며
 "데이"
하고 신음하고 있다.

"우와, 저게 도움이 되나요?"
"되고말고, 보라고."

보니까,
까마귀가 날아와
실장석을 쪼기 시작했다.

"데엣! 데데뎃! 데에에엣!?"

까마귀는 실장석의 머리 위에 올라
녹색 쪽의 눈을 콕콕 쪼고 있다.
실장석은 아파 울면서,
목을 붕붕 휘두르고 있지만
까마귀을 어쩔 수는 없다.
오히려 까마귀는 재밌는 듯
여기저기 쪼았다.

"데즈우ー웃!"

"저렇게
까마귀의 주의를 끌어 주니
밭을 덜 망치게 되지"

부리에 쉽게 쪼이고 찢기는 주제에
회복력이 뛰어난 실장석은
언제나 신선한 반응을 한다.
그것이 까마귀에게 재미있는 것 같다.

"실장석도 스트레스로 죽는다는데, 괜찮아요?"
"그래서 수를 썼지."

백부는 조수석 쪽 상자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냈다.
투명 필름 케이스 속에는
액체와 녹색의 돌이 들어 있다.

"이건 위석?"

액체는 설탕 물이란다.
이렇게 위석을 빼내
설탕물에 담가 두면
실장석이 좀처럼 죽지 않는단다.
몰랐다.
백부께서 위석을 다시 넣었을 때에 봤다.
이 스톱워치 같은 것은 실장 링갈이 아닐까?

"큰아버지, 이 실장 링갈 써 봐도 될까요?"
"아, 그래. 재밌을 거야"

시도한 적이 없어서
재밌는지도 모른다.
나는 링갈을 가지고 차에서 내렸다.
허수아비 실장석에 접근해
링갈의 스위치를 넣었다.
까마귀에 쪼이며 중얼거리는 것은

"아픈 데스우! 그만두는 데스우!"

라고 표시되고 있다
뭐, 예상대로이다.
접근하는 나를 눈치챈 까마귀는
실장석을 놓고 날아갔다.
안심해 한숨돌린 실장석도
나를 봤다.

그런데 뭘 할려나?
잠시 보고 있었다.

"데스, 뎃스ー?" (인간, 뭐 보는 데스우?)
"데뎃, 데스우," (나의 사랑스러움에 반한 데스우)
"데스, 데스 〜." (어쩔 수 없는 데스우, 특별히 기르게 해주는 데스우)
"데스뎃스," (식사는 스테이크로 봐주는 데스우, 당연히 후식이 포함되는 데스우)
"뎃슷스, ♪"(나의 귀여운 발을 핥을 권리도 주는 데스우)

논두렁 길은 돌멩이가 많다.
나는 적당히 하나를 집어 들어
크게 치켜 들었다.
전력을 담은 일투를
안면에 쳐 넣자
실장석은 "데규앗!?"하고 비명을 올린다.
이래뵈도 초등학교 때 소프트볼로는
라이트에서 9번이었어.
옛날에 익힌 솜씨!
링갈의 스위치를 끄고,
분연히 돌아온 나에게
큰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허, 참을 수가없었나?"

큰아버지의 집은 전형적인 농가다.
T셔츠 차림의 중년 여성이 반겨 준다.
백모이다.

"집봐줘서 고마워.
오늘은 백모가 맛있는 걸 해 주실거야"
"기대됩니다……그런데 그것인가요?"

내가 가리킨 것을
백모가 "이거?" 하며 흔들어 보이니
"테-츄-"하고 우는 소리가 난다.
백모가 가진 그릇에는
자실장이 여러 마리 들어 있었다.
나의 시선을 눈치채고

"텟츄♪ 텟추♪"

하고 아양을 떨고 있다.
백모는 아양하는 소리에
신경도 쓰지 않고
"이렇게 하는 거야" 하며
한마리를 잡았다.
잡힌 자실장은 선택된 기쁨에

"테-프-프♪"

하며 그릇에 남은 동속을 비웃는다.
그 웃음 소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백모는 뜰에 자실장을 내동댕이쳤다.

"테에에엣? 테칫!"

뜻밖의 공중 유영에
당황의 목소리를 높이던 자실장은
얼굴로 땅을 들이받고 신음한다.
땅 위에 던져진 자실장은
코피를 흘리며 겨우 일어나
주위를 돌아보다
다가오는 위협을 깨달았다.
뜰에 방사된 닭들이
무서운 기세로 돌진해오는 것이다.

"텟? 테에에에에에엣!"

작은 자실장이 보면
닭은 몇배의 몸집을 가진 괴물이다.
그런게 몇마리씩 덮쳐 오는 두려움은
상상조차 어렵다.
자실장은 눈물, 콧물에 침으로
얼굴을 엉망으로 적시며 필사적으로 달린다.
하지만 더 느리다.
자실장의 작은 보폭으로는
대단한 속도 따위는 바랄 수가 없다.
더구나 정원의 끝,
나랑 백모가 서 있는 곳은
이중 콘크리트 블록으로 구분되어 있다.
자실장은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절망적인 눈으로 우리를 올려다보는
자실장에게 닭들이 쇄도한다.
부리가 속속 내리찍히자

"테치, 치이이......"

곧 조용해졌다.
닭들은 자실장의 시체를 물어뜯고 있다.
맹금의 솜씨다.

"와일드하네"
"이렇게 산 먹이를 주면~맛있는 토종닭이 되지"
"뛰어다니니까요"

백모는 먹이 자실장을 더 던진다.
닭들은 실장을 뒤쫓아
정원 내를 뛰어다닌다.
이러면 운동 부족은 걱정 없다.
백모는 마지막 남은 두마리를 잡아
동시에 던졌다.

""테, 테츄츄!""

그동안 형세를 다 봐온 자실장들은
한눈도 팔지 않고 달아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역시 느린...
...데, 갑자기
한 자실장이
다른 놈의 발목을 물었다.

"테치이잇!?"

나자빠진 자실장.

"테츄츄ー!"

넘어진 자실장이
도움을 구하며 손을 뻗지만
배신자실장은
돌아다보지도 않고 열심히 달린다.
실장의 우정, 이로써 정점에 달해....
실장다운 자실장이다.
콘크리트 블록의 벽까지 도착해
벽을 두드리며

"테치! 테치!"

하고 도움을 청하는 자실장을
안아 올렸다.

"너 참 대단하군"
"테츄♪"

칭찬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기쁜 듯이 우는 자실장.

"이런 지독한 놈은 처음이네"

나는 드로우-인 해서
배신자실장을 뜰로 던졌다.

"테, 테치ー잇!?"

배신당한 자실장을 쪼고 있는 닭들중
한마리의 등에 튀며 땅에 떨어진다.
칼같은 제구력.
중학교 축구에서
드로우-인 전문 후보였던 만큼 자신이 있다.
닭들은 다시 모이가 던져진 걸 깨닫고
일제히 배신자실장을 봤다.

"테, 테치..."

자실장은 기다시피 도망 치려고 하지만
갑자기 그 움직임이 멈춘다.
배신자실장의 발목을
누군가가 붙잡고 있다.

"테·치이이이..."

배신당한 자실장은
무수히 부리에 유린당해
이미 밑판이 사라진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희미하게 운다.
그 음성은 원한 섞인 조소로 얼룩져 있다.

"테, 테에에에에엣!?"

절망의 소리를 지르는 배신자실장을
닭들이 일제히 부리로 쪼기 시작했다.

찢기는 자실장을 보면서

"어떻게 모이의 보충을 하고 있나요?"

하고 물었다.

어찌어찌,
뒤뜰에 업무용 젤리 깡통을 이용해
장치를 마련한 것 같다.
젤리통 윗부분을 따고,
4cm정도 남기고 땅에 묻는다.
이 금속제의 함정 속에
설탕물을 좀 넣어 두면 된단다.
4cm의 높이를 넘을 수 있는 자실장이
설탕물에 꼬여 자꾸 걸리는 것이다.
높이가 있어 다른 벌레는 걸리지 않는다.
또, 성체실장이 바닥의 액체를 맛보려다간,
머리부터 넣다가 설탕물에
질식사 할 형태이다.
그래서, 생기있는 자실장만
포획할 수 있단다.

저녁은 치킨 커틀릿을 메인으로
백모 특기의 향토 요리가 측면을 굳힌 포진.
큰아버지는 맥주를 마시며
여행담을 말해 줬고
술이 별로인 난
먹는데 전념하며 큰아버지의 말을 들었다.
백모가 커틀릿과 후라이를 가져온다.

"이것도 먹어 봐"

백모가 새로운 커틀릿을 내 앞에 둔다.
10cm 정도의 커틀릿 이다.
입에 넣자 닭가슴의 연한 살 같은 맛이 난다.
더 담백하고 단아한 인상이다.

"이게 무슨 커틀릿이죠?"
"자실장~"

뿜었다.

생각 없이 얼굴이 파랗게 질진 나에게,
백모는 웃으면서 설명해 준다.
성체 실장석은 그 생활습관도 있고 해서
고기가 먹을 게 못되지만,
아직 불결할 걸 별로 먹지 않은 자실장이라면
요리하기 따라 맛있는 음식이 된단다.

"해삼도 벌새끼도 먹어 온 일본인이
새삼 실장 따위를 사양할까?
산에서 잡은건 다 산신령의 은혜야."

큰아버지는
주저하는 나를 호쾌하게 웃어 넘기며
맥주를 꿀꺽꿀꺽 들이킨다.
큰아버지의 눈앞에도 접시가 추가됐다.
노랗게 튀겨진 자실장들이
통째로 나란히 있다.

자실장 누드튀김.

큰아버지는 젓가락으로 한마리를 잡아
아무렇게나 입에 던져 넣는다.
맛있게 음미하다가
수박씨를 내는 요령으로
위석과 적록의 눈을 뱉아낸다.

"요건 못 먹겠다"

하시며 맥주를 들이킨다.
정말 맛있어 하는 기색에 끌려
한입 넣어 보았다.
머리부터 깨물면,
닭고기 비슷한 맛이 입 안에 퍼진다.
혀끝으로 신중하게 눈알과 위석을 선별해 뱉고
거듭 되새겼다.
확실히 맛있다.
가운데 정도에서 쓴맛이 섞인다.
소라 통구이 비슷한 느낌이다.
확실히 술안주에 딱 좋을 것이다.

"나쁘지 않네요."
"그렇지."

큰아버지가 맞장구친다.
나도 따라 계속 먹었다.
자실장 커틀릿은 정말 맛있다.
소스를 듬뿍 뿌려 잘게 썰어
양배추를 곁들이면
식욕이 나지 않을 수 없는 데스우

...어라?







실장 닮은꼴 전람회



 역에서 멀리 떨어진 치안이 나쁜 지역의 아파트.
 인근에는 들실장들의 골판지 하우스가 가득해 악취나는 공원.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건물.

 그것이 내 거주지이다.

 그런데도 임대료는 일반 아파트 수준으로, 석 달치 비용을 사례금으로 지불해야 하며, 2년 마다 갱신해야 한다. 상당한 악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역주: 일본은 집 빌리면 집주인에게 사례금 내는데 통상 1~2개월 치 인데 3개월이면 통상보다 박한 조건이라는 뜻으로 추측)

 그래도 방은 만실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애완 동물 출입 가능. 그것도 실장석 가능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건은있다.

 허용된 실장석은 1체 뿐. 아이가 증가하면 가차없이 처분해야 한다. 게다가 2 일 이상 실장석을 두고 외박도 불가. 분뇨 냄새, 소음 등 문제가 나오면 즉시 퇴거.

 일전에도 101 호실의 주민들이 다수의 실장석을 사육했다는 이유로 퇴거되었다. 쥐처럼 끝도 없이 새끼가 태어나 총 42마리나 있었다고 한다. 방은 실장석이 흘린 똥으로 끈적 끈적. 바닥까지 썩어 있던 것 같다.
 전과가 있는 실장석 소유자를 받아주는 임대 따위 찾기 어렵다. 경제적 이유로 주택을 사기도 어려운 101 호실 사람은 울면서 실장석을 전부 잃어 버리게 된 것 같다. 애호 파 단체가 구조를 시도했지만 실장석 사이에 분충병이 만연해 결국 모두 처분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역주: 여기서 분충병은 실제 질병이 아니라 분충스러운 태도 등을 말함)

 피임도 안구 적출 수술도하지 않는다. 분충병이 발생하더라도 교정 노력도 없다.
 숫자가 늘어나면 마땅한 양부모 모집 아니라 훈육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애지중지. 적어도 방이라도 자주 청소, 소독했으면 좋은 것을 위생 상태를 유지하는 노력도 게을리.
 그 결과가 전체처분이다. 심하다. 너무 심하다. 무책임이다.
 이것은 애호 아니다. 애오이다. 아니 오히려 학대이다. 이런 것을 상냥하다고 할 수 없다. 단순한 자기 만족이다.

 조금 슬픈 기분이 되면서, 분홍색 옷을 입은 우아한 실장석을 데리고 새로 인사 왔던 시절의 101 호실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자는 모모라고 부릅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때는 괜찮다 생각했는데, 왜 이런 일이 되어 버린 것인지.

 아마 모모가 자실장을 일곱이나 출산했던 때가 시작이었을 것이다. 산책으로 모습을 볼 때마다
모모의 옷은 자실장의 장난으로 더러워 져 갔다. 복숭아 빛 분홍색 옷이 분뇨 투성이 녹색으로 물들어 흔해 빠진 실장석과 구별이되지 않게되어 갔다.
 곧 태어난 자실장이 성체가 되었을 무렵에는 모모는 모모라는 이름조차 잃어버렸다.

 "모모 이쪽 오세요."

 라는 주인의 부드러운 호소는

 "어이 너희들, 빨리 이쪽으로 와라. 적당히 해라. 제발 자."

 라는 고함으로 변해 있었다.

 더이상 '모모'라는 이름으로 부르고있는 '개체'는 없었다. 무리에 부대껴 묻혀갔다.

 게다가 점점 분뇨의 악취와 소리의 소음이 심해졌다. 같은 실장석 사육주의 연대감에서 다수 실장석 사육을보고도 못 본 척하고 있던 우리 주민들도 마침내 인내의 끈이 끊어져 부동산 회사에보고 되었다.



 실장석은 개나 고양이와 같은 외형의 개체 차이는 별로 없다. 어떤 새끼도 흡사하다. 그래서 다두 사육을 하고 있는 사람은 이름을 자주 실수하기 쉽다. 그래도 깊은 애정과 예리한 관찰력이 있다면, 성격이나 행동에서 어느 것이 어떤 새끼인지 알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보통 무리. 절대 무리.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개체의 판별은 학대 파 쪽이 더 잘한다.
 애호 파는 개체의 판별이 서투르다. 모두 "귀여운 실장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에서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102 호실의 부인이다.

 102호실의 실장석 "리오나 짱 '이 언제나 정원에 내던져져 필사적으로 톡톡 유리 문을 두드리고있는 모습을 볼 수있다.

 "가르치려면요, 역시 때려야 하죠.
 그런데, 때리는건 역시 불쌍하죠.
 그러니까, 정원에 말이죠, 조금 내보내는 거에요.
 가끔은 전보다  태도가 나빠지거나하는 것도 있지만요
 몇번인가, 정원에 말이야, 내두면 말이죠,
 봐봐 어느새 여기에 착한 아이가 있네.
 100 엔 코너에서 판매하는 콘페이토 라니,
 하면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자실장이거든요,
 이렇게 말이죠, 이렇게 네, 기쁘게 먹네요,
 콘페이토요, 한입 베어 물고요, 감사하고 있네요. "


 102 호실의 부인은 말투도 눈도 조금 무섭다.

 정원에 나온 사육실장은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의 들실장에게 노려지게 된다. 순식간에 개걸스럽게 먹히고 마는 리오나짱.
잠시 후 샷시 창문을 열어 지질 구현을 안고 안고 102 호실의 부인.
그 새끼가 새로운 '리오나 짱'이 된 것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저것을 심야에도하는 거니까 쌓인 것은 아니다.

 뽀후 뽀후 뽀후 뽀후 뽀후 뽀후
 베찌 베찌 베찌 베찌 베찌 베찌
 도후도후, 도후도후, 똑! 구챠!

 점차 심해지고 마는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역주: 일본어대로 걍 놔둠)

"데스데스, 데데데데데데! 뎃스!
 데데데데데? 뎃샤 배!
 데힛! 데힛! 드갸아아아아아 아! "

 점차 커져가는 비명.
 솔직히 새벽 세시에 이런 시끄러운 일을하고 짜증나이다.

 한 번 소리를 지른 적이 있으나, 부인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남편이 나와서 사과한다.

 "미안합니다. 아내가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했습니다. 예전에 가벼운 체벌의 생각으로 밖에 차지하고 낸 실장이 그런 꼴을 당한 이후에 아내는.... "

 언뜻 보인 방은 애호 용품이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분명 여기에서 지질 구현은 순식간에 올려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

 102 호실의 부인에게는 실장석은 모두 동일하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실장석조차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두 "리오나 짱"으로 보이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러가지로 겁이 나서 항의는 포기했다.



 201 호실의 사람은 항상 자실장을 한마리 데리고있다. 그리고 자주 옆 공원에 먹이를 뿌려 간다. 무책임한 먹이주기 때문에 공원의 실장석 밀도는 높아진다. 그저 먹이를 뿌리는 것만으로, 뒷정리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쓰레기를 뒤지러 왔던 까마귀에게 약한 자실장부터 먹혀 간다.
 무책임도 맥스이므로 날씨가 좋지 않은 날, 내키지 않는 날, 더운 날과 추운 날에는 먹이주기도 쉰다.

 그 때문에 자실장들이 너덜 너덜 태어나서는 죽어 간다.

 보다 못한 인근 아줌마가 얘기했을 때, 201 호실의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네? 어째서? 뭐가 어때서? 좋은 거 잖아요. 매년 신선하고 귀여운 자실장이 등장해 재미있잖아요."

 201 호실의 사람은 항상 자실장을 한 마리 데리고 있다. 신선하고 귀여운 작은 자실장을 데리고 있다.

 항상, 항상. 언제 까지나. 신선한 상태이다.




 덧붙여서 202 호실은 내 방이다.

 이런 이상한 사람 만 사는 아파트이지만, 사실 나는 동요하지 않았다.
 내 어머니가 더 이상한 인간 이었기 때문에 면역이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애호 파였다. 아니, 애오파라고해야 하나. 좁은 집구석에 실장석들이 속속 늘고 점점 아버지와 나의 공간이 압박되어 갔다.

 "실장짱"들의 녹색 더러운 '추억의 장난감'을 수납하기 위해서 내 교과서와 앨범이 들어간 책장을 파기 한 것을 계기로 드디어 아버지가 이성을 잃고 이혼을 요구했다.

 일단은 사랑했던 여인이었기 때문일가, 어머니에게 집이 양도되었다.

 드디어 이혼하는 날,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는 나와 실장석, 어느 쪽이 중요한거야?"

 어머니는 대답했다.

 "그것은 실장짱이에요. 왜냐하면 실장짱은 내가 없으면 안되니까."

 나는 실장석이 싫지 않았다. 어머니도 사랑했다.
 하지만 이 말에 나는 완전히 어머니를 잊기로 했다.

 비록 거짓말이라도 "네가 소중하다"고 말해줬으면 했다. 적어도 조금은 망설여 주었다면.



 그런 어머니는 작년 죽었다.

 어머니는 미디어에 자주 등장했다. 주로 실장석 애호 잡지. 상처 입은 실장석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키우는 여신 같은 여자로.
  
 일한 적이없는 어머니는 미디어에 나와 거액의 기부금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실장짱 '을 위해 속속 낭비를 반복 드디어 돈을 구할 수 없게 된 모양이다.

 마침내는 목을 매고 죽어 버렸다. 어머니는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어머니가 남긴 거액의 빚을 짊어지지 않도록 나는 상속 포기를 했다.

 나는 재산 처분의 확인을 위해 딱 한 번만 그 집으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생각보다 심한 부패 냄새는 없었다.
 이제 그 단계는 지나 버린 것 같다.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버린 육포 냄새.

 어머니가 말하던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실장짱들"
 부패를 반복해 바짝 말라붙어 그 골격만 층층이 쌓여있다.
 마치 즈지스와프 벡진스키의 그림 같았다.
(역주: 그로테스크한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https://www.google.co.kr/search?q=%EC%A6%88%EC%A7%80%EC%8A%A4%EC%99%80%ED%94%84+%EB%B0%B1%EC%A7%84%EC%8A%A4%ED%82%A4&newwindow=1&espv=2&source=lnms&tbm=isch&sa=X&ved=0CAcQ_AUoAWoVChMIoe7XvoXiyAIVR1umCh0CswVu&biw=1170&bih=841#imgrc=KNR4CSaZThQ5UM%3A
)

 자세히 살펴 보면 "내가 없으면 안되는 실장짱들"의 시신은 이상했다. 사람의 손으로 태워지거나 잘려진 모습, 구속 된 모습이 보인다.

 "아, 엄마는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이었던 것이다."
(역주: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은 뮌하우젠 증후군과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타인을 보살피는 모습을 칭찬받고 싶은 나머지, 자신이 직접 간호 대상을 아프게 한 후 그걸 보살피는 모습을 과시하는 정신병임)

 그때 나는 어머니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다.

 생각하면 나도 어렸을 때는 자주 입원을 했다. 세제 나 표백제, 흙탕물, 오수, 썩은 음식. 어린 시절의 나는, 왜 어머니는 그런 것들 나에게 먹이는 것인지 궁금했다. 왜 날 밀어넣고 히죽 히죽 웃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런데도 병원에서 탄식하며 상냥하게 대하는지 궁금했다.

 어머니는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없으면 안되는 뭔가를 돌보는 자신"

 그런 자신을 좋아하고 좋아해서 견딜 어쩔 수 없었어요.

 겹겹이 쌓여 쏟아질 것 같은 층이 된 실장석 미라. 자칫 이것은 나 자신, 그리고 태어났을지도 모를 동생의 모습 이었는지도 모른다.

 옛날에는 실장석이 어머니를 빼앗아 갔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다르다. 사실 실장석은 희생양이 되어 준 것이다.


 생각하면 그것이 내가 실장석을 기르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사랑스런 실장석. 나 대신 희생양이되어 준 실장석.

 그 실장석을 사랑하고 있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어머니에게 사랑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말해도 나는 어머니와는 다르다.
 개체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의 잔뜩 기르는 무책임한 일도 하지 않는다.
 나는 오로지 한 마리만 정성껏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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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뎃뎃히 뎃뎃히 뎃힝! "

 공중 화장실에서 출산을 하는 들실장.

 "텟테레! 마마 잘 부탁합니다 레찌!"
 "텟테레! 콘페이토는 어디레찌?"
 "텟테레! 콘페이토! 콘페이토! 렛훙!"

 차례 차례로 태어나는 점막에 싸여 귀여운 새끼들. 부드럽게 점막을 핥아주면 순식간에 손발이 뻗고 주렁주렁 머리카락이 나 온다.

 갑자기 거기 인간이 난입 해왔다.

 "이 자, 이 통통 살찐 구더기 짱을 받아간다."

 인간은 아직 점막으로 둘러싸인 끈적 끈적한 구더기 실장을 잡아 들었다.

 "레히! 아직 안되는데스! 이대로라면 구더기 짱 그대로 성장이 멈추는데스!"

 그러나 링갈이 없는 인간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데샤! 무엇을한데스 닝겐! 내 새끼를 돌려주는데스!"
 "닝겐상, 이모토챠 불쌍한레찌! 적어도 핥아주는레찌 "
 "똥닝겐, 그런 빌어먹을 구더기보다 귀여운 와타찌을 지키는 레찌."

 그런 가족의 항의도 무시하고 인간은 금속 프라이팬에 구더기 실장을 투입했다. 냄비에 뜨거운 식용유가 채워져 있었다.

"렛삐이이이이 차 차 차 차! 뜨거운레후! 뜨거운레후!! 이 목욕 너무 뜨거운레후!"

 구더기 실장이 몸부림치면서 울부 짖었다. 이런 작은 몸에서 자주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목소리도 점점 작아지고 갔다.

"레힛 레힛 레힛"

 목소리가 점점 속삭이듯 밖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 상태를 살피던 인간은 구더기 실장을 영양 드링크로 채워진 반찬통으로 옮겼다.

 즐겁고 기쁜 출산에 갑자기 일어난 사건. 모두 사이 좋게 빵콘하는 실장가족. 파킨하는 새끼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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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애완 동물 가게에서 실장석을 사지 않는다.
 실장 매매 뒤에서 행해지고있는 학대라고 할 예의 범절 교육.
 팔리지 않은 실장들에 대한 잔인한 처분이나 학대파에 대한 판매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의 실장석을 기르지 않는다.
 실장석의 훈육에 학대라고도 말할 수 없는 예의 범절을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 버릇을 게을리하면 실장석은 바로 망가진다.
 실장석은 부드럽게하면 올라간다. 한 번 올라 버린 실장석은 무엇을 가지고도 만족할 수 없게된다. 그 정신적 고통은 비참한 들실장보다도 심하다.

 그래서 구더기 실장을 키운다. 공중 화장실에서 태어난 들실장의 구더기이다.
 들실장의 구더기는 먹어 버릴 운명이라고 한다. 그것을 구한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기름에 올린다. 들실장은 어떤 세균을 가졌을지 모르니까. 내부까지 뜨거워 지므로 소독 살균된다.
 출산시 새끼의 고통을 완화된다 점막에 휩싸인 상태라면 파킨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기름에 올리면 튀김 옷처럼 순식간 점막은 단단히 고착, 성장하지 언제 까지나 구더기 짱 그대로의 새끼가 완성된다.
 게다가 성가신 날카로운 목소리는 귀여운 작은 속삭임 소리로 변하는 것이다.

 애완 동물에 최적이 아닐까.

만일을 생각하고 제대로 피임 수술도한다. 두 눈을 달궈진 숟가락으로 퍼내 속을 비게 한다.
콘페이토, 코팅 한 위석, 영양 드링크 수영장.
그런 행동을 해도 구더기 짱은 통증에 움찔 움찔 경련할 뿐이다.
가냘픈 목소리로
"레삐이이이"
울부 짖는다.

나도 괴롭다.
하지만 그저 불쌍하니까 피임 수술도하지 않고 점점 늘려 버리는 무책임한 주인과는 다른 것이다.

이 단계를 지나면 우선 안심.
구더기짱이라면 프니프니와 콘페이토가 있으면 만족한다.
수명도 길지 않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책임지고 확실히 키울 수 있다.

치렁치렁한 앞머리, 밝은 다갈색의 피부, 튀김 같은 맛깔스런 포대기.
그리고 영원한 어둠 속에서 나만을 계속 요구해오는 작은 팔다리.


 개체 식별도 확실.


 나의 구더기. 나만의 구더기짱이다.



 그나저나, 새로 들어온 101 호실 사람은 직스파 같다.
 항상 신음 소리가 들린다. 365 일, 하루 8 시간 정도는 허덕이고 있다. 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 일까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