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쳐서 마당에서 자실장들을 놀게 한다.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좋은 모양이다.
뭔가 큼직한 달팽이를 찾아서 좋아하고 있다.
앗,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야, 너희들 빨리 집 안으로 들어가."
"우지쨩도 달팽이쨩처럼 집 갖고 싶은 레후ㅡ."
달팽이라... 아, 초등학생 때 만든 암모나이트 모형이 있었지.
책상 서랍 안에 뒹굴던 작은 모형을 꺼낸다. 크기는 딱 맞는데 석고로 되어있어서 조금 무겁다.
자실장이 없는 틈을 타서 우지쨩의 등에 얹으려고 가까이한다.
"자, 이걸로 달팽이가 될 수 있단다ㅡ."
아, 이런...
좀 무거울까 싶었는데...
아이고, 자실장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자실장에게 '우지쨩이 달팽이가 되고 싶어서 달팽이 알로 변신했다'고 얼버무렸다.
말한 나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자실장은 "이거 우지쨩의 냄새가 나는 테치."하고 시원스레 믿어버렸다. 구더기의 체액이 묻어있었으니 당연하지만.
괜찮겠지, 말하지 않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
모르는 게 행복한 경우도 있다.
우지쨩의 '알'을 안고 자는 자실장은 오늘도 행복하게 잠들었다.
나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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