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리 가축 실장 진료소 외전
미도리 가축 실장 진료소 외전
띠리링, 삐리링, 뽀로롱♪
방에 흐르는 오르골 소리에 아침이 왔다는 것을 안다.
"아직... 졸린 레치이...."
동료들과 뒤엉켜 자는 따뜻함이 게으른 마음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니 일어나야만 한다.
다음에 일어날 대합창 때문에 반드시 일으켜지는 처지가 되기에
"배고픈 레후ㅡ."
"오네챠ㅡ!"
"프니후ㅡ!!"
구더기들이 음악에 반응하여 눈을 뜨고 저마다 불평을 호소한다.
10마리, 20마리라면 모를까 그 숫자는 무려 4000마리.
같은 방 안 이곳저곳에서 울기 시작하는 구더기의 소리에, 꼼지락거리며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은 돌보기 담당 엄지실장들이다.
이곳은 실장 실 생산 장소, 구더기 사육방.
정식으로는 '미도리 가축 실장 진료소 병설 양녹잠 부문 사육실'이지만 간단히 '구더기쨩의 방' 또는 '사육실'이라 부르는 이가 많다.
실장석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에게도 길어서 부르기 어려운 것이다.
"키이쨩 코코쨩, 일어나는 레치."
"다들 아침 레챠아!!"
솔선해서 깨우는 두 마리는 한 차례 '출하'를 경험한 카카와 쿠우. 겨우 일어나기 시작한 키이와 코코, 그리고 아직도 이불에 들어가 있는 케에는 신참 '구더기 사육사'다.
"렛치이 레챳!!"
데굴데굴데굴, 콰당!
"레에에? 뭐인 레치? 지진 레치?"
넷이서 이불을 뒤집자, 내동댕이쳐진 케에는 통로 끝까지 날아가버린다.
"바, 밥 레치! 아침밥 레치!!"
통로 안쪽에서 허둥대는 케에를 보며 주위의 구더기들도 레후레후 하고 웃고 있다.
아침 먹이를 가져오는 카트가 구르는 소리가 났다.
우리가 있는 곳은 몇 번째일까?
"오네챠아~ 배고픈 레후ㅡ!!"
다른 사육대의 구더기들이 기뻐하는 소리에, 자신이 담당하는 구더기쨩들도 먹을 생각으로 가득하다.
"밥 올 때까지 먼저 구더기쨩 화장실 치우는 레치."
잘게 잘라 작은 상자에 넣은 티슈와, 물이 든 물고기 모양 간장 용기를 들고서 각자 담당하는 '울타리'에 들어간다.
"키이 오네챠, 안녕 레후ㅡ."
"프니프니해주는 레후ㅡ."
키이의 담당은 5마리. 베테랑인 카카와 쿠우는 10마리 이상을 담당한다.
돌보기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몸이 조금 커질 때까지는 담당하는 구더기도 적다.
"밥 오기 전에 다들 운치 누는 레치. 줄 서는 레치이."
"일등 레후ㅡ."
"나와버리는 레후ㅡ."
"아직 운치 안 나오니까 마지막에 누는 레후ㅡ."
좌우로 구더기의 배를 놓고 키이는 북처럼 톡톡 치기 시작했다.
톡 "레후!"
톡 "레뺘!"
"구더기쨩 운치를 눕시다~ 레치레치레치레치, 렛치레치♪"
톡톡톡톡......쁘지직.
엄지실장의 적절한 힘이 구더기의 약한 복압을 거들어서 적당히 단단한 변을 나오게 한다.
키이는 두 마리의 운치를 닦아내고 간장통의 물에 적셔둔 티슈를 써서 구더기 옷의 오물도 남김없이 닦아냈다.
"깔끔깔끔하지 않으면 귀여운 엄지가 될 수 없는 레치!"
"레후ㅡ♪ 구더기쨩도 엄지가 되고 싶은 레후~."
"심부름하는 레후ㅡ웅."
"운치 싸버린 레후.... 엄지가 될 수 없는 레후우...."
"괜찮은 레치. 와타치도 구더기쨩일 적에는 실례해버렸던 레치."
"정말 레후? 그럼 고치가 되기 위해 깔끔깔끔해주는 레후~웅."
"안녕ㅡ, 아침밥이야ㅡ."
구르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리게 되고 인간의 소리가 났다.
"안녕하세요 레치."
"오늘은 키누쨩 레치ㅡ."
"키누쨩 좋은 냄새 레치~."
아침 먹이를 배식하러 온 것은 이곳의 돌보기를 담당하는 고토 키누였다.
아버지와 교대로 아침 먹이를 주러 오지만 엄지들에게는 키누가 더 인기만점이다.
원래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실장석. 엄지들도 그 점은 변함없다.
키누에게서 살짝 풍기는 샴푸 냄새가 좋은 것 같다. 샴푸를 바꾼 것을 알아맞힌 엄지도 있을 정도다.
"안녕. 구더기들한테 밥 주고 나서 아삭아삭 먹는 거야ㅡ."
「「레칫!」」
「「「네 레치~.」」」
자신들을 위한 아삭아삭 밥과 구더기쨩을 위한 부드러운 밥.
그리고 중요한 얼음 설탕. 엄지들은 포상 겸 점심으로 2개씩 받는다.
키누가 두고 가는 것에는 그것들이 딱딱 정해진 수량만 들어있다.
카카가 팔짱을 끼고 모두에게 기합을 불어넣는다.
"레칫! 밥 먹기 전에 '노도옹' 레치요!"
「「「「레츄ㅡ웅!!」」」」
페트병 뚜껑에 든 '부드러운 밥'을 손에 들고서 작은 노동력은 다시 자신의 사랑스러운 구더기들 곁으로 달려갔다.
키누는 그것을 보며 구더기의 생육 상태도 체크한다.
"여기는...... 아직이네."
뒤돌아보면 아까 보았던 5번 사육대. 골판지 방 구석에서 구더기 몇 마리가 상반신을 일으키고 머리를 흔들고 있다.
코에서 방출하는 실로 부지런히 고치를 만드는 것이다. 내내 지켜보는 엄지들.
내일 고치가 다 되면 하루 더 상태를 보고 옆에 있는 '실 뽑는 방'으로 이동시키자. 엄지들도 새로운 구더기가 있는 사육대로 이사다.
부화한 아이도 부화하지 않은 아이도 그 고치에서 채취되는 실을 '이용받는다'
부화한 아이에게는 사육 담당이나 출산석 역할이. 부화하지 않은 아이의 내용물도 물론 용도가 있다.
'목숨'을 받아 이용한다는 것. 그래서 '녹색의 누에님'의 이름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양잠 집안에서 나고 자란 아버지는 말한다.
'미도리 가축 실장 진료소 병설 양녹잠 부문' 이것은 그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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