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우물쭈물하지 마는데스! 빨리 출발하는데스!
  구걸! 도둑질! 뭐라도 하는데스! 빈손으로 돌아오면 용서하지 않는데스!」
「와타치는 아마아마를 원하는테치! 약속인테치! 서두르는테치!」

그렇게 지껄이면서 들의 친자는 눈 앞의 자실장을 재촉했다.
자실장은 고개를 숙인채로 힘없는 발걸음으로 공원을 나섰다.
이 자실장은 한때 마마와 함께 살고있었으나, 그 마마가 2개월 정도 전에 공원에 온 들개에 물려서 죽어버렸다.
남겨진 그녀는 근처에 살던 분충친자에게 옷과 머리카락을 빼앗기고 노예가 되었던 것이다.

공원을 나선 자실장은 길 가장자리를 터벅터벅 걸었다.
10월하순의 바람이 독라의 몸에 날카롭게 부딛혔다.
자실장은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등을 구부리고 걸었다.

먹을것을 구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세상 모르는 자실장이라면 말할것도 없다.
실제로 그녀가 노예가 된 이후 2개월을 되돌아보면, 아무 수확도 없이 돌아간 날이 훨씬 많았다.

자실장은 처음부터 반쯤은 단념하고있었다.
영양이 부족하여 몸도 마음도 쇠약해져있었다.
길에서 만나는 인간에게 음식을 구걸할 용기도 없다.
공원 옆 동네를 시계방향으로 돌아본 그녀는 "수확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실장은 공원에 돌아가기로 했다.
빈손으로 돌아가면 분충친자의 심한 체벌이 기다리고 있을터였다.
그런데도 그녀는 공원에 돌아가는 것이다.
분충친자에게서 도망쳐 다른 장소에서 살 생각은 들지않았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 이유는 확실하지않지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공포가 역시 컸다.
작은 자실장이 혼자서 살아갈 확률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한가지 더 하자면, 친과 살았던 공원에의 애착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그녀는 분충친자의 노예로 공원에서 사는 길을 선택했다.

분충친자가 사는 골판지하우스는 공원 안쪽의 단풍나무 밑에 있었다.
하우스 앞에서 자실장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던 친자는 공원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실장이 빈손인 것을 보고 격노했다.
자실장이 친자의 앞에 오자 분충친이 자실장의 머리에 주먹을 내리찍었다.
분충자는 자실장의 뒤에서 있는힘껏 등을 발길질했다.

「웃기지마는데스! 빈손으로 돌아오면 가만두지 않는다고 말했던데스!!」

「전혀 의욕이 보이지않는테치! 이녀석 와타치들을 우습게보는테치!」


엎드려진 자실장의 머리를 분충친이 두꺼운 다리로 밟는다.

「일어서는데스! 밖은 아직 밝은데스! 다시 한번 음식을 찾아오는데스!!」


자실장은 머리와 등의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며 지면에 손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이마에는 노랗게 빛바랜 단풍잎이 잎끝을 아래로하여 붙어있었다.
그것을 보고 분충친자는 폭소했다.

「뎃!?!? 뭐인데스?!?! 새 머리가 자란데스!!」

「어울리는테치! 마마 굿쟙인테치! 치프프프프픗」

「데프프프, 그 이파리는 노예의 표식인데스. 떼면 안되는데스. 계속 머리에 붙이고있는데스!」


분충친자는 많이 즐거워했지만 명령을 고치지는 않았다.
자실장은 또다시 음식을 찾으러 나서게 되었다.
공원을 나서서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자실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햣하!뉴스 11월 15일(수)>
○ 독라라도 지지않아! 단풍실장이 준 삶의 결의

최근 어느 블로그가 화제가 되고있다.
후쿠오카시에 사는 회사원, 미도리카와 슌이치씨(40)이 자택 옆에서 만난 실장석에 대해서 쓴 내용이 워낙 유니크하기 때문이다.
블로그의 기사에 대해서 미도리카와씨와 이야기를 하였다.

「일하고 돌아오다가 자택 근처의 길에 독라의 자실장이 있었습니다. 머리에는 노란 단풍잎이 붙어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상한 실장석이라고 생각했지만, 잠시 후에 어떤 진실을 눈치챘다고 한다.

「그 자실장은 들에다가 독라라는 곤경에도 굴하지않고 열심히 살고있었습니다.
  낙엽으로 머리카락을 만들어서까지 실장석의 긍지를 지키려고 하고있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 빛이 비춘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2개월전, 부인인 토모에씨(향년 37세)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런 비극에 남겨진 가족은 절망에 빠지게되었다.
딸 앞에서는 의연하게 있고, 가사도 배웠지만 정신적으로는 한계였다.
매일같이 몽롱해지는 의식으로 지내다가 자실장과 만났다.
한결같은 자실장의 모습에 크게 감명받았다. 그리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던 저를 북돋아준 이 아이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아들이려고 합니다.」


이마에 단풍잎이 붙어있었기에 자실장은 "모미지"라는 이름을 얻었다.
현재 모미지를 돌보는 일은 장녀인 메이씨(9세)가 맡고있다.
메이씨도 모미지를 좋아하여 매일 함께 놀고있다.
모미지도 빨리 커서 집안일을 돕고싶다고 원하는 모양이다.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있던 가족이 똑같이 불행한 실장석과 만나서 조금씩 재기하려고 하고있다.



12월 초엽에 가까워진 추운 바람속에서 메이와 모미지는 집 근처의 아동공원에 들렀다.
선명한 단풍나무로 채색된 공원은 모미지가 태어난 고향이었다.
고향의 한가운데에서 메이는 모미지를 지면에 내려주었다.
모미지가 공원을 둘러보자 풍경의 이곳저곳에서 마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마마에게 보고했다.

모미지에게 있어 태어나서 처음 겪는 겨울이 된다.
밖은 꽤 추워졌지만 앞으로의 2개월정도는 더 추워질 것이다.
마마는 작년 겨울을 어떻게 보낸것일까...
후드가 달린 빨간색 코트로 몸을 여미며, 모미지는 마마를 생각했다.

부지의 가장자리에 늘어선 골판지하우스.
단풍나무와 진달래 담벼락의 그늘, 공중화장실의 뒤....
공원의 여기저기에서 들실장들이 모미지의 모습을 훔쳐보고있다.
사치스러운 옷을 입은 모미지를 원망스러워하고 있었다.

기묘하게도, 들실장들은 모두 독라였다.
게다가 그녀들은 모두 이마에 뭔가를 붙이고있었다.

어떤 이마에는 작은 팔손이 이파리
어떤 이마에는 말린 불가사리
어떤 이마에는 고추잠자리의 피규어

단풍나무에는 저실장들이 도롱이가 되어있다.
낙엽과 마른가지로 몸을 감싸고, 옆으로 뻗어나온 가지에 실로 매달려있다.


미도리카와씨의 블로그는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이 세간의 들실장들에게는 생각치않은 재앙이 되었다.
경우없는 사람들이 장난으로 모미지의 모조품을 만들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모미지를 그대로 모방하여 독라의 이마에 단풍잎을 붙여 모미지실장을 만들었다.
반항하는 들실장의 옷과 머리카락을 억지로 빼앗고 모미지실장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그 중에는 미도리카와씨의 에피소드를 들실장에게 들려주고 잘 구슬려서 스스로 모미지실장이 되게하는 사람도 있었다.
수많은 모미지실장이 마을에 나타났으나, 인간의 동정을 사고 사육실장으로 주워지는 자가 있는지 여부는 알수없다.

그 후, 모미지실장에 질려버린 사람들은 독자적으로 고안한 오브제를 붙이고 서로의 발상을 경쟁하게 되었다.
여러가지 오브제실장이 나타났으나 오브제에 맥락이 없는 것은 비추천되었다.
단풍잎 모양을 흉내낸 오브제와 가을의 풍물을 표현한 오브제가 주종을 이루었다.

전국각지의 공원이 오브제실장의 전시회장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미도리카와씨의 근방에 있는 몇개의 공원은 메카가 되어, 지방에서부터 작품을 가져오는 경우도 많았다.
오브제실장들은 모두 독라였기에 노예의 문제는 별로 생기지않았지만,
이제부터 한층 추위가 심해지는데 과연 어느정도의 개체가 내년 봄을 맞을 수 있을것인가.



단풍나무 아래에 지어진 골판지하우스 안에서 들 친자가 모미지의 모습에 눈을 부릅떴다.

「마마.... 저건..... 우리 노예테치....?」


아마도 고양이나 차에게 당했다고 생각했던 노예 자실장이 어떻게 된일인지 사육실장으로 공원에 돌아온 것이다.
친자는 말을 잃고 돌부처처럼 굳어버렸다.

예외없이 이 친자도 독라가 되어있다.

친자의 이마에는 Descente사의 로고가 그려져있었다.
로고마크는 불도장으로 낙인된것으로 검붉게 타있었다.
단풍잎의 모양을 흉내내면서도 스포츠의 가을도 표현한 이 작품은 인터넷에서 꽤 호평받았지만,
친자의 생활형편이 나아지는데에는 이르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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