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실장석의 우울



「닝겐. 배가 고픈데스」

링갈에는 그렇게 표시되겠지만, 사육주인 남자는 마침 링갈을 갖고있지 않았다.

「닝겐. 듣고있는데스」

남자는 컴퓨터를 마주하고는 묵묵히 키보드에 무언가를 치고있다.

「또 무시인데스. 오마에는 와타시를 귀여워한다고 약속했던데스」

데스데스 하면서 거실에서 짖는 실장석을 제쳐두고, 남자는 안경 너머로 컴퓨터를 바라볼 뿐이다.

「닝겐」

남자의 블라인드 타이핑의 속도가 한층 가속한다.

「이쪽 좀 보는데스」

실장석의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인지, 남자는 그저 키보드에 문자를 치는것을 계속했다.



「밥인데스? 기다렸던데스」

남자는 한숨 돌렸는지,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한다.

「와타시는 그게 좋은데스. 그거인데스」

기지개를 펴면서 커피를 끓인다. 남자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이폰이다.

「그건 달콤한데스. 녹아내리는것처럼 달콤한데스」

남자의 발치에서 실장석이 뛰어 돌아다닌다. 커피의 향기가 남자의 코에 닿는다.

「그건 구린데스. 그게 아닌데스」

남자는 막 끓인 커피를 컵에 따르고, 가볍게 한숨을 돌린다.

「구린게 아닌데스. 달콤한 녀석인데스」

데스데스 하면서 발치에서 짖는 실장석을 제쳐두고, 남자는 커피를 들이켰다.

「데……」

그리고 남자는 또다시 거실로 돌아갔다. 부엌에 남겨진 실장석의 귀에, 또다시 키보드의 소리가 울릴 뿐이었다.



「이젠 나가는데스」

케로용의 파우치에 넣을수 있는 만큼의 나무블럭을 넣었다.
아쉽지만 그림책은 몇권인가 남겨둘수밖에 없었다.
그런 결의를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묵묵히 키보드를 두드릴 뿐이었다.

「더 행복한 사육주에게 주워지는데스」

현관에서 외출용 실장신발을 신으며 말한다.

「여기에는 좋은 추억이 없는데스」

뱉어내는것처럼 말한다.

「공원은 한 주에 한 번 밖에 데려가주지 않았던데스」

(그래도, 스폰지공으로 놀아준데스)

「장난감의 날은 3일에 하루라니 너무한데스」

(그래도, 새로운 그림책을 사준데스)

「옛날에는 목욕도 같이 해줬던데스. 그런데 지금은 혼자인데스」

(다시 같이 들어가고싶은데스)

신발을 신은 실장석은, 닿지 않는 현관문의 손잡이에 몇번이고 점프한다.

「……닿지않는데스」

현관 앞에서 뒤돌아보더니, 거실 쪽을 바라본다.

「……………」

그리고 또다시 현관문의 손잡이를 올려다본다.

「닿지않는데스」


「아〜… 끝났다」

남자의 직업은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이다.
한 주에 한 번, 고객으로부터 사양서가 보내어진다.
상세설계까지 마친 요건을 그저 코딩하는것 뿐인 일거리이다.
확실히 말하자면, 프리랜서로 생계를 꾸릴 정도의 일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프리랜서인 이상, 일거리를 고를 입장인것도 아니다.
주어진 일거리를 납기 대로 완수한다. 지금은 신뢰를 쌓아나가는것 밖에 할수없는 것이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거실의 소파 뒤에서, 남자의 실장석이 인형을 가지고 놀고있다.

「무슨일이야, 아리사. 나들이용 파우치 메고서」

「데데엣!? 데스아!! 데스아!!」

「아아, 알았어. 알았어. 밥 먹자」

「데갸아ー스!! 데스데슷!! 데스아아앗!!」

「그래그래. 달콤한 녀석이지. 밥 다 먹고 나서」

남자는 발에 엉겨붙는 실장석을 피하면서, 늦은 점심식사의 준비에 착수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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