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육




‘뎃데로게~뎃데로게~’

실장석 태교음. 뱃속의 아기들에게 행복을 속삭이고 어서 태어나기만을 고대하는 어미들의 목소리가 울린다.
노래를 부르는 실장석들은 한 두 마리가 아니다. 수백 마리가 울어대는 낮은 천장의 축사는 저마다 외쳐대는 임신실장들의 울음으로 요란하다.

1단짜리 양계장처럼 위는 뚫려있는 구조로서 소음이 사방대로 뻗어나가고 있다. 일정한 구획으로 나뉜 칸마다
한 마리씩 들어있는 실장석. 반대로 바깥쪽 소음도 전혀 막을 수 없어 화장실 칸 안에서 서로 노래를 질러대며
짜증을 내는 취객들 마냥 서로의 소음에 얼굴을 찡그린다. 자신의 노래소리가 제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질까
하는 우려 속에 노래를 더욱 크게 높일 뿐이었고 다른 칸의 임신실장들도 목소리를 높이는 악순환을 부른다.

실장석들이 들어있는 칸막이를 살펴본다면, 사방이 평평한 플라스틱 벽으로 막혀있어 서로를 볼 수도 없고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도 없다. 다만 천장이 뚫려있어, 각 칸막이를 담당하는 청소용 스프링클러가 길게
뻗어있다. 따라서 그녀들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늘 듣지만 한 번도 서로를 본적은 없다.

통로 쪽 벽면은 먹이통과 물통이 위치해있는데, 소의 여물통과 같은 구조로 반쯤 박혀있는 형태다. 움푹 파인
홈통은 바깥과 칸막이 안쪽을 걸터 양쪽으로 열려있었다. 공장의 직원은 그저 통로를 쭉 내려가며 홈통 안으로
물과 먹이를 넣어주게끔 설계를 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들어가는 것은 어디까지나 먹이와 물 뿐. 아무리 몸을
구겨넣어도 팔 한쪽만 간신히 빠져나가는 것은 자판기 입구 원리와 비슷하다.

어떤 녀석은 달콤한 만찬을 예찬하고 어떤 녀석은 후끈후끈한 목욕을 이야기한다. 후와후와한 침대, 그리고
하늘하늘한 실장옷을 약속하는 녀석들도 있다. 저마다 내용은 달랐지만 하나같이 호화롭고 꿈만 같은 사치를
약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실장생에서 보기 드믄 사치를 확신에 찬 목소리로 약속하는 그녀들. 그렇다면 그네들의 삶은 어떨까.

‘데스...데스으....’

한 평도 돼 보이지 않은 각방에선 꼬물거리고 있는 독라의 임신실장들. 매끈한 머리통엔 한 가닥의 털도 남아있지
않고 말끔했다. 두건부터 신발까지 어디로 사라졌는지 완벽한 알몸으로 부드러운 자신의 살을 문지르고 있었다.
앙다문 둔덕같이 생긴 총구사이로는 질척한 액이 흘러내려 바닥을 적신다.

똥을 많이 배설하는 실장석 특성을 고려하여 축사엔 작은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다. 청소를 하게 된다면 그저
위에 달린 스프링클러를 틀어 그대로 오물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원리. 물론 갑작스레 쏟아지는 차디찬 물을
맞아야하는 녀석들의 스트레스 따윈 고려하지 않았다.

구멍은 그렇게 크진 않아 그 위에 드러누워도 크게 불편함이 없는 크기다. 구더기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배려를
하여 설계된 구멍들. 녀석들이 곧 출산할 새끼들을 고려한다면 이는 당연한 조치.

칸막이 안의 녀석들은 자신들의 잔혹한 현실에 대해 전혀 무지한 채 하루하루 연명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B-95-0라고 적힌 칸막이 속 친실장도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전산관리상 편의를 위해 일렬로 붙여진 팻말들. 그 아래는 칸막이 안의 녀석에 대한 정보가 적힌 바코드가
찍혀 있다. B열의 95번째에 있는 녀석이란 뜻. 맨 뒤의 숫자는 출산횟수를 말한다. 다시 말해 녀석은 이번이
첫 출산인 것이다.

‘뎃데로게에~뎃데로게~’

태교의 노래를 부르는 B-95-0는 잿빛 벽에 몸을 기대기 위해 다리를 조금씩 밀어 이동한다. 만삭의 배로
거동이 불편한지 아니면 작은 공간에 계속 갇혀 있어 다리근육이 움츠려든 것인지 모른다. 녀석은 팔로
바닥을 밀며 몸뚱이를 벽 쪽으로 끌어 기댄다.

몇 번의 꼼지락 끝에 최적의 자세를 잡은 녀석은 그대로 푹 퍼져 멍하니 정면을 응시한다.

사방이 막힌 벽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딱히 녀석들을 괴롭히려 한 것이 아니었다. 공장을 설계할 당시
최저입찰자가 벽을 불투명한 플라스틱을 칸막이로 선택했을 뿐. 철학도 생각도 없이 오직 단가만을 생각한
결정 덕에 공장의 실장석들은 관망의 자유마저 빼앗겼다. 밖을 관찰하는 것도 할 수 없다. 사방을 둘러봐도
볼 수 있는 것은 불투명한 벽.

고등생명체였다면 진작 미쳐버렸을 이 공간 안에서 그럭저럭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은 실장석들의
열등함을 증명하는 것인지 아니면 강렬한 열망을 품은 것인지 모른다. 실제로 어떤 녀석들은 단순히
멍청하고 생각이 없기에 가만히 처박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행복한 미래를 희망하며 하루하루 살아나간다. B-95-0도 그런 부류. 아니 오히려 평균보다
활발하고 희망찼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실제로 B-95-0가 출산석으로 투입된 것은 최근이었다.

그녀는 이곳에 태어나 이곳에서 자라왔다. 좁아터진 칸막이와 마마가 세상의 전부였다. 세상의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희망을 가르쳐준 마마는 얼마 전 이별을 해야만 했다. 손이 불쑥 들어와 그녀를 끌어냈을 땐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으로 절규를 내지르며 마마의 발끝을 잡아당겼지만, 마마는 오히려 그녀를 발로 걷어찼다.

멀어지는 목소리로 마마는 분명하게 외쳤다.

자신은 행복의 나라로 간다. 이것은 사육실장으로 ‘선택’된 것 이라고. 친절한 주인님과 세레브한 실장생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것은 전혀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외쳤다.

당연, B-95-0 또한 따라가고 싶어 벽을 두들기며 자신도 데려가 달라 애원했다. 멀어져가는 어미의 육성은
간신히 마지막 당부를 전할 수 있었다.

이제 너도 마마가 될 것이다. 많은 자를 낳고 모두 친절한 주인님에게 입양시키는 기쁜 일을 담당할 것이라고.
힘든 때가 있어도 꾹 참으면 언젠가 너의 차례도 오니 굳게 버티라고.

그것이 마마의 마지막 말. 그것을 마지막으로 마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감상을 마친 B-95-0는 촉촉해진 눈 주위를 슥슥 닦아낸다. 킁킁거리며 콧물을 들이킨 다음 끈적끈적한
가래를 입 안 가득 물고 우물거린다. 혓바닥 주위로 끈적하게 달라붙는 가래침을 갖고 장난을 치던 그녀는
금방 무료해졌는지 꿀꺽 삼켜버린다.

그러다 뭔가 생각난 듯 귀를 팔랑이며 가랑이 사이에 손을 집어넣는다. 갈라진 총구 안으로 손을 쑤셔넣은
B-95-0는 온몸에 펴지는 쾌감에 움찔거리면서 손을 꼬물거린다. 잠시 후 그녀는 똥으로 범벅이 된 손을 빼낸다.
그리고 그 똥을 물감삼아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울퉁불퉁한 감자와도 같은 그것은 나름대로 ‘옷’을 표현하려 한 것. 중간중간 찍찍 갈겨 넣은 것은 리본인지
프릴인지 모르겠지만 손가락이 없는 둔한 손으로선 그것이 한계였다. 손에 묻은 똥을 다 바르자 물감을
보충하려는 심산으로 총구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다시 꼬물거린다.

약간의 고양감에 두 볼을 붉히며 적당히 똥이 찍혔다 생각하자 손을 꺼내어 다시 그림을 그린다.

‘옷’ 옆으로 새로 그리기 시작한 것은 ‘콘페이토’. 그나마 이것은 그리기 쉽다.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 점을
몇 개 찍으면 끝이다. 망상이라도 욕심이 나는 모양인지 한 개가 아니라 몇 개씩을 그려 넣는다. 벽을 가득
메울 정도로 콘페이토를 그렸는데도 더 그리고 싶었는지 총구 사이로 손을 집어넣는다.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한참 쑤셔봐도 똥은 묻어나오지 않는다. ‘물감’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납득하는 데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어느새 그 행위 자체에 몰두해버려 거친 숨소리를 내며 ‘뎃..뎃....’ 신음하던 녀석은
부르르하는 떨림이 오고서야 축 늘어졌다.

오르가즘이 찾아온 몸은 나른하여 힘이 쭉 빠진다. 총구 사이론 투명한 애액이 길게 줄기를 늘어뜨리며
바닥의 구멍 아래로 뚝뚝 떨어진다. 자신이 ‘물감’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손을 들어보지만
손에는 투명한 애액만 묻어있을 뿐 더 이상 초록색 똥이 묻어나오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할 뿐이었다.

‘데이....’

아쉬운 듯이 한숨을 내쉬며 털썩 손을 떨어뜨린다. 철퍽하는 젖은 소리를 내며 알몸의 뱃살 위에 떨어진
손은 힘없이 미끄러져 이내 바닥에 늘어진다.

임신실장은 그대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작품을 감상한다. 아름다운 실장옷과 그 주변을 가득 메운 콘페이토들.
보기만 해도 행복한 광경에 정신 나간 듯 데프픗 웃는다. 뻥 뚫린 천장사이로 사방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태교음.
여름날 개구리 우는 듯 한 아찔한 굉음에 머리를 휘휘 내젓고 정신을 집중하여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다.

별로 춥지는 않았지만, 뭔가 보호하려는 제스처의 일환으로, 엉덩이에 깔고 앉은 수건 중 하나를 끄집어내어
배 위에 덮는다. 수건은 애액과 똥으로 범벅이 되어 더러웠지만 위생관념을 교육받은 적 없는 녀석은 그저
수건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을 하며 흐트러진 곳을 잘 펼 뿐이다.

살이 띠룩띠룩 찐 엉덩이 아래를 부드럽게 받쳐주는 수건들, 배위에 얹은 수건, 비스듬히 기댄 자세로 완전히
마음이 풀어진 B-95-0의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지더니 이내 감긴다. 굉음 속에서도 용케 그녀는 꿈나라로
빠져든다.



‘출산시킵니까?’

수많은 모티터와 일반인으로선 짐작도 할 수 없는 계기판들로 복잡한 통제실. 아까와 같은 축사을 몇 개씩이나
통제하는 이곳에 상주하는 직원은 불과 2명뿐이다.

‘음? 아 그래. 생산쪽에 연락은 내가 할게’
‘예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전화기를 집어 들는 선임 옆으론 후임 직원이 버튼을 누른다.

어렴풋한 자연광으로 축사를 밝히던 조명 옆에 있던 또 다른 조명이 깜빡이기 시작한다. 실장석들의 눈으로
인지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점멸하는 불빛이지만 무의식중에 그녀들은 붉은 색 조명을 인식하고,
뇌는 이것을 출산신호로 받아들여 몸에 명령을 내린다.


‘데에...데즈우우...데즈우우...’

소강에 접어들었던 축사 안은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이전과 같은 태교음은 멈추고 힘겨운 신음소리가
축사를 가득 메운다. 끙끙거리며 진통을 견뎌내는 그녀들의 두 눈은 어느새 완연한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착각만으로 신체가 반응하는 엉터리 생명체.

B-95-0 또한 갑자기 찾아온 산기에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기쁨으로 몸을 떤다. 아이들이 나오려는 것이다.
그렇게 고대하던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자신도 이제 어엿한 마마가 되는 것이다. 흥분에 겨운 그녀는
거친 숨을 훅훅 내리쉬면서 간간히 웃음을 흘렸다.

‘데에...데프픗...데프프픗...데에에....’

뱃속에서 전해지는 꼬물거리는 이물감. 뱃가죽 위로 아기들의 팔다리가 울쑥불쑥 튀어나오며 활발한 생명력을
과시한다. 그 활기에 안심을 하며 최대한 몸을 한쪽 벽면에 부착시켜, 출산공간을 마련한다. 다리를 활짝
벌리고 정면을 응시하면 자신이 그렸던 옷과 콘페이토 무더미가 보인다.

이 아기들은 곧 저런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분명 귀여울 테니깐 듬뿍듬뿍 사랑받을 것이다. 확신에 가득
찬 어미의 생각은 위석공명를 통해 아이들에게도 전해졌는지 한층 더 소란을 떨며 뱃속을 두들긴다.

어서 나오는 데스~세상은 행복으로 가득한 데스~

자매들을 먼저 제치고 총구까지 헤엄친 녀석을 감싼 것은 총구 주변 근육의 압력이었다. 문턱 앞에서 그만
두려움에 사로잡한 그녀를 다잡아주며 B-95-0은 총구에 힘을 준다.

‘데에에에....!’

총구가 벌어지며 첫 번째 아이가 얼굴을 내민다. 꼭 다문 눈과 벌어진 입이 보이기 시작한다. 적색 눈물줄기를
길게 흘리며 숨을 급히 들어 마시고 힘을 준다. 총구 안 쪽 벽으로 느껴지는 아이의 전신. 이물질이 쑥 빠져
나가는 느낌과 함께 잠시의 해방감을 맛본다.

최초 세상 밖으로 나온 장녀는 건강한 자실장의 형태로 태어난다. 양수 속에 있다 처음으로 접하는 공기에,
호흡이 익숙지 않은 지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가슴. 쉿쉿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폐는 점차 공기호흡에 맞게
빠르게 변한다. 완전히 폐호흡으로 전환하자 이제 팔다리가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눈자위가 비쳐 보일 정도로 투명한 눈꺼풀 아래론 부지런히 눈동자가 회전을 하고 콧구멍과 입은 열심히
벌름이며 공기를 폐로 공급한다. 목구멍을 꿈틀거리는 녀석은 이내 힘을 얻었는지 팔다리를 옴싹거리며
자신의 주변에 묻은 점막을 이리저리 걷어낸다.

개구리알보다 약한 내구성의 점막은 힘차게 꼬물거리는 장녀의 몸부림에 쉽게 조각조각 찢어져 그녀의
젖은 몸에 달라붙는다. 사지를 속박했던 점막이 끊어낸 장녀는 눈꺼플을 천천히 들어올려 그 아래 숨어있던
영롱한 적록빛 눈동자를 드러낸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데구르르 굴러 잿빛 벽으로 둘러싸인 세상을 품는다.
그리고 한 쪽 벽면에,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랑스런 마마를 올려본 그녀는 생애 처음 울음을 터트린다.

‘텟테레~♪’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한 환희, 나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인사를 힘차게 외친 그녀. 기세와 달리 몸은 연약하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들어 올리려는 시도는 헛수고로 돌아갔고, 결국 도로 드러누운 채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필 뿐이었다.

이내 자신과 같은 생김새의 동족과 눈이 마주친다.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서로의 얼굴을 응시하던
그녀들은 본능적으로 이것이 자신의 자매임을 인지한다. 잠시간 정적이 깨지고 녀석들은 반가운 인삿말을
외쳐대며 몸을 꼬물거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꼬물거리던 두 자실장은 서로의 몸을 포개고 여기저기 얼굴을 핥는다. 그 뒤로는 쉴 새 없이 새로운 새끼들이
태어나며 언니들이 겪은 과정을 똑같이 겪는다.


잠시 후 12마리의 자실장들로 우글거리는 B-95-0의 축사. 아니, 그녀의 칸 앞의 디스플레이는 더 이상
B-95-0가 아닌 B-95-1로 표시되어 있었다. 귀 끝에 달린 노란색 전자칩이 늘어져 달랑거리며 B-95-1는
사랑스러운 자들의 얼굴을 몇 번씩이고 핥아줬다. 벌써 한 번씩 전부 핥아줬는데도 너무나 귀여운 그 모습에
주체를 할 수 없다는 듯 연신 핥아댄다.

미뢰가 서있는 혓바닥이 얼굴을 감쌀 때마다 그 간지러운 느낌에 키득거린 그녀들이지만 싫지는 않은지
가만히 몸을 내맡긴다. 그녀의 아래로는 이제 홀로 설 수 있게 된 새끼들이 정신 사납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안 그래도 좁은 칸은 갑작스레 불어난 식구덕에 더욱 좁아졌지만 B-95-1는 오히려 이 사실에 찬사를
올릴 뿐이다.

‘데에..데에...’
치프픗...치프픗...‘

뭔가 생각난 듯 B-95-1는 고개를 퍼뜩 든다. 뻥 뚫린 위쪽의 천장을 올려보며 그녀는 뭔가 기억해낸다.
이곳으로 마마는 선택받았다. 천장으로 들어온 손이 그녀를 선택해갔다. 그렇다면 어여쁜 자들도 당연히
선택받아야 하는 것이 수순이다.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서 B-95-1는 핥고 있던 자실장의 겨드랑이에 양손을 끼고 번쩍 치켜든다.

‘데스데스-! 데스! 데스데스-!’
이 아이를 부탁하는 데스! 귀엽고 귀여운 자인 데스! 사육실장으로 선택하는 데스!

사육실장이 무엇인지, 선택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지만 태교를 통해 ‘좋은 것’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는
그녀들은 저마다 시끄럽게 손뼉을 치고 떠들어대며 자매의 선택을 보기 위해 일제히 마마의 손 방향을
올려본다.

B-95-1에게 들려있는 녀석, 여섯 번째로 나왔으니 육녀가 되는 그녀는 보이지 않은 천장을 ‘선택’을
해주는 대상이라 여겼는지 그곳을 향해 귀엽게 울어대며 어필한다.

‘테츄유~테츄우우~’

한 5초를 그러고 있던 B-95-1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번엔 다른 쪽 방향에 육녀를 내보인다.

‘데스~데스데스우~’

영문은 모르지만 육녀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연신 귀엽게 울어대며 어미의 말을 따라 자신을 선택하라
사육실장으로 하라 라는 말을 지껄였다. 아직 20번대의 칸을 ‘수확’하고 있는 생산팀이 이곳으로 오긴
멀었다.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그녀는 도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반대쪽 방향, 방금 전 자신이 부탁했던 방향을
향해 다시 아이를 들어올린다. 여전히 활기찬 목소리였지만 약간 자신감은 줄어든 목소리로 외친다. 그 사이
참을성이 바닥난 육녀는 어미의 말을 따라하지 않고 자신을 잡고 있는 손을 찰싹찰싹 내리치며 울 따름이다.
허공에 뜬 두 발은 활발히 파닥거리며 육녀의 흥분을 대변한다.

‘데에...?’

벌써 흥미를 잃은 11마리의 자실장들은 도로 자신들만의 놀이와 탐험에 몰두하고 있었고 육녀의 조막만한
흥미도 날아가 자신을 내려달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천천히 손을 내리기 무섭게 어미의 손아귀를 벌리고
아래로 폴싹 뛰어내린 육녀는 자신의 자매들과 합류한다. 어설프게 춤을 추고 있던 그룹에 슬그머니 끼어
자신도 따라 헤죽헤죽 웃으며 따라 춤을 춘다.

자신이 알고 있던 정보와 다르게 흘러가는 현실에 약간 혼란스러운 B-95-1는 천천히 벽에 기댄 채 주저앉는다.
허나 조금의 고민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자신의 허벅지를 톡톡 내리치는 감촉에 내려 보면 4마리의 새끼들이
자신의 엉덩이 아래를 삿대질하며 내노라 외치고 있다.

‘테츄! 텟츄텟츄!’

자신이 깔고 있는 수건을 내놓으라는 말에 B-95-1는 입을 헤벌쭉 벌리고 얼른 수건을 내어준다. 똥과 애액으로
엉망이 되었지만 이건 그녀들이 생애 처음 보는 장난감인 셈이다. 수건을 제외하곤 어느 것도 없는 세상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풀석풀석한 수건 위로 한 녀석이 뛰어들자 다른 녀석들도 일제히 뛰어들어
오돌톨한 섬유의 감촉을 음미하며 데굴데굴 구른다. 머리카락과 옷이 수건에 달라붙어 엉망이 되었어도 정신없이
뛰노는 모습에 B-95-1의 입에는 흐믓한 미소가 번진다.

시선을 돌려보면 천장을 바라보는 막내가 보였다.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 천천히 위를 올려보면 하얀옷을 입은
인간이 서 있었다. 충격의 신음소리를 흘리며 엉거주춤 일어나는 어미의 모습에 저마다 놀이에 정신팔려있던
새끼들도 인간의 존재를 눈치 채고 올려본다.

‘데에...!’


‘생산성 그린이고, 기록표 올매치입니다’
‘오게이 수확해’

마스크를 쓰고 있어 둔한 소리.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인간들은 생산팀 직원. 빵집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단의
층으로 나뉜 카트기에는 각 층마다 20cm 정도 높이의 판들이 끼워져 있었다. 자실장 체구로 기어오르지
못 하도록 만든 판 안에는 이미 앞 칸에서 수확한 수백마리의 자실장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생산팀 직원은 재빨리 손을 움직여 한 마리 한 마리 판 안으로 내려놓는다. 마구 내던지는 것이 아니라 판위에
까지 가져가 살포시 내려준다. 이들이 다루고 있는 것은 실장석이 아닌 상품이다. 철저히 교육받은 대로
손상이 가지 않도록 힘을 조절하며 판 안으로 옮기는 생산팀 직원들.

그들의 손을 정신없이 눈을 쫓고 있던 B-95-1는 마지막 아이가 남았을 무렵에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데에...!’

기대하던 인간의 선택이었지만 자신이 생각하던 식이 아니다. 문이 열리고 상냥한 인간이 품에 꼭 안아주며
전 가족을 데려가는 것을 기대했건만 이건 뭔가 다르다. 막무가내식 ‘선택’에 그녀의 품속에선 최초로 불안이
싹텄다. 망설이는 손짓으로 마지막 남은 3녀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야속하게도 눈 앞에서 채가는 직원.

‘데스! 데스데스!’
‘테츄우~테츄우우~’

급한 목소리로, 아이를 어디로 데려가냐 외치는 어미의 표정을 전혀 읽지 못한 삼녀는 천진난만하게 손을
흔들며 잘있는 테츄를 중얼거린다. 직원에게 막 고개를 돌리고 귀여움을 어필하려는 삼녀를 판 안에 넣은
후 묵묵히 다음 칸으로 이동하는 생산팀.

칸막이 위로 보이는 커다란 카트 속에 있을 자신의 아이들을 향해 소리 높여 불러보지만, 아이들은 전혀
그것을 들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테츄! 테츄테츄우!’
테치이? 테치테체이이!‘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챠앗! 테챠아앗! 텟텟!’

수많은 친구들, 온갖 소음들, 저마다 외치는 괴성들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 갓 태어난 자실장들은 이 엄청난
광경에 말을 잃었다. 입을 떡 벌리고 소란 한 가운데서 멍청히 서 있던 그녀들은 카트가 움직일 때마다 이리저리
숫자에 밀리고 치여 본래 자매들을 전부 놓친 지 오래. 어미의 목소리가 전혀 들릴 수 없는 상황이다.

우는 녀석, 린치를 가하는 녀석, 정신없이 웃는 녀석, 동생을 찾는 녀석, 마마를 찾는 녀석, 사육실장이라
좋아하는 녀석, 콘페이토를 요구하는 녀석, 아첨을 하는 녀석...제각각 이었다.

시장바닥에 내던져진 촌놈들과 같은 자세로 굳어있는 것과 별개로 운명의 수레바퀴는 계속 굴러간다. B-95칸이
멀어짐에 따라 B-95-1의 부름소리는 소음에 묻혀 사라졌고, 카트는 정차와 이동을 반복하며 덜컥거린다.


‘테에에...테치이이....’

B-95-1의 12마리 새끼들은 저마다 흩어져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리저리 밀치고 밀리고를 반복하다보니
판의 한 귀퉁이로 와있는 자신을 발견한 오녀는 그대로 쓰러진다. 벽면이 기대어 있다면 쉴 새 없이 들리는
온갖 자실장 울음소리로 귀가 얼얼하다. 귀속으로 파고드는 온갖 요구, 고함, 협박, 노래, 아첨, 찬미에
정신이 아찔하다. 양쪽 손으로 귀를 꼭 붙잡아 내리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웅크린다. 왠지 보호받는
듯 한 자세에 차츰 안정을 찾아나간다.

덜컹거렸다 멈췄다를 반복하는 카트 안. 아직도 웅크리고 있는 육녀는 뭔가 잡아당기는 듯 한 느낌에 성가셔
손으로 밀쳤다. 손의 주인은 끈덕지게 육녀의 몸을 흔들었다. 인내심이 바닥난 육녀는 눈을 날카롭게 뜨고
벌떡 일어선다. 그대로 녀석을 밀치려 손을 젖힌 상태에서 그대로 자신을 꼭 껴안는 누군가. 몸이 으스러져라
한참을 껴안고서야 풀어주는 동족은 오녀언니였다.

‘테치~테치테치이~’

반갑게 울어대는 언니의 모습에 육녀는 눈물을 왈칵 쏟으며 풀썩 주저앉는다. 기대이상의 격렬함에 육녀와
오녀는 포개진 채로 넘어지지만 여전히 꼭 붙들어 맨 상태 그대로다.


‘츄아아아-!’
‘테치이잇!’

연달아 쏟아져 들어오는 동족들. 벌써 오녀와 육녀가 있는 판은 꽉 차올라 발디딜 틈도 없었다. 만원지하철과
같은 형상으로 이리저리 카트가 움직이는 대로 흔들리는 그녀들. 자빠진 녀석은 사방에서 내리찍는 실장화
바닥에 머리카락이 엉켜 츄아츄아 비명을 지른다.

혼잡함 와중에 서로의 몸에 옷과 머리카락이 걸려 이리저리 찢겨지고 뽑힌다. 듬성듬성 머리가 빠진 채 우는
자실장들의 모습은 흔한 모습이 된다. 가운데 주저앉아 뽑힌 머리를 움켜쥐고 울어도 그 누구도 돌아봐주지
않는다. 자매들은 흩어졌고 마마는 보이지 않는다. 친절할 것이 분명한 인간씨들은 무심하게 새로운 동족들을
판에 쏟아 넣을 뿐.

‘테에에엥-! 테에에에엥-!’

심지어 멀쩡한 녀석들도 그저 남의 울음소리를 따라 우는 동조현상을 일으켜 카트기 안에는 일대 소란이
퍼진다. 그런 와중에도 생산팀 직원들은 이런 일에 익숙하다는 눈치로 묵묵히 수확작업을 계속한다.

한편, 판의 변두리에 있어 소란에서 조금 떨어진 오녀와 육녀. 콩나물시루 같은 판에서 눈을 돌린다. 빠르게
돌아가는 천장의 모습과 덜컹거리는 느낌에 자신들이 ‘움직이고’있다는 것은 정도는 알고 있다. 허나 그뿐.
꽉 막힌 벽 너머의 세상을 보고 싶어 최대한 키발을 딛어 보지만 언저리도 닿지 못 하고 넘어진다.

‘테츄우...’

아픈 엉덩이를 쓰다듬는 오녀의 얼굴을 핥으며 달래주는 육녀. 몇 번의 시도 끝에 포기하고 자리에 앉을 무렵,
세상은 갑자기 전환된다. 환하게 밝아진 조명.

‘테츄? 테츄테츄우?’
‘테치이! 테츄우우우~!’

저마다 호기심의 기쁨의 탄성을 내지르며 재잘거린다. 내용은 살짝 달랐지만 한결 같이 바깥으로 꺼내 달라
울어댄다. 여기저기 뭉쳐 서로를 괴롭히거나 같이 놀던 녀석들은 판의 가장가리에 몰려들어 폴짝폴짝 뛰기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세상의 한 조각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그 바람에 가장자리 쪽 자실장들은 앞쪽에서 몰려드는 무리의 몸무게에 밀린다.

‘테츄우우-! 테츄우우우-!’
‘츄아아아아-!’

기쁨의 탄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앞쪽의 무리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벽과 동족들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자실장들은 괴로움을 호소하지만 제멋대로 떠드는 통에 그 호소는 전해지지
않는다. 애초 들린다 하더라도 자기중심적인 자실장들이 그것을 들어줄 리는 만무했지만.

‘테헤에에...’

여기저기에서 호흡곤란으로 고개를 떨어뜨리는 개체들이 속출하기 시작해서야 직원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딱히 녀석들을 배려한 것이 아니라 다음 공정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테츄?’

훌쩍 들어 올리는 느낌. 직원은 판을 들어 올리고 컨베이어 벨트에 얹는다. 가운데가 비어 있는 칸에 맞게
판을 끼워 넣다 딱 들어간다. 딱 맞아들어간 판이 끼워진 컨베이어 벨트. 자실장들로 우글거리는 판 안에서
저마다 펄쩍펄쩍 뛰고 자신들의 말로 울어대는 녀석들에 눈길조차 주지 않은 직원들은 차례차례 판을 꺼내
컨베이어 벨트에 끼워넣는다.

‘출발!’

반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굵은 목소리로 외치며 벨트를 쾅쾅 치자 옆에 있던 직원이 달려가 기계의 버튼을
누른다. 웅~하는 가동음과 함께 녹색불이 들어온 기계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테츄우우웃!’
‘츄아아아!’

자실장들은 대흥분 상태.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 같은 기계 안으로 차례차례 들어가는 앞의 판을
보고는 자신들도 곧 같은 운명에 처해질 것에 덜덜 떤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바지를 부풀리며 울음을
터트리는 녀석들도 있고 방금 전까지 투닥거리던 옆의 동족과 서로 얼싸안고 벌벌 떠는 녀석들도 있다.
그리고 기계를 향해 열심히 아첨을 날리는 녀석들도 있다.

‘텟츙~♪ 텟츄웅~♪’

느리지만 확실한 속도로 전진을 멈추지 않는 기계. 그녀들의 의지가 컨베이어 벨트 기계에 오작동을 일으키는
일은 없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기계 안으로 완전히 삼켜 들어가자 판 안의 자실장들은 괴성을 꽥꽥 내지르며
판에서 나가기 위해 더욱 테두리로 몰려든다.

전염병이 도는 도시를 탈출하기 위해 차단벽으로 밀려드는 피난민처럼 공포의 비명을 꽥꽥 지르며 서로의
몸을 짓밟고 올라간다.

‘찌이잇!’
‘테치잇!’

앞에 있던 놈이 넘어지자 뒤에 따라오던 녀석이 그 위를 밟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도미노처럼
뒤에 오던 놈들도 일제히 넘어진다. 녹색과 살색의 둔덕 위를 기어오르는 그 모습은 참호를 기어오르는
1차세계대전 병사들과 같이 귀신 들린 듯 했다.

성급하게 둔덕을 기어오르려는 녀석이 처음 뻗은 손은 누군가의 입이었다. 입의 주인은 입안에 차오르는
이물감에 반사적으로 이를 꽉 깨문다.

‘테챠아앗-!’

비명을 꽥 지르며 둔덕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간다.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수 마리의 얼굴과 배를 두들겼고
저마다 고통의 비명을 내지른다. 완벽한 혼란 속에서 난동을 부리는 자실장 무리.

[지잉-]

요란한 기계음과 동시에 찬 물이 쏟아진다. 위에서 뿐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쏟아지는 통에 눈코입귀에
들어간다. 콜록거리며 물을 토하는 자실장들은 이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옷과 머리카락이 점점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테츄?’

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자신들의 팔다리와 몸을 여기저기 만져본다. 옷은 솜사탕으로 만든 것처럼 흐믈거리더니
이내 흘러내려 녹색액체로 변한다.

‘테에에엣?!’

당혹의 비명을 지르긴 이르다. 머리카락 또한 후득후득 떨어진다. 물줄기와 함께 씻겨 내려가는 옷과 머리카락을
붙잡기 위해 몸 여기저기에 손을 뻗어도, 마치 약 올리는 듯 전혀 잡히지 않는다. 어쩌다 잡는 하더라도 뭉툭한
손바닥 사이로 흐믈흐믈 녹아 흘러내린다.

그녀들은 독라가 되고 있는 것이다.

머리카락과 옷만 녹이는 약품을 맞고 있는 것은 그녀들뿐만 아니었다. 앞 뒤칸 할 것 없이 일제히 비명이
터져 나와 좁다란 터널 안은 그야말로 실장석 지옥의 현신이었다. 실제론 얼마 되지 않은 길이의 터널은
금방 끝이 났고 최초 들어간 판부터 반대쪽 입구로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흠뻑 젖었고 녹아내린
머리카락과 옷이 갈색과 녹색의 찐득한 국물이 되어 판 아래 뚫려있는 구멍으로 뚝뚝 흘러내린다.

흘러내린 액들은 컨테이너 벨트 방향대로 쭉 나있는 바닥의 홈을 따라 졸졸 흐른다. 마치 도축장에서
핏물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물줄기는 단조롭게 배수구 구멍으로 그대로 흘러간다.

‘테치이...테치이...츄아아아아!’
[치벳!]

서로 넘어지고 뒤엉켜 한 무더기 쌓인 둔덕을 간신히 기어 올라간 자실장. 잠시 휘청거리던 녀석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뒤통수가 반쯤 박살나 뇌수와 체액의 꽃이 핀 것처럼 퍼진다. 바닥에 떨어진 자실장으로부터
스며나온 핏물은 주변의 물방울들을 흡수하여 색이 옅어져간다.

‘테에에...테에에에....’

신음소리를 흘리는 자실장은 뭔가 휑한 느낌의 뒷통수를 만지려 손을 꼬물거려보지만 짧은 팔과 커다란 머리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 주변을 돌아다니던 직원 중 하나가 그녀를 발견한다.

‘음? 불량이네...’
‘테에에...테치이....’

시각을 관망하는 부분이 박살나 어둠속에서 꼬물거리는 녀석. 손바닥에 들어 올려지자 열심히 아픔을
호소한다. 새끼 실장석이 입을 호물거리며 뭐라 재잘거리는 모습은 직원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 했다.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겪는 일이다.

직원은 무심하게 녀석을 옆의 수거통에 집어던진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파삭-]하고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고 더 이상의 신음은 들리지 않았다. 천천히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옆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는
직원은 문제가 된 자실장 둔덕들을 전부 손으로 잡아떼거나 무너뜨려 상품들을 골고루 흩어놓는다.

불량이 어느 정도 수치가 넘어서면 곤란하다.


오녀와 육녀를 짓누르고 있던 둔덕이 파헤쳐지며 숨통이 트인다. 숨을 크게 후아-하고 들이쉰자 신선한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웠고, 전신을 누르던 압박감이 일시에 사라진다. 더 이상의 그와 같은 경험은 사절인지
두 자매는 손과 발을 파닥이며 주변의 동족들을 밀어낸다.

‘테에에..테에에에....’

체구도 작고 겁쟁이인 육녀는 황망하게 팔을 휘저으면서도 방금 전의 공포를 떠올리며 울먹인다. 그리고
눈앞의 녀석들이 왜 알몸이 되었는가에 고민할 무렵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팔을 휘두르는 언니도 독라로
변한 것을 발견한다.

‘테칫!’

경악으로 턱을 떨어뜨린다. 열심히 공간을 확보하고 있던 오녀는 동생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며 돌아본다.
그리고 자신의 동생과 같은 표정을 지으며 똑같이 손가락질을 하며 뭐라 지껄인다. 언니의 지적에 육녀는
그제야 자신의 몸을 내려 본다.







전신은 독라였다.

당혹감에 휩싸여 몸을 여기저기 문질러 봐도 옷은 만질 수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머리와 뒷통수를 문지르기
시작할 때 그녀들 위로 찬물이 쏟아진다.

[과아아아앙-]

전투기 지나가는 듯 한 소리로 꽤나 강한 수압의 물이 쏟아진다. 세척 파트를 담당한 직원들은 여기저기
뭉쳐있는 자실장들이 있으면 흩어놓거나 구석에 있는 놈을 집어 올려 전신을 물로 세척한다. 방금 전
약품을 깨끗이 세척하는 파트로서 중요하다.

‘츄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

세찬 물줄기에 여기저기 흩날리는 자실장들. 물구나무 서듯 거꾸로 쳐박히는 녀석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다 정신을 잃는다. 한군데 뭉쳐 데굴데굴 구르던 녀석들은 직원에 의해 강제로
떨어져 골고루 세척된 다음 내던져진다. 굉음과 수압에 놀란 자실장 한 마리가 구석으로 기어들어가려
하자 그것을 포착한 직원에 의해 강제로 끌어내져 전신을 고압의 물로 강제로 씻긴다.

세찬 물줄기가 총구를 때릴 때는 고통의 비명을 내질렀지만 고글을 끼고 마스크를 한 직원의 얼굴엔
그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다. 자신의 손을 토닥토닥 내리치고 깨물려드는 시도를 무시한 채 묵묵히
겨드랑이와 사타구니도 마저 세척한 다음 바닥에 던진다. 그리고 옆에서 웅크리고 있는 녀석을
집어 올려 똑같은 작업을 거친다.

‘챠아앗!’

귀여운 신음소리를 흘리며 바닥에 내던져진 오녀. 눈을 끔뻑이며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보려하지만,
눈동자를 때리는 물방울의 공격에 도저히 눈을 뜰 수 없다. 할 수 없이 눈을 꼭 감고 엉금엉금 바닥을
기어 다니며 육녀짱을 불러보지만 헤어진 자매를 찾는 것은 자신만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녀들에겐 이름이 없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수확된 놈은 선착순에 따라 메겨진 명칭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저 비슷비슷한 목소리로 동생짱 언니짱을 외치며 굼실굼실 기어 다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서로 친자매도 아닌데도 서로를 자매로 착각하여 덥썩 안거나 실제 친자매인데도 주변 혼란에
휘말려 도로 헤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운이 따랐는지 오녀는 바로 육녀를 만날 수 있었다. 머리 위에 전해지는 아픔에 그 부위를 문지르며
살며시 눈을 떳다. 눈 앞에는 육녀가 바닥에 대자로 뻗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테츄우우-! 테츄우우-!’

정신을 잃은 듯 꼼짝 않는 육녀의 몸을 얼싸안은 오녀. 어느새 물줄기는 멈췄고 인간들의 거친 손질도 같이
멎었다. 잠시간 찾아온 평화. 판 안의 자실장들은 저마다 끙끙거리는 신음소리를 내거나 아직도 물이 들어간
눈을 뜨지 못 하고 엉엉 울 따름이었다.

허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우우우우우웅---!]

전투기 엔진소리같은 소음의 기계. 커다랗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입구를 보자마자 자실장들은 절망의
탄식을 쏟아냈다.

더 이상은 싫은 테치! 아파아파 싫은 테치!
그만하는 테치! 마마! 마마아아!

그녀들의 애원에도 컨베이어 벨트는 서서히 안쪽으로 진입한다.

[과아아아아앙--!]

엄청난 세기의 열풍이 위에서 내리 쐰다. 여기는 건조과정. 포장을 위해 건조시키는 작업이다. 지난 번
중국산 기계는 사방에서 바람이 쏟아져 나와 실장석들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가 쳐박혔다. 부품 사이로
박혀있는 적록색 고깃덩이를 건져내며 어떻게든 수리를 해보려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독일산 기계로
교체한 것. 열풍은 위에서 아래로만 쏟아져 그 이상의 불상사는 없었다.

‘챠아아아-! 테챠아아아아-!’

호떡처럼 바닥에 꽉 짓눌려지는 자실장들. 토실토실 올라온 지방질 살들이 펄럭거린다. 푸드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늘어지는 살들은 바닥에 길게 눌려져 바람에 격하게 출렁인다. 입을 열고 있자면 폐까지
들어차는 열풍에 금방 가슴이 답답해진다. 저 마다 눈과 입을 꼭 닫고 코로만 킁킁 숨을 내뱉으며 버틴다.

다행히 건조코스는 매우 짧다. 안에선 숨을 쉴 수 가 없기에 녀석들이 죽어버리는 시간을 절대 넘기지
않도록 설계되어있다. 후끈후끈한 열기로 가득 찬 판은 김을 모락모락 내며 밖으로 나온다.

물과 열기의 지옥으로 지칠 대로 지친 자실장들에게선 더 이상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나같이
힘이 빠진 채 축 늘어진 녀석들. 덕분에 상자에 차곡차곡 담겨진 후 네무리 스프레이를 맞을 때까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다.

1박스의 포장이 완료되면 출하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마지막 컨베이어 벨트에 실어서 보내면 대기하던 팀이 차량에 적재한다. 적재가 완료된 차량은 차례차례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태어나서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완벽하게 상품화 된 녀석들은 사전에 주문된
순서대로 결정된 발주처로 배달되는 것이다.



‘....이쪽으로....’
‘....하면.....으로 옮겨.....’
‘....무겁지.....하면 되니깐....’

듬성듬성 들리는 소음 속에 오녀는 눈을 깜빡인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뜨거운 열풍 속에서 기절한 것까지다. 뻐근한 전신을 힘겹게 일으킨다. 배 위로 갑갑하여
살펴보니 육녀가 자신의 배를 꼭 껴안고 있는 것.

달라진 것은 없었다. 육녀와 자신은 독라가 된 그대로.

아무리 팍팍한 삶의 들실장이라 하더라도 갓 태어난 자실장에게 이렇게 시련이 쏟아지는 일은 없다. 어미가
잔뜩 핥아주고 모유를 듬뿍 먹여준다. 그리고 당분간이더라도 자매들 간에 뛰놀고 집 주변을 탐험하는 등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실장육 공장출신. 잠깐의 행복도 허용되지 않고 철저히 이용될 운명이다.

그 운명에 무지하다는 것이 그나마 위로라면 위로일까. 뱃속에서 들었던 사육실장의 삶. 화려한 옷과
맛있는 음식, 재밌는 장난감, 그리고 상냥하고 친절한 주인님을 만난다는 것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될 까. 아니, 하다못해 자신의 어미와 다신 만날 수 없다는 사실만 알아도
당장 파킨사해버릴 놈이 태반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쓸데없는 희망에 가득 찬 실장석의 특성답게, 언제나 행복과 희망을 노래하며
힘겨운 현실을 버텨나간다. 허나 그렇게 버텨봤자 기다리는 것은 결국 비참한 최후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그녀들....

쇳소리와 사람들 떠드는 소리는 더더욱 요란해진다. 오녀는 불안한 눈치로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줄기에
의존하여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커다란 상자 안에 깨어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 모두가 깊게 잠들어 있다.

포장작업 중 맞은 네무리 용액의 약효가 서서히 다해가는 듯 남아있는 자실장들의 움직임은 점점 커지고,
일부는 코를 골기도 한다. 오녀의 허벅지를 배게 삼아 자고 있는 육녀 또한 점점 심하게 몸을 뒤척거린다.
귀여운 동생짱의 얼굴을 핥아주기 위하여 고개를 내린 순간, 컴컴한 상자 안이 환해진다.

‘....찌이....’

암적응이 완료된 눈을 찌뿌리며 위를 바라본다. 빛을 등지고 있는 거대한 형상은 검은 그림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허나 그 어렴풋한 실루엣으로 그것이 인간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인간. 생후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인간에게는 당할 만큼 당했다. 물을 끼얹고 뜨거운 바람을 쏟아내고 멋대로 집어던졌다.

‘테치이....’

어느새 잠이 깨 눈을 끔뻑이는 육녀. 오녀는 자신의 알몸위에서 굼실굼실 움직이는 감촉에 그녀가 일어났음을
인지하고 보호하려는 듯이 동생을 감싼다. 육녀짱만큼은 자신이 지키겠다는 듯. 공장에서의 시련이 그녀에게
잠재된 용기를 깨운 것일까.

하지만 인간은 손가락으로 자실장들의 숫자만 확인하고 그대로 휙 돌아선다.

‘숫자 맞습니다’

그녀들이 배달 된 곳은 음식점. 전문 실장육점은 아니었으나 최근 실장육 열풍을 타고 신메뉴를 개설한 것.
오녀와 육녀 일행은 이 곳의 영광스런 첫 실장육 실험작으로 쓰일 것이다. 누가 첫 번째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테츄우...테츄우...’

같이 온 다른 자실장들도 완전히 잠이 달아났는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난다. 갑작스레 바뀐 환경에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호기심을 품는 것도 잠시, 이내 겁이 나 제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린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요란하게 들리는 금속음에 자실장들은 일제히 깜짝 놀라 소리의 발원지로 고개를 획 돌린다. 금속음은
연달아 들렸고 박스 안은 잠시간 정적에 휩싸인다. 바깥의 인간들은 울음을 싫어한다. 그래서 굉음을
만들어 화를 낸 것이라고 이해해버린 자실장들.

착각이었음에도 나름 사태를 진정시키기엔 충분하다.

쌔근거리는 숨소리만 내는 그녀들. 두려움에 어느새 자연스럽게 뭉친 것인지 한 귀퉁이에 몰려든다.
오녀와 육녀를 가운데 주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녀석들은 말없이 조용히 정면만을 응시한다. 바깥의
소음은 끊이지 않고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뭔가 내리치는 소리 부딪치는 소리, 물내려가는 소리, 고함소리....

‘테에에에....’

육녀는 두 귀를 틀어막고 고개를 다리 사이에 파묻는다. 동생을 위로해주려 손을 뻗은 순간, 저벅거리며
가까워지는 소리에 한쪽 귀를 쫑긋 세운다. 몇몇 자실장들도 그것을 감지했는지 다들 귀를 세우고
천장을 빤히 바라본다. 그리고 잠시 후 뻥 뚫린 천장으로 인간이 얼굴을 드러낸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자 속 자실장들을 스캔 하듯 구석구석 훑어본다. 발가벗은 것을 인지한 듯 오녀는
애써 손을 들어 총구와 가슴을 가리려한다. 불쾌한 행동에 인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지만 여전히 상자 속을 살핀다.





이내 결정했다는 듯 손을 뻗어 제일 바깥쪽에 있던 녀석을 집어 올린다.

‘테에? 테치이?’

따스한 인간의 손에 들려 천천히 들어올려지는 광경. 영문은 모르겠지만 멀어지는 자실장을 향해
멍하니 손을 흔든다. 손에 들려진 자실장 또한 무의식적으로 손을 흔들며 화답을 한다. 입을 벌린 채
바라보고 있자면 인간은 그 녀석을 들고 그대로 사라진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 충격에서 헤어나온 자실장들은 흥분에 겨워 테치테치 떠들어댄다. 저것은 무엇일까.
다들 내용은 미묘하게 달랐지만 뱃속에서부터 들은 내용은 똑같았다.

착한 아이로 지내면 사육실장으로 ‘선택’된다. 방금 전 인간의 손에 들려간 아이는 분명 ‘선택’된 것이다.

그 의견이 나오자 처음 녀석들은 크게 반발하였다. 자신들 쪽이 더 귀여운데 어떻게 저것이 먼저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최초 의견을 내놓은 자실장은 잠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빈약한 지식과 자신만의 망상을 첨가하여 대답을 내놓는다.

아마 저 아이는 ‘착하게 지내서’ 선택된 것 아닐까라고.

‘착하다’라는 의미에 대해 모르는 자실장들은 이번만큼은 반발할 수 없었다. 모르는 것을 잘 한다고
우길 순 없는 노릇. 저마다 멍청히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 바깥에선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테챠아아아아아-! 테챠아아아--!’

지글거리는 소리와 비명소리. 두 조합은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만든다. 화들짝 놀란 자실장들은 일시에
벽에서 떨어진다. 두려움에 가득 찬 눈동자는 흔들리며 벽을 뚫어져라 살핀다. 벽 사이에 뚤려 있는
기다란 틈 사이로 그녀들은 볼 수 있었다.

하얀색 옷과 모자를 쓴 커다란 인간이, 방금 데려간 아이를 불판 위에 짓누르고 있는 장면을.

여기저기 시뻘건 불길이 넘실거리는 화로 위에 얹어진 쇠격자. 그 위에선 방금 ‘선택’된 아이가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분명히 행복찬 미래가 약속되었을 그 아이의 매끈한 피부는 지지직
하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오그라들고 있었다.

‘츄아아아아-! 츄아아아아--!’
‘으아~이거 꽤나 시끄럽네...’
‘그래도 식용전문으로 만든 거라 비싼거야...’

한가하게 잡담을 나누는 요리사들의 입가에 서린 희미한 웃음은 아래서 비명을 내지르며 타들어가는
아이의 모습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 잔인한 대조에, 상자 속 자실장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한 가지 생각만을 말하고 있다.

어째서?

이곳은 분명 천국의 대기소일 것이다. 착한 아이로 있으면 친절한 닝겐상이 사육실장으로 받아준다. 그
다음부턴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고 재밌는 장난감으로 맘껏 놀고 푹신푹신한 침대에서 맘껏 잘 수 있다.
일평생 그렇게 사는 생활이 펼쳐져 있다. 그런 것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어째서?

왜인 테치....어째서 테치...
싫은 테챠...싫은 테챠...아파아파 싫은 테챠아....

패닉상태에 빠져 저마다 헛소리를 중얼거리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유난히 심약했던 한 마리는 파들파들
떨더니 공포에 잠식된다.

‘테챠아아아-! 테챠아아아-!’

비명을 내지르며 전력을 다해 상자 벽으로 달려가는 자실장. 바닥에 주저앉아 코를 찔찔 흘리던 일동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벽으로 달려가는 자실장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당연히 탈출 시도는 높은 벽에
막혀 좌절된다. 머리를 세게 들이받아 당장 퍼질러 울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 자실장의 행동이겠지만,
탈출을 시도하는 녀석은 공포로 완전히 미쳐버린 상태.

두 번 세 번...넘어지고 자빠져도 벌떡 일어나 계속 들이받는다. 무모해보이던 시도 끝에 녀석은 벽에
손을 걸치는 것에 성공한다. 기합을 질러대며 투실투실한 팔로 몸뚱이를 들어올리는 경이로운 광경.

‘테츄우우우웃-! 테츄우우우웃--!’

눈앞에서 일어나는 기적이 그녀를 관찰하던 일동은 눈을 커다랗게 뜬다. 놀랍게도 탈출실장은 벽을
조금씩 넘고 있는 것. 콧김을 씩씩 내뱉는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물러터진 살 밑에 숨어있던 근육들이 울룩불룩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테치잇-! 테에....에엣?! 테챠아아아-!’
[치벳!]

밖으로 넘어간 동시에 그대로 낙하한다. 껍질이 물컹한 계란이 터지는 것같은 젖은 소리가 들린 것을
마지막으로 그녀가 넘어간 방향으로 더 이상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참고 있던 침을 꿀꺽 삼키며
차분하게 기다린다. 뭔가 소망하듯. 뭔가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적은 없었다. 근처를 지나가던 직원이 잠깐 눈살을 찌푸리며 적록색 핏국물이 뚝뚝 떨어지는 팔다리
뒤틀린 자실장 시체를 주울 뿐이었다. 그저 한숨을 내쉬고 주방장에게 보고한 후 음식물쓰레기통에
던져넣는 것으로 끝이었다.

여전히 목숨이 붙어있던 자실장은 희미하게 치이-치이-울어대며 조각난 식재료 더미 위에서 꿈틀거린다.
그 가녀린 신음소리도 잠시 후 그녀 위로 쏟아지는 새로운 음식물 쓰레기에 파묻혀 끊긴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생존 자실장들은 울음을 터트리며 주저앉는다. 이곳에서 떠나고 싶어 주변을 열심히 둘러봐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벽을 넘었다간 저기 친구처럼 끔찍하게 돼버린다.

길이 보이지 않자 그녀들은 실장석답게 인간에게 의존한다. 벽 위쪽으로 보이는 주방 직원들이 지나갈
때마다 필사적으로 아첨을 날리고 손을 흔들었지만 그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아니, 잠깐잠깐 멈춰서는 경우는 있었다. 아까와같이 거친 손길로 친구들을 낚아채갔고 잠시 후 벽 너머에선
끔찍한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그 어떤 짓을 하더라도 돌아오는 것은 잔인한 처사뿐임을 받아들이고서야
인간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위해 조용히 입을 다문다. 이곳의 인간들은 무섭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분명히 행복한 사육실장이 된 것이 틀림없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곳으로 보낸 마마에 대한 원망, 옷과 머리카락을 빼앗은 기계에 대한 원망,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는
인간들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며 울고 또 울었지만 누구도 그녀들을 달래주지 않았다.

이제 자실장들은 벽 위로 사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자신들이 잡혀가는 줄 알고 미친년마냥 비명을 꽥꽥
질러대기 바빴다. 또 한 마리의 자실장이 억센 손에 붙들려 벽 너머로 사라졌다. 오녀는 공포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벽의 작은 구멍으로 밖을 살펴보았지만...

‘테챠아아아-! 테챠아아아--!’

시퍼렇게 날이 선 식칼로 배를 이리저리 쑤시는 광경에 신음소리를 흘리며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예외란
없는 것일까. 자신들은 모두 저런 끔찍한 일을 당하는 운명일걸까.

‘테에에에...테에에에....’

어느새 상자 안에는 오녀와 육녀만이 남게 되었다. 그 많던 친구들이 끌려가 무서운 최후를 맞았다.
공장에서의 애교스러운 몸짓은 어디론가 사라진 육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 듯이 흐느낀다. 입으로는
정신 나간 실장석마냥 미안하다 미안하다를 중얼거리며 파들파들 떤다.





언니로서의 자존심은 있다는 것인가 오녀는 입을 악물고 육녀의 어깨를 감싼다.

발가벗고 있어 차가워진 어깨에 퍼지는 따스한 감촉에 육녀는 흐느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올린다. 언제나의
언니. 듬직한 얼굴의 언니는 울음을 꾹 참고 동생을 내려 보고 있었다. 비록 자신도 무서웠지만 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한 결심이 전해진 것일까, 육녀는 훌쩍거리며 언니에게 두려움을 토로한다.

‘테츄..테츄테츄...테츄우...’

친절한 닝겐상은 있다. 뱃속에서 다같이 듣지 않았나. 우리들은 친절한 주인님에게 전해져 세레브한 사육실장이
될 거라고 했다. 반드시 그렇다. 오늘 일어난 일들은 이상한 일일 뿐이다. 그것은 자신들의 운명이 아니다.

종국에 가선 동생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희망사항을 늘어놓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육녀는 언니의
말에 차츰 안정을 되찾았고, 심지어 오녀 본인마저도 자신의 거짓말에 넘어간다.

자신들은 괜찮을 것이다. 친절한 주인님은 자신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착한 아이로 지낸다면
분명 자신들을 마중 올 것이다. 친절한 주인님의 품에 안겨 잔뜩잔뜩 사랑한다 말한 다음 장난감으로 같이
놀고 배가 고프면 맛있는 콘페이토를 잔뜩 먹을 것이다. 그리고 천개 덮인 분홍빛 침대에서 잠들 것이다.
그런 것으로 정해져 있다.

꿈만 같은 미래를 들으며 육녀의 흐느낌은 차츰 규칙적으로 진정이 된다. 어느새 입가에는 웃음을 띤
자매는 서로의 얼굴을 들어보며 치프프픗 웃는다. 그렇다 자신들은 선택받았다. 사육실장생이 기다리고 있다.

주인님 어서 보고 싶은 테치....
분명 기다리고 있을 것인 테치....

어느새 시간은 흘러 폐업시간이 되었고, 주방의 불은 꺼졌다. 일시에 모든 것을 집어삼킨 어둠에 육녀는
짧은 신음소리를 흘리며 오녀에게 폭 안겨온다. 한참을 있어도 아무일도 안 일어난 다는 안심감과
맞닿은 살의 체온, 서로에게 전해지는 심장박동음에 안정을 되찾고 꾸벅꾸벅 조는 자매들은 이내
고개를 푹 떨군다. 바닥에 똥을 흘린 그 자리 위에서 그대로 잠에 드는 자매들.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똥물을 머금고 딱딱하게 굳은 신문지가 바스라진다.






‘테-스—테-스—’

그렇게 자매의 생애 첫 밤이 지난다.



불이 환하게 들어온 주방. 포개진 채로 그대로 잠이 든 자매는 잠시 움찔할 뿐 계속 잠을 이어간다.
벽에 드리운 그림자 덕분에 그럭저럭 잠을 잘 수 있는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는다. 자실장들이
늦잠을 자는 것과 별개로 주방의 일과는 바쁘게 이어진다.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금속음과 고함소리에
귀를 쫑긋거리면서도 세상 모르게 잠 든 자실장 자매.

그렇게 정오가 되어 점심손님들이 모여든다. 주방 직원은 웨이터가 건네준 쪽지를 받고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의 메뉴 주문이 들어온 것.

주방 직원은 익숙한 솜씨로 그릇을 꺼내고 야채를 요리해 차례차례 담는다. 정갈하게 배치된 요리그릇은
어딘가 비어있다. 고기가 있어야할 부분이 텅 비어있다. 허나 고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직원은
손을 탁탁 치곤 오녀와 육녀 자매가 잠들어 있는 박스 앞으로 걸어간다.

[부스럭]
‘츄유?’

전신이 뜨는 느낌에 눈을 떠보면 인간의 손 위에 들려있었다. 이 인간씨는 나쁜 인간일까 아니면 기다리던
주인님일까를 고민하는 사이에 정신을 차려보면 사방이 은색인 욕조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육녀도 언제 옮겼는지 옆에 앉아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동생의 모습에 오녀는 그녀 곁으로 달려가기
직전, 억센 손아귀가 오녀를 움켜쥔다. 배가 눌러 짜내어지는 통증과 동시에 전신에 쏟아지는 차디찬 물.

‘게보보복...게보보보복...’

눈코입귀로 들어가는 물줄기에 헉헉댄다. 인간은 오녀를 내려놓고 씽크대 주변을 기어오르려던 육녀를
잡아들고 물에 씻긴다. 다급한 비명을 지르며 손을 뻗어보지만 기어코 구석구석 씻긴 후에서야 동생을
내려놓는 인간을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보며 기침을 하는 동생에게 달려간다.

동생을 껴안아주기도 전, 자매는 다시 인간의 손에 붙들린다.

‘츄아아악! 츄아앗!’

내려 놓으라 외치고 있는 힘껏 주먹을 내리쳐 반항을 하는 자실장들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간다. 주방직원은
깨끗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두 자매를 접시에 내려놓는다.

‘테에에엥...테에에에엥....’

거친 숨을 헐떡이는 오녀와 육녀. 하얀색 접시 위에 올려진 녀석들은 엉덩이로 올라오는 한기와 방금 전
냉수마찰에 바들바들 떨며 서로의 체온을 나눌 요량으로 포개져 안는다. 자신들에게 무서운 일은 한
인간은 다행스럽게 금방 멀어졌다.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하기도 전, 단정하게 차려입은 웨이터가
자매가 올라탄 접시를 쟁반에 담아 바삐 걸어 나간다.

휙휙 변하는 주방의 풍경. 높은 곳에서 내려 보는 아찔한 느낌에 머리를 내저으며 뒤로 휘청거린다.
언니의 이상행동에 동생은 부드럽게 받쳐주며 언니의 손을 꼭 잡아준다. 두려움에 가득 차 있음에도
자실장 특유의 호기심을 불태우는 눈빛엔 흰색이 지배적인 주방의 모습이 사라지고 붉은색 장식이
멋들어지게 들어간 서빙공간이 맺힌다.

‘테츄우우....’

실장생 처음으로 보는 압도적인 고풍스런 분위기에 그녀들은 방금 전 아픔도 까맣게 잊고서 정신없이 둘러본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이리저리 둘러보는 사이 정적을 깨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문하신 자실장 자매 생정식 나왔습니다’

추잡스럽게 입맛을 쩝쩝 다시는 뚱뚱한 남성이 자신들을 내려보고 있다. 저 닝겐상이 주인님인걸까?






‘오오....이거 새로운 시돈데...’
‘철저히 식용으로 주문한겁니다. 완벽하게 생식이 가능합니다’
‘그럼 먹어볼까?’

인간의 언어는 모르지만, 그 몸짓과 표정으로 그녀들은 짐작할 수 있었다. 저 남자는 자신들에게 입맛을
다시고 있다. 자신들은 먹히는 것이다.

‘테챠아...테챠아아....’

살집이 맺힌 얼굴에서 뿜어내오는 탐욕의 오라를 느낀 자매는 얼싸안고 울어댄다. 싫다 이대로는 싫다.
자신들은 필시 선택받았다. 그릇에 담겨 오직 한 사람 앞에 놓였다는 것은 착각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신들은 이 주인님께 선택받았다. 그래서 이렇게 오롯이 앞에 대령된 것이다. 이것은 자신들의 마지막
선택지다. 이곳은 최후의 오디션일 것이다. 자신들은 선택된 것이다.

‘테츄우! 테츄테츄우우! 테챠아아-!’

동생을 감싸며 필사적으로 외치는 오녀. 육녀는 언니의 주장에 놀라면서도 너무 두려워 함부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저 언니의 품에 안겨 바들바들 떤다.

결사의 심정으로 오녀는 외치고 있었다.

동생짱과 와타시는 먹는게 아닌 테치! 와타시들은 사육실장인 테치!
주인님은 주인님인 테치! 와타치들은 사육실장의 대우를 받아야하는 테치!
세레브한 생활을 시켜줘야하는 테치! 주인님이 시켜줘야 하는 테치!



마지막 발언을 외칠 때는 목의 떨림과 울음으로 거의 알아듣지 못 할 정도였지만, 분명히 전해졌다. 고인
침을 삼키며 탐욕스런 눈빛으로 내려 보던 남자는 포크와 수저를 조용히 내려놓는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어 오녀의 민둥산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테에에에....’

긴장이 풀리는 것과 동시에 똥을 푸드득 지리며 자리에 주저앉는다. 육녀는 여전히 언니의 허리를 꽉 껴안고
눈만 돌려 새로운 ‘주인님’을 올려본다.

‘너희들 정말 귀엽고 착한 아이구나. 나는 주인님이란다. 그리고 너희들은 사육실장이란다’
‘테에에...테치이! 테치테치이이!’

동의의 말을 찍찍 거리는 자매. 그녀들의 두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흐른다. 드디어 주인님을 만나게 되었다.
얼마나 험한 여정을 거쳐 간신히 만났는가. 주인님의 살집 있는 커다란 손에 폭 안겨 사랑을 외치는 두 자매는
정신없이 핥아댄다. 짭쪼름 하면서도 흥건한 땀을 남김없이 핥아먹는 선분홍빛 혓바닥.





‘이것을 먹으렴’

따듯한 목소리를 건넨 말에 자매는 주인님이 가리키는 손끝을 바라본다. 이전부터 있었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맛있는 음식들이 있었다. 메인요리였을 자매들에 곁들인 야채조림. 기름과 소스가 스며들어 번들거리는
그 모습은 너무나 맛있어 보였다.

오녀는 가까이 있던 당근을 집어들고 한입 베어 문다. 짭짤함과 고소함이 입안에 퍼지며 행복을 가져준다.

‘테츄우우....’

너무나 맛있어 말을 잇지 못 할 정도. 옆에 주저앉아 있는 육녀에게 오녀는 콩줄기를 건넨다. 보통이라면
코를 킁킁거린 후 먹었겠지만 태어나 처음 보는 먹을 것 앞에 그녀는 콩줄기를 입으로 던져 넣는다. 성급하게
넣어 콩줄기의 모서리를 콧구멍에 찧고 도로 방향을 잡아 크게 한 입 베어 문다. 호물거리는 입이 점차 빨라지며
동시에 동공도 확장된다. 콧김을 씩씩 내뱉는 육녀는 대흥분하여 귀를 팔랑인다.

‘텟츄웅~♪’







역시 주인님은 친절한 테치!
잔뜩잔뜩 사랑하는 테치~♪

새로운 주인님에 대한 감사를 중얼거리는 두 자매는 더 이상 벌거숭이가 아니다. 입고 태어난 녹색옷은
영원히 안녕. 그런 비천한 것은 어울리지 않다. 사육실장 답게 핑크빛 실크 실장옷을 입은 자매는 사이좋게
손을 꼭 붙잡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자신들의 리듬에 고개를 까딱일때마다 같이 흔들리는 붉은색 리본.
이것또한 주인님의 선물이다.

흉하게 늘어진 귀와 확장되어있는 모공을 번들거리며 수조 안을 두리번거리며 내부를 살핀다. 부드러운
수건이 깔려있는 바닥은 산뜻한 사제 실장화를 신은 그녀들의 발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테츄! 테츄테츄우우!’

잔뜩 고양된 목소리로 언니의 손을 끌어당기며 열심히 어딘가를 가리키는 육녀의 손끝을 따라가 보면 그곳엔
노란색 공이 있다. 이것도 주인님의 선물. 옆에는 먹을 것이 산더미처럼 쌓인 그릇이 있고, 그 앞에 펼쳐져 있는
장난감의 바다는 끝이 없다. 그녀들은 정식 사육실장이 된 것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는 테치!
앞으로 행복행복인 텟~츙~♪

손뼉을 짝 치며 볼을 마주 비비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은 감촉에 오녀는 잠깐 허공을 허우적거린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손을 잡고 확정된 행복을 누릴 육녀가 보이지 않았다. 텅 빈 손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갸웃
하는 순간, 그녀의 귀를 파고드는 끔찍한 소리.








[으드득-]
가느다란 뼈가 뒤틀리며 내는 소리. 그 소름끼치는 소리에 오녀는 눈을 깜빡인다.

눈앞의 육녀의 하반신은 보이지 않았다. 하얗게 변한 눈은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고, 아직도 물기가 촉촉이
남아있는 혓바닥은 길게 늘어져 한쪽 볼을 덮고 있었다. 터진 뱃가죽에서 흘러나온 핏줄로 둘러싸인 내장은
한쪽 구석에 잘 모여 있었다. 자루가 터진 쌀가미니처럼 내용물이 쏟아져 나온 육녀의 몸은 움찔거린다.
자의가 아닌 타인의 행동에 의해.
[득득득득]

날에 서 있는 오돌톨한 돌기를 마찰시켜 팔을 썬다. 주변의 살점과 근육이 찢어지고, 근육질로 피둥피둥한
육녀의 살점이 나이프 방향에 따라 흔들린다. 살점이 움직이지 않도록 포크로 꾹 찔러 고정하면 적록색 체액이
찍 튀었다 작은 줄기가 되어 접시 아래로 흘러내린다. 남자가 나이프에 내리 힘을 주자 우둑하는 소리와 함께
연결부위 뼈가 으스러진다.

살점을 먹기 위해 포크를 들어올리면 어깨죽지 뒤쪽에 남아있던 살점이 길게 늘어진다. 그 통에 육녀의 몸통도
따라 올라가자, 남자는 나이프로 몸통을 눌러 내린다. 가녀린 살점이 끊어지자, 그대로 입입으로 집어넣는다.

육즙이 넘치는 고기맛에 감탄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 안쪽 뼈가 박살나는 소리와 고기가 씹히는 소리의
미묘한 조합. 그 소리는 너무나 소름끼쳐 오녀의 전신에 닭살이 돋친다.

‘테에에...테에에....’

말문이 막힌 채 멍하니 동생의 잔해를 응시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몸뚱이가
되어 목석처럼 굳어진 채 해체되어 가는 동생을 바라본다. 포크와 나이프는 다시 내려와 반대쪽 팔을
똑같이 잘라내고 남자의 입 안으로 사라진다.

분명 친절해야할 주인님이 동생짱을 먹고 있다. 방금 전까지의 친절한 모습은 어디로 간 거지?

행복회로와 현실의 느슨한 경계 속에 혼란해 하는 와중 남자는 맨손으로 육녀의 몸통을 집어, 그대로
입안에 삼킨다. 으득거리며 뼈를 박살내고 질척한 육즙을 접시에 뚝뚝 흘리면서 맛있게 먹는 장면을
그대로 바라보는 오녀의 머리는 새하얗게 불탄다.

어째서 사육실장이 되지 않은 거지? 사육실장으로 결정된 실장생이었을 텐데 이것은 뭐지?

의문으로 가득한 오녀의 눈동자에 맺힌 마지막 상은 서서히 내려오는 포크와 나이프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뎃데로게에~뎃데로게에~’

시끄러운 태교음으로 가득한 실장육 공장. 오늘도 여지없이 태교에 여념이 없는 출산석들. B-95-1은
다시 부풀어 오른 배를 쓸어내리며 흐믓한 미소를 짓는다. 저번의 아이들은 무사히 선택되어 사육실장이
되었다. 자신을 내버려두고 가는 모습에 순간 당황했지만, 마마의 말을 잘 떠올려보면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이들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그 다음 언젠가 자신을 데려가는 구조. 그것이 규칙이다.
자신의 마마 또한 그러지 않았는가?

분명 아기들은 행복하고 세레브한 사육실장생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
모습을 그려보려하지만 일평생을 여기에 갇혀 산 그녀의 머릿속의 지식이라곤 선대로부터 전수되어오는
희미한 구전설화가 전부다. 그 모습도 희미해져 정확한 형상도 기억나지 않은 채 오늘도 똥으로 된
벽화를 그린다.

침대와 욕조를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해하는 자신의 모습. 옆에는 친절한 주인님이 미소를 짓고 있고
그의 품에는 자신이 낳은 수십 마리의 자들이 안겨 만세포즈를 취하고 있다.

‘뎃데로게~뎃데로게에~’

다시 행복의 노래를 부르며 그녀는 곧 있을 출산을 준비한다. 이번만큼은 자신도 같이 데려가기를
바라며. 그렇게 실장육 공장은 오늘도 출하를 실시한다.





















댓글 2개:

  1. 절망스러운 상황과 패닉, 그리고 처참한 실장석들의 처우, 세세한 상황과 감정 묘사가 더해진 최고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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