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날


그날은 아침부터 태풍의 접근에 따른 폭우가 내리고, 바람도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출근은 했지만 전화·메일 모두 극단적으로 적어서 개점 휴업 상태라 평소 할 수 없던 자료정리를 자잘하게 하고 있었다. 점심때 일기예보에서는 저녁부터 밤에 걸쳐 직격탄이 올거라 확인하고 있었고.


오후에도 자료정리를 계속하고 있는데, 본사 총무부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네,...네,...네,...네, 알았습니다."

총무로부터 전화를 모두 엿듣고 있었다. 전화가 끝났다.

"여러분, 오늘은 적당한 선에서 일을 끝내고 돌아가세요."

상사의 목소리에 모두 허둥지둥 귀가할 채비를 시작한다. 아이구, 이제서야. 좀 빨리 결정할 일이지. 창밖을 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밖의 비바람은 오전보다 분명 강해지고 있다.

"그럼 모두 조심해요. ○○ 자네는 집이 가까우니까, 문단속을 부탁하네."

그렇게 말하며, 전철통근 2시간의 상사는 가장 먼저 뛰쳐 나간다. 전차는 운행중지되었을테니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다른 직원들이 다 귀가한 후, 문단속을 확인하고 가기로 했다. 이런 때는 우산이 쓸모 없으니 우의와 장화로 갈아입었다.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 준비해 두었던 것들이다.)
사업장 출입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빗속으로 내딛으려 했을 때,

"데스우-"
"데스-데스-"

응?

주위를 둘러보니 사업장의 문 바로 앞,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 들실장들이 있었다. 여러 쌍의 친자들인 모양이다. 인근 공원에서 도망 온 것인지, 흠뻑 젖어서 벌벌 떨고 있다. 엄지실장과 구더기실장을 안고 있는 놈이나, 새끼실장의 손을 잡고 있는 놈도 있다. 새끼실장을 안고 있는 놈도 있지만 그 새끼실장은 보라색 혀를 축 늘어뜨린 채, 눈은 간유리처럼 칙칙하다. 새끼가 죽은 것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몸이 얼어붙은 모양이다.







"아차차..."

실장석은 무리를 짓는 성질이 있다. 이런 곳을 내버려두면 이 공간은 피난한 실장석들로 만원이 되고 말 것이다. 내일 아침 일찍부터 대량의 똥이나 시체의 처리를 하게 될 것을 생각만 해도.....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 ○○!
뭔가 있을 것이다.
무엇인가가.....

그렇다!! 뒤편 주차장에 블록들이 있었지.

얼마 전 이웃 김여사가 사업장 주차장에 무단주차를 했길래 주의를 줬더니, 적반하장이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려 경찰을 불러야 했고, 경찰이 보는 앞에서 차를 빼다 블록담에 쳐박아 버린 것이다. 처음엔 운전실수를 한 것은 경관이 있어서 긴장한 때문이고, 경찰에 연락한 사람 탓이니까, 차량 수리비를 물어내라고 따져왔지만 역시 그런 억지가 통할 리가 없다. 그러다 어제부터 겨우 담의 수리에 착수한 것이다. 인간들 중에도 분충은 있다니까. 

블록을 열심히 옮겨서 입구 주위를 감싸 나간다. 신기한 듯 바라보는 실장석들. 아양도 간섭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약간의 현명함은 있는지, 인간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지... 뭐 아무래도 좋지만.

높이는 3단으로 할까? 한 군데만 뚫린 상태에서 블록을 쌓기를 중단하고 안쪽의 실장석들을 차 냈다. 한마리씩 빗속에 내팽개쳐 지는 실장석들.

"데갸아-!"
"치벳-!"

새끼실장들은 친실장의 몸을 타고 있었기 때문에, 원심력이 크게 작용, 친실장들보다 멀리 날아간다.

"푸치-!"
"레퍄-!"

엄지와 구더기들은 친실장에게 안긴 채 뭉개져 튕긴다. 

친실장의 품에서 최후를 맞을 수 있다니 실장석 기준으로 행복한 편이다.

"""데갸?"""

실장석들이 외치며 달려온다. 미안, 미안, 새끼들이 죽은 것은 불행한 사고였어. 새끼들이 죽은 걸 탓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장석은 날 그대로 지나쳐 입구쪽으로 달려간다. 

어라? 새끼의 죽음보다 자기 쪽이 우선이네? 비난보다 피난? 아니꼬운 녀석들.

다시 실장석들을 차버리고는 블록을 쌓아 안으로 들어갈 틈을 없앴다. 

실장석들은 토닥-토닥- 블록을 두드리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올라가지도 못하는 것이다.

뭔가를 발판으로 삼아 올라갈 가능성은 있지만, 그 판국이 되면 그냥 포기하고 청소해야지 뭐. 그 정도로 영리한 실장석들은 인간을 경계하니 이리로 오진 않을 것이다.

그래, 이걸로 오케이. 꽤 시간이 걸렸구나. 빨리 돌아가자.

실장석들을 그대로 두면 다른 실장석들이 모여들지도 모르므로 적당한 선에서 놓아줄 계획으로, 실장석들을 발로 차서 굴리며 귀로에 올랐다.

뒹굴-뒹굴-"데갸아"
빠직-"데그우"
즈자자자잣

언밸런스한 모양에 비해 생각보다 실장석들은 잘 구른다. 새로운 발견이다.

"데스-데스-데스!"
"도캇"
"뎃!"

브바밧-빵콘하며 똥을 흩뿌리고 있지만, 우의와 장화로 방어하고 있으므로 개의치 않는다. 실장석들은 아스팔트와의 마찰로 구두가 벗겨지고 옷은 찢어져 여기저기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머리숱도 많이 짧아져 있다.

초등학교 때 자주 돌을 차며 귀가했었지. 그 돌을 끝엔 어떻게 했더라? 옛날에 다니던 시골길을 떠올려 본다. 대개는 도중에 질려서 개울에 차넣곤 했었어...

마침 늘 출퇴근하는 둑길에 접어들었다.






"그래, 여기서 이별. 잘들 가게! 슛!"
"데에에..."
"데에에에에엣"
"데갸아아아아..."

휘이이이익~첨벙

속속 실장석들을 강으로 쳐넣는다. 안돼-안돼-를 하는 놈들이나, 기어다니며 도망치는 놈들도 있지만 개의치 않고 찬다. 실장석은 머리가 무거워서인지 모두 머리부터 착수했다. 강물이 불어 강변도 잠겨있다. 유속도 빨라서, 실장석은 순식간에 탁류에 삼켜진다. 무언가 외치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 기분 탓일까?

둑을 걸어 가다보니, 전방에 멈춰서 있는 여중생들이 있다. 아침에 자주 보는 교복이다. 회사 근처에 학교가 있나?

"왜 그래?"
"저거..."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실장석의 무리가 있다. 

바로 다리 아래. 거기서 비를 피할 수 있어서 인지 보행로가 실장석으로 가득 차 있다. 
헤치고 지나갈 용기가 없으면 통과 불가. 어린 여자아이들에게는 무리다.

"실장석 좋아해?"

크게 고개를 가로 젓는 소녀들.

"보기 싫어요."
"그럼 조금 기다려"

마침 펜스(공사 현장에 있는 노란 놈)가 쌓여 있어서 그중 하나를 갖고 실장석의 무리에 돌진했다. 펜스를 비스듬히 하여 실장석들을 강 쪽에 밀어내면서 전진. 제설차가 된 느낌이다.

"데스데스"
"데갸아"
"테치이"
"데스우"
"데스우웅"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는 놈들도 있고, 아양을 떠는 놈들도 있다. 추파를 던지는 놈까지 있는데는 기가 막혔다.

주르륵 둑에서 떨어진 실장석들. 그대로 탁류에 휩쓸려 간다. 실장석들이 꼭 쓰레기 같다. 

찍-찍- 신발바닥에서 뭔가 밟히고 있는 감촉이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실장취가 나겠네.

두번 왕복하니 충분히 사람이 지나다닐 공간이 생겼다.

"어이. 이제 가지?"
"네~"

중학생들은 실장석 지대를 빠져나가자 이쪽으로 돌아서 꾸벅 머리를 조아린다.

"아저씨! 고마워요!"

아저씨...?



다음날은 태풍이 지나간 뒤라서인지 날씨가 좋았다. 

길거리엔 다양한 쓰레기와 함께 실장석의 시체가 나뒹굴었다. 
바람에 날아갔는지 나무 가지에 꽂혀 고통스러워 하는 실장석도 있다. 
조심하지 않으면 위에서 똥이 떨어진다.

둑길을 걷고 있으려니 곳곳에 실장석들이 있다. 

대부분 성체 실장석들로 한결같이 강쪽을 바라보고 있다. 강변에 살던 놈들이다.
새끼들을 잃고, 집을 잃고, 조금 모아놨던 식량도 잃고, 

모든 것을 잃은 실장석들이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런 실장석들을 등교중인 남자중학생이 걷어차며 간다.

"데이"
데굴데굴 ... 첨벙!

힘없이 쓰러져 아직 수위가 높은 강물에 떠내려간다. 

가라앉기까지 약간의 시간, 흙탕물 속에서 초록색과 빨간색 오드아이가 유난히 선명하게 비친다.


사업장에 도착하니 일착이었다. 

블록 덕분에 출입문에 실장석의 시체가 겹겹이 쌓이는 최악의 사태는 피한 것 같다. 
언뜻보니 새끼실장 한마리가 반신이 찌그러진 채 블록 안쪽에 누워 있다.

"테에에에"

바람에 날려 온 것인지, 친실장이 비장의 각오로 새끼만이라도 던져 넣은 것인지 불명이지만, 그보다 빨리 처리를 하지 않으면...

비닐봉지를 가져와 손에 장갑처럼 끼우고, 그 손으로 새끼실장을 잡아 손바닥에 올려 놓으니 새끼 실장은 움직일 수 있는 쪽의 팔을 뻗어 온다.

"테츄우"

새끼 실장은 비닐 안쪽의 손가락에 자기 볼을 비빈다....







는 상관 없고, 봉투를 뒤집고 입구를 꽁꽁 묶어서

"테에?"

비닐봉지를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테칫!"

단지 그것뿐이었다.

서둘렀던 것은 여직원들이 오기 전에 치우지 않으면 귀찮아 지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귀여워만 할 뿐, 예의범절은 전혀 가르치지 않고, 더러운 건 치우지도 않고,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면서도, 처분하려 하면 "불쌍하다" "차가운 사람" 이라며 비난한다. 
공원에 놓아주면 행복하게 살거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은 없다고 알고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그들에게 발각되기 전에 처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비닐봉지를 쓰레기 통에 버리고 블록을 치웠다.
자, 오늘은 바빠질 것 같다.



주말에 차를 해변으로 몬다. 태풍 후의 거친 킬러를 기대하며 오랜만의 낚시를 하는 것이다.
언제나의 포인트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바닷바람을 마음껏 흡입한다.

"아~예~~"

뭐야 이 썩은 냄새는!! 시체라도 있나?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있다. 물가에, 
쓰레기와 함께 엄청난 숫자의 실장석의 시신이 쓸려와 있다. 

겹겹이 쌓여 오마하 비치 마냥 해안에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실장석의 시체들은 부패로 배가 팽팽하게 부풀고,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툭-하고 생각보다 가벼운 소리에 파열하는 놈들도 있고, 브슈-하고 가스 빠지는 소리와 함께 썩은 내장을 분출하는 놈도 있다. 길게 트림하는 소리도 들렸다. (부패 가스가 성대를 떨며 빠질 때 나는 소리라고 후에 들었다.)

모래사장에는 시체를 묻을 작정인지, 포크레인으로 큰 구멍을 파놓고 있다. 

이거, 한동안 낚시 따위 할 수가 없겠군...

"데스우"
"와!"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서 조건반사로 걷어차고 말았다. 

아뿔싸, 신발이 더러워졌다.

그 실장석은 통통하게 올라 있어 한순간 사육실장인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온몸에 실장석의 피와 똥으로 얼룩이 지고, 머리도 고무 찰흙처럼 굳어져 모발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더러워져 있었다.

아마 실장석의 시체를 먹고 연명하고 있었던가.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니 상당수의 실장석이 산 채로 쓸려 온 듯, 이쪽의 시체를 뒤지고 있다.

이 근처는 실장석이 적은 장소였는데...이대로면 실장석이 이상번식해 버린다.

"데스-데스-데스-"

채인 실장석이 불평하는 것 같다.

"사람을 놀라게 하다니 깡도 좋군!"

벽두에 낚시를 포기하고, 차에 탑재한 "막대기" 같은 물건을 꺼내 해안 청소에 협력하기로 했다. 

낚시터를 깨끗이 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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