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실장



그 실장석은 고통에 신음하고있다.
브리더 아래에서 엄격한 훈육을 받고, 자실장일 때부터 인간에게 키워져 온 실장석.
인간은 한참 격이 높은 존재, 노하게 해서는 안된다, 거스르면 안된다, 하고 뼛속까지 박혀있을 터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훈육완료 실장석에 있어 그것은 트라우마이며 족쇄일 뿐이다.
자신을 얽매는 부담스러운 것으로밖에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마음 어딘가에서는 해방을 원하게되고
기회가 생기면 그 계율을 스스로 버린다.
인간을 두려워하는 것을, 자신의 파멸을 막기 위해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기특한 실장은 적다.

억지로 때려넣어 어쩔수없이 지키고있는, 그런 개체가 태반이라는 것이 분충으로 전락하고, 그 결과 버려지는 사육실장이 많은 원인이다.
실장에 있어 인간을 상위의 존재라고 인정하는 것도 재능인 것이다.
그 재능에 축복을 받았으며 사육실장의 지위를 얻었다면 어리광을 받아줘도 기고만장하지 않을수 있다.
또는 실장은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고 훈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터득하고 있는, 제대로 된 사육주에게 키워지면 대부분의 훈육완료 실장은 문제없이 키워진 채로 생애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태반에 해당하는 「억지로 때려박았」을 뿐인 실장석일 뿐이었다는 것
사육주가 흥미본위로 실장석을 키워보는, 공부가 부족한 초심자였다는 것
그 두 가지가 겹친 것이, 지금 공원에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있는 원인이다.

계기는 사소한 것이었다.
귀여움받고, 어리광이 받아지고, 사소한 실수도 울며 사과하는 자신을 웃는 얼굴로 용서해주는 사육주.
그런 달콤한 분위기에 익숙해지자 그렇다면 혹시, 라는 느슨함이 생겼다.
마음에 솟아나는 욕심과 호기심에 실려, 키워지고나서 처음으로 작은 투정을 입에 올렸다.

어떤 투정이었는지는 이미 기억도 나지않는다.
그저, 별것 아니었다는 것과, 사육주도 웃으며 용서해줬다는 것은 기억하고있다.
처음의 한 발짝을 내딛으면 두 발짝째는 간단히 내딛을수 있다.
세 발짝, 네 발짝째부터는 가속되어갈 따름이다.


아장아장 활기차게 뛰어다니던 작은 몸집은 갑갑함이 느껴지는 크기로 성장했고
테치테치 지저귀는 것같던 목소리는 데스으하고 묵직하게 신음하는 듯한 낮은 소리로 변화해간다.
언제부턴가 허락을 구하는 일도 없어졌고, 당연한 듯이 생각나는대로 요구를 말한다.

사육주의 미소는 사라져가고, 푸근하던 눈길은 나날이 차갑게 변해간다.
그렇게나 자주 말하던 귀엽다는 말도 들리지 않게되어간다.
실제로는 비탈을 굴러떨어지고 있으면서, 언제까지고 솟아오르는것 같은 어리석은 착각을 하고있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내가 키우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
「내 책임이니까」

그러한 사육주의 죄책감만이 자신의 목숨줄이 되어있는 줄도 모르고, 스스로 그 줄을 깎아나간다.
한계를 맞은 사육주가 반성을 기대하며 가한, 키워져서 처음 있었던 체벌과 힐책.
바닥에 퍼지는 탈분과 침과 함께 쏘아내는 욕설로 답했다.

「죄도 없는 와타시에게 무슨 짓을」「이 똥노예」「와타시의 똥을 먹고 사과해라」

도무지 자각도 없는, 자신을 향한 마무리 일격을, 자신이 확실하게 찔러넣었다.


사육주의 분노에 찬 얼굴, 노성, 휘둘러지는 주먹, 걷어차는 발.
직면하는 것은, 자신이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던 것과 정반대의 말.

부러지는 손발, 부풀어오르는 얼굴, 찢겨나가는 자신을 위한 귀여운 옷, 뽑혀진 자랑스러운 모발.
모든것을 잃었다는 것과, 그것을 막을수도 없는 무력함을 알게된다.

한 번 소리지르면 겁먹고 사죄를 청할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미성은 추한 짖는소리일 뿐이었다.
피범벅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생각하며 휘두른 손발은 쓸모없는 고깃덩어리일 뿐이었다.
인간이 기피하기 때문에, 인간에 있어서 맹독, 인간 상대의 조커라고 생각하고 있던 똥은 오히려 인간의 화를 북돋는 오물일 뿐이었다.

자신의 절정의 지위를 지탱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이 모두 환상일 뿐이었다는 사실에 마주치고
마지막으로 공원에 내던져진 지금의 자신
옷을 잃고 온몸의 상처를 드러낸 참혹한 몸, 꼴사납게 몇가닥만 남기고 뽑혀나간 머리털
여기저기 뼈가 부러진 아픔, 엉덩이에서 전해지는 지면의 차가움, 지리는 똥이 한 순간 그것을 완화하지만 금방 더 차갑고 불쾌하고 질척한 것으로 변한다.

그것이, 숨길수 없는 지금의 자신의 현실이다.


이것은 나쁜 꿈이다, 라며 현실도피를 시작하는 실장석에게 산책하고 있는 사육실장과 그 사육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옆집의 사육실장, 료쿠쨩이다.
입고 있는 것은 언제나처럼 스스로 갖고있던 실장복.
방금까지 자신이 입고있던 프릴과 리본이 잔뜩 붙은 분홍색 고급옷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전에 고급옷을 보여주면서 용케도 그런 옷으로 바깥에 나선다며 비웃던 자신에게

「주인님이 빨래의 방법을 알려주셔서 언제나 깨끗하게 하고있는데스, 와타시는 주인님이 깨끗하게 입고있다고 칭찬해주는 이 옷이 좋은데스」

하고 말했던 것을 떠올린다.

그때는 지기 싫어서 부리는 억지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오히려 아프게 받아들여진다.
생각해보면 바보취급하던 그 촌스러운 옷은 얼룩도 더러움도 없이 언제나 좋은 냄새를 내고 있었다.

자신의 옷은 호화롭긴 했지만 흘린 과자와 침 때문에 때와 똥의 냄새가 절어있었다.
주인이 자신의 옷을 빨아주지 않게 된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차례차례 떠올려가는 기억, 파우치가 빵빵해지도록 채워넣은 별사탕을 으적으적 씹으면서

「료쿠쨩은 가지고있지 않은데스? 료쿠쨩의 노예는 무능해서 불쌍한데스, 데프프」

하고 웃던 자신.

료쿠쨩은 약간 부럽다는 듯이 보였지만

「착하게 있으면 저녁밥의 디저트로 한 알 받는데스. 주인사마에게 「착하다 착해」를 받으면서 먹는 콘페이토는 무척 맛있는데스」

라고 말했다. 하루에 단지 한 알이라는 부분에만 반응해서 비웃던 자신.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말을 하던 료쿠쨩은 무척 행복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주인이 자신이 식사하는 모습을 미소지으며 바라봐주지 않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소리지르는 자신에게 찌푸린 얼굴을 향하며 별사탕이 들어있는 봉투를 가져와서 주루루룩 아무렇게나 접시에 담는다.
침을 흘리며 접시에 코를 박을 때에는 이미 주인은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 등을 생각하면 슬퍼진다.
입 안 가득히 들어있는 별사탕의 달콤함에 비하면 주인의 그런 태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였을텐데도.


거의 머리 위로 올린 손을 사육주와 맞잡고있는 료쿠쨩.
외출할 때에는 실크로 짠 고급 목줄, 그나마도 그것조차 갑갑하다,
이런것으로 와타시를 묶지말라며 물어뜯어 너덜너덜하게 만들던 때의 자신이 보면 웃기지도 않을 정도로 빈티나는 모습이지만
왠지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꼭 붙잡고 있는 저 손은 무척 따쓰해보인다.
사육주도 료쿠쨩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걷고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이 함께 외출해도 자신을 보고있는 일이 없어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욕설을 붙여서 부를 때에만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어기적어기적 다가왔다.

그러던 가운데 자신만 외출하는 일이 많아졌고, 개운하다고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대로 하고, 요구는 전부 통하고, 똥을 던져도 넘어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샌가 주인은 자신을 만지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주인이 자신을 부른 것은 언제였더라.
마지막으로 안아주었던 것은
마지막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은
마지막으로 웃음을 보여준 것은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처량맞다고 바보취급하던 료쿠쨩이 부러워서 참을수 없었다.

이쪽으로 다가오자 알아보기 전에 자리를 피했다.
도와달라며 친분에 매달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금의 처참한 자신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저렇게나 행복해보이는 료쿠쨩에게 직접 이야기가 될 정도로 다가가면 그 눈부심에 비참한 자신이 녹아 없어질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야에서 료쿠쨩이 사라지고 얼마만큼의 시간을 울고있었을까.
주인님에게 사과하자, 하고 실장석은 생각했다.
사과하면 다시 키워줄게 틀림없다, 라는 천박한 속셈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료쿠쨩같은 행복을 자신도 쥘 수 있었던 것
그것을 버린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반성한 것이다.
사과한다 해도 아마 주인은 용서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있다.
그저, 사과하고 싶었다.
태어나서 처음 갖는 기특한 기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실장석은, 자신이 어느샌가 들실장의 무리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버려진 사육실장, 들실장에 있어서는 절호의 노예 겸 식량이다.
이미 체격이 좋은 한 마리가 손을 붕붕 휘두르며 다가가고 있다.

「사과하러 가는데스, 주인님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는데스, 이제 키워주지 않아도 상관없는데스, 얻어맞아도 좋은데스
그러지 않으면 와타시는 정말로 분충인데스」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드는 실장석의 얼굴에 들실장의 주먹이 박힌다.
아무래도 이 실장석도 정말로 분충으로 생애를 마치게 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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