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이 만들어질 때까지
조부에게 물려받은 작은 집 한채와 작은 정원,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콘크리트 벽.
그런 내 집의 툇마루 아래, 비를 피하고있는 실장석을 발견했다.
실장석은 비쩍 말라서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는 머리끝부터 쫄딱 젖어있었다.
추위와 공복 때문인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마치 주거지에서 쫓겨난 난민같은 모습이다.
그런 실장석이 내 모습을 인지하더니, 털을 곤두세우고는 소리높여 위협을 시작한다.
그것은 발정기의 고양이와 식용개구리를 섞은것 같은 탁한 소리였다.
나야말로 실장석을 멀리하고싶은 당사자이지만, 그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실장석은 약하다.
내가 실장석을 포식하는 종류의 생물이었다면 입맛을 다시고 있었을 것이다.
딱히 움직일 기미가 없는 나를 보고는 불안해졌는지, 실장석은 재차 삼차 소리를 지른다.
그것으로 울음소리는 멈춘 모양으로, 그 다음으로는 눈빛과 드러낸 이빨과 잦아드는듯한 으르렁거림에 의지할 뿐이다.
아무리 보아도 몸을 지키는 방법으로서는 믿음직하지가 못하다.
하지만 약한 모습을 보고나면 무심코 도와주게 되는것이 인지상정.
결과적으로 실장석의 뻔한 허세는, 그 몸을 지키게 되었다.
혹시 실장석의 위협이 생각한 대로의 효과를 냈다면, 나는 그 생물을 집에서 신속하게 쫓아냈을 것이다.
집 안에서 전자렌지로 데운 우유접시를 가지고나와 주어보았다.
약해진 동물에는 당연히 따뜻한 우유라는게 법칙이다.
우유를 준비하는 동안, 실장석은 그늘에서 묘하게 얌전히 있었다.
아무래도 나에 대한 위협으로 마지막의 힘을 끌어쓴 모양이다.
하지만 경계의 의사를 거둘 생각은 없는 모양으로, 울음소리는 없지만 험악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있다.
그런 시선 끝에, 따뜻한 우유가 차있는 접시를 슬쩍 내려놓는다.
달콤한 우유의 냄새는 공복에 즉효겠지.
실장석도 그 사례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완된 입가에서 질질 침을 흘린다.
그래도 접시와 나를 비교하는것처럼 시선을 왕복시키는 것이, 경계하던 중이라 솔직하게 접시의 내용물에 달려들지 못하는 모양이다.
잠시 내버려두자.
책을 팔락팔락 넘기길 30분, 다시 툇마루 아래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빈 접시와 숨소리를 내며 자는 실장석의 모습이 있다.
쓰다가 헤어진 수건을 그 몸에 덮어주자 「데스우」하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가슴께에 끌어당기고, 타올의 덩어리를 안는 것처럼 실장석은 규칙적으로 잠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실장석은 툇마루 아래에서 살게 되었다.
나는 하루에 두번, 빈 접시에 먹이를 채워주었다.
식사덕분인지 얼굴과 몸은 단기간에 몰라보게 변했다.
말라서 쭈글쭈글했던 성체의 종이풍선같던 피부가, 희미한 분홍색을 띄면서 몰라보게 팽팽해져 고무공처럼 부풀었다.
의복은 여전히 너덜너덜했지만, 더러움도 지워지고 스스로의 체모와 체액으로 수선이 되어서 왠지 청빈하다고 할만한 모습이 되었다.
쓰다버린 싸리빗자루같던 머리털은, 그 웃기는 손으로 어떤 재주를 부렸는지 수공예품점에 있으면 무심코 손이 가버릴 정도로, 매끈한 털묶음으로 변해있다.
그렇다보니 엉덩이에 깔려있는 수건의 조악함이 눈에 띈다.
수건은 만난 그 날에 준 그대로이고, 돌려받는다거나 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헤진거였지만, 지금 와서는 쓰다 버린 걸레같은 모양이다.
조부가 수작업으로 정원에 만든 연못, 거기에서 의복을 세탁하는 것을 창 너머로 본 적이 있지만, 몸의 청결에도 수건을 쓰는 모양이다.
싸구려 수건은 깔개나 이불, 때수건으로 혹사되어 길게 가질 못할 것이다.
끄트머리부터 올이 풀려서 헤지고있고, 지금이라도 찢어질것 같다.
새로운 수건을 주려고 해도 받아들질 않는다.
식사의 요령으로 툇마루 아래에 놓아둔 채로 떠나보아도, 그대로 방치되어있다.
아무래도 나에게서는 식사 이외의 대접은 받지않을 생각인 모양이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오래된 수건이 찢어지기 전에 새로운 수건을 줄 수 있었다.
원점회귀라고 할만한 방법으로, 자고 있는 동안에 수건을 덮어준다는 것이었지만.
자고 있는 동안에 몸에 닿은 것은 실장석에게서 보자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것인 모양으로, 저항없이 받아들었다.
덕분에 세장의 수건이 툇마루 아래에서 새로이 쓰여지게 되었다.
삼교대로 사용되는 수건이라면 세배 이상으로 오래 가겠지.
이윽고 실장석은 도감에 실려있는 그대로, 빠짐없는 견본이라도 해도 손색없는 모습이 되었다.
그런 실장석이 정원을 뛰노는 모습을 툇마루에서 바라본다.
여기에 오고 처음에는 내 모습을 보면 금방 툇마루 아래의 그늘에 도망가버렸지만, 2개월이나 지나서는 먹을것 주는 사람한테 적개심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모양이다.
하늘하늘 정원을 떠도는 하얀 나비를 쫓아서 실장석은 달린다.
나는 2개월이나 돌보아온 생물에 대해서 아무런 감정도 갖지 못하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한다.
지금까지 머리를 쓰다듬기는 커녕 만진 적 조차 없는 것이다.
놀다가 질린 실장석이 잰 걸음으로 툇마루쪽으로 달려온다.
내 발치에 와서는 입가에 손을 대고는 고개를 기울인다.
요즘들어 자주 눈에 띄는 자세이다.
내버려두니 고개를 숙이고 툇마루 아래의 침상으로 돌아간다.
아무래도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애완동물로서 나에게 어필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실장석을 감상동물 이상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없다.
그것은 수조에서 키우는 물고기같은 것으로, 안아주거나 쓰다듬는 것은 물론, 이불에서 함께 잔다든가 하는 것이 아니다.
정원에 잡초가 눈에 띄게 되었다.
아무래도 지면을 파서 배설하고 다시 흙으로 덮는 실장석의 생활습관에 의한 부산물인 모양이다.
파헤쳐져 부드러워진 토양과 뿌리부근의 풍부한 양분으로 잡초는 기세좋게 초장을 높일수 있었던것 같다.
목장갑을 끼고 허리를 굽혀 파릇파릇한 풀을 뽑아서 쓰레기봉투에 담고, 쓰레기 내놓는 날에 내놓는다.
헐벗은 비옥한 토양이지만, 내버려두면 잡초만이 무성할것이다.
그래서 마트의 원예코너에서 몇봉지인가의 종자를 적당히 골라서 정원에 뿌리기로 했다.
결국은 잡초로 뒤덮이겠지만, 색이 섞이면 그나마 낫겠지.
일을 끝내고 집에서 쉬고있으니 정원에서 「짹짹」이라든가 「데스데스우」라든가 하면서 활기찬 소리가 난다.
밖을 보니 뿌린 씨앗에 새들이 몰려들고, 그것을 실장석이 쫓아내고 있다.
실장석이라는 것은 보는바 대로 둔중하고, 땅바닥을 뛰는 참새를 따라가는 것 조차 만만치않다.
하물며 날개짓을 하면 순식간에 머리위로 날아가버리는 새의 앞에서라면 말할것도 없다.
그래도 어께에 참새가 쉬어가는 허수아비 보다는 도움이 되겠지.
아무쪼록 뿌린 씨앗에서 한 톨이라도 영글면 좋겠지만, 기대는 하지않도록 하자.
또다시 잡초가 무성해질 무렵, 눈이 아플 정도로 녹색이 된 잡초에 섞여서 확연히 종류가 다른, 부드러운 줄기와 색을 가진 꽃봉오리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씨를 뿌린 성과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듯하다.
잡초의 그늘에 가려서 알아채지 못했지만, 세 봉지의 씨앗의 절반 이하라고 해도 꽤 많은 숫자이다.
과연 무사히 개화할수 있을까.
잡초 그늘에 있어서는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겠지만.
무거운 허리를 들어서 다시 잡초를 뽑는다.
실장석은 타박타박 옆에 다가와서는 내 손을 바라본다.
그렇게 잠시동안, 실장석의 감시 하에서 풀을 뽑는다.
용케도 질리지도 않고 이 단순작업을 바라보는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을 크게뜨고 하늘을 우러르더니 탁 하고 손을 마주친다.
뭔가 알아챈 모양이다.
실장석은 내 옆에 쭈그려 앉아서는 같은 모양으로 풀을 손으로 쥐고 뽑기 시작했다.
뿌리 깊은 풀을 뽑는 것은 어른이라도 꽤 힘든 작업이다.
힘없는 실장석이라면 흉내내보아도 이파리만 찢어질 뿐이다.
그 중에는 날카로운 풀도 있고, 연약한 실장석의 피부는 베인상처가 난다.
실장석은 비명을 올리더니 손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적과 녹의 액체를 보고 상처를 짧은 혀로 페로페로 핥는다.
액체가 없어진 자국에는 희미한 붉은 선만이 남았다.
플라나리아도 두 손 들만한 편리한 몸이네, 이녀석으로 두꺼비기름 연고라도 만들어팔면 한몫 잡을수 있지않을까.
물론 실장석을 아무도 모르는 시대라면 그렇겠지만.
지루한 단순작업 속에서, 칼로 썰린 실장석이 작업자들에 둘러싸여서 연고가 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귓가에서 까부는 실장석의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어느샌가 손을 멈추고 머리속에서 떠올린 광경에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너무 얼굴이 가까이 있어서 흠칫 뒤로 물러선다.
일어선 나에게 실장석에게 자랑스럽게 들어올려서 보여주는 것은, 솜털같은 뿌리가 드러난 연녹색의 새싹이었다.
얼마간의 싹은 남았고, 쑥쑥 자라서 잎을 펼치고 꽃봉오리를 키워서, 개화의 시기가 되었다.
씨앗의 봉투는 버려버렸기에 이 꽃을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른다.
정원에 뿌린 씨앗에서 꽃을 피운 것은 세 포기였다.
그 씨앗의 꽃은 뿌렸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정원의 흙에서 비와 햇빛을 받으며 방치되어도 땅에 뿌리를 뻗고 줄기를 키우는 강건한 품종인 모양이다.
강건함의 대가로 화려함은 부족하지만, 꽃은 꽃이다.
다시 자라난 잡초의 융단에 조촐한 색채를 더한다.
그리고 그런 정원의 꽃 덕분에 실장석은 당연하다는 듯이 임신했다.
실장석의 생태에 관한 지식은 이제와서야 얻어들은 것이지만, 꽤나 어이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처음에는 임신했다는 생각도 못하고 영양과다에 의한 내장비만이나 변비에 의한 가스파열의 징후, 기생충의 이상증식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원래부터 임산부처럼 불룩한 배를 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
꽃이 질 무렵, 개구리같은 배를 안은 정원의 임산부는, 연못가에 얕은 구멍을 팠다.
거기에 물을 넣어서 물웅덩이나 진흙탕이라고 할만한 것을 만들었다.
연못가는 돌로 둘러져있기에 도랑을 파서 연못에서 직접 물을 끌어들일 수는 없는 모양이다.
실장석은 수면에 팔을 넣고는 노처럼 물을 쳐올려서 얕은 고랑에 뿌린다.
임신중임에도 기묘한 물장난을 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아무래도 이건 실장석의 본능에서 나오는 필연일 것이다.
실장석의 출산에는 연약한 영아를 받아낼 얕은 물이나 부드러운 쿠션이 불가결한 모양이다.
말하자면, 실장석의 출산이 다가왔다는 것이다.
실장석은 세마리의 아이를 낳았다.
두마리는 어미 실장석을 그대로 10분의 1로 축소한듯한 아이 실장석, 말하자면 자실장이었다.
그리고 또 한마리는, 이녀석은 다른 아이보다 한층 작아서였는지, 모체에서 퐁 하고 떨어져서는 물웅덩이에서 튕겨서 연못에 들어가버렸다.
그대로 가라앉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물보다 비중이 가벼워서인지 둥둥 떠있게 되었다.
모친은 그것도 모르고 가랑이 아래에서 테치테치 하며 산성을 올리는 아이들의 점막을 핥아주었다.
그것이 끝나고나서야 수면에 떠서 작은 소리를 올리는 또 한마리의 아이의 존재를 알아챘다.
정원 가득히 울리는 비명, 아이들도 그 체격에 맞추어서 모친의 비명에 합주를 더한다.
실장석은 서둘러서 연못에 뛰어든다.
흘수선은 실장석의 입보다 약간 아래,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눈동자를 내려서 아이를 구하려 물을 헤치며 나아간다.
하지만 실장석 자신이 만드는 파도때문에 자실장은 앞으로 나갈때마다 멀어진다.
연못가에 다다른 자실장을 드디어 잡아챈것은 30분이나 지났을 때였다.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물웅덩이에서 흙인형처럼 되어서 울어제끼고있다.
아직 젖도 주지 못한 것이다.
실장석은 옷자락을 걷어올리고 가슴을 내어 아이들이 마시게 하면서 건져낸 아이의 점막을 핥기 시작했다.
두마리가 만족하고는 편안한 숨소리를 내며 잠들기 시작했지만 막내의 막은 떼어내지 못했다.
시간의 경과와 함께 자실장의 전신을 덮은 점막이 고착한 것으로, 말하자면 저실장이라고 하는 것이리라.
그런 저실장은 스스로의 불운도 모르고 어미의 혀놀림에 간지러운듯이 몸을 뒤틀었다.
실장석이 드디어 출산의 불상사를 인정하고, 그 증거를 때려치운 것은, 해가 넘어가는 때였다.
저실장은 흰눈을 까뒤집고 꼬리를 흠칫흠칫 경직시키면서 뒤집어져서 스스로 움직이려고 하지않았다.
태어나자마자의 물놀이와 장시간에 걸친 간지럽힘에 의한 피로, 아직 젖도 먹지못한 공복에 의해 죽기직전인 모양이다.
이렇게해서 정원에는 한마리의 실장석과 두마리의 자실장,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은 한마리의 저실장이라는 구성의 일가가 살게 되었다.
실장석의 출산극은 꽤나 재미있는 볼거리였지만, 본인으로서는 자식의 탄생을 기뻐할 겨를도 없는 피로곤비한 몸이다.
휘청휘청하는 발걸음으로 진흙투성이인 채로 웅덩이에 남겨진 아이들을 툇마루 아래에 놓인 수건 위로 옮기고, 자신도 툇마루 아래에 깔아둔 침상에 돌아가려고 한다.
그때, 실장석은 툇마루에 앉아서 시종일관 보고있던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 주위의 근육이 당겨지고, 입가가 떨리고있다.
그 표정은 만났던 때의 실장석을 방불케한다.
그 실장석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세 아이의 어미이다.
그러고보니 그 때에는 내 모습을 볼때마다 툇마루 아래로 달려갔던가.
생각해보면 많이 컸구나.
더 이상 클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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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실장석에 대한 흥미는 급격하게 옅어졌다.
자실장의 성장은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어미의 그것의 재현에 불과하다.
내 관심은 저실장 한마리에 집중되게 되었다.
기형개체인 저실장은 몸만이 아니고 어미까지 이상해진 모양으로, 다른 두마리의 자실장에 비해서 명백하게 지능이 모자랐다.
두마리가 손으로 먹이를 먹게 되었어도 저실장은 어미의 입으로 씹어서 부순 유동식만 입에 댔다.
두마리가 어미를 따라 정원에 판 구멍에 배설하게 되었는데도 한마리만은 계속 먹자마자 그자리에서 배설을 하고, 자신의 똥에서 구르면서 환성을 올린다.
친자가 사이좋게 정원에서 노는 동안에도 한마리만은 마찬가지로 데굴데굴 구르면서 레후레후 울고있다.
두마리가 어미의 가슴정도의 키가 되었어도, 저실장은 이제야 주먹 정도 크기일 뿐이었다.
여기까지 키운 저실장이지만, 체중의 증가와 선천적인 장해에 의해, 보행에 지장이 생기게 되었다.
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복부가 땅에 쓸려서 찢어지는 것이다.
그것도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으로, 어미가 알아채지 않았더라면 배 안의 것을 정원에 쏟아낼뻔 했다.
몸과 머리만이 아니라, 신경까지도 발육이 정체된 모양이다.
그때부터 저실장은 수건으로 둘러싸서 어미가 짊어지고 생활하게 되었다.
이렇게해서 나는 저실장에 대한 흥미도 잃었다.
변화가 적은 조용한 나날 속에서, 나는 실장석들을 잊어버리곤 했다.
수건을 갈아주는것은 물론, 빈 접시를 채워주는 것 조차도.
오랫만에 유리문을 열어 정원에 가보니 잡초가 무성한 정원이 있었고, 펌프가 고장난 연못은 실장석의 똥 같은 녹조로 물들어있다.
그리고 키가 큰 잡초 속에서 네발로 기면서 움직이고 있는 세마리의 모습.
단백질원이 될 벌레라도 찾고있는 것일까.
어미도 아이도 이젠 체구가 차이가 나질 않아서 구별이 가질 않는다.
마르지는 않았지만 피부는 지저분한 황토색으로 변색되어있다.
의복은 더러운 얼룩이 무수히 묻어, 벌레먹은 자국같다.
그리고 풀사이에서 흔들리는 등짝 어디에도 저실장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집 담장의 문은 밀면 열리는 것으로, 도망치려고 하면 언제라도 이 정원에서 도망칠수 있을 것이다.
이쪽으로서도 먹을것 주는걸 빼먹고있었으니 불만을 말할 처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여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길거리나 공원이라고 하는 것은 여기 이상으로 살기 힘든 장소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밖에서 여기에 도망쳐들어오는 녀석도 있을수 있겠지.
밤이슬을 막아주는 툇마루가 있고, 외적을 막아주는 굳건한 콘크리트 담장도 있다.
거기에 더하여 먹을것도 나와준다면 천국같은 기분이겠지.
먹을 것은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여기는 낙원같다는 생각으로 있는건지도 모른다.
여름방학으로 집으로 돌아갔을 때, 가족회의에서 조부가 남겨준 집을 처분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구획정리로 파격적인 값을 쳐준다는 모양이다.
어째서 현 소유주인 내가 아닌 집에 이야기가 날아갔는지는 석연지 않지만, 분명히 상속세의 출처라든가 하는거겠지.
그 집의 소유주가 진짜 내가 맞는가 하는가도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나로서는 손도 까딱않고 그 값의 절반이나 받게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반대할 이유도 없었다.
절반이라고 해도 본적도 없는 큰 돈이다.
부모님 등골을 빨아먹는 방탕한 학생따위에게는 나머지 절반을 가져간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여지도 없다.
정리해서 들고나올 짐의 창고에 불과하게 된 내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1개월이 지나있었다.
빠르면 다다음달에는 철거해서 평지로 만들 장소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소 감상에 젖게된다.
집을 바라보면서 현관에서 정원을 지나는 도중, 여기가 실장석들의 주거라는 것을 2주만에 떠올린다.
실장석 애호가인 친구가 실장링갈을 떠맡겨서 그때에 문득 실장석이 정원에 있었는데 하고 머리에 스쳐지나간 것이 2주 전의 일이었다.
정원에는 야성미가 넘치는 세마리의 실장석이 있다.
누더기를 걸치고 머리를 흩뜨린 그 모습에 가벼운 데자뷰를 느낀다.
그것들이 발치에 모여들어서는 손을 들어올리며 데스데스데스데스 외치기 시작한다.
받았던 실장링갈은 만보계 정도의 크기로, 받아들었을 때 그대로 라이터와 맥가이버칼과 함께 건빵주머니에 들어있다.
이런 자리에서 쓰지 않을, 호기심이 결핍한 인간이 과연 있기나 할까.
링갈 자체에는 표시기능도 스피커도 없었다.
그저 검은 플라스틱 상자에 상품명과 마이크같은 구멍, 스위치, 다이오드, 측면에 튀어나온 범용단자가 있었다.
휴대전화의 확장단자에 꽂아넣고 스위치를 넣는다.
그러자 휴대전화는 부착된 링갈을 인식하고 해당 어플을 자동으로 다운로드했다.
겨우 2초.
화면이 변환되면서 실장링갈의 조작메뉴가 나타난다.
메뉴에는 [번역][이력][기능]이라고 써있기에 번역을 골라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화면이 하얗게 되더니 하단에 [통화버튼을 누르면 번역개시!]하고 가이드가 뜬다.
나는 가이드를 따랐다.
『드디어 나타난데스 닝겐!』
『얼마나 기다리게하는데스 바보닝겐!』
『사과를 하는데스! 도게자하는데스!』
하얀 화면에 차례차례 글자가 채워진다.
작은 화면이라 따라가는게 솔직히 힘들다.
『뭘 멍하니 서있는데스, 와타시의 말이 들리지않는데스!?』
『바보같은 닝겐에게는 와타시들의 말이 어려워서 이해되지 못하는지도 모르는데스』
『그러면 실력행사인데스, 몸으로 가르쳐주는데스!』
발을 때렸다. 아프지는 않다.
고양이의 꼬리에 맞은것같은, 있는지 없는지 모를 감촉.
링갈을 통하니 나름대로 알고있을 터였던 실장석이 첫대면처럼 생각된다.
나는 실장석이라는 것이 이렇게 입이 더러울줄은 몰랐던 것이다.
『뎃픗픗프, 보는데스, 울 것 같은데스』
『너무 괴롭히면 운치 흘리면서 도망가버리는데스요』
『그건 곤란한데스, 아직 공물을 받지못한데스』
공물이라고 해도, 주머니에는 실장석이 기뻐할만한 것은 없다. 집안에는 뭔가 있을지도.
꾀죄죄한 먹이접시를 툇마루 아래에서 꺼내서 가지고있던 실장석전용 펫푸드를 담는다.
마트에서 산, 가장 싼 전용사료이다.
펫푸드의 봉투에는 【실장석 이외의 동물에는 절대로 주지 말아주십시오】라고 주의문이 붙어있다.
녹색 펠릿의 성분 중에서 5할은 실장석의 체취와 배설물의 냄새를 중화하는 탈취제인 모양이다.
실장석 이외의 동물에게는 분명히 독이겠지.
『고귀한 와타시에게 이런 맛없는 것을 내놓다니, 머리가 안돌아가는 종놈인데스』
『콘페이토가 좋은데스, 이건 조금도 달지않은데스』
『이번은 용서해주는데스, 다음에도 이런 맛없는 것을 내놓으면 울때까지 철권제재인데스』
서로 밀치면서 먹이접시의 내용물에 달려드는 세마리를 내버려두고, 나는 정원을 걸었다.
1개월 사이에, 실장석들의 행실은 악화일로를 걸었고, 정원은 무참한 모습으로 변했다.
밖에서 주워온듯한 음식물쓰레기와 고물이 흩어져있고, 거기에 말라버린 똥이 붙어있다.
여름의 더위로 부패가 진행되어 미적지근한 바람이 불면 쉰내가 올라온다.
연못방향은 특히 심해서, 뭐가 있는지 코를 쥐지않고는 걸을수가 없다.
물이 고갈된 연못은 녹색으로 끈적거리는 거름구덩이로 변해있었다.
거기에는 실장석같은 것이 세마리 있다.
무심코 먹이접시에 달려들던 세마리와 비교하게 된다.
거름구덩이의 실장석에는 옷도 머리도 귀도 없었다.
눈은 신선도가 안좋은 생선처럼 흐릿하고, 비위생적인 환경과 발효열 때문인지 얼룩 투성이인 피부는 화상을 입은것처럼 짓물러있다.
반쯤 열린 입에서는 「데ー」하고 억양없는 소리를 흘리고있지만 링갈은 반응이 없었다.
독라의 실장석은 가장자리를 향해서 연동운동을 하고있다.
이 구덩이에서 도망치려는 모양이지만, 거름에서 어깨를 내놓자 몸이 미끄러져서 머리부터 처박힌다.
흘낏 보니 어깨뿌리에 있어야할 팔 같은 것이 없고, 표피가 덮인 심한 상처자국이 남아있을 뿐이다.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되어 거름구덩이의 표면에서 떠오르게 된 허리 아래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은 거대한 구더기 그 자체로, 머리털도 옷도 없으니 저실장조차도 아니었다.
어느새 식사를 끝내고 발치에 모인 실장석들도, 여기에 비하면 충분히 멀쩡해보인다.
세마리는 세마리의 구더기를 내려다보며, 배를 쓸어내리며 데프프 하고 웃는다.
『자비심 깊은 와타시는 분충들에게도 나누어주는데스』
『분충에는 고귀한 와타시의 똥도 아까운데스』
『닝겐, 와타시의 상냥함에 반하지마는데스요!』
가장 앞에 있던 실장석이 팟 하고 나를 향해서 한 손을 올린다.
세마리는 느릿느릿 거름구덩이를 향해서 엉덩이를 까더니 배설구에서 기세좋게 똥을 뿌린다.
브리브리 하면서 얼굴에 똥을 뒤집어쓴 구더기들은 반쯤 열린 입을 닫지도 않고 그저 꿈뻑꿈뻑 하며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실장석의 배설이 끝나자 구더기들은 멍한 얼굴로 연못가로의 등반을 재개했다.
『은혜도 모르는 녀석들인데스, 조금은 감사를 보이는데스』
실장석 한마리가 구더기 한마리에게 돌을 던졌다.
구더기는 이마의 아픔에 머리를 비튼다.
굴욕보다는 아픔쪽에 민감한 모양이다.
『오마에도, 오마에도, 바보같은 얼굴 집어치우고 닝겐 앞에서 와타시의 상냥함과 아름다움을 칭찬하는데스!』
나머지 두마리도 가세해서 돌을 던진다.
비처럼 쏟아지는 돌맹이에 구더기들의 얼굴에 지각 같은 것이 돌아온다.
치욕이라면 몰라도 고통에는 정신을 차릴 정도로 민감한 모양이다.
묵직하게 덮여있던 눈꺼풀이 열리고, 머리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한마리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당장 절규를 올렸다.
놀란 실장석들은 투석을 멈추었다.
비명을 올린 한마리에 호응해서 두마리도 나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면서 목이 찢어져라 외친다.
여기에서도 아직, 링갈은 무반응이었다.
나는 저실장이 연못에 떨어졌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구더기가 하는 말에 따르면, 세마리의 실장석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여기에 들어온 들실장이고, 세마리의 구더기가 이 정원의 원주민인 모양이다.
희미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던, 황폐해진 정원과 억지부리는 실장석들에 대한 위화감도 납득이 갔다.
원주민인 실장석들은 내가 없는 동안, 지금에 이르는 경위를 나에게 설명했다.
실장석의 끊임없는 울음소리를 배경음으로 문장화되는 그것을 읽는 것은 속독의 재주가 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세부사항은 아니라도 대충의 일은 이해할수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들어온 세마리의 들실장에 대해서 실장석 친자는 주인에게 맡겨진 정원을 지키기위해 싸웠다.
그러나 풀뿌리와 이슬과 벌레 따위로 허기를 견디던 몸으로 맞서야 하는 상대는, 바깥세계의 부족한 식량을 싸워 얻어내면서 여기까지 살아온, 백전연마의 야생이었다.
승부는 육식동물 대 초식동물같은 모양이었고,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친자는 옷은 물론 몸에 나온 크고작은 돌기라는 돌기는 죄다 뜯겨나간 후 말라버린 연못바닥에 던져졌다.
그리고 들실장은 그 정원을 거점으로 하여 생활을 시작했고, 친자는 분뇨처리기로 살려둬지고 있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실장석은 가열찬 탄압을 받으면서도 모습이 보이지않는 주인에 대한 충성을 간직했다는 미담이다.
친자가 모두 나를 주인으로 인정하고 있었다는것도 몰랐지만.
어미는 몰라도 그 아이는 지금까지 먹이는 커녕 접촉조차 없었다.
우직한 어미의 생각에 감화된, 미담의 피해자라고 할 것이다.
한 장수가 세운 공에 만명의 뼈가 마른다던 그거다.(一將功城萬骨枯)
이러니까 가족이 광신을 가지고있으면 무섭다는 거겠지.
그러한 미담은 남의 일이라면 몰라도 나한테 일어나서야 감동이고 뭐고 없는 모양이다.
미담이라는건 쓸데없는 것은 생략하고 남에게서 들을때에야 미담인 것처럼.
실장석이 이야기하는 동안, 들실장들은 기죽지도않고 입을 모아서 나오지도 않는 휘파람의 흉내를 내거나 이쪽을 향해 입에 손을 대고 고개를 기울여 아양을 떤다든가, 드러누워 배설구를 후비거나 하고있다.
『뭐, 지나버린 일은 상관없는데스』
『이런 분충에 상관할것 없는데스, 와타시만 봐주는데스』
『뎃스응, 그런것보다 오나니ー데스응』
실장석의 호소에 대한, 들실장의 대답.
판결을 기다리는 것처럼 여섯쌍의 눈이 나를 주시한다.
이사를 결정하기 전이었다면 정원을 더럽힌 장본인인 들실장에 대해 분노를 느꼈겠지만, 여기를 떠날 몸이라 집안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좋을대로 하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실장석들에 대해서는 애수와 불운을 애도할 뿐.
들실장에 대한 보복을 부르짖어도, 이런 결말도 있게 마련이지 하고 납득하는 방치이다.
죄가 있다면 나에게도 있다.
벌을 내린다면 그 손으로 내리면 된다.
나는 방관자에 불과하고, 판사의 흉내따위는 낼 생각 없다.
어께를 수그리고 떠날 뿐.
하지만 짐을 정리하러 집에 들어가려고 할때, 실장석은 울어제끼고 들실장은 엉겨붙어서 시끄럽게 되었다.
이미 새 집의 수속도 끝났으니 이사의 준비로 여기에 머무는 것도 며칠뿐이겠지만, 여기에서 실장석때문에 골치아프게 되는것은 사양이다.
떠나는 새는 뒤를 흐트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정원의 오염원을 내버려두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정원도구가 들어있는 작은 창고에서 삽을 꺼내들고, 달콤한 냄새가 나는 사탕을 미끼로 들실장을 유도한다.
거름구덩이의 주변에 도착해서는 사탕을 던진다.
들실장들은 그 궤적을 눈으로 쫓았고, 사탕은 그들을 지나쳐 거름구덩이 안에 떨어졌다.
들실장들이 등을 돌리고 사탕이 가는 곳을 주시하고 있는 동안, 무방비한 목덜미를 삽 끝으로 한방씩 찔렀다.
「데퍗」
「데븃」
「데뵷」
뼈를 자른다는 감촉도 없을 정도로, 녹슨 삽날 끝은 상상 이상으로 예리했다.
들실장들의 머리는 차례로 몸통에서 떨어져 그 시선이 가고있던 쪽으로 굴러 떨어진다.
무슨일인지 이해하지 못한채로, 들실장들의 머리는 철퍽 하고 스스로의 배설물에 싸여서 두리번거리며 눈동자를 움직인다.
그 머리위에 목 없는 몸이 무너져내리고, 머리통을 똥구덩이의 바닥에 매장하는 누름돌의 역할을 수행했다.
구더기 실장석들은 갈채를 올리며 상찬의 눈초리를 보낸다.
기슭을 올라와서 몸을 꿈틀거리며 내 발 아래로 쇄도해온다.
그 얼굴들도 삽으로 때려서 부순다.
실장석은 비명도 올리지못하고, 부서진 육친의 고깃조각을 뒤집어쓰면서 마지막까지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사의 준비는 금방 끝났고, 가구와 짐은 운송업자의 트럭에 실어 보냈다.
남은 것은 몸만 새 집으로 옮기는 것 뿐.
그렇게하면 여기는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센티멘탈해지기도 한다.
넓어진 바닥, 가구에 가려져있던 벽, 낮은 천정, 왠지 묘하게 쓸쓸하다.
텅 빈 방이 쓸쓸한건지, 헤어지는것이 쓸쓸한건지, 도통 판별이 되질 않는다.
—레후, 레후레후
정원에서 실장석의 것 같은 작은 울음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고 둘러보아도 정원에서 움직이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정원의 풍경도 황량한 것이다.
연못이 있던 곳은 말라서 굳어버린 실장석의 배설물과 사체로 메워져있다.
실장석이 생전에 남긴 똥의 악취도, 처음에는 강렬했지만 다음날에는 거짓말처럼 사라져있었다.
실장석 자신의 사체도 부패하지않고, 미이라처럼 비쩍 마르더니 너덜너덜한 흙덩이같은것이 되고, 건드려보니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들실장이 들고온 쓰레기를 청소하고나니 실장석이 존재했던 흔적은 놀랄정도로 적었다.
비어버린 방 만이 아니라, 실장석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쓸쓸함의 요인인지도 모른다.
그 연약하고 작은 인간모양을 부수는 황홀을 맛보고 약간 중독된것인지도 모른다.
마약의 환각처럼, 지금도 생각하면 꿈이나 환상 속에서 있었던 일처럼 생각된다.
그 맛을 못 잊어서, 실장석의 피를 보러 공원에 드나드는 일당에 가세하는 것도 시간 문제가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무기는 역시 삽이 좋겠다.
언젠가 군납용품점에서 본, 접이식 삽이 적당하겠지.
휴대성은 물론, 전용의 주머니도 있어서 보기도 좋다.
그것을 한손에 들고, 공원의 덤불로 도망치는 실장석을 좇는다…… 상상만 해도 바보같다.
나같은 심약한 인간은, 어두운 욕망을 방 안에서 밖에 내놓지 못하는 것이다.
——레후, 레후레후
또 다시 실장석의 목소리, 녀석들의 유령이라도 있는건가.
아니면 본격적으로 중독이 되기라도 한건가.
다시 정원을 둘러보니, 연못의 흔적인 파묻은 지면의 일부가 일어나면서 꿈틀꿈틀 움직인다.
가까이가보니, 허방다리가 무너지는 순간처럼 지면에 작은 구멍이 뚫리고 거기에서 실장석이 얼굴을 내민다.
「렛레후ー」
소리를 지르고 기어나온 그것은, 햇살 아래에 온몸을 드러낸다.
손발이 퇴화하여 기는것밖에 할수없는, 반푼이 저실장이다.
재가 쌓인것같은 부드러운 흙바닥 위에서, 기어간 후에는 바퀴자국같은 흔적이 남는다.
여기에서는 부드러운 저실장의 배도 상처입지 않는다.
잠시 빙글빙글 돌던 저실장이 그리는 원이 커지면서, 내 발치에 부딛혔다.
그 장애물을 넘으려고 할때, 그 멍텅구리는 나를 알아챘다.
「레후레후, 레후레후」
울음소리에 실장링갈을 쓴다.
『……닝겐상이 있는레후, 닝겐상은 주인님인레후?』
나는 비슷한거라고 대답한다.
『레후ー, 그렇다면 여기는 낙원인레후, 마마가 말했던레후
주인님과 함께 있으면 거기가 낙원인레후
주인님은 언제나 우지쨩들을 지켜봐주는레후』
나는 저실장이 어디에서 온건지 물어보았다.
『우지쨩은 마마와 오네쨩들과 낙원에 있었던레후.
밥이 없어지고나서 우지쨩은 계속 마마 안에 있었던레후.
처음에는 운치를 먹고 운치를 싸고 했는데, 졸리게 된레후.
일어나보니 배가 꼬르륵한레후, 어두운레후, 마마도 오네쨩도 없는레후.
우지쨩 싫어싫어한레후, 싫어싫어하니까 밝아진레후
그렇게하니 거기가 낙원이었던레후, 그래도 마마도 오네쨩도 없는레후』
저실장은 그렇게 말했다.
저실장의 모습이 보이지않은것은, 모체회귀나 동면 같은것인 모양이다.
육아방기나 동족식으로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캥거루 비슷한 재주를 부린 것이다.
또는 저실장이 잠결에 어미의 배에 침입한 것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덕분에 들실장의 습격에도 상처없이 살아남았고, 흙덩이가 된 어미의 사체에서 살아서 탈출할수 있었다.
태생이 불행했던 만큼, 살아남는다는 운에는 좋았던듯 하다.
『레후레후ー, 배가 꼬르륵하는레후, 꼬르륵해서 운치도 안나오는레후, 밥이 먹고싶은레후
마마는 어디 간레후?
밥을 먹여주길 바라는레후, 배 빵빵하게 해서 잔뜩 운치하고싶은레후』
나는 다시 물어보았다. 어미가 있는 곳에 가고싶으냐, 아니면 낙원에 있고싶으냐 하고.
『레후ー, 마마는 마마가 없어진다해도 낙원에 있으면 언제나 행복해진다고 말한레후
행복이라는건 주인님과 함께 있는것이라고 말한레후
그래도 우지쨩은 작으니까 잘 모르는레후, 커지게되면 알게된다고 마마가 말했던레후
마마가 한 말을 지켜서 착한아이로 있으면 커지는레후
우지쨩은 착한아이니까 마마가 한 말대로 하는레후
우지쨩은 주인님과 함께 있는레후』
이렇게해서, 나는 새 집에서 저실장과 지내게 되었다.
임대아파트의 6층, 세 방 중에서 하나인 창문이 없고 낮에도 어두운 장소.
저실장의 어미가 말한 낙원의 정의로 비추어보자면, 거기는 분명히 낙원이다.
나는 거기에서 저실장으로부터 실장석이라는 것의 저항할수 없는 매력을 배우고, 그 심연에 빠져들었다.
저실장에게 꽃가루를 주어서 출산해라 늘어나라 하고 재촉했다.
새로운 피의 필요를 인정해서, 공원에서 선정한 건강한 실장석도 여기에 불러들였다.
그들이 낙원에 한발짝 들였을때의 표정은 볼만한 것이었다.
한마리의 실장석이 방랑 끝에서 겨우 찾아낸 낙원, 그 혈족은 후대까지 낙원에서 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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