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가 힘들고 무엇보다도 외롭고 해서 서로 말이 통하는 유일한 동물인 실장석을 기르기로 했다.
그 작은 모습이 꽤 그럴듯해서 날개를 붙여주면 천사같지 않을까 생각하여 자실장 '초록이'가 자고 있는 사이에귀찮아서 버리지 않은 오리털 파카의 깃털 한줌으로 만든 자실장이 맬 정도의 크기의 날개를 머릿맡에 선물했다.
그러고서 몰래 숨어서 초록이가 깬 뒤의 귀여울 반응을 엿보기로 했다.
얼마지 않아 눈을 비비며 "테츄..." 하며 일어나는 초록이. 머리맡에 분명 자기 전에는 없었던 무언가에 크게 놀랐으나
부드럽고 푹신푹신해 보이는 하얀 날개모양의 그것에 금세 관심을 보이고 곧 어깨에 맨 뒤 깡충거리며 뛰어다닌다.
링갈을 보니 "와타시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던 테치!" "스테끼와 콘페이토를 먹어야 하는 사명이 있는 테치!" 라며 매우 기뻐한다.
그렇게까지 기뻐해 주면 오히려 내 쪽이 쑥스러우면서도 솔직히 기쁘다.
이제 슬슬 초록이에게 인사를 한다.
“초록아. 일어났구나. 어라? 못 본 사이에 예쁜 날개가 생겼구나!”
“이건 없다가 생긴 게 아닌 테치! 와타시는 원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던 테치!”
“허허 그랬구나. 어쨌든 자, 여기 푸드 먹어라.”
“테챠! 와타시는 하늘에서 내려온 테챠! 최소한 구름 같은 솜사탕씨가 아니면 이런 저급한 것은 못 먹는 테치!”
“음. 이건 좀 그런데;”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방방 뛰는 초록이가 한편으로는 쪼금 얄미워서 괴롭혀주고 싶었다.
“정말 니가 천사라면 너의 힘을 보여줘. 그러면 너에게 맞는 고귀한 대우를 해줄게!”
“고... 고귀한 대우 테치?!!! 아와아와 목욕에 핑크핑크 드레스에 밤 시중 닝겐 노예 3마리를 매일매일 새로 주는 그런 대우인 테치?!!!”
“추악하구나. 어쨌든 니가 천사란 걸 증명만 한다면야 못할 것도 없지~”
“알겠는 테치! 어차피 결과는 당연히 오마에가 와타시에게 무릎 꿇는 것인 테치!”
“좋아! 뭐 길게 말할 것도 없고, 천사라면 당연 인간의 손에 다치거나 하지 않겠지? 한 번 보자!”
“테에에?!!”
당장 날개를 뜯어내고 옷을 찢는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으나 나도 모르게 머리카락까지 뜯어냈다. 쪼끔 얄미운 마음에 힘이 들어갔나 보다. 어쩔 수 없지 뭐.
“테? 테에에?”
초록이가 눈앞에 처참히 찢기고 뜯겨진 옷과 머리털을 집는다.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일까. 마치 남일처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그것도 아니면 이미 붕괴 직전의 마지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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