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거짓말, 가질 수 있는 행복


친구 토시아키는 전문 브리더이다. 정확히는 이제 막 전문 브리더가 된 참이다.
어엿한 전문가가 된 기념으로 나에게 그의 첫 정식 훈육 실장을 선물로 주었다.


실장석이란 게 싫지는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던지라 내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친구의 의미 있는 선물이다. 일단 받아두기로 한다.


"테에! 안녕하신 테치! 앞으로 쭈인님을 정성껏 모시는 테치!"

"그래봤자 실장석 이겠지만~"

"테에..."


토시아키의 짓궂은 소신 발언으로 자실장은 의기소침해진다. 위로도 할 겸 이름을 지어주기로 한다.

흔해빠진 '미도리'라는 이름을 받고 세상을 가진 듯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거절하기가 좀 그래서 키우기로 결정한 내 마음을 무언가가 짓누른다.


'그래도 키우기로 했으니 끝까지 잘 키워야지.'


가벼운 마음으로 분양받은 것을 변명하듯 다짐을 하며 반성한다.


며칠 뒤 서로의 신뢰가 점점 쌓여갈 때쯤 미도리는 매우 고민하는 표정과 몸짓을 하며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쭈인님... 부탁이 있는 테치..."

"부탁? 뭔데? 참 잘했테치 콘페이토가 먹고 싶은 거야? 그럴려면 테치 도장 5장 받아야 된다고 했잖아."

"그게 아닌 테치... 그게 테치..."


땀을 뻘뻘 흘리며 고민하는 미도리. 매우 불안한 예감이 들고 예감이 의심으로 바뀔 때


"자를 가지고 싶은 테치..."


저질러 버렸다.

나는 곧바로 토시아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말로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분명 엄선해서 훈육을 해서 나온 건데... 미안. 바로 바꿔줄게."


일단 내가 한 번 알아보겠다고 했다. 실장석 훈육 과정은 매우 거칠고 토시아키가 아무리 초짜 브리더라고 해도 난이도가 극악이라는 훈육사 시험을 통과했다.

애초에 그런 훈육을 견디고 살아남을 지능이라면 이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집에 온지 한 달도 안된, 아직 자실장인 때에, 목숨이 아깝지 않은 이상.


토시아키를 믿는다면 미도리가 목숨을 걸고 부탁을 해온 것이거나 미쳐버린 거겠지.


"미도리. 왜 그런 얘기를 하니? 토시아키한테 다 배웠다면서."

"물론 알고 있는 테치... 하지만 그래도 너무나 갖고 싶은 테치... 이상한 테치...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몸이 자꾸자꾸 말하라고 하는 테치이..."

"몸이 말하라고 했다고? 혹시..."





다음 날 우린 실장 병원에 왔다.

자를 갖고 싶은 본능.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죽을 것을 알면서도 부탁한다는 건 이미 목숨이 달려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최악의 경우 위석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

미도리를 침대에 눕힌 뒤 정밀 검사를 받는다.


"쭈인님... 손 놓지 말아주시는 테치... 제발 테치..."

낯선 환경이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곧 진실을 마주할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걸까.
자실장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내 검지를 꼭 강하게 쥔다.





"미도리 환자와 보호자님 들어오세요."

"..."


의사가 얼굴을 찌푸리며 컴퓨터 화면을 본다. 이쪽으로썬 말을 꺼내기 전엔 알 도리가 없다.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테에..."

"괜찮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역시 위석이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건가요?"

"아뇨. 보호자분이 반은 맞으셨고 반은 틀리셨습니다."

"네?"

"먼저 링갈을 끄도록 하겠습니다."

"..."


시한부보다도 더 충격적인 결과가 있었던가

"실장석의 자를 낳고 싶은 본능은 외로움이나 극도의 스트레스, 건강이나 위석 이상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만.

미도리 환자의 경우는 모두 아닙니다."

"네? 그게 무슨... 아니... 그럼 설마..."


의사가 한 번 한 숨을 후 내쉬고 말한다.

"네. 자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됐을 때도 이 본능을 일으킵니다."

"......"

"미도리 환자 같은 경우엔 무의식 적으로 자신이 자를 낳을 수 없는 몸이라는 걸 알게 된 겁니다. 하지만 그걸 머리로는 누가 알려주지 않는 한 알 수가 없죠. 그래서 위석에서 전해져오는 불임의 상실감과 슬픔을 채워보려고 아이러니 하게도 자를 가져야 겠다는 욕구가 어떤 때보다도..."


그 뒤 의사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선천적, 후천적 원인이니 무의식이니 상실감이니... 여러 원인과 근거가 오갔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결론은 미도리에게는 체네에 자를 낳게 할 수 있는 성분이 없고 지금으로써는 고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굳이 방법을 찾자면 미도리에게 다른 실장석의 자를 주고 너의 자라 생각하고 키우라고 하든, 아니면 다른 자를 미도리가 낳았다고 속여서 키우게 하던가.

'후자가 아무래도 낫겠지. 실장석 쯤이야 속이는 거 일도 아니니까...'

참 재수없는 하루다.





"쭈인님! 식사 맛있게 하겠는 테치!"

"..."

"아삭아삭 맛있는 테치. 오늘도 이렇게 맛있는 먹이를 주셔서 감사한 테치!"

"..."

"쭈인님! 쭈인님은 요즘 왜 식사를 자주 거르시는 테치? 그러면 안 되는 테치... 요즘 많이 야위신 테치..."



그날. 병원을 나오고 미도리에게는 대충 둘러대고 많이 고민을 했다. 토시아키와 여러 전문가에게 묻고 혼자 생각도 많이 했다.

토시아키는 '속이는 게 가장 낫지 않을까'라며 답지 않게 나의 안색을 살피며 조언했다. 또 다른 전문인들은 인도적으로 처분할 것을 가장 많이 권고했다.


실장석 중에서도 아주 둔하고 멍청한 개체가 아닌 이상은 냄새만으로 자신의 자인 지를 알 수 있다. 훈육을 견뎌서 사육이 될 정도의 실장석은 더더욱 속지 않을테니 어차피 진실을 알면 괴로워하다가 파킨사 할 가능성이 꽤 높으니 차라리 편히...


결국 나는 누구의 조언도 듣지 않고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했다. 피가 이어진 자를 가지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그 외에 하고 싶은 건 가능한 범주에서 무엇이든 해주겠다고. 분충만 되지 않는다면 절대 버리지 않고 잘 지켜 키우겠다고.


"테에... 그런 테치... 정말 감사한 테치! 와타시는 괜찮은 테치."

라고 싱겁게 끝났다. 생각보다 잘 된 것이다.

그 뒤 씻은 듯이 나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공놀이를 하고 맛있게 밥을 먹고 잘 잔다. 괜한 걱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쭈인님!"

"... 아."

"쭈인님! 괜찮으신 테치? 요즘 멍하니 있으실 때가 너무 많아지신 테치... 쭈인님 정말로 괜찮으신 테치?"

"어..."


그런데 왜

"괜찮으시다고 하니까 다행인 테치. 테에... 혹시라도... 와타시 때문에 그러신 거라면... 와타시는 전혀 문제없는 테치! 걱정 마시는 테치!"

"그런데 왜 울어..."

"테에?"







"눈물... 정말인 테치... 왜 와타시가..."

"당연하지... 괜찮을리가 없잖아."

"다 나 때문이야... 내가 잘못된 선택을..."

"아닌 테치... 와타시가 이런 몸이 된 게 잘못된 테치. 왜 그게 쭈인님 잘못인 테치? 와타시가 잘못한 테치... 와타시의 몸이 이래서 쭈인님을 편지 않게 만든..."

"그렇지 않아! 미도리. 적어도 절대 너의 잘못은 아니야. 나를 믿어.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너를 괴롭게 만드는 게 너의 잘못일 리가 없잖아. 알겠지 미도리?"



"테에... 알겠는 테치! 하지만 와타시에겐 쭈인님이 있는 테치. 그러니까..."

"아니야. 이제 서로 인정하자. 내가 아무리 너를 행복하게 해줘도 나의 자를 갖는 행복은 이뤄줄 수 없어. 그걸 대신할 수는 없어 내가... 그래서 눈물이 나는 거잖니..."

"테에..."







"테에에..."

"내가 주인이라 이렇게 된 거야... 토시아키였다면 어떻게든 했을 거야... 분명"

"처음부터 나같은 놈이 맡는 게 아니었어. 미안해 미도리. 내가..."






"테에에에엥!!! 아닌 테챠아아!!!"

"미도리?!"

"와타시는! 쭈인님의 말이 맞는 테치! 쭈인님이 처음에 와타시가 자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고 했을 때 괴로웠던 테치!

분명 쭈인님에게 괜찮다고 거짓말을 한 테치! 하지만 쭈인님이 뭐든지 다 이뤄주고 지켜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준 테치!

게다가! 밤에 쭈인님이 와타시보다도 더 슬프게 우는 것을 본 테치!"

"..."






"와타시는 너무나 기뻤던 테치! 태어나서 몸 아픈 일을 잔뜩 당하고 마침내 쭈인님을 만난 테치!

그리고 이번엔 더 큰 마음 아픈일이 찾아온 테치! 하지만 이번에도 쭈인님을 만난 테치! 쭈인님이 또 구해주신 테치!

그런 쭈인님을 보고 와타시가 어떻게 괜찮지 않을 수가 있는 테챠!!?"


"미도리..."

"쭈인님... 와타시는 이제 정말로 괜찮은 테치. 믿어 주시는 테치."

"응... 이제 알겠어. 미도리!"

"그리고 또 하나 믿어 주시는 테치. 아까 주인님이 와타시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던 것처럼, 이건 쭈인님의 잘못도 아닌 테치...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테치. 이번에는 와타시를 믿어 주시는 테치!"

"...그래. 믿어."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 이제 미도리도 사육실장의 평균 수명까지 달했다. 물론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지만, 경우에 따라 평균 이상으로 사는 개체도 많으니까. 가능하다면 미도리와 오래 있고 싶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런 시련은 우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쭈인님! 감사한 데스!"

"뭐야 미도리? 아까 아침밥 먹고 인사했잖아~ 까먹은 거야? 치매?"

"아닌 데스! 와타시는 쭈인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전부 기억하는 데스!"

"나보다도 더 기억력이 좋네. 그런데 왜 갑자기 감사 인사? 참 잘했테치 콘페이토는 테치 도장 5개잖아~"


"와타시, 이제 마지막인 데스."

"..."

"쭈인님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사랑을 받은 데스. 와타시의 어떤 서툰 말로도 표현이 안 될 만큼..."

"미도리... 무슨 소리야... 아프면 병원 가면 돼... 괜찮아... 아직 괜찮을 거야..."

"쭈인님. 들어주시는 데스... 와타시는 쭈인님 덕분에 행복했고, 지금도 너무나도 행복한 데스. 정말로 미련 한 점도 없을 것인 데스!"


"..."

(아닌 데스! 거짓말인 데스... 와타시는 죽고 싶지 않은 데스... 죽어버리면 주인님을 볼 수 없는 데스! 그런 건 너무 무서운 데스...

더 주인님과 함께 있고 싶었던 데스... 하지만... 하지만 이럴수록 쭈인님의 마음이 아픈 데스...)


"쭈인님. 그때처럼 와타시를 믿어 주시는 데스. 와타시가 죽는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닌 데스... 적어도 쭈인님...

자기 자신은 절대 탓하지 마시는 데스... 이번에도 믿어 주시는 데스?"


"... 그래. 믿어..."

"쭈인님. 울면 안 되는 데스. 그 때도 서로가 믿으면 다 괜찮아지지 않았던 데스? 이번에도 괜찮아질 것인 데스."






'그렇지만 너도 울고 있잖아...'


"쭈인님이 너무너무 보고 싶을 것인 데스! 쭈인님! 감사한 데스! 그리고 꼭 와타시를 믿어 주시는 데스! 꼭..."

그렇게 미도리는 웃었지만 마지막까지 울보인채로 펑펑 울며 세상을 떠났다.

물론 나도 미도리와 마찬가지로 그때도 지금도 끝까지 울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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