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다시 만날 수 있는 테치♪)
"사토루군, 파파상을 곤란하게 하면 안 되는 테치"
후타바공원 입구에서 울고 있는 초등학생 남자아이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사육실장 테치카쨩이 있다.
"하지만...하지만..."
"사토루, 새 집에서는 실장석을 기를 수 없어."
전근에 따른 이사로 실장석을 버리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 남자아이는 친한 친구에게 테치카를 받아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친구는 승낙했지만 그 집 식구들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나 꼭 여기 만나러 올게! 그러니까 기다려줘"
"응 테치! 꼭 다시 만날 수 있는 테치♪"
공원을 나서는 부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테치카는 자신에게 타일렀다.
"...꼭 다시 만날 수 있는 테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사토루는 테치카를 생각했다.
세일 상품으로 팔리던 걸 산 날에는 경계해서 다가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공놀이를 하다보니 점점 친해졌지.
엄마랑 리본을 골라 선물한 적도 있어.
제대로 화장실을 가리게 된 포상으로.
이윽고 생각은 걱정으로 변해갔다.
먹이는 괜찮은걸까? 거처는 찾았을까?
그래도 최소한 들에게 습격당할 일은 없어.
왜냐면 저 공원에 실장석은 한마리도 없을테니까.
같은 시간, 테치카는 후타바 공원에 없다고 생각된 들실장에게 습격당하고 있었다.
실은 최근에 다른 공원에서 한마리가 와 정착한 것이다.
"그만하는 테치이! 모두 친구인 테치! 이러면 안 되는 테치이!'
"입다무는 데스! 오마에의 물건은 전부 와타시의 것인 데스!!"
성체 들실장은 테치카의 옷을 억지로 벗기고 머리를 북북 뽑았다.
"옷은 고귀한 와타시의 모포로! 고기는 뱃속 우지쨩의 영양이 되는 데스!"
들실장의 두 눈은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다.
새 생명을 위해서 버려진 실장으로부터 물자를 얻으려는 강인한 어미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데스우! 뎃스우 데스데스 테챠... 오게에에에에!!)
앞머리를 뽑히고 남은 두건마저 벗겨지자 완전한 독라가 되었다.
"두건을 돌려주는 테치! 사토루군을 만날 수 없게 되는 테치!"
사토루군과 마마상에게서 받은 소중한 리본이 달린 두건.
새시작을 위한 표식이자 마음의 기반 그 자체인 것이다.
"이 두건은 우지쨩의 잠자리가 되는 데스! 부드러운 리본은 우지쨩의 운치를 닦는 데 쓰는 데스!"
"테챠.... 오게에에에에!!"
너무나 괴로워서 위의 내용물을 토해냈다.
마지막으로 받아먹은 고급 푸드의 찌꺼기이다.
그리고 몇분 후, 공원은 고요함을 되찾았다.

(테에? 테치)
세달 후, 사토루는 후타바 공원에 돌아왔다.
가족끼리 할머니집에 가는 길에 잠시 들른 것이었다.
아버지와 공원을 탐색하다가 수풀에 교묘히 가려진 골판지 하우스를 발견했다.
"테치카! 나야! 사토루야!" 말을 걸어도 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지금은 없는건가... 재회를 포기한 순간 골판지 하우스에서 테치테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귀여운 엄지실장이 두마리 얼굴을 내미는 게 아닌가.
아버지가 말했다.
"이녀석들은 틀림없이 테치카의 아이구나. 테치카는 지금 밥을 찾으러 나간 거야."
사토루는 감개무량하여 엄지들에게 콘페이토를 주었다.
멀뚱멀뚱하면서도 콘페이토를 받는 그 모습에 테치카의 환영이 비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녁때가 되자 후타바공원의 골판지 하우스에 친실장이 돌아왔다.
"오마에타치 기다리게 한 데스. 오늘도 밥을 잔뜩 챙겨온 데스."
비닐봉투 두개에 음식물 쓰레기와 벌레 시체가 가득했다.
"마마~ 오늘은 상냥한 닌겐상을 만난 테치!"
"데에에! 닌겐이 온 데스!?"
하지만 두 마리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닌겐은 콘페이토만 주고 떠났다고 한다.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던 데스우"
"배고팠지만 참은 테치!"
"오로롱~ 오마에타치는 착한 자인 데스우! 콘페이토는 다같이 나눠먹는 데스"
실장 친자의 포근하고 단란한 골판지 하우스.
그 안에 모포와 똥묻은 리본이 나뒹굴고 있었다.
(끝)

하 이게 실장문학이지
답글삭제아들 지능이 참피급인 데스
답글삭제저 개새끼들 죽이고싶네
답글삭제오로롱
답글삭제마치 명화속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그림으로 그려낸듯한 인분충인데스...
답글삭제사토루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의아했다. '들 출신? 그리고 이주해 왔다고?' 테치카는 자신이 기르던 사육실장이었는데 어째서 들 출신이라고 하는 것일까.
답글삭제사토루가 묘한 위화감에 휩싸여 있을 때였다. 수풀 너머로 묵직한 비닐봉투를 든 성체 친실장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직 저녁이 되기 전이었지만, 오늘은 늦은 오후에 비교적 일찍 밥을 구해 집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하우스 앞에 서 있는 인간 소년을 발견한 친실장은 짐짓 눈웃음을 치며 다가와 인사했다.
"데스우~ 상냥한 닌겐상, 안녕하신 데스! 어제 우리 자들에게 콘페이토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데스우!"
사토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친실장에게 물었다.
"저기... 혹시 보라색 리본을 한 자실장 못 봤어? 이름은 테치카인데..."
친실장은 그 질문에 속으로 뜨끔했지만, 시치미를 뚝 떼며 잡아뗐다.
"데...? 보라색 리본인 데스? 와타시는 그런 거 모르는 데스우. 이 공원에는 와타시 일가밖에 없는 데스."
그때였다. 상자 구석에서 프니프니를 해달라고 보채는 구더기 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후~ 우지챠 프니프니 해달란 레후~ 빨리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
"알겠는 테치! 착한 우지챠는 얌전히 있는 테츄!"
엄지 한 마리가 구더기에게 다가가 열심히 프니프니를 해주었다. 이내 기분이 좋아진 구더기가 똥을 지리자, 엄지는 하우스 한구석에 뭉쳐져 있던 낡은 천 조각을 가져와 구더기의 엉덩이에 묻은 똥을 벅벅 닦아주기 시작했다.
"우지챠, 프니프니를 하고 나서 이 부드러운 천씨로 운치를 깨끗하게 닦아주는 테츄~"
그 모습을 무심코 바라보던 사토루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똥과 오물로 심하게 얼룩져 있었지만, 엄지가 구더기의 똥을 닦아내고 있는 그 천 조각은 틀림없이 엄마와 함께 고심해서 골라 테치카에게 선물했던 그 '보라색 리본'이었다.
사토루의 시선이 하우스 안쪽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바닥에 깔고 앉아있는 푹신한 둥지의 모포. 그것은 엄지실장들의 몸에는 조금 헐렁한 초록색 실장복과, 실장석의 갈색 머리카락을 마구잡이로 쥐어뜯어 엮어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둥지 한구석에 굴러다니는 분홍색 고무공 완구와 이름표가 붙은 실장석 전용 밥그릇. 밥그릇 안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은 썩은 벌레 사체들이 가득 차 있었고, 고무공은 이빨로 물어뜯겨 너덜너덜해진 채 진흙탕에 처박혀 있었다.
그 물건들을 본 순간, 사토루는 확신했다. 저 녀석들은 절대 테치카가 아니며, 테치카의 자식일 수도 없었다.
사토루가 자신의 용돈을 떼어서 처음 선물로 사주었던 완구와 밥그릇. 아버지가 실장석에게는 굳이 아까운 물건이라며 정 주고 싶다면 네가 자실장과 함께 고르고 네 용돈으로 사라고 했었다. 그런 내력이 있던, 테치카도 사정을 알던 소중한 물건이었다. 테치카라면 매일 깨끗이 닦아 소중히 간직했을 그 선물들이 저렇게 더러운 진흙탕에 엉망으로 굴러다닐 리 없었다.
모든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버려진 줄로만 알았던 이 물건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주해 온 저 들실장이, 혼자 남겨진 테치카의 옷을 찢고 머리카락을 뽑아 모포로 만들고, 리본을 똥 닦는 휴지로 쓰며, 테치카의 살점과 뼈를 씹어먹어 저 새끼들을 낳았다는 끔찍한 진실이 완전하지 않은 어렴풋한 형태이지만, 테치카에 대한 분명한 어떤 결말에 대한 암시로서 사토루의 머리를 강타했다.
"너... 그 리본... 그리고 저 장난감...!!"
사토루가 부들부들 떨며 리본과 완구를 가리키며 추궁하자, 자신이 건드린 녀석이 눈앞에 있는 닌겐의 사육실장이었음을 직감한 친실장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필사적으로 발뺌을 시도했다.
답글삭제"데... 뎃! 오, 오해인 데스! 그건 그냥 땅에 버려져 있던 쓰레기를 주워 온 것뿐인 데스! 닌겐이 다 질려서 버리고 간 용구들인 줄 알았던 데스우!"
하지만 이 일가의 엄지들 말대로 이 일대에 다른 실장석들은 없었다. 전에 살던 곳 중 한 곳의 공원에서 들실장들의 생태를 직접 봐왔던 사토루의 가족은 습격을 우려해 굳이 다른 실장석이 전혀 없는 이 공원을 정해 테치카를 풀어준 것이다. 야생동물에게 습격당했다면 실장석에게 생명과도 같은 옷과 머리카락이 저렇게 온전하게 남아있을 리도 없었다.
테치카의 최후를 직감한 사토루의 두 눈에서는 이미 굵은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구김살 없이 다정했던 소년의 이성은 찢어지는 슬픔과 분노로 폭발해버렸다.
"거짓말 마!! 테치카를 죽였잖아!!"
사토루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바닥에 깔린 굵은 자갈돌들을 한 움큼 쥐어 들었다. 그리고 둥지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엄지와 구더기를 향해 흥분한 채로 무자비하게 돌을 집어 던졌다.
타앗-! 퍽! 퍼억-!
소년이 흥분해서 마구 던진 바람에 정확하게 꽂히지 않고 빗겨 맞은 무거운 돌들은 녀석들에게 자비로운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거친 돌멩이가 엄지의 어깨를 으깨며 생살을 찢고 지나갔고, 바닥에 튕겨 나간 돌이 구더기의 얇은 배를 무참히 짓이기며 찢어발겼다.
"테챠아아아아악!! 아픈 테치!! 팔씨가, 뼈씨가 부서진 테치이이!!"
"레뺘아아아아아악!! 레후... 배씨에서 내장씨가 쏟아지는 레후우우!!"
한 번에 죽지 못한 새끼들은 터져 나온 자신의 내장과 핏물 위를 뒹굴며 끔찍한 고통 속에 절규했다.
"데갸아아앗!! 와타시의 귀여운 자들이!! 상냥했던 닌겐상이 갑자기 무슨 짓인 데스!!"
새끼들의 비명에 눈이 뒤집힌 친실장이 사토루의 다리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데샤아앗! 자들은 배가 고파도 불평 한마디 없이 참아내는, 세상에서 제일 친절하고 착한 천사 같은 자들인 데스!! 그 불쌍한 자들에게 도대체 왜 이러는 데스! 제발 그만두는 데스! 살려달란 데스우!!"
어미의 항변과 필사적인 애원이 공원에 울려 퍼졌지만, 분노에 눈이 먼 사토루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사토루는 발밑에 구르던 굵고 단단한 나무막대기를 주워 들고, 달려드는 친실장의 머리와 어깨를 향해 미친 듯이 수차례 내리쳤다.
빠각-! 퍼억-!
"뎨갸아아아! 아픈 데스! 팔씨가 뒤틀어진 데스우!!"
둔탁한 타격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친실장.
막대기를 휙 내던진 사토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튼튼한 운동화 밑창으로 바닥에 엎드린 친실장의 배와 꺾인 사지를 흥분해서 무자비하게 짓밟기 시작했다.
우지직-! 뿌직!
"뎨에에엑...!! 커헉... 쿨럭...!"
온몸의 뼈가 바스러지고 내장이 터져 나오는 고통 속에서, 친실장은 갑작스러운 잔혹한 폭력에 경악하며 피를 토했다.
친실장은 이전의 공원에서 살 적에 사육실장을 잘못 건드리면 어떤 잔혹한 일이 벌어지는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버려진 실장석이라면 괜찮다고 여겼다. 간혹 버려진 줄 알았던 것을 잘못 건드려서 끔찍한 화를 입게 되는 일가가 종종 있었지만, 이런 인적 드문 곳에서라면 그런 불운을 겪을 걱정은 없을 거라 맹신했던 것이다. 자신의 안일했던 오판이 불러온 파멸 앞에, 친실장은 뼈를 깎는 후회와 절망 속에서 처절하게 절규하며 애원했다.
"데히익...! 살려... 살려달란 데스...!! 와타시는 정말 몰랐던 데스...!! 닌겐상이 떠나길래, 그 녀석은 버려진 자실장인 줄로만 알았던 데스...!! 주인이 놔두고 간 줄 알고, 태어날 자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제발, 제발 용서해달란 데스우...!!"
하지만 사토루의 거친 운동화 밑창이 자비 없이 자식들과 자신의 몸을 짓이기자, 벼랑 끝에 몰린 친실장의 애원은 점차 끔찍한 저주와 원망으로 변해갔다.
"오로록... 닝겐이... 닝겐이 먼저 버려놓고 왜 우리에게 이러는 데스...!! 우리는 그저 살려고 했을 뿐인데 와타시들이 무슨 죄가 있는 데스...!! 오마에도 지옥에 떨어져서 평생 불행해지는 데스...!! 죽어서 원귀가 되어서라도 오마에의 눈알을 파먹을 것인... 데갸아악!!"
사토루의 운동화가 친실장의 턱을 무참히 짓이기며 그 끔찍한 저주마저 완전히 뭉개버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사토루의 거칠었던 숨소리가 잦아들고, 얼굴에 흐르던 눈물도 차갑게 말라붙었다. 소년의 눈빛에는 그저 서늘하고 텅 빈 공허함만이 남아있었다.
사토루는 무표정한 얼굴로 실장석의 둥지였던 골판지 상자를 거칠게 해체했다. 하우스 바닥에 깔려있던 테치카의 머리카락과 찢어진 실장복, 똥 닦는 천으로 쓰이던 보라색 리본, 그리고 진흙탕에 구르던 분홍색 고무공과 밥그릇을 조심스레 건져냈다.
그러고는 둥지를 구성했던 골판지 상자 안에, 하반신이 박살 나 숨만 헐떡이는 엄지와 구더기, 그리고 치명상을 입고 기묘한 소리로 부들부들 경련하며 고통받는 친실장을 빗자루로 쓸어 담듯 쑤셔 넣었다. 사토루는 가방에 있던 박스테이프를 꺼내어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상자를 빈틈없이 단단하게 둘둘 감아버렸다.
사토루는 테이프로 밀봉된 상자를 발로 툭 밀어두었다. 그것은 돌아가는 길에 타는 쓰레기로 버릴 참이었다.
노을이 짙게 깔리기 시작하는 초저녁.
사토루는 공원 한구석의 부드러운 흙을 파내어 테치카의 유품이라 생각한 실장복 조각과 머리카락, 그리고 장난감과 밥그릇을 먼저 묻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져온 생수를 전부 부어, 최대한 녹갈색 운치색을 빼낸, 보라색 리본을 정성스레 그 안에 넣고 흙을 덮었다.
소년은 그 주변에서 깨끗하고 반듯한 자갈돌들을 주워 모아, 흙을 덮은 자리 위에 단정한 돌탑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돌 하나하나에 슬픔과 분노를 묻는 그 작업은 그날 노을이 걷히고 어둑어둑해질때까지 묵묵히 이어졌다.
어느새 어둑한 기운이 돌기 시작한 저녁놀 아래, 사토루는 자신이 쌓아 올린 조그만 돌탑 앞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합장하고 두 눈을 깊게 감았다. 어린 소년은, 억울하게 고기가 되어버린 자신의 작은 친구를 위해 오래도록 조용한 기도를 올렸다.
이사를 떠난 지 세 달 후. 할머니 댁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사토루는 집에 가기 전, 테치카쨩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꼭 보겠다고 생각하며 부모님 몰래 혼자서 공원의 그 자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답글삭제어제 아버지의 말대로, 사토루는 수풀 속 골판지 상자에 사는 그 작은 엄지실장들이 틀림없는 테치카의 자식들일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상자 앞에 다가가자, 엄지 두 마리가 테치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사토루는 한없이 밝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안녕! 꼬마 친구들, 엄마는 어디 가셨니?"
인기척에 놀랐던 엄지실장들은 이내 어제 자신들에게 콘페이토를 주었던 인간 소년임을 알아보고 해맑게 웃었다.
"테츄! 어제의 상냥한 닌겐상인 테치! 안녕하신 테츄!"
"그래, 안녕. 어제 준 콘페이토는 맛있었어?"
사토루의 다정한 물음에 엄지실장들은 신이 나서 대답했다.
"테치! 마마가 콘페이토 씨를 먹고 정말정말 좋아하신 테치! 닌겐상에게 고맙다고 전하라고 하신 테츄!"
"너희들도 먹고 싶었을 텐데 어떻게 안 먹고 참았어?"
"테에... 엄청 먹고 싶었던 테치! 하지만 착한 아이는 맛있는 게 생기면 혼자 먹지 않고 가족들과 똑같이 나누어 먹어야 한다고 배운 테치! 와타시들은 착한 아이니까 꾹 참은 테츄!"
사토루는 녀석들의 순수하고 기특한 대답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테치카의 자식들이라 그런지 심성도 참 곱다고 생각했다.
"정말 착한 아이들이구나. 그런데... 엄마가 예전 주인님 이야기는 안 해주시니?"
순간, 엄지실장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테츄? 예전 주인님인 테치? 그게 무슨 소리인 테츄?"
"테치! 와타시들의 마마는 들 출신인 테치! 밥이 없어서 다른 공원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고 하신 테츄!"
엄지실장들의 대답에 사토루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의아했다. '들 출신? 그리고 이주해 왔다고?' 테치카는 자신이 기르던 사육실장이었는데 어째서 들 출신이라고 하는 것일까.
사토루가 묘한 위화감에 휩싸여 있을 때였다. 수풀 너머로 묵직한 비닐봉투를 든 성체 친실장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직 저녁이 되기 전이었지만, 오늘은 늦은 오후에 비교적 일찍 밥을 구해 집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하우스 앞에 서 있는 인간 소년을 발견한 친실장은 짐짓 눈웃음을 치며 다가와 인사했다.
"데스우~ 상냥한 닌겐상, 안녕하신 데스! 어제 우리 자들에게 콘페이토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데스우!"
사토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친실장에게 물었다.
"저기... 혹시 보라색 리본을 한 자실장 못 봤어? 이름은 테치카인데..."
친실장은 그 질문에 속으로 뜨끔했지만, 시치미를 뚝 떼며 잡아뗐다.
"데...? 보라색 리본인 데스? 와타시는 그런 거 모르는 데스우. 이 공원에는 와타시 일가밖에 없는 데스."
그때였다. 상자 구석에서 프니프니를 해달라고 보채는 구더기 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후~ 우지챠 프니프니 해달란 레후~ 빨리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
"알겠는 테치! 착한 우지챠는 얌전히 있는 테츄!"
엄지 한 마리가 구더기에게 다가가 열심히 프니프니를 해주었다. 이내 기분이 좋아진 구더기가 똥을 지리자, 엄지는 하우스 한구석에 뭉쳐져 있던 낡은 천 조각을 가져와 구더기의 엉덩이에 묻은 똥을 벅벅 닦아주기 시작했다.
"우지챠, 프니프니를 하고 나서 이 부드러운 천씨로 운치를 깨끗하게 닦아주는 테츄~"
그 모습을 무심코 바라보던 사토루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똥과 오물로 심하게 얼룩져 있었지만, 엄지가 구더기의 똥을 닦아내고 있는 그 천 조각은 틀림없이 엄마와 함께 고심해서 골라 테치카에게 선물했던 그 '보라색 리본'이었다.
사토루의 시선이 하우스 안쪽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바닥에 깔고 앉아있는 푹신한 둥지의 모포. 그것은 엄지실장들의 몸에는 조금 헐렁한 초록색 실장복과, 실장석의 갈색 머리카락을 마구잡이로 쥐어뜯어 엮어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둥지 한구석에 굴러다니는 분홍색 고무공 완구와 이름표가 붙은 실장석 전용 밥그릇. 밥그릇 안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은 썩은 벌레 사체들이 가득 차 있었고, 고무공은 이빨로 물어뜯겨 너덜너덜해진 채 진흙탕에 처박혀 있었다.
그 물건들을 본 순간, 사토루는 확신했다. 저 녀석들은 절대 테치카가 아니며, 테치카의 자식일 수도 없었다.
사토루가 자신의 용돈을 떼어서 처음 선물로 사주었던 완구와 밥그릇. 아버지가 실장석에게는 굳이 아까운 물건이라며 정 주고 싶다면 네가 자실장과 함께 고르고 네 용돈으로 사라고 했었다. 그런 내력이 있던, 테치카도 사정을 알던 소중한 물건이었다. 테치카라면 매일 깨끗이 닦아 소중히 간직했을 그 선물들이 저렇게 더러운 진흙탕에 엉망으로 굴러다닐 리 없었다.
모든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버려진 줄로만 알았던 이 물건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주해 온 저 들실장이, 혼자 남겨진 테치카의 옷을 찢고 머리카락을 뽑아 모포로 만들고, 리본을 똥 닦는 휴지로 쓰며, 테치카의 살점과 뼈를 씹어먹어 저 새끼들을 낳았다는 끔찍한 진실이 완전하지 않은 어렴풋한 형태이지만, 테치카에 대한 분명한 어떤 결말에 대한 암시로서 사토루의 머리를 강타했다.
"너... 그 리본... 그리고 저 장난감...!!"
사토루가 부들부들 떨며 리본과 완구를 가리키며 추궁하자, 자신이 건드린 녀석이 눈앞에 있는 닌겐의 사육실장이었음을 직감한 친실장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필사적으로 발뺌을 시도했다.
"데... 뎃! 오, 오해인 데스! 그건 그냥 땅에 버려져 있던 쓰레기를 주워 온 것뿐인 데스! 닌겐이 다 질려서 버리고 간 용구들인 줄 알았던 데스우!"
하지만 이 일가의 엄지들 말대로 이 일대에 다른 실장석들은 없었다. 전에 살던 곳 중 한 곳의 공원에서 들실장들의 생태를 직접 봐왔던 사토루의 가족은 습격을 우려해 굳이 다른 실장석이 전혀 없는 이 공원을 정해 테치카를 풀어준 것이다. 야생동물에게 습격당했다면 실장석에게 생명과도 같은 옷과 머리카락이 저렇게 온전하게 남아있을 리도 없었다.
테치카의 최후를 직감한 사토루의 두 눈에서는 이미 굵은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구김살 없이 다정했던 소년의 이성은 찢어지는 슬픔과 분노로 폭발해버렸다.
"거짓말 마!! 테치카를 죽였잖아!!"
답글삭제사토루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바닥에 깔린 굵은 자갈돌들을 한 움큼 쥐어 들었다. 그리고 둥지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엄지와 구더기를 향해 흥분한 채로 무자비하게 돌을 집어 던졌다.
타앗-! 퍽! 퍼억-!
소년이 흥분해서 마구 던진 바람에 정확하게 꽂히지 않고 빗겨 맞은 무거운 돌들은 녀석들에게 자비로운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거친 돌멩이가 엄지의 어깨를 으깨며 생살을 찢고 지나갔고, 바닥에 튕겨 나간 돌이 구더기의 얇은 배를 무참히 짓이기며 찢어발겼다.
"테챠아아아아악!! 아픈 테치!! 팔씨가, 뼈씨가 부서진 테치이이!!"
"레뺘아아아아아악!! 레후... 배씨에서 내장씨가 쏟아지는 레후우우!!"
한 번에 죽지 못한 새끼들은 터져 나온 자신의 내장과 핏물 위를 뒹굴며 끔찍한 고통 속에 절규했다.
"데갸아아앗!! 와타시의 귀여운 자들이!! 상냥했던 닌겐상이 갑자기 무슨 짓인 데스!!"
새끼들의 비명에 눈이 뒤집힌 친실장이 사토루의 다리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데샤아앗! 자들은 배가 고파도 불평 한마디 없이 참아내는, 세상에서 제일 친절하고 착한 천사 같은 자들인 데스!! 그 불쌍한 자들에게 도대체 왜 이러는 데스! 제발 그만두는 데스! 살려달란 데스우!!"
어미의 항변과 필사적인 애원이 공원에 울려 퍼졌지만, 분노에 눈이 먼 사토루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사토루는 발밑에 구르던 굵고 단단한 나무막대기를 주워 들고, 달려드는 친실장의 머리와 어깨를 향해 미친 듯이 수차례 내리쳤다.
빠각-! 퍼억-!
"뎨갸아아아! 아픈 데스! 팔씨가 뒤틀어진 데스우!!"
둔탁한 타격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친실장.
막대기를 휙 내던진 사토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튼튼한 운동화 밑창으로 바닥에 엎드린 친실장의 배와 꺾인 사지를 흥분해서 무자비하게 짓밟기 시작했다.
우지직-! 뿌직!
"뎨에에엑...!! 커헉... 쿨럭...!"
온몸의 뼈가 바스러지고 내장이 터져 나오는 고통 속에서, 친실장은 갑작스러운 잔혹한 폭력에 경악하며 피를 토했다.
친실장은 이전의 공원에서 살 적에 사육실장을 잘못 건드리면 어떤 잔혹한 일이 벌어지는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버려진 실장석이라면 괜찮다고 여겼다. 간혹 버려진 줄 알았던 것을 잘못 건드려서 끔찍한 화를 입게 되는 일가가 종종 있었지만, 이런 인적 드문 곳에서라면 그런 불운을 겪을 걱정은 없을 거라 맹신했던 것이다. 자신의 안일했던 오판이 불러온 파멸 앞에, 친실장은 뼈를 깎는 후회와 절망 속에서 처절하게 절규하며 애원했다.
"데히익...! 살려... 살려달란 데스...!! 와타시는 정말 몰랐던 데스...!! 닌겐상이 떠나길래, 그 녀석은 버려진 자실장인 줄로만 알았던 데스...!! 주인이 놔두고 간 줄 알고, 태어날 자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제발, 제발 용서해달란 데스우...!!"
하지만 사토루의 거친 운동화 밑창이 자비 없이 자식들과 자신의 몸을 짓이기자, 벼랑 끝에 몰린 친실장의 애원은 점차 끔찍한 저주와 원망으로 변해갔다.
"오로록... 닝겐이... 닝겐이 먼저 버려놓고 왜 우리에게 이러는 데스...!! 우리는 그저 살려고 했을 뿐인데 와타시들이 무슨 죄가 있는 데스...!! 오마에도 지옥에 떨어져서 평생 불행해지는 데스...!! 죽어서 원귀가 되어서라도 오마에의 눈알을 파먹을 것인... 데갸아악!!"
사토루의 운동화가 친실장의 턱을 무참히 짓이기며 그 끔찍한 저주마저 완전히 뭉개버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사토루의 거칠었던 숨소리가 잦아들고, 얼굴에 흐르던 눈물도 차갑게 말라붙었다. 소년의 눈빛에는 그저 서늘하고 텅 빈 공허함만이 남아있었다.
사토루는 무표정한 얼굴로 실장석의 둥지였던 골판지 상자를 거칠게 해체했다. 하우스 바닥에 깔려있던 테치카의 머리카락과 찢어진 실장복, 똥 닦는 천으로 쓰이던 보라색 리본, 그리고 진흙탕에 구르던 분홍색 고무공과 밥그릇을 조심스레 건져냈다.
그러고는 둥지를 구성했던 골판지 상자 안에, 하반신이 박살 나 숨만 헐떡이는 엄지와 구더기, 그리고 치명상을 입고 기묘한 소리로 부들부들 경련하며 고통받는 친실장을 빗자루로 쓸어 담듯 쑤셔 넣었다. 사토루는 가방에 있던 박스테이프를 꺼내어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상자를 빈틈없이 단단하게 둘둘 감아버렸다.
사토루는 테이프로 밀봉된 상자를 발로 툭 밀어두었다. 그것은 돌아가는 길에 타는 쓰레기로 버릴 참이었다.
노을이 짙게 깔리기 시작하는 초저녁.
사토루는 공원 한구석의 부드러운 흙을 파내어 테치카의 유품이라 생각한 실장복 조각과 머리카락, 그리고 장난감과 밥그릇을 먼저 묻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져온 생수를 전부 부어, 최대한 녹갈색 운치색을 빼낸, 보라색 리본을 정성스레 그 안에 넣고 흙을 덮었다.
소년은 그 주변에서 깨끗하고 반듯한 자갈돌들을 주워 모아, 흙을 덮은 자리 위에 단정한 돌탑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돌 하나하나에 슬픔과 분노를 묻는 그 작업은 그날 노을이 걷히고 어둑어둑해질때까지 묵묵히 이어졌다.
어느새 어둑한 기운이 돌기 시작한 저녁놀 아래, 사토루는 자신이 쌓아 올린 조그만 돌탑 앞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합장하고 두 눈을 깊게 감았다. 어린 소년은, 억울하게 고기가 되어버린 자신의 작은 친구를 위해 오래도록 조용한 기도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