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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푸푸푸 짤방 모음












산실장으로 산다는 것 1

 


 후타바 시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아카기 산.

 평균 해발고도 700미터의 제법 높은 산이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후타바 시 남동쪽 전체와 서쪽 일부까지 감싸는 모양으로 있어 후타바 시민과는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생명이 만발하는 봄이나 더운 여름이나 아름다운 단풍을 보여주는 가을이나 눈꽃을 피우는 겨울이나 항상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에 관광지나 레져로서의 가치도 높다. 후타바 시에서 자란 시민이라면 학창시절에 누구나 가보는 아카기 하이킹 코스도 유명하고, 남쪽 호수에서 여름이면 시작하는 수상스키도 명물이다. 그외에도 다른 현에서까지 찾아오는 아카기 단풍축제, 아카기 눈꽃축제 등등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역시 후타바 시민에게 친숙한 것이라면 후타바 농산물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오랜 옛날, 아직 후타바 시(市)가 세워지기 한참 전부터 아카기 산 아래에는 농가(農家)가 있었다. 그때에도 지금처럼 아카기 산은 산밑의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었고, 산맥에서 흘러나오는 지류는 근처의 농토를 가꾸기에 충분했다. 기름진 옥토에서는 질 좋은 쌀이 먹고도 남을 정도로 나왔고, 산 바로 밑의 지대에서는 오랜 세월동안 다져진 썩은 낙엽들이 비료가 되어 훌륭한 야채들이 자랐다. 그리고 아카기 산의 나무가 나눠주는 밤, 호두, 죽순, 은행, 버섯 등등의 먹거리와 야생이 가꾼 합비, 임해, 영선 같은 약초는 주변 지역에서도 서로 사려고 달려들 정도였다.

 

 세월이 흘러 지금의 후타바 시가 생기고부터는 농가의 수가 대폭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적지 않은 수가 남아있어 '후타바'라는 이름을 붙인 농산물과 임산물이 많이 생산되고 있었다. 경작하는 농토의 크기는 작아졌고, 사람들은 많이 떠났지만, 그 자리를 고효율 고소득의 특용작물과 농기계가 채웠다. 조합과 위원회가 자발적으로 설립되어 무분별하게 채취하던 산의 선물도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만큼만 채취하게 하여 농가의 수입과 자연의 보존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렇듯 아카기 산자락의 농가는 도시화로 인해 처참히 파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다른 지역의 그것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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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타바 시의 외곽의 도로.

 아카기 산의 초입에 해당하는 지점에서 검은색 웨건이 멈춘다.

 운전석에서 한 남자가 내리더니 트렁크를 열고 커다란 골판지 상자를 두 개 꺼낸다.

 남자는 주위를 잠시 둘러보더니 마음을 굳힌듯 상자를 들고 도로를 벗어나 들판으로 걸어간다.

 

 한참을 걸어 타고 온 웨건이 상자만하게 보이게 됐을 무렵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상자를 내려놓는다.

 두 개의 상자 중 조금 더 작은 윗쪽의 상자를 치우자 데스- 데스- 하며 실장석 한 마리가 머리를 내민다.





 [데에... 여기인데스우? 주인님....]



 [그래 부타쨩. 이제 여기서 살아가야하는거야.]



 [...책에서 본 곳과 비슷하게 생긴데스우... 언젠가 주인님이 읽어주셨던 동화책이었던데스.]



 [.....부타쨩.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어떻게든 너 하나만이라면 다른데 맡길 수 있으니까...]



 [데에에에... 아닌데스우... 와타시는 마음을 이미 굳힌데스... 주인님의 말씀은 정말 고맙지만, 자들을 버릴 수는 없는데스.]



 [........]



 [그래도 지금까지 와타시를 길러주시고, 또 자들까지 낳게해주시고, 또 이만큼이나 또 길러주셔서 정말 감사한데스우...]



 [와타시 절대로 주인님의 은혜는 잊지 않는데스!]



 [그래....]





 남자는 잠시 한숨을 내쉬고 실장석을 내려다본다.

 처음 데리고 왔을 때 입었던 초록색 실장복을 입고, 옆의 자실장들의 손을 꽉 쥐고 있다.

 자실장들은 모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테- 벌리고만 있을 뿐이다.

 이전부터 말해왔지만, 이제 진짜로 주인님과 헤어져서 살아야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정말 실감하는 것이다.





 [말한대로... 일단 당장 필요한 건 모두 이 상자에 있어. 그리고 이 전에 지어놓은 집도 실장석하우스라고 따로 파는 거니까 물에 젖고 그런 일은 없을거야. ...아마도.]



 [걱정마시는데스! 와타시... 와타시는 잘 해낼 수 있는데스... 반드시 해내는데스우...]



 [...그럼... 난 이만 갈테니까.]



 [...잘 지내렴 부타쨩.]



 [데, 데에... 안녕히 가시는데스우.... 주인님....]





 남자는 말이 끝나자 바로 뒤돌아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실장석도 남자가 등을 돌리자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참았던 눈물이 새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두 손으로 꾹꾹 눈을 매만지다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생각났다.





 [데, 데데데데!! 주인님!!]





 실장석의 목소리를 듣고 남자는 멈추어 선다.





 [언젠가... 언젠가.... 꼭 다시 한 번 봐주러 와주시는데스우!! 그때까지 와타시가 자들을 훌륭하게 키워놓는데스!!]





 실장석은 울음섞인 목소리로 부르짖는다.

 남자는 잠시 멈춰 서있다가,

 뒤는 돌아보지 않은 채 손만 흔든다.



 

 [그래... 잘 지내고 있어.]





 남자가 계속계속 멀어진다.

 그렇게 컸던 주인님이 자기만하게 작아졌다가, 나중에는 자실장만큼 작아졌다가, 결국에는 아예 안보이게 된다.

 남자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제서야 실장석은 쓰러지듯 엎어져 비통의 눈물을 흘린다.







 오로로로로로로롱~~~~ 오로로로로로로로롱~~~~





 새 손님이 아카기 산의 외곽에 자리잡았다.

 손님의 이름은 부타.

 3살짜리 성체실장과 8마리의 자실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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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타는 실장석 붐이 불었을때,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애완용실장석 공급업체에서 태어났다.

 급조한 회사답게 혈통이 좋은 출산석은 거의 없었고, 알 수 없는 유통경로로 얻은 질 나쁜 출산석들 중 하나가 부타의 친실장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마마의 얼굴도 모르고 교육시설에 들어간 부타는 그 후 3개월 동안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지독한 훈육과정을 거치고 살아남았다. 함께 들어갔던 자매와 친구들 중 90%가 눈앞에서 죽었고, 그 몸뚱이를 다음 끼니로 먹었다. 그나마 부타는 성품이 조용하고, 기억력도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 한 번 혼난 실수는 다시 저지르지 않아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던 것이다. 그 후 샵의 진열장에 진열되어 다시 3개월을 보냈다. 성체실장이 될 때까지 팔리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햄버거 스테이크가 되는 그 샵에서 부타는 막 성체실장이 되기 직전에 남자를 만났었다.



 그리고 남자와 함께 한 2년 반의 세월이 부타에게는 가장 행복하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후타바 소재의 대학을 다니며 자취를 하던 남자는 외로움을 달래고자 실장석을 구입했고, 부타는 최선을 다해 남자의 외로움을 덜어주려 노력했다. 특별한 재주는 없었지만, 성품이 조용하고 몇 번 가르치면 간단한 집안일은 할 수 있어서 남자도 부타를 좋아해줬다. 애호파까지는 아니었지만, 학대파와는 더욱 거리가 멀어 부타는 괴롭힘이나 아픔은 전혀 당하지 않고 편히 지낼 수 있었다. 집에 온 지 2년째 되던 해에는 남자의 허락으로 지금의 자들까지 가질 수 있었고, 이는 사육실장 중에서도 굉장히 드문 케이스였다. 



 분충이 태어나면 슬픈 솎아내기까지 각오한 부타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여덟마리의 자실장과 엄지실장들 중에 분충은 한 마리도 없었다. 모두가 어미인 부타를 닮아 성품이 조용하고 착했으며, 실장석으로는 드물게 만족이란 것을 알았다. 그리 질이 좋지 않은 실장푸드를 줘도, 다양한 장난감이 없어도, 콘페이토를 자주 주지 않아도 보채는 일이 없었다. 거기까지 도달하는 동안, 부타의 필사적인 노력이 있긴 했지만, 그것을 침착하게 기다려준 남자의 공로도 큰 것이었다.



 이후로도 부타의 행복은 계속 되었다.

 남자의 졸업과 함께 취직이 결정되기까지는.





 남자는 다른 현의 중소기업에 취직하게 되었고, 독신자 기숙사를 배정받았다.

 당연히 기숙사에서는 부타를 기르지 못하였기에 따로 집을 구하려고도 해봤지만, 사회초년생인 그가 가진 돈으로 실장석 O,K인 집을 구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주변 사람이나 부모님에 맡기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실장석 한 마리라면 모를까 아홉마리나 되는 대식구를 맡아줄 곳은 없었다. 남자는 한참 동안 고민했지만, 사실 이미 결론은 나있는 것이었다.







 [마마... 주인님이 정말 떠난테치이...?]



 [테에에... 마마... 무서운테치...]



 [이곳이 산인테치? 굉장히 넓은테치! 너무 높아 천장이 보이지 않아테치!]



 [레츄! 조금 추운레치이... 마마 추운레츄.]





 부타는 자실장들의 목소리를 듣고 겨우 상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미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게다가 이것은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좌절에 빠져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약속...

 언젠가... 아주 많은 날이 지나더라도... 언젠가 다시 찾아올 주인님을 위해서라도 이 자들을 훌륭하게 길러야 할 사명이 그녀에게는 있는 것이다.







 남자가 다른 공원이나 공터에 부타를 내버리지 않고, 굳이 이런 시의 외곽까지 와서 버린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헤어짐이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됐지만, 그래도 죽을 것이 뻔한. 최소한 살 확률보다 죽을 확률이 높은 곳에 아무렇게나 던져둘 수는 없다는 것이 남자의 생각이었다. 어쩌면 그것으로 부타를 버린다는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려고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는 진심으로 부타가 오래오래 자실장과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남자가 선택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들실장으로는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부타가 살아가려면 일단 들실장이 없는 곳이라야 한다.

 이곳은 근처에 주택지는커녕 민가조차 없는 곳이다. 이런 곳에 들실장이 살고 있을 리는 없다. 

 간혹 이주라는 수단을 선택하는 들실장도 있다고는 하지만, 이곳은 실장석이라는 레벨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자신의 차로도 최소 20분. 실장석의 걸음으로는 두 달이 걸릴지, 세 달이 걸릴지 모르는 거리다. 이주해온 들실장도 없을 것이다.



 들실장이라는 위협도 피해야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식료의 조달이었다.

 당장은 고영양 실장푸드 5킬로그램짜리를 4봉지 구입해서 넣어주고, 특별 영양공급용 콘페이토도 10개들이 3키트 준비해주었다.

 식수 역시 개울가 근처를 일부러 찾아 놓아줬으므로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물을 담을 페트병도 큰 것 작은 것 각각 5개씩 넣었다. 페트병에 물을 담는 방법도 집 근처의 고수부지 공원에서 두어 차례 실습까지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변의 식재를 채취해서 먹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책이나 도감을 보여주면서, 때로는 텔레비젼을 통해, 때로는 직접 부타를 데리고 다니면서 어느 것이 먹을 수 있는 것이고, 어떻게 얻는지. 무엇을 먹으면 안되고, 어떤 것을 피해야하는지. 나무에는 열매라는 것이 열리고, 땅속에는 뿌리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이건 잎도 먹을 수 있다는 것. 이건 독이 있으니 근처에도 가지말 것. 등등을 가르쳤다. 



 부타가 얼마나 알아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타를 둔 곳은 입산금지 지역이라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다.

 남자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2년 전에 입산금지 조취를 취한 곳이라 어느 정도 임산물이 다시 자라 있을 것이다. 그럼 그것을 먹고 버틴다면... 정말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외에도 챙겨준 여러 가지 서바이벌 물품들까지 더한다면...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어쩌면 정말로...

 자실장들은 몰라도...

 부타 하나만은 살아남아줄지 모른다.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육실장 푸치의 일생 1


 

 후두두두둑


 오늘도 위에서 밥먹이가 쏟아진다.
 그러나 실장석 푸치는 그런 것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수조의 유리벽에 딱 붙어 바깥만 바라본다.
 입을 헤- 벌리고, 코를 킁카킁카거리면서 바깥의 남자를 뚫어질듯 주시한다. 
 데스데스하며 무언가를 떠들어 보기도 하고, 둥그스름한 손으로 주먹을 쥐어 유리벽을 콩콩 두드려보지만 먹이를 넣어준 남자는 단 한번도 뒤돌아보는 일 없이 사라졌다.
 푸치의 두 눈에 뿌옇게 눈물이 어린다. 
 조용히 데스우--- 하고 울어보지만 역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마... 오늘도 주인님이 봐주시지 않은테츄..."

 "테... 섭섭테치..."


 옆에선 푸치의 두 아이가 멍하니 서서 중얼거린다.



 푸치는 2년 전 거리의 실장샵에서 지금의 남자를 주인으로 만났다.
 고급사육시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명성을 얻고 있는 사육장에서 엄한 훈육을 모두 이겨내고 출하되었지만, 특별히 귀여운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특출난 개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오랜 시간동안 팔리지 않고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귀한 대접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되어 마지막 몇주간은 매대 구석에 쳐박혀 밥도 제대로 주지 않는 학대 아닌 학대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조용히 정리하던 푸치에게 나타난 것이 바로 지금의 주인이었다.

 푸치에게 있어서 남자 ~지금의 주인~를 만난 것은 그야말로 죽음의 환난에서 구세주를 만난 그것의 심정과도 같았겠지만, 남자는 그저 실장붐에 휩쓸려 나도 한 번 길러볼까나 싶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금일한정특가 급처가 990엔(익일 오전 처분)-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푸치에 눈길이 간 것 뿐이었다.

 그런 남자의 사정을 알리가 없는 푸치는 남자를 정말 진심으로 섬겼다.
 화장실 가리기, 식사예절, 생활예절, 대화예절 등 사육실장으로서 지켜야할 기본행동은 말할 것도 없고, 사육장에서 배우지 않고 자신이 실장샵에서 지내면서 체화한 것. 이를테면 점원들의 행동을 보고 배운 집안 청소하기, 물건 정리하기, 구석구석에 쌓인 지저분한 먼지나 머리카락 따위를 깨끗이 하기 등을 실천하기도 했다. 

 남자 역시 이때까지만하더라도 아직 어린 자실장인 푸치의 귀여운 외모와 점잖은 성격. 그리고 청소나 물건 정리 등의 소소한 행동 등이 마음에 들어 푸치의 모든 것을 귀엽게 봐주었다.



 아마 이때가 실장석 푸치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나날이었을 것이다.

 다정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몇 시간씩 놀아주는 상냥한 주인님.
 먹을 것은 말랑말랑한 고급 사료에다 닌겐사마만이 먹을 수 있다고 하는 다양한 과자와 초콜릿, 그리고 콘페이토우. 어떤 날에는 주인님 앞으로 배달온 피자를 먹어보기도 했고, 또 어떤 날에는 구경만해도 누대에 걸친 영광이라고 하는 '초밥'이란 것을 입에 대보기도 했다. 비린내가 나고, 똥같이 생긴 초록색 무언가가 너무 매워서 푸치의 입맛에 맞지는 않았지만.

 푸치는 이때 난생 처음으로 실장석 수영장이란 곳에도 가봤으며, 늘 입고 있던 연두색 실장옷이 아닌, 예쁜 분홍색 새옷을 받아입기도 했다. 병아리 모양의 깜찍한 손가방을 들고 주인님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기도 했고, 주인님 품에 안겨 관람차라는 것을 타보고, 축제라는 시끌벅적한 곳에도 갔다.

 보통의 실장석이 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호사를 받는다면 십중팔구는 '와타시는 특별한데스', '닌겐 오마에가 와타시에게 흠뻑 빠진데스우 데프프프'하며 타락해버렸겠지만, 푸치는 달랐다. 엄한 훈육을 자랑하는 사육장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삶을 포기했을때 메시아처럼 찾아온 남자에게 신성심을 느낀 것을까. 어느 쪽이든 푸치는 아무리 좋은 대우를 받더라도 그 한계점을 명확히 지켰고, 무엇보다 자신의 분수를 알았다.

 1을 주면 10을 원하고, 10을 주면 또 100을 요구하는 것이 실장석의 본능이라지만, 푸치는 그 본능을 훌륭하게 이겨냈고, 더 나아가 그것을 다스릴 줄 알았다. 콘페이토우를 실컷 먹은 다음 날, 원래보다 못한 실장푸드가 나오더라도 전날의 영광에 취해 그것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렇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공원 산책을 간 이후 몇주 동안이나 바깥 구경을 하지 못해도 참을줄 알았다. 알큰달큰하고 짭짤한 '피자'가 너무도 먹고 싶었지만, 왼손을 깨물면서 참아냈다.

 그 정도로 푸치는 훌륭한 실장석이면서, 또 그만큼 주인인 남자를 존경한 것이다.





 "테... 마마... 주인님은 왜 우리를 봐주시지 않는테치?"

 "테에엥... 테엥... 오늘도 안 봐주신테치.. 어제도 안 봐주신테치... 이만큼이만큼 지나도 한번도 봐주지 않은테찌..."

 "마마 왜 그런테치? 우리가 뭔가 잘못한테치? 그래서인테치?"


 잠시 상념에 빠진 푸치의 옆에서 두 아이가 보챈다.
 차녀 ~사실 차녀라고 해봐야 막내였지만~는 바닥에 주저앉아 테엥 테에엥 하며 눈물을 주륵주륵 흘린다.
 가짜 눈물이 아니라 진한 초록빛과 피처럼 빨간빛이 일렁이는 진짜 눈물이다.


 "데-- 그런거 아닌데스우... 주인님은... 주인님은 조금 바쁘신 것일뿐인데스..."

 정말 바쁜 것일까. 
 잠깐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푸치는 세차게 머리를 내저으며 그런 '무엄한'생각을 떨쳐버린다.


 "이리오는데스- 마마가 주인님이 얼마나 상냥한지 이야기해주는데스-- 마마가 주인님과 '축제'란 곳에 갔던 이야기인데스-"


 "..........지겹도록 들은테치..... 하지만 우린 한 번도 가본적 없는 테치..."


 장녀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푸치는 무시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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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치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은 푸치도 몰랐고, 남자는 더더욱 몰랐다.
 어느 날인가 푸치에게 밥을 주려던 남자는 푸치의 두 눈이 초록색으로 물든 것을 알아챘다.
 거울이라고는 일주일에 한 번 목욕을 할때나 쳐다보는 푸치는 그런 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남자의 화난 얼굴에 푸치는 몹시 당황하면서 떠듬떠듬 그간의 정황을 설명했다.
 그토록 존경하고 사랑했던 남자. 아니 주인님의 차가운 눈빛을 보자 푸치는 무언가 시퍼런 것이 썩둑하며 가슴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언젠가. 실장샵에서. 오랫동안 팔리지 않는 자신을 보던 점원닌겐사마의 눈빛. 그 눈빛이 그랬다는 것을 떠올리자 더욱 심하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자신이 살아남을 방법은 어떻게든 결백을 증명하는 방법뿐이라는 것을 잘 알았기에, 푸치는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면서도 그간의 정황을 소상히. 몇 번이나 설명했다.

 거짓말을 섞지 않은 것은 푸치의 깨끗한 본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지만, 결과를 보면 대단히 현명한 행동이었다. 남자는 웹사이트에서 본 내용대로 십수 번에 걸쳐 반복적인 질문을 했고, 그것을 푸치는 모두 통과한 것이었다. 실장석의 짧은 머리로 거짓말을 지어냈다면 그 순환논리에 휘말려 장렬하게 자폭했겠지만, 어찌됐든 진실만을 말했기에 푸치의 진술은 일관성이 있었다.


 그리하여 남자가 내린 결론은 창문 틈새로 날아든 송홧가루가 푸치를 임신시켰다- 하는 것이었다.
 물론 푸치에게는 무죄가 내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푸치가 무죄가 됐다하더라도 뱃속의 아이는 그대로이다.
 아직 테치테치하며 우는 자실장이니만큼 아이라고 해봤자 두서너마리. 그것도 구더기 아니면 엄지가 고작일 것이다. 남자는 낙태약을 쓸까도 생각해봤지만, 낙태약은 의외로 독한 것이라서 어린 자실장에게 쓰면 죽거나 눈이 멀기 쉬운 것이라는 실장약국의 설명을 듣고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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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마마- 단맛이란 것은 어떤 거인테치? 와타치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테치..."

 "데... 단맛이란 것은.... 데에... 그러니까... 푸드를 촵촵하며 먹을때 혀밑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행복한 그 기분을 기억하는데스우? 그게 바로 단맛인데스-"

 "테에.... 하지만 마마.... 우리들 푸드 실컷먹어본적이 없는테치....."

 "테......... 그런테치.... 모르겠는테찌...."



 푸치의 이야기는 축제에서 먹은 달콤한 설탕사과 대목에서 끊기고 만다.
 갑자기 분위기는 급격히 어두워져간다.
 그런 분위기를 읽은 것일까.
 푸치는 황급히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린다.



 "....그것보다 일단 밥먹는데스... 주인님이 맛난 밥을 주고 가신데스..."


 급히 말을 얼버무린 푸치는 수조 바닥에 널부러진 갈색 토막을 얼금얼금 주워모은다.
 남자의 새끼 손톱보다 조금 큼직한 원통모양의 푸드.
 어제까지 먹던 초록색의 둥그스름한 밥먹이와는 조금 다른 모양이다.
 주인님이 주신 새로운 먹이인 것일까?
 푸치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도 어제의 먹이와 다른 모양, 다른 색깔이란 것을 알고 흥분된 기색으로 음식을 집어든다.
 푸치에게는 주먹만한 푸드지만, 아이들에게는 머리통 반절만한 크기이다.
 아이들은 누구 것이 더 큰지 견주어보면서 헤헤하며 웃는다.
 그러나 그 미소도 잠시.
 푸드를 코밑에 대고 킁카킁카 냄새를 맡던 두 아이는 얼굴이 보라색으로 질려버린다.


 ".....비린내테치..."

 "이상한 냄새가 나는테츄..."


 방금까지의 신난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진 두 아이.
 특히 차녀는 들고 있던 푸드를 바닥에 내팽겨친다.
 그런 모습을 보고 푸치는 바닥의 푸드 하나를 집어든다.


 "데에! 무슨 소릴 하는데스! 그럴리 없는데스. 주인님이 주시는 음식은 항상 경건한 마음으로 먹는..... 데기! 펫! 펫! 데에...... 고약한 맛인데스...."


 푸치는 아이들을 쏘아보며 입에 털어넣은 푸드를 토해낸다.
 그 자신마저도 고개를 내저을 정도로 고약하고 끔찍한 맛이다.
 침에 반쯤 녹은 갈색 찌꺼기를 모조리 뱉어내고, 가래 섞인 침을 펫펫 뱉어내도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머리가 띵할 정도로 충격적인. 정말 강렬한 맛이다.
 비린내에 썩은내. 언젠가 남자가 오랫동안 치우지 않은 화장실의 똥냄새를 맡았을 때의 그 칙칙하고 텁텁한 공기의 맛.
 또 언제이던가 남자가 밥먹이라고 내준 음식이 사실은 상한 것이어서 눈물을 흘리며 그것을 먹었을 때의 그 시큼한 맛.
 여하튼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최악의 맛을 모두 다 더한 것이 바로 이 정체불명의 기묘한 갈색푸드의 맛이었다.

 충격적인 맛에 얼이빠져 멍하니 자신이 뱉은 갈색 찌꺼기를 내려보는 푸치.
 그런 푸치 옆에서 두 아이가 그것보라는듯 떠들기 시작한다.

 "테! 보는테치! 마마도 못먹는테치!"

 "그런테찌! 이건 밥먹이가 아닌테--챠! 먹을 수 있는게 아닌테찌!"

 "데에....."


 그러나 푸치는 반응이 없다.
 흔들흔들 몸을 앞뒤로 덜렁거리면서 초점 맞지 않는 두 눈으로 갈색 찌꺼기를 내려다볼 뿐이다.


 '왜.... 왜인데스...? 어째서 주인님이 이런.... 이런 것을 밥으로 주시는데스우?'

 '와타시가 잘못... 잘못한데스? 그래서 '벌'을 주시는 것인데스까?'

 '하지만... 와타시도... 와타시의 아이들도.... 잘못을 저지른 적은 없는데스........ 정말인데스... 항상 얌전히 지낸데스우. 놀아달라고 보챈 적은 단 한 번도 없는데스....'

 '똥가리기도 잘한데스... 팬츠를 더럽힐까 항상 신경쓴데스... 말도 잘 듣는아이데스우... 그리고 항상 와타시가 보고 있었기에 주인님께 무례를 범할리도 없는데스....'


 "ㅏ.....!"

 "....마!"

 "마마아아아!!!"

 "데에!"


 끝없이 속으로 중얼거리던 푸치를 장녀의 외침이 일깨운다.
 푸치는 데! 하는 멍청한 소리를 내뱉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장녀가 부른 것을 알고 겨우 한숨을 폭 내쉰다.
 멍하니 서있던 푸치를 걱정스러운듯이 바라보는 장녀.
 차녀는 갈색푸드를 발로 테찌테찌하며 걷어차고 있다.

 푸치는 그런 차녀를 말리고 다시 갈색푸드를 집어본다.
 딱딱하고 푸석푸석하다.
 조금만 손을 대도 가루가 폴폴 일어난다.
 한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펴보다가,
 이내 마음을 정한듯 한입 깨물어본다.

 파삭!

 가루가 일면서 입안에 비린맛이 가득 찬다.
 하지만 이정도는 각오한 바다.
 푸치는 이를 악물고 참아낸다.
 이마와 뒷통수에서 땀이 송글송글 솟아난다.
 얼굴은 벌겋게 변했다가 다시 새파랗게 질렸다가 보라색으로 물들어간다.

 어금니에서부터 시작된 살인적인 냄새.
 역겨운 무언가의 향. 퀴퀴한 곰팡내. 쉰듯한 시큼한 악취.
 모든 것이 푸치의 입안에서 한데 버무러져 악독한 향취를 만들어낸다.

 "게보---!! 게보오오오오오!!! 게보오오오오오오오오!!"

 ""테챠아아---!! 마마아아아아아!!!!!!!""

 푸치는 그렇게 뱃속의 모든 것을 게워내고 말았다.




 사실 남자가 주고 간 것은 실장푸드조차도 아니었다.
 근처의 낚시가게에서 습기가 차고 곰파이가 돋아올라 내다버린 깻묵을 얻어와서 주고 간 것이다.
 최근 남자는 웹으로 하는 모 게임에 푹 빠져있어 대부분의 수입을 거기에 쏟아붓고 있었다.
 게임의 캐릭터가 강해지는만큼 푸치에게 들어가는 돈은 점점 줄어들었다.

 원래 주던 푸드도 더이상 내려갈 수 없을만큼 최하위에 랭크된 제품이었고, 그마저도 배불리 먹여주지 않았다.
 영양분은 말할 것도 없다.
 들실장의 시체. 그것도 이곳저곳에 쓸만한 부위는 떼다 팔고 남은 내장찌꺼기와 똥, 뼈를 갈아버린 다음 톱밥으로 양을 불린 '쏘우푸드'와 진흙을 뭉친 다음 바닷물로 짭짤한 맛을 더한 '퍼시픽푸드' 두 종류를 번갈아가면서 먹였다.
 그 가격은 소매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킬로그램에 250엔 정도.
 남자는 그 1킬로그램마저도 물에 타서 양을 불린 다음에 주었다.

 보통의 사육실장에게 이런 것을 먹이면 채 사흘도 지나지 않아서 반항을 하거나, 아니면 미쳐버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불합리한 처우도 푸치는 이겨냈다.
 그 자신은 주인님. 남자에 대한 끝없는 존경심과 사랑으로 참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녀의 아이들.
 쏘우푸드를 준 첫날에는 뱃속에 든 것을 모두 토해낼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었지만, 푸치는 포기하지 않았다.
 피눈물을 흘리면서 먹기 싫다고, 먹을 수 없다고 하는 장녀를 위해 자신이 먼저 충분히 침으로 불리고 적셔 부드럽게 만든 푸드를 주었다.
 테에엥-! 테엥-! 하며 울면서 먹을 수 없다고 도리질치는 차녀에게는 포찌포찌하며 주먹질을 해서 울음을 그치게 하고, 목구멍에 푸드를 쑤셔박았다.

 "데... 코를... 코를 막고 먹는데스우- 그럼 좀 나은데스..."

 라고 하면서까지 아이들에게 밥시중을 드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이 정도의 음식을 먹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고, 또 주인님의 은혜란 것을-
 이 정도의 음식조차 구하지 못해 바깥의 들실장은 오늘도 굶어죽어간다는 것을-
 푸치는 손짓발짓 섞어가며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나 그것도 여기까지였다.
 방금 남자가 주고 간 푸드.
 아니 썩은 깻묵덩이는 아무리 충성심 높은 푸치라고하더라도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자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내다버린 쓰레기를 먹여 푸치와 그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순간의 이별

 


 다음날.
 역시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늘 가던 길을 따라 얼마만큼 걸었을까, 콘크리트 둔덕에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

 자실장이다.
 순간 지금까지 잊고 있떤 어제의 기억이 떠오른다.

 겨우 하루가 지났지만, 자실장의 상태는 놀랄만큼 나빠져있었다.
 가까워지자 구릿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고, 조금 더 가까워지자 온몸에 상처가 여기저기 나있었다.
 동상에 걸린 것인지 발끝과 손끝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바람을 타고 자실장의 테츄- 테- 하는 고통섞인 소리가 들린다.

 가볍게 혀를 차면서 오늘은 그냥 조용히 지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자실장과 눈이 마주친다.
 자실장은 잠시 얼어버린듯 굳어있더니 곧 정신을 차리고 달려온다.
 콘크리트 블록에서 끙끙-거리며 겨우 내려와서 발밑에서 무언가 떠들어댄다.


 [무슨 일이야?]

 [테치! 니, 닌겐상을 계속...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던테치!]

 자실장은 하아하아 거친 숨을 내몰아쉬면서도 분명하게 말한다.

 [오늘 아침까지 마마를 기다렸던데치. 졸리고 추웠지만 계속계속해서 기다렸던테치...]

 [....하지만 마마는 오지 않은 테츄...]


 자실장은 힘없이 귀를 축 늘어뜨린다.


 [마마는 분명 다쳤거나 길을 잃어버린테치... 이렇게 늦은 적은 한 번도 없었던테치...]

 [마마는... 마마는 마마가 날이 새도록 오지 않으면 와타시보고 마마를 잊으라고한 테치...]

 [그렇게 되면 마마는... 죽... 아니, 없어졌다고 생각하라고했던테츄.]


 친실장은 분명 그렇게되면 자신을 죽었다고 여기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꼬마 독라 자실장에게 그것은 너무나 받아들이기 힘든, 아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두렵다는듯 자실장은 그런 말을 되도록 입밖에 내지 않으려 한다.


 [...이제 와타치가 마마를 찾아서 도와야하는테치... 반드시 그래야하는테치.]

 [마마는 지금까지 독라가 된 와타치를 꼭 소중하게 길러줬던테츄. 와타치는 그 은혜에 보답해야하는테치!]


 굳은 결심을 담은 눈으로 쳐다보는 자실장.


 [닌겐상 부탁인테치. 와타치와 함께 마마를 찾아주시는테치... 잠깐이라도 좋은테치... 제발 도와주세요테치...]


 자실장은 이 한 마디를 하려고 지금까지 기다린 것이다.
 추위에 오돌오돌 떨면서 콧물을 흘리며 주섬주섬 친실장을 찾는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한다.


 [와타치... 지금은 가진 것이 없지만... 반드시 보답을 해드리는테치... 닌겐사마... 도와주시는테찌...]

 [........]

 [도와주는테치.. 도와주시는테치... 이대로 있으면 마마는... 아야하는테치.. 아야하는거 이야테찌...]

 [........]


 그러나 대답은 들리지 않는다.
 침묵이 이어지자 자실장은 점점 다급해진다.


 [부탁하는테칫! 도와주세요테치! 제발 테치!!]

 [더 늦으면 마마 죽어버리는테치! 도와주세요테치!]


 어제의 침착하면서도 담대한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이것이 정말 어제 본 그 자실장일까.
 겨우 하루만으로 그렇게나 의젓했던 자실장이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남자는 몰랐다.
 실장석에게 있어 친실장의 존재라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특히나 아직 채 몇 달도 살지 못한 자실장일수록 그 크기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대부분의 자실장이라면 마마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위석이 스트레스를 받아 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실장은 그 아픔을 이겨내고 스스로. 자신의 의지로 마마를 찾아나서려 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를 가진 자실장은 굉장히 귀한 것이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을 길러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 실장석이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보다 부모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엄격한 훈육을 받은 사육실장 출신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런 것을 들실장. 그것도 자실장이 한다는 것은 가히 기적이라고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것이다.


 [떼를 써서 죄송한테치! 하지만 제발 도와주시는 테챠아!!]

 [밤에는 바람이 차가워 죽어버리는 테찌!]

 [.....도와주세요테치... 도와주세요테찌....]


 남자는 그런 자실장을 보고 조용히 말한다.


 [좋아, 나도 같이 찾아줄게.]

 [....텟....?!]


 남자의 말을 들은 꼬마 독라 자실장은 잠시 침묵했다가 곧 울기 시작한다.





 [테.. 다행인테치... 다행인테치....]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역시 상냥한 닌겐상이었던테치... 닌겐상 고마워요테치...]

 [울보구나.]

 [테에에에엥... 테에엥.. 울보아닌레치... 고마워 눈물이 나는 것일뿐인테치... 테에에엥...]


 축 쳐져있던 귀를 파닥이면서 꼬마 독라 자실장은 연신 얼굴을 붉히며 기뻐하고 있다.
 이제 마마를 찾을 수 있어. 마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마마와 함께 다시 살 수 있어...
 그렇게 자실장은 울면서 웃으면서 연신 감사를 표했다.


 [그럼,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줘. 나도 너희 마마를 찾을 준비를 하고 올테니까.]

 [테에! 알겠는테치! 와타치 얌전히 기다리고있는테치!]

 [그래그래]

 [텟츈~★]


 남자는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자실장은 그런 남자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지켜보다가 다시 콘크리트 블록에 앉는다.


 [역시 상냥한 닌겐사마였던테치... 상냥하신 분인테치.]

 [....조금만 기다리면 마마를 찾으러가는테치. 닌겐사마와 함께 찾으러 가는 테치...]

 [닌겐사마는 아주아주 큰 테치... 닌겐사마가 있으면 금방 마마를 찾는테치. 그런테치...]


 바람이 불어온다.
 자실장은 추운듯 재채기를 에퐁- 에퐁- 한다.


 [테츄... 조금 추운테치...]


 양팔을 감싸안고 부르르 몸을 떨던 자실장은 흘끗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쳐다본다.
 아직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직 조금밖에 지나지 않은테치...]

 [기다리는테치. 곧 나타나실 것인테치...]







 얼마만큼 기다렸을까.
 추위에 몸을 떨며, 제자리에서 콩콩 발걸음을 뛰며 자실장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남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테.... 아직도 안 오는테치...]


 조금 불안한듯 눈물을 글썽인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닌테치! 지금 오고 계시는테치! ....아이처럼 보채면 안되는테치... 그러면 나쁜 아이인테치...]

 [닌겐사마에게 재촉해선 안되는테치... 와타치를 도와주신다고 하신 상냥하신분테치... 그런 분을 재촉하는건 이야테치...]

 [......그래도 빨리 오시면 좋겠는테치...]











 [어?]

 남자는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면서 어제의 길가에서 자실장을 발견했다.
 원래 이쪽 길로 출근하지는 않지만, 어제 일이 생각나서 루트를 바꿔보았다.
 어제밤에 별 생각없이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집에 돌아가서 짐을 풀고 쉬어보니 다시 추운 밖으로 나가기는 귀찮아졌다. 추우면 집으로 돌아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자신을 합리화하고 그대로 쉰 것이다.


 자실장은 얼어죽은듯 온몸이 검고 푸르게 물들어있었다.

















잠깐의 만남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겨울은 다 지나갔다지만, 9시가 넘으니 어두컴컴하다.
 길에도 걸어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집은 주택가에서도 꽤나 떨어진 곳에 있어서 제법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집세가 싼 대신 발품을 팔아야하는 것이다. 다 큰 남자가 걸어도 족히 15분은 걸린다.
 한적한 교외의 길은 사람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광빛 가로등을 따라가다 기묘한 것을 보았다.

 작은 실장석이다.
 그것도 보통의 실장석이 아닌 독라실장.
 용케도 저런 모습으로 살아가는구나 싶을 정도의 초라한 몰골이었다.

 자실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바로 앞까지 다가가도 눈치채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공원도 아니고 교외의 길가.
 어째서 이런 곳에 자실장. 그것도 독라 자실장이 있는 걸까...



 바로 앞까지 다가가자 그제서야 자실장도 눈치챈듯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머리카락과 옷 하나 걸치지 않은, 그야말로 독라 그 자체이지만, 또 그런 것 치고는 제법 멀쩡하다.
 보통의 독라라면 학대를 받거나 노예생활을 하느라 여기저기가 상처투성이거나 기형이 되기 십상인데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짐작대로 학대파가 가져다 놀다 버린 걸까...

 [데... 닌겐상인테치이...]

 [....여기서 뭐해?]

 [테ㅡ 마마를 기다리고있는테치ㅡ]

 [마마?]





 [마마는 늘 와타시를 위해 밥을 구해오시는테치. 오늘도 햇님이 나오기 전에 나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테치.]

 [그래서 이렇게 마중나온거야?]

 [네, 테치.]

 자실장은 조금 추운듯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안는다.


 생각해보면 묘한 녀석이다.
 사람을 보고도 아첨하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용감하다는 것은 아니고, 속이려드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집은 어디야? 춥지 않아?]

 [테..... 와타치는 괜찮은테치... 마마는 더 고생하시는테치... 이런 추위는 아무 것도 아닌테치.]

 [집은 저쪽 다리 밑에 있는테치. 마마는 항상 이쪽 길로 오신테치... 그래서 기다리는테치.]

 [조금 늦는구나. 곧 밤이 될텐데.]

 [........]






 [그럼 먼저 갈게.]

 [테ㅡ]




 [잘 가시는테치ㅡ 조심해서 가는테치ㅡ]

 독라 자실장은 자리에서 일어서 손을 흔든다.
 그 모습에 무심결에 이쪽도 손을 흔든다.

 ...기묘한 녀석이다.







 [....상냥한 닌겐상이었던테치...]





 다시 혼자 남은 자실장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노오란 달이 구름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테ㅡ 마마가 말해준 달인테치...]


 [달님, 빨리 마마가 돌아오게 해주세요테치...]












내가 가장 사랑하는 테치 1~3

 


 실장석이 가장 잘 팔리는 계절은 늦가을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쓸쓸함 때문인지, 한 해가 끝나간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이때의 실장석 판매량은 다른 3계절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정도의 판매량을 올린다.
 그래서인지 이맘때의 실장숍은 대목을 위해 특별판매를 준비하느라 한창이다.


 '대특가! 기본 훈련이 끝난 고급 자실장이 단돈 3990엔!'

 '친자매 자실장 2~10+마리 판매중! 기본훈련완비!'

 '개체시술완비! 최저가에서 상담가능!'

 '저실장, 엄지실장, 자실장, 성체실장, 마라실장 모두 구비! 분충부터 특별훈련 끝난 개체까지!'

 '구더기쨩 99엔부터 판매!!'



 실장석 중에서 제일 인기가 높은 것은 역시 자실장이다.
 귀여운 외모에 적당한 크기.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면서 기본적인 예의범절도 가르칠 수 있다.
 똑똑한 것으로는 성체실장이 낫겠지만, 성체실장은 아이다운 귀여운맛이 없고 외모도 뒤떨어진다. 엄지실장은 크기가 작고, 분충화가 잘 일어나지 않아 바쁜 직장여성들 사이에게서 인기지만 아무래도 크기가 너무 작다보니 같이 놀기가 불편하다. 흔히 구더기쨩이라고 불리는 저실장은 너무 멍청해서 키우는 재미가 없다. 거기에 자실장은 같은 친실장에서 태어난 여러 자매들을 한 번에 기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는 다 똑같은 모습이지만, 몇 초도 안 되는 시간 간격으로 태어난 그녀들 사이에는 인간의 그것만큼이나 엄격한 나이배분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장녀부터 막내까지 하나의 친실장에게서 태어난 자매라는 유대감으로 묶인다. 이런 자매의 유대감, 자매애는 자실장들을 기를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실장숍에서는 같은 자매끼리 묶어서 파는 상품을 많이 내보이고 있었다.
 고객 입장에서도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 둘 이상을 사면, 아무래도 놀아주는 시간에 조금 여유가 생기므로 편하다.

 지금도 후타바 실장숍의 쇼윈도에 전시된 실장석 수조들은 대부분이 자매들로 구성된 자실장 자매 세트였다.


 [테찌! 이번에도 우리들이 선택되지 않은 테쮸우....]


 실장셋트를 사서 가게를 나가는 인간을 보며 한 자실장이 귀를 축 늘어뜨린채 중얼거린다.


 [차녀쨩 실망하지 마는 테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테치. 반드시 우리는 팔리는 테치]

 [테이.....]

 [우리들이 좋은자로 하고 있으면 반드시 훌륭한 고슈진사마가 사주시는테치!]


 그런 자실장을 다른 자실장이 옆에서 토닥인다.
 하지만 위로하는 그 자실장도 귀를 늘어뜨린채 내심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실장석들의 판매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성장속도가 무섭도록 빨라 자실장이라고 하더라도 6개월만 지나면 거의 중실장까지 성장하고, 1년 안에 성체실장이 되는 실장석은 정말 시간이 곧 금과 같은 존재이다. 태어나자마자 훈련을 시작한다고하더라도 기본적인 지식과 예절, 대소변 훈련 등 필수적인 것만 배우는데 2개월이 걸린다. 거기에 각 실장숍까지로의 배송, 출하에 걸리는 여러 과정을 거치고 나면 다시 1개월이 줄어든다. 즉, 각각의 자실장이 자실장으로 팔릴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이 약간 못 되는 것이다.

 자실장이 지나 중실장으로 성장한다고해서 아예 안 팔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는 자실장에 비해 훨씬 적다. 게다가 사료값과 같은 유지비용은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실장숍에서는 중실장으로 성장하는 개체를 육즙기에 갈아서 실장푸드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전혀 숨기지 않고 친절하게 자실장들에 가르쳐 주고 보여준다. 때문에 자실장들은 자신이 자실장일때 팔리지 못하면 반드시 죽게 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고, 그런 만큼 필사적으로 팔리려고 노력한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지만 그것도 공평한 것은 아니다. 훈련을 마치고 처음 가게에 들어온 신입 실장석은 가장 좋은 매대에 디스플레이 된다. 거리를 점하고 있는 글래스의 정중앙.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그 위치는 인도를 지나가는 행인들의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이다. 거기에 수조도 가장 화려하다. 수조 전체에 폭신폭신한 카페트가 깔려있고, 침대도 놓여있다. 침대 위에는 아마아마한 비단 이불과 실장석 전용의 베개, 빛을 가려주는 캐노피까지 있다. 화장실은 간이용이지만, 직원이 용변을 볼때마다 바로바로 치워준다. 처음 여기에 들어온 신입 자실장들이 너무나도 화려한 구성에 탈분을 하는 것이 전혀 과장스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런 귀한 자리에 머무는 시간은 단 1주일에 불과하다.
 1주일 동안 팔리지 않는 자실장은 자연스럽게 한 칸 아래로 이동한다. 세로로 다섯줄 있는 데서 두번째 줄로 옮겨지는 것이다.
 행인들의 눈높이보다 약간 낮아 바로 시선을 끌지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아이들의 시선은 끌 수 있다. 시설도 첫번째 줄에 비해서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그러나 다시 1주일이 지나고 나면 다시 한 칸 밑으로 밀려나게 되고, 이때부터 실장석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세번째 수조부터는 카펫이 없다. 딱딱한 플라스틱 수조에 수건이 두어장 깔려 있을 뿐이다. 항상 치워주던 화장실 대신 실장석 전용 변소가 처음 등장한다. 물론 침대도 없다. 그나마 수건을 깔아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때문에 일부 실장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발광하기도 한다. 일단 디스플레이 되는 자실장들은 기본의 교육은 받고 오기에 그런 개체는 드물지만, 간혹 급격한 변화에 숨겨왔던 분충끼를 보이는 실장석은 심심찮게 나타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개체는 그날의 저녁식사나 다음날의 아침식사가 된다.

 그리고 세번째 수조부터는 실장석들의 적극적인 구애가 시작된다.
 환경이 편안하던 두번째 수조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절박감. 위기감이 자들의 온몸을 휘감는 것이다.
 더이상 시간이 지나면 더욱 더 힘든 곳으로 떨어진다. 이 단순한 진리를 몸으로, 피부로 처절히 느끼게 된다.
 물론 그 전에도 사육사들이 수십번 수백번 말한 것이지만, 언어로 다가오는 느낌과 직접 경험으로 느끼는 것은 그 질이 확연히 다르다.


 [텟츙~♥ 닌겐상! 와타치타치들을 선택하는테츄우~ 주인님의 분부는 모두 듣는 테엣치이!!]

 [와타치타치들은 춤을 출 줄 아는 테치이이!! 노래를 잘 하는테치이!! 와타치를 고르는 테챠!!]

 [테츄테츄~♪ 와타치의 자매들은 모두 노래를 잘하는 테치이이! 와타치들을 고르면 반드시 행복한 테치!!]


 지금의 자매도 전심전력을 다한 구애를 했지만, 결국 선택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오늘도 무서운 '교육'을 받게 된다. 자신들은 아니지만, 오늘이 마지막 기일인 실장석들이 다른 이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산채로 '사료'가 되는 광경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아랫층, 바로 옆칸에서 테치테치하고 떠들던 다른 가족들이, 다른 자매들이 산채로 다른 이들의 사료가 되어가는 과정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더구나 내일은 내가 그 '사료'가 된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나 야속하게도 이미 바깥의 햇님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었다.
 오늘도 지난다면 남은 시간은... 자매들은 정확한 일자는 몰랐지만, 자신들이 네번째 줄로 옮겨가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기에 지금 놓친 닌겐상의 아쉬움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그때,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새 닌겐상이 가게로 들어왔다.
 지금 나간 닌겐상과 거의 동시에 들어온 새로운 (예비)고슈진사마. 모든 실장석들은 잠시 정적을 거친 후 괴성을 내뿜기 시작했다.


 [테챠아아아아!! 닌겐상!! 와타치를 데려가는 테치이이이!!! 와타치는 용변을 가릴줄 아는테치!! 음... 음... 또 닌겐사마를 귀찮게하지 않는테치!!!!]

 [와타치는 닌겐상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르는 테치이이!! 절대 분충짓은 하지 않는 테치!!]

 [닌겐상.. 자매들을 함께 돌봐주시는테치.. 모두 착한 아이들인 테츄... 절대로 분충짓은 하지 않는 걸 약속하는 테치... 부디 선택해주시는 테치...]


 저녁 시간이 되면 될수록 실장석들의 호소는 점점 노골적이 되어간다.
 중간의 애교나 여유는 사라지고, 재주보이기나 장기자랑은 생략된 채로 오직 강요와 호소만을 반복 하는 것이다.
 이는 뒷쪽 줄의 매대에 서있는 실장석일 수록, 하단의 매대에 들어있는 실장석일 수록 더더욱 소리가 커진다.
 그녀들 입장에선 시끄럽다고 맞아 죽는 것이나 떠들다가 맞아 죽는 것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은 아침에 점원님이 말한바에 따르면 '주말'이라고 하는 날이다.
 내일은 실장숍이 문을 열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내일은 하루종일 '특제 실장푸드'를 먹어야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오늘 밤 '특제 실장푸드'를 만든다는 뜻이다. 자실장들은 '특제 실장푸드'를 만든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지난 3번의 전적을 생각해보면 부르르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특제 실장푸드'란 3개월 동안 팔리지 않은 실장석을 산채로 갈아서 만드는 미트볼이었기 때문이다.


 [데갸아아아아아아!!!!!!]


 점원은 가게의 문을 잠그고 'CLOSED'라는 팻말을 건 다음 불을 끈다.
 곧 비상등의 파란색 라딘라이트만이 실내를 푸르게 비춘다. 이와 동시에 자신의 최후를 감지한 3번째열 맨 하단의 실장석들의 비명이 샵 전체를 울린다.


 [데갸! 데갸!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

 [덱!! 데, 덱!! 살려주는데스! 살려주는데스! 죄송한데스우우우우!!!!!!]

 [니, 닌겐상! 고슈진사마아아아앗!! 제발! 제발 살려주시는데스우우우!!!!!!]

 [들실장도 좋은 데스!! 학대파라도 O.K인 데스! 목숨만은 살려주시는 데스우우우우우웃!!!!!!]


 각각의 비명이 샵 전체를 떨어울린다.
 그와 반대로 다른 실장석들은 모두 고요한 침묵을 지킨다.
 그러나 점원은 전혀 무신경한 얼굴로 소리치는 실장석들, 중실장들을 잡아 카트의 바구니에 집어넣는다.
 중실장들은 수조 안의 기둥이나 끄트머리를 잡으며 끌려가지 않으려 기를 쓰지만 어차피 실장석. 1초가 걸리느냐, 2초가 걸리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모두 카트 속의 바구니로 끌려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다른 직원이 바퀴가 달린 실장석용 육즙기를 복도로 끌고 온다.
 가로 1미터, 세로 1미터, 높이 2미터의 거대한 스테인레스 재질의 육즙기.
 거대한 스크류가 언뜻 보이기에만 3개가 보이고, 입구에는 No Jissou 라는 글자와 함께 초록색 실장석 마스코트가 그려져있다.


 직원은 스크류의 예비 전원 스위치를 올려 '위이이이잉~~~'하는 거북한 쇠마찰 소리를 내도록 한 다음, 목소리를 크게 높여 주위의 실장석들에게 말했다.


 [모두 잘 봐라! 3개월 동안 판매가 안 된 똥벌레들의 최후를!! 3개월 동안 팔리지 않는 똥벌레는 누구든 이렇게 처분한다!! 모두 잘 봐둬라!!]


 말이 끝나자 그는 예비 전원 스위치를 주전원으로 변환시킨다.
 위이이잉~~ 하는 옅은 소리는 이내 '쿠콰콰콰콰콰콰콰!!!' 하는 엄청난 소리로 바뀌면서 주변의 공기를 찢어발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카트 속의 실장석을 분쇄기 안으로 집어 넣는다.


 [테에에엑!! 안 되는 테치이이이!! 살려주는.. 츄베베베베 테갸봇!!!!]

 [안되는데스! 안되는데스! 제발 살려주는 데스우우우우!!!!! 뭐든지 하는 테데데레레레렉뎃!!!!!!]

 [데에에엑!! 데엑!! 닌겐사아아앙!! 와ㅡ 와타치의 매력을 느껴보라는.. 데레레레레 츄가봇!!!!]

 [테, 텟츈~♥ 닌겐사마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는텟츄~ 이번에는 반드시 닌겐사마를 매료매료시키는 테쟈아아악!!!]
  
 [마마!! 마마!! 와타치를 마중나온 데스우? 와타시 오랫동안 기다린 데스웅... 데? 데레레레렉!!!!!! 데아아아아!!! 사, 살려주는!!!!!]


 실장석들의 비명이 불 꺼진 숍 전체에 울려퍼진다.
 직원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천천히 한마리씩 분쇄기 입구에 집어 넣으며, 기다리는 실장석들이 충분한 공포를 느끼도록 한다. 그 공포에 못 이겨 비명을 조금이라도 더 지르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들의 비명이야말로 매대에 올려진 실장석들의 훌륭한 교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열한마리까지 다 집어넣은 직원은 분쇄기의 전원을 끄고, 따끈따끈한 김이 피어오르는 신선한 육즙을 아랫쪽 트레이에서 꺼낸다.
 거품이 부글부글 피어오르는 초록빛 국물. 군데군데 붉은빛깔과 쥬시한 노란 지방질이 표면에 떠 있어 더욱 괴기스럽다.
 직원은 트레이를 다시 캐리어 위에다 싣고, 큼직한 국자를 꺼내 겁에 질린 실장석들이 있는 수조에 떠준다.


 [자~ 많이 먹으라구.]


 실장푸드를 줄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식사를 주는 직원을 보는 실장석 얼굴에 공포의 기색이 어린다.
 방금 전까지 소리를 지르던 동족들.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언니, 마마, 동생들이 한그릇 고기죽이 되어 밥그릇에 담긴 것이다.
 초록빛깔의 고기죽은 매장의 가장 안쪽매대에 있는 실장석들에게 준다. 거품이 아직도 부글거리는 고기죽은 대변찌꺼기와 옷조각, 머리카락이 마구 섞여져 있다. 냄새도 아주 고약해서 몇몇 실장석은 고개를 돌리고 토하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초록색 고기죽은 모든 실장석을 갈고 남은 찌꺼기인 것이다. 실장석도 외면할 정도로 심각한 쓰레기. 보통이라면 하수구에다 버리는 것을 이 실장숍에서는 사기 진작의 이유로 가장 안 팔리는 실장석들에게 먹이고 있었다.


 [자~ 먹고 힘내야지. 다음주에는 너희들이 이렇게 될테니까 말이야~]


 직원은 가장 안쪽 매대에 죽을 모두 퍼주고 두번째 트레이를 열었다.
 두번째 트레이에는 갈색빛깔이 도는 넓적한 고기가 겹겹히 쌓여있었다. 실장석들의 살을 모아 고온으로 쪄낸 미트볼이다. 앞의 초록색 고기죽과는 달리 음식 냄새도 나고, 어찌됐든 진짜 고기로 만들어진 것이다. 직원은 솜씨좋게 고기를 덜어내어 두번째 매대의 수조에 미트볼을 담아준다. 테이.. 하며 주저하는 실장석들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우물거리며 잘 먹는다. 어떤 자실장은 실장푸드보다 더욱 탐닉하는 개체도 있다.

 이러한 실장 미트볼은 가장 앞의 매대, 창문가에 디스플레이 된 매대의 아랫줄까지 주어진다.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실장석들은 주지 않는다. 그 아이들은 저번주에도 그랬듯이 최고급 실장푸드를 받는다. 
 다음주에는 같은 음식을 받을지도 모르는 그들이지만, 형형색깔의 실장푸드를 양손에 움켜쥐고 미트볼을 먹는 다른 실장석들을 테프프프 거리며 비웃기에 여념이 없다.


 잠시 뒤 직원은 무서운 기계를 끌고 사라졌다.
 그리고 파란색 불빛도 꺼져 가게 안은 괴괴한 어둠만이 감돌고 있었다.
 간만에 인간이 없는 시간.
 각 수조의 실장석들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느라 테치테치 데스데스 떠들어대다가 한 마리씩 잠에 빠져든다.


 [테에...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 테치이....]



 [테에?]

 힘없이 주저앉은 여동생의 눈물을 닦아주던 언니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거대한 닌겐... 아니 닌겐사마가 서있었다.

 [테에에??]

 언니의 눈동자가 퉁방울만큼 커졌다.
 여기. 이 가게에 와서 처음으로 주목받았다.
 그동안 빠르게 살펴보는 몇몇 닌겐사마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콕 짚어 자신들을 가리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베베베... 테에....]

 만약 이런 상황이 온다면 그동안 동생쨩과 함께 갈고닦은 예쁜 노래와 귀여운 춤을 이렇게이렇게 부르고 저렇게저렇게 추자고 몇 번이나 말해왔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자 어떻게 할 줄을 모르고 어버버거리며 당황할뿐이었다.

 [테츄? 오네챠앙 왜 그러는... 테짓?!]

 눈물을 닦아주던 언니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지 않자, 이상히 여긴 동생이 언니를 쳐다보고 다시 언니의 시선을 쫓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다.

 [테... 테테테... 닌... 닌겐사마가 우리를 보는테치!]

 [테에에에....]

 [오네챠!! 어서.. 어서 닌겐사마에게 우리를 부탁하는테치!!]

 [테테테... 그, 그런테치! 어서 추, 춤을 준비하는테체!!]


 남자의 부름에 안쪽에서 하얀색 앞치마를 한 점원이 달려온다.

 [아, 이 애들 말씀이시죠? 네. 괜찮은 아이들입니다. 아직 그렇게 나이도 많이 먹지 않았고 머리도 좋은 편이죠.]

 [이 아이들은 서로 형제... 아니 자매들인가요? 한 부모에서 나온?]

 [네. 물론입니다. 부모... 아니 친실장이라고 해야겠지요. 저희 가게에서 이렇게 한 수조에 들어있는 것은 100% 같은 친실장에서 나온 자매들입니다. 여기 보증서도 있지요.]

 [네에....]

 [가게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그렇지만, 확실히 이쪽 두번째 매대에서 고르는게 괜찮은 선택이지요. 어린 순서대로 앞쪽에 진열하고, 또 앞쪽이 비싸지만... 너무 어린 아이들은 기르기가 꽤 힘이 들거든요. 혹시, 실장석을 길러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네? 아, 아뇨... 처음입니다. 좀 흥미가 생겨서...]

 [그러시다면 이 아이들이 딱이죠. 이 애들은 가게에서도 굉장히 조용하고 점잖은 성격이거든요. 애교나 특별한 재주는 없지만, 그만큼 수더분해서 손이 많이 들지 않아요.]

 [그런가요... 그럼 가격이....?]

 [두 마리를 한 번에 사신다면 6800엔입니다. 20% 할인된 가격이지요.]

 [네에...]


 남자는 다시 한 번 수조 안의 자실장 자매를 쳐다보았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쳐다보는 줄도 모른채, 한 마리는 울고 있고 또 다른 한 마리는 그 우는 아이를 달래주고 있었는데, 지금은 폴짝폴짝 뛰면서 무언가 외치고 있었다. 구해달라는걸까? 같이 살고 싶다는걸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마음에 걸려 관심을 가졌지만, 혹시 너무 어두운 성격이면 곤란하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팔짝이는 걸 보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남자는 내심 안심했다.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 

 남자는 결국 자실장 자매를 구입했다.
 원래의 가격에서 거의 절반이나 깎았지만, 실장석이 살 모형집과 수조, 실장푸드, 실장용 오리변기 등 필요한 물품을 사다보니 오히려 돈은 더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자매가 귀여웠기에 그리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신들이 선택되었다는 것을 몇 번이고 확인한 자매는 연신 남자에게 감사의 인사와 절을 해왔고, 집에 가는 도중에도 즐거운듯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기에 생각보다 돈을 더 많이 썼다는 그런 감정은 금방 사라져버렸다.

 [테에에에에에... 닌겐... 아니 고슈진사마의 집 매우 큰 테체!]

 [그런테치! 너무 넓은테칫! 이렇게 넓은 곳은 본 적이 없는테치이... 이곳이 공원이라는 곳인테치?]

 실장석 케이지에서 자매들을 꺼내 마루바닥에 내려놓자 둘 다 탄성을 지른다.
 남자의 집은 그저 그런 투룸에 불과하지만, 좁은 선반과 케이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던 좁은 가게에서만 살아온 두 자매에게는 그야말로 압도당할만큼의 크기인 것이다.

 자실장들은 생소한 마루바닥의 감촉을 신기하게 여기면서 손으로 몇 번이나 어루만지고, 때로는 두손으로 팡팡 때려보기도 하면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처음에는 머뭇머뭇 움찔움찔하며 무척 조심스럽게 걸었지만, 나중에는 두 마리 모두 테치테치하며 신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실장샵에서 구분하기 쉽도록 머리 두건에 '2'라고 쓴 동생이 '1'이라 쓰인 두건을 쓴 언니를 테츄테츄하며 쫓아다니기도 하고, 소파 밑의 어두컴컴한 공간을 두려운듯 빠안히 쳐다보기도 했다. 테이블의 다리를 놀랍다는 듯이 쳐다보고 만져보기도 했으며 올올히 얽혀있는 화장실의 바닥깔개를 몸에 둘러보기도 했다.

 남자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실장들이 뛰어노는 것을 지켜보았다.
 잘 샀다.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뛰어노는 것도 귀엽고 하는 행동거지 하나하나도 고양이나 개, 햄스터 등과는 전혀 다른 맛이 있다. 거기에다 의사소통까지 가능하고, 지능도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뛰어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더 푸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남자는 한참을 자실장 자매가 테츄테치하며 노는 것을 지켜보다가 가져온 짐을 풀기 시작했다.
 자실장들이 들어가서 지낼 투명한 플라스틱 수조는 거실의 테이블을 벽쪽에 딱 붙이고 그 위에 올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자실장들이 들어가 잘 수 있도록 모형집을 꺼내 조립하기 시작했다. 재질은 두꺼운 하드보드지에 엷게 비닐이 코팅된 재질로, 버섯 모양의 귀여운 지붕도 가지고 있었다. 조립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순서대로 부품을 꺼내 미리 파여진 홈에 맞춰 끼우기만 하면 됐다. 완성된 집을 수조 구석에 놓고, 욕실에 가서 낡은 수건 두 장을 꺼내 집 안에 하나, 집 바로 앞에 하나를 깔아줬다. 마지막으로는 빨아먹을 수 있도록 벽에 설치하는 급수대를 수조에 걸고, 사료그릇을 근처에 놓았다. 오리 모양의 변기도 놓아줄까하다가 일단 변기 사용법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해 넣지는 않았다.

 [잠깐 노는 건 그만두고 이리와~]

 [테에? 주인님 부르신테치이?]

 [테에.. 테에... 동생쨩이랑 술래잡기 지친테치...]

 [응, 그래 잘 왔구나. 저기 너희들 이게 뭔지 알아?]

 남자는 노란색 오리 모양의 변기를 자실장들 앞에 놓았다.
 그것을 보고 자매들은 테치테치하며 이리저리 만져본다.
 그러다 돌연 동생이 소리친다.

 [테에에! 기억난테치! 이건 화장실인테츄!]

 [오! 그래 잘 아는구나아~]

 남자는 '2'라고 적힌 동생의 머리를 쓰윽쓰윽 쓰다듬어주었다.
 그 행동에 동생은 얼굴을 붉히며 테에츄우... 하며 부끄러워한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여기에만 용변을 봐야되는거야~ 모두 배변훈련은 다 알고있겠지?]

 [테, 텟츄! 무, 무, 물론인테치이! 똥싸기는 항상 화장실에 하고 흘리지않는테츄!]

 [테, 테, 테치! 그런테치! 맞는테치! 우리들 모두 훈련받았어요테치!]

 자매들은 '배변훈련'이란 말에 어린 시절 받았던 무서운 광경을 떠올리고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세차게 떤다.
 그 가혹하고도 끔찍한 '배변훈련'에서 자매들과 친구 대부분이 죽었고, 자신들도 한두번씩 크게 다쳤다. 쉴새없이 가해지는 체벌과 고문, 잔인한 학대에 '똥은 반드시 화장실에서!', '똥은 절대로 흘리지 않는다!', '똥을 누고는 반드시 닦는다!' 등의 구호를 뼛속 깊이 새겨왔던 것이다.

**************************************************************************** 

 자매는 저녁으로 실장푸드를 두둑히 나눠먹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 어린 자실장인 자매에게는 많은 수면이 필요하다. 푸드를 다 먹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더니, 이내 수건에 둘러싸여 고로롱고로롱 코를 곯면서 깊은 잠에 빠진다.
 남자는 그런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보다가 뒷정리를 조금 하고는 자신도 내일의 출근을 위해서 불을 끄고 침대로 들어갔다.

 자매가 잠을 깬 것은 주변이 괴괴한 어둠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깊은 새벽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어두컴컴하지만 조금의 빛이라도 있었던 가게와는 달리 온 사방이 검게 물들어있다.
 당황해하는 언니의 테챠-! 하는 소리에 동생도 잠을 깨어 두리번거린다.
 하지만 이내 조금 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겨우 안심하며 자리에 주저앉는다.

 [테헤- 테헤- 조금 놀란테치. '주인님'과 함께 살게 된 것을 깜빡한테챠-]

 언니가 헐떡거리며 말하자 동생이 등을 토닥여준다.

 [테에... 언니쨩... 하지만 와타치도 당황한테츄. 너무 깜깜해서 놀란테츄.]

 [....이제 괜찮은테치. 괜찮아진테치.]

 언니는 등을 토닥이는 동생의 뭉툭한 손을 잡고 끌어당겨 몸을 끌어안는다.
 너무 어두워 바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몇 번 더듬어 둥그스름한 머리통과 통통한 배, 따뜻한 손끝을 만져간다.

 [테에... 언니쨩 따뜻한테츄우...]

 [.....테-- 이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테치-]

 [테에?]

 [매일밤 매일밤... 잠을 잘 때마다 두려웠던 테치- 언젠가 우리들도 고기죽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매일밤 잠드는게 두려웠던테치-]

 [와타치는 낮잠은 좋아하는테치- 낮잠은 자도 괜찮은테치- 하지만 밤에 잠이 들어... '내일'이 오면... 무서운 기계에 들어가는 날도 그만큼 다가오는테치- 그래서 밤에 잠드는건 너무도 이야테치...]

 [오네챠....]

 [하지만 이제 괜찮은테칫-!! 닌ㄱ.. 아니! 주인님을 만난 테치! 이제 고기죽이 될 일은 없는테치!]

 [그런테치! 잠깐 뵈었지만 정말 상냥한 주인님인테츄-!]

 [테에에- 동생쨩 말이 맞는테치이- 상냥하신테치! 이제 낮잠도 밤잠도 마음껏 즐기는테치이~]

 [테에에엥... 테에에엥... 기쁜데 눈물이 나는테츄우... 테에에엥...]


 밤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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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시간이 흘러 아침이 된다.
 햇님이 고개를 완전히 내밀지 않은 푸르스름한 새벽녘부터 자매들은 두근두근하며 수건 위에 정좌하고 주인님을 기다렸다.
 그러나 자매의 기대와는 달리 남자는 햇님이 완전히 떠올라 거실과 수조를 따뜻하게 달구어질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뜨끈한 햇살을 맞아 자매들이 다시 꾸벅꾸벅 졸고있을때, 갑자기 벼락같이 시끄러운 종소리가 울리는가 했더니 남자가 바람처럼 거실로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소음과 주인님의 등장에 자매들은 퍼뜩 잠에서 깨어 '주인님'을 연신 외쳤지만, 남자는 자매들을 돌아볼 시간은 전혀 없어 보였다. 몇 번이고 욕실과 방을 황급히 뛰어다니던 남자는 현관문을 향해 돌진해갔다. 그러다 문득 수조를 보고, 그제서야 자매의 존재를 깨닫고 수조로 다가간다.

 [하아.. 하아... 이런 정말 늦겠는데... 아, 일어났니?]

 [테에에에! 주인님테츄!!]

 [주인님! 주인님!!]

 [아, 그래그래. 오늘 내가 좀 바빠서 얼른 나갈게. 밥은 여기에 둘테니 나눠먹어. 저녁에 올테니까 잘 아껴서 먹고...]

 남자는 선반에서 오렌지색 실장푸드를 한움큼 꺼내 수조 안의 밥그릇에 놓아둔다.
 물은 충분히 급수기에 들어있어 괜찮은 것 같다.

 [밥과 물은 여기에 있고... 그리고 똥은...]

 약간 불안한듯 자매와 오리 변기를 번갈아 쳐다본다.

 [여기에다 싸는거야. 알겠지?]

 [테에- 알은테치이-]

 [걱정하지 마시는테치 주인님!]

 [그래... 여하튼 똥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면 정말 혼날테니까! ...알았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남자는 현관문으로 뛰어간다.

**************************************************************************** 

 [테에에에... 주인님 가버리신테치이...]

 [정말 순식간에 사라져버린테치! 와타치 아직도 정신이 없는테치이-]

 자매들은 귀를 추욱 늘어뜨리면서 중얼거린다.
 하지만 이내 기운을 되찾고 수조의 벽에 달라붙어 연신 거실을 구경하는데 여념이 없다.
 어제 저녁은 한껏 긴장되어 있어 구경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한숨 잠을 자고 나서는 조금 마음이 안정되었지만, 이번에는 바깥이 너무 깜깜해서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아침이 되어 충분한 햇빛이 들어와 방 안을 밝히면서 제대로 된 구경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테에! 저길 보는테츄! 엄청 커다란 물건인테치이!]

 [테히이이이... 정말 어마어마한테치... 색깔이 누런테치... 대체 저건 뭐인테츄...?]

 [쉬이이! 조용하는테치, 동생쨩! 저건 움직이는 괴물일 수 있는테치!]

 [테히?!]

 [쉬잇! 와타치는 옆 수조의 친구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테치... '고양이'라고 하는 괴물이 있는테치. 그 괴물은 아주아주 덩치가 크고 사나워서 우리들을 순식간에 죽인다고 들은테체!]

 [테힛! 지, 진짜인테치...? 그, ㄱ, 그렇다면 그런게 왜 여기에 있는 테치이...]

 [...와타찌도 그런건 잘 모르는테치- 하지만 그 친구는 고양이는 누렇고 까맣고 하얗고... 그렇다고한테치. 거기다 덩치도 아주 크니 저게 그것은 분명테치...]

 [무서운테치이...]

 자매들은 노란 2인용 소파를 보면서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그 앞에 놓여진 커피 테이블을 보고 저것이 무엇인지 테치-테치-하며 토론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째깍거리는 시계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한참이나 수조를 빙글빙글 돌며 찾아보기도 하고, 쿵쾅거리며 수조를 뛰어다니며 술래잡기 놀이도 했다. 

 모든 것이 즐거웠다.
 원래는 성체실장 하나가 충분히 쓸 수 있는 크기의 수조는 어린 자실장 자매들이 뛰어다녀도 될 만큼이나 넓었으며, 바깥 세상에 나와본 것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무엇을 보더라도 그것은 태어나서 처음보는 것이었으며, 대체 그것이 무엇을 하는 물건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의 토론이 필요했다. 그러다 구경이 조금 시들해지면 동생과, 언니와 테치-테치- 뛰어놀기도 하다가 배가 고프면 실장푸드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이곳은 자매들에게 있어 천국과도 같았다.

 [테체-!! 이 푸드는 정말정말 맛있는테칫-!]

 [그런테치-! 달콤달콤한테치이~♬ 행복해서 부르르 몸이 떨리는테츄웅~♪]

 음식도 그랬다.
 늘 가게에서 먹던 퍼석퍼석하고 수상한 냄새가 나던 초록색 실장푸드와는 달리, 지금 먹는 실장푸드는 예쁜 노란색, 오렌지색으로 되어있고, 달큼한 과일 향기가 나서 먹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다. 생전 과일이란 본 적이 없으니 자매들에게는 그저 좋은 향기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거기에 실장석을 산채로 갈아서 적당히 유화제와 응고제, 영양제를 조금 넣고 대충 비비고 뭉쳐 만들어낸 싸구려 저급 실장푸드와는 달리, 이 실장푸드는 제대로 된 원료에 제대로 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었다. 조금만 건드려도 푸스스 무너지는 가게의 푸드와는 달리, 이 푸드는 동글동글 야무지게 뭉쳐져있어 한 알씩 집어먹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깔끔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가게 푸드는 고개를 쳐박고 압-압- 거리며 빨아들이듯이 먹어야하기 때문이다.
 두 개를 먹으면 적어도 하나는 머리털과 옷조각이 튀어나오는 가게 푸드와는 달리 지금의 푸드는 열 개를 먹어도 이물질이 나오는 일도 없었다.

 무엇보다 자매를 사로잡은 것은 맛이다.
 시큼털털하고 구린내나면서도 어떤 것은 싱겁고, 어떤 것은 너무 짠맛이 나는 가게 푸드와는 달리, 달콤한 맛 위주로 구성된 지금의 노-란 푸드는 정말이지 반할 정도의 맛이었다.
 실장석은 원래 다른 맛보다도 단 것을 가장 우선시 한다.
 그런 만큼 제대로된 애완용 실장푸드는 기본적으로 단맛이 난다.
 지금의 자매 앞에 놓여진 푸드도 매일 텁텁한 녹색 알갱이만 먹어왔던 자실장들의 혀를 녹여버릴 정도의 단맛을 뿜어내고 있었다.

 [테츙! 테츙! 정말 맛있는테츙!]

 [테에~ 오네챠! 조금 천천히 먹는테치! 그러다 아야하는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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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껏 푸드를 먹었으면 이제 잠을 잘 시간이다.
 자매들은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면서 수건에 파묻혀 다시 잠에 빠져든다.
 따뜻한 햇살에 몸을 반쯤 걸치고, 보드라운 수건을 등 뒤에 깔고 잠자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분좋은 일이다.
 거기에 사랑하는 동생과- 언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기쁨은 두곱절, 아니 수십곱절이나 더 좋아진다.

 [테츄.... 테...츄...]

 고로롱거리며 코를 곯며 자고 있던 언니가 갑자기 자리에서 부스럭거리며 일어난다.
 그 바람에 손을 꼬옥 잡고 있던 동생도 부시시하며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다.

 [테에? 언니쨩 왜 일어난테치?]

 [ㅂ, 배가 아픈테츄우... 응가마려운테츄]

 언니 자실장은 통통하게 튀어나온 배를 부여잡고 황급히 오리 변기로 달려간다.
 그 모습을 보고 동생 자실장도 불안한 얼굴로 후다닥 쫓아간다.
 재빨리 팬츠를 벗고 오리 모양 변기에 걸터앉는 언니 자실장.
 이어서 부류류류~ 하며 질펀한 녹색똥을 토해낸다.

 [테에~☆ 츄우우우~웅~♥]

 황홀한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떤다.
 실장석에게 있어 배설은 또 하나의 즐거움인 것이다.
 좋은 음식을 잔뜩 먹고 시원하게 똥을 싸는 것은 하루에 몇 번밖에 할 수 없는 오락과도 같다.
 특히 아직 여물지 않은 춍배설구를 지닌 자실장에게는 더욱 각별하다.

 [테에에.. 잔뜩 싼 테츄~☆]

 [다, 다음은 와타치가 싸는 테치이! 급한테츄!]

 언니가 오리 변기에서 내려오자마자 동생이 올라간다.
 비슷한 소리의 가죽피리가 울려퍼지고 동생도 언니 못잖게 질펀하게 똥을 쌌다.
 겨우 두 번밖에 싸지 않았지만, 이미 오리 변기의 절반 이상이 걸죽한 녹색 페이스트로 차올랐다.

 [테츙! 시원한테치! 잔뜩 싼 테치이~]

 [테지이... 동생쨩 닦을 것이 없는 테츄우...]

 [테에?]

 동생보다 먼저 볼일을 본 언니가 타박타박 변기 주변을 돌아다니며 가랑이를 닦을 신문지 조각이나 천조각을 찾았지만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닦을 것이 안 보이는테체! 이대로는 와타치의 총배설구가 매끈매끈하지 않게되는 테치....]

 [테쮸!]

 아직도 팬츠를 입지 않고 뒤뚱거리며 주변을 돌아다니는 언니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동생도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깜짝 놀란다. 대변을 봤는데 닦을 휴지가 없는 것이다. 인간과 똑같은 상황이다. 특히 실장석의 그것은 인간의 그것보다 훨씬 묽기 때문에 닦지 않으면 더러운 녹색물이 가랑이는 물론이고, 다리까지 타고 흐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물론 사육실장에게 있어 엄히 금지되는 일이다. 이전의 가게에서라면 볼 일을 보고도 제대로 뒷처리를 하지 않는 실장석은 '배변훈육'이 덜 됐다고 하여 맞아죽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보통의 사육실장들에게는 실장석 전용 휴지가 주어지고, 이전의 가게에서는 헌 신문지 조각이나 낡은 천조각(대개는 죽은 실장석의 옷가지였다.)이라도 줬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없다. 아직 실장석 사육에 있어서는 초보자 중에 초보자인 남자가 깜빡하고 만 것이다.

 [테지이이이이!!! 없는 테찌! 없는 테치! 안 보이는테체아아!!]

 [언니쨩! 너무 뛰지 않는 테치! 똥이 바닥에 흐르는 테칫!!]

 과연 동생의 말처럼 수조 바닥에는 녹색물이 군데군데 흘러 악취를 풍겨내고 있었다.
 동생은 허리를 숙이고 가랑이를 꼭 붙여 어떻게든 '물'을 흐르게 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지만, 닦을 것을 찾느라 이곳저곳 뛰어다닌 언니는 이미 가랑이는 물론이고, 다리와 신발까지 녹색물이 질척하게 배여있었다.

 [테에에에에엥.... 와타치의... 와타치의 옷이 더러워진 테치이이이!!!]

 [오, 오네챠아!! 울지 마는테치!! 테에... 테...]

 [테에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엥!!! 주인님 죄송한테치이이이!! 잘못한테치!! 쫓아내지 마시는 테치이이!! 테에엥!]

 [테, 테류보오.... 언니쨩! 할 수 없는 테치! 일단 팬츠부터 입는 테치!]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 테?! 그, 그러면 팬츠가 잔뜩 더러워지는 테치... 이야테치이...]

 [....그래도 할 수 없는테치. 이대로라면 더욱 더 더러워지는 테치. 팬츠를 입으면 그래도 팬츠만 더러워지는 테치]

 [테치이.... 하지만... 하지만.... 나중에 주인님께 혼나는테치! 반드시 혼나게되는테치!]

 [그것은 할 수 없는테치. 정직하게 용서를 구하는테치.]

 동생이 먼저 아까 벗어던진 하얀 팬츠를 주워 다리에 끼운다.
 잠시 망설이는가 했지만, 이내 결심한듯 힘차게 허리로 당겨 올린다.
 그러자 하얀 팬츠는 이내 지저분한 녹감색으로 물들어버린다.

 [테기이....... 축축한 테치.....]

 [테에에에엥... 동생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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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언니 자실장도 팬츠를 다시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걸로 더 이상의 녹색물은 흐르지 않게 되었지만, 그것 뿐이었다.
 그 전에 흘러내린 똥은 이미 엉덩이와 다리. 언니의 경우에는 신발까지 질척하게 적셔졌기 때문에 다시 수건이 깔린 곳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팬츠는 더럽혔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는 정도의 생각은 그녀들에게도 있었다.

 [테, 테, 테, 테... 추운 테츄....]

 [테퐁! 테퐁! 테에-- 재채기가 나는테치-]

 거기다가 둘은 입던 옷도 벗고 있었다.
 질척해진 팬츠에 옷까지 더러워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옷을 벗어 수건 위에 올려두고, 둘은 오리 변기 근처의 구석에 등을 붙이고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입고 있는 것이라고는 머리를 감싸는 두건과 질척거리는 녹색 팬츠. 초록색 구두밖에 없었다. 그나마 언니는 그 구두마저 잔뜩 더럽혀져 맨발이었다.

 두 자매가 할 수 있는 것은 차가운 플라스틱 바닥에 몸을 뉘이거나 플라스틱 벽에 몸을 기대고 멍하니 있는 것밖에 없었다.
 추워서 잠도 오지 않았고, 무언가 이야기를 할 기운도, 바깥 구경을 할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저 멍하게 눈만 뜨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다시 언니 자실장의 배에서 맹렬한 소리가 들려온다.

 [테.. 테... 테테... 또, 또 똥이 나오는테찌이이이-]

 '똥압축기계'라고도 불리는 실장석은 하루에도 다섯번 이상의 똥을 싼다.
 하지만 이것은 다 자란 성체실장의 경우이고, 아직 성장이 덜 된 자실장은 똥을 담아두는 '분대'가 작아서 더욱 더 자주 싼다. 그 횟수는 7~10회. 어떤 때는 15회 이상까지 가기도 한다. 실장석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그럼 먹는 것을 줄이면 될 것 아닌가?'하고 생각하지만, 이런 상식적인 생각도 기묘한 생물인 실장석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똥'이 일종의 생체물질인 실장석에게 있어서 인간의 '먹은만큼 싼다.'라는 등가교환의 법칙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실장석은 먹이를 며칠 먹지 않아도 저절로 똥이 몸 안에 고이고, 몇 날이나 물을 마시지 않아도 질척한 똥물이 절로 새어나온다. 거기에 놀랄 때나, 두려움을 느낄 때면 호르몬이 분비되어 다른 신체장기에서도 맹렬하게 녹색똥을 뿜어낸다. 그렇게 하루동안 만들어내는 똥의 양은 거의 체중의 절반에 이른다. '똥압축기계'라는 이명이 허투루 붙은 것이 아닌 것이다.

 [가득! 가득가득 나오는테치이이이이~☆]

 방금 전까지의 우울하고 슬픈 기분을 날려버리려는듯이 언니 자실장은 아까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똥을 밖으로 토해냈다.
 실컷 똥을 싼 언니 자실장은 어느새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폴짝 오리 변기에서 뛰어내린다.
 그 모습을 불안한듯 쳐다보던 동생 자실장이 주춤주춤 오리 변기에 다가가서 안을 들여다 보고 황급히 놀란다.

 [테칫!! 오네챠아아!! 이것 좀 보는테치! 변기가 벌써 가득차버린테칫!!!]

 [테, 테에?]

 동생의 말처럼 둥근 오리 변기의 안은 무서울 정도로 많은 양의 녹색똥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 소름끼치는 녹색물은 발판까지는 거의 1~2센치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지금 당장이라도 변기를 넘어 튀어나올 것처럼 으르렁거리는 것 같았다.

 [테.... 테.... 변기가... 변기가 너무 작은테치.... 닌겐... 아니 주인님이 비워주셔야하는테치....]

 [테------- 테엣?! 테---- 도, 동생쨩 미안한테치.....]

 [......오네챠의 잘못이 아닌테찌.... 주인님.... 어디계시는테치? 도와주세요테치이......]


 그러나 남자는 이제서야 겨우 점심시간을 맞았을 뿐이다.
 아직 남자가 돌아오기까지는 못해도 6시간 이상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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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이게 무슨 냄새야?!]

 집에 들어선 남자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밀어닥치는 악취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유통기한이 일주일쯤 지난 우유팩을 열었을 때의 썩은내와 오래된 푸세식 화장실에서나 맡음직할 구린내가 온 집안에 진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서둘러 자실장들을 넣어둔 수조로 달려갔다.

 [테스~ 테스~]

 [테치~ 테츄~ 테스~]

 수조 안에는 자실장들이 세상 모르고 곯아떨어져 있었다.
 혹시나 자실장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했던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수조의 절반. 아니 2/3 이상이 초록색 액체로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그 액체에서 지금의 악취가 흘러나온다는 것과 액체처럼 보이는게 사실은 실장석의 똥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담요로 쓰라고 넣어준 두툼한 목욕타올은 원래의 흰색은 온데간데 없이 지저분한 초록색으로 잔뜩 더럽혀져 구석에 쳐박혀 있었다. 분명 아침에 가득 채워둔 급수기의 물은 텅 비어 있었고, 그 만큼의 물이 흘러내려 온 바닥이 질척거리고 있었다. 분명 고체였을 똥이 초록색 액체가 되어 출렁거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멀쩡한 것이라고는 오직 하나. 실장푸드를 담아두는 밥그릇 뿐이었다.
 그리고 자실장 둘은 그 밥그릇 안에 들어가서 몸을 둥글게 말고 코를 곯며 자고 있었다.

 [테츄우... 테치이.... 테....]

 [테스... 테스테스....]

 남자가 왔는데도 자실장 두마리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한참이나 어이없이 수조를 들여다보던 남자는 일단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고, 에어컨의 환기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수조 전체를 들어 욕실로 옮겼다.


 [테에....? 테....?]

 [테츄우.... 주인님? 주인님이 오신테치!]

 [테에에! 주인님테쮸!]

 수조를 옮기는 와중에 자실장들이 깨어났다.
 하지만 남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욕실 바닥에 수조를 내려다 놓고, 자실장 두 마리를 밥그릇째 꺼내 한쪽 구석에 밀어놓을 때까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수조를 들어 변기에 그 걸쭉걸쭉한 초록색 액체를 쏟을 때까지.
 남자는 자실장들에게 아무런 말도. 시선도 주지 않았다.

 [테에에에... 동생쨩... 주인님이 화나신테치이...]

 [테치... 맞는테치이... 하지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면 용서해주실것인테찌...]

 등을 돌린 남자의 뒤에서 속닥속닥거리던 두 자매는 결심을 한듯 폴짝 밥그릇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남자의 옆으로 돌아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양손을 닳도록 비벼댔다.

 [주인님! 주인님! 죄송한테치!! 와타치타치들이 잘못한테치! 사과드리는테치이이이!!]

 [잘못한테치! 잘못한테치! 잘못한테치! 제발 한 번만 봐주시는테치! 와타치 '특식'되는거 이야테치!]

 [주인ㄴ....]

 [시끄러!!!!!]

 [텍!!]

 자매의 사죄는 남자의 고함소리에 이내 묻혀버렸다.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린 자매.
 그런 자매에게 남자의 고함이 연이어 울려퍼진다.

 [변기를 뒀으면 변기에다 똥을 싸야지!! 대체 어제 뭘배운거야?! 엉!!!]

 [내가 그렇게나 힘들게 일하고 와서!! 오자마자 너희들 똥부터 치워야한다는거냐?! 앙!!!]

 [테에에에... 주인님.... 그게 아니라 변기가 너무 작....]

 [입닥치고 들어!!! 어디서 말대꾸야!!!]

 [테찍!!]

 그 뒤로도 남자의 고함소리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밀폐된 욕실에서 성인 남자의 고함소리를 온몸으로 받는 것은 자실장에게 있어 어마어마한 고통이었지만, 남자의 기세에 눌려 자매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그저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새빨갛고 초록색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잔뜩 겁을 집어먹은 탓에 항문이 꽉 조여 탈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이 상황에 탈분마저 했다면 정말 그 뒷감당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임이 분명했다. 

 한참동안의 설교와 그보다 배는 더 걸린 청소 끝에 자매는 다시 수조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깨끗깨끗해진 바닥은 다시 얼굴이 비춰보일 정도로 번쩍번쩍 광이 났고, 새로 넣어준 따스하고 보들보들한 수건에서는 향긋한 꽃냄새도 났지만 자매들은 수조 구석에 등을 붙인채,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잔뜩 더러워진 옷도 벗겨져 세탁하느라 둘 다 알몸이었지만 도저히 이불쪽으로 가 누울 생각이 들지 않았다.

 [테치... 추운테치... 몸이 벌벌 떨리는테체...]

 [테에에... 하지만... 하지만... 또 더럽히면 이번에는 정말 크게 혼나는테치이....]

 [테츄... 주인님이 그렇게 화내시는건 처음 본 테치... 무서운테치... 그리고 그것보다 더 마음이 아픈테치이...]

 [주인님께 수고를 끼쳐드린테치... 죄송한테치... 하지만... 정말 변기가 작아서 그랬던테치. 주인님은 그것도 몰라줬던...]

 [테깃! 오네챠! 그런 말을 하면 절대! 절대! 안되는테체!!]

 [테엣?! 테... 테테... 와타치가 실수를 한 테치... 미안한테치. 정말 큰일날뻔한테치...]

 [어떤 때라도 닌겐사마를 탓하면 안되는테치... 그건 가장 큰 '중죄'인테치...]

 [테베베베...]

 실장샵을 떠났지만 태어나자마자 받았던 대부분의 훈육은 머리에. 아니 영혼 깊이 박혀 있는 두 자매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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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똥을 이렇게나 많이 싸는 거였나... 실장석이....]

 퇴근하자마자 지친 몸으로 수조를 닦고, 방을 환기하고, 자실장들을 씻기고, 다시 욕실을 씻기느라 거의 두 시간 동안 추가노동을 한 남자는 침대에 누워 노트북으로 실장석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고 있었다.

 [먹은 음식만큼만 배설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실장석은 체내에서 끝없이 똥이 생성되어..... 섭취한 것 이상으로 배설한다.... 정말 기묘한 생물이네....]

 실장석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관련 정보를 하나둘씩 찾아보면서 남자는 자신이 실장석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 개나 고양이를 키우던 것 정도로 생각한게 잘못이었다. 고양이는 따로 배변판을 마련해두면 자신이 알아서 용변을 보고, 모래를 덮어 스스로 처리한다. 개 역시 그럴 수 있고, 아니면 밖에 산책나갈때마다 용변을 보도록하여 따로 처리할 수도 있다. 이런 동물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배설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장석은 다르다. 먹지 않아도 내부장기인 분대에서 끝없이 똥이 생성되는 실장석은 주기적으로 똥을 밖으로 분출해야 한다. 성체실장쯤 되면 분대와 창자가 커져 어느 정도는 참을 수 있지만, 아직 미숙한 자실장은 거의 똥을 참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7~8회. 많을 때는 10회도 넘어가는 것이 자실장들의 용변이라고 한다. 한 마리라도 그럴진데, 지금 남자는 두 마리나 키우고 있다. 그 작은 변기로 감당이 안되는게 당연하다.

 [이런......]

 남자는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실장석과 골든 리트리버 1~2

 


 실장석을 기르기 시작한 것도 어느덧 일년이 다 됐다.
 애완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혼자 사는 독신 생활에서 아무래도 개나 고양이는 조금 부담이 되었다. 고향집에서 개를 이미 키우고 있었기에 그 난이도에 대해 실감하고 있었던 것도 컸다. 대소변을 가리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고, 무엇보다도 외롭지 않게 놀아주어야하며, 그렇다고 두 마리 이상 키우기에는 또 부담이 된다. 털이 날리는 것도 꽤 큰 문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지루하고 쓸쓸한 독신생활이었기에 무언가 하나는 키워보고 싶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실장석이었다.

 때는 실장석 붐도 상당히 끝난 터라 양질의 실장석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실장석 전문샵을 몇 군데 돌아다니면서 애교가 많고, 외향이 귀여운 실장석 대신 성격이 조용하고 순종적인 놈을 찾았다.
 애완동물은 조용하고 느긋한게 최고다...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활발하고 애교가 많은 것은 그 만큼 상대해줘야한다는 뜻이고,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쉽게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에 빠진다. 나에게 시간이 많다면야 그렇게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꽤나 바쁘게 살아가는 나같은 샐러리맨에겐 어려운 일이다. 애완동물로 치유를 하려다 오히려 악화되는 게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결국 나는 한 실장숍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매대의 구석에서 자실장 하나를 찾아내었다.
 다른 놈들은 테치테치 테찌테찌하며 자신을 데려가라고 소리를 지를 때, 테- 하는 표정으로 쳐다만 볼 뿐 보채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주인의 말에 따르면 성격이 특히 조용하고 소심해서 다른 손님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머리는 좋다고 한다. 난 몇 가지 대화와 테스트를 통해 그게 사실이란 것을 알았고, 곧바로 3900엔에 구입해서 집으로 데려왔다.


 [너의 이름은 그린이다.]

 [테에에... 와타치 이름을 받은테찌... 마마! 주인님 고마운테찌! 와타찌 반드시 좋은 실장이 되는테찌!]


 그린은 내 생각대로 훌륭한 애완동물이 되어 주었다.
 소심한 성격 덕분인지 내가 집을 비웠을 때도 자신의 집으로 만들어 준 실장전용 조립형 골판지 하우스(복층구조, 1090엔)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내가 말한 '얌전히 집에 있어야 한다.'라는 말을 충실히 지킨 것이다. 보통이라면 어지르지는 않더라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 법도 한데, 그린은 그런 호기심도 억누른채 주인인 나의 말을 충실히 지킨 것이다. 실장석으로서는 분명히 드문 마음가짐이다.
 보기드문 좋은 실장석이라서 그랬던 것일까. 그린과 나의 동거생활도 별 탈 없이 훌륭하게 지낼 수 있었다.




 [테치! 주인님 공놀이하다 자는 테치!]

 [왜 공을 안 던져주는테치? 어서 공을 던져주세요테치]

 [테치테치! 다음은 와타치가 반드시 잡는테챠!]


 지금 아래에서 떠들고 있는 것은 그린의 자실장이다.
 손바닥만큼 작았던 자실장 그린은 일 년만에 데스데스하는 꽤 커다란 성체실장으로 자라났다. 어릴 때의 귀여움은 없었지만, 그대신 눈치가 늘고 말을 더 잘 들어 계속 키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보다 결의에 찬 모습으로 그린은 나에게 자식을 가지고 싶다고 말을 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했지만 그린의 요구는 집요했다. 나는 '자를 낳으면 부담이 커진다.'. '한두 마리를 낳는 것도 아니고 대여섯마리나 그 이상이나 낳을텐데 감당할 수 없다.'. '대개의 사육실장 자들은 분충이 된다.' 등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그린은 막무가내였다. 그린의 말에 따르면 '밥과 물은 지금만큼만 줘도 괜찮은데스! 내가 굶는데스!', '분충인 자는 와타시가 처리하는데스! 슬픈 일은 와타시도 어릴때 많이 보고 배운데스!', '많이 낳아도 슬픈 일을 통해 줄일 수 있는데스! 한 마리만이라도 허락해주시는데스!' 등 제법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항상 조용하고 순종적이던 그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에 나는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몇날 며칠이나 계속되는 사정과 호소, 눈물 때문에 결국 나는 허락했다. 다만, 1주일 안에 교육을 끝내지 못하면 내가 직접 너와 그 자들을 집에서 내보낼 거라고 엄포도 잊지 않았다. 그린은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을 흘리며 큰절을 하는 것으로 답했다.

 그리고 지금 그린의 자는 모두 여덟마리나 되었다.
 예전의 그린의 모습을 쏙 빼닮은 자실장이 여섯에 엄지가 하나, 구더기가 하나였다.
 서너마리까지는 각오했지만,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여덟 마리라는 숫자에 나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고, 그린은 특유의 소심함과 나의 마음을 거슬렀다는 죄책감이 합쳐져 아주 엄격한 교육을 자들에게 시행했다.

 몇 번이나 할인된 가격으로 팔려왔긴했지만, 실장샵에서 철저한 교육을 받은 탓인지 그린의 교육은 대단히 엄격했고 또 그 나름대로 체계적이었다.
 나의 양해를 얻어 처음 몇주동안은 화장실 안에서 생활하며 일단 대소변을 가리는 교육부터 시작한 그린은 예절교육, 식사교육, 주인님에 대한 개념 등등 자신이 실장샵에서 배운 것을 모두 가르쳤다. 그리고 이후에는 자신이 나와 생활하면서 배웠던 여러 가지 지식들. 내가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놀이는 조금 귀찮아하고, 어떤 놀이는 좋아하는지까지도 가르쳤다.
 보통 실장숍에서 데려온 실장이 낳은 실장 2세는 분충이 되는게 대부분이라고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린의 자들은 분충이라고 불릴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내가 보기엔 다 거기서 거기 같았지만, 그래도 다른 자실장보다 약간 더 큰 장녀와 차녀가 제법 똑똑한 것은 알았다. 그리고 반대로 다른 자실장보다 약간 작은 5녀와 6녀는 울음소리도 '테치'가 아닌 '테찌'로 들리는 것이 조금 모자라보이기도 했다. 7녀인 엄지와 8녀인 구더기는 작아서 그런지 존재감이 더욱 옅었지만, 그린은 그 아이들까지도 소중하게 돌보아주었다.

 화장실을 그린 혼자만이 쓰던 오리 변기에서 동시에 2마리가 볼일을 볼 수 있는 간이화장실 모형으로 바꾸어주었고, 급수기도 자실장용으로 한 대 더 달아주었다. 먹이도 자실장 때는 잘 먹여야된다는 말에 평소 그린이 먹던 것보다 조금 더 좋은 '고영양 실장푸드 레드(10Kg, 3,280엔)'으로 올렸다. 집은 원래 주었던 것이 워낙 큰 것이라서 당분간은 괜찮을듯 하여 그대로 두었다. 보아하니 엄지와 구더기를 가장 안전한 1층의 깊은 곳에서 재우고, 특히 더 건강한 장녀와 차녀, 3녀를 2층에서 재우는 것 같았다.
 늘 아기같았던 그린이 마치 베테랑 주부처럼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고, 통솔하는 모습은 놀라웠다. 거기에 자실장들이 따르고, 말을 듣고, 때로는 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역시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거기에 자실장들도 나를 아주 잘 따라서 함께 놀 때는 진심으로 나도 즐거웠다. 늘어난 자실장들 때문에 그린과 놀아주는 시간이 조금 줄었지만, 그런 말을 할때마다 그린은 약간 수줍어하며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꽤 대견스러웠다.





 어느 날, 본가에서 전화가 왔다.
 석달 전에 본가에서 기르는 데브쨩이 강아지를 낳았는데, 모두 훌륭하게 컸다는 것이다.
 아주 우아한 크림색 털을 자랑하는 데브쨩은 올해 3살로 내가 직접 전문 농장에서 아주 어린 새끼때부터 받아 키운 녀석이다. 이전의 새끼는 불행한 일로 모두 잃고 한 마리 밖에 남지 않아 누구를 줄 형편이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여섯마리를 모두 건강하게 낳아 오늘로 3개월째를 넘겼다면서 필요하다면 나도 한 마리 데려가서 기르라고 했다. 나는 당연히 O.K라고 대답하고 그날 중으로 바로 차를 몰아 본가로 내려갔다. 간만에 데브쨩도 보고, 새끼들도 하나하나 만져보고 안아주었다. 역시 모견이 좋아서그런지 새끼들도 하나같이 큼지막하고 귀엽다. 어린 강아지는 모친과 함께 살아야 죽는 일이 적어진다. 너무 어릴때부터 데려다가 키우면 갑작스런 병으로 죽기 쉽고, 살아난다고 해도 허약해서 잔병에 시달리는 일이 많다. 그 최저 한도가 3개월이기 때문에 나도 데브쨩의 출산을 듣고부터 3개월만 지나기를 손꼽아서 기다려왔다.

 데려올 강아지를 고르는 것은 쉬웠다. 새끼들 중에 가장 활달하면서도 몸에 통통하게 살집이 오른 녀석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골든 리트리버 특유의 펄럭거리는 큰 귀에 짧고 뭉툭한 주둥이, 커다란 눈망울, 북실북실하면서도 깨끗한 크림빛 털, 통통한 앞발과 물갈퀴. 모든 면에서 데브쨩을 쏙 빼닮은 아들이었다. 아버지도 눈여겨 본 녀석인듯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내가 억지를 부려 데려가기로 했다. 한 마리로는 외로울 것 같아 두 마리로 할까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한 마리를 키우는 것과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은 천지차이란 걸 잘 알기에 그만두었다. 그리고 외로움은 같이 지내는 그린 가족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심심하지는 않다고 생각했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안고 온 강아지를 현관에 내려주니 약간 경계를 하면서도 신나게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강아지는 귀여운 아기 돼지처럼 생겼기에 이름을 P쨩이라고 붙였다.
 큰 귀를 펄럭이며 뛰어다니는 모습은 통통한 햄에 다리가 달려 걸어다니는 것 같다.


 [주인님 돌아오신 데스우? 수고하신데스우~]

 약간 늦은 밤에 돌아왔는데 그래도 그린이 맞아준다.
 눈이 반쯤 감겼고, 흐리멍텅한 걸 보니 아무래도 자다가 일어난 것 같다.


 [아, 그린. 새 식구를 소개해줄게.] 


 나는 내 방쪽으로 도망간 P쨩을 간신히 붙잡아 그린 앞에 놓아둔다.


 [자~ 오늘부터 같이 살게 된 P쨩이야. 친하게 지내라구.]


 P쨩은 눈 앞의 초록색 생물을 난생처음 본다는 듯 눈을 꿈뻑꿈뻑 한다.
 그린은 몇 번의 산책과 텔레비젼 시청으로 개라는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다. 역시 굳은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본다.
 어색한 침묵은 P쨩이 몇 번 그린의 냄새를 킁킁 맡더니 얼굴을 핥짝이면서 끝이났다.


 [데덱!!]


 그린은 깜짝 놀라 몇발자국 뒤로 물러서지만, 계속해서 꼬리를 흔드는 P쨩과 표정을 보고 악의가 없음을 깨닫고 조용히 다가가 자신도 P쨩의 이마 부분을 만져본다.


 [데에에에... 큰 데스우...]


 그린은 처음보는 P쨩의 크기를 보고 압도된다.


 [크지만 아직 태어난지 3달밖에 안 된 아기야. 그린이 잘 돌봐줘야해.]

 [주인님 이게 아기인데스우? 아주 큰 데스.]

 [개는 덩치가 커서 아기도 이 만큼이나 크단다. 자라면 이것보다 훨씬 더 커지지.]

 [데데데데데... 와타시는 상상이 가지 않는데스... 아주 덩치가 큰 아기인데수...]


 그것도 그럴 것이 아직 3개월인 P쨩이 1년 반 정도 산 그린의 키보다 조금 작은 정도다. 거기다 좋다고 덤벼들 떄의 힘은 그린을 훨씬 상회한다. 처음 보는 생물인 그린을 보고 좋다고 달려들어 앞발을 몸에 댔는데, 그것만으로도 그린은 벌렁 뒤집어진다. 
 하지만 반년 안에 그린보다 거의 대여섯배는 더 커질 것이다.


 [데기이이~ 침이 잔뜩 묻은데스우우~]


 넘어진 그린의 배 위에 두 발을 얹고 P쨩은 얼굴과 목덜미를 마구 핥는다. 그린은 일어나고 싶어 발버둥치지만 특유의 불균형적인 신체구조와 압도적인 힘차이로 파닥거리는게 고작이다.


 [간지러운, 간지러운 데슷! 데프프프프! 주인님 도와주시는데스우우우~~!!]


 그린과 P쨩의 첫만남은 그런데로 잘 끝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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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월만에 어미와 떨어져서인지 P쨩의 응석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나도 최근에는 일이 별로 없어 오후 일찍 퇴근해서는 거의 P쨩과 함께 놀았다.
 그린과 함께 놀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린의 자들은 P쨩을 무서워하고 P쨩도 첫만남과는 달리 그린을 약간 경계하는듯해서 친하게 어울리지 못했다.

 아직 새끼라서 서열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아 그럴 것이다. 개는 실장석과는 달리 같이 생활하는 이들의 서열을 정해 놓는데, 아직 새끼인 P쨩은 그 서열을 제대로 매기지 못한 것 같다. 개 특유의 복종한다는 표시인 자신의 배를 보이는 것도 아직까지 잘 하지 않는다. 그린에게 장난을 쳤다가도 금방 태도를 돌변하여 으르렁 거리는 것 역시 서열 매기기의 일환인 것이다.
 그린 역시 처음 만나보는 개라는 존재에 대해 당혹감을 느꼈다. 아기라고 하지만, 덩치는 자신만큼이나 크고 힘은 더 센 것 같아 물리적인 힘으로 어떻게 하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P쨩이 덤빌때면 자신이 어떻게 통제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의 시간 대부분을 P쨩에게 쏟았다.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골든 리트리버답게 P쨩 역시 잠시도 나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아직 새끼라서 한창 잠을 잘 때라서 항상 내 옆에 붙어서 자거나 나에게 안겨서 잤다. 노는 것도 아주 가끔 그린과 그린의 자를 멀뚱히 구경할뿐, 대부분 나와 같이 장난을 치며 놀았다.
 덕분에 그린과 그린의 자는 나와 어울릴 시간이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


 [테에에에... 마마... 주인님이 우리들이랑 놀아주지 않는테치이~]

 [그런테치. 맞는테치. 같이 공놀이를 해본 것도 매우 오래된테치!]

 [마마! 마마가 주인님께 같이 놀자고 하면 안되는테찌? 공놀이 하고싶은테찌]

 [안되는데스우!! 마마가 뭐라고 가르친데스? 주인님께 무언가를 요구하면 된다고 한 데스우?!]

 [테엥! 하지만 저 괴물은 항상 주인님한테 요구하는테치! 매일매일 놀아달라고하는테치!!]

 [하루에도 몇번이나 놀아달라고 달려든다테찌!! 그래도 주인님은 놀아주시는테찌! 우리도 하는테찌이이!!]

 [데에... 괴물이라고 하면 안된다고 말한데스우...]

 그것은 사실이었다.
 자신들은 울타리가 쳐진 집에서 하루종일 주인님이 놀아주시기를 마음 속으로 기다리며 얌전히 앉아있지만, 주인님은 오지 않는다.
 몇 번이나 곁눈질을 하고, 간혹 조금 용기를 내서 아이들과 함께 울타리 안에서 공놀이를 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공놀이를 하면 주인님이 넓은 거실에서 하라면서 함께 놀아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을 던져도, 아무리 곁눈질을 해봐도 주인님은 놀아주기는 커녕 이쪽으로 눈길도 거의 주지 않았다. 
 오직 P쨩과만 즐겁게 노는 것이었다.


 [P쨩, 아이 예뻐하자. 아이 예뻐~]

 아이 예뻐란 소리에 P쨩은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목덜미를 자랑하듯 들이댄다. 이때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면 기분좋은듯 지긋이 눈을 감는다. 이때의 귀여움이란 이루말할 수 없다.
 몇 번 목덜미를 만지게 해줬으니 됐다는듯 내 손을 빠져나와 이번엔 쇼파 밑에서 흰색 스폰지 공을 주워 가지고 온다. 공놀이는 P쨩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다.

 [공놀이 할까, P쨩?]

 나는 공을 힘껏 거실 한가운데로 던진다.
 두두두두거리면서 힘차게 P쨩이 달려간다.


 [테챳!! 마마!! 저 괴물이 우리들의 공을 가져간테치!!]

 [데뎃?! 무슨 소리인데스?]

 [테챠아아아!! 보는 테치! 저기를 보는테치이이!!]


 차녀가 가리키는 쪽에는 P쨩이 공을 물고 달려가고 있었다.


 [데에에에.... 저건 우리 공인데스우...]

 [마마! 마마! 얼른 돌려달라고 말하는테체!! 주인님께 말해 저 녀석을 혼내주는 테치이이이!!!]

 [테샤아아아아아!! 테샤아아아아!! 당장 내려놓는테치!! 안 내려놓으면 엉덩이를 차주는테치!!!]

 [주인님!! 주인님!! 저건 우리 공인테치!! 당장 빼앗아주는테챠!! 주인님테치!!]

 [공을 놔두는테찌! 도둑놈테찌!! 빨리 돌려주는 테쨔아아아아!!!]


 자들은 있는대로 화를 내며 씩씩거리고 발을 동동 굴러보지만 남자는 알아채지 못한다.
 오히려 P쨩은  말랑말랑한 공의 감촉이 마음에 들었는지 공을 잘근잘근 씹더니 앞발로 단단히 잡고 물어뜯기 시작한다.

 [마마!! 마마아아앗!! 보는 테치!! 공이 망가지고 있는테체아아아!!!]

 [데게에에엣!! 공이 부숴지고 있는데스우!!]

 [마마!! 어떻게 좀 해보는테치이이!!]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마마!! 주인님!! 테에에에엥!!]

 [도둑놈인테치!! 와타치가 반드시 혼을 내주는테치!!]

 [얼른 돌려놔라 테챠아아아 테샤아아아~!!!]


 결국 그린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남자를 부른다.
 성체실장인 그린의 목소리는 자들보다 월등히 커서 남자의 주의를 끄는 데는 성공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린?]


 남자는 즐거운 공놀이를 방해받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고, 그것을 가리지 않고 드러냈다.
 그린도 그것을 감지한듯 잠깐 머뭇거렸지만, 집 안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는 자들을 생각하고 용기를 내서 말했다.


 [데, 데... 저건 와타시의.. 아니 우리들의 공인데스우... 그런데 P쨩이 공을 망가뜨리고 있는데스... 돌려주길 바라는데스우...]


 그 말에 남자는 더욱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한다.


 [겨우 그런 거 가지고 밤에 소리를 지른 거였냐? 다음에 하나 사줄게.]

 [데, 데에? 그, 그런게 아닌데스우... 저건 와타시와 자들과... 주인님의 추억이 담긴 물건인 데스우... 다른 공보다 저것이 소중한데스...]

 [뭐 그런거였나. 알았어. 하지만 이미 P쨩이 가지고 놀아서 망가졌어. 그러니 새것으로 하나 사줄게]

 [데스우우!! 부탁드리는데스우! 주인님 공을 돌려주시는데스우우!!]


 자신의 호의에도 계속해서 반항하는 그린을 보는 남자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그린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저 공은... 와타시가 어릴 때부터 함께 놀았던데스... 자들을 낳은 이후에도 계속 함께 놀았던데스. 이번에는 와타시가 잘못해서 밖에 놔둔데스. 다음부터는 더욱 소중히... 데개!!]


 짝! 소리가 나면서 그린의 뒷통수에 검은 줄이 하나 생겼다.
 갑작스러운 소리와 통증에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든 그린의 눈에 대나무 회초리를 들고 있는 남자가 비쳤다.


 짝!!

 [데개액!!]

 이번에는 회초리가 멀뚱히 쳐다보는 그린의 얼굴 위에 떨어졌다.
 길고 굵은 빨간줄이 그린의 왼쪽 눈에서 오른쪽 턱까지 새로 그여졌다.


 [데갸아아악!! 아픈데스! 아픈데스우우!!]


 그린은 얼굴을 찢는 듯한 격통에 몸을 뒹굴며 부르짖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뿌직뿌직 녹색 변이 팬티에 묻어 나온다.
 그걸 보는 남자의 얼굴은 더더욱 굳어 들어간다.


 [아직도 똥을 못 가리는거냐? 에잇! 에잇! 갑자기 왜 그렇게 멍청해진거냐? 에잇!!]


 짝!!

 짜악!! 쫙!!


 [데갸아악!! 데기!! 데보악!!]


 그린은 손발을 휘두르며 날아오는 회초리를 막아보려고 애쓰지만, 팔로 막으면 팔에 붉은 줄이 새겨지고 발로 막으면 발에서 피가 튄다.


 [데기이이이이!!! 주인님!! 그만둬주시는데스우우!! 와타시가 잘못한데스!! 살려주시는데스우우!!]


 한참동안 엎드려서 등판으로 매를 받아내던 그린이 마침내 참지못하겠는듯 다시 일어나서 무릎을 꿇고 빈다.
 얼굴은 바둑판처럼 붉은줄이 몇 개나 죽죽 그어져 있고, 빌고있는 두 손에서는 살점이 묻어 떨어진다. 옷 위에 새겨진 검은 선은 피가 베어나온 것인데, 그 검은 선도 온 몸에 수십 개나 드러나 있었다.


 [잘못한데스! 잘못한데스우! 다시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데스!! 용서해주시는데슷!]


 사력을 다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비벼대는 그린이지만 남자의 눈은 여전히 엄격하다.


 [그린,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어?]

 [데, 데에... 똥을 아무데나 싸버린데스... 죄송한데스우...]


 짝!!


 [데기!!]


 회초리가 다시 그린의 얼굴에 빨간 선을 새긴다.


 [그게 아니다. 넌 내가 공을 새로 사주겠다고 했는데도 계속해서 반항을 했다. 여기서 사는 이상 어떤 경우에라도 내게 반항을 하거나 하려는 기미도 보여선 안돼. 알겠나?]

 [데, 데에에에... 알겠는데스. 알겠는데스우! 죄송한데스! 주인님 정말 죄송한데스우...]

 [...들어가 자라.]


 남자는 회초리를 다시 테이블에 두고 방으로 간다.
 한참동안이나 얻어맞는 그린을 지켜보던 P쨩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 찢어버린 공을 내던져두고 남자를 따라 방으로 신나게 뛰어들어가 품에 안긴다.



 남자의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린의 골판지 하우스에서 자들이 울면서 뛰쳐 나온다.


 [테에에에에엥!! 마마!! 마마아아아앗!!]

 [마마! 마마! 괜찮은테치? 괜찮은테치?? 테에에에에엥~]

 [마마아아!! 피가 많이 나는테치이이!! 마마!! 정신차리는테치!!]


 자들은 피투성이가 된 그린 옆에서 테치테치 울며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마마를 만지고 싶지만, 빨간 줄에서 피가 뚝뚝 흘러나와 보기만 해도 아플 것 같다.
 괜히 건드렸다가는 마마가 더 괴로워할 것 같아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마마!! 마마!! 정신차리는테챠아아!! 마마!!]

 [.....마마는 괜찮은데스우... 그것보다 조용히하는데스...]

 [테에에엥!! 마마!! 괜찮은테치이?]


 5녀와 6녀가 반쯤 몸을 일으킨 그린에게 달려가 품에 안기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자들이 그린을 둘러싸 안는다.


 [마마!! 마마아아앗!!]

 [데스우... 조용히 하는데스... 울면 안되는데스우... 주인님이 또 화내시는데스우...]


 친실장도 역시 피눈물을 흘리면서 함께 울고 있는 아이들을 꼭 껴안는다.
 혹시라도 울음소리가 새어나가 주인님을 다시 화나게 할까봐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으려하지만, 그래도 눈물이 흐르고 끅끅 소리가 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테끅... 테끅... 마마... 마마가 왜 맞은테치? 주인님이 왜 때린테치?]


 한참을 울고 잠시 진정된 사이 장녀가 묻는다.


 [그런테치!! 주인님이 나쁜 테챠!! 마마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던테치! 그 괴물놈이 나쁜테치!!]

 [오네챠 말이 맞는 테찌! 마마는 공을 돌려달라고 말했을뿐인테찌!! 그런데 왜 때린테찌? 오네챠 말대로 주인님이 나쁜테찌?]

 [데엣!! 차녀쨩! 그런 말을 하면 안되는데스우웃!!]


 주인탓을 하는 차녀의 말에 그린은 화들짝 놀라 차녀의 입을 막는다.


 [테치! 와타치의 말이 틀리지 않은테치! 마마가 맞을 이유는 없었던테치!!]

 [데에에.. 그렇지 않은 데스우... 와타치가 잘못했던데스우...]

 [테에에에? 마마가 무엇을 잘못한테치? 그런거없는테체!!]

 [아닌 데스... 와타시가... 와타시가 주인님의 말에 반항했던데스우...]

 [테엣? 공을 돌려달라는게 왜 반항인테치? 그건 와타치타치의 것인테치!]


 차녀의 계속된 말에 그린도 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다.
 아까 전에는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정말 내가 잘못한 걸까? 분명 우리들의 공을 돌려달라고 한 것이 잘못한 것일까?
 그린은 답을 알 수 없었다.


 [......주인님의 말은 무조건 옳은데스. 그래서 마마도 오늘 혼이 난 데스. 너희들도 주인님의 말은 무조건 따르는데스...]


 그린은 늘 해왔던 말로 자들을 달랬다.
 그러나 자들 중 누구도, 심지어 그린까지도 납득하지 못한 듯한 얼굴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린과 자실장들은 한층 더 조용해졌다.
 자실장들이 자신들의 마마가 처참하게 매를 맞는 것을 보고 겁을 먹었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그린이 몸가짐을 더욱 더 주의하도록 한 것이 더 컸다.
 그린은 그 날 이후로 이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통제를 하기 시작했다. 울타리를 걸어잠그고 자신의 허락이 없이는 누구도 밖에 나가지 못하게 했다. 이전에는 그래도 하루에 한 번씩 그린의 인솔에 따라 울타리 밖에서 거실을 두어바퀴 걸어보거나 자매들끼리 술래잡기라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금지되었다. 운동은 울타리와 골판지 하우스 사이의 자그마한 공간에서 하는 것으로 대신했는데, 공간이래봤자 자실장 여섯이 들어서면 움직일 틈도 별로 없을 정도로 좁아서 술래잡기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자들은 그 좁은 곳에서 두어명씩 짝지어 이쪽 울타리 끝에서 저쪽 울타리 끝까지 하염없이 걷거나 아니면 울타리 창살을 붙잡고 빈틈으로 거실의 광경을 구경하는게 고작이었다.

 한창 뛰어놀고 싶은 나이의 자실장들은 답답한 생활을 견디지 못해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린에게 나가 놀자고 졸랐지만, 그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되는데스! 지금 너희들은 집도 있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매도, 그리고 마마도 있는데슷!! 마마는 이것보다 훨씬 좁은 곳에서 혼자서 오랫동안 있었던데스! 겨우 이 정도로 불평하는 자는 분충인데스우!!]

 오랫동안 엄격한 훈육을 받고, 또 그것보다 더 오랫동안 좁은 케이지에 갇혀 있었던 그린은 자들의 투정을 일언지하에 무시해버렸다.
 그린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집도 있고, 따뜻한 이불도 있고, 밥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함께 지낼 수 있는 가족이있는데. 자신이 있던 그 쓸쓸하고 추웠던 케이지보다 훨씬 훌륭한 환경인데. 거기다 겨우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투정을 부리는 자들이 오히려 더 한심하다.


 [테에에엥.. 마마... 지금은 괴물... 아니 P...쨩도 없는테치... 와타치타치들 술래잡기하고 놀고싶은테츄!]

 [그런테치! 마마아.. 벌써 몇 밤이나 나가 놀지 못한테치! 낮잠도 이제 지겨워테츄!!]

 [한 번 안된다고 말했으며 안되는데스!! 너희들은 정말 분충인데스우?!]

 [테에에에... 마마아아아....]

 [안 되겠는데스. 이리 가까이 오는데스! 마마의 말을 어기고 투정이나 부리는 자는 아주 혼쭐을 내주는데스웃!!]


 그린은 계속해서 칭얼대는 차녀를 덥석 잡아들고 땅바닥에 쓰러트린다.
 테에에에엥- 하고 양손 양발을 바둥거리며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무시하고, 번쩍 들어 배가 아래쪽으로 가게 엎어놓은 다음, 손을 들어 엉덩이를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테에엣챠아!! 아픈테치!! 아픈테치이이이!!!]

 [왜 자꾸 마마의 말을 안 듣는데스?! 밖은 위험하다고 몇 번이나 말한테치!!]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에엥!!!]

 [마마의 말을 왜 안 듣는데스?! 마마의 말을 듣지않는 차녀쨩은 분충인데스우?!]

 [테에에에에에엥!! 아닌테치!! 테에에엥!! 아닌테체아아아!! 와타치는 분충이 아닌테치!!]


 그린은 피눈물을 흘리며 바둥거리는 차녀의 엉덩이를 용서없이 찰싹찰싹 때린다.
 그린의 화난 모습에 함께 칭얼대던 3녀와 4녀, 5녀, 6녀 모두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린다.
 장녀만이 안절부절하며 그린을 말리려고 하지만, 그린의 손은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테챠아아아!! 아픈테츄! 아파테치!! 마마!! 와타치가 잘못한테치! 테에에에에엥!!!]


 겨우 매질이 끝나고 차녀는 그대로 땅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박고 꺼이꺼이 운다.
 장녀가 다가가서 차녀를 일으키려하지만, 뿌려친다.

 그린 역시 거친 숨을 하아하아 내쉬면서 차녀를 내려다본다.
 그린도 마찬가지로 얼굴빛이 어둡다. 자신이라고해서 자들과 나가 놀고 싶지 않은게 아닌데.
 하지만 지금은 주인님이 화가 나셨으니 얌전히 몸가짐을 하고 있어야 할때인데.
 조금만 참으면 다시 주인님도 화가 풀리실테고, 그러면 다시 놀 수 있을텐데.
 그걸 알아주지 못하고 떼쓰며 기다려지 못하는 자들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 때문에 자들이 나가 놀지 못하게 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가득했다.


 [모두 집으로 들어가는데스. 낮잠을 잘 시간인데스우.]


 그린의 말에 모두가 우르르 집안으로 들어간다.
 누구하나 투덜대는 이가 없다.
 장녀 역시 머뭇거리다가 할 수 없다는듯 차녀를 놓고 들어간다.


 모두가 사라진 마당을 둘러보던 그린은 아직도 엎드려 테끅테끅 울음을 삼키는 차녀에게로 다가간다.

 [테에에에엥... 테끅... 테끅... 테에에엥... 마마 미운테치...]

 [.........]

 그린은 아무말 않고 쓰러진 차녀를 일으켜 자신의 하얀 앞치마로 얼굴을 꼼꼼히 닦아준다.
 차녀도 겨우 진정이 됐는지 울음은 멈추고 거친 숨만 테에테에 내쉰다.
 한동안 상냥한 눈으로 차녀를 내려다 보던 그린은 차녀를 한 번 꼭 안아준다.


 [테에에에... 마마...테츄...]

 [밖에 나가 노는 건 조금만 참는 데스우... 차녀쨩은 참을 수 있는데스우?]

 [테...... 응... 마마...]

 [...너는 좋은 자인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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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은 차녀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간다.
 이미 장녀가 동생들과 함께 잠자리를 만들고 있다.
 두껍고 부들부들해서 푹신푹신한 목욕용 타올을 밑에 깔고, 담요로 쓸 그보다 조금 작은 수건을 자매들 개수만큼 꺼낸다. 아직 덩치가 작아 언니들의 몸무림에도 크게 다칠 수 있는 엄지쨩과 구더기쨩은 마마와 함께 자기때문에 필요없다. 장녀와 3녀는 동생들에게 수건을 나누어 주고 있고, 나머지는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구겨진 곳이 없도록 목욕타올을 팡팡 펼치고 있다. 


 [자, 모두 눕는데스우. 낮잠 잘 시간인데스]

 [[[[[네, 마마]]]]]


 차녀도 군소리 없이 자리에 눕는다.
 장녀가 그런 차녀의 어깨를 두드려 준다.
 다른 자실장들도 볼을 부풀리고 투덜투덜 볼멘소리를 냈지만, 하나도 반항하는 자는 없이 모두 눕는다.
 그린은 누운 자들의 숫자를 세어 맞는 것을 확인하고, 입구 바로 앞에 눕는다. 
 혹시나 자신이 자는 사이에 아이들이 나가지나 않을까해서이다.


 [자, 엄지쨩. 구더기쨩을 데리고 마마에게 안기는데스우]

 [알겠는레츄~ 레챠~ 마마 냄새 너무 좋아레츄♥]

 [데에에에... 응석받이인데스우~]

 [레치! 아닌레치! 와타치는 응석꾸러기 아닌 레챠!]

 [네네 알은데스. 얼른 자는데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은 고로롱 고로롱 코 고는 소리에 잠긴다.

 .
 . 
 .
 .
 .
 .



 [.....모두 잠든테치]

 [쉬이! 6녀! 목소리를 내지마는테치!]

 [........]

 [조용히 오네챠를 따라오는테치]


 집의 가장 안쪽의 수건 안에서 무언가가 꾸물거리더니 불쑥 머리를 내민다.
 3녀와 6녀이다.
 둘은 신발까지 벗은 채로 아주 조심스럽게 창문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단번에 뛰어넘는테치!]


 3녀가 먼저 신발을 창밖으로 넘기고, 뒤를 이어 자신도 한 손으로 창문턱을 짚고 넘어간다.
 6녀도 뒤를 한 번 슬쩍 돌아본 다음에 창을 타넘는다.


 [테챳!]

 [쉬잇!]

 [테찌이... 엉덩이를 찧은테쮸...] 

 [조용하는테치!]


 다시 신발을 신은 3녀가 앞장서서 울타리의 문으로 재빨리 달려간다.
 6녀도 눈물을 글썽이며 엉덩이를 문지르면서 따라간다.


 [자, 엎드리는테치! 오네챠가 올라가서 문을 여는테치!]

 [테에에에...]

 [얼른 엎드리는테치! 시간이 없는테치!]


 3녀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6녀는 엎드리고, 3녀가 그걸 밟고 올라가 문에 걸려있던 걸쇠를 풀어낸다.
 문 여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레 민 다음, 그 틈새로 두 마리가 재빨리 빠져나간다.


 두 마리는 한참을 뛰어 거실 한가운데까지 온 다음 겨우 멈추고 주저않는다.


 [테에... 테에... 이쯤되면 안들리는테치! 성공한테치!]

 [이렇게 마음껏 달려본 건 정말 오랜만인테찌! 기분좋아테쮸!]

 [테에... 테에... 숨이 차는 테치........ 자, 이제 가는테치! 시간이 얼마 없는테치!]

 [테에에에에... 언니쨩... 정말 하는테찌? 그냥 우리들 여기서 놀다 그냥 돌아가면 안되는테찌?]

 [무슨 말을 하는테치! 우리는 그냥 놀려고 나온게 아닌테치! 마마의 복수를 해주는테치!]

 [테찌이이... 무서운테찌...]

 [무서워할 것 없는테치! 방금 우리가 몰래 나온 것처럼 이번에도 몰래 가서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테챠!]

 [테에에에....]


 3녀가 6녀를 데리고 나온 것은 얼마 전에 자신들의 공을 찢고, 사랑하는 마마를 닌겐에게 맞도록 만든 괴물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3녀의 논리에 따르면, 그 괴물이 우리들의 공을 망가뜨렸으니 우리도 그 녀석 집에 가서 공이든 다른 장난감이든 망가뜨리는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니 우리도 P쨩이라는 그 괴물에게 복수를 하자고 자매들을 설득한 3녀였지만, 그 말에 동조하는 이는 없었다. 장녀는 그런 3녀를 엄히 꾸짖으면서 '그런 위험한 일은 생

각도 하지마는테치!'라고 말했고, 항상 용감하던 차녀도 '마마도 이기지 못한 놈인테치. 무리테치'하며 말렸다. 동생인 4녀, 5녀도 마찬가지였다. 6녀는 조금 관심을 가지는듯했지만, 결국 거절했다. 

 3녀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울타리 문을 열기 위해 최소한 하나의 자매는 필요하다. 그래서 3녀는 조금이나마 관심을 보인 6녀를 필사적으로 설득했다.
 '위험한 것은 전혀 없는테치', '몰래 나갔다가 몰래 돌아오면 되는테치', '마마도 반드시 칭찬해주는테치', '닌겐에게도 안 들키는테치' 등등...
 그런 3녀의 노력에 결국 6녀는 거사에 동참하기로 했다. 사실 6녀는 그냥 넓은 곳에서 나가 놀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자, 조용히 따라오는테치! 지금쯤 놈은 자고있을 것인테치!]

 [테에에에.. 안 자고 있으면 어떡하는테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는테치]


 자실장 두 마리는 타박타박거리며 거실을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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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치! 보는테치! 자고 있는테치!]


 P쨩의 방 앞에서 문틈으로 안을 엿보던 3녀가 환호한다.
 3녀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무언가 하얀 것이 엎드려 있다.
 자세히 보니 눈도 감고 있고, 배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있다.


 [테찌... 정말인테찌...]

 [잘된테치! 자, 가까이가는테치!]

 [테에에에...]

 [걱정마는테치! 와타치가 앞장서는테치. 신발을 벗고 조용히 따라오는테치.]


 3녀는 6녀의 손을 잡고 방안으로 이끈다.
 그리고 조심조심 깊숙히 걸어간다.
 뼈다귀처럼 생긴 장난감, 인형에 화려한 색깔의 공이 삐죽히 튀어 나와있는 상자가 저 뒤에 보인다.
 그러려면 저 괴물을 지나야한다.
 하지만 괜찮다. 그 괴물은 지금 저렇게 드르렁거리며 자고 있으니까.
 쥐도새도 모르게 감쪽같이 훔쳐낼 수 있을 것이다.

 .
 .
 .
 .
 .
 .
 .
 .
 .

 그러나 3녀는 근본적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개는 자신들처럼 둔하지 않다. 

 지능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육체적 능력은 그야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들 중 최하위에 랭크되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실장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아무리 잠을 자고 있다고해도 인간이 느끼지도 못하는 작은 소리도 캐치해내는 것이 개이다. 아직 어린 강아지라고해도 그 정도는 당연히 갖추고 있는 것이다.


 [텟!]


 살금살금 앞서 걸어가던 3녀의 몸이 딱 하고 멈춘다.
 분명 아까까지만해도 쌔액- 쌕- 거리며 잠들어 있었을 터이다.
 신발까지 벗고 그렇게 살금살금 걸어왔는데,
 숨소리도 감춰가면서 그렇게 몰래 다가갔는데,
 이 괴물이 눈을 떠버린 것이다.

 [테... 테에에.. 테테테테테...]

 [오네챠? 왜 그러는테치?]




 P쨩의 작은 눈꺼풀이 번쩍 떠지면서 새까만 눈동자가 자신에게 다가오던 작은 초록색 물체를 잡아낸다.
 초록색 물체는 자신보다 작지만, 두 개나 있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들이다. 분명 바깥의 넓은 방... 거기서도 구석에서 사는 것들.
 예전에는 더 커다랬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것보다 많이 작다.
 아... 갑자기 몸을 돌려 달아난다.
 놀자는걸까?
 이전에 형제자매들과 달음박질 치며, 잡아서 물고 뒹굴며 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희미하지만 분명 그렇게 놀았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게 놀자는걸까?


 [테챠아아아아아!!! 도, 도, 도망가는테챠아아아아!!!]

 [오네쨩!! 오네쨔!! 와타치도 데려가는테찌이이이!! 다리가 안 움직이는테찌!!!]


 기세등등하던 3녀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피눈물을 휘날리며, 얼굴을 잔뜩 일그린채 왔던 길로 달려 도망간다.
 6녀는 갑자기 도망가는 언니를 멍청히 바라보느라 상황파악이 늦었다.
 뒤늦게 기억난듯 '하!' 하며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괴물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 바로 앞에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6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채 입만 몇 번이나 뻐끔뻐끔거리더니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버린다. 
 이미 잔뜩 빵콘해버려 팬티는 녹색점액으로 점점 부풀어오른다.
 다리가 풀린데다 다리 사이의 팬티가 똥으로 가득차버려서 6녀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땅바닥을 벌벌 기면서 언니만 애타게 찾을 뿐이다.


 [농담이 아닌테치! 농담이 아닌테치! 너무 큰 테챠! 가까이서 보니 무지 큰 테챠아아아!! 아아아아아아!!!]

 [도망가는테치! 도망가는테치! 도망가는테치! 도망가는테치!!]


 그러나 언니는, 3녀는 이미 6녀의 존재를 머릿속에서 깨끗이 잊어버렸다.
 필사적으로 앞만 보면서 텟치텟치하며 달려나갈 뿐이다.
 펄럭거리는 치맛자락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눈물을 흩뿌리면서 미친듯이 뛰어간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빳빳하게 굳어들어가지만 그래도 뛴다.
 왜인지 모르지만 눈물도 가득가득 흘러나온다.


 [테에... 테... 오네쨔... 오네쨔아... 가버렸다테찌...]


 6녀는 엎드린채 3녀가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쳐다본다.
 방금 전까지는 네발을 버둥거리며 필사적으로 앞으로 기어나갔지만, 믿었던 언니가 자신을 버렸다는 충격에 망연자실한채 멈춰 서있을 뿐이다.
 붉은 물, 초록색 물로 물들었던 두 눈은 그 생기를 잃고 회색빛으로 굳어들어가고 있다.
 큰 충격에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오네...쨔... 와타찌도... 데려가는테찌...]

 [와타찌... 착한 동생이었던테찌... 왜 버리고가는테찌...]


 몇 번이나 멍하니 중얼거리던 6녀가 한순간 말을 핫! 하고 멈춘다.
 또 다시 잊고 있었던 무엇이 기억난 것이다.


 [테에... 테테테테테....]


 6녀는 다시 피눈물을 쏟으면서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뒤로 돌려본다.



 P쨩은 몹시 불쾌한 기분이었다.
 밥을 배불리 먹고 기분좋게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깼다.
 깊이 잠들었다 갑자기 깬 것이라 그것만해도 눈앞이 흐릿-하고 머리가 멍- 한 것이 영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자신의 영역에 무언가 처음 보는 것들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

고 깜짝 놀랬다.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면서 왜 이게 여기에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몇 번 본적은 있는 것들이다. 저쪽 구석에 사는 이상한 것들.
 자신과는, 자신의 형제자매들과는, 자신의 마마와는, 지금 자신을 돌봐주는 우두머리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것들.

 그러다가 갑자기 달아난다.
 처음에는 놀자는 것인줄 알았다.
 그런데 한 마리가 돌연 고약한 냄새를 나는 똥을 싸면서 생각은 전혀 달라졌다.

 이것들은 놀려고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니다.
 내 영역을.
 내 집을 침범해서, 
 자신들의 냄새로 덮어버리려고 한다.
 여기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계속해서 시끄러운 소리를 지른다.
 내 집을 침범하고, 
 또 더럽히고,
 이제 소리까지 지른다.


 [왕!!]

 P쨩은 불쾌한 기분을 모두 담아 힘을 다해 짖었다.
 아직 어린 강아지의, 아기처럼 귀여운 높고 가는 소리였지만 실장석들을 놀래키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바로 앞에서 그 소리를 고스란히 받아낸 6녀는 거품을 물고 기절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테캬!]

 6녀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서는 툭 쓰러진다.
 입에서는 거품이 뽀글뽀글 흘러나오고, 두 눈은 급격하게 흰색으로 물들어간다.
 너무나 심한 스트레스와 충격때문에 뇌가 위석을 보호하기 위해 의식의 차단기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P쨩은 그렇다고해서 지금까지의 일을 용서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으릉! 으르르릉!!]

 P쨩은 가는 울음소리를 내면서 6녀의 왼팔을 물었다.
 자신이 어릴때 형제들에게 한 것보다 조금 세게 물었다. 이 정도로 세게 물면 자신들의 형제들은 깨갱! 거리며 아프다고 울어댔다. 그 정도로 혼을 내줘야겠다.

 뿌득!

 P쨩의 이빨에 힘이 실리자마자 6녀의 팔은 그대로 뚝 끊어져 버린다.
 갑자기 팔뚝이 어깨에서부터 잘린 덕분에 그 반동으로, 힘껏 당기던 P쨩이 뒤로 톡 나가떨어진다.

 [끄응?]

 P쨩은 뭔가 싶어 입에 든 것을 팻 하고 뱉어본다.
 고기조각같은 것이다.
 왜 이런게 나온 것일까?
 자신들이 형제자매와 놀 때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P쨩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어쨌든 갑자기 생긴 고기이니 사양하지 않고 먹는다.
 입에 6녀의 팔을 넣고 우물거리면서 이번엔 반대쪽으로 가 반대쪽 팔을 왕~ 하고 물어본다.
 역시 뚝 끊어진다.

 [끄으으응...]

 이상한 녀석이다.
 P쨩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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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 모두 일어나는 데스우. 저녁밥 먹을 준비를 하는데스]

 골판지 하우스에서는 그린이 낮잠시간이 끝났음을 알리고 있었다.
 배를 쓱쓱 문질러보니 약간 배가 고픈 것 같다.
 자신이 이 정도로 배가 고프면 먹성 좋은 자실장들은 훨씬 더 고플 것이다.
 빨리 맛있는 밥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아직 테치테치 잠들어 있는 자들을 하나씩 깨운다.

 [테치... 졸린 테치...]

 [마마아... 지금 자고 나중에 먹으면 안되는테치이?]

 [테치이...]

 [안되는데스우~ 지금 너무 자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뎃슨~ 조금 참고 저녁을 먹고 놀다가 자는데스우~]

 그린은 잠투정을 부리는 자들을 하나씩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서 달랜다.
 그래도 장녀와 차녀는 언니답게 벌써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2층에서 잠을 잔 엄지쨩과 구더기쨩을 받아 1층으로 내려주고 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그린이 바라본다.

 [우웅~~테치... 잘 잔 테치...]

 [데에~ 빨리 4녀쨩도 3녀쨩과 함께 장녀 언니를 도와 이부자리를 정리하는데스~]

 [네 테치...]

 [그리고 5녀쨩과 6녀쨩은 어서 식기를 꺼내 밥먹을 준비를 하는데스~]

 [네 테츄!]


 그리고선 친실장은 집밖에 놔둔 사료통으로 간다.
 사료는 남자가 항상 충분하게 담아두기 때문에 언제라도 그린이 꺼낼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하지만 그린은 자신이 남자에게 배운대로 아무때나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항상 정해진 시간에만 자들에게 밥을 먹였다. 그러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자신이 남자에게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그린은 자들이 배가 고프다고 자주 보채도, 식사시간 전에 밥을 먹자고 떼를 써도 항상 정해진 시간에만 밥을 먹였다. 그린에게 있어 남자의 가르침은 무조건 옳았고, 자들 역시 그런 남자의 가르침대로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린이 사료통의 뚜껑을 열고 안에 들어있는 작은 실장용 삽으로 사료를 떠낸다.
 떠낸 사료는 그린이 들고 온 이리저리 찌그러진 알루미늄 컵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사료를 옮기고 있을 때, 4녀가 뒤에서 타박타박 뛰어온다.

 [테에에에... 마마... 3녀 오네챠가 안 보이는테치이...]

 [데스우? 무슨 말인데스? 몰래 숨어서 자고 있는게 아닌데스?]

 친실장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사료를 계속 옮긴다.
 사료는 동글동글하게 생겨 주의깊게 옮기지 않으면 후두둑 떨어지기 쉽기에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테치... 모두 찾아본테치... 장녀 오네챠와 차녀 오네챠도, 모두모두 찾고 있는테치.. 그런데 안 보이는 테치...]

 4녀는 울먹울먹하며 계속 말을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그린도 심상찮은 기분을 느끼고 사료를 옮기던 손을 멈춘다.

 [무슨 말인 데스우? 화장실은 찾아본 데스?]

 [그런테치. 화장실도 모두 찾아본테치.. 2층에도 없는테치.. 1층 구석구석 다 찾아본테치... 집 바깥에도 안 보이는테치...]

 [데에.. 데...]

 그때 뒤에서 다시 타박타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린이 혹시나 싶어 고개를 돌리니 3녀가 아니라 5녀다.

 [테에.. 테에... 마마아아아!! 6녀쨩도 안 보이는테치이이이!!!]

 [데데데데...]


 그린은 들고 있던 삽까지 떨어뜨린채 부들부들 떤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황급히 달려나간다.
 그걸 본 자들도 우르르 그린의 뒤를 따른다.

 그린은 울타리의 문 앞에 멈춰선다.
 그리고 팔을 뻗어 살짝 문을 밀어본다.


 끼이이이...


 분명 단단히 잠겨 있어야 할 문이 힘없이 열린다.
 그걸 보고 그린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뒤의 자들도 놀라 테치테치 떠들어댄다.


 [왕!!!]


 그때 커다란 소리가 저쪽 거실 끝에서 들렸다.
 자들은 물론이고, 그린 역시 화들짝 놀랜다.


 [저 소리는...]


 그린의 머리에 무서운 상상이 떠오른다.


 [아, 아닌데스... 그럴리 없는데스...]

 [테에... 테... 마마... 혹시 3녀와 6녀가... 괴물... 아니 P쨩의 집으로 간 게... 아닌...테치?]


 장녀가 뒤에서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 말에 그린이 화들짝 놀라 뒤돌아본다.


 [무, 무, 무슨 말을 하는데스! 그, 그럴 리가 없는데스!]


 하지만 장녀를 비롯한 뒤에서 서있는 자들의 얼굴에는 모두 거기에 동의한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라있었다.

 [장녀오네챠 말이 맞을지도 모르는테치...]

 [어디에도 없는테치...]

 [3녀 오네챠는 몇 번이나 저 괴물을 혼내줄거라고 자랑했던테츄...]

 [데덱?! 데데데데...]

 그린은 웅성거리는 자들의 말을 들으며 몸이 뻣뻣하게 굳어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사실 그린 역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너무나도 무서운 광경이 머릿 속에 떠올라 애써 부정한 것이다. 그럴 리 없다고 스스로를 속였던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어떻게 해야만했다.


 [테에?! 테챠아아!! 저기 3녀 오네챠가 달려오는테치!!]

 [데엑?? 어디 있는 데스우?!]

 [저기테치! 저 멀리서 달려오는테치!!]


 4녀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정말 자실장 하나가 미친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걸 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린과 다른 자들이 울타리를 밀어젖히고 우르르 뛰쳐나간다.


 [테엑... 테엑... 마마... 마마아아... 마마... 테엑... 테에엑...]

 [저, 정신차리는데스! 3녀!! 3녀어어어!! 정신차리는데스우우!!!]

 [테에에엥... 오네챠!! 무슨 일이 있었던테치?]

 [3녀쨩! 6녀는 어디있는테치? 왜 혼자인 테치?]

 [같이 나간게 아니었던테치?]


 자들이 땅바닥에 길게 쓰러져버린 3녀를 빙 둘러싼다.
 그린이 황급히 3녀를 안아들지만, 3녀는 눈물만 줄줄 흘리면서 거친 숨을 내뱉을 뿐 아무런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하려고해도 숨이 너무 가빠 몇마디 이어지지도 않는다.


 [그런데스! 3녀!! 3녀!! 6녀는 어디있는데스우? 같이 나간게 아니었던데스??]

 [테에.. 테에에.. 마마... 6녀는... 그 괴물의 방에 있는테치... 살려주는테치... 와타치... 6녀를 버리고 혼자 도망친테치이이...]

 [[[[[테에에엑?!]]]]]

 [데, 데덱?! 그게 사실인데스우? 대체 왜 그런 곳에 간 데스우우우우!!!]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엥... 마마... 미안한테치이이이... 미안.. 미안한테챠아아아....]


 결국 3녀는 참았던 눈물을 펑펑 터뜨린다.
 죽음 속에서 살아나왔다는 감정과 이제서야 생각난 6녀에 대한 감정이 범벅이 되어 닥쳐온다.
 다행스러움과 미안함. 죄책감과 안도감이 섞여 몰려온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마마.. 6녀쨩.. 6녀를 구해주는테치... 테치이... 마마아... 죄송한테치.. 미안한테치....]


 그린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주변의 다른 자들의 울음소리도 점점 커져간다.


 [데에.. 데에에에... 어쩌자고 거길 간 데스우... 왜 간 데스...]

 [테에에에... 무서운테치.. 무서운테챠! 마마 어떡하는테치!]

 [마마 6녀쨩은 못 구하는테치? 어떡하는테치?]


 3녀는 폭포같은 눈물을 흘리다 앞으로 푹 고꾸라진다.
 자신의 감정에 못이겨 기절한 것이다. 
 황급히 장녀가 달려가 3녀를 일으킨다.
 7녀는 이미 잔뜩 빵콘을 해서 팬티를 질질 끌고 다니며 울고 있다.
 다른 자들도 모두 울고 있다.

 멍하니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그린은 큰 결심을 한듯 불끈 주먹을 쥐고 일어선다.


 [장녀쨩, 차녀쨩. 동생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데스우]

 [마....마?]

 [어서 돌아가는데스우!]


 그린은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집쪽으로 되돌아가더니 사료를 담던 알루미늄 컵을 덥썩 집어든다.
 그러는 바람에 안에 담긴 사료가 쏴- 하고 바닥에 쏟아졌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고 다시 달려온다.


 [뭐하는데스우!!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데스!!]


 그린은 멍하니 서있는 장녀와 차녀에게 크게 고함을 지르고 3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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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녀쨩은 와타시의 자인데스우. 반드시 구해야하는데스... 구해내는데스...]


 P쨩의 방 근처까지 온 그린은 연신 같은 말을 중얼거린다.
 그리고 오른손에 움켜쥔 알루미늄 컵을 내려다본다.
 무기가 될만한 것이라고는 이것 밖에 없어 들고왔다.
 손잡이를 너무 꽉 쥐어 손이 새빨갛게 되었지만, 그린은 힘을 풀지 않았다.


 끼이이이...


 마침내 마음을 굳힌 그린이 반쯤 닫힌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실장석 특유의 똥냄새가 훅- 하고 끼친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비릿하면서도 진한 냄새. 언젠가 넘어져 코피가 났을 때 맡았던 그 냄새.
 바로 피냄새다. 

 그 냄새를 맡자 그린은 더욱 당황하여 발걸음을 바삐 놀린다.


 [뎃!!]


 얼마 가지 않아 그린은 P쨩을 발견했다.
 자신에게 엉덩이를 보인 채로 무언가를 발로 밟았다가 물었다가 흔들어댄다.
 자신이 들어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고개를 들었다 내렸다 반복한다.


 [데에... P쨩? 와타시의 자를 보지 못한데스우?]


 질척질척...

 우적...

 찰박... 찰박...


 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무언가 질척거리는 소리만 계속 들린다.


 [데스우... P쨩? 와타시인데스. 그린인데스우... 잠시 와타시의 말을 듣는데스...]


 어느새 그린은 P쨩에 손만 뻗으면 닿을정도까지 가까이 왔다.
 그래도 P쨩은 대체 무얼하는지 뒤를 돌아보지 않고 하던 일에 잔뜩 빠져있다.


 [데데... 대체 뭘 하길래 대답도.... 데에에엣?! 6, 6녀쨔아아아아앙!!!!]


 P쨩의 입에 물려있는 것은 6녀의 상반신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허리 부분에서 잘린 6녀의 하반신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테에에... 마... 마마아아....]

 [6, 6녀쨩?!]


 그린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P쨩의 입에 몸통이 물린 6녀가 입을 연다.
 무어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입에서 검은 피가 주르르 흘러나와 '마마'라는 말밖에 못 알아들었다.


 [데데데데!! 뭐, 뭐, 뭐, 뭐하는데스우우우우!!! 당장 6녀를 놔주는데샤아아아!!!]


 그린은 양손을 풍차처럼 붕붕 돌리며 P쨩에게 달려든다.
 온 얼굴과 온몸에 6녀의 체액과 똥물로 범벅이 된 채로 6녀를 물고 있던 P쨩은 갑작스런 그린의 등장에 깜짝 놀라 뒤로 몇걸음 물러난다.
 그 바람에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들던 그린이 오히려 6녀의 몸뚱이를 밟고 넘어져버린다.


 [데깃!!]


 자신의 자의 피로 목욕을 한 그린이 서둘러 다시 일어난다.


 [마... 마마... 와타치의 배를 밟지 마는 테찌이이...]

  
 고개를 드니 6녀가 여전히 P쨩의 입에 물린 채로 피눈물을 쏟으며 말한다.
 문득 발밑을 보니 6녀의 반토막 난 하반신이 밟혀있다.


 [데기! 미안한데스우!! 데, 뎃! 6ㅡ 6녀! 잠시만 참는데스우!! 마마가 반드시 구해주는데스우우웃!!]

 [마... 마마.... 구해주는테찌.... 살려줘테찌이이.... 게보!]


 다시 6녀가 피를 토한다.

 그 모습에 그린은 미친듯이 P쨩에게 덤벼든다.


 [와타시의 자를 놓아주는 뎃샤아아아아아---!!!!!!]


 자의 처참한 모습을 본 그린이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덤벼든다.
 그 기백에는 P쨩조차도 놀라 움찔 몸이 굳는다.
 그때 전력을 다한 그린의 오른손 풀스윙이 P쨩의 코로 날아간다.


 까앙~!!

 그린의 오른손은 살짝 빗나갔지만, 그 덕분에 손에 들린 알루미늄 컵이 정확히 P쨩의 코에 명중한다.


 [깨갱!! 깨갱!!]


 갑작스런 격통에 깜짝 놀란 P쨩은 입에 든 6녀도 버려둔채 연신 뒷걸음친다.
 비록 실장석이 휘두른 것이지만, 어린 강아지에게 있어 코를 맞은 것은 데미지가 크다.
 몇 번 으르릉거려도 코가 아픈지 불편한 소리를 몇 번 내더니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데.. 데데... 돌아간데스...]

 [마마....]

 [데뎃! 그런데스! 6, 6녀 정신이 드는데스우?!]

 [게보! 게보... 마마... 와타치... 팔이랑 다리가 안 움직이지는테찌...]

 [팔이랑 다리가 아픈데스우? 마마가 보는데스... 데액?]


 그제서야 6녀를 자세히 보게 된 그린은 기절할듯 놀란다.
 이미 6녀의 몸은 거의 걸레짝이 되어있는 것이다.
 양팔은 이미 어깨에서부터 잘려있고, 복부도, 그 안의 내장도 갈갈이 찢겨져 내용물이 진득하니 흘러나온다.
 등쪽에 보이는 흰 부분은 아마도 뼈일 것이다. 그것도 부러져있다.
 머리를 보니 양쪽 귀도 모두 뜯어져 있고, 머리카락도 두건도 갈갈이 찢겨져 바닥의 체액에 들러붙어있다.
 그리고 얼굴과 온몸 곳곳에 날카로운 이빨자국이 수도 없이 박혀있다.


 [데에에에에... 6, 6녀쨩....]

 [마마... 와타찌 죽는테찌? ...와타치 죽기싫은테찌... 무서운테찌...]

 [아, 아, 아, 아닌데스우!! 오마에는 죽지 않는데스! 마마가 구해주는데스!]


 그린은 황급히 떨어져나간 6녀의 하반신을 주워가지고 온다.


 [마, 마마가 붙여주는데스! 마마가 붙이면 6녀도 예전처럼 걸어다닐 수 있는데스!]

 [테에에에...]


 그린은 떨어져나간 하반신과 6녀의 상반신을 이어 붙이려고 애쓴다.
 질척거리는 상반신을 아직 창자가 따끈따끈한 김을 뿜어올리는 하반신에 쑤셔박는다.


 [어떤데스? 움직일 수 있는데스?]

 [테햐아아아아!! 마마!! 아픈테챠아아아!!]

 [아, 아픈데스우? 미, 미, 미안한데스우! 다시 해보는데스!]


 이번에는 6녀의 잘려나간 하반신을 자신의 가랑이에 끼운다음 겨우 일으켜세운다.
 그리고 그 위에 비명을 지르는 6녀의 상반신을 꾹- 끼워본다.


 [이, 이번에는 어떤데스우? 다리가 움직이는데스?]

 [테지이이이이이이이이---!!! 아픈테찌!! 아픈테챠아아아!!!]

 [데기!! 이, 이번에야말로 붙는데스!! 다시해보는데스!!]


 이번엔 눕힌채로 붙여본다.


 [테쥬보오오오오!!! 테지이이이이이!!!! 와타치의 배가 또 찢어지는테챠아아아!!!]


 다음엔 엎어놓고 붙여본다.


 [테큐보아아아아아!!! 테츄보아아아!! 그만! 그만테찌! 그만하는테찌이이!!]

 [이상한데스! 이상한데스! 왜 안붙는데스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