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실장저택

 

"실장저택"

세상에는 쓰레기 저택이나 개 저택, 혹은 고양이 저택이라고 불리는 것들과 같이 다양한 호칭을 가진 집이 존재한다.
이번에 이야기할 집은 제 중학교 시절 실장 저택이라고 하는, 인근 주민에게 폐를 끼쳐 아이들이 매우 두려워했던 집 이야기입니다.

내 반에 야마모토 군이란 남자애가 있었고, 그의 집이 실장저택과 두집 옆에 있었다.
야마모토 군의 말로는 할머니가 그 집에 혼자 살면서 실장석을 많이 기르고 있는 듯하다.
거기까지라면 실장석도 집안에 있는 것이고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집 밖에 있다.
이 할머니는 실장석을 데리고 와서는 사육실장 삼아 집안에서 키웠다.
점점 그 수가 늘어감에 따라 할머니의 경제력으로는 모든 실장석을 기르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약한 실장이나 자실장이 영양실조로 죽어갔다.
그 시체의 처리는 자신의 정원에 겹쳐 포개듯이 쌓는 식이었던 것이다.

그 후는 쓰레기 저택과 다를 바 없이 시체에 파리가 꼬여, 끔찍한 냄새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인근 주민과 마찰이 일어났고 할머니는 집안에 틀어박히게 되었다.

"이봐, 야마모토 군"

야마모토 군이라 부르자 돌아선 그에게 "군이 친구라고 믿고 있어" 라고 하며 양손을 모았다.

"군을 붙여부르는 거 징그러운데, 어차피 부탁하는 거겠지, 타치바나?" 주저없이 답한다.

나는 머리에 손을 대고 "헤 헤헤, 뭐 그렇지 야마모토" 하고 무안한 척했다.

나와 야마모토 군은 초등학교부터 친구로 무엇을 할 때나 언제나 함께다.
그런 내가 군을 붙여가며 부탁하는 것은 실장 저택의 일이었다.

여러 번 야마모토 군의 집에 갈 때마다 그 저택을 보고 별난 집이구나 흥미가 갔던 것이다.

"실은 그 실장 저택을 둘러보고 싶어서 말야"

야마모토 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진다.

"갑자기 무, 무슨 ... 안돼! 안돼! 절~~~대 안돼!"
"거긴 동네 사람들도 두려워서 아무도 접근하지 않아, 엄마도 절대로 얼씬거리지 말랬어"

나는 흐흥 코웃음치며 "뭐야 ~ 혹시 무서운 거야? 야마모토"
야마모토 군은 오기의 화신 같은 놈이다.

"대단한 것도 없는데, 야마모토도 쫄아가지고 ~"
이번에는 순식간에 야마모토 군의 얼굴이 빨개진다, 정말 불그락푸르락해지기 바쁜 놈이다.

"쫀거 아냐, 그냥 저기는 위험해, 진짜로"

나는 풋 일부러 들리도록 웃으면서 "입으로는 못할 말이 없지" 가슴 앞에서 작게 양손을 펼쳤다.
그리고 내 작전에 걸려들어 마지못해 함께 가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나와 야마모토 군은 그 실장 저택 앞에 서 있다.
담은 이끼가 자라고 벽돌이 갈색과 뭔지모를 녹색 액체로 덮여 있었다.
문짝은 실장석의 시체가 겹쳐 걸려서 닫히지 않는다.
그리고 왱왱거리는 대량의 파리떼가 이 저택을 가득 채울 것마냥 날아다니고 있었다.


야마모토 군이 "이봐 봤지.. 이제 가자"라고 닥달한다.
무섭고, 더럽고, 왜 야마모토 군이 이렇게 싫어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거로 끝낼 내가 아니다, 밖에서 보는 것뿐이라면 야마모토 군을 데려오지도 않았다.


"바보! 이제부터야. 우선 이 실장석 산을 넘어 집 문까지 가야겠지"

나는 무서워하는 야마모토 군을 이끌고 시체의 산에 발을 딛었다.

"우와 .. 흐물흐물 썩고 있어, 타치바나"

말 안해도 알아, 나도 냄새에 코가 비뚤어질 지경이다.
실장석의 시체는 짓밟힌 곳이 함몰하여 더이상 탄력이 없는 무르죽죽한 느낌을 다리에서 뇌로 전달했다.
시체를 밟을 때마다 파리가 왱왱 거기서 넘쳐흐르고, 잘 보면 새하얀 구더기가 꿈틀거리고 있다.
가장 아래쪽 시체는 미라화해 하얘진 것이나, 새까맣게 그을린 숯처럼 된 것 등 다양하다.
그 시체는 반드시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눈이 썩었는지 구멍이 파였고, 삼각형 입을 절규하듯 열고 있다.

보통 이런 곳에는 아무도 들르고 싶어하지 않겠지만, 나는 옛날부터 뼛속까지 시리는 공포를 좋아해 통함이 있다.
저기 요괴집이 있다고 들으면 속공으로 조사하러 가고, 여기에 목맨 시체가 매달린 나무가 있으면 누구보다 빨리 달려갔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원하는데 유령이나 괴물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은 가까이 다가가볼 것이다.
그래서 실장석 시체 따위는 전혀 상관없이, 나는 실장석 산의 정점에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래도 집에서 3m 간격으로 사방을 두른 벽이 담장이고 집은 거의 전부 실장석에 절반 가량 묻혀 있었다.
간신히 전면 문 앞만 문이 열릴 만큼 트여 있다.

그 문이 열린 것이다, 철컥이 아니라 "끼기이이~!" 음울한 소리로 열렸다.
나와 야마모토 군은 남자끼리 서로 끌어안고 굳어져버렸다.

"그래서 말했잖아, 무슨 일이 있으면 타치바나 탓이라고"

무서워하는 야마모토 군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반쯤 설레는 기분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뭔가 있어도 여기라면 도망칠 이유가 없다.

"너희들 무엇을 하고 있는 게..."

나온 것은 이야기에 나오던 그 할머니였다.
나는 유령이 아니라 실망했다.

할머니는 보라색 망토를 걸치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옷을 입고 있다.
허리는 90도로 꺾였고 유일하게 드러난 주름진 얼굴은 코가 휘어져 동화에서 보는 마녀 그 자체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아니요, 반상회에서 이 집은 어떻게 됐냐는 이야기가 나와서 보러 가라고 했어요"
라고 거짓말을 해 속였다, 내가 한 말이지만 지혜로운 대답이었다.

할머니는 "흥, 야마모토댁 도련님?" 심술궃게 대답하더니 "들어오너라" 우리를 집안에 들였다.

"야! 들으면 안돼 타치바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고 야마모토 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제 울기 직전이다.

"좋게 말할 때 들어 야마모토, 지금 네가 들어가지 않으면 그 할머니께서 무슨 짓을 하실지 모르겠네"
"어쩐지 너는 얼굴이 기억되어버린 거니까, 야마모토댁 도련님 군"


"젠장! 기억해둘거다"

실장석의 산을 내려와 우리는 조심스럽게 현관에 들어갔다.
안에는 군데군데 실장석의 시체가 있지만, 외부처럼 쌓여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관에서 복도가 뻗어 양쪽에 방이 하나씩 있고, 전면 안쪽이 계단이 나 있어 위층에 올라갈 수 있는 것 같다.
왼쪽 방에서 "뭐하고 있는 거니! 냉큼 들어와 " 그 할머니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아, 살아 있는 실장석이다, 할머니가 있는 듯한 방에서 실장석이 머리 반만 내밀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내 시선을 깨닫고 "데스" 한마디한 뒤 머리가 들어갔다.
잠시 후 그 실장석이 아장아장 우리 앞까지 걸어온다,
"잘 오신 데스" 꾸벅 머리를 숙였다.

이 실장석은 옷차림도 깨끗하고 나름대로 교육된 것 같다.

"닌겐상, 주인님이 기다리시는 데스"
한손으로 방을 가리키고 "이쪽으로 오시는 데스" 안내했다.

할머니의 방에 들어서자 시큼하디 시큼한 냄새가 나는 실장석의 시체가 2구 정도 눈에 들어왔다.
발밑에 더러워진 양말과 속옷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밥상 위에는 뭔가 먹다 남은 음식이 놓여 있었다.
전등 불빛이 너무 어둡고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느낌으로 왠지 꺼려졌다.

우리는 겨우겨우 쓰레기가 없는 장소에 앉는다.
"사실은요, 요즘 할머니 모습을 못 봐서 반상회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당연히 이것은 거짓말이다, 반상회는커녕 인근 사람들조차 할 수 있으면 상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할머니는 "너희들이 불평하니까 몰래 살아가는 거지, 걱정시킨 기억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럴듯한 대화를 계속하는 나이지만, 마음은 여기가 아닌 다른 방도 탐험하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한바탕 불평에 만족했는지, 할머니는 방 안쪽에 있는 부엌으로 갔다.

"그쪽이 아닌 데스, 이리로 오는 데스"

안내를 한 실장석이 복도에서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는데 야마모토 군은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야마모토 군에게 "그 실장석이 불러서 다녀올게" 말하고 일어서서 그 방을 나왔다.
실장석은 윗층에 올라가는 계단에서 손짓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위층에 올라가고 싶지만 실장석이라 오를 수 없는 것 같다.
"좋아, 내가 들어서 데려다줄게" 하자, 기쁜 듯이 양손을 들었다.

실장석을 지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다다미 6장 정도 방이 있었다.
안은 축축하고 습해서 곰팡이 냄새가 심했다.
창문으로 불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어슴푸레한 불빛이 들어왔다.

방에 실장석의 시체는 하나도 없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불단만 있었다.
그 불단은 몇년씩 먼지가 쌓인 듯 하얗게 변해서 안쪽의 사진과 위패도 쓰러져 먼지 투성이다.

그런데 실장석이 종종종 불단 앞까지 와 무엇인가 손을 모아 기도하는 것 같다.
불단에 모셔져 있는 사람은 이 실장석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던 거겠지.

나는 불단 사진을 집어들고, 그 먼지를 닦아보았다.
사진은 흑백에 꽤 오래된 물건으로 거기에는 젊은 여자가 웃고 있었다.

그 사진을 실장석에게 보이자 눈물이 주륵주륵 흘려 볼을 적셨다.
"그 여자는 너의 무엇이냐?"
내가 그렇게 묻자 실장석은 "와타시의 주인님인 데스"라고 대답했다.

잠깐.. 주인님은 그 할머니가 아니었나?

"이봐, 너 주인은 저 할머니잖아?"

그러자 실장석은 고개를 갸웃하며 "오바바상이 주인인 데스?" 라고 대답했다.

"닌겐상은 이상한 말을 하는 데스, 이 집에는 오바바상따위 없는 데스"

그 순간, 방 전체에서 경 읊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목소리다.

나는 황급히 계단을 내려가, 야마모토 군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야마모토 군은 왔을 때 그대로의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나는 할머니가 들어간 안쪽 부엌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게다가 주방에는 할머니가 숨을 곳따위 없다.

"저기 야마모토... 할머니가 없어"

"무슨 소리야 타치바나, 할머니라면 부엌에 들어간 거 같이 봤잖아"

야마모토 군은 부엌에 들어가다가 우뚝 멈춰섰다.
그럴 만한 게 부엌은 실장석의 시체가 무더기로 쌓인 끔찍한 모양이었다.
시체 옆에서 바퀴벌레가 수십.. 아니 수백마리씩 끓어오르고, 어디에도 인간이 들어갈 공간 따위 없다.
우리는 단번에 소름이 온몸을 달리는 것을 느꼈다.

"나! 나 이제 싫어! 돌아가자! 도, 도, 도, 돌아가자"

야마모토 군이 도망가서 나도 따라붙어 함께 달아났다.
실장 저택이 멀어지고 야마모토 군의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위층에 남은 실장석을 떠올렸다.

"야마모토, 나말야 실장석을 위층에 두고 그대로 와버렸어"

"응? 무슨 말하는 거야 타치바나, 시체 말고 실장석 따위 없었는데"

"있었잖아, 현관에서 우리를 그 방으로 데려온 실장석말야"

"아니, 난 결코 못 봤는데, 마음대로 네가 그냥 올라갔잖아"

그런 바보같은, 그렇다면 그 집에는 실체라고 부를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이로써 내 중학교 시절 실장 저택 이야기는 끝났고, 유령을 보는 수확을 거두었기에 만족하고 있다.
이후 나는 야마모토 군과 고등학교가 갈려버려, 그 후로 만나지 못했다.



후일담이지만 우리는 10년 후 동창회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
야마모토 군은 그 후 가족에게 실장 저택의 이야기를 해서 호되게 혼난 듯하다.
가족도 실장 저택이 겁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이사했다.
뿐만 아니라 인근 사람들까지 모두 도망치듯 이사했다.




사실 할머니는 우리가 실장 저택에 가기 오래전에 죽었다.
그 집 주인에 따르면 할머니는 아무 상관 없는 단순한 노숙자였다고 한다.
잠시 머물던 할머니가 누군지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집은 불단 주인의 아들인 땅주인도 무서워 접근하지 못하고, 구매자도 전혀 붙지 않아 지금까지 그 상태인 듯하다.
단지 실장석의 시체만이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 것 같다는 말도 야마모토 군으로부터 들었다.




그런 일도 있어서 난 또 그 실장 저택까지 발길을 옮겨보았다.
확실히 실장석 시체는 그때보다 증가하였다, 아직 그 할머니가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시체의 산에 올라가보자 그때처럼 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손짓했다.
역시 안에 들어가는 것은 혼자서는 두렵고 무리이므로 여기서 되돌아가기로 한다.




그런데.. 그 실장석이 윗층의 불투명한 유리창 너머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 눈은 뻥 뚫린 구멍이었고 온 몸이 상처 투성이였다.
그리고 주르륵 손발이 썩어 떨어지면서 무너지듯이 납작해져버렸다.




그 실장석은 본래의 위치로 돌아간 것인가, 아니면 불단 앞에서 언제까지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돌아갈 때 나는 잠깐 생각했다.
그 시체나 위층 실장석의 상처는 어쩌면 할머니가 아닌 그 불단 주인의 짓인 게 아닐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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