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의 시골 실장
TV에서 논에 빠진 실장석 얘기를 하고 있다.
물부족으로 갈증이 난 실장석이 논에 다가갔다가 그대로 빠져서 나올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부드러운 흙에 허리까지 몸이 빠지면 다시는 올라올 수 없다.
진흙에 속수무책 빠져 들어가는 친실장을, 자실장들이 둘러 싸고 울고 있다.
생각컨대, 시청자들의 상당수는 구해 주어야 된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 없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시골에서는, 저것이 실장석이라고 하는 생물이 살아가는 자연스런 모습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몸에 익은 실장석과의 거리감은, 어른이 되어도 결국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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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초등학교 시절의 집은 시골에 있었다.
시골이라고 해도 신흥 주택지와 전원, 잡목림이 섞여 있는 어중간한 시골이었다.
도시 같이 아이들이 놀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 산과 강이 놀이터가 되었다.
칼싸움, 숨바꼭질, 자연탐구 ... 그렇게 놀고 있으면, 반드시 실장석들과 엮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들이 시골실장이라고 불리는 것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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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도토리를 줍다가 처음 실장석을 만났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이다.
주택지에서 숲으로 가는 갈림길에, 큰 모밀잣밤나무가 있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통하던 이름은 "시의 나무". 도토리는 이상한 매력이 있어서, 특별히 무엇에 쓰지 않더라도, 예쁘고 깨끗한 것들은 주워 챙기게 된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거기서 도토리를 줍는 것이 근처 아이들의 일과였다.
저녁이라고 하기엔 이른 시간이었다.
실장석은 한참 전부터 거기에 있었던 듯, 도토리를 닥치는대로 모아 작은 산을 만들고 있었다. 일단 모아둔 후 나누어서 둥지에 들고 갈 생각이었던지, 상당한 양이었다.
힐끔- 우리 쪽을 보곤 즉시 채집으로 돌아갔다. 우리 쪽이 아이들이라 거리만 두면 괜찮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동생이 물리기라도 하면 큰 일이어서, 나도 실장석으로부터 미묘하게 거리를 두도록 동생을 유도했다.
땅 위에 붙어 기던 2명과 1마리....
"형, 좋은 도토리가 별로 없다."
동생이 금간 도토리를 던지면서 투덜거렸다.
"그래, 전부 밟혀 버렸어!"
나도 깨끗한 도토리를 간신히 6개 정도 찾아낸 상황이었다.
"저쪽에 더 있을지도...."
동생은 내가 막을 틈도 없이 나무 반대 쪽 ... 즉 실장석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순간, 녹색 생물이 총에라도 맞은 것처럼 반응했다.
"데갸아아아앗!"
다가온 동생을 향해 실장석이 소리를 지르며 위협을 해댔다.
지금 생각하면, 월동을 위해서 채집한 먹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그 기백 때문인지, 아니면 갑작스런 큰 소리 때문인지, 어린 동생은 깜짝 놀라서
"우와아아아"
울면서 도망가 버렸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동생이 돌아가는 길은 걱정이 없었지만...
아이라고는 해도 나도 형으로서의 자존심이 있었다. 눈앞에서 동생이 괴롭혀 졌다.
바지에 손을 넣어, 도망친 동생을 아주 쫓아버리려는 듯 대변을 던지는 생물은 혼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발밑의 자갈을 가득 움켜 쥐고 실장석에게 던졌다.
비처럼 쏟아지는 작은 돌들에 머리를 감싸는 실장석. 봐 줄 생각은 없었다.
"이거나 먹어라, 먹어라, 먹어라!"
"데에에엣, 데에에에에에엣!!?"
자갈비가 퍼억-퍼억- 실장석의 전신을 두들겼다. 비교적 깔끔했던 앞치마가 모래와 진흙에 마구 더러워졌다.
몸통에, 손발에, 그리고 얼굴에 자갈이 쏟아졌다. 짧은 팔이라 큰 눈을 가릴 수 없어, 눈에 맞을 때마다
"데벳-데벳-"
하고 소리치면서 땅을 굴렀다. 물론 멈추지 않았다. 이 녀석이 동생을 울린 것이다.
전력으로 자갈을 던졌다. 작은 멍 투성이가 되면서 우왕좌왕하고 있던 실장석은 드디어 피가 흐르기에 이르자
"데에에엥-데에에엥-"
하고 울면서 숲쪽으로 달려 갔다. 아이들의 싸움이다. 울리면 승리니까 뒤쫓을 필요는 없다.
나는 실장석이 모으고 있던 도토리의 작은 산을 그대로 비닐봉투에 넣었다. 동생에게 줄 선물로, 실장석과 싸움에서 승리한 증거로 삼을 생각이었다.
흥분이 식지 않았던 나는 봉투에서 넘친 도토리는 다 발로 밟아 으깬 후, 날이 저물기 전에 귀로에 올랐다.
다음 날, 자전거로 "시의 나무" 아래에 갔을 때, 그 나무 아래에 멍투성이 실장석이 "데브..." 하며 힘없이 웅크리고 있는 것을 봤다.
품에 "테에엥-테에에엥-" 하고 우는 작은 자실장을 안고 있던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별로 신경쓰진 않았다.
나는 깨진 도토리 껍질을 타이어로 으깨며 그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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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또래 소년들과 놀게되었다. 주요 놀이터는 논 옆의 용수로였다.
말이 용수로지 사실 수문이있는 작은 강 같은 것으로, 운이 좋으면 잉어의 그림자도 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논과 이어진 비탈길을 자전거로 내려 가다보면, 자들을 데리고 나온 실장석을 한둘은 볼 수 있었다.
야산과 물터 사이에 있는 유일한 길. 이곳을 통하지 않으면 물터에 갈 수 없는 실장석들에게 이 포장도로는 악마의 사냥터로 보였을 것이 틀림 없다.
실장석들에게는 불행하게도, 그리고 우리들에게는 운 좋게도, 자실장이 있으면 우리는 한마리씩 낚아채 자전거의 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데에에에에엣? 테에에에!?"
친실장이 비명을 지르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놀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페달을 빠르게 밟았다.
"테챠! 테챠아아아아아!"
순식간에 멀어지는 친실장을, 바구니안에서 피눈물을 흘리면서 부르는 자실장들.
그 자실장들이 그날의 놀이 파트너가 되는 거였다.
"그럼, 준비는 끝났나?"
작게 잘린 스티로폼 조각, 나무 젓가락이나 나뭇 가지, 빨대와 야쿠르트의 용기로 만들어진 작은 배들. 그 위에 실린 자실장들이 불안해 하며 주위를 바라본다.
"스타트!"
외치는 소리와 함께, 자실장들이 탑승한 발포 스티로폼 보트들이 강물에 흘러가기 시작한다.
이번 엔트리는 4척. 내가 선택한 자실장이 탄 화이트 드래곤호는 빙글빙글 돌면서 흘러간다.
덧붙이자면, 엔트리 1번 슈퍼 번개호는 주인의 손을 떠난 순간 기울어,
"테베에에에!"
자실장을 물결에 내던지고 자꾸자꾸 가라앉아 간다.
뒤집힌 배는 실격이므로, 이제 남은 것은 3척.
1번 자실장을 구하려 하다간 나머지 3척이 여파로 뒤집힐지도 모르기 때문에 구조는 뒷전이다.
게다가 레이스에 온 신경을 쓰고 있으니 '어푸-어푸-' 하며 익사 직전인 실장석 따위 이미 안중에도 없다.
네사람은 괜찮은 기세로 흘러가는 배들을 쫓아 자전거를 몰아, 30m 정도 앞에서 흰색 보트를 발견했다.
"테에에에에! 테에에에에!"
처음 만났을 때 보다 훨씬 날카로운 소리로 울고 있는 자실장의 보트, 그레이트 캐논호가 물풀에 걸리고 말았다.
키는 커녕 발라스트 조절도 없는 보트를 욕하며, 물풀에 돌을 던지는 친구. 직접 손으로 보트를 만지지만 않는다면 장애물에 걸렸더라도 레이스 복귀는 가능한 게 규칙.
물풀을 흔들 물결을 일으켜 배를 본류로 돌아오게 할 작정이다. 예리한 돌팔매가 자실장의 주위를 강타한다.
"테챠아아아! 테챠아아아아아!"
실장석은 필사적으로 돌을 피하려고 하지만, 좁은 보트위에선 그런게 가능치 않다.
"치벳-"
우연히 얼굴에 맞은 돌에 코피를 쏟으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갈 뿐.
"아, 피해야지! 바보 실장석!"
친구가 자신의 서투른 솜씨를 한탄한다. 모두들 거기에 웃으며 장단을 맞춘다.
그런데, 이곳에서 시간을 지체했지만 레이스는 어떻게 됐을까?
목표지점인 수문까지 가니 깊은 쪽의 흐름 위에서 2개의 스티로폼 조각이 흔들흔들 한다.
"테에엥-테에에엥-!"
화이트 드래곤호 위에서 자실장이 울고 있다.
브레이크 소드호에는 자실장이 없다.
브레이크 소드호는 나무젓가락이나 이쑤시게 등을 손잡이로 쓰라고 여기저기 꽂아 놓아 발디딜 틈도 없던 보트다.
곳곳에 적록의 얼룩이 흩뿌려진 보트의 모습에 우리는
「(아, 도중의 난류에 심하게 흔들렸던 건가?)」하고 막연히 상상의 나래를 폈다.
골인 지점인 수문이 우리의 메인 놀이터다.
수풀에는 상태가 좋은 빈 양동이나 벌레잡기 그물이 숨겨져 있다.
우승한 자실장을 양동이에 넣고, 우리들은 저녁때까지 거기서 놀았다.
물가의 벌레잡기나 수면에 돌튕기기 (그냥 물보라를 일으킬 뿐 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은 단순할 뿐인 행위를 우리는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해가 지면 돌아갈 시간이다.
놀이가 끝나고 돌아가는 비탈길에 기진한 친실장이 쓰러져 있었다.
일으켜 주니 무서운 기세로 덤벼왔다.
"데뱌아아아앗! 데뱌아아 … 데?"
"자…여기 있어"
우승한 자실장을 돌려 주려고 양동이에서 꺼내보니 그 녀석의 몸에는 아까 잡은 장구애비들이 매달려 체액을 다 빨아먹고 있었다.
숨이 끊어진 자실장을 친실장에 건네주니, 친실장은 흔들흔들 시체를 계속 흔든다.
"데데뎃-데데뎃…데…데에에 …"
"아, 그럼 다신 만나지 말자"
우리들이 서둘러 그 장소를 자전거로 벗어날 때 뒤에서
"데에에에에에에에????????? !!"
친실장의 긴 비명이 들렸다.
고학년이 되면 위험한 놀이들을 더 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은 물론 칼싸움이다.
컴퓨터 게임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 영웅이나 용사는 항상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우리들도 적당한 구호을 외치면서, 막대기를 휘둘르며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칼싸움에 필요한 것은 물론 막대기이다.
태풍 등이 지나간 뒤에는 딱 맞는 나뭇가지도 발견되지만, 평상시는 좀처럼 좋은 것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웃집 밭 주위에 박혀 있는 막대기를 실례한 적이 있다.
여름 방학 때 였다.
시골실장에 대한 일반적 오해와는 달리, 농가들은 그다지 실장석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
분명히 밭의 농작물은 실장석의 먹이가 되기 쉽지만, 간단한 조치만 하면 실장석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실장 방어벽' 이다.
밭 주위의 땅을 파고 무릎 깊이의 도랑을 만든다.
그 도랑에 돌출 형상으로, 60cm 정도의 막대기를 틈새 없이 울타리 같이 꽂는다.
밭에 접근한 실장석은 도랑에 들어 간다.
도랑의 바닥에서는 빼곡한 창의 숲이 보이는 셈이다.
그것을 넘어 밭에 침입하는 실장석은 없다.
가로로 비닐이나 끈을 두르면 더욱 완벽 해진다.
나는, 그런 실장방어벽에 빈 틈을 만든 것이다.
들쑤셔 먹혀버린 토마토 앞에서, 나는 엄청나게 혼이 났다.
조기에 발견한 덕분에 피해는 적었지만
"일단 야채의 맛을 기억한 실장은 꼭 다시 온다"
라고 옆집 아저씨는 단언했다.
결국 밭에 침입을 시도한 실장석을 내가 붙잡게 되었다.
침입을 허용한 다음날 아침, 라디오 체조를 끝낸 뒤 바로 아저씨의 밭 주위의 방어벽에 갔다.
...... 있었다!
아침 이슬에 젖은 덤불 가장자리에 녹색 두건이 크고 작게 4 개 보였다.
몰래 뒤에서 접근하며 이제 어떻게 잡을까? 하고 고민했다.
그러나, 주위를 경계하고 있던 친실장은 어린아이의 변변치 않은 미행을 알아챈 것 같았다.
"데슷! 데스데슷!"
친실장의 호령에 여러 방향으로 도망쳐 가는 자실장들. 전부 붙잡는 것은 무리였다.
"…어! 에잇!"
가장 고약한 냄새가 나는 자실장을 붙잡아 올렸다.
"테챠아아아아!"
다른 개체들은 놓쳐 버렸다…
어깨가 쳐진 채 옆집 아저씨에게 보고하였다.
"훌륭하다"
옆집 아저씨는 붙잡힌 자실장을 응시하여, 좋은 기분이었다.
바구니에 갇힌 자실장은, 구석에 웅크려 '테치-테치-' 울고 있었다.
"좋아, 지금부터 가족을 통째로 꾀어내야 하니 너도 와라"
"응.. 아저씨, 어떻게 할 건데...."
"다 방법이 있어. 이제 보면 안다. 더러워져도 괜찮은 옷으로 갈아 입고 와!"
밭 옆에 아저씨와 함께 구멍을 팠다.
크기는 직경 1m 반 정도, 깊이는 허리 보다 조금 얕은 정도의 큰 구멍 이었다.
구멍의 바닥에 시든 가지와 오래된 잡지 를 던져 넣고 불을 붙였다.
불길이 안정되자 썩은 나무나 삭은 풀을 던져 불을 더 키웠다.
그 후, 아저씨가 자실장을 나에게 건네 주었다.
"옷을 벗겨"
"…응...알겠어"
"테체…테치-!"
꾀죄죄하고 흙 투성이였던 실장옷은 잡기가 어려웠지만, 두건을 제외하면 바나나 껍질 같이 쉽게 벗겨졌다.
옆집 아저씨가 그 옷을 불길에 던져 넣자 손 안에서 마구 날뛰는 자실장. 피눈물을 흘리며 뭔가 아우성 쳤지만 뭐라는지 알 수 없었다. 당시엔 실장링갈 따위는 없었다.
실장석과의 대화 따윈 아무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아저씨는 담담하게 계속했다.
"머리를 뽑아라"
"응"
"테치이이! 테챠아아아!"
머리를 휘두르며 머리카락을 지키겠다는 듯 구는 자실장. 귀찮아서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교수형에 처해진것 같이 달랑달랑 매달려 떨고 있던 살색의 덩어리도, 앞머리를 뽑으니 얌전해져서, 오른쪽 뒷머리를 잡아 뜯을 땐 "테체-!" 라고 밖엔 외치지 않았다.
완전히 독라가 되고 나선 "테히-테히-" 하고 작게 흐느끼는 정도였고.
"이것을 찔러 넣어라"
"예?...... "
아저씨가 길고 가느다란 쇠막대를 내밀어 왔을 때,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아저씨, 그러면 이 녀석은 죽을 건데..."
"죽지. 네가 죽이는 거다."
나는 더 충격을 받았다.
왜? 하고 묻는 듯한 시선에 아저씨가 대답했다.
"이 녀석들은 이제 야채 맛을 기억해 버렸다. 놔두면 분명 밭에 다시 돌아올거야. 그러면 손해가 커진다.
그래서 죽이는 거야. 야채에 맛을 들인 탓에 죽는 거지.
네가 그때 막대기를 뽑지 않았다면 이 녀석은 죽지 않아도 되었겠지.
그러니까, 너는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져야해. 녀석을 죽여라."
천천히 설득되도록 아저씨는 말했다.
그 시점에서야, 나는 겨우 내가 무책임한 일을 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쇠막대기를 자실장의 배 아래에 댔다.
탈진해 있던 자실장도, 본능으로 치명적인 위기를 느낀 것인지, 허둥지둥 이쪽을 올려다 보아 왔다.
눈물에 젖은 자실장의 눈동자와, 역시 눈물에 젖은 나의 눈동자가 마주 봤다.
"미안해"
무슨말인지 이해못하겠지만, 자실장은 끝까지 자기 몸을 지키려 했다.
그 최후의 수단이었을까.... 자실장은 황급히 오른손을 뺨에 대고 고개를 갸웃- 했다.
지금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아양 포즈였다.
"테베벳!"
자실장이 뭔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막아 버리듯이, 나는 쇠막대기를 깊숙히 박아 넣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결국 자실장은 죽지 않았다.쇠막대기에 박힌 채로, 빈사이지만 살아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는 자실장이 박힌 막대기를 모닥불 위에 오도록 고정했다.
"테뱌아아아앗!! 테뱌아아아아!!"
불에 그을리며, 연기에 휩싸이며, 상처가 말려들어가는 고통에 자실장이 절규했다.
노출된 피부가 붉게 물들었다, 갈색으로 타들어 가 눈 깜짝할 순간에 너덜너덜하게 되었다.
탄화된 조직이 오래된 나무 껍질처럼 벗겨져 떨어졌다.
"데스우우우!!"
"테챠아아아아!"
"테치이이이이!"
그런 모습에, 잡목림의 언저리에서, 실장석 가족이 뛰쳐 나왔다.
아까 놓친 실장석 가족의 나머지였다.
뭔가 말하려는 나를 아저씨가 억눌렀다. 같이 수풀뒤에 숨어 실장석들을 응시했다.
모닥불에 화형된 자실장의 비명.
그것을 보고, 결국 참을 수 없게 된 것일까.
마마가, 언니가, 동생이, 가족을 되찾으려 모닥불에 달려 갔다.
시선은 땅 위에 가족에게 고정되어 있었으니 당연히 발밑은 보지 않았고, 움푹 파인 바닥의 화염은 실장석들에겐 시야 밖이었다.
"데샤아아아아아!?"
"테챠아!?"
"치베에에엣!!"
달려 가다 가속도를 억제 못한 채 성체 한 마리와 자실장 두 마리는 구덩이로 굴렀다.
구덩이의 바닥은 지옥의 화염이었다.
"데베에에에에!"
"데샤아아아아"
"테힛-"
가연성인 실장석의 육체는 모닥불 속에 사라져 갔다.
"바보인 실장석은 괜찮다. 분충인 놈도 괜찮다. 제일 귀찮은 건 똑똑하고 가족 생각을 하는 개체들이다. 왜냐고?"
아저씨가 말하기 시작했다.
"바보는 밭에 들어오지 못한다. 이기적인 놈은 혼자 배부르게 되면 만족한다.
하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놈들은 자기가 먹을만큼이 아니라, 가족의 몫까지 가지고 간다.
그리곤, 다음에 가족과 함께 온다. 그 자들이 새끼를 치면 다시 자기 가족에게 가르친다.
그 정도 되면 이미 밭은 끝장이다. 그래서 이놈들은 가족째로 몰살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저씨는 작열의 도가니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잠시도 모닥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혼자가 되니 갑자기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두려워서, 당황하며 아저씨의 뒤를 쫓았다.
그때 그 상태 그대로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아침밥을 아저씨의 집에서 먹으며 평소 보지 않던 TV 프로그램을 아줌마와 보았다.
시간이 좀 지난 후, 아저씨와 모닥불이 있던 곳까지 돌아가 봤다.
불은 그 즘에는 다 꺼져 있었지만, 구덩이의 바닥에는 10 마리의 까맣게 탄 시체가 있었다.
" 고기 굽는 냄새에 이끌려 다른 분충들도 떨어진 거야."
아저씨가 그렇게 툭하고 말했다.
둘이서 미끼로 쓴 자실장과 함께 다른 실장석들의 시체에 흙을 덮어 갔다.
이때의 일은 부모에게도, 형제에게도, 친구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 독신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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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실장이라고 불려지는 실장석들이 있다.
도시에서의 생활이 만만치 않고, 동족과 겨루기에는 약하고,
산에 들어가기에는 체력이 떨어지고, 인간에게서 단절되기에는 각오가 부족하다.
그런 미련하고, 무르고, 빈약하고, 멍청한 실장석.
나의 유년기의 추억의 대부분은 그놈들의 비명과 함께 떠올려진다.
저 인근의 산에는, 아직 시골실장들이 살고 있을까?
아니면 이제 근교의 산에선 사라져 버린 것일까?
어디에서인가 들려 오는 실장석의 울음 소리를 들으면서,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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