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산책중에 우연히 엄지를 발견했다.
어미도 없이 혼자서 먹이를 구할 줄도 알고 실장복은 여기저기 해지고 지저분했지만 빵콘은 하지않은 얌전한 녀석이다.
단순한 변덕이지만 작은 도움을 주도록 할까.
보검이라 불리우는 못은 무거워서 못 쓰는 것 같다.
커터칼날 한 조각에 테이프를 감아서 주었더니 신문지를 잘라 바닥재로 까는 영리함을 보여주었다.
음료수 뚜껑도 선물로 줬다.
그 많은 도토리를 다 먹고 낮잠자는 엄지.
자는 도중에는 총구조절이 안되는지 빵콘해버린다.
자다 일어나서 먹을 것이 없는 걸 알면 슬퍼할테니 도토리 하나를 넣어주었다.
커터칼날을 소중히 하는 걸 보니 흐뭇해지네.
다음에 볼 때까지 무사해라, 엄지야.
다음날 엄지가 무사한 것을 확인했다.
처음 봤을때는 나를 경계하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던 녀석은
나를 알아보았는지 팔을 붕붕 흔들며 반겨주었다.
엄지에게 우유를 나누어줬다.
다 마신 우유팩으로 집을 만들어줄까 했지만,
내가 베풀어준 것이 점점 늘어날수록,
나를 만나기전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녀석을
망쳐버리는 길이라고 깨닫고 관두었다.
뭐든 편리한 물건에 익숙해지면 큰일이야.
강아지처럼 엎어진 채로 우유를 마셔대는 녀석.
챱챱소리를 내면서 처음 맛보는 우유가 마음에 들었는지
작은 귀를 파닥파닥 거리는게 귀엽다.
손을 살며시 가져다 대봐도 우유마시기에 열중이다.
처음부터 특이한 녀석이라곤 생각했지만
정말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구나, 너.
정했다.
이미 녀석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쳐버렸다.
우유를 다 마시면 집에 데려가자.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물어본다.
내민 손에 작은 양손을 올리고 내 얼굴을 바라보는 엄지.
녀석이 놀라지 않도록 손 위에 올려서 천천히 몸을 세운다.
셔츠주머니에 엄지를 넣고 집으로 걷는다.
확 달라진 눈높이가 신기했는지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고개는 쉬지 않았지만, 역시 무서운것인지
주머니 끝을 꼭 쥐고 있는 녀석.
사람이 걷는 속도는 엄지에겐 빠르게 느껴지는것일까,
작게 자란 엄지의 앞머리가 살랑거린다.
급할 것 없지, 걸음 속도를 천천히 줄인다.
나의 유일한 취미인 낚시.
월척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매운탕거리를
구하기 위한 것도 아닌, 말 그대로의 취미.
낚싯대를 던져놓고 고기가 낚일때까지 기다리는
한가로움이 더할나위없이 좋은것이다.
허탕을 친다고 싫어질 리 없는 것이다.
혼자 즐겨왔던 이 취미에 아주 작은 친구가 함께하게 되었다.
늘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구나. 꼬맹아.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
답글삭제레에엥..너무 훈훈한 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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