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야구장에 간 실장석 (쑤컹킹)



2017년 봄.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자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계절이다.
물론 X크보는 야구가 아니라 예능으로 보는게 맞다고도 하지만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곳은 부산 사직야구장.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 노떼 자이언츠의 홈 구장이고
오늘은 홈팀 노떼 자이언츠와 원정팀 럭키 트윈스의 주말 3연전 중 2차전이 열리는 토요일로 많은 관객이 방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은 홈팀 노떼 자이언츠의 팬인 부산 시민들이었지만 소수의 럭키 트윈스의 열성 팬들은 서울에서 주말을 이용하여
럭키 트윈스를 응원하기 위해 사직 야구장을 방문하고 있었다.
서울 사는 트윈스 팬 애호파 철웅 씨도 그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애호파 답게 이번 원정 응원에도 자신의 사육 자실장 '황족이' 를 케이지에 넣어 SRT를 이용해 대동하고 온 것이다.
주말 동안 황족이를 혼자 집에 남겨둘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고오급 호텔의 경우에는 프론트에서 사육실장을 임시로 맡아주기도 하지만 철웅 씨가 묵는 일반 모텔에는
보통 실장석 동반 투숙이 불가능 하기에 철웅 씨는 사육실장 황족이를 사직 야구장까지 데리고 갔다.
물론 객석 안까지 실장석을 동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람객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애호파와 혐오, 학대파와의 분란 가능성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장석을 동반한 관람객은 입장 시 자신의 사육실장을 보관해야 한다.








노떼 구단에서는 애호파 사육실장들을 위해 무료 실장석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인이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동안 실장석들은 넓은 실장석 전용 놀이터에서 전담 아르바이트생의 관리 하에 시간을 보내게 된다.
구단이 애호파라 그런 것일까? 물론 아니다. 껌을 팔아 성장한 그룹의 야구단 답게 가장 먼저 실장석의 부가가치에 주목하고
애호파 팬을 겨냥한 실장석용 유니폼, 실장석용 악세사리 등 각종 굿즈를 출시하여 애호파들에게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제는 경기가 있는 날 사직 야구장 주변에서 O머호, 강X호 등 인기 선수들의 유니폼을 입은 사육실장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어쨌든 철웅 씨는 보관 서비스에 황족이를 맡기고 경기를 보기 위해 입장했다.

『사고치지 말고 얌전히 기다려라』

『알겠는 테치. 와타시 착한 사육실장인 테치. 얌전히 기다리겠다는 테치』

황족이는 담당 아르바이트 생의 손으로 보관 수조로 둘러싸인 실장석용 놀이터로 옮겨졌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육실장들이 보관되어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거나 장난감을 이용해 놀고 있었다.

『테에.. 많은 친구들이 있는 테치. 와타시도 같이 어울려 놀고 싶은 테치..』

황족이는 용기를 내어 공놀이를 하고 있는 한 그룹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안녕한 테치. 와타시는 주인님의 사육실장 황족이인 테치. 여러분과 같이 놀아도 되겠는 테츄?』

재미있게 놀고 있던 자실장들이 흠칫 거리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테프프프』
『니 스울 실장인 테츄?』
『저저저 스울말 쓰는거좀 보는 테치. 테프프프. 가스나도 아니고 낯간지러운 테치』

그 중 덩치가 큰 편인 자실장 하나가 나와서 인상을 쓰며 말한다.

『니 지금 스울실장이라고 유세떠는 테츄? 지방실장이라고 무시하는 테츄? 센틈시티 윽수로 큰 백화점 모르는 테츄?
   한번만 더 스울말로 지방실장 무시하면 다리몽댕이를 뽑아서 달마로 만들어삐는 테챠아아아아아!』

갑작스러운 위협에 놀라버린 황족은 빵콘해버리고 황급히 구석으로 도망쳤다.

『테프프프. 스울 분충놈 똥지리고 도망가는거 보는 테치. 마 쫄은테츄?』
『테에에에엥 와타시는 그냥 같이 놀자고 했을 뿐인 테치...』

하지만 이곳은 원정. 보관된 대부분의 사육실장들이 홈, 원정, 선데이 유니폼 등을 입고있는 노떼 팬의 실장석들이었기 때문에
황족의 편은 찾기 힘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O지배 등 극소수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실장석만이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황족이도 한쪽 벽면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다른 자실장들이 즐겁게 노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테에에엥. 여긴 너무 무서운 곳인 테치...]


그때였다.
갑자기 웅크려 있던 황족이의 앞에 쿵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떨어졌다.

『테.. 테치? 무엇인 테츄?』
『아 손님. 얘들 먹을거 주지 마세요 다 주인있는 애들이에요』

그것은 먹을거리를 사러나왔던 한 애호파 관람객이 던져주고 간 족발 한 점이었다.

『아마아마한 냄새가 나는 꼬기인 테치. 와타시의 앞에 떨어지다니 운이 좋은 테치. 빨리 먹는 테치

황족이 바로 족발을 두 손으로 들고 입을 크게 벌려 베어 물려는 그 순간..

『오마에』
『테...?』

황족의 앞에는 구더기를 든 친실장이 서 있었다.








『아 주는 데스.』
『??? 테에?』
『아 주는 데스.』
『무슨 말인 테츄? 아 주는게 무슨 말인 테츄?』
『그 아마아마해보이는 고기를 와타시의 자에게 주라는 말인 데스』
『그게 무슨말인 테츄까? 이건 와타시가 주운 와타시의 고기인 테치. 와타시가 먹을 것인 테치』

그러자 갑자기 그 친실장이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오로롱 오로롱. 여기 실장들 이것좀 보는 데스야. 이 스울실장이 정이 없어가 와타시의 귀여운 자에게 고기 한점 안내주는 데샤아앗
『그게 무슨 말인 테츄까? 이건 와타시의 고기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떼의 실장석 유니폼을 입은 실장석들이 주위를 둘러싼다.
『아 주는 데스』   『아 주는 테챠아아앗』  『마! 인 테챠아아아앗!』
『아.. 알겠는 테치.. 주려고 했던 테치...』

황족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울며 겨자먹기로 족발을 내주고 구석으로 가서 또 훌쩍일 수 밖에 없었다.
『테에에에에엥 이곳은 너무 무서운 곳인 테치.. 주인님 제발 여기서 꺼내주시는 테치..



한두 시간 후..
『간식 시간이다 얘들아』
담당 아르바이트생이 큼지막한 사탕 통을 열어 실장석 하나당 사탕 하나씩을 나눠주기 시작한다.
구단에서 제공하는 보관 서비스에 제공된 간식인 것이다.
물론 황족에게도 사탕 하나가 주어졌다. 실장석 하나당 하나씩의 사탕이 모두 주어져서 그런지 이번에는 자를 든 친실장이
자를 들이밀지는 않았다.

『아마아마한 사탕인 테치. 와타시 배가 많이 고팠던 테치. 달콤달콤한 사탕님 너무 좋은 테치!』

구석에 앉아 사탕을 먹기 전 혹시 하고 주위를 둘러보던 그 순간 황족의 눈에 놀라운 것이 보였다.








덩치 큰 성체실장 하나가 큼직한 먹이 그릇 하나를 가운데에 쿵 하고 내려 놓더니
『스까 먹을 실장들 얼른 갖고 오는 데샤아아아앗!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다른 실장석들도 조금씩 먹고있던 사탕을 가지고 가운데로 몰려드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입 안에서 사탕을 녹이더니 침과 함께 녹인 사탕을 구웨에엑 하면서 그릇에 다시 뱉어내는 것이었다.

『팍팍 좀 스까보는 테칫!』
『다들 빨리빨리 녹여내는 데스!』

그 와중에 황족이의 눈을 더 의심해볼 광경이 펼쳐졌다.
『너무 묽은 데스. 운치를 좀 섞어 걸쭉하게 하는 데스야』
『와타시도 운치 더하는 테칫!』

놀랍게도 실장석들은 사탕을 녹여낸 것에 운치까지 섞어 휘휘 저은 다음 그걸 퍼먹고 있는 것이었다.
몇몇 실장들이 맛을 보더니

『오늘은 좀 싱거운 테치. 죄다 포도 딸기맛만 받은 테츄까?』
『레몬맛 없는 테츄? 레몬맛 받은 참피 없는 테챠아아아앗!』  하고 소리치고 있었다.

갑자기 그 중 한 성체실장이 황족이 쪽을 노려보더니
『오마에 레몬맛 아닌 데스우? 퍼뜩 안가오고 뭐하는 데샷! 오마에 붓싼실장 아닌 데스까!』
하니 몰려있던 모든 실장들이 갑자기 황족을 노려보는 것이었다.

또다시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황족은 따르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것 같아
『죄송한 테치.. 처음이라 잘 몰랐던 테치..』
하며 눈물을 머금고 레몬맛 사탕을 가져갔다.

그러자
『오마에 아까 스울 실장인거 봐둔 데스. 으디가서 이런 아마아마하고 우마우마한 별식은 못 먹어보는 데스.』
『우리 붓싼 실장들은 좋은 거 있으면 마 이렇게 다 스까서 노나묵는 데스야』
하면서 사탕과 침, 운치가 범벅된 그 무언가를 푹푹 떠서 황족의 입에 계속 떠먹여주고 자신들끼리도 돌려 먹으면서

『마 우리가 남인 데스우?』
『아도 주는 테치!』
하며 신나게 벌어지는 그들의 연회에 그만 황족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갸아아악 구아와악 -

의식을 잃어가는 황족이의 귀에는
『붓산 갈매기인 데스우♬ 』
『오마에는 정녕 나를 잊은 테챠아아아앗!』
하는 멜로디가 맴돌 뿐이었다.

『주인님.. 이곳은 지옥인 테치.. 』

파 - 킨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주인 철웅씨는
『아 용택이형 또 비트네 ㅡㅡ』 하며 경기를 즐길 뿐이었다.

그리고 노떼는 오늘도 졌다.







삭힌 실장 (실화석)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참피들이 돌아다닌다. 곧 있으면 다가올 춥고 혹독한 겨울을 위해 녀석들은 뭐라도 하나 얻어갈 수 없을까

하며 추수가 끝난 논을 돌아다닌다.


우리 동네에서는 이때 돌아다니는 참피들을 잡아다 삭혀 먹는다. 시골에서 사는 참피들은 인간의 논밭에서 야채나 곡식을 훔쳐먹거나

산열매를 따다 먹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주로 먹고 사는 도시의 참피와는 달리 먹기에 나쁘지 않다.

하지만 삭힌 참피는 그런것과는 차원이 다른 호불호가 있다. 처음 귀농을 했을때는 어떻게 이런걸 먹나 경악을 했지만, 지금은

삭힌 참피 하나면 탁주 한사발이 술술 넘어간다.

먼저 논밭에서 잡아온 참피를 한번 씻어줘야 한다. 오늘 하루 잡힌 놈만 일곱 마리. 한 마리는 찌개에 넣어 먹기로 하고 나머지

여섯 마리로 삭힌 참피를 만든다.

우선 우리에서 한 마리를 꺼내 부엌으로 가져온다. 챰피들을 다듬는 과정을 다른 참피들에게 보여주면 안된다. 물론 짓소산인가

머시긴가를 많이 나오게 하려면 보여주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랬다간 서로 난리 발광을 하다 손발이 떨어져나가기 일쑤다.

녀석이 손안에서 데프픗 소리를 내며 팔다리를 마구 휘젓는다. 좀이따 먹으려고 차려놓은 밥상을 가르키며 뭐라고 데스데스

짖어대지만 무시한다. 어짜피 생각할 줄 모르는 미물이 짖는거다.

싱크대에 올려놓고 몸뚱아리 아래에 붙은 하얀 껍데기를 벗기자 녀석이 데프픗 하며 기분나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찬물을

틀어주니 웃음은 이내 비명으로 변한다.재빨리 솔로 구석구석을 닦아준다. 팔다리에 작은 상처들이 남지만, 이래야 좀더

잘 익는법이다. 이때 이놈들을 싸고 있는 초록색 껍데기가 찢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삭힌 참피라는건 껍데기를 씌운 채로

삭히기 때문에 세제도 쓰지 않는다.

다 씻긴 참피는 대개 오로롱 오로롱 소리를 내며 양쪽 눈에서 적록색의 각각 다른 색 눈물을 흘린다.이 다음엔 똥빼기를 한다.

우선, 작년에도 썼던 휴지심만한 굵기의 플라스틱 파이프를 가져온다. 초록색 껍데기의 아랫부분을 들추자, 여성의 음부와

비슷하게 생긴 그것이 드러난다. 내가 껍데기를 들추자 이녀석은 다시 데스데스 짖어대지만, 신경쓰지 말고 아까 준비한 파이프를

구멍에 찔러넣는다.

[데갸악~]

파이프는 슬슬 돌려보며 참피의 뱃속에 밀어넣는다. 이때 내장이 상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파이프를 돌릴 때 마다 뎃승거리며

콧김을 내뿜는게 기분나쁘지만 거기 신경쓰다 작업을 망치면 안된다.

파이프를 다 박았다면 참피의 주둥이를 수도꼭지에 대고 내장을 씻어낸다. 파이프가 제대로 박혔다면 물을 틀 때 녹색의 참피똥이

같이 흘러나온다. 계속 물을 흘려 더이상 똥이 나오지 않으면 다된거다.

이렇게 작업을 마친 참피는 파이프를 받침대삼아 서늘한 곳에 널어 하루정도 물을 말린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참피 살이

물러지고 나쁜 맛이 난다.


물기를 말린 참피들은 철망 위에 파이프를 고정시켜 세워둔다. 2열종대로 세워놓은 녀석들이 단체로 오로롱 오로롱 울어대는

모습은 퍽이나 괴상하다. 이놈들 위에 잘게 썰은 볏짚을 부어준다. 참피들의 목이 잠기고, 입이 잠기고, 적녹의 눈물이 흐르는 눈이

잠기고, 이내 머리까지 잠긴다.

이때 볏짚은 녀석들의 머리 위로 다시 녀석들의 키만큼만 부어준다. 너무 많이 부으면 참피녀석들이 압사할 수 있다. 이제 남은건

이대로 기다리며, 볏짚이 줄어들면 보충해주기만 하면 된다.

볏짚속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참피녀석들은 처음엔 가만히 울고만 있지만, 이내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주변의 볏짚을 먹어치운다.

물론 참피의 소화기관이 질긴 볏짚을 소화시키진 못하고 대부분이 똥에 섞여 아래로 떨어진다. 이렇게 똥과 섞인 볏짚은 더

발효시켜 퇴비로 쓴다.

한편,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참피녀석들은 닥치는대로 주변의 볏짚을 쓸어모아 입으로 밀어넣는다. 이 과정에서 참피의

우레탄 몸뚱아리는 볏짚에 쓸려 상처나고 낫고를 반복한다. 이렇게 하면 참피고기에 짓..머시기가 생겨 더 맛있어진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실장석의 땀과 볏짚에 들어있는 미생물이 상처로 들어가며 고기를 발효시킨다. 이것이 참피고기를 더 부드럽고

쫀득하게 만들어 주며, 삭힌 참피 특유의 향미를 더해준다.


보통 한달정도 지나면 더이상 똥이 나오지 않는 파이프가 하나둘 생긴다. 이건 삭힌 참피가 다 되었다는 신호다. 똥이 나오지 않는

녀석을 파내보면 강한 냄새를 풍기며 가사상태에 빠진 참피가 나온다.

머리에 달린 털뭉치를 뜯어내고, 몸을 감싼 초록색 껍데기도 벗겨낸다. 팔다리에 묻은 지푸라기는 깨끗이 털어내고 파이프를

꺼내면서 배를 갈라 내장을 깨끗이 긁어낸다.

팔다리는 생긴 그대로 동글게 썰어낸다. 고통에 가사상태에서 깨어난 것인지 작게 치이..하고 울지만 녀석은 옴짝달싹 못한다.

위석을 빼내 술독에 담그고, 남은 몸통을 썰어낸다. 수평방향으로 허리에서 목까지 얇게 썰어준다. 뼈가 있지만 물렁뼈보다도 무른

뼈는 써는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팔 한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초장에 찍어 입에 넣는다. 크으~ 엄청난 실장취에 코가 뻥 뚫린다. 여기에 탁주 한모금 마시니 입안에

머물던 실장취가 시원하게 쑥 내려간다.

다음은 뱃살. 참피에게 지방이 가장 많이 쌓여 돼지비계와도 같은 쫀득한 맛을 준다. 이걸 묵은지에 싸 먹으니, 묵은지의 시큼하고도

깊은 맛과 참피 고기의 쫀쫀한 맛이 어우러져 들어온다. 여기에 또 탁주 한사발. 캬~

한점 두점 먹다보니 머리만 남았다만 이게 또 별미다. 매콤한 양념을 더해 실장 머리찜을 한다. 눈에서 검은 물이 나오지만 이건

오징어먹물 같은거라 먹어도 되는거다.

실장 머리찜을 그릇에 옮겨담자 코를 찌르는 실장취. 이게 또 술을 부르는 맛이다.

실장찜 한점에 탁주 한잔. 긴긴 겨울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도전 (실장학대1종보통)


공원 벤치에 한 남자가 앉아있다.

여기저기서 실장석들이 수풀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학대파일까, 아니면 애호파일까.

남자가 주머니에서 뭔가 꺼낸다.

형형색색의 콘페이토. 남자가 그 중 하나를 입에 집어넣고 오독오독 씹어먹는다.

바라보는 들실장 모두가 침을 질질 흘렸다.

하나만 먹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당장 달려나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콘페이토를 달라고 애원하고 싶지만,

그런 행동을 하다 죽은 들실장이 한두마리가 아닌 터라 모두들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남자가 손바닥에 올려져 있던 콘페이토를 바닥에 흩뿌린다.

다섯 개의 콘페이토가 바닥에 뒹굴거리는 모습을 본 들실장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

먼저 차지하는 실장석이 임자다. 달콤한 콘페이토가 바닥에 있다.

이 사실에 수풀에서 뛰쳐나와 허겁지겁 달려드는 실장석들.

하지만 수풀에서 나오던 실장석들이 하나 둘 씩 쓰러져간다.

퉁, 퉁, 퉁, 퉁

가볍게 무언가 튕기는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실장석들.

세 네마리 정도가 콘페이토를 먹겠다며 뛰쳐나왔지만 누구하나 콘페이토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퉁, 퉁, 퉁

남자의 손에는 BB탄을 사용하는 모형총이 들려있었다.

그는 쉬지 않고 바닥에 쓰러진 실장석들에게 거듭 총을 쏘아댔다.

먼저 뛰쳐나간 들실장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본 다른 들실장들이 수풀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봤다.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남자가 무언가로 가리킬 때마다 달려드는 들실장들이 죽어나갔다.

몸에 구멍이 뻥뻥 뚫린채로.

구멍 하나 정도야 어떻게든 버틴다고 해도 남자가 두 세번 정도 더 쏘면 버티는 녀석이 없을 정도다.

남자의 사격실력은 발군이었다.

아무리 실장석이라고 해도 움직이는 대상을 상대로 맞춘다는 건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남자가 표적을 놓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주로 노리는 건 실장석의 머리. 

물론 실장석은 몸에 구멍이 났다고 해서 쉽사리 죽을 녀석들은 아니다.

달려드는 녀석들이 많거나 덩치가 큰 녀석들이라면 적당히 발을 노려 기동력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너무 많이 달려든다 싶으면 행동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기도 했다.

움직이는 실장석을 쏴 맞추는 남자.

이 남자를 상대로 콘페이토를 뺏어온다는 건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간혹 '어차피 죽을거라면 먹고 죽는다' 라는 심정으로 달려드는 실장석도 있었지만 모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시체가 될뿐이었다.

***

"오네챠, 위험하니 피하는 테치."

"기다려보는 테치. 꼭 저걸 먹게 해주는 테치."

장녀는 수풀 사이에 숨어 남자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남자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공원에 나타났다. 물론 그건 일주일 전의 일이다.

일주일이나 공원에 나타난 남자. 

그리고 하루도 쉬는 일 없이 콘페이토를 향해 달려들고 죽어나간 실장석들.

처음엔 공원 관리인이 남자의 행동을 막아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남자가 주는 술과 안주에 넘어가 모른척 하는 게 다반사.

뭐 젊은이가 저리 답답한 일이 있어서 그럴까 하는 생각만 할 뿐이다.

어차피 공원 관리인은 매일이다시피 실장석 시체를 치우는 게 일이었고,

오히려 저렇게 시체를 한 곳에 모아주는 걸로 생각해보면 고마울 수도 있다.

덕분에 오늘도 실장석들은 고문을 받아야만 했다.

여전히 남자는 콘페이토를 벤치 앞에 뿌려놓은 채 총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콘페이토를 뿌리기 전에 하나 정도는 오독오독 씹어먹으면서 실장석들이 군침을 흘리게 하는 행동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접근하는 실장석들은 모두 총에 맞아 죽는다.

먹고 싶지만 먹지 못하는 상황.

수풀 속에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장녀와 차녀도 마찬가지였다.

차녀는 구더기까지 안고 있었다.

사실 이 자실장들에겐 보살펴주는 '마마' 도 있었고, 이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 오마에들을 위해 콘페이토를 가져오는 데스.

이게 마마의 마지막 유언이 될 줄이야.

마마도 아무렇게나 달려든 건 아니었다. 

다른 들실장들이 한꺼번에 많이 뛰쳐나갔던 그 순간을 노려 함께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른 들실장들과 똑같았을 뿐. 

장녀, 차녀, 그리고 우지챠는 그렇게 마마가 인간의 총에 유린당하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마마가 죽은 세 자매들에게 앞으로의 생존은 큰 문제가 됐다.

아무리 장녀라고 해도 혼자서는 먹이조차 구하기 힘들다. 

게다가 장녀의 덩치나 배짱으로는 동족식조차 가능할 리 없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자신들 뿐 아니라 다른 들실장들에게도 모두 비슷하게 일어나는 중이었다.

마마가 콘페이토를 얻으려다 죽고 자실장만 남은 상황, 

그리고 그 자실장들은 먹을 걸 구하기 위해 다시 벤치 앞의 콘페이토로 도전하는 상황.

학살의 연속일 뿐이었다.

처음 4일간은 주로 성체실장, 친실장만 죽어나갔고, 이제 3일 정도는 자실장들이 죽어나갔다.

먹을 게 없어서 고민하는 실장석 자매들, 장녀는 이틀간 쫄쫄 굶어 홀쭉해진 차녀를 보며 결심했다.

'이대로 굶어죽을 수는 없는 테치. 무슨 일이 있어도 콘페이토를 얻어오는 테치.'

장녀는 제법 똑똑한 편이었다.

함부로 뛰어들지 않고 인간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장녀는 몇가지 사실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됐다.

첫째, 인간이 손에 들고 있는 무언가에서 조그마한 구슬이 튀어나온다는 거.

둘째, 인간이 몇 번 구슬을 튀어나오게 하면 반드시 손에 들고 있는 물건에서 무언가를 빼고 다시 집어넣는 행동을 반복한다는 거.

장녀의 관찰력은 제법 좋았다.

제 아무리 BB탄을 사용하는 총이라고 해도 탄창을 교체하지 않고는 총은 사용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가스 모형총이라고 해도 BB탄을 수용할 수 있는 최대 갯수는 고작해봐야 20발.

탄창은 미리 준비를 해놨지만, 그걸 교체하는데 걸리는 잠깐의 시간은 있다.

물론 잠깐의 시간일 뿐이다.

하지만 자실장들이 한꺼번에 튀어나가는 타이밍, 

그것도 20발의 BB탄이 다 떨어지는 순간을 노려 뛰쳐나간다면 어떨까.

장녀의 계획은 완벽했다.

물론 아무리 머리가 좋은 장녀라도 20발의 BB탄을 다 셀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장녀는 바닥에 있는 작은 돌맹이를 준비해 남자가 총알을 쏠 때마다 하나씩 바닥에 놓는 방식으로 갯수를 확인했다.

그렇게 마련된 20개의 돌맹이. 장녀는 남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남자가 공원에 나타났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콘페이토 한 알을 입에 집어넣고 오독오독 씹어먹는 남자.

수풀 속에 숨어있는 자실장들이 군침을 질질 흘렸다.

이 자실장들은 모두 어미를 잃은 상태였다. 물론 남자 때문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 콘페이토를 바닥에 흩뿌렸다.

"테챠아아앗!!!"

멍청한 개체들이 먼저 뛰어들기 시작한다.

남자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자신이 더 빠르게 달리면 괜찮을거라는 행복회로를 돌린 멍청한 녀석들의 돌격이었다.

물론 그게 통할 리 없다.

퉁, 퉁.

가장 먼저 앞으로 달리던 개체가 넘어진다.

오른쪽 발에 한 방, 왼쪽 팔에 한 방.

다른 개체들도 앞서 나간 녀석들이 쓰러지는 걸 알면서도 자신은 괜찮을거라 생각하며 미친듯 콘페이토를 향해 뛰었다.

그 중에 머리가 좀 돌아가는 녀석들은 투분을 준비하며 손에 운치를 묻힌 채 달려들기까지 했다.

물론 투분을 한다고 해도 남자와 거리가 워낙 떨어져 있으니 불가능할 뿐더러,

남자도 그 정도는 대처 가능하다는 듯 투분하려는 손과 어깨를 노려 BB탄을 쏘기도 했다.

퉁, 퉁, 퉁.

"테챠아앗!!"

투분을 하려던 녀석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남자가 앉아있는 벤치 뒤에서 기습을 하려던 녀석도 총에 맞는다.

퉁, 퉁.

남자는 뒤에도 눈이 달린 거 같았다. 아니, 이미 실장석들의 움직임 정도는 얼마든지 간파 가능한 상태였다.

"테... 테치..."

장녀는 수풀 속에 숨어 남자의 손에 들린 무언가의 '퉁, 퉁' 거리는 소리에 맞춰 바닥에 돌맹이를 하나씩 내려놓았다.

스무개의 돌맹이가 다 떨어질 즈음 해서 뛰쳐나가면 되는 일이다. 그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퉁퉁 거리는 소리에 맞춰 돌을 내려놓던 장녀의 손에 두 개의 돌이 남았다. 

그리고 수풀 속에서 다른 자실장 하나가 뛰쳐나가는 걸 본 장녀가 몸을 일으켰다.

'두 개 남은 테치...!! 지금 나간 분충을 쏘면 와타치는 안전해질 거인 테치... 틀림 없는 테치!! 저 닝겐은 버릇처럼 두 발을 쏘는 테치'

장녀는 타이밍을 잡고 뛰쳐나갔다.

***

남자를 향해 달려드는 자실장은 두 마리였다.

남자는 먼저 달려드는 자실장의 다리에 한 발 쏘았지만,

워낙 덩치가 좋은 녀석이라 한 발 정도에도 속도가 줄지 않고 달려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남자가 다른 한쪽 다리에도 BB탄을 쏘게 된다.

쓰러지는 자실장. 그리고 남아있는 건 치밀하게 준비해온 장녀 뿐이었다. 

'두 발 다 쏜 테치... 와타치는 안전한 테치!!'

장녀의 계획대로였다.

그때였다.

퉁!!

한 발이 장녀의 다리를 맞췄다.

"텟!!"

이상하다. 분명히 숫자를 확인했는데.

남자의 총에는 BB탄이 한 발도 남아있지 않아야 했는데.

찰칵찰칵

남자가 총에 BB탄이 없는 걸 확인했다.

장녀는 총을 한 방 맞고 질질 몸을 끌어가며 콘페이토를 향해 갔다. 얼마 남지 않았다.

어디에서부터 차이가 났던 걸까.

단 한 발의 차이라니?

***

사실 범인은 우지챠였다.

매일 돌맹이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남자가 쏘는 BB탄의 숫자를 확인하는 장녀를 곁에서 본 우지챠.

"공기놀이 하는 레후? 우지챠도 하고 싶은 레후..."

그러면서 돌맹이 하나를 슬쩍해버린 게 문제였다.

결국 장녀가 도전하기로 한 날 가지고 있었던 돌맹이는 19개.

잘못된 계산으로 남은 한 발이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이거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었는데.

남자는 탄창을 빼고 다시 갈아넣고 있다.

장녀가 콘페이토를 집어들었지만 다시 수풀까지 돌아갈 수 있을만한 힘은 없었다.

기어가더라도 결국 남자의 총에 죽을 게 뻔했다.

장녀는 큰 결심을 했다.

"차녀쨩!!! 뛰어나와서 이걸 받는 테챠아아아아아앗!!!"

장녀는 있는 힘껏 손에 들고 있던 콘페이토를 수풀을 향해 집어던졌다.

"오, 오네챠아아앗!!!"

차녀도 수풀에서 뛰어나왔다. 지금 저 콘페이토를 가져가지 않는다면 장녀의 희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다행히 콘페이토는 데굴데굴 굴러 수풀에서 제법 가까운 곳에 떨어졌고, 차녀는 헐레벌떡 뛰어나와선 콘페이토를 품에 안게 되었다.

"빠, 빨리 도망가는 테챳!!"

남자의 장전이 끝났다. 남자는 우선 장녀를 향해 두 발을 쏘았다.

"텟!!"

그리고 차녀를 향해 총을 겨눈다. 차녀도 수풀에서 얼마만큼 뛰쳐나왔으니 바로 숨긴 힘든 상태였다.

"테치이이잇!!!"

장녀는 팬티 한 가득 빵콘한 걸 손에 묻히고는 남자를 향해 투분을 했다.

제법 가까운 곳에서 예상치 못한 투분이 날아온 탓에 남자도 몸이 흐트러졌고,

그와 동시에 차녀에게 발사한 BB탄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빗나가게 됐다.

"이 틈에 도망치는 테챠아아앗!!"

장녀는 계속해서 팬티에 손을 가져가 투분을 시도하려했다.

이렇게라도 시간을 끌면 차녀는 도망칠 수 있으니까.

"오네챠... 오네챠앗!!"

차녀는 있는 힘껏 수풀을 향해 달렸다.

이미 장녀를 구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남자는 콘페이토를 안고 도망치는 차녀를 노리려 했지만

근접한 거리에서 지속적으로 투분을 하려는 장녀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쳇..."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장녀를 노렸다.

투분을 하려는 팔에 한 방, 복부에 한 방, 그리고 왼쪽 눈에 한 방.

퉁, 퉁, 퉁

"테챠앗!! 테걋!!"

그리고 마침내 이마 정중앙에 쏘자 '파킨' 하는 소리와 함께 장녀의 움직임이 멈췄다.

남자는 차녀를 노리려했지만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차녀가 수풀속으로 숨어들어갔다.

콘페이토를 미끼로 실장석을 사냥하기 시작한 지 8일 째.

드디어 남자의 위협으로부터 콘페이토 하나를 회수한 실장석이 나올 수 있었다.

치밀한 계획과 대담한 시도, 그리고 고귀한 희생이 낳은 승리였다.

***

"오네챠, 괜찮은 레후?"

"괜찮은 테치... 괜찮은 테치..."

"장녀 오네차는 어디있는 레후? 그보다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

차녀는 적록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우지챠를 끌어안고 프니프니해주기 시작했다.

"장녀 오네챠는 마마를 따라간 테치..."

"그런 레후?"

"장녀 오네차가 선물을 준 테치."

차녀는 가져온 콘페이토를 반으로 나눠 우지챠에게 건넸다.

어차피 자실장 하나와 저실장 하나라면 앞으로 생존할 가능성조차 없었다.

이른바 '최후의 만찬'이 된 셈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콘페이토에 입을 댄 저실장이 방긋 웃었다.

"살살 녹는 레후~"

"맛있게 먹는 테치... 이건 오네챠의 선물인 테치..."

차녀도 반쪽 남은 콘페이토를 입에 가져갔다.

사르르 녹는 달콤함에 침이 주르륵 흘러 바닥에 떨어질 정도였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힘을 쓴 장녀의 얼굴도 스쳐지나갔다.

"오네챠.... 오네챠.... 와타치, 살아남는 테치..."

달콤하지만 씁쓸한, 그런 맛이 온 몸을 휘감았다.

***






"레... 레후..."

구더기가 바닥에 뒹굴고 있다.

"아, 아픈 레후..."

하지만 아프긴 차녀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상한 테치... 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 테치..."


사실 남자가 바닥에 던진 건 지효성 코로리였다.

남자가 오독오독 씹어먹긴 했지만 코로리는 실장석에게는 독약이지만 인간에겐 별반 위험할 게 없었다.

"뭔가 이상한... 테치..."


이렇게 해서 필사적으로 콘페이토를 얻으려했던 마마도, 장녀도.

그리고 결국 콘페이토를 먹었던 차녀도, 우지챠도.

결국은 모두 함께 하늘나라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남자 덕분에.


[完]







모르는레후


"모르는레후."
"뭐라고?"
"모르는레후!"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소리니?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며 나는 릴리를 살포시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릴리의 연약한 몸은 아주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서져버리니까. 하지만 여전히 손바닥 위에서 꼬물대며 모르는레후를 연발 외치는 광경에 나는 스스로의 정신이 멀쩡한지에 대해 진지한 고찰에 빠졌다.

"릴리야. 뭘 모르겠다는 거야?"
"몰라레후! 그리고 릴리는 뭐인레후! 모르는레후!"

밥을 먹다말고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고는 모르는레후! 만 주구장창 외쳐대고 있으니 아니 땐 굴뚝에 봉창 두드리는 소리였다. 대체 무엇을 모르겠다는 건지 그렇게 좋아하던 밥도 제쳐두고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걸까? 나는 이 난감한 상황을 빠르게 타개하지 못하고 모르는레후라는 문장만 출력되고 있는 린갈의 화면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모르는레후... 모르겠는레후... 근데 모르는게 뭐인레후! 자꾸 모르는게 늘어나는레후!"

어쩐지 릴리의 상태가 이상한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으나 릴리가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하니 나도 모르는레후~ 가 절로 나온다. 몰라몰라. 밥이나 먹여야지.

"릴리야 밥 안먹어?"
"모르는레후."
"안 먹는다고?"
"모르는레후!"

뭔가 얼굴을 팍 찌푸리면서 모르는레후를 부르짖는 릴리의 모습에 사육 인생 처음으로 진절머리가 난다는 문장의 의미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안먹을 거라면 치워줄게.

"무슨 짓을 하는레후! 맛나맛나 왜 치우는레후! ...레후? 모르는레후. 근데 맛나맛나 어디간레후?"
"..."

릴리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에 확신을 가지고 나는 가만히 릴리를 사육장 위에 내려놓은 뒤, 릴리의 변화를 관찰하게 된 것이다.

-관찰 1시간 째-

"모르는레후... 레훼에에엥~ 왜 자꾸 모르는게 모르겠는레훼에엥~!"

"아! 알겠는레후! 모르는레후는 모르는레후! 대! 발! 견! 레후~♪"

아무래도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게 된 것 같다. 왠지 모를 흥미를 느끼며 나는 저녁식사를 준비하러 자리를 떠났다.


-관찰 4시간 째-

"또 모르는게 늘어난레후... 이건 대체 뭐인레후? 맛있는 냄새가 나는레후. 그런데 맛있는 냄새가 뭐인레후. 모르는레후! 또 모르는게 늘어난레삐이이이익!!"

샤워를 마치고 남자친구와 한바탕 뒹구르고 난 뒤. 릴리의 상태가 더욱 악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되버린 것 같았다. 아니면 나를 인식하지 못할 만큼 릴리의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해졌던가. 뭐 애초에 이런 이과들이나 할 법한 행동은 내게 전혀 맞지 않고, 그냥 신경끄자.

"맛있는레후! 이것은 산해진미레후! 우지챠가 모두 먹어주는레후훙!"

내일 아침에 다시 확인하러 올까. 하품을 크게 내쉰 나는 슬슬 감겨오는 눈꺼풀의 무게를 지탱하며 내 방으로 돌아갔다.


-관찰 17시간 째-

늦잠을 자버렸다. 하긴 토요일이니까 상관없으려나. 나는 릴리의 상태가 얼마나 악화되었는지 궁금해져서 조심스레 릴리가 사육되고 있는 방문을 열어젖혔다.

"우지챠가 밟고 있는 이 푹신푹신한 건 기분 좋은레후. 하지만 모르는레후. 왜 이곳에 푹신푹신이 있는레후? 기분은 왜 좋은레후? 모르는레후!"

뭘까. 릴리는 자신 주변의 모든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채 고뇌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우지챠의 사고능력으로 고뇌에 빠지는 것이 가능했던 걸까? 우지챠는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었다. 왠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배가 꼬르륵레후. 하지만 모르는레후. 왜 배가 꼬르륵하는레후? ...모르는레후!"

대충 여기까지만 보아도 릴리는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것을 천천히 잊어가고 있는게 분명했다. 하지만 망각과 동시에 릴리는 자신에게 과분한 사고력을 얻게 된 것이다. 모른다. 그래서 왜?
...지금은 모르겠다. 왜? 그것도 모르겠다의 연속일 뿐이지만, 분명 변화하고 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말이다.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사그라들었던 릴리에 대한 흥미가 급속도로 치솟기 시작했다.


-관찰 28시간 째-

"모르는레후… 배가 꼬르륵하는레후… 맛나맛나를 먹었던레후… 왜인레후? 적은레후….”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있는 릴리의 모습을 남자친구와 함께 관찰하고 있었다. 남자친구는 그런 릴리의 모습을 보며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있다. 아무래도 고장난 거 같은데, 새로 사줄테니 그냥 버리자고 말하는 그였지만 나는 어째선지 릴리가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맞이할까 궁금해졌다. 

“오늘은 그만해. 힘들어.”

아무래도 질리는 모양인지 남자친구의 손이 슬그머니 내 가슴을 쪼물딱대기 시작했지만 가차없이 쳐내고 거부했다. 이미 충분히 만족했고, 릴리를 관찰하는 일이 더 큰 즐거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와의 교접도 거부하게 만들었다. 남자친구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혼자 침대에 누워버렸지만 내일 아침에 다시 풀릴 걸 알고있으니 다시 릴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몰라, 모르는레후. 알 수 없는게 잔뜩레후. 주위의 모든 것이 모르는 것으로 가득찬레후. 어째서 우지챠가 이곳에 있는레후? 우지챠가 뭐인레후? 뭐인게 뭐인레후? 레후는 뭐인레후? 우지챠는 모르는레훼에에엥!”

“너는 내가 사온 애완우지챠고 우지챠는 실장석의 유아기 모습, 네가 궁금하는 것을 궁금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그리고 네 이름은 릴리야. 우지챠가 아니라.”

다소 답답할 정도로 모르는레후를 연발하는 릴리에게 질문의 대한 답을 최대한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릴리는 내 목소리에 크게 반응하더니 금세 멍한 얼굴을 짓다가도 이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크게 흔들었다.

“레삐이이이이!! 뭐인레후! 누구인레후까! 인간씨인레후?! 대체 뭐인레후! 이 상황을 알 수 없는레후!!”

릴리는 발작이라도 일으킨듯 과민하게 반응했다. 결국 주인의 존재마저 잊어버린 걸까. 그럴거라 예상은 했지만 조금이나마 정을 줬던 애완동물에게 잊혀졌다는 것은 다소 씁쓸했다. 그래, 이제 이 아이는 릴리지만 릴리가 아니구나. 나는 조금 냉정하게 릴리였던 존재에게 속으로 이별을 고했다. 아직 24시간조차 지나지 않았지만 증세는 매우 심각하게 악화되어있었다. 그리고 릴리의 변화를 지켜보며 떠오르는 것은 인간 또한 겪을 수 있는 병의 모습이었다. 치매… 가족마저 잊고 자신의 신진대사조차 잊어 인간답게 사는 것조차 망각해버리는 무서운 질환. 릴리는 아마 실장석이 겪을 수 있는 치매의 모습을 단시간 내로 보여준 것이 아닐까.

“인간씨가 뭐였던레후. 인간씨…? 인… 뭐… 레후… 레훼에에에에엥!!”

갑자기 울먹이다가 말을 않고 갑자기 울어버리는 릴리. 조금 당황했지만 릴리가 그동안 보여준 증세의 모습을 보아서 그다지 놀라진 않았다. 이것도 치매가 악화된 탓일까?

“레, 레휑… 레후…! 레… 레… 삐이이이이이이!!”

“…릴리?”

“삐이이익! 삐이이이이이!!! 이이이…! 렛!”

그 순간 뭔가 쩌적이며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릴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관찰 37시간 째-
아침부터 일어나자마자 내 허리를 붙잡고 엉기는 남자친구에게 못이겨 또 한 번 일을 치루고나서야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대충 몸을 씻어내고 지저분한 머리도 간단하게 손질했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간단하게 기초적인 화장도 했다. 남자친구가 갑자기 화장실 문을 열고 들이닥치자마자 원숭이마냥 허리를 맞대곤 꾹 눌러왔지만 예끼! 꿀밤을 한 방 먹이고 떼어냈다.

“아, 릴리…!”

남자친구를 내버려두고 화장실 밖으로 나서자마자 뇌리를 스치듯 릴리의 모습이 눈앞에 반짝하고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곧바로 발걸음을 옮겨 솜침대 위에 죽은듯 누워있는 릴리의 모습을 보고 잠깐이지만 모든 사고가 정지해버리고 말았다.

“…휴우…, 레휴우우….”

“뭐야, 살아있네?!”

분명 어젯밤 릴리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 빠직거리며 유리창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고 아무 말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여겼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파킨! 같은 영롱한 소리는 나지 않았다. 실장석들은 죽을 때 반드시 영롱한 파열음이 울린다는 점을 떠올리고는 릴리의 기적적인 생존에 경외감을 느꼈다. 확실히 자세는 조금 불편해보이지만 릴리는 색─ 색─ 숨을 들이내쉬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시간,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잠시 뒤척이던 릴리는 감았던 두 눈을 슬며시 뜨고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인간의 시선과 조심스레 마주쳤다.

“인간오네챠인레후…?”

“…응?”

릴리는 어제와는 다르게 다소 멍청한 표정으로 몸을 뒤척이고는 다시 흐리멍텅한 얼굴로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항상 나와 일상을 보내왔던 릴리의 모습이었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곧 죽을 상처럼 단말마의 비명만을 내지르던 릴리가 아니었다.

“레후웅… 배가 꼬르륵인레후… 인간오네챠 밥 좀 주는레후….”

“어, 어? 으응… 잠시만 기다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나는 배고프다는 릴리의 요구에 따라 당황어린 얼굴로 다급하게 손을 놀렸다. 평소에는 전혀 주지않는, 정말 릴리가 귀여운 애교를 부릴때만 주던 특식을 꺼내었고 릴리가 몇 마리는 들어찰 법한 사료그릇에다가 별사탕과 실장푸드의 혼합 특식을 잔뜩 부어주었다. 어째서일까. 내 눈가에 약간의 이슬이 맺혔다.

“자, 맛있게 먹어.”

“고마운레후웅~”

릴리를 꼬물꼬물 특식이 담긴 그릇을 향해 기어가더니 이내 별사탕이 담긴 특식임을 깨닫곤 뺨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환희의 미소를 짓는다. 그리곤 곧 그릇에 얼굴을 쳐박고는 게걸스럽게 사료를 탐했다. 그것은 평소와 같은, 정말로 평소와 똑같았던 일상적인 식사.

“오네챠, 우지챠는 이제 알았던레후.”

“응? 갑자기 뭔 소리야.”

아직 반의 반도 비우지 못한 그릇에서 꼬물거리며 고개를 들어올린 릴리는 나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그 특유의 언청이 같은 입으로도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고 나는 조금 눈가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릴리는 웃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입을 움직인다.

“오네챠 덕분에 우지챠 살았던레후! 고마웠던레후!”

“응…? 무슨 말…….”

─파킨!

그렇게 릴리는 죽었다.








………
……
인간의 치매에 대입되는 실장석만이 앓는 질환, 짓소하이머 병.
병세의 진행이 매우 빠르고, 실장석 특유의 저능함 때문에 이 병을 앓아도 짓소하이머 임을 알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특히 구더기 같은 류는 아예 사고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 더욱 그러하다.
허나 릴리는 그것 하나 만은 잊지 않으려고,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기존에 알고있던 상식이 하나씩 머릿속에서 사라져가는 공허하면서도 끔찍한 감각을 나는 알지 못하지만.
릴리는 계속 발버둥쳤다. 기억해내려고 애썼다. 실장석 고유의 저급한 사고회로가 과부하를 일으켜 위석을 스스로 쪼개버릴 정도의 고통 속에서도 릴리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기억하려고 안달같이 집착했다.
그러했을 것이라고… 믿고있다.







낙엽 모으는 엄지 (실등석)



내가 가을날 공원길을 걷고 있을때의 일이다.

가을이 오면 으례 그렇듯 바닥에 낙엽이 한무더기 떨어지기 마련이다. 잘 마른 낙엽은 밟을때마다 바스락 바스락 가을 소리가 들려 나는 가을엔 이 소리를 들어야지만 성이 풀린다.

그날도 낙입이 스치고 바스라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테치테치, 하는 작고 얇은 소리가 발 아래에서 들렸다. 고갤 숙여보니 왠 초록색 덩어리가 발 아래에서 쫑쫑거리더라.

이놈이 뭔가 싶어서 자세히 보니 엄지다. 갈색 침엽수 잎처럼 빼빼 마른 꼴 보아하니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긴 갈색 뒷머리는 어디에다 놓고 왔는지. 그래도 옷은 흙먼지 조금 낙엽 부스러기 조금 묻은걸 빼면 새것마냥 깔끔하더라. 움푹 꺼진 살과 녹색 옷이 서로 맞질 않아 펄럭거리는게 꼭 아이가 제 아비 옷을 입은 것 같다.

나는 예먼 호기심이 들어 그 자리에 쭈그려앉아 그 작은 엄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내가 보는줄도 모르고 이리 저리 바쁘게 뛰어 다니면서 품에 뭘 자꾸 품는다.

아, 자세히 보니 낙엽이다. 초록빛이 감도는 부채꼴 은행잎이나 빨갛게 물든 다섯 갈래 단풍잎을 품 안에 차곡차곡 쌓는다. 몽땅연필처럼 짧은 팔로 낙엽뭉치 쏟아지지 않도록 양 옆을 꽉 눌러 야무지게도 쌓는다.

어디 그뿐만인가. 낙엽을 고를때도 한 장 허투로 고르는 것이 없다. 잘 영근 낙엽 이리도 보고 저리도 보고 손으로 만져도 보고 그러다 냄새 한번 맡고 요건 아니라는듯 세침하게 고갤 휙 돌려버린다. 뾰족한 침엽수 잎은 뱀 만난 개구리처럼 슬금슬금 피하고 이 낙엽 저 낙엽 보는게 공원의 모든 낙엽들을 검사해볼 기세다.

그러다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떨어진, 풋내나는 초록 은행잎 한 장을 발견하곤 쪼르르 달려간다. 눈이며 손이며 코며 다 써가며 결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펴본다. 나도 덩달아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본다.

잠시 은행잎을 보던 엄지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낙엽 위에 폭 엎어진다. 무슨 일인가. 지친건가. 아님 은행 냄새를 맡고 싶었나. 자세히 보니 품에 있던 낙엽을 그 은행잎 위에 올리고 잎 아래에 손을 넣어 잡는다. 꼬물꼬물 팔을 움직여 잎을 안는데 성공하고 다음엔 다리를 이리 휙 저리 휙 상모돌리듯 돌린다.

그 반동으로 스프링처럼 엄지의 몸이 돌아가 녀석은 땅을 배고 누웠다. 품 안에는 아직도 싱싱한 은행잎이 안겨 있다. 녀석은 그제서야 날 발견한듯 적록빛 눈동자로 나를 물끄럼히 올려다본다. 나도 그 시선을 받아 물끄럼히 내려다본다. 유리 구슬같은 눈이다.

엄지는 잠시 날 보더니 별 신경 쓰지 않고 이내 자기 할 일을 계속 한다. 허리와 다리를 이리저리 돌리는데 그 모습이 땅 위로 낚여 올라돈 힘 좋은 빙어처럼 힘차더라. 그러다 반동을 받아 곡예를 부리듯 척, 두 다리로 선다. 세상 다시 볼 수 없는 삐에로 엄지의 재주 구경에 나는 절로 박수가 나올 뻔 했다.

머리가 큰 녀석이라 일어나기 힘들 줄 알았는데. 이리 잘 일어나는걸 보면 낙엽 줍는 일도 한번 두번 한 것이 아니구나. 저 낙엽들 한 장 한 장 모두 이렇게 모은 것일까. 낙엽이 깔린 공원길에 여기저기서 쓰러지는 엄지를 생각하니 슬며시 미소가 올라갔다.

누가 알까. 우리가 아무런 흥미도 관심도 없이 지나치는 이 길바닥의 낙엽들 사이에서, 이 작은 엄지가 세상 다시 보기 힘든 재주를 보여주고 있다는걸. 이리 힘들게 낙엽을 모으는건 제 나름대로 가을을 즐기는 방법인가.

엄지는 모은 낙엽들을 안고 어디론가 쫑쫑쫑 걸어간다. 나는 이 재주꾼이 어디로 가나 싶었지만 녀석은 흙길과 철망의 사이에 있는 관목 사이로 사라져 자취를 숨기고 말았다. 갑작스레 끝나버린 공연에 나는 괜스레 아쉬웠다.

내 앞에 홀연히 나타나 작은 재주를 보이고 사라지는 엄지는 마치 요정같았다. 녹색 옷에 긴 갈색 머리를 가진 요정말이다. 낙엽을 모으는건 제 나름대로 가을을 즐기는 방식인걸까.

나는 엄지가 만졌던 낙엽 중 유독 빛이 잘 든 빨간 단풍을 한 잎 주웠다. 거목의 뿌리처럼 시원스레 뻗어진 다섯 줄기나 기막히게 색이 잘 든 모양이 책깔피로 만들면 좋겠다 싶었다. 나는 고 낙엽 한 잎을 주워 수첩 사이에 끼웠다. 이제부터 나도 낙엽 모으는 취미를 가져볼까, 그런 생각도 드는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조선참피전 (실고창석)


1700년대 중반, 당시 부산포에는 왜관이라 하여 왜인들이 상주하며 조선과 무역과 외교를 하는 일종의 거주지가 있었다. 그곳에서는 왜인들의 풍습이 잘 정착되어 있었는데 그중에는 왜에서 가져온 기이한 물건들도 많았다고 한다.

어느 날 인근 동래부에서 관리들이 오자 왜인들은 왜에서 흥하고 있는 취미거리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미물로 사람처럼 겉에 녹색 의복을 두르고 이목구비가 달려있으며, 두발로 걸어 다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허나 완전히 사람 같다 할 수 없는 것이 몸집도 몸집이지만 사람보다 훨씬 큰 귀가 달려 있는데다 그 옆에 새끼처럼 보이는 놈은 몸뚱아리가 버러지같이 길고 통통하며 사지로 보이는 돌기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사람의 낯짝을 달고 있지만 사람이라 할 수 없는 꼴이었다.

이게 뭔가 물으니, 왜인들은 ‘짓소오세끼라는 생물로 왜에서는 높으신 분들이 잉어나 난처럼 기르는 취미거리이외다’고 답했다. 한자로 쓰면 실장석(実装石)이며, 읽으면 직소오세기(嬂小汚崽己)라 하더라.

녹색 버러지 놈들은 끝임 없이 뭐라 지껄이며 돌아다니는데, 사지가 달린 놈은 대가리를 기울이고 한 발을 입가에 올리며 썩 듣기 좋지 않은 소리는 내는가 하면, 버러지 같은 놈은 배를 까고 꼬리를 파닥이며, 분이분이 콧김을 내뿜는 게 썩 보기가 좋지 않았다.

“이보시오, 이 사지가 달린 놈은 아까부터 ‘대치대치’거리며 다니고 저 버러지 같은 놈은 ‘분이분이’라느니 ‘례후례후’라느니 지껄이는데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소?” 관리 한명이 물으니 왜인들은 극진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 짓소오세끼라는 생물들은 유익한 말을 하는 놈들이외다. 일본의 영주들께서는 이것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마음을 바로잡고 있소이다. 가령 사지가 달린 놈이 하는 ‘대치대치’는 말 그대로 클 대(大) 자와 다스릴 치(治) 자로 크게 다스리란 뜻이며, 버리지가 ‘례후례후’거리는 것은 예(禮)를 후(煦)하게 베풀어 라는 뜻이외다. 그리고 ‘분이분이’는 이로운 것(利)을 나누라(分)는 뜻으로 이로운 것을 서로 나누며 살라는 뜻입니다.”

아주 영특한 생물이로다. 관리들은 입을 모아 이 녹색 동물들을 치하했다. 그리고 왜인들에게 한 마리씩 나눠받아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가서 길렀다. 직소오세기라는 생물은 일반적인 자연의 이치에 거스르는 생물로 분명 암놈들 밖에 없었는데 꽃가루 날리는 봄이 되자 배가 불러왔다. 수놈도 없이 암놈 홀로 새끼를 배었다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처럼 많은 새끼들을 낳았고 관리들은 이 녹색생물들을 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진상했다. 이로서 도성의 사대부를 비롯해 관리들과 학자들 집안에도 직오소세기들이 들어갔다. 관리들은 이 직소오새기들에게 비단옷을 입히고 쌀밥을 먹이는 등 극진히 대했다.

허나, 이 직소오새기라는 것들은 아주 영악한 생물들로 그 자체는 아둔하고 미천하지만 제 주인의 권세가 어떤 것인가는 귀신같이 잘 알았다. 또한 제 자신들을 본래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한 존재라 여겼으며 그렇기에 만물을 자신의 발 치 아래에서 내려다보고 업신여기는 본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직소오새기들은 제 주인과 가족들에게는 깍듯이 대했지만 노비들이나 저잣거리의 백성들에게는 아주 박하게 대하였다. 다짜고짜 싸지른 분변을 집어던지는가 하면, 시도 때도 없이 쇠고기구이와 금평단(金平糖)을 탐하며 패악질을 일삼았다. 이러한 귀중한 먹거리를 본 적조차 없는 노비들은 그저 감내할 따름이었다. 이 버러지들에게 실력을 행사했다가 대감에게 매질을 당하는 것보단 낫다 여긴 것이었다.

허나, 이러한 행패가 시간이 흐를수록 극에 달하자 이를 성토하는 상소가 끝임 없이 조정에 올라왔다. 그러나 궁내대신들은 이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겼는데 마찬가지로 저마다 직소오새기를 한 마리씩 기르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대신들은 저마다 상감께 아뢰었다. “이렇게 바른말만 하는 것들이 그렇게 못된 짓을 할 일이 없다고 생각 하옵니다, 전하. 어진 마음으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이것은 노비들의 모함이 분명하옵니다. 자신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빼어난 말을 하니 이 직소오새기의 참된 가치를 모르고 저지르는 우매한 처사이옵니다.”

대신들이 입을 모아 직소오새기를 옹호하는 호소를 하니 이에 마음이 동하게 된 상감께서는 결국 이 상소를 무르셨다. 이후에도 학식을 갖춘 선비들이 직소오새기를 규탄하는 상소문을 올리곤 했지만 막강하게 버티고 서 있는 대신들에게 가로막혀 진척이 없었으니...

결국 불쌍한 백성들은 예나 지금이나 직소오새기의 패악질에 당할 수밖에 없었으니 가엾고 딱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러한 비참한 형국에서 홀로 왜에 다녀와 직소오새기에 대한 도를 터득한 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학하(虐昰) 이철웅(李鐵熊) 선생이었다. 선생은 왜의 직소오새기의 대가인 류탄(流彈)과 명지(明智)에게 직접 사사받아 직소오새기의 말뜻을 알아듣게 되었으며 놈들의 특성과 습성, 호오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러한 학하에 대한 명성이 조선에 알음알음 퍼질 무렵 어느 지방의 대감이 찾아와 그에게 조언을 구하였다. 그 대감 댁에는 몸집이 심히 비대한 직소오새기 한 마리가 있었는데 대감이 말하길,

“새끼 때 사온 직오소새기가 나이를 먹어 몸집이 비대해지고 어느 순간부터 새끼까지 까버렸소. 그런데다 처음에는 안그러더니 갑자기 제 대가리가 굵어졌다고 이제는 말도 듣지 않는 것이오. 한번은 새끼랑 대청에서 분변을 싸지르고 놀던 놈들에게 작작 싸라며 한소리 했더니 갑자가 ‘대사악’ ‘대추악’ 거리면서 이빨을 드러내보였소.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훈계하고자 들고 있던 곰방대로 머리통을 내리쳤는데 힘 조절을 못해서 새끼가 머리가 깨져서 죽어버린 게 아니오. 어미는 갑자기 곡소리를 내더니 ‘오로론오로론’거리던데 뭔 말을 지껄이는지 알 도리가 없지 않소. 짐승의 말을 알아 들었으면 개나 소랑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만 서도. 어찌되었든 간에 선생은 뭔가 짚이는 것이 있소?”

대감의 말을 찬찬히 듣던 철웅은 명쾌한 해답을 주었다.

“이 직오소새기라는 것은 아주 탐욕스러운 생물로 끝없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숭늉을 떠다주면 밥을 내놔라고 하는 것이 직소오새끼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는 제 주인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천둥벌거숭이마냥 나대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새끼 때부터 엄한 훈육과 적절한 매질이 필요한 법입니다.

처음 그놈들이 말한 ‘대사악’과 ‘대추악’은 말 그대로 대감께서 크게 극에 달할 정도로 악하며, 크게 추하고 악하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오로론은 그릇될 오(誤), 늙은이 로(老), 논할 론(論)을 뜻하며 이 말인 즉, 그릇된 늙은이에 대해 논하라는 뜻으로 대감의 과오에 대해 공론화하여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철웅의 풀이를 들은 대감은 “이 배은망덕한 버러지가!”라며 대노했다. 그동안 먹이고 재워준 은혜도 잊고 송곳니를 세우는 게 직소오세기라고 철웅은 말했다. 자식조차 부모의 과오를 비판할 수 없는데 하물며, 미천한 동물이 주인을 비판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지 않은가?

결국 대감의 직소오새기는 그날 멍석에 말린 채 몸뚱이가 곤죽이 될 때까지 매질을 당했다. 타작이 끝나고 멍석을 다시 펼쳐보니 사지가 뒤틀리고 눈알이 튀어 나왔으며, 후장에는 분변과 장기를 쏟아낸 데다 아가리에는 허파와 염통, 옥빛이 나는 돌을 물고 있는 것이 차마 눈뜨고 보기 괴로울 정도였다.

이후에도 이철웅은 조선팔도를 돌아다니며 직소오새기의 말뜻을 풀이해주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직소오새기의 감춰둔 본성을 알게 되었고 그 분노가 하늘을 찌르기에 이르렀다. 조선팔도 그 어느 지방 할 것 없이 직소오새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을이 없을 정도였다.
  
성체부터 버러지까지 가릴 것 없이 효수된 대가리가 성문에 내걸린 것은 예삿일이었다. 결국 제가 누릴 수 없을 정도의 권세를 누릴 만큼 누리던 직소오새기들은 토사구팽을 당하게 되었다. 대신들과 학자들은 이 흉물스러운 것들의 꼴도 보기 싫어 하였으며 손대는 것 조차 혐오할 정도였다. 결국 노비들에게 떠넘겨져 처분이 맡겨졌다.

노비들은 뜻하지 않게 수중에 들어온 육고기니 산채로 백숙을 끓이거나 피를 빼고 내장을 걷어내고 꼬챙에 꿰어 구웠다. 생각 이상으로 명줄이 긴 직소오새기는 제 몸이 완전히 익어버리기 전까지 괴성을 질러대었다고 한다. 먹고 남은 직소오새기는 털이 뽑힌 채 모내기에 투입되거나 밭을 돌며 새를 쫒았고 힘이 축나거나 죽을 때가 된 놈들은 퇴비로 쓰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곤두박질친 신분하락에 항의했지만 매질을 몇 번 당하니 제 처지를 달관했다. 혹자는 이제야 직소오새기가 유용한 쓰임새를 찾았다고 평했다. 세간의 사람들은 권력자에게 기대어 취한 권세는 이토록 쉽게 무너진다며 혀를 찼다고 한다.

- 完 - 



















실장권(実装權)과 실장인 (세레브한에메랄드)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몇 가지 딜레마 중 '만약 물고기가 높은 지능을 지니고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생선 요리를 먹을 수 있겠는가?' 라는 딜레마가 있다. 물론 이제는 동네마다 한두군데씩은 꼭 있는 실장육 식당을 들어 '먹을 수 있다'로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어찌 되었든 이 딜레마를 근거로 수많은 실장석 애호가들이나 동물보호단체는 실석류들에게 인간과 대등하지는 않더라도 다른 동물들을 뛰어넘는 어느 정도의 지위를 보장하는, 실장권(実装權) 또는 실석권(実石權)으로 불리우는 법적인 권리를 마련하려는 사회 운동을 펼쳐 왔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쓰레기나 쳐먹고 배설물이나 흩뿌리고 다니는 똥벌레들을 어떻게 인간과 비교할 수 있느냐며 인정하기 꺼려하겠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인간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능을 지닌 동물은 실장석을 위시한 실석류들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에 초보적이지만 도구를 사용하는 문명 수준, 갓 태어난 저실장조차도 인간의 신생아보다는 월등한 지능 수준을 보인다는 점 등 실장석류는 지구상의 다른 동물과는 현격히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특징은 실장석류 중에서는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변이를 하는 개체가 있다는 것이다. 흔히 실장인이라 불리는 이들은 특유의 안구 색이나 모발의 색, 다소 뾰쪽한 귀의 모양 등을 제외하면 인간 여성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신체구조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두가 하나같이 상당한 미인들이며 오히려 회복력 등 몇몇 부분에서는 실장석의 특징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 보통의 인간보다 우월한 신체능력을 자랑한다. 때문에 실장인들은 그 신체적 능력이나 미인계를 무기로 제한적이나마 인간과 대등한 인권을 인정받았고 양지 음지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들어 실장석 애호단체 등에서는 '실장석은 실장인의 씨앗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능성을 내포한 존재를 찢고 죽이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하는 점을 내세우며 실장권 확립 운동을 벌여 왔다. 개중에는 모든 실장석들에게 실장권을 전면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급진파도 있었고, 검증받은 브리더의 엄격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등록을 마친 소수의 사육실장에 한하여만 권리를 일부 인정하자는 타협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이 있을 때마다 실장석 보호단체나 애호가들은 '사회악인 똥벌레에게 권리를 인정하다니 어불성설이다. 실장석에게 실장권을 인정하려는 자들이 있다면 차라리 다 죽이고 우리도 동반자살을 선택하겠다'는 식의 어떤 이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였고, 결국 애호단체의 실장권 제정 시도는 지금까지 하나같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실장권을 인정하느니 자폭을 선택할 기세로 누구보다 격렬히 반대한 그들은 '학대파 똥닌겐'도 '공원의 하얀 악마들'도 아니었다.

그들은 바로 실장인들이었다.





실장석 애호단체의 임원이 '한때는 당신도 실장석이었으니 실장석을 구하는 데 힘을 보태 달라'며 실장권 제정운동에 도움을 요청한 것에 대해 실장인협회의 회장이었던 카오스 실장인이 대답하였다는 내용은 지금도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어떻게 감히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그 따위 망언을 할 수 있는 거에요? 우리를 그런 똥내 뿌리는 들짐승과 같이 취급하다니 양심은 있는 거에요? 물론 우리 실장인들에게 과거 실장석의 기억이나 신체적 특징 같은 영향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인 거에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실장석의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살 때의 영향일 뿐이지 우리가 옛 실장석인 것은 아닌 거에요. 우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김새 하나하나는 물론이고 DNA 유전자 레벨부터 실장석과 다른 별개의 존재인 거에요! 우리가 한때 실장석이었다는 모욕적인 말은 똥거름에서 꽃이 피어난다고 해서 변기통에서 똥을 집어들고 꽃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거에요. 얼굴도 쳐다보기 싫으니 알아들었으면 꺼지는 거에요!"

이러한 실장인들의 태도에 실장석 학대파들이나 실장석 구제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던 행정관청들, 머리를 싸매며 갑론을박을 벌이던 법조계 등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실장인들의 눈치를 봐서 마지못해 더러운 실장석들에게 실장권을 인정해야 하나 싶었는데 정작 그 실장인들이 대놓고 자신들은 이전의 실장석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며 실장권의 근거를 박살내 준 것이었다. 애호단체들은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며 크게 반발했지만 실장인들 자신이 그렇다는데야 어쩔 수가 없었다.


더불어 실장인들은 실장인이 되기 이전 자신에게 죽을 만큼의 고문을 가하던 학대파 사육주를 평생의 은인이자 사랑의 대상으로 극진히 섬기는가 하면 실장인이 되자마자 실장석 시절 애지중지하던 실장석 자매의 모가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비틀어버리는 등 실장석의 연속이라 보기에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유전자 레벨부터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도 조사 결과 사실이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실장인들의 말을 억지로라도 믿어 주었다.



물론 실장인들의 이러한 해명을 납득하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이들은 실장인들의 이러한 태도가 흡사 제국주의 식민시대 때 식민제국 본토인들보다 식민지의 앞잡이들이 오히려 더 악질이었던 것처럼 자신들을 실장석과 철저히 분리하고 우월한 존재로 포장하여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실장인들의 정치적인 수작이라고 평하기도 했고, 혹은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를 철저하게 깔아내리고 학대하는 실장석의 종족특성이 극대화된 것이 실장인들의 실장석을 똥벌레 이하로 취급하는 행동이라고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펼치던 대표적인 학자인 두루마리대학교 토시아키 교수에 대해 전국실장인연합이 명예훼손 및 인종차별행위라며 소송을 걸어 승소한 이후로는 대놓고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토시아키 교수는 어디까지나 학문적 견해를 밝힌 것일 뿐이라며 자신을 변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뜯기고 대학의 강단에서도 퇴출되어야만 했다.   





아직까지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는 것이 실장석의 신체능력이지만, 어느 정도 밝혀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장석이 실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실장석으로의 자아를 완전히 포기하고 부정하기에 이르는 수준의 육체적, 정신적인 충격이 필요하다고 한다. 얼핏 봐서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장석이라는 생물은 행복회로로 대표되는 근거없는 나르시즘과 자기애로 똘똘 뭉친 종족이기에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히 사회생활 학교생활 잘하던 사람이 갑자기 자고 일어났더니 '나는 신이다! 인간을 포기하겠다!' 하고 길거리에서 칼부림을 하더니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수준의 정신병인 것이다. 애호파에 의해 길러지는 사육실장보다 학대받는 실장석들이 실장인이 될 확률이 훨씬 높은 것도, 실장인들이 실장석 시절을 철저히 부정하는 것도 이러한 영향이라 추측된다.

수많은 학대파들이나 실장석 사육기업은 실장인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실장석을 적록의 얼룩으로 만들고 있다. 사실 숙련된 학대사가 실장석 하나를 붙잡고 1대1로 수십 시간을 투자해 위석붕괴 직전까지 실장석을 몰아붙여도 실장석이 실장인이 될 확률은 1만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인간의 수명이 100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 사람의 학대사가 인생을 통째로 바쳐 학대를 가해도 실장인 하나를 만들기 힘든 셈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1만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 확률를 두고 고작 스마트폰 게임의 데이터 그림 쪼가리에 수백만 수천만원을 때려박는 사람도 비일비재하고, 8백만분의 1의 확률를 놓고 수없이 많은 사람이 매주 오천원 만원씩 쏟아붓는 세상에서 많은 학대파들은 그 정도의 확률이면 충분히 해 볼만한 높은 확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금도 세상에는 하루 수 명의 실장인이 태어나고 그 십수만배의 이르는 실장석들이 실장권 따위는 무시당한 채로 죽어나가고 있다. 







길 가다 실장일가를 봤어


골목길 어귀를 지나는데 갑자기 높고 새된 「찌이이이이이-!」 하는 소리가 들렸어.

무슨 소리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공용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주차된 차 가까이에서 들실장으로 보이는 실장석 한마리가 브리리릭 빵콘을 하며 데뎃거리고 있었어.

요즘에는 실장석 본 일이 거의 없어서 신기해서 보고 있으니 그 실장석 대각선 45도 정도에 작은 자실장 한마리도 빵콘하고 있더라.
태어난 지 몇일 안된 것 같은데 너무 작아서 처음에는 잘 안보였던 거지.
아마 그 찌이이이이이 하는 울음 소리는 이 자실장이 낸 것 같아.

난 실장석들에게 뭔가 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친실장이 빵꼰한 궁둥이를 한껏 위로 치켜세우고 네 발로 서서 「뎃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하고 위협을 하더라.

보니까 친실장이 위협하는 사이에 자실장은 텟,텟,텟,테, 하고 구령을 붙여가며 열심히 도망가고 있었어.

흥미가 생겨서 자실장 가까이로 가니까, 주자장 끄트머리에 파인 배수로까지 몰려서 찌이이, 찌이이, 하고 울다가 톡 뛰어 내리더라.
발을 헛디뎠나 했는데, 아무래도 도망치려고 했는지 지가 스스로 뛰어내린 것 같아.

배수로에는 풀이 푹신하게 자라있었는데도 과연 자실장의 내구도.
그야 자실장에게는 제 몸의 3배쯤 되는 높이에서 뛰어내린 거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30cm 남짓한 높이에 들풀이 푹신하게 자란 배수로에 자실장이 거의 으깨져서 두 눈에 색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테쨔아아아아아! 하고 비통하게 울더라.

건져서 치료해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실장석 새끼는 한번 사람 손을 타서 친실장이 새끼한테서 인간 냄새를 맡으면 친실장이랑 그 자매들까지 사육실장이 되서 빌붙으려고 찾아온다고 하더라고.

솔직히 실장석이라도 새끼는 좀 귀여워서 데려가 키울 생각도 들었지만, 주차장쪽으로 발을 들이자 마자 지독한 실장취가 진동을 해서 실줍은 바로 포기했어.
이야기만 들었었는데, 직접 맡아보니 진짜 딱 고양이 똥냄새의 15배더라.

일 보고 돌아오는 길에도 자실장이 배수로에서 울고 있으면, 이 녀석이 다치고 어미에게 버림 받은 것에는 내 책임도 있는 거니까 영양드링크 정도는 사주려고 했어.

한 십분 정도 걸렸나, 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공영 주차장에 들어가 배수로 안을 들여다 봤어.
아직 자실장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반, 친실장이 들고 갔기를 바라는 마음 반이었는데, 잡초가 부스럭거리더니 친실장이 불쑥 튀어나왔어.

「데갸아아아아아! 데스아아아아아아아!」

어지간히 놀랐는지 이미 똥으로 빵빵한 팬티에 또다시 브리리릭 빵콘을 해서 사타구니 사이로 초록색 똥이 줄줄 흐르더라.

그래도 어미라고 「데...뎃... 뎃흥... 덱! 덱!」 하는 소리를 내며 배수로에서 기어올라와 나를 향해 또 위협자세를 취하며 「뎃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하고 짖더라고.
얼마나 힘껏 포효했는지 근처 개들도 놀라서 같이 짖더라.

그래봐야 실장석 따위가 위협이 될 리가 있나.
무시하고 배수로를 잘 살펴봤더니 세상에.
그 다친 자실장 한마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자실장 두마리에 엄지 한마리, 엄지 중 하나가 안고 있는 구더기까지 다섯마리나 되는 자충들이 있더라.

그런데 태어난 지 얼마 안되서 그런가 쪼끄만 것들이 「테에엑」, 「레챠아아아! 」 ,「레후?」 하면서 꼬물거리는 게 진짜 귀엽더라.
냄새도 진짜 지독했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된 들자충들을 보는 건 처음이라 사진 찍어두려고 휴대폰을 카메라 모드로 조작하고 있으려니 자꾸 뭐가 내 발목있는데를 툭툭 건드리는 거야.
기분 나빠서 발을 털면서 내려다 보니, 친실장이 데스아 데스아 하고 짖으면서 내 다리를 두들기다 차여서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더라.

「데갹! 데갹! 데갹!」 하는 소리를 내면서 구르다가 천천히 멈추자마자 「데에에에에에엥」, 하고 색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기적 어기적 가장 가까이 세워진 차 밑에 기어들어가더라.

구르면서 팬티가 찢어졌는지 차까지 녹색 냄새나는 선이 삐뚤빠뚤 그어져 있는데, 그 주변에 흩뿌려진 적녹색 얼룩하며 실장취를 맡으니, 친실장이 불쌍하기도 하고 뭣보다 차주인에게 너무 미안했어.

주머니를 뒤져보니 마침 식당에서 가져와서 안먹은 사탕 한알이 있길래, 껍질을 벗겨서 친실장쪽으로 던져줬어.

친실장은 처음에는 내 눈치를 보는지 기척이 없다가 내가 가만히 있자 데스으으으 하는 신음같은 소리를 내며 엉금엉금 기어 나와서 사탕 앞까지 가더니 내 눈치를 슬쩍 보고, 얼른 사탕을 제 입으로 쏙 넣었어.

실장석 주둥이는 항상 삼각형 모양으로 벌어져 있는 줄 알았는데, 사탕 먹을 때 보니 △모양 입이 A까지는 다물어 지는 것 같더라.

친실장은 사탕을 조금 우물거리더니, 오늘 내가 보는 사이에만 벌써 세번째인 빵콘을 브리리릭 쌌어.
엄청 맛있는지 눈을 초승달모양으로 휘어 생글거리는 듯한 표정을 만들어 「데스웅♪」 하고 짖다가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배수로 안에서 아직도 「테챠아아아! 」하고 겁에 질려있는 제 새끼 한마리를 꺼냈어.

「데스데스데스, 데프프프픗」 하고 짖으며 새끼를 달래더니 친실장이 자실장을 번쩍 들어서 내 쪽으로 내밀며, 친자가 동시에 「데스웅♬」,「테츄웅♪♬」하고 울었고, 자실장은 자기 오른 손을 뺨에 대며 아첨자세를 했어.

아마 사탕 답례로 새끼를 나에게 주겠다는 것이던가...아니면 탁아겠지.
내가 햄스터나 고양이 강아지같은 쬐끄만 동물을 좋아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쪼끄만 자실장이 아첨하는 건 진짜 귀엽더라.
친실장은 좀 징그러웠고.

진짜 냄새만 아니면 키워줬을 텐데, 진동하는 실장취때문에 이런 냄새를 우리 집에 들일 수 없다는 각오가 너무 강해서 그냥 사진 좀 찍고 나서 보고만 있었어.
동영상도 찍어놓을 걸 테츄웅~♪ 하는 건 너무 일찍 끝나서 찍을 겨를이 없었지.

친실장과 자실장은 적녹색 눈을 기대감에 반짝거리면서 데프프, 테프프 웃음소리 비슷한 소리를 내며 나를 보고 있었고.

그리고 바로 그 직후에 알았는데, 담벼락 위에서 흰 바탕에 검은 얼룩무늬가 있는 고양이도 기대감으로 반짝거리는 호박색 눈으로 친자실장을 보고 있었지.

고양이는 친실장이 자신에게 먹이를 바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순식간에 교묘한 몸놀림으로 자실장만 낚아채서 물고 사라졌어.

정말 고양이 동체시력과 운동신경이 얼마나 대단한지, 친실장은 고양이가 낚아채는 서슬에 나동그라졌을 뿐 자실장을 들고 있던 동그란 두 손은 떨어지지 않았어.

고양이는 순식간에 지붕 너머로 사라져서 자실장의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하는 소리조차 들릴 겨를이 없었어.

친실장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자 마자 나와 자실장이물려간 방향을 번갈아 가리키며 「데샤! 데샤! 데샤! 데샤아아아!」하고 짖어댔는데, 아까 짖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누르스름한 떠돌이 개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친실장을 물고 몇번 흔들더니, 마치 나에게 먹이를 줘서 고맙다는 듯이 지긋이 바라보고는 총총이 사라졌어.
눈과 코끝이 초코볼처럼 까만 귀여운 개였어.

배수로에 남은 자실장들과 엄지실장, 구더기들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어차피 내가 책임져줄 수 없는 녀석들이라 더 이상 헛된 희망을 주지 않기로 했어.

정말... 눈 앞에서 멀쩡하던 친실장과 자실장이 개와 고양이에게 물려가는 걸 목격하니 이런 게 생태계구나 싶어서 감탄이 나오더라.







잘못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실장석 하나가 "데씨데씨" 거리며 다가왔다.
여느 분충과는 다르게 진심으로 화가 난 모습을 보고 신기해서 링갈을 켰더니






"와타시가 대체 뭘 잘못한데샤아아아!!!"
라며 포효했다.

“왜 그러니?”

“학대파 닌겐이 와타시의 자를 가져간데스!!! 그것도 모자라서 와타시의 보존식을 큰 통씨에 
넣어버리고 집을 다시 못쓰게 부서버린데스! 데샤악!“

“그래.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너에겐 너무 가혹한 일이었겠구나. 그런데 왜 나한테 그러니?”

그렇다. 분충이든 아니든 공원의 실장석이라면 학대파의 손을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다.
그저 잘 숨는 게 유일한 방법. 걸려 버리면 끝장이니까.
억울한 건 알겠는데 왜 나한테 갑자기 와서 이러는 걸까?

“데샤아아악! 똑같은 닌겐아닌데샤!!! 책임 지란데스! 많이는 안 바라는데스! 와타시의 보존식과 집만이라도 보상 해달란데스!“

“싫어.”

“데갹! 와타시가 뭘 잘못했는데 이러는데스! 매일 햇님씨가 얼굴 내밀기도 전에 밥을 구하러 나간데스!  밥을 구하면 가장 맛있는 부분을 자들에게 준 데스! 달님씨가 세 번뜨고 난 다음날은 꼭꼭 와타시의 몸과 자들을 씻겨준데스! 오늘은 음식창고씨가 빵빵이라 하루쯤은 자들과 놀아 주려 했던데스! 그런데! 와타시의 모든 것을 앗아간데샤아! 와타시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이게 무슨일인데샤! 말해보는데스! 와타시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한데스?!”

“시끄러워”

“데에?”

저 몸집에 소리도 크고 짜증난다.

“잘못이 있지, 왜 없어. 아무 상관도 없는 나에게 와서 화냈지, 시끄럽게 굴었지, 그리고 너 냄새나서 머리 아파졌어.”

“데에! 그건...! 테복!”

실장석을 푸짐하게 밟아준다. 더러운 머리카락을 뽑아주고 옷까지 찢어버리려 했지만
너무 더러웠고 똥투성이기에 봐줬다.
세상을 잃은 듯 악을 쓰며 울기에 더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타일러줬다.







“데에...데끅...데끅”

“자, 잘못을 했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자...잘못한데스우... 죽을 죄를 지은데스우...데엥...”

“그래. 착하다. 이젠 잘못 저지르지 말고 열심히 살아~”



손도, 신발도 더러워졌다. 슬슬 집에 가려는데



“데덱! 똥닌...닌겐사마! 와타시 거의 독라가 된데스! 이대로면 와타시는...!”

나는 마지막으로 뒤돌아보며

“잘못”

“뎃데!!!”

그대로 녹돼지는 입을 다물었다. 몇 걸음 걷자 뒤에선 여러 마리의 실장석의 위협 소리와 씹는 소리,
한 실장석의 단말마가 울려 퍼졌다.








마술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실장석들이 붐비는 공원 분수대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검게 차려입은 턱시도에 망토까지, 오페라의 유령처럼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

그런 모습의 남자를 처음 본 실장석들이 혹시나 애호파인가 싶어 남자에게 접근해 먹을것을 요구한다.





어느새 구름처럼 몰려든 실장석 무리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는 남자, 자신들에게 인사하는 인간을 처음 본 실장석들은

드디어 와타시의 노예가 왔군- 이라고 제멋대로의 사고회로를 돌려 모두 초승달 눈이 되어 역겨운 웃음소리와 함께

남자를 쳐다본다.




그런 실장석들에게 흰 장갑을 낀 손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다는것을 어필하는 남자, 모든 실장석들이 남자의 손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다는것 깨닫고 노예, 먹을것을 내놓아라, 남편님 등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다가, 남자가 손을 뒤집자

손바닥 가득히 콘페이토가 올려져 있는것을 보고 남자의 손에 집중한다.




콘페이토를 뿌리는 제스쳐를 취하는 남자, 실장석들은 남자의 손의 궤적을 쫒으며 땅에 떨어진 콘페이토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 엎드려 찾아보지만 바닥에 떨어진 콘페이토는 전혀 없다.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실장석들이

다시 남자에게 눈길을 돌리자 중력을 무시하고 남자의 장갑에 붙어있는 콘페이토 뭉치가 남자의 장갑에서 떨어져

공중에 둥실둥실 떠 있다가, 실장석들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돈다.




" 어서 내려와 고귀한 와타시에게 먹히는 뎃승!! "

" 귀여운 와타시에게 메로메로된 콘페이토는 와타시에게 어서 내려오라는 테츄웅♥ "




아첨을 하는 녀석, 명령하는 녀석, 손으로 잡아보겠다고 점프를 해보는 녀석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다가, 결국 먹을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분수대에 올라서 있는 남자에게 다가간다, 그리고는 뻔한 명령과 분충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들실장들, 남자가 손을 거두자 공중에서 둥둥 떠다니던 콘페이토가 다시 남자의 손으로 돌아와 어느새 남자의 손에 들려있는

모자 속으로 사라져간다.




그 모습을 보고 분노하는 들실장 무리, 붕쯔붕쯔 팔을 휘두르고 위협하며 남자에게 열심히 어필하고 위협해보지만

남자는 손가락을 까딱까딱 저으며 실장석들의 분노를 부추긴다. 머리 끝까지 화난 분충들이 투분을 하려는 그때.




모자에서 구멍보다 커다란 접시를 하나 꺼내는 남자, 접시 위에는 실장석들이 환장할법한 스테이크와 스시가 놓여져 있다.

발버둥을 치며 분수대로 달려드는 녀석들, 하지만 워낙 팔다리가 짧은 탓에 분수대 위로 올라가는것은 무리다.




실장석들이 잘 볼수 있도록 스테이크와 스시가 올려져 있는 접시를 직각으로 세워 허공에 고정시키는 남자.

남자가 접시를 기울인 순간 자신에게 떨어질꺼라고 손을 뻗은 실장석들은 접시가 기울어도 음식들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자신들의 작은 두뇌로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지 그저 침을 질질 흘리며 어서 저 세레브한 음식들이 고귀한 자신에게

떨어지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릴뿐.




남자가 다시 모자에 손을 넣자, 각종 세레브한 모양이 실장복들이 주렁주렁 나오기 시작한다, 친실장복부터

자실장복, 엄지 구더기용 포대기까지 온갖 프릴과 리본이 잔뜩 들어간 옷가지들이 마치 만국기처럼 펄럭이며 남자의 손에

매달려 있자, 또 한번 발광하며 어서 자신에게 그 세레브한 옷가지를 줄것을 명령하는 들실장 무리들.

모두 자신의 머리높이보다 높은 분수대의 턱을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서로 협력해도 될까 말까인데

자신이 올라갈수 없으면 누구도 올라가지 말아야 한다는 마인드인 들실장들이 서로를 밀고 끌어내리며 분수대 밑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낸다, 그런 와중 한마리 친실장이 마치 탁아를 하듯 자실장 하나를 남자가 서있는 분수대 턱 위로 올려놓는것에 성공한다.




남자에게 다가가는 자실장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들실장들. 자신의 세레브한 옷을 손대지 마라, 자신의 스테이크를

먹었다간 인간 노예가 널 쳐죽일 것이다, 그런 저주와 악담을 무시하며 남자의 발 밑에 도착한 자실장. 자신을 올려다보는

분충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은 성공했다는듯 남자의 바지단을 흔들어 어서 세레브한 자신에게 걸맞는 대접을 할 것을 명령한다.




자신의 발 밑에 도착한 자실장을 본 남자, 세레브한 실장복들이 주루룩 걸려있는 줄을 채찍처럼 휘두르자 실장복들은

사라지고 연기와 함께 꽃가루가 휘날린다, 그 모습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실장복이 없어진것을 깨닫고 피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는 실장석들의 모습을 보며 발 밑의 자실장을 줍는 남자.




남자의 손에 들린 자실장은 자신을 우러러보고 있는 들실장들을 비웃는다, 천한것들. 나는 노예에게 선택받았다.

진짜 세레브한 실장생을 사는게 내 운명이다라고 소리를 질러댄다.




그런 자실장을 한 손에 들고, 한 손으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는 남자.

손에 들려있는 자실장에게 손수건을 한번 씌웠다가 바로 치워내자, 땟국물이 줄줄 흐르던 실장복이 없어지고

핑크색 사육실장복을 입혀져 있는 자실장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는 들실장들, 자신의 의복의 변화를 깨달은

자실장이 팬티에 똥을 줄줄 흘리며 감격하고 있자 남자는 다시 한번 손수건을 덮었다가 들어낸다.




그러자 실장복 뿐만 아니라 온 몸에 묻어있던 땟국물과 떡진 머리까지 깨끗하게 세척까지 된 자실장 한마리가 남자의 손에 

들려져 있고, 어느새 자실장의 손에는 커다란 콘페이토까지 들려져 있다. 

콘페이토를 핣으며 행복함에 눈물까지 흘리는 자실장을 보고 다시 분노하는 들실장들이 남자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남자가 다시 손수건을 자실장에게 덮어 씌우고 바로 들어내자 자실장은 어느새 남자의 손에서 사라져 있다.




들려져 있던 손수건을 순식간에 마술봉으로 바꾼 남자가 마술봉으로 실장석 무리들의 뒤편을 가리키자, 

어느새 놓여져있는[?] 모양이 그려져 있는 커다란 검은 상자가 실장석들의 눈에 들어온다.




남자가 손짓하자 상자의 한 면이 스르륵 내려오며 방금 남자의 손에서 사라진 자실장이 스테이크와 스시를 잔뜩 먹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먹는 대로 운치를 싸지르며 행복한 웃음소리를 내다가, 침을 질질 흘리며 자신을 보고 있는 들실장들의 모습을 

보고는 치뿌뿌뿟- 비웃는 모습에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상자로 뛰어가는 실장석들의 눈에는 자신의 것을 훔친 자실장을

죽일 생각만이 가득해 보인다.




상자 안으로 뛰어드는 실장석들, 분명히 상자의 크기보다 많은 수의 실장석들이 상자 안으로 들어갔건만 실장석들은

계속해서 상자 속으로 뛰어든다. 자실장 성체 엄지 가릴것 없이 줄을 서서 상자로 꾸역꾸역 들어가는 들실장 무리들

이미 머릿속에는 스테이크와 스시,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세레브 실장복을 입을 생각에 풀린 눈으로 침을 질질 흘리며 

상자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 실장석들이 행복한 웃음소리를 내는 데프프픗- 치푸푸풋- 웃음소리에 조금 세어나오는

기계가 돌아가는듯한 우웅- 소리.




어느새 분수대에 있던 실장석들은 한마리도 빠짐 없이 상자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분수대에서 내려와

실장석들이 들어간 커다란 상자로 가는 남자, 마술봉을 상자에 두번 툭툭 두드리자 상자의 면이 안쪽으로 툭툭툭 떨어지며

납작해진다. 그렇게 납작해진 커다란 상자 위로 올라가 망토를 풀어 해쳤다가 다시 들어올리자, 접혀있던 커다란 상자는

사라지고 알록달록한 큐브 하나가 땅바닥에 놓여져 있다. 큐브를 집어 모자에 쓱 넣은 남자는, 깜빡한게 있다는듯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안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남자의 손에서 사라졌던 자실장, 남자의 손 위에서 애교를 부리며 어서 스테이크와 스시를 내놓을것을

명령해보지만, 남자는 손에 들고있던 마술봉을 다시 손수건으로 만들어 자실장에게 뒤집어 씌웠다가 들어내자.

핑크색 실장복은 커녕 팬티와 신발조차 없어진 독라로 변한다. 자신의 머리와 실장복이 사라졌다는것을 깨달은 자실장이 

피눈물을 흘리며 남자에게 항의를 해보지만, 남자는 자실장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한 뒤 모자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남자가 곧 다시 자신에게 더 세레브한 핑크색 실장복과 훌륭한 머리를 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팔짱을 끼고 있는 자실장

하지만 남자가 모자에서 꺼낸것은 남자의 모자 색깔과 같은 검은 까마귀였다.




남자가 검은 까마귀를 모자에서 꺼내자, 바로 눈 앞의 자실장을 향해 날아드는 검은 까마귀 두마리.

자실장은 어서 이 똥새를 쫒아내고 자신을 구할것을 남자에게 명령해보지만 남자는 그저 묵묵히 바라보기만 할뿐.

팔 다리를 경쟁하듯 뜯어먹던 두마리 까마귀가 자실장의 머리와 몸통을 발톱으로 찢어 자실장을 두 마디로 나눈다.

그리고는 분수대 옆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날아가 분리된 머리와 몸통을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다시 남자의 어깨로 돌아온 까마귀들

남자는 조심스럽게 까마귀를 잡아 다시 모자에 넣고는, 아무도 없는 분수대에 정중히 인사를 한 뒤

성큼성큼 공원 밖으로 걸어 나간다.






The End of jissou (동네코알라)


방역복을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인원들이 수십이 넘는 실장석의 시체를 치우고 있었다.
큼직한 크레인은 한곳에 쌓인 수백이 넘는 실장석의 시체를 한움큼씩 퍼서 소각장에 던져넣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광경을 공포에 찬 눈으로 지켜보는 한 자실장이 있었다.

"마마.... 오네챠.... 이모토챠.... 어째서인 테치.....?"

본래 자실장은 일가와 함께 풍족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부족함이 없는 나름 행복한 삶을 살고있었다.
가까운곳에 음식물쓰레기 수거장이 있는 덕분에 식량 수급도 쉬운 편이었고 마마나 자매들도 모두 상냥했기에 부족함 없이 살아오고 있었다.
문제가 시작된것은 그해 XX월 쿠데타로 말미암아 자실장이 살던 나라에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시작되었다.
군국주의 이념 아래에 군부가 정권을 잡은 나라는 대대적인 '숙청'과 '불순분자 정리', 국가에 대한 대대적인 통제에 들어갔다.
물론 초기에는 오히려 실장석들에게 긍정적이었다.
군부는 민간인들이 일정한 수 이상 뭉치거나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위협적인 도구 등을 들고다니거나 길거리에서 위협적인 행동 및 거리를 더럽히는 행위를 하는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당연히 학대파와 학살파들은 길거리에서 함부로 '학대'를 할 수 없게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덕에 불어난 실장석들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시작되었다.
가장 결정적인것은 막 공원앞을 지나던 군인들에게 '투분'을 하며 '똥노예'라느니 '똥닝겐'따위의 말을 한것이었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존재하는 '링갈'의 성능은 솔직하게 말해서 그렇게 우수한 성능이라고 말하기 힘든게 현실이었다.
기본적으로 실장석의 말을 단어별로 따로 번역해 약간의 보정을 거친 후 조합하는 식이었는데 군인들을 인솔하던 장교가 가진 링갈으로 이들의 말을 번역할때 문제가 발생했다.
실장석들은 그저 닝겐들이 공원에 잘 찾아오지 않아 아마아마한 콘페이토며 고급 실장푸드, 초콜렛 등을 먹을수 없게되자 때마침 지나가는 인간들에게가서 소리를 지르고 애교를 부리며 언제나 그들이 하던 말을 했을 뿐이었지만 링갈은 이들이 하는 말을 어떻게 조합했는지는 몰라도 당시 장교는 이들이 한 말을 현 정권에 대한 욕과 비난으로 이해해 버렸다.
실제로 실장석이 한 말은 멍청하고 기분나쁜 똥닝겐들이 자신들에게 아마아마를 주지도 않는것은 책임을 방조하는 행위임으로 독라달마가 되어 도게자를 해야한다는 얘기였으나 장교가 가진 링갈의 번역에 따르면 마치 현재 제대로 된 식량배급조차 하지 못하는 현 정권에 대한 모욕 비슷한 내용이 튀어나왔고 장교는 당연히 '이 멍청하고 더러운 실장석이 이런 말을 할리 없다. 분명 저항세력이 실장석을 이용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뇌피셜을 기반으로 소설을 하나 써서 상부에 보고서랍시고 보내버린것이었다.
장교의 뇌피셜이 듬뿍 들어간 보고서에는 마치 현 독재정권의 전복을 바라는 어떤 저항세력이 실장석을 훈련시켜 현 정권에 대한 비판메세지나 저항세력간의 소통에 써먹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고 실상을 잘 모르는 상부의 입장에서는 이걸 꽤 심각하게보고 즉각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그것이 바로 '실장석 말살'이었다.
곧장 대대적인 행동이 시작되었다.
각 지역의 공무원 뿐 아니라 군인과 경찰까지 동원된 대대적인 '작전'이 개시되었고 곧바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실장석들이 때몰살 당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번식력과 재생력이 어마무시하다던 실장석들일지라도 '국가'가 그들이 가진 역량을 동원에 사냥에 나서자 속절없이 쓸려나갔다.
여기에서 튀어나간 불똥에 맞은건 다름이 아니라 '애호파'나 '애오파'들 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실장석을 사육 및 보유하고 있는 행위'가 불법임을 선포했고 학대파나 학살파, 관찰파 등은 애초 학대나 학살용 실장석 양식, 관찰 및 실험용으로 실장석을 데리고 있던지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가지고 있던 실장석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지만 애호파와 애오파들은 많은 숫자가 자신이 기르던 실장석을 차마 처리하지 못했다.
차라리 이 과정에서 자신이 기르던 실장석을 산이나 인적이 드문곳에 몰래 풀어준 경우는 양호했다.
그렇게 풀려난 사육실장들이 결국 발각되어 사살당했더라도 그들을 데리고 있던 사육주에겐 아무런 피해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사육실장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몰래 사육하던 인원들은 달랐다.
어느날 불시에 들이닥친 경찰과 군인들에게 사육실장은 끔찍하게 살해당하고 사육주 본인도 어디론가 끌려간 체 소식조차 들리지 않게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와중 이 자실장의 어미와 자매의 희생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 상태였다.

"어째서인 테치? 왜 닝겐들은 와타시타치들을 괴롭히는 테치? 어째.... 테끕!"

낮은 목소리로 불만을 말하던 자실장은 이내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묵직한 발소리에 입을 다물고 몸을 웅크렸다.
자실장이 입은 녹색의 실장복은 아이러니하게도 녹빛의 풀숲에서 상당한 위장효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작게 뜬 자실장의 시선에 들어오는건 막 풀숲 앞을 지나는 방역복을 입은 인원들이었다.
그들이 등에 맨 자루에는 동족의 피와 운치냄새가 풍겨왔다.
끝부분이 더러워진 금속 빠루들과 자루를 든 인원들이 모두 지나갔다.
만약 탐지견이나 위석 서쳐를 가지고 왔다면 자실장도 위험했을 터였다.
자실장은 숨을 죽인체 주변을 한참이나 더 둘러보다가 슬금슬금 기어나왔다.
그리고 나름 빠르게 뛰어 강가로 향했다.
자실장의 기억 속에 언젠가 마마가 위험한 일이 생기면 강가로 가면 마마가 몰래 숨겨둔 하우스가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도 못해서 급하게 바닥을 굴러 주차된 자동차 밑으로 기어들어가야했다.
사방에 방역복을 입은 인원이나 방독면 등을 쓴 군인들이 한가득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빠루며 진압봉을 들고 동족의 피와 운치냄새가 역겨울 정도로 진하게 풍기는 자루를 하나씩 들고있었다.
그때 맞은편 자동차 아래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적록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다름이 아니라 성체실장이었다.
노예출신인지 독라 상태의 성체는 자신을 미묘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주변이 어느정도 잠잠해지자 성체는 자동차 밑에서 나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다.
독라의 눈빛에서 심상치 않은 빛을 감지한 자실장은 곧바로 독라가 오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체와 자실장의 차이는 컸다.
어느세 독라에게 잡힐 위험에 처했을때 필사적으로 몸을 던져 돌더미 사이로 몸을 구겨넣을 수 있었다.

"데에.... 귀여운 자실장쨩? 나오는 데스? 혼자서는 위험한 데스웅? 나오면 오바상이 지켜주겠는 데스우~"

독라는 나름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실장에게 말을 전했다.
하지만 자실장에게 있어서 눈이 반쯤 풀어진 체 입맛을 조금씩 다시며 필사적으로 자신이 숨을 돌무더기의 틈으로 파고들려는 독라의 모습은 그 어딜봐도 신용할수가 없었다.

"저리가는 테치! 오바상은 카와이한 와타시타치를 잡아먹으려는게 분명한 테챠아!!!"

"데에.... 똥분충이...! 오마에타치는 마마한테서 가정교육도 못받은 데샤아아!!!! 오바상이 말하면 당장 쳐 나와야 할것 아닌 데샤아앗!!!!!"

"웃기지 마라는 테챠아!!! 독라노예따위의 말은 듣는게 아닌 테츄!"

"또오오옹부우우운추우우웅!!!! 누가 누구에게 노예라는 데....! 데갸아아아악!!!!"

순간 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돌무더기의 좁은 틈에 머리통을 쳐박고 눈을 부라리던 독라가 하늘에 잠시 떴다가 바닥에 패대기치며 피눈물이며 운치를 쏟아냈다.

"데갸아아악!!! 데샤아아아앗! 존나게 아픈데샤아아아아!!!! 데에에? 또오옹노오오오예에에에!!! 이게 무슨 짓거리인 데샤아아!!! 데갸앗! 데스우웃!!!"

독라를 걷아찬것은 방역목을 입은 공무원이었다.

"엿같은 참피새끼.... 뭐라고 지껄이는거냐!!!"

그렇게 소리친 공무원은 다시금 장홧발로 독라를 걷어찼다.
한번 더 공중에 떴다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독라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머리의 한쪽은 함몰되었고 하반신은 으스러진 듯 엉망이었다.
투실투실하던 뱃살은 한쪽이 찢어져 내장이 튀어나왔고 왼쪽 팔은 꺾어서는 안되는 방향으로 꺾여있었다.

"데에에... 데에에...."

이미 제정신이 아닌 독라를 공무원은 빠루로 찍어올려 자루에 던져넣었다.
그 후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광경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으나 소리로 들은 자실장 역시 머리를 바닥에 쳐박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내 숨을 고른 자실장은 실장복으로 눈물을 대충 닦아낸 후 돌무더기의 틈으로 기어나왔다.
어느세 빵콘이라도 했는지 팬티는 운치로 가득차 있었다.
주변을 황급히 둘러본 자실장은 팬티 안의 운치를 대강 털어낸 후 그대로 달려 공원으로 향했다.
물론 지금 공원으로 가는건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으나 자실장의 단순한 사고로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애초에 친실장이 사냥을 가르친다며 일가를 끌고 나왔다가 일이 터진 시점에서 하우스가 있는 공원이 어떻게 됬는지는 자실장이 파악할 길이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자실장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는 '공원의 하우스'와 마마가 말한 '강가의 비밀 하우스'정도였다.
하지만 방금전의 사건으로 정신적으로 몰려버린 자실장은 그 위치가 불분명한 '강가의 비밀 하우스'보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일가를 안전하게 지켜주던 '공원의 골판지 하우스'가 우선시 될 수 밖에 없었다.
다급히 뛰어 도착한 공원의 모습은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이미 방역복이나 군복을 입은 닝겐들은 보이지 않았으나 동시에 공원 그 어디에서도 동족이 보이지 않았다.
급하게 달려 하우스로 갔으나 그 곳에 하우스는 이미 없었다.

"테에에? 4녀 엄지챠....? 막내 구더기챠....?"

본래라면 4녀 엄지가 막내 구더기를 프니프니해주며 하루동안 고생한 마마와 자매들을 맞이해주는 장소여야 했을 하우스가 사라졌다.
아연실색한 체 하우스가 있던 자리에 주저앉은 자실장의 눈에 보이는것은 몸이 두동강 난 체 얕게 판 운치굴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있는 막내 구더기의 시체였다.
한참을 주저앉아있던 자실장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본 끔찍한 광경들이 떠오르며 자실장은 쫒기듯 공원을 벗어나려했다.
그렇게 지옥도가 된 공원을 막 나서는 순간 들려오는 닝겐의 목소리에 다급하게 공원 입구에서 멀어져 자동차 아래로 기어들어간 자실장의 눈에 보이는것은 방역복을 입은 다수의 인원들이 다시금 공원으로 돌아오는 모습이었다.
잠시 후 닝겐들이 모두 공원으로 들어간 뒤 '강가의 비밀 하우스'의 존재를 다시 떠올린 자실장은 강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도시의 '실장석 말살 작업'은 막바지에 달했는지 보이는 인원이 부쩍 줄어있었다.
그 덕에 닝겐에게 들키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강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마마가 말한테치... 가장 크고 든든한 돌씨를 찾으라고 한 테치! 마마의 비밀 하우스에 가면 아마아마한 콘페이토가 가득 있을게 분명한 테츄!"

자실장은 '마마'가 한 말을 떠올리며 강가에서 가장 커 보이는 돌을 찾았다.
그때 자실장의 눈에 띄는 큼직한 돌덩이가 보였다.
그 돌덩이는 주변에서도 특출나게 큼직한 돌로써 마마가 말한 '가장 크고 든든한 돌씨'에 가장 부합하는 이미지였다.

"저기인 테치! 도착인 테츄우~!!"

테치테치거리며 기쁘게 커다란 돌덩이로 달려간 자실장은 돌덩이 주변을 돌며 비밀 하우스를 찾았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없었다.
돌 주변에는 하우스 비슷한 것은 둘째치고 운치굴조차 없었다.
혹시나 돌덩이 밑에 비밀 통로라도 있는가 싶어 바닥에 엎드려 기어다니며 구멍을 찾았지만 그 어디에도 구멍은 없었다.
그제서야 자실장은 깨달았다.
결국 '비밀 하우스'는 거짓말이었다.
언제나 위험해지면 어떻게 하냐며 불안에 떨며 엄지가 물어오면 그걸 무마하기위해 했던 '콘페이토가 가득한 세레브한 비밀 하우스'는 결국 거짓말이었던 것이었다.
결국 진실을 깨달은 자실장은 지금까지의 고생과 두려움이 헛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끝내 피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이제 어떻게 하는 테치! 테에에엥! 똥마마는 거짓말쟁이인 테챠아아!!! 똥닝겐들은 왜 불쌍하고 세레브한 와타시타치를 괴롭히는 테챠아아아아!! 테에에엥!!! 와타시는 너무나 불행한 테에에엥!!!!"

그때 자실장은 드리우는 커다란 그림자에 온 몸을 훑은 소름을 느끼며 우는것을 멈추고 더러워진 실장복으로 천천히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 곳에는 군복을 입고 방독면을 쓴 체 진압봉과 자루를 든 군인이 서 있었다.

"테... 테에에?"

"더러운 참피새끼가.... 여기에 숨어있었구만....? 응?"

"테... 테츙~ 똥닝겐씨는 세레브하고 카와이한 와타시타치에게 매로매로되는 테찌야아아아!!!!"

자실장이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올려 애교를 부리는 그 순간 군인은 그대로 군홧발로 자실장의 하반신을 짓밟았다.

"찌이이이이!!! 테챠아아아아!!!! 아픈테치!!! 똥닝겐은 그만두는 테챠아아아!!!!"

"뭐라는거야 더러운 참피가..... 응? 니네들은 말야... 도움이 안되는 새끼들이말야... 알아? 그런 주제에 반란분자들에게 붙어서 개짓거리를 해? 그래 그자식들이 콘페이토라도 하나씩 주던?"

그렇게 말하며 군인은 군홧발로 자실장의 복부를 지그시 밟았다.

"테찌아아아아!!!! 안되는 테치! 와타시의 아가방이 있는 곳인 테챠아아아아!!!!! 그만두라는 테찌이이이이이!!!!! 찌야아아아아!!!!!"

하지만 군인은 그대로 힘을 줘 배를 짓밟았다.
입으로 피와 운치를 토해내며 자실장은 그대로 축 늘어져 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머리에 있는 위석이 파괴되지 않은 덕분에 숨이 붙어있는 자실장은 그대로 자루 속으로 던져졌다.
잠시후 수백의 동족의 시체더미 위에 내던져진 자실장은 사방에서 풍겨오는 동족의 피와 운치.... 그리고 고통과 죽음의 냄새를 맡으며 생각했다.

'어째서.... 어째서 와타시가 이렇게 아파야 하는 테치....? 너무한 테치..... 만약.... 만약 와타시가 더 강하다면.... 더....'

그때 자실장의 코에서 실이 나와 서서히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요컨에 '우화'라는 녀석이었다.
실장석이 극한의 상황에 특별한 조건이 충족되었을때 극악의 확률로 이루어 진다는 '우화'.....
하지만 고치가 막 만들어지는 그 순간 크레인은 자실장을 다른 동족의 시체들과 함께 퍼서 소각장으로 던져넣었다.
자실장은 미완성된 고치째로 불타올랐다.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몰랐다.
그저 어중간한 성체실장이 튀어나올수도 있고 그 유명한 '실장인'이나 '실장씨'가 나올수도 있었다.
하지만 뭐가 되었든 결과는 같을터였다.
'실장인'이던 '실장씨'이던 죄다 수용소나 소각로 행인 마당에 자실장의 우화는 아무런 의미조차 가지지 못했다.
자실장의 시체는 불타올랐다.
온 몸에서 느껴지는 살을 찢고 짖이기는 감각..... 머릿속이 하얘지고 시선이 주홍빛으로 물드는 순간 하얀 공간에 일단의 이미지가 스친다.
하우스..... 낡고 좁지만 너무나도 아늑하고 행복하던 공간.... 마마가 특별식이라며 식량상자에서 콘페이토를 꺼낸다.
자매들은 기뻐 실장댄스를 추고 노래를 부른다.
그걸 흐뭇하게 지켜보는 마마....
그리고 점점 지워져간다.
그것은 자실장의 마지막 행복회로였다.
한편 강가의 한쪽에서 도시를 돌며 도로리 용액을 뿌리던 공무원은 문득 발에 체이는 돌에 발 아래를 내려다본다.
무심코 툭 찬 돌이 저리 굴러가며 돌 아래의 공간이 드러난다.

"뭐야....? 참피굴?"

당황한 공무원은 그대로 그 주변을 파헤쳤다.
잠시 후 들어나는것은 그리 넓지는 않지만 성체 실장석 대여섯은 충분히 들어갈만한 공간과 한 구석의 더러운 종이곽에 들어가 있는 포장조차 뜯지 않은 유통기한이 지난 별사탕 봉지였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뒤져도 실장석이 나오지 않았기에 공무원은 더러운 종이곽과 유통기한이 지난 별사탕을 꺼내고 그대로 굴을 묻어버렸다.
그랬다... 실제로 자실장의 친실장이 말한 비밀 하우스는 존재했다.
하지만 그 비밀 하우스의 '정확한 위치'를 아는 친실장 죽은 시점에서 자실장이 하우스를 찾을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했다.
'강가'가 의미하는 범위는 너무 넓었다.
그리고 그 '강가'의 어느 지점을 가던지 그 위치 한정으로 눈에 띄거나 특출나게 큰 돌은 한두개쯤은 있기 마련이었고 자실장으로써는 비밀 하우스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이상 막연하게 '강'이 있는 곳 주변을 제 나름대로 뒤지고 자실장의 시야 내에서 가장 큰 돌을 기준으로 비밀 하우스를 찾는게 당연했다.
결국은 그게 끝이었다.
공원의 '실장석 말살'은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이제 특정 구역에 도로리를 뿌리고 도시를 청소하는 일만 남았다.
과연 이러한 '시간'은 얼마나 지속될까?
어딘가에 실장석이 숨어있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오랜 시간동안 모습조차 들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언제'가 오더라도 과연 실장석들은 '과거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알 길이 없지만 말이다.
결국 한무리의 실장석들이 분충성에 벌인 행동과 그 행동을 저급한 링갈로 번역한 장교의 뇌피셜로 시작된 일의 결말으로써는 너무나 거대해져 있었지만 말이다.






긍지 (독라분충)


"잘 듣는 데스. 아나타타치는 절대 분충이 아닌 데스. 모두 훌륭한 와따시의 자인 데스. 긍지를 갖고 사는데스. 잊지말란 데스."

제대로 먹지 못한 들실장치곤 제법 큰 개체가 자실장 셋을 모아두고 당부를 하고 있다. 친실장은 자실장들에게 먹이를 나눠주고 골판지 상자에서 내보내려던 참이었다. 크기가 작은 자실장 둘은 그동안 자신들을 이뻐하며 소중히 길러온 친실장이 갑자기 자신들을 내보내려는 이유를 알지 못하고 친실장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울고만 있었다.

"마마, 마마. 같이 있어주는 테치. 마마랑 떨어지기 싫은 테치..."

차녀로 보이는 두번째로 큰 자실장이 친실장에게 매달렸다. 그러나 친실장은 그런 차녀를 단호하게 밀쳐냈다. 

"장녀짱. 장녀짱의 책임이 막중한 데스. 차녀짱과 막내짱을 부탁하는 데스."

차녀를 밀쳐낸 친실장은 가장 작은 자실장의 손을 잡고 있는 제일 큰 자실장을 안아주며 신신당부했다. 장녀는 동생들과 달리 울음을 참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마마! 차녀짱과 막내짱은 와따시에게 맡겨두는 테치. 그치만 와타시, 긍지와 책임은 무엇인지 모르겠는 테치..."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겨우 겨우 참아가며 친실장의 당부를 끝까지 듣는 장녀였지만, 장녀 역시 마마의 말을 다 이해할 순 없었다. 

"언젠가 저절로 알게되는 데스. 그때까지 잊지마는 데스. 이제 안녕인 데스."

친실장은 말을 마치고 막내의 손을 잡은 장녀와 차녀를 상자 밖으로 밀쳐냈다. 장녀는 마냥 울고만 있는 두 동생을 데리고 풀과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잡목림으로 서둘러 사라졌다. 친실장은 조금 흘러나온 눈물을 닦아내며 멀어져가는 자실장들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마침내 장녀 일행이 시야에서 안보이게 되자 친실장은 운치 굴의 운치를 꺼내 옷과 얼굴 여기저기 바르기 시작했다. 본래 제법 깨끗한 모습을 하고 있던 친실장은 곧 운치투성이가 되었고 몸이 충분히 더러워지자 다음엔 겨울을 나기 위해 모아둔 음식들을 죄다 꺼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친실장이 골판지 상자에 혼자 남아 운치투성이로 음식을 먹고 있을 때 공원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오는 사내가 한 명 있었다. 사내의 이름은 토시아키.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취직에 실패했고 고약한 성격 탓에 대인관계도 엉망이라 만날 사람도 없어 허구헌날 넘치는 시간을 실장석 학대로 때우며 보내는 못난이였다.

토시아키의 오늘 목표는 어제 공원 수도 옆을 지나다 우연히 본 제법 큰 들실장이었다. 녀석은 수도에서 물을 담아 자기가 사는 골판지 상자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실장석에겐 조금 버거울 만큼 무거운 페트병 여러 개를 가득 담아 가는 것을 보면 아마도 자실장을 여러 마리 기르고 있는 친실장 같아 보였다. 토시아키는 실장석을 한 마리씩 학대하는 것보다 자실장을 낳은 친실장을 학대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었다. 고통에 절규하며 어미를 애타게 부르는 자실장의 표정도 좋았지만, 더 좋아하는 것은 공포와 절망,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얼룩진 친실장의 표정이었다. 비록 사회에선 전혀 쓸모없는 잉여 인간으로 살고 있는 토시아키지만, 실장석 일가를 실각시킬 때만큼은 마치 절대자가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들 수 있었다. 이것은 절대 끊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은 강렬한 쾌락이었다. 

어제 토시아키는 친실장에게 자신이 따라가고 있음을 들키지 않게 조심하며 골판지 상자로 돌아가는 들실장의 뒤를 밟았다. 들실장이 사는 골판지 상자의 위치는 찾을 수 있었지만, 상자 속에 자실장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토시아키는 공원에 사는 실장석의 씨가 마르지 않도록 하루에 학대하는 실장석의 수를 스스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들실장을 학대하는 것은 내일의 즐거움으로 남기려고 했다. 그래서 토시아키는 상자의 위치만 눈 여겨 봐둔 후 얌전히 집으로 돌아갔다.

토시아키는 자신이 미행한 것을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들실장은 오늘 토시아키가 자신을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 실장석 사이에서도 토시아키는 유명한 학대파였다. 어제 닌겐상타치가 없을 시간이라고 부주의하게 수도를 다녀온 것이 화근이었다. 토시아키는 다른 닌겐상타치와 달리 학대 말곤 다른 할 일이 없는 똥닌겐라는 것을 망각한 것이다. 이 들실장은 전에 토시아키가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다른 실장석을 실컷 학대하다 죽이는 것을 직접 본 일이 있었다. 토시아키는 철없는 꼬마닌겐상의 장난과는 비교도 안되는 악질이었다. 하필 그런 똥닌겐에게 발각된 것이다. 자신은 죽더라도 소중한 자들은 살리리라. 이것이 들실장의 다짐이었다.





닌겐상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상자 앞에 도착했는지 발걸음 소리가 멈추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상자가 하늘로 잠깐 떠올랐고 이내 땅으로 추락해 박살이 났다. 들실장은 떠오르는 상자 속에서 여기 저기 부딪히다 상자와 함께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토시아키가 상자째로 걷어 차버린 것이다. 

"어째 조용하다 싶었는데 내가 어제 착각한 건가? 실망이 크구만.... 어이 분충. 너 혼자 살고 있는거냐?"

들실장은 다리가 부러졌는지 일어설 수 없었다. 다리가 멀쩡해 일어설 수 있을지라도 도망칠 수 없었다. 이 똥닌겐으로부터 자들만이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했으니까.

"데에? 닌겐상? 와따시를 사육실장으로 삼으려는 데스? 아직 자는 없지만 스시와 스테이크를 대접하는 데스. 닌겐상이 아마아마한 것을 이빠이 대접하며 도게자라도 하고 있으면, 와따시가 와따시를 닮은 세레브한 자들을 낳아줄지도 모르는 데스."

온통 똥투성이인 들실장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은 안하고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겨울 걱정도 하지 않고 돼지처럼 음식을 쳐먹고 있던 것이나 지금처럼 헛소리를 찍찍 뱉는 것을 보니 틀림없는 분충이었다. 이런 분충이라면 자기 새끼를 숨기는 고차원적인 행동은 못하겠지... 토시아키는 일가 실각이라는 자신의 계획이 예상치 못하게 틀어지고 말자 분노에 몸을 떨었다. 사실 토시아키가 살면서 유일하게 세우는 계획이라곤 실장석 학대밖에 없는데 말이다. 분노로 몸을 떠는 토시아키에게 들실장이 다가와 똥투성이 손으로 토시아키의 바지에 매달렸다. 토시아키는 그만 화를 참지 못하고 들고 왔던 빠루로 분충의 머리통을 날리고 말았다.

데뵤오오오오옥! 빠루에 맞은 들실장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가 나무에 부딪혔다. 들실장은 다리가 부러지고 머리가 깨져 격통에 시달렸지만 이대로 쓰러져 있으면 저 똥닌겐이 소중한 자들을 발견할 지도 모른단 생각에 필사적으로 일어났다. 

"이 쓸모없는 똥닌겐! 감히 와따시에게 덤빈 데스까? 이따위 똥닌겐은 보검도 필요 없는 데스. 맨손이면 충분한 데스. 와따시를 공격한 저 쓸모없는 두 팔을 뜯어내 버리는 데샤아아아악!"

들실장은 어떻게 하든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격통 속에서 되는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간신히 상체를 일으켜 자신을 위협하는 들실장에게 다가와 빠루를 휘둘렀다. 데갸아아아아악! 지아아아악! 토시아키가 빠루를 한 번 쳐들 때마다 실장석의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겨댔다. 마치 돼지의 멱을 따는 듯한 실장석의 괴성이 공원을 시끄럽혔다.

"어이, 거기! 제발 좀 그만두지 못하겠습니까?"

괴성을 듣고 달려온 공원 관리원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대낮부터 공원에서 빠루를 휘두르는 이 토시아키라는 자는 실장석 만큼이나 해충이었다. 아무리 미물을 상대로 한다지만 아이들은 물론 온 마을 사람의 쉼터가 되어주는 공원에서 고문과 학살을 태연히 저지르고 다녀 사람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다. 변변한 직장도 없이 맨날 실장석의 피를 뒤집어쓴채 설치고 다니니 사람들 보기에 몹시 안 좋았다. 토시아키의 부모는 토시아키 때문에 동네 사람들 얼굴 보기가 부끄러워 장을 보는 것조차도 멀리 나가 다른 마을에서 해야만 한지 오래였다. 

토시아키가 공원 관리원에게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빠루에 쳐맞아 잠시 정신을 잃었던 들실장이 깨어났다. 들실장의 눈앞에 쪼리를 신은 토시아키의 맨발이 보였다. 들실장은 품에 숨겨두었던 못을 꺼내 있는 힘껏 토시아키의 엄지발가락을 찔렀다. 못은 발톱과 살점 사이에 한참을 파고들어 박혔다. 토시아키는 갑작스러운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이런 개씨팔, 니미 씹좆같은 벌레 새끼가 지금 내 발가락을!" 

토시아키의 험악한 욕설과 고함에도 겁먹지 않고 들실장은 못을 뽑아 다시 찌르려했다. 하지만 토시아키의 빠루질이 더 빨랐다. 아까는 되도록 오래 즐기려고 힘 조절을 해가며 빠루로 갈겼지만 지금은 정말 분노에 눈이 멀어 사정없이 내리쳤다. 첫 빠루에 맞아 못을 든 들실장의 팔이 뜯겨 날아갔고, 두 번째 빠루질에 척추가 으깨졌으며, 세 번째 빠루질에 두개골이 깨지고 뇌가 흘러나왔다. 공원 경비원은 급히 동료를 불러 눈이 돌아간 토시아키를 겨우 붙잡아 어디론가 데려갔다. 메빠소..... 뇌가 대부분 흘러나와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던 들실장이지만 그래도 왠지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숨을 거두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이제 꽤 나이가 든 토시아키지만 학대파 생활엔 변함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자리를 잡고 결혼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을 법한 나이지만, 토시아키에겐 오로지 실장석 학대뿐이었다. 외로움과 못난 스스로에 대한 환멸감이 그의 실장석 학대의 원동력이 되어주는지도 몰랐다. 

오늘은 모두가 즐거운 크리스마스. 토시아키에게도 오늘은 행복한 날이었다. 물론 토시아키답게 행복한 이유는 다른 이들과 전혀 달랐다. 함께할 연인도 친구도 없는 토시아키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보나 마나 뻔하지만 역시 실장석이었다. 토시아키는 어제 공원을 어슬렁거리다 오래간만에 학대할 맛이 나게 생긴 건강한 들실장을 만난 것이다. 이 녀석은 들실장 주제에 잘 먹어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요즘 애호파들이 공원에 개념 있고 똑똑한 실장석 일가가 산다며 이뻐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녀석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실장석 따위가 개념이 있든 말든 뭐가 그리 다르단 말인가? 토시아키는 애호파를 혐오했다. 그가 실장석을 경멸하듯이 애호파 놈들이 자신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기 때문이었다. 토시아키 눈에는 자신 외에 모든 사람이 다 애호파로 보였다. 자신은 해충을 구제할 뿐인데 다들 애호파라서 자신을 혐오한다고 생각했다.

커플들이 공원 벤치에 앉아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동안, 토시아키는 눈이 벌게져 이제 몸의 일부가 된 듯한 그의 빠루와 함께 어제 본 실장석을 찾아다녔다. 자잘한 들실장 몇 마리를 찾아 쳐죽였지만 그가 찾던 녀석이 아니었다. 토시아키가 숨을 고르며 이놈이 대체 어디 숨었을까 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어디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데스 데스 테치 테치 거리는 실장석의 소리가 들려왔다. 토시아키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다. 거기엔 한 무리의 애호파가 실장푸드를 미끼로 실장석 일가를 데리고 놀고 있었다. 그런데 실장석 일가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친실장이 바로 어제 토시아키가 만난 그 녀석이었다.

끼요옷! 토시아키는 괴성을 지르며 빠루를 휘둘러 애호파들을 내쫓았다. 사람들은 토시아키를 보고 혀를 차고 욕을 하며 자리를 피했다. 토시아키는 동네에서 괴인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아무도 그와 엮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실장푸드를 나눠주던 사람들이 흩어지자 작은 자실장들이 숲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토시아키가 점찍어둔 녀석은 도망가지 않았기 때문에 토시아키는 굳이 자실장들을 쫓지 않았다. 조금 작은 성체 실장이 한 마리 더 있었는데, 이 녀석은 잠시 토시아키와 친실장의 눈치를 보다 자실장들을 따라 숲으로 도망쳤다. 토시아키는 지금 이 녀석을 죽이고 나면 다음은 저 녀석을 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녀석 실장석 주제에 당당히 토시아키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차녀짱과 자들은 와따시가 지키는 데스!"

토시아키는 당돌하게 자신의 앞을 막아선 친실장이 대견해서 쳐다보고 있는데 어쩐지 이 실장석이 눈에 익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저 앞머리, 어디선가 분명 본 적이 있는데? 

"마마가 물려준 이 보검으로 똥닌겐을 반드시 쳐죽이는 데스!"

실장석이 품에서 꺼낸 심하게 녹슨 못을 보니 마침내 떠올랐다. 그때 그 녀석이구나. 아니, 그 녀석은 분명 죽었을 테니 그 녀석이 낳은 자인가? 역시 그때 자들을 숨기고 있었던 거구만.

"네까짓 분충이 그깟 못 좀 들고 있다고 이 몸을 이길 수 있을 성싶었냐?"

토시아키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와따시는 분충이 아닌 데스. 똥닌겐 따위에게 분충 소릴 들을 이유가 없는 데스."

실장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토시아키의 발길질이 날아왔다. 실장석은 걷어차여 꽤 멀리 날아갔지만,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실장석은 피를 흘리고 비틀거리면서도 꿋꿋이 일어섰다.

"똥닌겐은 와따시타치가 어떻게 사는지나 알고 있는 데스? 와타시타치의 삶은 투쟁의 연속인 데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먹을 것을 구하지 않으면 굶어 죽기 쉽상인 데스. 똥닌겐처럼 한낮이 돼서야 느지막이 일어날 수 없는 데스. 와타시는 들은 데스. 닌겐상들 사이에서도 분충이 있다는 사실을 데스. 똥닌겐이 바로 그 분충인 데스. 똥닌겐은 닌겐상이지만 와따시타치만도 못한 데스."

토시아키는 지금까지 실장석을 학대하면서 이렇게 화가 나본 적이 없었다. 일격에 쳐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죽여버리면 이 굴욕을 갚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네놈이 뭐라 하든 네놈 벌레들은 모두 똥벌레들이다. 대책 없이 새끼나 까놓고 말이야. 감당도 못 할 자식들을 그렇게 낳아놓고 어쩔 줄 모르는 게 분충이 아니고서야 뭐라고 부른단 말이냐?"

"다시 말하지만 와타시는 분충이 아닌 데스. 와타시타치는 꽃밭에서 바람만 불어도 임신하는 데스. 원해서 자를 갖는 것이 아닌 데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기르는 데스. 물론 감당할 수 없는 자들도 있는 데스. 그래서 그런 분충들은 스스로 솎아내는 데스. 그리고 자가 많지 않으면 일가 실각인 데스. 와따시도 소중한 막내짱을 잃은 데스. 자들을 많이 많이 나아야 미래도 있는 데스. 똥닌겐을 낳은 마마는 어떤 데스? 이런 똥닌겐을 낳아놓고 솎아내지 않았으니 똥닌겐 마마도 분충인 데스까?"

"이 씨발! 당장 죽여버리겠어!"

"죽일 테면 죽이는 데스. 와따시는 죽더라도 긍지를 지키는 데스. 와따시가 죽어도 차녀짱이 자들을 돌봐줄 것인 데스. 똥닌겐과 다르게 와따시는 혼자가 아닌 데스."

토시아키의 저능한 두뇌로는 실장석조차 말싸움으로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토시아키는 입씨름하기보다 빠루를 들어 그의 장기를 살리는 편을 택했다. 빠루는 정확히 실장석의 이마를 강타했다. 일격에 머리를 잃은 몸통이 잠시 서성이다 쓰러졌다. 멀리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나 숲을 쳐다보니 차녀와 자실장들이 죽은 실장석을 쳐다보고 있었다. 언니의 바람도 모르고 바보짓을 했구먼. 역시 분충들이야. 토시아키는 마무리를 하러 숲으로 가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애호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게 붙잡혔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을 가로막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토시아키는 인간의 탈을 쓰고 저 죽어 마땅한 벌레들의 편을 드는 경찰과 애호파들도 실장석과 똑같이 모두 벌레 같이 보였다. 벌레는 구제해야 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니 마땅히 나라도 해야겠지.   





오늘 오전 후타바 공원에서 경찰이 흉기를 휘두르는 30대(무직) 남성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용의자가 흉기를 소지하고 행인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신고자와 함께 용의자를 발견했습니다.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다가서자 용의자는 갑자기 흉기를 휘두르며 경찰에게 덤벼들었습니다. 경찰은 공포탄을 사용, 위협사격을 가했으나 용의자가 여전히 흉기를 내려놓지 않자 경찰이 수차례 사격을 가했습니다. 총에 맞고 쓰러진 용의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습니다. 경찰은 용의자의 오랜 무직 생활로 인한 심적 고통이 범행의 동기로 추측하고 있는데, 용의자가 평소 실장석을 꾸준히 학대해온 사실을 들어 동물 학대는 대표적인 사이코패스의 표징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할미꽃


 어느 날 갑자기 공원이 폐쇄되었다. 노란 방역복을 입은 인간들이 들어와 실장석들을 모두 내쫒았다. 들실장들은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저항을 했지만, 대부분 인간들에게 살해당했다. 친실장은 이제 남은 게 없었다. 골판지 하우스도, 수건도, 페트병도, 비닐봉투도, 모두 인간들에게 빼앗겼다. 싸우는 과정에서 자들도 모두 잃었다. 살 곳이 막막해진 그녀였지만 아직 희망은 있었다.
“예전에 탁아 한 자들을 찾아가는 데스.”
그녀가 맨 처음 찾아간 곳은 장녀의 집이었다. 장녀는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장녀는 나와서 마마를 맞이하는 데스.”
하지만 나타난 것은 검은 정장을 입은 경비원들이었다. 그들은 친실장을 발로 차 넘어뜨리곤 무자비하게 구타하기 시작했다.
“데갸앗! 데갸아앗! 자, 자를 불러주시는 데스우. 분명히 여기 살고 있는 데스우.”
그러자 구타가 멈췄다. 현관문이 열리며 프릴이 주렁주렁 달린 분홍색 실장복을 입은 실장석이 저택에서 나왔다.








“자, 장녀!”
“똥마마는 아직도 들실장 정신에서 못 벗어난 데스? 이렇게 느닷없이 찾아와 살게 해달라는 건 민폐인 데스!”
“도, 도와주는 데스! 마마는 갈 곳이 없는 데스! 부디 여기서…….”
“주인님이 돌아오실 시간인 데스. 죽이지는 말고 쫒아 내주시는 데스.”
경호원들은 친실장을 들어 담벼락 밖으로 던졌다. 그녀는 비명을 내지르며 길바닥을 굴렀다. 현관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친실장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골목을 떠났다.

친실장이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차녀였다. 그녀는 유명한 예능석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기획사로 찾아간 친실장은 이전의 실패를 경험삼아 건물 밖 경비원을 통해 조용히 차녀를 찾았다. 곧 친실장은 건물 구석의 으슥한 비상계단으로 안내를 받았다.
“차녀! 반가운 데스! 돈도 많이 벌었다고 들은 데스. 마마랑 같이 사는 데스.”
그러나 오랜만에 마마를 본 차녀의 얼굴을 냉담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표정은 더욱 싸늘하게 보였다.
“이렇게 찾아오시면 곤란한 데스.”
“차, 차녀!”







“와타시는 매스컴에 고귀한 혈통의 실장석으로 알려진 데스. 그런데 들실장 출신인 걸 알면 분명 기자들이 와타시를 물어뜯을 게 분명한 데스. 미안하지만 앞으로 찾아오지 마는 데스.”
차녀는 가져왔던 콘페이토 한 봉지를 친실장 앞에 던졌다.
“이거라도 먹는 데스.”
그리고 차녀는 그대로 등을 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차녀!”
친실장은 울부짖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탁아 한 자들은 모두 그녀와 사는 걸 거부했다.
친실장은 건물을 나와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어쩔 수 없다. 다시 지독한 생존경쟁의 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곧 겨울인데 맨손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친실장은 공원에 들어가기 전에 차녀가 준 콘페이토를 모두 먹었다. 혼자 다니는 실장석이 이런 고급음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금방 동족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마마?”
공원에 들어선 친실장은 한 독라실장이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것에 놀랐다.
“삼녀?”
그녀는 예전에 쫒아냈던 삼녀였다. 그녀는 학대파의 손에 걸려 독라가 되었었는데, 친실장은 더러운 독라라며 그녀를 집에서 내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먼 공원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마마가 여기 웬일인 데스?”
친실장은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줬다. 삼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녀를 토닥였다.
“그럼 와타시와 함께 사는 데스.”
“저, 정말 그래도 되는 데스?”
“물론인 데스.”
“하, 하지만 마마는 오마에를 한 번 버렸던 데스.”
“괜찮은 데스. 용사한 데스. 자, 어서 가는 데스. 와타시의 자들도 마마를 보면 모두 좋아할 것인 데스.”








삼녀가 친실장을 부축했다. 친실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고마운 데스. 너무 고마운 데스.”
곧 그들은 골판지 하우스 앞에 도착했다. 친실장이 막 집에 들어가려는데, 둔탁한 충격이 그녀의 뒤통수를 때렸다.
퍽.
친실장은 앞으로 고꾸라지며 비명을 질렀다.
“데, 데에엣? 이, 이게 무슨 일…….”
고개를 돌린 친실장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돌로 자신을 내려찍는 삼녀의 얼굴이었다.








“너무너무 맛있는 테치!”
“오랜만의 고기인 테치!”
“다들 천천히 먹는 데스. 똥벌레의 고기가 아주 튼실튼실한 데스.”
삼녀는 친실장의 뇌를 파먹으며 말했다. 그녀는 속으로 친실장의 멍청함을 비웃었다. 자신을 그렇게 버려놓고는 어떻게 뻔뻔스레 같이 살 생각을 한단 말인가?
그때, 갑자기 자 하나가 푹 쓰러졌다.
“응? 차녀짱?”
“마, 마마…….”
이번에는 막내 엄지가 거품을 물며 뒤로 넘어졌다.
“엄지짱!”
“도, 도와주는 테, 테…….”








장녀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팔을 뻗었다. 그러나 삼녀는 자식을 도와줄 수 없었다. 그녀 자신도 갑자기 엄습한 고통에 몸을 가누지 못 하며 바닥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왜, 왜……어, 어째서…….”
그녀는 알지 못 했다. 예능석인 차녀가 친실장에게 준 콘페이토가 지효성 코로리였던 것을. 코로리를 먹은 실장석 고기를 먹었으니, 당연히 그녀들도 코로리에 중독된 것이다.
결국 삼녀 일가는 모두 죽어버렸다. 아무리 멍청한 들실장들이라도 독을 먹고 사망한 그들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의 시체들은 그대로 방치되었고, 썩어서 식물들의 거름이 되었다.








그 자리에 한 송이 꽃이 피어났는데, 들실장들은 그 꽃을 할미꽃이라 불렀다.










실장다큐멘터리 - 겨울


오늘 살펴볼 지역은 바로 예전에 찾았었던 한국의 한강입니다.
이곳에서 사는 실장석들도 겨울의 혹독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붙는 한국의 추위는 같은 겨울이라도 그 격차가 매우 현격합니다.

이런 극심한 추위의 반복에서 한국의 실장석들이 어떻게 버텨가느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1월 막 겨울이 시작된 한강에서 실장석들이 이동을 시작합니다.
지난번에 방송했었던 장마철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실장석들은 저마다 골판지 박스를 접어서 몇 마리 되지 않는 자들과 이동을 시작합니다.
한강에서 무리지어 살던 이들이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한강은 다른 지역보다 바람이 강하고 강수량이 높습니다.
이는 겨울에도 마찬가지인지라 겨울에 한강에선 칼바람과 모진 눈보라가 잦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방문도 뜸해지기 때문에 먹이를 얻기도 힘들어집니다.
때문에 한강을 벗어나서 주택가나 인근 상가들로 실장석들은 이동을 시작합니다.
적어도 얼어서 죽는 것만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구더기까지 5마리의 자들을 거느린 친실장 한 마리가 얼마 가지 못하고 자리를 잡는군요.

보통의 실장석들은 겨울동안 1마리 내지 2마리의 자실장만을 키웁니다.
물론 먹이가 부족한 겨울동안의 생존을 위해서지요.

그런 점에서 이 친실장은 아마 이번이 처음 출산이어서 겨울이 가져올 비극을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친실장은 공원 외각에 위치한 도로와 인도 사이 수풀에 골판지 상자를 설치합니다.
아마 자들이 많기 때문에 공원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자실장 3마리가 친실장을 도와서 열심히 골판지 집을 재건하는군요.
이처럼 자식이 많으면 노동력이 필요할 때 매우 요긴합니다.

그렇지만 이 노동력이 한국의 기나긴 추위동안 크게 필요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죠.
친실장은 겨울동안 슬픈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물론 겨울이 지날 동안 살아남는다는 것이 전제로 붙지만 말입니다.

또한 한강 근처에 자리 잡은 것도 이들의 운명에 치명적인 선택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아무리 춥고 혹독한 한강의 겨울 때문에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다고 해도
한강은 언제나 사람들의 여가활동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겨울을 무사히 넘기기를 기원하면서 다른 무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실장석들이 한강의 입구를 줄줄이 지나서 각자 주변의 인가로 뿔뿔이 흩어져가는군요.
이들이 겨울동안 찾아갈 안식처는 어디일까요?

이 실장석들은 주로 건물에 딸린 실외기와 건물 지하실을 찾아서 돌아다닙니다.

기계를 가동시켜서 따뜻한 바람과 열기가 나오는 실외기는 겨울동안 쾌적한 생활을 제공합니다.
건물 지하실은 겨울의 냉풍을 막는 것도 가능하며 운이 좋으면 보일러가 설치된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보일러에서 나오는 열기와 주변에 떨어지는 물은 실장석에게 최고의 환경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 최고의 장소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한강으로 돌아가진 않습니다.
수풀이 우거진 곳 어디든 실장석은 살아갈 수 있기에
겨울철엔 아파트나 학교, 빌라 주변에 반쯤 숨겨져 있는 골판지 박스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이제 위험이란 없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곳이 한강보다 더 실장석들에게 위험한 곳입니다.

길가다가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과 자신의 집에서 빌붙어 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겨울의 추위를 피해서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는 동물은 실장석 뿐만이 아닙니다.

제작진이 미리 카메라를 설치해 놓은 지하실에 실장석 한 무리가 도착했습니다.
실장석 무리가 지하실로 통하는 작은 창문을 타고 지하실 안으로 들어옵니다.
친실장 한 마리와 자실장 두 마리 그리고 엄지 한 마리가 있군요.

엄지는 이 추운 겨울에 독라인 것을 보면 아마도 비상식량인 것 같습니다.

친실장을 도와서 자실장들이 골판지 상자를 재건하기 시작합니다.
30분 정도가 걸려서야 겨우 실장석들이 골판지 상자를 예전에 살던 모양으로 복원합니다.

친실장도 자실장도 비상식인 엄지마저도 지쳤는지
목마름에 혀를 내밀고 물을 찾아 헉헉대는군요.

마침 보일러가 설치된 지하실이었기 때문에 보일러 관에서 물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친실장과 자실장들은 정신없이 물이 떨어지는 곳에 입을 벌리고 서있습니다.

엄지도 물을 마시러 달려오나 친실장이 엄지를 발로 차서 날려버립니다.
자실장들은 그 초라한 모습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리는군요.
이 서러움을 참지 못하고 엄지는 결국 울음을 터뜨려버립니다.

이 울음소리가 지하실을 채워가고... 지하실에 뚫린 구멍 안에서 노란색 점 두 개가 움직입니다.
이 생물체는 엄지의 소리에 반응했는지 수염이 달린 코를 흔들면서 구멍에서 점차 나오기 시작합니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기어 나오는 이 노란색 점의 주인은 바로 쥐입니다.

도시, 시골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지 살 수 있는 이 동물은 생존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쥐는 상당히 잔인한 포식자입니다.
쥐의 작은 몸은 덩치대비 막대한 칼로리를 소모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먹어야 합니다.
쥐는 식물, 동물 가리지 않고 섭취하며 대상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가리지 않습니다.

뛰어난 후각과 미세한 진동도 감지하는 수염은
이 어두운 지하실에서 목표물에 확실히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가느다랗고 길쭉한 발은 바닥을 딛는 표면적을 줄이면서 걸어 다니는 소리를 최소화 시켜줍니다.
걸어 다니면서도 어디서 나는지 모를 뾱 뾱 소리를 내는 실장석과는 매우 대조적이지요.

쥐는 구멍에서 완전히 나와 구멍 밖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후각과 청각을 집중합니다.
실장석 특유의 운치 냄새와 시끄러운 울음소리는 쥐의 민감한 감각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쥐는 대상에게서 모은 정보로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일 것입니다.
만약 포식자라면 구멍으로 돌아갈 것이고 먹이라면 사냥을 시작할 것이지요.

쥐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 속에서 실장석을 먹이로 보고 있었나보군요.
어둠을 가로지르며 쥐가 빠른 속력으로 조용하게 실장석들에게 다가갑니다.

실장석들은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군요.
친실장은 보일러 주변의 열기에 꾸벅꾸벅 졸고 있으며
자실장들은 엄지를 괴롭히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습니다.

조금 씩 조금 씩 거리를 좁히던 쥐가 마침내 속력을 내서 달립니다.
엄지를 깔아뭉개고 위에 서서 조롱하던 자실장의 몸통을 쥐가 거세게 물고 구멍으로 도망칩니다.

자실장은 다급하게 친실장에게 비명을 지르고 친실장은 졸음에서 깨어나 구멍으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느릿느릿한 실장석이 구멍에 도달하기 한참 전에 쥐는 이미 구멍 속으로 모습을 감췄습니다.

오직 지하실엔 물려간 자실장이 내는 울음소리만 울려 퍼지는군요.
아까 전에도 말했다시피 쥐는 먹이가 살아있던 죽어있던 상관하지 않습니다.

산채로 뜯어 먹히는 고통에 자실장의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지하실을 채워갑니다.

이 소리에 친실장과 자실장은 이미 빵콘해서 팬티가 가득 부풀어 올랐으며
독라 상태인 엄지는 이미 바닥을 녹색으로 진하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윽고 자실장의 비명이 멈추자 친실장이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골판지 집도 포기할 정도로 다급하게 아까 내려온 길을 따라서 창문으로 도망치려 하는군요.
그러나 이 친실장은 아직 비명이 들리는 동안에 도망갔었어야 합니다.

게다가 혼자 도망가도 모자를 시간에 친실장은 마지막 남은 자가 매우 중요한 모양입니다.
자실장을 뒤에서 밀어 올려주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하는군요.

맨 밑 부분에서 엄지도 자신을 데려가라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앞서서 말씀드리지 못한 사실이지만 사실 무리를 짓는 동물은 실장석뿐만이 아닙니다.
한 배에서 많으면 24마리의 새끼가 나오는 쥐들도 대량의 무리를 지어서 생활합니다.
이 지하실의 쥐들도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구멍을 통해서 10마리가 넘는 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합니다.

먹이가 부족한 동안 굶주리던 쥐들에게 신선한 자실장은 매우 별미였을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이 정도 수의 무리에게 자실장 한 마리는 당연히 부족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수없이 많은 노란 빛의 눈동자를 본 엄지가 발광을 하면서 주저앉는군요.
엄지가 비명을 지르기가 무섭게 쥐 한 마리가 그대로 엄지를 뜯어먹기 시작합니다.

엄지의 비명에 친실장과 자실장의 움직임은 더욱 더 바빠져 가는군요.
이제 창문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쥐들이 너무 빠릅니다.

공포에 질린 자실장은 눈물을 흘리면서 다가올 죽음에 절망합니다.
자실장은 공포가 극에 달했는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벌이기 시작하는군요.

자실장을 올려주고 자신도 올라가려는 친실장에게 자실장이 주변의 돌을 주워서 던지기 시작합니다.
이 충격적인 패륜의 현장의 당사자인 친실장은 얼굴로 날아오는 돌을 막으면서 올라가지 못하는군요.

결국 자실장이 바라는 대로 일이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그들에겐 결코 잠깐의 시간이 아니었을 중요한 시간이 날아갔습니다.
어느새 쥐들은 친실장의 뒤까지 와버렸고 천천히 포위망을 좁히면서 친실장에게 다가갑니다.

자실장은 황급히 창문을 통해서 도망가고 친실장은 그 모습을 보면서 울부짖습니다.
친실장은 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쥐들도 함부로 다가가지 못할 것 같지만
굶주린 쥐들과 한 방에 갇힌다면 고양이조차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쥐들의 오랜 굶주림을 끝마칠 고기 파티가 시작되었군요.
친실장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지만 몸을 뜯어먹는 10마리의 쥐들을 제지하기엔 힘이 부족합니다.
친실장은 입으로 무언가 소리를 질러대다가 결국 끔찍한 비명소리만을 남기고 사라져갑니다.

창문 밖으로 뛰쳐나간 패륜아는 들려오는 비명을 외면하고자 귀를 막고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습니다.
좀 더 도망가는 게 좋을 텐데 실장석의 머리론 당장의 위험만 모면하면 되나 봅니다.
눈에서 나오는 눈물은 친실장에 대한 미안함에선지 혹은 살았다는 안도감에선지 알 수 없습니다.

쓰러져서 흐느끼는 자실장의 위로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군요.
눈물을 쥐어짜던 자실장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눈이 신기한지
울던 것도 멈추고 떨어지는 눈을 바라봅니다.

지금은 그저 신기한 감정이겠지만
이 자실장은 오늘이 가기 전에 사무치게 후회할 것입니다.
아까 지하실에서 자신의 친실장과 함께 죽지 못한 것을 말이죠.

앞으로 올 비극은 알지도 못한 채
자실장은 비극의 눈송이를 손으로 잡아보려 애쓰면서 점차 지하실과 멀어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