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텐트 (비달 ヴィダル)


 
며칠 사이에 갑자기 추워졌다. 낮에는 그렇지 않아도 날이 저물면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외투를 껴입는 나도 그런데, 얇은 녹색 옷 한 벌의 실장석들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걷어차면 열릴 듯 말 듯한 낡은 아파트의 문 앞에서 열쇠를 꺼냈을 때 문 앞에 방치했던 조개탄이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조개탄이라는 것은 아몬드 초콜릿 크기의 작은 연탄을 생각하면 된다. 100엔 숍에 가면 드물게 아웃도어 용품으로 20알 단위로 팔리고 있다. 목련 크기의 미니 풍로와 함께 산 물건이지만 게으른 나는 한번 쓴 뒤 그냥 문 앞에 방치 플레이다. 그러고 보니, 그 미니 풍로도 보이지 않는다. 사용법을 아는 누가 훔쳐갔나? 아이들이 장난으로 가져갔나? 두개 합쳐도 200엔 밖에 안되는 거라 화도 안 났다.

열쇠로 열고 안에 들어오니 난방은 없어도 역시 밖보다는 따뜻하다. 방 창문에서 밖을 내려다보니 눈 닿는 거리에 실장석 한 마리가 있었다. 내 방은 1층이라 주위의 모습은 금방 눈에 띈다.

데에-데에-하고 웅크리고 앉아 신음하는 소리가 유리창 너머로 들린다. 잘 보니 양손을 왼쪽 뺨에 대고 뭔가를 참고 있는 것 같다.

데에에에에엣!!

갑자기 그 실장석은 소리 지르며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를 집어 들어 자신의 입에 넣고 밀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데엣하고 짧게 외치고 움직임을 멈추며 손에서 나뭇가지가 땅바닥에 똑 떨어졌다.

데엣! 데에에에에엣!

가로수가 심어진 길을 뒹굴고 있는 실장석의 모습에서 짚이는 바가 있었다. 밖을 걷고 있을 때 역시나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들실장을 만난 적이 있었다. 데스~웅하고 귀에 거슬리는 아양을 떨었지만, 그 입 속에 갈색으로 변색된 이빨이 보였다. 충치였다. 그 녀석의 목소리에 인간이 왔음을 감지한 다른 들실장들도 몰려들어 단체로 아양을 떨며 먹이를 요구했으나, 모든 실장들이 치아에 문제가 있었다.

이 주변은 편의점이 밀집해 있고 점포에서 폐기된 식품이나 음식물 쓰레기통의 잔반 등이 풍부하게 있으므로, 여기 들실장들은 호화로운 식량 사정으로 지내고 있다. 그러나 인간과 같은 것을 먹고 있으면서도 양치는 커녕 입을 헹구는 습관도 없는 들실장들이 충치를 앓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렇게 생긴 치통을 견디지 못하고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거리를 구르던 들실장들은 결국 인간의 분노를 사서 길거리의 은행열매처럼 뭉개진다.

데에에엣! 데엣! 데엣!

아직도 흙먼지를 일으키며 고통스럽게 뒹구는 실장석을 보면서 저 녀석도 내일쯤 죽어있겠지- 하고 커튼을 쳤다.

데에~ 데에~

심야가 지났을 무렵에 실장석의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잠이 얕았던 건가. 이리로 이사온 후 줄곧 겪는 일이라 보통은 그대로 자버리지만.... 불이 꺼진 어둠 속 멀리서 희미하게 치통에 시달리는 실장석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숫자로 따지자면 6마리 정도? 이런 귀에 거슬리는 합창에 매일 시달려야 하니...이미 익숙해진 나도 대단한 놈인 것 같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실장석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게 나의 의식이 희미해진 건지, 녀석들이 침묵한 건지는 불분명했다.

다음날, 알바가 끝나고 귀가길에 오른 나는 조금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운동부족이 되지 않도록 하루 걸음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귀가길 중간 정도까지 왔을 때 깨달아 버렸다. 전에 먹이를 조르던 들실장들을 만난 게 이 길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서, 또 몇 마리의 들실장들이 발밑으로 바짝 다가오고 있었다.

헤후~웅

... 기묘한 울음 소리이다. 이 녀석 한 마리만이 아니다. 다른 들실장들도 모두 마찬가지,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내며 먹이를 달라고 조르고 있다. 자세히 보면 놈들의 칠칠치 못하게 벌어진 입에는 이빨이 듬성듬성 밖에는 나있지가 않았다. 앞니가 아래에 한 개만 남아 있는 놈, 위에 하나 뿐인 놈, 징검다리처럼 번갈아 빠져있는 놈……. 처량한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실장석의 머리카락은 두 번 다시 재생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빨은 어떨까? 만약 재생하지 않는다면 이 녀석들은 인간 대상의 부드러운 식품 밖에 먹지 못할 것이고, 잔반의 공급이 끊기면 음식을 먹지 못해서 굶어 죽을 것이다. 하지만 뭐 실장석이 어떻게 되든간에 내 알 바는 아니다. 발등으로 적당히 피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차서 넘어뜨려 길을 터주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나는 또 다시 실장석들의 신음 소리에 잠을 설쳤다. 초조함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불도 켜지 않은 채 창문으로 향했다. 오랫동안 실장석들의 목소리를 계속 들어 왔기 때문에 대체로 어떤 종류의 목소리가 어떤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버렸다. 이 소리는 통증을 참고 있을 때 내는 소리다. 뭐 이런 능력은 한 푼의 이득도 안 되지만.

결국 나는 엄청 화가 나서, 거의 충동적으로 창가에서 돌아와 현관에 있던 방망이를 들고 창문에서 뛰쳐나가기 직전까지 갔다. 밖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잊을 정도로 열 받았다. 한 마리씩 으깨는 것도 불빛이 필요하리라 생각이 들어 손전등을 찾다가 보니 실장석들의 신음 소리가 어젯밤처럼 뚝 그쳐 버렸다. 덕분에 평정을 되찾긴 했는데, 나는 이번에는 왜 갑자기 소리가 멈춘 것인지가 궁금해서, 그것을 확인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실장석 소리가 나던 곳은 멀지 않을 것이다. 손전등으로 발밑을 비추며 나아가다 보니, 무릎 높이로 무성한 철쭉 뿌리 부근에 비닐로 지어진 천막 같은 것이 불빛에 비춰졌다. 요즘은 통 보기 힘들게 된 시커먼 쓰레기 봉투가 직사각형으로 팽팽하게 세워져 있다. 무릎을 굽히며 윗부분을 만져 보니 확실히 뭔가 닿는 느낌이 있었다. 아무래도 골판지 상자에 검은 봉투를 둘러 씌운 것 같다. 텐트의 측면에 칼집이 있는데, 아마 거기가 출입문일 것이다. 비닐 끝을 지면에서 교차시키고 밑부분에 넣어서 밀폐성을 높이고 있다.

비닐을 들쳐 커튼을 열듯 좌우로 펼치고, 그 안을 손전등으로 비추어 보았다. 거기에는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운 5마리의 실장석이 누워 있었다. 얼굴까지 보이진 않지만, 어쩐지 나에겐 죽은 것처럼 보였다. 가슴이 호흡으로 오르내리지 않는 걸 보니 나의 직감은 옳았다. 텐트의 중앙에 통 모양의 하얀 물체가 놓여져 있는 것이 보인다. 어깨가 땅에 닿을 정도로 몸을 평행하게 하고 안을 들여다 보니, 그것이 나의 미니 풍로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안에서 흘러나오는 공기는 묘하게 따뜻하다. 그러고 보니 입구 부근의 일부에 조개탄 특유의 검은 얼룩이 묻어 있다. 내 집에서 훔쳐 온 것임에 틀림 없었다. 그렇다면, 이 실장석들은 몸을 녹이려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됐다는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그때,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걷는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손전등을 끄고 뒷걸음질 쳐서 물러나 아파트 그림자에 숨었다. 발소리로 보아 실장석인 것은 알고 있다. 여기서 숨어서 보고 있으면 수수께끼가 풀릴지도 모른다. 나는 얼굴만 내놓고 발소리가 나는 쪽을 지켜보고 있으니 작은 등불을 가진 실장석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실장석은 눌러서 점화하는 가스 라이터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불빛 삼아 이쪽으로 걸어왔다. 주황색 불꽃이 뿜어내는 불빛에 언뜻 비친 무표정한 실장석의 얼굴은 어쩐지 좀 섬뜩하다.

이윽고 천막 입구에 선 실장석은 라이터를 끄더니, 안으로 들어가 한 마리의 실장석을 끌고 나왔다. 데엣-데엣-하고 기합을 주며 두 다리를 잡고 낙엽 위를 질질 끌며 아파트 입구의 계단등 앞까지 올라와서, 땀을 닦고 주머니에서 니퍼를 꺼냈다.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도 가질 않는다.

끌려온 실장석의 입을 비틀어 벌리니 충치 투성이의 입안이 보였다. 수상한 실장석은 그 녀석의 입에 니퍼를 넣고 무엇인가를 하면서 뎃-뎃- 소리를 내고 있더니, 갑자기 탁- 소리가 나고 피가 튀었다. 더럽게 변색된 이빨이 니퍼 끝에 달려 있었다. 한 개를 뽑더니, 다음 이를 뽑는 작업에 착수한다. 상당한 솜씨로 차례차례 치아를 뽑아 간다.

나는 시체의 이를 뽑는 무의미한 작업에 약간 으스스함을 느꼈지만, 실장 따위에게 겁먹는 건 인간의 불명예다. 끝까지 녀석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작업을 끝낸 것 같은 실장석은 또 그 녀석을 질질 끌면서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번에는 아파트 부지 내로 나아가 이번엔 정원수가 없는 통풍 좋은 장소에 그 녀석을 눕히고 놈의 입가에 4번 접은 전단지를 부채질해서 바람을 보내기 시작했다. 좀 지나니 이가 빠진 실장석의 입가에서 휴우-휴우-하고 숨 쉬는 소리가 들려 온다. 이어서 가슴이 또렷하게 오르내리며 호흡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니퍼를 가진 실장석은 그것을 보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비닐로 덮인 텐트로 돌아가서 같은 작업을 되풀이했다. 좋은 장소로 운반하여 썩은 이를 뽑고, 바람을 보내어 소생시킨다.

그런 건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밀폐에 가까운 실내에서 숯을 태워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킨 텐트 안에서, 충치를 앓는 실장석을 가사 상태에 빠뜨린다. 그리고 시신에서 썩은 이를 빼낸 뒤에 신선한 산소를 불어서 소생시킨다. 위석이 부서지지 않는 한 몇 번이라도 되살아나는 실장석으로서는 고통 없이 생명 활동이 정지하는 안락사는 전신마취나 다름없다.

충치 실장을 고통에서 구해 주고 치료해 주는 저 녀석은 의사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놈은 들실장과 다를 바는 없어도 피부가 꽤 혈색이 좋다. 치료를 받은 실장석들로부터 보수에 해당하는 식량을 얻고 있을 것이다. 어제 밤에 갑자기 실장석들의 신음 소리가 그친 것도 텐트 안에서 중독을 일으켜 죽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충치를 모두 뺀 후에 소생해서, 오늘 아르바이트에서 돌아오는 내 다리에 들러 붙어왔던 것이다. 녀석들 전부가 이가 뽑혀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인가.

니퍼를 쥔 실장석은 지금도 열심히 이를 뽑고 있다. 저 녀석은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냈을까? 뉴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것인가? 그 정도로 영리한 생명체인가? 아니, 그 전에 생명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지조차 애매하다. 밀 이삭에서 케이크나 국수를 발명한 인간처럼 녀석들도 초인적인 번뜩임을 내기라도 하는 건가? 아니 오히려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내가 바보일지도 모른다...

다음날 아침 텐트를 확인해 보려고 1층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내려가 보니, 어제 그 실장석들이 막 눈을 떴는지 몇 마리가 후에에-하는 꼴사나운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고, 나머지 몇 마리는 후에후-하고 이빨 사이에서 바람을 내뿜으며 다가왔다. 나는 그놈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길 저편에 내던져 버렸다.

몸단장을 하고 아르바이트에 가러 가던 도중 편의점 앞을 지나가자, 꾀죄한 들실장이 쩝-쩝- 불쾌한 소리를 내며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지저분하게 먹는 모습과 맞닥뜨렸다. 귀여움 따위는 추호도 없다. 친자끼리 천박하게 주저앉아 식품 비닐 포장을 입가에 늘어뜨린 채 데히-데히- 하고 꾸역꾸역 입에 털어넣는 모습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발로 걷어차고 싶지도 않다. 신발이 놈들의 입김으로 더러워질 것 같다.

한밤중에 그렇게 열심히 이빨을 치료해준 녀석도 참 불쌍하다. 
네가 아무리 남을 위해 노력하더라도 놈들의 성격이 근본부터 변하지 않는 한 지금 상황은 나아질 리 없을 테니까. 
그걸 깨닫지 못해서 실장석인 건가.

아니, 애초에 실장석 따위가 그런 숭고한 사명을 갖고 살 리가 있나? 녀석은 그냥 그날 그날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아갈 뿐인, 하루살이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은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 연명하는 나도 같은 것이 아닌가? 
속에 거무칙칙한 무언가가 넘쳐흐르는 듯한 느낌이.

내가 실장석과 같은가? 실장석과 똑같다고?
아니다. 그럴 리 없다. 내가 실장석보다 못날 리가 없다.
실장석 따위가 감히 남을 위해 봉사하고 놈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게 어이가 없는 일인 것이다.

역으로 향하던 도중에 나의 시야 한 구석에 낯익은 실장이 들어왔다. 어젯밤 본, 그 의료를 실시하고 있었던 실장석임이 틀림없었다. 튀긴 피로 더러워진 앞치마가 싫어도 식별을 용이하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이런 하찮은 존재의 삶만도 못하다고? 그런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아니,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그 녀석의 앞을 막아서며 녀석의 몸에 큰 그림자를 드리워 주었다.

"데에-?"

녀석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거리는 다시 실장석들의 신음으로 만연하게 되었다. 이제 치료를 베풀어 줄 개체는 없다. 왜냐면 놈은 내가 그 자리에서 죽였으니까. 

나랑, 즉 인간과 같은 삶을 찾아 자립하는 실장석 따위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그 녀석은 살아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네가 죽어서 내가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으니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죽다니 그게 실장석으로 태어난 너의 행복이자 최대 가치가 아닌가? 
내가 만든 도로의 얼룩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물었다. 
휘몰아치는 바람은 매우 차가워서, 겨울의 도래를 암시하고 있었다.


내게도 실장석에게도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 끝 −


















냉장고


 

밤의 길을 걷는 부모와 자실장들이 있었다.
「너희, 냉장고라는 것을 알고 있는 데스?」
「모르는 테치」
「냉장고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우리들에게 먹이는 음식을 넣어 두기 위한 상자데스.그 안에는, 맛있는 것이 가득 들어가 있는 데스」
「대단한 테치」

친실장의 이야기를 들어, 흥분하는 자실장들.
태어나 이제까지, 배가 가득 찰 때까지 식사를 한 적이 없는 들의 자실장들은, 음식 물이 가득 들어가 있다고 하는 일에 흥분했다.

「그 상자가 있으면 맛좋은 음식 가득 테츄!」
「배 가득 마음껏 먹는 테치!」

군침을 흘리면서 눈을 빛내며 날뛰어 도는 자실장들.

「조용하게 하는 데스.학대파의 인간에 발견되면 심한 일을 당하는 데스」
「 미, 미안테치」
「지금, 그 냉장고가 가득 있다고 하는 곳으로 향하고 있는 데스.거기에 가면 맛좋은 음식 마음껏 먹기 데스」
「마음껏 먹기 테치!」

다시 또 떠들기 시작해 흥분하는 자실장들.
무리도 아니다.
맛있는 것이 가득 차 있다고 하는 상자가, 가득 있다는 것으로부터.
식욕의 덩어리이기도 한 실장석에 있어서는, 맛좋은 음식 마음껏 먹는다고 하는 것은 이 이상 없는 행복 일 것이다.

들뜬 기분의 자실장을 거느린 친실장석의 일단은 어느 건물의 앞으로 왔다.

「여기가 그 냉장고가 가득 있는 곳 데스」
「 마, 맛좋은 음식 테치···」
「마음껏 먹기 테츄···」

군침이 멈추지 않게 되는 자실장들.
 떠들지 말아라 라고 주의하는 친실장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낮은 인간이 있어 들어갈수 없는 데스,그렇지만 지금의 시간이라면 아무도 없는 데스」
「빨리 들어가 마구 먹어 대는 테츄마마」
「침착하는 데스.입구는 확실히 이쪽에 있을 것 데스」

 부모는 그 건물의 주위를 돌아, 울타리가 찢어져 있는 곳을 찾아내 거기에서 부지로 침입했다.
뒤따라 계속 가는 자실장들.
 걸어간 뒤에는 군침이 남아 있다.

「맛좋은 음식 테치♪맛좋은 음식 테치♪」

 친실장은 소란을 피우는 자를 침착하게 하면서, 건물의 입구를 찾는다.
그 때, 반 열려 있는 창을 찾아내 거기로부터 들어갔다.

「보는 데스.이것이 냉장고 데스」
「테치!」

 친실장이 말하는 대로, 거기에는 냉장고가 가득 있었다.
흥분한 나머지 빵콘하는 자실장도 있었다.

「마마, 마마, 빨리 맛좋은 음식 먹는 테츄!」
「네네, 침착하는 데스.자아, 맛좋은 음식 데스···데스?」

 부모는 제일 근처에 있는 냉장고를 열었다. 그러나,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마마 아무것도 들어가 있지 않는 테츄」
「이상한 데스.냉장고 안에는 음식이 들어가 있을 것 데스.다음의 것을 열어 보는 데스」

그러나, 어느 냉장고도 텅 비었다.

「마마는 거짓말쟁이 테치!거짓말쟁이 테치!」
「그렇지 않은 데스.이 냉장고에는 음식이 들어가 있을 것 데스.전에 닌겐의 집에 들어갔을 때는 가득 들어가고 있었던 데스」

 데스데스 신음하면서 생각하는 친실장.
자실장은 부모에게 거짓말쟁이 콜을 하고 있다.

「아, 생각해 낸 데스.그 집에는 낮에 접어든 데스.밤의 사이는 반드시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는 데 스」
「과연 테치!그럼 내일 낮까지 여기서 기다리는 테치」
「기다리는 데스, 이 냉장고 안에 들어가 숨어 기다리고 있는 데스.그러면, 학대파의 인간이나 다른 간사한 동료에게 발견되는 일도 없는 데스」
「과연 마마, 머리 좋은 테치♪」

 부모는 자실장을 들어 올려 1개의 냉장고 안에 차례차례로 넣어갔다.
마지막에 자신이 들어간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내일 낮에는 맛좋은 음식 가득 받을 수 있는 데스」
「맛좋은 음식 테치!맛좋은 음식 테치!」
「마음껏 먹기 테치!마음껏 먹기 테치!」

 다시 또 흥분하는 자실장들.
이번은 전원이 빵콘 하고 있다.
 그 때, 자실장이 날뛴 충격의 탓인지, 문이 닫혔다.

「마마, 문이 닫혀 버렸테츄」
「조금 기다리는 데스···어머나, 열지 않는 데스」

밖으로부터는 간단하게 열었지만, 안쪽으로부터라면 능숙하게 힘이 들어가지 않는 탓인지 열리지않아다.

「마마, 갇혀 버렸테치?」
「괜찮은데스.내일이 되면 인간이 먹이를 여기에 넣으러 오는 데스.그 때에 나가면 되는 데스」
「과연 마마, 머리 좋은 테치♪」
「아직도 시간 있는 데스.그것까지 천천히 자며 기다리는 데스」
「안녕히 주무세테치마마」

 부모와 자식은 그 냉장고 안에서 인간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



「우와, 뭐야 이건!」
남자가 냉장고를 열자, 안으로부터 실장석 부모와 자식 4마리의 시체와 대량의 대변이 나왔다.
 어느 실장석도 삐쩍 여위고 있어 어느 얼굴도 고통에 뒤틀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사한 것 같다.

 「오∼!어째서 이런 곳에 실장석이 들어가는거야?」
「왜그래?」
「짜증나네 소장.냉장고 안에 실장석의 시체가 있어요」
「정말인가?우와, 이건 심한데」
「그렇죠?먹이가 있다고 생각했겠죠?」
「그럴까?그렇지만, 어째서 이런 곳에 먹이가 있다고 생각했을까?」

냉장고수리 공장의 창고에서, 그곳의 소장과 종업원은 4마리의 시체를 보면서 머리를 기울이고 있었다.









애완동물 공원묘지에서

 

"미도리, 네가 없어진지도 벌써 한달 가까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단다.
네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고 있어.
너는 매일 아침 나를 깨워주고 방의 청소도 해줬었지.
내가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줬었고..
너랑 먹는 스시와 스테이크와 콘페이토는 정말로 맛있었어.
함께 욕조에 들어가 너의 몸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것이 낙이었단다.
아무리 싫은 일이 있었어도 너 덕분에 잊을 수가 있었어.
미도리... 네가 없는 생활이란.. 나에게는 믿기지가 않아..."

작은 묘석 앞에 무릎을 꿇고 청년은 말했다.
여기는 애완동물 전용 묘원이다.
전망 좋은 언덕 위에 개, 고양이, 그리고 실장석들이 묻혀있다.


수풀 밑 그늘에서 청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들이 있었다.
묘원에 살고 있는 들실장들이다.

들실장들은 묘원을 방문하는 참배자들에게 공물로 가져온 과자나 과일을 달라고 치근대며 살아가고 있었다.
극히 드물게 사망한 사육실장 대신에 들실장을 데려가는 유별난 사람도 있기 때문에, 들실장들이 가망이 있어보이는 사람들을 알아보고 스스로를 어필하는 경우도 있다.
빈손으로 찾아온 청년을 보고 처음에는 혀를 찼던 들실장들도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바싹 긴장했다.
청년이 허리를 드는 순간을 가늠하여 들실장들은 청년 아래로 모여들었다.

"닌겐상, 쓸쓸하다면 와타시가 사육이 되어주는 데스!"
"전 사육실장인 마마한테서 사육실장의 훈육을 받은 테치! 와타시가 가장 우수테치!"
"무엇이든 돕는 데스! 절대로 지리지 않는 데스! 키워주는 데스! 키워라 데스!"

제각기 사육실장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는 들실장들에게 둘러쌓인 청년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


잠시 그러고 있는데 멀리서 한마리의 들실장이 찾아왔다.
그 들실장은 연보라색 괭이밥꽃을 한송이 가슴에 지니고 있었다.
신묘한 표정으로 묘비 앞에 선 들실장은 무릎을 꿇더니 공손한 자세로 묘석에 괭이밥꽃을 바쳤다.





"실례지만 몰래 이야기를 들었던 데스.
같은 실장석으로서 미도리상의 명복을 빌고 싶은 데스.
미도리상이 돌아가신 것은 정말 유감데스.
하지만, 멋진 주인님과 만났던 미도리상은 행복했을 것인 데스."

그렇게 말한 들실장은 무덤을 향해 합장했다.
뜻밖의 고차원 퍼포먼스를 지켜본 다른 들실장들은 기가 죽어서 할말을 잃고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묵념을 마치고 고개를 든 들실장은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청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미도리는 장수하지 못했다. 너는 튼튼한 아이니?"
"보다시피 건강한 데스. 장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스!"
"...그래, 알겠다. 따라오렴"

청년의 마음에 든 들실장은 차를 타고 묘원을 빠져나갔다.
남겨진 들실장들은 발을 동동구르며 안타까워 했다.



냉방된 차안은 시원했다.
그 상쾌함에 도취되면서 들실장은 조수석 시트 위에 깔려있는 신문지 위에서 편히 쉬고 있다.

"너의 이름도 미도리로 하자. 잘 부탁한다, 미도리"
"알겠는 데스! 멋진 이름데스. 정말로 기쁜 데스!"

도대체 몇마리째의 미도리인 걸까.
다정한 주인을 목적으로 경쟁하며 자신을 어필하는 들실장들.
청년은,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보고 싶어서 생면부지의 무덤 앞에서 생쇼를 했다.
말할 것도 없이, 학대파다.











즐겁게♪ 실장석을 기르는 방법

 



오늘은 집에서 사육하고 있는 실장석인 미도리의 출산일이다.

한마리씩 따뜻하게 데운 물이 담겨진 세숫대야 안에 아기를 낳아서는, 아기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점막을
세심하게 떼어내고 있는 미도리.
"텟츄! 처음 뵙겠테치, 마마, 인간씨♪"
"이것이 바깥의 세계인테치? 어쩐지 눈이 부신테츄~, 그렇지만 어쩐지 좋은 냄새가 나는테치♪"
"마마에게 끈쩍끈적한 것이 떨어져 나가서 굉장히 쾌적한테치, 노래를 부르고 싶은 기분인테츄♪"
이 세상에서 생명을 얻은 기쁨, 그 감정을 억누를 길이 없어 노래하기 시작하는 자실장들.
"텟테로게~♪"
그 노랫소리는 아첨하는 것만큼 능숙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3마리가 각각의 마음이 향하는 대로
재잘거리는 그 노래는, 이 세계에 태어나고 싶어 했던 순수한 기쁨에 넘쳐 듣고 있는 나의 마음에도
희열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뽀쟈앗.
4마리째가 세숫대야 안에 출산되었다.
미도리는 허겁지겁 더운 물 속에서 구더기 상태의 아기를 건져 올려, 서둘러 점막을 날름날름 벗겨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 점막이 굳어져 버리므로 미도리 또한 필사적이다.
"마마, 빨리 끈적끈적한 것을 떼어주레후~, 나도 같이 언니들이랑 노래하고 싶은레후~"
"네, 네. 지금 마마가 할짝할짝 해주는데스. …후우, 과연 5마리나 낳는 것은 대단한 일인데스."
필사적으로 점막을 제거하고 있는 미도리, 그 모습은 실장의 출산만이 가능한 광경이다.

"…에엣, 5마리? 4마리 아니었어?"
다시 출생한 아이들의 수를 센다.
지금 점막을 제거하고 있는 구더기 실장을 포함해도 4마리밖에 없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데스? 꼬마 주인님 확실히 아이들은 모두 5마리데스"
"아냐, 아닌데. 확실히 4마리밖에…"
"텟테레이ー♪"
조금 전 4번이나 들은지 얼마 안되는 효과음이 방에 울린다.
―――순간

스포―――옹!

출생한 자실장들에게, 이유식으로 갈아서 주려고 준비해 놨던 사과가 아래위 두동강으로 갈라졌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사과의 윗부분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천정으로 갑자기 날아갔다!
"앗!?"
위로 고개를 들어젖히는 나.
그리고, 갈라진 사과 안에 '그것'이 있었다.
"어라어라, 건강한 아이데스"
그렇게 말하며, 갈라진 사과 안에 있던 '그것'을 상냥하게 어루만지는 미도리.
그것은 다른 아이들에게 향하는 것과 완전히 같은 친애의 정으로 보였다.
"……………"
그러나, '그것'은 다른 아이들과는 상당히 몸 형태가 다르고, 노래를 하지도 않고, '텟치텟치'하면서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아무래도 부모같은 미도리에 대해서도 특별히 시선을 맞추지도 않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전혀 모르겠다.
"아기…야? '그것'도… 그렇지만 다른 아이들과 전혀 다르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데스? 다른 아이와 같이 나에게 금쪽같은, 귀엽고 또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들인데스♪"

"부스럭"
"젯갸아아아―――앗!!
미도리의 놀란 눈을 가볍게 짓이겨 한방 먹여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공중제비로 방을 돌았는데, 출산 직후라고 하지만 기력이 넘치는 것이다.
"마, 마마―――!!"
전라로 절규하면서 방을 돌아다니는 어머니를 걱정하는 자실장들.
그러나, 그런데도 '이 아이'는 시선이 허공에 아무렇게나 맴돌아, 그 표정으로부터 감정을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튼튼한 '그 아이'를 잡아서 말을 꺼냈다.
"……………"
"이것도 실장석의 아이인가~, 그렇지만 실장석으로부터 태어났다고 하기보다는 사과로부터 태어난 것이지."
"……………"
"으음, 진부하지만 너의 이름을 '사과'로 할까? 아 ―그래, '링고'('사과'의 일본어)로 하자. 여자아이로군, …여자아이 맞지?"
"……………테스ー"
"와앗, 말했다! 으음, 그 울음소리를 들으니 실장석이라는 게 실감나는걸."

방에 울리는 엄마실장과 자실장들의 소리.
그리고 조금 이상한 링고.
지금까지보다 조금… 아니, 꽤 소란스러워진 방을 본 나, 나는 앞으로의 생활을 생각했다.
실제의 생활이 어떻게 될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생각하는 지금의 나의 얼굴은 상당히 힘이 빠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잘 부탁해!"
     ·
     ·
     ·
     ·
     ·
"…레훈…레훈, 마마도 인간씨도 나를 잊고 있는레후, …너, 너무한레후~"







실장석을 기르기에 즈음해서, 반드시 필요하게 되는 것의 하나는 실장옷의 세탁입니다.

실장옷은 옷이라고는 해도, 실제로는 거북이의 등껍데기와 같은 것이며, 그 자체가 실장석의 몸의 일부입니다.
당연히, 각각의 실장석에게 맞는 것은 선천적으로 입고 있는 한벌 뿐이어서, 잃어버리면 다른 대용품을 구할 수 없습니다.
실장숍 등에서 팔리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실장석 사이즈의 보통 옷이며, 진짜 실장옷과는 별개입니다.

특히 구더기실장이나, 자실장의 시기에는 자기의 타고난 실장옷을 입히고 있었을 경우에 비교해 그 이외의 옷을 입었을 경우에는,
그 성장속도나 정서면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생겨 버립니다.
물론 기성의 옷 따위를 덮어 씌워도 괜찮습니다만, 취침시 등은 가능한 한 자기 본래의 실장옷을 입혀 주도록 해 주세요.

그런데, 실장옷의 세탁입니다만, 실장옷은 인간의 옷에 비하면 매우 무르기 때문에, 세탁기로 씻자마자 손상되어버립니다.
최근에는 실장옷에 대응한 세탁기도 팔리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고가의 물건이므로,
일반의 가정에서는 실장석 자신에게 세탁을 시키면 좋을 것입니다.

세탁의 방법입니다만,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세숫대야 등에 따뜻하게 데운 물을 부어 주어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세제를 적당량 넣은 다음에 실장석 자신에게
손빨래를 하게끔 시킬 뿐입니다.
실내에서 보통으로 길러지고 있는 경우, 이만큼으로도 때나 냄새를 없애려면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닦이지 않는 때나 냄새 등이 있는 경우는, 가까이에 있는 실장숍, 또는 실장옷도 취급하고 있는
클리닝점 등에 가져가면 좋을 것입니다.

덧붙여서, 갓 태어난 자실장의 실장옷은 성체의 실장옷에 비해서도 무르기 때문에, 비록 손빨래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힘으로는
옷을 손상시켜 버립니다.
돕고 싶다고 하는 주인의 충분한 기분도 있겠지만서도, 예의범절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스스로 세탁시킵니다.


"……… 과연―, 돕지 말고 자실장 스스로에게 시켜야 하는 것…인가. …으음, 다음에는 조심하자."
나의 손 안에 있는 실장옷이었던 물건, 그리고 눈 앞에서 빵콘한 채 실신하고 있는 자실장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맹세하는 것이었다.







오늘은 자실장들이 태어나고 나서, 처음으로 공원에 놀러 가려고 한다.

"외출한뎃스우♪ 너희들도 서두르는 데스!"
뎃스뎃스, 텟치텟치, 보쿠―, 예전보다 상당히 소란스러운 출발 준비.
5마리의 아이들의 부모가 된 미도리는, 보물로 여기는 핑크색 핸드백에 작은 구더기 실장을 소중하게 집어넣었다.
"바깥레후, 바깥레후~♪"
출산시의 불행한 사고로, 자실장이 될 수 없었던 넷째 '시쨩'.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슬퍼할 것도 없다고 할까, 완전히 잊고 건강한 구더기쨩이 되었다.

"서두르는 테치―잇!"
팬츠에 실장구두 차림으로, 현관에 종종종종 달려가는 것은 장녀 '이치코'.
이 아이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중요한 옷을 잃어 버렸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고 해도, 나에게도 그 일단의 책임이 있으므로 다음날 실장숍에서 빈티지의 실장옷을 사 주었다.
핑크색으로 머리에 쌍떡잎 새싹같은 물건이 붙어 있는 희귀한 옷이었다.
전의 소유자가 불필요하게 된 것 같아서, 꽤 싸게 팔리고 있던 것은 비밀이다.
그러나 왠지 이치코는 그 옷을 입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 피눈물을 흘리면서까지 거부하기 때문에
결국 그 옷은 옷장 속에 처박히게 되어 버렸다.
나도 화가 났기 때문에, 이치코는 이 스타일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제부터 점점 추워지고 있지만, 실내에서 사육하고 있으므로 아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된다.

현관에서 열린 문을 붙잡고 있는 나의 옆을 빠져나온 미도리들은 뜰로 달린다.
거기에는 우리 집의 실장들이, 밖에 나갈 때에 빼놓지 않고 챙겨가야만 하는 것이 있다.

기본적으로 실장 시리즈의 이동 속도는 절망적일 정도로 늦다.
성체가 전속력으로 달려도, 인간 아이가 걷는 속도와 같은 정도이다.
이것으로는 주인과 함께 걸어 이동하는 것은, 주인이 상당히 한가한 성격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육 실장에게는 보행 이외의 다른 이동 수단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 많다.
데스쿠터의 종류라면 실장의 걸음이 느린 것을 보충하고도 남고, 유모차와 같이 실장을 싣고 달리는
짓소우카도 팔고 있어서, 거기에 실장을 싣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 걷는 주인도 있다.

내 집에서는 실장들을 이동시키는 데에, 우리 집을 지키는 개 듀크를 이용한다.
나라도 탈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의 크기를 가진 개이므로, 당연히 실장석을 태워서 옮기는 정도는 문제가 없다.
덧붙여서 눈썹은 내가 그려놓은 것이고, 당연히 유성이다.
"일번이뎃스♪"
"이번인테칫♪"
뜰에 놓여진 받침대로부터 차례차례로 듀크의 등에 기어올라가는 실장들,
…그러나.
"테엣!? 내가 탈 곳이 없는 테치!"
그렇다, 이전에는 집에서 기르고 있는 실장석인 미도리와 실창석인 아오이 2마리 뿐이었다.
2마리가 타도 듀크의 등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도리의 아이들이 단번에 5마리나 증가했다.
당연히 듀크의 등은 만원 상태, 탈 수 없는 것은 서서 가야 한다.

"자, 출발데스우!"
무난히 듀크의 등에 탈 수 있었던 것은 미도리, 이치코, 아오코, 그리고 셋째인 미츠마루―.
아무래도 다섯째였던 것 같은 링고는, 원래의 이동수단은 필요치 않은 것 같다.
즉, 허탕친 것은 둘째 한마리.
이름은 니코, 언제라도 생글생글(ニコニコ) 웃고 있을 수 있도록 그런 이름을 붙였다.
…라고 미도리는 설명했지만, 사실은 단순히 둘째였기 때문이었다. (2子=にこ)

"처음으로 바깥에 나와 기쁜레후~♪"
"햇님이 따끈따끈 따뜻한 테츄♪"
"공원에 도착하면 우선, 위험한 장소와 해서는 안되는 것들을 가르치는데스.
나와 아오쨩이 말하는 것을 확실하게 듣고서 공원 산책을 엔죠이하는 데스."
비교적 좋은 장소를 확보한 미도리와 이치코, 그리고 시쨩은 즐거운 듯이 담소하고 있다.
그와는 별개로, 탈 수 있기는 했지만 장소가 나빠서, 어떻게든 매달리고 있는 모습의 아오코와 미츠마루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이다.
"거기는 나의 장소였는데 보쿠~"
"텟, 텟, 텟, 흔들리는, 흔들리는 테치~!(날카로운 비명소리)"
그러나 2마리는 탈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아직 행복한 편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뒤쪽에는 더 비참한 니코가 있기 때문이다.

"테히―잇! 테히―잇! 기다리테치―잇!"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대량의 땀을 흩뿌리면서 듀크를 뒤쫓는 니코.
별로 듀크는 달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보통 속도로 걷고 있을 뿐이다.
아니, 타고 있는 미도리들을 배려해서 오히려 걸음은 늦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런데도 니코의 작은 몸은 듀크로부터 자꾸자꾸 멀어져 간다.
"이봐요, 이봐요, 노력해서 달리지 않으면 마마들을 따라 잡을 수 없어."
"테히―잇! 히―잇! 히―잇!"
다양한 액체를 흩뿌리며 달리고 있는 니코 옆에서, 응원하면서 그 필사적으로 달리는 모습을 즐기면서 걷는다.
공원까지의 도정은 니코의 속도를 봐서 충분히 1시간은 걸릴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꽤 한가한 성격인 것 같다.













골판지

 

심야에 산책을 하던 도중, 골판지 상자를 발견했다.
길에서 벗어난 나무 밑 근처, 가로등도 닿지 않는 곳에, 조립된 상태로 놓여 있었다.
나는 그 골판지를 발끝으로 밀어보았다.
조심스럽게 가볍게 한 번, 다음은 세게.
상자는 텅 빈 듯, 조금 기울어지더니 땅바닥에 미끄러져 마른 소리를 냈다.
어쩐지 맥이 빠져서 나는 상자를 열어 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강한 냄새가 난다.
나는 상자를 안고, 집으로 가져가 보기로 했다.

밝은 형광등 아래에서 보니, 상자는 상당히 낡아있었다.
습기에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한 탓인지, 소재가 흐물흐물해져 있었다.
상자에 인쇄된 지워지기 시작한 글씨에 따르면, 원래는 귤을 넣고 있던 상자였던 모양이다.
상자를 쓰다듬었더니 손가락 끝이 까매졌다.
조금은 설레는 기대를 가지고, 나는 상자 뚜껑을 열었다.
이중으로 내용물을 가리는 판을 바깥쪽으로 접자, 녹색 얼룩이 눈에 띄었다.
실장석 특유의 녹색 똥 색깔.
역시 이 상자는 실장석의 거처였던 것 같다.
상자 구석의 모서리 중 하나에 전단지가 깔려 있었다.
떼어내려고 손톱을 세우자, 뻬릿 하고 마른 소리가 났다.
조금 벗겨 봤더니, 전단지는 여러 장 겹쳐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가 「깐다」라기보다는 「둔다」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영화에서 탈옥하기 위해 판지에 벽 그림을 그려 구멍이 보이지 않게 기대 세워 두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전단지는 그 판지를 그대로 두는 것과 비슷했다.
밖에서 그 구석 모서리를 보면, 새까매져 있지만 배설물 얼룩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곳을 태어난 자실장의 화장실로 사용했으나 똥이 스며들어서 구멍이 날 것 같아서 보강을 했을 것이다.

친실장이 부지런히 전단지를 접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다른 눈에 띄는 것은 하나의 선처럼 된 얼룩이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좁은 상자 안을 배회하고 있다.
상자 속을 헤매고 다니는 구더기 실장의 광경이 눈에 떠오른다.
선이 한 가닥 뿐인 것이 구더기 실장의 운명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어쩌면 자실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상자 안에 들어가 보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데스크탑 PC가 들어 있던 박스가 있을 것이다.
그거라면 나도 들어갈 수 있을 거다.
벽장에서 꺼내 와서 조립해 보았다.
한 발씩 집어넣고 안에 웅크리면 빠듯하게 머리까지 들어간다.
두 겹의 뚜껑을 닫으니 상자 안은 어두워졌다.
잠깐 움직이기만 해도 소리가 울려 퍼지고, 우둘투둘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상자 안은 꼼짝도 하기 힘들고, 머리를 움직여도 무릎과 다리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밖이 보고 싶어져서, 어떻게든 정좌하고 손잡이 부분을 접어서 들여다보는 구멍을 만든다.
구멍으로 책상이 보였다.
책상 위에 뭔가 놓여 있지만 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도대체 무엇인지, 여러 가지로 궁리하고 확인해 보려고 했지만, 상자 속에서는 허사였다.
다시 무릎을 안고 앉아서 눈을 감고, 상자 속의 실장석을 상상해 보았다.
친실장의 하루 전리품을 실컷 먹은 뒤, 실장석 가족의 한때의 단란함이 머리에 떠올랐다.

지치고 피곤해서 벽에 기대는 친실장, 
구더기 실장은 어슬렁어슬렁 기어다니고, 
좁은 상자 속을 요란하게 뛰어다니는 엄지실장, 
친실장이 걱정되어 신경을 써주는 자실장.

공상을 그만두고 일어나니, 상자 속과 방 안의 공기가 전혀 달랐다.
상자 안에 있는 동안 공기가 자욱하게 차버린 것이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실장석의 둥지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엿보기 구멍 밑이 번들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밖을 엿보는 친실장의 숨결이 닿은 흔적일 것이다.
그 흔적의 아래에도 세로로 길게 번들번들한 흔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실장이 친실장 흉내를 내며 밖을 살피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다만 자실장의 숨결 흔적은 친실장과 같은 높이에는 닿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발사되어 폭발하기 직전에 일순간 사라지는 여름의 불꽃놀이를 나에게 연상시켰다.

상자의 주인은 어떻게 되어 버린 것일까.
상자 안이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다는 것은, 어딘가로 이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를 기르는 것이 끝나서 상자가 필요 없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하기야 성체 한 마리라면 상자가 없어도 살 수 있겠지.
집이 없는 쪽이 더 홀가분할 테고, 거처는 담장 틈새나 나무 그늘로도 충분할 것이다.
상자는 홀로 내버려져 죽고 말았다.
다음날 상자를 눌러서 납작하게 만들었다.
바닥의 틈새에 똥이 끼어 있었던 듯, 마른 똥 부스러기가 방 안에 흩어져 버렸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므로 쓰레기장에 상자를 가져 간다.
쓰레기장에 상자를 두고 돌아가려는데, 뒤에서 "데스―"하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성체 실장석 한 마리가 내가 버린 골판지를 잡고 있었다.
옷의 오염 상태로 보아 들실장 중에서 갓 성체가 된 실장석으로 추정된다.
실장석이 물끄러미 나를 응시하길래 작게 고개를 끄덕였더니, 실장석은 상자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떠나갔다. 



























멸망해 버린 도시

 


1984년 ×월 ×일. 지금으로부터 20년전 ××현 ××시 역사에서 사라진 도시가 있다.

현재는 당시의 가옥들 전부 철거되어 모습도 흔적도 없고 당시 주민들도 이사를 가서 누구하나 남지 않은 그 거리는 
몇개의 불운과 오만이 겹쳐서 [실장석에게 멸망한 도시]라는 20세기 최악의 불명예스러운 이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1981년 이 도시(정확히는 주택지와 상가)에는 꽤 큰 공원이 있었기에 당연히 실장석들이 살고 있었다.

실장석이 사는 동네는 당연히 그러하듯이 이 동네에서도 실장 피해는 문제가 되었고 
사람이 늘어나는것에 정비례로 실장 피해 역시 늘어났다.
그러다가 한 애호파의 자산가가 들고 일어난 것이다.

그는 한때 꽤나 재산을 모았던 정도의 선견이 있어서
애호 세력이기는 하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실장석들은 가차없이 처분하는 일명 [제대로 된] 애호파였다
그는 우선 실장석의 근거지인 공원에 다수의 구제업자를 자비 부담으로 불러 [좋은 실장석과 나쁜 실장석]의 선별을 시작했다.

꼬박 이틀간 열린 선별 구제에 의해 공원의 들실장은 1/10 이하로 줄어 버렸다.
그토록 데스데스 테치테치 시끄럽던 공원은 조용해진 것이다.

이렇게 선별한 [현명한 실장석]에 대해서는 그는 실장석 전문가를 애호파,학대파 관계없이 자비로 부담해 고용해 교육과 지도를 그들에게 부탁했고 실장석의 질적 향상을 이루었다.

처음에는 그의 기행을 비웃거나 항의하던 도시의 주민들은 늦은 봄이 되자 공원이 충분히 좋아지고 피해가 줄어들자 그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 뒤에도 그는 사업을 계속하며 가끔 공원의 들실장 관리를 종종 사비 부담으로 실시해 그는 주민과 실장석의 공존을 성공시킨 것이다.

그러나 평화로웠던 거리에 조금씩 파멸은 다가오고 있었다.

1983년 초여름, 그동한 평화롭고 조용하던 들실장들은 갑자기 구제되었다.
구제를 명령한 것은 이 공원에서 축제를 앞두고 있는 동네의 반상회, 구제의 이유는 [기분적]이었던것 같다.

자산가인 그는 이 일에 분개했다.

[구제를 하게 된다면 그전에 내게 귀띔이라도 해주면 좋았을 텐데 왜 그랬습니까?]

그가 화낸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장석의 정기 구제와 실장석 관련 모든 일은 그가 자비 부담으로 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공원의 들실장들은 교육의 성과도 있고 자발적으로 공원의 청소도 하는 둥 꽤나 공원 유지에 한몫 했는데
그런 개념 실장석들이 갑자기 전부 소탕된 것이다.

그런데 2,3년 동안 그의 보이지 않은 노력으로 실장피해에 무관한 생활이 익숙해지던 마을 의회는 

[말도 안되는 소리! 공원에서 실장석을 기르다니! 전부 소탕해야 한다]

며 그를 몰아세웠다. 이 소동이 주위에 알려지다보니 그는 결국 [애오파]의 취급을 받게 되어 이 동네에서 쫒겨나고 말았던 것이다.


1983년 여름 축제가 끝난 2일 후, 심야의 공원에 한대의 트럭이 멈추었다.
조수석으로부터 한 청년이 나오고 공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어?]

트럭 운전석에서 한 남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괜찮은것 같네요. 조용합니다]

공원을 둘러본 청년이 그러면서 돌아왔다.

[그럼 빨리 처리하자고. 트럭 덤프 올릴테니 보고 있어]

[네]

그렇게 말하고 운전사는 트럭의 짐받이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짐받이에서 더러운 들실장들 대군이 굴러 떨어져 왔다.
조수석의 남자는 짐받이를 잡고 매달리는 놈들도 막대기로 쳐 전부 떨어뜨린후 짐칸을 확인한다.

[오케이 다 내렸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트럭의 조수석 문을 열었다.

그러자 운전석의 사람이 그대로 트럭을 몰아 달리기 시작했다

[좋아 이걸로 구제 완료]

[그래도 이거 범죄 아닙니까?]

[범죄라니. 어차피 이 공원은 이 동네 이상한 애호파 부자가 관리하는 공원이라 별 상관없다고. 공짜 처리장이나 다름 없어 ]

[하긴 그렇죠. 실장 처리장은 트럭 한 가득에 10만엔이라니 바가지도 그런 바가지가 없죠]

[그래 그것도 그렇고 공짜잖아. 10만엔과 공짜 뭐가 더 낫겠어? 그리고 이렇게 버려줘야 나중에 그 부자나리가 우리같은 구제업자들을 다시 부를거 아니겠어?]

그런 잡담을 하며 두 사람을 태운 트럭은 밤의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1980년대 당시에 구제업자들에 대한 법률은 상당히 엉터리였다.
종전 직후에는 귀중한 단백질이던 들실장들은 다시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에따라 당시 실장석 관련 회사들이 줄줄히 도산하고 식용으로 사육되던 식실장들도 들로 버려져 야생화되어 전국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거기서 정부는 [실장석 전문 구제 업무]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영업 허가증을 5~6만엔 정도로 판매)하여 실장 피해 감소를 노렸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달랐다.
방금의 그 업체처럼 구제후 회수한 들실장들을 다른 공원에 불법 투기,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조잡한 구제, 돈만 받고 도망가는 놈들.

지역에 따라서는 야쿠자 조직의 자금줄이나 관공서의 예산 횡령 따위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이 거리의 구청도 당연하게도 들실장 대책의 예산 대부분을 접대비와 관리자의 개인적 빚 상환(즉 횡령)에 충당되고 있었던 것이다.
자산가를 몰아내고 고작 보름뒤 사태는 확실히 파멸로 향하고 있었던 것.

과거 3년간 그렇게 청결했던 공원은 불과 보름만에 들실장의 혈육과 똥에 젖어 악취를 풍겼다
공원에 24시간 울리는 데스데스데갸테치하츠아갹의 대합창은 이제 소음공해 수준이었다.

그러자 주민들은 반상회에 구제업자를 부르라고 했지만.
[그런 것은 구청 일입니다]라며 일관하며 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구청에 가면
[그런것은 반상회로 가보세요]하며 책임만 전가할 뿐이었다.

하기야 제대로 따져본다면 그 자산가에게도 원인은 있다.
그는 지금까지도 모두 자비로 부담해서 거리 사람들 손을 빌리지 않고 혼자서 해결해 왔다.
그 결과 주민들과 관공서 모두 그것들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것.

자산가 덕분에 시의 구제예산은 용도를 잃고 모두 공무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되었고
다른 구제업자들은 나날이 이 공원에 들실장을 버리러 왔다
결국 거리의 파멸의 가속화는 확연히 눈에 보이게 되었다.

물론 이 사태를 개선하려고 자발적 구제를 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하려면 더 확실하게 하라고 아직도 변한게 없잖아]
[구제하려면 책임감 있게 계속 하라고! 하루 들어가서 심심풀이로 학살 벌이고 구제했다고 뻐기지 마]
[구제했다고요? 그러면 뒷처리와 청소도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런 책임감은 있어야 보수를 지불할수 있어요]

그들에게 기다린 것은 행정과 주민들의 차가운 말이나 부적당의 문구.
돈도 지불하고 싶지 않아, 돕고 싶지도 않아, 주문만 늘어나
결국 나머지 사람도 자발적인 구제를 그만두고 마침내 아무도 구제하지 않았다.

한편 그 공원에는 악질 구제업자들은 매일같이 들실장들을 투기하러 왔고
공원의 포악한 들실장들은 다른 동족들을 덮쳐 동족식으로 배를 채웠다.

그런 지옥도라고 해도 공원은 입구부터 완전히 빼곡하게 골판지들로 가득차 노련한 학대사들마저 악취로 도망칠 정도가 되었다.

게다가 공원이 포화상태가 되자 공원에서 나와 인간의 집에 들어가는 놈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골판지에 비해 훨씬 쾌적한 인간의 거처, 머리좀 있다 하는 놈들은 경쟁적으로 빈집에 들어가 집을 점령했다.

그 빈집의 소유주들은 처음엔 구제를 실시했지만 너무나 심해지며 결국 계속적으로 구제하기보다는
그냥 헐고 다시 짓는게 더 저렴하다 라는 판정을 받자마자 구제를 포기해 버렸다.





1983년 11월 마침내 큰 사건이 일어났다.

아침에 한 사육실장이 버려졌는데. 그 이유는 [질렸기 때문] 이었다.
버린 주인도

[여기는 들실장들이 많을 것이니 에메랄드도 외롭지 않을 것]
이라며 적당한 억지 이유로 버린 것이다.

공원의 들실장들에게 이런 기회는 별로 없고 곧바로 에메랄드는 들실장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러나 주인은 몰랐던 것이다. 이 에메랄드는 의외로 영리한 개체였던 것.

에메랄드는
[기다리는 데스! 오마에들에게 사치스런 식사를 할수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데스!]
아무렇게나 내뱉은 그 말에 사육실장 동족식에 기뻐하며 몰려오던 들실장들은 잠시 멈추었다.

[좋은 것을 가르쳐주는 데스! 밖으로 나가서 좋은 냄새가 나는 쪽으로 가면 되는 데스! 그러면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는 데스!]
(데프프프, 멍청한 놈들은 잘 속일수 있을것 같은 데스. 역시 영리하면 장수하는데스)

그전까지 매일 구제트럭에서 버려지는 새로운 동족들을 먹이로 생각하던 들 실장들.
게다가 매일같이 새롭게 들어오는 놈들이기에 이 공원 밖의 환경에 대한 정보도 전무했다.

결국 매일같이 먹는 동족의 고기에 싫증이 난 그들은 에메랄드의 [진수성찬]이라는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공원 밖으로 나가 대행진을 시작했다.

한편 이 거리의 상가 반찬가게 주인인 토시아키는 희미하게 풍기는 이상한 냄새를 깨달았다.

[뭐야 이거 썩은 쓰레기 냄새가.. 뭐야 도대체?]
이상하게 생각한 토시아키가 계산대에서 내다본 광경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녹색의 탁류였다.

[진수성찬인 데스! 우마우마한것 데스! 전부 넘기는 데샤아아!]

[먹을것! 먹을것! 먹을것! 먹을것데스!]

[스시! 스테이크! 콘페이토! 전부 내놓는 데샤아아!!]

[!@#!%@^#$#@$!&%^*]

공원은 커녕 빈집까지 생활 범위를 넓히던 실장석들은 [진수성찬] 이라는 말에 완전히 세뇌되어
순식간에 상가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물론 이 상가에도 칩입하는 실장석 대응 제품들은 있었고 주인들이 응전했지만
탁류처럼 밀려드는 수천 수만마리의 실장 무리에 곧 휩싸여 버렸다.




멸망한도시 삽화. 작가:虐侍


불과 2시간만에 상가와 인근 주택들은 전부 실장석들에 의해 점거되고 경찰의 기동타격대가 출동하는 큰 사건으로 번졌다.

6시간에 걸쳐 기동대에 의해 대부분(일부 도주) 처리되었지만 그 피해는 처참했다.

상가와 주변의 주택들은 배설물과 혈육에 오염되서 다시 살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식료품, 가전, 생활용품들도 전부 대형 쓰레기로 변했다.

사망자 총합 18명(주로 영유아), 중환자들은 58명이나 나왔고
2시간의 참극의 피해액은 10억엔 상당에 달했다.

이 큰 사건은 순식간에 전국에 널리 알려져 악성 구제업자들의 불법 투기의 실태
구청의 직무태만, 횡령등이 발각되게 되었다.

구청 공무원 24명이 체포, 불구속 입건되었고
이 공원을 처리장으로 쓰고 있던 악성 구제업체들은 30여개가 적발 되었다.

결과적으로 실장석들에게 점령된 빈집이나 이번 사건으로 소실된 가옥들을 더해
도시 주택의 1/3이 못쓰게 되었고,
게다가 이 사건 이후 이 도시는 [실장석에 의해 망한 도시]라고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어버려
부동산 값이 대폭락하는 바람에 준공 10년된 단독 주택이 50만엔으로도 입찰자가 없는 사태가 되었다.

그 사건으로부터 6년후. 이 도시는 해체, 부지 재정비, 재건축이 시작되었고
도시 자체도 말 그대로 해체되어 소멸되었으며 당시 살고 있던 주민도 전국으로 뿔뿔히 떠나갔다.



[실장석에 의해 멸망한 도시]

그것은 어디에서나 볼수 있던 평범한 도시였다.
그러나 겹겹의 불행과 교만과 태만들이 악몽의 연쇄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이 도시의 비극은 향후 일본 정부에 교훈이 되어
구제의 규제 완화의 취소, 지금 이상의 엄격한 구제법률이 새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동안 만만하던 실장석들도 뭉치면 위협이 될수 있다는것을 새롭게 인식시킬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동안 전국에서 [실장석의 전문 구제]가 붐이 되는 시기였다.








겨울의 풍물



 

찬바람이 강하게 불어 더욱 추위가 더해 가는 겨울 초. 
 이 시기가 되면 어느 공원에서도 매년, 실장석의 풍물이 싫어서도 눈에 들어온다. 
 가족이 총출동하여 부지런히 가을에 낳은 새끼실장들을 죽여 말리면서 겨울을 성실히 대비하는 일가, 그런 가족을 무자비하고 거리낌 없이 습격해 분충 일가 등. 싫어도 매년 겨울이 되면 그런 광경이 공원을 걸으면 보이기 시작한다. 실제로 어떤 공원에는 들실장이 되자마자 다른 들실장 무리에게 말 그대로 옷과 머리카락, 살점, 뼈까지 해체되어 버린 실장석과 한창 월동준비를 했는데 운 나쁘게 학대파에게 분충이라고 몰려 식량과 수건, 페트병 등의 가재도구와 같은 둥지의 모든 것을 빼앗긴 독라 들실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한다. 그런 들실장들은 모든 걸 잃은 절망과 추위에 시달린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친실장과 그 뒤로 얼어 죽은 자실장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이 보통의 풍경이다. 그리고 또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이 ──

 "디에에에에에에엥!디에에에에에에엥!" 한마리 독라가 큰소리로 공원 한복판에서 통곡을 한다.
 "디에에에에에엥!" 

 독라 실장석의 처음 그 울음소리에 동조하듯 울부짖으며 터벅터벅 어디 갈 곳도 없이 찬바람 부는 공원을 무정하게 헤매고 있는 실장석이 있다. 아니 많다. 그 성가신 비명에 시선을 돌리면 독라 실장석들은 공원 광장 곳곳에서 각자 통곡하고 있었다.

 "디에에에에에에엥!왜,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하는데스우!"

 "불행 데에에에스우우우! 나는 불행 데에스우!"

 "디에에에에에엥!" 

 자신에게 일어난 지나친 불행에 대해 분노에 거칠어진 노성을 올린다. 겨울의 맑고 푸른, 그리고 얼어붙은 하늘을 보며 한없이 주륵주륵 눈물이 그치지 않고 흐르는 독라의 무리. 

 그 중 한 마리는 독라가 되고, 사지는 모두 잘리고, 턱이 빠개지고, 양 눈이 빠진 채로, 눈구멍 사이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앞머리를 더듬는 자세로 얼어 죽은 자실장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친실장도 그에 상응하는 학대를 받았다. 다행히 친실장은 한쪽 눈알은 남아 있었지만.

 한 마리 독라의 부모가 "데에에에에에엥! 왜인 데에스우! 도대체 와타치가 무엇을 잘못한 데에스! 와타치와 아이는 아무것도 잘못을 전혀 하지 않은 데에스! 이런 거 싫은 데에스!"하며 이미 살가죽이 죄다 벗겨진 피묻은 맨발로 진흙 바닥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아니, 다리는 발끝부터 뭉개지고 있어서 더 이상 동동 구를 수도 없다. 

 "왜인 데에스우! 정말 춤을 잘 췄던 아이였던 데에스우!! 그렇게 좋은 아이를 탁아 했는데 왜 이런 꼴을 당하는데에스!" 잔뜩 맞았는지 이가 너덜너덜해 완전히 무너진 피투성이의 입에서 찢는듯한 원망의 노성이 냉각된 대기 속에 울린다.

 "디에에에에에에엥! 왜인 데에스! 노래와 춤을 가장 잘 추는 귀여운 아이였던데스우! 왜 죽인 데에스우! 이 아이는 닌겐 상의 폐를 끼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은데에스! 닌겐 상의 밥은 전혀 손대지 않은데에스우! 그런데도 왜 닌겐 상은 그렇게 화낸데에스우! 데에에에에에엥!" 

 자신의 정당한 행위를 제재한 닌겐에 하염없는 원망을 내뱉으면서, 죽은 자실장을 끌어안고 힘없이, 하염없이 울던 친실장.

 그 소리에 이어지는 다른 통곡 소리가 들려온다.
 "데에에에에에엥! 그런 거지새끼를 탁아에 낸 것이 실패였던 데에스! 군것질하지 않는 좋은 아이를 탁아았어야 했던 데에스! 데에에에에에엥!" 

 다른 독라도 울음 소리를 높인다.
 "데에에에에에엥! 와타치는 불행한데에스! 아직 봉투에 넣지 않았던데스우우우!!! 그런데 왜 이런 꼴을 당하는데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아이를 모두 다 살해당한 데에스!"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또 와타치의 춍구멍을 불로 태운데에스! 이제 아기도 낳지 못하는데에스!"
 "데에에에에에에엥! 이제 탁아는 못하는데에스! 웰빙 생활할 수 없는 데에스!" 

 모두 그다지 다르지 않은 각자의 일을 줄줄이 말하며 결코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그저 자신은 불행하다고 울부짖는 독라들이 이 시기가 되면 싫어도 눈에 띈다.

── 그리고 오늘도 어느 공원에서 탁아를 시도하지 못해 독라의 들실장석들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소리 높였다고 민원이 들어와, 이젠 실장석이라면 정말 지긋지긋한 공원 관리인에 의해 소리없이 구제된다.

이것도 자주 있는 겨울 공원의 풍물이다









간에 기별





구더기 실장과 엄지 실장은
왜 세트로 같이 다니는 경우가 많을까?
자기자신을 돌볼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러운
엄지가 왜 구더기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인가?
함께 망하는 길 아닌가?
구더기들은 자실장들이 돌보도록
친실장이 시켜야 하지 않나?

나는 직접 실장충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새벽 일출 직전에
자명종 시계 알람으로 벌떡 일어났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목표는 근처의 쓰레기장.
오늘은 실장충에게는 "밥 얻는 날",
즉 음식물 쓰레기의 날이다.
조금 떨어진 담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엿보니
계속들 도착한다.

줏은 물건인 듯한 빈 편의점 봉투를 손에 든
성체 실장충이 한마리.
잘 보니 실장옷도 그다지 더럽지 않고
머리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들실장치고는 깨끗하고 현명한 개체 같다.

하지만 할 일이래봐야 쓰레기 수집이다.
현명하다고 해도 
실장석 레벨이니 그 기준은 낮다.
게으른 인근 주민이 어젯밤에 내논 듯한
쓰레기 봉투를 찾기 시작한 실장충.
(역주: 실장석 때문에 쓰레기는 
반드시 아침에 내는 게 규정)
뒤에서 다가가도 알아채는 기색이 없다.
들실장으로 살아가면서도 경계심이 낮다.
나는 링갈를 기동하고 말을 걸었다.

"— — 야"
"……데에에에에에엣!?"

놀라서 돌아보는 실장충.
모처럼 찾은 사과 속이 손에서 떨어졌다.

『 데에에에……인간 씨, 무슨 일인 데스?』

벌벌 떨고 있는 상대의 멍청한 얼굴과
링갈의 로그를 비교하면서
나는 실장충에게 말을 걸었다.

"아, 겁줘서 미안.
뭐 쓰레기장을 더럽힌다고 
야단치는 건 아냐."

『 그……그건 미안한 데스.
그래도 와타시들도 살기 위해서 
필사적인 거인 데스』

학살파 앞에서 말했다간
“그럼 죽으면 편하게 돼”
라고 사망 플래그가 세워질 대사이지만, 
그건 그렇고.

아, 헛기침을 하고,

"실은 아침 일찍 쓰레기수집에 온 네가
실장충 치고는 현명한 개체같아서,
묻고 싶은 게 있다"

『 뎃……도대체 뭐 데스?』

"구더기와 엄지는 왜 항상 세트로 있어?"

『 뎃……?』

입을 떡 벌리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실장충.
그 포즈로 입가에 손을 대면
확실히 사망 플래그가 설 것이다.

『....그것은 자매 중에서도
특히 친하니까 그런 데스 』

" 사이좋아도 이상하지?
엄지가 자기랑 크게 사이즈 차이가 없는
구더기를 안고 있는 것을자주 보는데"

『 엄지짱이 작아서
구더기짱 돌보는게
무리라고 생각하는 데스우?』

오, 이쪽이 궁금한 것을 앞질러 말하네?
역시 내가 똑똑한 들실장충을 잡았어.
경계심이 결여돼서 ㅋㅋㅋ 이지만.

" 그렇다, 그걸 물어보고 싶었어.
너들 친실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엄지 따위에 구더기를 맡기는 거야?"

『 정조 교육의 일환 데스 』
(역자주: 정조교육 = 정서교육. 
성교육이 아님)

링갈의 로그에 
뜻밖의 말이 표시돼
난 아무 생각 없이
"뭐?"
하고 되물었다.
이런 얼간이. 실장충을 상대로.

『 작은 엄지짱은
언니짱들에게 사랑을 받고 자라는 데스,
그래서 응석받이가 되기 쉬운 데스우 』

실장충의 설명이다.

『 그래서 자신보다 무력한
구더기짱을 돌보게 해서
자립심을 길러주는 데스 』

"하아…..꽤 착실한 대답이군.
그런 것을 너희들 실장충들이
다들 생각하고 있는건가?"

『 딴 집의 실장석들이 어떤지는 
알 수 없는데스,
마마를 흉내내는 건지도 모르는 데스 』

"너는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 와타시의 경우는 그런 데스.
엄지짱이 열심히 하고 지혜롭게 자라면,
언젠가 친실장이 될지도 모르는 데스.』

그래서 실장충과 말을 계속했다.

『 장래 훌륭한 친실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와타시는 엄지짱에게 구더기짱을 맡기는 데스.』

"그건 제법인데.
하지만 구더기는 어떤가?
자기 주변의 시중은 다 엄지 몫이라서
그야말로 응석받이로 자라지?"

내가 말하니,
실장충은 "데..." 하며 엉거주춤 해진다.

『들실장중에서
구더기가 친실장까지 성장할 거라고
바라는 자는 거의 없는데스……』

"겨울이나 먹이가 부족한 시기에
마마와 언니짱들이
비상식량으로를 먹어 버려서? "

『 데... 그러지 않더라도
밥이 모자라서 고치를 못 만드는 데스……』

고개를 떨군 채 실장충이 말한다.

이 녀석도 핀치에 몰리면
구더기를 먹을 계획이 아주 없진 않았을 것.
궁금한 것에 충분한 대답이 되돌아 왔고
앞으로 또 도움이 될 것일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영리한 실장충에 손을 대지 않고
그냥 인사만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말 이외의 보답도 주지 않았지만 ...
쓰레기장 난입의 현장을
그냥 봐줬다 것으로 족하잖아?

애호구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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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집에 가서 조금 자고 다시 외출했다.
이번엔 공원으로.
현명한 실장충에게서 만족스러운 답은 얻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설문조사에 샘플 1건은 너무 적은 것이다.
별사탕을 몇 알 뿌려 보니
데스 데스 시끄럽게 
바보실장충들이 당장 모여들었다.

『 내것 데슷! 다 내거인 데스! 
가로채지 않는데샤아아아!』

동종을 밀치고 별사탕을 모으고,
그 자리에서 입에 쑤셔 넣고 있는
가장 분충인듯한 개체에 눈을 돌린다.
가족을 위해 아마아마한 선물을 가져가겠다는 
생각도 없는 것일까.

"어이, 거기의 고귀한 분충!
힘만 세 보이는 너한테 주는 거다!"

『 뎃……
칭찬하는지 놀리는 건지 모르는 닝겐, 
무슨 일 데스?』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제대로 대답하면, 이 별사탕을 자루로 주지"

나는 별사탕 자루를 분충앞에 내걸겠다.

『 데샤아아아! 뭐든지 답해 주는 데스!
그래서 빨리 아마아마를 보내는 데스!
선불데스!』

"바보, 먹으면 금방 더 달라고 하는 주제에
누가 선불을 하나?"

『그럼 빨리 질문하는 데슷!
늦는 데슷!
정말 느림보 데슷!』

더 이상 질문을 늦추면
답을 듣기 전에 숨통을 끊어 버릴 것 같아서
냉큼 질문을 했다.

"왜 실장충은 구더기와 엄지를 함께 두는 거야?
녀석들 대개 함께 있지?"

『……데에엣?』

순간 멍하니 
멍청한 상판 대기를 띄어 보인 분충실장은
다음 순간 데프프프-하고 폭소하기 시작했다.
또 대답을 듣기 전에 죽여 버릴 뻔했다구.
내 자제심이 강했기에 망정이지.

『 그건 너무 쉬운데스!
엄지와 구더기를 세트로 라도 만들지 않으면
간에 기별이 안오는 데스!』

실장충은 단호히 잘라 말했다.

『 엄지에게 구더기를 
인형이나 베개 대신으로 주는 데스!
그리고 항상 함께 있게 하는 데스!』

데프프프……
그리고 실장분충은 바보 웃음을 짓고,

『 구더기가 비상 식량인 것은
실장 세계의 상식 데스!
그래서 여차하면 구더기와 엄지를 
함께 먹으면 되는 데스!』

"아아…… 그렇군"

분충에겐 분충 나름의 논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납득이 되어서,
나는 분충실장에게 
별사탕을 봉투째 건네 주었다.

『 데프프프...
또 뭔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오는 데스,
물론 아마아마는 잊지 않는 데스!』

"아, 그래……"

동류의 선망의 눈길을 끌면서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나를 외면하고 떠난 분충실장.

"……이런, 발이 미끄러졌다"

그 놈의 뒷머리를,
나는 걷어차 주었다.

"...데베에에에에에엣!?"

시끄러운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키스하는 분충씨.
거기에 주위의 눈치 빠른 동종들이
"데쟈아아아아아앗!"
하고 소리를 지르며 몰려 갔다.

『 뭐 하는 데슷!
나의 아마아마 돌려주는 뎃……데갸아아아앗?  
머리 잡아당기지 마는 데스!』

오-오-, 볼썽사납다.
아까보다 심한 별사탕의 쟁탈전이
분충들 사이에 시작되었어.
나의 질문에 답해 준 분충은
혼란을 틈타 독라가 되고 있다.

『 오로롱!
나의 아름다운 머리가 없어진 데스!
사랑스러운 실장옷도 없어진 데스우...』

빈틈을 보인 동종에게 용서가 없네,
분충들은.
아침 쓰레기장에서 만난 그런 현명한 개체는
레어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참견은 하지 않았는데.
분충 개체는공원의 들실장들 속에서
얼마든지 발견되므로 봐줄 이유가 없지.
이게 나를 화나게 한 작은 답례야.

작은 의문도 풀렸겠다.
나는 시원해져서 공원을 떠났다.








마지막 소원

 

"……렛……케홋케홋!……레치……"

골판지 하우스 구석에서 낡은 수건을 뒤집어쓴 엄지 실장쨩이 괴로운 듯이 콜록거리고 있습니다.
마마 실장은 딸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슬픔을 감추고 힘껏 미소 지으며,

"괜찮은 데스…… 오마에는 반드시 다시 건강해지는 데스우……"
"케홋케홋…… 레칫…… 마마, 이제 된 레치…… 와타치도 알고 있는 레치…… 이제 길지 않은 레치라고."

엄지쨩도 미소를 돌려보내면서 마르고 가늘어진 오른팔을 올려서

"팔이 이렇게 여윈 레치…… 밥을 먹어도, 토해버리니까 어쩔 수 없는 레치……"
"……데스우……"

마마 실장은 치밀어 오는 눈물을 닦으며,

"그래도 괜찮은 데스, 실장석은 어떤 동물보다 튼튼한 데스, 병에게 지지 않는 데스우……"
"그것은 제대로 밥을 먹는 경우 레치…… 와타치에게는 그럴 기운도 남지 않은 레치…… 케홋케홋!"

격렬하게 콜록거리는 엄지쨩을 안아 일으키고, 마마 실장은 등을 쓰다듬어 줍니다.

"너무 말을 하기 때문에 그런 데스, 조용히 자는 편이 나은 데스우……"
"콜록…… 죄송한 레치…… 그래도……"
"그래도…… 왜 그러는 데스우?"
"……아무것도 아닌 레치……"

외로운 듯 웃으며 고개를 젓는 엄지쨩에게, 마마 실장은 진지한 얼굴이 되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분명히 하는 데스. 버릇 없이 굴어도 되는 데스, 오마에는 그럴 권리가 있는 데스."
"하지만…… 정말 제멋대로인 레치니까……"
"뭐든지 말하는 데스, 오네챠들은 모두 도둑고양이나 까마귀나 닌겐의 습격을 당해서, 오마에가 마지막 남은 딸 데스."
"……와타치……한번이라도 좋은 레치, 아마아마한 콘페이토를 먹고 싶은 레치……"
"……데스우……"

그것을 듣고 마마 실장은 슬픈 얼굴이 되었습니다.
이 들실장 친자가 사는 공원에 콘페이토를 뿌려주는 애호파 인간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엄지쨩이 태어난 후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공원 밖 쓰레기장에서 먹이를 모으면, 실장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은 입수 가능 합니다.
그래도 쓰레기 중에서 콘페이토가 발견될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운 것입니다.
그렇지만 — —

"…… 알겠는 데스"

결의를 담아 크게 끄덕이고, 마마 실장은 말했습니다.

"오마에를 위해서 콘페이토를 구해오는 데스, 닌겐상에게 부탁해 보는 데스."
"그런…… 게홋, 안되는 레치! 닌겐은 무섭기 때문에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마마 스스로가 말했던 레치!"
"작은 엄지인 오마에는 위험한 데스가, 마마는 크니까 괜찮은 데스, 밟히거나 하지 않는 데스."

마마 실장은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엄지쨩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엄지쨩은 울먹거리면서,

"……레치… 정말 미안한 레치……"
"괜찮은 데스, 귀여운 딸을 위해서 데스, 조금 잠이라도 자면서 기다리고 있는 데스."

그리고 마마 실장은 딸을 위해 콘페이토를 구하려고, 골판지 하우스를 나온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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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마 실장이 콘페이토를 손에 넣을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순수하게 인간에게 부탁해 보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원 출입구의 문기둥 뒤에 몸을 숨긴 채, 눈앞을 지나가는 인간 중에서 조금이라도 상냥해보이는 사람을 선택하기로 합니다.

— — 있었습니다!

건강해보이는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밀고 가는 젊은 인간 부부입니다.
자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인간도 실장석도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그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동정해서 콘페이토를 줄 것입니다.
혹은 콘페이토가 수중에 없다고 해도, 다른 아마아마한 과자를 선사할 것입니다.
달콤한 과자는 인간의 아기도 좋아하는 것이니까, 무언가 가지고 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마마 실장의 행복 회로가, 그렇게 고하고 있습니다.

"……데ー엣, 스ー읏..."

마마 실장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인간 앞에 나갔습니다.
젊은 부부가, 깜짝 놀란 모습으로 발을 멈춥니다.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기도, 멍하게 있습니다.
마마 실장은 꾸벅 고개를 조아렸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들고, 불쌍한 딸을 위해 콘페이토를 나누어 달라고 부탁하려는데 — —

"……더러운 똥벌레가, 다가왔잖아!"

젊은 아버지의 구두 발끝이 마마 실장의 얼굴 한가운데에 박혔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채 앞이 캄캄해지고, 공중을 날아간 마마 실장은 문기둥에 등을 부딪칩니다.

"……데갸아아아아아!?"
"딸의 소중한 첫 신사 참배를 앞두고 더러운 똥벌레가 모습을 보이다니! 저주하는 거냐, 새꺄!"
"데갸아악? 데쟈아? 쟈갸아아아악!?"

또 얼굴과 몸을 몇 번이고 걷어차이고, 마마 실장은 성대하게 비명을 지릅니다.
신체 곳곳에서 붉은 피와 초록색 체액이 흘러나오고, 팬티 자락에서는 똥도 새어 나옵니다.

"좀, 그만해요 토시군! 그렇게 고함치니까 아키코가 무서워하잖아요!"

당황한 젊은 어머니가 말렸습니다. 아기는 울어 버립니다.

"응애, 응애..."
"하지만 이 똥벌레가 말야……"
"하여튼, 토시군은 성미가 급하다니까……"

피와 똥과 체액 투성이로 웅크린 마마 실장에게, 혐오 어린 시선을 돌리면서 어머니는 아버지의 팔을 끕니다.
젊은 부부는 유모차를 끌고 재빨리 떠나 갑니다.

"……데에…… 하지만, 어째서 데스…… 와타시도 딸을 생각하는 마마데스……그런데 어째서 데스…?"

적록의 눈물을 줄줄 흘리며, 젊은 부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마 실장.
그 때, 지나가던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남자 아이가,

"똥벌레 찾-았다!"

훌쩍 점프해서 마마 실장의 등에 두 발로 착지합니다.

"……데베에에에엑!?"

이미 몹시 약해지고 있었던 마마 실장은 피와 토사물과 복부에 있던 위석을 입으로 토하며,

— — 파킨!

위석 부서지는 것과 동시에 숨이 끊어져버렸습니다.

"와, 토했다! 더러워!"

소년은 도망가듯이 뛰어가고, 뒤에는 말 없는 시체가 된 마마 실장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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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 —
골판지 하우스 안에서 엄지쨩이 마마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게혹…… 마마 돌아오지 않는 레치…… 역시 무리한 부탁을 한 레치……케홋케홋!"

엄지쨩은 격렬하게 기침을 합니다.

"게홋! 게홋! 게에에에엣…… 괴로운 레치……"

눈물을 흘리는 엄지쨩.

"와타치가 나빴던 레치…… 이제 콘페이토 필요 없으니 빨리 돌아오는 레치……마마……게봇!?"

엄지쨩은 입에서 붉은 피와 녹색의 위액이 섞인 것을 토했습니다.

"게봇……고보게보……게브에에엣!?"

그것은 체력이 몹시 약해진 엄지쨩의 목구멍을 충분히 막기에 충분했습니다.
숨을 쉴 수 없게 된 엄지쨩은 목을 쥐어뜯으면서 골판지 하우스의 바닥을 데굴데굴 구릅니다.
이윽고 안색이 녹색으로 바뀌고 백안을 드러내더니,

— — 파킨!

위석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엄지쨩이 죽기 전에 맛볼 수 있었던 것은, 달콤한 콘페이토가 아니라 쓰디쓴 토사물의 맛이었습니다.










금사슬

 


"자, 깨끗하게 하자꾸나, 그린."
"데스웅☆ 주인님, 기쁜 데스♪"

어떤 집의 욕실.
주인 남자가 샴푸칠을 해주자 사육실장 그린이 기쁜 듯 들뜬 목소리를 냈다.
머리에 묻은 거품을 씻겨낸 남자는 이번에는 컨디셔너 린스 병을 손에 들고
손바닥에 듬뿍 짜낸 다음, 손을 모아 가볍게 비빈다.
사용하고 있는 샴푸와 린스는 실장석용으로는 최고급품에 속하는 것이다.
남자는 그것을 아낌없이 사용하면서, 그린의 긴 머리를 익숙하게 매만졌다.

"데후~웅 ♪ 데후~웅 ♪"

남자의 부드러운 손놀림이 그린도 맘에 든 모양으로, 박자가 맞지 않는 콧노래를 흘린다.
차분히 시간을 들여 트리트먼트를 끝내고 욕실을 나온 뒤에도, 남자의 총애는 계속되었다.
몸을 닦고 실장용 목욕 타월만 두른 그린은 머뭇머뭇 부끄러워하면서도
방에 있는 작은 의자에 걸터앉았다.
남자는 그린의 뒤로 자리를 옮겨, 드라이어를 한 손에 들고 그린의 머리를 빗었다.
준비되어 있는 몇 개의 빗 중, 처음에는 틈이 넓은 빗을 사용하다가 점차 세세한 빗으로 바꿔가며
정성스럽게 머리를 빗어 간다.

"데후후… 간지러운 데스"
"이봐, 움직이면 안되지"
"죄송한 데스~웅 "

빗으로 뒤통수를 툭툭 찌르자, 그린은 응석 부리는 목소리를 냈다.
가만히 있으려 해도 기분이 좋아서 그만 몸을 비틀어 버리는 것이다.
좋아하는 주인님이 소중한 머리를 빗어준다.
그것은 그린에게 있어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크리스마스 스크 · 금사슬]— — — — — — — — — — — — — — — — —





그린이 남자의 곁으로 온 것은 약 1년 정도 전이었다.
실장 숍에서 중급 사육 자실장으로 판매되던 그린을, 남자는 오랫 동안 생각한 끝에 선택하여 사간 것이다.
그때부터 계속, 남자는 식사, 놀이, 목욕, 배설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하게
그린을 돌보며 소중히 키운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남자는 그린의 머리를 특히 소중하게 여겼다.
고급 실장용 샴푸, 린스를 매일 아낌없이 쓰고 틈만 나면 브러시질을 열심히 했다.
남자는 결코 유복하지 않다. 그린의 샴푸의 옆에 나란히 늘어선 남자의 샴푸는 바겐세일한 싸구려 제품이다.
식사도 그린에는 영양 밸런스가 좋은 고급 푸드를 주고 있는 반면, 남자 자신은 편의점 도시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보다 실장석을 우선하는 그 모습은 곁에서 보면 그야말로 애오파라 불릴 것이 틀림 없다.
아무리 예절교육완료라고는 해도, 보통의 개체라면 순식간에 우쭐해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다.
그러나 남자가 선택한 그린은 결코 현명한 개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충성심과 주인 사랑이 강한 실장석이었다.
때문에 이 1년간, 남자의 과보호라 할 수 있는 사육 아래에서도 분충화하지 않고,
오히려 그린은 날마다 남자에게 주인 사랑 이상의 감정을 키워가고 있었다.

"좋아, OK다"

30분 넘게 정성껏 머리를 빗고 있던 남자가 드디어 만족하고, 빗과 드라이어를 정리하고 일어선다.
OK사인을 받은 그린도 앉아 있던 의자에서 내려왔다.
살짝 나부끼는 머리에서 나는 린스의 달콤한 향기 때문에 그린은 눈을 가늘게 뜨고 넋을 잃는다.
하지만 아직 자신이 목욕 타월 1장만 두르고 있는 것을 생각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탈의실에 벗어놓은 옷을 가지러 종종걸음으로 뛰기 시작했다.

"아, 기다려, 그린. 오늘은 너를 위해 새 옷을 사왔어."
"데...!?"

남자의 말에 그린은 급정지하고 뒤돌아본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실장 뷰띠크의 쇼핑백을 손에 쥔 남자가 안에서 새 실장 옷을 꺼내 그린에 펼쳐 보였다.

"데에에...!"

남자가 손에 쥐고 있는 실장 옷에 절로 감탄하며, 그 옷에 홀딱 반하는 그린.
빨강을 기조로 한 원피스 옷깃이나 자락, 소매 등을 하얀 펠트로 감싼 귀여운 옷.
앞가슴에 달린 하얀 퐁퐁(* 불어인데 실 따위를 뭉쳐 둥글게 한 술이라고 함. 별걸 다 아네 미친 실장석)이 원 포인트 악센트이다.
부속되어 있는 것은 두건이 아니라 옷과 일체화된 붉은 후드지만, 실장 옷처럼 뒷머리를 내놓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 정수리에서도 하얀 장식이 흔들리고 있다.
남자가 사온 그것은 산타 옷을 모방한 실장 옷이었다.

"좀처럼 생각대로인 것이 없어서 말이야. 오더 메이드로 의뢰했던 것이 드디어 완성된 거야"
"대단한 데스우...!"

그린에 오더 메이드의 의미는 모르지만, 어쩐지 특별한 것이라는 느낌은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쨌든 지금까지 이렇게 귀여운 옷은 본 적이 없다.

"좋아, 당장 입어 봐"
"뎃훙! 뎃훙!"

흥분하는 그린에게 남자는 역시 종이 봉투에서 새하얀 실장 팬티를 꺼내서 건넨다.
허겁지겁 팬티를 입은 그린은 남자의 도움을 받아가며 새 산타 옷의 소매에 팔을 집어넣는다.

"뎃승 ☆"

옷을 갈아입은 그린은 빙글 돌며 포즈를 취한다.
복장의 귀여움은 물론, 날마다 남자에 의해서 손질된 머리는 윤기가 흐르고,
그린의 움직임에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사락사락 길게 뻗친다.

"오오, 좋아! 이거라면 먹히겠는데!"

남자도 흥분해서, 무엇인가 외치며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왔다.

"그린! 사진 찍을게. 움직이지 마"
"데뎃수~웅 ☆"

카메라를 둔 남자에 그린은 회심의 트레이드 포즈를 취한다.

"..."

잠시 후.

"아니, 아니야. 뭔가 부족한데..."
"데에...?"

사진을 찍지 않고 파인더에서 눈을 떼어 놓는 남자.
그대로 여러가지 각도에서 그린을 두루 바라본다.

"그렇지, 뒷머리를 내놓은 리본이나 머리 끈이라도 있으면..."

중얼거리며 남자는 그린용 화장 선반 속을 더듬어서, 여러 종류의 머리 장식을 꺼내서 그린에게 대보고 머리를 틀었다.

"음, 뭔가 다른데... 어쩔 수 없지, 다시 숍에 가서 적당한 걸로 가져 올까.
지금 나가서 돌아오면 사진을 찍고…. 응, 그럭저럭 늦지는 않겠어."

멍하니 하고 있는 그린을 내버려두고, 남자는 시계를 보며 분주하게 몸차림을 한다.

"그럼 좀 나갔다 올 테니까... 착하게 있어."

그러면서 남자는 자신의 가슴 주머니에 넣어둔 링갈을 치웠다.
남자가 쓰고 있는 것은 애호계 실장 제품으로 알려진 로젠사의 엠블럼이 새겨진 금색 링갈이다.
이전에 로젠사 주최의 한 행사에 참여했을 때의 입상 기념품으로 받은 이래로,
남자는 소형이면서도 고성능인 이 링갈을 애용했다.
물론 비매품이라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있어 보이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남자는 서둘러 집을 나갔다.
상당히 서두르고 있었던 것인지, 뒤쪽으로 밀린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고 있다.
그 틈새를 뚫고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그린은 몸을 떨었다.

"데에..."

우두커니 혼자 남은 그린은 방의 전신 거울 앞에 가서, 다시 한번 포즈를 취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자신의 체격에 딱 맞는, 그러면서도 여유가 있는 귀여운 옷.
움직일 때마다 빛이 나며 팔랑팔랑 흔들리는 긴 밤색 머리.

"예쁜 데스우."

그린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무심코 중얼거렸다.
분충이 아닌 그린에게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귀엽다"라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자신은 상당히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주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아간다.
자신을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준 남자에게, 그린은 어떻게 보답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실정석이 할 수 있는 것이란 한정되어 있다.
과거에도 계속 안고 있는 딜레마였지만, 그린은 남자의 말에 거역하지 않는 아이였다.
때로는 주어진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이나 어깨 너머로 배운 종이 접기 등을
접어주는 것으로 고마움을 나타내 왔다.
한번은 "좋을 대로 해도 되는 데수"하고 몸을 맡기려 한 적도 있었지만,
강렬한 주먹으로 답장을 돌려받은 이후, 해서는 안되는 것을 학습한 것이었다.

"데에...오늘은 특별한 날인 데스우."

그린은 한숨을 내쉬면서 달력을 본다.
오늘은 12월 24일.
거기에는 붉은 매직으로 빙글빙글 몇 겹이나 동그라미가 쳐져있다.
남자가 그날을 강하게 의식한 것은 분명하다.
그뿐인가. 텔레비전이나 잡지 광고 전단지 등도 모두 24, 25일을 거론하고 있었다.
글씨를 읽지 못하는 그린에게도, 그 특별한 분위기는 제대로 전해지고 있다.

"아마 크리스마스라고 말한 데스. 그래서 주인님도 이렇게 예쁜 옷을 준 데스-"

그린은 크리스마스의 개념은 모른다.
하지만 어렴풋하게 얻은 지식에 의하면, 소중한 사람끼리 선물을 교환하고
서로 감정을 전하는 날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 날에 주인님이 선물을 주었다.
자신도 무언가 주인님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

그린 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남자에 대한 마음은 더 이상 그림이나 색종이 등으로는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것으로 승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마음이 강해봤자 결국은 실장석.
무엇을 해야 좋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린은 다시 한숨을 내쉬고, 바닥에 놓여있던 크리스마스 광고 다발을 바라보았다.
어느 광고지도 화려하고 눈을 끌지만, 특히 로젠사에서 온 전단은
댄디한 인간(외국인 모델)과 잘 차려입은 실장석이 행복하게 찍은 사진을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신도 이렇게 되고 싶다고 다시 한숨을 내쉬는 순간,

"데뎃...!?"

그린은 함성을 지르며 뛰어 올랐다.
전단 속에서 웃고 있는 모델. 그 목에 걸려 있는 것은 남자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금빛의 로젠사 각인이 찍힌 링갈이다.
남자와 이야기할 때의 필수 아이템. 자신과 남자를 잇는 소중한 것을 이제와서 못 알아볼 리 없다.
그린에게는 모델의 가슴에서 빛나는 링갈이 정말 멋있게 보였다.
그러나 같은 것인데도 남자는 목에 걸지 않고 포켓에 넣고 있다.
남자의 링갈에는 모델의 것처럼 금 사슬이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델처럼 금 사슬을 선물하고 링갈을 목에 걸게 해주면, 반드시 남자가 기뻐해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데에에. 반짝반짝하는 사슬은 어디에 있는 데스우?"

헛된 기쁨에 끝난 아이디어에 낙담하는 그린.
그런 그린의 몸을 문을 통해 살바람이 스친다.

"데...!!"

차가운 그 외풍에 맞은 순간, 또 다시 그린은 뛰어올랐다.
이전에 남자와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던 때를 기억한 것이다.
무엇보다 산책을 해도 위험하기 때문에 그린은 항상 남자에게 안겨 있어서,
자신의 다리로 걸은 것은 아니지만, 그때 멀리서 이쪽을 바라보던 공원의 들실장석들 중에서
목에 금 사슬을 한 개체가 1 마리 있었다.
그것을 양도받을 수는 없을까...
그린은 방 안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생각했다.
어쨌든, 그 사슬을 손에 넣으려면 집을 벗어나 공원까지 가지않으면 안된다.
멋대로 집을 나가면 분명 화를 낼 것이다. 어쩌면 다시 주먹으로 얻어맞을 지도 모른다.

이따금 "데이..."하고 신음하면서, 갈까 말까 고민하는 그린.

남자에게 길러진 이래, 기억력이 나빠서 못하거나 실패한 적은 있어도 자신의 의사로 약속을 어긴 적은 없다.
만약 남자가 겨우 한마디라도 외출을 금지하는 약속을 하면, 우직한 그린은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는 지금까지 특별히 외출에 관한 룰을 정하지는 않았다.
원래라면 열쇠로 잠긴 창문도, 손잡이 위치가 높은 문도, 그린의 힘만으로는 열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기억력이 나쁜 그린에게 필요 없는 규칙을 암기시키는 수고는 쓸데없는 짓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것이 이제 와서 화근이 되었다.
지금, 남자가 닫지 않은 문은 그린이라 할지라도 밀면 쉽게 열 수 있을 것 같다.

"뎃승!"

드디어 각오를 다진 그린이 기합을 넣고는, 모이 접시에 남아 있던 실장 푸드를 마음에 드는 가방 속에 가득 채웠다.
가방을 어깨에 걸고, 천천히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왔다.
휘몰아치는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과거에 남자에게 안겨서 본 기억을 믿고 발을 내딛는다.
처음으로 혼자 나온 바깥 세계는 때때로 지나는 차량, 자전거 등 남자의 말대로 위험이 가득했다.
그때마다 무서워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나는 그린이었지만, 남자에 대한 생각으로 공포를 뿌리치고,
될 수 있는 한 서둘러서 공원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녀는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
외출 시 ‘위험하니까’라며 반드시 안아 올려져 있었던 그린이었지만,
정작 무엇이 어떻게 위험한지를 배우지 않고 있었다.
남자로서는 차량, 자전거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것이 위험하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지만,
그린이 그런 기미를 감지할 능력은 없다.
사육 실장에게 가장 위험한 것.
그것은 인간의 비호 아래 아무런 불편 없이 지내는 사육 실장을 원망하고, 질투하고,
그러면서도 동경하는 바깥에 사는 동족인 들실장석들이었다.
하지만 그린과 같은 순수한 실장숍 출신의 사육 실장은 들실장들을 ‘밖에서 사는 친구’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의식의 차이가 지금까지 몇이나 되는 불행을 낳았는지도 모르고,
그린은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공원을 향해 서두른다.
바람을 받고 나부끼는 머리가 석양을 받아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 — — — — — — — — — —



공원에 도착한 그린은 의외로 간단하게 찾고 있던 금 사슬을 두른 실장석을 찾을 수 있었다.
쇠사슬을 한 실장석의 정체는 이 공원의 들실장들을 지배하는 보스 실장이었다.
그린이 도착해서 처음에 본 들실장에게 묻자, 곧바로 거처로 안내되었다.
보통 그린처럼 한눈에 길러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실장석이,
인간도 데려오지 않고 무방비로 뻔뻔하게 공원에 찾아오면, 처음 만난 들실장에게 옷이 벗겨져
죽임당하거나, 노예가 되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육 실장이 자신은 보스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래서는 말단의 들실장이 손을 댈 수 없다.
만일 보스와 관계있는 실장이라면 반대로 자신이 같은 꼴을 당하게 된다.
의아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안내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안내되어진 공원 속의 수풀에 보스 실장이 있었다.
다른 들실장보다 한층 더 덩치가 큰 실장석이다. 들실장 치고는 꽤 살이 올라 있다.
공원의 들들에게 음식이나 새끼를 헌상 받아, 사육실장에는 미치지 않지만 나름대로 좋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에 여러 마리의 부하를 둔 보스 실장은 이미 빈사가 된 자실장을 쩝쩝 뜯어 먹으면서,
넙죽 엎드린 독라의 등에 앉아 그린을 내려다보았다.
솎아내기는 필요하지만, 자를 먹는 것은 금기, 독라는 불쌍한 친구라고 배워 온 그린은 그 광경에 말문이 막히고 만다.

"왜 그러는 데스? 와타시에게 뭔가 볼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던 데스?"

이래서 사육실장이란... 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스 실장은 경직된 그린에게 물었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그린도 쭈뼛쭈뼛 입을 연다.

"처, 처음 뵙는 데스. 와타시는 그린이라고 하는 데스. 오늘은 부탁이 있어서 온 데스우"
"부탁 데스? 뭐든지 손에 들어오는 사육 실장이 일부러 무엇을 들에게 부탁한다고 말하는 데스우?"
"당신이 목에 걸고 다니는 반짝반짝하는 사슬을 원하는 데스-"
"데...?"

보스 실장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실장석이 입을 열고 굳어졌다.
잠깐 동안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데퍄퍄퍄퍄...!!"""

일제히 쏟아지는 대폭소.
보스 실장은 독라의 등에서 굴러 떨어진 채 배를 움켜잡고 웃고, 그 독라조차도 이빨 빠진 입에서 웃음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보스 실장의 목에 감겨 있는 금 사슬.
공원을 찾은 인간이 몸에 지니고 있던 악세서리가 어딘가에 걸려서, 끊어져 떨어뜨린 것으로 생각된다.
화려한 복식이나 장식품을 선호하는 성질이 있는 실장석.
더구나 보통 그런 것에 인연이 없는 실장들에게 금빛 찬란한 쇠사슬은 무엇보다 가치 있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피로 피를 씻는 장렬한 쟁탈전 끝에 최종적으로 쇠사슬은 보스 실장의 품으로 안착되었다.
이후 이 쇠사슬은 보스의 위엄을 나타내는 왕관 같은 것이 된 것이다.
그것을 갑작스레 찾아온 사육 실장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원래 화를 내야할 장면이지만, 사육실장의 후안무치함에 웃음이 터져 버리고 만다.

"데뎃...! 무, 물론 공짜로 받지는 않는데스! 대신 이 먹이를 드리는 데스!"

사방팔방에서 비웃음을 받은 그린은 황급히 가방 속의 실장 푸드를 보였다.
순간 딱 웃음소리가 멈춘다.
전원 뚫어지게 가방 속을 바라보는 가운데, 두목 실장은 일어서서 어슬렁 어슬렁 그린에게 다가간다.
그리고는 손에 있던 먹이가 든 가방을 강제로 빼앗아갔다.

"데!? 아,안되는 데스ー! 가방은 돌려주는 데스우!"
"시끄러운 데스! 이 봉투도 받아 갈테니 고맙게 생각하는 데스!"

울며 애원하는 그린을 뿌리치고, 보스 실장은 손에 넣은 가방에서 푸드를 한줌 꺼내 입 안에 처넣는다.

"데스~웅! 맛있는 데스-!"

그대로 단번에 걸신들린 것처럼 집어먹고, 나중에는 입 위에서 가방을 뒤집어 안에 남은
부스러기까지 몽땅 처먹는다.

"데에에... 야, 약속 데스. 사슬을 주는 데스"
"무슨 말을 하는 데스? 약속 따위 하지 않은 데스”
"데에!?"
"겨우 이 정도의 푸드로 교환할 수 있다고 생각한 데스?"
"오늘은 그것밖에 가져오지 않은 데스. 다음에 또 가득 가져오는 데스. 그러니까 사슬을 주는 데스"
"그런 것은 신용할 수 없는 데스! 그렇게 원한다면 그 옷도 내놓는 데스"
"데에에? 아, 안되는 데스!! 이 옷은 주인님이 사준 것 데스!"
"그런 것 모르는 데스! 됐으니까 빨리 내놓는 데샤아!"

보스 실장의 위협을 신호로 둘러싼 실장들이 일제히 그린에 덤벼든다.

"그, 그만두는 데수! 옷을 잡으면 안되는 데스! 잡아 당기면 안되는 데스-!
찢어지는 데스! 말로 하는 데스우!"

그린의 저항과 비명도 허무하게, 푸드는 몽땅 빼앗기고 새 옷도 여기저기 찢어지면서 억지로 벗겨졌다.

"데에에에에엥! 지독한 데스우! 옷을 돌려주는 데스우우우!"

알몸이 되어 흐느끼는 그린을 무시하고, 보스 실장은 자신의 옷을 벗고 막 빼앗은
그린의 산타 옷으로 당장 갈아입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린에 맞게 제작된 실장옷은 덩치 큰 보스 실장에는 분명히 무리다.
새로 몇 부분이나 옷이 찢어지면서 억지로 껴입은 그것은 너덜너덜해져서,
이미 이전의 귀여운 산타 옷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데퍄퍄퍄퍄. 역시 와타시 쪽이 더 어울리는 뎃스~웅 ♪"

하지만 정작 보스 실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나긋나긋하게 포즈를 취하면서 둘러싼 실장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과시힌다.

"옷을 돌려주는 데즈우우"
"시끄러운 데스! 이제 오마에에게 용무는 없는 데스!"

매달리는 그린을 들이받는 보스 실장.
나가떨어진 그린의 머리가 그래도 여전히 우아하게 춤추며, 살짝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
의식하지 않고 보스 실장은 자신의 머리에 손을 갖다댄다.
손질다운 손질을 하지 않았던 머리는 부스스하고, 기름과 먼지로 엉망진창이다.

"건방진 놈 데스. 이런 것, 이렇게 하는 데스"

보스 실장은 쓰러진 그린의 등을 짓밟고, 뒷머리를 한다발 움켜 쥐고 천천히 당기기 시작한다.

"데...?! 데히이이이이이! 다메 데스ー! 그것만은 그만두는 데스우우우!"

머리에서 나는 프직프직하는 소리에 강하게 저항하는 그린.
그러나 그 사지를 둘러싼 실장들에 짓눌려서, 폭포처럼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애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목소리를 즐기며 보스 실장은 완급을 조절하여 서서히 그린의 머리를 뽑기 시작한다.

프직프직프직프직프직...
"그만두는 데스우우우우우우!"
프직프직프직프직프직...

이윽고 그린의 한바탕 큰 외침과 함께, 한쪽의 뒷머리는 모두 뽑히고 말았다.

"데... 데... 데..."

눈앞에서 흩날리는 자신의 머리에 시선을 두고 방심하는 그린.
보스 실장은 그런 그린을 히죽거리는 얼굴로 내려다보며 또 한쪽의 뒷머리에 손을 갖다 댄다.
수풀 속에서 다시 그린의 절규가 메아리쳤다.



— — — — — — — — — —



몇분 후, 옷뿐만 아니라 모든 머리카락도 잃고 독라가 그린이 거기에 있었다.
눈물도 목소리도 시들어버린 것인지, 간신히 주운 머리를 들고 주저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데푸푸. 비참한 놈 데스"

그런 그린을 비웃으면서 보스 실장은 될수 있는 한 옷차림을 가다듬고 있었다.
두 갈래로 갈라진 나뭇가지를 빗 대용으로 머리를 빗고, 페트병의 물로 세수를 한다.
그리고 그린에게 묘한 질문을 했다.

"오마에, 이름이 뭐라고 말한 데스?"
"데이..."

하지만 그린은 얼빠진 표정 그대로 그냥 중얼댈 뿐이다.
보스 실장은 혀를 차고는, 이번에는 그린의 귓가에 천천히 말했다.

"오마에, 이 사슬을 원하는 데스? 질문에 대답하면 주는 데스"

그 한마디로 그림의 새파랗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온다.
그린의 근저에 강하게 있는 것은, 자신의 몸보다 주인 남자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옷도 머리도 없어져 비차하게 실의에 빠져 잇는 그린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자를 위해 쇠사슬을 갖고 가고 싶다는 마음은 잃지 않았다.

"진짜 데스? 약속 하는 데스?"
"물론 정말 데스. 이번에는 제대로 약속하는 데스. 자, 오마에의 이름을 말하는 데스!"
"알겠 데스. 와타시의 이름은 그린 데스우"
"그린 데스? 데푸푸. 제대로 기억한 데스"
"약속 데스. 쇠사슬을 주는 데스-"
"데퍄퍄퍄. 비참한 독라와의 약속 따위 모르는 데스!"
"데에에에!?"

이번엔 진짜로 약속을 어기고, 놀라는 그린 앞에서 보스 실장은 태연하게 크게 웃었다.

"데프프프프...! 정말로 바보 같은 녀석 데스우. 
오마에 같은 바보가 사육실장이고, 현명하고 아름다운 와타시다치가 들 생활을 하다니, 잘못된 데스!"
"무슨 말을 하는 데스!? 약속을 깨면 안되는 데스!"
"아직 모르는 데스? 그렇다면 분명히 하는 데스! 오마에 대신 지금부터 와타시가 그린이 되는 데스!"
"데에에에에에!?"

그린은 눈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보스 실장의 목적은 사육 실장 그린 그 자체였다.
그린에게서 옷을 빼앗고, 이름을 빼앗고, 시치미 뗀 얼굴로 바꿔치기 할 생각이다.
그러나 그린과 보스 실장에서는 옷이 너덜너덜해질 만큼 체격이 다른 데다,
지저분한 들실장이 갑자기 그린의 이름을 말한다고 해서 주인 남자가 속는 일은 어떻게 생각해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때 그린의 마음에 난생 처음 드는 감정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데프프... 오마에의 사육주를 노예로 삼아서 오늘부터 사치를 마음껏 하는 뎃승!
알아들었으면, 오마에는 얼른 들판에서 죽는...”
"데샤아아아아아!"

보스 실장의 말을 가로막고 그린이 울부짖는다.
용서 못한다.
남자가 선물한 옷을 빼앗고 소중하게 손질 받은 머리를 잡아 뜯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남자를 노예 취급한 것을.
그린이 품은 것. 그것은 생애 첫 분노의 감정이었다.

"데샤아아아아아!"

포효와 함께 일어선 그린은 양손을 마구 휘두르며 보스 실장에게 돌진한다.
분노를 느낀 것도 처음이지만, 폭력을 사용하는 것도 처음이다.
그러나...

"데..? 갑자기 무엇 데스? 시끄러운 놈 데스-"
"데갸앗!"

보스 실장이 아무렇게나 휘두른 펀치를 안면에 맞고, 간단하게 날아가는 그린.
그래도 다시 일어서서 코피를 흘리면서도 다시 보스 실장에게 덤벼든다.
그러나 이번엔 배를 걷어차여, 먹은 것을 토하면서 나뒹굴었다.

"모처럼 특별히 봐주려고 생각한 데스가…, 그렇게 죽고 싶다면 여기에서 죽여주는 데스!"
"데.. 데쟈아아아아아아!"

더욱 과감하게 보스 실장에게 도전하는 그린.
그러나 체격차만큼이나 온실에서 자란 그린과 들에서 살아온 보스 실장은
힘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거의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그린은 온몸에 멍과 생채기를 늘리면서 너덜너덜해져 간다.
이제는 서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모습이다.
그런 그린의 숨통을 끊기 위해 보스 실장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온다.

"데프프... 슬슬 질리는 데스. 이것으로 끝내는 데... 데벳!?"

그린의 눈앞까지 다가온 보스 실장이 갑자기 미끄러져서 넘어졌다.
그 발밑에서 팔랑하고 가는 실과 같은 것이 흩날린다.
보스 실장이 밟은 것은 자신이 완전히 뽑아버린 그린의 머리 다발이었다.

"데샤앗!"
"데긱?"

그것을 본 그린은 남은 체력을 짜내어 보스 실장의 목덜미를 노리고 달려 들었다.
전신 전령으로 흔들흔들거리는 이빨을 박아넣는다.
보스 실장도 저항하지만 마치 구속 도구처럼 삐걱삐걱하는 그린의 산타 옷이 원수가 되어서,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다.
뒤얽힌 채 데굴데굴 구르는 2마리.
그리고 마침내 그린의 이가 보스 실장의 경동맥에까지 도달했다.

부시이이이잇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

목덜미에서 선혈을 내뿜으며 절규하는 보스 실장.
필사적으로 그린을 떼어 내려 하지만 그린은 아직도 목덜미를 깨문채 떨어지지 않고,
떼어내려고 하면 할수록 상처는 크게 터져 간다.

"데게...에에에에."

내뿜는 피의 기세가 약해짐에 따라 보스 실장은 서서히 그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이윽고 백안을 드러내고 쓰러진 채 완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과다출혈로 가사 상태에 빠진 것이다.

"데하아... 데하아... 데하아."

상대방이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을 확인하자 비로소 그린도 보스 실장의 몸에서 떨어진다.
그 때 보스 실장의 목에 있는 금 사슬을 푸는 것도 잊지 않는다.
거친 숨을 토하면서 마침내 손에 넣은 피투성이 사슬을 꽉 쥔다.

"이것은 받아 가는 데스..."

그렇게 중얼거리고, 그린은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린을 멈춰 세우는 놈은 아무도 없다.
부하 실장들은 모두 가사한 보스 실장을 덮치고 있었다.
폭정을 해온 보스에게 불만을 가진 자들이 많다.
누구든 틈을 보이면 자고 있던 중에 목이 베어진다. 이것 또한 들의 삶이었다.



— — — — — — — — — — — —



공원을 나온 그린은 금 사슬을 손에 쥐고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머리와 옷이 없어지고 전신은 상처 투성이.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불어와 눈물과 콧물이 떨어진다.
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생각하면 울어 버리고 만다.
그래도 그린은 묵묵히 나아간다.
지금은 단지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빨리 돌아가서 남자를 만나고 싶다. 분명 굉장히 혼나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남자의 곁에 있고 싶다. 우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면 이 사슬을 선물하자. 어렵게 구한 선물이다. 반드시 기뻐해줄 것이다.
남자가 기뻐하면 자신도 기쁘다. 남자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절개도 바칠 각오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이런 꼴이 되어 버렸지만 남자를 위해서라면 상관없다.

저절로 걷는 속도가 빨라지고, 깨달았을 때는 달리고 있었다.
이윽고 그 시야에 그린이 돌아갈 남자의 집이 보인다.

"뎃스! 뎃스!”

안도감에 더욱 속도를 올려서, 집으로 뛰어가는 그린.
집을 나왔을 때 열려 있던 문이 지금은 닫혀 있다.
없어졌던 남자의 자전거도 지금은 현관 옆에 주차되어 있다.

"어이~ 그린! 어디야?"

집안에서 희미하게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린이 집을 나간지 시간으로 따지자면 1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남자의 목소리가 정말로 그리운 것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잘못하면 평생 들을 수 없을지도 몰랐던 것이다.
기쁜 나머지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린은 문 앞에서 외쳤다.

"주인님-! 그린은 여기 데스! 여기에 있는 데스!"

그 소리에 화답하듯 우당탕 남자의 발소리가 현관으로 가까워져 온다.
이 때 그린은 울면서도 생애 최고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그린? 너 멋대로 어디 갔었..."

문을 여는 모습 그대로 얼어붙은 남자.
그는 방금 막 귀가한 참이었다.
집에 돌아오자 닫았을 터인 문이 반쯤 열려있는 것에 놀라고, 
문을 잠그는 것을 잊은 것을 상기하고 도둑이라도 들었는가 하고 의아해 했다.
실내가 훼손되지 않은 것을 보고 안도했지만, 사육실장의 그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을 알아채고, 찾고 있던 참이다.
그린의 성격상 설마 혼자서 밖에 나가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남자가 욕실과 옷장 안 등등을 찾아보고 있을 때, 갑자기 현관에서 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문을 열었더니, 완전히 변해 버린 모습의 그린이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너, 너, 너, 너(*원문은 오, 오, 오, 오마, 오마, 오마에임)…"
" 죄송한 데스..."

경악한 나머지 제대로 혀가 돌지 않는 남자에게, 그린은 머리를 떨구고 사과한다.
카랑~하는 소리를 내며 남자의 손에서 금빛 링갈이 미끄러 떨어졌다.

"데...!"

그것을 본 그린이 재빨리 링갈으로 달려가 링갈을 줍는다.
소중한 것이다. 고장 나서는 안 된다.
주운 링갈과 함께 손에 있던 금 사슬을 남자에게 내미는 그린.

"주인님, 와타시가 드리는 선물 데스. 받아주셨으면 하는 데스"
"바보같은 놈..."

하지만 남자는 그것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중얼거린다.

"데..? 주인님..."
"이 바보자식...!!"
"데갸악..!!"

노호와 함께 남자는 그린의 머리를 마음껏 후려 갈겼다.
그것은 과거에 예의교육으로 얻어맞은 주먹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일격.
다 큰 성인 남자가 진심으로 내려친 주먹에 맞은 그린은 콘크리트 바닥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쳤다.

"무슨 짓을...! 무슨 짓을 한거야 너어어어어어!!"
"데겍!"

쓰러진 그린의 옆구리를 남자가 발길질 한다.
그린은 허공에서 춤추고, 신발장에 내동댕이쳐졌다가, 다시 지면을 구른다.
같이 있던 링갈과 쇠사슬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내가 얼마나 네놈을 고생해서 키웠는데!! 잘 해왔는데 조금만 눈을 떼놓으면 이 지랄이냐, 이 똥벌레가!!"
"데겟...게핫..."

내장을 다쳤는지 입에서 대량의 피를 토하고 웅크린 그린.
그 등을 향해 남자의 욕설은 계속된다.

"씨발! 씨발!!! 1년 동안 힘들게 키웠는데! 이거면 무조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하필 전날에 엉망이 되는 거야!"

남자의 목적. 
그것은 내일인 12월 25일에 개최되는 로젠사 주최의 이벤트, 『크리스마스 실장 콘테스트』에 그린을 참가시키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에 잘 꾸민 실장석의 사랑스러움을 겨루는 콘테스트로,
우승자에게는 상장과 트로피, 1년간 전국의 실장 숍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젠사 제품 할인 회원증을 발급한다.
남자는 지난해, 추억거리를 만들어본다는 느낌으로 당시 기르던 실장석을 신청했다가,
우승까지는 못했지만 종합 8위로 입상을 한 것이었다.
그가 애용하던 금빛 링갈은 이때 받은 기념품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린에 대한 처사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남자는 그다지 애호파는 아니다.
그에게 할인권은 고사하고 상장과 트로피는 그다지 가치가 없는 것이다.
남자의 진짜 목적은 대회 후에 뒤에서 행해지는, 입상 실장석 매매에 있었다.

애호 세력이 다수 모이는 이 행사. 
그 중에는 상위권에 입상한 실장석을 매입하고 싶으면 주인에게 신청하는 유별난 구경꾼도 많이 있다.
사는 것은 주로 부자의 부인이나 딸 등이며, 그녀들은 이런 콘테스트에서 입상한 실장석을 
귀금속 등 귀중품과 같은 느낌으로 갖고 싶어 했다.
때문에 당연히 상위일수록 그 매입 가격은 올라 간다.
그런 것을 몰랐던 남자는 작년에 참석했을 때, 8위의 실장석을 5만엔에 사고 싶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물론 즉매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우승한 실장석에 이르러서는 복수의 매입 희망자에 둘러싸여져, 마치 옥션 같은 상태였다.
최종적으로 수백만이라는 거액에 매입된 것을 목격한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내년의 콘테스트를 목표로 상위 입상을 노릴 수 있는 실장석을 길러내겠다고 결의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실장 숍을 돌아다니며, 최종적으로 가격이 적당한 1마리의 중급 사육 자실장을 골라냈다.
자실장을 고르는 남자의 안목은 정확해서, 그린이라 이름 붙인 그 자실장은 주인인 남자의 말을 잘 듣는 개체였다.
사치도 부리지도, 제멋대로 굴지도 않는 그린은 남자의 생각대로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려면 다른 실장석보다 뛰어난 부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노래와 춤 등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공격할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굳이 실장석 자체의 외견으로 승부할 생각이었다.
워낙 판에 박은 듯이 모두 닮은 용모를 하고 있는 것이 실장석. 복식 등 이차적인 것 이외에서 차이를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이라도 차이를 낼 수 있으면, 그것은 두드러진 특징이 되어 큰 무기가 된다.
그 때문에 남자는 이 1년간 밤낮으로 그린의 머리를 손질한 것이다.
자신의 생활비를 줄인 보람이 있어, 그린의 머리는 날마다 실장석답지 않게 싱싱한 윤기를 발하게 되었다.
예상 이상의 성과에 강한 반응을 느끼고 있던 남자. 이것이라면 우승도 꿈은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다.

특별 주문으로 의뢰한 실장 옷의 완성이 늦어져, 마감이 아슬아슬하게 되었지만
오늘 안으로 등록용 사진을 첨부한 메일로 참가 신청을 하면 내일 있을 콘테스트 실전에 충분할 것이었다.
그것이 그저 약 한 시간 정도 눈을 뗀 사이에, 그린 스스로가 모든 것을 헛일로 만든 것이다.

격앙한 남자의 분노는 진정되지 않는다.
웅크린 그린을 발길질하며 원망의 말을 계속해서 퍼붓는다.

"데... 데에에... 선물인 데스우. 주인님... 데갸앗!"

그것을 받으며 간신히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그린은 눈앞에 떨어져 있는 쇠사슬을 향해 손을 뻗친다.
그 팔을 남자의 신은 샌들이 짓밟는다.
그린의 비명과 함께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뭐야 이거!? 그렇게 예쁜 옷을 주었는데도, 이런 빨간 녹투성이의 더러운 것을 원한 거냐!? 장난 치지마!!"

그렇게 외친 남자는 그린이 가지고 온 사슬을 현관 밖으로 차 날렸다.
짤랑짤랑 소리를 내며 허공을 날아간 사슬은, 문설주 근처 수풀에 떨어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을 눈으로 쫓으면서 그린은 흐느껴 운다.

"데에에에엥... 다른 데스우! 주인님에게 드리는 것인 데스우...!"
"아아!? 데스 데스 데스 데스 시끄러워, 똥벌레야!!"

그의 목소리는 바닥으로 굴러간 링갈을 통해서 그린에게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문자가 표시되는 액정 화면을 보지 않는 남자에게, 
그린의 말은 그저 데스 데스 하고 아우성치고 있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변명 같은 울음소리가 신경에 거슬린 남자는 더욱 더 그린의 안면을 샌들 끝으로 걷어찼다.

"데베엣"
이빨이 흩날리고, 코피가 뿜어져 나온다.
안면이 함몰된 그린은 흠칫흠칫 경련 하면서 차가운 현관 바닥에 큰 대자로 뻗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자신 안의 열이 급격히 식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화가 풀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화를 내든 어쩌든 상관없어진 것이다.

"하아아아… 너 따위 이제 됐어. 역시 좋은 이야기 따위 될 리가 없어..."

성대하게 한숨을 내쉬고 남자는 쭈그리고 앉고는, 
그린의 발목을 움켜쥐고 그대로 밖으로 질질 끌어서 현관 옆의 콘크리트 토방에 내팽개쳤다.
탁탁 손을 털면서 남자는 얼빠진 눈을 하고 있는 그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바보구나, 너도. 하루만 얌전히 있었으면 나보다 훨씬 사치시켜줄 부자에게 길러졌을 지도 모르는데."
"데... 에... 에..."
"자업자득이다. 나도 이제 널 키울 이유가 없고, 만약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어딘가로 꺼져버려. 
말해두지만, 이번에 돌아오면 그땐 뒤진다?"
"주... 주인...님..."
"그럼"

눈물에 콧물에 코피, 침, 토사물, 진땀. 모든 체액으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린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남자는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열쇠를 걸어버린다.
흐릿한 시야의 구석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린의 두 눈에서 새로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미동도 없이 누워 있던 그린이 갑자기 꿈지럭 꿈지럭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뼈가 으스러지고 내장을 심각하게 다친 그린은 시간 들여서 엎드린 다음,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발을 사용해서 조금씩 조금씩 기어간다.

"주인... 님... 선... 물... …주인...니...임... 서언...무울... 주인...."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같은 말을 말로 중얼거리며 그린은 나아간다.
날도 완전히 저물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에 희미한 한숨이 흰 안개가 되어 사라진다.
그 때 그린의 등에 작은 흰 가루 같은 것이 춤추듯 내려 왔다.
등에 닿은 그것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이윽고 주위에 몇이나 되는 가루가 잇달아 내리기 시작한다.
천천히 바람에 흩날리다, 지면에 떨어져서는 덧없는 사라지는 하얀 가루.
가로등 불빛을 반사하고 반짝 반짝 빛나는 그것에 둘러싸이면서 그린은 오직 전진하는 것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우오오... 춥다.."

이튿날 아침, 골판지 상자를 안고 현관을 연 남자는 주위의 경치에 눈을 크게 떴다.
한 면에 쌓인 눈은 마을의 경치를 하얀색 일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차가 달리지 있지 않은 탓인지, 평소보다 훨씬 조용하게 느껴진다.
멀리서 상가에 흐르는 크리스마스 송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남자는 샌들을 신고, 맨발이 얼어붙는 것 같은 차가움에 견디며 밖으로 나온다.
손에 든 골판지 상자의 내용물은 그린의 사육에 사용한 실장용 도구들이다.
이번 일로 질려버린 남자는 이제 실장석을 키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연말이 되기 전에 몽땅 내다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차갑다 차갑다 차갑다고!"

새로 내린 눈을 디디며 걸어가다가, 문설주 앞에서 뭔가에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뭐냐?"

눈에 파묻혔던 무언가를 발끝으로 굴려 본다.

"아아…너였냐"

거기에 있던 것은 누운 채 얼어붙은 그린의 모습이었다.
두 눈이 완전히 뿌옇게 흐려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미 죽은 것이 분명하다.
문득 그 손에 빛나는 것을 발견한 남자는 쭈그리고 앉아 눈을 치워 보았다.
죽어서도 여전히 그린이 소중하게 쥐고 있는 것은, 어젯밤 어디에선가 가지고 온 금빛사슬이었다.
사내는 약간 신기한 듯 머리를 긁는다.
쓰러진 장소로 살펴보건대 그린은 한번 문기둥 옆까지 와서 이 사슬을 주운 다음, 
다시현관으로 이동하려고 한 것이 된다.
똑바로 현관을 향했다면 모를까, 일부러 체력을 소모시키면서까지 이 사슬을 고집하는 이유는 뭐였을까...
잠시 생각하고 있었던 남자였으나, 발을 덮치는 차가움에 몸서리 치면서,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일어섰다.
그린의 손에서 빼낸 사슬을 함께 박스 속으로 처넣고, 얼어붙은 시체를 발로 밀어서 옆으로 보낸다.

"나중에 실장 회수 봉지에 넣어서 버릴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상자를 들어 쓰레기 수거장으로 향하는 남자.
흔들리는 골판지 상자 속에, 나란히 있는 링갈과 쇠사슬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특별함'의 대가

 

그 방에는 실장석 한 마리가 있었다.
실장석치고도 뚱뚱했지만 그도 그럴 것이 두 눈 모두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곳에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손에는 육즙이 끓는 갓 구운 햄버그스테이크가 놓인 접시를 들고 있었다.

"에메랄드, 뱃속의 자 상태는 어때?"

실장석은 배를 쑥 내밀며 대답한다.

"당연한 데스! 특별한 와타시의 자는 특별한 와타시의 뱃속에서 건강하게 크고 있는 데스.
 그것보다 특별한 와타시와 와타시의 자를 위해 빨리 그 스테이크를 먹게 해주는 데스."

손과 혀에 가벼운 화상을 입는 것도 아랑곳없이, 그 실장석은 남자가 놓은 접시에서 스테이크를 채가듯이 뜯어서 씹어 삼켰다.


"......데브."

2kg 정도의 고기를 깨끗이 먹어치우고 실장석은 만족스럽게 배를 쓰다듬었다.

"데? .........움직인...데스?"

육즙이 그대로 묻은 손에 엉터리 생물의 생명의 고동이 전해진다.

"그래? ...만져도... 될까?"

남자가 묻자 귀찮은 듯하면서도 얼굴을 살짝 분홍색으로 물들이며 실장석은 대답한다.

"어...어쩔 수 없는 노예 데스. 오...오늘은 특별히 와타시의 배를 쓰다듬는 것을 허락해주는...해주는 데스."

남자가 손을 실장석의 배에 얹자, 확실히 그곳에 무수한 생명이 숨 쉬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그 감각에 싱긋 웃었다.
그 표정을 보고 실장석도 자연스럽게 남자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며칠 후...

실장석은 자실장 세 마리를 낳았다.
충분한 식사에 의한 영양과 따뜻하고 안전한 방.

「「「텟테레ー♪」」」

태교 노래에 의해 세상에 태어난 환희의 탄성을 씩씩하게 지르며 태어난 것이다.

"정말 건강한 자 데스."

새끼 두 마리는 지독할 정도로 어미답게 된 실장석의 유두에 달려들어 모유를 빨아들이고, 지금은 포만감에 휩싸여 자고 있었다.

"오마에는 착한 자 데스. 여동생들을 위해 배가 고파도 계속 기다리다니, 마치 옛날의 와타시를 보는 것 같은 데스.
 그리고 와타시는 지금도 아름다운 데스. 그래도 어릴 때는 어릴 때 나름대로 귀여운......."

그제야 어미의 젖을 문 새끼는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모를 끝없는 자랑을 배경음 삼아 묵묵히 빨았다.


"......그래서 이걸 오마에에게 주는 데스우. 이건 와타시가 예전 노예가 있던 곳에 살기 전......
 와타시가 와타시의 마마와 함께 있었을 때 마마에게서 받은 소중한 부적 데스."

젖을 빠는 자실장의 손에 딱딱한 무언가를, 팬티 속에서 부스럭거리며 꺼내 쥐여준다.

"이건 와타시의 마마가 와타시의 마마의 마마, 그 마마의 마마의 마마... 훨씬 마마의 마마에게서 계속해서 특별히 영리하고 아름다운 자에게 물려줘 온 것인 데스."

차갑고 딱딱한 부적이 반짝반짝 빛난다.

"테치이?"

"이 부적은 알 데스우.
 이 알이 깨면 안에서 인고옹정려엉이 나와서 와타시들을 더 아름답고 영리하고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고 마마가 마마의 마마, 그 마마로부터 들은 데스......."



"역시... 이별인 데스?"

남자는 조금 곤란한 듯이 웃었다.
그것이 어머니가 된 실장석의 질문을 긍정하고 있었다.
이것이 몇 번째일까?
이 남자가 있는 곳에서 지내게 되고 나서, 이 실장석은 이미 수차례의 임신과 출산, 그 새끼를 남자가 데려가는 행위가 되풀이되고 있었다.

".........데스우."

하지만 몇 번이나 반복되는 일이라도 역시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잘 지내는 데스.........."

그날 오후, 남자가 가져온 상자에 넣어진 자실장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실장석의 모습이 있었다.

"싫은 테치이!! 마마랑 같이 테치. 같이 있는 테치이이이."

"안 되는 테치. 마마가 곤란해하는 테치."

있는 힘껏 울부짖는 새끼를 달래는 것은 그때 부적을 맡게 된 특별한 자실장이었다.





(역시 이 자는 특별한 데스. 이 자라면 분명히 알을 되돌릴 수 있는 데스.)

"그럼 이제 갈게."

남자는 자실장들이 든 상자를 들고서 실장석에게서 등을 돌렸다.

"오마에들은 특별히 아름답고 영리한 와타시의 자 데스! 그러니까 특별한 와타시의 자니까 꼭 행복해질 수 있는 데스.
 행복한 사육실장생을...... 노예를 그 귀여움으로 메로메로시켜서 보내는 데스우!!"



"테츄아아아아아............."

24시간, 자실장의 신음소리를 견딜 수 없는 이곳은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에 있는 실장활성제 공장.
이곳에서는 인접해서 세워진 전용 농장에서 온, 생후 일주일 이내의 싱싱한 자실장을 차근차근 사흘 밤낮으로 으스러뜨리고서 재생을 기다리고,
다시 으스러뜨리는 일을 반복한다.
실장활성제의 원료는 실장석의 성장 호르몬이다.
육체에 손상을 주어 성장 호르몬을 활성화시키고, 그것을 짜내 여과시켜서 활성원액을 얻는다.
일반적으로 자실장 한 마리로부터 원액 1mg을 얻을 수 있다면 잘 나온 것이라 한다.

......그리고 생산석에서 태어난 자실장을 일컫는 말인 '특별한 새끼'들은 그 안에서 세숫대야에 채운 온수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으깨어지는 새끼를 보고 있었다.






"테프프, 귀여운 와타시들하고 다르게 추한 똥벌레는 저런 꼴을 당하는 테치."

새끼 한 마리가 세숫대야에서 몸을 내밀고, 실린더 안에서 천천히 짓뭉개지는 새끼를 가리키며 웃었다.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테치. 구해주고 싶은 테치."

녹색의 돌을 쥔 새끼가 그것을 제지하려 했다.

"언니쨩은 바보 테치. 와타시들은 특별하니까 저런 건 내버려 두는 테치. 그러니까 아까도 바보 닝겐이 콘페이토를 바친 거인 테치."

다른 한 마리도 끼어든다.

"운치도 많이 싼 테치."

새끼 두 마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환한 미소로 자신들이 특별한 존재임을 되새기고 있었다.



「「「테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필사적으로 어미를 부르는 3개의 목소리가 겹친다.
하지만 이윽고 그것도 줄어들고,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다.
죽은 것은 아니다.
소리가 전달되지 않게 되었을 뿐.
자실장들이 각각 갇혀있는 유리 용기에서 공기가 빠져 거의 진공이 되었기 때문에 체 조직은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풀고,
눈, 코, 입, 유두, 모공, 총배설구, 구멍이란 구멍에서 체액을 내뿜는다.






(왜 테치? 어째서 테치? 와타치는 살아야 하는 테치....... 마마한테서 부적을 받은 와타치는 살아서 특별해져야만 하는 테에.........아....)

소리로 나오지 않는 외침을 지르던 순간, 이 자실장의 시야는 하얗게 칠해져 으스러졌다.



애정을 받고 모체 내에서 생성된 자실장은, 생산석에 의해 대량생산된 자실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고품질의 성장 호르몬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수유에 의해 모체로부터 직접 호르몬을 섭취함으로써 더욱 질이 높아진다.
그것을 진공 속에서 추출하여 재생 시에 위석에 가해지는 부담을 극한까지 낮춘 실장활성제가 얻어지는 것이다.
이 추출은 자실장이 기절하면 산소와 질소의 혼합기체로 의식을 회복시키고,
다시 진공으로 만들어 자실장의 위석 한계까지 되풀이한다.
그동안 작업자는 차분히 지켜보기만 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
당연히 공장 안은 실장 링갈 반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몰래 들여와서 괴로워하는 모습과 절망스러운 탄식을 웃으며 지켜보는 작업자도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거의 전원이, 안 그럼 못 해 먹지... 실제로.



며칠 후...

두 눈이 녹색이 된 실장석이 손과 얼굴, 턱받이를 성대하게 더럽히며 햄버그스테이크를 먹고 있었다.
그 새끼들의 어미, 에메랄드다.

"데스뎃스....... 그 자들은 좋은 노예에게 받아들여진 데스? 걱정되어서 밥도 제대로 안 넘어가는 데스우...."

그렇게 말하면서도,

"임신 중엔 뱃속의 자의 몫까지 배가 고파지는 데스우! 눈치 있게 더 가져오는 데스."

이번이 3그릇째다.

"정말로 맛있을 것 같은 고기 냄새 데스."

햄버그스테이크 4그릇째에 달라붙는다.

까득

"데에?"

무언가 딱딱한 것을 힘차게 깨물고 말았다.
혀를 이용해 그 무언가를 손에 뱉어낸다.







그것은 비취 부스러기였다.
장식으로도 적당하지 않고, 기념품용 잡동사니에조차 쓰이지 못할 금 간 비취 파편.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단순한 잡석.


일반적으로 실장활성제는 10g당 3만엔 정도에 거래된다.
자실장석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은 1mg 정도이므로 한 병당 10000마리의 자충이 희생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고품질 활성제는 같은 양이 그 5배로 뛴다.
그런데 한 마리에서 채취되는 양은 0.25mg쯤이다.
즉, 그녀의 새끼의 목숨에 가격을 매기면 대략 3엔.
그러나 이는 생산, 유통에 드는 경비 일체, 종업원의 급여를 제하고 계산한 경우다.
결국 그녀들의 목숨은 티끌.
가격을 매기는 것은 당치도 않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오늘도 계속 낳는다.
'특별'한 생활의 대가를 계속 지불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