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실장



집에서 키우고있는 실장석은 녹차マッチャ라는 이름. 실장치고는 꽤나 노인네이다.
내가 철이 들 때 즈음에 가게에서 구입해 우리집에 온 훈육완료 애완용실장으로, 적어도 10년 이상은 살아왔다.

실장을 잘 아는 녀석들은 이렇게 오래 산 건 못 봤다며 대체로 놀라워한다.

의식주가 보장된 사육실장이라도 다양한 욕구를 억제하며 주인의 명령을 지키는 생활에는 상당한 스트레스가 쌓이는 듯하고, 때문에 위석에 미세한 상처가 쌓이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하는 모양이다.

설령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어리광을 받아 준다고 해도 결국은 실장. 오냐오냐 하다가 어디까지나 기어올라와 주인을 무시하고 분충화하여 사육주의 인내가 바닥나서 처분되거나, 욕망대로 불건전한 생활을 하다가 성인병의 집합체가 되어 역시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한다.

녹차는 내가 어릴 때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집에 있었기에 그렇게 신기한 실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래 사는 특별한 이유도 짐작이 가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이 녀석 자신은 꽤나 덜렁대고 느긋한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그렇게 느끼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성체가 되고나면 외견상의 변화는 없는 실장석이지만, 이녀석 정도로 늙으면 역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노화가 나타나 있다.

눈꼬리와 입 가장자리에는 주름이 잡혀 있고, 턱 주변은 살거죽이 처져 있다. 뚱뚱해진 것이 아니고 피부 자체의 탄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살갗도 수분이랄까 기름기가 빠져나가 꺼칠꺼칠하다.

털도 윤기를 잃어 약해져 하늘하늘해지고, 절반 가까이 빠져나가있다.
되도록 탈모되지 않도록 샴푸로 감겨주는 것만 해도 꽤 고생이다.
옷도 녹색이 옅어지고, 군데군데 닳아 해어져 있다.

그런 외모이지만, 이 녀석 자신은 부쩍 머리가 둔해졌는지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다.
몸에 밴 예의범절도 상당수 잊어버렸지만, 그다지 움직이지 않고 말소리를 내는 일도 적어졌기에 별로 곤란하지 않다.

총배설구는 완전히 조여지지 않게 되어 똥을 군데군데 흘리기 때문에 언제나 기저귀를 차고있지만, 배설량도 진짜 실장인가 싶을 정도로 적어져 있다.

하는 일이라고는 툇마루에서 쭉 햇볕을 쬐거나 마루에 앉아 멍ー하니 TV를 보는 것 정도뿐이라 마치 단순한 봉재인형처럼 얌전하다.

「이봐 녹차, 밥이다」

햇볕을 쬐는 녹차에게 내가 말을 걸자 천천히 이쪽을 바라보고, 느릿느릿 몸을 일으키더니 어기적거리는 발걸음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먹이를 줄 때 뿐이다.
이런 점은 아무리 늙어도 실장석이라고 해야하나.

주는 것은 고구마사탕. 나이가 들어 취향이 바뀐건지 지금은 단맛이라고 하면 별사탕보다 이쪽을 먹기 좋아한다.

얼마 남지않았던 이빨도 죄다 고구마 사탕에 빼앗겨버린 주제에 먹는 것을 그만두지는 않을 정도니까.
지금도 이빨이 없는 입 안에서 우물거리며 열심히 고구마사탕을 빨고 있다.

아아, 보라구, 침 흘리잖아.
닦아주지만 반응은 없다. 보통의 실장이라면 뭘 먹을 때에 입에 손을 대면 위협이라도 할텐데.

「너도 꽤나 입맛이 바뀌었구나. 젊었을때는 고기만 먹고 싶어했던 주제에」
말을 걸어도 묵묵히 입 안의 사탕을 굴릴 뿐 대답은 없다.

「연말 선물로 받았다가 잊고 있던 햄이 나왔을 때 네가 엄청 먹고 싶어했지만, 역시 유통기한이 2년이나 지나서 버렸더니 네가 쓰레기통을 뒤져서 다 먹어버렸지」
「……」 우물우물
「먹보짓하면 혼난다고 사흘동안 벽장에서 밥 안주고 갇혀있었는데」
「……」 우물우물

식사중이라서 그런건 아니고, 이녀석은 요즘 이쪽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가끔씩 데ー하고 짖는 소리가 나서 링갈을 들여다보아도,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를 보는지 알수 없는 눈을 보면 무심코 뭔가 말을 걸게 되는 것이다.

잠시 후 입 안의 사탕이 없어졌지만 또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식욕은 있는 모양이지만 먹는 양이 극단적으로 적어져 있다.

낮에 고구마 사탕을 한 알 먹고 아침과 저녁에는 온수에 불려서 죽처럼 만든 푸드를 밥그릇에 절반 정도.

요즘의 이 녀석의 하루 식사는 계속 이런 모양새이다.

햇볕을 다시 쬐려고 어슬렁어슬렁 느리게 툇마루로 향하는 녹차.
하지만 거실을 막 나오려고 하다가 그 움직임이 멎는다.
태엽이 끊어진 장난감처럼 그 자세 그대로 굳어 있다.

처음 이렇게 되었을 때는 기겁해서는 실장병원에 데려갔지만, 진찰에 따르면 위석에서 내는 펄스가 약해진 것이라, 일정시간 펄스의 발생이 멈추는 모양이다.
몰랐더라면 저대로 죽었다고 착각해서 그대로 장사지낼 뻔 했다.

그 이후에도 프리즈 현상은 자주 일어났고, 점차 횟수와 시간도 늘어났다.
그 동안에는 쿡쿡 찔러봐도 뭘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어쨌거나 여기에 서 있으면 방해되니 안아들고 툇마루까지 옮겨준다.
…꽤나 가벼워졌구나. 옛날에는 좀 더 묵직했던 느낌이었는데.

잠시 후 렉이 풀리고 동작을 재개해서 다시 걸어나가려 하지만, 어느새 이미 툇마루까지 와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이상하다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이고 그 자리에 드러누워 해가 질 때까지 거기에서 햇볕을 쬔다.

저녁식사 후에는 목욕하면서 씻어준다. 도무지 날뛰질 않으니 편하다.
옛날에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샴푸로 거품을 내면서 놀기도 하고, 데후훙데후훙 큰 소리로 음치인 목소리로 노래하면서 노느라 손이 많이 갔는데.

머리털이 마를 즈음에 잠자리에 놓아주면 그대로 죽은듯이 잔다.
문득 잠자리 옆에 놓여있는 고무공과 블럭, 미니카 등의 장난감이 눈에 들어왔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기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슬슬 처분하거나 다른 실장을 키우는 집에 주는 게 좋을까…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지만 결국 그냥 내버려 두게 된다.

노실장이 된 녹차의 하루는 대개 이런 식으로 끝난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런 나날이 반복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녹차에게도 마지막 시간이 찾아왔다.

어느 날 프리즈한 그대로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이다.
자주 있는 일이라고 가족 전원이 방치해 두었지만, 정말로 죽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멈추고 나서 꼬박 하루가 지나서였다.

가족 전원이 떠나가는 녹차를 둘러싸고 마지막 말을 나누기로 했다.
나 스스로 어렴풋이 그리고 있던 임종과는 전혀 동 떨어진 갑작스런 종막.

나름대로 쓸쓸하긴 했지만, 왠지 그때는 그렇게까지 슬프진 않았다.

다만 며칠이 지나 녹차의 사진 앞에 놓인 유품인 위석과 머리털 뭉치를 보았을 때에 하마터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정이 복받쳤지만, 그것도 그 정도 뿐이었다.

굉장히 드문, 천수를 다한 실장석.

녹차 자신은 최후에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렇다고 해도 저 모습으로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죽었을지 어땠을지도 알 수 없지만.

상자에 담긴 녀석의 위석. 금 하나도 나있지 않지만, 완전히 타버린 숯처럼 새하얗게 되어 있다.

왠지 모르게, 수고했어, 하고 한 마디 건네면서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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