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만남
그것은 그저 우연이었다.
새벽 등산을 마치고 산길을 내려가던 중 내딛던 발치에 상처입은 작은 엄지실장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새벽비를 피하려고 했던 것인지 작은 나뭇잎을 하나 주워 우산 삼고 있는 웃기지도 않은 몰골이었다.
지금은 이미 비도 그쳤는데. 비가 그친줄도 모르는건가?
뭐 아무튼 찢겨진 자상이 가벼워 보이진 않았다. 왼쪽 발목도 모양새를 보아하니 부러진 모양. 동족과의 싸움이었을까. 뭐 내 알바는 아니지만.
금방이라도 눈알째 흘러내려버릴 정도로 울먹거리던 이 녀석은 본인 역시 이런 산길에서 사람을 만나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는지 꽤나 놀란 기색이다.
별수없지.
-야 너 사람 하는말 알아 들을 줄 알지? 치료해줄게 나랑 같이 갈래?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평소에도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작은 다람쥐나 햄스터, 이런 실장석같은 녀석들의 사진을 보면 터트려버리고 싶니 밟아버리고 싶니 가학적인 언사를 일삼았던 내가 이 작은 생명체에게 꺼낸 첫 마디는 치료를 해줄테니 함께 가자는 말이었다.
그녀석은 잠시 망설이며 레렛 거리더니 불편한 다리를 이끌며 내가 내민 손위에 조심스레 올라 앉았다. 그러면서도 내게 고개를 까딱까딱 거리는건 잊지 않는다.
인사냐?
가벼웠다.
2.
누나가 작은 실장석 일가를 키웠던 경험이 있다.
시집을 가고 분가를 하며 누나의 대부분 세간살이는 지금 집에서 빠져 나갔지만
다행히 그때 사용하던 실장석용 치료키트와 간이침구세트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상처부위에 연고를 적신 면봉으로 문지를땐 이녀석이 잔뜩 겁을먹고 파닥파닥 레치레치거려서 꽤나 고생했지만 어째저째 치료를 끝내긴 했다. 내 손가락만한 녀석이 체력은 천하장사다. 녀석은 하얀 붕대가 감긴 자신의 손과 발을 한참이나 번갈아 가며 지켜보다 나에게 한참동안이나 레찌레찌거렸다. 뭔 소리야? 어차피 치료만 마쳐주고 좀 쉬게하다 내보낼 생각이니 링갈은 필요없겠지.
자신의 팔다리를 확인하는 실장석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녀석의 작은 숨소리가 들려온다. 정말 신비롭다. 이 작은 꼬마녀석 안에 온갖 오장육부가 들어있고 어느정도나마 인간과 소통이 가능한 지성이 담겨있다니.
이 작고 귀여운 생명체를 지켜보고 있으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꿈틀거려옴이 느껴진다. 그게 무엇인지 난 지금 너무나 궁금하다.
알고싶다.
3.
누나의 애완실장용 악세사리가 있길래 녀석의 머리에 달아주었다.
처음에 나의 손길이 닿을땐 깜짝놀라 소스라치며 찌찌거리더니 이내 안심하곤 리본을 조심조심 만져본다.
마음에 드냐?
배가 고플까봐 작은 포도알 하나를 따서 던져주었는데 마음에 들었는지 꼭 달라붙어있다. 서서히 경계를 풀어가는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게 느껴진다.
꽤 배가 고플거라고 생각해서 녀석의 몸통만한 포도알을 준건데 녀석은 두세입 오물오물거리며 먹고 푸하 거리더니 이내 식사를 마쳐버렸다.
식사를 마친뒤에도 내게 공손히 고개숙여 인사하며 먹은 자리 정리를 하고 있다.
꽤 영리한 녀석이다.
4.
식사를 마친뒤 적당한 온도로 데운 목욕물을 준비해 녀석을 씻길 준비를 했다.
실장석용 목욕용품이 그대로 남아 있던것이 다행. 김이 퐁퐁나는 더운물을 처음본 모양인지 녀석은 레삐삐삐삐 거리며 잔뜩 겁먹고 물에 들어갈 생각조차 못했지만 어느새 더운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작은 오리까지 띄워서 놀고 있다.
완전 어린애다.
5.
목욕을 마치고 실장석 침구세트방에 녀석을 조심스레 내려다 주었다.
신기하게도 녀석은 작은 수건으로 자신의 몸을 깨끗이 닦기도 하고. 접시에 물도 한모금씩 꼴깍꼴깍 마셔가며 목욕후의 개운함을 만끽했다.
팡팡거리며 자신의 침구도 알아서 준비를 하며 이부자리를 마련하는게 여간 솜씨가 아니다.
잘 준비를 모두 마친 녀석은 이불속에 쏙 들어가더니 날 바라보곤 한참동안이나 무언가 레찌레찌 거렸다.
고개도 연신 까딱거리며 인사도 하고 뭔가를 얘기하다가 울먹거리기도 하다가 또 다시 빵긋거리며 웃기도 했다.
그러다가 졸음이 몰려오는지 졸린눈을 비비적거리며 고개를 꿈뻑꿈뻑거리다 한번 흠찟 놀라더니 내게 또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는 베게에 고개를 폭 박아버린다.
도로롱 도로롱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또다시 무언가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것이 올라온다.
이 작은 생명체는 묘하다. 햄스터,다람쥐 이딴것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지성이 있고 언어가 있다. 어쩌면 앞으로 인류에게 있어서 개,고양이 이상의 동반자가 되어 줄 지도 모르는 생명체다. 막연했던 마음속 꿈틀거림의 정체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저 작은 녀석의 귀여운 숨소리는 조용히 안아주고싶은 따뜻한 마음과 타인에게 내보일수 없는 내 내면의 추악하고 더러운 가학심을 동시에 끄집어내고 있다.
고조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차가운 물을 한모금 들이킨 나는 녀석의 침구세트 상자를 조용히 닫아주며 거실의 불을 껐다. 심장소리가 내 몸 바깥으로 터져나오는듯 하다.
6.
다음날이 되자 개어놓았던 자신의 옷을 챙겨입은 실장석은 내가 상자 뚜껑을 열어보기가 무섭게 고개를 연신 숙이며 인사를 해댔다. 지난밤 자신의 처우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 듯 하다. 온화함과 폭력사이의 갈등에서 오는 신비로운 고조감을 조금은 더 느끼고싶다.
결정했다. 어머니 아버지도 장기 출장을 나가셔서 나혼자뿐인 집이 적적하기도 했고
뭔가 날 반겨주는 존재가 집에 있다는건 그렇게 나쁜일만은 아니니.
더군다나 이녀석은 꽤 영리해보여서 멍청하고 더러운 대다수의 분충 트러블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것같다.
-이봐 난 --라고해 같이 한번 지내보자. 잘부탁해.
내가 내민 검지를 한참이나 가만히 지켜보던 녀석은 또 다시 금새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작은 양손으로 내 검지를 잡고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거린다.
손끝으로 이 작은 녀석의 온기가 전해져온다.
7.
녀석과의 동거가 시작된 이상 상호간 의사소통이 필요하겠지.
난 스마트폰에 보급형 번역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녀석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안녕 꼬마?
-안녕하세요 인간씨! 좋은 아침인레치!
작동에는 이상이 없는 듯 하다.
녀석의 목소리는 일반 실장석들보다도 몹시 작고 가늘다.
-오늘부터는 니가 하는 이야기를 내가 이해 할 수 있게 됐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텐데 뭐라도 얘기해보렴.
-렛? 내 목소리가 인간씨에게 닿는레치? 정말 좋은레치!
고맙다는 말 많이 많이 하고 싶었던 레치! 팔씨 다리씨 아야아야했던 레치!
인간씨가 치료도 해주고 목욕도 시켜준레치! 고마워요 레치!! 레히이잉
녀석은 자신의 목소리가 나에게 닿는다는 표현을 썼다.
일반적인 실장석의 지능으로는 이런말 쓰기가 힘들지 않나?
-신경쓰지마. 내가 원했던 것이니까. 그건 그렇고 넌 왜 내게 목소리가 닿는다는 표현을 했니?
나의 질문에 녀석은 잠시간 고개를 숙이고 골똘히 생각하는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와타치 목소리를 인간씨가 제대로 듣는 레치.
와타치는 인간씨에게 정말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던 레치.
이제 인간씨는 내 말을 들을 수 있는 레치.
그건 와타치의 마음이 인간씨에게 닿는거라고 생각하는 레치.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성체 실장석조차도 멍청한 녀석들은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한 사고력이 오락가락 하곤 할 터.
이 녀석은 성체건 미성숙개체건 그런 문제를 넘어선 사고력을 가지고 있었다.
엄청나게 감성적인 녀석이다. 그리고 섬세하면서도 이지적이다.
궁금한게 미친듯이 샘솟아나지만 천천히 알아가도록 하자.
-그렇구나. 니 목소리는 나에게 확실히 닿고 있으니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
녀석은 홍조를 띄며 고개를 숙인다.
-넌 이름이 있니?
-마마와 언니쨩들 구더기쨩들은 와타치를 엄지쨩이라고 불렀던 레치!..레히잉...
훌쩍이며 어깨를 들썩이는 엄지.
-그렇구나 그럼 엄지야? 엄마와 언니동생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어?
연신 코를 들이마시며 눈물을 닦던 녀석은 크게 한번 코를 들이 마시고 입을 열었다.
-그냥 와타치가 구더기쨩들을 잘 돌보지 못한레치...언니쨩들이 나는 분충이니 집에서 나가라고 했던레치.. 바깥은 무서웠던 레치..
-나와 만난날 다쳤었지? 엄마와 언니들이 때린거야?
녀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닌레치...마마쨩은 와타치의 나뭇잎 주머니에 도토리를 잔뜩 넣어준레치...
그리고 미안하다고 했던레치...왜인지는 모르는레치.. 레휴우우웅
잘은 모르겠으나 대강의 짐작으론 녀석의 언니들을 피하게 하기 위해 어미가 엄지를 내보낸듯한데...어렵군. 성체 친실장이 분충 자실장들을 처리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이봐 그만 울고, 아침식사다. 먹어라.
잉잉거리던 녀석은 아침 식사라는 말에 다시 눈을 초롱거리며 날 바라봤다.
실장석치고 식사량이 생각보다 작은 녀석에겐 잘게썬 상추잎 약간과 슬라이스한 빨간 햇딸기 반조각. 그리고 약간의 우유를 준비해줬다.
딸기가 몹시 맘에 들었는지 녀석은 양손에 딸기조각을 쥐고 베시시 웃는다.
아직 얼굴엔 눈물자국이 남은 채로다. 조심히 녀석의 눈물자국을 닦아주자 홍조를 띄며 부끄러워한다.
-레헤헹 잘먹겠습니다 레츄우~
난 딸기를 오물거리며 양쪽뺨이 다람쥐마냥 부풀어올라 실룩거리는 녀석의 머리를 검지로 가볍게 쓰다듬어주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멀었다 아직은.
8.
아침식사를 마친후 녀석은 똥을 눈다.
아기실장 주거용 상자엔 작은 변기가 있고 녀석은 따로 가르침이 없이도 항상 그곳에 배변을 했다. 물론 녀석이 배변을 마친후엔 내가 배변통을 꺼내 세척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긴했으나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며 똥을 지리는 멍청한것들보단 훨씬 나은셈이라고 해야할까.
보통의 실장석은 녹색 똥을 누는걸로 들었는데...
인간이 먹는 채소와 과일류 우유를 먹여서일까. 녀석의 배설물은 인간의 그것과 같았다.
저 작은 녀석이 변기위에 쭈그려앉아 오들오들떨며 온몸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보자면 웃기지도 않는다. 심지어 뒷머리는 혹시나 똥 묻을까봐 앞으로 쓸어넘겨 힘줘 쥐는 용도로 사용한다. 이 작은 생명체는 머리털조차 살아감에 있어서 꼭 필요한 도구인것이다.
-끄으으으응츄우우우...
-레히이이잉...
녀석의 배변시간은 긴편은 아니나 그 짧은 순간엔 정말 온 힘을 다하는게 느껴진다.
들어보라 저 녀석의 온 힘을 다한 신음을.
그렇게 배변을 마친 녀석은 휴지로 배설구를 꼼꼼히 꼼지락 꼼지락 닦는다
저 작은손으로 실장티슈를 쥐고 야무지게 닦는것은 정말 신기하다.
그러고 나서야 팬티를 주섬주섬 입어 올린다.
-렛,인간씨! 거기 있었던 레치? 와타치가 응가하는거 보지 말았으면 하는 레츄...
몇걸음 뒤에서 녀석의 배설을 관찰하던 내가 있었음을 확인한 엄지는 부끄러워했다.
분명히 이 녀석은 여타 실장석들과 다른것이 있다.
9.
-이봐 난 지금부터 일을 하러 가야한다.
난 거실 바닥을 여기저기 쪼르르 거리며 돌아다니던 녀석을 조심히 쥐어
아기 실장 상자에 내려다 주었다.
-레? 일이 무엇인레치? 궁금한레치!
-너희 엄마가 너와 자매들 밥먹일려고 아침부터 집 밖으로 나갔지? 그게 일이야.
녀석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닌레치! 그게 아닌레츄!! 인간씨의 일!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한레치!
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녀석에게 작은 공을 건네주었다
-그건 멀지않은 시일 내에 알 수 있을거야. 자 이건 선물이다.
저기 창 밖을봐 태양이 보이지? 저 태양이 저~쪽 산에 걸쳐지면 내가 돌아올거야 알았지?
-레??? 레??!??!!? 이게 공씨인레치!??! 레츄우우웅!!! 고맙습니다! 엄지쨩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레치!!! 다녀오세요 레치!
녀석은 자신의 궁금함이 해결되지 않음에 잠시 벙벙해 하다가 내가 건내주는 공을 받곤 꺆꺆거리며 꼬물거리다 내가 돌아서자 공을 튀기며 놀기 시작했다.
나의 직업은 외과 응급실 보조간호사.
수술실에서 응급환자를 집도하는 의사를 보조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내가 배워왔고 배우는 많은것들을 언젠가는 저 작은 아이에게 쓸 수 있을까.
먼발치서 여기저기 아장아장거리며 공튀기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가슴속이 간질거려온다.
10.
오늘의 주간 근무는 별 일없었다. 가벼운 서류업무와 기구세척 및 정비 차트정리 정도.
평소보다도 마음이 살짝 들뜬채 조급했던것은 엄지녀석 때문이었을까.
난 퇴근후 담당의와 동료 간호사들에게 인사를 간단히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발길을 서둘렀다.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상자 안에서 작고 가늘지만 반가워하는 기색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인간씨인 레치??? 오신레치?! 어서오세요 레츄웅!!!
-별 일 없었어???
녀석은 방금까지도 공을 튀기며 놀고 있었는지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할딱할딱거리며 짹짹거렸다.
-그런레치! 인간씨가 준 공씨와 하루종일 재밌었던 레치!! 그리고 햇님이 저쪽 산님이랑 만나자 인간씨가 돌아온 레치! 인간씨 약속 지킨 레치!! 와타치는 행복한 아이인 레츄!!
엄지는 베시시 웃으며 어깨를 으쓱으쓱거렸다.
난 그런 녀석의 이마를 톡톡 쳐줬다.
하루종일 뽈뽈거렸는지 땀으로 이마가 촉촉하다.
-목욕해야겠구나. 씻겨줄테니 이리오렴.
녀석은 씻겨준다는 나의 말을 이해 못했는지 잠시 멍하니 있더니 레? 하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까딱거렸다.
-이리와 가르쳐줄게.
-꺆!!레히이이잉 레힝 레츄웅 인간씨 간지러운레치!!!!!! 뺚!!
온수에 녀석을 참방참방 적셔주고 왼손에 건져올린 엄지를 거품불린 화장솜을 이용해 살살 문질러 닦아주었다. 처음 내 손위에 올라오기를 망설이던 녀석을 눕혀 여기저기 문질러주자 녀석은 자지러졌다. 몹시나 간지럽고 기분좋았는지 어린아이처럼 꺅꺅거리며 팔딱거리는 엄지. 작은 고기덩어리가 손위에서 꿈틀거리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반질반질거리는 녀석의 뒤통수도 재미있고 손바닥으로 전해져오는 녀석의 심장고동소리가 콩콩거린다. 온수의 느낌이 아닌 이 작은 꼬마의 체온은 이녀석이 확실히 살아 있음을 내게 가르쳐준다.
-기분 좋아?
내 손바닥 위에 걸쳐진채 축 늘어진 녀석은 옹알 거린다.
-레히잉...그런레츄...인간씨가 씻겨주는 목욕 기분 좋은레치...행복한레치...
행복한 일들은 아직도 많이 남았어.
11.
목욕을 마친 녀석은 온몸에 힘이 빠졌는지 상자에 내려주자 풀썩 쓰러져 버렸다.
-레히이...몸에 힘이 없는레치...노글노글레치...뽀카뽀카레치...
행복에겨워 꼬물거리는 녀석을 조심히 집어 앉혔다.
-머리 말려야해 감기 걸린다.
혓바닥을 쭉 뺀채 둥글게 말아 앉은 엄지는 삐약거린다.
-감기 싫은 레치... 막내구더기쟝도 콜록콜록 아팠던 레치...감기 무서운 레치...
난 헤어드라이어의 온도를 적당히 맞춰 잠시 켜보았다
-렛!!! 레에에엥!!! 무슨 소리인 레치??!?!?! 무서운레치!!!!
아 그런가.
처음 들어보는 가까운 거리에서의 헤어 드라이어 소음은 녀석에겐 공포 그자체였을터.
-아. 걱정마 따끈한 바람으로 물을 말려줄거야. 나 믿지?
귀를 막고 엉덩이를 치켜든채 고개를 처박고 와들와들 떨던 엄지는 나를 믿냐는 말에 고개를 들어 끄덕인다.
-인간씨 믿는레치. 인간씨가 따끈하다고 했으니 따끈한것이 맞는레치. 와타치는 준비가 된 레치!
콧김을 훙 뿜으며 정좌로 앉아 비장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난 나를 '믿는' 녀석에게 따뜻한 드라이어 바람을 쐬어 주었다.
-레?? 레히이이...따끈따끈 기분 좋은레치...역시 인간씨 믿으면 좋은레치...
와타치는 행복한 아이인레치...
헤어 드라이어의 소리에 작은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오진 않으나
어플리케이션에는 녀석의 한마디 한마디가 텍스트화 되어 갱신되고 있었다.
녀석과의 하루가 또 저물어간다.
12.
-요즘 실장석에 대해 자주 알아보네?
병원 동료 J다. 항상 능글하고 붙임성이 좋은 녀석인데다 업무 능력 또한 좋은편이라 병원 내에서 많은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친구다.
그는 퍼스컴으로 실장용품을 살펴보던 내게 자판기 커피를 건내주며 씨익 웃는다.
-응 그렇게 됐네, 재밌더라구.
우리 병원 자판기의 헤이즐넛은 몹시 일품이다.
만족스런 표정으로 커피를 후룩 마시는 나를 잠시 살피던 J는 묘한 웃음을 띄며 입을 열었다.
-어떤 녀석이냐? 난 자실장인데 요즘 머리가 아주 클대로 커버려서 미치겠다 아주.
어젠 똥까지 던지더라니까?
똥? 실장석들이 투분을 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흥미로웠다. 난 엄지사이즈의 실장을 키우고 간단히 녀석에 대한 소개를 해주었다.
엄지에 대한 얘기를 흥미롭게 듣는 J였지만 난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었다.
-...똥을 던져?
J는 후룩거리던 커피컵을 테이블 위에 놓으며 운을 텄다.
-그냥 실장사육 하다보면 종종 생기는 일이지 뭐.
더 맛있는걸 가져와라- 좀 더 좋은 생활환경을 제공해라- 던지 말야.
어제는 스테끼가 먹고싶다며 사방에 똥을 던지더라니까? 내 얼굴에도 던졌어.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지금부터인것 같다.
-그래서 녀석을 묶어두고 양쪽 따귀를 바늘로 너덜너덜 해질때까지 찔러줬지. 울고불고 똥지리며 빌면 약발라주고 또 찌르고 그랬더니 이젠 꽤 얌전해졌어. 실장사육은 훈육이 필수적이야 잊지마.
꽤나 놀라운 이야기였다.
J의 무용담을 들어보자면, 그는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실장석에 대한 학대를 자행 중이었고
그걸 타인에게 자랑스레 말 할수 있을정도로 실장석이라는 개체에 대한 훈육 학대는 이미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행위가 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묘했다. 엄지에 대한 그런 생각을 가진 내가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 작은 존재들에 대한 인간들의 인식은 찢고 비틀고 찌르고 괴롭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장난감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물론 실장석들의 성향상 훈육을 통한 통제가 필요하다지만 과연 일방적인 학대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통제가 필요하다면 그들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할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보다 많은 표본들을 구해 여러가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것이라는게 나의 결론이다.
아마 J는 내가 퍼스컴으로 살펴보던 용품이 실장석용 마취액과 회복활성액인것을 보고 단순한 훈육 학대용품을 알아보고 있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엄지실장을 키운다고 했지? 엄지실장은 수명이 짧아.
수명이 짧다니. 무슨소리야 그게
-기본적으로 구더기 실장과 엄지실장은 미성숙개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려나.
성체중에서 태교를 통해 극단적으로 구더기를 출산시키지 않고 뱃속에서 사산시켜버리는
경우도 종종있고 기적적으로 그 태교를 이겨내고 엄지실장 정도로 성장해서 태어나는 녀석들이 있을정도라구.
물론 구더기 실장같은 경우엔 야생에서 생존해 나가기에 신체구조적 한계 때문에 수명이 짧다고 볼 수 있지만 엄지실장은 그냥 수명 자체가 짧아. 성체의 뱃속에서 변형적으로 성장해서 태어나는 녀석이기 때문이라고는 하던데...
머리가 살짝 멍해졌다.
빨리 죽어버리면 곤란한데. 함께 할 것들이 정말 많다.
-방법은?
-살리는거? 그거야 자실장으로 자라나면 되겠지. 하지만 어려워. 영양뿐만이 아니라 - 위석 알지? 그게 녀석들의 핵심이야. 그걸 통해 녀석들은 희노애락애오욕을 전부 느낀다고. 그리고 저 감정들 중에서 사랑을 통해 위석이 활성화가 되고 실장들은 성장해.
보통의 엄지실장들은 대체적으로 친실장의 사랑을 통해 위석의 반응으로 자라난다 이거지.
하지만 간혹 사육인의 애정어린 사육을 통해 자실장으로 자라났다는 후기도 들려오는 모양이더군. 까다로울거야. 워낙 작은 개체인지라 충격에 몹시 약하고 활성용액에 담근다해도 위석이 예민해서 금방죽어버리고 그 크기 때문에 개복 치료도 거의 불가능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지?
어려워졌다. 조금 더 녀석을 알고싶기에 준비중인 많은것들이 있었는데.
난 J를 향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고 커피컵을 구겨 쓰레기통에 버렸다.
13.
-레! 어서오세요레츄!!!
현관문이 탕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이쪽으로 쪼르르르 달려와 나를 반겨주는 엄지.
생각보다 배변도 잘 가리는 영리한 녀석이라 하루종일 상자에 넣어두기보다는 거실에 꺼내놔주었다. 녀석의 건강상태와 정서를 고려한 결정이었는데 나쁘진 않은 모양이다.
-응 별일 없지?
-그런레츄! 오늘은 거실의 테이블을 닦은레치!! 엄지는 이제 청소도 할 수 있는 레치!!
단순히 먹고 자고 싸고 노는 똥벌레들과는 확실히 다른 녀석이다.
게다가 이 녀석은 자신의 행위를 칭찬받기 위해 해야한다기보단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느낌이랄까. 까마득히 높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녀석의 모습을 지켜봤다.
확실히 작다.
말그대로 엄지손가락만한 녀석이라 선 채로 내려다 보고있으면 더 작게 느껴진다.
이대로 살짝 툭하고 차기만해도 어딘가가 크게 다치겠지. 확실히 지금 이 상태로서는 뭔가를 해보기엔 이 아이는 약하고 가녀리다.
난 녀석을 살며시 집어들고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탁자위에 올려주었다.
물어보고싶은 이야기도 있고 말야.
-레찟!
-레...?
-이봐.
-레치!
엄지는 쪼르르 내 앞으로 달려와 공손히 무릎꿇어 앉는다.
-너 알고 있지?
-레?
-너라는 개체에 대해서 말야. 본능적으로라도 느끼고 있을텐데.
내가 무슨 말을 하는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까.
사고에 집중하는 녀석의 눈은 잠시 빛을 잃었다.
-와타치 조금은 알고있는 레치. 와타치같은 엄지는 금방 죽어버리는 레치.
그리고 와타치도 곧 인 레치.
입장을 생각해보자면 꽤나 슬픈말이지만 녀석은 담담히 말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괜찮은레치. 인간씨는 와타치를 치료해줘서 와타치 조금 더 살 수 있었던 레치.
그리고 와타치를 데리고 와서 우마우마한 음식도 잔뜩 레치 아와아와한 거품목욕도 잔뜩 레치. 와타치는 행복한 아이인 레치.
뭐야 이녀석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걸까. 조금 재밌는 생각이 들어 얘길 꺼내보았다.
-조금 더 살고싶다는 생각은 들지않아?
-살고싶은레치. 와타치 인간씨와 함께 너무 행복한 레치. 하지만 와타치는 인간씨에게 폐인 레치. 그것은 원하지 않는레치..
-이봐 폐라고 생각할 것까진 없다고. 그리고 난 니가 오래 살 수 있는 방법까지 알아왔는데 그렇게 말하면 내가 곤란해진다고?
엄청나게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는 엄지. 꽤나 상기된 듯 하다.
-레?레에에에에에????레치이이이 레치!!!!!!!!
-자실장으로 성장 할 수 있게 도와줄게. 그러면 살 수 있는거 맞지? 말해줘 내가 뭘 해주면 니가 그렇게 자라날 수 있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엄지는 작은 양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꼬물꼬물거린다.
-인간씨는 정말 상냥한 사람인 레치.. 와타치 인간씨가 이렇게까지 와타치를 생각하는 지는 몰랐던 레치.. 정말 알려줘도 괜찮은 레치?????레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알려달라니까. 두번 말하게 하지마.
눈물이 마르지도 않은 녀석은 자신의 가슴에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입을 열었다.
-레헤엥 이곳에 와타치의 위석이 있는 레치. 이 아이는 재미있는 아이. 와타치가 행복하면
이 아이는 따끈따끈 레치 와타치가 슬프면 이 아이는 아파아파 레치. 이 아이가 따끈따끈 많이많이하면 와타치는 자실장이 되는 레치. 하지만... 이 아이가 많이 따끈따끈할려면 인간씨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레츄...레히잉......
이내 죄 지은 아이마냥 고개를 폭 숙여버리는 엄지.
그래 요는 행복이라 이거다. 난 녀석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어주며 안심시켰다.
-이봐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라고. 나도 니가 빨리 죽어버리면 곤란하니까.
니가 성장할 수 있게 나도 도울테니 같이 한번 힘내보자고.
-레에에에에에에에엥 인간씨 고마운 레치!! 와타치 정말 행복한 레치!!!
가슴이 따끈따끈인 레에에에엥.
감동받은것인가. 녀석은 내 검지손가락을 부여잡고 한참이나 레엥거리며 울었다.
녀석의 울음소리는 작은 새소리와 같았다.
14.
일단 계획에 큰 변동이 생겼다.
자실장으로 자라나 어느정도 성장하기 전에는 육체실험은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하고
그 문제의 근원이 약한 내구성의 위석이라면 결국 정신적 실험조차 견뎌내긴 힘들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것이다.
성장을 위해선 사랑뿐만이 아닌 최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엄지실장의 위석에 공급해줘야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하는건 어렵지 않다.
조금 귀찮게 되었지만 맛있는걸 먹을려면 조금 더 고생을 해야 보람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가실장 침대에 누워 도로롱거리는 녀석을 한참동안 지켜보며 녀석의 위석에 좋은 영향을 끼칠만한게 무엇이 있을지를 조금 고민해보기로 했다.
단순히 거실에 꺼내두고 노닐게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해왔으나..
따져보면 약 9시간에서 10시간에 가까운 내 근무시간으로 인해
녀석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은 꽤나 긴 편이다.
놀이용 탁구공을 선물해주긴 했으나,
작은 실장석의 체격으로 놀이시간이 길어봐야
10분 20분이 내외일것이다.
물론 중간중간 쉬어가며 점심 식사 시간도 가지고
본인이 원한 가벼운 육체노동의 시간도 있긴하니 아주 무료하진 않을터나
홀로 시간을 보낸다는것 자체가 마음여린 저녀석에게
아무렇지도 않은건 아닐것이다.
더군다나 녀석은 그렇게 홀로 보내는 시간이 외롭고 심심할지라도
그것을 내게 내색하지도 않을것이고.
내가 퇴근하고 돌아왔을때 저 짧은 다리로 현관문까지 달려와
반겨주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낮에 홀로 집에 있는게
심심하다고 봐야할 것 같다.
같이 지낼 실장이 있으면 좋으려나...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결심이 섰다.
몸부림 치는 녀석이 발로차버린 아가이불을
다시 살며시 덮어주고 거실의 불을 껐다.
이럴땐 인터넷 후기가 최고지.
내방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육실장은 자신보다 우월한 개체의
추가적 입양,탁아를 극도로 불안해한다고 한다.
그럴만도 하겠지. 일단은 인간을 따르고는 있다지만 따져보자면
나름대로의 자신의 영역에 자신보다 크고 강한 개체가 들어온다면 불안하고
위기의식을 느끼는건 모든 생명체 공통의 반응이긴 할 터.
하지만 간혹 자신의 일가가 아닌 개체를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성체가 있다고도 한다- 라...
시계는 밤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실행에 옮겨볼까.
바깥은 아직은 조금 차가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중이나
오히려 지금이 호기다.
후드 딸린 검은 레인코트를 걸치고 근처의 공원으로 향한다.
늦은 밤이지만 여기저기 알록달록 이쁜 조명이 들어와 나름의 운치가 있는
두루마리 공원은 이 지역 들실장 생태의 중심이다.
적당한 개체 수 통제하에 시에서 주관하는 실장석 복지-관리 시스템과 아름다운 모습의 공원에
어우러진 실장석의 생태계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인기 좋은 여가 공공시설이기도 하다.
어느정도 살아갈 환경을 실장석들에게 제공해준 행위는 재미있는 결과로 이어졌던것이다.
'공존'.
'지극히' 인간기준에서의 분충스러운 개체들은 시의 구제업체를 통해 여지없이 처리가 되었고
'지극히' 인간기준에서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실장석들은 안전한 두루마리 공원에서 생존하고 있었다.
철저히 인간기준에서의 공존에의 룰을 따를 수 있는 녀석들은 삶의 터전을 얻었고
그렇지 못한 녀석들은 가차없이 구제업체를 통해 분쇄기 행이 되어버렸다.
인간들이 선택한 실장석과의 공존은 그런것이었다.
도착한 공원 입구 양쪽의 한쪽 벽면씩을 차지한 구제반대 슬로건의
동물보호 단체의 현수막 하얀 현수막과
모든 실장석 구제요구 슬로건의 실장구제 단체의 빨간 현수막이 묘하게 대비된다.
저들은 서로를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것일까.
공원의 이곳저곳을 조금만 돌아다녀보면 어렵지않게 실장석들을 발견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시 주관의 개체 관리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적지않은 수의 실장석들이 공원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까.
시에서 제공해준 알록달록 플라스틱 사각 박스하우스라던지 녀석들이 주워다 만든
개발새발 종이박스 하우스라던지, 나뭇가지로 지지시킨 귀여운 판자집 등등
여기저기 작은 생명들이 만들어둔 그들만의 터전은
인간들의 영역안에서 그들 나름의 노력도 더해져 '공존' 하고 있는 것이었다.
-뎃,,,? 데스??
-테에??
-테에에에에????
-레히??
-레후?
-레후레후??
가로등 가까운 곳 소나무 아래 풀숲에 있던 종이상자를 젖혀 열자
성체 실장을 포함한 작은 꼬마 가족들이 깜짝 놀라
경직한 채 내게 시선 고정이 되었다.
때가 탄 허름한 목장갑을 이불삼아 덮고 있는 어린녀석 세마리와
어미의 품 안에서 꼬물거리는 두마리의 구더기.
영양상태는 좋아보인다.
바닥엔 약간은 헤진 분홍색 이쁜 수건이 깔려있고 상자 구석엔 통조림 깡통에
나름대로 모아둔 도토리나 나무 열매들이라던지
식수로 추정되는 맑은 물이 담긴 작은 패트병, 놀이도구로 보이는, 하지만 여기저기
찌그러진 작은 탁구공이라던지
나름의 생활 터전을 갖추고 있는 가족들이다.
이 녀석들로 해볼까.
-이봐.
-데,,데슷,,
어미로 보이는 성체는 잔뜩 겁먹어 긴장이 가득한 경계의 눈빛으로
새끼들을 감싸안아 돌아앉고 내쪽으로 고개만 살짝 돌린 채 대답한다.
...?무서워해? 인간을?
이 공원에서는 친(親)실장파 인간들이 훨씬 많이 드나드는 곳일텐데.
일단 그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녀석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왼쪽 귀에 이어폰을 끼워 링갈을 통해 듣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녀석들은 통역된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테고 나역시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그러길 바라고 있고.
-마마...이 인간씨는 누구인 테치??
-우리 모두 살해당하는 테치...?? 이 인간씨의 얼굴을 가린 모자 무서운테치...
-그런건 싫은 레히..이모우토챠타치는 내가 지키는레치,,,
-레후?프니후? 프니프니후우~~~??
-인간씨... 구더기 프니프니 원하는 레후...
-데,,자들 조용하는 데스우... 인간씨가 뭔가 말하는 데스..
이 인간씨는 자극하지 않는게 좋은 데스..
여러마리의 실장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떠들어대는건
마치 뭐랄까... 개구리떼의 울음소리를 듣는것과 같았다.
일단 경계부터 풀게 해보자.
주머니에서 가져온 것을 꺼내려하자 화들짝 놀라
잔뜩 겁먹은 채 새끼들을 꼭 껴안으며 성체는 눈을 꼭 감는다.
-데...데...인간씨 부탁인데스우 사랑하는 나의 자들은 살려주는 데스!!!!!
이 자들은 태어난지 얼마 안된 데스우!!! 제발 제발 멈춰주는 데스!!!!
겁을 잔뜩 먹은 상황이라 상당한 자극이 된걸까.
주머니에 손을 가져다 댔을 뿐인데 양쪽 눈이 부르르거리며 성체는 질겁한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집에서 가져온 초콜릿의 껍질을 벗겨 성체에게 건냈다.
-이봐, 진정하라고. 나쁜짓을 하러 온거 아니니까 진정하고 이걸 받아.
달콤한 냄새에 달려드는 새끼들을 제지하고 초콜릿을 집어들어
이리저리 살펴보고 냄새를 맡아보는 어미.
혹시라도 뭔가 자신들에게 해를 가하는 음식일지도 모른다는 경계인 것일까.
상당히 영리한 녀석이다.
...?어라.
-인간씨의 성의는 고마운데스. 하지만 와타시타치는 괜찮은데스.
햇님이 뜨면 다른 인간들이 항상 도와주는데스.
거절했다. 툭 내팽개치는것도 아니고 공손히 돌려주며. 나의 기분을 거스르지않게
녀석이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서.
더욱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테?!?!?!마마!!! 이건 달콤달콤한 초코인테치!!!
아침 인간씨들이 주는것보다 맛있는테치!!
-이모토챠..마마의 말을 듣는 테치...어쩐지 기분이 나빠지는 인간씨인테치..
-레히...달콤달콤 먹어보고싶은 레치..하지만 인간씨는 조금 무서운느낌인 레치이...
-프니후? 인간씨 프니프니후우...
-프니프니는 없는레후? 구더기 프니프니 받고싶은 레후...구더기 조금 슬퍼지는 레후...
아직 태어난지 얼마 안된 새끼들이라 그런것일까.
어미의 선택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녀석들도 있고
이 구더기라는 녀석들은 상황에 대한 파악이 전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중 어미의 생각을 공감하는 작은 자실장 하나를 눈여겨 보았다.
저녀석이 가장 장녀일까.
아무튼 여러마리가 울어대는걸 듣는게 보통일은 아닌듯하다. 얼른 해결해야 살 것같다.
-이봐 난 지금 너희가 무슨말을 하는지 알지못해.
하지만 너희는 내가 하는 말 이해하지?
난 작은 엄지실장을 키우는 사람이다. 하지만 녀석은 혼자이기 때문에
같이 지낼 친구가 있으면 좋을것 같은 생각에 공원으로 찾아왔다.
마침 너흴 발견한거고.
너희만 괜찮다 싶으면 날 따라와라.
말을 마치고 곧게 서서 돌아가는 내 뒤로 녀석들이 속닥거리는게 들려온다.
-데스?
-마마... 기분이 이상한테치... 저 인간씨는 우리에게 선물주는 인간씨들과는
조금 다른 얼굴인테치. 여기 있는게 좋은테치.
-아닌테치!! 마마! 저 인간씨 엄지쨩도 키운다고한 테치.
맛나맛나한 것을 주는 사람인테치.
나쁜사람 절대절대 아닌테치.
-데...하지만...마마도 예감이 좋지 않은데스우...
본능일까. 녀석은 적당한 친절과 그럴싸한 나의 이야기에도 쉽게 넘어오지 않고
경계하는 눈치다.
하지만..
-레히...마마...구더기챠들이 떨고있는레치이... 비오는날은 싫은레치...
-추운레후...안아주는레후...구더기 떨리는레후...
-레훙...레후웅..
-데...모두들...
비 오는 오늘이 호기라고 한 이유다.
적당한 유혹만 던져주면 어미야 어떻든 작은 새끼들은 엄청나게 흔들리겠지.
더구나 실장석이라는 것들은 모성애가 엄청나게 강하지.
약해진 새끼들을 보고 있으면 견디지 못하는 생물들이다.
돌아선 등 뒤에서 녀석들이 치치거리는 소리를 링갈로 여유롭게 들으며 미소가 새어나온다.
-이...인간씨!!!! 기다리는데스!!!!! 와타시타치는 따라가는데슷!!!!!
잠시만 기다려주는데스!!!
터져나오는 웃음을 숨기며 녀석들을 돌아본다.
15
-이봐 뭘 챙기는거야? 우리 집에 가면 너희들이 지내기에 충분한 물건들이 있다고.
이것저것 자신들이 모아둔 도토리,열매 따위들을 어미의 두건에 야무지게 모아챙기고,
종이박스까지 접어 챙겨갈려는 녀석들을 제지했다.
-데...하지만 이 집은..와타시가 이 공원에 와서 처음 얻은 집인데스우...
가지고가고 싶은데스우... 이 열매들도 와타시의 자들이 열심히 모은 열매들인 데스우..
다른 인간씨들이 와서 맛나맛나한것들을 선물해주는데스..하지만 와타시의 자들은
부지런히 열매들을 모은데스...이것들은 자들의 노력인데스..
=테치테치!!=
대단한 녀석들이다.
모조리 내팽개치고 달려들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알뜰하게 자신들의 물건을 챙기는
가족이라니.
게다가 녀석들의 말을 못알아듣는척 하면서 적당히 의사소통해주는 척 하는 연기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아 모르겠다. 너희 좋을대로 해. 하지만 그 종이박스랑 깡통은 집안에 못 가져들어간다.
물론 깨끗하게 보관해줄 장소는 있으니까. 그정도는 이해할 수 있겠지?
-데에..그렇게 하는데스...
약간은 아쉬운 표정을 짓는 무리들이지만 이내 출발할 채비를 마치고 나를 따라온다.
자실장 한마리와 엄지 한마리가 구더기 두마리를 각각 앞에 안아들고
어미는 깡통과 도토리,열매를 모아 묶은 자신의 두건, 종이박스집까지 챙겨들어야 할
판이다. 이건 뭐 피난민도 아니고..
내 걸음으로 공원에서 집까지는 먼 거리가 아니지만
보아하니 이녀석들에겐 보통일이 아닐것 같다. 귀찮지만..
-그 박스 이리 줘봐.
-뎃...
박스상자 모양을 다시 잡아 녀석들을 한마리 한마리씩 상자안에 넣었다.
그 중 구더기 녀석은 내 손이 닿자 상당히 좋아했다.
-인간씨 손 따끈따끈레후~~~ 구더기는 행복한 구더기인 레후~~~
-내가 같이 안고 갈테니 너흰 그 상자안에 얌전히 있어라. 움직이면 힘들다고.
-후드 사이로 보이는 내 눈을 한참이나 응시하던 어미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고마운데스..
작은 녀석들이지만 이렇게 한곳에 모아 안아 드니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았다.
더구나 녀석들이 모아둔 이런저런 잡동사니 무게들도 있으니.
집까지 먼 거리가 아니라 부담이 되진 않았으나 이 녀석들이 살아온 무게를 느끼는건
묘한 재미가 있었다.
웃음이 나온다.
-마마! 마마!!! 이 인간씨는 좋은 사람이 맞는테치...?
-마마! 마마!!! 이제 우리는 사육실장이 되는 테치??!! 신나는 테치!
-마마...구더기쨩이 또 응가한 레치이... 구더기쨩.. 조금만 기다리는레치.
-다들 인간씨의 집에 가더라도 인간씨를 완전히는 믿지 않는데스.
마마는 계속해서 기분이 이상한데스. 하지만 오마에들이 추워하고 떨고있는건 슬픈데스.
그래서 이 인간씨에게 잠시 신세를 지는것일 뿐인데스. 비가 그치면
인간씨에게 우리를 다시 공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할 생각인데스. 마마를 믿는데스.
-(일동합창) 말도안돼는(테치!!)(레치!)
-레후?
-레후레후우?
-모두의 아쉬운 마음은 아는데스. 하지만 마마는 모두의 안전이 먼저인데스.
그렇게 아는데스. 때문에 내릴 결정인데스. 다들 눈을 붙이는데스. 늦은밤인데스.
착한 아이는 빨리 자는데스우~
-(일동합창)테치!레치!레후~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는양 박스에 담긴 녀석들을 안아들고 집으로 걸어가며
이녀석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느낀것은 어미의 지능이 상당히 엄청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녀석은 자신의 본능을 확실히 믿는 타입.
내가 보여주는 알 수 없는 친절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만 피해 신세를 지고 다시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지극히 '인간'스러운 친실장의 발상이 흥미롭다.
그리고 잠시의 불만은 내췄으나 어미의 말을 아주 잘 따르는 새끼들.
엄지를 알아가기 위해 몹시 흥미로운 일가가 될 것 같다.
집에 도착했다.
-비오는 날만 신세인데스. 사랑하는 와타시의 자들.. 와타시타치는 꼭 공원으로 돌아가는데스..
이뤄지지도 못할 일을 굳게 믿으며 새끼들을 꼭 안아주는 어미를 보고 있자니
웃음을 참기가 힘들어진다.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16
현관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왔다.
엄지가 조용한걸로 봐선 세상모르고 자는 중인듯하다.
상자속의 실장들을 살펴보니 녀석들도 곤히 자는 중이다.
그저 어미녀석만 새끼들을 보듬고 쓰다듬으며 긴장중이다.
난 이어폰을 귀에서 떼내고 마이크모드로 링갈을 재설정 한 후
엄지가 깨지않게 일가를 욕실로 조용히 데려들어갔다.
여전히 긴장중인 어미는 욕실의 문이 찰칵 닫히자
자고 있는 새끼들을 꼬옥 껴안은채
주위를 살핀다.
-목욕한지 오래됐지? 조금만 기다려 온수를 받아줄테니까. 아이들을 깨워.
목욕시켜줄게.
욕조에 온수를 받기 시작한다.
샤워기에서 쏴아 하는소리와 함께 김이 풍풍나는 뜨거운물이 흘러나오자
어미가 깨운 새끼들은 테치테치 레후레후거리며 신나한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해본적이 있는거야?
-..그런데스. 햇님이 일곱번 떠오르고 나서 다음날이 되면 인간씨들이
커다란 자동차와 함께 공원으로 오는데스. 그날은 우리가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할 수 있는 날인데스. 하지만 공원엔 동족이 많은데스. 완전히 씻지는 못하는데스우
시 용역업체는 그런것도 하는것인가. 뭐아무튼,
-그래? 여기선 너희가 원할만큼 마음껏 목욕할 수 있으니까 맘껏 즐기라고.
밖에서 많이 추웠잖아? 몸 좀 데워
-뎃? 그래도 되는 데스?
-테에? 인간씨? 아와아와 둥실둥실 목욕 맘껏해도 되는 테치?
-신나는 테치! 역시 인간씨는 좋은 인간씨인테치!
-레히이~ 마마! 오네챠타치! 우지챠타치! 저길 보는레치! 따끈따끈물이 펑펑인레치!!
-레훙?? 렛후웅!!
-프니프니는 아직인레후? 이젠 정말 지치는레후...
대체 프니프니가 뭐길래 이녀석은 아까부터 프니프니라고 하는거야??
-프니프니가 뭐냐. 뭘 원하는거지?
-프니프니는 프니프니인 레치! 내가 프니프니를 보여줄테니 인간씨도 해보는레치!!
엄지실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한마리의 구더기를 배가 보이게 누이더니
양손으로 녀석의 배를 꾹꾹 문질러주기 시작한다. 얼굴에 묘한 홍조까지 띄며
배설물을 부릿부릿 뿜어내기 시작하는 구더기.
-렛...렛후웅...오네챠 프니프니 최고인레후...
-구더기챠 좋은레치? 인간씨도 옆의 구더기씨 프니프니 해보는 레치~
마음이 따끈따끈해지는 레치~ 행복을 드리는 레치이~
엄지녀석의 재촉에 옆의 구더기실장을 지긋이 바라봤다 이미 스스로가 몸을 뉘어 얼른
해달라며 짧은 팔다리를 흔들어대는 구더기.
-프니프니~ 프니훙~ 프니후웅~ 프니프니훙~~
난 조심스럽게 검지손가락을 녀석의 배위에 올려 여기저기를 옮겨가며
살짝살짝 눌러주었다.
초박형 콘돔에 점성을 띈 액체를 빵빵하게 채워놓은듯한 촉감.
가슴쪽을 살짝살짝 눌려보면 구더기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게 느껴진다.
-레후웅~ 인간씨의 프니프니 엄청난 레후~ 구더기 구더기가 아니게 되버리는 레후웅
응가를 부릿부릿 싸게되는 레후웅
옆의 자실장들이 손으로 구더기의 배설물을 닦아주며 행복해하고 있다
-구더기쨩이 행복해하고 있는테치~ 역시 인간씨는 좋은 사람인테츄웅~
-마마! 마마! 보는테치! 구더기쨩이 핑크핑크해진 테치!!
-보고 있는데스웅~ 와타시의 자들이 행복해하는데스우~ 와타시는 행복한데스우~
자신의 새끼를 직접 기분좋게 해주는 인간의 손길을 봤기 때문일까
아까보다는 경계의 기색을 많이 없앤 어미는 조금 웃고있다.
적당히 문질러주고 온몸이 분홍빛으로 달아오른채 경련중인 구더기를 지켜보며
손가락을 티슈로 닦았다. 온수가 다 받아졌다.
-자 준비는 됐어 씻으러 들어가보라구.
-알겠는데스, 자들은 옷을 벗고 씻을 준비를 하는데스우
-테치!
-텟치~
-레히!!
-레훙~~
-레햐아...
구더기의 옷을 벗기는걸 거들고 어미에게 안겨주었다.
김이 퐁퐁나는 욕조에 조심히 들어 담궈주니 여섯마리 모두 행복한 기색을
감추질 못한다.
장미향 입욕제에 거품까지 잔뜩내준 욕조 속에서 새끼들은 몹시 흥분하여
파닥거린다.
-아와아와~ 둥실둥실 테치~~
-테칫~ 테치테치이~~
-마마~~ 간지러운레치이~~~ 아와아와 좋은레치~
-레후웅...또 지릴거같은 레후우...
-레히이...총구가 간질거리는 느낌 레후...인간씨 프니프니 자꾸 생각나는 레후..
-그럼 천천히 즐기고 있으라고. 난 이것저것 준비좀 하고 올테니.
신나게 목욕을 즐기며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일가는 거품을 파닥거리며 대답한다.
-데스웅~~
-테츄웅~
-텟치~
-레츄우!!
-레훙~~
-레히...
그럼 이것저것 준비를 좀 해볼까.
2층 구석의 방으로 향했다.
대학생시절 취미로 피아노를 치기 위해 방음설치를 해둔 구석의 방은
이미 피아노는 처분한지 오래고 집의 이런저런 물건들을 보관해둔 창고다.
녀석들이 가져온 살림살이를 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나머지 방에 있던 물건들을 살핀다.
엄지를 위해 배변판과 급수기만 세팅해뒀던 큰 수조.
작업을 위한 기구들과 테이블, 기분좋은 놀이를 위한 오디오 플레이어와 우퍼.
혹시몰라 주문해뒀던 실장용품들도 내일이면 배송이 완료된다.
진짜 시작은 내일부터지만.. 참기가 힘들어진다. 조금만 즐기자.
욕실로 돌아가자 온몸이 발갛게 달아올라 축 처져있는 일가.
온수목욕을 맘껏 즐긴듯하다.
적당히 온도를 맞춘 미지근한 물로 녀석들 하나하나를 쓰다듬어주며 거품을 씻겨낸다.
-인간씨는 친절한 사람인데스우. 내가 잘못 생각했던데스.
짐짓 신경안쓰는 척하며 녀석의 몸 이곳저곳 거품을 씻겨내준다.
-사실 와타시는 많은 걱정을 했던 데스우. 공원에서의 인간씨의 눈은 무서운 눈이었던 데스우.
하지만 정말 친절한 인간이었던 데스. 와타시뿐만이 아니라 와타시의 자들을 소중히
대해준 데스. 와타시의 자들은 보물인 데스우.
-맞는테치! 인간씨 무서웠던테치! 하지만 이젠 아닌테츄! 와타치타치는 행복한테치~
행복한 일만 가득가득인 테츄웅~~
-테츄웅 테츄웅~ 오네챠도 이모토챠도 우지챠타치도 모두모두 행복행복테츄웅~~
-레후~~레후레후웅~
-응가구멍이 저릿저릿한레후웅...인간씨 프니프니 강렬한레후...
일가의 거품을 미온수로 씻겨내고 하나하나 수건으로 젖은몸을 말려줬다.
내가 건내준 수건을 바닥에 깔고 구더기들을 눕혀 조심조심히 물기를 닦아주던 어미는
문득 떠올랐는지 입을 꼬물거리다 말을 꺼낸다.
-인간씨는 아까 엄지챠를 키운다고 했던데스. 그 아이는 어디에 있는데스우?
-그런테치!!! 와타치타치도 그 아이 보고싶은테치!!
-다른 엄지쨩인테치? 귀여운아이테치? 보고싶은테츄!!
-레헤에~ 친구 생기는레치? 신나는레치~
-레후~
-레에...
어미의 질문에 새끼들도 아차 하며 재잘재잘거린다.
정말 한녀석이라도 빠지려들지 않는 일가다.
-자고있어.
약간은 아쉬운 표정을 지은 녀석은 따뜻한 웃음을 짓는다
-늦은밤인데스..기회가 된다면 그 아이를 꼭 보고싶은 데스우..
인간씨처럼 좋은자에게 보살핌을 받는 아이라면 분명 착하고 이쁜아이일데스..
걱정마 머지않아 만날수있을거니까.
목욕을 끝마친 친자들을 2층 구석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제 완전히 나를 믿기 시작하는 어미는 엄지와 구더기 두마리에게
더 좋은 영양을 공급해주기위해 잠시 떨어져있다 내일 볼수 있을거란
나의 말을 믿고 그것들의 격리를 아무 의심도없이 받아들였다.
문을 찰칵 닫고 녀석들을 방 구석에 있는 하얀바닥의 수조에 한마리씩 보듬어주며 내려놓았다.
배변판과 급수통만 달랑있는 수조에 조금 당황한듯한 기색이지만 이내 자리를 잡아 앉아
내게 말을 건넨다.
-이곳이 우리의 집인 데스우? 조금 휑한느낌인 데스우 인간씨 와타시타치들의
물건들을 이곳에 들일수 있는데스?
=그랬으면 하는테치~~
-아 그건 걱정 안해도 돼. 지금부터 그것들은 생각조차 안날테니까.
새로 꺼낸 라텍스 장갑을 끼며
탁자 위의 오디오를 켰다. 우퍼를 타고 베토벤의 월광 14악장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테!! 음악인테치!!! 인간씨! 와타치는 재미있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테치!!!!
한번 보는테치?!
음악이 흘러나오자 차녀실장이 팔딱거리며 양손을 위로 흔들어대며 나를 부른다.
-음?? 재주? 볼 수 있을까?
난 녀석을 살며시 집어들어올려 지금부터 벌일 '즐거운 행위'를 하기 위한
테이블에 녀석을 내려다주었다.
-당연한테치!! 마마! 오네챠! 거기서 잘 보는테치!
-잘하고 오는데스~
-이모토챠 멋지게 하는테칫!
자신감 있는 걸음걸이로 뾱뾱거리며 내 앞으로 다가오는 차녀 자실장.
눈빛에 자신감이 넘쳐보인다.
-와타치의 재주는 신나는 춤인테츄~ 아침 공원에 오는 인간씨들도
와타치의 춤을 보면 기뻐하는 테츄~~인간씨도 분명 즐거워하는 테치이~
마마도 이모토챠,오네챠 모두모두 좋아하는 춤인 테츄~
약간 슬픈느낌의 음악이지만 그래도 할수있는 테칫!
어디서 배운건지 관심도 없는 춤을 내 앞에서 선보이는 차녀.
몇번 심호흡을 하더니
양팔을 앞으로 펴고 좌우로 까딱거리며 엉덩이를 뒤로 빼고 굼실굼실거린다.
같은 행동을 오른쪽으로 바라보며 한번 왼쪽을 바라보며 한번
정면을 바라보며 양쪽 손을 자신의 뺨에 가져다대고 좌우로 고개를 까딱거리며
양쪽 무릎을 살짝살짝 접었다 펴곤한다.
-테츄웅~ 테츄웅~ 테칫! 테칫! 테치이이~~
아무표정없이 녀석을 한참이나 지켜봤다.
-테헤 테헤,, 다 춰버린테치... 조금 쉬는테치!! 인간씨 재밌었던테치??
-다 춘거야? 재밌었어?
-테헤 테헤..그런테치..춤은 테헤 테헤 신나는테치 인간씨도 재밌는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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