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참피 나래



진폐증 판정을 받은 이후, 정말 오랜만에 천생산공원에 온 철웅은 정말 기묘한 것을 보았다.
다 해진 녹색의 누더기를 걸친, 사람같은 생물체 하나가 두 손에 안경 닦는 헝겊을 돌돌 말아 든채 공원의 벤치에 앉은 사람들에게 다가가 뎃승 뎃승 거리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핸드폰을 켜서 보다가는 바로 시선을 다른데 둘 뿐이었다. 그러면 그 생물체는 또 다른 사람에게 찾아가 뎃승 거렸다.
엄마를 따라 공원에 온 어린이 하나가 핸드폰을 보더니 "엄마, 쟤 데려가고 싶어." 라고 말하자 그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는 "안돼! 지지야. 지지. 저런거 만지다가는 병걸려요." 하면서 아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황급히 가버리는 것이었다. 몇번이고 사람들에게 돌아다니며 뎃승거리던 그 생물체는 그만 자리에 주저 앉더니 무릎에 헝겊을 놓아두고 오로롱 오로롱 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철웅은 호기심에 옆에 앉아있던 중학생쯤 되는 학생에게 물어보았다.
- 학생, 저게 뭐야?
- 아, 저거요? 참피예요.
- 그런데 왜 저러구 울고 있어?
- 네, 아까 제가 번역한 거 보여드릴께요.
그 학생은 핸드폰을 켜더니 링갈 화면을 철웅에게 보여주었다.
그 참피의 딸이 매우 아프게 되었으니 살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철웅은 그 순간 낳은지 며칠 되지 않아 죽어버린 자신의 딸이 떠올랐다.
군대를 제대한 후, 세상에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던 철웅은 일은 힘들지만 보수가 넉넉하다는 구미의 한 공장에 취직했고, 거기서 아내를 만났다.
그러나 아내와의 행복했던 시절도 잠시, 조산으로 낳은 첫딸은 인큐베이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집에 데려왔으나 그후 사흘을 채 못버티고 떠나가버리고 말았고, 아내도 반쯤 정신을 놓은채 연락처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힘든 야간근무를 마치고 낮에는 아내를 찾아 수소문하던 몇달이 지난 후 아내마저 영원히 저세상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 철웅은 그 때부터 미친 사람처럼 일만 했다. 모두 자기가 돈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일이라고. 자기가 모자랐기 때문에 사랑하던 사람 둘을 지킬수 없었노라고 자책하면서.

그러나 십여년의 혹독한 노동은 철웅의 몸을 갉아먹었고, 그동안 악귀같이 모아두었던 재산은 악착같은 노동의 댓가인 진폐증이 다 가져가 버리고 말았다. 
이제 껍데기만 남은 철웅은 반지하 셋방에 살면서 몸이 조금 괜찮을 때에만 간신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죽지못한 삶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 쟤 내가 데려가야겠다.
- 네? 아저씨가요? 저거 산참피라 기생충이나 병이 있을지도 모른다구요.
- 괜찮아. 저 참피랑 얘기하려면 어떻게 해야돼?
- 잠깐만요. 아저씨 핸드폰 좀 줘보세요. 제가 링갈앱 깔아드릴께요.


학생이 깔아준 링갈앱으로 철웅은 그 산참피에게 말했다
- 울지마라. 네 딸의 병은 내가 고쳐주겠다. 네 딸을 이리 다오


산참피는 어둠속에서 빛을 본 듯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더러운 헝겊쪼가리를 철웅에게 내밀었다.
그 헝겊을 열어보니 조그마한 엄지참피 하나가 거의 말라붙어 있는 채, 초록색 옷 군데군데가 불룩 솟아나와 있는 것이었다.
철웅이 슬쩍 실장복을 들추자 그 안에는 커다란 진드기가 세마리, 작은 새끼 진드기가 대여섯마리 보였다.


아... 이런 이건 여기서 뗄수 없는데...
군대에서 짬고양이 몸에 붙은 진드기를 떼어본 경험이 있는 철웅은 이 진드기란놈들이 얼마나 지독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손으로 잡아 떼다간 머리만 남고, 그렇게되면 정말 뽑아내기 힘들어진다.








- 네 딸은 내가 집에 데려가서 고쳐주겠다. 여기서는 고칠 수 없어. 걱정하지 마라. 사흘 후에 네가 여기 오면 내가 네 딸을 돌려주겠다.
마마참피는 철웅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몇번이고 도게자를 했다.

철웅은 다 죽어가는 엄지를 집에 데려와서 십여년전 공장에서 쓰던 트위저를 찾아 진드기 대가리 부분을 깊숙히 잡고 살짝 잡아당겼다.
다행히도 진드기들이 배가 불렀는지, 엄지참피가 죽었다고 판단했는지 쉽게 떨어져나왔다. 진드기를 제거한 후 엄지 입에 빨대로 물을 담아  몇방울 넣어 주고 두루마리 휴지로 이불을 만들어 감아주었다. 혹시 깨어나면 먹으라고 누룽지맛 사탕 하나는 작은 접시위에 올려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
"레치 레치 레에엥... 레에엥..."
철웅이 눈을 뜬 것은 다음 날 아침 해가 뜬지 한참이 지나서였다. 질긴 생명력이었다. 곧 죽을 것만 같았던 엄지참피는 빼빼 마른 몸이지만 살아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철웅은 링갈앱을 켰다.

"마마 어딨는 레치? 와타치 무서운 레치. 레에엥..."
- 네가 너무 아파서 내가 고쳐줬다. 이제 안아플거다. 두 밤만 자고 몸이 다시 튼튼해지면 엄마에게 보내주겠다. 
"동생 우지차도 아픈 레치. 내가 없으면 프니프니 못하는 레치. 빨리 가서 우지차 프니프니 해 주는 레치"
- 일단 네가 튼튼해져야 동생을 돌볼 수 있다. 밥을 먹고 물도 마셔라. 옷은 여기 내가 깨끗이 빨아 놓았으니 이걸 입어라.
엄지는 그때서야 상황을 이해했는지 철웅에게 도게자를 하고 철웅이 준 사탕을 핥기 시작했다. 눈물이 번진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떠올랐다.







 
------------------------------
사흘만에 가겠다는 철웅의 약속은 벌써 열흘째 지체되고 있었다. 엄지의 몸이 다 낫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흘 뒤 약속한 날에는 철웅의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였고, 그 다음날부터는 장마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철웅의 집은 해가 쨍쨍한 낮에도 컴컴한 반지하이므로 날짜가 가는 것을 알기는 어려웠지만, 엄지도 약속한 사흘이 훨씬 지났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오늘은 조그맣게 흐느끼는 소리까지 들렸다.
"레에에엥... 레에에엥..."
- 왜그러니 나래야. 어디 아프니?
죽은 딸에게 주고 싶었던 이름, 날개조차 펴지 못하고 떠나버린 딸이 너무 안타까워 불러주고 싶었던 이름인 나래라고 불리게 된 엄지참피는 다시 한번 도게자를 하고 철웅에게 말했다.
"닌겐상은 정말 고마운 분인레치. 와타치를 살려 주시고 매일매일 맛난 콘페이토도 주시는 분인 레치"
"하지만 와타치 마마가 생각나면 눈물이 나는레치. 마마 너무 불쌍한레치. 와타치 때문에 고생 많이 많이한 레치"
"와타치 오네챠 하나,둘,셋보다 많았던 레치. 벌레가 뜯어먹고 털많은 동물이 물어간 레치"
"와타치 뜯어먹는 나쁜 벌레가 마마도 뜯어먹는 레치. 귀여운 우지챠도 뜯어먹는 레치"
"밤이면 바늘달린 벌레가 날아와서 마구 마구 찌르는 레치. 마마짱과 우지챠 지금도 찔리는 레치"
"우지챠랑 마마 고생하는데 와타치만 아마아마한거 먹고있는 레치. 와타치 가슴이 아픈 레치"

몸도 괜찮아진 것 같고, 내일은 비도 잠깐 소강상태가 된다는 뉴스를 들은 철웅은 젊었던 시절 아내와 함께 갈 때 썼던 캠핑장비 중 남은 몇가지를 챙겼다.

--------------------------------------
천생산에 도착했으나 엄지는 자기 집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열흘만에 장마비를 맞고 쑥쑥 자라버린 나무와 풀들이 철웅의 어깨위에 올려진의 엄지의 눈에는 전혀 딴 세상 처럼 보였으리라.
보다 못한 철웅이 고개를 바닥으로 바짝 숙이고 거의 기다시피해서 헤메다 엄지가 어느 나무 뿌리 근처에 뛰어내려 "여기인 레치, 바로 여기인 레치"라고 소리지른 것은 한시간도 넘은 뒤였다.
생각보다 꽤 되는구나. 여기에서부터 공원 벤치까지 그 작은 발로 오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마짱, 마마짱"
엄지의 목소리에 나무뿌리에 있던 돌이 슬쩍 움직이더니 마마참피가 고개를 내밀었다. 건강해진 엄지를 보고 기뻐한 것도 잠시, 엄지 뒤에 서있는 철웅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란채 도게자를 했다. 인간에게 둥지를 들키는 것은 죽음을 뜻한다는 것을 마마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철웅은 캠핑 장비를 꺼내 버너에 불을 켜고 코펠에 물을 담아 그 위에 올렸다. 배낭에서 트위저를 꺼내 버너에 달궈 소독을 한 후 도게자를 한 채 떨고 있는 마마에게 말했다.
- 이리와 옷을 벗어라.
"닌겐상. 엄지를 살려주어 정말 고마운데스. 와타치를 괴롭혀도 좋으니 엄지와 막내 우지챠만큼은 살려주시는 데스. 오로로롱..."
철웅은 순간 자기가 학대파처럼 보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을 짓고 마마참피에게 말했다.
- 아니야. 걱정하지 마. 너를 도와주려는 거야. 나래랑 약속한 게 있거든.
철웅은 마마와 우지짱이 벗은 옷을 냄비 안에 던져 삶고는 마마의 몸을 둘러보며 트위저로 진드기들을 잡아 뽑아 내기 시작했다.
- 자. 이제 진드기들은 다 처리 했다. 소독약을 상처에 바를텐데 꽤 아플거야.
"데갸앗!" "레삐잇!"








바위 위에 널어두었던 옷은 잠깐 나왔던 햇빛에 금방 말랐다.
철웅은 다시 옷을 입혀주고서 마마에게 말했다.
"여기서 고생 많지? 나래는 내가 데리고 살려고 해. 그런데 나래가 엄마 걱정이 많으니 너도 같이 가는 게 어때?"


마마참피는 다시 도게자를 한 다음 말했다.
"닌겐상은 너무 고맙고 고마운 분인데스. 하지만 고마운분에게 실례를 끼칠수 없는 데스. 엄지챠만 거두어 주시는 것으로도 감사한데스"
- 하지만 나래는 아직 어리다구. 엄마가 보고 싶을 텐데.
"매번 달님이 둥그렇게 되면 와타치가 닌겐상네 집 근처로 가겠는 데스. 어디인지만 알려 주시는 데스.
- 알았어. 그럼 막내만이라도 데려갈께. 그게 나래한테도 좋을 거 같아서
"닌겐상 너무 너무 감사한 데스"


철웅은 가지고 왔던 진드기 기피제와 바르는 모기약을 마마에게 주고 엄지와 우지차를 데리고 산을 내려왔다. 참피가 오기에는 너무 먼 거린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철웅의 집이 있는 장소의 특징을 알려주었다.

-----------------------------------------
더운 여름도 가고, 가을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착한 엄지와 우지는 철웅의 반지하 셋방에서 철웅이 주는 사탕을 받아먹으면서 매일매일 잘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음력 보름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친실장을 맞이하러 해가 떨어지면 반지하 셋방 바깥으로 나가는게 매월 모두의 즐거운 행사가 되고 있었다.
그러나 철웅도 가을이 깊어가면서 자신의 병도 깊어지는 것을 점점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해의 겨울은 이별처럼 불쑥 찾아왔다.

"와타치 닌겐상을 만나게 되어 정말로 행복한테치"
-...
"닌겐상 덕분에 우지차도 무럭무럭 자라서 곧 고치를 틀고 손씨 발씨가 생길거인 테치"
-...
"닌겐상, 와타치 더 씩씩하고 착한 아이가 될거인 테치"
-...
"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달님이 둥그렇게 되는 테치. 와타치 마마짱을 만나면 닌겐상이 얼마나 좋은 분인지 또 얘기해 주겠는 테치"
-...
"닌겐상?"
-...
"닌겐상??"


-----------------------------------------
철웅씨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사흘이 지난 후였다. 며칠째 반지하 현관문에서 통통통통 두드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앞집 꼬마가 수상쩍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발견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경찰이 왔다 가고, 시신이 옮겨졌다. 철웅은 연고가 없었기에 방안에 있는 기물들은 꺼내어져서 빠르게 처분되었다.
구청 직원들과 업체 사람들이 정리를 다 마쳤을 때는 짧은 겨울해가 져서 이미 어둠이 깔린 다음이었다.
- 여기 작은 자충이 하나 있네요. 이거 어떻게 하죠?
- 얘가 문을 두드려서 철웅씨 죽음을 알린 애구나.
- 불쌍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무연고 사망자의 참피는 살처분이야.
- 어휴... 불쌍하네.








직원은 종이 박스 안에 웅크리고 있는 참피를 꺼내 높이 들어 비닐봉지 안에 넣고 코로리 가스를 뿌렸다. 나래는 뿌옇게 된 비닐 봉지 안의 코로리 가스를 넘어 전봇대 뒤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마마를 보고는 반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하지만 마마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비닐봉지 안의 흰 가스. 마마참피가 몸서리를 치면서 인동공원을 떠나 천생산 공원으로 간 것은 마마의 마마와 오네차가 흰 가스가 들은 비닐봉지에 담겨 죽어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크리스마스에 들뜬 주민들은 밤새도록 오로롱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아침이 되어 전봇대 아래 얼어붙은 채 죽어 있는 참피 하나를 무심한 듯 보고 지나갈 뿐이었다.
1전봇대.jpg
--------------------------------------------
- 엄마, 다녀왔습니다.
- 얘. 그거 뭐니?
- 이거? 참피 고치
- 어디서 났어?
- 비밀. 내가 키울거야
- 어서 갖다 버리지 못해?
- 지금 버리면 얼어 죽어. 얘 이름도 있어. 종이 박스에 "나래"라고 써 있던데.

옆집 소년은 우지챠의 고치를 두루마리 휴지에 살살 감아 책상 서랍 속에 넣고 어서 빨리 엄지로 태어나길 기대했다.







겨울 참피탕


겨울 방학을 맞아 시골 사촌형네 집에 놀러간 철웅은 도시와는 달리 무료할 정도로 조용한 시골 생활에 곧 싫증이 나고 말았다.

그걸 눈치챈 사촌 형은 다음날 아침, 철웅을 불러냈다.

"철웅아! 가자!"

  " 응? 어디?"

"참피 사냥하러. 오늘 같이 눈내린 다음 추워진 날에는 참피 사냥이 딱이야."

참피를 사냥하다니. 마트 식실장코너에서 도축된 참피육만 봐 왔던 철웅은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사촌 형은 산쪽으로 한 십분 쯤 걷다 철웅에게 말했다. 

"이쯤이 좋겠다. 밑에 개울이 있고, 햇빛을 등진 이쪽 쯤에 참피가 둥지를 틀거든.
여기 눈이 쌓인 곳에서 살짝 녹아 손가락 하나 들어갈만한 구멍이 뚫린 곳을 찾아봐. 참피굴은 운치굴에서 나는 열기로 보통 숨구멍에 위에 내린 눈이 녹아 있어."

  "형, 여기 어때?"

"보자... 여긴 아닌것 같네."

  "어떻게 알어?"

"응. 오늘 같이 추운 날엔 그 구멍에서 김이 살짝 나거든."

  "어? 형, 여기 봐! 이거 이쪽 구멍에서 김나는 거 같은데?"

"진짜네..."

형은 집에서 가져온 쇠꼬챙이로 구멍 주변을 찔러보았다. 쑥 들어갔다.

"이거 참피굴 맞다. 철웅아, 가방!"

철웅이 건네준 가방에서 사촌형은 네무리탄을 꺼네 불을 붙인 다음, 숨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됐다. 이제 한 5분 쯤 있다가 여길 삽으로 뜨면 돼."

형을 도와 흙을 퍼내려가던 철웅은 낙엽더미 아래 잠들어 있는 참피를 발견하곤 살살 꺼내 가방에 담았다.

"모두 몇 마리야?"

  "큰 거 하나랑 새끼가 셋. 그리고 저 운치굴 속에도 더 있는거 같은데?"

"너 구더기 좋아해?"

  "아니 뭐 별로."

"그럼 저건 걍 두고가. 겨울 참피가 별미인게 겨우내 겨울잠 자느라 뱃속에 똥도 없고, 그래서 참피 분취도 안나고 고기도 야들야들하거든. 그런데 저런 구더기들은 겨울잠도 안자고 계속 똥만 쳐먹어서 냄새 짱 구려."

  "알았어 이정도면 충분하지 뭐."

철웅은 사냥한 참피를 조심조심 가방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집에 와 철웅이 꺼낸 참피들을 본 숙모는 솥에 물을 올리셨다.

     "에이그... 참피 그거 뭐 맛있다고 잡아왔니. 그냥 닭이나 삶아줄걸 그랬네."

  "아녜요. 형이랑 같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엄마가 참피 안드셔서 몰라서 그래요.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요."

형은 참피 주둥이를 수도 꼭지에 꽂아 물을 먹여 혹시 남아있을지도 모를 뱃속 운치를 쓸어냈다.

"데뵥, 데갸악! 풒!"

잠들어 있던 참피들이 난폭한 세척에 놀라 깨어나기 시작했다. 새끼 참피들은 아직 뭐가 뭔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이지만, 아무래도 연륜이 있는 마마는 사냥당했다는 걸 눈치챈 것 같았다. 

숙모가 새끼들을 씻으러 데려가자 사촌형은 핸드폰을 꺼내 링갈앱을 켰다.

"어. 참피야. 일어났냐? 그래. 맞어. 새끼들이랑 지금 여기잡혀온거야. 너희들 모두 맛있어지게 될거야" 

"히엑, 닌겐상, 제발 부탁인데스. 살려주시는데스."

"싫은데? 너같으면 하루종일 애써 잡은 사냥감을 그냥 놔주겠냐?"

그러자 참피는 옷을 벗고 머리카락을 모두 뽑아 그 위에 올려서 형 앞에 내밀더니 도게자를 했다.

"이게 와타치가 가진 전부데스. 제발 살려주시는데스. 오로롱..."

"흠... 도게자까지 하니 마음이 약해지네. 그렇다고 너희들 모두를 놔줄수는 없고... 

그래, 너 둘 중 하나 선택해. 너를 놔 줄까, 아니면 네 자들에게 여길 나갈 수 있는 선택권을 줄까?"

참피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굵은 색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자들에게 선택권을 주시는데스."

"알았다. 그럼 너는 여기 들어가 몸을 깨끗이 씼어라. 탕으로 먹을거니까."

마마가 오로롱거리며 자기 몸을 다 씼었을 즈음, 숙모가 참피옷을 벗기고 세척까지 끝난 새끼 참피들을 가져왔다. 사촌형은 마마를 솥안에 넣고는 그 앞에 새끼들을 세워놓고 물었다.

"자, 너희들 마마는 여기 있기로 했다. 너희들은 집에 돌아가도 된다. 집에 가겠다는 참피는 내가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 

"그게 무슨 소리 테치? 마마만 아와아와한 목욕 계속하고, 우리는 집에 가는테치?"

"똥마마였던 테치! 혼자서만 사육이 되고, 우리는 쫓아내려는 고약한 심보인 테챠악!"

예상치 못했던 자들의 반응에 당황한 마마는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쳤다.

"이런 분충 자들! 당장 집에 돌아간다고 하는데스! 여기 남으면 일가실각데스!"

"와타치 그런 거지같은 집에는 다시는 안돌아가는 테치! 마마가 태교노래에서 들려준 사육이 되는 테치! 똥닌겐 노예를 부리면서 세레브하게 사는 테치!"

형은 마마에게 말했다.

"들었지? 난 분명히 네 자들에게 집에 돌아갈 선택권을 주었다. 근데 어쩌냐. 네 자들은 여기 그냥 남겠대. 그럼 가족끼리 다시 만나."

형이 새끼참피들을 솥 안에 던져 넣자 마마는 난리를 쳤지만 솥뚜껑이 닫히면서 그 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형은 철웅을 바라보곤 말했다.

"자. 산참피 요리는 이렇게 하는거야. 아무리 참피라지만 산참피 어미는 힘이 졸라 쎄. 그거 옷벗기고 털 뽑고 씻기기까지 하려면 정말 힘들어. 그런데 이런식으로 하면 제가 알아서 스스로 다 하니 얼마나 편해. 게다가 참피는 죽기전 스트레스를 받아야 고기가 맛있어지는거 알지? 오늘 너 인생 최고의 겨울 참피탕 먹어보겠다."








탁아 (붉은실)


바스락


남자가 들고 있는 편의점봉투가 꿈틀거렸다.
단지 바람에 흔들거린 것이 아닌 봉투 속에 생물체가 있다는 느낌에 남자는 조금 소름 돋았기에
남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봉투를 열어보았다.

“테..테츄아.....”

자실장이다.
바닥이 안정되어 있지 않은 편의점봉투다.
내용물과 함께 자실장은 봉투 속에서 중심을 못잡고 야식들과 함께 뒤섞여 있었다. 
내용물들과 뒤섞여 쓰러져있던 자실장은 봉투 위로 인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겁에질린 듯이 몸을 웅크리고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말로만 듣던 탁아구나. 남자는 간단히 이해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왼손을 뻗어 자실장을 잡아 봉투 밖으로 뻬내려고 했지만
들 자실장은 시궁창 쥐만큼이나 불결한 생물인 것을 기억해냈다.
맨손으로 만지기는 것은 찝찝하다는 느낌에,
일단 집으로 가져가서 처리하자. 남자는 결심하고
자실장이 들어있는 편의점 봉투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봉투를 들고있는 손으로
자실장이 “테치아....” 라는 조그만 소리와 함께 덜덜 떨고있다는 느낌이 전해져왔지만 
남자는 일단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
..
.

"테츄아아아아아악!”

남자의 집안 목욕탕에서
자실 장은 겁에 질린 상태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남자는 조심스런 태도로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자실장이 반항하지 못하게 손으로 잡은 다음
이내 더러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손 만해도 자신의 덩치보다 큰 거인이 급작스럽게 자신의 소중한 옷을 벗긴다는 사실에
자실장은 큰 공포에 빠졌다. 자실장은 알고 있다. 인간은 힘들이지도 않고 간단히
자신들의 목숨을 뺏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녀의 자매들 중에서는 인간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품거나,
인간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가진 자실장들도 있었지만
이 자실장은 인간이란 거인에 대해서 매우 큰 공포를 가지고 있는 실장석 이었다.

그녀를 탁아 시킨 친실장은 들실장이지만 과거 버려지기 전까지는 인간에 의해 길러진
소위 말하는 원 사육실장이었다. 그렇기에 친실장은 자신의 자를 탁아시킴에 있어
매우 현명한 판단을 했다.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은 자는 분충이 되기 쉬운데스. 인간들은 아무리 애호파라고하더라도 분충에 대해서는 용서가 없는데스“

그렇기에 친실장은 자신의 자들 중에서도 가장 인간을 무서워하는 막내 자실장을 탁아시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물론 막내자실장은 무섭다고, 마마랑 같이 있겠다고 울고불고 난리였지만 친실장은 결국 막내를
편의점에서 나오는 인간의 봉투 속에 넣었다. 제발 친절한 인간이기를 바라며.
친실장은 멀어져가는 자신의 막내를 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겁먹지마. 씻겨주는거니까”

“테...테츄아아아악!!!”

 연약한 자실장이 다칠까봐 옷을 조심스럽게 벗긴 남자는 자실장의 더러운 녹색팬티를 보고 혀를 찼다.
자실장은 편의점봉투에 있을 때 부터 이미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잔뜩 빵콘했었기때문이었다.
남자는 더럽다는 표정으로 샤워기 물로 자실장을 씻기기시작했다.

“테치! 테치!! 테츄악!!”

물까지 뒤집어 쓴 자실장은 제정신이 아니다. 자신이 씻겨지고 있다는 사실도, 그것이 평소
자신들이 동경하는 거품 목욕이란 것이란 것도 혼란한 그녀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바둥바둥되는 자실장을 붙잡고 남자는 바디워시를 짜내어 거품을낸 후 씻기기 시작했다.
좋은 냄새가 풍겨왔다.

매일 음식물 쓰레기 냄새만 맡아온 자실장은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은 순간 본능적으로
무언가 좋은 방향으로 일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테츄......”

자실장의 저항이 덜해지자 남자는 한결 편하게 자실장의 몸을 씻겼다.
한번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자실장의 몸을 씻겼고, 더러운 옷은 물에 대충 행군다음
세탁기 에 던져 넣었다. 자실장의 기름으로 떡져 있고 먼지가 잔뜩 낀 머리카락에 대해서는
검지와 엄지손가락에 샴푸를 짜서 머리카락을 집은 다음 비벼서 씻겼다.

애초에 이 동물은 맨손으로 만지기에는 소름 돋을 정도로 불결한 동물이다.
남자는 씻기지 않고는 이 생물을 도저히 집에 들여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집에 오자마자 고무장갑을 끼고 편의점봉투에서 자실장을 꺼낸 후 바로 목욕탕으로 온 것이다.

처음에는 겁을 잔뜩집어먹은 자실장은 험난한 공원생활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따뜻한 느낌(물이 따듯하니까)에 이내
“테츄아.......” 라고 기분 좋다는 듯이 울었다.


 자실장을 완벽히 깨끗하게 씻긴 남자는 그제야 안심한 듯 고무장갑을 벗었다.
수건으로 조심스레 물기를 제거한 후 자실장을 집어서 거실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네 옷도 너무 더러워 세탁기 돌릴 때 같이 돌렸으니 빨고 나서 줄게.”

 “테츄우....테치”

 많이 얌전해졌다. 아직도 조금 경계하는 기색은 있지만 문제 될 건 없어 보인다.
남자는 한숨을 쉬며 아까 가져온 편의점 봉투를 열면서 이야기했다.
     
 “네 녀석이 이곳에 똥을 싸놔서 먹지도 못하겠네.”

“테츄!”

 긴장해서 예민한 상태의 자실장은 남자의 불편한 기색을 바로 눈치 채고 깜짝 놀랐다.
봉투 속 내용물은 각각의 포장으로 밀봉 되어있기 때문에 사실 더럽혀지진 않았지만
시궁창 쥐 같은 더러운 동물이 이 비닐봉투 안에서 뒹굴고, 똥을 쌌다고 생각하니 남자는
야식을 먹을 생각이 싹 사라졌다.

 “뭐... 이건 버리기로 하고... 그럼 앉아서 기다려나 보자”

 “테...테츄?”

 “네 부모가 올 때까지.”




남자는 실장석의 탁아란 풍습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다.
실장석이란 개체는 사회적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동물이다.
일단 사람과 대화가 된다는 점에서 일단 실장석은 다른 동물과 차별화된 관심을 받게 된다.
그런 동물이니만큼 실장석을 사육해본 적이 없더라도
뉴스나 인터넷, 타인과의 회화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실장석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수 있는 것이 실장석의 생태이다.
그렇기에 남자는 이제 탁아된 자실장을 따라
친실장 본인도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 따라 오고 있을 거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친실장이 오면 자실장을 그대로 돌려줄 생각이었다.
그것이 탁아에 대한 올바른 대처방법.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tv를 보던 남자는 문뜩 시계를 보고는
거실 테이블 위 수건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졸고 있는 자실장을 바라보았다.

“속편하게 잘도 자고 있구만.”

수건은 알몸인 자실장이 추울까봐 남자가 깔아놓은 것이다.
곧 이어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어 집밖을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친실장은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친실장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낭패감을 느꼈다.
설마 중간에 날 놓친 건가? 보통은 탁아이후에는 대부분 친 실장이 따라온다던데.

남자는 실장석을 키워 본적이 없다.
그렇기에 애초에 애호파니 학대파 어느 속성에도 그는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물에 대해서라도 생명은 존중할 줄은 안다.
그건 사람으로써의 기본이다. 더군다나 사람 말을 이해할줄아는 높은 지성의 생물인데.
그렇기에 실장석을 발견한 당시,
그는 자그마한 실장석을 추운 겨울의 길거리 한복판에 버리지 않고
집까지 데려 온 것이다. 비록 더러워서 집에 오자마자 씻기긴 했지만.
추운 밖에서 어미를 기다리는 것 보다는 따뜻한 집안에서 기다리다가 어미에게 되돌아가는게
좋겠지. 그것이 남자가 자실장을 데려오며 했던 생각이다.

 하지만 친실장은 오지않는다. 이렇게 되면 직접 공원에 데려다 주기도 난감하다.
인간으로부터 공원으로 버려진 실장석은 들실장들로부터의 공격대상이 된다.
 남자는 혀를 차며 다시 테이블 위의 잠자는 자실장을 바라보았다. 
일단 내일까지 기다려보고 판단해보자.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본인도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






 “테츄아아아아아아아악!!!”

 알몸의 자실장은 자신의 걸레가 된 옷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실장석들에게 있어 목숨과 머리카락 다음으로 소중한게 옷이다. 그런 옷이 걸레가 됐으니
저럴만도하지. 남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남자는 자실장의 옷을 걸레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단지 깨끗하게 하기 위해 어제 밤에
세탁기에 넣었을 뿐인데 알아서 걸레가 되어서 나왔을 뿐이었다.
 그런 남자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실장은 눈물을 질질 흘리며 대변을 싸 버렸다.

 “으왓!”

 자실장이 앉아있던 수건은 이미 똥 범벅이 되버렸다.
남자는 악취도 악취이거니와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 많은 대변이 나오는지에
대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실장석이란 동물은 기본적으로 분충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아 젠장 다시 씻겨야 겠네
남자가 자실장을 잡아 씻기기 위해 손을 뻗자 자실장은 기겁하며 소리를지르면서 도망갔다.

“테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인간은 마마가 말한 학대파인 테치! 내 옷을 찢어버린 테치!
이젠 내 머리를 뽑아서 공원의 노예처럼 만들려고 하는 테치!
  
어린 자실장은 인간이 장난삼아 실장석들을 독라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걸레가 된 자신의 옷을 보자, 자실장은 남자를 극도로 두려워하게 됐다.

커진 공포심때문에
어제 밤에 남자가 따뜻하게 대해줬다는 사실은 그 작은 머리 속에서 이미 잊혀졌다.

 “어 잠깐!”

남자의 손이 자실장을 놓친순간,
자실장은 이미 대변을 질질 흘리며 테이블 이곳저곳으로 도망쳐 다니면서 테이블을 똥으로 뒤덮었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마가 보고싶은테치! 여기서 나가고싶은 테치!
 소리를 지르며 도망다니는 자실장을 보고 남자는 순간 아차 싶었으나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재빨리 도망치는 자실장을 양손으로 잡았다.

 “테챠!!! 테치아아아아아!!”

 마마! 마마! 마마! 마마! 살려주는 테치!

겁먹은 자 실장은 남자의 손안에서 날뛰었다. 온몸으로 반항하며 입으로는 남자의 손을 물어뜯었다. 

 “아야야 젠장”

남자는 자신의 손을 물어뜯는 자실장보다도, 지금 자실장을 잡고있는 자기의 손 아래로
자실장이 흘리고있는 똥이 뚝뚝 떨어진다는 사실에 대해 더 걱정했다.
남자는 재빨리 목욕탕으로 뛰어 들어가서 세면대에 실장석을 올려놓고 물을 틀었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

실장석은 자신의 머리위로 어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수압의 물이 쏟아져 내린다는
 사실에 더욱더 패닉에 빠졌다. 더군다나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물.
남자는 울부짖는 자실장을 마땅찮은 표정으로 씻기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손에는 어제와 같은 부드러움은 당연히 없었다.

실장석을 씻기면서 남자는 이 자실장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는 어제 이 자실장을
탁아 받은 이후로 막연히 기다리면 친실장이 올것이고, 그러면 돌려주면 모든일이 해결될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도 친실장은 오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일단 옷부터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밤새 세탁을 돌린 세탁기를 열어보니 갈갈이 찢긴 자실장의 옷이 나온 것이었다.
찢어진 옷을 들고 헛웃음을 지으며
드라이클리닝을 해야했던 옷이었던가... 라고
태평스럽게 생각하던 남자는 결국 지금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결국 남자는 다시 자실장을 깨끗하게 씻겼다.
그리고 더러워진 테이블 까지 전부 깨끗하게 닦았다.
자실장도 지쳤는지 더 이상 테챠! 거리면서 울부짖진 않았지만,
대신 구석에서 조용히 테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거리며 울고 있었다.

모든 정리를 마친 남자는 한숨을쉬며 조용히 울고있는 자실장을 바라봤다.

아직 생후 몇일밖에 되지 않은 작은 동물.
변을 못 가리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 되서인지 화가 나지는 않았다.
다만 똥을 싸며 날뛰는 것은 정말이지 번거롭다.
개나 고양이를 주워 와서 키운다고 한들, 저렇게 번거롭진 않을 것이다.
애완동물로써 실장석 사육이 어째서 고난이도인지를 남자는 조금 알 것 같았다.

 “테츄우우우우우우우...”

힘없는 자실장의 울음소리를 듣고 남자는 문득
어제 밤부터 자실장에게 먹을 것을 준적이 없다는 걸 생각해냈다.
들 실장은 매일 배고픔에 굶주려 식탐이강하다고 들었는데.
저 자실장은 어젯밤부터 겁에 질려선지
먹을 것에 대한 요구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구석에 찌그러져 울고 있는 모습은 딱 봐도 공포심에 제정신이 아니다.
어제 밤에도 겁먹었었지만, 오늘 아침에 더욱 미쳐 날뛰는건
자신의 망가진 옷을 발견한 이후다.
즉 요점은 옷이란 거군.
남자는 구석에서 덜덜 떨고 있는 자실장에게 다가갔다.
자실장은 겁에 질려 도망가려고 했지만 남자는 쉽게 양손으로 잡아 올렸다.

“외출을 하자”





-------------------------------------------------------------------
요즘시대에 실장을 키우는 사람들은 많기 때문에 실장석 옷 따위는

가까운 할인마트만가도 판매한다. 하지만 마트에는 실장석(애완동물)을 데리고는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기에 남자는 집에서는 조금 멀지만 굳이 실장 전문 숍을 찾아왔다.




[따랑 따랑]




알몸의 자실장을 들고있는 한 손님이 가게에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여성 점원은 친절하게 하게 맞이했다.

남자는 점원이 있는 카운터로 다가가 들고 있던 알몸의 자실장을 올려놓았다.

자실장은 남자의 손에 안겨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높이에서

실장 숍까지 오는 도중 볼수 있었던 다양한 풍경들에 놀라 많이 얌전해진 상태였다.  


“이 녀석이 입을만한 옷을 찾으러왔는데요”


남자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있는 자실장의 머리위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애초에 가게에 들어설 때부터 손님이 알몸의 자실장을 들고 있었던 것을 본 점원은 이미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가게 점원은 자실장을 자연스럽게 건네받아 카운터 뒤의 임시수조에 넣은 후 남자를 실장석 전용 의류코너로 안내했다.

남자는 실장석 의류 코너 으로 가서 엄지실장용 옷을 살펴봤다.

프릴이 달린 귀여운 옷, 겨울용 코트, 수영복, 드레스 등등....

과연 사람 옷 못지않게 종류와 가격이 다양하구나.

그렇게 생각한 남자는 무심코 눈에 띈 엄지실장용 화려한 노란색의 옷을 집어 들자   

점원은 그것은 외출용 우의라서 방수효과는 좋지만 가격은 제법 비싸다고 설명했다.


 “자실장을 비오는 날 외출시키는 사람도 있나 봐요?”


 “뭐 어떻게든 필요한분은 있는 법이니까요. 아님 그냥 꾸미려고 사는 경우도 있구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자리에 원 위치 시키고

엄지실장용 기본 녹색 옷을 찾아 들었다.

뒤집어서 가격을 확인해보니 확실히다른 것에 비해 저렴한 가격.

‘이정도면 되겠지’ 라고 생각한 남자는 점원에게 이걸로 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럼 이걸로 하나랑 좀 더 큰 사이즈 사이즈로 2개 드릴까요?”


점원은 웃으며 물었다.


 “예?” 예상 밖의 질문에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거하나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손님. 엄지실장은 금세 자실장 크기로 성장하기 때문에 엄지실장의 옷을 살 때 자실장사이즈 옷도 같이 사는게 좋을텐데요?“


 실장석이 날 때부터 입고나온 옷과 달리 인간이 손으로 만든 사제 옷은 실장석의 성장과 함께 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육 실장석은 성장할 때마다 옷을 큰 사이즈로 바꿔줘야 한다.

남자는 어째서 점원이 두벌을 권했는지 이해했다. 

하지만 남자는 자실장을 키울 생각이 없다.

애초에 옷 한 벌만 사 입힌 후 공원의 부모에게 직접 가서 돌려 줄 생각이었다.


 “아뇨 전 키우는게 아니라 한 벌이면 충분합니다.”


 그런 남자의 대답에 점원은 “그러시군요.”  라고 웃으며 대답하며

남자가 고른 옷을 받아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남자는 자실장용 사이즈의 단벌옷을 계산했다.

점원으로부터 손님용 임시수조에서 알몸의 자실장을 꺼네어 능숙한 손놀림으로

계산된 옷을 자실장에게 입혔다.


 “테히”


 자실장은 따뜻한 새 옷에 기뻐했다.

저렴한 가격의 옷이라고 해도 그 품질은 실장석들이 날 때 부터 입고 다니는

옷에 비해 월등하다. 기본 옷감두께부터가 다르며 튼튼함에 있어서는 말할 가치가 없다.

 이제까지 알몸이었기 때문일까 자실장은 새옷을 입고 몸이 따뜻해짐을 느끼며 다시

기분 좋은 듯이 테히- 하고 울었다.

 그 광경에 남자도 만족한 듯이 자실장을 바라봤다.

 “그럼 가볼까”

 남자는 자실 장을 다시 안아 들고 실장숍을 나섰다.


 -테츄

가을의 찬바람이 불자 자실장은 남자에게 꼭 붙었다.

실장석은 오묘한 생물이다. 인간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높은 지성을 가지고 있기에

실장석은 인간의 생활에 뿌리 깊이 관여되고 있다.

 작고 연약하며 모성애까지 가진 그들은 인간들에게 많은 동정을 받는다.

다른 개나 고양이와는 달리 비를 맞으며 자기 자식만이라도 데려가 키워달라는 말하는

친실장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 흔들릴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기에 이 사회에서 애완 동물 중 실장석 사육비율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아니 이미 사육실장은 포화상태다.

 이미 실장석을 키울 여력이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벌써 각자의 실장석을 사육하고 있다.

 누군가는 들실장들의 부탁을 받아, 누군가는 탁아를 받아, 혹은 들실장들이 가여워서.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이미 수많은 실장석 들은 인간들에게 동정을 받아, 진즉부터 인간과 함께 지내고 있다.

 의자는 많았으니 이미 의자들은 가득 찼다.

 그렇기에 들실장들이 새롭게 인간에게 받아들여지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들 실장석이 인간에게 받아 들여 지고 싶으면 그것은 실장석을

키우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것 뿐이다.

하지만 고작 마음 좀 흔들린다고 실장석을 키울 사람이었으면 이미 옛날 옛적부터 실장석을

키웠을 것이다.


 동물을 기르지않는 사람들이 실장석 뿐만 아니라 다른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유 따위야

수십 가지가 넘을 것이다.

 싫어서. 귀찮아서. 알레르기가 있어서. 여건이 안되서. 아이가 있어서. 배우자가 싫어해서 등

 남자도 이러한 부류이다.

단지 동정심 때문에 들 실장을 거둘거면 이미 진즉에 실장석을 키우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남자는 이 탁아 받은 자실장을 집에서 키우지 않고

 부모에게 데려다 주기위해 마을 공원으로 온 것이다.


 “자 도착했다.”


 남자가 자실장을 들고 있는 손을 살짝 흔들자 남자의 외투에 몸을 품고있던 자실장은주위를 둘러 봤다.


  “테치이이이이”


 자실장은 여기가 자기가 살던 공원임을 깨닫자 곧 마마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기분 좋게 울기시작했다.


 “너희 집이 어디냐?”


 “테치테치”


 남자는 자실장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갔다.

 그런 남자를 공원의 몇몇의 들실장들은 숨어서 시선을 보내 왔지만 다가가지는 않았다.

  
인간이 있다고 멋모르고 인간에게 다가가는 멍청한 들실장 따위는 진즉에

숨은 학대파(공공연한 학대파 따윈 없다. 동물을 재미삼아 죽이는 사람이 가지는 사회적 입지 따윈 넌센스다.)

에게 끌려갔거나, 공원 위생&실장 개체 관리 차원에서 관리자들에게 잡혀 처분되었기 때문이다.

 들실장들의 방해 없이 남자는 자실장의 안내를 받아 공원에 깊숙한 곳으로 걸어갔다.

그런 남자의 앞에 한 친실장이 수풀에서 튀어나왔다.


“데스--뎃!”


“테치야!”


 딱 봐도 어제 나에게 탁아 시킨 그 어미다.

라고 생각한 남자는 손에 들고있는 자실장을 땅에 내려놓자 자실장은 엄마에게 도도도 달려가서 그 품에 안겼다.


친실장은 자신의 자를 들고 온 인간 남자를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어제 아이를 인간에게 탁아 시킨 이 친실장은 실로 매우 영리한 개채다. 아니 애초에

이 공원에 사는 들 실장 들 중에서는 완전히 [멍청한] 개체 따윈 이미 없었다.

공원 관리 차원에서 공원관리자들 손에 의해 수많은 실장들이 꾸준히 구제되었왔다.

인간에게 대드는 멍청한 분충 따위는 가장 눈에 띄기에 가장 먼저 구제 된다.

그렇기에 이 마을 공원 내에서 살고 있는 들 실장들은 제법 스스로의 분수도 알고, 인간도

경계할줄도 안다.


 그렇기에 이 영리한 친실장은 다가오는 겨울과 식량난에 대비하여 자신의 자들 중

하나를 어쩔 수없이 어젯밤에 탁아 시키긴 했지만 본인은 인간을 찾아가지 않은 것이다.


 “정말... 니가 어제 밤에 찾아오지 않아서 피곤했는지 아냐?”


 “텟!”


 남자의 첫말에 친실장은 움찔했다.

사실 친실장은 멀리서부터 한 인간이 탁아된 자를 데려오는 것을 보며,

이미 최악의 수까지 생각했었다. 어쩌면 저 인간이 자실장을 꼬셔서 탁아 시킨 그 어미에게

가혹한 복수를 하러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렇기에 인간이 친실장과 남아있는 자매들이 있는 집에 도달하기전에

친실장은 이렇게 남자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런 친 실장의 걱정을 알고나있는지 자실장은 다시 만나게 된 마마의 품에 고개를 묻고


“테츄~ 테츄~ 테츄~” 거리며 기뻐하고 있었다.


 “다시는 사람에게 탁아하지마라. 그거 민폐라고.”


 사실 친실장도 [어쩌면] 탁아시킨 자실장이 인간을 메로메로해서 자신과 다른 자매들도

키워주러 왔을지도 모른다- 라는 허튼 망상을 내심-(아주 조금이지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말을 들은 친실장은 안색이 나빠지며 사과인지 변명인지 모를 말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뎃... 데스우 데...!”



 “아 됐으니까 이거나 받아라”


 남자는 주머니에서 실장 푸드 봉투와 두터운 이불을 꺼넸다.



“데...?”



 친실장은 당황하며 급히 남자에게서 물건들을 받았다.



“일단 그 정도면 얘를 데리고 겨울나는데 문제는 없겠지?”



친실장의 손에 받은 이것은 말로만 듣던 사육실장용 실장 푸드. 그리고 들고있기만해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불.

안좋은 일을 당할거라고 긴장한 친실장은 순간 의외의 인간의 친절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차 이것도 있었지.”


남자는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작은 콘페이토 봉투도 꺼넸다.

이것과 실장푸드, 그리고 이불은 모두 아까 전 실장숍에서 옷과 함께 산 것이었다.

남자는 콘페이토 봉투를 찢어서 하나를 꺼넨후 엄마 품에 안겨있는 자실장에게 건네줬다.


“테츄! 테츄!”


자실장은 남자가 주는 그것을 덥석 받아 입에 넣었다.


“테치!!!!”


머리가 찌릿 할 정도로 단맛! 이것이 말로만 듣던 콘페이토!

어린 자실장은 순식간에 콘페이토에 정신을 빼앗겨 혓바닥을 낼름 거렸다.


순식간에 받은 인간의 엄청난 친절에 넋 나간 친실장도 그 모습에 입에 침이 고임을 느꼈다.

데스우... 거리며 손에 실장푸드와 이불을 든 체

콘페이토를 핥는 자실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친실장 에게도 남자는 콘페이토 몇 개를

손에 쥐어 주며 “돌아가서 다른 자식들에게도 줘” 라고 말했다.


“데...데스우! 데스데스우!”


그것은 감사의 말일까 친실장은 허둥대며 뭔가 말했지만 남자는

“니가 그렇게 말해봤자 난 못알아들어” 라고 대답하며

이제 볼일을 다 봤다는 듯이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테치이~”


정신 없이 콘페이토 를 핥던 자실장도 잠시 핥는걸 멈추고


고맙다는 듯이 남자를 향해 말했다.



남자의 얼굴엔 만족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럼 이제 갈 테니까.”


“테츄~”


“데수”


남자는 뒤돌아 보지도 않고 “가끔 올게” 라고 말하며 공원 밖을 향해 자신의 집으로 갔다.


 ‘주말 시간 때우기는 됐군’


남자는 속으로 웃으며 공원 밖으로 걸어갔다. 





 남자는 공원을 나가다 말고 멈춰서서 방금전 뜯었던 콘페이토 봉투를 땅바닥에 내려놨다.

남자는 콘페이토 위로 발을 살포시 얹고는 들 실장들을 향해 남자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 남자가 실장모녀에게 하는 행동을 보고 이 인간은 [안전]하다고 생각한

공원의 들 실장들은 남자의 행동을 보고 콘페이토를 취하기 위해 와르르 몰려나왔다.


 “데스데!”


 “뎃!”


하지만 남자 발 때문에 콘페이토를 가져가지 못하게 되자 들 실장들은 낙담하며 남자에게 불만의 의사 표시를 했다.

한 겁 없는 들실장은 콘페이토를 밟고있는 남자의 발에 달려들어 토닥토닥 때리기까지 했다.

 남자는 조용히 발을 옮겨서 그 들실장을 밟았다.

“뎃!! 뎃!!! 뎃!!!”

 밟힌 들실장은 깜짝 놀라 발버둥쳤지만 인간의 힘을 이길 수 없다.

그 모습에 다른 흥분한 들실장들도 깜짝 놀라며, 잊었던 인간의 공포를 다시 느끼고 순간 조용해졌다.


 “너희들도 봤었겠지만” 남자는 발에 조금씩 힘을주며 말했다. “아까 내가 데려온 자실장 말이야” 


“뎃!!! 데스!!! 데스우!!뎃!!!!” 발 아래에 깔린 들실장은 점점 강하게 압력에 소리를 질렀다.


“내가 이 공원에서 키우는 애들이니까. 괴롭히면 안된다.”


“데스!!! ㅔ니!!!! 뎃!!!!”


“그런 녀석은 가만히 안둔다.”


발에깔린 들실장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남자의 조용한 엄포에 들실장들은 숨을 삼켰다.

그 후 남자는 밟고 있던 실장석으로 부터 발을 땠다.

해방된 들실장은 테에에에에 울며 도망갔고. 남자는 볼일 다 봤다는 듯이 다시 갈 길을 걸어갔다.

들실장들은 조심히 남자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땅바닥에 떨어진 콘페이토에게 달려들었다.






남자가 공원에서 실장석을 키운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남자의 행동은 일종의 보험이었다.

다만 잠시라도 인간의 손을 탄 실장석은 다른 들실장들의 질투의 타겟이 된다.

그런 원 사육실장에 대해 들 실장들은 혹독한 린치를 한 후 동족을 잡아먹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라서 남자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쇼]를 통해 탁아실장가족의 목숨에 보험을 걸어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쇼가 통할지는 남자도 모른다. 남자의 엄포에 불구하고 그날 밤 바로 탁아가족은

린치당해 남자로부터 받은 모든걸 뺏기고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리스크에 대한 책임은 애초에 탁아 시킨 어미에게 있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애초에 그 자실장은 남자가 키우던 사육실장도 아니었다.

 처음부터 탁아를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 아닌가.

 남자는 스스로 자신이 최선의 노력을 해주었다고 생각했다. 단지 잠시 뿐의 인연이기에

해준 행동. 그 행동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는 더 이상 아무도 모른다.

 남자의 어설픈 도움이. 그 실장가족에게 파멸을 가져와도 남자는 무덤덤하게 있을 것이다.

들실장 들에게 한 협박처럼 찾아가서 복수해줄 생각도 사실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아무리 자실장이 걱정된다고 한들

자신의 키워줄 수도, 키울 생각도 없었다.


 다만... 하룻밤 동안의 짧은 인연. 가급적이면 자실장이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겨울이 왔다.

추운날씨에도 오늘도 남자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공원에는 공으로 놀고 있는 들 실장석 가족이 있었다.

한 마리의 자실장은 옷이 좀 작아서인지 움직임이 어설펐지만 테츄 테치 거리며 활발하게

뛰어다녔다.

남자는 이젠 추워서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남자의 주머니에는 실장푸드 한 봉투와,

비교적 조금 큰 사이즈의 자실장용 옷이 있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있다.

그리고 거기에 수많은 실장석들이 살아가고있다.

그리고 그 숫자만큼 다양한 형태로 인간과 실장석은 살아가고 있다.

남들이 보기엔 비록 어설프고 반쪽짜리인 것 같은 관계 같지만

그것도 하나의 실장석과 인간이 공존해 살아나가는 형태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장녀의 취업 1~2



“자, 자! 평생 공원에서 썩을래 아니면 기회를 찿아 우리 통조림 공장에 올래! 우리 공장에 오면 매일매일 세레브한 삶을 살수 있단다!!”
“오마에들 고민 하지 말고 우리 공장으로 오란 데스! 더워죽는 일도 추워죽는 일도 배고파죽는 일도 없는 데스! 열심히 일하고 일한만큼 보상받는 새 삶을 사는 데스!”

여기는 캐갤공원, 매주 화요일 점심마다 봉고차를 타고 이 공원에 오는 작업복을 입은 남자와 성체실장석은 평생 공원에서 비참하게 사는거 보다 공장에서 일하며 편하게 살라는 홍보를 하며 몇마리씩 봉고차에 실장석들을 태우고 데려가는걸로 유명했다.

“저기… 닝겐상… 그 공장이란곳은 어떤 곳인 데스우…?”
“야야, 내가 몇번이나 말해야 겠니? 공원처럼 동족이나 학대파한테 당할 일도 없고 겨울에 단체로 얼어 죽을 일도 없는 완전 좋은곳이야.”
 “그런 데스!! 오마에도 냉큼 오는 데스!! 가족이 있다면 가족 모두 와도 되는 데스!! 자든 엄지든 우지챠든 모두 환영인 데스!! “
“그게 아니라 가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단 거인 데스…”
“그건 여기서 설명하긴 좀 길고 다양하기 때문에 일단 우리 공장에 와서 교육을 받으렴”
“데…”


하지만 캐갤공원의 실장석들은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거짓말쟁이라고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주 이런 홍보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공장으로 가길 희망하는 실장석은 별로 없었다. 그나마 공장으로 가는 실장석들도 독라거나 어미를 잃은 자실장과 같은 공원에서 더 이상 생존하기 힘든 녀석들이였다.

“테… 마마… 저 닝겐을 따라가면 정말로 행복이 있는 테치이..?”
“… 마마도 잘 모르겠는 데스… 하지만 아마도 아닐거인 데스… 마마는 살면서 닝겐을 따라간 동족이 행복하게 된건 한번도 못본 데스우…”


마마를 따라 월동식으로 쓸 도토리를 채집하려고 나온 장녀는 공장 직원과 작업복을 입은 동족의 홍보를 뒤로하고 쓸슬히 골판지집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겨울이 왔다. 유난히 추운 2018년의 겨울, 일가가 고생해서 모아둔 월동식은 밤새 침입한 분충들한테 거의다 털려버리고 골판지 집 또한 눈바람 때문에 너덜너덜 해져 버렸다.

“데에엥… 이번 겨울씨는 왜이렇게 혹독한 데스우… 월동식도 골판지집도 실각해버린 데에에…”
“테에엥 마마 배가고픈 테치!!”
“레에엥 추운테치 배고픈 레치에엥”
“마마… 역시 먹을 걸 구하러 나가야 하지 않겠는 테치..? 이대로라면 다음주엔 먹을게 다 떨어지는 테치이이…”
“장녀차, 안되는 데스. 이 날씨에 먹을걸 구하러 나갔다간 눈떄문에 찿기도 힘들고 얼마못가 얼어죽는 데스!! 조금만 기다려 보는 데스… 분명 날씨가 풀릴거인 데스… 그 때 눈이 녹으면 먹을걸 구하러 나가는 데스!!”
“마마 알겠는 테치…”

그러나 친실장의 소망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오히려 점점 더 추워졌고 일가의 얼마 안남은 월동식은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레에엥!! 똥마마 밥이 너무 적은 레챠아앗!!!”
“테에엥 무능한 마마 때문에 배가 너무 고픈 테치이이잇!!!”
“이모토챠들 조금만 참는 테치… 분명 날이 풀릴거인 테치… 날이 풀리면 와타시가 마마와 함께 먹을걸 찿으러 나가는 테치…”
“장녀챠… 하지만 이대로라면 일주일 밖에 못버티는 데스… 일주일동안 날이 따뜻해 질지는 와타시도 장담 못하겠는 데스우…”
“테에에…”


장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마마, 좋은 생각이 있는 테치!!”
“뭐.. 뭐인 데스우?”
“오늘은 공장닝겐상이 오는 날인 테치! 와타시가 먼저 공장에 가보는 테치! 
“데스앗! 장녀! 무슨 소리인 데스!! 닝겐의 말을 믿는거인 데스? 설령 공장이 좋은곳이라고 해도 그곳이 좋은곳이라는걸 어떻게 알릴거인 데스!!”
“테치! 다 방법이 있는 테치!!”

장녀는 집 구석에 놓여진 호신용 못을 집어들어 자신의 배를 조금 갈라냈다








“테치잇…. 아픈 테치…”

그리곤 자신의 갈라진 뱃속에 손을 조심스레 집어넣고 자신의 소중한 돌을 꺼냈다.

“자…장녀!!! 무슨짓인 데스우!!!!”
“오.. 오네챠!! 자살은 다메 테치이!!!”
“이모토챠, 이건 자살이 아닌 테치. 마마, 와타시의 돌씨를 가지고 있는 테치… 와타시가 먼저 가보는 테치… 일주일 뒤에도 와타시의 돌씨가 깨지지 않는다면 이모토챠들을 데리고 마마도 공장으로 오는 테치…

“자…장녀…!!! 오로로롱!!! 오마에는 보배인 데스우!!! 잘 간직하고 있겠는 데스우!!! 부디 몸 조심 하라는 데스우!!!”
“테에엥 오네챠 꼭 살아야 하는 텟승 텟승”
“마마, 이모토챠들, 걱정말라는 테치, 이제 가보는 테치…”


한편 공원의 입구,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지원 실장석이 별로 없어서 남자직원과 직원실장은 슬슬 돌아갈까 생각하고 있었다.

“으으.. 추워서 그런가 별로 안오네… 감독아, 오늘은 이쯤하고 그냥 돌아갈까?”
“데스… 동감하는 데스 대리사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돌아가는 데스…”



둘의 대화가 끝나고 봉고차에 타려고 하는 순간 장녀가 달려오며 소리쳤다.

“닝겐상 와타시를 데려가는 테치!! 공장에서 일하고 싶은 테치!!!”
“오, 조금만 늦었으면 그냥 가버릴뻔 했어, 좋아. 태워주마.


남자는 장녀를 들어올려 봉고차 뒤의 짐칸에 태웠다. 짐칸에는 장녀보다 먼저 온 두명의 성체 들실장이 있었다. 한명은 출발을 기다리다 지루해져서 인지 골아 떯어져 있고 깨어있는  성체 한명이 장녀에게 말을 걸었다.

“데스우? 오마에, 자실장 혼자서 공장에 가는 데스? 고아인 데스?”
“아닌 테치. 와타시 혼자서 공장에 가기로 한 테치. 마마에게 소중한 돌씨를 맏기고 공장에 먼저 가보기로한 테치”
“데에… 기특한 자인 데스. 와타시도 오마에 같은 자가 있었다면… 와타시는 자들이 모두 분충이였던 데스. 그래도 어찌저찌 이해하며 견디며 살아왔지만 오늘 아침 자들이 와타시 몰래 보존식을 다 먹어 치워버렸는 데스. 그래서 홧김에 녀석들을 모두 죽여버린 데스. 이제 보존식도 없고 자들도 다 죽여버렸으니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공장에 가기로 한거인 데스.”
“그런 심한 테에에…”
“… 아무튼 오늘부터 와타시타치들은 동료인 데스. 서로 잘해 보는 데스.”
“알겠는 데스 잘부탁 드리는 데스 오바상”

둘이 대화를 끝낸 순간 차 시동이 걸렸다.
“털털터러러러 부르릉!!”
“테…. 이제 돌이킬수 없는 테치…”

 장녀와 성체아줌마는 창을 통해 보이는 멀어져가는 공원을 보며 조금 쓸쓸하면서도 걱정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 도착했단다~ 다들 내리렴!”

봉고차가 공장의 주차장에 도착하자 남자직원은 뒤에 타고있는 실장석들에게 내려라고 말했다.

“테… 여기가 와타시가 일하게 될 공장이란 곳인 테치이…?”

장녀가 봉고차에서 내리자 마자 펼쳐진 광경은 커다란 회색 건물들이 끝없이 펼쳐진곳이 였다. 장녀는 이따금식 공원근처에 있는 인간들의 집을 봤지만 그것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큰 똑같이 생긴 회색 건물들이 끝없이 펼쳐진 광경은 장녀에게 신기함과 동시에 공포감을 주었다.

“데에… 여기가 공장이란 곳인 데스우…?”
“이상하게 생긴 건물이 잔뜩 있는 데스우…”

장녀와 같이 온 신입실장석들 또한 장녀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자, 그럼 감독아, 난 잠깐 본사 좀 다녀올 테니 그때동안 얘네들 신입교육실로 인솔하고 기본적인 수칙들 좀 가르치고 있어라”
“데슷! 맡겨주시는 데스 대리사마! 안심하시고 본사 갖다 오시는 데스!”


남자직원은 감독실장에게 신입실장석들을 인솔하고 교육시킬것을 명령한 다음 봉고차를 타고 공장을 떠낫다. 감독실장은 떠나는 남자직원을 향해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든 후 봉고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신입실장석들을 향해 자기 소개를 했다.

“뎃슨! 모두들 처음뵙는 데스! 와타시는 감독실장인 데스! 앞으로 오마에들은 와타시와 직원닝겐사마들의 말을 따라야 할것인 데스! 알겠는 데스우?”
“알겠는 테치!!”


신입실장석들 중 장녀만이 감독실장의 말에 대답했다. 나머지 신입실장석들은 동족이 자신에게 명령하는게 아니꼬아서 그런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 일단 오마에들 와타시를 따라오는 데스! 먼저 오마에들에게 가르칠것이 많으므로 신입교육장으로 데려가야 하는 데스!!”
“데프픗... 겨우 공장에 먼저 와서 일한것 밖에 없는 주제에 자기가 뭐라도 되는줄 아는 데스.”


신입들 중 분충으로 보이는 성체 한마리가 속닥거리며 뒷담을 했다. 봉고차에 실려올때 팔자편하게 퍼질러 자고있던 녀석이다.
신입실장석들은 감독실장을 따라 공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공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보이는 크레인들이나 덤프트럭 같은 커다란 기계장비가 움직이는 장면은 평생 공원에서 산 신입들에게는 매우 신기한 광경으로 보였다. 모든게 처음보는 것들이라 그런지 신입들은 자꾸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걸었다. 그 때문에 신입실장석들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고 참다못한 감독실장이 신입들에게 호통쳤다.

“오마에들!! 뭘 꾸물거리는 데스! 빨리 따라오라는 데스!”.
“데샤앗!! 오마에는 뭔데 와타시에게 명령하는 데샷!! 공장에 먼저온게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줄 아는 데스??!”


감독실장이 신입실장들이 꾸물거리자 빨리 따라오라고 호통쳤으나 결국 분노게이지가 가득찬 분충신입이 감독실장에게 대들었다.

“데… 정말이지 어이가 없는 데스. 첫날 초면부터 이걸 써야겠는 데스우?”

직원실장은 주머니에서 어떤 기계장치로 보이는 검은색의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 검은 기계를 자기한테 대들은 분충신입에게 갖다대고 스위치를 눌렀다.








“데샤아아아아앗!!!!!”

그 기계는 감독실장에게 통제용으로 지급되는 전기충격기였다. 전기충격기가 몸에 닷자 분충신입은 고통에 괴성을 질렀다. 5초정도 전기충격기로 지지자 분충신입은 나가 떨어져서 눈이 뒤집힌 채로 쓰러졌다.

“데에에…데에에… 데에에…”
“… 오마에 정신차리는 데스… 이제 와타시의 말에 복종하겠는 데스우?”
“데에에...데휏!! 데봇…!! 데스!! 그런데스!! 죄송한 데스!! ”
“…알겠는 데스… 오늘은 첫날이니까 용서해주겠는 데스.”
“데헥…!! 감사한 데스우… 앞으론 대들지 않겠는 데슷!!”
“그리고 와타시의 말에 대답할땐 뒤에 감독사마를 꼭 붙이는 데샷!!”
“…아…알겠는 데스!!! 감독사마!!”
“… 아주 좋은 데스. 이제 와타시를 따라오는 데스”


장녀를 제외한 신입실장석들은 동족에게 ‘사마’라고 부르는걸 강요당하자 마치 자신이 운치굴 노예가 된 것 같아서 속으론 분노가 부글부글 끓었지만 명령을 거역했다간 자기도 전기충격기에 당할 것 같아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감독실장의 말에 복종해 감독실장 뒤를 얌전히 따라갔다.







낙엽이 지다


가을은 풍요롭다.
물론 이것은 사람에게나 해당하지 실장석에게 있어서 가을은 봄이나 여름과 같다. 그저 날씨가 좋은 시기. 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아직까지 수없이 많은 실장석들은 가을은 풍요롭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 중 하나의 이야기 이다.


푸른하늘이 펼쳐진 가을. D시의 공원은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실장석들로 바글거렸다. 이때 만큼은 동족식도 거의 하지 않고 심지어 동족식을 하는 개체가 발견되면 본능적으로 주변의 성체실장들이 모여 동족식 개체를 집단린치, 고기밥으로 만들정도 였다.

가을의 공원은 다른의미로 풍요롭게 변한다. 공원 거리와 화단엔 엄지와 자실장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낙엽을 모으고 있으며 성체실장들은 안전해진 공원에 안심하고 평소보다 몇시간을 더 투자해 먹이를 구한다.

일반적으로 가을에 낳은 새끼, 즉 추자는 인간이 보기엔 노동력이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처참하다. 노동력을 수치로 표현한다면 성체실장이 20.
자실장이 7.
엄지실장은 3.
저실장은 1.

하지만 없다싶이한 추자들의 노동력도 숫자앞에선 나름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실장석들은 어떻하면 겨울을 잘 보낼수 있을까 몸으로 겪으면서 퍼트렸다. 7,3짜리 노동력도 10마리, 20마리가 움직이면 상당하게 변한다. 추자들은 태어나서 몇일 안가 노동을 하지만 친실장의 거짓에 넘어가 하루마다 친실장에게 누가 더 도움(노동)을 주었는지 서로 비교하고 뽐낸다. 일등은 친실장의 ‘착한아이(친실장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부드럽게 칭찬하는 행위)’. 태생적으로 관심에 민감하기에 어린 실장석들에겐 그야말로 최고의 보상이다. 때론 경쟁이 심하게 과열되어 싸우거나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왕왕존재하지만 숫자가 많다보니 친실장도 서너마리가 죽어도 신경조차 쓰지않는다.

나름 경험이 풍부한 성체실장은 추자들의 머리카락과 옷을 빼앗는다. 어차피 노동만을 위해 태어난 녀석들이다. 실장석에게 하드한 노동을 하루종일 하게된다면 금방 몇주 지나면 옷과 머리카락은 헤지고 뜯어져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나름 옷과 머리카락이 멀쩡한 녀석들과 갈등이 생겨 서로 다투고 싸우다 불구가 되어 노동을 할수가 없게 된다.

“오늘은 와타치가 착한아이 받는 레치!”

팬티한장만 입은 엄지실장 한마리가 꼬물거리며 일어나 힘차게 외쳤다. 누구할거 없이 반독라이기에 차별이 생기지 않으며 오히려 반독라라서 서로간의 결속력이 생긴상태. 심지어 밖에서 일하는 다른 동족들도 반독라이기에 아무렇지도 않다. 옷과 머리카락을 빼앗겼을땐 무척 힘들었지만 집 천장위에 나뭇가지에 걸린 새것같은 깨끗한 옷을 보며 마마에게 잔뜩 착한아이 받아 옷을 돌려받을 생각이 가득했다. 엄지는 열린 뒷구멍으로 나가 팔을 앞뒤로 붕붕 두어번 흔들고 가볍게 몸을 풀었다. 비록 오네챠들과 달리 몸이 작고 힘도 약하지만 엄지들 사이에선 자신이 가장 우수하다.

뛰어난 눈썰미로 낙엽과 마른풀쪼가리를 잘찾고 간혹 죽은 벌레들도 발견하기에 오네챠들 사이에서도 인기만점. 제대로 일도 못하는 다른 엄지들은 그저 구더기 프니프니말곤 할줄아는게 없지만 자신은 다르다. 구더기 프니프니말고 다른 일들을 할수있기에 자실장과 친실장에게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느낄수가 있었다.

엄지실장이 이쯤오게되면 구더기 프니프니와 돌보기는 몹시 하찮게 느껴진다. 유일한 존재의 이유인 구더기 돌보기를 통한 삶의 연장을 구더기가 아닌 다른 쓸모를 표출시킬수 있기에 엄지의 콧대와 자만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와타치는 다른 레치. 와타치는 특별한 레치!”

마르고 가는 풀 한개를 질겅거리며 이빨로 끊어 한손에 들고 휘적이며 걷는다. 지금까지 수백번은 왔다갔다한 길이다. 보잘것없는 실장석이지만 그래도 수십마리가 풀과 낙엽, 작은 돌멩이를 치우며 다닌 길은 제법 정돈되어 걷기 편하게 변했다. 그래봤자 인간이 보기엔 위쪽에 길게 자란 풀숲으로 풀밭과 다를바가 없지만 크기가 작은 실장석들은 은연중에 체감을 하고 있었다.

이 일가는 다행히도 춘자가 없었다. 예전에 친실장이 말하길 ‘불행한 사고’로 더 큰 오네챠들이 죽었다고 한다. 그 덕분일까. 들실장들이 먹는 일반적인 먹이가 아닌 똥과 잡초, 약간의 음식물쓰레기를 섞어 만든 먹이를 잘 버티며 먹는다. 춘자가 없어 제대로된 음식물쓰레기는 친실장이 독식하지만 감히 친실장에게 불만을 토하는 개체는 없었다. 엄지는 자실장도 똑같은걸 먹기에 딱히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춘자가 있다면 옛날옛적에 춘자와 추자사이의 간극으로 인한 불화가 찾아왔으리라.

“오늘은 엄청난걸 도전하는 레치! 오늘은 반드시 밥을 찾아내서 마마에게 착한아이 소리를 듣는 레치!”

의욕과 자신감이 가득한 엄지는 선선한 바람을 맞이하며 힘차게 걸었다.

엄지는 자신이 조금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자실장인 오네챠나 동생인 이모토챠들과 달리 찾는것을 잘했다. 다른 오네챠나 이모토챠들은 보고도 지나치는걸 캐치할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몸이 작아 결국 자실장인 오네챠에게 말해 자신이 찾은 값진 것들은 항상 오네챠들의 몫이 되어 벌써 두번이나 착한아이를 빼앗겼다. 더이상 양보할수가 없다. 엄지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알아낸것이 있다. 낙엽, 종이, 마른 풀 같은것도 중요하지만 친실장에게 착한아이를 받을수 있는 것은 바로 ‘밥’을 구하는 것이라는걸. 실제로 무거운 곤충사체를 옮길수 없기에 자실장인 오네챠에게 말해서 옮긴뒤 그것을 옮긴 오네챠는 그날 착한아이를 받았다. 하지만 의미있는 크기의 곤충사체는 무겁고 크다. 자신은 옮길수 없다.

“아닌 레치....딱 하나, 있는, 레치..!”

엄지는 일주일전 친실장이 들어보고 만져보라던 실장푸드와 콘페이토를 기억해냈다. 실장푸드와 콘페이토는 놀라울정도로 가볍고 엄지인 자신이 두개나 들수있는 크기였다. 친실장은 날이 추워지면 이렇게 모은 맛나고 값진 밥을 추운 바람이 사라지기 전까지 집안에서 행복하게 다같이 먹을거라 하였다.

“할수있는 레치!”

친실장은 춘자도 없고, 전부 다 반독라에 먹는것도 다 똑같은걸 주어서 이번 겨울나기는 성공적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누가 알았을까.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그것이 비수가 되어 자신을 찌를것이라는 걸.


엄지는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구두가 피에 젖어 축축할 정도지만 엄지는 아픔을 모르고 걸었다. 그렇게 걷자 엄지의 눈엔 거기서 거기같던 수풀들이 사라지고 신세계가 펼쳐졌다.

-빨리 일하는 데스! 오마에들은 노예인 데스!
-마마아! 마마아! 이상한 아줌마한테 잡혀버린 테치! 옷도, 머리카락도 빼앗겨 버린 테챠아! 도와주는 테치! 구해주는 테치이!
-인간씨 푸드와 콘페이토를 주는 데스! 아니면 와타시를 대신 길러...데보릿!
-레챠아! 오네챠 와타치 먹는게 아닌 레치! 와타치 먹지 마는 레치!
-테프프...고기..고기가 있는 테갸아아! 아줌마는 누구인 테짓!
-누구 맘대로 이런 시기에 동족식을 하는 데스?
-인간씨! 똥인가아아아아안!! 당장 서라는 데스! 당장 멈추는 데스! 와타시를 버리는 것은 세계의 손실...주인님! 주인님 제발 와타시를 버리지 말아주는 데스으——!! 제발 와타시도 같이 데려가주는 데스! 데에에엥! 데에에에에엥! 오로롱~!
-시발 똥벌레 새끼들 봄여름가을 아주 지긋지긋하게 새끼를 치는 구나. 죽여도 죽여도 끝이없어! 끝이! 다 뒈져라 햣-햐!
-모두 도망치는 테챠아! 미친 인간이 날뛰는 테-깃

그것은 지금까지 본적없는 광경이였다. 일하는 놈, 아첨하는 놈, 싸우는 놈, 우는 놈, 도망치는 놈, 애원하는 놈 그야말로 모든것이 이곳에 있었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공원 중앙 분수지역은 인간과 실장석이 빚어낸 혼돈으로 가득했다. 피와 살점이 사방에 튀기는 살벌한 곳 바로 옆에선 구름같이 한 인간을 둘러싸고 봉지에 손를 넣고 뿌리는 것을 줏어 먹거나 옷과 두건안에 넣는 광경이 있었다. 머리가 으깨져 빵콘한 성체실장 총구로 점막에 쌓인 구더기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바닥에 질척이는 살점과 똥을 먹기위해 구더기실장들이 꿈틀거리며 뭉쳐있었다.

엄지실장은 한참을 보다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본능이 가면 죽는다는 것을 속삭이고 있었다. 실제로 눈에 꽤 보이던 엄지들의 숫자는 급속하게 없어지고 자실장과 성체, 아무것도 못하는 구더기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구해야 하는 레치. 마마아게 착한아이 받는 레치!”

엄지는 손에 힘을 꾸욱주며 혼돈의 장소로 몸을 내던졌다.




“...레..”

엄지는 부어올라 잘보이지 않는 시야도, 뜯어져 사라진 한쪽 팔도 상관없었다. 엄지의 다른 팔엔 소중하게 꼬옥 안은 실장푸드 한개가 존재했었다. 비록 푸드는 똥과 피에 젖어있었지만 푸드는 푸드. 변하지 않는다. 엄지는 솟구쳐오른 성취감과 행복감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 굉장한 데스! 엄청난 데스! 오마에! 이리오는 데스. 오늘은 오마에가 받는 데스!”

“레챠아! 해낸 레치! 한 레치! 해냈다 레치!”

엄지실장은 친실장이 오는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올수 있었다. 실장푸드를 안고. 친실장은 고작 엄지주제 그 무시무시한 중앙분수대에서 푸드를 가져온 엄지를 무척이나 칭찬했다. 실장푸드는 귀하다. 가볍고 보존력이 엄청나며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 피와 똥이 묻었지만 뭐 어떤가.

“...그런 데스. 그런 방법이 있는 데스.”

친실장은 집안을 보았다. 춤추며 이야기를 하는 짝팔 엄지와 그런 엄지를 보며 자실장들과 다른 엄지들은 눈을 빛내며 듣고 있었다.

“내일은 전부다 엄지를 따라서 푸드를 모아오는 데스. 그저 자실장 2개, 엄지 1개씩만 가져오면 거기서 모은 나머지 푸드들은 먹던 버리던 알아서 하는 데스. 가져온 것들에겐 예외없이 착한아이를 해주는 데스.”

“”네 테치(레치)!””

다음날 짝팔 엄지를 선두로 자실장들과 엄지실장들은 길을 나섰다. 그들의 눈엔 흥분과 자신감, 의욕이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친실장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추자들을 기다렸다. 다음날도 돌아오지 않자 친실장은 깨달았다. 추자들은 다 죽었고 다시 추자를 낳기엔 시간이 안된다는 것을. 목표한 보온재의 양은 한참이나 남았고 보존식도 아직 반도 못채웠다.

“-데프프..이제 와타시는 끝난 데스....”




들실장의 법칙 -1-


작은 손이 옆구리를 벅벅 문지른다. 너덜너덜한 초록색 소매끝에 뭉툭 튀어나온 둥그스름한 손으로 간질거리는 옆구리를 비벼보지만 아주 약간의 시원함이 비빌때 잠깐 거릴뿐 금새 가려움이 돋아났다.

“치이...”

깨어났을땐 이미 친실장은 먹이를 찾아서 나간상태.

오전 11:40분.
자실장의 집보기가 시작되었다.




들실장의 법칙
-1-
자실장의 집보기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는 선선한 보통날씨. 습도는 짜증나지 않지만 땅밑에서 올라오는 축축함이 골판지바닥을 어둡게 만들었다. 바닥에 깐 낙엽과 신문지, 휴지로 만든 배딩은 간지 오래되어 습기를 처리할 능력을 거의 상실했다. 집이 응달에 위치해 한번 습기가 차면 잘 빠지지 않는다.

“테치?”

자실장은 등이 조금 축축해지자 엉금엉금 기어가 그나마 덜 축축한 곳에 털썩 누워 천장을 보았다. 물기가 말라붙은 얼룩이 움직이더니 친실장과 두달전 솎아져 죽어 고기밥이 되어버린 차녀의 얼굴로 변했다.

차녀는 멍청했지만 착했다. 늘 그렇듯 이렇게 혼자서 집을 볼때면 차녀가 그리웠다. 친실장이 한쪽팔을 댓가로 구해온 찌그러진 탁구공은 혼자서 놀기엔 너무나 재미없어진지 오래. 주고받을 상대도 없고 벽에 던지면 찌그러져 배딩위에서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테에~”

역시 차녀가 보고싶다. 착해빠져서 점심밥도 자신에게 조금더 양보할 정도. 다만 멍청한게 심해서 친실장에게 버릇없이 굴거나 하지말라는걸 하거나 운치도 잘 가리지 못했다. 시선을 돌리면 차녀가 운치로 벽에 그렸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둥근건 콘페이토. 운치굴위에서 운치를 누다가 흘려버려 찾지못한 팬티와 구두 한짝.

자실장은 한동안 벽에 시선을 떼지못하다가 흥미를 잃어버려 다시 천장을 본다. 어느새 천장의 얼룩은 다시 원래 모양을 찾았다. 집에 있는건 재미가 없다. 심심했다. 혼잣말도 지친다. 상상하는 것은 생각보다 배가 많이 고파진다.

“테? 테치!”

자실장은 벌떡 일어나 점심밥에 시선을 둔채 고민을 한다. 먹고싶지만 지금 먹어버리면 더 긴 시간동안 배고픔에 시달린다. 사실 자실장도 그리 똑똑한 개체는 아니기에 최근에서야 점심밥을 이른시간에 먹지 않는 법을 깨우쳤다. 친실장이 오는 시간은 들쭉날쭉 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밖에 어두워질때 온다는것.

“테에에~테에~테에에..치!”

자실장은 간신히 점심밥의 유혹에서 벗어나 자기 손보다 작은 구멍앞에 다가가 바깥세상을 구경한다. 평소엔 아무런 움직임도, 변화도 없는 구멍 넘어 세상이지만 오늘은 뭔가 특별한 일이 있을것만 같았다.

“테츄?”

하지만. 늘 그렇듯이 정적인 세상만이 보였다. 인내심도, 끈기도 부족해 몇분보다가 지쳐나가 떨어진 자실장은 구멍넘어 세상이 변하는 것을 그렇게 놓친다. 뭐, 자실장이 놓친게 사실은 다행이다. 조금만더 끈기를 가지고 봤다면 세상에 대한 동경이 가득한 자실장이 보는 것은 성체실장에게 붙잡혀 지독하게 쳐맞아 곤죽이된 들자실장이 잡아먹히는것일테니.

“......”

무료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상관없다. 자실장은 이럴때 효과적인 방법을 알고있다. 그것은 바로 잠자는 것이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따스한 날씨가 습기를 조금이나마 없애준다. 적당히 자기에 최적의 날씨. 자실장은 눈을감고 잠을 청했다.


“...츄으...테...”

한시간정도 자고일어난 자실장은 몽롱한 눈으로 친실장이 마련해준 집안 끄트머리에 위치한 운치굴로 비척비척 걸어갔다. 잠이 덜깨 가다가 휘청이지만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운치굴에 가 뒷머리를 쏨씨좋게 앞으로 넘기고 무릎을 살짝 굽힌채 힘을 준다.

-브리릿 브릿 브짓!

“..테? 테챠아아!”

하지만 잠에 너무 취해 그만 팬티를 벗지 않아 균형이 무너져 운치굴에 떨어진다.

“테게엑! 테웨엑! 테켁! 테겍!”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르자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얼굴과 전신에 튄 점액질의 끈적끈적한, 발효중인 운치는 찝찝하다 못해 역겨웠다. 야무지게 다물어지지 않는 입안으로 몇방울 들어갔고 실장석의 본능상 입안으로 들어온 무언가를 생각도 않고 꿀떡 삼켜버렸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역한 맛이 분대를 진동시킨다. 당장이라도 분대에 찬 모든것을 게워내고 싶지만 실장석의 탐욕스런 성격 마냥 분대로 들어온 것은 강한 물리적 충격이나 화학적 충격이 아니고선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헛구역질을 수십번 한 끝에 침을 늘어뜨리고 흐리멍텅한 눈으로 까막득한 높이의 운치굴 밖을 본다. 슬쩍 두 팔을 벌려보지만 택도없다. 성체실장이 아니고서야 자력으로 탈출이 불가능한 것이 운치굴. 결국 자실장은 운치굴안에서 친실장이 올때까지 탈출이 불가능했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에에에에엥!! 테켁! 테에에엑!”

이 더럽고 역한 공간에서 벗어날수 없다고 판단한 자실장은 목을 놓아 운다. 그 과정에서 앞머리카락을 따라 흐르는 운치가 입안으로 들어가 삼켰고 다시 헛구역질을 한다. 본의 아니게 또 운치를 먹은 자실장은 운다. 그리고 또 운치를 먹는다. 그렇게 십수번은 반복끝에 울면 운치를 먹는다는걸 몸으로 깨닫고 우는걸 멈추었다.

아직 친실장이 오기엔 너무 이른 시간. 올려면 적어도 5,6시간 이상은 남았다. 자실장은 일단 그나마 운치가 딱딱하게 굳은 곳으로 움직였다.

“테치?”

문득 움직이다 발에 무언가 걸리는것이 느껴져 더럽지만 운치속으로 손을 넣어 그것을 끄집어 냈다. 그것은 초록색으로 물든 삭아서 너덜거리는 팬티.

“테치이-“

차녀의 것이다. 차녀가 잃어버린 팬티였다. 팬티를 잃어버리고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가. 친실장은 잃어버린 팬티를 찾아주지 않았다. 항상 옷과 팬티, 머리카락은 한번 잃어버리면 되돌릴수없으며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건 실장석의 수치라고 누누히 말했다. 그리고 잃어버리면 그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다고.

“...치이”

차녀가 보고싶다. 너덜한 팬티를 보니, 운치굴에 쳐박힌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니 더욱더 차녀가 보고싶었다. 친실장이 오기까지 자신을 도와주는 것은 아무도 없다. 이 끔찍한 공간에 홀로 있다고 생각하면 울음이 나오지만 운치를 먹는건 더 싫기에 꾸욱 참는다.

자실장은 친실장이 돌아오면 자신을 꺼내주면 잔뜩 안기기로 다짐했다. 친실장의 포근따뜻한 품이 그립기에. 왠지 친실장이 안아준다면 지금 겪고 있는 끔찍한 느낌이 씻겨내려갈것 같았다.

딱딱하게 굳은 운치더미 위로 올라가 쭈구려 앉은 자실장은 고개를 위로 한채 멍하니 있다가 피곤함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데스?”

친실장의 소리에 자실장은 두 눈을 끔뻑이며 정신을 차린다. 친실장의 목소리. 그토록 기다렸던 소리.

“테치! 테치이이이! 테챠아아! 테치! 테츄우웃!”

힘껏 소리를 지른다. 몸을 움직이자 튀어오른 운치가 입안으로 다시 몇방울 들어가지만 상관없었다. 친실장이 구해온 맛난 밥을 먹어서 이 더러운 경험을 씻어낼수 있다. 친실장의 포근따뜻한 품에 안겨서 옷안을 파고들어 전신에 느껴지는 이 기분나쁜 감촉을 벗어날수 있다.

운치굴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커다란 얼굴이 불쑥 튀어나온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친실장의 얼굴! 자실장은 튀어나오는 소리를 숨기지 않은채 빽빽거리며 촐싹대기 시작했다. 팔다리를 휘저으며 점프를 하는 자실장을 보며 친실장은 고민이 가득한 표정이였다. 어린 자실장은 그런 친실장의 고민을 눈치챌 여력도, 생각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 해서든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게 다였다.

“테챠아! 테치이! 테츄우! 테지이~!”
“......”

자실장은 한참을 발광하자 힘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서야 친실장의 표정을 차근히 살필수가 있었다.

“테치?”
“데...스”
“테치이?”
“데스?”
“테치! 테치! 테치-!”
“데...데스. 데스. 데스?”

자실장은 믿을수 없다는듯 새하얗게 안색이 변한채 경악을 하였다. 친실장의 대답이 믿을수가 없었다. 차녀의 팬티를 포기하듯 자신을 포기하다니. 있을수 없는 사태에 자실장은 넋이 나가 친실장이 사라져 구해온 밥을 혼자 우적우적 먹는것 조차 인지할수가 없었다.

친실장이 버렸다.
친실장이 자신을 버렸다.
친실장이 자신을 포기한 것이다.

차녀의 팬티를 포기하듯 자신을 운치굴에 꺼내주는걸 포기한 것이다!

자실장은 어질어질거리는 머리를 뒤로하고 소리를 질렀다. 작은 몸에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내는지 의아할 정도로 쩌렁쩌렁한 소리. 하지만 친실장은 대답도 없다. 목이 쉬어 켁켁거릴때쯤 친실장의 얼굴이 운치굴 위로 나타났다. 평소의 친실장 표정이 아니였다. 차디찬 냉기가 줄줄흐르는 친실장의 표정.

“데스”

운치굴에 떨어지는 자는 자신의 자가 아니다.

“테치!”

아니다. 자기는 친실장의 총구에서 태어난 장녀다.

“데스?”

그럴리 없다. 자신의 자는 운치굴에 떨어질 정도로 멍청한 바보는 아니다.

“테치잇!”

실수다. 이건 실수다. 자신은 친실장의 자가 분명하다. 친실장이면 친실장답게 자신을 보살펴야한다. 그러니 어서 빨리 자신을 꺼내서 품에 안아라. 운치도 찝찝하니 목욕도 준비해라.

“데샤-! 데스으! 데샤아아아-!!”

닥쳐라! 너같은 멍청이가 어떻게 자신의 자인가. 운치굴에 떨어지는 것은 노예밖에 없다. 운치를 뒤집어 쓰면 그저 한낱 노예일 뿐이다. 그러니 너는 그냥 노예다! 평생 운치굴에서 운치만 먹다가 죽을 운명의 노예다!

“테...? 테챠아아! 테갸아아아! 테샤아아아아아!!”

웃기는 소리하지 말아라! 나도 친실장의 자다! 낳았으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키워야하는게 친실장의 의무다! 친실장에게 보살핌을 받는게 나의 권리다! 당장 나를 꺼내고 대가리를 조아려 보상을 해라!

“데픕! 데프프프~.”

차녀도 포기했는데 너따위가 뭐라고 구해줘야 하냐. 노예는 노예답게 운치나 맞으며 쳐먹어라. 살이 오르면 잡아먹을때 꺼내줄것이다.


자실장은 이제껏 본적없는 친실장의 비열하고 저열한 표정에 넋이 나가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재만 해도 따스한 얼굴로 자신을 보던 친실장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 자실장은 분개해서 미친듯이 성을 내며 소리를 지르고, 날뛰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힘만 낭비해 지쳐나가 떨어졌다. 후득후득 운치굴 위에서 떨어지는 운치를 맞으며 자실장은 믿기힘든 현실을 도피하듯 기절하였다.



시간은 흐르고 일주일이 지나자 배고픔에 정신을 놓은 자실장은 운치를 퍼먹었다. 처음엔 역겹다 못해 죽을것 같던 운치도 배고픔에 정신을 놓을정도가 되자 아무렇지도 않았다.

“테끄윽~! 텟?! 테챠아아! 테챠아! 테웩! 테웨에에엑!”

미친듯이 운치를 퍼먹고 배부름에 트름을 한 자실장은 정신을 차리고 깜짝 놀라 자신의 배를 마구 두드렸다. 분대가 충격으로 먹었던 운치를 게워내자 자실장은 통한의 눈물을 줄줄흘렸다. 결국 먹어버렸다. 차라리 굶어죽을지언정 먹지않겠다고 수백번 다짐을 한 지조는 배고픔에 못이겨 휴지보다 못한채 갈갈히 찢겨나갔다. 하지만 그 모든것 보다 더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위에서 비웃으며 조롱을 하는 친실장이였다.

“데퍄퍄퍄퍄퍄! 데퍄퍄퍄퍗!”

자실장은 친실장의 비웃음과 조롱을 들으며 결국 모든걸 포기하였다.

“테...프..! 테프프프! 테프프픕!”

결국 행복회로로 도피를 한 자실장은 미친듯이 운치를 퍼먹으며 마치 진귀한 음식마냥 배를 채웠다. 태어나 처음으로 운치지만 만복감이라는 것을 누린 자실장의 표정은 행복과 만족이 흘러넘쳤다.

한달의 시간이 지나자 운치로 인해 옷이 삭아 없어지고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져 운치굴엔 독라노예 한마리만이 존재했다. 기계적으로 멍한 표정으로 운치를 푹 떠서 입안으로 넣는 자실장은 무엇을 상상하는지 이따금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친실장 1.0


"마마 추운 테치"
"이리오는 데스. 마마가 안아주는 데스. 마마의 품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 데스."

쌀쌀해진 날씨만큼 한적한 거리에 친자실장 두마리가 전봇대를 가림막이 삼아 기대어 바람을 피해 껴안고 있었다. 추운 날이지만 친실장과 자실장은 서로간에 가까워진 거리만큼 따스함을 나누며 조용히 서로를 느끼고 있었다.

'마마 품 따뜻 테치이'
'조그맣던 녀석이 벌써 이리 큰 데스까...'

친실장은 품에 가득 안긴 자실장을 만지며 시간의 빠름을 느꼈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자신의 총구에서 옅은 녹빛의 점막에 쌓여 정성스럽게 햝아주던 때가 생각났다. 점막이 사라지고 자신을 닮은 보석처럼 빛나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향해 공손히 인사하던 그 순간은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 만큼은 이 세상 그 어떤것보다 남부럽지 않았고 기쁨에 가슴이 부풀어 올라 쿵쿵 거리며 터질것 같았다. 자신을 닮은 생명. 자신의 아이. 자신의 분신. 그때 그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때가 떠올랐다. 지금도 자세히 보면 그때 그 모습이 아직 남아있었다. 친실장은 자실장의 얼굴에 묻은 땟국물을 혀로 햝아주었다. 너무나 예쁜 아이다. 다른 분충들과 달리 말도 잘듣고 행동도 바르고 운치도 잘 가린다. 정말이지 이 세계의 보배 그 자체.

"역시 오마에는 마마의 자랑인 데스."
"테프프...마마 그렇게 말하면 부끄러운 테치. 마마도 와타치의 자랑인 테치!"
"데프프~"

자실장은 자신을 향해 웃는 친실장을 보았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빛이 나는 곳을 통과해 점막에 쌓여있던 자신을 햝아준 마마. 비록 들실장의 삶은 고단하고 애달펐지만 마마가 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자신과 달리 마마의 말도 안듣고 멋대로 하는 자매들은 마마가 말한대로 얼마못가 죽었다. 화를 내는 마마는 무섭지만 마마가 말한 것만 잘 지키면 무서울건 없었다. 마마는 뭐든지 한다. 마마는 뭐든지 가능하다. 밥을 구하고 집을 보수하고 무서운 고양이씨도 물리친다. 때론 인간을 습격해 푸드를 강탈해오는 무적의 마마. 마마와 함께라면 그 무엇이든 할수있고 가능했다.

"마마, 이제 따끈따끈 해진 테치. 마마가 힘드니 다시 내려주는 테치"
"그런말하면 안되는 데스! 오마에는 아직 아이라 내려놓으면 금새 추워져 힘들어지는 데스. 마마는 마마라서 하루종일 오마에를 안아도 끄떡없는 데스."

역시 마마다.
자실장은 친실장의 말에 가슴이 든든해지는 것을 느꼈다. 친실장은 말없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비비는 자실장의 감촉을 느끼며 뒷통수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아무리 실장석이라고 해도 생물학적인 본능은 존재한다. 종의 보전. 자신이 낳은 후세에 대한 애정은 엄연히 존재한다. 다만 임신과 출산이 너무나 쉽고 힘들지 않아 후세에 대한 기대치가 빨리 사라지거나 포기가 터무니없이 쉬울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친자실장의 모습은 낮선것이 아니였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는 데스."
"테치.."

친실장은 서서히 잠기는 자실장의 목소리에 보에보에 거리며 자장가를 불렀다. 친실장의 소리에 자실장은 순식간에 잠이 들어 테-,테 거리며 새근새근 코를 골며 단잠에 빠져들었다. 숨소리가 고르고 호흡을 할때마다 품안에 작은 것이 부풀었다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친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잠든 자실장의 얼굴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듯이 빤히 바라보았다. 추운 날씨에 1시간이 넘도록 서 있었다. 그로인해 에너지 소모도 심하고 추위에 굳은 몸이 풀리자 바로 잠든 자실장은 바늘로 찔러도 일어나지 못할 기세였다. 실제로 친실장이 자실장의 몸 이곳저곳을 주무르며 감촉을 잊지않겠다는 듯 만져도 조금의 미동도 없이 깨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준비는 끝났냐?"
"......그런 데스."

순식간이라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친실장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인간의 접근은 빨랐다. 사실은 친실장이 자실장에 빠져 멍하니 정신이 팔렸을때 온 것이지만 친실장은 알수가 없었다. 그저 인간은 굉장히 빠르고 은밀하다 라는 것만 막연히 낄뿐이였다.

"여기있는 데스우. 이번에도 잘 부탁드리는 데스."
"좋아."

친실장은 부들거리는 팔로 품안의 자실장을 들어올려 인간의 손에 건넸다. 세상모르고 콧물을 흘리며 자는 자실장은 친실장의 품에서 나와 추워진 온도에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인간의 손위에 놓이자 친실장 보다 더 따스한 체온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침을 주륵 흘렸다. 몸을 뒤척이더니 엄지손가락을 붙잡고 나즈막하게 행복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데에..."

친실장은 자신의 품이 아닌곳에서도 저런 소리를 내는 자실장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것만 같았다. 내 아이이거늘 어째서 저런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순간적으로 진짜 자신의 아이인지 의심했던 두 뺨을 잠시 찰싹이며 인간의 다른 손에 들린 봉투를 보았다. 자신이 봐도 제법 두툼하게 부풀어오른채 묵직하게 내려앉은 검은 봉투. 저것을 위해 애지중지 기른 아이를 팔았다.

"아, 그렇군. 이번 거래의 대가다."
"데스"

바람같이 눈앞으로 내려온 봉투를 잽싸게 품안에 안으며 친실장은 조심스레 인간을 힐끔거리며 봉투안을 보았다. 거기엔 평소에도 구하기 힘든 푸드가 가득했고 냄새는 신선했다. 요즘같이 날이 점점 추워지는 시기에 없어서 못구하는 최고의 보존식인 푸드다. 이정도 양이면 혼자서 넉넉하게 무리없이 겨울을 나기엔 충분할정도.

"고마운 데스."
"거래는 확실하게 지킨다. 그리고 너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데스우?"
"이번 거래가 마지막이다."
"데??"
"그러니까, 더이상 자실장을 나에게 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
"정말인 데스까!"
"정말이다. 마지막 거래니 나름 수고한 결과로 저번거래보다 넉넉하게 챙겨줬다."
"고마운 데스! 감사한 데스!"

울먹이는 친실장을 보며 인간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마치 자신에게 억압받거나 강요, 혹은 협박에 의해 자실장을 팔아치우는 것 같지 않은가. 어디까지나 스스로 한달에 한번 거래로 주는 봉투속 푸드를 위해서 하는 것이였다.

"뭐, 아무튼 잘살아라."
"가는 데스! 잘가는 데스!"

실장석 치고는 드물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친실장은 순식간에 멀어져가는 인간의 뒷모습을 보았다. 차갑게 식은 피부에 활기가 돋는다. 이제 인간에게 더이상 자신의 아이를 바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니 없던 힘도 생긴다. 친실장은 추운곳에 너무 있었다고 생각하며 검은봉투에서 눅눅하지 않은 푸드를 꺼내 한입 베어물었다. 아삭하고 바삭하게 부서지는 푸드는 입안의 침에 의해 부드럽게 풀리며 순식간에 목구멍 안으로 꿀떡 넘어갔다.

"!! 맛있는 데스! 맛나는 데스! 굉장한 데스!"

지금까지 받았던 최하급 푸드가 아닌 저급푸드로 친실장은 그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끼며 귀를 파닥였다. 10알 정도를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먹은 친실장은 어느정도 만복감을 느끼며 푸드가 소화되며 추위가 제법 견딜만하다는 것을 느꼈다. 공원까지 꽤나 멀리왔지만 검은봉투와 앞으로 자신의 아이를 인간에게 바치지 않고 충분히 다 크는 것을 볼수 있다는 생각에 의욕적으로 공원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데에에엥! 데에엥! 에에에엥!"

공원앞에 한 실장석 한마리가 서럽게 울고있었다.

"테에엥! 테에에에엔-!!"

수조안에 자실장 한마리가 서럽게 울고있었다.


"어째서인 데스우! 이럴리 없는 데스!"

공원 앞 실장석은 텅 빈 봉투를 바닥에 늘어뜨린채 손으로 팡팡 치고 있었다.

"어째서인 테치! 이럴리 없는 테치잇!!"

수조 안 자실장은 불투명한 수조벽을 두 손으로 번갈아가며 팡팡 치고 있었다.


"어째서 푸드가 없어진 데스까! 어째서인 데스우!"

실상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5m를 이동하기 위해 푸드 10알씩 먹어치운 실장석이였다. 추운 날씨에 의해 체온조절 및 생존을 위해 가만히 있어도 기초대사량이 급격히 높아지는 실장석이기에 맛좋고 열량이 나름 풍부한 푸드를 지조없이 마구잡이로 소모한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들실장이라면 바람이 최대한 불지않는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날이 가장 따스한 오후 1시에 맞춰서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실장석은 그러지 못하였고 공원까지 오는 길에 야금야금 푸드를 먹으며 결국 공원에 도착했을땐 텅 빈 봉투만 들고 와야했다.

"어째서 마마가 사라진 테치! 어째서인 테치이이이!!"

인간의 손에 건네받은 자실장은 숍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네무리에 의해 아주 깊게 잠이 들었고 실장전용 세척기에 들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척을 당했다. 심지어 분대속까지 철저하게 똥빼기와 유해세균 세척으로 막 태어난 실장석보다 의학적으로 더 청결해진 상태였다. 애정이 나름 존재하는 친실장 밑에서 자란 자실장은 평균적으로 사육실장 테스트에 통과를 쉽게한다. 그렇기에 실장석전문숍의 경우 일주일간 관찰로 선별한 근처의 들실장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자실장을 공급받고 대가를 치룬다. 그렇게해서 온 자실장들은 세척후 임시 진열대에 놓여지게 되는데 거의 다 이런식으로 사라진 친실장을 찾아서 울부짖는다. 눈을 뜨니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수조 벽을 따라 빙빙 돌며 빵콘을 늘어뜨리는 지능자체가 덜떨어지는 개체도 존재하지만 다행히 이 자실장은 그정도 까지는 아니였다. 한참을 울던 자실장은 눈물을 그치며 온통 새하얀 이 알수없는 공간을 보았다.


"인간에게 속은 데스우우!!"

실장석은 부서진 희망에 모든 원망을 인간에게 향했다. 인간이 자신은 알수없는 무슨 수작을 부린것이다. 인간이 잘못했다. 그저 자신은 봉투를 들고왔을 뿐인데 그 사이 푸드가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 실장석은 입가에 너저분하게 붙은 푸드 부스라기와 트름을 할때마다 풍겨나오는 진한 푸드향을 인지하지 못하며 분노로 얼굴이 불긋해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냄새는 기억하고 있는 데스! 찾아가서 반드시 두들겨 패서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주는 데샤아아!!"

괴성을 지르며 실장석은 큼지막한 빵콘을 단채 뒤뚱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마마에게 속은 테챠!"

자실장은 고민끝에 결론은 내렸다. 부륵브릇 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저앉은 자실장의 팬티와 엉덩이가 살짝 들썩 거렸다. 똥빼기로 방구만 죽죽 내는 가운데 자실장은 상냥하고 멋지고 강한 친실장이 자신을 버렸다고 깨달았다. 텅빈 하얀공간에 오로지 자신만 존재한다. 이곳이 어딘지 어느곳인지 알수도 없다. 마마의 냄새도 없고 마마도 보이지 않는다.

"버림받은 테치! 버려졌다 테치이이이이!!"

서럽게 울던 자실장은 기절했다가 깨어나 다시 울다가 기절하기를 수십번 반복끝에 텅 빈 눈으로 멍하니 하얀 바닥을 보며 침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자실장은 정신을 놓고 있어 깨닿지 못하지만 삐삐 거리는 소리와 함께 공간의 귀퉁이에서 쉬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스가 분사되는 것을 몰랐다. 자실장은 그렇게 네무리에 잠이 들었고 뚜껑이 열리며 큼지막한 손이 들어와 자실장을 낚아채 꺼내갔다.

-정신한계 테스트 1:22:39초.
-평가 A+


상당히 우수한 녀석이다. 고립, 고독같은 것에 기이할 정도로 취약한 실장석이, 그것도 자실장이 한시간넘게 버틴것은 대단한 것이다. 성체도 40분 언저리에서 미쳐버리는 것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어쩌면 네무리에 잠든채 눈가에 눈물이 말라붙은 자실장은 오늘 이 곳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사육실장이라는 이름표를 달기위해서 받아야할 훈련은 상상을 초월할테니. 파킨사를 방지하기 위해 설탕물 0.5cc를 입으로 넣은뒤 자면서도 입을 쩝쩝거리는 자실장의 안색이 한결 밝아졌다.



다음날 공원 앞 30m 앞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도로엔 엎드린채 머리만 짖눌려 바닥에 늘러붙은 자신의 몸통보다 큰 똥덩어리를 매단 실장석 한마리가 고요히 도로 중앙에 놓여있었다.

"하, 평균이상인줄 알았는데 영 맹탕이였네."
"테찌이! 치이잇-! 테쮸악!"

분쇄기에 갈려가는 자실장 한마리. 내장을 입에 내빼문 머리도 쏙 하니 분쇄기 아래로 사라졌다. 어리광이 심한 개체는 고독한 상황에서 극과 극을 보여준다. 지랄발광을 하다 20분조 안되 파킨사하거나 2시간, 3시간이고 진득하게 견디는 녀석. 녀석은 후자였다. 그것도 지능이 떨어져 어리광이 지나치게 발달한 녀석. 겨울 전만해도 연초부터 짭짤한 가격대가 나오는 녀석들만 데려와서 나름 기대를 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서 안타까울 뿐이였다.




겨울과 지렁이


[이것이 지렁이인 데스. 여름엔 지렁이가 잔뜩-, 잔뜩 나오는 데스. 지렁이는 그냥 먹어도 최고의 고기인 데스. 지렁이는 말리면 죽을때까지 거뜬하게 썩지않는 최고의 보존식인 데스! 그리고.....]

작년 봄에 독립한 이 성체실장은 처음 맞이하는 겨울을 보며 두려움과 호승심을 느꼈다. 마마의 말을 착실히 기억해 보존식 한 통을 말린 지렁이로 채워넣었다.

고기 고기 맛좋은 고기
매일 매일 먹어도 좋아
쫀득 쫀득 지렁이 고기
겨울 따윈 고기와 함께
너무 너무 행복한 고기

성체실장은 노래를 부르며 지렁이를 먹는 것을 꾸욱 참고 열정적으로 말렸다. 남의 집을 약탈해서라도 고기인 지렁이를 말리고 모았다. 행여나 아이들이 손을 델까 두려워 춘자, 여름아이, 추자할것 없이 모두 말려서 보존식으로 만들정도였다. 날은 점점 추워진다. 이제 시작이다.



"데갸아아아! 데챠아아아아!!"

고기가 있다. 너무나 맛있고 영양만점에 보기만 해도 행복한 고기가 있다.

"어째서 씹히지 않는 데스까! 고기님 부탁인 데스! 제발 먹혀주시는 데스! 이렇게 비는 데스!!"

말린 지렁이는 너무나 딱딱해 성체의 치악력으로는 있는 힘껏 씹어도 흔적은 커녕 오히려 치아가 잇몸을 찢는다. 과거 친실장이 명심하라고 당부하던, 말린 지렁이 고기는 많은 물에 충분히 넣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보존식으로 만든 아이들은 이미 진작에 먹어치웠다. 보존식통 한가득 있는 말린 고기는 먹지도 못하는 쓰레기보다 못한 것이 되었다.

"제발...부탁인 데스우..배가 너무 고픈 데스. 제발 먹혀주시는 데스..."

성체실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존식통 가득 쌓아 놓고도 말라 죽어갔다. 머리카락, 옷, 운치를 먹고 최후엔 손과 발을 먹었다. 재생은 안되고 먹을것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바닥에 깐 낙엽도 몇장없다. 밖에서 날샌 바람소리가 들리면 영양실조로 이빨이 모조리 빠진 잇몸을 따닥이며 덜덜 떨어야했다.

"마마는 거짓말쟁인 데스우...마마는 거짓말쟁이..."

[그리고 제일 중요한 데스. 말린 지렁이 고기는 너무 딱딱해서 엄청난 양의 물에 넣고 충분히 기다려야 하는 데스. 지렁이 고기는 물이 많이 필요하기에 지렁이 고기만으로 보존식을 채우면 죽는데스. 물이 부족하거나 고기를 못먹거나 둘중 하나인 데스. 기억하는 데스. 와타시의 자랑스런 장녀, 기억하는 데스!]

"데에에엑?!"

성체실장은 불연듯 친실장의 당부를, 뒷 내용을 떠올렸지만 이미 끝났다. 독라달마 상태에 물은 이미 얼어붙었다.

"마마아-! 마마아아아아! 구해주는 데스우! 살려주는 데스!"

성체실장은 자신의 바보스러움에 울부짖었지만 추운 겨울, 그것도 인간도 두껍게 입어도 몸을 움츠러드는 날씨에 돌아다니는 정신나간 실장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공복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정신을 반쯤 놓은 성체는 몸부림을 치지만 의미가 없었다.

"마마아아아아아아아--!!"

[데에...독라는 마마의 아이가 아닌 데스우]

-파킨.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며 집털이를 하던 한 성체실장은 기쁨에 대변을 지렸다. 보존식통 한가득 쌓인 고기. 그것도 지렁이가 분명했다. 보존식의 왕이자 공원에서 구할수 있는 최고의 고기인 고기중의 왕 지렁이 고기.

"데챠아아! 이, 이건 꿈인 데스까?!"

그것도 모자라 말린 성체고기도 있었다. 이런 행운이 어디있을까. 평생에 한번 올까말까한 행운이 까무러치게 놀란 집털이 실장은 약간 얼어붙은 말린 성체고기를 먹었다.

"데챱..데챱...데에-? 왠지 그리운 맛인 데스우..."

어쩐지 독립한 장녀가 불연듯 생각났지만 곧 신경을 끄고 먹는것에 집중을 했다. 지금 충분히 체력을 되돌리지 않는 다면 지금 먹고있는 성체고기처럼 자신이 먹히니까.

"진짜 장녀가 자꾸 생각나는 데스. 데에...어째서 장녀가 보고싶은 데스까. 벌써 와타시도 늙은 데스...?"

집털이 실장의 눈가에 알수없는 눈물 한방울이 흘러내렸다.





분충 1.0


엄지실장 한 마리가 멍하니 앉아 즐겁게 노는 자실장들을 보고있었다. 옆엔 꼬리를 파닥이며 몸을 뒤집어 배를 보이는 구더기 한 마리만이 유일한 엄지의 상대였다. 프니프니를 외치는 구더기의 말에 엄지는 멍하니 본능적으로 한쪽 팔을 들어 엉성한 프니프니를 해주고 있었다. 엄지는 둘이서 돌멩이와 나뭇잎으로 노는 자실장들의 모습에 정신이 팔려 구더기의 불만이 섞인 소리를 무시하고 있었다.

"오네챠들 몹시 부러운 레치......"
"프니프니 정성스럽지 못한 레후!"

자신도 저기에 껴서 놀고 싶다. 태어난 첫날 집에 도착해 마마에게 죽을뻔한 것을 가까스로 구더기에 의해 생을 연명할수가 있었다. 자신은 그저 구더기가 살아있기에 사는 덤과 같은 생임을 알기에 엄지는 아무런 요구도 할수가 없고 불만을 표출할수가 없었다.

태어난지 일주일. 엿듣거나 훔쳐보는 걸로 어느정도 기본적인 것은 다 깨달았다. 그리고 절망했다. 자신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임을 알았기에.

"레에......"

프니프니가 시원찮은지 구더기는 몸을 뒤집고 꾸물거리며 조금씩 나뭇잎 위에 쌓인 운치덩어리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엄지의 손은 빈 허공에 까딱이다가 사그라 들었다. 너무나 행복한 오네챠들의 모습에 눈물이 나올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내고 구더기가 고치를 틀게 될 날을 상상하며 견뎠다.

'기회를 주는 데스. 이 구더기가 고치를 틀면 오마에를 인정해주는 데스. 이 마마의 아이라고 인정해주는 데스.'

분명 같은 총구에서 나온 같은 아이건만 취급이 너무나 다르다. 한쪽은 마마에게서 온갖 것을 누리며 행복한 삶은 보내지만 한쪽은 온갖 멸시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낸다.

"이건 너무 심한 레치이......"

그렇지만 반항은 꿈도 꾸지 못한다. 오네챠나 마마는 너무나 크고 강해 감히 어찌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친실장의 젖을 먹지 못한 엄지는 생존을 위해 성장에 쓰일 영양낭을 모조리 소모시켰고 머리가 영글었지만 실상은 빈 쭉정이와 다를바가 없었다. 젖을 먹지 못한 엄지는 구더기처럼 영양낭이 없어 호르몬 분비가 되지않아 자실장이 되기 위해선 오로지 인간의 손에서 사육되어 고영양의 푸드를 섭취하는 것 말곤 답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 엄지도 본능적으로 머릿속에 무언가가 사라져 오네챠처럼 되기까지 너무나 힘들거라고 막연히 느끼고 있지만 오히려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는 것을 모른다. 그것도 운치굴이 아닌 집 안에서.

"테햐! 힘든 테치. 이제 그만 쉬는 테치."
"오네챠 벌써 지친 테치?"
"놀이는 여기까지만 하고 한숨자고 일어나서 춤을 연습하는 테치"
"테프프. 와타시는 끄덕없어서 지금 춤을 미리 연습하는 테치."

차녀는 머리가 나쁘지만 건강한 개체였다. 장녀는 똑똑하지 않은 일반적인 지능을 지녔지만 차녀에 의해 상대적으로 똑똑하게 보이는 개체였다. 친실장도, 차녀도, 엄지도 장녀를 차녀가 밑에서 깔아주기에 똑똑한 아이로 인식하고 있었다.

"텟치! 텟치! 텟치!"

땀을 흘리며 구령을 외치며 춤을 추는 차녀를 보며 엄지도 슬그머니 일어나 몸을 작게 움직였다. 지금까지 생활로 크게 움직이거나 해서 눈에 띄이면 그리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을 익히 알고있었다.

"와타치도 반드시 춤과 노래를 잘해서 인간들에게 행복을 나눠주는 레치"

행복을 나눠준다. 자신의 춤을 보며 노래를 들은 인간들에게 관심과 사랑, 애정을 아낌없이 받으며 온갖 좋은 것들을 대접받는다. 엄지의 꿈은 춤과 노래를 통해 행복을 전해주는 전도사 였다.

"우지챠, 와타치 춤이 어떤 레치?"

행복회로가 반쯤 가동되어 엄지는 운치를 먹다 잠든 구더기에게 힐끔거리며 슬며시 말을 걸었지만 잠자는 소리에 실망하며 차녀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으며 열심히 따라했다. 가뜩이나 먹는것도 부실한데 젖도 먹지 못해 영양낭도 없어졌다. 성장은 커녕 현상유지도 빠듯했지만 엄지는 알수가 없다.

1분간 춤을 춘 엄지는 공복과 탈력감에 구더기를 한쪽에 치우고 구더기가 먹던 운치를 레챱 거리며 먹었다. 등을 돌린채 먹던 엄지는 뒷쪽에서 오네챠들의 비웃음을 참으며 운치를 한톨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그래도 여전히 배가 고프기에 구더기를 두 손으로 들어올려 총구에 입을 댄채 배를 눌렀다.

"레..? 레후웅~!"

잠을 자지만 배에 느껴지는 프니프니에 잠결에도 황홀한 소리를 내며 똥을 싸기 시작한 구더기의 소리는 엄지의 위석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낮추기 시작했다. 구더기의 똥은 대단히 부드럽고 순해 운치굴 내의 엄지의 주식이였다. 구더기와 엄지는 이른바 공생관계. 그렇기에 엄지는 유일하게 자신과 구더기의 똥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레끄~윽!"

엄지가 트름을 할때 쯤 자실장들은 친실장이 남겨놓은 밥을 나눠먹고 있었다. 신체가 더 강한 차녀에 의해 장녀는 몇대 맞고 울면서 자신의 몫을 아주 조금 더 주었다. 지능이 낮기에 차녀는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장녀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오히려 장녀보다 힘에 관한 역학관계에 민감하여 친실장에겐 깍듯이 대한다. 오늘도 장녀보다 조금더 먹은 것에 기뻐하며 누워서 트름을 하는 차녀. 장녀는 야속하기만 하고 속상하지만 신체적으로 차녀를 도저히 이길수가 없기에 속으로 삼킬 뿐이였다. 하지만 지금이야 장녀는 차녀를 조금 버겁게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치 친실장을 보는 것 처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야생의 실장석 세계는 이런 사소한 , 아주 약간이라도 더 먹는 것으로도 차이가 벌어진다. 사회적인 동물이지만 협동이라는 것이 친자간이나 자매간에도 매우 희박하기에 영이한 개체보다 신체적으로 우월한 녀석이 결국은 승리하는 기이한 구조를 지닌 것이 야생 실장석의 세계.

그런 의미에서 엄지나 구더기는 최악이였다. 태어난게 잘못인것 처럼 평생을 고통을 받으며 살아간다. 도움이 안된다는 것, 쓸모가 없다는 것은 죄악이나 다름이 없다. 엄지도 자실장 이상으로 클수가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태어날때 자실장으로 태어나도 반년 이상을 먹이고 보살펴야 간신히 독립을 한다. 3~4개월을 지나야 중실장으로 그나마 써먹기라도 하지만 엄지는 다르다. 자실장으로 키우는데만 6개월 넘게 걸리는데 성체로 독립시키기 위해선 일년이 걸린다. 당장 내일도 보장할수 없는 삶에서 일년간 아무런 대가없이 기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람들은 실장석들의 외형과 인간과 소통한다는 것에서 마치 인간이라고 착각을 한다. 그래서 인간의 모습을 실장석에게 투영하여 잣대를 들이지만 실장석이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은 인간이 아기를 낳아 수십년간 기르는 것과 전혀 다른 영역이다.

실장석에게 최우선은 자기자신이며 자기를 기준으로 자신에게 얼마나 쓸모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보신을 위해 친자간에도 서슴없이 모함을 하거나 서로를 팔아넘기는 것은 흔한 일상이다.

"와타치도 밥 먹고싶은 레치."

역한 음식물 쓰레기 냄새도 엄지에겐 천상의 음식과 같은 냄새였다. 언젠간 자신도 밥을 먹게될 거라 여기며 엄지는 꾸욱 참고 두 눈에 밥을 단단히 새겼다.

실장석들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면 그런 열등감을 보상받기를 원한다. 엄지에게 있어서 밥은 단순한 것이 아니였다. 자신을 성장시킬 것이자 정식으로 친실장의 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였다. 친실장이 구해온 밥을 나눠받고 먹는 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삶에서 힘겹게 구한 것을 나눠받는 다는 것은 실장석에게 있어서 대단한 의미이다.

"레챱...레챱..."

그런 의미에서 엄지는 최악의 실수를 하였다. 한달이 지나자 구더기는 오동통하게 살이 올랐고, 엄지는 몇mm지만 아주 희미하게 성장을 하였다. 한달간 집안에서 엄지 특유의 눈치만 키웠고 보존식 통에 새벽에 손을 댈수가 있었다. 밥은 맛있었다. 너무나 맛있어 눈물이 흐르고 똥이 새어나올 정도였다.

엄지는 처음 맛본 밥이, 그것도 친실장이 까다롭게 분류한 보존식이라는 것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머리속에선 한편엔 걸리면 죽는다던가 혹은 이제 멈춰야 한다던가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부족한 영양을 달고 살며 한창 성장에 목마른 엄지의 본능은 그것을 가볍게 무시하며 미친듯이 욱여넣었다.

보존식통에 담긴 보존식을 모으는데 3개월이 넘게 걸렸지만 그것들을 모조리 먹고 똥으로 채우는데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마치 탁아를 해서 봉투에 들어간 실장석처럼 비슷한 무게의 똥으로 채운 엄지는 생애 첫 만복감에 취해 똥을 흘리며 전신에 먹은 흔적을 남긴채 비틀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남은 잠을 청했다.


"데...데샤아아아아아!!"

아침. 친실장의 찢어지는 듯한 고음에 자실장과 엄지는 깨어났다. 새끼들은 친실장의 소리에 더없는 분노와 증오를 느끼며 평소보다 일찍일어난 것에 감히 불만을 토할수가 없었다. 오늘의 마마는 왠지 건들면 안될것 같았다.

"어떤 분충새끼가 감히 보존식을 다 먹어치운 데스까!!"
"텟!"
"테챠!"
"......"
'크, 큰일난 레치이..!'

사색이 되어 전신을 덜덜 떨며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엄지의 전신에 비오듯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자신이 한 짓을 깨달은 엄지는 갑자기 소리가 없다는 것을 깨닿고 문득 주변을 보자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채 주저앉아 다리를 밀며 뒤로 움찔움찔 거렸다.

어마무시한 마마의 표정. 그 옆엔 피가 뚝 뚝 흐르는 손이 있었고 머리가 깨져 혀를 내뺀채 죽은 오네챠들이 있었다.

"레...레히, 레힛! 레햐아아아아아아아아?!!"
"오마에. 보존식은 맛있던 데스까?"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다. 엄지는 과호흡으로 레헥 거리며 말을 할수가 없었다. 혀가 굳고 팔다리가 멈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아무것도 생각할수가 없었다. 어째서 들켰나. 왜 들킨건가. 알수가 없지만 커다란 손이 다가오자 엄지는 벗어날려도 하지만 공포로 마비된 신체는 움직이지 않았다.

"레꺄아아아아!! 레챠아아아아! 츄아아아아!"
"오마에, 쉽게 죽을 생각하지 마는 데스. 오마에가 먹은 보존식만큼 고통스럽게 죽는데스. 걱정마는 데스."

친실장은 오른손으로 엄지의 머리를 부여잡고 나머지 왼손으로 작은 돌을 들어 내리쳤다. 엄지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돌은 엄지의 연약한 손을 잘라냈다. 공포로 마비된 신체에 손이 잘리는 고통이 가미되자 엄지는 입에 거품을 물며 발발 거렸다. 친실장은 엄지의 배를 돌로 가른뒤 휘적여 위석을 꺼냈다. 그리곤 죽은 자실장들의 시체을 씹어 먹으며 반으로 갈라진 위석 4조각을 뱉어냈다. 페트병 뚜껑에 위석조각을 입으로 부셔 뱉은뒤 물을 두방울 떨어뜨린뒤 엄지의 위석을 넣었다. 찢어진 엄지의 배가 순식간에 아문다.

"레쨔아아! 와, 와타치의 소중한 돌을 돌려주는 레치이이이!!"
"어디서 감히 보존식을 쳐먹은 더러운 주둥이를 놀리는 데스!"

한번 먹힌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친실장은 거품을 물며 등을 활처럼 휜 엄지를 보며 들끓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할수가 없었다. 친실장은 나뭇가지를 꺼내 엄지의 입에 쑤셔 꿰뚫은뒤 운치굴 중앙에 걸어두었다.

"레에에에..."

얼마쯤 흘렀을까. 추자를 말려 보존식으로 쓰는 것 처럼 엄지를 말린다. 하지만 그래도 분노가 풀리지 않았다. 친실장은 말라 비틀어져 머리만 살이 오른채 전신이 미라처럼 된 엄지의 고통스런 소리를 배경음악 삼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치솟는 분노는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편하게 죽일 방법은 없다.

친실장은 마른 엄지에게 귀중한 물을 나눠주고 배를 찢고 위석을 도로 넣은 뒤 몸을 회복시켰다. 엄지는 물을 마시며 드디어 자신이 정식으로 마마의 아이기 된다고 착각했으나 친실장의 손에 들린채 어디론가 향한다는 것을 몰랐다.

"데...오마에, 손에 들린 보존식 구더기와 바꾸는게 어떤 데스까?"
"안되는 데스. 이 분충은 보존식을 훔친 쓰레기인 데스. 학대파 인간에게 탁아시켜 영원한 고통을 받다 죽여버리는 데스."

길을 가던중 동족이 다가와 거래를 제시했지만 친실장은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동족도 사정을 듣곤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물러섰다. 친실장은 거침없이 걸어 공원밖으로 나가 신중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모든 인간들은 학대파지만 좀더 확실하고 더 잔혹한 학대파가 아니면 안됐다.

'뎃?! 저 인간은 공원에 자주오는 학대파인 데스! 확실한 데스!'

마침 편의점 봉투를 들고 공원에서 멀어져간다. 친실장은 똥을 지릴정도로 뛰어서 봉투안으로 엄지를 던져 넣었다. 봉투안에는 먹을게 들어있는지 엄지의 황홀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친실장은 공원으로 돌아가선 재빠르게 꼭 필요한 것만 봉투에 담아 챙긴뒤 골판지 박스를 두고 공원 안쪽으로 향했다. 행여나 인간이 자신이 한 것을 깨닿고 찾아오면 곤란하기 때문.


"레챠아아! 아마아마한 레치! 엄청난 레치! 대단한 레치! 맛나맛나 레치이!"

튀김조각을 껴앉고 미친듯이 먹어치우던 엄지는 싸늘한 느낌에 정신을 차리니 커다란 무언가가 자신을 보고있는 것에 깜짝놀라 똥을 싸며 덜덜 거렸다.

"하, 시발. 이 미친 분충새끼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나 구제한번 해야지......"
"레치치치~! 와티치, 이해해버린 레치. 와타치 사육실장이 된 레치?"

엄지는 인간을 보며 인간이 뭔지 모르지만 그냥 보자마자 알수가 있었다. 저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을 사육시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고로, 인간과 단독으로 마주보고 있는 이 상황은 위험하다.

"레??"

엄지는 갑자기 머릿속에서 위험하다 라고 신호를 보내자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사육실장이 될 것인데 어째서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인가. 엄지는 고개를 붕붕 돌리며 튀김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착한 아이는 밥을 남기지 않는다. 튀김을 2분 사이에 다 먹어치운 엄지는 수십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채 말려져서 변의를 느끼자 팬티를 걷어낸뒤 엉덩이를 인간을 향해 내뺀뒤 똥을 푸짐하게 쌌다.

"레프프. 거기 인간! 이런 것을 와타치에게 진상했으니 특별히 춤을 보여주는 레치!"

엄지는 앞으로 자신에게 다가올 행복함에 엄지 특유의 눈치를 전혀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은 무려 두시간을 기다렸지만 친실장이 찾아오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닿고 자신이 당했다는걸 알수가 있었다. 지쳐 잠든 엄지를 보며 인간은 배를 갈라 위석을 꺼낸뒤 활성제에 담근뒤 전화를 하였다. 정신없이 자고 있는 엄지를 보며 구제업체를 만든뒤 오랫동안 열지 않은 학대방을 열었다. 수십만마리가 죽은 학대방엔 살점과 피가 말라붙은 수십개의 도구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엄지는 학대방에 들어오자 싸늘한지 한차례 몸을 떨더니 몸을 웅크렸다. 본능적으로 방어자세를 취한 엄지를 대충 방에 넣은뒤 전화를 들었다.

"아, s시 구청 맞죠? 오늘 s시 ss공원에서 탁아를 당했는데 혹시 구제신청할려고 하는데요. 네, 네네. 네에 감사합니다. 위석서치로 꼼꼼하게 구제 부탁드립니다."

자신을 이용해 먹은 친실장이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구제는 3일간 공원에 칸막이를 설치해 외부와 차단후 위석서치로 운치굴 구더기 한마리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방 안에서 엄지의 소리가 들려왔다. 한달정도 버틸려나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엉망진창의 고통과 공포, 경악에 찬 엄지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레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일주일뒤.

"하, 하얀악마들이 온 데스우!!"

멀리서 울려퍼지는 소리에 친실장은 모든걸 버리고 공원 깊숙히 들어가지만 그쪽에서도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인가. 왜 하얀악마가 찾아온 것인가. 하얀악마를 피해 몰려든 동족으로 바글거리던 때,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떤 미친 분충새끼가 탁아를 한 데스까!"

보스실장의 분노에 찬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제서야 자신이 엄지를 탁아한 것이 기억난 친실장은 털썩 주저앉았다. 기억이 났다. 그땐 분노로 생각하지 못한 경고가 이제서야 기억났다. 끝났다. 인간을 이용했다는 작은 승리감과 성취감이 산산히 부셔진채 넝마가 되었다.

사방에서 메아리치는 동족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다들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채 주저앉아 실성한 듯 웃는 실장석 무리들.

"죄송한 데스우! 정말 죄송한 데스!"
"죄송할것 없고, 그냥 죽어라. 공원도 제대로 관리못하는 주제 무슨 보스야."
"아닌데스! 확실히 하는 데스! 한번만 기회를 주시는 데갸아아아아아아!!"

보스실장은 인간에게 붙잡혀 산채로 소각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친실장은 빠루에 머리가 목이 척추를 데롱거리며 뽑혔다. 입을 달짝이던 친실장의 두 눈이 탁하게 변하자 마대자루에 담긴뒤 어디론가 보내졌다.



이주뒤.

"어딘가 그리운 맛이 나는 레챱, 레챱..."

비루한 모습의 엄지가 독라가 된채 하얀 아크릴 수조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실장푸드를 먹고있었다. 사방엔 피와 살점, 똥이 튀어있었고 엄지의 전신은 화상과 멍이 가득했다.

"다 먹었냐? 이제 학대시간이다."
"레에에엥...! 마마! 마마아! 구해주는 레치! 살려주는 레치이!!"





최후의 만찬


이따금씩 실장석들을 보면 연민이 일어난다. 쓰레기통을 뒤지며 인간이 버리는 폐기물에 의지하여 연명하는 모습은 때론 복잡한 감정을 일으킨다. 오늘도 길을 가다 본 실장석 일가의 모습.

"기다리는 데스. 마마 혼자서 일단 가보는 데스."

전신주 뒤에서 옹기종기 모인 4마리의 자실장들은 잔뜩 긴장을 한채 친실장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 아침이지만 편의점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은 주변에 지저분하게 널린 빈 곽이나 컵라면 사발들, 깡통들이 널려있었다.

주의를 경계한다고 하지만 고작 20m밖에 서있는 나를 눈치채지도 못한다. 뒤에서 접근하는 것에 너무나 지나칠 정도로 취약한 실장석. 화장실에서 출산해서 일렬로 골판지로 가면 남아있는 것은 2,3마리. 뒤에서 부터 하나씩 잡혀먹히는데 친실장이나 자실장들은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이 실장석. 한번쯤은 뒤를 돌아볼법도 하지만 그런것은 전혀없다. 오로지 앞과 양 옆만을 확인하며 신중히 걷는 친실장은 비장하게 느껴졌다.

"일단, 인간은 없는것 같은 데스. 이틈에 빨리 찾는 데스."

공원 밖으로 자들을 이끌고 나올만큼 절박한 친실장은 오늘이 고비임을 느꼈다. 주린배를 부여잡고 이 먼 거리를 한마리도 낙오없이 잘 따라와준 착한 아이들이였다. 하지만 만약 오늘 밥을 구하지 못한다면 기아에 서로 잡아먹을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중엔 자신도 껴 있으리라.

".....마마 힘내는 테치."
"부탁인 테치. 조금이라도 밥을 구해오는 테치."
"힘내라 테치..."

고감도 센서가 달린 린갈에 친자실장들의 말이 번역되어 나타났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실장석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진다. 예전에는 구제후 살아남는 녀석들이 몇몇 존재했지만 위석의 특수한 파장을 탐색하는 위석 서치이후 구제후 살아남는 개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친실장은 바닥에 남아 있는 초록색과 붉은색의 얼룩위를 걸으며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흔적, 이 냄새. 얼마만큼의 동족들이 죽었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마치 이 곳에서 죽은 동족들이 손짓을 하는 기분을 받으며 쓰레기통의 주변을 돌며 하나하나 뒤졌다. 빈 캔을 들어 탈탈 털어보지만 음료수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조심스레 소리가 나지 않게 바닥에 도로 놓고 봉투를 뒤적였다. 한개, 두개, 세개.....바닥에 떨어진 봉투는 총 6개. 그중 5개째 허탕을 친 친실장은 제발 마지막 한개남은 봉투를 보며 기도를 했다.

"데...데스?! 뎃슨!!"

대박. 친실장 생애 이런 행운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밥을 몇번 뜨다만 도시락이 들어있었다. 이것이면 오늘은 무사히 넘기고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가질수 있다고 생각한 친실장은 봉투를 잽싸게 들고 일어나 사랑스러운 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 잔뜩 웃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데...데...데이슨! 데스으으!!"

친실장은 그제서야 멀리서 서 있는 인간을 볼수있었다. 언제있던 걸까, 어디서 온 걸까. 그토록 주의를 경계하고 소리마저 죽였는데 어떻게 발견하지 못했을까. 친실장은 안색이 변한채 덜덜 떨었다. 자실장들은 그런 친실장의 모습에 의아하며 뒤를 보자 거기엔 고개가 아플정도로 머리를 들어야 보이는 커다란 인간이 있었다.

"테...챠아아아아아!!"
"츄아아아아앗!"
"치이이잇?!"
"테치이이이!!"

자실장들은 너무 놀라 조용히 해야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브리브릿 거리며 팬티를 진한 녹색으로 부풀렸다. 아니, 이미 녹색인 팬티를 부풀린것인가. 그래도 이 일가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얼마안되는 현명한 일가였다. 대다수 실장석들이 인간에게 얼마나 무방비하고 생각없이 접근하며 최소한의 경계심도 가지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이 일가는 보기 드문 개체들 이였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은 저마다 천적이 존재한다. 포식자와 피식자. 그렇다면 실장석에게 천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대다수가 천적이다. 눈, 비, 태양 부터 길가의 돌, 떨어지는 낙엽 같은 자연물부터 개미, 나비, 벌 같은 곤충, 새, 고양이, 개 같은 짐승까지 수많은 천적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 실장석에게 가장 큰 천적은 다름아닌 인간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실장석에게 있어서 최대의 희망이자 구원의 줄이며 어떻게든 그 품안에 안기고 싶어하는 인간이 가장 큰 천적이다. 웃기지만 그것이 현실. 그렇다. 피식자로 포식자를 극복하기 위한 자기방어로 신체의 내구성을 극단적으로 포기한채 발달된 재생력과 번식력을 지녔지만 인간은 그것을 허무하게 무너뜨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녀석들은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알고있는 녀석들이였다. 물론 신체 내구성을 포기한 대가는 너무나 커서 재생력과 번식력이 거의 의미가 없지만 나름 포유류 중에서 가장 높은 지능을 가져서 인간을 모방하며 어떻게든 정착했다. 문제는 극복할수 없는 신체의 차이로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별로 효과는 없지만.

"이, 인간인 테치! 와타치들 들켜버린 테치!"
"오마에들 거기에 꼼짝 말고 있는 데스! 마마가 가는 데스!!"

친실장의 판단은 그리 현명한 것은 아니였다. 자실장들을 자신이 있는 쪽으로 불러서 도피에 그나마 확률이 높게 최대한 거리를 벌리고 근처의 수풀로 가야했다. 오히려 친실장의 행동과 발언은 죽기 더 좋게 한군데로 모여주는 것이였다. 친실장의 발에 겁을 먹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자실장들은 손으로 입을 꾸욱 막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들킨 시점부터 의미없는 은폐지만. 친실장은 봉투를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이것은 아이들의 미래다. 자신의 희망이다.

공원밖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리스크는 다름아닌 죽음이였지만 리턴은 다름아닌 평소엔 구경도 못할 양질의 음식. 평생 음식물 쓰레기만 먹다가 콘페이토 한알 먹지 못하고 죽는 것들이 전체 들실장의 80%가 넘는다고 하면 이 음식은 가히 이 일가 전원 실각을 각오할만한 만찬이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실장에게 달려온 친실장은 두 팔을 벌려 나와 자실장 사이에 섰다.

"마마...무서운 테치!"
"오마에들 걱정마는 데스! 마마가 절대로 지켜주는 데스! 안심하는 데스!"
"마마..."

친실장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리며 똥을 지릴만큼 두렵고 무서웠지만 자신에겐 4마리의 자들이 있었다. 사랑스러운 보배들. 착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행복만을 위해 살며 행복을 나눠줄 그야말로 자신의 자랑이였다.

사실 이쯤대면 불쌍해서 봐줄수도 있지만 최근 강화된 법에 의해 공원 밖으로 일정 거리이상 떨어진 들실장들을 발견하면 처분해야 하는 것이 의무화 되었다. 이것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애호, 학대, 관찰 같은 개인 성향을 초월한 법이였다. 휴대폰 어플에 깔린 실장3.0 정부 강제 어플은 위석서치 기능을 내포해 최대 20m 밖에서 부터 위석이 감지되면 백그라운드로 실행이 되어 경찰및 구청 데이터베이스에 정보를 보낸다. 거리가 5m이내로 실장석이 감지되면 법이 개입한다. 여기선 개인의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다. 친실장은 무조건 죽여야 한다. 자실장은 친실장을 잃으면 99%는 자연적으로 죽기에 법률에서 선택이 되었다.

친실장이 전신주로 오지만 않았어도 그냥 슬쩍 피해 돌아갈수도 있었지만 이미 범위안으로 들어왔고 이젠 인간의 법에 의한 처분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물론 기타 사정에 의한 것으로 위석의 움직임을 감시하거나 피치못할 사정이 있으면 상관없지만 성체급 위석의 움직임과 내 위치정보, 자실장들의 위석 위치를 판단하면 내가 여기서 이 녀석들을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애호파들은 헌법 위반으로 여러번 제소를 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이 법을 시행한 뒤로 도심의 들실장 개체수가 90%가 넘게 축소되 연간 3800억원의 사회적 손실 비용이 120억원으로 줄었다. 정부에선 절대로 포기할수가 없었다. 개인의 자유, 신념을 강제해서라도 유지해야 할 정도로 실장석의 이미지가 나쁜것도 한몫했다. 일본 후타바 공원의 영유아 살해와 한국 A시 가택침입 유아 질식사 사건이 실장석의 이미지를 더이상 떨어질수 없는 나락으로 보냈기 때문.

이미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이 들실장으로 인한 영구 훼손이 심해 등재된걸 취소당했고 숭례문 대들보가 들실장 대변에 삭아 붕괴된 것은 너무나 유명한 사건이였다. un공식 생물학재해.

"하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이 편하다는건 아니지."
"데스? 설마...애호파인 데스?"
"아니, 애호파도, 학대파도 아닌 일반 사람이다. 친실장인 너에게 한가지 특혜를 베풀어 주지."

내 말에 희망을 본 것일까. 친실장과 자실장의 표정이 급격하게 밝아졌다. 저렇게 좋아할 내용은 아닌데 말이지......

"사, 살려주는 데스?! 와타시, 아이들과 살아남아 내일도 잔뜩 힘내서 살아남는 데스?"
"테챠! 다행인 테치!"
"마마 정말 다행인 테치...!"
"와타치 어떻게 될줄알고 잔뜩 긴장해버린 테치!"
"테에......마마, 왠지 느낌이 안좋은 테치?"

뭐랄까,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도 자기들끼리 망상에 빠져 멋대로 상상하는건 어쩔수 없는 실장석의 특성인가 싶었다. 그럼에도 내 말에 나에 대한 이미지를 멋대로 상상해 추잡한 짓은 하지 않는다는건 들실장치고는 정말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보통 이쯤대면 나에게 사육될거라 혼자 정해 이상한 춤과 노래, 자위를 하지만 이 녀석들은 거기까진 가지 않았다.

"아니, 난 너희들을 살려준다고는 하지 않았다?"
"데에에엣?! 거짓말인 데스까! 어째서인 데스! 특혜를 준다고한 데스!"
"그, 그런 테치이-! 약속을 지키는 테치!"
"너무한 테치! 거짓말은 않좋다는건 이미 와타치도 알고있는 테치!"
"난 아직 말도안했는데 니들끼리 멋대로 상상하고 정한거잖아. 내가 줄 특혜는 친실장 니가 들고온 봉투의 음식들을 다 먹을때까지 죽이지는 않으마. 그것이...음, 일종의 너희들의 최후의 만찬이다."

친실장은 인간의 말에 조용히 이런 상황에서 조차 꾸욱 쥔 봉투를 내려다 보았다. 이것을 다 먹는다면 죽인다고......?

"데에..데....그건 심한데스! 너무한 데스! 특혜가 아닌 데스!"
"그런 테치! 그런건 특혜가 아닌 테치!"
"야이~ 그럼 그거 안먹을거야? 내가 보기엔 그정도면 니들이 지금까지 먹던 것들중에선 생각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한 엄청난 것들인것 같은데."

사실이였다. 친실장과 자실장들안 봉투안의 밥을 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듣도 보지도 못한 밥이였다. 차갑게 굳어 냄새는 거의 안나지만 모양부터 깨끗하고 이것은 확실하게 맛있는 거라는 분위기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지, 진짜인 데스? 바꿀수 없는 데스까? 이 것을 포기하는 데스! 공원에서 동족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두번다시 나오지 않는 데스! 약속인 데스! 이건 확실하니 무조건 믿어도 되는 데스!"
"니들을 믿느니 차라리 대통령을 믿겠다. 어떻게 할래? 그거라도 먹고 죽을래, 그냥 죽을래?"
"어째서 이런 심한 짓을 하는 테치...와티치들 인간에게 아무것도 안한 테치!"
"왠지 그 말은 인간에게 무언가 할수 있다면 뭔가 했을거라는것 같다? 살짝 기분나빠질려고 하는데?"
"그런 테치! 오네챠 말대로인 테치!"
"불공평한 테치! 믿을수 없는 테치!"
"오네챠...마마.....포기하는 테치."
"그럴수 없는 데샤! 어떻게 해서 구한 밥인 데스! 오마에들이 3일간 굶으면서 낙오하나 없이 마마를 따라서 여기까지 와서 간신히 구한 귀중하고 소중한 밥인 데스! 이제 행복이란게 뭔지 알려줄수 있는 데스! 그런데 이걸 먹고 죽는다는건 인정할수 없는 데스!!"
"마마...하지만 인간인 테치. 와타치들 어떻게 할수도 없는 테치. 그래도 이런 엄청난 밥이라도 먹을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한 테치! 마마는 잘못되지 않은 테치!"

자실장의 말은 사실이였다. 상대는 인간이다. 희망이자 절망. 빛이자 어둠이였다. 친실장은 선택이 없음을 깨닿고 사녀의 말대로 상상도 못한 진귀한 밥이라도 먹을수 있다면 그것은 나름대로 행복을 보여줄 것이였다. 비록 그 후에 바로 절망뿐이겠지만.

눈물이 흐른다. 인간앞에서, 아이들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도 싶지 않지만 참을수 없는 슬픔이 눈물을 흘리게 한다. 나름 각오를 한 것일까.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보았다. 굳은 얼굴로 저마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상황을 깨달은 모양. 친실장은 최대한 천천히 봉투를 열어 그 안의 것을 꺼냈다. 검은색 플라스틱 위에 담긴 밥. 빨갛고, 노랗고, 초록색에 고기와 햄이 있는 진수성찬의 모습이 무서웠다. 두려웠다. 그냥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는 인간이다. 그것도 자신들이 완벽하게 들켜버린 인간. 도망은 생각도 꾸지 못한다.

"오마에들......먹는 데스! 죽더라도 당당하게 먹을건 먹고 행복을 맛보는 데스!"
"그런 테치! 와타치들 인간에게 지지않는 테치!"
"이걸먹고 행복하게 죽는다면 그건 와타치들이 이기는 테치!"
"인간에게 이기는 테치!!"
"마마-! 힘내라 테치! 오네챠-! 힘내라 테치!!"

서로간에 응원을 통해 마음을 다잡는다. 이것은 결코 허무하고 의미없는 죽음이 아니였다. 이 맛있는 밥을 행복하게 먹고 죽음을 받아들인다면 와타시들의 승리다. 절대적인 인간을 이기는 것이다!

"응..? 왜 갑자기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는 거지?"

인간의 의문에 섞인 말이 들렸지만 친자실장들은 신중하고 철저하게 눈 앞의 밥을 노려보았다. 자신들의 최후가 될 밥. 그 어떤 동족이 이런 것을 먹어볼까. 아마 자신들이 처음이 아닐까. 하지만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앞엔 신체는 정직했다. 벌벌 떨리는 손과 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무서운건 무서운 것이다. 도시락을 가운데 두고 둘러싼 친자실장들은 결심했는지 도시락에 손을 뻣어 손을 대었다. 사녀의 말이 아니였다면 입으로 향했으리라 ㅊ

"마마. 할말이 있는 테치."
"데?"
"이것은 와타치들의 마지막 식사인 테치. 마지막인 만큼 마마가 와타치들에게 나눠주었으면 하는 테치."
"그런 테치! 사녀 이모토챠 말대로인 테치!"
"마마가 나눠주는 밥은 즐거운 테치!"
"마마가 나눠주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테츄!"
"오마에들......알겠는 데스. 마마가 힘껏 나눠주는 데스!"

울면서 웃는다. 자실장들의 말에 친실장은 이런 착한 아이를 낳게해준 세상에 감사를 하였다. 이런 모습은 이제껏 처음이라 속으로 감탄을 하였다. 나 또한 이런 녀석들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나름 열심히 살아볼려는 노력하는 것들, 싫어하진 않는다. 하지만 법은 평등하다. 법은 인간들이 만든 질서이자 규약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켜야하는 것이다. 개인은 법앞에서 무력하다는걸 새삼스레 깨닿고 시간을 주고 기다리기로 했다. 적어도 내가 끊어야할 생명, 최후의 만찬은 충분히 주고 싶었다. 사식을 먹는 사형수의 기분이 보이는 듯해서 꽨히 심란했지만 아무리 상대가 실장석이라고 해도 내가 한 말은 지키고 싶었다. 포유류주제 벌레라고 불리우는 실장석이지만 이정도까지 한다면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다.

"이건 장녀의 몫인 데스."
"이건 차녀의 몫인 데스."
"이건 삼녀의 몫인 데스."
"이건 사녀의 몫인 데스."

친실장은 조금씩 도시락의 내용물을 손으로 떠서 하나씩 나눠주었다. 실장석에게 있어서 친실장이 밥을 나눠주는 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였다. 물론 친실장의 권력을 행사하는것도 있지만 친자관계를 확인시키고 친실장의 능력을 자들에게 시험받는 것이기도 했다. 밥을 구한다는 것. 밥을 먹는다는 것. 그것은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내일을 바라보게 하는 원동력이였다. 친실장에겐 자신의 삶을 주는 것이고 자들이겐 친실장의 삶을 이어받아 나간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이고 가장 강력한 본능인 종의 유지인 것이다.

친실장은 기특하게도 누구하나 먼저할것 없이 바로 먹지않고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마지막 식사라는 것이 이렇게 대단한 것인가 싶었다. 정말이지 죽으면 안되는 보배들이였다. 친실장도 자실장들의 몫과 동일하게 밥을 쥐었다. 하나하나 눈을 마주쳤다.

"장녀챠, 행복한 데스우?"
"그런 테치! 정말 행복한 테치!"
"차녀챠, 행복한 데스우?"
"행복한 테치!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오는 테치!"
"삼녀챠, 행복한 데스우?"
"너-무 좋아 테치! 최고인 테치!"
"사녀챠, 행복한 데스우?"
"테치! 행복한 테치! 마마도, 오네챠도 너무 좋아하는 테치! 마마에게 태어나서 행복한 테치!"

저마다 줄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친실장은 눈앞의 밥을 보고 말을 이어갔다.

"충분히, 천천히 먹는 데스. 그럼..."
""잘 먹는 데스(테치)!!""

경건하다고 할까. 그렇게 그들의 최후의 만찬은 시작되었다. 친실장은 자실장들이 한입 먹고 멍하니 멈춰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보았다. 그리곤 이제껏 보지 못한 최고의 미소를 짓는것을 보았다. 친실장은 자실장을 보며 자신도 한입 먹었다.

......행복하다. 고작 밥일 뿐인데 한입먹는 순간 입안에서 온갖 맛이 뛰어놀며 뭐라 표현할수 없는 압도적인 맛이 났다. 그저 행복했다. 이것은 최후의 식사가 아니라 그냥 먹었어도 행복했을 정도로 맛있었다. 이 순간 만큼은 태어난것에 감사했다. 이 순간을 위해서 모든 고통과 힘겨움을 이겨낸거라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삶은, 이 최고의 순간을 위해서 준비된 것이였다. 자실장들의 웃는 표정이 머릿속에 천천히 각인이 되었다. 즐기자. 어차피 죽을거라며 이 순간을 철저하게 즐기자. 아이들과 이렇게 행복한 이 순간을 즐기자.
..........
.....
..
.


"테쟈아아아!! 테갸아아악!"
"테기이이잇! 테게에에엑!"
"테챠아아! 챠아아아!"
"츄아아아아악! 츄아아아앗!!"

친실장은 정신이 멍했다. 행복한 표정의 아이들이 갑자기 귀신처럼 얼굴을 구기고 땅바닥에 누워 몸을 뒤틀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마마..테웨웩! 게붓!!"
"아픈 테치이-! 너무 아픈 테치!!"
"죽는 테치! 죽어버린다 테치이!!"
"마마, 밥, 독...테챠아!!"

입에선 방금 먹은 밥이 잘게 부숴진채 게워지고 있었다. 대변은 물처럼 줄줄 흘리고 있었고 얼굴엔 핏대가 툭툭 불거진채 빨갛게 변했다. 친실장은 멍하니 먹던 밥을 툭 떨어트리고 인간을 보았다. 찌뿌린 얼굴이 인간이 한 것은 아니였다. 아니, 할수가 없었다. 자신이 가져오고 자신이 철저하게 지켰다.

"이건......도시락에 누가 일부러 게로리와 도돈파를 뿌렸군."

인간의 말에 친실장은 아이들의 상태를 떠올렸다. 익숙한 모습. 자주본 모습. 공원에서 하루에 한번씩 본 독이든 콘페이토를 먹은 동족의 모습이였다. 어째서 그것이 아이들에게 나타나는가. 어째서.

"운이 없었다."

운이 없었다. 그렇다. 운이 없었다. 도시락에 누가 이런것을 뿌렸을지 상상을 했는가.

"장녀..."
"마마앗-! 죽기 싫은 테치! 와타치...게웨웩!! 사실, 죽기 싫었던 테치이이이!!"
"차녀..."
"살려주는 테치! 제발 살려주는 테갸갸갸갸갹"
"삼녀..."
"미안한 테치! 죄송한 테치! 그러니 제발 살려주..지기이이이잇!!"
"사녀..."
"마, 마..테챠아아! 와타치 무서운 테치! 무서웠던, 테갸-!! 이런거 겨우 맛본, 츄아아! 웨웩?! 이런, 행복, 간신히 느, 낀 테찌이이!! 좀더 행복하고 싶었던 테쮸우우우우!! -테보릿!"

-파킨

"사, 사녀챠아아..! ......아아?!"

자신은 상상할수도 없는 고도의 배합이다. 게로리와 도돈파외에 두세가지 더 섞인것 같은데 뭔지 알수가 없다. 전신 근육을 뒤틀고 입과 총구론 수분을 배출해낸다.

"마마아아아아아아-!!! 겨우 한입...먹은..!! 테짓!"

-파킨

"차녀챠아아!!"

"살고, 싶어...테릿!"

-파킨

"삼녀챠아아! 일어나는 데스!!"

"이, 인간씨..살려주...시...테귯!"

-파킨

"장녀챠! 자, 장난이 심한 데스. 오마에들! 마마를 깜짝 놀라게 하는거라면 심한 데스! 당장 일어나는 데스...뎃, 데덱?!"

친실장은 뜨뜻미지근한 것이 코밑에서 느껴지자 손으로 슥 훑었다. 손엔 적색과 녹색의 체액이 묻어나왔다.

"데? 데데?"

친실장은 이어서 몸에 힘이 점점 빠지며 나른해지는 것을 느꼈다. 시야가 어지럽더니 평소보다 낮은 주변이 보였다. 일어설려고 팔을 땅에 대고 몸을 드는 순간 팔에 힘이 빠지고 다시 넘어졌다. 배가 아펐다. 아니 아프다는 정도가 아니였다. 힘겹게 팔을 뻣어 배를 만지니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들. 새로운 아이들이 갑자기 배에서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괴롭고 아픈 비명과 살려달라는 애원이 들렸다.

"뭐지?! 새로운 약품인가....!"

친실장의 두 눈은 초당 수번씩 적색과 녹색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자실장과 다른 반응에 보는 입장에서 당황스러웠다. 실장 약품은 개체의 성장정도에 구분없이 동일하다. 저실장이나 성체나 도돈파를 먹으면 총구에서 위석에너지가 고갈될때까지 대변을 로켓처럼 쏟으며 말라죽는다. 게로리는 뱃속의 모든 내장을 토해낸다. 하지만 이런건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개체별 다른 효과를 지닌 약품이라니. 뱃속에서 녹았다 자랐다 반복하면서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양 옆으로 점점 튀어나오고 있었다. 대가리는 호빵처럼 부풀어 양 눈알이 살 사이에 파뭍혀 잘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섰다.

"어...어째서...?"
"그렇게 말해도 내가 한게 아니라니까. 그냥 운이 없었네. 진짜 나도 그 도시락에 뭔가 있는줄 몰랐어."

그냥 밟아죽이는게 자비로울 정도로 자실장들의 꼴은 엉망이였다. 장녀는 고통에 스스로 양 팔을 깨물어 잘랐다. 눈알은 빠져나와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차녀는 게로리에 튀어나오는 내장을 억지로 넣기위해 양 손을 입을 찢은채 입 안에 우겨넣은채 죽었다. 삼녀는 약한 폭발성 인지 전신이 보라색으로 껍질만 흐물거린채 바닥에 널려있었다. 입과 총구에선 아직도 근육, 뼈, 내장들이 물처럼변했는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녀는 사람에게 쥐어짜인듯 나선형으로 손발을 꼬고 몸통도 뒤튼채 귀에서 선홍색 뇌가 튀어나와 바닥에 촤악 뿌려놓았다. 눈알은 압력이 튀어나갔는지 보이지 않고 전신은 비틀어 짠 걸레를 보는 것 같았다.

친실장은 아직까지 살아있었다. 고통에 바닥을 긁어 손의 1/2이 갈려 두께가 얊아졌다. 다리 한쪽는 얉은 피부 한줄기에 반으로 끊어져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혀는 이미 몸통만한 길이로 늘어나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주겨주...데스! 주겨..데스!"

눈알의 가운데가 터져 피눈물보다 더 진한 색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피부가 한계를 버티지 못하고 찢어지며 금 간 댐에 물이 새듯 한줄기씩 체액이 삐져나오고 있었다. 이마에서도, 등에서도, 엉덩이에서도.

"헤갸아아아아!! 데갸갸갹! 데챠아이! 데샤아아! 데챠! 데챠아!"

고통에 비명을 지르다 발음이 살아났다. 이건 나도 안타까웠다. 최후의 만찬이 이런식으로 끝날거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고통없이 단번에 밟아죽일 생각이였는데......

친실장은 3분이나 더 지옥같은 경험을 하다 몸부림을 치며 죽었다. 터진 옆구리에서 자잘한 눈알들이 쏟아져 내렸다. 마치 빠칭코 기계처럼 구슬들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였다.

"행복...살려주...데짓!!"

그렇게 이 일가는 고통속에 몸부림 치다 죽어버렸다. 어쩌면 이 이상한 법이 없었으면 사육을 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때론 인간더 어쩔수가 없을때도 있는데.





버려진 공터


꼬질꼬질한 들실장한 한마리가 작은 공터에서 움직였다. 잡초가 무성한 공터는 자갈이 셀수 없이 깔려 걸을때마다 고통이 느껴졌지만 들실장은 오늘도 공터를 뒤지고 있었다. 이 공터는 개인의 소유로 몇년간 방치되어 실장석에겐 작은 정글과 같이 되어있었다. 잡초들은 너무나 질기고 튼튼해 실장석의 힘으론 뽑을수도 없고 억세기는 다른 곳에 있는 잡초와 차원을 달리해서 먹을수도 없었다. 다만 운이 좋다면 공원 수풀엔 없는 각종 곤충들이 존재하여 근근히 곤충들을 잡아먹고 살아갈 뿐이였다.

들실장은 근처 있는 자신의 몸통만한 돌을 뒤집어서 아래를 보며, 데- 하고 작게 울었다. 돌 밑엔 아무것도 없었다. 가끔 이런식으로 돌 밑에 있는 곤충이나 지렁이를 몇번 잡아본 경험이 있기에 오늘도 편하게 잡을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허탕인듯 싶었다. 지렁이는 실장석조차 죽일수 있는 영양만점의 사냥감 이였다. 토막을 내서 햇볕에 잘 말리면 몇 주는 거뜬하게 가는 훌륭한 보존식이기도 했다. 지렁이 한마리를 잡는 날은 따로 사냥을 하지 않아도 그날 하루 식사엔 충분했다.

여름이 끝나가고 약간 선선한 기운이 감돌고 있지만 땀을 흠뻑 흘린 들실장에겐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 들실장은 잡초 사이에 곤충 몇마리를 보고 조심스럽게 다가간다고 노력했지만 상대는 노련한 야생의 곤충. 어수룩하고 어설픈 들실장 따위에서 쉽게 잡힐 것들이 아니였다. 공터를 가로질러서 곤충을 쫓아 달렸지만 이미 상대는 들실장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어재도 점심때 우연히 발견한 개미들이 뜯어 먹던 곤충을 가로채 배를 조금 채운 것이 그녀의 마지막 식사였다.

해는 점점 높이 떠서 더위로 움직일수 없게 되자 들실장은 나무 밑의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땀이 마르면서 끈적끈적한 것이 언제나 그랬듯이 기분 나뻤지만 곧이여 증발하면서 마르자 한결 느낌이 좋아졌다. 옷과 두건은 초록색이 안보일 정도로 먼지와 흙, 땀과 각종 오물에 범벅이 되어 사람도 만지기 꺼려질 정도였다. 머리카락은 떡이 져서 굳어서 무게감이 상당히 느껴질 정도였지만 하나뿐인 머리카락이다. 절대로 포기할수가 없었다. 때론 머리카락이 잡초나 수풀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게 되거나 잠을 잘때 딱딱해서 걸리적 거렸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식사와 잠을 포기할 정도로 애정이 있는 것이였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제법 더위가 많이 가셨다. 들실장은 다시 일어나 활동하기로 하며 공터 끝에 보도블럭과 맞다은 곳에 새하얀 봉투가 하나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이제껏 이 공터로 이주해 살면서 처음 갖는 봉투에 흥분한채 데스- 거리면서 달렸다. 봉투만 있으면 지금과 같이 굶을 일은 없다. 봉투로 다른 들실장 처럼 쓰레기를 뒤져 음식을 모을수 있기에 신나게 달려간 들실장은 봉투안에 무언가 들어있다는 것을 깨닿고 약하게 팬티에 대변을 지린채 봉투를 들고 나무 밑으로 달렸다. 안이 묵직한게 오늘은 어쩐지 엄청난 것을 줏은것 같아 기분이 날아갈것만 같았다.

나무 밑으로 달려온 들실장은 헉헉 거리면서 봉투를 풀어 안에 있는 것을 꺼냈다. 자신의 몸통만한 빈 과자곽. 과자곽 안에 든 과자의 냄새를 킁킁 맡으며 행복한 미소를 하던 들실장은 혹시나 무언가 안에 남았나 손을 넣고 휘저었지만 텅 비어있을 뿐이였다. 괜찮았다.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았고 빈 과자곽 자체로도 아주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은 보존식을 담을때 몹시 훌륭한 통이 될 것이다. 심지어 자를 낳게 되면 집이 없을때 집 대신 자들을 넣을수도 있다.

봉투안에 길다란 무언가를 꺼내자 들실장은 충격으로 말을 잊었다. 빈 플라스틱 통에 희귀한 파란색 뚜껑이 잠긴 아직 물이 1/3이나 남은 페트병. 파란색 뚜껑은 독라 자실장 5마리의 가치를 하는 엄청나게 귀중한 것이였다. 자들이 좋아하고 일반적인 하얀색 뚜껑보다 보기 힘들어서 구할수만 있다면 무조건 얻고 싶어하는 것이였다. 그것도 모자라 깨끗한 물이라니. 보기만해도 마음이 든든해지기 까지 했다. 들실장은 봉투를 탈탈 털어 조사를 하자 페트병 1개. 빈 과자곽 1개. 쓸수 없는 작은 비닐 2조각. 작은 비닐사이에 붙은 검은색 조각은 무척이나 맛이 있었다. 빨간 소스가 묻은 휴지뭉치 4개. 휴지뭉치는 과자곽에 넣어 나중에 집을 구하면 쓸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 비록 먹을수 있는건 물밖에 없지만 페트병과 봉투를 구했다는 것은 이제 자신도 자를 낳을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가졌다는 것을 뜻했다.

들실장은 행복한 상상을 하며 나무 밑에서 노래를 불렀다. 공터로 이주한지 2주째. 하루하루가 죽을 만큼 힘들고 고됬지만 이제 그런 생활은 안녕이다. 봉투로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밥을 모으고, 페트병으로 물을 떠서 언제든지 물을 마실수가 있다. 과자 곽은 보존식을 훌륭하게 보존시켜 줄 것이다. 휴지뭉치는 동그랗고 예쁘가 뭉쳐서 자가 태어나면 공처럼 가지고 놀수 있고 날씨가 추워지면 반으로 찢어 옷 안으로 넣으면 따뜻한 보온재로 사용이 가능했다.

들실장은 이쯤 오자 세상이 자신을 도와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봉투와 페트병은 소유권을 두고 어느 한쪽이 죽을때까지 처절한 사투가 일어날 정도로 귀하디 귀한 것이였다. 그런 것이 갑자기 공터에서 생겼다니, 믿을수가 없었다. 혹시 이 공터가 자신을 위해서 준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정착후 얼마나 자신이 애원하고 빌어도 도움을 하나도 주지 않는걸 생각하면 그럴리가 없었다. 이것은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구한 것이였다.

뎃데레~

들실장은 공터안쪽으로 들어가 오늘은 물이 충분하니 마저 땅을 파기로 했다. 골판지를 어떻게 구할지 막막했지만 운치굴만큼은 꼭 해야했다. 들실장은 돌조각을 두 손으로 쥐고 땅을 죽죽 긋기 시작했다. 힘들다. 팔이 떨어져나갈것 같고 비라도 온다면 일주일간 조금씩 판 이 곳은 물에 휩쓸려 원래대로 돌아올 정도로 미약하게 파였지만 들실장의 희망이 있었다. 더 나은 내일이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파다보면 언젠간 엄지나 자실장을 넣을 훌륭한 운치굴이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쯤이면 집도 구하겠지. 자들도 잔뜩 낳겠지. 들실장의 머릿속엔 이 넓고 광활한 공터를 자들로 가득 채워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연히 땅을 파는 작업은 진척이 없었고 멍하니 상상을 하며 웃던 들실장은 밤이 깊어짐을 보며 서둘러 봉투안에 페트병과 휴지조각, 과자곽을 넣고 자신도 들어갔다.


***


데에엥...데에에에엥

다음날 일어난 들실장은 봉투 밖으로 나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인간의 발을 피해서 도망칠 때도 이렇게 울지 않았다. 들실장의 품안엔 찌그러지고 풀어헤쳐진 휴지 조각들이 가득했다. 전날 잠을 자면서 따뜻하고 포근한 휴지조각을 품에 안고 뭉겠고 잠꼬대를 하면서 휴지들을 몽땅 다 찢어버린 것이다. 페트병도 뚜껑을 제대로 잠그지 않아 밤새 물이 새서 한 모금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흘린 물을 과자곽이 흡수하여 찢어지고 물렁거려서 말린다고 해도 보존식 통으로 쓸수가 없었다. 찢어진 과자 곽은 자들을 믿고 밥을 구할수가 없기 때문이다. 애써서 구해봤자 하루만에 찢어진 구멍을 통해 다 훔쳐서 거덜낼게 뻔했다. 봉투는 찢어져 있다. 봉투안에 다른 들실장들이 왜 들어가서 자지 않는 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봉투안에서 자게되면 뒤척이거나 잠꼬대를 할때 바닥에 무언가 있으면 봉투가 움직이면서 바닥에 쓸리거나 뾰족한 무언가에 찢어지기에 봉투안에선 절대로 자지 않는다.

이 들실장은 몇 달만에 구한 봉투에 신나서 그만 까먹은 것이였다. 봉투는 찢어져 쓸수가 없다. 페트병에 담긴 일주일은 먹을수 있는 물은 고작 한모금 정도로 인간의 손가락 한마디 만하게 남았다. 휴지는 갈갈히 찢어져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었다. 과자곽은 찢어지고 무너져 있었다.

희망이
사라져 간다.

행복이
찢어진 봉투사이로 흘러내린다.

자들의 미래가
무너진 과자곽 처럼 떨어진다.


들실장은 서럽게 울다 지쳐 페트병에 든 물을 마시고 눈물을 닦았다. 여기서 좌절할수가 없다. 일어서야 했다. 봉투와 휴지, 과자곽은 애초에 없이 생활하였다. 예전처럼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였다. 들실장은 벌떡 일어나 공터밖으로 향했다. 찢어져 바닥에 끌릴때마다 점점 벌어지는 봉투안엔 휴지 몇조각과 눅눅해진채 변형된 과자곽이 있었다. 페트병은 멀쩡했기에 공터안쪽이 깊숙히 숨겨두었다.

공터밖에 이리저리 주변을 살핀 들실장은 인간이 없자 휴지를 버리고 과자곽을 안타까운 눈으로 한번 본뒤 도로 밖으로 힘껏 던져 버렸다. 못쓸바엔 차라리 눈에 안들어오는게 덜 아프다. 꽨히 못쓰는 것을 가지고 있으면 가슴만 아프다. 들실장은 비록 봉투는 찢어져도 자신의 옷이나 두건속에 넣어 음식을 모으는 것보다 더 많이 들수 있게 하기에 찢어진 봉투를 소중하게 가슴에 끌어 안았다.

그날 이후로 들실장의 하루는 예전보다 더 바쁘게 돌아갔다. 인간의 눈을 피해 돌아다니며 땅에 떨어진 음식들을 줍거나 음식물 쓰레기장에 몰래 들어가 봉투의 뒷부분을 뜯어 음식을 모으기 시작했다. 보존식은 남겨봤자 공터안의 곤충들이 모조리 다 먹어치우기에 보존식은 남기지 않는다. 보통은 음식물쓰레기장 옆엔 재활용 쓰레기장도 존재하기에 어느날 죽음을 무릅쓰고 4호짜리 택배박스를 훔쳐 달아났다.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를 정도로 미친듯이 뛰어 공터에 도착한 날 들실장은 번듯한 집을 가졌다는 생각에 미친듯이 울었다.

집안은 너무나 포근하고 좋았다. 골판지 특유의 냄새가 기분좋게 나서 잠을 잘때마다 행복했다. 들실장은 돌아다니면서 음식 수거용 새 봉투를 구했고 잡다한 크기의 비닐도 6장이나 구했다. 페트병 뚜껑 3개, 그리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수건 2장,  과자곽을 구하면서 차츰 겨울나기에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 철저하게 인간의 눈을 피해 돌아다녔고 때론 아파트 화단에서 어린 자실장들을 페트병에 넣고 뚜껑을 닫은채 버리는, 연기나는 막대를 입에 문 인간도 보았다.

다시 공원으로 돌아갈까 생각을 수없이 해봤지만 이제와서 공원에 간다는건 의미가 없었다. 집과 고생해서 모든 것들을 포기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공원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여긴 아무도 없다. 오로지 혼자. 자를 낳기에도 너무 늦었다. 운치굴은 2cm정도 파다가 포기했다. 봄부터 꾸준히 춘자들까지 동원해서 가을이나 겨울의 초입때 운치굴 작업이 끝나기에 자신이 너무 쉽게 생각했다. 내년 봄에 춘자들을 낳고 다시 도전할 생각이였다. 운치는 쓰레기통 옆에 버려진 봉투를 구해 긴 과자각 안에 넣고 누고 있었다. 긴 곽안에 들어간 봉투덕분에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고 겨울엔 운치도 훌륭한 음식이였다. 밖에다 버리면 동물들을 불러올수도 있고 겨울엔 얼어붙어 먹을수가 없다.


그렇게 겨울이 시작되기전 들실장은 집안을 둘러보았다. 혼자 쓰기엔 남아도는 수건3장, 플라스틱 그릇 2개, 페트병 4개에 꽉 담은 물, 바닥전체에 두텁게 깔린 마른 잡초, 수세미에 봉지를 깔고 휴지를 올린 푹신한 침대까지. 완벽했다. 들실장은 외부의 침입에 대비해서 밖으로 나가 바닥에 물을 조금 붓고 손으로 뒤적여 진흙을 만든뒤 운치를 누어 섞었다. 끈적끈적함이 배 이상으로 된 초록색 액체를 미리 구한 나뭇잎위에 소중히 올리고 집안으로 향했다. 골판지를 뒤집어 열리는 부분을 아래로 했기에 골판지에 구멍을 내어 통로를 만들수 밖에 없었다. 뚜껑이 옆이나 위로 향하면 너무나 쉽게 열려 침입자에게 죽거나 꼼짝없이 얼어 죽는다. 물을 적셔서 나뭇가지로 긁어내 만든 통로에 나뭇가지를 일렬로 기대어 놓은뒤 그 위에 운치발린 나뭇잎을 붙이기 시작했다. 덮혀도 붙지 않는 양옆의 틈은 운치진흙으로 꼼꼼히 막았다. 그리곤 옛날에 구했던 찢어진 비닐 봉투를 한장 올린뒤 수건으로 덮고 바닥에 흘려진 수건위에 집안에 미리 가져다 놓은 돌을 올려두었다.

먹고, 자고, 싸고.
겨울은 지루하고 혼자서 버티기엔 너무나 힘들었다. 들실장은 그렇지만 참고 버티며 봄이 오면 자를 낳고 독립시켜서 이 공터를 자신의  자들로 가득 채우는 상상을하며 버텼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봄이 오는 것을 느끼며 들실장은 다시 싱그러움을 되찾은 공터를 보며, 데- 하고 작게 울며 돌을 뒤집었다. 뒤집혀진 돌 아래엔 아무것도 없었다.

겨울나기엔 성공했지만 응달이 진 집에 쌓인 눈은 아직도 녹지않고 물기에 집은 완전히 무너져 눈더미속으로 사라졌다. 들실장은 멍하니 자신보다 3배는 더 쌓인 눈더미를 보며 손을 대자 순식간에 손 끝이 파랗게 변하며 동상에 걸렸다. 차갑다 못해 찢어질듯한 고통에 서둘러 손을 빼고 입안에 넣고 쭉쭉 빨면서 들실장은 보존식, 물, 운치, 수건, 봉투가 들어간 눈더미를 멍하니 처다 보았다. 날이 풀렸지만 어째서인지 눈은 녹지 않고 있다. 한순간 모든걸 잃은 들실장은 울면서 보이지 않는 곤충을 찾아 공터를 헤메기 시작했다.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