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하생 1~4 (완) (낭만곰)

 

나무 우듬지마다 내려앉은 눈으로 휘청이는 대설이었다. 산실장들은 일찌감치 동면 비슷한 상태로 들어갔다. 개미처럼 옹송그리고 굴에 들어앉아 목숨 소비를 줄이려는 안쓰러운 몸짓이었다. 강원도에서 산실장으로 살아남으려면 인간들도 적응하기 힘든 이 끝없는 폭설에 익숙해져야 했다.

지금 산 속을 걷고 있는 실장은 그들보다도 더 적응한 모양이었다. 눈은 예저녁에 그쳤지만 실장석이 나다닐 수 있는 기온도 아니고, 울창한 잡목림이 골라내어 인색하게 던져주는 몇 줌 햇살로는 어림도 없는 날씨였다. 하지만 그 실장은 익숙하다는 듯이, 서두르지 않는 묵직한 걸음걸이로 한 발 한 발 눈 위를 걸어 나갔다. 실장석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옷 외에도 두툼한 거적때기 같은 것을 잔뜩 두른 탓이다.

덩치에 비해 실장석의 몸은 가벼운 편이다. 무거울 근육도 없고 골밀도도 형편없이 낮다. 그래서 추위를 제외한다면, 인간처럼 발이 눈에 쑥쑥 빠져서 걷기 힘들다는 문제는 이 실장을 덜 괴롭혔다. 신발도 날 때 신고 나온 구두가 아닌 판자를 덧댄 눈신 같은 것을 신고 있다. 얕은 발자국이 점점이 이어진다. 보폭이 좁은 탓에 사람이라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리를 실장은 이틀째 걷고 있었다. 거의 도착했다. 작게, 데슷 데슷 하는 호흡 소리가 들릴 뿐 숲은 고요하다.

실장이 도착한 곳은 산 능선 사이에 자리한 초막이었다. 작지만 너럭바위 하나를 등진 괜찮은 위치에 터를 잡아 지내기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실장은 반쯤 기다시피 마루에 다다랐다. 가지고 출발한 길 양식이 다 된 탓이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얼어붙은 언청이 입에서 나온다.

- 닝겐상... 계시는데스?

안방 문은 조금 늦게 열렸다.

- 송림(松林)이냐?

- 그런데스. 지금 막 도착한데스.

열린 문으로 엎드린 채 머리를 내민 것은 초로의 남성이었다. 농가에서 흔한, 굵고 거친 주름을 가진 얼굴이었고 보통 그런 얼굴의 인간들은 실장석에 관심이 없거나 보자마자 밟아 죽이거나 둘 중 하나였지만, 남자는 실장을 받아들였다.

- 오느라 욕 보았다. 들어와 몸 녹이고 씻어라.

- 감사한데스.

송림이라 불린 실장석은 이제 한계라고 외치는 듯한 온몸을 간신히 추스려, 외투와 신발을 벗어 던지고 방으로 기어 들어갔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고, 남자는 내어 준 고구마를 볼이 터져라고 쑤셔넣고 있는 송림을 바라보며 린갈을 켜고 말을 걸었다.

- 돌아온 걸 보니 복수는 그만 둔 모양이구나.

대답은 먹던 고구마를 마저 삼키고 목이 멘 송림이 물까지 한 잔 하고 나서 돌아왔다.

- 아닌데스. 와타시는 아직도 부족한데스. 가르침이 더 필요한데스.

남자의 눈에 안쓰러움과 분노, 그리고 슬픔이 동시에 맴돌았다.

- 너희는 어찌 그리 인간을 닮아서는...

- 와타시가 닌겐상에게 배운 것은 그뿐인데스.

- 송림아, 그냥 이 곳에서 나와 숯이나 굽고 살지 그래? 나도 늙어 말벗이 필요해.

- 감사한데스. 닌겐상과 보낸 날들은 와타시의 실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던데스. 하지만 그 자가 옛날을 잊고 세레브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만 하면 아직도 위석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아 잠도 이룰 수가 없는데스. 닌겐상도 잘 아시지 않는데스? 와타시는...

- 그래, 그래. 내가 너를 왜 모르겠니. 하지만 그러다 너까지 죽어버리면...

- 닌겐상이 그 자를 죽여 주시길 바란 적도 있는데스. 하지만 닌겐상이 손을 댔다간 그 곳의 닌겐들과 문제가 생길 것인데스. 와타시는 더 이상 닌겐상에게 폐를 끼칠 수 없는데스. 죽는 것보다 지금이 더 괴로운데스... 가르침을 주시는데스. 와타시는 아직 닌겐상의 권법을 마스터하지 못한데스.

남자는 혀를 찼다. 눈 앞의 송림의 분노는 보통 것이 아니다. 목숨조차 아깝지 않다는 원한을 토로하면서도 송림은 실장답지 않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하고 있었다.

- 정녕 다시 CHAMPI-ON에 나가야만 너의 한이 풀리겠니?

- 와타시의 자는 그 곳에 나가기 위해 자기 오네챠들을 목 졸라 죽인데스. 와타시도 그 곳에서 그 자를 때려 죽여야 이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데스...

송림이 고구마를 하나 더 쥐었다. 내어민 손은 거칠고 울퉁불퉁해, 실장석의 것이라기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심해의 괴생물체 부속지 같다. 지우개에 비견되는 실장석의 약한 몸을 이렇게 단련하기까지 송림이 거친 시간들은 결코 부드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 중 상당수는 남자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한때 격투실장들의 꿈, CHAMPI-ON의 잘 나가던 트레이너였지만 지금은 산골 초막에서 숯을 구우며 세상에서 잊혀진 남자는 커다란 한숨을 지으며 더 말을 잇지 않았다. 초막의 낡은 형광등이 자꾸 껌벅였다.


* * *


2년 전까지 송림은 전도유망한 격투실장이었다. 잘 훈련받은 격투실장의 새끼는 위석에 실장격투의 요령을 각인받고 태어난다는 경험적 지식에 의해, 송림은 곧 은퇴하고 괜찮은 씨실장이 되어 세레브한 여생을 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한창 때 송림의 씨를 독점하기 위한 프로모터의 성급한 손길에 송림은 은퇴도 하기 전에 강제로 출산을 해야 했다. 어미가 된다는 것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송림이었지만 실장석의 본능은 지능보다 강력하다. 그리고 송림은 조금 빨랐지만 그대로 은퇴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여기게 되었다. 자들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한참 물이 오른 송림의 격투 감각을 이어받은 녀석들은 자실장 때부터 남달랐다.

상품 회전률이 극도로 빠른 것이 실장 업계이다. 자실장들이 미트를 칠 수 있게 되자 바로 솎아내기가 들어갔다. 여기서 말하는 솎아내기는 물론 분충 새끼를 죽여버린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격투실장이 되기 위해 태어난 자실장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나씩 하나씩, 미트 치기에서 제외되는 새끼들이 늘어났고, 차녀와 3녀가 송림의 뒤를 이어 새 닉네임을 부여받을 예정이었다.

자신이 제외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장녀가, 나머지 4명이 잠든 새 모조리 목을 수건으로 졸라 죽여 버리는 일만 일어나지 않았으면 그랬을 거라는 말이다.

- 송림이를 다시 임신시키는 게 낫겠는데요.

- 안 돼, 애 키우느라 일선에서 몇 달 물러났어. 지금 낳으면 감각 떨어져. 그냥 다 처분해.

- 장녀도 쓸만하지 않아요? 어쨌든 '그 송림이'의 씨잖아요. 여느 놈들보단 센데.

- '그 송림이'의 씨 치고는 부족해. 아, 아쉽구만. 차녀가 참 순발력이 좋았는데... 3녀는 깡이 괜찮았고.

- 부장님 아까우신 건 이해합니다만, 지금 나온 놈들 중에 장녀보다 나은 놈도 없어요. 제 어미 타이틀 달고 나가면 흥행은 확실할 겁니다. 게다가 제 자매들 다 죽여 버리는 그 분충성 보세요. 스타성 있을 수 있다니까요?

- 흠... 그럼 아예 이 일을 크게 홍보할까? 혈육의 정을 저버린 분충이 제왕에 도전한다?

- 부장님... 설마?

- 그래, 모자간에 한 판 붙이는 거지.

- ... 너무하십니다. 정말.

- 뭐가 너무해? 벌레들 삶인데.

- 뭐... 돈은 되겠네요.

그런 그들의 논쟁을 듣게 된 트레이너는, 그 때까지도 충격에 빠져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던 송림을 데리고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고향인 강원도로 돌아가 아버지의 버려진 초막에 처박혀 숯을 굽기 시작한 것이다. 이따금 들여다보는 인터넷 뉴스에서 송림의 장녀 '대력大力'이는, 실장석 기준으로는 무시무시한 완력으로 덤벼드는 도전자들을 모조리 링 바닥에 꽂아 버리고 이따금은 그대로 머리통을 깨 버리면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더 참지 못한 송림이 남자에게 말도 없이 초막을 떠났다가 몇 달이 지난 지금 돌아온 것이다.

- 가려거든 겨울은 여기서 지내고 봄에 내려가거라. 그리고 말도 없이 떠나지는 마라. 도시는 실장석 혼자 지낼 곳이 아니다.

- 실은 체육관까지 갔던데스. 그 자도 본데스.

남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달 사이 죽지 않고 돌아온 것도 놀라운 일인데, 싸움밖에 모르고 들실장도 아닌 사육실장에 가까운 송림이가 학대파가 득실대는 도심 복판의 체육관까지 어떻게 다녀왔다는 것일까. 송림은 말을 이었다.

- 죽일 기회도 있었는데스. 하지만... 그냥 죽여서는 와타시의 분노가 풀리지 않는데스. 죽은 네 자들의 분노도 풀리지 않을 것인데스. 와타시는 그 자가 그렇게 서기를 원하는, 화려한 링에서 그 자의 위석을 박살낼 것인데스.

- 그래... 알았다. 봄이 오면 나와 내려가 자리를 마련해 보자.

지금껏 표정 변화가 없던 송림의 얼굴에 기이한 미소가 스쳤다. 복수에 대한 기대감과 희열, 미칠 듯한 분노가 잘 버무려진 표정이었다.

- 감사한데스. 와타시 운치 좀 보고 오는데스.

- 그래라.

미닫이문을 열고 마루로 나온 송림은 그러나 바로 화장실로 걸어가진 않았다. 대신 대들보를 붙들고 이를 악물고 적록색으로 울었다.


===========================


남자는 잠이 오지 않아 어딘가에 박아 놓은 담배갑을 찾아 살림을 뒤졌다. 장롱 솜이불 틈에 끼워 두었나.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송림이 녀석을 보자 곧장 생각나는 걸 보니 아니었나 보다. 무심코 피우려다, 옆에서 세상 모르고 자는 송림을 보자 남자는 헛 하는 멋쩍은 소리를 내며 마루로 나갔다. 격투실장에게 폐활량을 깎아먹는 담배는 인간 격투가에게보다 더 치명적이다. 간신히 쓸어 놓은 마당에 또 슬그머니 내리는 싸락눈을 바라보며, 남자는 입에 문 담배를 길게 빨았다.

- 와타시는 최강이 되어야 하는데스. 도와주시길 부탁드리는데스.

- 왜지?

첫 트레이닝 때 송림이 자신을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며 꺼낸 말이었다. 격투실장들이 늘 하는 말이지만 송림의 오드아이 안에 담긴 절박함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담담한 말투에서 느껴진 괴리감에, 조금 진지하게 들어 볼 생각이 든 남자였다. 송림은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을 어떻게 말로 풀어내야 할지 좀 혼란스러워하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 와타시는... 들실장 출신인데스. 닝겐상들의 테레비 상자에도 와타시를 들실장 출신인데도 제법 싸울 줄 안다며 칭찬하는 말들이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는데스. 하지만 와타시는 '제법' 싸울 줄 아는 정도로는 안 되는데스. 들실장 출신이 이곳의 세레브 실장들을 이기고 CHAMPI-ON이 되는 걸 공원과 골목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 가는 동족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데스. 동족들이 겨울을 나는 골판지 밑에 까는 신문지에서 와타시의 얼굴을 보면서 희망을 얻기를 바라는데스. 와타시가 그렇게 희망을 얻어 여기까지 왔으니, 또 어떤 다른 동족도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데스. 닝겐상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제법 거창한 이야기를 꺼낸 것 치고는 자신없이 말끝을 흐리며 송림은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인간의 표정을 읽는 데 익숙하다곤 할 수 없는 송림은 남자가 얼마나 당혹했는지까지 알아채지는 못했다. 사실, 남자는 경악했다.

실장석이 '동족 모두'를 생각할 수 있다니? 남자가 철없던 청년 시절부터 이십 년을 이 바닥에서 수도 없는 분충들과 개념실장들을 만나 왔지만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다. 재미있는 녀석이다, 라고 생각하며 남자는 땀수건을 던졌다.

- 데, 데뎃?

땀수건에 온몸이 덮여 발버둥치는 송림에게 남자는 기운차게 외쳤다.

- 연설 잘 들었다. 그런데 연설만 하면 강해진다더냐? 일단 원투 백 번 치고 와라!

- 알겠는데스!

수건에서 간신히 벗어난 송림이 실장용 샌드백으로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실장석에게는 거의 보여 주지 않는 큼지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랬었다. 추억에서 벗어나니 한 번밖에 빨지 않은 담배가 절반은 타들어가 있었다. 송림은 타고난 피지컬이 뛰어난 개체는 아니었지만, 놀라운 적응력과 이해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장 식 암바를 가르치자 이렇게 하면 어떤데스? 하면서 리버스 암바의 자세를 취하고 물어보는 송림을 볼 때면 인간 격투선수를 가르치는 기분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송림이라는 이름도 남자가 지어 준 것이다. 무슨 뜻인데스? 라고 묻자 남자는 핸드폰으로 소나무 사진을 검색해 이 나무로 된 숲이라고 알려 주었다. 송림은 씨앗을 먹지도 못하고 자칫하면 끈끈이에 온몸이 엉겨붙어서 가까이 가지 않는 나무인데스, 라고 투덜댔지만 남자는 인간들이 좋아하는 나무라며 굳이 그 이름을 붙일 것을 강권했다.

지금 여기, 이 초막이 소나무 숲 속에 있기 때문이다. 남자의 아버지는 만석꾼 출신이었다. 말년에 다 싫다며 재산을 처분해 이 산을 살 때 남자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어 도시로 뛰쳐나와 실장격투 업계에 투신했지만 해가 갈수록 남자는 아버지와 이 소나무 숲을 점점 더 그리워하는 자신을 인정해야 했다. 여름이면 솔향으로 가득할 이 곳은 그러나 폭설로 오직 싸하고 고즈넉한 마른 눈의 냄새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내가 좋아하는 똥벌레와 여생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일까.

어차피 몇 년 남지도 않았을 인생인데.

남자가 담배를 끊기로, 아버지의 초막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한 것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프로모터가 송림을 출산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송림이 그 화려한 전적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성기가 지나 실장석 기준으로 노년에 가까운 3년생 개체이기 때문이다. 그들 둘 다, 얼마 남지 않았다. 초막에 쌓이는 숯처럼, 그냥 눈비 맞으며 조용히 세상더러 우리를 잊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적어도 학대파에게 짓밟히거나 새파랗게 어린 후배에게 새치기를 당하며 내쫓기는 것보다는 품위 있는 마지막 아닌가.

가느다란 눈발 위에 뿌리는 저 희뿌연 달처럼,
초막에 쌓이는 숯처럼.

- 숯도, 타긴 하지. 아니, 숯불이 생나무 불보다 더 뜨겁다고.

마음 속 생각과는 정 반대 되는 말을 내뱉고 나서야 남자는 어느 쪽이 자기 본심인 줄을 알게 되었다.


* * *


- 와타시, 스텝이 안 좋아진데스. 와타시 마음만큼 빠르게 치고 빠지기가 안 되는데스.

- 늙어서 그렇다. 관절에 무리가 오는 거지. 대력이는 너보다 젊고 크다. 힘도 세고. 넌 무엇을 무기로 삼겠어?

- 발차기는 무리인데스. 관절기도 자보다 빠르게 걸 자신이 없는데스. 펀치밖에 없는데스.

- 그래. 잘 아는구나. 다행인 것은 대력이도 발차기나 관절기를 쓸 기량은 없다. 무식하게 들이받아 날려 버리는 인파이터지.

- 끝까지 말을 안 듣는 자인데스...

송림은 장녀인 대력을 끝까지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자'라고 불렀다. 그것이 애증의 표현인지는 실장이 아닌 남자로서 알 수가 없었다. 남자는 말을 이었다.

- 둘 다 주먹으로 간다면, 들어오는 대력이를 비껴내야 한다. 대력이 같은 방식을 인파이터라고 하고...

- 비껴내는 건 아웃복서, 맞는데스?

- 기억하고 있구나. 아웃복싱이 반드시 상대보다 더 빠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정확함과 끈기지. 지구력만 따지면 네가 위다. 아무래도 대력이는 장기전을 위한 별도의 훈련은 하지 않는 것 같더라.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대력의 무차별 난타 앞에 30초 이상 버티는 상대가 없었으니까. 송림도 전성기 때는 그런 식으로 싸워 보기도 했지만, 곧 그 방식을 간파당한 상대들에게 관절기나 회피로 농락당하기 시작하면서 몸에 익은 방식을 버렸다. 실장격투 계에서는 전성기의 송림을 '완전체'라고 불렀다. 원하는 때 들어갔다 나오면서, 실장석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치 영리하게 상대의 턱이나 배, 얼굴 한가운데에 치명적인 한 방을 날리거나 발을 걸어 넘어뜨린 후 사커킥으로 마무리를 하는 등 기가 막힌 플레이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실장격투의 적지 않은 팬들은, 고작 인간의 발길질 한 방에 무너져 버릴 보잘것 없는 육체를 가진 실장석들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보여 주는 극적인 모습들에 매료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송림의 전성기는 실장격투의 대 유행을 불러왔다.

그리고 수많은 들실장들의 희망이기도 했다. 공원의 학대파나 구제업자들 사이에서 들리는 소문으로 글도 읽지 못하는 실장석들이 골판지 구석에 송림의 사진을 찢어 붙여 놓고 살거나 화단 모퉁이에 옹기종기 모여 데스 데스 하면서 주먹질이나 발차기를 - 보통 엉터리로 - 연습하는 장면들이 목격되었다고들 했다. 남자가 송림에게 그 사실을 넌지시 알려준 그 날 송림은 남자가 알고 지낸 동안 가장 큰 목소리로 울었다. 기쁨의 눈물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는 실장석에게 정말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대력은 그런 어미의 재능 중 절반밖에 물려받지 못했다. 무지막지한 근력과 정확한 타격. 그래서 후계자에서 제외되기도 했고. 하지만 그녀가 저지른 끔찍한 자매 살해를 통해 대력은 잠재된 분충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되었고, 역설적으로 그것이 링 위의 대력이 아직까지 무패 행진을 이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대부분 세레브 실장, 사육실장 출신인 체육관 실장들에게 쓰러진 상대의 몸통에 손칼을 찔러넣고 위석에 직접 타격을 주는 상대는 너무도 잔인하고 두려운 것이었다.

- 정말 끝까지 분충인 자인데스. 와타시가 교훈을 주어야겠는데스. 그러면 줄넘기나 달리기 위주로 하면 되겠는데스?

- 그리고 '권법'을 마스터해야지.

실장격투는 복싱, 유도, 레슬링, 무에타이 등등이 혼재된 종합격투술이었다. 사실 실장석의 비참한 팔다리 길이로는 정교한 니킥이나 관절기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나름대로 실장의 몸에 맞게 트레이너들이 개발한 방식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원투의 경우, 인간은 스텝을 바꾸면서 칠 수 있지만 실장석이 짧은 팔다리로 그렇게 하면 몸이 통째로 휙휙 돌아야 하니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실장석의 원투는 스텝을 앞뒤로만 움직이면서 이뤄진다. 어퍼컷의 경우에도 그냥 치면 거의 맞지 않으니 치는 손 쪽의 발을 내면서 같이 올려친다거나. 젊은 날을 그런 연구로 보낸 이들 중 하나였던 남자는 나름의 '권법'이라 불릴 법한 노하우를 많이 알고 있었고 송림은 자신이 키워낸 실장들 중 가장 많이 노하우를 습득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송림의 말대로, 대력을 이기기에는 핸디캡이 너무 많았다. 한 가지라도 더 무기를 들고 가야 한다.

긴 겨울 내내 이어질 훈련의 시작이었다.


============================================


- 누가 왔다고?

이듬해 봄, 실장 전문 체육관 <월드 크러셔 짐>의 잘 나가는 프로모터는 방문자의 이름을 듣고 눈살부터 찌푸렸다. 설마 그 이름을 또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대체 무슨 염치로 다시 나타났나 궁금했기에 일단 만나는 보기로 했다.

- 여, 절도범 오셨네.

- 어차피 금방 처분할 애였으면서 아까워했던 것처럼 말씀하지 마시죠.

- 그런데 왜 그렇게 홱 사라지고 연락두절을 한 거야? 사랑의 도피라도 하셨나?

직스를 연상시키는 표현에 프로모터의 더러운 표정까지 곁들여지니 훌륭한 도발의 정석이 되었지만 남자는 넘어가지 않았다.

- 대력이, 요새 잘 나가더군요. 적수가 없죠?

- 그럼! 우리 대력이 오함마 펀치 서너 방이면 안면 함몰이 기본이거든. 자네도 남아 있었으면 어지간히 꿀 빨았을 텐데 말야.

- 꿀 더 빠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 무슨 소리야?

- 송림이 데려왔습니다. 대력이랑 붙이시지요.

- 뭐야... 그 년이 아직 살아 있어?

- 네, 그것도 아주 쌩쌩합니다. 제 자식 씹어먹을 마음으로 아주 단단히 칼을 갈고 왔죠. 모자간의 숙명적인 대결, 해 보고 싶으셨잖아요?

그 꼴을 보기 싫어서 송림이를 데리고 나왔던 남자가 하기에는 좀 쑥스러운 말이긴 했지만 프로모터에게는 어느 정도 먹힌 모양이었다.

- 에이, 그래도 올해로 4년차인 늙은 년을 한창때인 대력이랑 붙이면 재미가 있겠어?

- 직접 한 번 보시지요. 늙은 년 가오를.

의심 반 기대 반으로 남자를 따라나온 프로모터는, 잠시 후 연습 링 위에서 스파링 파트너 3명째를 녹초로 만들어 내보내는 송림의 모습을 보고 탄복을 했다. 저게 진짜 네 살짜리 실장석의 움직임이란 말인가? 전성기와 다를 바가 없잖아! 아니, 사실 전성기 때만큼 빠르지는 않다. 하지만 뭔가가...

- 맙소사, 자네 대체 저 애한테 뭘 먹인 겐가? 산에 들어갔다더니 산삼이라도 고아 먹인 거야?

남자는 '늙은 년'에서 '저 애'로 송림에 대한 호칭이 격상된 것을 놓치지 않았다.

- 말씀드렸잖아요. 칼 갈았다고.

송림은 지금 남자가 아는 모든 테크닉을 전수받은 것은 물론이고, 산삼은 아니었지만 겨울잠 자는 뱀이니 개구리니도 야생동물 불법 수렵을 감수하며 고아 먹인 데다, 한겨울의 맹훈련을 통해 최대한의 컨디션을 끌어낸 상태였다. 변수가 있다면 역시 늙은 육체였다. 몸과 몸으로 싸우는 실장격투에서 위석 처리를 할 수는 없었기에 늙은 위석이 받는 늙은 몸의 부담은 고스란히 송림이 견뎌내야 할 숙제였다 - 격투실장에 위석 처리가 허용됐다간 보던 관객들이 다 잠들 좀비 싸움이 될 것이다 - 

- 송림이, 벌써 잊혀진 건 아니지요?

- 아주 잊혀진 거야 아니지만...

- 애초에 대력이 처음 홍보할 때도 송림이 새끼라는 점에 치중하셨잖아요. 돌아온 노장이라고 광고 좀 때리면 이탈한 팬들 연어 만들기 좋을 겁니다.

프로모터의 머릿속에서 주판알이 불꽃을 내며 튀었다. 30분 정도 더 설득이 오가고, 결국 남자는 송림을 데리고 무단 이탈한 허물을 묻지 않는 대신 9:1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프로모터에게 이득의 대부분을 넘기기로 하여 계약서 초안을 작성하게 되었다.

- 딸내미, 볼래?

- 데에...

간만의 스파링으로 흥분과 나른함을 겪고 있던 송림은 많이 이완된 모습이었다. 막 신나게 산을 내달리다 바위에 늘어져 쉬는 표범 같은 모습이었다. 실장석 특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자가 본다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실장석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한 송림에게서 조금의 감동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저주받은 종족이 할 수 있다고 믿기지 않을 만한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송림은 근육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믿기 어려운 투실투실한 인형 같은 실장석의 체형을 꽤 극복한, 군살 없이 날렵한 몸을 하고 있었다. 먼 옛날 존재했다던 실장인이 이런 모습일까, 하고 남자는 잠깐 생각한다. 하지만 나른함도 잠시, 송림의 눈에 다시 불꽃이 일었다.

- 한 번 만나게 해 주시면 감사한데스.

- 그래, 가자.

송림의 귀환이 그 새 짐 전체에 퍼진 모양이었다. 훈련생들은 물론이고 프로로 뛰는 현역 격투실장들까지 남자와 송림이 지나가는 먼발치에 모여 서서 데슷데슷 하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고 있었다. 방금 스파링 파트너 셋을 상대하며 보여 준 괜찮은 기량에 옛 명성까지 더해져 기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 오네챠, 오네챠라면 저 실장을 이길 수 있겠는데스?

- 무리지 싶은데스. 대력의 마마라고 하면 한때 대력보다 더 강했다고 들은데스. 대력이 사실 마마보다 못해서 후계자가 못 되려다가 자기 오네챠들을 죽...

- 쉿데스! 그런 소리 대력이 들으면 오네챠 큰일나는데스!

- 데힛!

그런저런 수군댐을 뒤로 하고 걷던 둘은 곧 대력의 개인 라커룸에 도착했다. 남자는 잠시 송림을 돌아보았다.

- 괜찮겠어?

- 준비... 된 데스.

남자는 여차하면 어느 한 쪽이 달려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미리 대력 쪽 트레이너도 불러 놓은 상태였다. 격투실장 둘이 링 밖에서 붙으면 하나는 반드시 죽는다고 좋을 만큼 격한 싸움이 벌어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둘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온통 분홍색이었다. 천장도 바닥도, 심지어 라커룸의 철문까지도 분홍색으로 칠해 놓은 악취미한 인테리어의 한복판에 60인치는 돼 보이는 벽걸이 TV가 걸려 있었고, TV에서 흘러나오는 한참 유행인 예능석 그룹 '트와일☆라잇'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어디 공원 보스 실장의 경호원 정도 될 법한 거대한 덩치의 실장이 따라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라커룸 안은 냄새도 괴상했다. 설탕과 꿀과 조청을 섞어서 프라이팬에 한참 태우면 날 법한 지독한 단내였다. 오랫동안 고즈넉한 산중에서 훈련을 해온 둘에게는 시청각 및 후각이 공감각적으로 공격을 받는 환경이었다. 거대한 덩치의 실장은 옷조차 핑크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그야말로 <와따시의 세레브함을 느껴 보아라>라고 온 사방에 써붙여 놓은 듯한 환경이다.

- 컨셉인 줄 알았더니... 평소에도 이러고 살았구만.

남자의 허탈한 목소리에 거대한 실장이 고개를 돌렸다. 송림은 그 얼굴에 난 커다란 흉터를 알아보았다.

- 참 잘도 컸는데스.

- 데뎃? 똥마마인데스? 진짜로 올 줄은 몰랐는데스! 시합 전에 죽고 싶어서 온데스? 데프프픗...

- 마마는 오마에에게 마마한테 그 따위로 말하라고 가르친 적은 없는데스.

못 본 새 두 배는 더 커졌고 세 배는 더 분충이 된 것 같은 장녀의 말투에도 송림은 차가운 태도로 일관했다. 그리고 대력 역시 분충의 태도로 응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관성 있는 모녀로군, 하고 남자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 데프픗, 똥마마가 가르친 대로 했다가 와타시는 다시는 미트도 못 치고 케이지에 갇혀 장난감 신세나 될 뻔한데스. 똥마마다운데스. 아직도 와타시가 똥마마 운치나 빠는 장녀 같은데스? 와타시는 CHAMPI-ON인 데스! 똥마마는 경의를 표할 줄 알아야 되는데스!

교과서적 분충이다. 철저한 훈련 덕에 똥을 싸서 투분하는 행위 같은 것을 안 한다 뿐이지 표정이고 목소리고, 도저히 제 손으로 네 자매를 죽이고 그 자리를 탈환한 패륜아가 할 소리가 아니었다. 송림은 그야말로 솔숲에서 부는 매파람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봄이 온 데스. 오마에가 잠시 와타시의 자리를 차고 앉은 것까지는 봐 주겠는데스. 하지만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꼴은 봐줄 수 없는데스. 오마에의 오네챠들에게 사과하란 소리까지는 하지도 않겠는데스. 들어 처먹지도 않을 것 같은데스. 링에서 보는데스.

- 데프프픗, 지금 붙기에는 쫄리는 모양인데스? 쫄리면 뒈지는데스!

- 대력! 링 밖에서 붙지 말라고 했지? 손 하나라도 댔다간 바로 쳐맞을 줄 알아!

- 에이, 닝겐상. 쇼맨십 모르는데스? 똥벌레들한테는 시합 전에 이렇게 성질을 긁어 놔야 링에서 제 분수를 아는데스. 데프프픗.

대력의 젊은 트레이너의 노기 섞인 외침에도 대력은 능글능글하게 넘어갔다. 남자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송림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시궁쥐새끼처럼 달려들어 물어뜯는 것만 익히느라 자기관리는커녕 처먹기만 해서 피둥피둥 찐 꼴이 가관인데스. 마마가 곧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 주는데스.

- 교~육데스? 교~육이라고 한 데스? 똥마마는 뒈져서도 교~육을 시킬 수 있는데스? 어디 두고 보는데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똥마마가 이기면 그 놈의 교~육 마음껏 받아 주겠는데스. 와타시가 이기면 어디 한 번 쪼개진 위석 부여잡고 그 교~육 한번 제대로 시켜 보는데스! 데프프프프픗! 

- ... 더 들을 것도 없다. 가자.

- ...

교과서적 분충 대력의 비웃음 소리를 뒤로 한 채 둘은 잠시 말이 없었다. 안내를 받아 도착한 그들의 라커룸 앞에서, 갑자기 송림이 입을 열었다.

- 와타시의 자식 교육이 잘못된 게 아무래도 맞는데스. 아마도 태교의 노래부터 글러 먹었는데스...

- 네 나머지 자식들은 괜찮은 녀석들이었다. 자책하지 마라. 너희들의 태교라고 다 의도대로 되는 건 아니잖냐.

남자의 위로에도 송림은 자책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 자신의 라커룸으로 들어섰다. 송림은 기억했다. 다섯 아이들을 밴 채 그녀가 불렀던 태교의 노래를.

- 뎃데로게~ 뎃데로게~ 자들은 위대한 CHAMPI-ON의 후예가 되는데스~
  세상 모든 실장들과 닝겐상들이 자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응원하는데스~
  싸워서 이기면 세계 모든 스테이크와 스시와 콘페이토가 자들의 것인데스~
  크고 강하고 튼튼하게 태어나 극상의 삶을 누리는데스~

정말로 그 때는 자신의 뒤를 이어 위대한 전사가 될 자들을 낳을 생각밖에 없었다. 개념이니 분충이니 하는 것을 생각할 일도 없었다. 송림의 실생이 그것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들실장들의 우상이자 희망, 전설의 완성형 격투실장, 76승 5패 68KO승의 슬러거 등이 그녀에게 따라붙는 칭호였다. 자식에게 바랄 것도 당연히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제 누이들의 피를 밟고 서서 설탕 냄새에 절여진 분홍색 라커룸 가운데서 춤을 추던 장녀의 모습을 목도한 순간 송림은 그것이 자신의 과오였음을 인정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어미이기 이전에 격투실장이었다.

- 와타시의 잘못인데스. 와타시가 링에서 푸는데스.

- 그래. 잘 생각했다. 내일 계체량 하고 몇 밤 더 자고 붙을 것 같더구나. 일단 오늘은 쉬어라.

- 닝겐상도 쉬시는데스.

각자의 방에서 침대에 누운 송림과 남자는, 그러기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둘 다 자기 방 천장에 대력의 모습을 그리며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주먹 밥으로 부른 배는 죽어야 꺼진다.


* * *


중계권이 여느 경기의 두 배 값에 팔리자 바로 광고가 엄청나게 붙었다. 모녀가 어떤 마음으로 다가올 시합을 기다리고 있든지는 상관없이, 사육실장용 샴푸, 실장복, 콘페이토, 장난감, 케이지 세트, <죽이지 말아요> 공익광고, <하늘에서 별사탕이 비처럼 내려와> 드라마 광고, 집안에 침입한 들실장을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판매되는 플라스틱 빠루, 코로리, 도돈파, 게로리... 프로모터는 연일 입을 귀에 걸고 다녔다. 약간의 공백기간이 오히려 송림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는지 남자의 표현대로 '연어 팬'들의 열성은 신기할 지경이었다. 거대한 돔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이해가 안 갔지만, 관객석에서 송림의 모습이 그려진 대형 플래카드까지 등장할 땐 남자도 송림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

- 닝겐상들이... 와타시를 이렇게까지 좋아했는데스?

- 글쎄다,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저 양반 홍보력이 끝내주기도 하지만.

메인 이벤트 전에 치러지는 자잘한 데뷔전과 그럭저럭 프로들끼리 붙이는 시합이 진행되고 있었다. 개막전을 앞두고는 무려 예능석 '트와일☆라잇'의 멤버인 오렌지와 퍼플이 링에 올라 상투적인 멘트를 하는 시간까지 있었다. 덕후들의 환호성이 경기장 천장을 찔렀다. 남자는 짚이는 데가 있어 세컨드에게 물었고, 역시나 저 예능석들이 대력의 강력한 주장으로 오게 되었음을 알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참 세레브하시기도 하지.

황당할 정도로 거창하고 화려한 미사여구로 점철된 양 선수의 소개가 이어지고, '대애애애애애애애애~ 려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소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임~' 하는 사회자의 호명과 함께 어미와 자식은 경기장 반대편으로부터 걸어나왔다. 송림은 늘 입던 팬츠에 수건 하나만 머리에 덮어쓴 차림이었고, 대력은 어마어마한 레이스 장식과 금실로 된 견장, 심지어 등 쪽에는 반짝이로 된 독수리 문장까지 달린 분홍색 망토... 를 걸치고 나왔다. 금실 견장에 독수리 문장이 분홍색 망토와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 대력뿐일 테지만, 어쨌든 온 천지에 나 분충이오 하고 외치는 그 태도가 묘하게 호응을 얻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프로모터는 그런 태도를 부추기는 편이었다.

- 본격적 경기에 앞서 양 선수의 각오를 보는 인터뷰를 가졌는데요, 영상 보시죠!

경기장의 조명이 암전하고, 곧이어 대형 스크린이 송림의 모습을 비춘다. 초췌한 인상, 어딜 봐도 굳세고 강건한 옛 제왕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대신 항해를 막 마치고 돌아온 뱃사람 같은 다부짐과 노련함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 닝겐상 여러분, 송림인데스. 말도 없이 떠나 버려 죄송했했는데스. 그 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훈련을 한데스. 한때는 와타시의 자를 잊으려고도, 용서하려고도 한데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는데스. 와타시 때문이 아니라, 와타시의 장녀가 저지른 잘못 때문에 성체도 다 되지 못한 채 죽어버린 와타시의 다른 자들 때문인데스. 와타시의 장녀는 제 오네챠들의 핏값을 오늘 치를 것인데스. 지켜봐 주시는데스. 감사한데스.

현역 시절부터 송림의 이 차분하고 철든 듯한 태도는 많은 팬을 유지시키는 한 요소였지만, 주어진 고통에 어느 정도 달관한 느낌까지도 주는 지금의 송림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약간의 감동을 느꼈다. 영상은 바로 대력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참 어지간히도 세레브한 차림의 대력이 어지간히도 분충스런 태도로 고함을 지른다.

- 똥마마가 와타시에게 도전을 한데스. 다 늙어빠진 몸뚱이로 어디 구석에서 진작 뒈졌을 줄 알았는데 용케도 아직 살아 있었던데스! 데프프픗. 그 질긴 목숨에 경의를 표하며 오늘 링 위에서 하찮은 실생을 마무리 지어 주겠는데스! 와타시의 오네챠들처럼! 와타시의 이 손으로! 아, 발로 짓밟아 죽일 수도 있으니 장담은 못하겠는데스! 데프프프프픗!

무도한 발언에 관중들이 분노를 느끼는 것만큼 대력의 스타성이 올라간다는 것을 프로모터는 너무도 잘 안다. 우우 하는 야유가, 좀전에 예능석이 등장했을 때보다 더 크게 돔을 메운다. 영상이 꺼지고 링에 불이 다시 들어오고, 두 격투실장이 링에 올랐다. 야유는 금방 함성으로 바뀐다. 아찔하다. 인간 격투가도 어지간한 경력이 쌓이기 전에는 이 정도 규모의 함성 속에서는 넋이 나가기 쉽다. 하물며 실장석의 가느다란 신경으로야. 하지만 이 모녀는 그 정도에 위축될 보통 실장석은 아니었다. 서릿발 같은 차분함과 불덩이 같은 탐욕을 각자의 가슴에 품고, 두 실장석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규칙을 알려 주는 요식행위는 실장격투엔 없다. 규칙이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글러브도 벨트도 로우 블로우도 없는데 무슨 규칙. 가급적이면 죽이지는 마라, 정도였다.

뭐, 가급적이다.

공이 울린다.

모자가 서로를 향해 달려든다.


===============================


- 데... 닝겐상 혹시...

- 응? 먹을 거 없다. 가라.

- 아니, 지금 보시는 것이... 실장격투인데스?

저녁을 먹고 여유롭게 공원 벤치에 앉아 DMB를 시청하던 남자는 린갈 앱을 켜고는 조금 놀랐다. 인간이 스마트폰으로 뭘 보든 실장석이 그것의 내용을 신경쓰는 경우를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 맞아. 그런데 왜?

- 방해가 안 되신다면... 저희도 볼 수 있는데스?

- 너희가 실장격투도 봐? 하, 재밌네.

- 다 보지는 않지만 오늘 밤에는 송림이라는 실장이 싸움을 한다고 들은데스... 송림의 격투를 보고 싶은데스. 죄송하지만...

남자는 흥미를 느꼈다. 송림이 실장석들한테도 유명하던가? 하긴, 들실장 출신이라고 했던가...

- 크크크, 재밌네. 근데 화면이 작아서 보는 건... 지저분한 니들이 내 옆에 앉아야 되잖아. 그냥 소리 키워 줄 테니까 들어라. 좀 있으면 송림이 차례네.

- 감사한데스! 감사한데스!

고개를 연신 꾸벅이던 실장은 뒤를 돌아보더니 외쳤다.

- 송림 실장의 싸움이 곧 시작인데스! 뛰어오는데스!

뭐야? 하고 그 쪽을 바라보던 남자는 수십 마리의 꾀죄죄한 들실장이 환성을 지르며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남자가 학대파가 아니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것이다. 으유, 지저분한 놈들. 하지만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성인답게, 그는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조용히 방송 볼륨을 높였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확 커져서 들린다.

- 1라운드, 지금 시작합니다!


* * *


- 데뱝뱝뱝... 뱤!

마우스피스를 물고도 우렁차게 고함을 지르며 뻗어낸 대력의 라이트 훅을 보기 좋게 피하며 송림은 그 오른쪽 옆구리에 보디 블로를 먹였다. 푹! 그 정도로 살집 좋은 대력의 몸에 큰 타격은 가지 않았지만 잠깐 호흡을 끊는 데는 성공했다. 대력도 녹록치 않아서 그대로 레프트 백스핀 블로로 전환하려는 순간,

송림이 대력의 등 위로 날쌔게 올라탔다.

'초크인데스!'

그래플링에 대한 방어는 그대로 뒤로 눕는 것이다. 대력은 아예 슬램을 꽂을 생각으로 등에 매달린 송림의 머리통을 양 손으로 꽉 부여잡고는 몸통째로 크게 떨어졌다. 시작부터 레슬링인가! 관중이 크게 술렁였다.

쿵! 팔각의 링 바닥의 탄성은 인간용 경기장보다 더 좋다. 낙상으로 다치는 것도 방지할 수 있고, 비중이 낮은 실장의 몸이 가끔 기묘하게 튀어 멋진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녀는 그대로 바닥에 벌렁 누웠지만 송림은 등부터 떨어진 타격을 무시하고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들어간다. 그러나 살덩이과 근육으로 둘러싸인 대력의 목줄기가 워낙 두꺼워, 깔끔하게 초크가 들어가지 못했다. 레프리 스톱을 고려하기도 전에 대력은 누운 몸을 그대로 뒤집어 일어난다. 송림은 아직도 목줄기에 매달려 있다. 초크는 포기한 듯, 한 팔로만 목을 붙들고 계속 헤드샷만 날린다.

'데힉, 데힉, 더럽게 끈질긴 똥마마인데스!'

'힘 하나는 더럽게 좋은 자인데스...'

- 아, 방금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었겠는데요? 해설위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대력이 저런 어설픈 관절기에 걸릴 정도였으면 지난 겨울 시즌에만 18전 전승을 달성하며 디펜딩 CHAMP가 되지는 못했겠지요! 그보다도 송림이라면 방금의 초크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 안 했을 텐데, 무모한 시도를 하는 건 아무래도 나이 문제로 감이 떨어져서일까요?

명백히 편향된 해설을 마구 남발하는 해설자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송림은 감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다. 송림이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매달려 공격하는 곳은...

- 왼쪽 눈 위! 송림이 대력의 왼쪽 눈 위를 계속해서 타격하고 있습니다! 저거 너무 더티 플레이 아닌가요?

- 일단은 렌즈가 있으니 바로 불상사가 일어나진 않겠지만 왼쪽 눈 위가 터지는 걸 좋아하는 실장은 없겠죠. 저러면 화만 더 돋굴 것 같은데... 그런데 송림이 저렇게 치사한 수를 썼던가요?

사회자와 해설자가 말하는 '왼쪽 눈 위'는 바로 실장석을 강제로 임신 및 출산시킬 수 있는 약점을 말하는 것이다. 대체 왜 그 따위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장석은 왼쪽의 녹안이 붉게 물들면 그 자리에서 미숙아를 출산한다. 그것도 녹안의 붉은색이 사라질 때까지. 물론 피가 바로 튀어들어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격투실장들은 마우스피스와 함께 특수 코팅된 하드 렌즈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하지만, 렌즈란 것이 그렇게 견고하지도 않은 데다 녹안 위를 공격당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할 실장도 드물다.

'오마에는 자를 잃어 본 적이 없을 테지데스? 자를 가진다는 공포는데스? 맛이 어떤데스?'

'이... 미친 똥마마가! 제 자식들 뒈졌다고 유치하게 이딴 식으로 복수하는데스?'

대력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나 송림의 머리를 쥐어뜯으려 손을 뻗었지만 이미 송림은 스스로 삭발을 한 지 오래라는 사실만 깨닫고 말았다. 제 어미를 매단 채 그대로 일어나는 대력은 확실히 힘 하나는 괴력의 수준이었다. 으드드득, 몇 개 안 되는 이를 마우스피스째 부서져라 갈면서 대력이 그대로 팔각 링의 코너로 돌진했다.

- 케이지 슬램! 케이지 슬램을 쓰려 하는 대력! 과연... 아!

실장석이 아니라 다람쥐 같은 동작으로 송림은 대력의 목을 조르던 팔을 풀고 달리는 대력의 등을 차고 뒤로 뛰었다. 공중제비 1바퀴. 대력의 몸은 관성으로 그대로 링 가장자리로 고꾸라졌다. 쿵! 송림은 숨도 고르지 않은 채 그대로 돌진했다. 사커킥이다! 대력은 본능적으로 복부를 방어하려 웅크렸다. 하지만 송림은 가드한 대력의 팔 위로 무자비하게 킥을 꽂아넣었다. 콱! 콰각! 격분한 대력이 송림의 디딤발에 다리를 뻗어 걸어넘기려 했고 송림은 반쯤 비틀하면서도 용케 자세를 잡아 후퇴했다. 레프리는 잠깐 스톱을 외치고 둘을 떼놓은 뒤 대력의 상태를 살폈고 눈 위에 출혈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형편없는데스. 오마에는 겨우 이 따위 CHAMPI-ON이 되려고 오네챠들을 죽인데스? 덩치만 큰 시궁쥐 같은데스.'

'그딴... 그딴 눈으로 와따시를 보지 마는데스! 똥마마! 열 갈래로 찢어 죽이는데스!'
경기 속행! 대력은 더 이상의 돌격으로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가드를 올리고 어깨에 둥글게 힘을 주었다.

- 대력이 가드를 올리네요. 챔피언 등극 이후로 저런 모습은 처음 보는데요!

- 아... 좀 진지하게 해 볼 생각이 들었나 보네요. 하긴 저 정도까지 몰아붙인 상대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별 타격도 없는데 너무 사리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제 어미보다는 훨씬 젊고 강하지 않습니까! 승리의 열쇠는 대력의 장기인 저돌성에 있겠죠!

대력 빠돌이 해설자의 편파적이다 못해 악의적인 발언보다 훨씬 건설적인 조언은 양쪽의 세컨드가 외치고 있었다.

- 대력! 라운드 끝까지 수그려! 늙은이 오래 못 버틴다!

- 송림! 계속 괴롭혀! 폭발할 때까지!

그럴 생각이었다. 갑자기 달려드는 송림을 대력은 침착하게 바라보았다. '똥마마는 와타시가 개돼지처럼 달려들 줄만 안다고 생각한데스? 반격만 하면 된다고? 오만함의 대가를 치르는데스!' 대력은 숨겨진 특기이지만 링 위에서는 쓸 상대가 없었던 기술, 카운터 오함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갑자기 적의 등 쪽으로 뒤로 돌면서 날리는 백스핀 블로우, 거대한 몸뚱이에도 불구하고 대력의 순간 회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말려들면 그대로 뒤통수 함몰이다. 송림의 몸이 니킥을 위해 뜨는 순간 대력은 바로 돌았다.

있었다

모든 것이 공중에 떠 있었다
침방울도 땀방울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지린 약간의 운치도
링 위에 내리쬐는 조명도 귀를 찢는 함성도 둘의 희미한 의식도

엄마도
딸도

'와타시의 자인데스.'

'더러운 똥마마! 쳐죽이는데스!'

니킥은 페인트 모션이었고 그대로 공중에서 내려찍는 라이트 훅을 준비하면서 송림은 대력을 내려다본다. 반쯤 돌고 있다. 다리는 이미 회전의 궤도 안이다.

'눈을 친데스? 더러운 똥마마! 찢어죽이는데스!'

'저 눈가의 상처는 와타시가 낸 것인데스.'

서로의 얼굴에 난 흉터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다. 그 끔찍한 밤, 마지막으로 5녀를 목졸라 죽이다가 송림에게 발각된 장녀는 기를 쓰고 떼어내려던 송림의 손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5녀의 목을 조른 수건에서 떨어져나오지 않았다. 5녀는 목이 졸려 죽은 게 아니라 숫제 잘려 죽었다. 송림은 장녀를 5녀에게서 떼어내기 위해 그 머리통을 쥐어뜯다시피 했고 그래서 장녀의 양 눈 옆에는 실장석의 회복력으로도 지워지지 않을 찢어진 흉터가 남게 되었다. 죽는 쪽도 죽이는 쪽도 말리는 쪽도 적록색 눈물을 철철 흘리고 있어 사방은 피와 눈물과 운치로 온통 범벅이 되었었다.

지금의 링 바닥처럼.

'용서하는데스.'

송림의 몸이 스윙에 휩쓸려 통째로 날아갔다. 처박힌 곳은 링 반대편 폴이었다.


* * *


- 대력의 반격기! 크게 휘둘러서 달려드는 송림을 날려버렸습니다! 타격이 크겠는데요!

- 역시 대력! 무식하게 휘두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 주네요!

사회자도 해설자도 흥분해서 소리를 마구 지른다. 화면을 못 봐도 모여든 들실장들이 발을 동동 구르기에는 충분한 상황이다.

- 송림이 지는데스? 안되는데스! 똥분충 대력을 쳐죽이는데스!

- 야, 이 자식들아! 시끄러! 조용히 안 보냐!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진성 애호파로 오해받는 상황도 이미 잊어버릴 만큼 경기에 몰입한 남자였기에 데스데스 거리는 주위 실장들을 조용하게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가뜩이나 목청도 큰 실장석 수십 마리가 짖어대면 그 소리는 경기장 함성에 필적한다.

- 근데 니들, 왜 그리 송림을 좋아하냐? 송림이 이긴다고 너희들 뭐 좋아지는 거 없잖아?

- 희망인데스!

- 뭐?

경기에 흥분해 얼굴이 벌겋게 된 실장 하나가 달뜬 목소리로 외쳤다.

- 송림은 와타시타치의 희망인데스! 와타시 같은 들실장들도, 매일 맞아죽고 얼어죽고 잡아먹히고 굶어죽는 실생 말고도 다른 식으로 살 수 있다는!

- ... 쓸데없이 감동적인 소리는 경기 끝나고 하고 마저 보자! 어우, 저거 계속 처맞네!

- 송림이 계속 처맞는데스?!

송림은 가드를 올리고 모로 누운 채 계속 처맞고 있었다. 트레이너의 안타까운 외침은 1라운드 종료 공이 울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 야, 너 왜 그랬어? 아웃복싱 몰라? 그럴 거면 왜 경기하냐?

- ... 닝겐상.

- 왜 임마!

- 다음 라운드에... 하겠는데스.

남자는 얼어붙었다.

- 야, 이 미친 새끼야!

- 와타시의 자가 와타시의 고통을 깨닫게 하는 방법은 그것뿐인데스. 말리셔도 할 수 없...

- 네 몸뚱이고 네 목숨이다! 네 맘대로 해! 으이구, 이런 미친 년을 데리고 내가...!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목 울대를 떨며 남자는 홱 돌아섰다. 이 새끼나 저 새끼나, 미친 새끼들뿐이야, 정말! 남자는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프로모터로부터 은밀하게 온 제안을 떠올렸다. 욕지기가 치미는 제안이었다.

- ... 네?

- 그러니까, 둘 다 죽는 걸로 가자고.

- 그게 무슨 개소립니까? 송림이야 그렇다 치고, 대력은 당신 상품이잖아요? 왜 상품을...

프로모터는 더러운 것이라도 우물거리던 것처럼 침을 퉤 뱉았다.

- 분충 새끼 시장가치가 계속 떨어져. 화려하고 자신감 넘치는 건 좋은데, 저 놈한테 건실한 애들이 자꾸 나가떨어지면 관객들이 싫어하거든. 그래서 웬만하면 송림이가 이겼으면 하는데, 송림이 솔직히 이번 경기 뜨고도 위석이 멀쩡할 거 같아? 내가 보기엔 아니던데.

스파링 때 최대한 팔팔한 모습만 보여 줬다고 생각했지만 운치 냄새와 함께 늙은 프로모터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나 보다. 남자는 욕지기가 났다. 송림을 데리고 체육관을 도망치듯 떠나던 그 날처럼. 프로모터는 남자의 속을 들여다보듯 말했다.

- 이렇게 하지. 자네는 송림이를 극한까지 몰아붙여. 그리고 나는 대력이한테 위석 약화제를 약간 쓸 거야. 송림이 지금 상태 같아서는 대력이가 죽을 때까지 무리할 거고, 그럼 대력이가 죽을 때쯤에는 송림이도 무사하지 못하겠지.

씹어뱉듯 남자가 고함을 쳤다.

- 저절로 죽게 두지 왜 링에서!

프로모터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외쳤다.

- 그래야! 전설이 되잖나!

그래야 전설이 된다... 그래야... 링 위로 걸어올라가는 송림의 등을 바라보며 남자는 중얼거렸다.

- 네가 하려는 짓을 해 버리면 전설은 확실히 되겠구나. 나도 모르겠다, 똥벌레들아...


* * *


- 똥마마! 쳐죽이는데스!

에너지 드링크는 인간보다 실장석에게 수십 배의 효과가 있다. 실장은 에너지 드링크로 가뜩이나 높은 회복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매 라운드보다 사육실장용 병 한 개 이상은 주지 못 하게 되어 있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마우스피스를 문 채 분노의 함성을 내지르는 대력은 충만한 힘으로 달려들었다. 딸의 공격을 회피하는 어미를 보며 대력의 세컨드는 확신했다. '확실히 늙었어!' 회피하며 꽂는 잽도 디딤발이 휘청대는 탓에 위력이 없다. 역시 '그 앞에서 30초 이상 버티지 못하는' 오함마 펀치를 1라운드 마지막에 15초 이상 연속으로 맞은 4년생 실장석이 온전할 리는 없는 것이다. 대력은 생각했다.

'눈 위를 친데스? 그대로 당해보는데스!'

갑자기 가드를 내리고 두 팔을 벌리고 자세를 낮추는 대력. 태클이다. 대력이 본 게임에서 그래플링을 먼저 시도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사회자와 관중과 시청자들은 이 새로운 모습에 핏빛으로 기대감을 키운다. 대력의 몸뚱이가 송림을 그대로 덮어 버릴 기세로 덮쳐든다. 태클 방어 자세를 취한 송림이 그 자세 채로 뒤로 주우우욱 밀리다가 결국 벌렁 넘어졌다.

- 터졌습니다!

사회자의 환성. 어미를 깔고 앉은 딸이 또다시 무자비한 주먹질을 시도한다. 왼쪽 눈 위, 자기가 당한 그대로 미친 듯이 날린다. 주먹이 워낙 커서 상처가 곧 뭉개질 지경이다.

- 괜히 약을 올려서 송림이 더 처참하게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 처음 시작할 땐 정의의 사도 송림이 악당 대력을 응징하는 구도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반대로 흘러가는 상황! 역시 실장격투는 흥미롭습니다! 과연 이대로 대력은 어미를 이기고 CHAMPI-ON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푹!

- 와따시가!

퍽!

- CHAM!

빡!

- PI!

쩍!

- ON인데스!

콱!

- 똥마마가!

우직!

- 아닌데스!

마우스피스도 날려 버린 채 괴성을 지르며 송림의 왼쪽 눈, 아니 왼쪽 얼굴 전체를 맹타하는 대력, 그런데 송림은 쉽게 태클을 걸릴 때와는 달리 수월하게 대력의 몸 밑을 빠져나갔다. 일부 팬들은 '아니 저렇게 나올 수 있는데 왜 저렇게 맞고 있었던 거야?' 싶을 지경이었다. 남자는 마음이 철렁했다. '저 미친 새끼가...!' 레프리는 아무리 봐도 곧 송림의 왼쪽 눈이 피로 물들 것 같아 스톱을 외치려 했다. 그런데 링 가운데 선 송림이 이상한 짓을 했다. 왼쪽 손이 자기 얼굴 쪽으로...

푹!

- 꺄아아악!

유독 신경이 가는 시청자.

- 으아아악!

그 옆에서 같이 보던 시청자.

- 저, 저게 뭔가요! 송림이 자기 왼쪽 눈을!

다들 아는 사실을 설명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회자.

- 데엣?

- 끄악?

공원에서 DMB로 경기를 보던 수십 마리의 들실장들과 한 명의 인간.

- 저 미친 새끼가 기어이!

산을 내려오기 전 송림이 혼잣말로 '와타시가 녹안을 없애버리면 어떨까, 약점이 없어질 텐데'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죽을 만큼 패 주었던 남자.

- 아니, 저렇게까지 하라고 한 적은 없는데!

경악과 별개로 쇼의 자극성이 시청률을 극상의 경지로 이끈다는 사실에 행복회로를 돌리는 프로모터.

- 눈알을 빼냈습니다!

직업정신이 다시 한 번 투철한 사회자.

- ......!

누구보다 가까이서 그 광경을 목도하고는 충격으로 멍하게 선 대력.

- 송림이 미친 걸까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강한 자식 앞에서 이성의 끈을 놓은 걸까요? 일단 레프리 스톱 선언됩니다!

수의사가 송림의 눈을 살펴보았다. 이미 안구째 뽑혀나간 왼눈이 재생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 야 이 미친 똥벌레야. 뭔 짓이야?

- 의사 닝겐상, 와타시... 임신은 안 되겠는데스?

- 당연하지 똥벌레 새끼야! 격투하랬지 누가 호러쇼 하랬냐?

- 그럼 된데스.

어이가 없어 당황한 의사는 간단한 지혈과 소독만 해 주었다. 저그 같은 재생력을 가진 실장석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경기는 늘 그렇듯 속행되었다. 항복이 없었으니까.

- 한 쪽 눈을 스스로 뽑아버린 송림, 경기 재개됩니다! 스스로 회복불능의 핸디캡을 자처할 만큼 자신이 있는 걸까요? 과연 어머니의 광기가 딸의 괴력을 이길 수 있을까요? 모녀, 다시 맞붙습니다!

'미친 독라 똥마마, 미친 줄은 알았지만 완전히 돌아버린데스? 출혈에다 시야도 엉망인데스. 그대로 끝장내는데스!'

'끝장은 네년이 나는데스!'

1분 남짓 남은 2라운드, 둘의 위석은 끓어오르고 있지만 명백히 송림 쪽의 위석이 받는 부담이 크다. 자해행위는 그 부담을 격화시킨다. 솜으로 막은 왼쪽 안와에서 다시 피가 배어나온다. 대력은 자신의 주력기, 오함마 펀치를 난타하려 접근한다.

송림이 노린 것이 그것이었다. 송림은 벼락같이 대력의 정면으로 점프해, 믿을 수 없게도 휘두른 대력의 왼팔을 짓밟고 30센티 이상 뛰어올라 그 어깨에 무등을 타고 앉았다. 양 다리로 목을 조르며, 송림은 두 손을 있는 힘껏 곧추세워 대력의 왼쪽 눈두덩을 미친 듯이 때려댔다.

-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대력이 도살장의 돼지처럼 비명질렀다. 더 이상 격투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스스로 눈을 빼 버린 어미가 딸의 눈두덩을마구 때려넣는 모습은 상황 자체로 괴기스러웠고 목이 한껏 졸리느라 반쯤 눈이 튀어나온 대력은 무자비한 수도에 왼쪽 눈두덩이 터져나가는 것을 무방비하게 허용해야 했다. 레프리가 또 스톱을 외치려는 순간, 뒤에서 슬그머니 그의 어깨를 붙잡는 손. 귓속말. 도로 내려가는 레프리의 손. 법적으로 실장석 학대는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하지만 실장석 자신들이 자기 의사로 적절한 보상을 받으면서 경기장 위에서 서로에게 저지르는 폭력은 합법이다. 자기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투견보다도 명백하게. 백주에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합법적 학대. 끔찍한. 잔인한. 차가운. 뜨거운. 극악무도한. 패륜. 패륜.

어미가 딸을 타고앉아 눈두덩을 터뜨려 그 다리 사이로 손녀를 뿌직뿌직 낳게 하는.

- 레프리 스톱!

적절한 그림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레프리 스톱이 외쳐진다. 송림의 사이드에서 남자가 목청껏 외쳤다.

- 이 미친 년아!


* * *


링 바닥에서 피와 운치, 구더기들이 조속히 치워지고 경기 속행 여부를 놓고 레프리와 운영진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방송심의위원회나 동물보호단체가 또 지랄을 하지는 않을지, 쇼가 너무 자극적이 되면 미래가 어둡다드니, 당장 시청률이 역대 최고인데 무슨 개나발같은 수작이냐든가, 뭐 그렇고 그런 닝겐상들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모녀는 링 반대편에서 서로의 외눈을 노려보고 있었다. 시뻘건, 불타는 외눈 두 개.

'똥마마! 죽이는데스! 반드시 찢어죽이는데스! 와타시의 자들이! 와타시의 자들이!'

'이제 좀 공평해졌는데스? 이제 와타시의 기분을 느끼는데스? 이게 네가 바라던 CHAMPI-ON의 대가인데스! 어미도 딸도 손녀도 모조리 잃어버리고 제 혼자 링에 살아남아 서 봤자 오마에는 절대 행복할 수 없는데스! 아니, 행복해서는 안되는데스! 오마에는 그럴 자격이 없는데스!'

- 와타시는... 저 분충을... 끝장을...

남자가 송림의 뺨을 때린다.

- 여기까지 하자, 여기까지! 이 미친 똥벌레 새끼야! 너도 병신 되고, 네 딸년도 병신 됐잖아! 그만하자고!

- 와타시는 저 분충을 끝장...

- 좆까! 난 이런 꼴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거 아니야! 집에 가자!

- 아니야! 계속 시켜!

뒤돌아보자 돈독으로 빵빵하게 부푼 듯한 프로모터가 환성을 지르고 있다.

- 파이팅 머니 20%, 아니 30% 더 쳐 줄테니까 계속하라고 해! 애도 원하는구만!

다음 순간, 프로모터는 전직 트레이너가 늙었을지언정 아직 몸놀림이 잽싸다는 것을 멱살을 잡히면서 깨달아야 했다.

- 이게... 무슨 짓... 켁!

- 이 인분충 새끼야! 학대가 하고 싶으면 빠루 들고 공원 가서 해! 내 새끼야. 내가 키웠어!

- 경기 속행됩니다!

- 뭐... 뭐?

돈독이 오른 것은 프로모터뿐이 아니었다. 운영진들도 어차피 퇴물인 송림과 효용이 다한 대력을 극한까지 활용하고 털어 버리겠다는 마음가짐은 동일했나 보다. 남자가 수건을 던질 기회를 놓친 채 3라운드가 시작되었다. 곧 프로모터의 건장한 부하 직원들에 의해 남자는 제압되고 선수 대기실 쪽으로 끌려갔다.

'닝겐상, 감사한데스. 하지만 와타시는 여기서 자를 죽여야 하는데스.'

'그만둬... 그만두라고!'

적수를 마주하는 격투실장과 끌려가는 트레이너는 돌아보지 않고도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

'기억하시는데스? 와타시는 희망이 되고 싶다고. 싸워서 이기는 것뿐이 아니라, CHAMPI-ON을 차지하고 앉은 똥벌레를 퇴치하는 것이 진짜 CHAMPI-ON의 의무인데스. 들실장 일족들이 분명 알아줄 것인데스. 와타시가 살아 있는 한, CHAMPI-ON을 고작 저런 똥벌레가 더럽히게 두진 않겠는데스...'

3라운드 공이 울린다.

- 송림상! 송림상! 똥분충을 쳐죽이는데스!

- 레후? 송림상이 이기면 프니프니를 해주는레후?

- 지지 마라, 송림!

- 그래그래, 미친 똥벌레들아, 서로 싸우다 다 뒈져버려라!

- 경기 멈추지 않고 다들 뭐하는 거야? 다들 미쳤어!

각양각색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CHAMPI-ON 방어전이라기엔 형편없는 졸전이 펼쳐진다. 둘 다 외눈이라 둘 다 헛친다. 둘 다 왼쪽 눈에서 피를 질질 흘린다. 늙은 송림은 위석의 부담으로, 금방 강제출산을 당한 대력은 뽑혀나간 체력으로 휘청거린다. 송림은 날쌔지 않고 대력은 둔중하다. 어쩌다 맞는 펀치도 정타가 아니다. 개싸움이다. 흐느적거린다. 비척거린다. 피투성이다.

슬프고,
더럽고,
시끄러웠다.

대력이 자기가 흘린 피를 밟고 넘어진다. 그 위를 타성에 젖어 깔고 앉아 난타를 먹이는 송림.

파킨.

장녀의 얼굴을 향해 쳐올려진 주먹이 힘없이 늘어졌다.

- 다운! 다운입니다!

와아아아.

귀가 따갑다가, 조용해졌다.


* * *


- 그래서 결국 송림상은 링 위에서 장렬하게 쓰러진데스. 하지만 똥벌레 대력도 그 날은 이겼지만 며칠 끙끙대며 누워 있다가 죽어버린데스. 강제출산 한 번에 좀 맞았다고 죽어버리다니 덩치만 컸지 허약한 분충인데스.

- 에이, 송림상 죽어버린테치... 바보인테치! 자기 눈을 왜 빼는테치?

- 그 마음을 누가 알겠는데스. 하지만 마마는 조금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스. 그러니 자들은 똥벌레 대력처럼 오네챠들을 미워하지 말고 서로서로 친하게 지내는데스!

- 알겠는테치! 오네챠들끼리 싸우면 분충인테치!

- 와타치도 외눈의 송림처럼 강해지고 싶은테치!

재잘거리며 지나가는 사육실장 모녀들의 대화에는 길가의 풀벌레 소리만큼이나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남자는 송림의 묘로 향하고 있었다. 묘래봐야 별 것 없다. 그냥 사육실장 용 납골당이다. 남자는 말기 암 환자가 운신하기에는 차고 넘칠 만한 파이트 머니를 받아 송림의 납골당에 많은 금액을 썼다. 달리 쓸 곳이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 똥벌레 새끼들이란.

왼눈을 제외하면 유효타도 별로 맞지 않은 대력이 왜 며칠 뒤 죽었는지 진짜 이유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리고 훌륭한 보수의 대부분은 입막음 조였기에 극소수는 얌전히 침묵의 서원을 지키고 있었다.

- 사람도 못 믿을 세상에 똥벌레를 믿다니 내가 미쳤지.

제 스스로 눈을 빼 버리는 순간의 송림은 만화화, 애니화, 짤방화, 웹소설화, 기타 팬시 상품화되어 <외눈의 실장석>이라는 사회 풍조를 일으키기에 이른다. 한 쪽 눈을 없애 버리면 임신을 못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 재발견되며 적지 않은 수의 사육실장들이 의안 교체 시술을 받게 되는 사소한 부작용도 있었지만, 사람보다 멋진 최후라며 송림의 모습에서 로망을 찾는 멍청이들이 세상엔 제법 많았다.

납골당에 빈 손으로 가긴 뭐해서, 남자는 길거리에서 군고구마 한 봉지를 사서 들고 가고 있었다. 그러다 저쪽 공원에서, 이제는 흔한 모습이 된 '권투 연습하는 들실장'을 발견하고 잠깐 멈칫하다 그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들실장은 남자가 다가오는 것도 모른 채 주먹질에 열중한다. 어디서 본 건 있는지 제법 스텝이 잡혀 있다.

- 어깨 힘 빼라.

- 데뎃?! 닝겐상! 죄송한데스!

건방지게 실장석이 권투 연습한다고 어지간히도 박해를 당했는지 인간을 보자마자 도게자부터 하는 실장석을 보고 남자는 어느 건방진 똥벌레를 떠올렸다. 그 앞에 남자는 고구마 한 덩이를 던졌다.

- 고구마나 처먹어라, 망할 똥벌레야.

- 데...?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가 자신에겐 눈길도 안 주고 지나친다는 것을 깨달은 들실장은 주먹질을 그만두고 고구마에 달려들었다. 그가 바로 자신의 우상을 훈련시킨 사람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채.

늦봄이 한창이었다.



=================================






우지챠 초밥

 

이곳은 실장 스시 전문점 사육 실장과 주인이 나란히 자리에 앉아있다.
스시의 조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기다리는것도 스시집의 매력!
요리사는 꼬물꼬물 활발하게 움직이는 우지챠 하나를 집어 도마위에 올렸다.

-자 우지챠~ 지금부터 스시를 만들꺼야 너도 기대되지?

-레뺘아아앗!! 정말인 레후? 우지챠도~ 빨리 스시 먹어보고 싶은 레후~~~~ 렛레레~

우지챠는 자신이 스시가 될것이라는걸 꿈에도 모른체 스시를 생각하며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
남자는 손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식초에 담근 손으로 밥알을 뭉치고 우지챠를 올려 김을 싼뒤 마무리로 기름칠을 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 으음 그래그래 옳지~ 다됬군

-레? 벌써 다된 레후? 근데 스시는 어딨는 레후?







-주문하신 우지챠 초밥 나왔습니다!

-주인님 와타시에게 귀한 스시를 먹게해주셔서 정말 감사한데스... 잘먹는데스~ 뎃데로게~

-레..? 오네챠는 누구인 레후? 우지챠랑 놀아주는 레후?

분홍색의 세레브 실장복을 입은 사육실장이 입을 열었다.
조금의 지체도 없이 우지챠를 집어 입속으로 밀어넣는다.


(우드득)

-레뺘아아아아아아아아앗!!! 레뺘아아앗!! 우지챠는 먹는게 아닌 레뺘아아앗!!

-스시가 말을 하는 데스 건방진 데스

(으적 으적 꾸드득)

-레뺫 레뺘아아앗! 레훼에엥 아픈 레후 몸이 동강나서 엉망진창이 되버린 레훼에엥..파킨!

(우물우물 꿀꺽)

-데에에 아마아마한 맛이었던 데스~ 주인님! 또 먹고 싶은 맛인 데스!

-그래 알았어 여기 우지챠 초밥 하나 더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자 우지챠~ 초밥 좋아하니?

-레뺫! 꼭 먹어보고 싶은 레후! 만들어주는 레후~?

-물론이지 아마아마한 초밥으로 만들어줄게~







메로리 - (1) 메로리가 있는 세계

 

로젠 사와 메이든 사를 인수합병하고 급속도로 성장한 CP 테크놀러지.
실장 3D 프린터, 위석 2.0, 일제 구제 음파병기 등을 개발하며 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회사의 상승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고위층 애호파들의 시장 규제.
산업 스파이들의 기술 유출.
가격으로 압도하는 중국 신생 회사들.
악재가 계속되었다.

...그렇게 CP 테크놀러지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면에 충돌하기 직전의 회사를 구해낸 것은, 획기적인 개념의 신상품.

메로리.

201X년 등장한 이 상품은 회사의 운명, 넓게는 실장석 업계를 바꿔 놓았다.
아니... 실장석들이란 존재 자체의 운명을 영원히 뒤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겉보기에 이 제품은 다른 콘페이토 계열 제품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이 맛보더라도 ‘뭐야, 그냥 싸구려 콘페이토잖아’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메로리의 진가는 실장석의 입 안에 들어가는 순간 발휘된다.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행복회로에서 추출된 성분을 발효/건조시켜 만들어낸 화학 성분이 실장석의 뇌에 침투,
행복하다는 생각만을 하게 만든다.
이 ‘행복해’ 상태는 투약량에 따라 담배를 피는 시간만큼 짧을수도 있고,
하루 종일 계속될 수도 있다.
행복 환각의 강도 역시 제품을 따라 조종할 수 있다.
즉효성을 사용하면 한번에 자위 중 절정과 동급의 쾌감을 느끼게 된다.
지속성을 사용할 경우엔 적당한 행복감을 느끼며 무념무상 상태가 된다.

그렇다.
메로리란 것은, 인간으로 치면 마약에 불과하다.
당연히 애호파들은 이런 물건에 반대하겠지?
-그럴 리가 있나. 당신은 애호파들을 너무 좋게 보고 있다.
태생부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기생충에 불과한 실장석.
그 유일한 방어기재인 ‘아첨’에 걸려든 게 애호파다.
어떻게든 실장석에게만 이득인 일방적 관계였지만... 
메로리의 등장은 판을 바꾸었다.
애호파는 자신이 원하는 실장석의 모습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실장석의 몸과 마음의 자유를 대가로.
여기 이 가정을 보자.

평범한 애호파 독신남이 사는 집.

“데에.....”
“테..... 테치? 테츄우.....”

사육용 수조 안엔 성체 실장과 자실장 두 마리가 들어 있다.
조용하다.
실장석답지 않게.

보통 일가는 테치테치 데스데스 시끄럽다. 대낮인 지금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행복이니 산책이니 사육실장의 일이니 하고 떠들어야 한다.
하지만 왜 이들은 침묵하는가...

“데.....스?”
“테휴.....”

실장석들은 현관문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동공이 풀리고, 빛이 바랜, 영원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눈으로.
그 어떤 의미 있는 움직임이나 감정 표현도 없이.
마치 인형처럼.

철컥.

“아~ 끝났다. 끔찍한 금요일이 끝났어!”

사육주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실장석들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데스우, 데스데스! 데뎃데 데스데스!”
“테치, 테치테치! 테츄아! 테에에에엥!”
“테에엥, 테치테치! 테-에-치!”

주인은 수조 쪽을 살펴본 뒤 말한다.

“아~ 그래, 그래. 조금만 기다려.”

-주인은 노 링갈 애호파이기에 알지 못했다. 
초짜 브리더라도 읽을 수 있는, 실장석들의 분위기를.
수조를 퉁탕퉁탕 때리는 손, 
협박이나 애교가 따르지 않는 순수한 요구,
질투나 분노의 상황에서만 볼 수 있는 눈가의 떨림.
...그 실장석들은 뭔가를 애원하고 있었다.
절박하게.

“주인니이이임!!! 부탁드리는 데스우!!!
아마아마를, 아마아마를 주시는 데샤아아!!!”
“테에에엥! 주인님 이제 와타치들을 버리지 마는 테치!
좋은 아이가 될게요 테치!”
“테히잉! 아마아마 쭈세요, 아마아마!”

주인은 뭔가가 담긴 밥그릇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래, 그래, 밥 줄게. 가만히 있어.”

밥그릇을 수조 안에 내려놓자마자, 실장 일가는 그릇에 달려든다.

“데샤아아아아!”
“”테챠아아아!! 테쥬아아!!””

데챱데챱테챱테챱쩝쩝우걱우걱.
먹어치우는 꼴이, 며칠 굶긴 꼴이다.
-하지만 실장 일가는 늘 제대로 밥을 먹었다.
그렇다면 그릇 안의 음식이 맛있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었다. 그릇 안에 든 것은 평범한 실장 푸드.
아니, 싸구려중에 싸구려인 중국산 실장 푸드였다.
죽은 들실장의 시체에 운치, 톱밥까지 섞어 만든다는 쓰레기였다.
어째서 실장 일가는 이 싸구려 푸드에 이렇게나 환장하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했다.
싸구려 푸드 사이에 사육주가 갈아넣은 저강도 메로리.
사육주에 의해 메로리 의존증에 걸린 실장 일가,
그들은 ‘메로리’를 어떤 형태로건 먹어야만 만족하는 중독자가 된 것이다.

사육주에게 메로리를 활용한 사육은 큰 이득이었다.
비싼 푸드를 사다 줄 필요도 없다.
콘페이토 같은 간식을 준비할 필요 역시 없다.
새로운 가구나 장난감? 그런게 필요할 리가. 당사자인 실장석들이 바라지도 않는다.
한번 메로리에 맛들인 실장석에겐 의식주 외에 다른 것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
지속성에 오래 노출된 실장석은 다른 걸 잊고 오직 메로리만을 찾는 것이다.
메로리만 규칙적으로 주면 된다. 주지 않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니까.

돈을 아끼는 건 확실한 이득이다.
그러나 제일 큰 이득은... 따로 있었다.

“뎃데로데~ 데스우세~ 와타시 행복해서 절로 춤이 나오는 데스~”
“텟케로체체, 테로체체, 테츄아차와.”
“테프프, 이 공은 때리면 재밌는 테치? 테챠아!! 맞아서 아파한테치! 미안한테치!
와타치가 고무우지챠의 오네챠가 되는 테치? 테엥? 테에엥!”

메로리에 취한 실장석들은 환각 상태에 빠졌다.
괴상한 춤을 추고, 해괴한 노래를 부르고, 고무공 따위와 말을 하며 놀고 있다.

“하하, 기분 좋은가 보구나. 귀여운 녀석들.”

주인이 먹인 메로리는 애호파용 메로리 중에서도 제일 싼 것.
실장석들은 앞으로 12시간쯤은 환각에 빠져 헤롱대면서 주인을 즐겁게 할 것이다.
그 다음의 12시간 동안은 공허한 눈으로 현관이나 주인만을 쳐다볼 것이다.
훈육도 솎아내기도 필요 없다. 자를 가진다고 친이 난리죽일 일도 없다.
메로리를 끊는다는 한 마디면, 임신한 친도 스스로 낙태할 것이다.

“메로리라는 건 정말 편하단 말야...”

약에 취한 인면충들이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헤롱대는 모습.
사육주는 그 ‘귀여운 일가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자유로운 실장석들이 진심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진심으로 주인에게 귀여움을 부리는 쪽이 낫지 않냐고?
그딴 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애초에 실장석의 친화력과 외모는, 생존용 위장에 불과하다.
[ 인간 ] 이라는 기생 대상에게 달라붙기 위한 [ 껍데기 ] 에 불과하다.
인간은 적응하는 생물답게 [ 껍데기 ] 만 취하고, 
[ 내용물 ] 은 찢어발기는 방법을 찾아내고야 만 것이다.

그렇다. 남자의 실장석 일가는 정신적으론 죽어 있는 상태였다.
무엇이 행복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거지반 잊어버린 상태.
남자가 메로리를 조건으로 걸어놓은 규칙들을 빼면, 
머리에 남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메로리에 대한 욕망.

고급 메로리를 썼다면 상황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부유한 애호파가 쓰는 고급 메로리는, 효과가 짧고 굵다.
실장석은 환각에 빠지지 않는 대신, 가벼운 의존증에 걸린다. 
제정신 상태에서 메로리의 욕망을 항상 지고 가게 된다.
메로리를 조건으로 건 훈육은 폭력 훈육보다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오지에 떨어진 흡연자를 담배를 이용해 설득하는 것과 같다.
‘난 실장석들을 통제하고 싶지만, 실장 쨩들이 헤롱대는 꼴은 볼 수 없다’는
근거없는 도덕적 우월감이 넘치는 애호파들의 조건을 만족한다.
결국 실장석이 약 때문에 주인에게 매달리게 되는 데선 다를게 하나도 없지만.

...하지만 애호파들도 어쩔 수 없다.
키워주다 보면 어떻게든 분충화해버리는 것이 똥벌레이다.
[ 개념 ] 개체도 상황에 따라선 멍청한 판단을 하거나 치명적 실수를 한다.
주인의 기대를 배신하고 만다.
마약을 통한 훈육... 그러나 방치나 학대보단 자비롭다... 고. 애호파들은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마약을 통해 이루어진 사육실장 완전 통제의 세계.
거짓 행복, 거짓 충성, 거짓 자비.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가?
해충인 실장석을 끝끝내 키우겠다고 집착하는 애호파가 잘못한 것인가?
아니면 이렇게까지 비틀어 놓아야만 인간과 어울릴 수 있는 실장석이 잘못된 것인가?
답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답을 찾는 사람도 없었다.
누군가는 행복을 느끼고, 누군가는 돈을 벌기에, 수많은 세상의 뒤틀린 톱니바퀴들처럼,
메로리가 있는 실장석 세계는 굴러가는 것이다.







개념실장은 없다

 

개념실장. 분충. 같은 실장석에서 나왔지만 완벽하게 다른 개체이다.

개념실장은 인간의 압도적인 강함을 알고 명령에 완벽하게 복종한다. 자들을 끔찍하게 챙기지만 필요하면 때로는 솎아내기도 한다.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식량을 모아놓는다. 개체의 수명과 자의 생존률 모두 분충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분충은 어떠한가?

'생각이 없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는게 분충이다. 인간은 노예, 마마도 노예, 자신은 세레브하고 귀여우며 세상의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 행복회로는 열이 나도록 상시가동중. 구더기때부터 솎아내지는 개체가 있는 만큼, 생존률은 매우 낮다. 자를 비상식으로 싸지르고 먹어치우는 일이 흔해빠졌기에 자를 키워 독립시키는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

태생 개념실장의 탄생률은 5% 내외. 태생 분충은 들실장의 경우 50% 내외, 사육 실장의 경우 30% 내외. 태어났을 때 밝혀지지 않은 실장석도 어떤 '계기'가 발현하면 분충 혹은 개념실장으로 여생을 보내게 된다. 이 성향이 다시 바뀌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렇다면 개념실장과 분충은 사실상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져 있는 셈. 무엇이 이것을 결정하는가?

유전적 우열일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개념 실장의 자들 중에서 개념 실장을 고르는 실험에선, 30 세대에 걸쳐 개념 친실장만 골랐음에도 불구, 반드시 자들 중에선 분충이 태어났다. 그 어떤 방식의 교배로도 분충의 탄생을 완전히 억누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표현을 써야 한다는게 꺼림칙하지만) 사회적 영향일까? 역시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태교와 교육, 조교를 해도 끝내 뒤에 가서 "테프프..."하고 친실장과 인간을 비웃는 분충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일까? 확실히 사육 실장들 가운데선 분충이 태어날 확률이 적다. 연구팀은 먼저 애호파 공원인 A 공원과 구제 대상인 B 공원을 비교했다. 의외로 분충 비율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개념 실장 쪽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구제반이 철수한 직후 B 공원에서 태어난 자들 중엔 개념 실장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이다. 부모 세대에는 분충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도 그러했다. 극단적인 경우, 미친 독라 동족식 분충에게서 개념실장이 태어나는 경우도 관찰되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분석 끝에 연구진은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분충과 개념 실장의 비율은 실장석들의 "숫자"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개체수가 많은 공원일 수록 분충의 비율이 높다. 개체의 숫자가 적을 수록 개념실장의 비율이 높다.

모두가 알다시피 실장석은 불합리할 정도로 번식력이 높은 생명체이다. 학대파가 많을 수록 구제 횟수가 줄어들고, 애호파가 많을 수록 구제가 잦아진다는 토시아키-니지우라 가설을 생각해 보자. 그걸 직접 생각할 만큼 똑똑하진 못하지만, 실장석에 잠재된 유전자는 끝없이 늘어나거나 몰살당한 개체수를 교묘하게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개념 실장은 군체의 개체 수를 불리는 역할을 맡는다. 반대로 분충은 솎아내기나 학대파, 구제를 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데스데스거리는 자기들은 모르겠지만, 이미 그것들은 날때부터 "자 생산 담당"이나 "대규모 솎아내기 담당"으로 딱지가 붙어 있는 것이다. 개성의 발현 따위가 아니다.

자, 이제 자를 가지겠다고 떼쓰는 당신의 실장석을 보라. 아직도 본성이 착한 실장쨩으로 보이는가? 요즘들어서 막 구제가 끝난 공원 쪽을 기웃거리고 있지 않는가?

당신이 뭐라고 하건 녀석은 자를 낳을 것이다. 가출해 그 공원으로 갈 것이다. 자를 싸지르고 수를 불리기 좋은 곳이 있다고, 그 실장석의 유전자가 속삭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유전자적 레벨의 충동 앞에 당신은 더 이상 주인님이 아니다. 기한 만료된 버려진 도구이다.

개념 실장석은 없다. 살아남기 위해 그런 형태를 취한 개체가 있을 뿐. 한시도 눈을 떼지 마라.

아, 그리고 분충을 탁아당했다면 골판지까지 찾아가서 몽땅 죽여버리자. 그게 녀석이 태어난 이유이고 자연의 도리니까.





CP 테크놀러지 - 실장 3D 프린터 편

 

한때 실장석 학대/애호용품의 시장을 주도했던 [ 로젠 ] 과 [ 메이든 ] 사.

...그러나 두 회사는 파산하고 말았다.

2010년대는 실장석 붐이 불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기 때문이다.

[ 실장석? 안 키워요. 키운 사람 얘기들 들어보면 다들 영 아니라고 하더라고. ]

[ 햣-하... 죽어라, 는 무슨... 이놈의 빠루도 똥벌레도 지겹다... ]
[ 실장석 얘기는 꺼내지도 마. 그 엉터리 생명체 관한 논문은 나올 거 다 나왔으니까. 
어떻게 된 놈의 생물이 연구가치가 초파리만도 못하냐? ]

확실히 실장석에 대한 니즈는 존재했다. 애호건 학대건 관찰이건.

그러나 시장을 독점한 두 회사가 매너리즘에 빠져 상품 가격만 올려댄 끝에,

소비자들은 ‘똥벌레따위 이제 관심 없어’ 하고 돌아서버린 것이다.

확실히 똥벌레랑 엮일 시간에 폰게임이나 브라우저 게임 작업을 한 번 돌리는게 이득이다.

새로운 컨텐츠가 등장하면 해결될 문제지만, 이 바닥엔 변화도 발전도 없었던 것이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한국의 신성 회사, CP 테크놀러지 (참피 테크롤러지).

‘인류를 위한 실장석’이란 모토를 걸고 최신 과학기술로 실장석에 접근한 이들은,

실장석 재료의 건강상품을 판매하면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이들은, 

[ 로젠 ] 과 [ 메이든 ] 사가 비실대는 틈을 타 재빨리 인수합병해 버렸다.

CP 테크 사의 최신기술이 적용된 신상품들은 싸고 기발하고 확실했다.

실장석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들이 복귀하게 만들 정도의 혁신이었다.

웅성, 웅성...

이곳은 어느 호텔의 한 컨벤션 센터.

무대 위의 플랭카드에는 [ 신제품 공개시연 ] 이라고 적혀 있다. 회사 이름은 없다.

관객석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무도회용 가면을 쓰고 있다. 임시 명찰도 익명이다.

실장계에 있다는 걸 들키기 싫은 사람들, 특히 학대파를 위한 배려다.

가면은 벗어서도 벗겨서도 안 된다. 대화는 바로 옆의 사람하고만 가능.

CP 테크가 요구한 강제 사항이다. 위반시는 퇴장과 함께 고소의 폭풍이 몰아친다.

하지만 CP테크의 서버에는 이들이 애용하는 가명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앞줄에 앉은 황금 가면의 VIP들이 누구인지 알아보자.

실장석 연구계의 거장 Futaba Ph.D. (가명)

은퇴 후 복귀한 ‘학대파의 아버지’ 토시아키 선생. (가명)

‘실장쨩 진짜 천사’ 카페의 주인이자 극성 애오파인 니지우라 여사. (가명)

모두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다.

학대파는 이곳이 학대용품 전문사 (CP테크의 계열사)의 행사장이라고 알고 있다.

애호파는 이곳이 애호용품 전문사 (CP테크의 계열사)의 행사장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신상품이 한쪽의 기대에 어긋난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무대에 조명이 들어온다. 

실장석 일가족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수조, 그리고 그 안의... 이상한 기계 장치가 보인다. 

커피메이커와 무선랜 공유기를 합쳐놓은 것 같은 장치다.

뒤쪽의 투명한 원통형 용기 안엔, 녹색의 기분나쁜 점액질이 가득차 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그림자 속에서 CP 테크의 회장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박수로 맞이했다.

회장 역시도 익명에 얼굴을 숨기고 있다. 

관객석의 사람들은 평범한 행사 진행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러분... 실장석이 의도치 않게 사망할때의 슬픔은, 모두가 잘 아실 겁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실장계인 삼대 파벌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위석 적출을 통한 보호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재생력 고갈, 정신의 한계... 결국 죽은 실장석은 죽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애호파 몇이 눈물을 흘린다. 학대파 몇이 당황하는 가운데-

“-하지만! 전 그런 현실따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회장은 더욱 큰 목소리로 말한다.

“21세기입니다. 과학은 인류의 요구에 보답해야 합니다. 실장석이라는 존재가 위석에 얽매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을 위해, 저희 회사의 직원들은 밤낮으로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그 결과물입니다!!”

회장은 수조 안의 기계장치를 작동시켰다. 

웅웅대는 소리와 함께, 수조 안에 뭔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발부터 ‘완성’되어가는 성체 실장석이었다.

“여러분께 소개드립니다, 실장 3D 프린터!!!”

프린터는 윙윙대는 소리를 내며 허공에 실장석을 ‘구현’해 냈다.

눈매가 좋은 사람들은 기계 뒤쪽 용기의 녹색 물질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데? 데엣?”

마침내 실장석 프린팅이 끝났다. 나타난 것은, 방금 숍에서 나온 듯한 성체 실장석.

성체 실장은 자기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물론 어디에도 이상은 없다. 

“뭔가 잘못된 데스우...”

머리도 옷도 멀쩡, 먼지 한 톨 안 묻은 (실장석 기준으로) 완벽한 상태였다.

“이... 이럴 리가 없는 데스! 장난 그만두는 데스우!!”

실장석은 계속해서 자기 몸을 만져댔다. 자기 몸 곳곳을 확인했다.

“이, 이제야 기억나는 데스우! 와타시는 어제 학대파 인간에게 신제품이 어쩌구 하면서 끔찍하게 당한 데스우!! 이상한 물건으로 죽을 때까지 당하다가 틀림없이 죽은 데스우!!! 그런데, 그런데...”

성체는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째서 살아있는 데스우!!!”

링갈 탑재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실장석의 외침.

행사 참가자 모두가 박수를 친다. 학대파는 물론이고 애호파까지.

아, 물론 애호파쪽은 특수 준비된 링갈로 완전히 왜곡된 내용만 듣고 있다.

[ 학대파에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데스우, 와타시는 정말 행복한 실장석데스... 주인님 감사드리는 데스우!!! ]

“어떻습니까, 여러분?”

회장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 실장석 3D 프린터는, 저실장부터 성체까지의 실장석을 ‘인쇄’ 할 수 있습니다. 특수 칩이 탑재되어 있어, 위석만 남아 있다면 원격으로 기억과 인격을 전송할 수 있습니다. 불구가 된 실장도, 독라가 된 실장도 새로운 몸을 얻을 수 있는 겁니다!”

“또, 또 기억난 데스우! 와타시는 어제도 분명히 이렇게 몇번이나 죽었다가-”

“-위석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재미있는 것을 보여드리죠.”

회장은 스마트폰을 꺼내 만지작댔다. 갑자기 수조 안의 실장석이... ‘정지’ 했다.

“지금 이 아이의 위석을 부수겠습니다.”

애호파 한 명이 뛰어나가려 한다. 예상하고 있던 현장 보안요원에게 붙잡혀 끌려나간다.

회장은 나노 실장 활성제 (TM) 용기 안에 들어가 있는 위석을 꺼낸다.

“말씀드린 대로.”

파킨.

...그러나 실장석은 쓰러지지 않았다!

“위석, 참 웃기는 물건 아닙니까? 소중한 실장쨩의 생명이 담긴 정수인데, 저렇게 쉽게 깨져버린다니요. 과학은 이 문제 앞에서도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일까요?”

회장은 옷 안에서 지포 라이터만한 금속제 물건을 꺼낸다.

“틀렸습니다. 이것이... ‘위석’에 대한 과학의 답입니다.”

물건을 스마트폰에 꽂은 회장은, 뭔가를 만지작거렸다. 

정지 상태에 빠져 있던 실장석이 다시 깨어났다.

“데... 데스우?”

전번처럼 자기 몸을 만지작거린다. 회장은 그런 실장석에게 말을 걸었다.

“네 이름은 뭐지?”

“미도리데스.”

“넌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일을 겪었지?”

“골판지에서 자들과 놀다가 학대파가 나타나서...”

갑자기 실장석의 말문이 막혔다. 기억을 끄집어내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죄송한 데스. 기억이 나지 않는 데스.”

“자들은 어떻게 됐니?”

“좋은 데로 간 데스. 라고 기억하고 있는 데스우. 데에엥... 그럼 잘 된 데스.”

“그래, 잘 지내라.”

그 순간 수조 안의 링갈과 마이크가 꺼진다. 회장은 관객들 앞에 선다.

“제가 손에 든 이것이... 저 아이의 ‘진짜 위석’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석 2.0’ 이라고 부르고 싶군요. 이 안에는 방금 깨뜨린 위석의 모든 데이터가 백업되어 있습니다. 트라우마가 될 부분은 빼고요.”

애호파는 뒤늦게 안심한다. 기억을 삭제해도 되는지, 

저것이 같은 실장석이라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위석 2.0은 데이터 수정이 가능합니다. 교육이고 뭐고 다 필요 없습니다! 지시사항을 입력만 하세요!”

이쁘고 말 잘 들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는게 애호파다.

“이것으로!!! 더럽고 냄새나고 시끄러운 과정 없이!!! 폭력 없이!!! 쓸데없이 숍에 돈을 갖다박는 일 없이!!! 실장석을 필요한 대로 조정하고 뽑아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회장은 외쳤다.

“키울 수 없는데도 자를 낳고 싶답니까? 데이터를 고쳐버리십시오! 분충이 있습니까? 포맷하십시오! 다치거나 죽었습니까? 신체를 폐기하고 다시 인쇄하십시오! 이 장치로! 여러분의 실장석은!! 영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형태로!!!” 

모두가 성대하게 박수를 쳤다. 회장은 흥분해 숨을 몰아쉬었다.

행사는 그걸로 끝이 났다. 참가자들은 조용히 흩어져 원래 생활로 돌아갔다.

그리고... 값비싼 외제차 한 대가 근처 주차장에서 튀어나왔다.

창문은 모조리 코팅되어 있다.

그 차를 모는 것은 운전기사. 뒷좌석에 탄 자는... CP 테크의 회장.

“어유, 회장님 이걸로 돈 많이 버시겠네요!”

운전기사가 말한다. 아부가 아니다. 진심이 섞인 감탄이다.

그도 행사에 참가해 엄청난 것을 봤으니, 이런 반응이 나올 만 하다.

“흐흐,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는가... 난 이번 일에는 단순한 돈벌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네만.”

“오오, 그렇습니까?”

“자네... 사람이나 동물을 저렇게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기술이 발전한다면 뭐든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

“그건... 확실히 그렇네요. 줄기세포 얘기가 나왔을 때도 시끄러웠죠.”

“하지만 우리의 기술은 개발한다고 떠들고 다녀도 아무 반응이 없었지. 왜인지 아나?”

회장은 미소지었다.

“실장석 따위는 생명체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모두가 인정했기 때문이네.”

그 누구도 실장석에 대해 실존주의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 누구도 실장석을 제대로 된 생명체 취급하지 않는다.

학대파에겐 그저 패기 좋은 고기자루일 뿐이고, 애호파에겐 살아서 움직이는 인형일 뿐.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 본질을 놓친다. 실장석을 생명체 취급한다.

그러면서 실장석에 엮이는 사람들을 위험인물이나 정신병자 취급한다.

결국 특수효과가 끝내주는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과 다름없는데 말이다.

“그보다 회장님,”

“응? 뭐 궁금한 거라도 있나?”

“그 녹색 그건... 재료가 뭐죠?”

“알면서 묻나. 실장석이지. 실장 푸드와 성분은 같다네.”

“그럼 실장 푸드로 해도 되는 건가요?”

“시도는 자유네만 결과는 책임 못 진다네. 햣하하...”

대저택 부지 안에 들어선 차는, 큼직한 차고 안으로 사라졌다.

=====

[똥벌레 제조기] 에 대한 리뷰가 (1) 건 있습니다.

id : toshiaki

이거 끝내준닼ㅋㅋㅋㅋㅋㅋㅋ
완전사육실장 메리짱 프로파일 다운받아서 구더기한테 업로드했거든?
‘뭔가... 레후, 어두운... 레후, 이래서는 안... 되는 레후? 그보다 프니프니’
이 ㅈㄹ하고 자빠졌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엔 반대로 구더기 멘탈을 메리짱 보디에 넣어봐야지.
이 장치 개발한 사람, 당신은 천재야.

==

[실장쨩 메이커 드림 컴 트루] 에 대한 리뷰가 (1)건 있습니다.

id : niziura

우리 메리는 엄지때부터 키웠는데~~ 벌써 다 커서 자를 갖느니 어쩌구 그래요~~
그래서 위석 백업해두고 다시 엄지로 만들어 버렸어요~
엄지는 약하지만 다시 살려낼 수 있으니 진자 편하네요 이거~~♥

==

[CPT JPrint M-50ex] 모델에 대한 리뷰가 (1) 건 있습니다.

id : pro_jissou

펌웨어를 뜯어고쳐서 한도 이상으로 기억을 쑤셔박아 봤다.
지금 수준으로는 인격은 3개까지가 한계고, 기억은 한 1기가가 한계야.
그 이상은? 영화에서 나오는 것마냥 비명을 지르며 터져버리더라고...
백업하면 되겠지 했는데 세상에 인격 파일까지 깨졌어!
뇌 제작 설정을 건드리면 더 쑤셔넣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건 그냥 하드웨어도 아니고 3D 프린터라 내 능력으론 펌웨어 절대 못고쳐...
아, 그리고 장난삼아 나도 고약한 장난을 쳐 봤는데...
스크릴렉스 덥스텝을 머리에 앨범채로 넣어주니깐 말야,
“데데뎁 뎁붑 세레브드랍잇하드데스우” 이러던데...
학대파 놈들이 좋아하겠군...

===============




솎아내기

 

'장녀, 이리로 오는 데스.'

'텟? 무슨일인 테치 마마?'


먹이활동을 하고 돌아온 친실장이 장녀를 집에서 조용히 불러냈다. 그리고 숨겨둔 먹이창고를 들춰 식량을 보여줬다.


'분명 와타시는 아마아마한 음식을 아래부터 보관했던 데스. 장녀도 기억할 것인 데스.'

'하이 테치! 가장 아래에는 사탕, 콘페이토, 초코렛이 있는 테츄. 절대 손대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던 테츄.'


친실장이 음식을 뒤져 아래를 확인하지만 사탕이나 콘페이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장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친실장에게 말했다.


'마.. 마마.. 와타치는 절대 아닌 테치! 와.. 와타치는 잠자리도 마마 옆인 테치! 그리고 일어나면 자매들을 돌보느라 먹이창고 옆에 올 시간도 없는 테츄!'

'아는 데스. 장녀는 가장 현명하고 마마를 따르는 걸 알기에 알린 것인 데스. 이런일이 일어날까 두려워 먹이창고를 집밖에 만들었지만 결국 일어나 버린 데스. 영악한 분충이 있는 데스요.'


자들은 모두 5자매였다.

장녀와 차녀, 그리고 엄지인 삼녀. 비상식인 4녀 5녀는 구더기라 논외였다. 친실장은 다시 먹이창고를 풀과 흙으로 위장했다.


'당분간은 모두에게 비밀로 하는 데스. 장녀도 입단속을 꼭 해야 하는 데스. 알겠는 데스까?'

'하.. 하잇 테츄!'


친실장은 곰곰히 생각했다. 증거도 없이 윽박질렀다간 도리어 분충이 자들을 선동해 일가실각이 일어날 수 있다. 공원에서 3년이나 살아온 현명한 친실장은 그 날 잠자리에 누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모두들 모여 보는 데스.'

'테? 간식시간인 테치?'

'무슨일인 레치?'

'프니프니가 아니면 사양인 레후~'


친실장이 먹이활동을 나가기 전, 자들을 불러 모으자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다가왔다. 재잘거리는 귀여운 모습에 흐뭇하게 웃음 짓던 친실장은 자들을 먹이창고로 이끌었다.


'먹이창고가 아무래도 자리가 안좋은 데스. 오늘 아침 먹이활동은 쉬고 함께 먹이창고를 옮기는 데스. 알겠는 데스까?'

'하잇~!'


친실장은 자들과 함께 모든 음식을 봉투로 옮겨 담았다. 봉투는 장녀에게 맡겨졌고 친실장이 떠나자 자들이 모여 봉투에 관심을 보였다.


'테에에.. 일했더니 피곤한 테치. 봉투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테치.'

'오네챠, 마마가 혹시 점심 나눠 먹으라고 하지 않은 레츄?'

'구더기도 점심 먹고 프니프니 받고 싶은 레후~'


장녀는 봉투를 꽉 붙잡고 단호하게 말했다.


'안되는 테치! 이건 비상식이니 절대 손대면 다메 테치!'

'테에에에....'


다들 시간이 흐르자 봉투는 잊고 즐겁게 탁구공을 튀기며 놀기 시작했다. 얼마쯤 놀았을까? 크게 할 일이 없었던 자매들은 평소처럼 낮잠을 자기 시작했고 장녀는 그 틈에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다.


'테에에엣? 다들 일어나는 테츄! 누가 봉투에 손을 댄 테챠아아아-!!'


봉투는 엉성하게 풀려 있었고 이를 눈치챈 장녀가 다급히 자매들을 일으켰다. 다들 눈을 비비며 일어나 불만을 토로했지만 장녀는 매섭게 자매들을 몰아 붙였다.


'와타치가 운치를 누고 온 사이 몰래 음식에 손을 댄 분충이 여기 있는 테챠아! 마마가 오기전에 찾아야 하는 테츄!'


장녀는 모든 자매들을 집밖으로 내쫓고 큰소리로 명령했다.


'이제부터 한명씩 집으로 들어와 와타치와 면담을 가지는 테츄! 마마가 없을땐 와타치가 마마인 테치! 말을 안듣는 분충은 와타치에게 솎아내지는 테챠아아!'

'테.. 테에엣-!?'

'강렬한 프니프니가 필요한 레훙~'


차녀부터 장녀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고 자매들은 덜덜 떨며 차례를 기다렸다. 장녀는 들어가자마자 차녀의 뺨을 때렸다.


[찰싹!]

'테뷁!'

'오마에가 범인인 테치!'

'아.. 아닌 테치! 와타찌가 아닌 테치!'

'와타치는 화장실을 다녀왔고 삼녀와 구더기들은 봉투를 못여는 테치! 모든 자매들이 증인인 테치! 오마에가 무조건 범인이니 마마에게 이르는 테치!'

'테.. 테에에엥... 테?... 테뺫!!'


장녀는 울고있는 차녀를 바닥에 눕히고 짓밟았다. 머리 하나 더 큰 장녀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던 차녀는 꼼짝할 수 없었다.


'테.. 테에에에.....'

'이제 오마에는 솎아내지는 테치! 마마가 오기전에 우선 와타치가 손 봐주도록 하는 테치!
마마가 칭찬할 것이 분명한 텟츄웅~♪'

'그럴 필요 없는 데스우.'

'테에에에엣!?'


갑자기 친실장이 집으로 들어왔고 놀란 장녀가 발에 힘을 빼자 차녀가 기어가 친실장 뒤로 숨었다. 장녀는 의기양양하게 차녀를 가르키며 친실장에게 말했다.


'마마! 와타치가 음식을 훔쳐먹던 분충을 찾은 테치! 와타치가 화장실을 간 사이 저 분충이 봉투에 손을 댄 테치! 모두가 증인인 테치! 칭찬해주는 텟츄웅~♥'

'테에엥... 마마아..'


친실장은 울먹이는 차녀를 다독이며 장녀의 말을 조용히 듣기만 했다. 친실장의 싸늘한 반응에 장녀는 진땀을 빼며 외쳤다.


'마.. 마마! 이해가 안되는 테치? 저 봉투의 매듭은 와타치와 차녀만 풀 수 있는 테치! 당연히.... 테에에..? 마마.. 혹시 와타치를.....'

'... 오마에는 정말 영악했지만 실수를 2번한 데스우.'

'테.. 테에.. 마마.. 무슨...'

'먹이창고의 밑바닥에 가장 아마아마한 먹이가 있다는 것은 오마에와 와타시만이 안다는걸 잊은 데스우?'


눈이 구슬만해지며 경악하는 장녀. 하지만 일그러진 얼굴로 위협하듯 친실장에게 외친다.


'테... 테에에에엣!? 하.. 하지만 저 분충이 분명 아마아마한 먹이만 골라먹으려고 뒤져봤을 수도 있는 테챠아아! 똥마마는 와타치를 모함하는 테츄와아아아-!!'


친실장은 두려워 하는 차녀를 집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위협하는 장녀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물었다.


'오마에가 그렇게 변명할 수도 있어서 와타시가 수를 쓴 데스. 왜 와타시가 음식이 사라진걸 말해주고 먹이봉투를 맡겼을것 같은 데스?'

'테... 테에에... 테에에에엣...'


잔뜩 잔머리를 굴리며 대답하려는 장녀를 붙잡으며 친실장이 조용히 말했다.


'겁먹은 오마에는 수작을 부릴게 분명했던 데스. 와타시가 오마에와 차녀만 풀 수 있는 봉투를 맡기자 어떻게 한 데스? 화장실에 간게 아니라 누명을 씌울려고 음식을 옮기지 않았냔 데스까?'

'테... 마...마...'

'자들이 있으니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긴 힘들었을 것인 데스. 봉투만 풀어놨다간 와타시가 왔을 때 확실히 누명을 씌울 수 없었을 것인 데스. 와타시가 정말 먹이활동 갔을거라 생각한 데스까? 와타시는 수풀에서 모든걸 지켜 보고 있었던 데스요...'

'테.. 텟츄웅~♥ 와타치는 마마의 첫자식인 텟츙~ 정말 정말 똑똑하고 영특한 텟츄웅~ 차녀는 착하기만 하고 멍청해서 공원에서 살아갈 수 없는 텟츄우~ 삼녀와 구더기들은 미래가 없는 텟츄웅~ 깊게 반성했으니 이제... 테뷁!!'


친실장은 장녀의 목을 순식간에 돌려버렸다.

싸늘해진 장녀의 시체에선 운치가 폭포처럼 터져 나왔고 친실장도 피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아는 데스.. 오마에는 정말 정말 똑똑했지만.. 와타시의 경험을 이길 수 없었던 데스요....'




-끝-



독라노예

 

제법 쌀쌀해진 공원의 어느 수풀 뒤편.

흔하디 흔한 실장석들의 운치굴 안에서 독라 한마리가 자를 낳고 잇었다. 보통 노예는 부리는 들실장이 먹이로 쓰기 위해 구더기를 강제출산시키지만 녀석은 틀렸다. 바닥에 고인물도 준비되어 있었고 주변에서 입맛을 다시는 들실장도 없었다. 독라는 산통이 온 듯 인상을 찌푸리며 총배설구를 단단하게 오무렸고 곧 다시 힘이 풀려 배설구가 서서히 열리며 진득한 점막에 둘러쌓인 자들이 태어났다.


'텟테로게~ 텟테로~ 텟테로게~♪'

'데... 와타시의 자들인 데스우..'


영양이 부족한지 세마리의 자실장만 낳은 독라는 갓 점막을 벗고 꼬물거리며 자신에게 안겨있는 작은 자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시간이 흐르자 눈이 떠지고 귀를 파닥이던 자들은 마마에게 생애 첫 아첨을 하며 배고픔을 호소했다.


'텟츄웅♥ 마마! 와타찌 배고픈 텟츄.'

'데프프, 건강한 아이들인 데스. 이리와서 마마의 밀크를 먹는 데스우.'


부풀어오른 독라의 젖가슴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단단한 젖꼭지를 쯉쯉 힘껏 빨아대던 자들은 곧 골아 떨어졌고 독라는 잠든 자들의 볼을 만지며 행복해했다.


'자들은 다 낳은 데스우?'

'아.. 아직 안되는 데스! 조.. 조금만 더..'

'테... 아침인 테츄 마마?'

'저 아줌마는 누구인 테치?'

'방문판매는 사절인 테츄'


한마리의 들실장이 운치굴 위에서 음침한 표정을 지으며 내려왔고 독라는 자들을 뒤로 숨기고 애원했다. 하지만 익숙한 듯 독라를 무자비하게 때려 숨만 쉬게 만든 뒤 자들에게 다가가는 들실장.


'데.. 데샤아! 아직 태교에서 들은 예쁜 나비씨도 못 본 데스! 저녁이 질때 붉어지는 장엄한 석양씨도 못 본 데스! 아마아마한 콘페이토는 구경도 못해본 데스! 제.. 제발 자비를...'

'데프프! 콘페이토 같은 소리 하고 있는 데스! 와타시가 미식가라 자실장을 탐미하지 않았으면 평생 구더기나 낳았을 분충이 욕심도 많은 데스! 와타시 덕분에 자들과 잠시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거니 평생 감사하며 지내란 데스!'

'테.. 테챠아! 마마가 노예라니! 싫은 테챠아!'

'데프픗! 현명한 아이인 데수. 아줌마가 대신 마마를 해주는건 어떤 데수?'

'테! 텟츄웅~♥ 아줌마는 앞으로 귀여운 와타치의 새마마로 임명하는 텟츄웅~♡'


그러자 들실장은 독라의 장녀를 안아주는 척하다가 순식간에 들어올려 양발을 물어뜯었다. 놀란 장녀가 운치를 폭포처럼 쏟아냈지만 익숙하게 팬티를 누르며 양발의 뼈까지 혀로
싹싹 핥아먹는다.


'테.. 테츄아아아! 새마마! 왜 이러는 테챠아아!'

'데프프! 와타시의 배 안에서 와타시의 자로 태어나게 해주는 데스웅~'

'와.. 와타치를 먹으면.. 아.. 아아..'


눈앞에서 장녀를 모두 먹어치운 들실장은 차녀와 삼녀를 양손에 단단히 붙잡고 운치굴을 올라갔다.


'마마! 똥마마! 와타치를 간식으로 태어나게 하다니! 당장 어떻게 좀 해보란 테츄아아!'

'마마아아! 아직 해보고 싶은게 많은 테챠아! 운명 같이 만난 주인님과 직스도 해보고 올해의 미스짓소우도 해보고 싶었던 테츄와아-!!'

'무능한 마마를 용서하는 데스우.. 오로로롱!'


끝없는 통곡소리가 울리는 운치굴 밖에선 들실장이 커다란 박스 안에서 자들과 함께 진수성찬을 즐기고 있었다. 자들은 아직 살아있는 독라의 차녀를 서로 많이 먹기 위해 경쟁적으로 뜯어먹혔고 삼녀는 들실장에게 뇌부터 빨려 먹어 아무것도 모른 체 먹혔다.


'텟츄웅~ 자실장이 역시 맛있는 텟츄~ 구더기는 뼈도 물렁해서 뜯어먹는 맛이 없는 테츄우웅~'

'데프프프! 역시 와타시의 자라 미식가로 태어난 데수! 마마를 쏙 빼닮은 뎃수웅~'


행복하게 독라의 자들을 발라먹은 들실장 가족은 취침을 위해 낙엽을 깔던 중 갑자기 박스가 뒤집히며 살림살이와 함께 바닥에 패대기 쳐졌고 자신들을 내려다 보는 인간을 만났다.


'데.. 니.. 닝겐상 무슨 일인 데스? 와타시는 착하게 살아가고 있는 선량한 들실장인 데스. 분충들은 공원 바깥쪽 잘보이는 곳에 집을 지으니 찾아가 보시는 데스우.'

'내가 학대경력이 몇년인데 속을거 같냐? 이 영악한 분충놈아! 입에서 동족식 냄새나 어떻게 하지?'

'데.... 뎃!!'

'음? 운치굴에 독라노예가 있군? 오랜만에 '노예 vs 주인'을 해볼까?'


남자는 독라와 들실장에게 대못을 하나씩 들려준 뒤 풀밭에 세워줬다. 들실장의 자들도 전부 나와 마마를 응원했다.


'테프픗! 마마는 공원에서 알아주는 파이터인 테치! 저런 전사육실장 따윈 상대도 안되는 텟츄웅~♪'

'테푸푸풋! 감히 '파킹제조기'로 불리는 마마와 싸울 생각인 테츄? 저 독라노예는 그렇게 겪어놓고는 학습능력이 없는 테츄!'


동족식으로 월등한 체력을 유지하며 공원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들실장은 영약함까지 더해져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개체였다. 그에 반해 독라노예는 주인이 질려서 버렸을 뿐인 유전자 깊숙히 순종적임과 여림을 이식 받은 약골 중에 약골이었다.


'너무 기고만장한걸? 좋아! 여기서 이기는 쪽은 내가 나의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살려주기로 약속하지! 자! 시이~작!!'

'데프프.. 그동안 자 낳느라고 고생한 데스.. 이제 쉬란... 데.. 데?!'


갑자기 반대방향으로 달려가는 독라를 제재하려던 남자는 그만뒀다. 독라는 들실장의 자들을 무참하게 도륙냈다. 들실장은 오열하며 달려가 대못으로 독라의 등을 사정없이 후볐지만 독라는 피눈물을 흘리며 물어뜯고 찢고 때리고 차며 자들을 죽여나갔다.


'오로로로롱~ 그만하는 데스! 와타시와 싸우는 데스! 자들은 놔두란 데스!!'

'와.. 와타시가 언제나 하던 말인 데스우.. 와타시의 부탁을.. 들어준.. 적.. 있는 데스?'

'테.. 테츄와아아! 마.. 마마.. 치볽!'

'아.. 아줌마! 와타치.. 아줌마의 자들과 친구... 치벩!!'

'와.. 와타치는 마마의 자인 테츄웅~♥ 저 들실장의 배 안에서 환생한... 테붸에엙!!'


모든 자들을 죽인 독라노예는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쓰러져 '파-킨'하는 소리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멍청하게 서있는 들실장에게 다가간 남자는 익숙한 솜씨로 독라를 만들어 준 뒤 돌아서며 말했다.


'세상은 돌고 도는거란다.'


남자의 오글거리는 멘트도 듣지 못한 듯 고깃덩이가 된 자들을 바라보는 독라는 혼이 나간듯 했다. 소란을 듣고 찾아온 불청객들도 눈치채지 못한 체...



-끝-






탁아왕 (르클레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슬거머니 다가 오기 시작했다.

도시의 공원에는 월동 준비를 미리 차곡차곡 준비한 영리한 개체들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개체들이 태반이다.

결국 그러한 굶주린 실장무리들은 단체로 몰려다니며 영리한 개체들의 집을 습격해서 먹을 것을

빼앗거나 동족식을 서슴치 않는다. 그러한 형태의 무리가 있는 반면 자신의 자들의 안위와

사육실장의 동경을 품으며 탁아를 시도한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에는 유독 탁아시도가 몇십배 급증한다.

탁아의 시도를 위해서는 이또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공원의 풀숲에 자리잡은 한 게으른 실장석은 월동준비를 가을내내 하지 못했다.

이제 한다고 해도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이 실장석에게는 두마리의 자실장이 있었다.

먹을 것이 얼마있으면 떨어지고 곧 추운 겨울이 올것이라는걸 감지하고 있던 실장석이었다.

이번 겨울에는 탁아를 성공 시켜 자신이 사육실장이 되어 따뜻한 겨울을 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실장석은 주변에 자신의 자실장과 비슷한 무게의 돌을 들어올렸고 힘껏 던졌다.

 '풀썩..'

돌덩이는 얼마 날아가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실장석은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데에..... 이걸로 부족한 데스... 좀더 힘줘서 던져야 하는 데스..

그리고 다시 돌덩이를 집고 던진다.

그래도 만족할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지금 실장석이 하고 있는 행동은 탁아를 위한 예행 연습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탁아 연습을 하는 개체는 얼마 되지 않지만...

일부 그나마 좀 머리가 돌아가는 개체는 이러한 연습을 하여 탁아의 성공률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키와 인간이든 편의점 봉투의 높이를 계산해서 적절한 힘 조절로 던져서 성공을 시키기 위한 연습이었다.

탁아는 인간의 봉투속에 자신의 자를 집어 넣기까지는 긴장을 늦출수가 없었다.

만약 봉투속에 넣지 못한다면 자신의 자실장은 봉투에 떨어져 바닥의 얼룩이 될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신속한 탁아 행위.... 결코 쉬운건 아니었다.

몇번의 시도를 했지만 여전히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모두 높이 미달로 자신의 자들이 봉투속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땅에 처박힐 확률이 매우 높았다.

상당히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데에.. 어떻하는 데스.. 이러면 탁아를 성공 할수 없는 데스... 시간이 없는 데스...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주저앉아 버린 실장석...

그때 이웃하고 있던 실장석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지나가다가 자신을 보고 말을 건다.

 -무슨일인 데스... 데프프...

실장석은 이웃 실장석에게 말한다.

 - 탁아 연습을 한 데스.. 그런데 잘 안된 데스...

그러자 이웃 실장석이 웃으며 말한다.

 -데프프프... 빠가.. 데스? 왜 연습 하는 데스? 맡기면 되는 데스..

이웃실장석의 말에 귀가 솔깃한 실장석.

 -그게 뭐인데스...

이웃 실장석이 말한다.

- 와타시의 자도 맡겨서 탁아를 성공한 데스.. 이제 탁아한 자를 찾으러 가는 중인 데스. 데프프프.. 저기 물이 올라오는 곳 옆에 집이 있는 데스.. 그곳에 탁아왕이 사는 데스. 탁아하기 힘들면 그 실장에게 부탁하면 되는 데스... 데프프..

그러고는 이웃실장은 탁아한 자들의 채취를 맡으며 인간의 집을 찾으러 간다.

이웃 실장석이 사라지자 얼른 방금 가르쳐준곳을 향해 간다.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었다.

물이 올라오는곳은 공원의 분수대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옆에 풀숲에 교묘하게 가려진 골판지 하우스가 보였다.

그리고 실장석은 문을 두드린다.

 -나와 보는 데스.. 어서 데스...

그러자 한 실장석이 나온다.

몸집은 자신보다 조금더 컸고 꽤 오랜세월을 산듯한 실장석이었다.

머리카락 군데군데에 흰머리칼이 조금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한쪽눈은 어느 날카로운 것에 베인듯한 상처가 있었고..

더이상 그눈은 제기능을 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무슨 일 데스우.. 와타시 피곤한 데스..

실장석이 말한다.

 - 너가 탁아왕이라고 듣고 온 데스...

그러자 몸집큰 실장석이 들어오라며 먼저 골판지 하우스로 들어갔다.

 - 와타시는 탁아에 한번도 실패한적 없는 데스우... 탁아를 하면 곧 인간씨에게

 사육실장이 될수 있고 매일 초밥과 스테이크를 먹고 살게 될거인 데스.. '

탁아왕이 이런식으로 말하자.. 실장석은 얼굴에 화색이 돌아서.. 말한다.

 -어서 와타시의 자들을 탁아 시켜주는 데스..

그러자 탁아왕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그냥은 못해주는 데스...댓가를 주는 데스우...

탁아왕의 말에 실장석이 말했다.

 -데에~ 댓가가 필요한 데스?

탁아왕이 대답했다.

 - 와타시는 위험을 무릅쓰고 너의 자를 탁아하는 데스.. 그런데 아무런 댓가없이 해줄거라고

 생각한 데스? 어차피 자를 탁아하면 너가 가진 댓가는 아무것도 아닌 데스.. 인간씨가 너에게
더많은 것을 줄거인 데스...

실장석은 탁아왕의 말에 자신의 모자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다가 결국 승낙했다.

처음에 놀랬지만 어차피 인간씨에게 사육되면 다 필요없게 되는 것이었다.

집과 얼마 남지 않은 식량들을 전부 주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탁아왕은 내일 해질녘에 다시 오라고 말하였다.

 *                 *               *                *

다음날 아침 실장석은 자신의 자들을 치장하느라 바빴다.

일단 간만에 깨끗이 목욕과 세탁을 시켰고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포장리본을

목에 장식을 하며 한껏 멋을 부리게 하였다.

 -아주 훌륭한 데스! 인간씨에게 충분히 사랑받을수 있는 데스.

자실장들은 친실장의 말에 기뻐하며 외친다.

 -정말 테치? 와타치들은 이제 인간씨에게 사랑받는 테치? 테프프프프...

그리고 해질녘이 되어서 두마리의 자들을 데리고 탁아왕에게 찾아갔다.

탁아왕은 이미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 조금 늦은 데스.. 어서 서둘러야겠는 데스..

그리고는 탁아왕은 실장일가를 인솔하며 공원밖으로 나갔다.

해질녘이라서 그런지 인적은 드문 편이었다.

이제는 이러한 지긋지긋한 바깥 생활을 청산하고 행복한 나날만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실장석은

눈물을 흘린다.

 -힘들었던 데스.. 이젠 끝인 데스.. 이젠 행복만 가득할거인 데스.

자실장들이 실장석이 눈물을 흘리는걸 바라보며 말했다.

 -그만우는 테치... 계속 울면 행복이 달아날지도 모른 테츄~♪

자실장들은 우는 친실장을 조소하며 장난친다.

탁아왕이 자실장들에게 주의를 준다.

 -그만 입다무는 데스.. 소란스러우면 인간씨들이 눈치채는 데스.. 그럼 실패로 돌아가는 데스..

자실장들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숙연해졌다.

앞으로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이정도 인내는 아무것도 아닐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분을 더 걸어서 인적이 드문 지역에 편의점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편의점 입구옆에 쓰레기통에 숨어서 기회를 노린다.

한인간이 편의점으로 온다.

그리고는 얼마후 편의점 봉투를 가지고 나온다.

그순간 실장석이 탁아왕에게 말한다.

 -지금 .. 지금 데스... 어서 자들을!

탁아왕이 실장석의 입을 손으로 막고 말한다.

 - 이 인간은 아닌데스.

그리고는 그냥 인간을 보내 버린다.

이러한 탁아왕의 행동을 이해할수 없었던 실장석이 화를 낸다.

 - 데에! 어째서 보내버린 데스! 와타시의 자들을 넣을수 있던 찬스 데스!

탁아왕이 말한다.

 -인간씨의 봉지속에 든 내용물을 보지 못한 데스?

실장석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탁아왕이 말한다.

 - 인간씨의 봉지속에 다른 와타시들의 동족의 물건이 든 데스. 그건 집에 다른 동족이 있다는 데스.
 그럴경우 탁아에 성공한다고 해도 행복하지 못한데스.

탁아왕의 예리한 관찰력에 감탄한 실장석. 그리고 별다른 말을 잇지 않고 탁아왕을 믿고 기다려 보기로 한다.

*           *               *            *

3시간이 지났다. 밤은 깊어간다.

그러나 이미 자신들 앞에는 인간들이 벌써 20여 명은 지나쳤다.

실장일가는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탁아왕은 계속 집중하여 편의점 입구를 주시하였다.

 - 데에.. 저기또 인간이 나오는 데스.

실장석은 이번에도 보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탁아왕의 능력을 다시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그순간이었다.

 -지금인 데스! 어서 너의 자들을!

편의점에서 나오는 인간은 '관리' 라고 적힌 파란색 모자를 쓴 중년의 남자였다.

마침 중년남자는 편의점 봉투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길을 멈춰 섰다.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서 담배에 불을 붙였고 뭔가 생각에 잠긴듯이 멍하게 서있었다.

탁아왕은 실장석이 건넨 두 자실장을 품에 안고는 편의점에서 나오는 인간에게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중년의 남자는 아직 알아채지 못했다.

탁아왕은 안고 있던 자실장에게 말했다.

 - 너희는 절대 봉투안의 물건을 건드려서는 안되는 데스.

자실장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먼저 한마리의 자실장을 던졌다.

 -테~
 갑작스럽게 공중으로 붕뜨게된 자실장이 놀란 짧은 비명소리였다.

그러나 인간이 알아챌정도의 소리는 아니었다.

 '풀썩.'

봉투속에 정확히 안착한 자실장을 확인한 탁아왕은 곧이어 나머지 자실장을 능숙하게 던진다.

 -테베~

역시 짧고 작은 소리를 냈고 무사히 봉지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재빨리 탁아왕은 그자리를 피하였고 실장석에게 돌아왔다.

실장석은 탁아왕의 행동에 감탄하고 매우 흥분된 얼굴로 탁아왕에게 말했다.

 -데에.. 굉장한 데스.. 와타시의 자들이 전부 탁아 성공된 데스..

탁아왕은 흉터가난 한쪽눈이 시린지 한손으로 눈을 비비며 말했다.

 - 이제 다끝난 데스.. 너는 이길로 저인간을 미행했다가 자들이 사육실장이 되면 너도 따라가면 되는 데스.
 그리고 약속한 댓가를 주는 데스.

실장석은 바로 자신의 집의 위치를 알려줬다.

실장석은 이제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이었고 탁아를 한 인간을 따라갔고 탁아왕은 한참동안

실장일가들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           *            *              *     

깊은밤... 탁아왕은 혼자 공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실장석이 알려준 실장일가의 집으로 향했다.

골판지 하우스... 탁아왕은 실장석의 골판지 하우스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보다더 많은 골판지를 모아서 집을 덧대서 보강을 해야 했다.

이러한 버려진 골판지 하우스는 자신의 집 보강용으로는 더없이 좋은 재료였다.

집안에는 먹을 것이 조금 있었다.

도토리 바닥에 흩어진, 곰팡이핀 빵쪼가리, 말린 구더기 시체 등등 그리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적은 양이다.

자신에게 이런 부탁을 하러오는 실장석이야 안봐도 뻔하지만 말이다.
골판지 하우스재료와 남은 식량을 챙기다가

흉터난 씨린 한쪽눈을 어루만지며 혼자 중얼거렸다.

 -어리석은 실장 데스. 탁아는 결코 행복의 답이 될수 없는 데스. 와타시도 그걸 깨달은걸 너무 늦었던 데스.
 와타시의 눈.. 와타시의 자들... 이젠 돌이킬수가 없던 데스....

그렇게 중얼거린 탁아왕은 물건들을 마져 챙기고 자리를 떴다.

아직 겨울을 나기엔 조금 부족하다.

다른 실장들에게 탁아의뢰를 더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요즘 팔의 힘이 좀처럼 잘들어가지 않는다.

더많이는 받기는 어려워 보였다.

 -와타시도 늙은 데스까..

탁아왕은 그져 밤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며 다시 집으로 걸어간다.



-끝-







도전 (격리구더기)



남자는 식탁 위에 쟁반을 턱 하고 내려놓았다. 성인 남자의 얼굴만한 두툼한 돈까스가 두 개에, 산더미같이 쌓인 양배추와 밥, 국그릇 가득 담긴 된장국. 600밀리는 되보일 만한 큰 컵에 찰랑찰랑하게 담긴 콜라.

남자의 가게에서 파는 2만원짜리 '도전! 돈까스 세트' 다.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 먹으면 일 년간 식사 무료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지만, 여태까지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의 도전자는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비장한 표정으로 나이프와 포크를 쥐고 식탁 앞에 앉은 성체 실장은 남자에게 물었다.

"이걸 다 먹으면 정말로 와타시와 자들에게 계속 밥을 주시는 데스?"

"약속한다. 한번 더 물어보마, 정말 다 먹을 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는 친실장의 옆에 놓인 수조에는 구더기 네 마리와 자실장 두 마리가 들어 있다. 도전의 공정함을 위해 수조 안에 격리를 시켜놓은 것이다. "마마! 힘내는테츄!" 자실장의 응원소리와 함께, 친실장은 나이프로 돈까쓰를 썰기 시작했다.

남자는 스톱워치를 눌렀다. 00:00:00에서 빠르게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친실장은 돈까스를 여러 조각으로 자른 다음 한 조각씩 포크로 찍어서 입에 쑤셔넣었다. 맛있다. 상가 뒤편에서 차갑고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먹던 친실장에게 따끈하고 바삭한 돈까스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진미였다. 그리고 그 돈까스가 자신의 눈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행복회로의 환상보다 더 행복한 현실에 친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돈까스를 삼켰다. 목이 메여왔다. 달콤한 콜라를 마시면서 새콤한 맛이 나는 양배추를 꿀떡꿀떡 삼킨다. 생애 처음 겪어보는 맛의 향연이다. 

이 진풍경을 구경하는 손님들의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가게 안을 가득 메웠다. 남자는 스톱워치를 힐끗 확인했다. 제한 시간은 삼십 분, 오 분이 지났는데 벌써 음식의 사분의 일이 줄어있다. "엄청나게 먹성 좋은 놈이구만." 남자는 혼잣말을 했다.

친실장은 뜨거운 된장국에 김이 나는 밥을 말아서 수저로 미친 듯 퍼먹었다. 와따시도 밥을 달라는 구더기들을 달래는 장녀의 목소리를 자극삼아 친실장은 수저를 더욱 바삐 놀린다. 국그릇이 바닥을 깨끗히 보였을 때 손님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야 진짜 잘먹는다!"

평소같으면 친실장은 인간의 칭찬에 우쭐해졌겠지만, 이 추운 겨울날 자들의 목숨을 건 도전을 하고 있는 친실장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돈까스를 다시 입에 밀어넣은 순간 배에서 고통이 느껴진다. 한계가 온 것이다. 남은 돈까스의 양은 약 사분의 삼 정도.

잠시 멈칫하던 친실장을 본 새끼들에게서 비명이 터져나온다. 친실장은 다시 포크를 쥔다. 이제는 진미 대신 고문이 된 돈까스를 한 조각 한 조각 입으로 우겨넣는다. 콜라를 양껏 빨아먹는다. 죽을 것만 같다.

남자는 진땀을 흘리며 음식을 한 점 한점 입으로 밀어넣는 친실장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주는 거나 먹지 욕심도 많아서..." 스톱워치의 시간은 15분을 막 넘어가고 있었다. 남은 돈까스의 양은 절반 정도.

음식을 밀어넣던 친실장이 갑자기 "덱!" 하는 비명을 질렀다. 설마 토하려는 건가? 남자는 깜짝 놀랐다.

배에 가득 찬 음식에 짓눌려서 몸 속 위석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친실장은 몸이 너무나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목숨보다 귀한 자들을 위해서라면, 죽는 것도 무섭지 않다. 자신이 실패했을 경우 자들은 확실히 죽는다. 친실장의 눈 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지만, 손만은 기계적으로 음식을 입에 밀어넣었다. 남은 음식은 사분의 일.

남자는 그 광경을 보다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 주는 거나 받지 왜 미련하게..." 저 실장석이 지금 토한다면 밥맛이 떨어진 손님들은 전부 가 버릴 것이다. 남자는 재미로 실장석의 도전을 받아준 걸 후회하고 있었다.

항상 가게 앞에서 유리창 너머로 돈까스를 써는 손님들을 멍하니 쳐다보던 친실장. 골판지 하우스에 모아둔 음식이 다 떨어졌을 때, 친실장은 배고파 우는 자들을 품에 전부 안고 음식점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동정심을 느낀 남자가 잔반을 조금 싸줬지만 친실장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것만으론 모두가 겨울을 살아남을수 없는 데스. 와따시는 자를 잡아먹으며 비참하게 살아남느니 차라리 마지막으로 구경을 하다 죽을거데스."

남자는 제안을 하나 했다.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네가 전부 다 먹으면 자들에게도 계속 밥을 주겠다. 선택은 네 자유다. 친실장은 그 자리에서 바로 남자의 제안을 수락했다...

잠시 아까의 일을 생각하던 남자는 정신을 차리고 친실장을 쳐다보았다.

돈까스는 두 조각 남아있었다. 임신한 것처럼 배가 팽팽히 불어있는 친실장은 이제 초점을 완전히 잃은 눈으로 돈까스를 한 조각 집어서 입에 넣었다.

마지막 한 조각. 

손님들은 숨을 죽인 채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남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친실장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돈까스를 집어 입에 넣었다. 시간은 29분 40초.

"와아아! 진짜 대단하다!" 손님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남자는 시계를 내려놓고 박수를 쳤다. 친실장은 환호성 속에서 잠시 자들을 바라보고 웃음을 짓더니, 

파킨 소리와 함께 식탁 위에 쓰러졌다.

한계를 넘어서 팽창한 위장이 위석을 완전히 눌러서 으스러뜨린 것이다.

-------

"그래서 마마의 마마는 산더미만한 음식을 전부 먹은데스. 아주아주 큰 인간도 못한 일이었던 데스. 그 많은 음식을 다 먹은 마마의 마마는 그만 파킨해버린 데스. 인간님은 불쌍히 남겨진 와따시와 오네짱을 거둬주신 데스." 성체실장 한 마리와 자실장 네 마리가 돈까스를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도전! 돈까스 세트는 실장석 한 마리가 도전에 성공한 이후 불티난듯 팔렸다. 실장석 따위한테 질 수 없다는 쓸데없는 자존심만 많은 손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실장석도 먹고 죽은 맛!" 이라는 문구에 낚여서 시킨 사람들도 꽤나 됐다. 남자의 가게는 어마어마하게 번창했다.

하루에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 돈까스 세트"에 도전했고, 하루에 수많은 음식 쓰레기가 생겼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음식 쓰레기들은 죽은 친실장의 장녀와 차녀에게 주어졌다. 소위 말하는 짬실장이 된 것이다.

남자는 약속을 지켰다.

"그래서 마마의 마마는 왜 파킨한 데치?"

마마의 품에서 양배추를 주워먹던 자실장 한 마리가 말했다. 장녀, 아니, 이제는 네 자매의 친실장은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아마 너무 행복해서 그랬던 것인 데스. 소중한 돌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너무너무 행복해서..."






반갑다 데스








실장모녀 (しょーと)








존크라운 X RedLeg 참피 피규어 & 리뷰









<존크라운>




제작자님께 캐릭터 빌려준 감사표시라며

피규어 하나를 공짜로 받기로 함















< Um T >




피규어 좋네요 +기념팬아트 그려봄









< ㅇO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