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긍하다 1~8 (완)

 


오늘은 오랜만에 동생 집으로 찾아갔다. 동생은 우리 집안에서 유별난 애호파이다. 우리 가족 중 학대파는 없지만, 애호파도 없었거늘 동생은 애호파 커뮤니티에서 꽤 유명한 녀석이 된 듯 하다. 부모님은 동생이 무얼 하는지 궁금해 하시지만, 실장석 자체를 잘 모르는 부모님에게 이런걸 설명했다간 충격만 먹으실게 뻔해서 나라도 가끔씩 동생의 상태를 보러 오는 것이다.


"형! 어서와!"
"뭘 사올지 몰라서 샌드위치라도 사왔는데, 괜찮니?"


동생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샌드위치를 받아들었다. 식탁에 앉아 동생은 햄에그 샌드위치, 나는 치킨 샌드위치를 집어서 사왔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흘러넘긴다.


"오랜만에 오는 거지만, 이 집 참 더럽네."
"미안~청소를 까먹어서 말야"


동생은 언제나 해맑다. 올해로 32살이 되었건만, 동생은 일도 하지 않고 집 안에 틀어박혀선 실장석을 키우고 있다. 직장동료에게 물어보니 내 동생 같은 경우를 애오파라고 부른다는거 같았다. 관찰파인 동료가 못 들을걸 들었다는듯 인상을 구긴걸 봤기 때문이다.


"잘 먹었다! 고마워 형!"


샌드위치를 빠르게 비운 동생이 종이포장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동생의 집은 생각보다 넓은 전원주택이지만, 실상은 쓰레기집이라 해도 다를 바 없다. 앉으려면 자리를 찾아서 앉아야 한다. 씽크대에는 파리가 날아다닌다. 원래는 내가 치워줬지만 언제나 그대로가 되어 어느 순간 포기했다.


"동생아, 오늘은.."
"아! 핑키 보여줄게!"


동생은 절묘하게 말을 끊었다. 핑키는 동생이 키우는 실장석이다. 2년전 쯤에 만나서 동생이 빠진, 세레브한 실장석. 모습은 몇 번 봤었지만 최근엔 본 적이 없었다.


"자, 핑키! 인사해!"
"...안녕하세요."


핑키의 모습은 실장인에 가까워져 있었다. 갸름한 얼굴형에 양갈래를 풀어내린 머리카락, 억지로 흑발로 염색했는지 군데군데 갈색 머리가 보인다. 억지로 만들어낸 목과 길어진 팔, 다리. 그리고..


"핑키를 개조한거니..?"
"응! 사람 같지! 여기 가슴도 제대로 있어!"


핑키를 잡고 흉부에 크게 출렁거리는 가슴을 손가락으로 주무르는 동생의 모습은 충분히 변태같았다. 깎지 않아 덥수룩한 수염에 말라서 뼈가 보이는 몸. 머리는 길어져선 눈을 가리고 있었다. 핑키는 익숙한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핑키, 임신 중인거야?"
"응! 곧 태어날거야."


핑키의 배가 볼록했다. 뭘로 임신한걸까 생각했지만 곧 철회했다. 내가 생각하는게 맞을 리가 없었다. 실장석의 몸을 저렇게까지 개조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거실만이라도 치우자"
"네-쓰레기 봉투 가져올게"


거대한 종량제 봉투가 몇 개 깔렸다. 국물이 마른 컵라면 용기와 아이스크림 막대, 비닐봉지와 과일 껍데기까지 있을만한건 다 있었다. 거실 바닥이 보여갈때쯤, 난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이건..?"
"아! 그걸 왜 안버렸지"


동생은 내 손에서 콘돔을 낚아챘다. 이미 사용한, 말라비튼 정액이 안에 담겨있는 콘돔.


"..너 혹시, 핑키랑 직스한건 아니겠지?"
"최근에 처음 했어..!"


차라리 부정해주었다면 더 좋았을걸. 핑키를 개조한 것도, 핑키가 임신한것도 다 그것에 있었던 걸까. 동생이 갈 곳 까지 간 것일까. 아니면 이런 동생까지도 이해해야 형인걸까.


"직스가 어떤 인식이 깔려있는지, 잘 아는건 너잖아"
"그래도..! 이런 섹시한 애를.."


동생은 핑키를 끌어안았다. 핑키는 반사적으로 동생을 감쌌다. 그 모습이, 그 모습이 역겨워 아까 먹은 치킨 샌드위치가 반쯤 역류할것 같았다.


"동생아. 너..제정신이.."
"괜찮아, 형. 나는 행복해"


동생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미소를 지었다. 손에는 핑키를 꼭 감싸쥐는 그 폼이, 몇년전 내가 알던 동생과는 달랐다. 예전에 동생은 회사도 잘 다니고 장래가 유망한 아이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남편님, 아이가 나오려 해요."
"핑키의 말투가.."
"미안미안 형! 나중에 설명할게!"


동생은 그나마 깨끗한 접시를 찾아 물을 받았다. 방금 치운 식탁에서 다리를 벌리고 아이를 낳는 실장석의 모습은 위화감으로 가득했다. 동생은 탄생의 순간이라며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수고했어 핑키! 건강한 자실장 3마리구나"
"파파 테치..?"
"잘 부탁 드리는 테치 파파"
"반가운 테치"


핑키가 낳은 자들은 공손하게 인사했다. 동생은 뭐가 좋다고 손인사로 화답했다. 핑키가 낳은 아이들은 건강히 걸어다녔고, 머리가 흑색이였다. 동생의 정액을 받은 아이들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큰아빠야 큰아빠, 인사해!"
"큰아빠, 안녕한 테치"
"쓰다듬어 주시는 테치-"
"반가운 테치!"


머리가 아프다.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오늘이야 말로 동생에게 건실히 살자고 제안하려 했는데, 지금 내가 무얼 본 거지? 실장석이 나의 조카? 나는 실장석의 아주버님이 된 거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져왔다.


"아주버님, 괜찮으십니까?"
"너..말투가.."
"남편님께서 저를 교육해주셨습니다. 실장석의 울음소리를 낼 때마다 벌을 받았습니다. 노력의 결과입니다."


핑키가 다가와 나에게 물을 한 잔 건넸다. 고개를 저어 거절하니 자신이 물을 마시고 자들에게 나눠주었다.


"핑키~ 오늘은 아이를 더 만들까? 형도 자들 중 한명 가질래?"
"필요없어. 동생, 난 지금까지 너의 형인걸 후회한 적이 없어."


머리가 아프다. 어지럽다. 일어서니 순간 하늘이 돌았다. 핑키가 보인다. 갓 나은 핑키의 자들도, 동생도 보인다. 실장석과 직스하고 흑발의 자까지 갖게 한, 나의 동생...


"형, 왜 그래?"
"근데 난 지금, 너의 형인게 후회 되기 시작했다."


동생에게 다가갔다. 점점 뒤로 물러나던 동생은 머리가 베란다의 창문에 닿이자 걸음을 멈췄다. 짜악- 경쾌한 소리가 거실에 울려퍼졌다. 너무 세게 때렸는지 동생의 코에는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


"형..형...아파..아파아아아아!!!!"
"진정하세요 아주버님."
"큰아빠 무서운 테치이이...파파가 맞은 테치.."


바닥을 뒹구는 동생을 바로 지그시 밟았다. 핑키가 나를 말리려 왔지만 그대로 밀쳐버렸다. 핑키가 밀쳐졌다는거에 분노한 동생을 발을 높게 들어서 다시 짓밟는다. 커억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니가, 이런 놈일 줄은 몰랐어. 실장석과 직스? 어디서 저런 곤충과 교미를 할 수 있어!!"
"실장석은 곤충이 아냐! 하나의 생명체야!"


동생을 발로 계속 밟았다. 동생은 발악했지만 나에게 힘으로 당해낼린 없었다. 동생은 어느새 눈물을 흘리며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나에게 밀쳐진 핑키도 피눈물을 흘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그만하세요 아주버님. 남편님이 아파하는걸 더 볼 순 없어요.."
"그럼 안 봐도 되게 해줄게. 저승에선 이승이 안 보이겠지?"


핑키를 집어 올린다. 나의 손바닥에 겨우 찰만한 크기다. 이런 곤충에게 박았다니. 혐오의 감정이 소용돌이 치며 내 안을 가득 채웠다. 그대로 손을 오므려 핑키를 압박했다. 조금 소리치더니 핑키는, 내 안에서 한 줌 덩어리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핑키이이이이이!!!"



진짜로 사랑했었나, 몸을 가누기 힘들어도 한낱 실장석을 위해서 소리를 지르고. 도망치는 자들도 차례차례 밟아 주었다. 바닥에 생긴 3개의 얼룩, 모든게 백지로 돌아가버린 자신의 가족을 바라보던 동생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너를 위해서다. 나중에 연락해라."


본능에 잠시 굴복했던 나는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편의점으로 가 끊은지 몇 년 되었던 담배를 연거푸 3개비 피웠다. 담배를 피우지 않고서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나의 손에 남았던, 부드러웠던 덩어리의 감촉, 그 감촉을 최대한 바지에 닦아 지워내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하루종일 쉴 수 밖에 없었다.


-


몇달 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다. 동생은 드디어 미쳤던거 같다. 인터넷 방송을 시작해 사진을 보여주며 형이 핑키를 죽였다며 울지 않나, 밖으로 나가 버려진 인형을 주워와 핑키라 부르지 않나, 심지어 그 인형과 교미를 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려 신고를 먹었던거 같다. 오늘은 동생이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는 날이다. 동생의 마지막 모습을 배웅해 주기 위해 동생을 지켜보고 있었다.


"형!!!형!!!핑키 돌려줘, 핑키 살려내란 말야아아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리가 다시 아파왔다. 동생은 포박당해 차로 연행되었다. 동생은 차가 떠날때까지 핑키밖에 외치지 않았다. 한낱 실장석이란 미물에게 미쳐있던 동생은, 정신병원에서도 핑키를 그릴 것이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행복했던걸 추억하며 죽어갈 것이다.


"하아.."


동생의 집을 다 치웠다. 바깥에는 빗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불은 키지 않았다. 온기 한 점 없는 집에서 나는 소리는 들으라는듯 울려퍼졌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리 힘이 풀렸다. 차가운 바닥이 동생의 부재를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나에게 남은게 뭐지..?"


공허 속에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동생은 정신병원에 강제로 연행되었다.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리니 크게 충격을 먹으신 듯 했다. 처음에는 빼올 방법은 없냐, 어쩌다 그리 된 거냐 등의 질문을 쏟아부으셨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동생을 부정하셨다. 동생이 벌레와 성교를 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드셨던 거겠지.


"철현아, 넌 외동이잖니."


내가 동생의 이야기를 꺼내려고만 해도 부모님은 웃으며 부정하셨다. 그 웃음 안에는 슬픔이 녹아내려 있었지만 굳이 꺼내진 않았다. 그때마다 나는 웃으며 외동이라고 말했다. 나조차도 동생을 부정하고 있었다.


동생이 정신병원에 갇힌 지 2달, 어느새 계절은 봄의 끝자락이였다. 벚꽃이 차례차례 지고 푸르름이 찾아오고 있었다. 동생의 상태는 듣지 못했다. 알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동생의 면회를 가기로 했다. 동생은 구속복이 풀린 채였다. 눈을 찔렀던 머리는 단정하게 잘랐고 수염도 밀었다. 동생은 나와 닮았다. 가려졌던 얼굴이 보이니 거울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동생의 동공은 떨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나의 얼굴을 보니 그런 것이다.


"형.."
"잘 지냈어?"


나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동생의 눈은 곧 울듯이 물기로 가득 찼다. 내 얼굴을 볼때마다 핑키가 생각나겠지. 핑키를 덩어리로 만들어 버린 것은 나니까. 동생은 내 물음에 고개를 저어 부정한다.


"핑키가 보고 싶어.."
"너도 알잖아. 걘 죽었어"
"형이 죽였잖아. 형이 없었으면 핑키는.."


핑키는 살았을 거다. 동생은 핑키의 자를 돌보았을 거고, 그 자들은 성체실장이 됐을 지도 모른다. 너는 모를 것이다. 니가 일을 안하고 빈둥댈 동안, 너에게 생활비를 대주었던 것은 부모님이 아니라 나라는 것을. 너는 내가 준 돈을 그 벌레에게 쏟아부은거다. 지금 정신상태론 어떤 말도 들리지 않을 테지만.


"형이 죽였잖아. 형이 살려줘..우리 핑키.."
"죽은건 살릴 수 없어."


나는 동생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동생의 눈동자에 나의 얼굴이 비쳤다. 동생은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숙여 오열했다.


"형은..사람도 아니야..?"
"니가 인간을 포기한 거야. 난 그때로 돌아가면 또다시 핑키를 죽일거야"


내가 핑키의 이름을 입 밖에 꺼내니 동생은 나를 똑바로 본다. 눈은 충혈되어 있고 목소리는 갈라져 말도 제대로 내뱉지 못한다.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다.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듯 하지만 말은 나오지 않는다. 더 이상 보는게 답답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볼때는 나아지길 바란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동생의 면회를 가지 않았다. 내가 면회를 간 후 1달 뒤에 동생이 자살했기 때문이다.


-


동생은 끔찍한 모습으로 자살했다. 동생은 자신의 눈을 싫어했었다고 한다. 핑키가 못 보는 세상을 자신은 멀쩡히 보는게 싫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눈을 판걸까? 동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연히 주웠던 유리로 목을 그었다. 동생은 마지막 순간까지 핑키를 보았을 것이다.


동생이 죽은 그 날은, 3개월 동안 제일 나았던 날이라고 했다. 평소에는 핑키를 부르며 울기만 했던 남자가 모든걸 해탈한 표정으로 웃었다고 했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그 남자는 점심을 먹자마자 자살했다.


"동생아.."


나는 장례식장에 상주로 섰다. 부모님은 동생을 부정했다. 마지막에는 울부짖으며 너에게 동생따위 없다고 외쳤다. 동생의 휴대전화를 열었다. 갤러리에는 3000장 이상의 사진이 있었다. 전부 다 핑키 사진 뿐이였다. 나는 역겨워선 앱을 닫았다. 연락을 위해 전화번호부를 열었다. 30개도 되지 않는 연락처다. 날씨는 동생이 죽은 그 날 부터 계속 비가 내렸다.


부모님과 나를 제외하니 20개 정도밖에 없었다. 문자를 보내니 번호 주인 바뀌었습니다 등의 문자만 5통이 넘게 왔다. 옛날 번호인가 아니면 동생을 버린걸까. 30분 후, 딱 한사람만이 장례식장에 방문했다.


"같은 커뮤니티 사람입니다."


동생은 직스파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인물이라고 했다. 핑키의 사진으로 도배를 해서 쫓겨나기도 했었다고 한다. 유일한 조문객도 그 커뮤니티의 회장이였다. 그 회장은 옆에서 동생이 어느 정도로 핑키에 미쳐있었는지를 풀었지만 나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형님은 어느 파세요?"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곧 결정하게 되실 거예요."


그 회장은 한참을 더 떠들다가 1시간이 지나서야 일어섰다. 그 후 조문객은 몇 사람을 제외하곤 오지 않았다. 장례식장은 적막으로 가득 찼다. 음식을 해주던 사람도 사람이 오지 않으니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따끈한 수육만 몇점 집어먹고 말았다. 배가 고프지 않았다.


"..미친놈"


동생의 집으로 가서 정리했던 유품들이 기억났다. 아직 쓰지 못한 콘돔 박스들과 동생이 핑키와 찍은 결혼식 사진도 보였다. 사진 속 동생은 환히 웃고 있었고 핑키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얘가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걸 사기 위해서였나.


"...이해를 못하겠네.."


유품 간직할 것도 없어서 거의 다 버렸었다. 나는 여전히 동생을 이해할 수 없다. 장례식은 그렇게 끝났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휴대전화에서 동생의 연락처를 지웠다. 이대로 끝났다. 나는 동생을 잊을 것이다.


"아주버님."


집에 혼자 있던 날이였다. 날씨는 언제나 비였다. 동생이 죽은 후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점점 더 거세지는것 같기도 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있어 처리하는 중에, 핑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아주버님"


확실히 핑키였다. 자실장의 생김새가 아닌, 긴 팔다리와 목. 흑발실장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다. 부자연스럽게 튀어나온 가슴이 부담스럽다. 핑키는 다소곳하게 다가오더니 나의 간식인 초코칩쿠키를 한 입 베어물었다.


"안 놀라네요?"
"내가 미친거겠지 생각중이야"


핑키의 모습은 투명하지 않았다. 완벽히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내가 피곤한 거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아파왔기 때문이다. 핑키는 초코칩 쿠키를 계속해서 베어먹었다. 배가 많이 고픈 듯 했다.


"이제야 조금 살겠어요. 남편님은 밥을 적게 주셨었거든요."
"왜?"
"마른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핑키는 실장푸드 2알 혹은 3알만 먹었다고 했다. 하루 섭취하는 양은 10알 미만, 간식은 콘페이토 한 알 정도. 그렇게 먹으니 살이 찌기가 더 힘들다고 했다. 핑키는 초콜릿이 맛있다며 웃었다. 지금 이 핑키는 환영일까. 아니면 정말로 귀신인걸까? 아니면 내가 미친 것일까?


핑키는 쿠키를 한개 다 집어먹고는 사라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핑키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초코칩쿠키가 한개 사라져 있었다. 무의식의 내가 먹은 것인가 아니면 진짜로 핑키가 왔다 간걸까?


"내가 이 말투를 안하면 벌을 줬지요."
"전에 벌 줬다고 했었지, 무슨 벌이었는데?"
"나를 때렸어요. 때리고 굶겼죠."


핑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나는 혼잣말로 쓰레기라고 중얼거렸다. 핑키는 반박하지 않았다. 핑키는 단편적인 정보만을 흘린 채로 사라졌다.


핑키는 까다로왔다. 비가 내리고 내가 간식을 먹으며 혼자일 때만 나타났다. 동생이 죽고 나서, 장마가 시작된듯 비는 계속 내렸기에 핑키와 만나는 것은 쉬웠다. 핑키는 만날 때마다 내 간식을 훔쳐 먹었다.


"콘페이토.. 센스가 좋네요."


그래도 실장석이긴 한지 핑키는 콘페이토를 제일 좋아했다. 콘페이토를 핥아 먹다가 작아지면 입 안에 가득 물고 오물거렸다. 콘페이토만은 4-5개를 빼앗아 먹곤 했다. 물론 이것도 내가 먹은 걸지도 모른다.


"나의 남편은 날 참 좋아했어요."
"광기지."
"부정하진 않을게요"


핑키가 나타난지 1달이 지났다. 1달이란 시간동안 나는 동생에 대한걸 들었다. 성적 취향이나 첫날밤 같은것. 동생은 핑키를 정말 사랑했다. 핑키도 동생을 사랑한다고 했다.


"..정말 사랑했어?"
"나만 바라봐 주었잖아요. 그 사람은 나를 위해서 일도 하지 않았었어요."


그냥 백수일 뿐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핑키는 동생과 지낸 시간이 행복했었다고 한다. 항상 몸매를 관리하고, 밤상대를 하고 말투에 신경써야 했지만 동생이 웃는 모습이 좋았었다고 말했다.


"내 동생은 미친거야."
"왜요?"
"미치지 않으면 못 하는 짓이거든. 동생이 한 짓은"


핑키는 매우 작다. 자실장이니 나의 종아리 길이만큼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생물에게 성욕을 느낀다는 것은, 뇌의 이상이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 할 것이다. 핑키는 마지막 콘페이토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 후 웃으며 일어났다.


"아주버님은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네요."
"동생과 너를 이해할 이유는 없어"
"그러니까 잃은 거예요. 당신이 내 남편을 죽인거죠."


핑키는 나를 보며 말하고, 사라졌다. 그 후엔 아무리 비가 오는 날이여도 핑키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말로 아예 사라져버린 것처럼. 내가 내 동생을 죽였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서.


"동생은 스스로 죽은거야"


내 잘못이 아니라고. 애초에 동생이 핑키에게 미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그렇게 따지면 오히려 핑키가 내 동생을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거지. 나는 동생을 지키고 싶었다고...


"..그게 정말로 동생이 원하던 거였을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였다. 나는 동생을 지키겠다는 명목으로 동생을 괴롭힌거 아니였을까. 동생은 사실 행복했던거 아닐까. 실장석에게 위안을 얻었던거 아닐까.


머리가 아파왔다. 머릿속에서 동생과 핑키가 교차되며 그려진다. 눈이 서서히 감긴다. 동생의 마지막 표정이 보인다. 나를 원망하는 그 얼굴이, 핑키를 살려내라고 외치던 그 표정이. 그 후 핑키를 따라간 동생은, 지금 행복한걸까. 내가 동생을 죽음으로 내 몬걸까..


아파오던 머리가, 서서히 맑아졌다.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아니, 후회해도 돌아오는건 없지."


나는 머릿속에서 동생을 묻었다. 아무것도 해결된건 없었지만 내일도 출근을 해야했다. 동생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나는 오늘도 회피하며, 일이라는 합당한 그늘 아래로 도망쳤다. 동생이 정말로 핑키랑 있던게 행복했다 하더라도, 이제 그런건 없다. 핑키라는 생물도, 동생도 죽어서 사라진 것이다.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이 세상에서 사라진 거다. 나에게 동생따위 없었던 거다. 어떠한 흔적도 남아있지 않으니.


"그래, 난 외동이니까."



회사에서 신경 쓰이는 동료가 있다. 그 동료는 대단한 실장석 학대파로, 회사 내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다. 그냥 관심을 끄면 되는걸 왜 굳이 잡아다가 돈을 들이고 학대를 하는지 모르겠어하는 사람이 많기에, 이해받지는 못한다.



"철현씨, 동생이 '슬픈 일'을 당하셨다면서요?"

"슬픈 일이요?"

"아, 미안해요 말이 잘못 나왔네요"



가끔씩 슬픈 일이라던가, 소중한 돌씨 같은 말을 하는걸 제외하면 나랑 잘 맞는 사람이다. 몇번 집에 초대한 적도 있다. 같은 게임을 좋아하고, 노래 취향도 비슷한 사람이다. 사적으로 만날때마다 이 사람도 비를 몰고 온다. 실장석과 관련된 사람은 다 비와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저는 애호파를 이해하지 못해서요."

"네?"

"그런 벌레들과 어떻게 성교를 하는지, 전 잘 모르겠어요."



평소처럼 점심밥을 같이 먹으며 말했다. 나는 돈까스를 먹고, 동료는 카레를 우걱우걱 먹었다. 실장석과의 성교는 나도 이해하진 못하기에 나는 대충 수긍했다. 그 후 동료는 자신의 학대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쪽은 좋아하지 않기에 대충 흘러넘기고 리액션만 대충 해준다. 학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눈에 생기가 도는 사람이다. 



"오늘도 집에 가면 걔네들은 꺼내 달라고 할 거예요. 잘 먹었습니다."



길었던 얘기가 끝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학대파도, 애호파도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다만 세상엔 동생 같은 사람이 꽤나 있다고 한다. 인증해서 올리는 사람도 있다고 하고. 물론 세상에는 동료같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모양이다. 



"이번 주말에 놀러오실래요?"



오랜만에 집에 일찍 가려고 할때, 동료가 말했다. 주말엔 아무 일정도 없으니 수락했다. 동생이 자살하고 처음 맞는 여름이였다. 부모님은 약간의 불안함이 있으시지만 평화로이 사신다. 나는 머리 아픔이 사라지고 나머지 담배를 버렸다. 가끔씩 허무에 빠진 동생의 그 얼굴이 떠오를때면 가슴이 아프지만 내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토요일, 오늘도 비가 내린다. 네비를 찍어 도착하니 동료가 반갑게 맞아준다. 방 안에는 실장취와 운치의 냄새가 가득하다. 피비린내와 안에서 들리는 실장석의 비명 소리들이 자신의 존재들을 알리는것 같다.



"이게 다 뭐야?"

"아 이거요? 너네 다 닥쳐 진짜.."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수조에 실장석들이 갖혀있다. 수조 뒤켠에는 못에 몸이 꿰뚫린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실장석과 꺼내달라며 수조를 두드리는 저실장과 엄지, 자실장들이 어지럽게 얽혀있다. 다들 독라이며, 몇몇 애들은 양쪽 눈이 붉어져선 강제로 자를 낳고 있다. 끔찍한 광경이다.



"여기서 밥도 먹어?"

"당연하죠. 얘네 모습 보면 밥 한공기 뚝딱이에요. 놀릴 수도 있구요."



동료는 나를 수조 앞으로 안내했다. 이런 거의 취미는 없는데. 어지러이 쏟아지는 비명을 뚫고 내가 의자에 앉으니 동료는 나보고 데코핀을 날려보라고 했다.



"데코핀?"

"딱밤이에요 딱밤"



동료가 한 마리를 집어서 나한테 주었다. 내가 구원자인줄 알았는지 나에게 빠르게 다가온다. 눈에는 피눈물을 흘리며 기어오는 모습이다. 아, 손에 운치 묻었네...



"이 새끼가 진짜!"

"레에엥!"



작은걸 보아하니 엄지인것 같다. 엄지는 동료에게 한대를 맞은 후 나에게 안겨서 계속 울었다. 이런 애한테 딱밤을 날리라고? 진짜? 동료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귀여운 애한테 어떻게 딱밤을 날려. 한숨을 쉬니 동료가 엄지를 다시 돌려놓았다.



"그럼 성체는 어때요?"



수조 제일 앞에서 문을 두드리던 성체를 집었다. 아마도 내가 자신을 구원할 남편상이라 생각한 걸까. 동료를 향해 메롱을 하더니 나에게 붙어온다. 엄지보다 설 힘이 있고, 엄지보다 무겁다. 엄지보다 살이 퉁퉁하니 올라와있다. 



"남편상 남편상! 와타시를 구해줄 줄 알았는 데스..오로롱..와타시 힘들었던 데스.. 그래도 남편상이 있으니 당장 이 곳에서 나가서 와타시를 세레브한 궁전으로 안내하는 뎃스웅~"

"...."



딱! 하고 딱밤을 날리니 내 손에서 자지러진다. 떨어질거 같으니 동료가 집어서 책상에 옮겨 놓았다. 아마도 머리속에선 나랑 직스하는 상상까지 한 거 아닐까 싶다. 손에 묻은 운치를 닦고 돌아오니 실장석들은 날 동료랑 같게 생각하고 있는것 같다. 다들 나와 눈을 맞추는것을 꺼려한다. 



"오늘은 새로운 들실장을 잡아왔어요. 보실래요?"



방에서 나와서 조심스레 비닐봉지를 연다. 검은색 비닐봉투안에 친실장과 자실장 2마리가 네무리를 맞아 곤히 자고 있다. 수조 안에 것들과는 달리 머리카락과 옷이 있지만, 떡지고 더러워져서는 의미가 있을까 싶다.



"얘네도 학대하는 거야?"

"당연하죠. 철현씨는 이런거 잘 모르죠?"



몇분 후 실장석이 깨어났다. 동료에게서 진하게 나는 피냄새를 맡았는지 경계부터 하는 모습이다. 동료가 웃으면서 있자, 실장석은 입을 뗐다.



"똥노예! 와타시에게 쫄은 데스? 위험한 줄 알았는데 아닌거 같은 데스. 와타시 피곤한 데스. 빨리 목욕부터 준비하는 데스."

"맞는 테치. 와타치타치는 힘든 테치"

"닝겐노예 2마리인 테치!"



동료는 익숙한 듯 실장석을 안아들었다. 그 후 머리카락을 비비적 거렸다. 나한테도 하라는 눈치길래 자실장 한 마리를 잡아서 같이 머리카락을 비비적 거렸다. 끈적하고 비듬이 묻어나온다. 기분이 안 좋아지는데..



"데핏! 와타시의 머리카락 씨가아아아아아!!!!"




동료의 손에는 머리카락이 뽑혀있다. 나도 따라서 뽑아본다. 굉장히 쉽게 뽑히고 모공이 남은게 보인다. 동료는 뒷머리도 뽑고 옷을 벗겼다. 매우 능숙해서 그 모습을 따라했다. 너무 세게 뽑은 건지 피가 조금 흘러나왔다.



"아픈 테챳!!!아픈 테챠아아아!!!"
"좀 역겨운데."



자실장은 충격인듯 자신의 머리카락이 있었던 곳을 부여잡고 울었다. 내가 거의 유일하게 본 자실장, 핑키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원래 실장석은 이렇게나 토실하게 살이 올라있는 생물인 것인가?



"자 이제 옷을 벗겨요. 옷부터 안 벗기면 직스하는줄 착각한다니까요."



두건은 이유 모를 끈적함으로 덮여 있었지만 잡아당기니 쉽게 벗겨졌다. 옷도 벗기고 신발까지 벗기니 독라의 상태가 되었다. 나머지 자실장은 도망치려 했지만 식탁이 꽤 높아서 테치하면서 망설이고만 있다.



"그럼 이제 뭐해?"

"선택지를 줘야죠."



나머지 한마리까지 독라로 만들고는 동료는 독라 3가족에게 말을 걸었다. 독라들은 울면서도 동료의 말을 생각보다 잘 듣고 있다.



"친실장, 자들을 죽이면 널 사육실장으로 대우해줄게."

"그거 범죄 아냐?"

"실장석이라구요. 아무 문제 없어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실장석이 곧 행동을 옮겼다. 아무리 실장석이여도, 기본적인 모성애는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테쨔아아아아아!!!"

"자는 또 낳으면 되는 데스!!!"



친실장은 주먹으로 자들을 휘두르고 물어 뜯어 죽인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찢기는 자실장들과 신나선 자들을 물어 뜯는 친실장. 순간 역해져서 이마에 손을 짚고 비틀거리니 동료가 어깨를 토닥거려 준다.



"저게 실장석이에요."



그리고 당신의 동생은 저런 생물과 몸을 섞은 거구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저런 충격적인 행동을 하는..생물이..있을리가. 몇분에 걸쳐 자신의 자를 말끔히 먹은 친실장은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입가에는 피가 맺혀있고, 바닥에는 몇점의 살점밖에 남지 않았다. 



"와타시 자를 잃은 데스~오로롱~닝겐상이랑 흑발의 자를 낳지 않는 이상 헤어나올 수 없는 충격인 데스!"

"신나선 잡아먹었잖냐"

"아닌데스! 이건 살려고 그런 데스! 자들은 와타시를 위해 희생해준데스우~"



동료는 밝게 웃어주었다. 우선 살려준다는 말은 했으니까..그 후 손에 올려 새 옷을 입혀주었다. 새 신발까지 입히고 실장 발모제를 바르니 머리카락이 다시 나왔다. 그 후 두건으로 잘 가려주었다. 성체실장은 제 뒷머리의 머릿결에 심취하고는 동료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한다.



"감사한 데스 닝겐상! 그럼 이제 식사를 하는 데스우. 와타시는 특등급 스테이크가 아니면 밥이 넘어가지 않는 데스."



동료를 애호파로 판정한 실장석이 갖가지 요구를 한다. 동료는 아직 웃고 있었다. 그 후 잠시 기다리라며 어떤 고기를 구워와 실장석 앞에 주니 허겁지겁 먹는다.



"우마우마 데스! 맛있는 고기인 데스! 똥노예 주제에 제법인 데스!"



한 접시를 다 비운 실장석이 배가 빵빵해진듯 배를 두드린다.



"그럼 이제 이르지만 첫날밤을 가지는 데스! 와타시, 처음인 데스우. 상냥하게 해주는 데스우."



실장석은 옷을 벗으려는듯 소매를 올렸다. 동료를 애호파로 판정한 성체는, 옷을 입히고 밥을 먹이고 머리카락을 나게 해주었으니 자신이 마음에 든걸로 착각한듯 했다. 내가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동료와 직스를 하려고 하고 있다. 그 모습에 동료가 미친듯이 웃었다. 급작스러운 반응에 나도 놀랐지만 실장석이 제일 놀란듯 했다.



"첫날밤? 첫날밤은 무슨. 푸하, 아 진짜 웃기네..니가 먹은 고기 니 자식 살점 주워다 구운 거거든. 스테이크는 무슨 스테이크..푸하하"



동료는 배를 쥐어 잡고는 웃었다. 실장석은 생각할 것이다. 자신의 자식을 구워서 먹은 꼴이라니. 성체는 당황한듯 몸이 살 떨려왔다. 옷을 다시 갖춰입었다. 동료는 웃는 채로 실장석을 다시 잡았다.



"데스웅~?"



저게 아첨이라는 건가. 돼지같은 성체가 눈을 초승달처럼 갸늘게 뜨고 제 볼에 손을 올리고 있는 그 모습에 제대로 화난 동료는 애써 자란 머리카락을 다시 뽑았다. 옷도 다시 벗기자, 몇분만에 실장석은 다시 독라의 상태가 되었다.



"닝겐상~빨리 머리씨와 옷씨를 돌려주는 데스웅~"



독라가 되었지만 성체는 아까처럼 다시 줄것이라는 믿음 때문인지 아첨을 멈추지 않는다. 동료가 못을 가져와 다리에 박으니, 비명을 지르고는 제 다리를 본다. 그 후 상황파악을 한 건지 자신이 분충짓을 한게 잘못이라며 고개를 조아린다.



"용서 안해도 돼?"

"잠시만 기다려 봐요."



동생이 말을 안하고 서있으니 실장석은 흘끔 우리를 올려다본다. 초승달처럼 눈웃음을 지으면서. 이렇게 하면 용서해 주겠지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이래서 분충은.."



못을 머리에도 박자 실장석이 비명을 질렀다. 몇분간 그렇게 있다가 못을 뽑는다. 머리에 피가 철철 흘러나왔지만 무시하고 조금 널널해 보이는 수조에 집어넣었다.



"살려주는 데스!!살려주는 데스!!와타시가 잘못한 데스!!"



동료는 무시하고 방문을 닫는다. 수 많은 실장석의 절규가 들려온다. 차 한잔을 타주며 동료는 물었다. 실장석 어때요?



"..키우고 싶진 않네. 학대하는 이유라도 있어?"

"이유는 딱히 없는데.. 사육실장으로 점 찍어둔 들실장이 있었어요. 들 치고 양충이라 지켜보고 있었는데, 분충이 걜 잡아 먹었더라구요. 그래서 걔를 잡아다 고문 하다가, 재밌더라구요."

"뭐가?"

"벌레만도 못한게 나보고 살려달라고 비는게"



동료는 커피 한 잔을 다 비웠다. 더 이상 이 집에 있었다간 내 정신이 이상해질것 같아서 돌아가기로 했다. 동료는 아쉬워 했지만, 난 앞으로 동료와 거리를 두게 될 것 같다.



"애호파나 학대파나.."



비가 거세기 내리기 시작했다. 차에서 토독토독 비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동생의 장례식이 생각났다. 애호파는, 특히나 실장석과의 직스는 이 세계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 학대파는? 학대파와 애호파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실장석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다만, 실장석을 잡아와 고통을 주는 것은 옳은가? 그것은 인정될 수 있는가? 만약 둘 다 인정되지 않는다면, 나는 누구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가?



"동생아.."



오늘따라 동생이 보고 싶은 밤이다. 내가 죽인, 사랑스러운 나의 동생을.



동료와 약간 멀어진 뒤 1주일이 지났다. 동료가 가끔씩 말을 걸어오는 것을 제외하고, 그는 동료에게 먼저 말을 걸진 않았다. 그러다 친구의 부탁으로 소개팅에 나가게 되었다.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기에 수락했고, 그 곳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났다. 당돌하고 활발하여 그를 잘 이끌어 주는 5살 연하의 여성이다. 검은색의 긴 웨이브 머리와 약간 작은 키가 매력적인 여성이였다. 



"아, 실장석"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게 된 지 2주일 정도가 지난 날이였다.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서 손을 잡고 있었다. 그 두 사람 앞으로 들실장이 한 마리 지나갔다. 자실장처럼 보이는 아이가 두리번 거리며 조심히 걸음을 옮긴다. 인간을 주의하며 걸어가는 모습에 양충인가 하고 웃었다. 그 아이는 바닥에 떨어진 샌드위치의 빵조각을 집어 토도도 공원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는 그와 다르게 그녀는 약간 질색하며 입을 뗐다.



"전 실장석은 싫어서요."

"그래요?"

"네. 말을 안하는 아이라면 좋지만.."



그녀는 말을 흐렸다. 그 날은 일이 밀려있어 두 사람은 점심만 같이 먹고 헤어졌다. 옆 회사에서 일하는 여자라서 만날 시간은 많았다. 연을 이어온지도 어언 1달이 지난 날이다. 그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당돌하지만 적당한 배려심이 있다. 자만하지도 않았고 일은 척척 해냈다. 그와 만날때는 그에게만 집중하는 여자였다. 그로서는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려면 서로를 알아야 겠죠."



금요일 밤, 두 사람은 호프집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안주는 치킨으로, 주위는 시끄러웠다. 그의 말을 들은 여자는 짐짓 웃더니 한번도 꺼내지 않았던 휴대폰을 꺼냈다. 분홍색의 케이스가 귀엽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론 갤러리를 뒤적거리더니 그를 올려다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철현씨에겐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째서요?"

"이런걸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어요."



여자가 보여준 사진은 마라실장이였다. 카펫에 누운 마라실장이 눈이 가려진 채로 입이 봉해져선 마라를 빳빳하게 세우고 있었다. 맥주가 역류할뻔 했다. 그는 자신의 성기 말고 타인의 성기를 보는것은 처음이였다. 하필이면 그 처음이 마라실장..이라니...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여자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뭔가요.."

"알려면 저희 집에 오셔야해요."



그는 치킨이 아까워서 꾸역꾸역 다 먹고 맥주로 흘러넘겼다. 계산을 한 후 차를 타고 여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술을 마셨기에 술을 마시지 않은 여자가 운전했다. 날씨는 맑았지만 그의 마음은 비로 넘쳐 흐르는거 같았다. 속이 탔다. 여자도 그의 마음을 아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에는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여자의 아파트는 자신의 집과 좀 먼 곳이였다. 높게 솟은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잡고, 20층이 넘는 여자의 집으로 올라갈때까지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했다. 뭐를 보더라도 놀라지 않으리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놀라지 말아요."



도어락을 풀고 문고리를 잡아당기자 잔뜩 발기한 마라를 세우고 마라실장 한 마리가 다가온다. 두 눈을 초롱거리며 다가온 마라실장은 그를 보더니 질투심을 불태웠다. 그 후 이 여자는 자신의 것이라는지 잔뜩 선 마라를 여자의 다리에 가져다댄다. 스타킹을 신지 않은 그녀의 매끈한 다리에 마라실장의 마라가 닿여 비벼진다. 여자는 그 감촉이 싫었는지 마라실장을 가볍게 발로 찬다.



"그런 짓 하지 말라고 했지?"



그후 여자는 마라실장에게 데코핀을 날린다. 뒤로 튕겨간 마라가 머쓱한듯 앉는다. 그와 그녀는 소파에 나란히 앉았고, 마라는 그 밑에 제 마라를 바닥에 축 늘어뜨린채 앉았다.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다. 뒤를 돌아 차로 돌아가고 싶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너무나도 고요한 적막이 그를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는 말하자면 직스파에요."

"..왜요?.."

"남자보다 편하거든요, 마라실장은. 비위 맞춰줄 필요도 없고 내가 세워줄 필요도 없죠. 항상 서 있으니까.."



여자는 거의 자포자기한듯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여자의 눈은 남자의 발끝도 쳐다보지 못했다. 바닥에서 듣고 있던 마라실장은 그런거 됐고 빨리 하자고 보채고 있었다. 말은 할 수 없는 듯 입을 벌려도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가 마라를 신기하게 쳐다보자 여자는 수술로 성대를 없앴다고 말했다.



"옆집에 피해 주는 것도 있구요, 시끄럽잖아요."


"직스할땐 콘돔을 씌우죠. 저런 벌레의 아이를 임신할 순 없잖아요. 쟤는 내 안에 사정하는 줄 알고 있지만 실상은 고무 안에다 사정하는거죠."



여자는 시선을 바닥에 내리깔고는 말했다. 그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했던 추악한 행위를 자신에게 되뇌이는것 같았다. 마라실장은 여자가 상대해주지 않으니 집에 있던 실장석 모양 오나홀에 박고 있었다. 눈을 빛내고 입에선 침을 뚝뚝 흘리며 박아대는 모습이 참 애처롭다. 어떤 사람은 그 모습에, 저 마라실장이 자신이 호감을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 박는 모습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는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여자가 자신의 동생과 자꾸 겹쳐보였다. 여자는 동생과 같은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서로가 서로의 성욕처리..인거죠. 철현씨 동생도 그랬다면서요?"

"네, 그랬죠."

"저는 그 마음 이해해요. 편하고, 나만 보죠. 실장석이란 생물은.."



여자가 마라의 머리를 쓰다듬자 마라는 제 마라를 빼어 여자의 손에다가 비빈다. 순간 반응이 싸해지자 실수했다는듯 다시 몸을 돌린다. 그 후 다시 오나홀로 다가간다. 성욕을 참지 못하는 생물이다. 마라실장은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 옷도 중간부분이 도려내어져 마라를 꺼내고 다녔다. 실장석의 모습에 소년의 성기를 억지로 갖다 붙인 모습이다. 



"애인이 생기면 버려요. 얘가 처음은 아니거든요."


"실장석보단 인간의 것이 마음에 드니까요."



여자는 이야기를 마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너무도 진지했다. 여자는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자신을 배려해주는 이 남자가 좋았다. 자신의 행동이 미쳤다는 것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이해 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여자는 그가 자신을 받아주길 바랐다. 그가 자신을 받아주고 저 마라실장을 처분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남자에게 그녀는 다가갔다. 그 후 그녀는 그의 손을 잡으려고 조심스레 다가왔다. 그러나 그는 그 손을 밀어냈다. 여자의 표정은 상실감으로 뒤덮였다.



"난 직스를 이해할 수 없어요."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실장석 때문에 동생을 잃었다. 물론 자신이 몰고 갔지만, 근본은 실장석에 있다고 생각했다. 단호한 그 말에 여자는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는 여자의 얼굴을 볼때마다 동생의 얼굴이 겹쳐졌다. 동생이 이야기를 하는것만 같았다. 그는 결국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오고, 차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혼자 남겨진 여자는 마라실장을 보았다. 여자의 눈은 짜게 식어 있었으나 마라실장은 라이벌이라 생각한 인간이 사라져 기쁜지 초승달눈을 흘리며 서 있는 제 마라를 손으로 가리켰다. 자신은 빨리 여자와 몸을 탐하고 싶다는 눈치였다. 다만 여자는 날뛰는 마라실장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했다. 



"너 때문이네."



꽤 마음에 드는 남자였는데. 여자는 중얼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매우 날카로운 칼날이 서늘하게 빛났다. 마라실장은 여자가 그것으로 무얼 할지 짐작하지 못한 듯 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마라실장의 마라를 칼로 절단했다. 성대가 없어져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마라실장이 제 마라가 있던 곳을 움켜쥐고 피눈물을 흘렸다. 대체, 왜? 여자에게 질문하는 눈이였다.



"너는 잘못 없어. 나쁜건 너를 자위도구로 쓴 나지."



여자는 마라실장의 마라를 버렸다. 어차피 재생될 것이다. 그 전에 있던 마라실장들도 그랬다. 철현씨랑 있는거, 꽤 즐거웠는데. 여자는 눈을 감고 후회했다. 그의 얼굴, 그와 맞잡았던 손의 감촉들이 생각났다. 물론 그와 만나는 도중에도 마라실장과 직스를 했었다. 간단한 성욕처리였지만, 자신이 성욕을 처리하는 그 동안 머릿속에서 자신과 섹스를 하는걸 그렸다고 하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차피 그 사람은 내가 이런 앤줄 몰라서 그랬겠지.."



그 말을 끝으로 여자는 서럽게 주저앉아 울었다. 며칠의 시간이 흐르고, 마라실장의 마라는 더 이상 자라는 일 없이 시간이 흘렀다. 자신의 남성성이 사라진걸 견딜 수 없었던 걸까. 원래라면 마라가 자랐지만 그 흉터는 오히려 완벽하게 매꾸어져 갔다. 이제 마라실장이 아니라 그냥 실장석이라고 불러야 겠네. 마라실장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먹는 둥 마는 둥, 사는 둥 마는 둥 하는 답답한 시간이 흘러갔다.



여자는 잠시 동안 망설이다가 옷을 챙겨입었다. 망설이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거다. 여자는 자신의 차를 몰았다. 몇번 간 적 있는 그의 집주소를 네비게이션으로 찍었다.



-



그는 며칠동안 생각에 빠져 있었다. 여자의 전화번호를 지울까 했지만 지우지 않았다. 지우려고 할 때마다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의 긴 웨이브 머리와, 그녀에게 가까이 갈 때마다 났던 복숭아의 향기가 그를 괴롭혔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며칠이 흘렀다. 밥을 다 먹고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하자며 앉았을 그 때였다.


"누구세요...?"


누군가가 자신의 초인종을 눌렀다. 그는 인터폰으로 확인해볼 틈도 없이 문을 열었다. 연 곳에는 그녀가 있었다. 맑은 하늘의 기운을 흠뻑 가져온 그녀는 그리웠던 복숭아의 향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녀는 그의 현관에 섰다. 문은 닫혔고 불빛도 둘을 비추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할 말을 생각했다. 돌아가라, 아니면 그리웠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서와? 그의 뇌 속에서 여러가지 단어들이 복잡하게 교차했다.


"미안해요. 그런데, 저는 당신이 너무 좋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물에 잠겼다. 오랫동안 생각한 말이 꾹꾹 눌러져 퍼졌다. 그녀의 어깨는 움츠러져 있었다. 그는 빨리 답을 내려야했다. 그가 들은 것은 하나의 고백이었고, 그와 그녀의 관계에서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였다. 그가 대답을 하기 전에,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동생의 얼굴이 겹쳐져갔다. 그는 눈을 감았다.


"당신은 모든걸 잃으려 하는 군요."


핑키의 목소리가 몸 안에 퍼졌다. 핑키는 내가 동생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했다. 나는 동생과 핑키를 무참히 짓뭉갰었다. 그녀는 자신의 눈 앞에서 눈물을 최대한 삼키고 있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애처럽고 조그맣다. 그녀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을때, 그는 그녀의 얼굴을 진지하게 마주보았다. 동생의 얼굴이 사라져갔다. 그녀는 온전히 그녀였다. 그녀는 동생이 아니다. 나는 그녀를 동생처럼 잃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를 안았다. 


-


 그와 그녀가 사귄 바로 그 다음 날에, 그는 그녀의 집으로 놀러갔다. 그녀가 꼭 와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둘은 밥을 먹고, 평소와 같은 대화를 나누고 아주 자연스럽게 사랑을 했다. 그가 와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던 마라는 그녀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 것을 보고 분개했다. 수조를 두드리며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듯 했지만, 사라진 성대에서는 아무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수조를 치는 소리도 인간의 귀에는 한없이 작게 들릴 뿐이였다. 그녀는 자신을 보며 피눈물을 흘리는 마라실장에게 속삭였다. 안녕, 작별의 인사였다.


"잘가"


그가 돌아간 후, 그녀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라실장의 시체를 버렸다. 



미희씨와 사귄 지도 2달이 지났다. 그녀는 이제 실장석 얘기를 꺼내지도, 실장석을 보고 있지도 않다. 그녀는 온전히 나만을 바라봐 준다. 같은 직스파였지만 동생에 대해서는 평가가 꽤 박했다. 자신은 개조를 하지 않았던 인간이기에 더욱 그런거 같다.



"동생 기일에는 같이 가자."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웃었다. 잘 된 거라고 생각한다.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화가 걸려왔다. 받으니 어머니였다. 사촌동생이 이상하다고 한다. 일단 가볼게요. 어머니가 안심하신듯 전화를 끊었다.



"오늘도..비야"



시간을 내어 사촌동생이 사는 아파트로 갔다. 오늘도 비가 온다. 평소에는 맑다가도.. 차를 주차하고는 동생의 호수를 찾았다. 벨을 누르자마자 동생은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형!"

"요새 뭘 하고 있는 거야?"



동생은 내 가방을 받아 소파에 놓는다. 잡담할 시간은 없다. 어차피 너도 실장석이겠지.. 이젠 일상이 되어버려서 동생에게 말하자 동생은 멋쩍은듯 웃는다. 그 후 내 손을 잡아 이끈 곳이 동생의 방이다.



"우븝!!우브그급!!!"



저실장 한 마리의 입엔 호스가 물려져있다. 저실장의 총구는 계속 운치를 배설하고 호스와 연결되어 있진 않다. 저실장은 쉴 틈 없이 먹게 되고 그 결과로 엄청나게 거대해져 있다. 그럼에도 저실장은 먹는걸 멈출 수 없다. 고치를 틀지도 못하는거 같다.



"..뭐하는 거냐 넌?"

"실험! ..이자 부업."



사촌동생은 거대구더기를 업체에게 팔아 넘기는 일을 하는 듯 했다. 성체실장을 아사 직전까지 굶게 하면 위석에 먹을 것에 대한 욕구가 각인된다. 그 상태에선 실장푸드 하나를 줘도 부스러기까지 다 핥아 먹는데, 먹으면서 욕망이 제일 강해졌을때 죽이면, 위석은 파킨하지않고 흑색의 위석이 된다. 완벽히 아름다운 흑색은 판다. 매우 고가로 팔리니까.



"이 상태에서도 돈은 되지만, 거대구더기가 더 돈이 돼"



그렇게 추출된 위석들을 잘게 부순 후 실장푸드와 함께 갈아서 먹인다. 그럼 구더기는 위석에 응축된 욕망들을 흡수하게 되고, 먹을것밖에 생각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다.



"근데 쟨 고통스러워 하잖아."

"아무리 배고파도 계속 먹으면 고통스럽잖아"



호스에는 계속해서 고기가 공급된다. 비계와 버리는 살이라 살은 찌지만 그렇게까지 비싸진 않다. 고기를 갈고 저가의 실장푸드를 섞고, 성장억제제와 체중증량제를 갈아 넣는다. 엄지로 우화하진 않지만 체중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영양 상태는 안 좋아진다.



"얘는 찜용이라서 별로 의미가 없거든."



간단한 구이, 회 등으로 먹는 아이들은 철저하게 관리하는 듯 하지만 이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한 마리에 몇십만원은 하는 듯 하다. 동생은 그걸 부수입으로 버는 듯 했다.



"푸아그라..같네."

"잘 조리하면 푸아그라보다 맛있어"



구더기는 피눈물을 흘리며 먹이를 계속 먹고 있다. 이 상태에서 풀어줘도 이미 위석은 배고픔을 싫어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먹이를 계속 요구하는 듯 하다.



"넌 무슨 파인데?"



나는 애오파만 2명 만났고, 학대파도 만나 보았다. 동생이 학대파라고 해서 이상할건 없다. 들어보니 실험파라고 한다. 이런게? 그냥 학대일 뿐이잖아.



"다른 실험도 해봤었어. 구더기의 위석을 코팅하고 활성제에 넣는 거야. 먹이는 주지만 프니프니는 하지 않는 거지. 몇 시간을 버틸까?"

"모르지"

"2일은 가더라. 프니프니를 안해주니 운치를 못 싸서 운치를 터트리며 죽었어"

"끔찍하네.."



이 구더기는 출하되어 찜이 되려나. 나는 최대한 구더기에게 시선을 안주려고 노력했다. 시선을 줘봤자 구원자라는 인식을 주게 되면 피곤하다.



"형은 일반인이지?"

"그렇지"

"난 이제 일반인으론 못 돌아가"


"얘네들 반응이 너무 재밌는걸. 쉽게 울고 쉽게 죽어버리고, 살려달라고 빌고 가족을 배신하고.. 너무 반응이 다채로와. 재밌어.."



사촌동생은 동료처럼 웃었다. 학대파와 실험파는 별반 다르지 않네. 나는 구더기를 마지막으로 흘끔 쳐다보고는 동생의 집을 나왔다. 비는 더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부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러 왔다. 최근에 내가 실장석과 자주 엮이는걸 알고 부르신 거였다. 오늘도 창밖엔 비가 내린다.



"어서와! 오늘은 거대구더기 요리야. 아주 기대 중이라고"



가게에 들어서니 점원이 거대구더기를 해체하고 있다. 머리는 뇌를 긁어내어 안에 고기를 담아 찜으로 만들고, 분대를 제거하고 깨끗하게 씻어 회처럼 썰어 내민다. 맛이 덜한 부위는 도미처럼 찜으로 쪄버리고, 맛있다고 평가받는 다리와 꼬리는 구이로 해서 내민다.



"이 집이 맛있어. 먹자고"



회부터 한 점 집어서 입에 넣는다. 굉장히 쫄깃하지만 생각보다 맛은 별로다. 일반 생선회랑 다르지 않다. 머리찜은 생각보다 물컹해서 뇌를 씹는 느낌이 난다. 살의 찜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지만 달콤한 양념의 맛이 다 가리는것 같았다.



"표정이 안좋네?"

"아닙니다. 맛있습니다."



마지막 구이도 부드럽기만 할 뿐 맛은 돼지고기와 다를게 없다. 부장님은 맛있다는 듯 먹고 있다. 맛은 있지만, 씹을 수록 실장석의 모습이 아련하게 비추어지는게 별로다.



"아직 맛을 안 들여서 그래. 살아있던 생물을 먹는다는건 말야"

"그 생물이 입 안에서 발버둥 친다고 생각해봐. 내가 씹을 때마다 걘 희망도 꿈도 잃은 채 점차 체념하며 먹히는 거지. 정말 맛있어"



그 말을 듣고 난 더욱 더 실장육을 못 먹게 되었다. 집은 회에서 "우지챠 먹는 레후?" 란 소리가 들려오는듯 하다. 결국 먹는척 하며 거의 씹지도 않고 삼켰고, 체하기 직전인 채 부장님과의 식사가 끝났다.



"다음에는 더 좋은 곳을 가자고. 라이브로 몸부림 치는 가게가 있거든."

"네 알겠습니다.."



나는 회사로 돌아가기전 소화제를 한 병 샀다. 라이브로 실장석이 발버둥치고 그 고기를 먹는다는 듯 하다. 나중에 사촌동생이 거대구더기를 기른다고 하니 번호를 달라고 성화셨고, 둘은 좋은 거래처가 된 듯 하다. 나한텐 둘 다 역겹다. 학대파나 실험파나 다를건 없고, 실험파의 부산물을 먹는 냄비파도 역겹다. 편견일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어느쪽도 아닌것 같다.



"그럼, 내가 있을 곳은?"



차에서 무심코 중얼거렸다. 전화를 하던 미희씨는 철현씨는 지금 그대로 된 거라고 말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비가 거세게 내렸다. 차창을 뚫어버릴 듯이 거센 비를 뚫고 회사로 돌아갔다.



나는 이제, 비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봐라, 신기하지 않니"



최근에 실장석에 발을 들인 아버지가 카톡을 보내왔다. 사진에서는 들실장 일가가 우리 집 마당의 흙을 파내며 놀고 있었다. 쫓아내야 하지 않아요? 하니, 조금 놀다가 알아서 살아지니 괜찮다고 하신다.



굳이 동생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동생을 최대한 잊으려 하시는거 같다. 동생의 사진을 찢어 없애고, 동생이 찍힌 비디오는 지웠다. 우리는 연년생이기에 나도 같이 지워지는게 많았지만, 그렇게 되면 부모님은 오기로라도 동생을 편집했다.



"넌 외동이란다. 철현아"



스스로에게 세뇌하는 말이였다. 내 안에서 동생은 살아있으니까. 동생이 어떤 짓을 저질렀던, 동생은 살아있다. 공허에 가득찬 그 눈으로 나를 보고 있으니까.



"네, 전 외동이죠."



그렇게 말하면 부모님은 안도의 웃음을 짓는다. 암묵적으로 약속된 룰, 부모님은 들실장 일가에서 동생을 찾고 있었다. 동생이 멀쩡한 아내와 자식을 갖기 원했다. 부모님은 동생을 잊으려 하지만, 나보다 더 동생을 생각한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끊어지지 않는 족쇄 안에서.



"얘네 보렴, 귀엽잖니."



부모님은 적극적으로 손을 대진 못한다. 들실장은 오늘도 평온하게 흙장난을 치다가 간다. 우리 가족은 원래부터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운치를 지리지도 않고 밥도 요구하지 않는다.



"양충인가 봐요."



요새는 부모님의 카톡에 답하는게 일과가 되었다. 부모님이 보내오는 사진은 항상 위치가 다르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다음주에 한번 내려가 보기로 했다.



"그 날, 또 비가 오려나.."



당일, 날씨는 맑았다. 부모님 댁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실장석이 오는 시간은 곧인것 같다. 밥을 먹으며 여유롭게 기다린다.



"언제 와요?"

"저기 있잖니."



어머니가 가르킨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너무 작아서 안 보이는건가 하지만, 어머니의 반응으로는 마당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마당의 흙은 멀쩡하다.



"아무도 없는데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들실장 일가에게 푹 빠진듯 하다. 아무것도 없는데 도대체 뭘 보고 계신걸까.



"쟤들 보니까 생각난다. 너도 잘 놀았었단다. 항상 흙을 뒤집어 쓰고 왔지"

"혼자서도 잘 놀았단다."



난 혼자서 논 적이 없다. 난 항상 동생과 같이 놀았었다. 보이지 않는 들실장 일가를 보며 부모님은 추억에 잠긴 듯 했다. 아마 그 추억에서 동생은 필터링 되고 있겠지.



"잠시 나갔다 올게요."




부모님을 뒤로하고 근처에 있는 공원을 찾았다. 최근에 구제가 있었어서 그런지 실장석은 몇 마리 보이지 않았고 보이는 몇 마리도 숨어버렸다.



"하나 물어보자"

"데슷?"



그나마 경계가 덜한 실장석에게 다가갔다. 자실장 한 마리와 먹이를 구하러 가는 길인듯 하다.



"들실장 일가를 찾고 있어. 인간의 집에 와서 흙장난을 했다던데"

"그 분충인 데스? 닝겐상의 집을 침입했다며 다음엔 흙으로 안 끝낼 거라고 자랑하기에 다들 린치해버린 데스요"


"닝겐상의 집에 침입하면 안되는 데스. 그랬다간 일가실각에 공원실각인 데스. 그걸 어겼으니 린치는 당연한 데스. 분충 치고 약해서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 데스"



몇번 온 건 사실인듯 하다. 어느 순간 안 오기 시작했고, 부모님은 억지로라도 그 애들의 환영을 만들어 보고 있었던거 같다. 마치 내가 핑키의 환영을 봤었던 것처럼..



"어머니. 저 왔어요."

"어서오렴 철현아. 그 아이들은 돌아갔단다"



어디로? 순간 물을 뻔 했지만 참았다. 이 근처에 공원은 한개밖에 없다. 다른 곳에서 왔을리는 없다. 평소대로 밥을 먹고 잠시 쉬었다. 부모님은 동생을 잃은 슬픔의 도피처로 실장석을 보고 계신 거다. 실제로 몇번 온 그 아이가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인 거다. 그 아이마저 죽었다면 부모님은 또 다시 잃게 되는 거니까.



"오늘은 자고 갈 생각이였으니까요"



오랜만에 부모님과 같이 자고, 다음날이 되었다. 오늘도 날씨는 맑았다. 부모님은 들실장 일가가 오기를 기다리는것 같았고 나는 늦은 아침을 먹었다.



"어머, 철현이 와있어?"

"응..오랜만에"



이웃집 아주머니가 찾아와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한테 여친이 생겼다던가 하는 잡다한 이야기. 아주머니도 동생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왜 자꾸 창 밖을 봐?"



어머니는 들실장 일가가 신경쓰이는지 자꾸 창밖을 보았다. 어머니의 환영은 이미 온 것 같지만 아주머니에게 환영이 보일리 없다.



"아, 저기에 실장석 있잖아"

"..아무것도 없는데?"



아주머니는 마당을 보더니 말했다. 어머니는 그럴리 없다며 다시 보라 하지만 아주머니는 환영을 보지 못했다. 순간 소름이 끼친 아주머니는 급하게 인사하고 집 밖으로 나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급하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저 애들은 살아있어."



어머니는 믿지 못했다. 저 애들은 자신의 눈 앞에서 움직이고 있으니까. 언제나처럼 가족끼리 흙장난만 하고 돌아가니까. 진실을 알려줄 때가 된 것 같다. 날씨는 맑다. 잘 풀릴 것이다.



"같이 가요. 공원에"



안 오겠다는 부모님을 위해 혼자서 공원에 갔다. 전에 본 실장석의 말을 재녹음했다. 그 애들이 죽었다는것,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것. 가려고 하는데 실장석이 키워달라고 난리여서 데코핀을 한대 날린것 빼고는 평화로웠다.



"그 아이는, 죽었니..?"



부모님은 평화롭지 못했다. 자신의 눈 앞에서 해맑게 웃는 아이들이 이미 죽었다고?



"..네. 살릴 수 없어요"



내 눈에 마당엔 아무것도 없었다. 실장석의 울음소리 같은 것도,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았다. 부모님은 창 밖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셨다.



"..너의 동생이 보인단다."

"아버지, 동생은.."

"난 너의 동생을 잊으려 했다. 다만 자식은, 잊으려 해도 그럴 때마다 더욱 내 마음에 파고들었지. 나와 아내는, 그것으로부터 도피한거야. 그 실장석은 어릴때 같이 놀던 너와 동생같았으니까.."



아버지는 그 실장석의 모습에서 나와 동생을 겹쳐보았다. 항상 흙을 뒤집어 쓰고 같이 웃으며 씻었던 그 모습. 서로의 옷에 흙을 넣고 뛰어다니던 그 모습을, 우연히 들어왔던 그 실장석에게서 찾았던 것이다.



"나는..믿을 수 없어요.. 내 안에서 저 아이들은, 아직도 뛰어놀고 있는걸요.."



어머니는 벽에 몸을 기댔다. 눈은 창밖에 고정했지만 초점은 흐릿했다. 아버지는 어머니 옆에 붙어 앉았다. 아버지에게 그 실장석은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고 했다.



"너희 엄마도 곧 괜찮아 질거다."



어머니의 눈가는 촉촉해져,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거 같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부축하며 걸었다. 나도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집을 떠났다. 날씨는 여전히 맑았다.



오늘은 동생의 기일이다. 납골당으로 찾아가니 동생의 사진과 유골이 보인다. 옆에는 미희씨가 있어 주다가 생각을 정리하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동생이 죽은지 벌써 1년. 만약에 동생이 살아있었고, 실장석에 빠지지 않았다면 동생은 어떻게 살았을까.



"철현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은 내 옆에 나란히 서서 동생의 유골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례식에도 방문하지 않았던 자신의 아들이 한줌 가루가 되어 자신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실장석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나도, 엄마도"

"귀여웠었죠..그 아이."



어머니는 실장석을 추억하지 않았다. 동생을 추억하고 있었다. 편식하지 않고 잘 먹고, 유치원에 들어가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밟고 대학교에 간 동생이, 대학교를 졸업한 후 취직해 환히 웃는 동생의 모습을.



"우리는 자식을 잊을 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니까 말야"



두 분은 붉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두 분은 매일 동생을 생각하며 울었다고 했다. 부모를 놔두고 먼저 떠나버린 자식을 매일 밤 그리워했다고 한다. 미희씨가 기다리므로 나는 먼저 인사를 하고 나왔다.



"다음엔 같이 오렴."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곤 손을 흔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로 돌아왔다. 오늘도 날씨는 맑았다.




우리 집 근처에는 편의점과, 공원이 하나 있다. 그 공원은 내가 집으로 걸어 가려면 꼭 지나쳐야 하는 곳으로, 편의점 바로 옆에 있다. 몰랐는데 한 동안 시끄럽게 테치테치 거린 건지, 1주일 전에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구제 자원봉사자 모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구제업체를 쓰지만, 구제업체는 부르는게 값이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로 해결할 수 있다면 자원봉사자로 해결한다. 다만, 학대파와 애호파는 사절이다. 학대파는 실장석을 괴롭히며 구제를 늦추고, 애호파는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어떻게 죽이냐며 운다. 둘 다 구제업자로는 좋지 않다.


실장석 구제에는 관찰파나 학살파가 좋다. 일반인은 실장석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왕왕 있는것 같다. 제일 선호하는건 학살파이지만, 세상에는 학살파는 많이 없다. 그래서 관찰파에 가까운 내가 뽑힌 것 같다. 나중에 들어보니 학대파밖에 없어서 거르고 거른게 이 정도라고 했다.


어차피 그 공원은 별로 넓은 공원이 아니다. 자원봉사자는 5명으로 꾸려졌다. 시간은 4시간 정도, 일당은 5만원 정도이다. 최저시급보다 조금 더 많이 주면서도 주민센터에게는 구제업체를 부를 값을 아꼈으니 이득이다.


"자자, 이것들 받으시고. 링갈을 따로 키실 필요는 없습니다. 안 키는걸 추천할게요. 4시간이면 충분할거 같으니 시작하겠습니다."


받은건 실장석용 코로리 스프레이, 빠루 같은 것, 네무리 스프레이와 콘페이토형 코로리 등을 받았다. 빠루 같은 것을 쥐어보는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그립감이 좋고 가볍다. 실장석에게 그다지 무거운걸 사용할 이유가 없어서 그런 듯 하다. 하얀색 구제복으로 갈아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쓴다. 자원봉사자들이 들어가면 주민센터에서는 바리케이트를 쳐준다.


"빠루 같은 것은 실장석이 모여있을때나 써주시고, 왠만해선 코로리류를 써주세요. 빠루 같은 것은 체액과 운치, 살점등이 튀어서 귀찮아집니다."


차분해보이는 직원이 얘기한게 떠올랐다. 빠루 같은 것은 잠시 치워두고 코로리 스프레이를 꺼냈다. 하얀색의 복장을 본 실장석들이 놀라서 도망친다. 여기 실장석 정말 많구나. 도망치는 실장석들은 다른 실장석들에게 부딪혀 쓰러지고, 과적재의 실장석들이 한대 모여 빵콘하며 발버둥친다.


"테츄!!!테챠아아아아!!!"
"데스!데스아!!!"


링갈을 키지 않으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진 잘 모르겠다. 과적재의 실장석들에게 코로리 스프레이를 분사한다. 마트에서 흔히 파는 저가형이라, 단칼에 목숨을 끊어주지는 못한다. 실장석들은 약 2초간 절규하며 소리를 내지르다가 빵콘하며 죽었다. 운치의 산이 보인다.


"코로리를 분사하고 실장석이 절규할 동안 밟던가, 빠루 같은 것으로 휘둘러 죽여주세요. 그게 더 빠르니까요."


실장석을 죽이는 데엔 여러가지 방법이 있었다. 코로리를 분사해 절규하며 구르는 실장석을 밟거나 빠루 같은 것으로 편안히 보내준다. 이렇게 하면 운치가 적게 나온다. 두번째는 네무리로 재운 후 빠루 같은 것으로 머리통을 으깨는 방법이다. 자고 있으니 가장 덜 시끄럽게 죽는다.


"데챠아아아!!"


시험삼아 콘페이토형 코로리를 뿌려보았다. 겁에 질려 도망가던 실장석들이 코로리를 보고 달려들어 맛있게 핥는다. 콘페이토형 코로리는 비싸기에 많이 주지 않았다. 


"테벡!"
"테츗!"
"데벳!"


짧은 단말마와 함께 실장석들이 절명한다. 시체들을 고이 쓰레기통에 넣는다. 종량제 봉투에는 잔인하게 죽은 실장석들의 시체가 보인다. 어느정도 높게 쌓이자 직원이 그라인더를 꺼내왔다.


그라인더를 봉투 안에 넣고 가운데에 있는 실장석의 시체들을 곱게 갈아낸다. 위이이이잉하는 소리가 시선을 모은다. 봉투 주변에는 실장석들의 피와 운치가 튀기지만, 점차 봉투의 양이 줄어간다. 직원은 봉투가 찢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실장석들의 시체를 갈아낸다.


"계속 하시기 바랍니다."


운치가 가득 튄 앞치마를 버리고, 직원은 웃었다. 구제 작업도 어느새 1시간정도 지났다. 처음에는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졌으나, 돈을 생각하니 그런 생각은 싹 가셨다. 일말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고 빠루 같은 것으로 머리를 꿰뚫고, 코로리를 뿌려 절명하는 실장석들을 본다. 네무리로 재워 밟아 죽인다. 신발에는 실장석들의 살점이 물컹하게 밟힌다.


"자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작업복을 벗어주세요."


2시간 정도 지나자 구제작업이 종료되었다. 이제부턴 미화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미화작업도 전문업체가 있지만, 구제업체를 통해서 연락하기 때문에 돈이 배로 든다. 콘페이토형 코로리, 빠루 같은 것, 코로리 스프레이, 네무리 스프레이등을 회수하고 빗자루, 쓰레받기, 걸레, 세정제 등을 지급한다. 물통에 물을 받고 피가 가득 튀긴 구제복을 벗는다. 구제복은 깨끗하게 빨아서 다시 보관한다. 실장취가 묻었지만 피냄새이기 때문에 실장석들이 오히려 피한다고 한다.


"깨끗하게 닦아 주세요."


직원들은 실장석의 간 시체들이 가득한 종량제 봉투 2개를 끙끙 옮겨서 싣고 간다. 물론 이 공원에는 실장석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피냄새로 가득한 화장실이나 나무 뒷켠에 숨어서 바들바들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직원들도 그건 알고 있다. 다만 구제업체들도 자신들의 일거리를 위해서 실장석을 일부러 살려둔다. 자원봉사자들이 살려두는 수와 엇비슷 할 것이다. 예산이 빠듯하니 이런거라도 아끼는 것이다.


실장석들이 꺾고 휘둘러 망가진 꽃들을 다 뽑아서 버리고 흙을 고루 덮는다. 길가에는 실장피와 운치가 가득하니, 운치는 대충 쓰레받기로 퍼서 버리고 남은 운치 얼룩과 피들은 세정제를 뿌리고 걸레로 닦아 말끔히 지운다. 생각보다 잘 지워진다.


구제 작업도, 미화 작업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은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굳이 말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실장석에게 별 관심이 없는 관찰파이거나, 학살파이기 때문이다.


"테...테츄..."


물론 다 죽이지 못한 실장석들이 울 때도 있다. 다만 죽이지 않는다. 신발을 더럽히기는 싫고, 내 옷은 소중하다. 어차피 이 실장석들은 실장취와 피의 냄새가 진하게 묻어있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가까이 오지 않는다. 자원봉사자들은 실장석을 무시하고, 또 무시한다. 수도꼭지를 닦고 물이 잘 나오나 점검한다. 화장실도 구석구석 청소하고 세면대에 튄 피들을 닦는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뵈어요."


동사무소 직원이 돈을 입금하고는 웃으며 바리케이트를 치운다. 깨끗해진 공원이 마음에 든다. 집에 와서 깨끗하게 샤워를 한다. 구제복을 입어도 실장취는 쉽게 가시지 않기에, 못해도 2번에서 3번은 씻어야 한다. 나른해진 몸을 이끌고 치킨을 한 마리 시켰다.


"신기하다. 내 친구들은 다 학대파라서 구제 얘기를 못 들어봤어."
"별로 재미는 없었어"
"그래도. 오빠는 실장석을 어떻게 생각해?"


실장석을 어떻게 생각하냐니.. 일단은 대충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은 일요일이니 푹 쉬고 싶다. 날씨는 그럭저럭 맑았다. 


-


다음 주 평일, 오랜만에 칼퇴를 한 나는 몇달만에 혼술을 하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맥주 2캔 정도를 사고, 안주는 간단하게 과자와 닭꼬치를 샀다. 집에서 먹을까 하며 걸어가던 중, 나는 오랜만에 그 공원을 보았다. 완전히 한적해졌고, 꽃이 드문드문 심어져 있다. 공원에서 먹는건 처음이었기에 가로등 밑에 있는 벤치에 앉아, 편의점 봉투를 열어 맥주 한 캔을 땄다. 닭꼬치를 한 입 베어물고 맥주를 마시니 극락이 따로 없는거 같았다.


"테치이..."


어제 구제때 안 죽은 자실장 한 마리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부스럭 소리에 가까이 온 걸지도 모른다. 그 자실장은 옷이 굉장히 꼬질꼬질 했고, 머리는 비듬이 가득 보였고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구제 전부터 음식을 많이 먹진 못한 듯 했다.


"테츄우..."


자실장은 비틀비틀 걸어선 내 신발에 기댔다. 더 이상 걸을 힘도 없는 듯 했다. 행여나 분충의 속임수인가 했지만 그 자실장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마치 나를 시험하듯이.


"오빠는 실장석을 어떻게 생각해?"


미희의 말이 맴돌았다. 나는 실장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나는 실장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근 몇달동안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한 사람이 만날 수 있을까 걱정될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했다. 그것들을 모두 보아온 나는, 이 작은 실장석을 어떻게 대해주어야 할까?


나는 일단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자실장을 조심히 들어 손바닥 위에 놓았다. 나의 엄지보다 살짝 크지만 손바닥 보다 작은 생명체가 내 안에서 곤히 숨쉬고 있었다. 자실장이 춥지 않게 손으로 감싸고는 음식들을 다 먹었다. 자실장은 음식 냄새가 풍기는 데도 계속 자고 있었다. 구제 후 계속 걸은 듯 하다. 나는 링갈을 키지 않았다. 자실장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방해가 될 지도 몰랐다.


눈을 감았다. 동생과 같은 직스파는 추호도 되고 싶지 않았다. 학대파도 아니였다. 이런 작은 생명체를 학대하다가는 나의 정신이 버텨주지 못할 것이다. 실험파도 아니다. 애초에 나는 호기심이나 학구열이 적은 사람이다. 냄비파도 아니다. 실장석을 먹을 바엔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고 싶다.


모든 것을 제거하고 나니 나에게 남는 것은 3가지 정도인 듯 했다. 


이 실장석을 공원에 두고 관찰한다. 이건 좋지 않다. 그렇게 했다간 이 아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 두번째는 데려가서 키우는 것.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세번째는 일반인으로 사는 것. 이 실장석을 기억에서 잊는 것.. 


"키우는 수 밖에 없나.."


자실장은 포근한지 몸을 더더욱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약간의 숨소리가 들리고 굉장히 가벼운 덩어리가 내 손 안에 있다. 이대로 손을 움켜쥔다면 이 자실장은 죽겠지. 나는 이 자실장을 죽일 수 없었다. 이 작은 생명체를, 기를 자신도 없었다. 한 생명체가 죽을 때까지 책임진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니까. 책임감이 없으면 안되고 중간에 질려서도 안된다.


한참을 고심하던 나는 자실장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생명체를 책임지는 방법에 대해서 검색하고, 미희에게도 물어 보았다. 자실장용 수조와 성장억제제가 들어있는 실장푸드를 샀다. 미희의 말로는 성체는 자를 가지겠다고 난리를 치니까 자실장으로 두는게 낫다고 했다. 사육실장용 분홍색 실장복은 편의점에도 팔기에 사왔다. 하얀색 레이스가 포인트인 두건과 옷, 붉은색 리본이 달려있는 실장구두가 준비되었다.


"테츄...?"


곤히 자던 자실장이 깨어났고, 나는 링갈을 켰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자실장은 나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도게자를 했다. 


"닝겐상, 죄송한 테치. 죄송한 테치 아타치가 잘못한 테치.."
"괜찮으니까 일단 씻자?"


자실장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딱히 나를 속이려는 것도 아닌 반응이다. 자실장을 들어서 작은 대야에 놓아주고 옷을 벗겼다. 자실장은 어리둥절 하면서도 곧잘 내가 하는걸 지켜봤다. 미온수를 받고 자실장을 대야에 뉘였다.


"감사한 테치 닝겐상!"


초승달눈이 아닌, 완벽한 눈웃음을 지으며 웃은 자실장이 묵은 때를 벗겼다. 머리를 감고 샴푸를 발라주니 피어오르는 거품이 신기한지 뚫어져라 쳐다본다. 약풍 드라이기로 말려주고는 분홍색의 실장복 세트를 건네주었다.


"테츄? 아타치가 이런거 받아도 되는 테츄?"
"그래, 넌 사육실장이니까"
"정말로 감사한 테츄 닝겐상!"


자실장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감동해서 흘리는 눈물이여도 색눈물이구나. 이런게 진심눈물이라는 걸까. 자실장은 황급히 옷을 입었다. 두건은 내가 묶어주고, 머리를 깨끗하게 빗었다. 자실장은 나에게 연신 배꼽인사를 했다. 이 모습이 귀여운 거구나. 손가락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너의 이름은 핑키야"
"핑키.. 예쁜 이름인 테치! 아타치는 핑키인 테츄!"


신나서 춤을 추는 핑키에게 먹을걸 건네주었다. 실장푸드는 내일 온다고 했으니 오늘은 집에 남아있던 모닝빵을 건네줬다. 양손으로 받아들고 허겁지겁 먹는 핑키가 귀여웠다. 오랜만에 식사라는듯 했다. 내 기억 속 유일한 자실장인 핑키가 점점 뒤덮여간다. 동생아, 나는 너처럼 실장석을 다루진 않을 거다.


"그리고 나는 파파라고 부르면 돼."
"알겠는 테츄 파파!"


핑키가 웃고, 나도 따라 웃었다. 다음 날 수조가 도착하고는 안에 침대와 변기, 미끄럼틀 등을 놓아주었다. 내가 회사에 가서 자리를 비운 날에는 미희가 돌봐주거나, 부모님이 돌봐주거나 하신다. 부모님은 핑키가 착하고 귀엽다며 좋아하고, 미희는 아직 실장석이 껄끄러운듯 하지만 완만히 잘 지낸다. 후배와 부장님은 바뀐게 없고, 나는 꽤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파파, 놀아주시는 테치"


핑키가 온지 1달이 지났다. 공을 던져주면 핑키가 달려가 집어온다. 몇번이고 한 것이지만 핑키는 항상 처음인 것처럼 웃는다. 밥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비싼걸 요구하지 않는다. 


"핑키는 파파가 좋은 테치"


핑키는 밝게 웃었다. 일말의 분충기도 찾아볼 수 없는 맑은 웃음이었다. 날씨는 화창했다. 그간 비가 왔다는게 거짓말 같았다.


"아빠도 핑키가 좋아"


나는 핑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오늘 날씨는 맑다. 구름 한점 없이 깨끗한 하늘 아래, 핑키가 해처럼 밝게 웃었다.
















핑키


 

* 직스주의


철웅은 언제나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강의에 출석해서 수업을 듣는다. 지루하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잠을 자기도 한다. 2시간에 달하는 수업을 다 들으면 누군가와 이야기도 하지 않고 집에 가거나, 강의가 남으면 점심을 먹으러 간다.


오늘의 점심은 참치김밥. 거의 항상 이런걸로 때우고, 입 안에 느껴지는 상큼한 참치의 맛을 음미한다. 저렴한 편의점표 김밥이지만 불평을 하진 않는다. 5분도 걸리지 않은 채 다 먹어버리고는 다음 수업을 들을 준비를 한다. 강의실에 30분 일찍 도착해 아무 응답도 없는 카톡앱을 연다. 뉴스를 대충 보다가 예습하는 척을 한다.


철웅은 말을 딱히 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친구도 없다. 여자애들이 와서 각자 즐거운 얘기를 나누며 웃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괜히 목이 타서 물만 마신다. 당연하지만 여친도 없고, 교수에게 사랑을 받지도 않는다. 그는 뒷자리에서 설렁설렁 수업을 듣는 편이였고, 성적도 B 혹은 B+ 정도의 성적을 받는, 평범한 학생이다.


철웅은 1학년이 끝나자마자 마치 도망치듯 군대를 다녀왔고, 복학해서 26살에 졸업하고 운이 좋게도 중견기업에 바로 취직했다. 회사에서도 철웅은 말수가 적은 편이였다. 할 말 제외, 입을 거의 열지 않았었다. 그런 철웅에게 말을 거는 동기는 실장석을 좋아하는 인물이였다.


"실장석?"


철웅은 실장석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가 대학생일 때는 기숙사에 살았기에 실장석의 침입도 볼 수 없었다. 캠퍼스 내에서는 실장석을 볼 일이 거의 없었고, 딱히 찾아보려 하지도 않았었다. 동기는 자신이 키우는 실장석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뚱뚱한 것이 딱히 예쁘지는 않았다.


"집에 오면 날 반겨주는게 귀여워"


그 말에 철웅은 약간 고민하다 실장석을 샀다. 집에 누군가가 있으면 말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았다. 실장석의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했다. 어차피 그는 돈을 쓸 일이 없었기에 돈은 꽤 충분했다. 저렴한 실장푸드를 샀고 넓지 않은 수조를 샀다. 실장석과 세트로 용품들이 도착했다. 실장석은 박스에 넣어져 있었고, 활성제를 넣어서 깨우는 방식인듯 했다.


철웅은 수조에 폭신한 담요를 깔아주었다. 화장실을 설치하고 밥그릇과 물그릇을 놓아주었다. 침대까지 놓아주니 그럴싸한 집처럼 보였다. 실장푸드와 물을 채워주고 침대에 실장석을 들어 눕혔다. 부드러운 살이 손에 닿았다. 이상한 기분이였다.


"테치..?"


작은 생물이 꼬물꼬물 일어난다. 동기가 자실장이 제일 귀엽다고 하여 성장억제제가 들어간 것으로 주문했다. 실장석은 주위를 잠시 둘러보다가 고개를 들어 철웅을 발견했다. 철웅은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걸 본 실장석이 양손을 배꼽에다 대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주인사마, 안녕하신 테치"


그 실장석은 예의범절이 발랐다. 훈육을 하지 않아도 배변을 가렸고 저가의 실장푸드에도 투정부리지 않았다. 콘페이토나 스테이크를 달라고 울지도 않았다. 초록색 옷이 예쁘지 않았기에 그는 분홍색 옷으로 갈아입혀주었다.


"이름은, 핑키로 하자."


단순히 그 아이가 분홍색 옷을 입었기에 지은 이름이였다. 핑키는 이름을 받은 것이 기쁜지 빙글빙글 돌았다. 귀여운 아이였다. 철웅이 야근을 하는 날에도 핑키는 군말없이 잘 놀고, 잘 잤다. 사료를 한가득 주고 가도 조절해서 먹는 착한 양충이다.


"핑키.."


그 날 철웅은 술을 한가득 마시고 들어왔다. 최근에 계속 상사에게 혼났기 때문이다. 그 상사는 자신의 라인만 챙기는 사람인데, 딱히 연을 쌓지 않으려는 철웅이 달갑지 않은 듯 했다. 계속 혼나고 야근을 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힘내는 테츄..주인사마.."


핑키는 술 냄새를 참고 철웅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실장석의 조그마한 손으로는 쓰다듬어진다는 기분은 안 들지만, 핑키는 진심으로 철웅을 위로하고 있다.


몇주 후, 철웅은 회사를 그만 두었다. 그 망할 상사 때문이다. 정확히는 잘렸다 보는게 맞을 것이다. 정리해고인가 뭔가라고 한다. 돌아온 철웅은 핑키를 보자마자 울었다. 너무 서럽게 울어서 핑키는 당황했다.


"주인사마! 괜찮은 테치 주인사마에겐 와타치가 있는 테치.."


핑키는 철웅을 위로했다. 한참을 더 울던 철웅은 눈물을 슥 닦았다. 동기가 한 말을 알 것 같았다. 나만 봐주는 생물, 나를 반겨주고 나를 생각해주는 생물이 집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커다란 행복인가?


"그래..나 힘낼게, 핑키야"


철웅은 그 후 일자리를 구하려고 했지만 빈번히 떨어지거나, 붙어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그와 동시에 핑키에게 쓰는 돈은 많아졌다. 그는 핑키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에 핑키를 데려와 잘리기도 했었다. 그는 핑키에게 더더욱 의존하기 시작했다.


-


1년이 흘렀다. 그 동안 철웅이 관둔 일만 2자리수 가까이 되었고 넣은 이력서는 3자리수에 달했다. 아무것도 이루어진게 없었다. 자신의 형은 건실한 직장에 들어가 한 자리를 제데로 꿰차고 있다. 그런데 자신은 뭔가? 영원히 자실장으로 남는 핑키만 있을 뿐이였다.


"주인사마, 와타치가 있는 테치!"
"그래..난 너만 있으면 돼.."


철웅은 심해 속으로 가라앉듯 핑키에게 빠져들었다. 핑키는 어느 순간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였지만 철웅에겐 그것이 잘 먹혔다. 핑키는 여전히 양충이였다. 옷은 조금 더 프릴이 달렸고 먹이는 아마큐브로 바뀌었다. 그거 이외에는 거의 바뀐게 없었다. 세레브한 성도 없었지만 핑키는 그런 것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핑키는 성장억제제가 듬뿍 첨가된 아마큐브를 먹었다. 비싼 실장푸드이기에 먹이는 한끼에 2알로 제한되었지만 정말 맛있는 음식이다. 콘페이토 서너개를 한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느낌의 단맛. 몸서리칠 정도로 달지만 영양소는 균등하게 잡혀있다.


철웅이 백수가 되고 난 뒤로는 부모님께 생활비를 받아썼다. 한달에 100만원 정도. 월세를 내고 이것저것 하면 충분히 남는 돈이라 모으고 있었다. 철웅은 하루종일 핑키와 붙어 있었다. 아마큐브를 양 손으로 잡고 테찹테찹 하며 먹는게 귀엽다. 아마큐브는 1kg에 7만원 정도 하는 고급품이다. 이 생활비는 제 형이 보내주는 거지만, 철웅은 죽을때까지 이 돈은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거라고 알고 있었다.


"아..밥.."


철웅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기에 가끔씩 말을 할때마다 목소리가 쉬어선 갈라졌다. 그의 밥은 거의 샌드위치, 삼각김밥, 라면을 벗어나지 않았다. 건강은 빠르게 망가졌지만 그는 핑키가 먹는 모습을 보면 배가 불렀다.


"주인사마, 청소라도 하시는게 어떤 테치?"
"안돼. 그럼 그 시간동안 널 못보잖아"


그는 핑키말고 다른 것은 잘 보지 않았다. 방과 거실에는 쓰레기들이 쌓여갔다. 아주 심각하게, 걷기도 힘들 정도로 쌓여야만 대충 집어넣어 버리는 정도였다. 그 후 반년이 지나고, 철웅은 완전히 망가진채 집으로 돌아왔다. 친척들에게 강제로 끌려와 설교를 들었기 때문이다.


"너 이제 곧 32이야, 정신을 차려야지!"
"여자도 만나고 취직도 하고 그래야 할거아냐!"
"그 실장석인가 뭔가..그냥 벌레잖냐. 그거에 시간을 왜 바치냐?"


친척들은 몇 시간 동안 철웅을 쪼았다. 돈도 직장도 주지 않으면서 주는건 잔소리 뿐이라고 철웅은 불평했다. 머리속에 남는 말은 없었다. 그저 한쪽 귀로 흘러넘길 뿐이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핑키를 보았다.


"핑키야, 너는 여자지?"
"그런테치. 왜 그러시는 테치?"


철웅은 이미 자신이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핑키는 여자아이인 것이다. 마라가 달린 남자가 아니라!!


그걸 깨달은 철웅은 한참을 웃더니 오랜만에 노트북을 켰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애호파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그는 이것 저것을 검색해 보다가, 실장석을 실장인스럽게 만드는 방법을 찾았다.


"후흐..흐.."


그는 방법을 찾아보다가 웃었다. 수염은 며칠째 깎지 않아 자라나고 머리도 손질하지 않아 앞머리를 가렸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며칠 후, 그는 핑키에게 네무리를 먹여서 재웠다. 그 후 전문 브리더에게 핑키를 넘겨준다. 며칠만 기다리면 된대서 그는 망부석처럼 기다렸다.


"주인사마..?"


다시 온 핑키는 매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몸이 길어져 시야가 달라진 것이다. 걷는게 조심스러워졌고 걸을 때마다 출렁이는 무언가가 생겼다. 가슴이라고 하는 듯 했다. 철웅은 너무 예쁘다며 사진을 찍어댔다.


"그래..넌 여자야. 여자라고. 나는 여자를 만나고 있는거야"


철웅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는 핑키가 실장석의 언어를 하지 않으면 완벽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 그는 핑키가 실장석의 언어, 즉 한본어와 테치 하는 어미를 쓸 때마다 때렸다. 매우 가슴이 아팠지만 실장석은 때리지 않으면 훈육이 되지 않는다고 커뮤니티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주인님? 이제 완벽한가요?"


핑키가 말했다. 이제 실장석의 말투는 거의 사라졌다. 와타시 같은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매우 작은 인간이라고, 철웅은 생각했다. 핑키는 실장석이 아니다. 한 명의 인간이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랬다.


"핑키야, 사랑해.."
"네..?"
"결혼할까, 이제!"


핑키는 굉장히 당황스러워했다. 뒷걸음질 하는 핑키를 낚아챈 철웅은 핑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길다래진 몸과 튀어나온 가슴, 잘록해진 허리는 핑키를 이질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철웅은 핑키를 인간처럼 대했다. 그는 당장 핑키와 결혼식을 거행하고 싶었으나, 핑키를 개조하는데 돈을 많이 들여서 돈이 없었다.


"..어디다가 쓸건데"
"쓸 곳이 생겨서..히히..."


철웅은 제 형에게 빌어서 돈을 타냈다. 핑키의 웨딩드레스는 작고 수제여서 굉장히 비쌌다. 돈을 쥐어짜내고 털어서 겨우 마련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핑키는 굉장히 아름다웠다.


머리에 쓴 티아라와 하늘거리는 면사포, 웨딩장갑을 낀 손에 펄이 들어간 웨딩드레스, 유리구두 까지 신은 핑키는 그의 눈에는 굉장히 아름다웠으리라. 그는 정신 없이 사진을 찍었고, 도배인가 싶을 정도로 커뮤니티에 올렸다. 핑키의 사진은 폐쇄적이었던 그 커뮤니티 특성상 다른 곳에 퍼지진 않았지만 그는 순식간에 네임드가 되었다.


"주인님..?"
"결혼 했잖아 우리. 이제 남편이라 불러야지"


핑키는 당황스러웠다. 자신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이런걸 요구하면 죽는다고 브리더에게 배웠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본인이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핑키는 따르기로 했다. 자신의 주인이다. 2년간 자신만을 바라봐준 주인이다.


"남편님"


핑키는 수줍게 말했다. 더 이상 철웅은 핑키를 수조에 가두지 않았다. 같이 TV를 보았고 밥도 한 식탁에서 같이 먹었다. 핑키의 몸이 작아 걸어다닐 순 없었고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철웅은 같이 다니는 길만 깨끗하게 치워두었다.


핑키는 잠시 걷는걸 제외하고는 철웅의 손에 무릎을 꿇은 채로 이동했다. 아득히 높은 곳에서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항산 쓰레기밖에 없는건 슬펐지만 핑키는 죽거나 학대당하는것 보다야 낫다고 생각했다.


"핑키야"
"네, 남편님"


철웅은 남편님이라는 호칭을 즐기고 있었다. 커뮤니티에서는 흑발의 자를 볼거냐고 했다. 철웅은 그런것은 잘 몰랐지만, 인간과 실장석 사이의 아이를 흑발의 자라고 한다고 했다. 철웅은 여체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음란물을 본 기억도 거의 없다. 커뮤에서는 실장석의 총구에다 넣어 임신 시키면 된다고 했다.


"자는 흑발인데 너만 갈색이면 이상하잖아"


철웅은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검정색 염색약을 사왔다. 핑키만 보고 있던 그는 이제 인간과 마주치는걸 꺼려했다. 형이나 부모님에게 오는 연락도 거의 씹고 있었다. 염색약을 사와 핑키를 염색시켰다. 염색약 냄새가 퍼지고 핑키는 얌전히 잘 참고 있었다. 염색약을 바르고 씻기니 검정색 물이 잘 들어 있었다. 완벽한 인간. 적어도 철웅의 생각은 그랬다.


핑키의 말투에서는 실장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외형도 오드아이인 두 눈을 제외하면 일반 자실장과 완벽히 달랐다. 그리고 핑키는 자신의 아내다. 실장석과 인간은 결혼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과 핑키는 결혼으로 맺어진 부부다. 자신이 실장석과 결혼했다는 말인가? 아니다, 자신은 인간과 결혼했다. 핑키는 인간이니까.


그 후 철웅은 애호파 커뮤니티를 나갔다. 이 커뮤니티는 실장석 애호인데, 자신은 실장석을 기르고 있지 않아서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도 회장의 것을 제외하면 전부 다 지웠다. 그 후 철웅은 핑키와 첫날밤을 보냈다.


자신은 실장석과 직스를 한게 아니라, 인간과 성교를 한 것 뿐이다. 철웅은 그렇게 생각했다.










실장석

 


몇년 전만 해도, 실장석은 일본에만 있었다. 뉴스를 틀면 일본이 실장석이라는 생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한국 사람들은 그걸 볼 때마다 내 알바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이 실장석이 하는 행동을 보고 학대하러 가고 싶다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였다. 다만, 어떤 일본인이 실장석을 데려와 풀어놓은 건지, 3년쯤 전부터 한국에도 실장석이 창궐하게 되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운치를 가득 묻힌 채로 자신에게 다가와 몸을 비비고, 알 수 없는 테치테치, 데스데스를 구사하면서 사람을 삿대질 했다. 특히나 꽃가루로 임신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번식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밟아서 죽였다고 생각해도 생명력은 엄청나게 질겼다. 사람들의 휴식 공간 혹은 아름다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공원에 꽃들은 꺾여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임신용으로 꺾은 듯 했다.) 벤치나 자판기에는 운치가 묻어있고 악취가 가득했다. 가까이 가기만 해도 질색하거나 비위가 심히 안 좋은 사람 중에서는 토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당황하던 사람들은 어느새 실장석에게 분노하기 시작했다. 피해가 어지간히도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작은 생물이다 보니 애호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그런 사람들도 분충을 보면 생각이 달라졌다. 정부나 사람들이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양충이 나오기는 힘들었다. 양충이 나와도 분충 사이에 휩쓸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으니까. 분충이 해놓는 차에다가 투분, 탁아, 심지어 아이에게 생채기를 내 놓고나 무단으로 집에 들어가기도 했다.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학대파, 혹은 학살파로 돌변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당시의 실장석은 실장석이란 이름 보단 벌레, 괴물 등의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


공원은 황폐해졌다. 사람들이 실장석이 많이 거주하는 공원으로 몰렸기 때문이었다. 이미 SNS 같은 곳엔 실장석의 특징이 공유된 상태였다. 말은 통하지 않고(링갈이 나오지 않았다. 나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 컸다.), 매우 작지만 싸는 똥의 양은 많다. 몸은 두부몸이라 작은 자극에도 쉽게 으스러지거나 부러지지만 쉽게 죽진 않는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런 글들을 잘 숙지한 사람들은 각자 살충제, 야구배트, 파리채 같은 무기들을 지참했다. 여성들 중에서는 하이힐을 신고 가기도 했다. 불과 몇 달전까지 평화로웠던 공원은 난장판이 되었다.


"데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벳!"
"데벳!"
"오로롱...오로롱....."
"데갸아아악!!!!!"


사방에 실장석의 비명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들은 각자 에어팟 등을 귀에 깊숙하게 끼고 무기들을 휘둘렀다. 물론 그 소리가 좋아서 안 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장석의 똥은 냄새가 잘 안 지워진다는걸 안 사람들은 버리는 옷이나 장화, 비옷등을 입고 가서, 각자의 스트레스를 풀듯 신나게 죽였다. 남아있던 꽃에는 실장석의 피가 튀었고, 공원에는 실장취가 진하게 남아 있었다. 빵콘한 실장석들의 운치와, 실장석의 시체, 부러지거나 다 써서 버려진 사람들의 무기들...그 중에서는 잘못 휘둘러 아이에게 해를 입힌 사람도 있었다. 이런 난장판을 기자가 싫어할 리가 없었고, 무수히 많은 사진이 찍혀 '실장석 학살의 날'이란 제목으로 퍼져 나갔다. 


각자의 공원에서 실장석이 학살되자 잠잠해진듯 싶었으나, 사람들에게서 숨어다니기에 성공한 실장석들이 다시 꽃을 꺾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자, 다시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정부도 모른척 할 수는 없었다. 대책을 세워야 했다. 탁상공론이 몇 달 동안이나 이뤄진 후, 드디어 어느정도의 법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실장석 안내 메뉴얼' 


모든 국민의 우편, 혹은 전자메일로 배포된, 정부의 실장석 안내 리플렛이었다. 


'이름은 실장석이고, 성별은 여성밖에 없는 걸로 확인 되었다. 꽃가루, 정액 등으로 임신하고 언어는 알아 들을 수 없다. 몸은 약하고 사람들을 깔본다...'


이미 사람들이 아는것만 구구절절하게 적혀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지워버렸으나, 딱 하나 다른 집단이 있었다.


"이런 생물들도 여자였던 거노? 이기이기 여성혐오 아니노! 빨랑 실장석을 죽인 냄져들을 감옥에 쳐넣으라 이기!"
"여성혐오를 멈춰 주세요! 여성혐오를 멈춰 주세요!"


여성단체들이 항의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생물들도 일단은 여자라며, 실장석을 가만히 내버려 두면 여성 혐오적인 사회로 될 것이라는 논지였다. 대다수의 커뮤니티는 무시했지만, 여성단체들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다만 그런 사람들도, 실장석을 마주하게 되면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이런 똥벌레가!!!!"


실장석에게 투분을 당한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외쳤다. 아무리 쟤들이 같은 여성이라고는 해도 신체적 한계는 단박에 드러났다. 기름지고 비듬이 가득한 머리, 녹색의 덩어리로 꼬질꼬질한 옷과 구두, 자신과 너무 차이나는 키, 살이 쪄 뚱뚱한 몸과 이상하게 생긴 입, 크고 둥글기만 한 오드아이 눈. 물론 이 중에서 몇개는 자신과 겹쳐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기분 나쁘게 생겼다며 시위를 철거하고 실장석은 여자로 취급하지 않는다며 학대했다. 시위가 형성되고 철거되기 까지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실장석은 사람의 폭력성을 깨울 수 있습니다..."


요새 TV를 틀기만 하면 나오는 내용이었다. 유튜브로 학대하는 영상등이 올라오고, 심지어는 공원 한개를 사람 한명이 학살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실장석이 사람의 폭력성을 일깨운다는 내용의 시사방송도 방송 되었다. 폭력적인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몇달 뒤 사회는 많이 달라졌다.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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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방송된 TV 프로그램, 실장석이 사람의 삶을 어느 정도 바꿔 놓았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20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었고, 실장석으로 인해 변화된 사람들의 일상을 인터뷰한 영상이다.

"실장석이 나타나고 어떤 점이 나아지셨나요?"

"일자리를 구한게 제일 좋습니다. 몇달 전까지 일이 안구해지다가, 드디어 일자리가 구해졌거든요 (토시아키(가명), 구제업자, 28세)"
"유리를 교체하는 분들이 많아졌슴니더. 문짝도 새로 다시는 분들도 있고. 우유구멍이 있는 문들을 사람들이 다 교체한다 아임꺼. (하시아키(가명), 52세)"
"저는 브리더가 되었습니다. 요새 실장석을 키우겠다는 분들이 많아지시더라구요. 악감정을 품었던 분들도 훈육되어 귀엽고 깨끗한 실장석을 보니 마음이 변하시는거 같아요.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토가아키(가명), 브리더, 34세)"


영상에서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즐거워 보였다. 실장석이 유리를 깨니까 더욱 튼튼한 유리로 교체하고, 우유구멍을 통해서 들어오니까 문을 교체한다. 손에 피를 묻히기 싫은 사람들과 정부가 구제업체를 만들었다. 훈육사가 생기니 잘 훈육된 실장석은 애완동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적당히 애교를 부리고, 음식물 쓰레기도 잘 먹는다. 털이나 알러지 같은 것도 없다. 정부에서 링갈을 배포해 줬으니 말도 통하고, 수조에 담아서 길러도 된다. 분충성이 드러나면 A/S를 맡기면 된다. 학대파인 사람들은 A/S가 들어오면 들어올 수록 기뻐한다는거 같다. 정부에서 배포한 링갈을 더 정교하게 수정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실장샵을 여는 사람도 있고, 일부 편의점은 실장석 용품을 한 켠에 들여 놓는 곳도 있었다. 기존에 별사탕보다 크게 만들어진 콘페이토, 저가형부터 초고급형 까지 다양하게 나온 실장푸드, 실장복들과 변기들까지, 왠만한 물품들은 다 구비 되었다. 이것들을 만들기 위해 돌아가는 실장용품 공장들도 많이 생겼다. 그곳에서 알바를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감사한테치 닝겐상. 맛있는테치!"


비단처럼 윤이 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분홍색의 세레브한 두건과 옷, 구두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리본을 달고 가방까지 맨 사육실장석이 주인의 집에서 저가형 콘페이토를 와삭와삭 먹고 있다. 분충이라면 불평했을 테지만, 엄격한 훈육을 받았기 때문에 불평하는 일은 없다. 흘리지 않고 먹는 모습이 귀여워 주인이 조심히 쓰다듬어 주면,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그쪽으로 고개를 약간 숙이고 소리 죽여 웃는다. 데프픗, 치프픗 같은 소리는 분충의 소리로 판명 났기 때문에 브리더들은 조용히 웃으라고 훈육하기 때문이다. 장난감도 고무공만 있으면 잘 놀지만 방대하게 싸는 운치가 문제였다. 


애써 훈육을 시켜 놓는다 해도, 타고난 태생인 운치는 어떻게 처리하지 못했다. 한동안 고민하던 실장샵들은 대책을 하나 내세웠다.


"실장석을 위한 개량형 변기! 기존 변기와 모양은 똑같지만, 안을 깊숙하게 만들어 독라를 넣어 놓았습니다! 싸놓은 변은 독라가 먹어치워 드립니다!"


대충 이런 광고가 TV랑 유튜브에서 흘러 나왔다. 훈육 중 심한 분충은 독라로 만들어 변기에 넣어 판매한다. 독라는 잠재워 놓고 변기에 넣은 다음에 활성제를 위에 똑똑 뿌리면 된다. 처음에는 저항하다가도 배고프면 알아서 먹게 되어있다. 값은 독라노예 값도 있어 비싸지만, 실장석 전용 패드같은걸 쓸 필요도 없고, 냄새도 적게 날테니 괜찮은 구성이다.


사람들의 최근 양상은 몇달 전보다 사뭇 달라져 있었다.


"안녕하세요~ [] 입니다! 요새 실장석이 정말 인기가 많죠. 다른 채널에서도 키우시는 분들이 많던데, 오늘은 제가 이 실장석을 튀겨서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먹방으로 유명한 스트리머의 동영상으로, 식실장이 유행하게 되었다. 영상에선 가학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분충을 구해와 링갈을 틀어놓는게 초반부였다.


"데프픗, 남편상~ 와타시의 매력에 메로메로된 데스? 격렬한 첫날밤이 예상되는 데스우~"


누가봐도 분충의 소리. 분충은 다리를 활짝 벌려서 총구를 벌린듯 했지만, 심의 상 그 부분은 다른 영상으로 교체되고 소리만 나갔다. 그 후 영상은, 호스를 입에 넣어서 똥을 빼고, 손질하는 장면은 피가 낭자하니까 패스하고 피빼기와 위석이 파괴되어 이미 죽은 성체실장의 고기가 나왔다. 팔다리를 제거하고 머리도 제거하니 돼지고기처럼 보였다. 실장육을 잘 튀겨서 바사삭 소리를 내며 먹은 영상 속 남자는 맛있다는 말만 연신 반복했다. 적당히 기름지고 지방이 있어 야들야들하고 양도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그 영상은 가볍게 100만 조회수를 돌파하고, 한동안 식실장붐이 일어났다. 마트와 편의점에선 발빠르게 실장육을 내놓았고, 정육점에서도 실장석을 취급하게 되었다. 분대와 똥을 제거하면 그럴듯하게 먹을 수 있었고, 실장석은 공원에 많으니까 말이다.


식실장, 실장푸드, 훈육실패, 구제, 학대 등의 이유로 많은 실장석이 갈려나가도 실장석의 수는 전혀 줄지 않았다. 이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들이 나왔지만, 사람들이 제일 동의하는건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몇마리 살려 놓는다'란 설이 지배적이였다.


실장석이 사라지면 실장샵, 브리더, 구제업자들은 바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나라의 실업률을 더 올릴 수는 없다고 생각된 정부가 몇마리씩 풀어 놓는 것도 있고, 구제업자들도 실장석을 전부 다 학살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일이 끊기는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유튜버들도 컨텐츠가 사라지는걸 원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실장석을 몰살시켜버리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들 침묵하고 실장석이 녹아든 삶을 즐긴다.


공원에서 실장석을 납치해 학대하는 학대파, 돈을 받고 구제하는 구제업자, 양충을 기르는 애호파, 사육실장이 될 실장석들을 훈육하는 브리더, 애호파, 학살파, 학대파, 구제업자들을 위한 물품을 파는 실장샵과 그걸 만드는 실장공장, 식실장으로 요리를 만드는 음식점, 실장석 자체를 컨텐츠화 하는 유튜버, 실장석을 소재로 삼아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개발자... 많은 사람들이 실장석의 도움을 받는다. 처음엔 해충이었던 실장석이, 어느새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오늘도 공원은 실장석들의 울음 소리로 가득하다.











임신

 


"주인상, 와타시 자를 가지고 싶은 데스.."


우리 집 사육실장 미도리는 1주일째 저렇게 외치고 있다. 성체가 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 소리는 멈추는 법이 없었다.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아쉬운듯 나를 쳐다보는 저 행동이 안타깝다. 우리 집 사육실장은 너 하나로도 버거운데 말야..


"자식이 생기면 뭘 하고 싶은데?"
"자들과 함께 아와아와한 목욕을 하고, 자들과 함께 푸드를 먹고, 자들과 함께 자고 싶은 데스. 와타시가 누리는 행복을 자들과 함께 누리고 싶은 데스.."


목욕을 시키고 말리는 건 나고, 푸드를 사고 준비하는 것도 나고, 네가 자들과 함께 잘 수 있는 잠자리를 준비하는 것도 나네. 결론은 내 돈을 더 쓰겠다는 거구나 미도리.. 턱 끝 까지 올라온 말들을 집어 삼켰다. 여기서 이런 소리들을 한다고 해서 바뀌는건 없을 거다.


미도리는 완벽히 임신한 실장석 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자신의 분대에 자들이 생기기를 기도했다. 조심히 걷고 배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등이다. 눈 색만 초록색이 아닐 뿐이였다. 집 식탁에 놓여있는 꽃병에 예쁘게 꽂혀있는 장미를 보고 탐난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그 꽃을 가지려고 시도하지만 높이가 안되서 다가가지도 못한다.


"자들만 있다면 행복할거인 데스.."


미도리는 이런 말들을 하루 종일 중얼거렸다. 누군가는 무시하는게 답이라고 하지만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누가 봐도 혼잣말이 아닌, 들으라고 일부러 크게 내뱉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럼 자를 갖게 해 줄게"
"정말인 데스?!"


침울해 있던 미도리가 밝게 웃는다. 그 모습이 사뭇 귀엽게 느껴진다. 자식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설렘이 큰 것 같다. 딱 한번의 기회만 준다고 한 후 옷과 지갑을 챙기니 미도리가 의아해한다.


"저 꽃병에 있는걸 쓰면 되는거 아닌 데스?"
"네가 임신할 꽃인데 기왕이면 더 예쁜게 좋지 않겠니?"


미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나는 집을 나와서 최대한 가까운 꽃집으로 향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길거리에 사람은 적었다. 꽃집에 들어가서 해바라기 한 송이를 샀다. 향기가 매우 좋아서 그 냄새를 맡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어서오시는 데스~"


내가 손에 쥐고 있는 해바라기를 보더니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머리속에는 아마도 자신의 자와 함께 행복한 사육실장의 삶을 즐기고 있겠지. 미도리의 앞에 거울을 놓고 해바라기를 건네주었다.


"임신했으면 양쪽 눈이 초록색으로 바뀔 거야. 알겠지?"
"주인상 이 꽃 단단한 데스.."


해바라기를 쥔 미도리는 줄기의 감촉에 의문을 품은 모양이다. 싱그러우며 향기가 나는 그 꽃에서 줄기만 단단했기 때문일까.


"그건 지지대니까. 너무 가볍고 말랑하면 바람이 불면 다 뜯겨 날아갈 거야"


한 번도 제대로된 꽃을 만진 적이 없던 미도리는 내 말에 수긍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꽃은 항상 바라보기만 하는 존재였으니까. 미도리는 임신방지팬티를 내리고는 제 총구에 꽃을 비벼대었다.


그 모습이 조금 역겨워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물을 마시고 있었다.


"왜..왜 임신하지 않는 데스우?"


연신 비벼대었음에도 미도리의 눈색은 그대로였다. 꽃의 향기로운 냄새가 퍼지고 있었지만 미도리는 믿을 수 없다는듯 계속해서 꽃을 괴롭혔다. 줄기를 잡고 비벼대다 되지 않자 꽃을 직접 잡는 모습이였다.


"왜!! 임신이 안되는 데스!!!"


미도리는 어느새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꽃잎이 바닥에 떨어졌고 해바라기는 어느새 형상을 유지하지 못한 채 난도질 되어 있었다. 미도리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꽃을 문질러대다 팔이 끊어질거같이 아프자 그만두었다.


"오로롱..와타시는 왜 자를 가지지 못하는 데스.."
"자, 미도리. 이만큼 열심히 했잖아, 나한텐 너만 있으면 돼"


미도리는 피눈물을 흘리며 울었고 나는 덤덤하게 꽃을 치웠다. 그 후, 미도리는 자를 가지고 싶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불임이라고 알고 있는것 같았다. 그렇게나 열심히 문질렀는데 임신이 되지 않으면 슬프겠지. 미도리는 전보다 얌전해졌고 내 말을 잘 따르게 되었다.


다만 가끔씩 공허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거나 제 배를 보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와타시는 마마가 될 수 없는 데스 라며 훌쩍이기도 한다.


미도리는 실장샵에서 태어나 자라서 꽃을 한 번도 만진 적이 없었다. 꽃은 바라만 볼 수 있는 거였고, 그렇기에 미도리는 조화랑 생화를 구분하지 못했다. 그 조화는 조화였지만 촉감이 부드러웠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그러니까 미도리가 괴롭힌 그 꽃은 생화같은 조화다. 조화에 꽃가루가 있을 리 없지.


아둔한 미도리는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마마가 될 수 없다며 울고만 있었다. 








사육실장인

 


그녀의 이름은 미도리였다. 그녀는 사육실장으로써 부족함 없이 자라났다. 주인의 적당한 훈육과 브리더로 인해 위석에 새겨진 훈육 덕에 분충성을 드러내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 성체였음에도 자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그녀는 주인의 사랑을 가득 받을 수 있었다. 주인은 여성이었기에 직스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편리한 사육실장의 삶이였다.


"미도리..어?"


그런 그녀가 고치를 틀자 주인은 크게 당황했다. 성체실장을 끝으로 실장석은 우화하지도, 퇴화하지도 않는다는게 정설이였다. 그녀는 어렴풋이 들었기에 알고 있었다. 이건 실장인이 되는 고치라고. 이제 이 아이는 실장인이 될 것이다. 설마 나의 아이가 실장인이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미도리는 1주일이 지난 후 우화했다. 고치를 찢고 그 곳에서 예쁜 여자아이가 나오는 장면은 아름답다고 할 수 있었다. 사랑을 담뿍 받았던 그녀는 외모도 사랑스러웠다. 갈색의 머리카락은 윤기가 돌았고 눈도 초롱초롱했다. 눈과 귀 정도를 빼면 실장석인줄 모를 것이다. 실장인의 외모는 그러했다.


주인은 키가 작았기에 미도리가 154cm 언저리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눈높이가 맞았다. 주인은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미도리의 모습에 잠시 망설였다. 얘를 키운다면 진짜로 인간을 키우는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색다른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주인님, 미도리는 여행을 떠나볼까 하는 데스"


미도리는 인간이 된 제 모습을 둘러보았다. 분홍색 사육실장복을 입고 있었기에 옷 색깔도 분홍색이였다. 미도리가 이 말을 한건 주인의 표정을 살폈기 때문이다. 훈육 받아온 바에 따르면 이런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는건 별로 달갑지 않을때 짓는 표정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아, 그럴래?"


미도리의 예상이 맞았다. 주인은 자세한걸 묻지도 않고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었다. 사실 여행같은거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주인이 기뻐하니 한번 해볼까란 생각이 들었다. 주인은 실장인 관리 센터에 연락을 해 미도리의 수속을 도와주었다. 미도리의 번호는 230번이였다. 이름은 미도리는 너무 흔해 금지이름이라 미도리를 적당히 변형한 메리로 정했다.


"메리, 가끔씩 놀러오렴"


메리가 실장인 아파트에 들어가는것까지 배웅한 주인은 약간은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돌아섰다. 실장인이 되지 않고 사육실장으로 남았었다면 계속 지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똑똑한 양충이였던 그녀 답게 교육은 빠르게 끝났다.


메리는 중견기업에 자리를 잡았다. 대기업에서는 뽑아주는 곳이 없어서 실장석 관련된 사업을 하는 곳으로 왔다. 그녀가 하는 일은 실장석들을 돌보는 일이였다.


"..오네챠?"


그녀가 처음 왔을때는 자실장을 길렀다. 자실장들은 언니인지 닝겐상인지 오바상인지 마마인지 헷갈린다며 그녀를 아무렇게나 불렀다. 어떤 날은 오바상, 어떤 날은 오네챠. 그런 중구난방의 호칭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그녀는 자실장들을 돌봤다. 마치 마마가 된 듯한 기분이였다.


"아타치 배고픈 테츄.."


자실장은 함께 넣어놓으면 다투기만 하기에 좁은 수조에 한 마리씩 가두어 길렀다. 실장푸드 몇 알을 톡톡 떨어뜨리면 알아서 집어 잘 먹었다. 움직일 공간이 거의 없기에 수조에서 운치와 샤워를 해결한다. 한번 통 안에 들어간 자실장들은 나올 일이 거의 없었다. 벽은 미끄러웠기에 자실장이 빠져나올 수 있을리 없었다.


"오네챠 부러운 테치. 자유로운 테치"


좁은 수조 속에서 자실장들은 보통 벽에 앉아서 잠을 잤다. 그 정도로 수조가 좁았다. 감옥보다도 더 하네, 란 생각이 들었다. 그 자실장들은 살만 디룩디룩 찌워져서는 식용으로, 일부는 안락한 생활에 물든 학대용으로, 아주 일부는 값비싼 사육실장이 되어 팔려나갔다.


자실장들을 독라로 만들고 위석을 빼낸다. 위석을 빼내 활성제 통에 넣고 시끄러운 자실장들을 스프레이로 재운 후 봉투에 넣고 봉한다. 같이 들어있는 케이스에는 활성제와 위석을 넣어 출품한다. 그 일련의 과정을 처음 보았을 때는 충격이였으나, 그녀는 곧 담담해졌다. 자신은 실장석이 아니니까 저런걸 보아도 슬프지 않다는 일종의 자기최면이였다.


"오바상, 무정한 테치.."


이런 일이 반복되자 그녀는 점점 무정해갔다. 어차피 이별할 아이들이니 정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초반에는 자실장이랑 이야기도 하던 그녀는 이젠 할 일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밥을 뿌려주고 물을 분무기로 뿌리고 비누조각으로 실장석들이 다 씻으면 다시 물을 뿌려 헹궈주는 일 정도만 했다. 운치와 물들은 아래쪽에 쌓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약 2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몇백마리의 자실장을 떠나보냈다. 처음에 슬펐던 감정도 점차 무뎌져, 그녀는 눈 앞에서 자실장이 파킨해서 죽어도 전혀 슬프지 않게 되었다. 그게 그녀가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는 비결이였다. 괜한 감정을 소비했다가는 못 견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감정은 제 마음 한켠에 남아 그녀를 괴롭혔다. 자실장들의 고통, 비명 등이 제 머리속에서 살아날때마다 그녀는 술을 마셨다. 맥주 한캔, 심할땐 소주 한병으로 날려버리는 아픔은 그녀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그녀는 점차 알코올에 중독되어 갔다.


"술로만 풀려 하지마. 내가 널 위로해줄게"


그녀가 알코올에 빠진지 2개월째, 한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굉장히 다정한 사람이였고,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었다. 그녀는 점차 완화되어 갔고 알코올을 줄여나갈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와 헤어진 이유는 그의 바람 때문으로. 그는 어떤 생명체와 사랑에 빠졌다. 실장석과.


"미안, 난 역시나 실장석이 좋아"


그런 이상한 말을 남기고 떠나버린 그는 메리에게서 실장석의 모습을 찾으려고 했었다. 다만 어미도, 행동도 실장석이 아닌 그녀에게서 그는 매력을 찾지 못했었나 보다. 그는 단순한 직스파일 뿐이야.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위로했다.


그녀는 몇년동안 여러명의 남성을 만났다. 5명이 넘을 정도로 만났으나 죄다 직스파, 혹은 그녀가 실장인인줄 모르는 사람이였다. 직스파는 그녀가 실장석과는 다르다며 헤어졌고 후자는 그녀에게서 실장석이 보였다며 헤어졌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그녀는 지쳐갔다. 4년째가 되던 그 해, 메리는 결심했다. 이제 사람따윈 만나지 않을 거라고.


그 후 그녀는 자신의 결심을 잘 지켰다. 눈은 렌즈를 껴서 실장인임을 가리고 귀를 드러내지 않았다. 일에만 집중해서 타인의 접촉을 차단시켰다. 그녀는 점점 고립되어갔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없었다. 일터의 사람들은 죄다 인간이여서 그녀가 모르는 아이돌, 혹은 자신의 학교 이야기만 해대었다. 자신은 학교 같은거 다니지 않았는데.


그러던 차에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실장인이 새로 왔는데 PTSD가 심해 같이 살면서 돌봐줄 수 있겠냐는 연락이였다. 아마 거절당하다가 자신에게 까지 닿은 거겠지. 어차피 할 것도 없으니 수락하고 그 아이를 기다렸다. 2인실의 특혜라며 방을 제일 넓은 곳으로 옮겨주었기에 괜찮았다.


"..테치"


그 아이는 실장인이 된지 얼마 안되었고, 얼굴은 앳되었다. 20대 미만으로 보이는 그 아이는 말수가 없었다. 붕대와 거즈를 갈아주는 것도 내 일이라 나는 그 아이의 소매를 걷어올렸다. 못이 박혀 움푹 패인 자국과 벌겋게 부어오른 주변. 무릎에는 살이 까진 흉터가 남아있고 발목은 부은게 눈에 보였다.


거즈와 붕대를 갈고 발목을 마사지 해주는 내내, 배라라고 하는 이 아이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말도, 미동도 거의 하지 않는 인형같았다. 원래는 생명체였으나 어느 한 부분이 고장나서 죽어버린 아이.


배라는 거의 매일 밤 울었다. 직원에게 들은 바로는 학대파의 집에서 실장인이 되어 쫓겨난거 같다고 했다. 학대당하는 실장석도 실장인이 될 수 있구나. 그래서 저렇게 트라우마가 강한 거겠지. 조용한 방 안에서 배라의 우는 소리만이 들렸다. 최대한 참다가도 이따끔 뱉어내는 울음 소리가 메리의 마음을 괴롭혔다.


"오늘은 언니랑 같이 자자"


자신의 가벼운 말 한마디가 시작이였다. 자신이 사육실장이였을 때, 천둥소리가 들리는게 무서웠었다. 마치 모든걸 찢을 것 처럼 크게 들리는 천둥소리를 사육주가 막아줬었다. 품에 안고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말하는게 자신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었기에, 이 아이에게도 통했으면 좋겠다 하는 약간의 기대였다.


2인용 방에는 싱글침대가 2개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침대에 두 사람이 자기에는 좁았다. 조금이라도 더 넓었던 메리의 침대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좁기에 벽에 등을 대고, 배라가 떨어지지 않게 자신의 팔로 배라의 등을 감쌌다. 폭 들어오는 얇은 몸이 가여웠다.


"..언니"
"응?"
"고마워"


처음 들은 그 아이의 감사인사였다. 말하고 쑥스러웠는지 고개를 파묻는 그 모습이 귀여워, 메리는 배라와 거의 매일을 함께 잠들었다. 같이 안 잔다는 소리를 들으면 시무룩해지는게 보일 정도로.


이건 사랑은 아니였다. 메리는 인간을 대하는게 힘들었다. 인간과 함께 지내면 실장석이였던거 치고~로 시작하는 말을 매번 들어야 했고, 실장인이랑 성교하면 직스야 아니야? 라는 말이라던가 오만 말들을 다 들어야 했다. 그렇다고 실장석과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였다. 실장석들은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오만하고 건방진 애들이 많았다.


다만 실장인은 달랐다. 자신과 같고, 실장석일때의 경험을 공유하거나 인간이되어 좋은 점과 불편한 점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다만 실장인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우화되는 것도 랜덤이거니와 전국에 있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만나기가 힘들었다. 그런 메리에게 배라는 어둠 속에서 내려온 한 줄기의 빛과도 같았다.


"언니, 항상 고마워"


배라는 고마움을 표할 줄 알며, 교육자보다 자신을 좋아했다. 자신 앞에서만 웃었고 자신과만 교류했다. 자신보다 신체가 작아서 동생이 생긴 기분이였다. 그녀가 자신과 비슷해져 갈 수록 메리는 더더욱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컬러렌즈를 끼고, 귀를 가리고, 테치 하는 어미를 버려갈수록 배라는 자신과 비슷해졌다.


자신과 비슷한 그 아이를 밤 마다 끌어안고, 최대한 가까이 밀착하여 숨소리, 심장소리와 가벼운 한숨소리, 옷이 스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등이 귓가에 울릴 때, 메리는 내가 이 아이를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의 모든 것이 내거라서 오직 나 만이 이 아이를 안을 수 있다는 생각.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배라가 교육을 끝내고 학교에 갈까 취업을 할까 선택할 때도 메리는 배라가 자신과 일하길 바랐다. 배라는 자신을 따라와주었고, 같은 부서에 들어갔다. 저실장을 돌보는 일이였다.


"언니, 얘들 너무 귀여워-"


이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떻게 되는지 배라는 몰랐기에 메리는 그저 해맑게 좋아하는 그 모습을 귀엽다고 생각하며 바라보았다. 메리가 볼때 배라는 트라우마를 완벽하게는 아니여도 어느정도는 극복하고 있었다. 그래도 위험하겠지, 트라우마는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까
..


"언니 저실장이 너무 귀여운거 있지. 밥을 주니까 허겁지겁 먹는데 너무 귀여웠어.."


집에 돌아온 배라는 저실장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전에는 항상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메리는 선수를 빼앗긴거 같아 약간 섭섭했다. 그래도 이 아이가 좋아하니 나도 좋아해야 하는 걸까 여러가지를 고민하던 새에 1달이 지났다.


"수조 들고 오세요-"


운명의 날이였다. 이 저실장들은 살만 찌우고 영양가는 없는 음식들을 먹어왔다. 살은 통통하게 쪄서 영양가 있는 식사를 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 아이들도 식용이나 학대용으로 팔려갈 것이다. 배라는 아무 것도 모르고 실장석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저실장에게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드는 그 모습이 귀여웠지만 동시에 질투가 나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느라 자신은 제때 수조를 옮기지 못했고, 가뜩이나 수조는 벽으로 둘러쌓이고 저실장 수십마리가 들어가 있어 무거웠다. 메리는 방심하곤 배라에게 같이 들자고 부탁했다. 그 후 배라가 본 광경을 메리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숱하게 봐서 익숙해졌지만 배라는 처음 보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살린 그 광경을 목도한 배라는 그 상태에서 주저앉았다.


그 후 반장과 상의 후에 배라는 조퇴를 하는 것으로 하고 집으로 데려갔다. 자신이 저실장에게 한심한 질투를 한 것은 맞지만, 이 아이의 트라우마를 살릴 생각은 아니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배라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언니.."


제 손을 꼭 잡는 배라의 모습에 메리는 일단 컬러렌즈를 벗겨주었다. 잠을 잘때 렌즈가 거슬리면 안되니까. 실장석의 오드아이 눈이 자신을 바라본다. 눈물이 가득 맺혀선 당장 안아달라고 재촉한다. 그 모습에 홀리듯 침대에 누웠다. 눕자마자 배라는 메리를 끌어안고 서럽게 울었다.


"괜찮아, 괜찮아..."


배라의 자라지 않는 단발머리를 쓰다듬으며 메리는 배라를 위로했다. 언니가 미안해. 저실장에게 한심한 질투를 해버렸어. 너를 뺏길까봐, 네가 나의 품을 떠나게 될까봐.


가슴 부근이 눈물로 젖었는지 차가웠다. 배라는 조금 진정한 후에 자신을 올려다봤다. 눈물에 젖은 오드아이의 눈동자가 자신을 빠져들게 한다.


"내가 기댈 사람은 언니 뿐이야.."


내 품을 파고든 배라가 중얼거린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 같다. 배라가 자신을 떠나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자신이 어디 갈 리가 없다. 내가 너를 놔두고 어디 가겠어.. 어느새 자신의 품에서 잠든 배라의 숨소리에 메리는 배라의 자는 얼굴을 바라봤다. 네가 나의 미래였으면 좋겠다. 네가 나를 갈망해줬으면 좋겠다.










실장인 오즈

 


실장인은 모든 실장석들의 로망같은 것이다. 인간의 외모를 한 실장인이 된다면 모든 마라닝겐들을 부하로 부릴 수 있다는 행복회로를 돌리는 실장석들이 많다. 다만, 실장인이 되는 조건은 아무도 모른다. 실장인은 정말로 랜덤으로, 양충과 분충 가리지 않고 우화된다.


그녀도 그랬다. 그녀는 실장석 시절 아주 평범한 분충이였다. 골판지 하우스에서 잠을 자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고치를 틀었다. 성체실장이 다 되어 며칠 후면 독립이었던 그녀였기에, 그녀의 친실장은 적잖이 당황했다. 며칠이 지나고, 그녀가 우화했을때, 그녀는 155cm 정도의 실장인으로 우화했다.


그녀의 변화를 본 친실장은 매우 당황했지만, 더 당황한것은 그녀 본인 이였다. 아무런 예고도도 없었는데 실장인이 되어버린 그녀는, 이제 세레브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시야는 확실히 높아지고, 넓어졌다. 자신의 마마가 한없이 작게만 보였다.


"가끔씩 오겠는 데스, 마마"
"꼭 오는 데스. 장녀.."


둘은 이런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후타바 공원을 빠져나온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무나도 새로워서 뭘 해야할지 몰랐다. 그녀의 옷은 실장석의 옷 그대로여서 그녀를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코스프레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녀는 점차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동했다. 실장석때엔 발에 차일까 밟힐까 노심초사하며 지나갔었지만 인간이 된 그녀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그녀는 열심히 걸었다. 실장석일때의 자신은 군살이 많아 걸음걸이가 느렸지만 인간의 걸음걸이는 빨랐다. 그녀는 신이나서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배가 고픈 데스.."


그녀는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을 찾았지만, 돈이 없어서 거절당했다. 돈이 뭐인 데스? 의문을 품으며 계속 걸은 그녀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젊어보이는 여성이다.


"실장인 맞네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데? 궁전으로 안내해주는 데스?"


그녀의 발언을 무시한 직원은 동사무소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풍성한 갈색의 롤빵머리, 실장석의 두건, 냄새는 나지 않지만 헤져있는 실장복, 삼각형으로 쭉 찢어진 귀, 오드아이, 단화처럼 생긴 실장구두. 그녀는 누가 보기에도 나 실장인이에요! 하고 광고하고 다니는듯 했다. 직원은 그녀를 의자에 앉게 하고, 커피 한 잔을 내놓았다.


"데? 뜨거운 데슷!"
"조금 있다가 먹어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는 그녀에게 너무 뜨거웠다. 직원은 빠르게 수속을 밟았다. 실장인은 1년에 2자리수도 태어나지 않는 희귀한 존재였다. 그러나 실장인은 인간과 비슷하지 않았다. 특히나 갓 우화한 실장인은 실장석을 인간으로 바꿔놓은 수준밖에 되지 못했다. 실장석 치곤 걸음걸이가 굉장히 빠르나 성인 인간의 걸음걸이보단 느렸고, 완력도 성인여성의 평균치보다 약했다. 실장인이 인간과 다른 것은 실장석의 장점인 질긴 생명력과 병에 걸리지 않는 몸 정도였다.


정부는 실장인에게 사회생활을 시키려고 했다. 기초적인 교육을 하고 회사에 취직시켜서 사회에 녹아들게 만드는 것이다. 실장인의 지능은 갓 우화한 시기에는 실장석과 비슷하여 아둔하지만, 몇년동안 교육을 하면 인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직 실장인의 수가 많이 없기에 성공한 케이스는 보기 드물지만, 대기업에 입사하여 생활하고 있는 실장인들도 있었다.


"이름은 뭘로 할래요?"
"....잘 모르겠는 데스"


그녀는 동사무소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컴퓨터, 키보드 같은게 그녀에겐 너무도 신비한 존재였다. 실장석일 때는 전혀 볼 수도 없었던 것이였다. 직원은 그녀에게 '오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오레오 오즈가 생각난 것도 있지만,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장인들은 동사무소에서 이름을 부여받고 민증을 받는다. 실장석에게 주민등록번호같은게 있을리 없으므로 번호를 부여받는데, 이 번호는 당신은 이 국가에서 n번째 실장인이라는 뜻이다. 오즈는 126번이였다. 국가에 등록된 실장인 중 126번째라는 뜻이였다.


"살 곳으로 안내해드릴게요."
"세레브한 하우스인 데스!?"


직원은 오즈의 말을 무시하고는 차에 태워서 아파트로 안내했다. 실장인 전용 아파트였다. 직원은 오즈에게 카드키 하나를 주었다. 이 카드키로 집 문을 열고 당신의 방 문도 열 수 있기에 절대로 잊어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오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드키를 손에 꼭 쥔 오즈가 직원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넓은 데스!"
"사용법을 알려드리죠."


오즈는 세상이 신기한듯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직원은 한숨을 쉬며 오즈를 교육했다. 국가에서 내린 방침이니 어쩔 수 없다. 청소기, 세탁기, TV등의 사용법을 교육시켰다. 집은 10평 남짓했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화장실의 사용법도 교육했고, 청소를 하는 방법도 교육시켰다. 정 안되면 청소업체를 부르라고 했다.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등의 사용법도 교육시켰다.


"하다보면 익숙해질겁니다. 교육은 선생님이 찾아오실 거예요."


국가 입장에서 실장인은 사람의 생활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는 사람과 같았기에 기본적인 사회성을 교육시켜야했다. 실장석의 습관을 지워야 한다. 오즈는 이 넓은 방이 자신만의 것이라며 방방 뛰었다. 마지막으로 문을 열고 닫는 법을 교육시켜 준 후 직원이 떠났다.


"닝겐이 되니까 좋은 데스. 부하는 없지만 만족인 뎃스웅~"


오즈는 교육 받은 대로 TV를 틀고는 아무 채널이나 틀었다. 배가 고파서 냉장고라는 것을 열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오즈는 직원이 두고 간 상자를 열었다. 검정색 티셔츠와 7부 청바지, 그리고 임시 지원금 3만원이 들어 있었다. 이 돈이라 하는 지폐가 있으면 인간이 먹는 음식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오즈는 옷을 갈아입고 교육 받은 대로 실장복과 두건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샴푸, 린스, 세탁세제와 같은 것들은 저가형으로 기본 구비되어 있었다.


오즈는 직원이 주고 간 음식을 먹었다. 카스테라와 우유였다. 열심히 비닐을 벗기고 카스테라를 한 입 베어문 오즈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우유랑 함께 먹으니 더욱 더 촉촉해져 굉장히 맛있었다. 실장석 시절에 먹었던 음식물 쓰레기와는 견주지도 못할 정도로 맛있었다. 카스테라를 다 먹고 나서 그녀는 포만감을 느꼈다.


"졸린 데스..데.."


배가 불러오자 오즈는 침대에 누웠다. 골판지 와는 비교도 안되게 푹신푹신해서 금방이라도 잠들거 같았다. 불과 TV는 끄라고 교육받았기에 끄고, 세탁기에서 옷을 꺼내 행거에 걸어 말렸다.


다음 날 부터, 11시 정도가 되면 오즈의 집에 인간이 찾아왔다. 약 1달여동안 인간은 하루 2-3시간 정도 오즈를 교육시켰다. 기본적인 경제 관념과 인간 사회의 기본적인 도덕, 규칙 등을 배웠다. 실장인을 교육시키는 일은 애호파만 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외형은 인간이지만 머리는 실장석인 그녀를 이해하려면 학대파보단 애호파가 낫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육자는, 오즈가 8+5를 11이라고 했을 때도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었다.


1달이 지나면 실장인의 교육은 끝난다. 이 이후에는 스스로 취업을 해야한다. 1달이 지난 후 부터 아파트의 월세를 내야 하고, 공과금 같은 것도 내야한다. 정부에서 자립지원금을 달마다 20만원 정도씩 2년간 보내준다고 했다. 오즈는 스스로 통장을 만들었다. 자신과 같은 층에 사는 이웃과 친해졌고 요리 같은 거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실장석때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오즈는 겪고 있었다. 


-


오즈가 실장인으로 우화한지 1년이 지났다. 교육이 끝나고 1개월 뒤에 오즈는 실장석 굿즈를 만드는 회사인 메이 회사에 취업했다. 그녀가 하는 일은 엑셀 시트를 만들어 판매량을 정산하거나, 가끔씩 굿즈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였다. 같은 부서에 있는 실장인 동료와 친해졌고, 스마트폰 이란 것도 구매했다. 신기함 덩어리였던 세상도 점차 익숙함으로 변해갔다. 오즈는 평소처럼 출근해서 보고서를 제출하고, 상사에게 까이고 다시 작성하고 야근을 한 후 겨우겨우 퇴근을 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오즈는 실장석의 말투를 버려야했다. 데스, 와타시 같은 말을 쓰는걸 자신의 상사는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사는 실장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했다. 그런데 왜 학대파 부서가 아닌 애호파 부서에 온 걸까. 오즈는 의아했다. 자신의 회사는 애호파, 학대파용 부서가 따로 있었다. 메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구제업체도 이었지만 오즈는 그 사실을 몰랐다.


실장인인것을 드러낸다는건 좋지 않은 일이란걸 오즈는 최근에 깨달았다. 실장인도 실장석이지 라는 생각으로 얕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있었고, 코스프레로 오해하거나 자신이 실장인인걸 알고 나서 수작을 부리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부 애오파들은 실장석과 직스는 하고 싶은데, 실장석과 직스하면 사회적 시선이 따가우니 실장석이지만 인간인 실장인과 직스를 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일부러 실장인에게 접근하는 직스만이 목적인 사람들이 있었다. 실장석은 직스해서 흑발의 자를 낳는 것을 원하니, 실장인도 그러할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발 니들한테 대줄 마음 없거든요.."


실장인 친구와 대화하며 오즈는 그런 말을 내뱉었고, 친구의 격한 공감을 얻었다. 오즈는 욕을 그 누구보다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상사를 욕하지 않고서야 견딜 수 없었다. 하나하나 다 트집잡는 이상한 학대파였다. 욕이 늘어남에 따라 주량도 함께 늘어갔다. 맥주만 입에 대도 취하던 그녀는 소주 3병을 마셔도 멀쩡한 애주가가 되어버렸다.


실장인의 신체능력은 본인이 몇년간 노력을 해서 갈고 닦지 않는 이상 성인 남성을 이길 순 없었다. 실장석 시절에 워낙 신체 능력이 약했기에, 인간으로 우화한다고 하더라도 실장석의 신체능력 만큼 깎여버린다. 전생의 패널티 같은 느낌으로. 오즈는 헬스장에 다니고 있었지만 자신의 근력은 성인 여성의 평균치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였고, 달리기와 지구력등은 성인 여성보다도 떨어졌다.


이런 신체적 특징 때문에 실장인은 범죄의 타겟이 되기 쉬웠다. 특히나 소매치기, 폭행의 피해율이 높았다. 소매치기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였고 폭행은 실장석의 장점 중 하나인 빠른 회복력과 질긴 생명력이 남아있어 폭행해도 회복이 빨라 증거가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데이트 폭력 등의 범죄를 당하기 쉬웠다.


그렇기에 오즈의 가방에는 호신용품이 많이 들어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효과가 좋은 건 호신용 스턴건이였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오즈는 자신이 실장인이란 사실을 숨기고 싶어했다. 뭔지 모르는 호기심의 눈빛, 그게 뭔지 알고 싶지 않다는 무시의 눈빛,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는 눈빛과 얕보이는 눈빛 등을 받기 싫었다.


"새로 사야되겠네..."


아침에 일어나서 실장인 전용 컬러렌즈를 착용한다. 실장인의 임신과 출산은 눈 색을 바꿔서 이루어지는건 아니기에 오즈는 거리낌없이 렌즈를 착용했다. 처음에는 어버버 거리다가 렌즈가 잘못 들어가는 경우도 생겼지만 이제는 수월하게 착용할 수 있었다. 실장인 전용이 아닌 다른 렌즈는 자신의 눈 같지가 않아서 착용해도 눈 앞이 약간 침침해지는 부작용이 있어, 전용 컬러렌즈만 착용해야 했다.


머리카락도 자르고 싶었지만, 자르면 다시는 자라지 않는다는 실장인 선배의 얘기를 듣고 무서워서 계속 기르고 있다. 실장석의 안 좋은 점만 받은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머리로 삼각형의 귀를 가리고, 컬러렌즈를 착용하면 그녀가 실장인이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숨길 수 있었다. 새로 산 정장을 입고 오즈는 평소와 같은 출근을 했다. 내일은 바라고 바라던 주말이였다.


"이모토챠!"
"오네챠인 데스웅?"


퇴근 길, 자신이 살았던 후타바 공원에 들린 오즈는 반갑게 동생을 찾았다. 마마는 슬픈 일을 당했다고 동생이 말했다. 차녀도 어느새 성장하여 따로 골판지 하우스를 차리고, 자를 낳았다. 오즈는 가끔씩 힘들때면 공원에 들러 가족을 찾았다. 그녀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가족이었지만 이전과 같은 유대감은 생기지 않았다.


"이거, 자들에게 주는 데스."
"항상 감사한 데스웅 오네챠.."


오즈는 편의점에서 산 콘페이토 20알을 봉투에 담아서 건네고, 물을 가득 채운 깨끗한 페트병을 건넸다. 마음 같아선 자신의 동생과 동생의 자들을 기르고 싶었지만 자신이 사는 아파트는 실장석 금지였다. 실장인도 엄밀히 보면 실장석이지만, 실장석은 실장인과 다르게 시끄럽고 민폐라는 이유에서였다. 오즈는 자신의 동생과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적막한 집에 불을 키고 TV를 틀었다. 자신과 같은 실장인인 미도리야가 TV에서 모델 포즈를 잡고 있었다. 실장인의 취직처는 꽤 다양했다. 실장인의 희소성을 살려 모델을 하거나, 화류계에 몸을 담는 실장인도 있었다.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공장에서 일을 하거나, 무섭게도 구제업체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실장인도 있었다. 오즈와 같은 중견기업에 취직하는 일도 많았다.


"...치킨 먹고 싶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치킨을 시켰다. 실장인이 된 후 이런저런 음식들을 많이 먹어보았지만 제 기준 가장 맛있는건 치킨이였다. 그녀는 능숙하게 어플을 키고 프라이드를 시켰다. 오즈는 사회에 꽤나 잘 녹아든 실장인이였다.


"맛있었어.."


이제는 인간의 말이 더 익숙해져버린 그녀가 뒷정리를 마치고 집안을 청소했다. 실장석때는 그리도 맛있었던 음식물 쓰레기이지만, 지금은 가차없이 버리고 있다. 분리수거도 제때 하고, 적금도 들고 있다. 오즈는 인간의 사회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고 할 수도 있었다. 


1년여가 지나면서 오즈가 가장 쓸쓸했을 때는 명절이였다. TV를 틀면 설연휴, 추석연휴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졌고 다들 가족과 보낸다는 내용의 예능프로그램등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가족이 없는 오즈는 쓸쓸해져 TV를 끄거나 했다. 동생이 남은 유일한 가족이지만, 그것도 가족으로서의 동질감이라기 보다는 억지로 끌고 온 연같은 느낌이였다.


자신은 인간. 동생은 실장석.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다. 같은 마마의 총구에서 나왔음에도 종이 달라짐에서 오는 거리감은 도저히 좁힐 수 없었다. 동생도 마찬가지인지라, 자신이 와도 몇 마디 간단한 말만 주고 받고는 먼저 헤어지자고 하는 날이 많았다.


"나는 실장석과는 많이 다르지."


그녀는 어느새 이런 말을 하고 다니게 되었다. 분대만 있는 실장석과 달리 자신은 인간의 모든 내장이 다 있다. 눈 색을 바꾼다고 하여 임신하지 않는다. 자신은 실장석이라고 볼 수 없는 존재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그 사실을 되뇌이며 잠들었다.


-


 1달 정도 지나고, 오즈는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추석연휴라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내려갔고, 뉴스에는 귀성길에 빼곡한 차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즈는 아무 곳도 갈 일이 없었다. 실장인이 되어 시야는 넓어졌지만 행동반경은 줄어든 느낌이였다.


심심해진 오즈는 밖으로 나왔다. 동생이라도 만날까 싶어서였다. 공원에 가까이 오면 올 수록, 공원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살려주는 테치이이이이!!!"
"테벳!"


실장석의 피가 섞여있는 그녀이기에 오즈는 링갈이 없어도 실장석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은 차라리 링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원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아주 시끄러운 비명소리였다.


실장석일때 그녀는 들은 적이 있었다. 동족들이 너무 늘어나면 하얀 악마가 나타나서 공원을 황폐화 시키고 떠난다고. 그녀는 그 일이 자신의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다는걸 직감했다. 어차피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어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오즈는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앉아서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오한이 자신을 덮쳤다. 동생은 안전할까?


약 1시간 정도 지난 후, 오즈는 공원으로 향했다. 이미 꽤 정돈되어 있는 공원에는 실장석의 피와 운치자국 등이 남아있었다. 코를 찌르는 동족의 피 냄새 속에서 오즈는 자신의 동생을 찾았다.


"..."


오즈는 알았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부서진 골판지는, 자신이 선물해줬던 골판지였다. 택배를 시키고 남은거에 방수포를 두르고, 몇겹으로 감아 겨울을 버티라며 선물해줬던 그 골판지였다.


"...설마..."


오즈는 떨리는 손으로 골판지 안을 들여다보았다. 실장석의 얼룩이 남아 있었다. 곤죽이 된 얼룩이 골판지 안에 늘어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콘페이토 몇 알이 담겨진 봉투와 페트병이 보였다. 자신이 선물해준 물건이였다.


그녀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동생이 죽었다기 보다는 실장석 한 마리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자신에게 남아 있는 가족은 없다고, 가족이라는 유대감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죽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난 인간이야..인간..."


실장석이 죽었다고 해서 슬퍼할리 없지. 그렇게 얘기하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동생은 실장인이 아니었기에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심적으로 받는 충격이 없진 않았다. 오즈는 몇 분간을 울고 침대에 누웠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은 혼자다. 자신은 실장석도, 인간도 아니다. 


자신은 그저 기적의 확률로 만들어진 어정쩡한 돌연변이일 뿐이다. 그 생각을 끝으로 오즈는 잠에 빠졌다.
















1000원 실장인

 


철웅은 흔히 말하는 학대파백수였다. 백수이니까 실장석을 여러마리 잡아들여 동시에 학대할 수 있다. 수조 몇개를 구비해두고, 들에서 실장석 몇마리를 회유해서 학대하는 것. 백수인 자신보다 한없이 하찮고 나약한 존재를 학대하며 강자에 군림하는 쾌감. 그것은 철웅에게 끊을 수 없는 쾌락이 되었다.


그가 실장석을 잡아들이는 공원은 자주 구제를 했었다. 실장석이 몇마리 죽어서 대체할 애가 필요한데.. 투덜거린 철웅의 눈에 길거리 실장샵이 눈에 띄였다. 구제를 피하게 해준다는 말에 모인 실장석들이 가득하다. 한 마리 가격도 1000원. 마음에 든 철웅은 3마리 정도를 사서 돌아왔다. 검정색 비닐봉투에 담긴 실장석들은 사육실장이 되는 줄 알고 들떠 있었다.


그 믿음은 철웅의 집에 오자마자 깨졌다. 철웅은 3마리를 차례대로 독라로 만들었다. 머리카락을 뽑고 옷을 벗길 때부터 실장석들은 직감했다. 여기는 학대파의 집이라고.


"데샤아아아!!!"
"테치..무서운 테치..마마 어딨는 테츄.."


2마리는 성체실장이였고 1마리는 자실장이였다. 친실장과 떨어진 자실장은 서럽게 울었다. 다른 성체들의 학대장면들을 지켜보지 않는 아이였다. 성체의 몸에 못을 박고, 바늘을 꽂아 비명소리가 나도 수조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귀를 막고 떨고만 있었다.


"죄송한 테치 죄송한 테치 닝겐상 아타치가 잘못한 테츄.."


철웅이 그 자실장의 귀를 잡으면 자실장은 최대한 빠르게 자신이 잘못했다며 울었다. 차라리 빨리 놓으라며 울어대는 분충이 더 학대할 맛이 나는데. 계속 죄송하다고만 울어대는 자실장의 모습에 철웅은 짜증이 나서, 못을 왼쪽 팔에 박아버렸다.


"테챠아아아아!!! 닝겐상 아타치가 잘못한 테치 잘못한 테치 살려주는 테치 부탁인 테치.."


잠시 짤막한 비명을 지르던 자실장은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도게자를 하며 빌어댄다. 아, 정말.. 한숨을 쉬던 철웅은 자실장을 다른 수조로 치워버렸다. 철웅에게는 항상 새로운 반응을 보여주는 분충이 더 좋았다.


"똥노예!!! 빨리 와타시를 풀면 총구를 핥는 것으로 봐주는 데샤!!!"


이 성체는 사지가 묶인 채로 자판기가 되어 계속 저실장을 낳고 있다. 낳은 저실장은 튀겨서 먹으면 한끼 식사가 되어서 좋다. 철웅은 그 성체의 눈 위를 바늘로 콕 찔렀다. 피가 흐르며 빠르게 낳고 다시 임신하는 그 모습이, 그러면서도 여전히 분수를 모르는 저 모습이 학대하기 딱 좋았다.


"테에엥...테에엥..."


반면 저 자실장은 여전히 구석에 얼굴을 처박고 울고만 있다. 동족, 오바상들이 학대 당하는 소리도 못 견디는것 같다. 이런 것도 정신적인 학대가 될 테니 내버려 둬볼까.


3일 정도가 지났다. 그 자실장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 탈수에 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다만 다른 성체들은 저 자실장을 싫어했다. 자신은 학대를 안 당하면서 울기만 한다는 이유다. 계속 자실장을 때리려고 하기에 달마로 만들어 주었다.


"테에엥..닝겐상 너무 잔인한 테치. 미안한 테치 아타치가 잘못한 테차..."


이 정도면 거의 기계라고 느껴질 정도로 말을 반복한다. 고장난거 같잖아. 재미 없으니까 버릴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잠든 다음 날, 그 자실장이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분충으로 각성이라도 한 걸까 하며 철웅은 자실장을 찾았다. 철웅이 학대하는 실장석 11마리 중 자실장은 그 아이 밖에 없었으니 찾기 쉬울거라 생각했다.


"얘 어딨어?"


자신이 있던 수조 바닥에 딱 붙어선 고치를 틀고 있었다. 고치? 성체가 되려고 그러나? 자신의 집에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않았을 텐데. 원래 철웅의 성격 같으면 치우거나 고치를 이용한 학대를 했겠지만, 철웅은 호기심으로 내버려두기로 했다. 자실장이 고치를 튼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 자실장은 아주 조용히 7일간 고치 상태로 있었다. 고치로 있는거 너무 길지 않냐. 우화하면 뭐가 나오든 학대해주마. 철웅이 중얼거린 그 다음 날, 자실장은 우화했다. 수조를 뛰어넘는, 실장인으로.


"..아타치 인간테치?"


그 자실장은 당황해선 벙쪄있었다. 한 손엔 여전히 못이 꽂혀 있어 피가 나왔고, 분명히 떼버렸던 머리카락은 단발이지만 다시 자라 있었다. 앞머리도 있었다. 벗겨버렸던 옷도 다시 입고 있었다. 애초에, 이 자실장은 실장인이 되었다. 특별한 조건도 없이. 18살 정도로 되어보이는 실장인이.


"...힉"


자실장은 철웅이 다가가자 몸을 웅크렸다. 아마도, 실장석 때의 트라우마 이려나. 철웅은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학대하던 실장석이 실장인이 되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18살 정도이지만 키는 150cm 정도로 작은, 실장석과는 다른 몸의 라인이 잡혀 있는 오드아이의 실장인을 처음 본, 사실 여자와 거의 대화한 적이 없는 30세의 철웅씨에게는 이 실장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부터가 큰 난제였다.


"죄..죄송한 테치 닝겐상 아타치가 잘못한 테치.."


철웅이 한발짝 더 다가가자 실장인은 무릎을 꿇어 고개를 조아린다. 가족 외의 여성을 가까이서 처음 본 철웅은 굉장히 당황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뭐가 나와도 학대할거란 마음이였지만, 18살의 어려뵈는 여자아이를 학대하겠다는 말은 아니였다. 실장석을 학대 할 때에는 청산유수 같았던 그의 명령조 어투도 여성의 형체를 갖춘 실장인 앞에서는 더듬기 시작했다.


"다..당장 나가!"


결국 철웅은 실장인을 밖으로 몰아냈다. 마치 도둑을 만난 사람 같았다. 그와 동시에 그는 책임을 회피했다. 실장석의 지능인 여자아이를 바깥으로 쫓아냈다. 철웅은 깊게 생각하기 싫어서 머리를 잠시 싸매더니 다시 성체들을 학대하러 의자에 앉았다.


자실장은 철웅의 집에서 쫓겨나 무작정 걸었다. 철웅의 집은 주변에 허름한 주택가 밖에 없어서, 그녀를 보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다만 그녀는 꽤 들떠 있었다. 독라였는데 단발의 갈색 머리가 생겼고, 옷이 생겼다. 신발이 약간의 굽 있는 신발이 되어서 불편했을 뿐이다.


그녀는 무서워 하면서도 계속 걸었다. 굽 있는 신발이 어색해 계속 휘청이고 발을 접질리기도 했다. 신발을 벗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맨발이 더 아플걸 알았다. 그녀의 다리는 점점 상처 투성이가 되어갔다.


"아픈 테치!"


벌써 몇번째 접질러지는 발인지 모른다. 한쪽만 3번은 접질린거 같다. 복사뼈가 욱신거리고 시려왔으며 걷는게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계속 걸었다. 걸어야 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아..저.."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순찰 중인 듯한 경찰 2명이 발목이 너무 아파 주저앉아있던 그녀에게 다가왔다. 자신에게 손을 뻗는 그 경찰의 손이, 그녀에겐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 못이 박힌 그 팔로, 한번도 신어본 적 없는 구두를 신고 그녀는 전속력으로 뛰었다. 벗어나고 싶었다. 다시 학대 당하는 나날은 싫었다. 다가오는 손이, 저렇게나 무서운 거였나?


"테쟈아!"


당연하게도 그녀의 속도는 별로 빠르지 않았다. 전속력으로 뛴다고 해도 구두 때문인지 경찰보다 훨씬 느렸고 구두가 삐끗하면서 대차게 넘어졌다. 무릎이 까져 피가 흐르고 있는 그녀를 경찰이 일으켜세워 주었고, 무서움보다 아픔이 앞섰던 그녀는 잠자코 경찰을 따라가 차에 탔다.


"학대당한거 같은데"
"욱.."


같이 있던 경찰 한 명이 그녀의 팔에 꽂힌 못을 가리켰다. 피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만 그대로 굳어버린 것만 같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다른 경찰은 역겹다는 듯 입을 가리더니 보건소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몸 상태가 개판이네 개판~"


직원이 걱정스럽다는 말투로 그녀의 몸을 살폈다. 왼 팔에 대놓고 박힌 못, 테치라는 어미를 쓰는거 봐서 자실장때 박혔던 사람 기준으로 작은 못에 얼마나 접질린건지 붉게 부어오른 발목과 무릎에 까진 상처. 못은 나중에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으니 무릎과 발목 정도만 치료하고 있었다. 자실장은 고개를 숙이고는 직원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실장인의 눈은 공허했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텅 빈 눈으로 제 발을 바라보았다. 여성인 이 직원은 편했다. 실장인은 눈을 감았다. 너무도 피곤했다. 다만 아직 잠들 수 없었다. 그 후 병원에 가서 박혀있던 못을 빼내고 상처를 치료했다. 실장석의 피가 섞여있는 그녀의 회복력은 좋은 편이였다.


그때까지도 그녀는 말을 아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동사무소까지 데려가 수속을 밟는 것 까지 도와준 친절한 보건소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만 남길 뿐이였다. 수속 또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배라였다. 직원이 간식으로 배스킨 라빈스를 먹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감사..테치"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왼팔을 움켜쥔 채로 배라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번호는 376번이였다. 실장인이 많이 늘어났으나 자실장 실장인은 꽤 드물다고 했다.


자실장 실장인인 그녀는 성체 실장인과는 꽤 차이가 났다. 키가 5cm 이상 작았으며,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인지 그녀의 몸은 말랐다. 얼굴도 앳되다는 티가 많이 났다. 그녀는 사람 나이로 치면 18살, 19살 정도 되겠지만 실장인 학교가 없는 현재로서는 그녀도 성인 대접을 받아야 했다.


"감사..테치"


배라는 한가지 말만 중얼거렸다. 실장인 아파트를 안내 받고, 학대의 트라우마가 있다고 판정을 받은 그녀는 성체 실장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첫 인상때의 그 못과 심하게 남성을 두려워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학대의 흔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배라는 그 성체와 계속 붙어있어야 했다. 말하자면 룸메이트였다.


"내 이름은 조금 부끄러워. 언니라고 불러줄래?"
"..오네챠.."


언니는 실장인이 된지 5년이 넘었다. 사육실장이였던 그녀는 자신과 너무 다른 존재였다. 마마와 떨어지고 학대 받아왔던 자신과는 달랐다. 그녀는 아직 아픈 팔과 무릎, 발목을 만지작거렸다. 붕대와 거즈를 갈아주는 것도 언니가 해줬다.


언니의 하루는 바빴다. 직장인인 언니는 아침 일찍 컬러렌즈를 끼고 나갔고,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동안 배라는 멍하니 TV를 보거나 잠에 빠졌다. 마치 고장나서 액티브한 활동을 못 하는 인형 같이. 점심은 교육자와 함께 먹었고 저녁은 언니가 퇴근한 후에 같이 먹었다.


"언니, 어서..와"


배라의 말은 천천히 늘고 있었다. 처음에는 공허한 눈으로 잠만 자던 소녀의 눈에는 점차 생기가 돌았다. 배라는 보호가 더 필요하다고 판정 되어 1달이였던 교육기간이 4개월로 늘었다. 그녀의 교육은 심리치료도 병행되었다. 남성 공포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치료였다.


"..아냐, 무서운건 아니야.."


그녀가 남성을 무서워 하는 것은, 자신을 학대할까봐의 이유는 아니였다. 물론 그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동족을 학대할까봐였다. 그녀는 철웅의 집에서 수 많은 오바상의 비명소리와 살을 쑤시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배라의 귓가를 멤돌고, 고막을 강타했다. 귀를 막아도 뇌 안에서 맴도는 그 소리에 배라는 밤잠을 설쳤다. 하필이면 학대하던 사람인 철웅은 남자였기에, 그녀는 남자를 무서워했다.


"언니.."
"괜찮아, 괜찮아"


배라는 악몽을 꿀 때면 언니의 품 속에서 잠을 잤다. 그녀가 꾸는 악몽은 남성의 손에 못이 쥐어져 있고, 뒤에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그 곳에서 남성은 그녀의 뇌와 눈에 못을 박는다. 자신이 고통이 찬 비명소리를 질러야만 깨어났다. 식은 땀으로 절어서 깬 그녀를 해칠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항상 조심스러웠다.


그녀의 4개월간의 교육이 끝났을 때, 그녀는 어느정도 밝아져 있었다. 트라우마를 떨치지는 못했으나 차츰 나아지고 있었다. 교육이 끝난 그녀에게는 두개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학교에 가거나, 취직을 하거나. 실장인 전용 학교는 없었기에 그녀는 반인반실인 자신 말고 진짜 인간과 친해져야했다.


"무서워? 아니면 나랑 같이 일 할래?"


인간이 많은 곳이라는 것 부터가 배라에겐 무서웠다. 그녀의 몸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본 언니는 그녀를 감싸안았다. 언니는 착실히 배라를 지켜주었고, 배라를 자신이 일하는 곳에 끌어들였다. 언니가 일하는 곳은 저실장들을 기르는 곳이였다.


"레후? 새로운 마마레후?"


귀여운 저실장이 배라를 환영했다. 친숙한 냄새가 난다. 그녀도 실장석이였으니까. 배라는 편하게 저실장들을 돌봤다. 한 사람 당 10마리에서 20마리 정도의 구더기를 돌봐야 했으나 괜찮았다. 구더기는 붙여놓으면 서로 잘 놀았고, 외로워하지도 않았다. 인간이 해주는건 먹이를 주고, 프니프니를 해서 나온 운치를 치우는것 정도 밖에 없었다.


"마마~기분 좋은 레후! 레훗!"


프니프니를 해줄때의 저실장은 너무도 귀여웠다. 동그란 배를 솜으로 살살 누르며 쓰다듬어주면 즉각적으로 보이는 반응과, 여러번 해줘도 전혀 질려하지 않는 모습이 순수한 어린아이 같았다. 실장석일 때는 운치굴 비상식 취급을 하던 구더기였지만, 인간의 눈으로 보니 이렇게나 귀엽구나.


배라의 하루하루는 꽤 만족스러웠다. 언니와 함께 출근하고, 언니와 함께 점심밥을 먹고 언니와 함께 퇴근하고 언니와 저녁밥을 먹고 언니의 품에 안겨 자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언니에게 과잉 의존하는건가 싶었지만, 혼자 자겠다고 하면 시무룩해지는 언니의 표정이 신경쓰여 결국 언니 품을 파고들게 되었다.


"천원.."


배라는 일한지 한 달이 되어 월급을 받았다. 지갑을 정리하다가 배라는 천원짜리를 꺼내보았다. 자신이 팔렸던 금액이다. 500원짜리 두 개 혹은 천원짜리 지폐 한 장.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겨우 사먹을 돈이다.


자신은 이런 싼가격에 팔렸던 걸까. 한숨을 쉬고 배라는 지갑을 다시 정리했다. 이제 자신은 그것의 몇십배가 넘는 돈을 가지고 있다. 그럼 자신의 가치는 얼마만큼 올랐을까. 진지한 생각은 구겨서 집어 넣은 후에 평소처럼 언니가 해준 저녁밥을 먹었다.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하고 보니 구더기들의 상태가 이상했다. 다들 신이 나고 들떠있었다. 자신이 제일 아끼던 구더기에게 물어봤더니, 오늘은 사육우지로 만들어줄 주인상이 오는 날이라고 했다.


"마마..보고플 거인 레후"


뒤이어 수조를 가지고 오라는 반장의 말이 들렸다. 배라가 수조를 조심스럽게 들어 이동했고, 제일 아끼던 저실장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괜찮겠지. 사육우지가 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다. 배라는 불안한 제 마음을 애써 달래고 돌아섰다.


"아, 배라야 언니랑 같이 수조 좀 들어줘-"


몇 분 후에 언니는 힘겹게 수조를 들고 옮겼다. 언니의 수조에는 포동포동 살이 오른 저실장들이 많이 보였기에, 배라는 열심히 옮겨주었다. 다만 반장은 수조가 다 온줄 알고 이미 작업을 시작했으며, 자신이 정성껏 길러주었던 저실장들의 운명을 배라가 목도하게 만들었다.


"레훼에에엥!! 싫은 레후 왜 이런 짓을 하는 레후!!!"
"파킨하고 싶은 레후 왜 파킨하지 못하는 레훼에엥.."


저실장들은 모두 분대와 위석이 제거되어 등에 커다란 상처자국이 있고, 포대기와 머리카락이 사라지고 있었다. 언니가 마지막 수조를 건네자 반장은 귀찮다는 듯이 레후거리며 울고 있는 저실장들을 네무리로 재우고 익숙하게 위석과 분대를 제거해갔다. 제거한 분대는 버리고 위석은 따로 작은 병에 담아 보관했다.


"언니..이거.."
"..아.."


그제서야 언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트라우마란 것은 사라지려고 해도 사라지지 않아서, 배라는 머리속이 엉망진창이 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저 저실장들은 어떻게 될까. 위석과 같이 동봉되어 팔리게 되는 걸까. 누구한테? 자신처럼 학대파의 집으로 팔려가 학대당하는 나날을 겪게 되는 걸까?


이 귀여운 저실장이, 자신이 실수를 할 때에도 괜찮다며 넘어간 착한 아이가, 정말로 사랑스러운 이 어린 아이가. 학대당한다는 공포심이 머리속에 박혀버린 배라는 자신이 겪었던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머리카락이 뜯기고 옷이 다 벗겨져 추한 꼴이 되어, 매일 동족의 비명소리를 듣고 피가 튀겨지며 팔에 못이 박혀 힘을 주지 못하는 나날. 자신보다 강한 존재에게 억눌려져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했던 그 날이.


이 저실장들의 운명을 뻔히 아는데도 아무 행동도 못하는 무력감. 귓속을 맴도는 비명소리와 저실장의 행복해보였던 웃음 소리등이 뒤엉켜, 그녀는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반장도, 언니도 당황했으나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채, 그녀는 결국 조퇴를 했다. 언니가 자신이 불안하다며 따라와주었다.


"언니..."


집에 도착하자 마자 그녀는 안식처를 찾듯이 제 언니를 부서질듯 안았다. 다만 팔에 들어가 있는 힘은 약했다. 그녀의 왼팔은 못이 박힌 주위가 미칠듯이 아픈 상태였고 머리도 뒤틀리고 깨질것만 같았다. 배라는 세상이 무너질듯 서글프게 울었고, 언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같이 껴안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품 속에서 그녀는 차츰 진정해갔다.


언니의 입장에서 이 상황은 굉장히 좋았다. 그녀를 상처입힌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언니는 꼴사납게도 질투를 해 버렸는걸. 그것도 한낱 저실장에게. 그래서 일부러 떨어뜨리고 싶었는데, 방향이 조금 잘못되었던거 같다. 다만 결국은 그녀가 자신에게 더욱 기대게 되었으니 나쁜 일은 아닌걸까.


언니는 배라가 너무 귀여웠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 아이가 자신의 품을 떠나 날아가는게 두려웠다. 언니는 인간과 사랑을 하는게 부담스러웠다. 자신과 다른 부분이 확연이 드러났다. 실장석과의 사랑은 미친짓이였다. 그녀는 자신과 대부분의 점이 같은 실장인을 좋아했다. 인간이지만, 실장석의 특징이 몇개 남아있는 그 모습이 동질감을 주었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니까 넌 내게서 벗어나지 마. 배라를 더더욱 자신의 몸과 밀착시키자 배라의 옅은 숨소리가 들렸다. 눈물 때문에 옷이 조금 젖었지만 괜찮았다. 니가 나한테 기대는 이 순간이 좋아.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













마라와 여자




여자는 오늘 기분이 좋았다. 남자친구와는 헤어졌지만 어차피 바람만 피워대던 쓰레기였으니 괜찮다. 그리고 오늘은 월급날이다. 원래는 남자친구와 같이 보낼 예정이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여자는 집에 가면 치킨과 맥주를 먹을 생각으로 한껏 들떠있다.


"데힛! 뎃!"


지름길로 가느라 지나친 공원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울고 있는 소리와 추잡하게 들리는 마찰소리. 이어폰을 껴도 너무도 잘 들리던 그 소리에 여자는 조심스레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너무 헐렁한 데스! 오마에타치 총구를 조이란 데스!"


그 참상을 본 여자는 신고있던 앵클부츠로 마라실장을 차 버릴뻔 했다. 옆에는 파킨한 듯한 실장석들이 쌓여 있고 마라실장은 이미 파킨한 실장석의 총구에 열심히 박아대고 있는 꼬라지를 봐버린 것이다. 한창 열중하던 마라실장은 질린다는 듯 제 마라를 빼냈다. 그리고 뒤를 돌아 봤을 때, 여자를 보고 놀랐다.


"아름다운 데스~"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 인간 여자를 본 적이 없었던 마라실장이다. 머리카락은 허리께까지 길게 늘어져 있고, 눈은 실장석과 다르게 고동색 눈에 눈매가 둥글었다. 코는 오똑 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언청이 입인 실장석과는 다르게 얇고 앙 다물어져 있다.


키 차이가 너무 나서 여자가 허리와 무릎을 굽힌 채였기 때문에 잘 티가 나지 않았지만, 목도리와 장갑을 끼고 코트를 입고, 바지는 약간 조여주는걸 입었는지 실장석의 무다리와는 다른 아름다운 다리 라인이 드러났다.


"닝겐! 와타시의 마라를 보고 반한 데스?"


마라실장은 자신의 마라에 지나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건 모든 마라실장에게 공통된 사항이다. 인간은 처음 보지만 자신의 거대한 마라를 보면 인간도 반할 지도 모른다. 여자닝겐에겐 총구가 있다던데, 실장석 과도 상당히 다를 것이다. 이 여자를 총구노예로 삼고 즐기는 나날이 마라실장의 머리속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아니?"


인간은 그 대답으로 마라실장의 행복회로를 박살내었다. 여자 입장에선 왠 옷도 입고 있지 않은 작은 놈이 나와서 제 마라를 보고 반했냐느니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데, 솔직히 당장 으깨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럴리 없는 데스! 빨리 독라가 되서 총구를 벌리는 데샤!! 천국을 보여주는 데스!!"


여자는 그 말을 듣고 기가 찼다. 내가 이런 실장석에게 대줄 이유가 뭐 있냐? 여자는 실장석에 대해 꽤 잘 알고 있었다. 탁아도 몇 번 당해본 적 있고 백수였던 시절엔 실장석 학대를 취미 삼고 있던 사람이었다. 취업하고서 딱 끊었지만, 27살 여자는 자신이 처음 본 마라실장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순수한 학대파의 생각이었다.


"그럼 준비를 해야하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마라실장의 말을 무시하고 공원 건너편에 있는 편의점으로 가, 1kg에 10000원하는 저가 실장푸드를 사고, 수조는 예전에 학대용품이 남아있으니 사지 않았다. 네무리 스프레이를 샀고 잊지 않고 [이것]도 샀다. 여자가 계산을 마치고 돌아오니 마라실장(이하 마라)는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겨울이고 옷도 없는데 춥지도 않은가 보다. 보자마자 자신에게 달려드는 마라를 잘 조준하여 네무리를 분사했다.


"데...에..."


깊게 잠든 마라는 4시간은 깨어나지 않을 거다. 마라를 편의점 봉투에 넣고 걸어간 여자의 입가에는 웃음으로 가득했다.


배달어플로 치킨을 주문한 여자는 마라를 수조에 집어넣었다. 밥그릇에 실장푸드를 조금 덜고 작은 컵에 물을 담았다. 바닥은 대충 톱밥을 뿌려 보온하고 화장실은 버려도 되는 낡은 그릇을 넣어주었다. 마라니까 자를 가지고 싶다는 개소리는 하지 않겠지. 치킨을 뜯으며 마라가 깨어나기를 기다린다. 물론 마라가 깨어날 때는, 여자는 치킨 뒷정리까지 마친 뒤였다. 그래도 마라가 깨어나지 않자 여자는 준비한 [이것]을 꺼냈다.


"데..여기가 어디인데슷?"
"안녕 마라야~"


두리번 거리는 마라 앞에 아까의 여자가 나타나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아까와는 다르게 하늘색 헐렁한 티셔츠와 검정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는 프리한 복장이었다.


"와타시..와타시 사육실장이 된 데스? 총구노예 보는 눈이 있는 데스!"


주제파악이 되지 않는지 분충발언을 늘어놓는 마라의 수조를 쥐고 강하게 흔들었다. 수조에 뚜껑은 닫혀있으니 걱정 없었다. 숨구멍으로 뚫려진 구멍에서 톱밥이 조금 튀어나올 뿐이다. 다만 마라는 무게중심을 잡지 못했는지 넘어저 데구르르 굴렀다. 컵이 엎어져 쏟아진 물이 톱밥에 뒤덮이고 마라를 적셨다. 실장푸드는 충격으로 부서져 죽같이 되어버렸다.


"앞으로 분충 발언을 할 시 이렇게 할거야~"


여자는 웃으며 마라에게 말했다. 표정과 어투는 천진난만한 소녀였지만 말하는 내용은 무서웠다. 마라는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고, 수건을 대충 접어놓은 침구에 앉았다.


"물 안 치워?"


엎어진 물이 톱밥, 실장푸드를 뒤섞어 죽처럼 만들어놓았다. 황급히 그 덩어리를 걷어내고,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듯 뚜껑을 열어 덩어리를 받고 새 톱밥과 물을 담아주었다. 실장푸드도 마찬가지.


"노..아니 닝겐상 그럼 와타시를 왜 데려온 데스..?"
"너에게 기회를 주려고. 3가지 규칙만 지키면 니가 원하는걸 할 수 있어"


마라가 원하는건 한가지 뿐이었다. 이 여자인간과 질펀한 직스를 즐기는 삶. 그 삶을 상상한 마라가 흥분했지만, 여자는 마라를 진정시켰다.


"첫번째, 사정하지 말 것. 둘째, 내가 수조를 흔들만한 분충성 발언을 하지 말 것. 셋째, 내 말을 잘 들을 것."
"사정은 왜인데스우..?"
"너가 싸지르는 정액은 치우기 귀찮거든."


"이 3가지를 2주 동안 지키면 니가 원하는걸 들어줄게"
"낙승..아니 열심히 노력하는데스!"


여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이다. 여자는 [이것]을 다시 집어 넣었다. 말은 듣는 애라서 다행이었다. 헐벗기는 그러니 마라에게는 두건과 실장복이 주어졌다. 실장복에 팬티 너머로 마라가 튀어나오는건 별로 좋은 광경은 아니다.


"좋아. 잘 해보는거야 마라야"


잘 시간이 되었기에 여자는 침대로 들어갔다. 여자가 간 사이 마라는 집을 둘러보았다. 혼자서 자취를 하는거 같고, 원룸이다. 냉장고, 옷장, 침대, 싱크대와 인덕션까지 좁은 방에 있을건 다 있었다. 침대에는 여자가 몸을 웅크리고 TV를 보고 있었다. 나를 봐달라고 했다가 수조가 흔들리는건 싫으니 마라는 방을 열심히 구경하다 심심해져 잠들었다.


-


다음 날, 여자는 출근시간 1시간 30분 전에 일어났다. 일부러 회사와 가까운 원룸으로 잡았고, 버스를 타면 금방이지만, 출근 시간 전에 가 놓는게 마음 편하단걸 깨달은 여자는 30분 정도 일찍 회사에 도착해 있는게 일상이었다.


"마라야 잘 잤니?"


여자가 일어나서 수조 안을 들여다보자 마라는 그 소리에 깬듯 기지개를 켰다. 자신을 보더니 배꼽인사를 하는 모습이 꽤 귀여웠지만 실장석과 놀 시간은 없다.


"아.."


평소대로 옷을 갈아 입을까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마라의 시선이 불쾌해 화장실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 후 마라가 눈치 못 챌만한 곳에 카메라를 달아 놓고 녹화 기능을 켜두었다. 마라가 심심해 하면 안되니 TV의 방향을 틀어서 TV를 볼 수 있게 하고, 밥과 물은 가득가득 채워두었다. 오늘도 추운 날이기 때문에 장갑, 목도리, 귀마개로 중무장했다.


"나 다녀올게 마라야! 얌전히 있어야해?"
"걱정 마시는 데스-"


튀어나온 마라를 가지고 잘도 인사한다. 여자가 나간게 확인되자, 마라는 실장푸드를 데찹데찹 하고 먹었다. 배가 고파 한번에 다 먹을 수 있었지만, 그 후 푸드는 없을거 같아 허기만 달래는 정도로 적게 먹었다. TV에는 영화가 틀어져 있지만, 마라는 빨리 여자의 총구를 맛보고 싶어 안달이었다. 공원에서라면 실장석을 아무나 잡아 총구를 잔뜩 맛보았겠지만 이곳은 그런 거도 없이 깔끔하다.


"심심한 데스..왜 와타시가 이러고 있어야 하는 데스..?"


심심해진 마라가 수조를 쿵쿵 두드렸으나 변화가 있을 리가 없었다. 밥 먹은 후에 운치를 가득 싸고 한껏 가벼워진 배를 움켜쥐고 수건에 누워 잠을 잤다. 이런 삶이 슬퍼졌지만 참으면 된다..란 사실이 약간의 위안이 되어주었다.


"역시나 짜증나는 데스우!!!!"


1시간쯤 지났을까, 예상대로 마라는 폭주하기 시작했다. 톱밥을 가득 어질러 놓고 실장푸드를 전부 다 비웠다. 물도 벌컥벌컥 마시고 운치를 가득 싸질렀다.


"왜 와타시가 이러고 있어야 하는 데스우!!!!지금 쯤이면 닝겐을 총구노예로 삼아 질펀한 직스를 하고 있어야 하는 데스!!!!"


분노한 마라가 자신의 마라를 수조에 대고 비볐지만 유리의 차가운 감촉만 있을 뿐이었다.


"괴로운 데스 괴로운 데샤.."


마라는 울면서 제 마라를 문질렀다. 참은 탓인지 질펀한 액이 수조 한켠을 뒤덮었다. 큰일났다 싶었지만 마라까란 식으로 널브러져, 꽤 후련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마라야 나 왔.."


문을 열자마자 풍기는 액의 냄새와 운치의 냄새가 여자의 코를 찔렀다. 여자가 카메라를 확인하자 모든 내용이 찍혀 있었다.


"아..오신데.."
'지금 쯤이면 닝겐을 총구노예로 삼아 질펀한 직스를 하고 있어야 하는 데스!!!'


마라는 새하얗게 질린 채로 여자의 눈치를 살폈다. 카메라엔 마라의 행동과 언질까지 다 녹화되어 있었다.


"일단 사정 한번에, 분충짓 2번.."


수조의 뚜껑을 연 여자가 컵과 그릇, 운치를 비워내고 톱밥도 쓸었다. 정액도 깨끗하게 닦고 마라만 덩그라니 남았다.


"미안한 데스!! 다신 안하는 데갸아아!!"


수조 뚜껑을 닫고 수조를 굴리듯 던져 마라가 이리저리 부딪히며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그 짓을 한번 더 한 여자가 후련하단 표정으로 마라를 원래대로 돌려 주었다.


"잘 참아봐, 마라야"


더 이상 해도 가하지 않고 여자는 웃었다. 줄 수 있는 최소한의 관심이란거 같았다.


-


마라는 최대한 본성을 억눌렀다. 분충 발언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그러려니 마라는 자연스레 깨어있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깨어있어도 몽롱하고, 눈은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걱정이 된 여자가 말을 걸어도 마라는 무시하고 잠을 잤다. 그것이 마라가 여기 온지 8일째의 이야기다.


"잘 참고 있구나, 마라야"


초기의 마라는 분충 발언을 자주 했지만 지금은 말부터 하지 않았다. 말을 걸어도 쳐다만 볼 뿐 무기력하다. 어디가 잘못된 걸까?


"주말엔 일어나기가 싫네.."


화사한 토요일 아침 오전 10시. 오랜만에 늦잠을 잔 여자가 마라의 상태를 살폈다. 마라는 진즉에 일어나선 푸드를 먹고 물을 마셨다. 그리고 마라는 점심때 폭주했다.


"닝겐상"
"왜 마라야?"
"이제 못 참는 데스"
"응?"


"와타시 참은 만큼 참은 데스!!!!총구를 쑤시고 싶은 것도 참고 참고 또 참은 데스우!!!! 근데 닝겐상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데스 이런 삶은 이제 싫은 데샤야아아아!!!!"


역대급으로 큰 목소리였다. 항상 조용하던 마라는 과격하게 몸을 붕쯔거리며 항의하고 있었다.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동안의 조용함은 이걸 위한 빌드업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마라가 많이 참았구나. 그럼 내일 하게 해줄게"


이제 죽을거다란 생각으로 난동을 피웠던 마라는 여자의 뜬금없는 반응에 데히? 거렸지만, 여자는 마라를 향해 웃고 평소처럼 하루를 보냈다. 자기 전, 마라는 여자와 직스를 하게 될 상상을 하느라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저렇게 쉽게 해줄 거였으면 괜히 참았던 데스..'


마라가 깨어났을때, 여자는 준비를 다 한듯 마라에게 다가왔다.


"잘 참았네? 그럼 일단 준비해줄게"


대망의 저녁. 바깥은 어두웠고 방 안은 고요했다. 마라는 잔뜩 기대한 채로 여자에게 달려가는 것을 겨우 참고 있었다.


"거칠게 하면 안되니까, 손을 묶을게"


손이 뒤로 묶여졌지만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보이면 부끄러우니까, 눈가리개를 씌울게"


여자를 못 보는건 아쉬웠지만 지금의 마라에겐 아무것도 중요치 않았다.


"자, 넣어 줄래?"


스륵, 툭, 지이익... 여자가 옷을 벗는 소리가 들리고는 그 뒤에 여자가 말했다. 손과 눈을 쓸 수 없는 마라가 주춤하자 여자의 손이 부드럽게 제 마라를 감싸 이끄는게 느껴졌다.


부드럽게 제 마라가 촉촉한 안 속으로 들어가는게 느껴지자, 마라는 거칠게 허리를 흔들었다. 여자도 반응하듯 소리를 내어 더 흥분되는게 느껴졌지만...


"격렬하네, 마라-"


어느새 평소 목소리로 돌아온 여자가 분위기를 깨듯이 말했다. 열심히 허리를 흔들던 마라가 이상하단듯 멈추자, 여자는 마라의 눈가리개를 풀어주었다.


"데..데뎃?"


마라가 격정적으로 박던 총구는 실장석 모양 오나홀이었다. 여자는 옷을 입은 채로 자신을 비웃듯 내려보고 있었다. 


"닝...겐..."
"재밌었어. 14일을 참아도 해줄 생각은 없었는데"


"와타시를..속인데스..?"
"응. 실장석이랑 한 약속을 내가 왜 지키니?"


여자가 망설임 하나 없이 쏘아대자, 반복된 삶과 지루함, 전날에 팽팽 돌아갔던 행복회로, 산산히 부서진 기대 등이 겹친 마라의 위석은 빠직 하고 금이 간 상태였다.


"그럼 와타시는..이제..?"
"여기에 살아야지. 나랑 직스는 평생 못한 채로, 마라를 아예 못 쓰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태양보다 환하게 웃는 여자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마라는 피눈물을 흘리며 쓰러졌다. 쓰러져 몸을 떨던 마라는 곧 조용해졌다.


파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