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발면 용기 운치굴
인간에게 아무 쓸모 없어진 쓰레기도 들실장에게는 좋은 도구다.
특히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컵라면 용기는 가볍고, 뭉툭한 생김새라서 실장석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물그릇, 밥그릇으로도 쓰이지만,
넓적한 사발면 용기는 골판지 하우스 내의 자실장들의 변소로 쓰인다.
밖은 위험하고, 운치굴에 작은 자실장들이 발을 헛딛을 우려가 있으니,
사발면 용기의 옆에 계단 역할을 할 물건을 붙여놓고,
위에는 자실장들이 밟고 운치를 쌀 수 있는 판때기를 올려놓는다.
물론 운치를 먹을 구더기들을 넣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레후! 우지챠도 마마의 밥이 먹고 싶은 레후!"
일단은 집에 살지만 태어나서 운치만 먹고 산 저실장이, 바로 옆에서 오네챠들이 마마의 밥을 먹는 것을 보면 서러울 수 밖에 없다.
흡연충
담배의 중독성은 인간에게도 치명적이지만,
실장석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화단 주변에는 흡연충들이 아무렇게나 버린 꽁초와 가래침으로 범벅이 됐다.
그리고 어느 실장석 한 마리는 한 무리의 흡연자들이 지나간 이후,
숨어있던 곳에서 기어나와,
아직 불이 붙어있고 피울만큼 길이가 남아있는 꽁초를 찾아낸다.
험난한 들실장의 실생에서
잠시 쭈구려 앉아, 담배를 태우는 이 실장석에게
담배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어렵사리 즐길 수 있는 실생의 위안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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