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실록 : 2권



태종실록 27권, 태종 14년 5월 23일 을미 3번째기사

녹후(綠猴) 의 오른 눈이 녹색이 되었다. 배를 만져보아 수태(受胎)하였음을 알았다.
수컷 없이 새끼를 배었으니, 참으로 괴인한 일이었다





태종실록 27권, 태종 14년 6월 6일 정미 6번째기사

녹후의 두 눈이 붉어지며 새끼 열한 마리를 낳았다. 새끼들은 어미에게서 날 적에 사지(四肢)가 없었으나 어미가 새끼를 안아들어 핥자 일곱 마리는 사지가 돋아나고 머리카락이 자라났다. 거기에다 새끼들은 옷을 입은 채로 태어나니, 참으로 괴이한 일이었기에 판서운관사(判書雲觀事) 애순(艾純)으로 하여금 해괴제(解怪祭)를 행하게 하였다.


※해괴제(解怪祭) : 천재지변(天災地變)이나 괴이(怪異)한 일이 있을 때 나라에서 관원을 보내어 행하는 제사.




태종실록 27권, 태종 14년 6월 23일 갑자 4번째기사

녹후 새끼 네 마리가 고치를 틀었다.
왕비(王妃, 원경왕후)가 이를 보더니

''모양새가 누에고치(繭)와 같다.''

라고 하였다. 실을 뽑고자 한 마리를 끓는 물에 넣으니 비명을 지르다 청명하게 깨지는 소리(淸明磖)와 함께 죽었다. 다른 한 마리는 목을 꺽어 넣었다.
처음 것의 실을 풀어보니 비단(綺)과 다를 바가 없었고, 두번 째 것은 계속 끊어졌다.




태종실록 28권, 태종 14년 7월 27일 무술 3번째기사

녹후가 검은 머리 새끼(黑髮幼獸) 네 마리를 낳았다. 갓 낳은 새끼들을 핥자 예(例)의 새끼들처럼 사지가 돋아났다




태종실록 28권, 태종 14년 10월 13일 계미 2번째기사

녹후 새끼 중 가장 완숙(完熟)한 것을 잡아 털과 겉 껍데기를 벗겨내(禿裸) 먹어보니 돼지고기와 같았다.



태종실록 28권, 태종 14년 12월 9일 무인 2번째기사

※요약
신하 : 전하, 혹시 짐승에게 사람 옷을 입히라고 명하셨습니까? 전하께서 애완동물을 좋아할 줄은 몰랐습니다. 나중에 사람들이 애완동물 좋아한다고 흉봅니다.
(속내 : 짐승새끼 챙길 시간에 정무를 보세요)

왕 : 난 애완동물 안 좋아한다. 명나라에도 없는 귀한 걸 얼어죽게 할 순 없다. 사슴가죽을 바닥에 깔라 한거지, 옷을 입히라 한 건 네가 잘못 들은 거다.



이조 판서(吏曹判書) 박은(朴訔)이 아뢰기를,

"어제 사복시(司僕寺)에서 흙집(土宇) 을 지어서 녹후를 기르자고 청하였고, 또 옷을 주어서 입히자고 청하였는데, 신의 생각으로는 녹후는 곧 상서(祥瑞)롭지 못한 짐승이니, 사람의 옷을 짐승에게 입힐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한 벌의 옷이라면 한 사람의 백성이 추위에 얼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신은 진실로 전하께서 애완물(愛玩物)을 좋아하시지 않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태사(太史, 역사를 기록하는 사신)가 사책(史策)에 쓴다면 후세(後世)에서 전하더러 애완물을 좋아하였다고 하지 않을는지 어찌 알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시경(詩經) 에 이르기를, ‘사슴은 윤기가 흐르고 백조(白鳥)는 희기도 희도다[麀鹿濯濯 白鳥翯翯]’고 하였는데, 이것은 그 만물(萬物)이 각각 그 살곳을 얻은 것을 말한 것이다. 내가 애완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명나라)에도 없는 귀한 짐승이 추위에 얼어 죽게 하는 것은 불가(不可)할 것이다. 사복시(司僕寺)에서 청(請)한 것은 옷이 아니고 사슴 가죽(鹿皮)을 주어서 이를 바닥에 깔고자 청하였을 뿐이다. 경이 잘못 들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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