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실이라면





"추, 추운 데스우. 주인님, 옷을 원하는 데스우..."

우리 집의 사육 실장인 데스코가 그런 말을 해 왔다.
어제부터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했으니, 독라의 데스코는 견디기 힘든 걸까.
여기서 하나 말해 두지만 나는 학대파가 아니다.
데스코가 독라가 된 것은 동종에 의한 집단 괴롭힘이 원인이다.
하마터면 왕따가 되어 죽을 뻔 한 것을, 내가 데려다 키우고 있다.
일단 옷 정도는(보기 꼴사나우므로) 사 주려고 했는데,
본인이 키워 주는 것만으로 행복한 데스우 라고 해서, 결국 지금까지 독라로 있었기 때문이다.
뭐, 올해는 더웠으니까.

"그래, 알았어. 잠깐 기다려라"

나는 집 근처의 재활용 매장에 갔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털 스웨터가 싸게 팔리고 있길래
그것을 사서 데스코에게 가져다준다.

"감사한 데스우ー"

기쁜 듯이 그렇게 말하고, 데스코는 서둘러 옷을 입었다.   






그리고 며칠 뒤――
데스코는 다시 독라로 복귀했다.
내가 사다 준 스웨터가 맘에 들지 않았나 보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콕콕 쑤셔서 따갑다고 한다.
그야 그렇겠지.
맨살에 바로 스웨터(그것도 똥을 싼 것)를 입으면 따가울 수밖에.
결국, 그것을 참지 못하고 알몸으로 있기로 한 것이다.
데스코는 영리한 실장석이라 다른 옷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옷을 입지 못하는 것을 나에게 사과할 지경이었다.
나는 그런 기특하고 애처로운 데스코가 너무 좋다.

"추, 추븐 데스우... 데에에에..."

추워서 이빨을 덜덜 떨고 있는 데스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번에는 털실로 된 바지를 사다 주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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