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이제 시작일 뿐



여름 방학 오후.

농구부 연습에 나가기 전에, 세라복 차림의 중학교 2학년 누나가 초등학교 6학년인 동생에게 말을 걸었다.

"너, 실장석 어떡할거니?"
"엣?"


에어컨 바람 시원한 거실에서 소파에 누워 휴대 게임기에 빠져 있던 동생은 돌아보지도 않고,

"누나가 먹이 좀 줘"
"싫어. 너의 실장석이지?"
"누나한테 팔께. 산 것과 같은 3백엔으로."
"누가 산대? 거저 줘도 필요 없어!"

동생이 키우는 새끼 실장은 방학 전 현지의 축제에서 산 것 이다. 방학 자유 연구로 관찰일기를 쓰고자 했는데 숙제는 국어와 산수 뿐이었다.
중학교 시험을 준비하는 동급생의 부모가 학교 측에 심심풀이밖에 안되는 자유 연구를 숙제로 내놓지 말라고 항의한 결과다.
기르기 시작한 다음 날부터 먹이만 준 채 방치하는 등 제대로 키우는 기색이 전무하던 동생은, 그것으로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렸다.

새끼 실장은 낡은 수조 (작년에 동생이 사슴벌레를 기르던 것)에 담겨져 발코니 구석에 팽개쳐 졌다.
그늘인 것은 다행이지만, 한여름의 낮 기온은 상당히 올라간다. 게다가 먹이도 물주기도 잊어버리기 일쑤. 놀아 주기는커녕 눈길을 돌리지도 않는다. 새끼 실장에게는 학대에 가까운 취급이다.

이쪽을 보려고도 않는 동생에게 화가 난 누이는 말했다.

"버려! 베란다에서 냄새 나고 있으니까!"
"내 실장석이야. 함부로 버리지 마!"
"그럼 잘 보살펴. 똥을 청소하고 목욕도 시켜!"
"누나가 보살펴 줘, 공짜로 줄께."
"그러니까 필요 없다는 거지, 이제! 정말 버린다!"
"누나에게 주었으니 마음대로 해!"
"..."

누이는 부루퉁해 거실의 문을 닫았다.
나가는 길에 실장석을 버려야지. 등하교 길 중간에 공원이 있다. 동생과 같이 쓰는 공부방에 가서 베란다쪽 유리문을 여니 밖의 열기가 몰려 든다. 그것에 섞인 불쾌한 실장 냄새. 누이는 눈살을 찌푸리고 베란다 한 구석에 눈길을 돌린다.

"테에에에에에……"







값싼 플라스틱 수조 안, 그 구석에 무릎을 안고 앉아 있는 꾀죄죄한 새끼 실장. 수조의 반대편 구석엔 마른 똥더미가 쌓여 있다.
새끼 실장은 인간 소녀가 자신에게 눈을 돌리고 있음을 깨닫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양손을 올리고 열심히 호소한다.

"테히이, 테히이이이……"
(주인님, 집에 넣어 주는 테치. 와타치는 길러실장인 테치이……)

링갈도 없고, 휴대폰 링갈앱을 기동하는 기색도 없이 누나는 혀를 찬다.

"정말, 더럽고 징그러워. 실장석은."
"테히이이이, 테에에에에에……"
(더러운 건 죄송한 테치. 욕조에 넣어 주시느 테칫……)

누이는 일단 주방에 가서 45L 사이즈 봉투를 찾았다. 베란다에 돌아와서 새끼 실장 째 수조를 봉투에 넣으며, 악취에 얼굴을 돌리고 입구를 묶었다.

"정말 냄새가 최악이야!"
"테에엣? 테치이이이? 테치이이이...?"
(이것은 쓰레기 봉지 테칫? 와타치는 쓰레기가 아닌 테치!)

누이는 한 팔로 봉투를 최대한 몸에서 떼어놓고 들고, 다른 한 팔로 학교 지정의 스포츠 백을 들고 집을 나섰다. 플라스틱의 수조는 새끼 실장을 넣어도 별로 무겁지는 않지만, 몸에서 조금이라도 떨어뜨리려 하면 팔이 아파.

"정말 귀찮아, 정말 최악……"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버린 실장은 싫은 테치이, 주인님 용서하시는 테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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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실장은 연일 포장마차에서 "훈육완료" 라며 팔리고 있다. 실제로는 그 훈육이란게 실장 생산 공장에서 태교로 치러진 것에 불과한 것이지만.
애완용 실장석으로서 이 새끼 실장의 실제 등급은 "선별완료." 분충, 바보를 배제하는 최소한의 선별을 출하단계에서 마쳤을 뿐.

이 새끼 실장은 분충도 바보도 아니지만 지능의 정도는 실장석으로선 극히 평균적이었다. 결국 3백엔에 팔린 개체이다. 애완 동물 가게에서 다루는 정규 "훈육완료" 실장석들과 같은 레벨의 현명함을 갖추고 있을 리가 없다.

아니. 만약 이 새끼 실장이 예외적으로 고급 사육 실장에 필적하는 지성을 갖춘 개체라 해도 처음부터 제대로 키울 생각도 없었던 인간 남매가 그것을 이해할 기회가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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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온 인간 소녀는 나무그늘에 봉투를 놓고 봉투를 풀어 벌리고, 그 순간 피어오르는 실장 냄새에 혀를 찼다. 소녀는 봉투 속, 또 그 안의 수조에 담긴 새끼 실장에게 말한다.

"실장 회수함에 버리지 않은 걸 고맙다고 생각해."

"테에에에엣? 테에에에엣...?"
(기다리는 테치, 와타치는 좋은 자인 테치! 나쁜 자가 아닌 테칫...)

"너 며칠 밥빼기해도 괜찮았으니, 공원에서도 잘 살 수 있을거야. 그럼 안녕."

소녀는 봉지 위로 수조를 잡고 그것을 지면을 향해 뒤집었다.

"테벳!?"

하고 먼지 덩어리와 새끼 실장이 땅에 떨어졌다.
새끼 실장은 얼굴을 땅에 박고 엎드린 채 벌렁거리며 경련한다.

소녀는 그것을 감동 없이 바라보더니, 수조를 넣은 채 쓰레기 봉투의 입을 묶었다. 그대로 공원 밖의 쓰레기장에 두고 갈 생각이다.
내일은 불연 쓰레기의 날이다. 쓰레기를 내려면 좀 이르지만, 공원에 버리고 가는 것보다 좋다.

"테에에에, 테지이이이..."
(아파 아파 테치이, 나쁜 테칫, 학대인 테치이...)

줄줄 피눈물을 흘리며 얼굴을 들었던 새끼 실장은 멀어져 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테쟈아아아앗?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기다리는 테칫! 집에 데리고 가는 테치이...테에에에엥...!)

서둘러 소녀를 쫓아가지만 새끼 실장의 발걸음으로는 어림도 없다. 결국 자갈에 걸려 새끼 실장은 다시 얼굴을 땅바닥에 부딪쳤다. 바로 얼굴을 들었지만 이제 인간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새끼 실장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 뿐이었다.

"테에에에, 테에에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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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포장마차에서 팔리는 실장석. 수백엔에 사고 팔리는 그 생명.

과연 이 여름. 그들 중 몇마리가 사육 포기돼 굶주림과 더위에 시달리면서 비참한 최후를 맞을까?

여름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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