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1~6 (완) (파수꾼 見張り)







※ 주의 : 다수의 직스 묘사가 있으니 열람에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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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春期


계절은 11월 말경, 바람도 어딘가 차가워져 올 때였다.

『 토시아키!! 다시는 이 집에 돌아오지 말아라! 일단 돈은 보태 줄 테니 당장 나가라! 』

남자는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손에 받아들고 터벅터벅 기약 없이 걷기 시작했다.

토시아키는 타고난 게으름이 화근이 되어, 그 날 본가에서 의절당하고 말았다.
대학을 몇개월 만에 그만두고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하루 종일 빈둥빈둥 무기력하게 살고 있었다.
어떤 일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몇 년 동안 뭔가에 몰두하는 것도 없었다.

『 어째서?... 빌어먹을! 』

어머니는 사실 진심으로 내쫓지는 않았다.
이대로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다면, 맨날 텔레비전이나 보는 백수가 될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아들을 어쨌든 집에서 꺼내 혼자 살아가는 괴로움을 배우게 하려 했다.
다만 장본인은 앞으로의 불안과 아들을 버린 부모에 대한 분노만 남을 뿐이었다.

『 일단 방을 찾지 않으면 』

오갈 곳도 없어서 일단 근처의 공원 벤치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멍하게 공원을 바라보노라면 이 공원에는 실장석이 많이 살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자녀 동반으로 손을 잡고 걷는 자매, 분수 앞에서는 성체 실장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저놈들은 나와 달리 혼자가 아니구나.. 』

잠시 관찰하고 있는대 한 마리의 자실장이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
그 자실장은 화장실에서 풀숲, 쓰레기 바구니, 놀이기구를 돌며 찾을수 있는 곳을 몇번이나 돌며 열심인 모습이다.
그리고 그만 뒀으면 좋았겠지만 다른 실장의 골판지 하우스까지 들여다본다.

바킷!

"데스우! 데데슷!"

골판지 하우스 속에서 성체 실장이 뛰어나와, 자실장을 때렸다.
잘 보면 그 실장석 뒤에는 몇마리의 자실장이 부모의 그늘에 숨듯이 바라보고 있다.
모두 즉석에서 입에 손을 대고 "테프프" "치푸푸" 하고 맞아 쓰러진 자실장을 비웃고 있다.
째려보고 한바탕 불평을 하는 친실장은 자실장과 함께 골판지 하우스에 돌아갔다.

"테에엥"

혼자 남겨진 자실장은 맞은 얼굴을 누르고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그런 모습을 보며 토시아키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수중에 돈은 모두 50만엔 정도 들어 있다

『 이것만 있으면 방 정도는 빌릴 수 있을까.. 당장은 견딜 수 있지만 큰일이야 』

하늘을 올려다보고 중얼 중얼 중얼거리고 있는대 옆에서 부스럭 부스럭 뭔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쪽으로 눈을 돌리니 소리의 주인은 아까 울던 자실장이었다.
자실장은 벤치 주변의 풀숲이나 쓰레기가 쌓인 주위를 손으로 헤치고 역시 울면서 뭔가를 찾고 있다.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벤치 아래로 숨어들어 간다.

잠시 다리 사이에서 볼쏙 네 손발의 자실장이 얼굴을 내밀고 올려다보며 토시아키와 눈이 마주쳤다.
자실장이 무엇인가 바라는 듯한 얼굴로 가만히 토시아키의 얼굴을 보았다.
토시아키는 특별히 흥미는 없었지만 적막해서 말을 건넨다.

『 나에게 무슨 볼일? 』

"......."

자실장은 응시하며 아무것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

『 뭐야! 뭔가 용무가 있는거잖아! 』

조금 화가 난 토시아키는 가볍게 자실장을 옆으로 걷어찼다.

"테챳"

"...우 우.. 테에에에, 테에엥, 테에에에엥"

자실장은 엎드린 채 양손을 얼굴에 대고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이러면 토시아키도 곤란하다 생각해서 자실장을 벤치 위에 앉혔다.
자실장은 잠시 동안 울다가, 지쳐서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둘러보고, 옆자리의 토시아키를 올려다보았다.

『 너 뭘 찾고 그런대 』

자실장은 벤치 위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어 제스처를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몰랐다.

"테치이 테챠아 테치테치"

『 아 뭐라고 말하는지 몰라. 미안하지만 나도 시간이 없어서 갈께 』

벤치에서 일어서자 토시아키는 공원을 나갔다. 자실장은 언제까지나 벤치 위에서 토시아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날,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서 방을 찾는다. 운좋게 본가 근처의 원룸 아파트를 바로 빌릴 수 있게 되었다.
15만 정도 맡기고 열쇠를 받았고 청소는 마쳐져 있어서 당장이라도 들어갈수 있다.
일단 그 방을 보러 갔다. 일층 구석에서 열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오오오, 이곳이 내 방이라 』

8평의 방은 자세히 보면 다락도 있고, 살기도 좋다, 에어컨도 갖추어져 있다.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이불과 세면도구 외에도 여러가지 사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일단 근처의 쇼핑센터에 쇼핑하러 갔다.

여러가지 사모아 10만엔 정도는 썼을까, 애완 동물 매장 앞을 지나가자 실장석이 팔리고 있었다.
수조에 들어간 실장석들은 기운이 없는 것 같다. 모두 웅크리고 밖을 보고 있었다.

『 하루 종일 이런 곳에 박혀 있으면 마음도 위축되겠지 』

주위를 보면 실장석용 소품을 팔고 있다, 그 중 링갈에 눈이 갔다.

『 음 2980엔? 』

토시아키는 링갈를 잡아서 계산대로 향한다.



짐은 쇼핑센터에서 옮겨 받았으며, 토시아키는 모든 작업을 마쳤다.
돌아오는 길에 공원으로 향한다. 벤치 위에 두고 왔던 그 자실장이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저 녀석도 나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네)

토시아키는 웬일인지 마음이 동했다. 편의점에서 오늘 저녁을 사고 공원에 들어가자 자실장은 주위나 벤치에 없었다.

『 뭐야, 모처럼 먹이를 가져와 주었는데 』

토시아키는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깨닫고 보니 주위에는 실장석들이 몰려 있다.
실장석들은 손을 내밀어 하나같이 "데스우, 데스우" 애교를 떨고 스윙을 하고 있었다.

『 그렇네, 여기서는 이렇게 되어 버리지 』

실장석의 무리의 맨 뒤에 그 더러운 자실장이 서 있었다. 옷차림을 보면 제대로 먹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토시아키는 자실장을 불렀다.

『 야! 널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야, 괜찮으니 이쪽으로 와 』

주위의 실장석을 헤치고 자실장이 다가오자 토시아키는 자실장을 안고 옆에 앉혔다.
일단 자실장을 뒤집으면서 옷차림을 살펴본다.

복장은 진흙으로 더러워졌고 시커먼 얼룩도 남아 있고, 냄새도 가축과 같은 냄새로 구리다.
팬티에는 녹색의 똥이 들러붙고 그것이 굳어졌다. 이리저리 보고있는 동안 자실장은 왠지 얌전하게, 안심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 얌전히 있었던 상이다, 자 』

토시아키는 먹던 도시락의 햄버거를 젓가락으로 반으로 찢어지면 자실장 앞에 휙 던졌다.

"텟...테테..테에,"

토시아키와 햄버거를 번갈아서 몇번 보던 자실장은 눈앞의 대접에 당황하고 있었다.

『 왜 그래?... 먹어라 』

토시아키의 말을 듣고 자실장은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실장석 때가 와르르 술렁이고 벤치에 몰린다.

"데슷! 데자아아"
"데스스스!"

토시아키는 일어서서 실장석의 무리를 걷어찼다.

『 방해야! 너희들! 』

도카!
꺄스!

"데쟈아아! 데히이이!"

실장석 덩어리는 거미 새끼들처럼 흩어지며 도망쳤다. 발 밑에는 걷어차였던 실장석이 다리가 부러졌는지 뒹굴고 있었다.

"데갸아아아!"

눈앞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실장석을 잡아 조금 떨어진 분수대까지 끌고 가서 그곳에 두고 왔다.

『 너희에게 볼일은 없어. 이쪽으로 오지 말아라 』

그 말을 그늘에 숨어서 먼발치서 보고있는 실장석들에도 전하고 벤치로 돌아갔다. 벤치의 자실장은 그런 모습을 상관하지도 않고 무심하게 먹고 있다.

나누는 것도 귀찮게 된 토시아키는 도시락을 통째로 자실장에게 주었다. 자실장은 그 도시락에 달려들어 맛을 느낄 틈도 없을 만큼 서둘러 입에 나른다.

반 정도는 먹었을까, 더 이상은 배 안에는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입에 넣고는 다시 뱉었다, 더 이상 먹을 수 없단 것에 자실장은 분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티에에... 테츄테츄!"

차분해진 자실장을 확인하자 토시아키는 주머니에서 링갈을 꺼냈다.

『 야 들리니?.. 너에게 말하고 있어 』

자실장은 도시락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말하기 시작했던 토시아키로 눈을 돌렸다.

『 너한테 묻고 싶은 일이 있어, 도시락을 다먹었으니 대답 정도는 해 』

인간이 자신에게 말을 건낸다. 자실장은 몸을 흠칫 한 뒤 대답했다.

"텟테테테....뭐인 테치."

『 우와 통하는구나, 싸구려지만 사용할 수 있어 』

링갈의 상태를 확인하고 자실장에 말하기 시작했다.

『 너는 혼자 사나?』

"테치... 아닌 테치, 가족과 떨어져 버린 테치."

『 가족은 누구야? 』

자실장은 조금 고개를 숙이면서 가족의 일과 어떻게 떨어져 버렸는지를 말하기 시작했다.

"마마가... 마마가 오늘은 멀리 공원에 간다고 해서 테치..."
"놀다가 없어진 테치"
"같이 놀던 언니들도 돌아보니 사라진 테치"

『 음 그리고 그 때 주위에 인간은 있었어? 』

"없었던 테치, 공원은 실장석만 있던 테치"

아무래도 학대파에 가족이 살해된 건 아니겠는데, 그렇다면 이 자실장은 버려진 것 같다. 딱 보기에도 머리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솎아낸 녀석이군. 실장 사회에서는 당연하려나)

『 두고 간거 아냐? 』

"테에! 무.. 무슨 뜻인 테치"

『 아니..그러니까 너 엄마가 두고 간거야 』

그 순간 자실장의 안색이 변해가는 것이 한눈에 보이듯 나타났다. 정말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걸까...

"왜 마마가 두고가는 테칫! 두고 갈 수 없는 테치"
"너는 나쁜 녀석 테치!"

(여기선 현실을 아는 편이 이 녀석을 위해서도 좋다. 이대로는 평생 여기서 찾을 수 없을텐데)

『 두고 갔다고 할까, 너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거야, 엄마나 언니들은 어딘가 태도가 이상하지 않았어? 』

자실장은 옹알옹알 입을 움직이다 잠잠해졌다, 짚이는 바가 있는 것 같다. 가만히 보고 있는데 이윽고 자실장이 입을 열었다.

"평상시와 달랐던 테치... 마마가 굉장히 상냥했다 테치, 항상 와타치의 얼굴을 볼때마다 잔소리를 했는데 그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테치"
"언니들도 몹시 상냥했던 테치, 항상 왕따를 당하기만 했는데 테치, 전에는 언니들이 놀아준 적이 없어서 기뻐서 뛰놀았던 테치"
"테치이이..."

얘기 끝나고 자실장은 또 잠자코 만다, 그리고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당분간은 서로 말없이 시간만 흘러간다.
옆에서 듣던 토시아키도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무심코 말해 버렸다.

『 너 이제부터 어떡하냐? 』

자실장은 고개를 떨군채 힘없이 대답했다.

"테치... 마마를 기다리는 테치, 계속 여기서 마마가 올 때까지..."

『 엄마는 돌아오지 않아, 필요 없으니까 버린거 잖아.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돼, 여기서는 살 수 없어. 실제로 먹이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하잖아 』

"테에에..."

자실장에게 설교하면서 토시아키는 마치 자신에게 타이르고 있는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자실장의 생각도 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놈은 갑자기 엄마에게 버림받아서 혼자 살아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것을 갑자기 잃어버린 채 의존 대상이었던 엄마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겠지)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던 토시아키는 이 자실장의 일이 불쌍하지만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 너 우선 우리 집에 와 』
『 집에 아무것도 없으니까 한가해, 너라도 있으면 시간 낭비 정도는 될 거다. 』

갑작스런 사육 실장의 제의, 보통 실장석이라면 기쁘겠지만 앞뒤도 모르는 자실장은 조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는 떠나지 않는 테치, 마마가... 마마가 혹시 마중올지 모르는..테치"

자실장에게는 마마의 존재는 절대적인 것, 어떤 작은 가능성이라도 잡아두고 싶었던 것이다.

『...마음에 안들어 엄마도 너도, 엄마는 너를 버렸다고! 언제까지나 기다려도 오지않아! 혼자 살아남아 엄마나 언니를 보란 듯이 이겨주라고!! 』

"그런... 모르는 테치, 뭐라는지 모르는 테치"

토시아키가 고함 지르자, 자실장은 그 박력에 당황하여 몸을 떤다. 자실장의 두건을 잡고 그대로 들어올렸다. 
남은 도시락은 손에 들어 분수대에 주저앉아 있는 실장석에게 갔다.

『 발로 차서 미안했어, 이거 먹고 봐줘라. 』

도시락을 건네자 그 실장석은 다리가 부러진 것도 잊고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토시아키는 자실장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현관에는 쇼핑센터에서 산 짐도 도착해 있었다. 짐은 우선 놔두고 자실장을 방에 넣었다. 마루 바닥에 두니 방 안을 두리번두리번 살펴 보았다.

『 거기서 조용히 있어라 』

토시아키는 자실장에게 그렇게 말하고 밖의 짐을 안에 넣기 시작했다. 30분 정도 일하자 모든 작업이 끝났다.
한층의 맨 끝의 방은 8평 한칸짜리 월세방으로 원래집의 자신의 방보다는 넓었다. 한쪽은 부엌이고, 다른 한쪽은 화장실과 목욕탕이 합쳐진 유니토바스가 있었다.

『 음 피곤하다. 』

평소 몸을 움직이지 않아 약간의 노동에도 지쳐 버려서 방 한가운데에서 크게 대자로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자 평소와 다른 모양에서 집에서 나온 걸 실감했다. 옆을 보니 자실장이 네 발로 무언가 힘주고 있다.

브피피피이! 
부리리릿

『 자,, 잠깐 - 뭐 하는거야!! 』

토시아키는 자실장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린다.

『 이 바보! 』

퍽!

"텟챠아아!"

브비비비잇!

맞은 자실장은 왜 때렸는지도 모르고 울기 시작했다.

"티에에엥! 테에에엥!"

『 시끄러워, 울고싶은 것은 이쪽이다 바보야! 』
『 또 똥싸버리면 큰일인데. 』

배출한 배설물을 치우고 자실장을 데리고 욕실에 가서 샤워기를 틀었다.

『 오오 물이 나온다. 부동산 중개업소 준비가 좋구나 』

사온 세탁 비누로 옷 채로 쓱쓱 씻는다. 자실장은 거품 투성이로 처량한 얼굴을 하며 울고 있지만 토시아키는 개의치 않고 씻어 갔다.
똥과 더러움의 뒤섞인 검은 물이 흘러가 씻어도 씻어도 조금도 투명한 물이 되지 않았다.

『 이! 옷 좀 벗자 』

"테치이이이!"

옷을 벗겨서 세면기에 넣었다.

『 옷 입고 씻을 수는 없지 』

알몸의 자실장을 씻기자 겨우 흐르는 물이 투명하게 되었다. 그 때쯤 되니 자실장도 샤워에 익숙해졌는지, 기분 좋은 얼굴을 한다.

"테챠아아 ♪"
"태칫 ♪ 테치이"

콧노래를 부르고 샤워를 만끽하는 자실장은 난생 처음 몸을 씻었다. 자실장을 수건으로 닦아서 방에 두고 토시아키는 곧 자신도 샤워를 했다. 세면기는 이미 새까맣게 변했다, 거기에 시궁창 냄새가 감돌아서 기분이 나빠졌다.

토시아키가 샤워를 하고 돌아오면 자꾸 발가벗은 자실장이 "테치테치" 말을 건넨다. 바닥에 던져놨던 링갈을 들고 자실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 음..뭐야 』

"옷은 어디인 테치이"

『 오늘 내일은 무리야 얼마 동안은 알몸으로 있어 』

토시아키의 말에 갑자기 화를 냈다.

"뭐라고 하는 테치! 옷이 없으면 죽는 테칫! 빨리 가져와라 테칫!"

양 팔을 들며 자꾸 불평하는 자실장에게 자신의 몸을 닦던 수건을 던졌다.

『 시끄러워, 이거라도 감고 있어라 』

터억하고 머리로 수건이 던져져, 자실장은 수건 속에서 바둥거렸다. 자실장을 무시하고 사온 새 스웨터 상하의를 입고 방에서 간신히 긴장을 풀었다. 옆에서는 자실장이 아직 수건과 격투를 벌이고 있다.

토시아키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잔금은 25만 정도밖에 없다. 한달만 있으면 돈은 다쓰고 없을것이다. 그러나 그 어머니가 집에 온다고 다시 맞아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한다.

믿고 의지할 곳은 결국 아버지지만, 외골수로 융통성이 없는 성격은 어머니와 비슷했다. 어머니와 다른 것은 토시아키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할까, 방임주의로 자신의 일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나이였다.

『 여차하면 아버지에게 용돈을 타올까.. 』
『 내일 생각하고, 오늘은 자자!』

새 이불을 깐 다락에 올라가서 잠자리에 들었다. 그 때쯤 되면 자실장도 겨우 수건으로 얼굴을 내민다. 근처에 인간의 모습이 없자 자실장 치고는 큰소리로 절규하며 찾기 시작했다.

"테치이이이!"
"텟챠아아아!"

토시아키는 다락에 얼굴을 갖다대고 호통을 쳤다.

『 시끄러-!! 조용히 해라 바보야!! 』

토시아키의 모습을 보고 안심했는지, 자실장은 얌전해졌다. 다락방에 접근하려고 깡충깡충 뛰었다.

『 넌 타올 감고 아래층에서 자라, 이불에 똥이라도 지리면 큰일이니까 』

그렇게 말하고 토시아키는 방의 전등을 껐다.

"테챳!"

어둠 속에서 자실장은 한참 "테치테치"거리며 뭔가를 말했지만 곧 얌전해졌다.

다음날 오랜만에 기분 좋게 피로를 풀고 일어나니 자극적인 냄새가 코를 찔러 왔다.
바닥에 오르자 수건 속에서 알몸의 자실장이 뛰어나와 발에 매달려 왔다.

"텟치이, 텟챠아아"

『 시끄러워, 먹이라면 나중에 줄게 』

자실장을 뿌리치고 냄새를 더듬어 가니 방구석에 수북이 녹색 똥이 늘어져 있었다.
토시아키는 현기증을 일으키며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는다. 거기에 천진 난만하게 자실장이 달려온다.

"테치이이 ♪"

『 똥만 싸고 다니다니!!! 이 분충이!!! 』

그날은 아침부터 격앙됐다. 자실장과 함께 살고부터 토시아키 자신도 뭔가 변하기 시작했다.





토시아키가 자실장과 아파트에 살기 시작한 뒤로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에 달력은 12월이 되고 있었다. 그로부터 14인치 텔레비전과 난방을 위해 염가 세일을 하는 코타츠를 구입했다.
코타츠에 들어가 텔레비전을 보면 토시아키 옆의 이불 속에서, 자실장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테치이이..."

싱글벙글 웃으며 자실장은 토시아키에게 관심을 받고 끌기 위해서 앙탈을 부렸다. 자실장에 한번 눈을 돌리고 토시아키는 또 TV를 멍하게 본다.

놀아달라고 하고 싶은지, 자실장은 토시아키의 바지를 잡거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토시아키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 모양이다. 양 팔꿈치를 세우고 옆에 있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지지지직

『 음-』

사실 이런 삶은 토시아키에게는 매우 편안했다. 엄한 어머니가 있는 집은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 나름의 규율을 지켜야 한다.
밥은 아버지와 같이 먹지 않으면 안 되었고, 어딘가 떳떳하지 못해서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마주칠 때마다 잔소리로 시끄러워, 본가에서 토시아키에게 평온한 시간은 적었다.

여기로 와서는 좋을 때 자고 일어나 불쾌한 기분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다. 한가한 때에는 자실장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텔레비전을 보며 하루를 보냈다. 그런 나날도 작금의 일을 생각하면, 조금 머리가 무거웠다.

토시아키도 아르바이트라도 하려는 생각은 했지만 게으른 버릇은 몸을 쉽게 움직여주지 않는다. 단지 그날 그날 헛되이 지나갈 뿐이었고, 특별히 뭔가를 하지도 않았다.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는데 자실장이 화가 치밀었는지 코타츠에 기어올라 TV앞에서 시선을 막는다.

자실장은 이 방에 와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환경에 놀라서 하루 종일 방 안을 토닥토닥 마구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쾌적한 공간은 지금까지의 자신이 처한 환경과 사뭇 달랐다. 얻은 행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인간이 있다. 이 인간은 퉁명스럽지만 모친이 가르쳐 준 위험한 인간상과 달리 화가 났을 때 이외에는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

모친과 언니는 자신을 상대해 주지도 않았는데, 이 인간은 가끔이지만 놀아 준다. 버려지고 공원에 서 있던 와타치를 건져주었다.
자실장은 이 닌겐에게 감사와 같은 기분을 느꼈고 또 쓸쓸한 감정을 풀어주는 상징처럼 비쳤다.

좋아하는 닌겐과 쾌적한 공간, 가혹한 바깥에서 위험한 이웃과 살았던 날들, 누구도 자신을 상대해주지 않던 외로운 나날, 그것을 생각하면 이곳은 천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 야 TV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켜 』

자실장은 닌겐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하는 수 없이 일부러 토시아키를 방해했다.

"테치이! 테치치치 ♪"

눈앞에서 기괴한 춤을 추고 있는 자실장에 토시아키는 담배 연기를 불어 댔다.

"테챠아아! 콜록콜록!"
"테치이! 텟챠?!"

놀라서 화내는 자실장을 무시하고 담배를 끄고 그대로 코타츠에 누웠다. 토시아키는 트러블이란 걸 싫어하는 남자, 무슨 일이 있으면 도망가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자실장에게 화내지 않는 것은 화내는 것이 성가셔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 뿐이었다. 누우면 꾸벅꾸벅 하다가 잠들어 버리기 시작한다.

코타츠 위에서 모습을 보던 자실장도 아래로 내려왔다. 토시아키 옆에 와서 엎드려 누워 토시아키 옆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키면 이상하게도 안심이 됐다. 오후가 되면 토시아키는 자주 낮잠을 자므로 자실장도 토시아키에 맞춰 낮잠을 자게 됐다. 자실장에게 이 시간은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고, 이대로 계속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실장은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자신이 살던 골판지 안이었다. 눈앞에는 언니 둘이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실장이 언니 실장들에게 다가가자 장녀가 자실장을 째려본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어리광 부리자 옆의 차녀가 다가와서 자실장의 뒷머리를 잡았다.

"친한척 붙지마는 테치! 언니에 무슨 용무가 있는 테치"

그렇게 말하면서 자실장의 머리를 당기자 자실장은 엉덩방아를 찧고 쓰러졌다.

"테챠아! 그만두는 테치! 그만두는 테치!"

쓰러진 자실장을 보면서 차녀가 말했다.

"너는 터무니 없는 놈인 테치 거기에 납작 엎드려나 있는게 잘 어울리는 테치"

자실장은 차녀가 무서워서 어쩔 수 없다. 걸핏하면 큰 언니에게 빌붙는 자실장을 괴롭혀 왔기 때문이다.

장녀는 자실장을 괴롭히는 일은 없었지만, 관심을 나타내는 일도 없이 일절 상대하지 않았다. 벌렁 쓰러져 있는 자실장을 흥하고 일별의 콧소리를 내며 돌아섰다. 그런 두 사람의 태도에 자실장은 울고 싶어졌지만 울면 차녀에게 더 괴롭힘 당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입술을 꾹 깨물고 눈물을 참고 있다.

골판지를 파고 들어간 문이 열리며 친실장이 먹이를 가지고 돌아온다.

"내 새끼들 조용히 있었던 데스우? 오늘은 맛있는 음식 데스, 애호파의 인간이 식빵을 뿌려 준 데스, 너희들 때문에 많이 주워 온 데스."

장녀는 우후후 웃으면서 친실장에 인사를 올렸다.

"과연 마마테치, 언제나 감사 테치"

둘째도 언니에 맞춰 맞장구를 쳤다.

"언니와 함께 얌전히 있었던 테치"

앉아 있던 자실장은 친실장이 돌아오자마자 일어서서, 친실장의 품으로 달려간다.

"마마! 마마! 외로웠던 테치! 이제 어디 가면 싫어싫어 테치 계속 여기에 있어 테치이!"

자실장은 친실장의 스커트에 매달려 괴롭힌다. 언니 둘을 그 모습을 역겹다는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너는 언제까지나 응석받이 데스우"

자실장을 달래며, 친실장은 오늘 저녁판을 벌였다. 비닐 봉지의 내용은 식빵을 찢은것 3개와 썩은 야채 부스러기가 들어 있다.

"모두 사이좋게 먹는 데스"

자실장이 식빵에 달려들자, 장녀가 그것을 눌렀다.

"뭐 하는 테치!

마마가 먼저 제일 좋은 물건을 먹는게 당연한 테치!"

차녀도 그것에 이어 말한다.

"아무런 쓸모도 없는 니가 먼저라고 생각하는 테치? 맨날 이러니까 언제가 지나도 어리광쟁이인 거인 테치"

자실장은 풀이 죽어 마지막 남은 야채 부스러기를 취했다.

"와타치도 빵 먹고 싶은 테치...테츄우."

그 모습을 보고 친실장이 자실장에게 말을 건낸다.

"마마는 배부른 데스, 절반은 네가 먹는 데스."

언니 실장들은 "칫"이라는 얼굴을 한다.

"마마는 너의 장래가 걱정인 데스, 언젠간 혼자 살아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데스."

친실장이 자실장을 다정하게 다독이자 자실장은 친실장을 얼싸안고 어리광을 피웠다.

"마마는 상냥한 테치, 계속 계속 와타치의 마마테치"




『 야! 』
『 야! 』
『 일어나! 』

"테치? 테치?... 테츄웅?"

저녁이 되어 자실장이 일어났다. 토시아키는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며 언제까지나 자고 있는 자실장을 일으켰다.

"마마...마마가 없는 테치...? 테칫..집이 아닌 테치"

자실장은 일어나서 방을 둘러본 뒤 골판지 하우스가 아님을 확인했다. 이 집에 와서 꿈을 꾸면 꼭 이 꿈이다, 꿈을 꾸다보니 작은 가슴이 아파왔다.

자실장은 일어서서, 주방에서 야키소바를 먹고 있는 토시아키가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그대로 토시아키의 발을 붙잡고 응석 부려오는 자실장을 깨달은 토시아키는 다리를 들어 자실장을 뿌리친다.

"텟치이"

뿌리치자 뒤에 손을 짚고 쓰러졌지만 일어서자 다시 발에 매달려 온다. 몇번 같은 일을 반복하면 토시아키는 자실장을 잡고 욕실에 던졌다.

『 방해야 넌 거기 들어가라 』

문을 닫으려는 토시아키를 뒤쫓아 자실장은 달려간다.

쾅!

늦게까지 문에 매달려서 문을 두드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자실장은 마마 없는 외로움을 토시아키에게 응석부리는 일로 달래고 싶었다.

다만 토시아키는 아무리 자실장이 의존해와도 쌀쌀맞은 태도로 상대하지 않았다. 원래 토시아키는 자실장을 심심풀이 정도의 존재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달라붙으면 언짢은 표정을 보였다.

자실장에는 그것도 모르고 그저 어리광부리면 언젠간 잘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응석부려도 친실장처럼 잘해주지 않는 토시아키에게 자신의 어리광이 모자란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더욱 응석 부리면 토시아키도 자신을 좋아해줄 것이다. 맹목적이지만 자실장은 토시아키에 대해 모종의 감정이 싹트고 있었다.



자실장이 코타츠에서 함께 야키소바를 먹고 있는데 토시아키가 링갈을 장착했다.

『 내일부터 당분간, 나는 밖에 나간다. 너 얌전히 기다릴 수 있지? 』

토시아키는 앞으로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찾으러 가려고 생각했다. 그것은 처음으로 해보는 적극적인 행동이었다, 역시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그것은 토시아키 나름의 자존심이었다.

"계속 함께 테치... 밖에 가면 싫어 테치"

토시아키는 자실장의 반응이 이렇게 나올줄 알고 있었다.

『 야키소바 맛있냐? 』

재료는 양배추만인 야키소바를 가리키는 토시아키가 묻자, 앞치마에 소스로 끈적끈적하게 묻힌 채, 야키소바를 양손으로 잡고먹는 자실장이 대답했다.

"맛있는 테치! 야키소바 좋아 테치"

배불리 먹을수 있는것만으로도 행복이었던 자실장에겐 진한 기름에 태운 야키소바는 맛있는 식사 외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토시아키는 한번 끄덕이면서 자실장에게 설명했다.

『 그 야키소바를 다시 먹으려면 내가 밖에 나가야 하거든. 내가 밖에 가지 않으면 내일부터 먹이도 없다 』
『 그래도 좋은가? 』

먹는 것을 그만두고 야키소바를 쳐다보더니, 자실장은 대답한다.

"야끼소바 먹고 싶은 테치... 얌전히 기다리겠는 테치."

『 그럼 얌전히 기다려. 알겠어?... 똥싸면 벌이야 』

벌.. 그 말을 듣자 자실장이 먹는 움직임을 멈추고 목을 꿀꺽 삼킨다. 지금까지 자실장은 몇 번이나 똥을 흘렸고, 그때마다 처벌이라고 말하고 맞고 있었다. 대변을 보는 행위는 실장석에 있어서 행복의 순간이지만 지금 자실장에게는 공포 뿐이다.

몇번씩 얻어맞은 그때마다 울고 최근에야 똥을 욕실에서 한다는 것을 기억한 직후다. 자실장에게 매번 그렇게 할 자신은 없었다.
토시아키가 다시 물었다.

『 똥 싸는 장소는 알겠지? 방에서 싸면 반드시 처벌이 기다리고 있어 』

"아... 알고 있는 테치. 괜찮아... 아무 일 없는 테치"

『 좋아 약속이야, 빨리 야키소바 먹어 』

얘기가 끝나자 토시아키는 링갈을 끄고 정리를 시작한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기 위해 바로 자러 토시아키는 다락방에 올라갔다. 자실장이 황급히 따라간다. 아무래도 함께 자고 싶어서였다.
사다리를 오른 토시아키를 잡으려하지만 떨어진다. 역시 펄펄 날아 보이지만 토시아키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잠시 다락방을 올려다 보자 토시아키가 얼굴을 내민다.

『 너의 잠자리는 그 수건이다, 또 똥 싸지마 』

그렇게 말하고 불이 꺼진 방은 캄캄했다. 자실장은 낙담하고는 타월에 기어들어 혼자 외로워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된 토시아키는 아르바이트 찾으러 나섰다. 나오기 직전에 자실장에 대변의 일을 못박고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나간다.
방 안에서 홀로 한마리 남겨진 자실장은 전기가 켜지지 않은 코타츠에 기어 들어갔다. 반대 쪽으로 얼굴을 내밀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항상 뛰어다닌 방도 혼자가 되면 그럴 기분이 안 된다. 한숨을 한번 내쉬며 계속 그대로 그 안에서 잤다.


자실장은 또 꿈을 꾼다. 이번 꿈엔 이 방 코타츠에서 잠든 자신이 나온다. 눈을 떠보니 옆에는 토시아키가 있고, 코타츠에 발을 집어넣고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자실장을 발견하곤 안아 올려서, 책상 다리를 한 다리 위에 올렸다. 올려다보니 토시아키는 웃고 있어서 자실장도 기쁘게 웃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토시아키에 매달리자 토시아키는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실장도 자신의 일이나 친실장의 것 그리고 토시아키를 좋아한다는 것을 많이 말했다. 토시아키는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듣고 있었다. 뭔가 어색해 진 자실장은 얼굴을 붉혔다.

눈을 떠보니 천장의 무늬가 들어온다.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시간은 아직 아침 나절이다. 팬티를 확인했으나 똥은 늘어져 있지 않았다. 안심하고 꿈의 여운에 젖어 있는대 토시아키가 자는 방이 눈에 들어왔다. 코타츠에서 나와, 사다리 앞에 왔다.

"이 위에 가서 함께 자는 테치, 혼자 자는 것은 외로운 테치"

자실장은 사다리를 붙잡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잡는 곳이 술술 미끄러져서 어려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단으로 하면 8단 정도이지만, 자실장에게는 끝없이 높게 느껴졌다. 한걸음 오를 때마다 자실장은 확실하게 위에 떠 있었다. 3단 가량 오른 곳에서 한 차례 휴식을 가진다.

"간단한 테치, 왜 지금까지 올라가지 못한 테치"

자실장은 토시아키와 함께 자는 것을 상상하니 이대로 있을수 없었다.

"맨 위까지 가는 테치"

사다리의 수직 부품을 잡고, 마찰을 이용해 다시 한 단계 위로 올라간다. 4단에 들어서자 팔이 지쳐 힘이 나오지 않았다. 자실장은 자신의 신발을 벗고 이번에는 두 다리로 한 단계 위로 올랐다. 5단에서는 양 손발도 저리면서 피부는 빨갛게 부어 왔다.
윗단을 쳐다보면 금방이다. 자실장은 자신에게 기합을 넣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테챠아아!"

오르기 시작한 것은 좋지만 다음 단에 도착 후, 세로부품을 움켜쥔 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올려다보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였다. 그래도 손을 놓는 순간 떨어져 버릴 것 같아 힘이 빠지고 있었다.

"우.. 움직이지 못하는 테치, 어쩌는 테치... 위험한 테치"
"그런 테치, 일단 아래로 내려가면 되는 테치"

그렇게 생각하고 아래를 쳐다보는 순간, 자실장은 현기증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이런 높은 곳에는 오른적이 없다. 사다리를 잡은 팔과 다리에 진땀이 나고, 붙잡고 있는 것도 어려워졌다. 

주르르...

잡은 손과 발이 미끄러진다. 아래는 마루의 딱딱한 바닥이다.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자실장은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박살난다. 높이는 이미 1미터를 넘었다.

"테아아아아... 닝게에에엔! 빨리 구해줘 테칫!"
"죽어 버리는 테치! 죽어 버리는 테치!"
"테챠아아아아아아!"

자실장은 여기에 있을 리가 없는 토시아키에 도움을 요구한다. 떨어지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벌벌 떨리는 손은 이윽고 감각도 사라져 가고 있었고, 떨어지는 것은 이미 시간 문제였다. 자실장은 극한 사태 속에서 망상회로를 돌려서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그 망상은 떨어지기 직전의 자실장을 토시아키가 달려와 위기 일발의 상황에서 구해 주는 것이었다.

"테에엥... 좋은 테칫. 꼭 와 주리라고 믿었던 테치"

학!

그 순간, 자실장의 손이 미끄러져 사다리에서 떨어져 버린다.

"테아아아아아아!"

사다리의 계단에서 몇번 박으며 자실장은 바닥까지 떨어진다.

"테츄우우우!"
"태 차! 텟!"
"테갸!"

발부터 떨어진 것과 몇번 중간에 걸린 것이 다행으로 자실장은 살아 있었다. 다만 떨어지는 도중, 사다리에 부딪쳐 왼팔의 뼈가 부러졌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충격으로 다리가 무릎까지 부서져 날아가 버렸다.

"사... 살아 있는 테치"
"팔이 아픈 테치, 몸도 아픈 테치, 왠지 숨도 쉬지 못하겠는 테치"

자실장은 안 아픈 오른손으로 억지로 일어나려 하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발의 감각은 없었고 그저 뜨겁게 느낄 뿐이었다. 자실장은 조심조심 자신의 발을 보았다.








"츄아아아아아아!"
"테아... 발,발이 없는 테쥬우우!"

브바앗...브리브리브릿!

자실장은 자신의 모습에 충격과 공포로 탈분을 했다.

브리리리리릿!

순식간에 팬츠를 팽팽하게 만들어 간다.

"닝게에에에엔! 빨리...빨리 돌아와 테치이이이이!"
"죽는테칫!! 죽어 버리는 테치이이이!"
"텟챠아아아아아아!"

자실장 밖에 없는 방에서 언제까지나 자실장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토시아키가 돌아오는 것은 이 후 5시간이 지나서였다.





'빌어먹을!'

아르바이트 정보지를 한 손에 들고 공중전화를 향해 토시아키는 욕설을 퍼부었다.
잡지에는 급구라고 써있는데, 막상 전화를 해보면 좀처럼 좋게 채용될 수 있는 곳이 없다.
알바라고는 하지만, 전화 대응으로도 상대가 어느정도는 판단된다.
토시아키의 주뼛주뼛한 태도는 거절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어 있었다.

"뭐야...내 뭐가 안 된다는 거야."

전화박스를 나오자, 토시아키는 담배를 피우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역시 직접 가서 협상하는 것이 좋을까, 내 나이나 학력도 별 문제 없을 거야."

지금까지 일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나였긴 해도, 이렇게 취업이 어려운 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 보살핌 받던 시절에는 뭐든지 어머니가 도와주셨지만 스스로 해보니 사정이 달랐다.
하는 수 없이 일단 근처에 있는 창고 정리 모집소로 향했다

창고에 도착했지만 생각보다 더 큰 창고라서 조금 당황했다. 4톤 트럭이 두 대 정도 멈춰 있고, 종업원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지게차로 그것에 싣고 있었다.

"저어...실례합니다."

토시아키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자 바쁘게 움직이던 남자의 손이 멈췄다.

"뭐냐 넌, 좀 바쁘다."
"아니요 그...이 잡지를 보고 왔습니다만..."

손에 든 아르바이트 정보지를 보여주니 남자의 얼굴이 풀어졌다.

"아~ 알바구나, 사무실이 저쪽으로 보이지, 저기로 가라."

가리키는 방향에는 이층의 간단한 가건물이 있었다. 남자는 거기의 2층이 사무실이라고 토시아키에게 말하고 나서 다시 바쁜듯이 일로 돌아갔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사장인 듯한 남자를 만났고, 토시아키는 아르바이트 건을 알렸다. 사무소에서 직접 면담하니 이력서도 제대로 보지 않고 채용이 되었다, 아무래도 일손이 모자라서 곤란했던 것 같다.

"그럼 다음주부터 부탁해요."
"네...네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사무소를 나서자 아까 지게차를 운전한 남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토시아키를 알아차리자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야! 야! 너 채용 결정된거야?"
"네, 다음주 부터인데,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구나...꽤 힘든 일이지만 힘내라."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남자의 일솜씨를 잠시 보고 토시아키는 집으로 향했다.

"돌아왔다.. 어라?"
"이상하네? 평상시 같으면 달려올텐데."

방에 들어서자 안의 참상에 깜짝 놀랐다. 똥과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어 이상한 냄새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 중심에 똥과 피투성이가 된 채로, 다리가 없는 자실장이 데굴데굴 발버둥치고 있었다. 
자실장은 토시아키를 발견하자, 최대한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똥 속을 마구잡이로 헤집으며 토시아키를 향해 기어왔다.

"테차!! 테차아아이야!!"
"시끄러워, 이웃들도 있는데 일단 조용히 해야지..."

벽에 걸려 있는 수건을 잡고 그 수건으로 자실장의 머리부터 둘둘 말아 감쌌다.

"테차아아아!!

그대로 화장실에 두고 오면서 방 안을 확인한다. 사다리에서 굴렀나보네. 오물로 방의 3분의 1을 더럽히고 있어...
토시아키는 투덜투덜 불평을 하면서도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피투성이의 똥을 줍다가, 자실장을 키운 것은 실패였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한심해졌다.

"진짜 저 바보는, 다음주부터 집을 비운다고 했는데."

똥과 살점을 주워 모아 쓰레기 봉투에 넣으니 손에 녹색 액체가 묻어난다. 큰 오물들을 대충 넣고 걸레질을 몇 번이고 냄새가 없어질 때까지 반복했다. 청소가 완전히 끝날 무렵에는 이미 밤도 깊어져 있었다.

피곤에 지쳐 화장실에 돌아와 보니 냄새... 토시아키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수건을 열어 보았다. 얼굴까지 감겨진 수건을 풀자, 푸핫 숨을 몰아 쉬며 토시아키에게 어리광 부리는 소리를 냈다.

"태츄웅♪"

여기서도 자실장은 성대하게 똥을 뿌리고 있었다, 도대체 이 자실장은 어디에 이런 똥이 차있는 것일까. 똥을 수건으로 싸고 그냥 쓰레기 봉투에 버렸다. 자실장은 토시아키를 쳐다보며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한다, 무시하고 샤워기로 자실장을 씻었다. 물이 상처에 스며드는지 불쌍하게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

"테챠아아, 테챠아아"

시간이 지났는지 똥과 피가 굳어버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자실장이 우는 것을 무시하고 힘을 줬다.

"테...테히...."

븟부부리리...뿌샤아악.

통증 때문인지 씻는 와중에도 자실장은 똥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언제쯤 끝날까 생각하면서 묵묵히 자실장을 씻었다. 깨끗이 씻어보니 자실장의 상처는 피가 배어 있지만 이미 아물어가고 있다.

'어쨌든 대단해. 실장석이라는게, 이게 사람이었으면 굉장했을텐데.'
"야, 똥 쌀 때는 말해, 이제 수건은 없으니까. 또 똥 지리면 다음부턴 똥 묻은 수건 속에서 계속 자게 한다, 알았지?"

토시아키가 강하게 말하자 자실장은 황급한 표정으로 고개를 마구 끄덕거렸다. 깨끗한 타월에 자실장을 싸고 방으로 데려가 코타츠 위에 놓았다. 눈을 떼면 또 똥을 쌀 것 같아서 화장실에 놔둘 수가 없었다.

토시아키는 자실장 눈 앞에 앉아 이미 식어버린 편의점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자실장은 이쪽을 향해 무엇인가 "테치테치"하고 호소하고 있다, 토시아키는 링갈의 스위치를 켰다.

"배고픈 테치,,, 뭔가 먹여줬으면 하는 테치"

토시아키는 자실장의 말을 듣자 좀 울컥했다, 자신은 일을 구하러 밖에서 머리 숙이고 다니는데, 이녀석은 방안을 똥투성이로 만들고 쓸데없는 신세만 진다. 토시아키는 조금 뜸을 들일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먹이 주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

"...오늘은 너의 먹이가 없다."

먹이가 없다는 말을 듣자, 자실장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져 간다.

"테체에! 왜 테칫! 계속 혼자 집을 봤던 테치, 부상까지 당하고 힘들었던 테치!"

도시락을 먹다가 자실장을 힐끗 보면서 토시아키는 쏘아붙인다.

"얌전히 집에 있으라고 말했는데 뭐야 이 꼴은! 넌 내 말을 지키지 않았어. 잘 생각하고 반성해."

"그런거...싫은 테치......"
"싫어테칫 싫어테칫 싫어테칫 맘마 먹고싶은테칫!!

아무리 외쳐도 토시아키는 계속 무시하고 도시락을 다 먹었다. 그 모습을 군침을 질질 흘리며 바라보다가 줄 기미가 없이 다 먹어버리자 힘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토시아키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이 상태를 이용해 자실장에게 약속을 시키기로 했다.

"야 배고프냐?"
"굽신굽신,, 뭔가 먹여주시는 테치"
"나랑 약속을 하면 먹어도 좋아."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자실장은 상반신을 일으켜 몸을 내민다.

"할 테치! 하는 테치! 약속할 테치."

토시아키는 자실장에게 자신이 없는 동안 움직여도 되는 곳이나 먹이가 있는 곳, 화장실의 예, 그 밖에 여러가지 약속을 하게 했다.
자실장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겠지만ㅡ 조금씩이라도 기억시켜서 나의 수고를 끼치지 않게 하고 싶었다. 다치고 배고파서 움직일 수 없는 지금부터 먹이 때마다 이 일을 상기시켜 외우게 한다면, 식탐이 많은 자실장인만큼 어느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그 후 월요일까지 자실장을 돌보며 교육을 하면서 어느 정도 이해는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자실장에게 있어서는 매일이 천국 같았다, 정말 좋아하는 닌겐이 늘 자기와 붙어있는 것이다. 훈련은 엄격했지만 그 이상으로 토시아키와 이야기하는 것이 기뻤다. 그 날도 훈육을 하고 있는데, 자실장이 질문을 가로막고 문득 말을 걸어왔다.

"닌겐상... 부탁이 있는 테치"
"응? 부탁? 너가아? 뭔데, 말해봐."
"나에게 이름을 지어줬으면 하는 테치."

그렇게 말하고 자실장은 겸연쩍은 듯 고개를 숙였다. 

'이름 따위 귀찮다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미끼로 뭔가 약속시켜도 될까? 뭐, 이름정도는 괜찮겠지. 게다가 나도 언제까지나 인간 따위로 불리는건 왠지 싫다, 적당히 흔한 이름이라도 지어줄까?'

"너에겐 아주 특별한 이름을 지어줄게. '미도리'...이 이름은 실장석에겐 최상급 이름이야."
"그런 이름을 받으면, 이제 특별한 실장석이 되는 거야."

최상급, 특별, 이 대사를 듣자마자 미도리라는 이름을 얻은 자실장은 흥분했다. 원래 실장석은 치켜세우기 쉬운 생물이고, 치켜세우면 끝모르게 착각을 하게 된다. 그 방향성이 좋은쪽으로 향하면 문제없지만 때로는 기쁨에 치우쳐 자신을 누구보다 위대한 자라고 자부한다.

"꺄...미도리테치...특별한 테치"

"그리고 말이야, 앞으로 나는 주인님이라고 불러라. 머리 좋은 실장석은 모두 그렇게 하는 거야."

결의에 찬 채로 입을 꾹 다물다가 미도리는 대답했다.

"네! 테치, 주인님!"
"미도리에게 주인님 테치...우후후후 왠지 부끄러운 테치."

왜 자실장이 히죽거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작전은 잘 될 것 같다. 
토시아키는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과 부재중일 때의 자실장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며 침대에 들었다.





처음에 일할 때에는 체력이 달려 주위의 발목을 잡았던 토시아키였으나, 몇 달 지나지 않아 다른 동료들과도 허물없이 지내며 체력도 붙었다. 일도 능숙해져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어느 정도 신뢰받는 사람이 되었다. 그 무렵에는 자실장도 성체가 되어, 토시아키의 수고를 끼치는 일은 적어졌다.

"어서오시는데스우♪ 주인님, 오늘도 일하느라 힘드셨던 데스?"

"아... 아아 그래 힘들었지."

방으로 들어오는 토시아키에게 미도리는 부둥켜 안겨 오며 언뜻 보면 신혼집 같은 행동을 보였다.
틈날 때마다 TV를 봐서 그런지 드라마의 영향이라도 받은 것 같다. 미도리의 머릿 속에선 드라마에서 본 한 장면이 마치 지금의 자신처럼 보였다. 억제되지 않는 망상회로는 토시아키의 아내나 애인이 되어 머릿 속을 빙빙 맴돌고 있었다.

"식사데스, 샤워데스, 아니면... 앙? 데스."

물론 식사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말을 한 세트로 기억해 버렸다.
다리가 다 나아 완쾌된 후에는 계속 이런 식으로 토시아키를 다른 의미로 괴롭히고 있었다.
눈앞의 동글동글한 물체가 볼을 붉히고 부끄러운 듯이 허리를 꼬며 자신한테 시집 온 양 구는 것이다.

토시아키는 말없이 샤워를 하러 갔다.

"앙 기다리는 데스, 미도리가 등 밀어주는 데스."

쾅!

"···왜 이렇게 된 거지, 그때 특별하다고 한 게 잘못인가. 얌전해진 건 좋은데 실장석이 나한테 반하다니."
"아니 농담도 아니고 착각하면 귀찮으니까 확실히 말해야지."

문 밖에서는 유리창 너머로 미도리가 물수건을 들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기특하기는 하지만 그 행위조차 토시아키에겐 기분 나쁘게 느껴지고 있었다.
문을 열자 미도리가 미소를 띠고 목욕 수건을 양손에 들고 내민다.

"네, 주인님, 빨리 닦지 않으면 감기에 걸리는 데스."

목욕수건을 받아 몸을 닦으며 아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해야겠다고 미도리를 보는데 미도리가 토시아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입을 벌린 채 눈의 초점은 토시아키의 사타구니에 집중되어 있었고, 기분 탓인지 숨도 거칠게 흥분하고 있는 것 같았다.

"?? 뭘 보는 거야... 어이!"
"에...쥬릅...아아..저 아무것도 아닌데스."

토시아키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려 입에 침을 닦고,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방 쪽으로 달려갔다.
말할 기회를 놓쳤어.. 그렇게 생각하다가, 미도리의 태도에 뭔가 오한이 달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밥을 다 먹고 편안하게 쉬고 있으면 미도리가 다가온다. 몸을 찰싹 밀착시킨 채로 토시아키의 얼굴을 젖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못생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랑스럽다는 것도 아니다.
보통의 주인이라면 여기서 인간과 실장석의 차이를 깨닫게 가혹한 처사를 하겠지만, 우유부단이 태어날 때부터 몸에 밴 토시아키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 아리송한 태도도 미도리의 착각을 부추겼다.

"주인니임, 미도리는 왠지 이상한 데스."
"주인님과 이러고 있으면 몸이 뜨거워지는 데스."
"오늘도 드라마에서 이런 일이 있었던 데스."

"·······데스"
"·········데스"
"········데스"

책상다리를 긁고 있는 토시아키의 무릎 위에 올라타며 미도리는 말을 계속하지만, 토시아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텔레비전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 가지로 귀찮았지만 친정의 고압적인 어머니나 차가운 시선의 아버지보다는 상대가 편했다.
어차피 신경을 쓰지 않으면 데스데스로 그냥 말하는 것 일 뿐 링갈을 보지 않으면 그만인 이야기. 
게다가 토시아키는 별로 미도리가 싫지 않았다, 한가할 때 상대하면 심심풀이도 되니 쓸쓸함도 덜했다.

"후하아아...잘까."

토시아키는 미도리를 무릎 위에서 치우자마자 얼른 혼자 다락 위로 올라갔다.
불이 꺼져 캄캄한 가운데 미도리는 서서 다락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주인님은 또 저기로 가버린 데스."

바라보는 앞의 다락방은 토시아키와 미도리를 가르는 장소, 언제나 함께 있고 싶은 미도리에게 방해되는 곳이었다.
저기 가서 주인님과 같이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드라마에서 남녀가 함께 자고 장난치며 사이좋게 지내는 그런 장면을 꿈속에서 몇 번이나 봤을까.

사실 성체가 된 미도리는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었다. 동경하고 있던 그 장소에 가고 싶어서, 토시아키가 없을 때에 몰래 연습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오르면 함께 잘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토시아키가 화를 낼 것 같았다. 토시아키에게 미움받기 싫다는 생각이 미도리의 행동을 억제하고 있었다.

"데에에.."

작게 소리를 한 번 낸 후 어깨를 떨어뜨리고 미도리의 잠자리인, 폭신한 2열 방석이 깔린 곳으로 몸을 굽혀 기어들어갔다.
방석에 머리부터 파묻어도 미도리는 잠이 오지 않았다. 토시아키를 생각하면 괴로운 마음에 가슴이 답답해져 간다.
어느새 자신의 사타구니에 손을 대고, 토시아키를 생각하며 자위를 시작해 버린다.

쿠츄 쿠츄쿠챠

"데아아...뎃!"

처음에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용히 손을 총구에 대고 문지르다가 점점 심해져 간다.

구쥬! 구쥬쥬! 구쥬루!

"데하아! 데하아...데에에스!!"

일순간 몸을 새우처럼 젖히며 미도리는 가볍게 절정을 맞았다.

"하앗하앗...주인니임"

미도리는 숨을 헐떡이며 엎드려 있었다, 끝난 뒤의 초조감이 미도리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하아하아..또 저질러버린데스."

미도리의 총구는 흠뻑 애액으로 젖어 있었다. 그대로 팬티를 입으니 끈적한 애액이 팬티에 들러붙어 기분이 나빴지만 개의치 않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가을이 되자 토시아키의 회사에서는 온천여행이 있었다.
딱히 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 미도리의 태도가 더욱 격해져서 토시아키도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기분전환 겸해 가기로 한 2박 3일의 버스여행을 가기 위해 집에서 나설 때에는 미도리가 쓸쓸한지 울고 있었다.
이쯤 되자 토시아키는 미도리의 처우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함께 사는 것이 견딜 수 없게 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엄마한테 떠넘길까, 차라리 공원에 버리고 올까 생각하고 있었다.

여행은 의외로 즐거웠다. 토시아키는 평소 휴일에도 방에서 뒹굴뒹굴 하는 생활만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버스에서 보이는 시골 풍경은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것이었다.

연회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도우미가 붙었고 여자 경험이 없었기 때문인지 마구 흥분해 버렸다.
평소 토시아키 답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이더니 어쩌다 보니 데이트 약속까지 받아냈다.
그런 점에서도 토시아키에게 이번 여행은 의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어이 미도리! 돌아왔어~"

토시아키는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술을 진탕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돌아온 무렵에도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토시아키의 태도에 미도리는 당황했지만 평소처럼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신데스 주인님, 샤워하러... 뎃!"

"방해된다! 비켜라!"

미도리를 걷어차며 방으로 들어선 토시아키는 신이 났다.

"어이! 이리 와봐 미도리... 우히~"

토시아키의 부름을 받고 미도리는 일어나서 황급히 달려간다.

"네,네! 데스"

토시아키는 가슴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더니 미도리에게 건넸다.
거기에는 토시아키하고 즐거운 듯한 한 쌍의 여성이 찍혀 있었다.
그 사진을 보고 미도리는 얼굴이 새빨개진다, 자신의 주인님이 모르는 여자와 즐거운 듯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더군다나 자신 앞에서는 보여 준 적도 없는 웃는 얼굴로... 사진을 쥔 손이 부르르 떨렸다.

"누...누구인데스! 이 암컷은!"

"하하하 걔는 말이지「」짱이라고 해, 귀엽지. 다음엔 그 애랑 데이트 할거야."
"하하하 실장석이 아니야 제대로 된 인간 여자야."

미도리는 사진과 토시아키를 번갈아 보며 소리쳤다.

"데데데...데이트! 무슨 말인데스! 주인님껜 미도리가 있는 데스! 그런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데스!"

토시아키는 언짢은 얼굴을 잠깐 보인 후 바보 취급하는 듯한 말투로 미도리에게 내뱉는다.

"어이 미도리, 너말야, 혹시 내 여자친구라도 된 셈이냐?"

"가가....갑자기 무슨 말 하시는데쓰, 주인님."

핵심을 찔려 부끄러워진 미도리는 얼굴을 붉히고 숙였다. 거기에 결정타를 날리듯이 토시아키는 쏘아붙였다.

"대충이라도... 너 자신의 모습 거울로 본 적 있냐?"
"키는 내 무릎 정도에 귀도 이상하고, 손발가락도 없는 데다가 눈꺼풀 없는 오드아이."
"또 있네, 입은 세모, 눈썹도 없고, 거기다가 뭐야 네 체형은 꼭 돼지 같아."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는 미도리의 두건을 잡더니 확 끌어내렸다.

"데스!!"

"하... 대머리 등장!!"

미도리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려고 했지만 손이 닿지 않자 그대로 털썩 쭈그려 앉아 버렸다.

"알았냐, 너는 실장석이야, 인간님과 맺힌다니 평생 불가능한 거야."
"실장석은 실장답게 마라실장이랑 교미하라고."
"껄껄껄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리는 토시아키를 보고 미도리는 엎드린 채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데데..데..데에에엥!"
"데에엥, 데에엥, 데아아아아!"
"너무한데스!! 미도리는, 미도리느은!!"
"주인님은 심술궂은데스! 심한데스! 미도리는 지금까지 주인님을 위해 살아왔는데..."
"데에에에! 데에에에에에에엥!"

울고 있는 미도리에게 토시아키는 차가운 말을 건넸다.

'야! 그 사진 언제까지 가지고 있을거야, 눈물에 젖으면 더러워지잖아."
"자, 돌려줘!! 너랑 상관없으니까."

미도리는 눈을 치켜뜨고 토시아키를 보며 두 손으로 들고 있던 사진을 내미는 그 순간.

"이런 것, 이렇게 해주는데스!"

찌직찌직! 찌직찌직!

"아, 그 손 뭐하는거야!!"

토시아키의 눈앞에서 사진을 찢어버리자 화가 난 토시아키는 미도리를 걷어찼다.

쿵!!

"데꺄아아!!"

힘껏 걷어차인 미도리는 방 끝까지 날아가 기둥에 부딪치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멈췄다.

"하앗하아 데갸아"

지금까지 예의가 없다는 이유로 몇번인가 토시아키로부터 얻어 맞았던 미도리였지만, 이렇게 세게 걷어차인 적은 없었다.
숨을 쉴 수 없어서 입을 쩍쩍 벌리고 짜내는 듯한 신음소리를 냈다. 걷어차인 곳이 움푹 패여 열이 난다. 
인간이 진심으로 하면 실장석의 몸은 한 곳도 성할 수 없었다. 미도리는 그대로 맥없이 기절해 버린다.

"흥~ 쌤통이다."

그렇게 말하고 토시아키는 찢어진 사진을 주워 모으더니,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그대로 다락에 올라 깊이 잠들었다.



깜깜한 방안에서 미도리의 두 눈이 번쩍였다. 두 시간쯤 지나서야 몸이 회복돼 잠에서 깬 것이다.
눈을 뜨자마자 굵은 눈물 방울이 두 눈에서 한없이 송송 흘러나온다.
지금까지 사랑한 주인님은 전혀 미도리를 사랑하지 않았다. 미도리는 지금까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대로 한 시간 넘게 울다가 눈물도 말라 다락 앞까지 걸어간다.

다락 위를 올려다보며 미도리는 결심했다, 어차피 좋아질 리 없다면 오늘은 그냥 이 사다리를 올라가서 주인님과 함께 자자, 
쫓겨나도 상관없어. 예쁨 받지 못한다면 여기 있을 의미도 없다.

"주인님... 미도리는 주인님과..."

어둠 속에서 숨죽이듯, 조용히 천천히 사다리를 올라간다. 오르는 게 끝나자 토시아키는 이불을 내던지고 칠칠치 못하게 자고 있었다.

"감기 걸리는데스."

미도리는 토시아키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옷과 팬티를 벗고 자신도 이불 속으로 기어들었다.


......


토시아키가 깨달은 것은 여행의 피로와 숙취로 몽롱한 의식 속에서였다.
눈앞에는 그 도우미가 위로 올라가 요염한 표정으로 자신과 성교를 하고 있다.
흥분한 토시아키는 도우미를 잡고 위로 올라가 다리를 안고 자기 페니스를 깊숙이 찔러넣는다.

"주인니임.. 대단한데스.. 미도리도 이제 못 버티는데스."

아픔 속에서도 미도리는 여자의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주인님이 미도리에게 스스로 자기 페니스를 넣어준다.
그런 것은 방석 속에서 매일 밤 반복해 온 망상 속에서 밖에 체험해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눈앞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도리는 이 아픔도 행복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여행중이라 자위도 하지 못했던 토시아키의 사정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 순간 미도리도 여태껏 맛보지 못한 절정을 맞았다.

"기쁜데스. 미도리는 더 이상 아아아아!"

토시아키는 그대로 지쳐 미도리를 껴안은 채 다시 잠들어 버린다.
미도리도 토시아키에게 부둥켜 안겨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토시아키가 아침에 일어나자 눈앞에는 벌거벗은 추한 생물이 누워 있었다, 그것을 껴안고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 생물은 이쪽을 보자 부끄러운 듯 이불로 얼굴을 가렸다.

토시아키는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간밤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도우미와 마지막까지 갔던 멋진 꿈이었다.
펠라치오를 받은 후 기승위로 페니스를 넣었고, 마지막에는 충동적으로 다리를 움켜쥐고 정상위로 끝냈다.

눈앞의 천장을 보면서 나는 무엇에게 흥분하고 무엇에 사정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본다.
눈앞의 생물은 이쪽을 보고 젖은 눈으로 미소지었다.

"안녕하신데스 주인님...어젯밤은 격렬했던데스...데갹"





"데갸아아!"

『달라붙지 마라! 이 바보 』

다리에 매달려온 미도리를 걷어차고 토시아키는 방을 나갔다.
그 사건 이후 토시아키는 미도리에게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게 되었다.
다만 학대받는 미도리는 그런 일조차 이해못하고 토시아키에게 앙탈부리며 매달리려 한다.

폭력을 당할수록 머릿 속에서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참는 여자를 연기했다.
어떻게 보면 미도리에게 있어 토시아키의 폭력은 여자로서의 기쁨으로 뇌내 변환되고 있었다.

방을 나가는 토시아키에게 한 손으로 몸을 받치는 포즈로 교태부리며 토시아키에게 다른 손을 뻗고 있다.
옆에서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자신을 직접 볼 수 없는 미도리는 비극의 여주인공이었다.

"어째서인 데스..그날은 그렇게 사랑해 준 데스"
"미도리의 뭐가 맘에 안드는 데스, 나쁜 점은 고치는 데스"
"흑...흑..흐.. 주인님... 이렇게 미도리는 주인님만을..."

울음을 터뜨리는 미도리였지만 배를 쳐다보더니 벽에 기대서 배를 어루만졌다.

"주인님에게는 비밀이지만 배에는 주인님의 아기가 깃들어 있는데스."

미도리는 배를 살살 어루만지며,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니지만 태교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뎃데로게 ♪ 뎃데로게 ♪"
"주인님에게 사랑받는 좋은 아기로 자라는 데스 ♪"
"뎃데로게 ♪"
"우후후 주인님이 자식을 알면 깜짝 놀라는 데스"
"너에게는 틀림없이 행복이 약속되는 데스"
"뎃데로게 ♪ 뎃데로게 ♪"

미도리가 부르는 가락이 맞지 않는 노래는 언제까지나 이 방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모친으로부터 휴대 전화(휴대폰은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받았다)로 연락받고 친가로 향했다.
내용은 아버지가 병으로 입원하셨다는 것이다. 전화로는 평소에 기가 센 어머니도 나약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 아버지가 병중이라니..작년에는 그렇게 팔팔했었는데 』

집에 오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 대로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간다.

『 다녀왔습니다...엄마..?』

오랜만에 아들이 돌아왔는데 마중은 커녕 아무도 없다.
토시아키는 불안해져 방을 뒤지고 다녔다.
가장 안쪽 침실을 열자 거기에 어머니가 이불 속에 들어가 잠들어 있었다.
토시아키가 어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피로때문인지 생기가 없었다. 전보다 주름과 흰머리도 늘고 있다.
낌새를 눈치 챘는지 어머니는 눈을 뜬 채로 상반신을 일으키며 토시아키에게 말을 건넸다.

『 아 토시아키.. 미안하지만 불 좀 켜줘 』

불을 키고 어머니 앞에 앉자 아버지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병을 안 건 지난 달 아버지 회사에서 건강 진단을 받았을 때다.
병원에서 재검사를 했는데 위암으로 판명되었다.

초기 암이었기 때문에 수술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해서 토시아키는 안심했다.
특별히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족이 죽는 것은 슬픈 일인 것이다.
토시아키가 일하고 있다는 것은 일하는 회사로부터 연락이 와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르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어머니 나름대로 여러가지 고려한 일이겠지만, 토시아키는 쉴 구실이 생기는데 불필요한 걱정이라고 느꼈다.

아버지는 병환으로 회사를 자진 퇴사했다. 쉽게 말하면 해고된 것이다. 
원래 자산가였던 아버지의 저축은 꽤 쏠쏠했으므로 생활에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자식은 토시아키 혼자 밖에 없으므로 지금 이 집에는 어머니 밖에 없다.
토시아키가 집을 나서려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자 어머니가 찾아와 이야기를 시작한다.

『 너는 아버지가 입원했다는데 놀라지 않는구나 』

『 아니- 갑작스러워서...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믿을 수 없다고 해야하나..』
『 시간나면 나도 병문안에 다녀올게 』

『 아주 오래 전부터 너는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아이였지 』
『 뭐 좋아, 할 얘기가 있어 』

이야기란 한번 쫓아낸 토시아키였지만 이 집에 여자 혼자면 뭔가 뒤숭숭하니 돌아오는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일도 구해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으니 돌아갈 조건은 충분했다. 그런 것도 사실은 핑계고, 어머니도 앞으로 병원에 매일 같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냥 집을 비운 채로 두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제의를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었지만, 토시아키의 머리에는 한가지 불안이 스쳐갔다.
미도리의 처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예전에는 친가에 떠넘기려고 생각했는데 그 사건 이후 어설픈 짓을 하면 술술 떠들어 버릴 수도 있다. 아니 미도리의 이야기는 절대로 말해선 안 된다.

이는 토시아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에도 관련된 사태다. 친가에 떠넘기거나 버리는 것도 쉽게 할 수 없게 되었다.
처분.. .역시 죽여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절대로 친가에는 데려올 수 없다.
그러나 벌레 한마리 죽인 일 없는 내가 어느 정도 지능까지 가진 생물체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미도리는 착각이지만 토시아키를 사랑하고 있었고 정 붙이고 따르는 생물을 죽이는건 차마 못할 짓인 것 같았다.
조금 생각에 잠기다가 답을 냈다.

『 음.. 지금은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조만간 돌아갈게 』

토시아키의 태도에 어머니는 뭔가 감지했는지 조금 놀려본다.

『 음.. 너 혹시 여자라도 생긴 거야? 』

토시아키는 이 말에 깜짝 놀랬다. (여자인가? 그렇다면 불만 없지만)

『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연내에는 어떻게든 돌아올거야 』

들키지 않게 둘러대며 토시아키는 집을 떠났다.



그런 일이 있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토시아키는 미도리의 이변을 깨달았다.
오드 아이여야 할 미도리의 눈이 둘 다 녹색이었다.
이때 토시아키는 최악의 사태가 되고 말았다는 것을 알았다.
미도리가 임신했고, 게다가 부친은 자신이라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미...미도리, 혹시 너 임신했나?』

미도리는 얼굴을 붉히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예 데스... 주인님과 미도리 사이에서... 겟보오오!"

미도리의 대답을 듣을 것도 없이 갑자기 토시아키는 미도리의 배를 걷어찼다.

"게로로오게보아악!"

배를 누르고 구토를 하면서 주저앉는 미도리를 향해, 위에서 연속해서 발차기가 떨어진다.

『 이게! 이게! 이게에!! 』
『 뭐라는거야! 이 분충 새끼가!! 죽어, 죽어, 죽어버려!! 』

"데쟈아아아!! 데쥬아아아!"

토시아키는 미도리의 배를 중심으로 집요하게 계속 차서 뱃속의 새끼를 완전히 죽일 작정이었다.
미도리도 배의 자식만은 지키려고 엎드려 배를 움켜쥐었다.

"뱃속 자식만은!! 배만은 차면 안 돼데스!!"

토시아키는 몸을 웅크리고 앉은 미도리의 두건을 잡더니 힘껏 들어올려 등 뒤로 내동댕이 쳤다.

콰당!

"데챠아...케하아아아"

토시아키는 고통 속에 새우잠 자듯 등을 들썩이는 미도리를 실껏 발로 짓밟았다.
"그벳"하는 소리와 함께 부바바밧 기세 좋게 똥을 싸며 팬티가 봉긋 튀어나왔다.
그대로 둥글둥글 짓밟자 미도리는 손을 뻗어 토시아키의 발을 잡는다.

"어...어..째서..데스"
"주인님은 상냥했던데스, 이런 건 미도리의 주인님이 아닌데스"
"새끼가...새끼가 죽어 버린데에스..."

그렇게 말하면서 토시아키의 발을 툭툭 힘없이 때리기 시작한다.

『 이게 주인님한테 기어올라!!』

차올려진 미도리는 다락 사다리에 부딪혀 몇번이나 튕기며 떨어졌다. 떨어질 때 안면을 강타당했는지 머리에서 피를 뿜어낸다.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가 되자 그 피가 미도리의 오른쪽 눈에 들어가 초록색인 두 눈이 오드 아이로 바뀌었다.

『 엇, 눈이... 후- 다행이다, 어떻게 되는 줄 알았네 』

꿈틀꿈틀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된 미도리를 두고 토시아키는 담배를 사러 나갔다.
토시아키는 알아채지 못했다. 힘껏 문을 닫는 바람에 문이 닫히지 않고 열린 사실을.

미도리가 눈을 뜨자마자 뱃속의 새끼를 확인했다.
뱃속에서는 새끼가 아직 맥박치고 있음을 깨닫고 안도한다.

잠시 오드 아이로 돌아온 두 눈도 임신을 나타내는 녹색으로 복귀했다.
수분 임신과 달리 직접 정자로 임신한 경우는 눈에 피가 묻은 정도로는 피임을 할 수 없다.
토시아키의 착오로 미도리와 그 아이는 목숨을 건졌다.

현관에 눈을 돌리니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온 몸의 통증을 참고 일어서서 휘청휘청하면서도 방을 나왔다.
뒤돌아서 방을 바라보니 눈물이 나왔지만 자신의 배를 되돌아보고는 방을 떠났다.

"새끼가...새끼가 위험한 데스"
"당분간은 공원에 숨어있는 데스"
"그러면 반드시...데리러 와줄 것인 데스"
"주인님... 꼭 데스우"



토시아키가 방으로 돌아오자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방에 들어서자 미도리의 모습은 없고 구토물, 똥, 피를 남기고 방을 떠난 뒤였다.
토시아키는 그 순간 뛸 듯이 기뻐한다.
인생 최대의 오점인 실장석과의 성교, 그 후의 임신.
이대로 질질 끌다가 미도리랑 사이좋게 실장석 아이를 어르는 자신의 모습까지 떠올리고 있었다. 
새끼는 죽였고 애물 단지는 멋대로 사라져 버렸다.
이 역겨운 방도 당장 걷어치우자.

토시아키는 그 달 안으로 방을 나와 친가로 돌아가 버렸다.
물론 미도리는 그런 사실을 알 길이 없었다.






미도리가 공원에 도착할 무렵에는 해질녘이 되었고 주변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남의 눈에 띄지 않는 풀숲에 숨어들자 회복을 위해서인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는 토시아키가 자신의 아이를 달래고 그 옆에는 자신이 있다.
이것도 드라마의 한 장면이었지만, 미도리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멋대로 생각했다.
망상하는 경향이 많은 미도리의 꿈 속은 언제나 행복이 가득했다.

며칠이 지나자 옛 감도 돌아오고 들생활에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쓰레기통을 찾아 식량을 조달하고, 동료로부터 습격에 대비해 골판지 귤박스를 찾아내 잎사귀로 위장했다.
뱃속 아이의 영양을 위해서 먹을 만한 것은 모두 입에 넣는다.
사육 실장이었던 시절의 식사와는 천양지차였지만, 맛 없다고 가리고 있을 순 없었다.
잔반, 곤충, 애호파에게 아첨해서 먹이를 얻어먹고, 때로는 학대파에게 살해당한 동족의 시체도 먹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서야 두 눈이 빨간 색으로 바뀌어 실장석 치고는 임신 기간이 이상하게 길었다.

한밤중 공원에 실장석이 모두 잠든 것을 느끼자 미도리는 행동을 개시했다.
신중하게 숨어서 주위를 경계하며 겨우 공중 변소에 도착했다.

"됐다 됐어. 아무도 없는 데스"
"지금 낳는데스..."

슬쩍 입구에 얼굴만 내밀고 확인한 후 빠른 걸음으로 칸막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입구에 돌을 내려놓아 문을 고정했다.

"이걸로 된 데스"

미도리는 한 시간 정도 그 자리에서 그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후 진통이 시작되면서 출산할 때를 맞는다.

온 몸을 변기에 들여놓고 얼어 붙을 듯한 추위 속에서 하반신을 물에 가라앉혔다.
출산은 싱겁게 끝나 확인해보니, 태어난 것은 한마리 뿐이었다. 본래 다산의 실장석이지만 인간의 정자 자체가 실장석에 비해 약했던 탓으로 인간인 토시아키의 정자가 한 마리라도 미도리의 난자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도 기적에 가까웠던 것이다.

"?? 이상한 데스.. 왜 한마리 뿐인 데스?"
"게다가 왠지 무척이나 빼빼 마른데스"

변기의 물로 새끼의 몸을 씻기면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크기는 보통의 자실장과 다르지 않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자실장을 안아 올리자 자실장의 눈이 떠진다. 제대로 오드 아이인 커다란 눈이다.

"테츄우...테츄!"

자실장의 말을 미도리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아직 말도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실장의 목소리를 듣자 미도리의 모성 본능이 크게 자극되어 무심결에 끌어안고 볼을 비비며 기뻐했다.

"처음보는 데스우 내가 너의 마마데스"

자실장도 안심했는지 웃는 얼굴이 되어 미도리에게 안긴다.
미도리는 치마를 걷어 올리는 즉시 자신의 유방에 새끼 실장을 떠밀어 젖을 먹였다.
자실장은 일심불란하게 젖을 물고 늘어졌고 미도리는 성적인 쾌감과 어머니로서의 실감에 눈물을 흘렸다.

"앗앗 젖꼭지를 너무 세게 빨면 안 되는 데스"
"너는 타고난 테크니션인 데스"
"반드시 주인님도 기뻐해 주시는 데스"

그리하여 미도리와 그 새끼의 공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주워졌던 공원,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주인님이 마중 나와 주신다.
미도리의 마음은 한편의 의심도 없이 주인을 굳게 믿고 있었다.




토시아키가 친가에 돌아온 뒤 어머니는 병원에 계속 다니느라 거의 얼굴도 마주치지 않는다.
퇴근 후에는 집에 아무도 없었고 식사도 매일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머니는 잠든채라, 직접 빵을 굽고 자유롭게 일하러 갔다.

이 집에 온 뒤 거의 대화다운 대화도 없었고 그저 시간만 보내면서 토시아키도 뭔가 따분함을 느끼고 있었다.
집을 나온 뒤의 미도리와의 생활도 지금 삶보다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미도리에게 당한 수모를 잊은 것은 아니어서 공원에 데리러 갈 마음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기억에서 빨리 잊혀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다.

그런 날이 그러고도 1년 정도 계속되어 아버지의 퇴원이 이제 몇 달 정도 남은 어느 날.
시간을 주체하지 못한 토시아키는 자꾸 미도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미도리와의 성교 이후 여자를 봐도 별 생각이 없게 되었다.
실장석의 특수한 바이러스라도 받았는지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미도리의 알몸이 떠오르곤 했었다.
왠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든 토시아키는 기분 나쁘게도 자연스럽게 발길이 공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해질녘 공원 벤치에 앉아 눈앞의 실장석을 바라보고 있다.
이윽고 실장석들은 토시아키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 입에서 악담을 하며 토시아키로부터 멀어져 갔다.

담뱃에 불을 붙이고 주위를 둘러보니 작년 이곳에서 미도리를 만났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시선을 땅에 두고 잠시 가만히 있는데 그림자가 토시아키의 시선에 들어왔다.
토시아키는 미도리가 왔나 싶어 고개 들자마자 그대로 담배를 떨어뜨리고 굳어져 버린다.

눈앞의 그림자는 초록색 옷을 입은 소녀였다....아니 눈도 오드 아이고 손발도 실장석의 그것이다.
단지 키와 형태가 확실히 실장석과 달라서 보는 느낌은 열살 정도의 소녀 그 자체였다.
게다가 어딘지 모르게 색을 자아내는 모습을 바라보니 토시아키의 고동이 빨라진다.
그 실장석은 굳어진 토시아키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파파..."

링갈을 통하지 않아도 알아 들을 수 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토시아키는 모든 것을 직감했다.
눈앞의 실장석은 미도리와 자신 사이에 생긴 아이라는 사실을.

굳어진 채로 있는 토시아키에게 그 실장석은 가슴팍의 턱받이에서 한 장의 찢어진 사진을 내밀었다.
그 사진을 손에 들고 보니 예전에 자신이 미도리에게 넘겨주다 찢겨진 사진이었다.
그런데 왠지 토시아키가 찍혀 있는 곳만은 찢겨지지 않았다. 아마도 사진을 쓰레기통에 버린 뒤에 미도리가 다시 주웠을 것이다.
실장석은 사진을 쥔 토시아키의 손으로부터 조심스럽게 사진을 다시 집어들곤 소중한 듯이 턱받이에 넣었다.

토시아키는 눈앞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었다..아니 절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인정한다면 실장석과 아이를 자신이 만든 것이 되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무너지고 만다.
입에서 나온 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말이었다.

『 흐...흥! 너가 내 아이? 』
『 웃기지마 나에게 아이는 없어!』
『 어차피 너도 인간에게 길러 달라고 하고 싶을 뿐이잖아! 』

눈 앞의 실장석은 한순간 싫은듯한 얼굴을 보였으나, 곧 토시아키에게서 조금 떨어져 허리를 펴고 양손을 가슴에 댔다.
그리고 슬프게 웃으면서 토시아키에게 말했다.






"와타시의 모습을 보는 데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면 발에는 발가락이 없었고, 손은 엄지 손가락만 있는 벙어리 장갑 같은 모습이었다.
귀는 실장석과 같았고 머리에는 두건을 쓰고 있지만 대머리는 아니었고 곧게 뻗은 생머리카락을 가졌다.
얼굴의 형태는 놀랍게도 거의 인간과 같았다. 입, 눈꺼풀, 눈썹, 눈만이 오드 아이일 뿐, 그것도 없다면 인간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인간과 실장석의 좋은 점이 잘 어우러져 그 실장석의 모습은 무척이나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였다.
엄밀하게 말해서 어느 쪽인가 하면 인간과 더 가깝게 느껴졌다.

자세히 보면 옷은 더럽거나 흐트러진 곳이 군데군데 있었고, 머리는 부스스했으며 노출된 몸에도 얼룩이 보였다.
평범한 실장석들과 함께 공원에서 들실장의 삶을 살고 있는걸까, 실장석은 말을 이어갔다.

"와타시는 인간이 아니고...실장석인 데스"
"미도리라는 이름과 이 몸은 마마가 준 데스"
"그래서 미도리는 실장석으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데스"
"파파는 걱정하지 마 데스, 인간에게 신세 지지 않는 데스"

유창한 그 말을 듣자 토시아키는 마음이 놓였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교활함에 넌더리가 났다.
그리고 자신이 키웠던 초대 미도리의 일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 미도리.. 아니 너의 마마는 어디 있지? 』
『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싶어졌어.. 만날 수 있을까?』

실장석은 고개를 숙이며 초대 미도리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마마는 죽은 데스... 미도리가 자실장일 때 인간에게 살해 당해서..."

그렇게 말하는 미도리의 눈에 눈물이 글썽한 것이 눈에 띄였다.
토시아키는 잠시 말없이 생각하다가 결국 결론을 내렸다.
이 실장석을 길러주자. 자신과 피를 나눈 아이인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보통의 실장석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겠지만 눈 앞의 실장석은 그만큼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 실장석이라면 딱히 불쾌한 생각 없이 함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참으로 제멋대로지만 인간의 실장석에 대한 사고방식은 이 정도인 것이다.

『 미도리였지.. 키워줄테니까 우리 집으로 와 』
『 이런 곳보다 나은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먹이도 매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 생명의 위험도 없다... 뭣하면 나를 아빠라고 불러도 좋아 』


미도리는 말없이 가느다란 허리를 휙하고 빙글 돌려 공원 안으로 걸어가려 했다.
토시아키는 자신이 말실수한 것을 깨닫고 미도리를 쫓아갔다.

『 여기...이봐! 기다려. 말투가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
『 어떻게 아이 혼자 이런 곳에서! 기다리라고!! 』






미도리가 멈춰 서서 뒤돌아보며 토시아키를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눈으로 째려보며 두 눈에 분노를 담고 있었다.

"미도리는 이제 어린애가 아닌 데스"
"훌륭한 어른인 데스... 아이도 있는 데스"

그렇게 말하고 달리기 시작해 풀숲에 뛰어들어가 버렸다.
토시아키는 미도리를 계속 찾았지만 밤도 깊어져 잃어 버리고 말았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자책해 보았지만, 이젠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토시아키의 뇌리에는 미도리의 슬픈 미소가 언제까지나 남아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미도리가 토시아키의 방을 나온 지 석 달이 넘었을 때였다.
태어난 자의 성장은 다른 자실장보다 상당히 느리긴 해도, 순조롭게 자라고 있었다.
순조롭다고는 해도 보통의 실장석에 비해 저항력이 약한 이 자실장은 계절이 변할 때나 성치 않은 음식을 먹을 때에는 몸이 상해 미도리를 크게 걱정시켰다.

말을 배우는 것도 느려서 한 달이 지나도 더듬거리는 대화만 기억할 수 있었다.
이것도 미도리도 걱정이 되어, 틈날 때마다 단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어떻게든 말을 익히게 했다.
이야기한다고 해도 꼭 말하는 것은 토시아키와의 시절이었고, 이전 가족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말을 겨우 배운 어느날, 오늘도 컨디션이 안좋아진 자실장에게 미도리는 꼬박 붙어서 간병을 하며 토시아키 이야기를 꺼냈다.

"오마에는 정말로 몸이 약한데스. 마마는 네 일이 정말 걱정인데스. 주인님이 데리러 오시면 미움 사게 되는 데스."

그 말을 들은 자실장은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삐죽이며 반박한다.

"알지도 못하는 놈의 일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테치."
"마마만 있으면 다른 건 필요없는 테치."

약간 부루퉁해져서 등을 돌리는 자실장에 옆에서 미도리도 곁잠을 자며 자실장의 등을 어루만졌다.

"마마가 자실장이었을 때도 주인님이 줄곧 옆에 붙어서 돌봐준 데스."
"주인님은 너의 파파데스. 너는 주인님과 마마의 사랑의 결정체 데스."
"파파인 주인님을 나쁘게 말하면 안 되는 데스."

뒤돌아서 마마를 보니 상냥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실장은 토시아키 이야기를 하는 미도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럼...그럼 왜 데리러 오지 않는 테치?"
"마마랑 나는 언제까지 그 녀석을 기다려야 하는 테치!"
"그 녀석은 우리를 잊어버린 게 분명한 테치!"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미도리는 마음이 아팠다.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떨구며 여느 때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제 곧인데스. 곧 와주시는데스."
"......"

자신이 한 말이 어머니를 침울하게 만들었다, 자실장은 말을 누그러뜨려 사과했다.

"미안 테치...난...테치."

미도리는 이 자실장이 보통의 실장석이 아님을 느끼고 있었다.
모습도 그렇지만 머리가 좋은 것도 실장석과는 성질이 전혀 다르다.
어미의 가르침을 빠르게 흡수하여 미도리를 놀라게 했다.

실장석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으로 말하면 5세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그 후 지능은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친실장이 되면 거기서 멈춰 버린다.

거기에 비해 미도리의 아이는 처음에는 실장석치고는 지혜가 늦었지만, 그 상승 속도는 눈부셔서 지금은 자실장인데도 감수성까지 겸비했고, 부모인 미도리보다 지능도 훨씬 앞서 있었다. 그래서 자실장은 미도리의 토시아키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과 행동이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마에는 상냥한데스"

미도리는 자실장을 껴안고, 자실장도 미도리를 껴안았다.

"오마에 이름은 오늘부터 미도리데스"

"??...미도리는 마마의 이름인 테치."

"이 이름은 주인님께서 주신 소중한 이름인 데스."
"그래서 특별한 너에게 물려 주려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데스"
"주인님은 널 행복하게 해줄 소중한 사람인데스."
"미도리랑 주인님은 붉은 실로 묶여 있는 데스."

이름을 받은 자실장은, 갑작스런 일에 당황하고 만다.
미도리라는 이름은 그 사람이 지어준 이름, 좋아할 순 없었다.
그리고 친실장은 마지막엔 꼭 같은 말을 했다.

"미도리, 너는 마마와는 다른데스. 실장석이 아닌데스.. 주인님과 같은 인간인 데스."





친실장은 미도리를 위해서 먹이를 고르게 되었다, 상한 먹이는 미도리의 몸이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도리는 실장석과 인간의 딱 절반 정도의 특성을 가졌다. 그 때문에 실장석에 비해서 저항력이 매우 뒤떨어졌다.
실장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대는 썩은 먹이는, 미도리에겐 독이 되어 몸을 공격했다.

"미도리, 마마는 이제 먹이를 찾으러 다녀 오는 데스."
"오늘은 인간 쓰레기장까지 갔다 오느라 늦을 것 같은 데스."
"절대 집을 나가면 안 돼데스, 미도리는 다른 실장석과 다른 데스."

미도리는 태어나서 살고 있는 골판지 하우스와 주위의 덤불 외에는 나가 본 적이 없었다.
실장석이 가진 약하거나 자신과는 다른 모습의 실장에 대한 잔혹성은, 자실장인 시절의 친실장도 충분히 맛보았다.
머리카락이나 옷이 없는 것 외에도 사소한 일로도 바로 린치의 대상이 된다.
이곳에 와서도 친실장은 몇 번이나 목격한 광경이다.

하물며 미도리는 자실장이라곤 하지만, 실장석의 질투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골판지집이긴 하지만, 규중처녀로 애지중지 키워왔다.

친실장을 배웅하고 미도리는 골판지로 돌아와, 다리를 안고 가만히 친실장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골판지 틈새로 빛이 스며들자, 가만히 있는데 질린 미도리는 골판지 밖으로 나왔다.

주위에는 미도리보다 높은 풀이 우거져 있다, 틈으로는 다른 실장석 친자가 분수 앞에서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친실장이 없을 때 미도리는 언제나 바깥 세상을 덤불 틈으로 들여다본다.
나는 왜 저곳에서 다른 이들과 만나는 일도 못하는 건지, 이유는 모(母) 실장으로부터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 광경은 부러웠다.

옆의 수풀을 들여다보면 아직 자실장인 자매가 사이좋게 놀고 있었다.
미도리는 자실장끼리라면 위험도 적을 것이라 생각하고, 수풀을 나와 자실장 자매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아직 어린 미도리는 혼자 있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다.

실장 자매 앞까지 가서 언니 쪽일 큼직한 개체가 미도리를 알아채자, 미도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언니는 여동생의 손을 잡아 당기고 경계 자세를 취하면서, 자신들과 다른 모습에 위협을 느껴 굳어 버린다.

"너, 너... 누구테치!"

자신을 보고 놀라는 자매에게 미도리는 자기 소개를 한다.

"미...미도리라고 하는 테치"
"미도리도 같이 놀고 싶은 테치"

목소리를 듣고 안심했는지 언니 쪽은 코를 킁킁거리면서 미도리 주위를 몇 번이고 돌아보며 확인한다.

"흠! 확실히 실장석으로 보이는 테치...그렇지만 뭔가 이상한 테치..."

언니는 신기한 미도리의 모습을 핥듯이 살피다가, 이윽고 자신들보단 인간 냄새가 나는 미도리에게 질투심이 싹텄다.

"어쩐지 짜증나는 테치! 오마에의 모습을 보면 기분 나쁜 테치"

화를 내는 언니를 곁눈질 하던 동생도 미도리가 신경이 쓰여서 견딜 수 없었다.

"그녀석 얼굴 이상한 테치, 마르고 약해 보이는 녀석 테치"
"나의 오네짱이 더 강해보이는 테치...치뿌뿌 좋은 생각이 난 테치"

미도리보다 조금 작은 여동생 실장은 뒤로 돌아 히죽히죽 웃더니 미도리의 엉덩이를 밀었다.

"너 따윈 이렇게 하는 테치"

"테츄아...아픈 테치"

갑자기 뒤에서 밀리자 미도리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동생 실장은 언니에게 달려가 심술 궂게 귓속말을 한다.

"오네짱 그녀석 정말 약한 테치"
"오네짱이라면 저 녀석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테치"
"같이 괴롭혀주는 테치"

언니 실장도 동생의 말을 듣고 치뿌뿌 작게 웃으며 쓰러져 있는 미도리를 비웃었다.

"치뿌뿌뿌! 찌뿌뿌뿌! 아주 웃기는 테치."
"등신같은 너랑 왜 놀지 않으면 안 되는 테치."
"도대체가 테치, 오마에의 말라 빠진 허리며 다리며... 왠지 짜증나는 테치."

지그시 미도리를 내려다보며 재미없다는 투로 미도리의 머리를 잡았다.

"이 머리도 이상한 테치! 푹신푹신하지 않은 테치."

머리채가 잡혀 질질 끌려가자 미도리는 비명을 질렀다.

"아픈 테치, 아픈 테치, 잡아당기면 싫은 테치, 미도리는 아무 잘못도 안 한 테치"
"친구가 되고 싶었던 테치, 같이 놀고 싶었던 뿐인 테치"

애지중지 키워진 미도리는 눈앞의 실장석이 왜 자신을 갑자기 공격하는지 몰랐다. 친실장의 분부를 지키고 있을 걸하고 후회를 했다.
미도리가 울며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실장 자매의 흥이 올라간다.
약점을 보인다는 것은 자신에게 복종하는 증거라는 것을 미도리는 모르고 있었다.
여동생에게 명령을 내리는 역학관계가 분명한 언니의 말은 여동생에게 절대적이다.

"오마에는 이녀석의 손을 잡아라 테치"

여동생은 미도리의 머리 쪽으로 돌아가서 양손을 눌렀다. 언니는 미도리에게 말처럼 올라타서 히죽히죽 웃는다.

"놀아달라면 놀아주는 테치"
"다만, 오마에가 장난감이 되는 테치..테칫!"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미도리의 뺨을 한 대 때렸다.

"에...아아..뭐인 테칫"

느닷없이 맞은 미도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맞은 뺨이 뜨겁다, 미도리는 소리 없이 떨고 있다.

"재미없는 놈인 테치, 비명 좀 질러서 즐겁게 해라 테치."
"이 놈, 말 좀 해봐라 테칫, 병신같은 게! 테칫! 테칫! 테칫!"

매를 맞을 때마다 뺨이 붉어졌고 코피를 흘리며 미도리는 저항도 못하고 그냥 맞고 있었다.
언니 실장의 공격은 계속해서 끈질기게 반복되었다. 미도리는 공포로 소변을 보았다.

졸졸졸... 샤아아아아!!

"이녀석 지린 테치! 지린 테치"
"부끄러운 놈인 테치! 못생기고 더러운 네놈에겐 잘 어울리는 테치"

소변은 팬티를 타고 등까지 적시고 있었다, 미도리는 부끄러움에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테에에엥! 테에에엥! 더는 싫은 테치! 미도리의 무엇이 나쁜 테치, 이제 용서하는 테치!"

흐느껴 우는 미도리를 내려다보며 어느 정도 만족했을 법도 하지만 언니 실장은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신나게 동생에게 명령을 내렸다.

"오마에...거기서 똥을 싸라 테치"

"왜 이런 곳에서 오네짱?"

"찌뿌뿌 모르는 테치? 오마에는 정말 바보인 테치."
"더러운 녀석한텐 똥이 잘 어울리는 테치."

동생 실장도 깨달았는지 치뿌뿌 웃더니, 미도리의 눈앞에서 똥을 부릿부릿 싸댔다.

"네 오네짱 많이 나온 테치"

동생 실장은 똥을 양손에 집더니 언니 실장에게 건넸다.
언니 실장의 손에 있는 똥물이 미도리의 가슴팍에 뚝뚝 떨어지자, 미도리는 고개를 돌린 채로 계속 울었다.

"뭘 싫어하는 테치, 빨리 먹는 테치."

언니 실장은 미도리의 얼굴에 갑자기 똥을 묻혔다.

"음으으욱!! 테챠아아아아!!"

얼굴 전체에 칠하고 여동생 실장에 다음 똥을 요구한다.
이번에는 입으로 밀어붙이지만 미도리는 입을 다물고 저항한다.

"아직도 까부는 테치이! 이놈! 이놈! 테칫!"

몇 번을 두들겨 맞자 미도리는 오열을 거듭하며 말을 들었다.

"에흑테흑! 아픈 거 그만하는 테치...말 듣는 테치."

데꺽데꺽 미도리의 입에도 똥이 가득 담겨 얼굴을 온통 똥투성이로 만들자 언니 실장은 만족해했다.

"흥! 오늘은 이정도로 봐주는 테치!"
"놀고 싶으면 또 놀아준다 테치 찌뿌뿌뿌!!"

여동생 실장은 돌아가기 전에 자신의 액체 상태인 무른 똥을 손에 쥐더니, 찰싹! 하는 소리를 내며 미도리의 얼굴에 던졌다.

"치뿌뿌 오늘은 이 쯤에서 용서 테치!"
"찌뿌뿌뿌! 찌뿌뿌뿌!!"

웃으며 멀어지는 실장 자매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도리는 잠시 입안에 똥을 머금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갑작스러운 폭력이 진심으로 무서웠고, 불합리하다는 심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친구가 되려고 했을 뿐인데, 이런 대우를 받고 말았다.
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비참해져서 언제까지나 눈물이 흘러 나온다.

그러나 오히려 미도리는 행운아였다, 실장석끼리는 보통 약점을 보이면, 철저히 훼손되고 벌거벗겨져, 죽임을 당하고 먹힐 때까지 린치가 계속 된다. 하물며 미도리의 모습은 실장석과는 다르다. 만약 다른 실장석이 있었다면 살해되었을 것이 확실했다.
그 자매는 약간은 어질었기 때문에, 기분만 만족했을 뿐 죽이는 데까지는 가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울다가 지쳐서 똥을 입에서 내뱉으며 일어났다. 훌훌 털고 골판지까지 돌아가서 더러운 것도 씻지 않고 가장 안쪽에 쳐박혀 다리를 꼬고 앉아 침착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친실장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질녘이 되어 친실장이 돌아왔는데 평상시에는 마중 나오던 미도리가 없다. 
친실장이 골판지 안으로 들어서도 미도리는 어둠 속에서 가만히 있었다.

친실장이 말을 걸어도 대답도 없어 가까이 다가가자 강렬한 냄새가 났다.
일단 데리고 밖으로 나오자 미도리의 모습에 친실장은 놀랐다, 여러가지 물어 보았지만 미도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친실장은 미도리에게 묻은 똥과 소변을 깨끗히 핥아주었다.
얼굴과 머리카락까지 꼼꼼히 핥자 미도리는 울음을 터뜨리며 친실장을 껴안았다.
흐느껴 우는 미도리의 등을 어루만지며, 친실장은 한시름 놓았다.
밖에 나가 동족에게 린치를 당했단 것은 깨달았지만, 벌거벗지 않은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건은 미도리에게 있어서 동족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 주었다.
그 결과 경계심과 친실장의 분부를 철저하게 지키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울면 모르는데스. 뭐든지 마마에게 얘기해 보는데스."

미도리는 친실장을 안은 채로 흐느껴 울기만 할 뿐이었고, 친실장도 그런 미도리를 강하게 껴안았다.






미도리가 태어난 지 반년이 지나자 키는 친실장보다 머리 한 개쯤 더 커져 있었다.
말에서는 아직 테치가 빠지지 않아 덩치 큰 자실장 느낌이었다.
미도리는 여전히 모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친실장과 있을 때는 뒤따라 다니며 어리광만 부리고 있었다.

보통의 실장석이라면 3~4개월 정도면 성체로 바뀌는데, 미도리의 성장은 신체에 비해 정신은 느리긴 해도 인간과 같은 섬세함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이때쯤에는 유아 체형이던 몸의 굴곡도 소녀스럽게 바뀌었고, 그 체구를 먹이기 위한 친실장의 고생도 더욱 더 많아졌다. 오전에만 있었던 친실장의 밥 찾기도 이른 아침과 오후 두 차례로 늘었다. 비좁아진 지금의 장소로부터의 이사도 생각하며, 여러가지로 바쁘게 행동하고 있던 찰나의 일.

어느 날 밤중에 미도리와 어머니는 함께 자고 있는데 이변이 일어났다. 
골판지 하우스 밖이 왠지 소란스럽다, 일어나서 귀를 기울이니 그 소리는 인간의 이야기 소리였다. 어머니는 미도리를 일으켜 숨을 죽이고 하우스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 그 목소리는 점점 가까이 와서 하우스 앞에 멈추더니 더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야! 정말 있냐? 그 사람을 닮은 실장석이라는 녀석이? 있을 수 없잖아, 그런 게."
"정말이라니까 내가 여기서 봤어, 존나 이뻐서 깜짝 놀랐어."
"예쁘다네 이새끼 원래 로리 취향이었지?"
"아~꼽냐? 싫으면 돌아가든가."
"쏘리쏘리, 자, 이 근처래며 사는 데가, 빨리 찾자구."

하우스 안의 모녀는 서로 껴안고, 이 폭풍우가 떠나가 주길 바라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은 친실장은 인간들의 목적이 미도리라고 확신했다.
학대파라면.. 아니 분명 학대파가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미도리를 찾으러 올 리가 없다. 친실장의 머릿 속에는 토시아키를 떠올렸다.
같은 인간인 토시아키라면 미도리를 도와줄 것이 틀림없다. 있을 리 없는 희미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마마...무서운 테치, 쟤네들 인간 테치."

"괜찮은데스. 여기는 생각해서 지은 하우스인 데스, 절대 찾을 수 없을 거인 데스."
"게다가 만일의 경우에는 반드시, 주인님이 도와주러 오시는데스.."

갑자기 하우스가 흔들렸다, 인간 한 명이 하우스에 걸려 균형을 잃는다.

"씨발 뭐가 있는데? 어이, 여긴가본데? 위장 잘해놨네."
"오, 찾았냐, 어디 빨리 까볼까?"'

찍! 찌이익!

골판지 박스가 간단히 찢겨지는 동시에 미도리를 안고 있던 친실장은 크게 놀라 인간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데챠아아!! 짜아아아!!"

덩치 큰 사내가 어이 없다는 포즈를 취하며 친실장을 걷어찼다.

"자기 주제도 모르는... 분충아!"
"데갹!"

안면이 차인 친실장은 날아가며 기절한다. 이윽고 인간들은 미도리의 모습에 경악한다.

"와.... 이녀석 대박이네. 이런 종류도 있구나'

안경을 쓴 빼빼 마른 남자가 부드러운 어조로 미도리에게 말을 걸었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딱히 죽이려는 게 아니야."
"조금만 참으면 금방 끝나니까."

미도리는 머리를 감싸쥐고 몸을 둥글게 말았지만 덩치 큰 남자가 팔을 잡고 억지로 들어올렸다.

"야! 너무 거칠게 굴지 마, 하기도 전에 다치겠다."
"뭐? 어차피 해버리면 똑같잖아."
"니가 이러니까 여자 하나도 못 먹는거야, 진짜 부드러움이라곤..."
"아- 알았어, 이봐 아가씨."

남자가 가로등이 있는 곳까지 가서 발밑으로 내리자 미도리는 털썩 주저앉아 떨고 있다.
안경을 낀 남자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미도리를 샅샅이 살핀다.

"말만 잘 들으면 돼, 만일 저항하면..."

주머니에서 파리채를 꺼내더니 미도리 앞에서 세게 휙휙 흔들어 보였다.

"무서워 테치, 무서워 테치, 마마한테 돌려보내줘 테치."

그 말을 듣는 순간 두 남자는 눈을 마주쳤다. 미도리가 말하는 건 링갈이 없어도 알아 들을 수 있는 인간과 같은 언어였기 때문이다.

"이녀석 뭐야! 인간님의 말을 지껄이고 있잖아."

안경 쓴 남자가 고개를 숙인채 울고 있는 미도리의 턱을 잡아 고개를 들었다.
공원 가로등에 비친 미도리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남자는 인간과 실장의 특징이 잘 어우러진 멋진 조형에 침을 삼켰다.

"에...이건 사람이 아니야.. 응, 역시 실장석이네."

기분 나쁘게 입술을 삐죽이던 남자는 미도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야! 옷 벗어라, 찢기고 싶지는 않잖아."

뒷남자는 다시 울컥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뭘 그렇게 귀찮게 구냐. 그냥 저질러 버리지."

뒤의 남자를 무시하고 안경 쓴 남자는 재촉한다.

"안 들리냐, 벗으라고."

미도리는 고개를 흔들며 강하게 거부했다.

팍!!

안경잡이는 갑자기 미도리 앞의 땅바닥을 파리채로 강하게 내리쳤다.
미도리는 몸을 움찔하며 경직시킨다.

"다음은 없다. 빨리 벗어라."

"시,싫어...부끄러운 테치."

말대답이 끝나자마자 미도리의 왼쪽 뺨을 가볍게 파리채로 내리쳤다.

찰싹!

"...!! 아, 아아..."

얻어맞은 왼쪽 뺨이 뜨거워진다. 볼을 누르면서 미도리는 이전에 동족으로부터 린치를 당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만하는 테챠.."

"뭐야, 아직도 말대꾸야?"

빠직!!

이번에는 반대편 뺨을 아까보다 더 세게 때렸다. 미도리는 통증에 얼굴을 감싸쥐고 주저 앉았다.

"듣는 테치! 말 듣는 테치...때리면 싫어 테치!"
"그래...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으면 혼나지 않을 수 있었잖아."
"뭐라는거야, 즐거워하는 주제에."

비아냥 거리는 동료를 외면한 채 안경잡이는 눈앞의 누드쇼를 즐기고 있다.
두건을 벗으니 산뜻한 머리카락이 나타났고, 턱받이와 함께 원피스를 벗으니 실장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늘씬한 라인을 드러냈다.
팬티를 벗을 무렵에는 남자도 흥분해 사타구니의 그것이 발기로 터질 것 같았다.

미도리는 이 패거리의 불합리한 행위 앞에서 어떤 것도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실장으로 태어난 자의 운명이라고 느껴졌다.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는 자신은 그저 하라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옷을 다 벗고 서 있는 미도리를 남자가 만지려고 할 때, 기절에서 깨어난 친실장이 안경남에게 온몸을 힘차게 부딪쳐왔다.

"데챠앗!!"

하지만 남자는 약간 균형을 잃었을 뿐이었고, 바로 뒤쪽 남자에게 얼굴로 신호를 보냈다.
남자가 친실장의 옷을 뒤에서 집어올린 뒤에 멀찌감치 떨어진 나무에 힘껏 던졌다.

푸샥하고 으깨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친실장의 얼굴은 함몰되었고, 그대로 쭈르륵 떨어져 내려 꼼짝도 않게 되었다.
확인하러 온 남자는 친실장을 보고는 흥하고 코웃음치며 뒤로 돌아갔다.

"야! 이거 봐 이녀석 개쩐다! 있을 구멍 다 있는데?"

안경잡이가 동료를 부르며 미도리의 두 다리를 벌려 고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흥분해서 들여다보는 남자에게 안경잡이는 미도리의 틈새를 열어보인다.

"오오 씨발 이렇게 여자 같은 실장석은 생전 처음보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부끄러움을 참는 미도리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왠지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미도리의 마음은 공포로 가득찼고, 지금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과 긴장으로 떨고 있었다.

"인간씨...부탁인 테치...아픈건 하지마 테치."

꺼져가는 목소리로 부탁을 했지만 두 남자는 히죽거릴 뿐이었다.
가로등 밑에 시트를 깔고 알몸의 미도리를 앉힌 안경잡이에게 동료는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먼저한다고 약속 안 했었냐?"
"아... 뒤에서 대기타고 있을테니 망가뜨리지나 마라."
"그건 이 녀석 하기 나름이지. 내 ㅈ 사이즈랑 잘 맞으면... 뭐 그런거고."
"쳇... 로션 정도는 발라줘."

하반신을 드러낸 남자는 알았다고 수긍하더니 로션을 꺼내 자신의 페니스에 발라댔다. 미도리의 고간에도 바르다 손가락으로 갈라진 틈을 따라 살살 문지르며 애무를 시작했다.
계속 비벼지니 미도리의 손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된다. 숨도 쉬기 가쁘다는 걸 깨닫자 저절로 헐떡이는 소리가 나왔다.

"하아하아!! 앗!"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남자의 흥분도 고조되어 발기한 페니스 끝에는 벌써 투명한 액체가 번져 나왔다.

"이거 색기 쩌는 년이네. 크큭"

남자는 미도리의 고간에 페니스를 갖다 대며 삽입하지 않고 감촉을 즐기고 있었다.
로션으로 미끈미끈해진 미도리의 고간을 남자 페니스가 질척거리며 누른다.
남자는 한바탕 감촉을 즐기더니 갑자기 미도리의 균열로 밀어붙였다.
귀두 끝까지 밀어 넣으니 미도리의 성기도 미끌거리는 소리를 내며 퍼져 거북머리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다.
믿을 수 없는 둔통이 미도리의 사타구니를 덮치자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아파! 아파 테치!! 그만둬 테치, 부서져 테치! 가랑이가 부서져 버리는 테치!!"

갑작스러운 비명에 기분이 언짢아진 남자는 미도리의 안면을 몇 대 때렸다.

"주절주절 시끄럽게...!! 씨발!"

미도리는 코피를 내뿜었고 입 안도 다쳤는지 입에서도 피가 흘러 입안이 핏물로 가득 찼다.
저항할 수 없는 폭력 앞에서 미도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빌며 간청하는 것 뿐이었다.

"아악 때리면 싫어 테치, 미도리 얌전히 있는 테치.. 뭐든 말 듣는 테치... 그니까 아픈거 하지마 테치... 흑흑"
"하하하 울음소리도 귀엽네 이녀석."

남자의 페니스가 미도리 성기를 휘저으며 삽입된다. 로션으로 미끈해진 페니스는 미도리의 성기 안쪽까지 들어왔다.
미도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큰 소리를 내면 또 얻어맞는다, 아픈 건 이제 지긋지긋했다.

"까아...우구..."

질퍽! 질퍽! 질퍽! 질퍽!

"응...으윽...앗...앗..."

페니스는 미도리 안에서 몇 번이나 앞뒤를 반복한다. 분명히 작은 성기는 음경을 세게 조여 왔고 너무도 자극적인 쾌감에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 못버티겠다... 이 년 최고다...으아."

질퍽! 질퍽! 질퍽! 질퍽!

"햐...악..하악...아아아아."

단단하게 죄어오는 자극으로 페니스에 인내의 한계가 다가오자 미끈한 성기의 위쪽을 쓸어 올린채 격한 소리를 내며 사정했다.

"아아하..간다! 간다아.."

콸콸콸! 

대량의 정액이 미도리의 안에 흘러 넘쳤고, 남자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아내려고 성기를 밀어붙인다.
미도리는 하체의 감각이 이미 마비되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퐁 소리를 내며 페니스를 뽑아내자 갈라진 틈에서 피가 섞인 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갈라진 곳은 구멍이 뻥 뚫려 닫히지 않았다. 억지로 박아 넣은 탓에 성기의 수축을 조절하는 힘줄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안경잡이가 성기를 깨끗이 닦아내고 연거푸 전희도 없이 삽입했다.

"야! 이 녀석 구멍 망가졌어. ㅈㅈ 넣어도 휑하잖아."
"그건 니 ㅈㅈ 사이즈 문제고."
"씨발 다음에 올 때는 내가 먼저다."

안경잡이는 5분 정도 피스톤을 반복하다 쉽게 가버렸다.





정액으로 뒤덮인 미도리에게 안경남이 뭔가를 던진다.

"수고, 그건 심부름 값이야 사양 말고 받아 둬."
"풉, 심부름 값이라니 다이소에서 사온 콘페이토 아니냐?"
"괜찮아, 실장석이야 이런거에 환장하니까."

남자들은 친실장의 앞까지 가서 친실장을 일으켰다. 머리는 함몰되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모양이다.
몸은 아직 움직일 수 없지만 의식은 있었다.

"야! 또 올테니까 니 새끼 잘 돌보고 있어."
"그래, 3일 후에 온다. 이번에는 실장 푸드 정도는 갖다 줄게,"
"우리가 학대파는 아니잖아, 죽이거나 하진 않으니까. 그럼"

그런 말을 남기고 남자들은 웃으며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실장도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게 되어, 미도리의 곁으로 걷기 시작했다.
미도리는 벌거벗은 채 상반신을 들썩이며 울고 있었다.
친실장을 발견하자 정액 투성이의 모습으로 친실장을 껴안더니, 안심했는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미안한 데스. 마마는 미도리를 지키지 못한데스."

몸에 묻은 정액을 닦다가 미도리의 이변을 알아챘다.
미도리의 다리가 딱딱한 막대기처럼 굳어서 완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몸에 맞지 않는 페니스를 맞아 격렬한 피스톤 와중에 탈구돼 버린 것이다.
완전한 실장석이라면 자력으로 금방 회복할 수 있지만 미도리의 회복력으로는 금방 고칠 수 없었다.

"마마, 다리가 말 안 들어 주는 테치. 뭔가 무거운 게 붙어있는 것 같은 테치."

친실장은 일단 옷을 입히고는 미도리를 등에 업고 끌고 골판지 하우스로 향했다.

"마마, 자 콘페이토 받은 테치."
"그래.. 좋은데스. 미도리가 먹는데스."
"아니 테치... 마마와 함께 테치."


"미도리는 착한데스.. 주인님도 기뻐할 거인데스."
"...그 놈은.. 안 온 테치.. 미도리랑 마마를 안 도와준 테치."

"......"
"그 녀석은 오지 않는 테치..."

"......"





친실장은 찢어진 골판지를 주워 임시로 집을 짓고 미도리를 재웠다.
다음날이 되어도 미도리의 다리는 회복되지 않았다, 오히려 성기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았고 열도 났다.
친실장은 드디어 결심을 내렸다, 주인님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이제 데리러 올 거라는 생각은 머리 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미도리...마마는 주인님을 만나러 다녀오는데스. 그때까지 참고 있는데스."

고통스러워 하는 미도리를 두고 가기가 가슴 아팠지만 친실장은 골판지 하우스를 나섰다.
기억을 더듬어 겨우 새벽에 토시아키의 방까지 왔다. 친실장은 문을 두드렸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잠시 기다리다 다시 한 번 두드려보았지만 역시 반응은 없었다.

"주인님- 미도리데스!! 돌아온 데스!!"
"빨리 여시는데스. 어째서인 데스!"
"주인님......흑흑 데에에엥.."

친실장은 그때 처음 깨달았다, 여기에는 이제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친실장의 낙담은 헤아릴 수 없었지만 언제까지나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사흘 뒤면 다시 찾아오는 그놈들에게서 미도리를 지켜야 했다.

그 날부터 이사갈 곳으로 생각하고 있던 장소의 정비와 식량 비축을 시작했다.
장소는 화장실 뒤편에 있는 공원 밖 정비 도중 버려져 수풀이 무성한 곳이다.
큼직한 골판지를 주워서는 겹겹이 쌓았고 위장도 빠뜨리지 않고 했다.
식량은 근처에서 개를 마당에 사육하고 있는 장소로 가서, 현관 앞의 개 사료를 대량으로 훔쳐 온다.

준비가 되자 미도리를 안에 넣었다, 열이나 출혈은 진정되었지만 탈구는 아직 낫지 않은 것 같다.
미도리에게 음식과 물, 그 밖의 주의를 말해주더니, 턱받이에서 사진을 꺼냈다.

"이 사람이 네 파파데스, 그리고 내 남편인 데스."
"미도리가 이 사람을 찾으면 길러 줄 거인데스. 틀림없이 행복해질 것인데스."
"너도 이제 어른인 데스. 이별할 시기인 데스."

사진을 미도리에게 건네주고 흐느끼는 미도리를 둔 채 친실장은 골판지를 나가 버렸다.
이제 부서진 골판지에서 기다리고 있으면서 다시 인간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남자들은 규칙적이게도 제 시간에 왔다.

"어? 따님은 어디갔어?"
"너에겐 관심 없어."

"데슷데스! 데슷!"

"뭔가 말하고 있을거야... 야 링갈"

"뭐래?"
"딸은 죽었습니다! 죽인 것은 너희들입니다. 딸을 돌려줘요, 지금 당장 돌려줘요."
"죽었대 어떡하냐."

"야 씨발 난 아직 제대로 하지도 않았는데."
"거짓말하는 거잖아, 패서 말하게 하면 되지'

철퍽!

"...아 씨발 이 새끼 똥 던졌네."

<너 따위는 이렇게 해줍니다! 너같은 인간은 똥투성이가 어울려요.>

철퍽! 철퍽!

"아 존나 드러워."
"너 씨발 쳐죽여버린다."

<어디 해봐! 너희나 죽어버려.>






일주일이 지나자 미도리의 다리는 겨우 회복되었다. 그래서 한밤 중에 몰래 예전 집에 찾아와 마마를 찾았다.
골판지는 이미 없어져 버렸고 잔해 같은 것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주위를 맴돌자 살점 같은 것이 흩어져 있었다.

고기 조각에 들러붙은 초록색 천을 주워 미도리는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는 그리운 어머니의 냄새였다, 살점은 동족에 의해 먹혀 흩어진 뒤의 것이리라.
미도리는 마마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고 이 세상에 나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마, 돌아가신 테치.." 
"미도리 외톨이 테치."
"누군가.. 누군가 도와줘 테치."
"혼자는 싫어 테치, 미도리 못 견디는 테치."
"엉..엉엉.. 테치테치.."


친실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도리의 원수를 갚고 싶었는지, 아니면 토시아키가 없는 것을 알고 죽고 싶어졌는지.

다만 그 후 그 2인조는 이 공원에 올 일이 없어졌다.
그리고 흐느끼는 미도리의 배에는 원하는 바와 상관없이 새로운 생명이 깃들어 있었다.





친실장이 죽은 후로 미도리는 낮에는 골판지에서 보내고, 동족과 인간이 사라진 심야에 행동의 중심을 두었다.
동족이나 인간은 미도리에게 있어서 공포의 대상일 뿐이었다. 특히 인간에게는 절대 발견되지 않게 살고 있었다.

그날의 치욕과 폭력이 미도리의 마음에 상처를 내어 모든 사람을 미도리를 괴롭히는 적으로 여기게 되었다.
먹이의 소재지는 일찍이 친실장에게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혼자서도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단지 캄캄한 골판지하우스에서 가만히 있으면 한 사람의 쓸쓸함만 남는다.
누구와도 말하지 않는 나날을 끝없이 보내고 있었다.

태어난 지 1년이 지날 무렵에는 테스에서 데스로 바뀌어 성체로 성장했다.
키는 갓 1m를 넘긴채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동시에 배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미도리는 비로소 아이가 생겼음을 인식했다.

"후후후...미도리는 마마가 되는데스."
"이제 외롭지 않은데스... 미도리에게는 딸이 있는데스."

배를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계속하면서 태교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착한 딸로 자라는데스, 그러면 마마의 이름을 물려주는데스."
"벌써부터 그때가 기다려지는 데스."
"뎃데로게 뎃데로게♪"
"미도리가 마마에게 받은 소중한 이름인 데스.."

미도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왠지 모르게 태교의 시간은 여러 생각이 뒤섞여 미도리를 슬프게 만들었다. 아이를 생각하면 괴로운 기억이 되새겨졌다.

이윽고 미도리도 출산일을 맞이하여 친실장과 마찬가지로 한밤중에 몰래 공중 화장실의 변기에 들어가 아이를 낳았다.
태어난 것은 역시 한 마리 뿐이었다. 깨끗하게 씻기자 자실장은 미도리에게 안겼다.
자실장의 모습은 미도리와 거의 같은 모습으로, 미도리보다 얼굴이 조금 가늘어진 정도의 차이였다.

골판지 상자로 돌아와 작게 나온 가슴으로 자실장에 젖을 주자, 자신의 새끼에 대한 실감이 생겨, 어느새 끌어안고 있었다.

"처음 만납니다 데스, 나의 아기, 내가 마마데스"





그러나 자실장은 미도리보다도 더 허약했고, 모든 저항력도 저하되어 있었다.
자실장일 시절에 수정된 탓도 있어, 본래보다 더 미숙아로 태어난 약한 개체였다.

또한 겨울의 골판지 하우스 생활은 자실장에 있어서는 괴롭고 위험한 것이 되었다.
날씨가 추워지자마자 감기에 걸렸고, 그 감기가 더 악화되어 좀처럼 낫지 않았다.
골판지로 덮고 있어도 하우스 안은 매우 춥기 때문에 인간 아이는 도저히 살아 갈 수 없다.
인간과 한층 더 가까워진 자실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도리가 있을 때는 안아서 따뜻하게 해주었지만, 안고 있지 않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자실장의 컨디션을 무너뜨렸다.
그래서 미도리는 늘 함께 있었지만 먹이를 찾으러 갈 때만큼은 떠나 있어야 했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밖에는 같이 데려갈 수 없었다.
그 결과, 미도리 먹이찾기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고, 미도리 자신도 점점 말라갔다.
마른 미도리로부터는 젖도 잘 나오지 않아 악순환이 되어 모녀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우유가 잘 안 나오는데스."

젖꼭지에 달라붙는 자실장도 꽤나 야위었고, 태어났을 때보다 안색도 나빠지고 있다.

"마마~ 더 마시고 싶은 테치. 우유 줘 테치."
"미안 데스. 미안 데스. 미도리는 안되는 마마데스"

미도리의 모습을 보고 자실장이 힘을 내어 웃었다.

"우후후... 이제 괜찮은 테치. 그러니까 같이 쭉 있는 테치."

자실장은 미도리를 부둥켜 안으며 곧바로 스르르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버린다.
만성적으로 영양실조가 있는 자실장은 체력을 최대한 쓰지 않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몸이 기억하게 되었다.
골판지 하우스 안은 아무것도 없고 텅 비어 있다. 
미도리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 간다.





젖을 떼고 보통의 먹이를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무렵에 자실장이 갑자기 감기에 걸려 쓰러졌다.
그렇지 않아도 선천적으로 저항력이 약하고 평소 영양도 부족하기 십상인 자실장에게 있어서는 생사가 걸린 사태였다.
자실장은 나날이 약해져 안고 있는 미도리도 정신이 없다.

먹이 찾기도 못하고 요 며칠간 미도리는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미도리는 약간의 먹이도 자실장에 주며 겨우 겨우 버텼지만 모녀 모두 한계가 가까워져 있었다.

"어떡하면 좋은데스, 미도리 이제 모르겠는데스."

자실장이 약하게 중얼거렸다.

"뭐라 말을 하는데스."
"마마~ 단거 먹고싶은 테~~ 치."

힘겹게 짜낸 말은 미도리에게 너무 어려운 주문이었다. 
밤중에 쓰레기를 뒤지고 애완견 사료 등을 주워모아 생활하는 미도리에게 단것을 줍는 기회는 우연일 뿐이다.
그래도 사랑하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다, 미도리는 어떤 결심을 했다.

자실장일 적에 미도리는 언제나 풀숲에서 공원을 관찰했다.
그때 흔히 인간이 콘페이토를 던졌던 기억이 났다.
인간이라면 정말 싫었지만 아이의 목숨과 바꿀 수는 없었다. 애정은 두려움도 앞섰다.

"기다리는 데스. 마마가 뭐라도 가져오는 데스."

자실장을 바닥에 놓고 미도리는 골판지 하우스를 나와 벤치 근처 수풀에 숨었다.
이미 해질녘이라 주위가 어두워지려 하고 있었는데, 이 시간이면 동족의 수도 상당히 줄어 조금은 마음이 편했다.
멀리 실장석들이 모여 있는 곳을 보니 푸른 제복을 입은 남자가 몇 명 콘페이토 자루를 들고 있다.

덤불 속에 숨어서 본 인간과 같았다, 당장 저기로 가서 콘페이토를 받고 싶었지만, 
실장석들이 모여 있는 저 무리 속에 들어갈 용기는 없었다.

잠시 후, 제복 입은 남자가 콘페이토를 뿌리기 시작했다. 실장석들은 윤기를 내뿜으며 땅바닥에 나뒹구는 콘페이토로 몰려든다.
미도리는 저만큼이나 많이 뿌리고 있다면 실장석들이 사라진 후에도 몇 개 떨어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몰래 주우러 가려고 기회를 엿보던 참에, 지면에 납작 엎드려 콘페이토를 주워 먹던 실장석의 움직임이 멈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실장석도 움직임을 멈춘채 굳어 있다.

"게뷰옷!"
"데쟉"
"아구그...꿰에엑!"

실장석들은 갑자기 굳어지더니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목을 쥐어뜯고 등이 휘어지며 고통스런 표정을 짓는다.
인간들은 그 모습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미도리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장석들의 움직임이 한 마리 또 한 마리 멈춰서면서 모든 실장석들이 움찔도 하지 않게 되었다.

남자들은 실장석이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을 보고 손에 비닐봉투를 들고 사무적으로 실장석을 집어 넣었다.
비닐봉투를 모아서 타고 온 트럭에 처넣고 남자들은 트럭에 올라타 떠났다.
시간으로 치면 15분 정도의 일로, 척척 기계적으로 끝내고 갔다.



일이 끝나자 수풀과 분수 옆으로 다른 실장석들이 나와 평소와 같은 생활로 돌아갔다.
수풀에 숨어있는 미도리 옆을 한 마리의 실장석이 지나갔다. 조금 망설였지만 미도리는 그 실장석에게 말을 걸었다.

"잠깐, 잠깐 기다리는 데스."

뒤를 돌아본 실장석은 자신보다 큰 미도리를 경계하며 굳는다.

"이, 도대체 너는 누구인데스, 이리로 오지 마는데스."
"미안한 데스...이래도 실장석인데스."

말을 건 실장석은 미도리의 대답에 조금 안심했지만 여전히 불안해하면서 말을 이었다.

"실장석? 오마에가...뭐 아무튼 좋은데스, 근데 나한테 무슨 볼 일인데스?"

상대 실장석은 어느 정도의 사교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미도리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아까 인간들은 뭘 한데스? 동료들을 많이 데리고 간 데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실장석은 고개를 저으며, 미도리에게 세세하게 설명을 했다.

"저 인간들은 우리의 적인데스. 데려간 게 아닌데스. 독으로 죽고 나중엔 버려지는 데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미도리는 놀라움과 함께 만약 자신이 그때 거기에 있었다면 같은 일을 당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계하고 가지 않은 것이 정답이었다, 다만 다른 개체는 왜 가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다른 동료들은 어떻게 독인 줄 안 데스? 진짜 먹이를 뿌리러 오는 인간을 본 적 있는데스."

실장석은 하하 웃으며 손을 턱에 갖다댄 후 그럴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말 오마에는 아무것도 모르는데스. 신참인데스? 뭐 된 데스. 파란 옷을 입은 인간은 다 똑같은 데스.
정기적으로 이곳에 와서 동족들을 죽이는 데스. 죽임을 당하는 놈들은 어차피 바보들 무리인 데스. 
죽는게 마땅한 놈들인데스."

"그런... 저들은 동료.. 데스."

"동료? 웃기는데스, 그 놈들은 살아있어 봤자 쓸모 없는 놈들인데스. 동료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스.
아무튼 좋은데스. 먹이를 주는 인간과 독을 뿌리는 인간을 기억하는 데스. 
너무 수다를 떤 데스. 오마에도 조심하는 게 좋은데스."

"아, 감사한데스, 다음에 또 가르쳐 주는데스."

"흥, 무슨 소리하는 데스, 이것 뿐인데스."

떠나는 실장석을 보면서 인간에게 먹이를 받는 것은 어렵다는 걸 배웠다.
동시에 미도리는 가족 이외의 다른 실장과 처음으로 제대로 이야기를 해보았다.

"달콤한 것... 딸에게 뭐라고 말하는데스."

그대로 벤치 뒤에 웅크리고 앉아 딸에게 할 변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읏챠~"

갑자기 인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올려다보니 벤치에 인간이 앉아있었다.
생각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경계를 풀고 있었던 미도리는 숨을 죽이고 인간을 바라보았다.
노년을 맞은 남자는 벤치에 걸터앉아 그저 분수 쪽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 쉽게 움직일 것 같지 않았다.

미도리는 두려움에 발이 움츠러들어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노인이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고 미도리를 발견했다. 그 모습이 신기한지 빙긋이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이에요, 아가씨, 그런 데 있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아..아아..아아..미도리..아무것도 안 한데스."

'음..뭐야.. 아가씨 실장석인가? 상당히 특이한 실장석도 있구나.'

노인의 표정이 다정해서 미도리도 어딘가 마음이 놓이는 것이 있었다. 그래도 신용은 할 수 없었고 바로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두려움은 미도리의 다리를 움츠러들게 만들었고, 떨리는 발로는 도망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마른 아가씨, 밥은 잘 먹고 있니?"
"머...머, 먹지 않은데스. 벌써 며칠째..."

당황해서 그만 말해버렸지만, 미도리는 곧 부끄러운 일이라고 후회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야기를 들은 노인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웃옷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먹을건 역시 가지고 다니지 않았지만... 잠깐 기다려요...아 있다."
"거봐 몸에 좋다고 해서 가지고 다녔어."

그렇게 말하고 노인은 뜯지 않은 막대기 모양의 사탕을 내밀었다.

"비타민 사탕이다. 시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 얘, 가져가거라."

사탕을 내밀었지만 미도리는 경계했다, 아까의 광경이 눈에 떠올라 손이 움츠러들었다.

"필요 없는데스. 그건 독인데스..먹으면 죽는데스."
"허허허...의심이 많구나. 이거면 되지?'

노인은 앞부분을 뜯고 사탕을 하나 꺼내 직접 먹어 보였다.
그것을 본 미도리는 독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쭈뼛쭈뼛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데스."

노인은 미도리에게 사탕을 건네자 미도리는 그것을 가슴에 소중히 안았다.
마음이 놓인 탓인지 미도리의 얼굴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럼 이만, 아가씨."

노인은 일어서서 미도리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공원을 나갔다.
미도리는 가슴이 뜨거워져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문득 정신을 차렸다.

"안 돼, 딸이 기다리고 있는데스."





"다녀온데스. 마마 약속지킨데스."
"조금만 기다리는데스. 지금 좋은거 주는데스."

딸의 대답이 없자 미도리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 보았으나 딸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그런...왜? 왜 그러는데스...마마 돌아온데스."
"일어나는데스...마마 말 좀 듣는데스..."

아무리 흔들어도 딸의 눈은 뜨지 않았다. 미도리는 꼭 껴안으며 계속 딸에게 말을 걸었다.

"자고 있을 뿐인데스..곧 눈을 뜨는데스."
"춥지 않은데스.. 마마가 따뜻하게 데워주는데스."
"일어나면 달콤한 거 먹는데스."
"그러니까... 흐흑.. 흑.."
"데에엥...데에엥.."





딸이 죽은 지 일주일이 되자 미도리는 골판지 하우스를 나왔다.
배가 고픈 탓도 있지만 혼자가 된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사탕을 주었던 그 노인이 보고 싶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조금은 쓸쓸한 느낌을 덜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벤치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덤불에 숨어서 벤치 근처로 오니 사람 앞에 실장석이 모여 있었다. 거기에 앉아 있는 인간을 보고 미도리는 눈을 의심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은 마마가 언제나 말하던 주인님, 즉 미도리의 아버지인 토시아키였다.

"그, 그 놈인 데스! 마마가 말했던 데스."

미도리는 턱받이에서 사진을 꺼내 사진과 토시아키를 번갈아 확인했다.
항상 잊지 않고 몸에 지니고 다니던 사진은 틀림없이 그가 맞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미도리는 입으로는 싫어했지만 늘 그 사진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었다.

"마마.. 그 녀석인데스.. 이제서야 뻔뻔하게 나타난데스.."
"마마는 항상 기다린데스.. 저 놈이 데리러 왔다면 마마는..."

"어쨌든 저 녀석을 만나 싫은 소리라도 하나 해줘야겠는데스."

다만 실장석이 모여 있는 지금은 미도리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그들이 없어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다 때랑 먼지로 더러워진 손이 눈에 들어왔다. 미도리는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래도 아버지와 처음 만나기 전에 조금은 단정하고 싶었다.

얼굴과 손을 찬물로 씻고 손에 물을 묻혀 머리를 다듬었다.
세안을 끝내고 돌아와 보니, 실장석들은 흩어져 있었고 토시아키 혼자서 아래를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 만나면 먼저 마마 일로 녀석을 공격해 준다. "이제야 뭐하러 왔니?" 라고 말해준다. —
그럴 마음으로 토시아키 앞까지 온 미도리였지만 입에서는 나온 말은 생각과는 다른 말이었다.


"파파..."


눈앞의 아버지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온 건 미도리에게 괴로운 말이었다.


『 흐...흥! 너가 내 아이? 』
『 웃기지마 나에게 아이는 없어!』
『 어차피 너도 인간에게 길러 달라고 하고 싶을 뿐이잖아! 』


— 역시 이 녀석은 매정하고 싫은 놈이다 — 미도리는 조금 떨어졌다가 계속 말했다.

"와타시의 모습을 보는 데스"

— 미도리를 샅샅이 핥듯 살펴보는 이 녀석은 역시 저 불쾌한 인간들과 똑같다 — 미도리는 강한 척 말했다.

"와타시는 인간이 아니고...실장석인 데스"
"미도리라는 이름과 이 몸은 마마가 준 데스"
"그래서 미도리는 실장석으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데스"
"파파는 걱정하지 마 데스, 인간에게 신세 지지 않는 데스"


『 미도리.. 아니 너의 마마는 어디 있지? 』
『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싶어졌어.. 만날 수 있을까?』

이제와서 뭐가 마마야, 이 놈 때문에 마마는...

"마마는 죽은 데스... 미도리가 자실장일 때 인간에게 살해 당해서..."


『 미도리였지.. 키워줄테니까 우리 집으로 와 』
『 이런 곳보다 나은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먹이도 매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 생명의 위험도 없다... 뭣하면 나를 아빠라고 불러도 좋아 』

— 잘난 체나 하는 녀석! 역시 이 녀석은 싫은 놈이었어 —

『 저...이봐! 기다려. 말투가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
『 어떻게 아이 혼자 이런 곳에서! 기다리라고!! 』

— 이 녀석이 하는 말은 모든 게 다 화가 나, 이제 너 같은 건 몰라 —


"미도리는 이제 어린애가 아닌 데스"
"훌륭한 어른인 데스... 아이도 있는 데스"


— 거짓말을 해버렸다, 아이는 이제 없는데 —
— 근데... 왜 저녀석에게 이런 것까지... -—



미도리는 자신을 계속 찾아 헤매는 토시아키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수풀을 달려 골판지 하우스로 돌아왔다.
옆에는 죽은 딸의 시체가 있었다, 그 시체를 안으며 미도리는 토시아키와의 일을 떠올렸다.

"저 녀석.. 아직도 미도리를 찾고 있는데스. 정말 끈질긴 놈인데스."
"마마는 저 놈 때문에... 절대 용서하지 않는.. 데스."





다음날에는 토시아키가 아침부터 공원에 찾아와 미도리의 수색을 시작했다.
회사에는 일주일간의 휴가를 억지로 받아서 차근차근 수색할 셈이었다, 오늘은 돌아다니면서 찾기로 했다.

"어이.. 미도리!!"

아무리 찾아도 미도리는 발견할 수 없었다, 날이 저물자 토시아키는 수색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해도 찾지 못할 줄이야.. 내일은 더 꼼꼼하게 찾을까."

그다지 넓지 않은 공원이지만, 실장석들은 여러가지 위장을 해 잘 숨어 있었다.
토시아키는 수색 첫날에 그것을 확인하자, 꽤 힘든 일을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미도리도 토시아키가 찾으러 온 것은 알고 있었다, 목소리가 들렸지만 하우스 모퉁이에 앉아 있었다.
들키면 어쩌나 하는 마음과 찾길 바라는 마음이 한데 뒤섞인 착잡한 심정이었다.

다음날도 토시아키는 아침부터 공원에 도착해서 실장석 거처를 일일이 이 잡듯이 뒤졌다.
둥지가 억지로 열려 놀라는 실장석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차례차례 찾아 가지만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사실 미도리는 그날은 하우스에서 나와, 수풀 속에서 토시아키를 엿보고 있었다.
숨어 있는 수풀 가까이 다가온 토시아키의 뒷모습에 말을 걸고 싶었지만, 결국 말을 걸지 못했다.

3일째가 되자 토시아키는 공원 주변까지 범위를 넓혔다. 이제 미도리의 하우스를 찾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된다.
미도리는 하우스에서 딸의 시체를 안고 그저 그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저렇게 필사적으로 미도리를 찾는 그의 모습을 보며 미도리의 마음은 토시아키 밖에 생각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 날 저녁 무렵에 그 때가 왔다, 하우스가 갑자기 흔들리고 토시아키가 하우스를 열었다.
부드러운 석양 빛에 비친 토시아키를 보고 미도리는 무심결에 그를 매도했다.

"뭐인 데스! 당신은."
"저리가는 데스!!"
"이쪽으로 오지 마는 데스."

토시아키는 미도리를 발견하자 안도의 얼굴이 되어 미도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원망하는 미도리가 안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자 고개를 숙여 눈을 내리깐 채 미도리를 끌어 안았다.

"이제 됐어...다 됐어."
"지금까지 혼자서 열심히 했구나."
"역시 내 딸이야."
"이제부터는 쭉 함께 있자."

부둥켜 안고 말을 건네자 미도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울음을 터뜨리며 토시아키를 껴안았다.
미도리는 어머니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주인님과 미도리는 붉은 실로 묶여 있다는 걸.

마마가 말한 대로였습니다.
미도리의 행복은 파파였습니다.

토시아키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도리는 딸의 시체를 오른팔에 안고 있었고, 왼손은 토시아키가 잡고 있었다.
미도리는 자신보다 훨씬 큰 토시아키의 손을 바라보면서 이 손이 미도리를 행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그렇게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에필로그 (주인공 토시아키의 시점)


미도리를 발견하고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어머니의 놀라는 얼굴이 눈에 선했다. 집에서의 나의 입지나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없어질 것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나는 이것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인생 중에서 이토록 필사적인 적이 있었던가.
내 손을 잡고 있는 미도리의 삶은 도대체 어땠을까, 시간이 지나면 얘기해줄까.

"엄마! 좀 와줘!!"

현관에서 엄마를 부르니 엄마는 바쁘게 걸어온다, 그리고 미도리를 보고는 생각대로의 반응으로 깜짝 놀라며 화를 내신다.
미도리는 내 다리 뒤에 숨어 겁을 먹고 있다, 어머니가 어느 순간 미도리의 손을 잡아 끌고 있었다.


며칠 지나니 엄마와 미도리는 친해져 있었다, 여자끼리 이런저런 이야기가 맞물린 걸까.
미도리 딸의 시체는 어머니가 마당에 묻어 지금도 미도리와 함께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미도리는 어머니를 잘 따랐고 늘 함께 있게 되었다.
둘이서 TV를 보고 잘 웃고 있었고 나도 그런 미도리를 보는 것이 즐거웠다.
실장석이라고는 하지만 미도리는 친딸이었고 우선은 외모가 너무 귀여웠다.
외형이 잡다한 실장석이었다면 이렇게까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로 외모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아버지가 퇴원하셔서 집으로 돌아오셨다.
한바탕 난리가 났지만 아버지는 순순히 미도리를 받아들였다. 역시 여기서도 외형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아버지가 미도리의 뒤를 쫓아갈 정도다. 나를 대하는 반응과는 완전 반대다. 역시 겉모습인건가.

한번 아버지와 밥을 먹을 때 슬쩍 그 의향을 여쭤봤지만 아버지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유는 아버지는 단지 내가 싫기 때문이었다. 못난 아들보다 귀여운 손녀가 훨씬 좋다고 한다.
우리 집은 이제 미도리가 중심이 되어 돌고 있었다. 아마 미도리도 거기에 부응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도리- 너가 좋아하는 드라마 시작한다."
"네~ 할아버지, 지금 가요데스~"

그렇게 말하며 미도리는 아버지에게 안겼다, 안아주는 아버지도 싫진 않은 것 같다.

"미도리는 할아버지가 정말 좋구나."
"응! 미도리는 할아버지 사랑해요 데스!"

몇달이 지나서야 나는 뭔가를 깨달았다. 그건 내가 초대 미도리와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미도리는 어떻게 하면 이쁨 받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어리광도 헌신도 실은 계산해서 하고 있다.
이따금 보이는 미도리의 과장된 태도에 나밖에 모르는 앙큼함이 어른거린다.
실장석과 인간의 혼혈인 미도리는 인간의 어두운 부분까지 구현하고 있었다.





— 어느 날의 일 —


"오늘도 하루가 끝났구나, 이제 잠이나 자야지."

내가 막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미도리가 찾아왔다. 이 시간에 웬일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앉아있는 내 옆에 미도리도 앉았다.

"왜 그러니?... 이제 잘시간이야."

미도리는 교태를 부리면서 내게 기댔다. 생각 이상으로 요염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파파 왠지 잠이 안 오네요 데스, 잠깐 얘기 나눠요 데스."

그렇게 말하며 나의 무릎 위를 미도리의 동그란 손이 덧댄다.
움찔! 전기가 통하면서 움직일 수 없는 내 무릎을 타고 올라왔다.

"이, 이봐, 미도리."

무릎 위에서 일어서서 팔을 내 목에 휘감아 안겨 왔다.
나는 한심하게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사타구니가 근질근질하는 것을 느꼈다.
미도리의 발이 내 사타구니 사이로 비비며 들어왔고, 발로 사타구니를 눌러 왔다.
발의 감촉은 기분이 좋았고, 나는 그만 흥분해 버렸다, 그러자 미도리가 귓가에 입을 대고 중얼거렸다.

"딸을 상대로 흥분하다니, 파파는 변.태. 데스."

미도리의 혀가 귓불을 핥았다. 미도리의 숨결이 먼저 귀에 닿았고 뒤이어 입술이 살짝 귀를 물어왔다.

"미...미도리...안 되겠어. 이런 짓을 하면...앗."

"남자는 핥는거에 약해요 데스, 마마한테 들었어요 데스."

젠장! 초대 미도리는 지금 미도리에게 뭘 가르쳐 준거야?


미도리가 쪼그리고 앉아서 잠옷 바지에 손을 넣어 내 사타구니를 부드럽게 더듬는다.
바지에서 흥분한 부분이 닿자 맛본 적 없는 강한 자극에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아! 미도리.. 거긴.. 앗."

미도리는 살짝 놀란 표정을 보이더니 나에게 안겨와서 볼에 입을 맞추며 귓가에 속삭였다.

"후후...파파는 정말...지금부터 시작이에요, 데스."

미도리가 천천히 내 위로 올라타서 작은 입술로 내 입술에 먼저 입을 맞추고 이어서 혀를 휘감아 왔다. 

쭙쭙, 핥짝, 츄릅츄릅

서로의 몸이 밀착되면서 작지만 굴곡있는 몸이 느껴졌다. 
미도리의 감촉을 느끼며 사타구니가 움찔거리고 맥박이 요동치고 있었다.

이윽고 입술을 떼자 침이 미도리의 입에서 턱받이로 이어져 흘러간다.
미도리는 누워서 다리를 살짝 벌려 나를 유혹했다.

"파파아...미도리 왠지 뜨거워요 데스"

이성은 이미 날아가 버렸고 팬티를 뜯어내고 바지를 내린채 미도리에게 달라붙었다.

"하아하아!! ..미도리!!"
"아아아 미도리는 이제...더이상"


미도리를 덮치고 나서 살펴 바라보니 눈을 감고 떨고 있다가 눈을 뜬 그 때,

"싫어어어어어!!"
"아파요 데스!!!"
"도와줘!!"

갑자기 미도리는 소리를 질렀다. 건너편 방에서 쿵쾅쿵쾅 부모님이 달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해!! 너무해요 데스!!"
"미도리 아무것도 안했는데, 용서해 주세요 데스!!"

내 밑에서 미도리는 계속 소리 지르고 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왜 이런 일이.. 나는 도대체..


쾅!!

미닫이문이 열리자 부모님이 모두 우뚝 서서 돌처럼 굳어버렸고, 그 얼굴은 나에게로 향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에엥, 할아버지! 할머니!"

미도리는 내 밑에서 나를 밀쳐내고 도망쳐서 부모님 곁으로 달려갔다.
그걸 보자마자 아버지가 나한테 달려와 날 힘껏 때려 눕혔다.
어머니는 미도리를 끌어안고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쓰레기!! 너 같은거 당장 나가버려!! 이제 의절이야!!"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고 어머니로부터는 의절을 선고받아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의 뇌리에는 후회와 배덕심으로 가득 찼다, 유혹 당해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딸을 범하려 하고 말았다.
인간으로서 아버지로서 죄를 범한 듯한 떳떳하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망연자실하게 뒤에 있는 미도리를 바라보니 나를 힐끗 보고는, 말없이 입가로만 살짝 웃는 것을 보았다.

나는 미도리에게 크게 한방 맞은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나는 도망치듯 집을 나와서, 원점으로 돌아간 양 예전 그 방에 다시 들어와 있었다.
왜 미도리가 나를 이런 곤경에..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 봤자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미도리를 범했고 부모님은 나에게 정나미가 떨어져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무엇을 어떻게 변명해도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기정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미도리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었나보다.
잃은 것은 컸지만, 미도리에게 유혹 당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이렇게 됐을 것 같기도 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마음의 충격이 아물었을 무렵, 내 방문을 누군가가 두드리고 있었다.

"아, 신문은 필요 없는데."

문을 열자 거기에는 미도리가 새침한 얼굴로 서 있었다.

"헤헤...놀러 왔어요 데스~."

생긋 웃더니 마음대로 안으로 들어가 내 방을 신기한듯 둘러보았다.

"여기가 파파의 새 집 데스? 우리 집보다 좁아요 데스~"

나는 점점 혼란스러워서 머리를 쥐어 뜯는다. 왜 미도리가... 아아 모르겠어!!

"무슨 말이야! 미도리!! 여기 왜 온거야, 여기 오면 안 돼!!"

미도리는 방 한가운데에 편히 앉아 쉬면서 나를 불렀다.

"파파, 이리 와요 데스."

미도리 옆에 앉자 말을 이었다.

"여기라면 방해 되지 않을 거에요 데스."
"여긴 미도리랑 파파의 사랑의 보금자리♪ 데스."
"미도리 휴일에는 여기 와줄게요 데스."

"하? 무슨 소리야 너"

웃던 미도리의 얼굴이 갑자기 변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데리러 오지 않았어, 데스."
"응? 무슨 말이야?"

"마마는 계속 기다렸는데 오지 않았어요 데스.
마마는 파파가 죽인 거에요 데스. 
조금은 아파하도록 해요, 데스."

이제야 나도 뭔가 이해가 갔다. 초대 미도리를 데리러 오지 않은 걸 이런 형태로 복수한 건가.
하지만 이상해. 미도리는 나와의 사랑의 보금자리라던지.. 좋아하는건지 싫어하는건지 어느 쪽이야?

"미도리... 뭐 그렇다면 내게도 나쁜 점이 있겠지.. 그... 아!"

미도리는 갑자기 일어나 나를 껴안았다.

"이제 됐어요. 이미 끝난 일이에요, 데스"
"파파를 혼자 두지는 않아요, 계속 미도리와 함께해요 데스."

그 때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미도리는 나를 집에서 내쫓아 독차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집에 있으면 부모님이 방해되시니까, 그래서 날 쫓아낸 거야?
응 잠깐, 그런거면 부모님을 내보내는 게 더 낫지 않나?

"그럼 나를 쫓아내지 않았으면 아버지나 어머니를 쫓아냈겠네?"

미도리는 날 바보 보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세요, 데스.. 할아버지 할머니는 미도리의 소중한 사람입니다. 집에 함께 있을거에요, 데스."

"다만 아기가 생기면 이번에는..."

아 그렇구나... 미도리는 나를 종마로 삼고 싶었던 걸까? 부모님은 아이 키우는데 도움되니까?
이제 언제 아이가 생겨도 이미 가출한 나의 아이가 된다, 과연 모든 것이 계산대로인가..

"미도리가 좋아하는 수컷은 파파 뿐이에요, 데스."
"미도리랑 파파는 빨간 실로 묶여 있어요, 데스."
"모두 마마가 가르쳐준 거에요, 데스."

요염한 시선을 내게 향하며, 미도리는 치마를 살짝 걷어 올렸다.

"파파아...팬티 벗겨봐요, 데스"

나는 이제 더이상 미도리에게 저항할 수 없게 되었다. 그날처럼 미도리 팬티에 손을 뻗었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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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를 주신 화가님, 머릿속의 이미지를 그대로 그려주셨습니다.
아주 좋은 그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가


















댓글 3개:

  1. 30분정도 정독 했더니 머리가 멍해집니다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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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마추어 스크립트답지 않게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네요. 예를 들어, 인간을 무서워했던 미도리가 남주 부모님을 잘 따르게 된 이유가 공원에서 살던 시절 미도리에게 유일하게 잘 해준 사람이 우연히 만난 노인이었기 때문이라는 일화를 넣어서 개연성을 높인 점이나, 인간으로서는 아이지만 실장석으로서는 성체라면 어떻게 봐야 하냐는 설정 철학적인 문제도 다루고 있고, 전체적으로도 온갖 고생을 겪으며 모녀를 버린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커져가는 부분을 잘 묘사했습니다. 결말은 남주와 여주 모두 성숙하지 못하다는 걸 암시하는 사춘기라는 제목과 잘 어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긴 합니다만, 남주에 대한 심도 있는 애증 묘사와 특히 어릴 적에 성폭행을 당해서 성관념이 잘못 정립됐다는 걸 감안하면 결말에서의 미도리의 삐뚤어진 애정표현이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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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걍 주인공취향이 ''근친.참피'' 라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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