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싸늘하게 식어버린 고기 파편과 녹색 얼룩. 처참하게 짓밟혀 죽은 어미의 시체 곁에서, 홀로 남겨진 앳된 엄지실장과 구더기실장 한 마리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레... 레에... 우지챠, 울지 마는 레치. 이제부터 와타치가 마마를 대신해서 우지챠를 돌보는 레치..." 보호자를 잃고 가혹한 야생에 내던져졌다는 공포 속에서도, 엄지실장은 바들바들 떠는 구더기실장을 품에 꼭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며 체온을 나누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들의 삶이었지만, 두 연약한 핏덩이들은 그렇게 서로를 유일한 세상으로 삼고 살아남기로 결심한다. 산책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배고픔에 시달리면서도 엄지실장은 제법 언니이자 보호자로서 씩씩하게 행동하려 애썼다. 어디서 주워온 커다란 나뭇잎을 양산 삼아 꽉 쥔 엄지실장은, 모처럼 은신처 밖으로 나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레츄웅~ 우지챠, 어서 따라오는 레치! 오늘은 꼭 달콤한 밥씨를 찾아내서 배불리 먹여주는 레치!" "레후~ 오네챠 잎사귀 씨 멋진 레후! 우지챠도 열심히 영차영차 가는 레후~" 엄지실장은 구더기실장이 따가운 햇빛에 말라 죽지 않도록 나뭇잎 그늘을 만들어주며 앞장섰다. 흙바닥을 기어가는 구더기실장 역시 언니의 든든한 뒷모습을 보며 행복한 표정으로 뽈뽈 뒤따랐다. 비록 꼬질꼬질하고 위태로운 삶이었지만, 둘이 함께 걷는 이 짧은 산책의 시간만큼은 평화로웠다. 이별 그러나 무자비한 들의 생태계에서 엄지들의 덧없는 평화는 결코 오래갈 수 없었다. 산책의 끝자락, 먹이를 찾아 배회하던 굶주리고 흉포한 '성체 들실장'과 마주치고 만 것이다. "데프프, 아주 연하고 맛있는 비상식량이 걸어 다니는 데스." "레뺘앗...!" 거대한 성체 들실장의 자비 없는 후려치기 한 번에, 엄지실장은 저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뺨이 찢어지고 피가 흐르는 고통 속에서 멍하니 몸을 일으키던 엄지실장의 시야에 끔찍한 광경이 들어왔다. 동족을 잡아먹는 데 혈안이 된 성체 들실장이, 자신의 소중한 구더기실장을 한 손으로 덥석 낚아채 허공으로 들어 올린 것이다. "레... 레삐이이이익!! 오, 오네챠아아앗! 살려주는 레후!!" 극도의 공포에 질린 구더기실장은 허공에서 묽은 녹색 똥을 지리며 처절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흙바닥에 주저앉은 엄지실장은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 덜덜 떨며 짧은 팔조차 뻗지 못했다. "레... 레에... 우지챠..." 자신의 모든 것이자 유일한 가족이었던 동생이 다른 동족의 입속으로 끌려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힘없는 자들의 너무나도 참혹하고 무력한 이별이었다.
만남
답글삭제싸늘하게 식어버린 고기 파편과 녹색 얼룩. 처참하게 짓밟혀 죽은 어미의 시체 곁에서, 홀로 남겨진 앳된 엄지실장과 구더기실장 한 마리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레... 레에... 우지챠, 울지 마는 레치. 이제부터 와타치가 마마를 대신해서 우지챠를 돌보는 레치..."
보호자를 잃고 가혹한 야생에 내던져졌다는 공포 속에서도, 엄지실장은 바들바들 떠는 구더기실장을 품에 꼭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며 체온을 나누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들의 삶이었지만, 두 연약한 핏덩이들은 그렇게 서로를 유일한 세상으로 삼고 살아남기로 결심한다.
산책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배고픔에 시달리면서도 엄지실장은 제법 언니이자 보호자로서 씩씩하게 행동하려 애썼다.
어디서 주워온 커다란 나뭇잎을 양산 삼아 꽉 쥔 엄지실장은, 모처럼 은신처 밖으로 나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레츄웅~ 우지챠, 어서 따라오는 레치! 오늘은 꼭 달콤한 밥씨를 찾아내서 배불리 먹여주는 레치!"
"레후~ 오네챠 잎사귀 씨 멋진 레후! 우지챠도 열심히 영차영차 가는 레후~"
엄지실장은 구더기실장이 따가운 햇빛에 말라 죽지 않도록 나뭇잎 그늘을 만들어주며 앞장섰다. 흙바닥을 기어가는 구더기실장 역시 언니의 든든한 뒷모습을 보며 행복한 표정으로 뽈뽈 뒤따랐다. 비록 꼬질꼬질하고 위태로운 삶이었지만, 둘이 함께 걷는 이 짧은 산책의 시간만큼은 평화로웠다.
이별
그러나 무자비한 들의 생태계에서 엄지들의 덧없는 평화는 결코 오래갈 수 없었다.
산책의 끝자락, 먹이를 찾아 배회하던 굶주리고 흉포한 '성체 들실장'과 마주치고 만 것이다.
"데프프, 아주 연하고 맛있는 비상식량이 걸어 다니는 데스."
"레뺘앗...!"
거대한 성체 들실장의 자비 없는 후려치기 한 번에, 엄지실장은 저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뺨이 찢어지고 피가 흐르는 고통 속에서 멍하니 몸을 일으키던 엄지실장의 시야에 끔찍한 광경이 들어왔다. 동족을 잡아먹는 데 혈안이 된 성체 들실장이, 자신의 소중한 구더기실장을 한 손으로 덥석 낚아채 허공으로 들어 올린 것이다.
"레... 레삐이이이익!! 오, 오네챠아아앗! 살려주는 레후!!"
극도의 공포에 질린 구더기실장은 허공에서 묽은 녹색 똥을 지리며 처절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흙바닥에 주저앉은 엄지실장은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 덜덜 떨며 짧은 팔조차 뻗지 못했다.
"레... 레에... 우지챠..."
자신의 모든 것이자 유일한 가족이었던 동생이 다른 동족의 입속으로 끌려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힘없는 자들의 너무나도 참혹하고 무력한 이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