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아 시험






멍청하게 탁아를 당했다. 백엔샵에서 오는 길에 당한 것 같다. 뭐 그래도 피해는 별로 없다.
그렇게 비싼 음식 산 것 도 없고, 게다가 원래 실장석 기를 예정이었거든. 그렇지 않았으면 실장석 사육을
허가해주는 임대아파트로 이사하지도 않았다.

‘테햐아아아앗! 아마아마한 냄새인데 음식이 아닌 테치이이잇!’
‘문제는...’

비닐봉지 안에서 비닐봉지 안에서 레몬비누를 물어뜯고 거품을 물고 바둥거리고 있는 자실장의 ‘수준’이다.
나는 ‘보통’실장석을 키우고 싶다. 애오도 학대도 아닌 평범하게. 훈육은 하지만 그 외에는 상처 줄 생각없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는...

‘일단 뒤를 쫒아오고 있을지도 모를 친실장을 데리러 갈까?’

탁아의 7할 이상은 탁아를 한 친실장이 자신도 키워지기 위해 새끼의 냄새를 따라 집에 찾아온다. 탁아된
백엔샵에서 집까진 100m거리 남짓이니 확실하게 온다. 괜히 현관을 더럽혔다간 다른 주민들에게 방해가 된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그 전에 마중을 가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자실장이 든 비닐봉투를 들고 밖에 나갔다.

‘데뎃! 닝겐상! 와타시의 자랑인 자인 데스! 그 자가 맘에 든다면 와타시들도 키우는 데스!’
‘텟츄~와타시들도 오네챠와 같은 사육실장인 테치!’
‘닝겐상 크은~테치!’
‘안녕하신 테치~닝겐상’
‘배고픈 테치이...’

역시나 뒤 따라오고 있던 친실장과 네 마리 자실장. 막 태어난 듯 손바닥에 쏙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아기도
데리고 있었다. 링갈에 표시되는 문자를 보며 나는 일가를 관찰했다.

역시 틀별히 영리해 보이진 않는다. 말하는 것도 전형적인 들실장. 나한테 인사한 자실장은 다소 가망이 보이지만.

‘마마? 마마의 목소리가 난 테치! 마마! 이 닝겐상은 나쁜 닝겐인 테치! 와타시를 속인 테치!’

비닐봉지 안에서 떠들고 있는 네 녀석에겐 일없다.

‘너희 전원 기르겠다’
‘데스~웅’
‘텟츄~웅♪’

그렇게 하자마자 욕을 하던 자실장 까지 봉지안에서 아양을 떤다. 친실장을 합쳐 다섯 마리의 실장석들의 아양은
다소 시끄럽다. 특히나 부모의 것이 요란하다.

‘하지만 그 전에 사흘간 너의 자들을 테스트하겠다. 그 시험에 합격한 아기가 3마리 이상이면 부모인 너도 키워
주겠다. 하지만 합격한 녀석이 2마리 이하면 넌 불합격된 자와 함께 도로 공원행이다‘
‘테스트 데스우?’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그친 친실장. 나에게 거듭 질문하며 생각한다. 완전한 바보는 아닌가 보군.

‘3마리가 합격한 경우 불합격한 자는 어떻게 되는 데스?’
‘불합격한 녀석은 분충도에 따라 벌을 준 후 공원에 방생이다’
‘테에에에에엣!!’
‘나흘 동안 와타시들의 생활은 어떻게 되는 데스?’
‘3일간의 시험동안에는 내가 돌본다. 다만 대우에 대한 항의는 받지 않는다.’
‘밥은 나오는 데스?’
‘충분히 준다. 물론 독은 타지 않는다. 단, 거듭 말하지만 항의는 받지 않는다’
‘좋은 데스! 시험을 보는 데스!’
‘기타리는 테치! 시험에 불합격하면 공원으로 되돌아가는 테치! 마마가 사육실장이 된다 하도 불합격한 자매들은
절대 혼자 살수 없는 테치!‘
‘테에에에엥!! 헤어지는 건 싫은 테치!’
‘시험이라니~낙승인 텟츄~’

친실장은 조건을 받아들였지만 자실장들 사이에는 이견이 있는 모양. 테스트 받는 것은 친이 아니라 자들이라고?

‘시험은 자실장이 좋은 자인 것에 대한 여부’

그러나 내가 그렇게 말하니 자실장의 의견은 하나가 된다.

'정말 낙승인 테스트인 테치~'
'벌써 사육실장이 된 거나 다름없는 텟츄웅~♪'
'와타시의 노래와 춤으로 반하게 하는 테치이~'
'닝겐상! 와타시는 심부름을 잘 하는 테치!'
'테츄~항상 더 많이 대접하는 테치!'
'너희는 나의 자랑인 데스! 꼭 모두 합격하고, 가족 전원이 사육실장이 되는 데스~!‘
『 테츄~손 ♪ 』

이야기가 정리되었으므로, 나는 친실장과 자실장을 방에 데리고 간다. 그리고 먼저 욕조에 넣는다. 앞으로
사흘은 여기서 생활하는 거니깐, 위생상태가 좋지 않으면 이웃트러블로 발전할 수 있다.

‘텟츄우웅~♪ 따끈따끈 텟츄~’
‘따듯한 샤워 최고인 뎃승~’

길바닥의 생활에선 즐길 수 없는 온수목욕으로 실장석들은 신이 난다. 나는 장화를 신고, 그녀들에게 비누의
사용법을 알려준다.

‘좋은 냄새인 테치~’
‘피부가 뽀득뽀득 텟츄웅~♪’
‘닝센상도 와타시의 매력에 메로메로인 뎃스웅~♪’

나의 인내력을 시험하지 말아라...

‘차녀짱이 똥을 싼 테치!’
‘나쁜 자인 테치! 이놈이 싼 테치! 와타시가 아닌 테치!’

타일바닥을 흐르는 물에 일부 녹색으로 물든다. 역시 탈분해는가.
목욕에 익숙치 않은 실장석들은 기분이 좋고, 몸이 풀려 총배설구에서 똥을 흘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자실장
이하의 실장석이라면 더더욱. 나도 이것을 예상하고 장화를 신고 있었다.

‘테에에에....미안한 테치! 기분이 좋아져서 참을 수 없었던 테치이....와타시 불합격인 테치?’
‘아니 시험은 내일 아침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그렇진 않아’
‘텟츄?! 다행인 테치~ 닝겐상 감사한 테치!’

불안하게 떨고 있는 차녀 자실장에게 그렇게 안심시키자 여러차례 인사를 한다. 괜찮은데? 시험은 내일부터지만
첫인상이 좋다.

‘시험은 내일부터인 테치? 그렇다면 안심인 테치~’
‘테에에에...따끈따끈 최고인 테치~’
‘데스우우우~이 해방감은 최고인 데스~♪’

으앗! 다른 녀석들은 이걸 똥 싸도 된다고 받아들였고, 모두가 가랑이에 힘을 풀어버린다. 자실장, 거기에 친실장
까지?

‘정말 내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짓은 그만두고 싶다’

그 후 실장석들이 벗은 옷을 비누로 씻는다. 세탁기를 사용할 생각은 들지 않아 손빨래를 한다. 녹색물이 나오지
않게 될 때까지 빨은 후, 드라이기로 말려서 페브리즈로 탈취한다.

목욕이 끝난 후에는 방으로 데리고가서 특용 실장푸드와 콘페이토1알을 놓아준다. 행복에 겨워 마구 입에 쑤셔
넣는 실장석 일가.

옷을 돌려주며 자실장들의 두건에 1~5까지의 번호가 쓰인 라벨을 붙인다.

‘이 녀석이 장녀. 이건 차녀. 그리고 삼녀는?’
‘이 자인 데스~’

그리고 자실장과 친실장의 테스트 준비도 거의 끝냈다.

‘그럼 시험을 위해, 자실장들은 오늘부터 각자 혼자 생활한다’
‘테에에에...마마와 따로 떨어지는 테치’
‘마마~와타시 잘 지내는 테치!’
‘오마에들! 자신감을 가지는 데스! 오마에들이라면 되는 데스!’
‘넌 그 케이지에서 잔다. 불합격한 자실장은 너에게 데려다 주마’

그리고 나는 자실장들을 한 마리씩 사육장에 넣는다. 서로의 모습도 안 보이고 소리도 들리지 않게 처리했다.
수조나 골판지, 하늘색 의상케이스를 비롯해 먹이와 물을 넣는 작은 접시들과 화장실 대용의 종이상자, 이불로
쓸 수건이 들어있는 간이 사육장이다.

‘사흘 뒤에는 진정한 사육실장이 테치~’
‘혼자란 쓸쓸한 테치...마마아...오네챠...동생짱...’
‘텟츄~다른 녀석이 불합격해도 와타시는 합격할 수 있는 테치이~’
‘텟테로케~♪ 노래연습인 테치~’
‘닝겐상 자기 전에 와타시의 춤을 보여드리는 텟츄~웅♪’

너희들 이 아파트에서 너무 떠들지 말아줄래? 뭐 괜찮다. 시험을 내일부터다.



그리고 첫 날 시험이 끝났다. 현재로서는 탈락은 없다.

‘테프프프 과연 와타시의 자들인 데스’

친실장은 만족스럽게 웃지만....당연하잖아. 첫날 테스트는 간단하다.

‘화장실 이외의 장소에서 똥을 싸지 않고, 혼자 시간을 잘 보내는가’ 이것이 첫날의 시험이다.
사육실장이라면 당연히 갖춰야할 덕목. 들실장이라 해도 이 정도는 다 교육받는다.

‘내일 시험부터가 진짜다. 너의 아이가 분충인지 아닌지 그때가 되면 알게다’
‘분충 데스? 데프프프 와타시의 자들 중엔 분충은 없는 데스. 꼭 따지자면 차녀와 막내 오녀는 조금 불안하지만
장녀짱은 와타시의 자랑인 데스. 닝겐상도 맘에 드시는 것인 데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디저트인 콘페이토를 입안에 넣고 굴리는 친실장. 나는 속으로 되받는다.
너희들 실장석들이 말하는 분충과 사육실장으로서의 분충의 의미는 좀 다르다고...

자실장들이 곤히 자고 있는 사이, 펫샵에서 사온 선물을 머리맡에 하나씩 몰래 두었다.
이틑날 아침, 장녀가 눈을 뜨자,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작은 상자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선물인 테치! 와타시에게 온 선물인 테치!’

자신의 허리 정도 오는 크기의 상자는 예쁜 핑크색에 리본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뭐인 테치? 뭐인 테치? 장난감 테치? 예쁜 옷인 테치?’

설레이는 마음으로 느슨하게 맺어진 리본을 풀고 상자를 연다.

‘테에...?’

그러나 선물은 장녀가 상상한 어떤 것도 아니었다.

‘....레후? 눈부신 레후....아침인 레후? 누...누구인 레후?’

선물꾸러미에는 한 마리의 구더기실장이 있었다. 장난감도 예쁜옷도 아니라 원래 살던 공원에서 주워온
구더기 실장이다.

‘텟츄! 구더기짱이 테치! 구더기짱을 받은 테치!’

하지만 장녀는 펄쩍 뛰며 기뻐한다. 사육실장이 되는 것 정도는 아니지만 구더기는 그 전부터 원하던 것이다.

‘레후? 구더기짱 오네챠의 것인 레후? 구더기짱, 오네챠의 동생짱이 된 레후?’

이 언니가 자신의 언니인가...자신은 동생이 되는 것인가...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구더기 실장.

‘그런 테치! 그치만 다른 테치!’
‘레후?’

긍정 후의 부정. 점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구더기를 집어드는 장녀. 그렇게 잡아올리고
꼬리부터 물어뜯었다.

‘레퍄아아앗! 왜 구더기짱을 먹는 레후우우!’
‘구더기는 우리들의 친구인 테치~그래서 와타시가 맛있게 먹는 테치~’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구더기실장을 쥔 채 고기를 씹는 장녀. 입안에 넘치는 부드러운 고기맛은 콘페이토와는
질이 다르지만 별미였다.

‘계속 먹고 싶은 테치! 마마처럼 고기가 먹고 싶었던 테치!’

[구더기짱은 어려운 들생활에 있어서 짐인 데스]라며 자신들과 함께 태어난 구더기실장을 곧바로 먹은 마마같이
언젠가 자신도 맛있는 고기를 먹고 싶었다..라고 줄곧 생각해온 장녀.
들실장에게 있어 가장 흔한 것은 동족식. 맛있는 정도를 따지자면 자실장, 엄지실장, 그리고 구더기 실장 순이다.

‘왜인 레후? 구더기짱은 주인님에게 선택된 레후...레피이이이잇! 먹으면 안되는 레후! 주인님! 도와주는 레후우~!’
‘풍부한 맛인 테치! 씹을수록 육즙이 넘치는 테치! 은은한 단맛이 있어서 일품인 테챠아!’
‘레에에...에에....후우...’

파킨

몸통의 절반을 먹힌 시점에서 구더기실장은 절명했다. 체내의 위석이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깨졌는지 장녀가
씹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쪽이든 구더기실장은 머리까지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장녀의 뱃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뒤에 남은 것은 구더기 실장이 들어있던 상자와 사방에 튄 피 뿐.

‘테후우~ 배부른 테치♪’

배가 부른 장녀는 그대로 낮잠을 자기 위해 수건을 뒤집어 쓴다. 하지만 남자가 들어온 것을 보고 다시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한다.

‘닝겐상 구더기짱 잘 먹은 테치~ 정말 맛있는 고기였던 테치!’
‘그런가, 맛있었다니 다행이네’

그렇구나, 먹었구나. 그냥 레몬비누를 갉아먹을 정도로 식탐이 많은 녀석이라 바로 먹지 않을까...하고 에상은
하고 있었는데 정말 먹었구나. 이로서 장녀의 운명은 결정났다.

‘그럼 목욕탕으로 가자’
‘테에? 아침 목욕인 테치?’
‘아, 어제는 목욕 하지 않았지?’
‘그런 테치. 예쁘게 다듬은 테치’

나는 장녀를 목욕탕으로 데리고 간 후 세면기에 물을 채운다.

‘다른 자매와 마마는 어디인 테치?’
‘없어. 너만 특별하다’
‘특별 테치? 텟~츄웅~’

특별하다고 하는 감미로운 울림에 흥분한 장녀는 재빨리 옷을 벗는다. 그리고 욕조에 몸을 푹 담구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난 녀석에게 말을 건넨다.

‘머리 예쁘게 해줄테니깐 눈 감아’
‘해낸 테치~치프프프 닝겐에게 머리를 씻게 하다니 와타시는 세레브인 테치~’

분충스런 대사가 링갈에 그대로 표시되는 것도 모르고 눈을 감은 장녀의 머리에 크림을 듬뿍 찍어 바른다.
그리고 처치를 한 후에 ‘계속 눈 감고 있어’라 말한 후 뜨거운 물로 거품을 씻어내고 그대로 목욕탕을 나온다.
몸을 제대로 닦은 후 친실장이 있는 곳으로 들고 온다.

‘어이, 불합격 1호다’
‘데에에에에! 누구인 데스? 역시 둘째인 데스? 아니면 막내인 오녀?
‘테에?’

내 목소리 이외 들리는 친실장의 목소리에 놀란 장녀는 눈을 뜬다.

‘마마 테치~’
‘데데데....데에에에엣?? 오마에는 장녀 아닌데스?’
‘그런 테치~와타시인 테치! 와타시, 닝겐상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는 텟츄웅~사육실장이 된 테치! 그런데, 불합격한
바보는 어디인 테치? 치프프프‘
‘너야’
‘그런 테치~...테에?’
‘그러니깐 너라고. 니가 불합격 1호다 장녀’
‘와...와타시 테치이이이?’

놀라서 뒤로 자빠지는 장녀. 좋은 반응이다.

‘왜인 데스? 이 자는 뭘 한 데스? 이 자는 총명한 새끼인 데스! 분충이 절대 아닌 데스!’
‘내가 선물한 구더기 실장을 먹었다’
‘구더기짱 데스? 그게 뭐가 문제인 데스? 자매도 아닌 구더기실장을 먹으면 왜 분충인 데스?’

구더기는 들실장 사회에서 독라와 함께 제일 밑바닥에 위치한다. 구더기를 애지중지 기르는 들실장은 거의없고
보통 자들의 정서교육이나 교재로 쓰다가 비상식량으로 먹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태어나자마자 먹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비정하게 결단을 못내려 걸치적 거리는 구더기를 데리고 다니는 쪽이 들에게는 분충인 것이다.

피로 연결된 가족도 이럴 진대, 가족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구더기실장이 손에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먹어버려도
아무 이상 없다. 들실장 사회에서는 구더기는 먹어도 분충이 아니다.

‘하지만 사육실장으로서 구더기를 먹는 것은 훌륭한 분충이다’
‘데에에엣! 그런거 모르는 데스!’

그랬겠지

‘그래서 벌로 장녀는 독라행. 다른 자들의 시험이 끝난 뒤 공원방생이 결정되었다’
‘테에에엣? 목욕을 시킨건 와타시의 옷을 벗기기 위한 함정이었던 테치이이? 앞으로 와타시의 머리도 빼앗을
생각인 테챠아아! 마마! 도와주는 테치이이이!‘
‘....오마에는 이미 독라인 데스’
‘뭐라고 하는 테치! 그럴 리가 없는 테치. 와타시의 자랑인 머리...데에? 머리가...머리가....테챠아아아아아!!!’

면도크림까지 발라주고 구석구석 면도해주어 예쁜 스킨헤드가 되어있는 장녀. 큰 절규를 올린다.
방금 먹은 구더기와 같은 카스트로 전락했으니 그 비명도 무리는 아니다.

한바탕 절규를 지르며, 있을 리가 없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찾던 장녀는 내 손가락에 피눈물을 흘리며 매달린다.

‘미안한 테치! 미안한 테치! 먹어버린 구더기짱에게도 사과하는 테치! 이번엔 제대로 돌보는 테치! 피로 이어진
도...동생짱이라 생각하고 친절하게 대한 테치! 불합격은 용서하는 테치! 독라가 되어 공원방생은 이야 테치이이!
버리지 마는 테치이이이!‘

눈물 콧물 대변을 흘리며 필사적인 간청. 그런 장녀의 머리를 손바닥을 갖다 댄다.

‘테에...허락하는 테치? 테에에엣!’

손바닥으로 장녀를 쓸어내어 매달려 있던 그녀의 팔을 떼어낸다.

‘그럼 나는 다른 자실장의 모습을 봐야하니깐’

직접 만든 분충대기실에 엉덩방아를 찧은 장녀는 멍하니 날 올려다 본다.

‘진정하는 데스...아직 1마리가 불합격일 뿐인 데스. 4마리나 남아있는 데스. 그 중 3마리만 합격하면 와타시도
사육실장인 데스...‘
‘마...마마...닝겐상을 설득하는 테치이...와타시도 키우도록 부탁하는 테치! 옷도 되찾아 주는 테치!’

젯밥에 관심이 쏠려있는 친실장에게 애원한다. 친실장의 말투에서 보면 그동안은 우수한 장녀로서 사랑받고
있었던 터라 자신에게 도움을 줄 것을 확신했을 것이다.

‘시끄러운 데스! 똥이나 흘려대며 껴안지 마는 데스!’
‘테히잇!’
울며 달라붙는 장녀는 위로받기는커녕 친실장에게 한 방 얻어맞고 바닥에 구른다. 보기에는 그렇게 아파보이지
않지만 나름대로 데미지는 들어간 듯 해보인다.

‘마마..왜인 테치? 와타시, 좋은 자인 - ’
‘독라 분충은 좋은 자가 아닌 데스우우! 거기에 흘린 니 똥이나 청소하는 데스! 닝겐이 싫어하는 데스!’
‘테에....테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에엥!!’

둘의 대화를 들은 뒤 문을 완전히 닫는다. 괜찮은 반응이지만 지금 다른 녀석들이 들으면 괜히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뭐 머리는 박박 밀었지만 모근은 살아있으니 천천히 자라겠다만...독라 자실장이 성체가 될 때까지 공원에서
생존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자 그럼 다른 자실장들은 어떨까? 설마 전원 구더기 실장을 먹진 않았겠지?’

내가 원하는 테스트. 그것은 자실장이 분충인가를 시험하기 위해서 피가 연결되지 않은 구더기 실장 한 마리를
선물하는 것이다.

갑자기 주어진 구더기 실장에 대해 자실장이 어떤 태도를보이느냐에 따라 분충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일년
전에 구입한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난 원래 관찰파로서 그 동안 들실장을 관찰하기만 했지, 사육한 적은 없다. 그러나 친척이 기르는 사육실장을
관찰하면서 나도 직접 키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가까이에서 실장석을 관찰하고 싶다. 좀 갖고 놀거나, 싸구려 초밥으로 ‘올리고’ 감동시키고, 재주를 가르쳐
보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면 실장석들의 개체 차이를 직접 관찰해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나는 실장석 사육의 결심을 굳혔다. 자체적으로 정보를 모았고, 심지어 사육실장 세미나까지
갔다왔고, 최근엔 아예 이사까지 했다.

샵에서 구입하는 것은 지양한다. 이미 다른 사람이 개입한 이상 관찰의 흥미가 떨어진다. 가능하면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는 멍청하고 솔직한 자실장이 바람직하다. 그런 때의 어린 녀석을 찾아왔다.

그러나 최소한의 훈육은 되어있어야 장기적으로 드는 돈이 절약된다. 그래서 내가 이런 테스트를 하는 것.
역시나 분충은 키우고 싶지 않다. 분충은 멀리서 관찰하는 것은 좋지만 키우는 것은 질색이다. 그래서 여기저기에서
모은 정보를 토대로, ‘구더기실장 선물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다. 덧붙여 시험에 사용한 구더기는 어제 퇴근길에
사온 다섯 마리 삼백엔짜리 구더기실장이다.

우선 구더기를 먹는 녀석은 사육실장으로서 탈락이다. 먹이를 충분히 주고 있는데도 동족식을 한다는 것은 욕망에
우선한다는 뜻이기에 분충일 확률이 높다. 훈육과 조교에는 제법 자신있다만, 일일이 붙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할
여유는 없다. 따라서 장녀는 아웃이다.

벗긴 실장옷은 나중에 공원의 독라에게 준다. 좋은 관찰이 되겠지.

그런데 친실장도 언급했던 ‘불안한’ 차녀의 차례다만...

‘닝겐상! 누군가가 구더기짱을 선물로 준 테치!’

사육장을 들여다보면, 차녀가 구더기짱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구더기도 ‘레후~’하고 울고 있었고
혈색도 좋아보인다.

‘닝겐상, 이 구더기짱을 동생으로 삼아도 좋은 테치?
‘구더기짱 오네챠의 동생이 될 수 있는 레후?’
‘....잘 돌보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괜찮단다’
‘해낸 테치~♪ 닝겐상 감사한 테치~!’
‘레후~와타시도 기쁜 레후~레에에~어지러운 레후우~’

빙글빙글 춤추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차녀와 눈을 돌리고 있는 구더기실장. 음 이건 괜찮은 반응이다.

구더기를 소중히 다루며 주인에게 확인받는다. 거기에다 ‘여동생’으로 삼고 싶다는 애정깊고 솔직한 개체는
사육실장으로서 적절하다. 사람은 물론 다른 실장석들과 교류도 원활할 것이란 뜻. 키우기도 쉬울 것이다.

‘음...차녀 정도면 합격이야...’

삼녀의 경우.
‘닝겐상 누군가가 구더기짱을 버리고 간 테치. ᄈᆞᆯ리 버리고 싶은 테치’
‘레에에...구더기짱 쓸모없는 구더기인 레후? 버려지기 싫은 레후...’

구더기실장을 먹진 않았지만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 쑥쓰러워서 이러고 있다면 괜찮지만...

‘그 구더기짱은 누군가의 선물일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좋겠어?’

확인차 그렇게 물었더니 삼녀는 주저없이 ‘상관없는 테치’라고 수긍한다.

‘와타시인 구더기짱을 먹는 분충은 아닌 테치. 닝겐상의 사육실장에 걸맞는 좋은 새끼인 테치. 그래서 구더기짱
따윈 필요없는 테치‘
‘레에에에엥!! 레에에에엥!! 버리는 것도 먹히는 것도 싫은 레후! 주인님 도와주는 레후!’
‘알았다...하지만 그 구더기는 당분간 니 방에서 데리고 있으렴. 나중에 찾으러올게’

나는 상자 속에서 울먹이는 구더기실장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살짝 쓰다듬어 진정시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삼녀가 구더기 실장에 정말 무관심하다면 사육실장으로선 그저 그렇다. 주인에게 충실하고 1마리만 키운다면
사육해도 문제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나, 다른 사육실장과 교류하는 것을 감안하면 동족에 대한 무관심과
차별의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화근이 된다.

안 그래도 여기는 실장석 사육이 가능한 아파트다. 구더기를 키우는 주민도 얼마든지 있다.

일단 삼녀가 내 앞에서 허세를 부리며 구더기에게 관심없는 척하는 가능성을 확인해야 겠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구더기를 돌봐준다면 중간에서 합격으로 격상. 하지 않는다면....

‘분충으로 확정이다. 그래도 음...구더기를 죽이지만 않으면 독라행은 면하게 해주지’


사녀의 경우

‘구더기짱을 받은 테치! 길러도 되는 테치? 길러도 되는 테치?’

일단 첫단계는 합격, 먹어도 상관없지만...

‘레...레훼에에에에에....따끔따끔 싫은 레후....’

구더기 실장이 너덜너덜하다. 멍투성이에 찰과상까지 있따. 어쨌든 사녀는 구더기 실장을 먹고 있지는 않지만
장난감으로서 갖고 싶은 모양이다.

자실장이 완전히 우위에 서는 생물은 구더기 실장밖에 없다. 그래서 여동생으로서가 아닌 애완동물 내지는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으로서 구더기 실장을 데리고 다니는 자실장도 적지않다.

물론 사육실장으로서 적성은 꽝. 구더기 실장을 먹는 정도는 아니지만 괴롭히는 것은 곤란하다. 다른 실장석과
단 둘이 남겨졌을 때 힘이 약한 개체를 괴롭힐 수 있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사육실장과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다.

‘...그 구더기짱은 약해서 안 된단다. 나중에 더 건강한 구더기짱을 주마. 그것보다 목욕시간이야’
‘목욕 테치? 지금 가는 테치이~♪’

일단 옷만 몰수하고 머리는 참아준다. 공원에 돌아온 후 열심히 자력으로 새옷을 찾으렴. 동족의 시체에서 벗기든가
하렴.

오녀의 경우.

‘닝겐상! 구더기짱 선물 고마운 테치! 와타시 좋은 테치! 길러도 좋은 테치? 키워도 좋은 테치?’

솔직히 바보가 아닌가 싶었는데 의외다. 구더기실장을 선물한 것이 나라는 것까지 간파한다.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 것인가 아니면 직감이 날카로운 것인가

‘레후~레후~ 구더기짱 열심히하는 레후~’

구더기 녀석도 데굴데굴 구르며 좋아한다. 잘 돌봐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럼 좋겠구나. 그 구더기짱은 네가 잘 돌보렴’
‘네 테치~’
‘레후~♪’

구더기 실장을 ‘길러도 좋냐’고 묻는 경우, 사육실장으로서 합격이다. 구더기 실장을 애완동물로 키우고 싶다라고
하면 적당히 애정깊은 개체. 극도의 구더기 애호파가 없는 한 키우는 데 문제는 없다.

만약 ‘길러도 좋냐’고 물은 이유가 자신이 길러지고 있는 입장을 이해하고, 이 구더기를 자신과 똑같이 기른다는
뜻으로 물은 거였다면 그야말로 대환영. 자신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는 녀석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기대되는
녀석이다.

‘정말 구더기를 잘 돌보는지 오늘과 내일 중으로 관찰한다’

시험 결과 합격을 선고 받은 것은 차녀와 오녀뿐이었다.

‘테에에에...마마...오네챠...동생짱...’
‘차녀 오네챠 기운을 내는 테치’
‘레후~오네챠 울면 안되는 레후~’
‘레후레후레후 좋은 레후~’
‘후끈후끈 레후....아픈 곳이 화끈거리는 레후...’

다섯 마리 자실장 중 합격은 2마리 뿐. 따라서 친실장과 세 마리의 자실장은 공원방생으로 결정.
차녀와 오녀는 불합격한 녀석들의 구더기도 모두 받게되었다.

사는 곳도 커다란 수조로 옮기고, 먹이통과 식수대도 새롭게 단장한다. 이불도 낡고 푸석한 수건에서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운 수건으로 바뀌었다. 사육실장의 증표인 목걸이는 아직이지만 대신 예쁜 실장옷과 리본을 주었다. 거기에
오늘 밤은 시험합격 축하파티로 진수성찬을 차려줄 예정.

들실장에서 사육실장으로. 그것도 학대파가 아니라 (전 관찰파)애호파 주인이다. 기쁨으로 빵콘해도 용서가 될
수준의 행운이다.

그러나 공원에 돌아가야 하는 친실장과 자매들의 일을 생각하면 솔직히 기쁘지 않다. 자신들이야 사육실장으로서
예의범절이나 룰을 지키고 있으면 안락한 생활이 보장되지만, 다른 가족들은 어려운 환경의 공원에서 척박한
생활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닝겐상...아니 주인님도 말했던 테치. 마마들은 사육실장으로 재능은 없어도 들에서 살아가는 재능은 있다고 한
테치. 그래서 공원에 돌아가도 괜찮은 테치‘
‘그리고 오늘 몫의 밥도 포장해준다고 한 테치’
‘...그런 테치. 마마들이라면 괜찮은 테치. 오녀의 말대로인 테치’

마마와 튼튼한 자매들이라면 공원에서도 잘 날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분명 새로운 주인님을 찾아낼 것이다.
주인님과는 맞지 않았지만 마마들이라면 이 실패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아, 마마들인 테치!’

차녀는 고개를 든다. 마침 주인님이 친실장 일행이 든 상자를 들고 나가고 있었다.
보면 상자 속 친실장과 자매들은 미친 듯이 손을 흔들고, 깡충깡충 뛰고 있다.

[와타시들은 괜찮은 데스~ 이것으로 작별인건 슬프지만 너희들은 주인의 말을 잘 듣는 사육실장인 데스~]
[여동생짱! 와타시들은 불합격해도 아무일 없는 테치!]
[공원에 돌아와도 사이좋게 지내는 테츄!]
[안녕 테치~와타시들도 사육실장이 되어 다시 만나는 테치!]

방음가공의 유리창이라 아무것도 들리지 않지만, 차녀와 오녀는 친실장들이 이별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들에게
위와 같은 격려의 말을 건네고 있다고 확신한다.

‘할 수 있는 테치! 와타시들은 좋은 사육실장인 테치!'
'마마! 주인님을 힘내게 해주는 춤을 추는 테치! 와타시, 열심히 하는 테치!‘
‘마마 안녕 레후~’
‘마마 레후? 구더기짱들의 마마인 레후?’
‘모르는 레후....기억이 안 나는 레후’
‘프니프니가 좋은 레후~’



‘오마에들! 닝겐을 설득하는 데스! 와타시도 키우도록 설득하는 데스! 오마에들만 행복하게 된다니 용서할 수
없는 데스!‘
‘테치이이잇! 왜 저 녀석들만 사육실장이고, 와타시는 독라인 테치? 왜인 테치이이잇! 구더기짱 이제 안 먹는 테치!’
‘테에엥...구더기짱을 못 먹어서 불합격이라니 이상한 테치! 게다가 옷까지 뺏긴 테치! 닝겐상! 적어도 옷은
돌려주는 테치이이잇!‘
‘이 닝겐상은 와타시의 매력을 알아채지 못 한 테치. 와타시는 머리도 옷도 있는 테치. 반드시 반드시 다른
닝겐에게 선택되는 테치‘

‘역시 네무리 스프레이를 쓸걸 그랬나’

나는 잠시 멈춰 친실장들이 들어있는 케이스에 노즐을 넣고 스프레이를 뿜는다. 바로 코를 골기 시작하는 분충과
친실장.

‘관찰대상이로선 좋지만, 키우는 건 사양하고 싶어’

그렇게 말하며 차 트렁크에 싣고 닫는다. 나중에 이 녀석들이 냄새를 더듬어 돌아오지 않도록 일부러 머릴
돌아가서 방생할 예정이다. 물론 스프레이로 냄새를 지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자 그럼 이제 사육실장의 관찰, 공원의 관찰이 동시에 가능한 것인가? 재미있겠군’

음...후자의 경우에는 며칠 안에 일가전멸이라는 결과가 가능성 높지만 말이야.

일단 거처로 사용할 수 있는 골판지에 GPS추적장치와 관찰파용 링갈기능이 추가된 마이크, 미니카메라를
설치한다. 그리고 얼마간의 실장푸드, 녀석들이 쓰던 수건과 천조각, 헌 신문을 놔두고, 심지어 수돗물이 든
페트병까지 놓는다. 상당한 서비스다. 심각한 바보 아니면 당장 전멸은 하지 않을 것이다.

사흘 동안 따듯한 목욕, 깨끗한 집, 맛있는 실장푸드에 콘페이토까지 맛 본 녀석들이 들생활로 복귀가 가능할런지는 의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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