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실장 독립준비 공원


[주인사마 와타시는 자를 가지고 싶은데스.]

일요일 아침 철웅이 단잠에서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는데 사육실장인 초록이가 다가와서 자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흠....... 초록이도 이제 독립해서 집밖에서 살고 싶은가 보구나."

[데헥! 그게 무슨 소리인데스. 와타시는 사육실장인 데스.]

철웅의 말에 충격받았는지 초록이는 입에서 침을 튕기며 자기가 사육실장이라고 어필했다.

"무슨소리야? 초록아. 네가 자를 가지면 친실장이 되어서 가장이 되는거잖아. 가장이 되면 당연히 독립되어야지. 계속 여기에 눌러살면서 나한테 기생해 살겠다는 거야? 태어날 자들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아니면 나한테 자들의 교육과 솎아내기까지 전부 위탁하겠다는 거야?"

[그... 그건 아닌데스.]

"그렇다면 독립해야 겠네"

철웅의 말이 먹혔는지 초록이는 이러지러ㅣ 눈을 굴리다가 말했다.

[그런 데스. 독립하는데스. 그런데 독립하면 베란다에서 살게 되는 데스?]

"독립하면 당연히 집밖 공원에서 살아야지. 가장이 되었으니 먹을것과 마실것을 전부 스스로 구해야 하고 나한테 의지하면 안된다. 네가 독립하면 나는 새로운 자실장을 사서 키울거니까."

[그.... 그건 들실장인데스. 그리고 주인사마의 사육실장은 와타뿐인데스. 다른 실장석을 키우면 안되는데스.]

"하....... 자를 가지는 것은독립한다는 거고 독립하는 것은 나의 비호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니 당연히 들실장이 되는거지. 그리고 니가 독립해서 비는 자리를 다른 자로 채우는 것은 당연하잖아."

초록이는 철웅의 설명에 충격받았는지 얼굴이 새하얗게 된 상태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초록이는 자를 포기하는데스. 귀찮게 해서 죄송한데스.]





실장석을 기르는 사육주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사육실장이 임신하더니 말을 안들어요. 분충이 되었어요."

그런데 이건 당연한거다.

사람으로 치환해서 생각해보면 당신이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가 자신만의 가게(자를 가짐)를 가져서 독립(친실장이 됨)했는데 전에 일하던 가게 주인이 "내가 선배니까 지도해줄게"라고 사사건건 간섭한다면 당연히 반발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실장석이 자를 가지는 것은 독립을 뜻하고 독립했기에 실장석은 자신을 주인과 동등한 상대로 보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간섭을 거부하기 때문에 사육주 입장에서는 갑자기 분충화된 것으로 보일수밖에....

엄격한 훈육으로 동등한 상대가 아니라고 인식시켜도 보스실장 정도로 보기 때문에 [오마에게 시키는 일은 하는데스. 그대신 와타시의 나와바리(집과 자들)에게는 간섭하지 마는 데스]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사육주 입장에서는 "이녀석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전부 나한테 의존하면서 간섭은 거부한다고?"라고 억울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사육실장은 태어나자마자 필요한것을 사람에게 얻어왔기 때문에 [주인사마가 와타시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은 당연한데스]라고 생각한다.

뭐...... 이건 실장석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애완동물이나 어린아이도 마찬가지니 실장석을 탓하지는 말자........

하여튼 출산욕구와 마찬가지로 <자를 가지기 위한 독립>은 실장석의 본능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것을 이용하면 실장석이 자를 가지는 걸 억누를 수 있다.

기존의 "자를 가지면 안된다"에 비해 "자를 가지면 독립해야 하니 들실장이 되어서 살아야 한다"는 실장석의 본능이 시키는 것을 적용하기 때문에 머리나쁜 개체도 쉽게 <자를 가진다 = 독립한다 = 들실장이 된다.>의 상관관계를 이해해 자를 가지는 행위의 댓가를 확실하게 알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자를 가지는 것은 실장석의 본능중 최우선 사항이다보니 이렇게 억눌러도 머지않아 [들이 되더라도 자를 가지고 싶은데스]라고 결심하는게 이럴때 사용하는게 <사육실장 독립준비 공원>이다.





"초록아 잘지내렴. 그리고 초록이를 잘부탁드립니다."

철웅은 [들실장이 되더라도 자를 가지고 싶은 데스.]라고 말하는 초록이를 사육실장 독립준비 공원에 데려와 공원관리인에게 맏겼다.

"저희만 믿어 주십시요."




공원관리인은 초록이를 공원안쪽으로 들고가서 한 골판지 상자 앞에 내려놨다.

"이게 네가 살 집이다."

[데......... 너무 허름한데스. 와타시는 테치카 성이 아니면 잘 수 없는데스.]

초록이가 허름한 골판지상자에 놀라며 불평을 토해내자 관리인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소리를 질렀다.

"웃기지마! 너는 들실장이다. 들실장은 들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집을 짓는게 당연하지. 불만있으면 알아서 토굴파서 살아라"

[죄송한데스. 와타시가 잘못한데스. 그걸 가져가면 와타시는 살데가 없는데스. 제발 가져가지 말라는 데스.]

관리인이 화를 내면서 허름한 골판지상자를 들고가려하자 초록이는 색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관리인의 다리를 잡고 애원했다.

"좋아. 이번만은 봐주마. 하지만 다음은 없다."

초록이가 필사적으로 애원하자 관리인은 화가 누그러졌는지 골판지 상자를 다시 내려놓았다.





[데........ 지저분한데스. 아무것도 없는데스.]

관리인이 가버린뒤 초록이는 골판지 상자안으로 들어가면서 [겉만 초라한 것인데스. 주인사마가 와타시를 위해 남겨놓은 세레브한 가구가 있는데스.]라며 행복회로를 돌리며 안을 살펴봤지만....... 운치자국이 있는 지저분하고 텅빈 골판지 상자였다.





1주일후

초록이는 그럭저럭 공원에 적응 했다.

집에 있을때처럼 늦잠자면 먹이터의 먹이가 치워지기 때문에 일찍일어났다.

집에 있을때처럼 안아서 옮겨주는 주인사마가 없기 때문에 500M떨어진 먹이터까지 스스로의 다리로 왕복하며 먹이를 가져왔다.

집에 있을때처럼 [맛없는데스]라고 투정부려봐야 달래주는 주인사마가 없기 때문에 맛업는 하급 실장푸드를 꾸역꾸억 먹었다.

초록이 이후에 들어온 다른 사육실장이 적응하지 못하고 발광하다가 관리인에게 잔혹하게 처형당하는 것을 보며 규율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렇게 적응했기에 출산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초록이는 출산용으로 공원에 춘비된 개울가에 누워 배에 힘을 넣었다.

[텟데레~~ 마마 와타시가 태어난 테치]

[테데레~~ 마마 점막을 제거해달라는 테치]

[텟데레~~ 세상의 주인인 와타시가 태어난 테치]

[텟데레~~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테치]

맛없는 하급 실장푸드지만 충분한 양이 공급되었기에 영양이 고르게 분배된 자들은 전부 자실장으로 태어났다.

[데~~ 드디어 와타시도 마마가 되는 데스. 앞으로도 많은 자를 낳아 세상을 와타시의 자로 채우는 데스.]

자가 태어나 점막이 마르기 전 가장 중요한 시간인데 처음 출산하는 초록이는 자로 가득찬 미래를 생각하며 행복회로를 돌리자 자실장들은 초조해서 초록이를 재촉했다.

[마마! 어서 와타시타치의 점막을 제거해 달라는 테치!]

[똥마마 뭐하는 테챠!!!!!!]

[오마에! 와타시의 점막을 제거하라는 테챠!!!!!!!!!!]

[와타시가 구더기가 되면 우주의 손해인 테챠!!! 어서빨리 와타시의 점막을 없애라는 테챠!!!]

하지만.......

[데프픗~~ 와타시의 세레브한 자들을 보면 주인사마도 "초록아 내가 잘못했다"면서 도게자하고 와타시와 자들을 데려갈 것인데스.]

초록이는 여전히 행복회로를 돌리는 중.........

[뭔일인지 모르겠지만 와타시 화나는 레후~]

[프니프니가 필요한 레후]

[와타시는 세레브한 꿈을 꾼거 같은 레후]

[레훼에에엥~ 이유는 모르지만 슬픈레후]

초록이가 정신차렸을때에는 저실장 4마리가 개울가에 기어다니고 있었다.

[왜이렇게 된 데스. 구더기로는 주인사마를 메로메로시킬 수 없는 데스. 이상태로라면 다시 사육실장이 되지 못하는데스.]






1주일후

[프니프니를 요구하는 레후~]

[마마의 프니프니는 시원찮은 레후~~]

[프니! 프니! 프니! 프니잉~]

[왜 프니프니 안해주는 레후?]

[왜 프니프니를 하루중일 요구하는 데샤!!! 와타시도 쉬고 싶은데샤!!!]

초록이는 저실장 4마리를 기르느라 육아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뭐......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게 힘든일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보살핌만 받던 (전)사육실장이 처음으로 남을 보살피는데다가 손이 많이가는 저실장 4마리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던 초록이의 눈에 관리인이 보이자 초록이는 충동적으로 골판지 상자를 뛰쳐나가 관리인에게 달려갔다.

[마마 프니프니하다 어디가는 레후?]

[육아방기인 레후? 고소하는 레후! 콩밥먹이는 레후!]

[똥마마는 프니프니도 못하는 병신인 레후]

[프! 니! 프! 니! 프! 니! 프! 니!]



그렇게 달려간 초록이는 관리인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말했다.

[와타시가 잘못생각한데스. 자를 가져봐야 전혀 행복하지 않는데스. 두번다시는 자를 가지지 않을테니 주인사마에게 연락해주는 데스.]

초록이가 말하는 것을 들은 관리인은 초록이에게 말했다.

"네 주인에게 연락해줄 수는 있어. 하지만 조건이있다."

[무었인데스?]

"불임 수술받는거다."

[데헥........... 그..... 그건.......]

"지금은 자를 키우기가 짜증나서 [자는 필요없는데스]라고 말하지만 주인하고 편하게 살면 다시 [자를 낳고 싶은데스]하면서 주인에게 폐를 끼칠거잖아."

[와... 와타시는 그런생각하지 않는데스.]

"웃기네. 불임수술받기 싫어하는 것만봐도 미래가 뻔히 보이는데? 불임수술 안받으면 주인에게 연락안한다. 그리고 이공원에는 1달만 있을 수 있으니 2주후면 너는 진짜 공원에가서 동족식하며 운치퍼먹는 들실장들과 살아야 하는 걸 기억해둬라."

초록이는 육아에 지쳐 [자는 필요없는데스]라고 말했지만 진심으로 자를 포기한게 아니었기에 <불임수술>받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받지 않으면 다시 사육실장이 될 수 없는데다가 2주후에는 지금처럼 교양있고 예의바른 (전)사육실장들과 지내는게 아니라 야만적이고 잔혹한 들실장들과 살아야 한다는 것에 좌절하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불임수술을 받는데스.]

"잘 생각했다."





사육실장들은 자를 기르는 어려움을 모르기에 [자를 기르기 위해서는 뭐든지 희생할 수 있는데스]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사육실장 독립준비 공원에서 주인의 도움없이 자를 기르게 하면서 <자를 기르는 어려움>을 몸으로 느끼게 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불임수술을 받게해 예전에는 100% 처분되는 임신한 사육실장의 30%가 다시 주인과 살수 있게 되기에 애호파들이 애용하고 있다.








물론 30%가 주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70%는 폐기된다는 뜻이다.

"사육실장 독립준비 공원인데요. 맏기셨던 사육실장이 불임수술받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네요."

"어?? 새로 하나 샀는데요? 이제 필요없으니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흠... 이녀석 학대파에게 넘겨도 되나요?"

"상관없어요."

초록이는 회의모드로 방안에 울려퍼지는 전화통화에 정신이 멍해졌다.

자기가 자를 포기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는데 주인이 자기를 거부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귀엽고 세레브한 자신을 버린다는 말에 [데프픗~]하며 헛웃음이 나왔다.

학대파에게 넘겨도 상관없다는 말에 분노했다.

[무슨소리인 데샤!! 와타시같이 귀엽고 세레브한 사육실장을 버리다니 눈이 달려있는데샤!!!]

"무슨 소리야? 자실장일때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넌 역겹게 생겼어. 키우던 녀석이다보니 책임감을 가지고 키우고 있었던 것뿐인걸 몰랐구나~~ 그럼 학대파에게 가서 학대용 사육실장이 되어 잘살렴~~"

뚝

[웃기지 말라는 데샤!!!!!!!!!!!!!!!!!!!!!!!!!!!!!!!!!!!!!!!!!!!!!!!!!!!]






<사육실장 독립준비 공원>은 맏겨지는 사육실장을 속이기 위한 이름이고 진짜이름은 <사육실장 재활용 공원>이다.

폐기되는 사육실장중 갱생의 여지가 있는 사육실장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 위한 공원이기에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녀석들은 전부 폐기된다.

[마마!!!]

[와타시의 자에게 손대지 말라는 데샤!!!!!!!!!]

그렇기에 공원생활에 잘적응한 녀석들일 수록 죽을 수밖에 없는게 <사육실장 독립준비 공원>의 역설이다.








와타시가 낳는 자는 한마리인 데스


떡잎시 두루마리 공원, 봄이되어 임신한 들실장들이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다.

[데프픗 와타시의 배안에는 자 8이 자라고 있는 데스. 우승은 와타시의 것인데스.]

불룩투어나온 배를 자랑하는 들실장이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다른 들실장들이 비웄었다.

[웃기는 데스. 와타시의 배안에는 12마리의 자가 있는데스. 8마리로 깝치지 말라는 데스.]

[12마리라니 겨우 그정도로 자랑하는데스? 와타시는 14마리가 배안에 있는데스.]

여기 모인 들실장들은 지난주에 애호파들이 푸드를 뿌리며

"가장 세레브한 자를 임신한 들실장을 찾고 있다. 다음주에 여기 모인 들실장중 가장 세레브한 자를 임신한 들실장을 선발해서 세레브한 실장복과 콘페이토를 주겠다."

라고 말한 약속때문에 모인 임신 들실장들인 것이다.

이렇게 서로가 [와타시의 배안에 자가 더 많은데스. 그러니 와타시의 자가 더세레브한데스.]등의 말을 하며 다투고 있는데 분홍빛 사육실장복을 입은 임신한 사육실장이 그쪽으로 걸어와 [데프픗]하며 비웃었었다.

[사육분충은 뭐가 잘났다고 웃는 데샷!]

꼴보기 싫은 사육분충이 자기들을 비웃자 열받은 임신 들실장들이 화를 냈지만 임신한 사육실장은 웃기만 할뿐이었다.

[오마에들 뱃속의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로 다투는 데스? 와타시의 앞에서 그딴걸로 다투다니 우스운 데스]

[그러는 오마에는 뱃속의 자가 얼마나 많기에 그토록 자신만만하는 데샷!!!!]

임신한 사육실장의 비웃음에 들실장들이 분기탱천해서 둘러쌋지만 임신한 사육실장은 여유있는 모습으로 말했다.

[와타시의 뱃속에는 자가 1마리만 있는데스.]

[데프픗! 겨우 한마리만 임신한 데스?]

[분대에 문제가 있는 불쌍한 병신인 데스]

[데프프!!]

주변을 둘러싼 임신 들실장들이 비웃어 댔지만 임신한 사육실장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하지만 와타시의 자는 사육실장인 데스. 데프픗]

임신한 사육실장은 말을 마친후 뒤를 돌아 자신의 주인에게 걸어갔다.

[데샤!!!! 인정할 수 없는 데샤! 와타시의 자는 사육실장이 될것인 데샤!!!]

[맞는데샤!!]

임신 들실장들이 질투에차 내뱉는 노성을 등지고 여유있게 자신의 주인에게 걸어온 임신한 사육실장은 실장석 우리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사마 공원산책은 끝난데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데스.]

"무슨소리야? 임신하지 말라고 했는데 멋데로 임신한 너를 보건소에 맏기기 전에 마지막 정으로 공원산책 시켜준건데? 이제 보건소 가서 살처분받아야지."

[그... 그게 무슨 소리인 데샤!!!! 와타시와 와타시의 자는 사육실장인 데스 키움받을 권리가 있느데스]

"웃기지마라 병x아."



PS. 공원안 임신 들실장을 모았던 애호파의 정체는 "간단한 속임수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멍청한 분충"을 솎아내는 시청 공무원들이었기 때문에 임신 들실장들은 모두 구제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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옜날에 읽은 이솝우화에서 돼지같은 동물들이 "나는 새끼를 이렇게 많이 낳는디"고 자랑하는데 사자가 와서 "나는 새끼를 1마리만 낳지만 그 새끼는 사자다"고 말하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쓴데스.








골판지 상자


무관심파가 들실장에 대해 착각하는 것중하나가 "들실장은 골판지 상자안에서 산다"일 것이다.

뭐... 틀린것은 아니다. 큰공원을 살펴보면 골판지 상자로 만들어진 실장석 집이 곳곳에 보이니까.

하지만 공원에 사는 모든 실장석의 수와 골판지 상자 집의 수를 비교해보면 골판지 상자에서 사는 실장석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알게된다.


잠깐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게 키가 30~40CM정도인 실장석이 높이가 자기 키보다 높고 넓이는 몇배나 되는 골판지 상자를 가져와서 접어 집을 만드는 것은 난이도가 엄청나다.

이렇게 골판지 상자를 가져오는 것도 힘들고 집을 짓는것도 힘둔데. 유지보수도 엄청 어렵다.

골판지 상자는 골판지, 즉. 종이로 되어있기 때문에 비에 엄청나게 취약하다.

그래서 비닐등으로 골판지 상자를 덮어야 하는데 그렇게 큰 비닐은 도시에서는 버리지는 경우가 없고 버려져있다해도 가져오는게 힘들다.

차선의 방법으로 비닐봉투를 여럿 겹친다음 돌로 눌러 방수를 해야 하는데 편의점 봉투가 재산의 하나로 계산되는 실장석 사회에서 찢어지거나 구멍이 나있다해도 집밖에 노출된 비닐봉투를 훔쳐가는게 당연하다.


정리해보면 제대로 만들어진 골판지 상자 집을 가지고 있는 친실장은

1. 골판지 상자로 집을 지을 노동력과 손기술을 가지고 있다.

2. 방수재를 도난당하지 않을정도의 힘과 실장석 사회안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상위 5%의 세레브 들실장이라는 뜻이다.


물론, 돈없는 사람이 명품대신 짝퉁을 들고다니는 것처럼 실장석들도 세레브한 생활의 상징인 골판지 상자 집을 허접하게나마 가질려는 녀석들이 있고 그런 녀석들이 만드는게 공원입구쪽에 몰려있는 골판지 상자집락이다.

공원안까지 안전한 곳까지 가져올 체력과 힘이 없다보니 "공원 안"으로만 가져와서 사람눈에 잘보이는 곳이 집을 짓는다.

방수대책을 할능력이 없다보니 방수없이 살아 비만오면 무너지는 골판지 상자로 만족한다.

조금만 머리를 굴려봐도 자기목숨을 줄이는 바보같은 행위란 것을 알게될텐데 실장석 특유의 허영심때문에 [와타시는 세레브한 골판지 상자에서 사는 데스.]라는 생각으로 목숨을 줄이고 있다.


(이것까지 합쳐도 골판지 상자 집을 가지고 있는 실장석의 수는 60%가 안된다.)





"뭐, 그런 멍청한 녀석들이다보니 이렇게 가지고 놀 수 있는거겠지만."

[데챠!!!!!]

[데데데 뎃샤!!!]

[테에에엥!!!]

[데프픗]

[데데데스]


겨울은 현명한 실장석들에게 가장 위험한 계졀로 봄 여름 가을은 잎이나 수풀로 골판지 상자가 가려지지만 겨울이 되어서 잎이 떨어지고 풀이 시들면 숨겨놨던 골판지 상자가 눈에 띄어 습격당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챱챱챱챱]

[데...... 데에엥 데에엥]

[데프픗! 데데 데샤!]

[데데뎃!]

[뎃승]


내가 하고 있는 것은 공원입구에 골판지 상자 집을 지은 (월동준비를 실패한) 멍청한 녀석들을 콘페이토로 모은다음 "너희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을때 따뜻하고 배부르게 겨울을 보내고 있는 녀석이 있다. 그녀석은 너희들이 가져야할 것을 훔쳐간 녀석이다."라고 선동한다음 겨울이 되어 위장이 풀린 골판지 상자 집으로 데려온 것뿐이다.

그결과는 지금보고 있는 대로다.

[데.......... 뎃스(어째서 이렇게 된데스.)]

[테챠아!!!!!(오바상 와타시는 먹는게 아닌데스.)]

[데프픗!(똥분충의 자지만 맛있는 데스.)]

[데샤!!!!!(이집은 와타시의 것인 데스. 다들 꺼지란 데샤!)]

[데에엑! 데데샤! (웃기지 말란데스. 이건 와타시의 집인 데스.)]

[데데뎃샤샤샤! (와타시가 가지지 못한다면 전부 파괴해 주겠다는 데스.)]


월동준비를 끝낸 일가는 들실장들의 습격에 전부 일가실각 당했고 남은 골판지 상자를 두고 들실장들 끼리 싸우는 중.

이럴 경우 십중 팔구는 골판지 산자와 월동용 보온재가 갈갈히 찢겨져서 아무도 못쓰게 되지.


"그럼 공원 청소를 시작해볼까."

나는 골판지 상자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 들실장들을 두고 공원입구로 돌아와 골판지 상자를 접어 쓰레기통에 담기 시작했다.

후드득

[테........]

[테샤!]

[레후에엥]

월동준비에 실패한 녀석들이다보니 배고픔에 지쳐 자를 잡아먹었는지 골판지 상자안에서 나오는 것은 얼아만되는 쓰레기 뿐이고 자실장이나 반건조상태로 살아있는 구더기 육포같은게 나오는 것은 3집에 하나정도.

여름이라면 자실장들이 튀어나와 시끄럽게 굴면서 투분해서 짜증나게 만들었겠지만 지금은 그런게 없어서 공원입구앞 골판지 상자 정리가 10분만에 끝났다.

"그럼 잘살아보렴 들실장들아"

이제야 돌아왔는지 집으로 걸어가는 내 뒤에서 들실장들이 우는 소리를 들렸다.

[데샤!!!!!!!!!!!!!!!!]

[데에에엥!]

[데데데 데스]

[데프데프데데스]

남을 즐겁게 유린하던 녀석들이 자신도 유린되는 입장인걸 알고 지르는 이 비명은 정말 최고다. 진짜 이거때문에 학대를 끊을 수 없다니깐.

나는 뒤돌아서서 나의 즐거움을 위해 오늘 수고 해준 녀석들에게 마지막 충고를 해주고 집으로 걸어갔다.

"오늘 처럼 월동준비를 마친녀석들을 습격하면 목숨을 몇일연장할 수 있을거야. 힘내렴!"








길실장의 생애 - 짓소 캐쳐 외전


[오로롱 오로롱]

겨울이 깊어가는 떡잎시의 골목길에 있는 대형쓰레기 더미틈에서 성체실장이 손으로 입을 막은채 피눈물을 흘리며 흐느껴 울고
있다.

[장녀가 죽은데스. 한번도 배불리 먹여보지 못한 장녀가 굶어죽은데스. 이번에도 자를 독립시키지 못한데스.]

친실장을 더 슬프게 만드는 것은 슬픔의 울음조차도 닝겐에게 들키지 않기위해 억눌러야 한다는 사실었이다.




친실장은 구정물속에서 태어났다.
마실물조차 부족한 길에서 유일하게 고여있는 물인 바닥에 고여있는 구정물에서 자를 낳은 친실장의 마마는
태어난 6마리의 자 중 친실장만 남기고 모두 잡아먹었다.

길실장은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
 - 골목벽 너머에 닝겐이 있기 때문에 소리높여 이야기 하면 닝겐이 죽이러 온다.

길실장은 운치를 아무대서나 누면 안된다.
 - 아무곳에서 운치를 눠서 운치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면 벽너머의 닝겐이 죽이러 온다.

길실장은 눈에 띄면 안된다.
 - 실장석이 보이면 닝겐이 죽이러 온다.

공원보다 더 엄격하고 일가실각의 덫이 항상 등에 도사리고 있는 환경에서 마마가 제대로 훈육하며 기를 수
있는 자는 단 한마리 뿐...

그렇기에 태어나자마자 마마에게 인사를 한 예의바른 차녀 & 삼녀도, 귀여웠던 엄지도 전부 솎아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선택된 친실장이었지만 삶은 괴로웠다.

현명한 친실장의 마마는 쓰레기 수집소에서 먹을것을 가져올때도 항상 주위를 살피고 뒷정리를 철저히해
동네 주민들의 방관을 얻을 수 있어 먹을것에 부족함은 없었지만 닝겐에게 들키지 않게 항상 목소리를
죽여 이야기해야 했고 노래는 꿈도 못꾸는 생활이었다.
기쁨의 노래도 태교의 노래도 마마와의 대화도 닝겐에게 들릴까 소리죽여해야한다고 마마에게 훈육받는
환경은 친실장에게 엄청난 심적 고통을 주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당시가 친실장에게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주변 쓰레기 수집소가 발씨잡이에게 봉쇄되자 봉쇄되지 않은 이 쓰레기 수집소로 몰려온 길실장들이 쓰레기
수집소를 더럽히기 시작하자 친실장의 마마는 괴로웠지만 평화롭던 생황의 종말이 온 것을 알아차리고
안전한 곳으로 이사준비를 했다.

하지만.....

분충의 습격이 더 빨랐다.

분충에게 못으로 마구찔리는 마마의 비명이 골목에 울려퍼지던 날, 중실장이던 친실장은 마마의 비명을 뒤로한채
도망쳤다.

마마를 버려서라도 친실장은 살고 싶었다.
마음껏 노래를 불러보지도 못했는데 죽을 수는 없었다.
자를 낳는 기쁨을 누려보지도 못한채로 죽을 수는 없었다.
어딘가에 있을 세레브한 삶을 남겨두고 여기서 죽을 수는 없었다.



삶을 위해 마마를 버리고 도망친 이후 친실장의 삶은 비참했다.

집도없이 골목틈에서 자다가 냐옹씨에게 습격당해 죽을뻔한적도 있었다.

배고픔에 정신없이 먹을것 냄새나는 곳으로 걸어가다 발씨잡이에게 잡혀 자기다리를 뜯어내고 도망친 적도
있었다.

첫 출산때 엄지를 솎아낸다고 먹었다가 간만에 맛보는 고기맛에 정신이 나가버려 정신차려보니 자를 전부
잡아먹은 상태였다.

정성들여 꾸며놓은 집이 닝겐에게 들켜 그동안 모아놓은 비상식, 페트병, 수건들이 버려질때 피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오늘 장녀가 굶어죽었다.

6번째 출산만에 처음으로 중실장으로 키워내 [내년에는 독립시킬 수 있겠는 데스]란 예측이 보이던 장녀가
굶어죽었다.
골목 구석 대형쓰레기 더미사이에 만들어진 방한도 잘안되는 허술한 집에서 먹을 것도 제대로 못구해오는
친실장을 위로해주던 장녀가 굶어죽었다.
먹을 것을 구해올 친실장이 죽으면 장녀도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녀가 굶주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실장은
자신의 체력을 유지하는데 집중했고 그결과 장녀가 굶어죽었다.

[오로롱 오로롱]

길실장의 월동은 들실장보다 더 어려운 편이다.
시멘트가 발린 골목길은 발효열로 온도유지를 도와주고 비상시에는 먹을 수도 있는 운치를 모을 운치굴을 만들 수 없게
만들었다.
구더기용 출산 노예를 기를 운치굴이 없기에 노예를 기를 수도 없었다.
추자를 말려 건조식품으로 만드는 것도 들실장처럼 운치나 잡초를 먹여 살찌울 수 없기 때문에 갓 태어난 추자로 만들어서
살집도 별로 없는 육포만 만들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닝겐집에서 나오는 열기때문에 추위가 덜하다는 점.

하지만 한겨울 찬바람을 허술한 실장복으로 버텨가며 먹을 것을 모아와야 하는 친실장에게는 별로 체감되지 않는
장점이었다.

이처럼 보존식을 모으기가 힘든환경이다보니 한파로  밖으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되면 한파가
빨리끝나기를 기도하며 집안에서 굶어죽어갈 수밖에 없는게 길실장이다.

[오로롱 오로롱 장녀 미안한 데스]

친실장은 피눈물을 흘리며 장녀의 시체를 씹어먹었다.




떡잎시에 짓소캐쳐가 설치된지 5년, 떡잎시에있는 성체실장의 수는 가장많았던 시절의 2%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실장석은 험난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은 실장석이다보니 쉽게 박멸되지 않지만 자실장이
성체실장이 되는 비율이 공원의 1/100정도로 낮기때문에 공원시절 태어난 성체실장이 노화로 사망하는
2~3년후에는 더 줄어들어 1%만 남을 것으로 예측된다.










공원에 사는 들실장들은 오줌냄새나는 변기물에서 태어나 비참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원에서 쫒겨나 길실장이된 그녀들은 하수나 바닥에 고여있는 구정물에서 태어나 절망적인 삶을 살고 있다.








짓소캐쳐


오전 6시, 떡잎시 두루마리공원


대한민국의 어느공원처럼 실장석에게 점령당한 두루마리 공원구석 골판지상자에서 친실장이 먹이를 구하러 집을 나섰다.

[최근 몇일동안 와타치타치의 땅인 공원에서 똥닌겐들이 우당탕탕하느라 먹을것을 구하지 못한데스. 오늘도 자를 굶길수는 없는데스]

공원 밖 쓰레기장으로 걸어간지 30분 공원밖 인도에 거의도착한 친실장은 그동안 보지못하던 구조물이 설치되어있는것을 알았다.

[똥닝겐들이 우당탕탕하던 것은 이걸 설치하기 위한 것이었던 데스? 똥닝겐을 쓸데없는 짓을하는 병신인데스]

경사로를 다올라간 친실장이 한발내딧는 순간

퍽

[데갸아악]

발이 바닥으로 푹빠져버리자 친실장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져 버렸다. 일어나 볼려했지만

[똥바닥이 와타시의 고귀한 발씨를 잡고있는데스. 와타시의 고귀한 발씨가 탐스러운 것은 알고있지만 이러면 안되는데스. 바닥씨는
어서 놔주시는데스]

친실장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바닥에게 아첨해봤지만 친실장의 다리를 물고있는 판은 풀리지 않았다.

친실장을 잡고있는 것은 짓소캐쳐.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일본에서 개발된 실장석 전용덧으로 실장석의 발크기가 3CM정도라는 것을 노려 사람은 발크기가 커서
걸리지 않지만 틈사이로 발이 들어가는 실장석은 확실하게 잡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일본에서 개발되어 일부 공원이나 편의점에 설치되고 있는 것을 실장석에게 골치썩이던 떡잎시에서 도입해 두루마리 공원에
시범설치한 것이다. 두루마리 공원을 빙둘로 설치된 짓소캐쳐때문에 공원밖 쓰레기장으로 갈려면 반드시 짓소캐쳐를 건너야
한다.











짓소캐쳐와 씨름한지 30분, 다른 실장석이 경사로위로 올라왔다.

[데프픗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병신인데스. 이런 병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신기한데스. 어제 독라달마 노예를
구하지 않았으면 오마에를 독라달마로 만들었을텐데 오마에는 운이 좋은데스. 와타시의 자비로움과 세레브함을 칭송하라는
데갹!!!!!]

친실장을 비웃던 다른 실장석도 바닥에 다리가 껴서 옴짝달싹 못 하게 되었다.

[데프픗 병신은 와타시가 아니라 오마에인데스]


2시간후

[고귀한 와타시가 명하니 바닥씨는 와타시의 발씨를 놓으란데스]
[왜 안빠지는 데샤!!!]
[데에에엥 와타시는 먹여야 할 자가 있데스. 여기서 끝날 실장생이 아닌데스]

모두 합쳐 11마리의 실장석이 잡혀있다.

"우와... 엄청많이 잡혔네"

짓소캐쳐에 잡힌 실장석을 수거하러온 떡잎시 환경안전과의 9급 공무원 이철웅은 실장캐쳐에 잡인 실장석을 실장수거봉투에
집어넣었다.

실장석 꺼내는 것은 간단해서 평평한 철판을 짓소캐쳐에 찔러넣고 90도 회전시키면 풀린다.
(물론 실장석이 도망가지 않게 미리 머리를 뽀개놔야 한다.)
실장석을 깨낸다음 철판을 다시 90도 회전시키면 원상복구.

[와타시는 여기서 죽을 운명이 아닌데스]
[똥닝겐은 와타시에게 메로메로되는 데수웅~~]
[똥닝겐에게 명하니 와타시를 풀어주라는 데스]

실장석이 데스데스거리며 뭐라 외쳤지만 린갈을 가지고 있지않은 철웅에게는 그냥 잡소리! 무시하고 전부 머리를 뽀갠다음
실장수거봉투에 집어넣었다.




다음날

[데프픗 분충은 머리가 나빠서 잡힌데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와타시는 이딴 싸구려 덧에 걸리지않는데스]

한 친실장이 짓소캐쳐 위를 포복으로 건너갔다.

경쟁자가 없는 쓰레기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드으음뿍 봉투에 담은 친실장은 다시 포복으로 짓소캐쳐를 지난다음 자들이
기다리는 골판지상자로 걸어갔다.

하지만!

[데프픗 여기 반독라가 있는데스. 잡아서 출산노예로 삼는데스]
[이건 와타시의 노예인데스. 딴놈들은 건들이지 말라는 데스]
[이걸 잡으면 자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데스]

친실장은 구름처럼 몰려온 들실장에 당황하다가 반독라라는 말에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데갸아아악!!! 와타시의 세레브한 실장복이!]

철망위를 기어가면 튼튼한 티셔츠도 올이빠지거나 찢어지는데 내구성이 약하기로 유명한 실장복으로 기어가다보니
실장복의 앞이 완전히 찢겨저나가서 턱받이는 흔적도 없고 두툼한 뱃살이 그대로 들어나 있었다.

[먼저 잡는 실장이 임자인데스!]

비명도 잠시 반독라 친실장은 다른 들실장들에게 휩싸였다.



다음날

[데프픗 실장은 도구를 쓸줄 알아야 하는 데스.]

한친실장이 손에 편의점 봉투와 골판지 조각을 가지고 짓소캐쳐앞에 섰다.

[다른 분충들은 모르지만 와타시는 아는데스. 골판지 조각을 얹어놓으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데스]

골판지 조각을 깃소캐쳐위를 얹어놓은다음 골판지조각을 밟고 건너간 친실장은 [데프픗] 웃으며 골판지 조각을
회수해서 쓰레기장으로 걸어갔다.

경쟁자가 없는 쓰레기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잔뜩 봉투에 넣어온 친실장은 같은 방법으로 공원으로 돌아온후 집으로
걸어가는 중이었다.

[오마에 좋은건 나눠야 한다고 배우지 못한데스?]
[이 세계에서 제일 고귀한 와타시에게 비밀로 한것은 죽을 죄인데스]
[순순히 골판지 조각을 내놓으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데스]

친실장이 짓소캐쳐위를 건너간 것을 본 다른 실장석들이 골판지 조각을 빼았으러 온것이었다.

골판지 상자안에 있으면 웬만한 일이 없는이상 성체실장도 침입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실장석의 힘으로는
골판지상자를 찟어 조각을 만들 수 없었다.
설사 찢을 수 있다해도 생활에 필수적인 집을 부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일.
만들 수 없다면 가진녀석에게서 빼았는 것은 실장석으로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내놓는 데샷!!]

그날 골판지조각은 무협지에 나오는 장보도 처럼 시간단위로 주인을 바꿔가며 주인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1주일후

[닝겐노예가 온데스!!]
[똥 노예가 왜이리 늦게 온데스! 콘페이토 1조톤을 내놓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는데스]
[똥닝겐으 와타시에게 메로메로되는 테치]

실장석때문에 공원에 오지 않던 사람들이 공원에 찾아오자 굶주리던 실장석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닝겐 노예를 부리며 호화로운 집에서 스테이크와 스시를 먹으며 세레브한 사육실장을 꿈꾸던 들실장들에게 온것은
빠루와 코로리 스프레이였다.

[와타시타치가 속은데스 하얀악마인데스!!!!!!!!]

짓소캐쳐의 성능을 확인한 떡잎시는 두루마리공원을 빨리 정상화하기위해 구제업체를 투입했고 공원은
정상화되었다.



1달후

[여기가 새로운 낙원인데스]

이웃공원에서 이주해온 실장석 일가가 두루마리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친실장과 자실장 한마리로 이루어진 일가는
이웃한 도토리공원이 실장석으로 포화되어 악화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동족이 적어서 천국인 공원으로 가는데스]
하며 이주해온 것이다. 이주하는 동안 엄지 2마리와 자실장 3마리를 잃었지만 낙원에 왔으니 다시 낳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짓소캐쳐위로 발을 내딧었다.

[데갹!!!!]






두루마리 공원에 시험 도입된 짓소캐쳐는 확실한 효과를 보여줬는데 짓소캐쳐가 걸러내지 못하는 자실장이나 엄지,
버려진 사육실장때문에 실장석 100%박멸은 하지 못했지만 평균적으로 90%가량 줄이는 결과가 나왔기때문에
떡잎시뿐만 아니라 다른 시도 도입했고 공원을 더럽히는 분충들에게 굶주림 지옥이 떨어졌다.








자연 선별 (화형집행)


해가 진다.
오늘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태워죽일 기세로 타오르던 태양은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지평선 넘어로 사라지고,
밤이 되었다.

목이 말랐다.
창문 너머로 비추는 만월의 달빛을 감상하며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연거푸 들이켰다.
낮부터 8시간을 내리 틀던 에어컨을 끄고 문을 열었다. 밖의 공기는 신선했지만 아직도 뜨겁다.

폭염이 지상을 구워버리기 시작한 지 한 달.
이대로라면 올해는 굳이 구제같은 걸 할 필요도 없으리라.


낮에 사정없이 내리쬐었던 햇빛과 반대로, 밤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정해진 산책로를 따라 후레쉬를 여기저기 비추면 그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앞뒤로 사지를 길게 뻗은 채,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비쩍 마른 고양이의 시체.
나무토막처럼 바람에 나뒹구는, 반쯤 먹힌 비둘기의 시체.
거의 말라버린 개천바닥에서 천천히 썩어가는 이름모를 물고기의 시체.
하지만 그중에서도 8할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희생자는 역시 실장석이다.



[베에... 에... 에에......]

개천가에 후레쉬를 비추자 약하게 갈라진 목소리로 울부짖는 듯한 성체실장.
본래의 통통한 몸은 이미 삼분의 일 정도로 줄어들어 있다.
그런데도 분대가 위치한 복부만은 터질듯 부풀어 있는 것을 보니 심한 변비에 시달린 모양이다.
아마 극도의 수분부족이 원인일 것이다.
A자형 입 밖으로 볼품없이 늘어진 혀는 검게 변색되어 있다. 혀조차도 움직일 수 없는건가...?
두 눈에서 난 피눈물 자국은 이미 말라붙었고,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지 눈만 깜빡거린다.
몇번을 더 깜빡거리자 붉은색 쪽 안구가 데구르르 굴러떨어진다.


[베브우... 비에... 에브에...]

링갈에는 이미 해독할 수 없다는 메시지만이 뜨고 있다.
혀가 제 기능을 못하니 말하는게 부정확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설령 어린애라고 할지라도 실장석이 절실히 구조를 요청하고 있음을 눈치채리라.
나는 실장석의 몇 미터 앞까지 접근해서,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계속한다.
서서히 썩은 냄새가 코끝으로 침투한다. 윙윙거리는 벌레들이 거슬린다.
비위가 약한 나로서는 더이상 접근하기 싫었다.


[베뱌아...! 베브우...!]

혼신의 힘을 쥐어짜 뭐라뭐라 외치는 듯 하나 여전히 링갈은 먹통이다.
거의 10분 간 한쪽 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실장석은 끝내 베벳! 하는 단말마와 함께 움직임을 멈췄다.
총배설구를 조이던 근육이 풀렸는지 운치가 새어나오는 것을 본 나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오늘도 역시 훌륭한 구경거리를 제공해준 고 들실장의 명복을 액션빔.


몇 개의 다리 밑으로 쭉 이어진 산책로를 계속 걷는다.
세번째인가 네번째 다리 밑을 막 지났을 때 실장석이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몹시 가늘고 약한 것을 보니 자실장, 그것도 생명이 거의 다해가는 놈 같다.



[찌이이.... 찌이... 이이...]

이미 쓰러져 죽은 성체의 배 밑에 자실장의 하반신이 깔려 있다.
더위로부터 자실장을 감싸다가 그대로 기력이 다해 죽은 것 같다.
좀 더 가까이 가서 후레쉬를 비춰본 나는 헛구역질이 나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깔린 채로 친의 시체를 뜯어먹은 자실장의 얼굴은 말라붙은 핏자국으로 가득했다.


[찌잇...! 찌이익...!!]

내가 접근한 것을 알아챘는지,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자실장.
바로 링갈어플을 비활성화시켰다. 어차피 분충일게 뻔하니 들을 가치조차 없다.
심한 악취 때문에 마스크를 꺼내 쓴 나는 자실장에게 접근했다.
접근할수록 자실장의 울음소리는 조금씩 커졌다. 내가 도와주리라고 생각하나 보다.
나는 가방에서 30cm정도 되는 휴대용 고무망치를 꺼냈다.


[찌이... 찟! 찌익!? 찌벳]

두세번 내려치자 단말마와 함께 대가리가 말 그대로 달갈껍질처럼 잘게 부스러졌다.
이놈도 심각한 수분부족이었는지 뇌수도 피도 물엿처럼 찐득하게 흘러내렸다.
더러워진 고무망치에 알코올 스프레이를 뿌려 휴지로 잘 닦아서 다시 가방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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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다리 밑까지 가서 돌아오는 것이 정상코스지만 더위 때문인지 너무나 지친다.
다섯 번째인가 여섯 번째 다리에서 나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가방에서 500ml 페트병을 꺼내 물을 반 정도 마셨다.
몸은 땀투성이였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몸을 풀어줘야 잘 때 편하다.


두 번째 다리와 첫 번째 다리 사이의 산책로에는 앉기 편한 벤치가 여럿 있다.
휴식을 취하기 그곳에 앉아 있으려니, 옆의 벤치 밑에서 뭔가 다가온다.
후레쉬를 비춘 곳에는 실장석 친자가 있다.
볼은 홀쭉하고 사지는 빼빼 말랐는데, 배만 불룩 나와 몹시 징그럽다.
내 앞 1미터 근처까지 와서 그대로 주저앉아, 베즈베즈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나는 비활성화 된 링갈을 다시 켰다.



[닝겐사마... 이 자들을 제발 길러주시는데스.... 부탁드리는데즈...]

뭔가 했더니 역시 탁아였나.
하긴 이런 극한상황에서는 오히려 탁아를 하는게 정답이긴 하다.
자실장 두 마리는 어미 뒤에 숨어 눈만 내놓은 채 나를 보고 있다.
흐음 어디보자... 옷차림은 그럭저럭 깨끗하다. 외관상으로는 합격인가.
테스트롤 좀 해보실까. 일단 겁을 준다.


"나 학대파야. 그것도 너희 동족 수천을 죽인 하얀 악마야. 그러니 죽고싶지 않으면 빨리 도망쳐라"

깜짝 놀랐는지, 데뎃 하는 얼빠진 소리와 함께 자실장들을 양 팔로 감싸는 친실장.
자실장들도 금방 울상이 되어 친실장의 뒤로 숨어버린다.
하지만 도망치는 기색은 없고, 다시 말을 걸어온다.


[...그래도 좋은데스. 어차피 이대로라면 죽을 뿐인데스우...]
"내가 데려가도 죽는건 마찬가지인데?"
[가끔 학대파도 좋은 닝겐사마로 바뀔때가 있는데스]
[드문일이지만 이 아이들이라면 가능성이 있는데스... 그쪽에 거는데스우]



꽤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다. 백점 만점에 80점 정도는 줄 수 있는 답안이다.

"너, 원사육실장인가?"
[마마가 길러진 적이 있는... 데스. 지금은 죽고 없지만 많은것을 가르쳐 준 데즈우...]


무언가 서러운지 두 눈에서 피눈물이 찔끔 떨어진다.
이 놈들도 수분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페트병의 뚜껑을 열어 친실장 앞에 놓는다. 어차피 버릴것이니 아까울 것도 없다.



"일단 마셔라."
[가, 감사한데스우~]




친실장은 자 둘과 물을 나누어 마신다.
갈증이 좀 해소됐는지, 친실장은 입에 물을 머금고 자들을 여러번 핥았다.





"왜 그런 짓을 하지? 마시기에도 모자란 물 아닌가?"
[자들의 몸이 뜨겁뜨겁게 되면 금방 죽어버리는데스... 이렇게라도 해야 살릴 수 있는데스]






이녀석은 보통내기가 아닌걸. 열사병의 증상과 대처법에 대해 몸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긴 그러니 들실장이 거의 전멸에 이른 지금까지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왜 굳이 나한테 탁아하려고 하지? 기다렸다가 애호파에게 탁아하는게 좋지않나?"
[데에에... 요즘에는 닝겐사마 보기가 너무 힘든데스 기다리기만 하면 일가실각인데스]
[애호파는 드문데스 그리고 와타시들의 눈으로는 애호파와 학대파 구분이 어려운데스]








확실히 실장석 입장에서는 인간들의 속내를 구분하기 어렵겠지.
기르다가도 질렸다며 갑자기 처분하는가 하면, 학대하다가도 싫증내고 풀어준다.
달콤한 말로 꾀어 높이 올렸다가도, 끔찍하게 고문해서 지옥 밑바닥에 쳐박는다.
인간은 변덕스러운 생물이며, 동시에 거짓말의 달인이다.
자 그럼... 파이널 테스트를 해 보실까.









"나한테 자들을 넘기면 너는 어쩔셈이지? 나중에 쫒아와 길러달라고 할건가?"
[데푸푸...]










뜻밖에도 실실 웃는 친실장.
들실장 특유의 천박함은 숨길 수 없지만, 그 눈은 전혀 웃고있지 않다.











[이미 와타시는 틀린데스. 소중소중한 돌이 가끔 아파오는데스]
[그리고 탁아한 뒤 그 집에 찾아가는 것은 멍청한 짓인 데스 그런짓을 했다간 일가실각데스]
[그런짓을 했다가 편하게 죽지도 못하는 멍청이들은 질릴만큼 본데스]












행복회로조차도 작동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친 것일까?
아니면 의외로 행복회로에 취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조악한 테스트지만 그래도 통과했으니, 마지막 선물이라도 줄까.













"자, 이거라도 받아"
[별사탕? 설마... 코로리인데스?]
"응 맞워요~ 하지만 고통은 덜하지. 편하게 죽을 수 있다"














내가 건넨 것은 흔히 코로리M(Mercyful), 혹은 코로엠, 로엠 등으로 알려진 상품이다.
코로리에 약간의 마취성분을 더한 물건으로, 단가는 일반 코로리의 2배 정도.
극심한 고통과 출혈을 동반하는 코로리와는 달리, 이걸 먹은 실장석은 자는 듯이 죽는다.
안락사 시설이 없는 보호소에서 실장석들을 죽일 때 쓴다.
학대파들에게는 그닥 인기가 없는 물건이라, 어디서나 쉽게 재고를 구할 수 있다.















[데... 일단은 받아가는 데스]
"아니, 지금 바로 먹어라"
[뒈엣...!]
















역시나 동요의 기색을 보이는 친실장.

[왜, 지금인데스?]
"니가 내 집까지 쫓아올수도 있잖아"
[그런짓 안하는 데즈우...]
"절대, 라고 말할 수 있나? 니가 쫓아와서 민폐를 끼치면 나로서는 큰 손해야"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저 두마리는 끔찍한 꼴을 겪겠지"
[데에에...]


오옷...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는걸. 상황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당장의 갈증도 덜었다. 자들은 인간이 맡아준다.
모든 것이 해결됐지만, 댓가는 자신의 목숨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극의 주인공.



놈의 두 눈은 쉴새없이 움직인다
코로리. 첫째 자실장. 둘째. 인간. 높게 점프한 맛있는 벌레. 벤치의 다리. 그리고 다시 코로리.
그리고 나는 조그마한 눈 안쪽에 몰아치는 감정의 폭풍을 본다.
체념. 집착. 갈구. 고통. 슬픔. 분노. 욕망. 증오.
죽음의 냄새를 맡았는지, 태풍의 눈으로부터 검은 반점이 튀어나와 안구 전체는 검게 침착된다.




[...자들과의 이별을 할 수 있게 잠시 기다려 주시는데스]
"그러지"





첫째 자실장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조금씩 안구 밖으로 새어나온다.
이놈은 친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둘째는 첫째에 비해 아직 꽤 작고 미숙해서 상황판단이 잘 안되는 것 같다.
같이 태어난 피붙이들이 전부 죽어서 저 둘만 남은 것이리라.






[오마에들은 잘 듣는데스. 이제... 더이상 마마하고는 만날 수 없는데스]
[테에엥... 마마...]






[마마아...]

자실장 둘은 말할 힘도, 울 힘조차도 없는 것 같다.
그저 다리가 풀려 친에게 안긴 채 말을 듣고만 있다.
친실장은 그런 둘을 양 팔로 껴안아 소중히 볼을 비빈다.


[여태까지 가르친 것을 다 기억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힘내는데스]
[닝겐사마는 상냥한 분은 아닌데스... 그러니 절대 닝겐사마를 거스르면 안되는데스]
[와타시의 몫까지 꼭 행복해지는데즈우... 사랑스러운 와타시의 자들...]
[배부르게 먹여주지 못해 미안한데스, 무능한 마마라 미안한데스우... 데쿳... 데쿳...]



내쪽을 두어 번 힐끔거리긴 했지만, 내가 째려보자 더 이상은 하지 않는다.
아직은 아슬아슬하게 합격이다.




"빨리 먹어라.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알겠는데스]
"그리고 거기 두 마리는 이리로 와"





희망의 끈을 확실하게 잘라버린 나는 가지고 온 투명한 플라스틱 통의 잠금쇠를 열었다.
그리고 자실장 두마리를 안에 집어넣어, 벤치 위에 가져다 놓는다.
낳아준 어미의 죽음을 관람하기 위한 특등석이다.






[데에엣... 데에... 꿀꺽]
"물도 다 마셔. 확실하게 가라"







몇 분 정도 더 머뭇거리던 친실장은 마침내 약을 삼키고, 물을 마셨다.
물로 인해 완전히 녹은 코로리M은 훨씬 빨리 흡수된다.
친실장의 동공은 급격히 빛을 잃어가며 수축된다. 약효는 잘 듣는 모양이군.
사각 플라스틱 통 안의 자실장들이 벽을 콩콩 치면서 뭐라뭐라 칭얼거리지만 잘 안들린다.
자... 이제 슬슬 너의 진짜 모습을 보여줘.








[게에... 죽고싶지 않은데즈우]
[한번도 배부르게 먹어본 적 없는데즈]
[하루도 편하게 자본적 없는데스우]
[왜 똑똑한 와타시를... 아무도 기르지 않는데스...?]









반쯤 정신이 나간 친실장에게, 나는 아무렇게나 지껄였다.

"그거야, 기를 가치가 없기 때문이지"
[와타시는 똑똑한데스우... 마마도 이모토챠들도 항상 칭찬해 준 데스우]
"네가 아무리 잘나봤자 실장석이야"


별거 아닌 내 독설에 뭔가 경악했는지, 눈을 크게 뜨는 친실장.

[와타시가 실장석이기 때문에...?]
"그래. 실장석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가장 큰 실수다. 똑똑하건 잘났건 뭐건 아무짝에도 쓸모없지"
[그런... 말도안되는 데스우! 그럴리가...]


거의 통증이 없을텐데도, 두 눈에서 흘리는 피눈물이 점차 검어진다.
앞으로 그대로 꼬꾸라지더니, 왈칵 피를 토하고는 더이상은 움직이지 않게 됐다.
인간 입장에서는 당연한 진리도 실장석에게는 잘 통용되지 않는데, 이놈은 드물게 뭔가 깨달은 모양이다.
보통은 데아아~ 저 똥벌레들을 대신해 나를 키워주는데수~ 라고 난동을 부리다 꼴사납게 죽기 마련이건만,
이놈은 좋은 의미로 내 기대를 몇번이나 배신해줬다.



누군가 옆에서 모든것을 봤다면 나보고 피도 눈물도 없는 지독한 학대파라고 욕할지도 모른다.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과 나의 기준은 다르니까.
하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결코 학대가 아니다.
친실장은 어차피 해가 뜨면 수분 부족으로 고통속에 미쳐서 죽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죽였다.
이 공개처형 '쇼'는 자실장의 교육도 겸한다. 너희도 저렇게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실장석과 부대끼며 살아온 지 벌써 20년. 진정 실장석을 위한 행동이 무엇인지, 싫어도 알게 되어버린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친실장의 시체는 수거봉투에 담아 묶어서 수거함에 버렸다.
이놈만큼은 내가 죽인 것이니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되겠지.
그리고 자실장들은 네무리를 뿌려 재운다. 너무 오래 울면 쇼크사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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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찜통같은 날씨.
그저 숨만 붙어 살아가기에 급급한 나날.
그나마 유일한 오락거리는, 더위에 희생된 실장석들을 관찰하는 것 뿐이다.
오늘처럼 뜻밖의 수확이 생길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나날이 규모가 줄어만 가는 실장석 업계의 현실과는 달리, 사람들의 눈은 높아져만 간다.
브리더의 가혹한 훈육에 의해 '교육받은' 사육실장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례에 의해, 이르건 늦건 반드시 분충화 되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몇몇 선구자들은 '교육받은' 사육실장이 아닌, 스스로(自) 그러한(然) 개체,
태어날때부터 사육실장의 적성을 가진 개체를 찾아다녔다.



당연히 그 과정은 10년이 넘는 긴 시간과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천문학적 단위의 실장석들이 희생되고 아주 소수의 개체들만이 선택됐다.
사육실장의 본가인 로젠사(社)는 더이상 실장석의 교육방식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택받은 실장석의 유전자를 조합하고, 복제하여 시험관 안에서 생산한다.



사육실장의 패러다임은 <교육>에서 <선별>로 완전히 넘어갔다.
가혹한 자연환경은 훌륭한 선별방식이기도 하다.
인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인간으로부터 떨어져 사는, 지능이 높은 실장석들이 있다.
물론 지능이 높다고 해서 꼭 사육실장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일반적인 들실장에 비해 훨씬 높다.

평소에 이것들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묘하게 숨어있기도 하고, 잡힐 것 같으면 위석을 깨서 자살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극한상황에 이르면 스스로 인간을 의지해온다.
자신의 힘으로는 더이상 아무것도 못하고 개죽음당할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같은 2류의 브리더 입장에서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이 두마리는 얼마에 팔릴까? 나는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집으로 향한다.



<사족>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장석과 나무 (헤론)


숲의 언저리, 붉고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 떨어진다. 그리고 그보다 약간 바깥에 있는 넓은 초원은 이미 늦가을을 맞아 누렇게 말라붙은 잡초로만 뒤덮혀있다. 거기에서 움직이는 조그만 형상 몇 가지. 실장석이다.

흔히 실장석은 인간에게 기생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여겨진다. 이렇게 넓고 탁 트인데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 생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실장석 일가는 자신들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기이해보일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온갖 소란을 피우면서 자기네들이 할 일을 할 뿐이다.

[테에엥, 십삼녀 오네챠가 때린테츄!]

[아닌테츄! 십칠녀쨩이 와타치가 던진 열매를 못받은 것일 뿐인테츄!]

[뒤통수에 던지는데 어떻게 받는테츄악!]

옥신각신하는 자매 사이에 끼어든 친실장이 자실장들의 머리에 알밤을 하나씩 먹이고는 말했다.

[장난은 그만치고 어서 움직이는데스. 오늘이 벌써 다 지나가는데스. 더 추워지면 늦는데스!]

세번째 겨울을 맞는 베테랑 친실장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일에 집중했다.

실장석 일가의 집은 숲에서 조금 떨어진 평지에 있다. 나무 뿌리 때문에 숲 안에는 땅굴을 팔 수 없었기에, 이 주변에서 살아가는 실장석들은 대대로 평지에 땅굴을 파고 살고 있다. 이 친실장 역시 마찬가지다.

친실장은 요즈음 매일 아침마다 자식들을 이끌고 숲으로 출근했다. 두건을 벗어다가 나무열매를 한가득 모아 주워담고 그걸 집에다가 가져다 놓는 사이에, 숲에 남겨진 새끼들은 다시 두건에다 담을 열매를 모아놓는다. 어린 실장석 특유의 낮은 집중력 때문에 친실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는 열매가 잘 모이지 않지만, 수가 많다보니 그럭저럭 모이기는 한다.

친실장의 자식은 총 스무마리. 일반적인 야생 실장석 기준으로도 많은 편이나, 이 부근에 사는 실장석들에겐 평범한 숫자다. 넓은 숲에서 나오는 수많은 열매들이 실장석의 대책없는 가족계획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장석들은 노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더더욱 많은 자식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이 친실장 역시 봄이 되면서부터 임신하여 2개월마다 한 번씩 총 네 번 출산했다. 한 번에 보통 6~8마리 정도 낳다보니 태어난 새끼의 수도 서른마리에 육박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 분충을 몇 마리 솎아내고, 자실장이 되지 못한 놈들도 몇 마리 있었기에, 지금 숲에서 일하는 새끼의 수는 스물.

스무마리 중에서 이른 봄에 태어난 녀석들은 벌써 중실장으로 성장했다. 이녀석들은 친실장을 흉내내어 두건을 벗어들고는 거기에 낙엽을 한가득 모은다. 작은 자실장들은 열매를 한두개씩 나르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옮기기 어려운 낙엽은 덩치 큰 중실장들의 몫이다. 아직 자실장인 놈들은 여기저기 떨어져있고 아직도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후두둑 떨어지는 나무열매를 주워다가 한데 쌓아놓는다.

보통 자실장들은 식탐 때문에 보존식을 거덜내버리지만, 이 자실장들은 그렇지도 않다.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숲을 이루는 나무들은 열매를 맺는 시기는 천차만별이지만, 하나같이 단단한 껍데기에 둘러싸인 딱딱한 열매를 맺는다. 자실장의 힘으로는 도저히 깨먹을 수 없다.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성체실장이나 중실장이 돌을 들고 깨뜨려줘야하기에, 식량 통제는 잘 되는 편이다.

[이제 오늘 일은 끝난데스.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데스. 이리 모이는데스!]

돌아온 친실장이 모여있는 열매를 다시 두건에 한가득 담고서 외쳤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자실장들은 그 말을 듣고서는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나왔다.



실장석이 숨기에 딱 좋은 우거진 수풀을 덩치 큰 친실장이 앞장서서 헤치고, 중실장들이 중간중간에 서서 동생들이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감시한다. 자실장들은 친실장이 만든 길을 따라서 즐겁게 발걸음을 옮긴다.

이 수풀을 이루는 풀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실장석에게 의존하고있다. 보통 실장석의 대변은 실장석의 낮은 소화흡수력 때문에 두번이나 분대를 거치면서도 양분이 대량으로 남아있어 양질의 비료로 여겨진다. 하지만 소화액 역시 듬뿍 들어있어 상당히 강한 산성을 띈다. 도시에서라면 차의 도장을 망쳤다면서 구제당할 정도. 보통 식물들 역시 숙성되지 않은 실장석 대변에 노출되면 죽어버린다.


하지만 이 풀은 다른 식물보다 산성에 강하여 실장석 주변에서 번성하는 특징이 있다. 실장석의 대변이 경쟁자를 없애고 다량의 양분을 제공하여 빠르게 성장하는 이 풀은, 실장석이 몸을 숨길 수 있을 정도로 키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실장석이 포식자에게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면 풀이 번성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매일 지나다니지만 늦가을이라 시들어가는 풀이 쓰러지면서 길을 막는 통에, 제일 앞에서 길을 뚫는 친실장의 몸은 온통 풀에 긁혀 생채기 투성이다. 하지만 실장석의 회복력이면 한두시간 안에 회복될 정도다.

마침내 집에 도착한 실장석 일가는, 친실장이 몸을 구부리고 기어들어가야할 정도로 낮은 굴 안으로 들어갔다. 실장석은 땅을 파기에 적합하지 않은 생물이라, 자기 키보다 깊게 땅을 파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작년부터 여기에 집을 만들기 시작한 친실장은 얕은 대신에 옆으로 넓은 집을 만들어갔다. 지표면에는 풀이 잔뜩 자라고 있어서 굴이 무너지는 일도 드물다.

친실장은 먹이창고에다 두건에 담아온 열매를 쏟아붓고 나서, 이번에는 하나하나 숫자를 세어가며 다시 열매를 두건에 한아름 옮겨담았다. 오늘의 저녁식사다.

집으로 돌아온 일가의 삶은 단조롭다. 마땅한 놀잇감도 없고 다양한 먹을것도 없다. 그저 단단한 열매를 깨먹으며 어두운 굴속을 기어다니다가 잠드는 것이 전부다. 해가 길었을 때라면 열매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나가 자매들끼리 장난치며 놀기도 했을테지만, 요즘에는 실장석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면 이미 해가 저물기 시작하여 밥을 먹고 난 다음에는 나가봐야 컴컴할 뿐이다.

가끔 중실장들이 자매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보름달이 떠서 밝은 날이면 밤중에라도 자매들끼리 웃고 떠들면서 뛰어다니기도 한다. 가끔씩은 메뚜기나 귀뚜라미 같은 가을 곤충을 잡아먹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날은 그믐달이 뜰 때라 그럴 일도 없다.



공원에 사는 들실장들과는 달리 이 숲 주변 초원에 사는 실장석들의 겨울준비는 손쉽기 그지 없다. 주변의 숲에서 나무열매를 되는대로 주워다가 모아놓고, 가을이면 되는대로 낙엽을 끌어모아 집안에 가득 채운다. 들실장들처럼 목숨을 걸고 돌아다니면서, 적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싸울 필요도 없다.

이 실장석 일가 역시 빠르게 겨울준비를 끝마쳤다. 이제부터 먹고 자고 싸면서 생활하기를 반복할 뿐이다.

[배가 아픈테츄... 춥지만 화장실에 가야되는테츄...]

슬슬 집안까지 냉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가벼운 복통에 잠에서 깨어나 덜덜 떨면서 화장실에 다녀온 십오녀는, 다시 포근한 잠자리에 누우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테엣, 누가 와타치의 낙엽이불을 가져간테츄!]

푹신할걸 생각해서 대책없이 벌러덩 드러누웠다가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십오녀가 울부짖으며 난리법석을 피우자 친실장이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일인데스? 어서 자는데스. 깨어있으면 배고픈데스.]

[와타치도 자려고 한테츄! 하지만 누가 와타치의 낙엽이불을 훔쳐간테츄!]

친실장이 십오녀의 말에 바닥을 더듬거렸다. 그리고 어두워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심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십오녀쨩, 모두를 깨우는데스. 때가 와버린데스.]

[무슨 때인테츄?]

[나중에 설명해주는데스. 어서 깨우는데스!]

친실장의 말에 부랴부랴 일어나 깜깜한 굴 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자매들을 깨우는 십오녀. 처음에는 그 소란에 짜증을 내던 자실장들이 친실장의 목소리를 듣고 가장 큰 방으로 모여들었다.

[이제부터 모두 여기에서 같이 자는데스. 낙엽도 모두 가져오는데스.]

[마마, 그러기에는 너무 좁은테스. 낙엽도 집안에 가득한데 뭐하러 여기에 또 모으는테스?]

장녀의 말에 친실장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보이지 않았지만.

[낙엽이 집안에 가득찬데스? 하지만 오마에타치는 여기까지 오면서 낙엽을 만져본적이 있는데스?]

그제서야 장녀가 놀라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낙엽이 걸리적거리지 않은테스. 그래서 빨리 올 수 있었던테스.]

[그런데스. 낙엽이 사라지기 시작한데스. 그러니 얼어죽지 않으려면 남아있는 낙엽을 모두 한데 모으고 다같이 모여서 온기를 지켜야하는데스.]

친실장의 판단은 정확했다. 하지만 시기상으로는 이미 조금 늦었다.

실상석 일가가 숲에서 주워모은 낙엽은 내구성이 약해 다른 나무의 낙엽보다 빠르게 부숴진다. 이는 이곳의 숲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낙엽에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살아남으려고 했다면 보다 빨리, 아니 애초부터 모든 실장석들이 비좁더라도 한군데에서 살을 부대끼며 체온을 보존해야했다. 낙엽은 그 보조용으로, 창고에다 쌓아놓고 주기적으로 꺼내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실장석들은 낙엽을 모아놓으면 따뜻하다는 것만 알 뿐이다. 여러번의 겨울을 겪는다면 그 중에서 똑똑한 개체가 낙엽을 저장해두고 조금씩 꺼내는게 좋다는걸 깨달을테지만, 그렇게 오래 살아남는 실장석은 드문데다가 보통 다른 나무의 낙엽은 그정도로 할 필요까지는 없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다.



또다시 찾아온 봄. 실장석의 집안에서 누군가가 기어나왔다.

[데에.... 이번에도 살아남은데스.]

친실장이었다. 잘 먹어서 몸은 통통하지만 얼굴은 시꺼멓게 죽어있다.

[마마, 오네챠들은 어떻게 하는테츄?]

그리고 함께 살아남은 십구녀. 유난히 추웠던 올해의 생존자는 이렇게 둘 뿐이다.

[어쩔 수 없는데스. 모두를 옮기기에는 너무 힘든데스. 올해에는 새로운 집을 만드는데스.]

십구녀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친실장. 반대쪽 손에는 장녀의 두건으로 만든, 남은 열매 중 일부를 담은 꾸러미가 들려있다.

버려진 실장석의 집안에는 스무마리의 실장석이 먹을 생각으로 가득 모아놓았다가 다 먹지도 못하고 남겨야만 했던 나무열매와, 겨울철에 사용하기 곤란한 집 밖의 화장실을 대신할 실내 화장실에 싸놓은 대변이 가득하다.

부실한 내구성의 낙엽을 제공하여 실장석을 대부분 얼어죽게 만들고, 굴 속에 남은 나무열매는 실장석의 대변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이것이 이 숲, '실장석을 사육하는 나무'가 모인 숲이 성장하는 방법이다.








애호파 (포코코로)


이른 아침 운동 겸 공원을 돌고 있는 도중 공원 광장에서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사람이
주위에 몰려든 실장석들에게 포대에 2000원 정도 하는 저급 실장푸드를 공원의 모든 실장석이 먹고도 남을정도로 뿌리고 있었다.
이제 슬슬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오는 시기라 하나라도 더 주우려고 아첨도 하고
바로 앞에 떨어진 것은 못 보고 그저 눈앞에 다른 동족이 들고 있는 것을 차지하려고 싸움까지 하는 실장석들
몇몇의 어중간하게 머리가 좋은 실장석들은 이 싸움이 끝나면 가져가려는지 수풀 속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데프프 데프프프"(이제부터 똥노예로 임명하느데스)

"테프프 테프프프"(이제부터 사육실장인 테치)

"데샤!!! 데샤데샤!!!!"(와타시가 먼저 찜한데샤!!!!)

몇 마리의 실장석들이 그 사람의 발에 운치를 바르기도 하고 벌써부터 행복회로를 돌리면서
그 사람 앞에서 도저히 눈뜨고 못 볼 더러운 짓을 하고 있지만 그것을 보는 둥 마는 둥
그 사람은 그저 아무말 없이 실장석들에게 실장푸드를 뿌리고 있었다.
가끔 나 말고 운동하러 온 사람들은 저 사람을 보고

"어휴 머저리 같은 놈"

"저런 애호파때문에 공원이 이 모양이지"

라고 저 사람을 욕을 하며 지나가지만 그것은 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같은 부류의 사람은 눈만 봐도 안다고 저 사람은 학대파 그것도 관찰을 겸하고 있는 학대파일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이런 시기, 실장석들이 먹이를 구하 는시기에 실장푸드를 뿌리면
한마리라도 더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실장석은 특히나 공원에서 살고 있는 실장석들은 분충이 많고 그렇기에 모든 분야로 쉽게 올려진다.
즉 먹는 입맛까지 쉽게 올라간다는 소리
비록 싸구려 저급 푸드여도 공원에서 먹을 수 없는 은은한 단맛과 담백한 맛에 실장석들은 입맛이 올려질 것이다.
그 결과 평소에 없어서 못 먹던 음식물 쓰레기조차 입에 가져다 대기 힘들 것이고
처음에는 굶거나 봄에 독립시키려고 여태까지 키웠던 자와 같이 대신할 수 있는 것들로 최대한 버티겠지만
결국 조금의 추위와 배고픔에도 못 버티는 참을성 없는 실장석들을 시작으로 실장푸드를 하나라도 얻기 위해
서로 싸우고 약탈할 것이며 탁아는 위험하다고 말했던 친실장 역시 탁아를 시도할 것이다.
물론 결과는 안 봐도 뻔하게 공원의 실장석들은 전멸 혹은 진짜로 현명해서 실장푸드를 받지 않고
사람조차 찾기 힘든 곳에 땅굴을 파고 사는 한두일가 정도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공원이 잘 보이는 어디선가 바라보는 것이 아마 이 사람의 진짜 목적일 것이다.
그러면 이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학대를 하려고 실장석을 사는 것은 아까운데 공원의 실장석의 씨를 말리면 어떻게 하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하지만 그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도리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 나는 저기서 먹을 것 좀 사가지고 올게"

"데샤!!! 데샤데샤!!! 데샤!!!!"(똥노예!!! 빨리 뛰어가지 않고 뭐 하는데샤!!! 빨리 가는 데샤!!!!)

아마 저렇게 실장석을 무단으로 투기하는 사람들 덕분에 공원의 실장석은 절대로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덧 11월의 막바지 실장석들은 자신에게 독이 될 것이라 생각도 못 하고
학대파가 뿌리는 실장푸드를 마치 가뭄에 단비처럼 받아먹고 있었다.








가위소리.


생존지능이 어설픈 실장석이라곤 하나 녀석들도 가끔은 훌륭히 도구를 활용한다.

실장석 중에서도 재주가 좋은 녀석들은 자연물을 가공해 인간의 도구와 유사한 물건을 만들기도 한다.

가장 흔한 건 아마도 우산이다.

비가 오면 녀석들은 종종 넓적한 이파리를 구해 줄기를 잘라 우산처럼 쓰고 다닌다.

인간의 생활용품 중에서도 우산의 기본 원리는 간단한 편이다.

비가 오던 날 인간이 무언가 머리를 덮고 다니는 걸 보고

그 모습을 흉내내며 저들도 이파리를 쓰는 것이다.

처음 이파리를 쓴 실장이 다른 개체의 눈에 띄면 우산이 들실장 사회 전체에 퍼지는 건 시간 문제다.

며칠 안 가 실장들은 저마다 굽은 이파리를 들고 공원을 쏘다닌다.


체온 조절은 생존의 기본이다.

비에 체온을 빼앗겨 죽는 짓은 아무리 벌레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파리 우산이 보급되면 그들은 드디어 우천에도 활동이 가능해진다.

여름의 장마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봄·가을의 얕은 비를 피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생존률은 높아진다. 

먹이를 보급 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늘기 때문이다.

생존의 호기를 아는 개체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비교적 인간과 마주칠 일이 적은 우천의 날, 그들은 열심히 젖은 먹이를 찾는다.

운이 좋다면 새로운 꿀단지를 독차지 하리라.


이제 가랑비가 오는 날 달랑 가위 하나를 들고 공원에 들러보자.

따가운 빗소리에 귀가 무딘 실장들은 인간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살금살금 다가가 우산의 끄트머리를 잘라보자.

짧게 똑 끊어진 우산머리가 바닥에 떨어진다.

「데엣-! 데, 뎃-! 데-샤아아앗-!」

놀란 나머지 철푸덕 소리와 함께 녀석은 엉덩방아를 찧었다.

추적추적 젖은 엉덩이가 기분나쁘겠지.

「데에엥-. 데에에에엥-.」

녀석도 기분의 문제로 끝내면 좋으련만.

모처럼 구한 음식물 쓰레기가 쏟아져 흐르는 걸 보고 녀석은 슬피 운다.

그리고 겁을 먹은 녀석은 이도저도 내팽개치고 새끼를 부르짖으며 달려간다.

손잡이만 남은 우산을 꼭 쥐고···.


생존의 철칙을 지키지 못한 대가는 혹독하다.

운이 좋다면 한나절 감기치레로 끝난다.

그러나 운이 나쁘다면 다시는 빗소리를 들을 수 없겠지.

어미를 잃은 새끼는 하루, 이틀 울먹이다 걸려 넘어진 의지를 이어받아 빗길을 나선다.

「테츄···! 테츄-!」 「테치이-. 테칫-.」

찰박찰박 물소리-.

가여운 동생과 하루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

그래서 비오는 날이면 서걱거리는 가위소리가 좀처럼 멎지 않는다.

흠뻑 젖은 자매의 서러운 울음이 빗소리에 녹아든다.








함께 비를 피하다


편의점에 들려서 집에 향하던도중 갑작스럽게 비가 내렸다

급한대로 주변 공원에있는 작은 정자에 들어가서 비를 피하고있었다

오랜만에 내리는 비였기에 몸은 젖었지만 마음은 꽤나 상쾌했다
비가 내리는 소리를 배경음악삼아 공원의 경치를 구경하는도중 빗소리가 아닌 작은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 울음소리는 실장석의 울음소리인것같다
어디서 나는건가 하고 정자아래를 내려다보니 실장일가가 추운건지 몸을 떨면서 서로를 끌어안고있었다

상냥한 가족이구나 하며 편의점봉투 안의 따뜻한 캔커피를 꺼낸후 실장일가를 한꺼번에 잡아서 들어올렸다

무서워하는건지 다들 발버둥치고 마구 날뛰었지만 정자 마룻바닥에 올려놓고 따듯한 캔커피를 건네자 기분좋은듯이 울음소리를 내며 캔커피를 중심으로 다같이 모여앉았다


비가 아직 그칠낌새가 보이지않자 봉투안의 카스테라 한봉지를 뜯어서 한입을 먹자 자실장 한마리가 침을흘리면서 올려다보고있었다
배가고픈건가? 하며 자실장들에게는 카스테라를 엄지손가락사이즈로 잘라주었고 친실장에게는 반조각을 주었다


다들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었고 친실장은 자기의 카스테라조각을 조금씩 더 떼네어 자실장들에게 나눠주었다
화기애애한게 보기좋았다


슬슬 빗줄기가 약해져갈무렵 친실장이 나에게 데스데스하며 정자 아래를 가르켰다

내려달라는 얘기인가? 하며 바닥에 내려주니 토토토 정자아래로 내려가서 비닐봉투를 질질 끌고나왔다

식량만이 아니라 이것저것 들어있는 봉투였다 보아하니 이주하던 일가였던가보다

친실장이 봉투를 뒤적이더니 초록색 종이쪼가리를 꺼내서 나에게 양손으로 공손히 건네주었다

펼쳐보니 그건 만원짜리 지폐였다 살짝 얼룩덜룩해져 있었지만 사용하는데는 지장이 없어보였다


이걸 나에게 주는거니? 하고 물으니 끄덕이며 데스데스! 한다
아마 따듯하게 해주고 먹을걸 나눠줘서 주는 답례인가보다




비가 그치고 나는 다시 집을향해갔고
실장일가는 내가 떠나는걸보고 손을 흔들며 정자에서 배웅해주었다

내가 이동하는속도가 훨씬 빠르니 배웅을 해주고 자기들도 움직이려는건가보다


나도 배웅에 호응해주며 뒤를돌아봐서 손을흔들다가 집으로 향했다

보기드문 착하고 현명한 일가였다
다시 만날수있기를 생각하며 가던길을 계속 걸어갔다








진짜 행복


실장생이란, 근본적으로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 모든 실장석들은, 대부분의 생물도 매한가지겠지만 그저 살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서 살고 있다. 만일 자신 스스로가 행복에 대한 갈망을 느끼지 않는 때가 온다면, 실장석은 자신의 존재 의의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실장석은 자신의 행복만을 바라지 아니하고서는 삶을 이어나갈 수가 없는 가엾은 존재다. 그녀들에게서 삶이란 자신만의 행복을 바라고, 그것을 얻으려고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의 경우에는 개체 차가 있을지언정 일부라도 타인이나 각각의 타 가치관 모두를 생명으로서, 대등히 대할 대상으로 인식하지만, 실장석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서만, 자기 자신 속의 수많은 “나” 를 통해서만 생명을 인식하고 의식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실장석에게 있어서 우선 바라게 되는 행복의 본질이란 것은 오로지 자신만이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것만을 생각하게 된다. 그녀들에게는 살아있는 것이란, 사실상 자기 혼자만의 행복만을 누리는 것이 된다. 거기엔 타인의 행복따윈 눈꼽만큼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참생이란, 살아있는 것은, 혼자서 행복을 독식하는 것이며, 남의 삶은 그저 계란 껍데기만도 못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실장석은 혼자 외로이 지내는 것을 견딜 수 없다. 그것이 태생적인 이유인지, 후천적인 이유인지는 어느 누구도 모를 것이다. 허나 실장석은 혼자서 도 닦듯 버틸 재간은 전혀 없는 생물이다. 그렇기에 실장석은 항상 다른 존재의 생활을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려 한다. 그리고 그 관찰은 그저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아는 것을 지각하는 데에 불과하다. 다른 존재의 삶에 대해서는 다른 존재에 대해 생각하려고 할 때에나 가끔 대충 떠올려지는 잡생각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행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자신의 행복에 방해가 될 경우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게 되어 잠시라도 그 의식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실장석에게 있어서 참된 생명으로서 자신의 실생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것은 그저 자신의 행복뿐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존재의 행복은 그녀에게는 다만 자신의 행복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고 여겨질 뿐이다. 만일 실장석이 남의 불행을 원치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남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자신의 행복을 훼방놓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남의 행복을 원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자신에게 행복을 바라는 경우와는 전혀 같지 않다. 즉 남의 행복을 원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상대를 위해 행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의 행복이 자기자신의 행복을 증가시켜 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장석에게 있어서 소중하고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의 본질이란, 자기 자신만의 것이라고 느끼는 자신의 삶. 그리고 그 삶에 있어 필요 불가결한 행복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자기 한 몸만의 행복인 셈이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실장석의 행복이라는 것은 항상 다른 존재에 의존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모든 다른 존재를 관찰하고 이용하고자 할 때에도 사람도, 동물도, 동족조차도 생명과 삶에 대해서만큼은 정말로 자신과 같은 개념을 가지고 있음을 싫어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들 존재의 하나하나는 자신과 매한가지로 자신과 똑같이 자신의 생명이나 자신의 삶의 행복만을 의식하고 자기자신만의 삶을 더 중요하고 참된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다른 모든 존재의 삶은 그저 자신의 개인적인 행복의 수단이자 이용대상으로 여기리라 생각할 것이다. 다른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작은 행복을 위해서라면 보다 큰 남의 행복을 희생시키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생명까지도 서슴지 않고 빼앗으면서도 후회할 줄 모를 만한 각오를 한다는 것도 알게 되는 성체 실장에 이르러서는 저절로 다음과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즉, 만일 그것이---- 그렇다면, 틀림없이 그러리라고 알게 된다면, 아니 믿는다면 단지 한 개나 혹은 수십개의 존재 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온갖 무수한 존재는 각자가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기 하나의 생명과 행복만이 존재한다고 여기고 있는 자신을 빼앗으려고 한다고 상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게 되면, 그에게 있어서 삶을 이해하는데 유일한 열쇠이자 키워드인 자신만의 행복이 그저 손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쉽게 빼앗기게 되리라는 것을 깨닫지 아니할 수가 없다.



실장석이 자를 번식시켜 분가해 보내면서 오래 삶을 이어나갈수록 이 판단은 경험에 의해 확인되게 마련이다. 그리고 서로 헐뜯고 침해하려는 다른 존재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이 세상의 삶이란 자기 자신에게는 행복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불행이 되리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만약 자신 스스로가 매우 바람직한 여건에 놓여 있어 항상 행복할 수 있고 자기 자신 외에 감히 그 누구도 두려울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실장석이라면 당연히 갖고 있게 마련인 행복회로와 살아 오면서 거쳤던 숱한 시행착오에 의한 경험이 자신에게 항상 속삭이곤 한다는 것이다. 즉 실장석 자신이 개인의 쾌락을 추구함으로서 실생으로부터 누리는 이러한 행복의 유사품은 결코 참된 행복이 아니라 쾌락에 따르는 고뇌를 한층 더 강하게 느끼기 위해 부여된 행복의 견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실장석은 오래 살면 살수록, 혹은 오래 행복을 느끼면 느낄수록 쾌락을 느끼는 기준점이 점점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은 권태와 포만, 그리고 노고와 번뇌가 계속 늘어남을 의미한다. 게다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늘어나던 힘은 어느 순간부터 정점에 이르러 점점 노쇠해져 약해지고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다른 동족의 질병이나 노쇠, 혹은 죽음을 목격하게 되면 지금까지 참되고 충실한 행복의 거처로 여기고 있던 자기 자신의 존재마저도 하루하루 쇠약과 노쇠와 죽음의 길로 가까이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다른 존재에 의해 파괴될 수많은 사건과 맞서게 되거나 고통을 더욱 많이 당할 뿐만 아니라 삶의 본질에 의해 언제나 죽음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는 사실과 자신의 삶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어떠한 행복의 가능성마저도 모두 부서져 없어질 것이란 생각에 하루하루 고통스러워 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실장석은 자를 가지고 싶어한다. 자신의 자로 세상을 가득 채운다는 발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딱히 분충이라서가 아니라, 현명해지고 경험을 거듭하여 삶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수록 필연적으로 다가오게 되는 실장석이라는 종 자체의 진리에 가깝다. 본디 번식이란, 생물로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자 포기할 수 없는 필연적인 행위이지만, 실장석에게 있어서, 특히나 나이 들고 원숙해진 경험많은 실장석일수록 자를 갖고 싶다는 욕구는 자신의 자를 널리 퍼뜨리고 싶다는 것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실장석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며, 자기 자신의 행복의 확산에 그 의의가 존재한다. 이것이 실장석의 번식행위에서 정상적인 수컷과의 번식이 기피되는 주 원인이기도 하다. 그녀들로서는 자기 자신이 노쇠해 죽기 전에, 자신과 똑 닮은 클론을 번식을 통해 세상에 뿌림으로서, 행복의 무한한 영원성을 획득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마치 고대의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매었듯이, 오롯이 자기 자신의 행복을 영원토록 유지하고 싶어하는 바램이 성체가 되면 하나같이 자를 원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가장 명확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단성 생식. 즉 자신의 클론에 가까운 것을 생산함으로서, 자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자기자신을 무한히 복제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자들을 가짐으로서 자기자신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되며, 그 여럿의 제각각의 행복 추구는 곧 자기자신의 행복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낳은 자들이 항상 자신과 100% 동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슷할 수는 있다. 그리고 어미된 자로서 솎아내기를 통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완벽한 개체를 남길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실장석이 항상 같은 결론을 내는 것은 아니다. 실장석 역시 자아를 지닌 개체이며, 생명이기에, 수많은 역경과 경험에 대한 결론은 항상 같을 수는 없다. 물론 그 숫자는 전체 실장석의 숫자로 보면 지극히 한 줌밖에 되지 않는 극소수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7월의 뙤약볕 아래를 터덜터덜 걸어가는 한마리의 노실장이 바로 그러한 극소수 중 하나에 속하는 개체라고 할 수 있었다. 햇수로는 7년. 들실장 기준으로는 엄청나게 오래 산 축에 속했다. 물론 학계에서 기록된 가장 장수한 실장석의 공식 기록으로는 19년까지 살았던 프라시노라는 개체가 있긴 하지만, 그 기록은 사육실장. 그것도 상당히 특수한 환경에서 키워진 사례이고, 일반적인 들실장 개체 기준에서는 3년만 버텨도 장수했다고 보기에 7년이나 살아남은 이 노실장은 정말 드문 개체였다. 하지만, 이 개체는 대부분의 실장석이 도달하게 마련인 진리인 ‘자로 세상을 가득 채우는뎃’ 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가 첫번째 자를 낳았던 때부터 몇 년간은 그런 생각을 안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자신의 실생에 걸쳐 보았던 경험들은 그런 생각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첫번째 자들을 낳았을 때, 그녀는 세상을 다 가진듯이 느껴졌다. 자신과 똑 같은 자들을, 자신과 똑닮은 자들이 노닐며 마마 마마 하고 외치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가득참을 느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매서운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모두 죽었다. 근본적으로는 어리광쟁이 분충이었던 장녀를 솎아내지 못했던 탓이 컸지만, 그래도 그때는 희망이 있었다.



자는 또 낳으면 되는데스- 하는 희망 말이다.



그렇게 그녀는 매번, 자를 잃을 때마다 새로운 자를, 새로운 자기 자신을 낳았다. 해가 거듭되어 감에 따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위기를 넘긴 그녀는 햇수로 3년째 되는 때에 처음으로 자신의 자를 독립시키기도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자로 세상을 가득 채우는 것은 요원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2년이 멀다 하고 찾아오는 하얀 사신들과, 사신들이 휩쓸고 지나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핫-하 하는 괴상한 울음을 짖는 인간들. 그리고 겨울이 올때까지 그 괴상한 울음을 짓는 인간들이 계속해서 자신들을 사냥하는 나날이 반복되곤 했다. 노실장은 오랜 경험과 여러 차례 반복 주입된 시행착오 덕분에 매번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자신의 자들은 아니었다. 독립시킨 자들 중 살아남은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어찌어찌 살아남아 자를 가졌다 해도, 자신처럼 무사히 또 다른 자들을 독립시킨 아이들은 한번도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자를 계속해서 또 낳아도, 그 자들이 자신과 완벽하게 똑 같은 자신이 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성격이나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동일할 수도 있었겠지만, 노실장이 실생 평생에 걸쳐 이룩한 수백개의 시행착오와 그에 따른 수많은 경험들은 아무리 노실장이 노력해도 전수해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자를 낳고 자를 잃는 생활이 반복되던 노실장은 문득 자신이 생각했던 행복이 과연 행복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7년이나 살아남은 노실장의 경험은 그것에 대해 곧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7년째 되는 해, 첫 봄이 올 무렵 노실장은 꽃을 찾으러 다니지 않았다. 아직 그녀의 분대는 생식 기능이 살아 있었지만, 다른 실장석들이 꽃을 비비며 자를 낳는다고 부산을 떨어도, 노실장은 그것을 애써 외면했다. 다만, 동족들이 자를 낳기 위해 물가나 화장실을 찾을 때에는 조심스레 뒤를 밞아 출산의 과정을 눈에 담았다.



모든 실장석들에게 있어서 출산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을 무한히 퍼뜨리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실장석들은 자신의 자가 첫 세상을 보는 그 순간부터 냉혹한 심사의 대상으로 은연중에 가치를 판단하기 마련이었다. 당장은 자신의 자를 낳았다는 기쁨에 북받쳐 점막을 핥기 바쁘더라도, 점막을 다 핥은 후의 자들에 대해서는 냉혹한 가치 판단의 기준을 들이대기 일쑤였다. 가장 먼저 걸러지는 것은 엄지였다. 엄지는 우지챠보다는 성숙된 개체이지만, 기본적으론 발육 부진상태의 자였다. 그렇기에 처음 자를 얻은 친실장이 아니고서는 엄지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버려지기 일쑤였다. 물론 우지챠를 비상식으로 쓴다면 엄지를 운치굴 노예나 자들의 정서관리를 위한 장난감으로 쓰기 위해 데려갈 수도 있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자를 낳을 때의 이야기였다. 우지챠는 비상식으로서 가치가 높긴 하지만, 봄에는 비상식을 굳이 가질 이유도 없을 뿐더러, 봄에 낳은 우지챠가 겨울이 되기 전까지 고치를 틀지 않을 확률은 매우 낮았기에, 봄철에 자를 낳는 곳에는 항상 버려진 엄지와 우지챠가 마마를 찾아 울어대는 일이 일상다반사였다.



노실장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 고아 엄지와 우지챠였다. 친실장 몇몇이 떠난 후, 노실장은 천천히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 안에는 여러마리의 엄지실장이 울부짖고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그녀들은 정말로 세상이 끝난것마냥 큰 소리로 울어제끼고 있었다. 하지만 노실장은 바로 엄지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문틈으로 그것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엄지실장에 대한 견해는 대동소이하다. 쓸모 없고, 분충 많고, 자기밖에 모르며,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라는 것이다. 물론 우지챠를 아주 소중하게 여기긴 하지만 그저 그것뿐인 하찮은 존재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만 노실장은 오랜 경험을 토대로, 그런 엄지실장들도 개체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부분은 답이 없는 욕심쟁이에 어리광쟁이지만, 드물게는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는 개체도 있기 마련이었다. 노실장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자실장이나 엄지나 분충성이 개화하는 것은 갑자기 좋은 환경에 들어갈 때라는 것이 흔한 통념이지만, 정말로 가장 확실하게 분충성이 드러나는 것은 최악의 환경을 접할 때였다. 겨울에 몇일을 굶을 때라던지, 자매나 마마가 다쳐 일가실각의 위기가 올 때야말로 분충성이 개화하는 방아쇠라는 것을 노실장은 오랜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눈 앞에서 보여져 드러나기 시작했다.



“똥마마! 세레브한 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레챠!!”

“이렇게 된 이상 똥닝겐을 메로메로시켜 사육실장이 되는 레츄!”

“우지챠 우마우마 레치~극상의 맛인 레츄우!”



화변기 안의 엄지실장들은 금새 두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지고 있었다. 괴롭히는 자와 괴롭힘을 당하는 자였다. 괴롭히는 자들은 하나같이 똥닝겐 똥마마 소리를 외치면서 행복회로를 돌리고, 일부는 우지챠를 뜯어먹고 있었다. 반면, 괴롭혀지는 엄지들은 우지챠를 감싸안고 그저 덜덜 떨면서 울기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난장판이 되어가는 것을 무심히 지켜보던 노실장은, 문을 열고 들어가서 자신이 눈여겨 보았던 고아 엄지들을 하나하나 화변기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괴롭힘을 당하던 그룹의 엄지 세마리와 우지챠 한마리를 모두 꺼내자마자, 화변기 안에 남아있던 엄지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방긋 웃으며 자신도 데려가 달라며 아첨을 하기 시작했다.



“새 마마인 레치? 세레브한 와타시를 데려가는 레치!”

“아직 작고 어린 와타시인레츄! 행복을 주는 레츄웅~”



하지만, 노실장은 그저 답하지 않고, 무심하게 화변기 옆의 레버를 체중을 실어 기댔다. 철컥 하고 레버가 기울어지자마자, 화변기 안에서 레츄 레치 거리던 소음은 금세 물살에 휩쓸려 사라졌다. 화변기 안의 모든 것이 깨끗이 쓸려 나간 것을 확인한 노실장은, 여전히 울면서 떨고 있는 엄지 세마리와 한마리의 우지챠를 끌어다 안고, 그곳을 떠났다.



노실장이 자신의 거처를 향해 걸음을 바삐 움직이는 동안, 세마리의 엄지실장들은 자신들을 안고 가는 성체실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여기저기 해진 옷이며 바래지고 튼 피부. 여기저기 남아있는 자잘한 흉터들은 아닌말로 예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을 안아준 성체의 크고 따듯한 체온은 금새 작은 엄지들의 버림받음으로서 마음 속 깊이 아로새겨진 상처를 보듬어주고 있었다. 자신들을 버리고 가버린 마마. 그런 자신들을 거두어준 또 다른 마마. 엄지 세마리는 그 따듯한 온기에 취해 훌쩍거림을 멈추고 서로서로의 뺨을 부비며 살풋 잠이 들었다.



한참을 걸어 자신의 거처에 도착한 노실장은, 어느새 품 속에서 세상 모르고 잠든 엄지들과 우지챠를 내려다보면서 살풋 작은 미소를 지었다. 조심스레 깨어날까 저어하며 엄지 세마리와 한마리의 우지챠를 자신의 침소에 누인 노실장은, 바닥에 앉아 잠든 아이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기었다.





실장석에게 있어서 실생의 유일한 목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항상 그렇지만 자기 자신만의 행복이다. 곧잘 수많은 실장석들이 자를 아주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정작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면 대부분의 어미들이 “자는 또 낳으면 되는데수!” 하면서 자들을 내버리고 도망가는 것도 바로 여기에 기인하는 행동이다. 애당초 자를 낳아 세상에 가득 채운다는 생각 자체부터가 자기 자신의 복제를 세상에 퍼뜨려 행복의 영원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것이니만치, 어찌보면 가장 당연한 진리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자기 개인을 위한 행복, 자기 자신만이 행복해지는 그런 것 따위는 있을 수도 없고, 존재할 수도 없다는 것을 노실장은 오랜 세월에 걸친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지 오래였다. 설사 실생에 무언가 자신만이 행복해지는 비슷한 게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자기 자신만을 위한 행복이 가능한 실생이란 것은 결국 고뇌와 해악으로 가득찬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릴 뿐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사물을 제대로 보고 판단할 수 있다면, 돌씨가 내뱉는 감언이설에 놀아나지만 않는다면, 그것이 엄지실장이던, 성체실장이던 누구나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 분명하고 명료한 일이었다. 그렇다. 스스로가 분별이 있고, 돌씨가 말하는 것에 매달리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생각할 수만 있다면 심지어 엄지라 할지라도 그것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실장석에게는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행복회로와 위석이라는 내적 모순덩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내적 모순에서 벗어나려면 외부던 내부던 강한 충격이 필요했다. 노실장의 경우에는 7년 동안의 목숨을 건 숱한 시행착오가 그 계기가 되었다. 위석는 자신만의 행복을 위한 가이드를 자처했고, 행복회로는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밝은 미래를 약속했다. 하지만 7년간의 피폐한 실생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허황된 망상일 뿐임을, 사물의 본질을 흘리는 악마라는 것을 깨닫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수년간 확고하게 자리잡았던 내적 모순을 벗어난 순간, 노실장은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에 내던져졌다. 실생의 대부분을 그녀는 위석이 말하는 목적에 부합되게 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그 목적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목적이 사라져 버렸다. 실생의 목적이 사라지는 것은, 삶의 의미도 사라지는 것이었다. 평생을 가이드에 의존해서 여행을 즐기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가이드 없이 혼자 외국에 덩그라니 놓인다고 상상해 보라.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허둥거리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노실장은 실생 처음으로, 위석이라는 가이드 없이 자신만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자신의 행복을, 참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놓고 많은 생각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이 바로 자신의 눈 앞에서 울다 지친 모습으로 잠든 세마리의 고아 엄지와 한마리의 고아 우지챠였다.



자신의 자가 아닌, 다른 이의 자들. 그것도 태어나자마자 존재를 부정당하고 버려진 아이들이었다.



노실장이 7번이나 겨울을 무사히 보내는 동안, 자신의 자들 중 일부만이 성공적으로 독립했지만, 그 숫자는 노실장이 감히 헤아리기조차 벅찰 정도로 많았다. 가장 현명하고,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진 가장 오래 살아남은 존재였으니 그런 가르침을 이어받은 자신의 자들도 살아남아 자들을 퍼뜨릴 수 있었어야 마땅했으리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아이들은, 자신과 닮았으되, 똑 같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꽃을 부벼 태어난 자신의 복제품이라고 해도, 그 정신과 생각은 제각각이었고, 결정적으로 자신과 같은 여건에서 자라난 자들이 아니었다. 자신의 자들은 누군가에게 배신당해 본 적도 없었거니와, 자신의 마마에게 불필요한 짐짝 취급을 받은 적도 없었다.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 끝없이 고심을 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솎아낸 자들을 제외하고는 태어나자마자 확고하게 자로서 인정 받고, 무한한 사랑과 예쁨을 받으며 자라나 독립한 자들이었다. 그러나 정작 친실장인 노실장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실생을 보냈었다. 그녀는 태어나 점막을 취해지자마자 친실장으로부터 짜증섞인 목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버림받지는 않았지만 가장 먼저 태어났음에도 장녀는 고사하고 막내 취급조차 받지 못했었다. 그저 눈치없는 객식구마냥 천대받고, 자매들의 놀림감이 되었을 뿐. 몇번인가 울면서 마마에게 통사정도 해보았지만 그때마다 날아오는 것은 일방적인 폭력과 자매들만 편드는 절망적인 결과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대접이 한순간에 바뀌었던 것은, 겨울이 막 시작되기 전의 늦가을쯤의 일이었다. 핫-하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생물이 냅다 그녀들이 사는 집을 걷어차 날렸고, 그 서슬에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수많은 자매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마마는 한쪽 머리가 푹 패이고 한쪽 눈이 망가진 채로 바닥에 널린 적록의 무언가를 쓸어담으면서 오로롱 오로롱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 때부터였을 것이었다. 자신에 대한 대우가 하루아침에 바뀐 것이.



간신히 울음을 멈춘 마마가 처음으로 내뱉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노실장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만큼, 그때의 감동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 태어나 단 한번도 젖은 고사하고 쓰다듬 한번 받지 못했던 그녀에게, 마마는 울음을 멈추고 주변을 정리하자마자 곧바로 “너라도 살아서 정말 다행인데스! 역시 나의 자인 데스요~!” 라며 자신을 꼭 안고는 울먹일 때,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마마라고 외치며 마마의 품속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의 생활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단 한번도 자로 여기지 않았던 마마가, 자신을 귀여운 자라며 보듬어주고, 우마우마한 것을 주고, 잠들때까지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그녀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는 항상 모든 것에 의문을 갖곤 했다. 언제 또 다시 버림받을지, 이 따듯한 상황이 언제 또 바뀔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했다. 한번 버림받았던 그녀에게 행복이란 결코 저절로 당연하게 오는 그런 것이 아니게 되었던 것이었다.



노실장 스스로가 얻어낸 답 역시 이것과 비슷했다.



자신의 자들은 자신과 닮았지만, 똑같지는 않았다. 자신과 똑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기억과 시행착오에 의한 경험을 가르치려는 노력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태어나서 사랑받는 것이, 귀여움받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 당연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자들로서는 어미의 가르침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질 턱이 없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낳은 자들은 내적 모순덩어리에 대한 면역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도 문제였다. 애초에 수년간 고난을 겪은 것도 아닌 새파란 자실장들이 자아 성찰을 스스로 깨달을 리도 없거니와 도리어 자신들은 선택 받은 자라며 선민사상에 물들어 있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현명한 노실장의 수많은 시행착오에 기반한 노하우는 자들에게는 다른 동족과는 차별될 정도로 풍요롭고 우월한 마법 그 자체였을 테니 말이다. 때문에 노실장은 한번 세상에서 쓸모 없다고 버려진 경험을 얻은 자들을 원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자가 아닌, 남의 아이들이어야만 했다. 자신의 혈육이라는, 이른바 선택된 자라는 생각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만 했다.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이를 항시 경계하며, 스스로의 존재가치에 항상 의문을 가지는 자들만이 살아남을 것이었다. 위석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행복이 진리라고 외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이미 7년동안 반복된 실패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 데려온 이 아이들이 자신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몰랐다. 그러나 그것은 그때마다 솎아내면 될 일이다. 어차피 자신의 마마에게서조차 버림받은 아이들이다. 두번 다시 같은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서라도 스스로의 가치는 스스로 보이려고 노력할 것이 뻔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같은 경험을 한 아이라면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다.



노실장은 자리에 누워, 천사처럼 다소곳이 잠든 세마리. 아니 네마리의 아이들 옆에 조심스레 몸을 뉘여 한쪽 팔로 아이들의 몸을 토닥토닥 쓰다듬고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이번만큼은, 정말로 모두가 행복해지길,

머릿속으로 꿈꾸면서 말이다.



그로부터 며칠이 더 흘렀다. 엄지실장들은 처음에 가졌던 불안감의 상당수는 사라져 있었다. 자신의 친마마가 아닌 전혀 다른 오바상이 자신들을 자로 받아들여 준 것은 그녀들로서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하물며 자신이 낳은 것도 아닌 버려진 자신들을 보살펴 주는 것은 아직 어린 그녀들로서도 상상도 못할 일임에 틀림없었다. 물론 이런 일이 알려진다면 근처의 다른 실장석에게 놀림을 받거나, 심하면 약탈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노실장의 거처는 처음부터 그런 것쯤은 충분히 고려해서 지어져 있었다.



공원 외곽의 담벼락 아래엔 작은 둔덕이 있다. 본래는 가스관이 묻힌 곳이었지만, 공원에 인접한 상가들이 철거되면서 본래의 용도를 잃은 채, 그대로 공원에 편입된 후미진 장소였다. 이곳은 인접한 단지도 없는데다 담벼락 너머로는 산업도로가 펼쳐져 있어, 사람은 물론이고 실장석도 좀처럼 오가지 않는 곳이었다. 물도 구하기 어렵고, 먹이터가 될만한 쓰레기장도 멀리 있었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거의 최고의 위치였다. 바로 그런 곳에 노실장의 거처가 있었다. 낡아서 이젠 회색이 다 되어 가는 골판지 박스 앞에서, 한마리의 늙은 실장이 먹이를 구하러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마마 안녕히 다녀 오시란 레치!”

“마마 조심히 다녀 오는 레츄!”



아마도 그녀의 자로 보이는 세마리의 아기실장이 길을 떠나는 어미를 전송하는 듯해 보였다. 어미가 모습을 감추자, 세마리의 아기실장은 오도카니 그 뒷자취를 보다가, 이내 골판지 입구를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박스 안에는 우지챠 하나가 오네챠를 맞이했고, 세 자매는 서로서로 번갈아 가면서 우지챠를 얼르고, 달래고, 프니프니를 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가족은 어딘가 일반적인 들실장 가족 구성과는 조금 달랐다. 우선 이 세 자매들은 자실장이 아니었다. 모두 엄지실장이라는 특이한 구성이었다. 보통 엄지실장들이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거나, 버림받지 않더라도 자로서 취급받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나 특이한 가족구성인 셈이었다. 게다가 이 가족은 같은 품종조차도 아니었다. 어미로 보이는 노실장은 로하스 품종인데, 자로 보여지는 엄지들은 보틀 품종이었다. 게다가 우지챠는 아예 통근 품종. 누가 보면 가족은 커녕 보존식으로 만들기 위해 납치한 거라고 여기기 딱이었다. 하지만 보존식은 커녕, 이 가족은 제법 끈끈한 유대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당장 같은 품종도 아닌, 자신의 친자매도 아닌 우지챠를 서로 귀여워하며 돌봐주는 것만으로도 일반적인 들실장 가족과는 많이 달랐다. 우선 그녀들부터가 친어미도, 친자매도 아니었다. 그녀들은 엄지로 태어난 시점에서, 자신의 친어미로부터 버려졌고, 자신의 친자매로부터 조롱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버려진 채 변기 속에서 울고 있던 그녀들을 주워다 자로 삼아주고 인정해준 것은 다름 아닌 생전 처음 보는 자신들과는 생김새부터가 전혀 다른 성체 실장이었다.



처음에는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고,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자신들을 보호해주고 자로서 받아들여준 노실장에게 마음을 열은 작은 아이들은 금새 친해지기 시작했다. 서로 친자매가 아니란 사실은 그녀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들은 이미 친자매로부터 같은 자매가 아니라며 놀림당했고, 자신을 낳은 마마로부터는 자가 아니라며 멸시당했기에, 자신과 똑 같은 경험을 공유했던 같은 처지의 엄지 세마리는 금새 친자매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우지챠는 애초에 아직 생각이란게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막내가 되어 엄지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노실장에게 거두어진지 13일째 되던 날, 그녀들은 처음으로 순서를 배정받았다. 같은 엄지이지만, 크기는 각각 조금씩 차이가 있었기에, 몸이 큰 순서대로 장녀, 차녀, 삼녀가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세마리의 엄지는 새로운 마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세마리의 엄지의 생각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가장 몸이 컸던 장녀 엄지는 다른 두 엄지와 다르게, 단순히 버려지는 차원의 경험이 아닌, 정말 끔찍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자로 취급받지 않은 것은 둘째 치고, 모든 자들의 점막을 핥은 자신의 마마가, 그녀를 잡아먹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마마 뱃속에 있을 때는 모든 자들은 귀여운 나의 자인 데스~ 라고 들어왔던 그녀에겐 정말 엄청난 쇼크였지만, 자신을 낳은 마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엄지로 태어난 것만으로도 분충이라며 입을 벌리는 마마에게 놀란 그녀는 그저 테- 하는 울음만을 겨우 짖으며 빵콘을 거하게 쏟아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이제 막 출산을 한 직후라 비위가 약한 친실장의 후각을 건드려, 그녀는 가까스로 먹히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대신에 화변기의 고인물에 그대로 내동댕이 쳐졌지만 말이다. 그런 끔찍한 과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장녀는 항상 지금의 새 마마를 완전히 믿고 있지는 않았다. 언제 태도가 돌변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것에 가까웠다. 더구나 자신을 낳은 마마가 잡아먹으려고 자신을 들어올릴 때, 했던 말들은 정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엄지는 자가 아니고, 그저 먹히기 위한 존재일 뿐이며, 끽해봐야 운치굴에서 비상식량 관리나 하는 무가치한 존재라는 그 가차없는 소리가 장녀에게는 주박과도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차녀와 삼녀가 새 마마를 얻었다며, 자로 받아들여 주었다며 기뻐할 때조차 장녀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새 마마인 노실장의 눈치를 볼 뿐이었다. 언제고 태도가 돌변해 자신들을 비상식으로 먹어치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반면에 차녀는 그런 끔찍한 말을 듣지는 않았다. 자신을 낳은 친실장이 보여준 것은 완벽한 멸시로 가득찬 무시였다. 뭐라 짖든 애초에 거기 존재조차 아니했다는 듯이 차녀를 외면했다. 낳자마자 벌어진 잔혹한 외면에 목이 쉬도록 울부짖었지만, 친실장은 나머지 자들을 모두 햝을 때까지 그녀에게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끝내 일어서는 친실장의 다리를 부여잡고 울부짖는 그녀에게, 친실장이 남긴 한마디는 간단했다.

“꺼지는데스. 세레브하지 않은 자는 자가 아닌데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차녀 엄지에게 박힌 주박이었다. 세레브가 뭔지, 이제 막 태어난 엄지가 알 턱이 없었지만, 차녀는 항상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도 계속 세레브 라는 단어에 집착하곤 했다. 밥을 먹을때도 항상 세레브한 맛인레치! 라고 중얼거리거나, 프니프니를 해줄 때조차도 세레브한 프니프니인레치? 라고 항상 우지챠에게 묻곤 했다. 물론 장녀나 삼녀가 세레브가 뭐인레치? 하고 물어보지만, 자신도 모르는 것을 설명해 줄 턱이 없었다. 그저, 차녀는 세레브란 것을 막연히 좋은 것으로 여길 뿐이었다. 그러다 한번은 새 마마에게 세레브의 뜻을 물어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장녀가 단호하게 외친 한마디에 그런 분위기는 금새 쑥 하고 내려갔다.

“이모토챠들… 낳아주신 마마가 우리에게 뭐라 했던지 생각해보는 레치…”



장녀로서는 함부로 행동해서 철없이 굴면 언제라도 새 마마가 태도를 바꾸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한 것이었지만, 차녀에게는 자신이 버려질 당시의 상황이 오버랩되어 보여지는 꼴이었다. 세레브하지 않아서 버려진다는, 세레브하지 않아서 자가 아니라는 자신의 슬프고 무서운 기억이 되살려지자, 차녀는 세레브가 무슨 뜻인지 묻는 것이 너무나도 두렵게 느껴졌다. 만약 그것을 물어본다면, 차녀로서는 자신이 세레브하냐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차녀 엄지로서는 새 마마가 자신을 자로 인정해준 것이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세레브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면, 그것은 정말 너무나도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세레브하지 않다는 말의 의미는, 차녀로서는 버림받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아니 같은 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번 버림받았다가, 다시 한번 자로서 인정받고 행복을 누리는 마당에, 또다시 시험에 드는 것은 정말 죽기보다 싫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차녀 엄지는 장녀 엄지의 한마디에 세레브한게 무엇인지 알기를 포기했다. 그저, 세레브하다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여길 뿐.



하지만, 삼녀 엄지만큼 가장 큰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는 없었다. 삼녀 엄지의 경우엔 친마마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친자매들에게 조차도 버림받고 멸시를 받아야만 했다. 그나마 장녀나 차녀는 직접적인 폭력은 없었고, 장녀조차도 친마마에게 잡아먹힐 뻔 한 미수에 그친 정도에 불과했지만, 삼녀 엄지는 태어나 점막을 핥자마자 바닥에 처박히고, 걷어차여야 했다. 분노한 친실장이 이딴 불량품이 나오다니 분충데스! 라고 외치며 엄지에 불과한 갓 태어난 자신을 마구 때렸던 것이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이제 막 출산을 하던 와중이라 친실장의 기력이 딸려 힘이 덜해진 덕에 태어나자마자 맞아 죽는 끔찍한 일만은 면할 수 있었지만, 삼녀 엄지에게 그것은 악몽의 시작이었다. 자신의 뒤를 이어 계속해서 태어난 친자매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쓰러져 드러누운 자신을 살펴보았지만, 이내 마마의 말에 기세등등해진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장난치듯 쓰러진 자신을 이리치고 저리 치며 갖고 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아직 친자매라는 인식이 남아 있는 그녀에게, 마치 쓰레기를 대하는 것마냥 대하는 자매들의 폭력은 삼녀의 정신에 큰 상처를 입혔다. 그랬기에 삼녀는 유독 자매간의 정이랄지 우애에 거의 매달리시피 하는 아이가 되고 말았다. 새마마가 보여준 웃음. 새 자매들이 보여준 미소, 우지챠가 꼬리를 살랑살랑 거리며 프니프니를 원하는 그 모든 것들이 삼녀에겐 유일한 것이고 가장 바라마지 않는 것들이었다. 마마에게도, 자매에게도 두번다시 버림받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만이 남은 삼녀는 세마리의 엄지들 중에서도 가장 소심하고 관심을 갈구하는 아이가 되었다.



그렇기에, 오늘도 골판지 박스 안에서 장녀와 차녀가 설전 아닌 설전을 벌이는 것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장녀는 항상 새 마마가 먹을것을 구하러 떠나면, 이곳을 일단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할 때가 많았다. 반면에 차녀는, 버림받는 것이 세레브하지 않아서라는 자신을 낳은 마마가 내뱉은 그 단어에 집착했기에, 또다시 그런 상황에 처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렇게 둘이서 한참을 싸우다 보면, 언제나 그렇듯이 조용히 지켜보던 삼녀에게 화살이 날아왔다.



누구 말이 맞는 거 같냐는 화살.



삼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법의 화살이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조용히 뒹굴거리던 우지챠에게 달려가 프니프니를 해준다는 핑계로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삼녀로서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를 편들면 반드시 한쪽은 실망하거나 슬퍼할 것인데, 그것은 자신으로서는 가장 용납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태생부터 어미에게도 자매에게도 모두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폭행까지 당한 삼녀로서는 모처럼 얻은 이 행복을 무너뜨리는 행동은 어떻게든 용납이 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투닥투닥 보내고 나면, 새 마마가 가져온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어느덧 봄이 가고, 여름이 찾아올 때쯤, 부지런히 노실장이 먹이를 구해온 탓에, 충분한 영양을 받은 탓일까, 세마리의 엄지실장은 어느덧 자라 자실장이 되어 있었다. 물론 여전히 평균적인 자실장보다는 한참 작지만, 그래도 엄지실장이 자실장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일 것이었다. 하지만, 자실장으로 성장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적어도 삼녀에게는 그랬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균형이 잡혀 있던 세마리의 설전이 자실장으로 변화하고 난 이후부터는 두마리와 한마리의 설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장녀는 여전히 새 마마를 완전히 믿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사실 삼녀로서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당장 주변의 다른 동족들이 엄지를 대하는 태도나, 고아 자실장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녀들 스스로가 골판지 밖으로 나가 본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위치상 둔덕이라는 고지대에 있었던 탓에, 골판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다른 동족들의 행태가 간간히 눈동냥 삼아 보여지긴 했기 때문이었다. 고아라는 이유로 식량 취급 당하는 건 예사고, 엄지라는 이유로 무조건 죄를 덮어씌우는건 기본에, 밥을 먹는것 자체조차도 분충이라는 소릴 듣는 것을 보았던 삼녀로서는 장녀의 의견에 어느정도 공감은 하고 있었다. 사실 삼녀로서도 노실장인 새 마마가 왜 자신들을 자로 거두어준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삼녀는 그것을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또 다시 버림받는 상황을 겪는 것 자체가 끔찍해서였다. 그렇기에 장녀의 “새마마가 맘이 바뀌기 전에 여길 떠나야 한다” 는 주장에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것을 실행할 용기가 없고 차녀와 반목하기 싫었기 때문일 뿐. 하지만 그것도 최근엔 사정이 바뀌었다.



자실장이 된지 얼마 안됬을 무렵, 차녀 역시 밖으로 나가는 것에 어느정도 동의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차녀는 새마마의 곁을 떠날 생각은 1도 없었다. 그저 우연히 삼녀와 밖을 골판지에 뚫린 구멍으로 구경하면서 바깥의 화사하고 찬란한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차녀는 과거에 친실장이 했던 말 때문인지, 항상 좋은 것이 세레브한 거라고 막연히 여기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화려하고 밝은 바깥을 본 차녀는 저렇게 세레브한 바깥이야말로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것은 딱히 분충이라서가 아니라, 버려졌던 과거에서 비롯된 주박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차녀에겐 좋았다. 어둡고 냄새나고 퀴퀴한 골판지 안보다, 바깥이 더 아름답고 예쁘게 보였다는 것이 중요했다. 세레브하지 않아서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차녀에게는, 세레브함. 즉 좋아보이는 것에 가까워질수록 버림받지 않는다는 절대 명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결국, 삼녀로서도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로서는 새마마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 마마를 떠나는 것에 반대한다면 자매들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기에, 긍정도, 부정도 아닌 어정쩡한 답변만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행의 날이 왔다.



폭염이 지나가고 다소 서늘해진 시기, 아직 여름이 다 지나지 않은 8월 초에, 노실장이 물을 길으러 간 틈을 타서 세마리의 자실장들이 골판지 문을 열고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지금이 기회인 테치! 어서들 나가보는 테치!”

장녀가 그렇게 외치며 문을 열고 걸음을 내딛자, 바닥에서 밥을 막 먹고 벌러덩 누워 있던 막내우지챠가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어디가는 레후? 야외 프니프니인 레후? 레후? 야외가 뭐인 레후? 우지챠 그런거 모르는 레후. 프니프니는 좋은 레후.”



그리고, 못내 그 상황을 어쩌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던 삼녀는, 우지챠를 들고 얼르며 달랬다.

“우지챠 조용히 하는 테치. 와타치가 프니프니 해주는 테치.”

“프니프니후-“

“해주면 뭐라 했던 테치?”

“프니프….우지챠 입 꼭 닫는 레후. 알겟 레후”



그리고, 장녀의 뒤를 좇으며 차녀 역시 조용히 말을 내뱉었다.

“테에.. 밖은 세레브한 와타치에게 어울릴게 틀림없는 테치.”



그렇게 세마리의 자실장은 태어나 처음으로, 골판지 밖으로 발을 디뎠다. 그리고, 망막에 비치는 현란한 색과 더불어, 골판지 상자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온갖 향기와 다양한 소리에 세마리는 본래 생각했던 목적마저 잠시 잊고 멍하니 서서 따사로운 햇볕을 온몸 가득히 받아내었다. 잠시 동안 감동의 격류를 느낀 그녀들은 제각각의 목표를 위해 영광스런 첫 걸음을 떼었다. 아니 떼려고 했다. 자신들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후비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들. 마마의 말이 말같지 않는 데스? 멋대로 골판지 박스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었을 터인 데스!!”



그와 동시에, 깜짝 놀란 세마리의 엄지, 아니 이제는 자실장들은 팔짝 튀어오르는 듯한 모션을 취하다가 제풀에 바닥에 엎어지고는 허둥지둥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얼굴 가득히 짜증을 가득 채운 늙은 실장이 있었다. 자신들의 새마마인 노실장이 노란색과 파랑색 물감이 여기저기 잔뜩 묻은 채로 골판지 뒤에 서 있었다. 세마리의 자실장은 새마마의 달라진 모습과 더불어 들켰다는 낭패감에 사로잡혀 그저 벌벌 떨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긋이 보던 노실장은 보다 큰 소리로 일갈했다.



“주모자는 누구인데스!! 좋은 말로 할 때 나오면 심하게 다루지는 않는데스. 누구인데스!”



그러자, 장녀가 비틀비틀 일어나 입을 열었다.

“와타시인테치…”



그것을 들은 노실장은 더 한층 엄격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왜인데스? 이유가 있을 거 아닌데스.”



장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정말로 몰라서 묻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마마. 정말로 모르는테치? 우리들은 마마의 자이지만 자가 아닌테치. 한배에 태어난 자매들도 아닌테치! 심지어 엄지였던 테치! 엄지로 태어난 것만으로도 분충인테챠!! 그런 우리들을 어째서 자로 받아들여 준 거인 테츄!! 다른 오바상들처럼 자판기로 만들 생각이 아니냔 테챠!! 결국 겨울이 오면 또다시 버림받을 게 아니냔 테치!! 정말 우리들은 마마의 자인 테츄?”



장녀는 마치 지금이라는 듯이 쏟아내듯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뒤늦게 새마마의 눈치를 보면서 입을 닫고는 그저 새마마가 내릴 선고를 상상하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여태 그런 고민같지도 않은 헛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인 데스? 자판기라니, 어떤 분충이 그런거 해먹자고 엄지를 자로 받는다는 데스? 헛지랄도 정도껏 하는데스.”



그러나 새마마가 내뱉은 말은 선고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보다는, 아직 철이 덜 든 자식을 훈계하는 그것이 더 가까웠기에, 장녀의 머릿속은 일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새마마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엄지도, 우지챠도, 각각 다른 마마가 배아파 낳은 자식인데스. 그건 틀림이 없는데스. 허나 너희들은 나의 사랑스런 자들임엔 틀림이 없는데스. 하지만 그렇게만 말해본들 장녀가 납득할 것 같진 않은데스. 그러니 묻는데스. 장녀는 행복이란게 무엇인 거 같은데스?”



“마마…”



“화내는 거 아닌데스.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데스. 행복이란게 뭐일거 같은 데스?”



장녀는 잠시, 새마마의 말에 머뭇거리다가, 떠듬떠듬 내뱉듯이 대답했다.



“마마에게 사랑을 받고 자라서, 독립해서 자신의 자를 낳는 것인테치. 아마도 그게 맞을것인 테츄.”

“그것은 누가 가르쳐준 것인데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몸속의 돌씨가 가르쳐주는 거 아닌테치?”

“자를 낳아서 세상에 자신의 자로 가득차게 한다는 것 말인데스?”

“맞는테치. 독립해서 자신의 가족을 꾸리는게 가장 큰 행복인테치.”



그러자 그것을 들은 노실장은 살풋 웃음을 짓고는 단호하게 끊듯이 말했다.



“그건 돌씨의 희망인데스. 그런것은 행복이 아닌데스.”

“그렇지 않은테치! 자를 가져서 가족을 갖는 것은 행복이 맞는 테츄!”

“그것 자체가 행복이라면, 어째서 장녀는 행복하지 않았던 데스?”

“…….”

“독립해서 어느정도 기반을 닦으면, 자를 낳는데스. 그런데 장녀는 태어나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있는데스?”

“그…그건 와타시가 엄지라서….데…데에에엥”



과거의 설움을 떠올린 장녀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래도 장녀의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가득차 있었다. 마마의 말은 틀리지 않다.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라면, 자신은 불행할 이유 따윈 없어야 했다. 엄지를 낳았던 친마마가 불행하다며 말해서는 안되었다. 하지만 그랬다. 장녀는 그 모순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새마마는 장녀를 얼르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엄지라는 것이 장녀가 원해서 된 것인데스? 그건 아닐것인 데스. 그렇다면 장녀를 낳은 마마가 잘못인데스? 그것도 아닌데스. 엄지를 낳고 싶어서 낳는 마마는 어디에도 없는데스. 잘못은 바로 돌씨에게 있는데스.”



“돌씨가 하는 말. 돌씨가 가르쳐주는 것들, 그리고 돌씨가 보여주는 행복한 미래에 대한 환상. 이 모든 것이 잘못인데스. 물론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은 아닌데스. 언제고 계속해서 살아가다보면 좋은일이 있을 수도 있는데스. 어쩌면 돌씨가 말하는 꿈 같은 행복이 있을지도 모르는데스.”



“하지만 그것은 실생이 무엇인지, 실생의 진정한 행복이 뭔지도 모르는 멍청한 분충이나 될거라고 믿는 것인데스. 실생 7년인 내가 산 증인인데스. 돌씨가 말하는 행복은 행복이 아닌데스.”



노실장은 잠시 훅 하고 과거를 회상하듯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것은 물이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고는 아무런 방향조차 잡지 않은 나무토막에 올라탄 자가 자기로서는 가고 싶은 곳을 향해 간다고 믿는 것과 같은 것인데스. 여기 태어나기 전 마마의 뱃속에서 꿈을 꾸는 자실장이 있는데스. 이 자실장이 사육실장의 마마나 들실장의 마마로부터 태어난다고 상상해 보라는 데스. 이 어린 자실장에게는 아직 실생의 고난은 커녕, 돌씨가 말해주는 것의 모순조차도 느껴본 적이 없을 것인 데스. 마마의 사랑이 당연하고, 보살핌을 받는게 당연하다고 여길 때이니 더더욱 실생의 문제에 대해 알리가 없는데스. 다만 그저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신의 마마를 보면서 그것을 본보기로 삼아 살아가고 배울 것인데스.”



“그런데 이 본보기라는 것이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에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데스. 왜 인줄 아는데스? 돌씨에 대한 말을 믿고 돌씨가 보여주는 미래의 행복의 광경을 믿는 분충들이 보여주는 것이라곤 자신의 자의 행복이 아니라 그저 자기자신의 행복만을 생각하고 움직이기 때문인데스. 그리고 그러한 것을 마마의 가르침이라며 자신의 자에게 주입하는 데스. 사육실장의 자라면 자신의 마마로부터 주인에게 복종하고 운치를 가리고 주인을 웃음짓게 만들라고 가르칠 것인데스. 들실장의 자라면 행복이란 자를 많이낳아서 자신의 자로 가득채우라고 할 것인데스. 하지만 이건 틀린 가르침인데스.”



“실생은 앞날이 어찌될지 한치도 예상할 수 없는 바람과도 같은 것인데스. 사육실장이던 자들도 하루아침에 공원에 버려질수도 있는데스. 들실장은 더한데스. 어느날 마마를 잃을 수도 있는데스. 집이 하루아침에 없어질수도 있는데스. 아예 자는 고사하고 제 한목숨 건사하기도 바쁜 날이 닥칠수도 있는데스. 돌씨가 말해주는 것들은 그저 자기자신이 가장 이상적으로 행복해지는 모습만을 말해주는 것인데스. 거기엔 자신의 자의 행복따윈 안중에도 없는데스. 그래서 자들이 친마마에게서 버림받은 것인데스.”



“그..그럼 마마는 왜 우릴 자로 받아들여 준 거인테치?”

새마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삼녀가 불쑥 속으로 삼키고 있었던 질문을 꺼냈다. 그러자 새마마는 웃음을 짓고는 대답했다.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인데스.”

노실장은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자실장들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진짜 행복이란 것은 그리 어려운게 아닌데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솔직하게 모른다고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인데스. 반면에 가짜 행복이란 아는 것을 모른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믿는 것인데스.”



그러자, 차녀가 머리를 싸쥐는 듯한 표현을 하면서 말했다.

“너무 어려운 테치…어려운거 잘 모르는 테츄…”



“그럼 좀더 알기쉽게 말해주는 데스. 차녀. 세레브가 뭐인데스? 그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는데스? 항상 차녀는 뭔가 좋은 것을 보거나, 우마우마한것을 먹으면 세레브한 것이라고 말하곤 하는데스. 하지만 그것이 어떤 뜻인지, 어떤 의미인지 알고 말하는 데스?”



“잘 알지는 못하는 테치…그냥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테츄…”



노실장은 그 대답을 듣자마자, 곧바로 이어서 단정하듯 말했다.

“바로 그거인데스. 차녀는 세레브가 무엇인지 스스로가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데스. 즉 잘 모르는 것인데스. 그러나 차녀는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쓰는데스.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좋은 것이라고 치부하면서, 타성적으로, 습관적으로 세레브를 외치고는 그것이 행복이라고 막연히 믿는데스. 그것이 바로 가짜 행복인데스. 진짜 행복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고, 아는 것은 안다고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인데스.”



“그…그럼 세레브가 나쁜 것인테치?”

“그것은 차녀가 직접 보고 배우고 알아보면서 스스로가 의미를 찾아내야 하는 것인데스.. 그리고 장녀도 마찬가지인 데스. 장녀는 스스로 품었던 그 의문을 직접 물어보려고 하지 않았던 데스. 그저 몸속의 돌씨가 말하는 대로, 돌씨가 가르쳐주는 대로만 믿고 따랐을 뿐인데스. 돌씨가 말하는 행복이 자를 낳는 것 만이라면, 어째서 장녀는 태어나자마자 불행했던 데스? 장녀를 낳은 마마가 장녀가 엄지라는 걸 깨달았을 때 왜 행복해하지 않았던 것인데스? 그것은 돌씨가 말하는 내용이 가짜 행복이어서인 데스. 돌씨는 항상 형편좋은 말만 해주는데스.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광경만 보여줄 뿐인데스요. 돌씨가 말해준 것들 중 어느것 하나 장녀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있는데스? 모르는데도 안다고 믿어버리고, 알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들. 버림받은 장녀를 거두어주고 자로 받아들여주고 귀여워해주었던 마마를 믿지 않고 모르는 것인 양 버려둔 것. 그것이 바로 거짓된 행복인데스.”



새마마의 말을 듣고있던 장녀는 새마마의 말이 끝나자,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마마를 올려다보았다. 늙고, 볼품없고, 오늘은 어디선가 일이라도 있었던지 녹색 실장복에 청색과 노랑색의 물감이 잔뜩 묻어 있는, 초라한 노실장이 서 있었다. 하지만 장녀에게는 자신들을 위해, 고작 엄지에 불과한, 그것도 친마마에게 버려져 고아였던 자신들을 거두어준, 자로 삼아준 따듯하고 속 깊은 아름다운 마마로 비추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차녀도, 삼녀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지나가기 무섭게, 세마리의 자실장들은 진심에서 우러난 큰 목소리로 외치며 자신들의 마마에게 달라붙었다.



“마마아~ 잘못한 테치! 다신 안그러겠는 테츄!!”

“마마~! 마마~!!”



노실장은 자신에게 살갑게 달라붙으며 울먹이는 자실장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어주었다. 불현듯, 자신의 옷에 묻은 물감을 떠올리고는 자실장들에게 묻을새라 품에서 떨어내려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자실장들은 너나할거 없이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자신의 품에 엉겨붙기 바빴다. 그렇게 한동안 울먹거리며 달라붙던 자실장들이 간신히 감정을 가라앉히고 진정했을 때엔 셋 다 꼬락서니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장녀의 옷은 청색으로 물들었고, 삼녀와 차녀는 노랑색이 여기저기 묻어 녹색 실장복은 원형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물들어 있었다. 오히려 자실장들의 눈물 콧물에 범벅이 된 노실장의 실장복은 노랑색과 청색이 뒤섞여서 마치 지금 막 태어난 자실장마냥 도리어 더 선명한 녹색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서로서로 본 세마리의 자실장과 한마리의 노실장은 그제서야 크게 데프프픗 하고 웃음을 지었다.



“데파퍗! 장녀 옷 색이 이상한테츄!”

“차녀도 남말 할 때가 아닌테치!!”

“마마만 옷이 깨끗해진테치! 선명한 녹색이 된 테치!!”



노실장은 자들이 서로서로 웃는 것을 보다가,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가까운 물길로 나가서 몸을 씻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비닐봉투를 새로 꺼내서 거기에 자실장을 담아 넣고, 우지챠는 다른 손에 받쳐 들고는 가까운 물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노실장은 인간과 마주치고 말았다.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은 실수였건만, 아이들과 웃으며 행복해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찰나의 방심이 빈틈을 노출하고 말았다. 노실장은 조심스럽게 위를 올려다보았다. 햇살에 비추어지는 새하얀 반사광.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죽음이었다. 하얀 사신. 새하얀 색으로 뒤덮여져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인간들. 그것과 맞부닥친다는 것은 실생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노실장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았다.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새하얀 방벽들. 공원의 울타리를 따라 무기질적인 소리를 내며 펼쳐지는 하얀 벽들을 보자 노실장은 자신의 실생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잠시 동안, 자신의 자들을 내보이며 사정해볼까 하는 생각이 아주 조금 들었고, 그 틈을 놓칠세라 돌씨는 자들을 내던지고 달아나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봉투 안에서 그저 자신만을 믿으며, 기대와 사랑에 가득찬 눈망울로 올려다보는 귀여운 자들을 본 노실장은 마음을 굳게 먹고는 도망가지도, 아첨하지도 않은 채, 가만히 하얀 사신을 올려다보았다. 설령 실생이 여기서 끝나더라도, 이 아이들에게 다시한번 버림받게 할 수는 없었다. 이미 자신이 한번 버림받아 보았기에, 그 절망은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막 새로운 시작을 열었지만 그래도 끝은 행복하게 끝내고 싶었다. 노실장은 자들이 든 봉투에서 자실장을 하나하나 꺼내어 양 손에 꼬옥 품고는, 곧 이어 닥칠 결과를 예상하듯 두 눈을 질끈 감고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의 자실장들을 보호하듯 웅크려 앉았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하얀 사신이 자신들의 생을 거두어 갈 것이었다.



그러나 하얀 사신의 행동은 노실장의 예상과는 달랐다. 그저 잠시동안 지켜보더니, 손에 들고 있는 막대기를 허리춤에 대충 쑤시듯 꼽아 놓고는 어디선가 케이지를 하나 꺼내서는 자신과 자실장 모두를 조심스럽게 넣고는, 근처에 주차된 봉고차 짐칸에 올려두고 자리를 떠났다.



노실장은 그저, 영문을 모른 채로 케이지에 있었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자실장들과 우지챠만이 새롭고 신기한 환경에 들떠 이리저리 테치 테치 레후 레후 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구제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서, 노실장은 자신이 있는 곳이 움직이는 것을 알았다. 부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공원 밖으로 떠나는 것을 창 밖으로 휙휙 지나는 풍경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노실장은 문득, 머릿속에서 돌씨가 외치는 수많은 외침과, 더불어 사육실장이 되어 닝겐들을 노예로 부리는 환상이 펼쳐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휴지 구기듯 머릿속에서 지워 없앴다. 이미 그런 환상에 속아넘어가기엔, 너무나 오랜 세월동안 고생하며 살아왔다. 7년이라는 세월은 한마리의 실장석이 스스로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고찰하고, 사물을 순리 그대로 인식하고자 할 만큼 충분하다 못해 넘칠정도의 시행착오를 겪게 만들었다. 노실장은 생각했다. 진짜 행복은 자신이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조금이라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모른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우친 지 오래였다. 자신이 가게 될 곳이 어딘지는 알 수는 없었다. 괜히 모르는 것을 돌씨에 의존해 상상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어차피 이 세상에 좋은 실생따윈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깨달은 노실장은 그저 가만히 앉아 케이지 안에서 처음 보는 바깥 풍경에 정신없어하는 자실장들을 그저 지긋이 바라보면서, 자신이 아는 사실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적어도,



최소한,



하얀사신에게 죽지는 않았다.

하얀사신의 호루라기 소리는 죽음을 알리는 선고.

그 선고에서 자신들은 벗어났다.



그거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저 자신들이 도착할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고통받지 않기만을 바라고 또 바랬다. 그리고, 7년의 실생 동안, 처음으로, 자신 스스로 진짜 행복의 끈을 잡은 자신 역시 그 매듭을 짓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END






(애호)(중편소설)(소재: qst123님 원작 리메이크) 참된 행복 외전

흔히 말하듯 구제 업무는 실장석을 학대하는 사람에게는 마치 천직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실상은 그것과는 전혀 반대다. 실장석을 학대하며 괴롭힌다는 것 자체는 애초에 어불성설이고, 구제 업무는 말 그대로 기계적으로 신속하게 짧은 시간에 많은 숫자를 단숨에 처리하는 것만이 주 목적이다. 그것도 가능하면 적은 비용으로 말이다.



이 말인즉슨, 구제 업무 자체가 3D 업종이란 소리다.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업종 중에서도 탑클래스가 바로 실장석 구제 업무다. 아니, 정확하게는 4D 업종이 맞겠다. 왜냐고? (Discipline) 규율과 자기수양이 전제되니까 말이다. 기본적으로 다른 구제 업무보다는 얼핏 보면 쉬워 보이기는 한다. 다름 아닌 실장석을 구제하는 것이니까. 성인 남성이면 별다른 장비 없이 맨몸으로도 실장석 입장에서는 고지라 괴수 레벨이고, 사실상 초등학생조차도 성체실장석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린치하고 다닐 정도니 말 다한 거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구제를 할 때에는 몇가지 어려움이 산재한다.



그중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실장석의 사살 방법이다. 가능 한 한 내장을 쏟아내지 않고, 피나 운치를 가급적 덜 쏟아내는 방법으로 죽여야 하는데, 그러지 않을 경우 필연적으로 사후 처리가 엄청나게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장석이 평소에 싸는 운치나 피눈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착색이 용이한 색소성분이 많아서 쉽게 주변에 물을 들이기 일쑤인데, 이게 고통을 받거나 해서 짓소산이 많이 분비되면 그야말로 아예 착색이 아니라 숫제 염색이 되어 표면에 접착되는 수준이 되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학대는 논외, 갖고 노는 것 자체부터가 용납이 안 된다. 구제인원 중 누군가가 학대파라고 해서 이렇게 갖고 놀면, 그 시점에서 업무에 공백이 뚫리는 건 기본인데다, 실장석의 공포는 빠르게 전염되기 때문에 한두명이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그 한두명 때문에 몇일 밤낮을 사포질하고 세제로 문질러야 하는 참사가 나기 마련이다. 게다가 처리를 요청하는 측에서는 최대한 빨리 일을 해결하고 재개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대부분 기한도 빡빡한 게 대다수라 애초에 학대파가 쉽게 고용될 만한 환경이 못 된다.



물론 보수는 나쁘진 않지만, 정작 이런 일을 하겠다고 오는 사람의 절반이 학대파다 보니 거의 모든 구제업소의 첫 면접은 이러한 학대파를 탈락시키는데 열을 올리곤 한다. 학대에 취해 있는 사람일수록 규율을 무시하고 지 하고 싶은 대로 일을 저지르거나, 몰래 구제할 실장석을 빼돌리는 일이 허다하다보니 당연스레 학대파를 걸러내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면접서류를 바라보는 김차장의 표정이 항상 심드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모집인원 2명에 몰린 서류가 3백장이 넘는다. 그런데 그 중 학대파로 의심되는 서류가 거의 대부분이다 보니 한숨을 쉴 만도 했다. 요새는 일손이 딸려서 사무직조차도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현장직을 맡는다. 애초에 사무직을 얻은 사람들은 현장이 싫거나, 현장 업무가 성격상 맞지 않아서였음을 고려한다면 괜히 순번제로 돌림빵 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조차도 슬슬 한계였다. 사무직에서 순번으로 돌아가던 것이 어느새 차장이나 부장까지도 순번에 들어가는 마당이니 안봐도 뻔했다. 정작 자신도 오늘 이 면접 서류에서 사람을 차출하지 못하면 이번 달 휴가고 나발이고 싹 다 사라질 것이었다.



하지만 뽑을 놈팽이가 있어야 뽑지? 애초에  무직에 10년간 변변한 아르바이트 하나 안 구해본 놈은 무조건 패스다. 이런 니트 기질 방구석 폐인들은 아주 드문 경우를 빼곤 거의 도움이 안 될 터였다. 이 구제업이라는게 나름 빡빡한 규율과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보니 고작 몇 달 나오고 관둘 싹수가 보이는 놈들은 애초에 제외해야 했다. 그렇다고 제정신 박히고 스펙 높은 놈들이라면 구제업 따위에 몸담을 턱이 없을 테지만…. 그냥 확 아무놈팽이나 후보로 넣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그 생각은 고이 접어 둘 수밖에 없었다. 차장 직인을 찍은 놈팽이가 한달도 안 채우고 튀어버리면 그 독박은 고스란히 내 몫이라는 것을 떠올리자 김 차장은 한숨이 곱빼기로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학대파인게 눈에 뻔히 보이는 놈들을 뽑을 순 없었다. 서류를 펼쳐보니 가관도 아닌게, 이 회사에 지망한 동기란에 적어놓은 것이랍시고 있는 것들에는 ‘실장석을 마구 죽이는 것이 삶의 기쁨’ 이라느니, ‘똥벌레를 조지는 것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다’ 같은 것들이 잔뜩 있는 서류도 있었다. 이것도 역시 패스. 애초에 학대가 아니라 구제다. 말 그대로 기쁨이던 무엇이던 간에 별다른 감정을 부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애초에 똥벌레라고 칭하는 시점에서 이미 탈락이겠지만 말이다.



김 차장은 애써 서류를 뒤젂이다가 겨우 합격선에 들 만해 보이는 두명을 최종적으로 뽑은 다음, 퇴근했었다. 다음 주에 얻을 휴가를 꿈꾸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냥 꿈이었나 보다. 다음 주 월요일, 자신의 책상앞에 올라간 것은 휴가증이 아니라 현장 차출 순번표였다. 몇번이고 믿겨지지 않는 현실에 얼이 터진 김 차장은 차출되어 현장으로 가는 차량 안에서 동승해 있던 임 대리를 붙잡고 자초지종을 캐물었지만, 안 듣느니 만도 못했다. 내가 골라놓은 두명 중에 한명은 회사에서 금지된 개인 학대물품인 쇠빠루와 도돈파를 밀반입하려다 현장에서 걸려서 내쫓겼고, 다른 한명은 아예 프리젠테이션에서 우리 회사의 구제 방법에 대한 자세한 노하우를 전수받던 도중 오바이트를 거하게 때리곤 두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아마 보나마나 일을 이따위로 처리했다며 부장에게 불려가 시말서를 쓸 각이 눈에 훤했다.

“에이구. 앓느니 죽지…”

김 차장은 자신의 휴가가 깡끄리 날아갔음을 직감하고는 자신의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사실 장비래 봤자 별 것은 없었다. 밀폐 고무 부츠와 고무로 모서리가 마감된 비닐 수트 한벌. 그리고 그위에 덧씌워 입는 새하얀 후드가 포함된 고무 홑옷이 전부였다. 한여름에 이딴걸 입으면 땀에 푹 절여지다 못해 찜통이 될 테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필요했다. 실장취와 운치의 착색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이게 유일했으니까. 그 외의 장비라곤 호루라기 2종류와 실장구제용 막대기 한 개한 다였다. 가볍고 탄력있는 회초리 같은 소재의 이 막대기는 길이가 약 1미터가 조금 넘었고, 그 끝단에 기역자로 꺾어진 작은 쇠송곳이 하나 불쑥 튀어나온 형태였다. 회사마다 조금씩 구제 방법엔 차이가 있는데, 우리 회사의 경우는 이 탄력성 좋은 막대기를 가볍게 스핀을 줘서 튕기듯 휘둘러서 실장석의 마빡에 쇠송곳을 가볍게 푹 하고 박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손에 힘도 덜 들고, 도구에 숙련이 되면 단 몇초만에 수십의 실장석을 구제하는게 가능했다. 아마 프리젠테이션에서 보고 속을 다 게워냈다는 장면이 이것일 거였다. 말이 송곳이지, 실장석 입장에서는 말뚝이 자신의 뇌수를 휘젓는 거나 다르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 방식으로 빠르고 신속하게, 그러면서도 큰 오염물 착색 없이 성체실장을 구제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구제하는 것은 오직 성체 실장 뿐. 자실장이나 우지챠는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자실장 정도로는 자력으로 생존하는 것은 아주 힘들게 당연하고, 구제반이 다녀가고 나면 귀신같이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들이 뒤이어 찾아올 게 뻔했다. 그것이 학대파던, 애호파던 우리 회사로서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남은 자실장과 우지챠는 학대파가 모조리 쓸어버릴 것이고, 그 와중에 한줌 남은 자실장은 애호파가 가져갈 테니까 말이다. 가끔 군청에서 나오는 구제반들은 주민을 통제하네 애호파나 학대파를 못오게 막네 야단이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그냥 뻘짓이었다. 그냥 생존의 주체가 되는 성체만 싹 다 백치로 만들어 수거해버리면, 남은 자실장 정도로는 자력으로 살아남을래야 살아남을 수가 없다. 엄지나 우지챠 정도는 뭐 말할 건덕지도 없을 테고.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장비를 체크하고 나니, 어느새 차량은 멈추어 있었다. 다른 사람은 이미 모두 내려서 각자 구역을 전달받고 지시를 체크하고 있었지만, 김 차장은 서두르지 않았다. 직급 높은 것은 때로는 정말 도움이 된다. 자신이 새파란 신입이었다면 벌써 악에 받친 경고를 들었을 테지만, 현장에서 인원이 모잘라 강제로 차출된 차장급 인원에게 함부로 소리를 높일 간 큰 사람은 거의 없다. 더구나 현장에서 가장 오래도록 닳고 닳은 인원이 마지막에 거치는 직급이 차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그의 느릿함을 탓할 사람은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 그래도 할건 해야지. 후보자 선출 제대로 안했다고 깨질판인데, 현장에서 농뗑이 부렸다간 오늘 퇴근도 걱정해야 할 판이니…”



작업자들이 현장감독에게 하나둘씩 맡은 구역을 할당받고 지시사항을 복창하는 동안, 김 차장은 그저 설렁설렁 걸음을 옮겨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현장감독을 맡은 임 대리는 잠깐 김 차장을 바라보았지만, 계급이 깡패라는데 달리 할 것은 없었다. 어차피 현장에서 짬밥을 있는 대로 먹고 나서야 겨우 한 자리 차지하는 것이 차장이다. 이 구제업계에서 차장 직급을 가졌다는 것은 최소 현장 업무 경력 18년 이상의, 최고 전문가라는 소리나 진배 없었다. 어차피 알아서 잘 하실 건데, 굳이 나서서 거드름 피우며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라고 임 대리가 생각한 것이 불과 10분전이었다. 김 차장이 허겁지겁 달려와서는, 냅다 사육실장용 케이지가 있냐고 묻고는, 이유를 묻는 내 질문은 상큼하게 씹고 내달리듯 돌아간 게 바로 조금 전이었다. 물론 구제업무를 나왔다 해도 사육실장용 케이지는 항상 상비하긴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고로 구제 지역에 사육실장이 침범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오늘은 그런 신고나 민원은 단 한 개도 들어온 적이 없었다. 설령 사육실장이 들어왔다고 해도, 애초에 신고나 민원 접수가 없는 상태에서의 실장 포획은 하면 안되는 일이었다. 김 차장이 그런 간단한 것을 모를리는 없을 테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윗선에서 정말 긴급하게 때려박은 민원이라는 셈이지만, 정작 김 차장이 헐레벌떡 상기된 모습으로 데려온 실장석은 윗선에서 긴급하게 때려박은 민원하고는 억만년 거리가 있어보이는 들실장에 가까웠다. 물론 케이지 안의 자실장들의 옷 색깔은 청색이 하나, 노랑이 둘이긴 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고급 실장석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치장이나 청결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여기저기 해진 실장복. 딱 봐도 오랜 세월 풍파에 찌들은 피부가 눈에 확 들어왔다. 게다가 친자 할거없이 페인트 특유의 톡 쏘는 악취가 물씬 풍기는 게, 도저히 사육실장으론 보이지 않았다. 결국, 임 대리는 희희낙락해서 봉고차에 케이스를 넣는 김 차장을 불러세울 수밖에 없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차장님.”

그러자 김 차장은 환하게 웃으며 뒤로 돌아 입을 열었다.

“보면 몰라? 노다지 캐고 왔지.”

“노다지라뇨? 설마 저 늙어 빠진 노실장이랑 자실장 세마리에 우지챠 하나를 말하는 거 아니죠?”

그러자 김 차장은 살짝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지우고 사무적인 어투로 대답했다.

“임 대리는 올해 몇 년 차지?”

“저요? 음….8년차 정도 되죠. 근데 왜요?”

“그런데도 그런 반응이라면 아직 이런건 못본 모양이네?”

“도대체 뭐가요? 알기쉽게 좀 말해주세요. 또 규율 어기면 깨지는건 현장감독인 저란 말입니다.”



김 차장은 알 듯 말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음~ 아마 임대리가 깨질 일은 없을꺼야. 왜냐하면 말이지. 이런 애들은 정말 10년에 한번 볼까 말까거든.”

그 말을 들은 임 대리는 드디어 김 차장이 휴가를 못 가서 맛이 가 버렸나 하고 불현듯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그 가능성을 훌훌 날려버린 임 대리는 김 차장의 이어지는 말을 끈기있게 기다렸다.



“보통은 말이야, 이렇게 나이가 든 노실장들은 대개 자들은 또 낳으면 된다면서 지 혼자 달아나기 십상이거든. 근데 이놈은 안 그랬어. 오히려 자실장들을 감쌌지.”

“그거야 흔한 경우잖아요. 혼자 도망가는 놈들도 많지만 무작정 자를 감싸고 버티는 애들도 수두룩한데요?”

“그래 그렇지. 하지만 이놈은 눈이 달라요. 눈이.”

“눈이요?”



“음. 뭐라고 할까. 인간에 대한 공포는 기억하지만,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다 랄까. 무언가를 깨달은 놈의 눈이라 그거야.”



“그리고, 보통은 도게자를 하던지 도망을 치던지, 아니면 아첨을 하게 마련이지, 그도 아니라면 자를 들고 키워달라고 하던지. 근데 이놈은 그 어떤것도 안 했다고. 그저 나를 본 순간 모든 것을 깨우친 것 마냥 그저 한숨을 뱉고는, 봉투에 담긴 자실장들이 놀래지 않도록 하나하나 살며시 꺼내서는, 자신에게 곧 닥쳐올 최후를 어린것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이 품에 꼭 껴안고는 그저 눈을 감고 기다렸단 말이야. 이런 놈은 정말 천에 하나 나올까 말까란 말이지.”



임 대리는 김 차장의 설명을 끈기있게 들었지만, 그게 왜 구제 대상에 속한 실장석을 가져와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게 특별하다는 건 알겠지만, 그게 뭐? 어차피 구제란 것은 톱니바퀴의 아귀가 들어맞듯이 규정에 따라 지켜져야 하는 기계적인 일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임 대리는 김 차장에게 그 점을 지적하고자 입을 열었다.



“특별한건 알겠네요.”

“그치?”

“하지만 그건 사유가 안 됩니다. 아시잖아요. 구제 대상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그러자 김 차장은 이를 훤히 드러내고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있어. 구제 예외 조항. 2조 11항의 특례 추가항목을 찾아봐. 규정집에 있을 테니까.”

그 말을 들은 임 대리는 미심쩍어 하면서도, 규정집이 포함된 수첩을 꺼내 해당 페이지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음…2조 11항. 특례 항목…이건가. 다만 상기의 경우에 한해 차장급 인사의 독자 판단으로 구제의 중단이나 대상의 예외를 신설할 수 있다. 대상의 조건은 최고급 사육실장이거나 그에 준하는 개체가 있을 시…..아니 이건 해당사항 아니잖아요. 저건 그냥 들실장이잖습니까?”



“겉으로는.”



“겉으로는 이라니 말장난하지 마십쇼.”



“아니 진짜로. 저정도면 최고급 사육실장에 준하는 개체거든.”

“아니 그냥 눈빛이 맘에 들고 덤덤히 최후를 맞이할 줄 아는게 뭐 대단하다고…”



“그게 중요해. 실장석이란 것들은 자기 자신만의 욕망으로 똘똘 뭉친 놈들이라고, 기본적으로 자신의 행복 추구가 1 순위이고, 그만큼 그 행복을 놓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애들이야. 하지만 간혹 가다 나이를 좀 오래 먹고, 고생을 직싸도록 한 실장석들 중에서는 아주 드물게 자기 주제파악을 하게 되는 것들이 어쩌다 생긴다고.”



“일반적인 실장석들이 위석이 가리키는 욕망을 행복이라고 믿고, 위석이 투영하는 행복회로를 행복의 바로미터인거마냥 신봉하고는 그 욕망을 위해 끝없이 탐욕을 부리면서 분충화가 되는 건 최고급 사육실장이라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아무리 훈육이 잘 된 최고급 사육실장이라고 해도, 자를 가지거나, 자신의 노쇠가 눈앞에 닥치면 늦던 빠르던 분충화가 되던지, 아니면 그냥 훈육받은 대로 따르지만 행복하지 않은 불행한 상태라고 느껴서 스스로 수명을 갉아먹던지, 둘중 하나란 말이야. 하지만 들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오랜 세월동안 경험을 쌓은 늙은 실장들 중에서 아주 드물게 위석의 거짓말을 알아차리고 실장석이 무엇인지, 인간이 무엇인지, 진짜 행복이 어떤것인지 깨닫는 애들이 진짜 희귀한 확률이지만 존재한단 말이지. 그런 놈들은 정말 어찌할 도리 없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전혀 발악하지 않아. 오히려 이타적인 행동을 보인단 말이지. 전혀 계산적이지 않은 순수한 그 자체의 희생 같은 거 말이야.”



김 차장은 멍하니 그것을 듣고 있는 임 대리에게 마무리짓듯 마저 말을 이었다.



“이 놈이 그래. 척 보기에도 5~6년은 넘은 늙은 놈이야. 그정도 된 녀석이면 최소한 여기서 구제를 두세번은 겪었을 거란 말이야. 당연히 우리들이 어떤 놈들인지 뻔히 알거고, 그런데 이놈은 마치 앞으로 일어날 모든 것을 다 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두려워하며 도게자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첨하거나 사정하지도 않았단 말이야. 문자 그대로 모든 것에 초연한 듯이 굴었다는 거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깨달았을 때, 사람조차도 발광하며 발악하기 마련인데, 이놈은 그저 한숨만 내쉬고는, 자기 자식들을 봉투에서 꺼내서, 앞으로 일어날 비극에서 단 일초라도 보지 못하게 하려는 듯이 품에 꼬옥 포개어 눈을 가리는 모습으로 안고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단 말이야. 이런건 애초에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과 성찰이 있어야 가능한 행동이걸랑. 안 그래도 최고급 사육실장을 원하는 주요 덕목이 바로 그런거지만, 알다시피 유효기간이 길지가 않지. 훈육을 지키면 불행하다고 여겨서 빨리죽고, 훈육을 어기고 자를 가지거나 조금이라도 몸이 나이들게 되면 자기 자리를 다른놈에게 뺏길까봐 빠르게 분충화되던지, 둘 중 하나란 말이지. 당연히 최고급 실장석으로서 가장 높게 보는건 들이냐 아니냐가 아니야. 자기 주제파악을 얼마나 잘 하고, 분수에 맞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애완동물이거든. 기어오르지 않지만, 기어오르지 못하게 했다는 것 때문에 지 수명을 갉아 먹지 않는 실장석이라면, 그건 그 자체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지. 하물며 자를 까고서도 전혀 분충화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고. 아마 그것만으로도 눈이 뒤집혀 돌아갈걸?”



“어어. 듣고보니 진짜 그러네요. 하지만 이게 정말로 그런 실장석이라니.. 설령 잘못되면 어쩌려구요?”



“아 그땐 그때고. 하지만 내 18년 경험은 이게 당첨이라고 확신이 드는걸.”



“뭡니까 그게. 결국 로또잖아요?”



“아냐 아냐. 걱정 말래도. 어차피 오늘 부장에게 깨질 거리도 있으니까 나 먼저 조퇴좀 할께. 그럼 간다~잉”



“아니 이보쇼! 그걸 지금 말이라고….차장님! 야! 김차장!!! 야이 시밤….”



저 멀리 점이 되어버린 임 대리. 아니 현장감독의 찢어지는 욕설 소리가 운전대를 잡은 김 차장의 귓가에 들어왔다. 하지만 김 차장은 임 대리를 충분히 이해했다. 이제 와서 무얼 속이랴. 나의 전 선임이었던 지금은 부장 자리에 올라가 있는 전 차장님도 현장감독이던 나를 내팽겨치듯 내버려 둔 채 룰루랄라 떠났을 때,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모든 것을 달관한 듯한 눈빛을 지닌, 노실장 한마리였다. 그 때는 그저 말도 안되는 개소리로 일감이나 미루고 튀었다고 열받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정말로 노다지였던 것이었다. 전 차장이었던 오 차장이 부장으로 올라가는 데는 최고급 사육실장에 준하는 개체를 찾아낸 공로가 컸었다. 하지만 이번에 자신이 찾아낸 것은, 그 희귀하다는 최고급 실장석 중에서도 자를 가졌음에도 분충성 개화는 커녕 도리어 삶에 달관하고 자신이 무엇인지 스스로 구분할 줄 아는 실장석이었다. 나이가 상당히 많이 먹긴 했지만, 그 정도는 단점 축에도 들지 않으리라. 김 차장은 자신이 달게 될 직급을 떠올리며, 갈짓자로 춤을 추듯 자동차를 몰아 나갔다.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에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외전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