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 나가는 악랄한 실장석 (붉은 서큐버스 赤いサクブス)

 

"텟치이! 이따이 테치—! 멈추는 테치—!"
"테에에엥! 머리 잡아 당기면 이야이야 테치—!"

케이지 속에서 자실장이 중실장에게 학대 받고 있었다.
막대기로 마구 얻어맞는 언니 자실장과, 알몸에다 둥근 대머리가 되버린 동생 자실장.
두마리는 원래 세일중인 '사이좋은 자매'
예의범절을 차리지 못하며 화장실 변기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수준.
사이가 좋다는 것만이 장점인 자매였다.
그리고 자매와 함께 케이지에 살고 있는 것은——



팔려 나가는 악랄한 실장석



—— 여기는 실장샵.
최근에는 이처럼 현명하지만 심술궂은 실장석과 멍청하지만 순수한 실장석을 세트로 파는 상술이 유행하고 있다.

실장석이라는 것은 현명한 개체라고 하더라도 인간을 멍청이 취급하는 경우가 많으며, 현명하고도 선량한 개체는 대부분 고급실장이 되버리고 만다.
그래서 심술궂지만 현명한 개체에게 어떻게든 처세술을 주입시켜 팔고 싶어 하지만 결국 실장석이기 때문에 무리가 따른다.

"닌겐상 덕분에 밥 잔뜩 먹고 행복한 데스—!"

이런 문구를 잔뜩 외우고, 그것밖에 말할 수 없도록 세뇌시킨다.
악랄하다고는 해도 현명한 실장석은 처음에는 이에 따른다.
하지만 결국에 상냥하게 대해지는 사이에 허점이 드러난다.. 기 보다는 상냥한 주인을 업신여기고 욕설을 퍼붓는다.
그래서 악랄한 실장석을 선량한 개체처럼 위장시키는 연극은 얼마 가지 못한다.
이리하여, 지금까지 악랄한 개체는 모처럼의 현명함을 살리지 못하고 실장샵의 바보실장이나 기형실장들과 똑같이 취급받으며 열악한 생애를 보내고 있었다.

자, 이 실장샵에서 최근 다루기 시작한 것은 심술(イジワル)실장석.
이 심술실장의 타겟은 실장학대에 흥미는 있지만 스스로의 손을 더럽히고 싶지는 않은 유저.
더럽고 냄새나는 녀석 만지고 싶지 않아.
하지만 실장석이 죽는 모습은 보고 싶어.
그런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것이 심술실장.

심술실장은 나름대로 시체처리부터 오물처리, 노예실장의 사육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하게 실장학대를 즐기고 싶은 라이트 유저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유저는 평소 동영상 따위로 실장학대를 보고는 있지만, 어찌어찌 해서 점점 실물이 보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거기서 진짜 학대파가 되는 것은 소수.
대개의 사람은 약자를 자신의 손으로 괴롭히는 데에는 저항감이 들기 때문에, 곧바로 말할 수 없는 혐오감으로 가득 차버리기 때문이다.

"주인님, 노예의 웅치 처리한 테스! 빨리 저녁밥 내놓는 테스!"

맡은 역할에 충실히 임하여 일만 잘 한다면 약간의 나쁜 태도는 용서한다는 것.
또한 일반적인 사육실장 같은 상냥함이나 명량함은 기대되지 않기 때문에 심술실장도 유유히 생활할 수 있다.
심술실장은 일반적인 사육실장보다 천수를 누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주인이 실장학대 감상에 질린 뒤에도 동거인으로서 애착이 생기는지 많은 주인이 심술실장을 그대로 기른다고 한다.
심술실장은 스트레스의 배출구로 들실장을 가져다주기만 하면 다른 사치를 누리지 않게 하더라도 손이 그다지 가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라는 모양이다.

개나 고양이는 주인의 손을 조금 물어뜯어도 용서받는다.
사람과 동물로서 서로 화내거나 용서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주인과 애완동물의 인연이 깊어져 간다.
동거인으로서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실장석은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다.
실장석이 일방적으로 주인에게 바싹 복종하기만을 기대되고 있었다.
약간의 나쁜 태도를 보여도 용서받는 심술실장은 개나 고양이에 가까운 형태로 주인과의 인연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하얀 방

 

언제부터였을까?
하늘에 있어야 할 달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은
밤하늘에는 약간의 별이 어슴푸레하게 빛나고, 옅은 어둠이 공간을 덮고있다

또다시 오늘도 태만과 고통에 찬 무의미한 하루가 시작된다

와타시가 눈을 뜨면 언제나 잠자리 옆에 식량과 물이 있다
와타시는 정해진 작업을 하는 것처럼 입 안에 달라붙은 불결한 점막을 물로 씻어내고, 공복을 채우기 위해 식량을 먹는다

와타시가 있는 장소에는 잠자리와 물이 든 접시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식사를 마치고나면 와타시에게는 기나긴 고독의 시간을 아무말없이 견디는 것 밖에 선택지가 없다
대체 와타시는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을까?
이젠 시간이라는 관념조차 잃어버렸다

사방이 하얀 벽에 둘러싸여 자력으로는 어디로 갈 수 조차 없다
굶주릴 일도 공격당할 일도 없지만, 와타시는 여기가 두렵다
항상 어두컴컴하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 장소는 과거의 와타시가 원해 마지않던 환경 그 자체인데도

와타시는 극히 평범한 자실장으로 공원에 태어났다
현명하지는 않지만 어리석지도 않은 마마와 3마리의 여동생과 함께 벤치 뒤의 덤불 안에서 나름대로 살고있었다
아침이 되면 어미와 함께 그날의 식량을 찾아나서고, 발견한 식량은 가족끼리 균등하게 나눠먹었다
썩기 직전인 음식물쓰레기밖에 없있지만, 다같이 먹으면 왠지 맛있게 느껴졌다
밤이 되면 좁은 집 안에 모여서 끌어안고 잠들었다
추운 외풍으로부터 와타시들을 지켜주는 마마의 따쓰함이 무척 기분좋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행복한 매일이었던가
3일간 식량을 얻지 못해 물을 마시며 배고픔을 달래는 일도 있었다
거만한 사육실장과 흉폭한 개에게 괴롭힘당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 외의 모든것이 아무래도 상관없었는데, 그 때의 와타시에게는 가족이 성가셔서 참을수가 없었다

무엇이든 와타시를 간섭하는 마마
스스로는 식량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주제에 불만만 말하는 동생들
와타시에게 손해밖에 끼치지 않는 모든 남들

그 때의 와타시는 주위의 모든 것을 싫어하고 있었다

어느 날, 마마와 떨어져서 식량을 찾고있던 와타시의 앞에 닝겐 한 명이 다가왔다
「닝겐이 다가오면 절대로 마음을 놓으면 안되는데스
 닝겐 중에는 식량과 따뜻한 것을 주는 녀석도 있는데스
 하지만 와타시들을 괴롭히며 기뻐하는 녀석도 있는데스
 그러니까 닝겐 가까이에 다가가면 안되는데스」
그렇게 마마가 어릴때부터 몇번이나 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와타시는 닝겐에 흥미를 가져버렸다

닝겐은 와타시에게 상냥한 말투로 말을 걸었다
『여, 안녕
 너는 혼자서 무엇을 하고있는거니?』
와타시가 마마와 함께 가족의 식량을 찾고있다고 말하자, 닝겐은
『그렇구나, 너는 가족을 사랑하는구나.
 그래도, 좀 있으면 겨울이 와버릴거야
 그렇게되면 너는 마마에게 먹혀버리는거 아닐까?』
라고 말했다

와타시는 닝겐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수 없었다
마마가 와타시를 먹어?
갑작스런 이상한 말에 당황하는 와타시에게 닝겐이 가르쳐주었다
『그야 그렇잖아
 겨울이 되면 풀은 말라버리고 무척 추워지는데다 눈도 내린다고?
 그렇게 되면 먹을수 있는 것을 찾으러 나갈수가 없게되지
 설마, 아무것도 먹지않고 겨울을 넘길 생각이었니?

 어째서 마마가 스스로 먹이를 찾을수 있는 너를 독립시키지 않는지 생각한 적 있니?
 내가 생각하기엔, 겨울에 대비해 쌓아둘 식량은 많은 쪽이 나으니까 그런거같은데』

그럴리가 없어!!
그렇게 대답한 와타시의 목소리는 쉬어있고 무척 작았다

거짓말이다
그럴리가 없어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아도, 와타시의 안에 쌓여가던 의혹이 도무지 흐려지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마마는 와타시들이 성장하는 것을 무척 기뻐했다
가장 작은 동생이 감기에 걸려 죽을뻔할 때에는 밤에 잠도 자지않고 간병했다

『보라구, 의심가는 구석이 많이 있지?
  ・・・혹시, 네가 원한다면 내가 있는곳에 오지 않을래?
 마침 너 정도 크기의 실장석이 필요하거든
 구태여 마마에게 먹힐 필요는 없잖아
 너에게는 자신의 일생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어
 자, 어쩔래?』

와타시는 고민없이 닝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겨울이 되면 잡아먹힐 동생들이 약간 불쌍하긴 했지만, 어차피 와타시와 마마가 없으면 죽어버릴 운명이다
겨울까지 살아갈 수 있는것 만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와타시는 마음 속으로 스스로를 달랬다

닝겐은 와타시에게 눈가리개를 하면서 말했다
『알겠니, 지금부터 네가 가는 곳은 무척 행복한 곳이야
 여름의 더위도, 겨울의 추위도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식량을 찾으러 갈 필요도 없어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을 만날 일도 없어
 정말로 행복한 곳이지
 너는 선택받은 녀석이야』

눈가리개를 하고, 푹신푹신한 상자 안에 들어간 와타시는 그 후에 어디로 데려가졌는지 알지 못한다
닝겐의 목소리로 『이젠 눈가리개를 풀어도 돼』라고 듣고 시력을 되찾았을 때에는, 와타시는 이미 이 장소에 있었다

그 때 이후로 닝겐과는 만나지 못했다
분명히 여기에 있으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은 모두 손에 넣는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여기에는 살아가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완전히 빠져있다
어째서, 그때의 와타시는 마마의 분부를 지키지 않을걸까?
어째서, 가족을 버려버린 것일까?
그저 혼자서 살아간다고 해도 아무것도 즐거울리가 없는데도

이젠 모든것이 때늦어버렸다
오늘도 후회와 고통이 와타시를 괴롭힌다




「주임님, 오늘도 J-109가 우울해하는데요
 이대로라면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할것 같습니다」
「아아, 저 개체는 여기에 온지 오래되었으니까
 마침 적당한 크기의 들실장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약간 지나치게 커져버렸군
 ・・・슬슬 새로운 놈으로 바꿔넣을 때가 된건가」
「알겠습니다
 그러면 업자에게 새로운 실장을 발주해놓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웃기는 일이군요
 너무 성장해도 처분되고, 구매자가 나타나도 해체되고
 정말이지, 장기이식용 실장만큼 희망이 없는 녀석도 없을거에요」
「아니아니,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네
 이녀석들이 있으니까 살아나는 생명도 있잖나
 게다가 100마리가 처분된다 해도 1마리만 구매자가 나타나면 회사로서는 충분히 이익이 나니까」
「・・・정말이지 죄가 많은 사업이네요」








실장촌

 

<실장촌>

이곳은 실장촌
수 백 마리의 실장석들이 여기에 모여서 살고있다
마을에서 설치는 실장석들에게 주민들로부터의 고충이 쇄도했기 때문에,
시청에서도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이곳에 실장보호시설을 만든 것이다
실장석들에게는 조잡하지만 제대로 된 집까지 제공되고있다
주변은 녹색으로 넘치고있다

그러면 어느 실장석 친자들의 생활을 들여다보자
그녀들이 보금자리로 삼고있는 집에는 NO,12 라는 번호가 새겨져있다


집 안에는 자실장들이 술레잡기를 하며 떠들면서 놀고있다
그때 어미실장이 데스데스 하면서 자실장들에게 말을 건다
아무래도 외출하는 모양이다 먹이라도 찾으러 가는걸까
「얌전히 기다리거라. 모르는 사람이 와도 열어주면 안된다?」
통역하면 그런 내용일까, 자실장들도 힘차게 대답한다

어미가 나가자 다시 테츄테츄 하면서 놀기 시작하는 자실장들
얼마간 그렇게 놀더니, 슬슬 피곤해졌는지 한마리 한마리씩 놀이를 멈춘다
지금은 바닥에 드러누워 뒹굴뒹굴 뒤척이고있다


꼬르륵 하면서 자실장의 배가 소리를 낸다
그만큼이나 날뛰었으니 배가 고플만도 하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있으니, 슬슬 저녁식사의 시간이다
평소라면 진작에 모친이 돌아와있을 시간이다

자실장들은 배가 고파 견딜수 없는지, 테츄ー웅, 레후ー웅 하는 어리광부리는듯한, 어미를 부르는듯한 소리를 지른다



그때 텅텅!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테에!」「테츄우!」
자실장들은 입구 앞에 달려가 테츄ー!하고 말을 건넨다
하지만 반응이 없다

평소라면 어미실장이 짖어서 대답을 했을것이다
자실장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어쩌면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문에는 실장석도 다룰수 있는 자물쇠가 안쪽으로부터 걸려있다
이쪽에서 열지 않는 한, 저쪽에서는 들어오지 못한다

또다시 텅텅!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또다시 배가 꼬르륵 하고 울더니, 자실장들은 참지 못하고 문을 당겨 열어버린다

「데즈아아아아아!!!」
「테지이아앗!!」

문이 반쯤 열리자마자 가장 앞에 있던 자실장의 머리가 뜯겨나갔다
입구 앞에 서서 자매의 머리를 씹고있는 것은 모친이 아닌 다른 실장석
「테에에에엣!? 테츄우우우!!!」
서둘러 문을 닫으려고 하는 자실장들이지만, 실장석이 문에 몸통박치기를 하자 튕겨나가 집 안을 굴러버린다

아픔에 신음하는 자실장들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보면서, 실장석은 집 안에 들어왔다

「데 에 에 스 우 ー 」

으적으적 하는 더러운 소리를 내며 자실장을 몸통을 먹으며 문을 닫는다
그리고 또 한 마리를 집어들어 다리를 씹는다
「테쥬우우우우우!!!!」
격통에 비명을 지르는 자실장
아둥바둥 날뛰지만 도망치지도 못하고, 하반신부터 잡아먹힌다
실장석은 입밖으로 침과 자실장의 체액을 흘리며 느긋하게 맛보는 것처럼 먹고있다
그것을 본 다른 자실장들은 한곳에 모여 떨고있다
잠시 후 먹히고있던 자실장은 테우・・・ 하고 짖더니 실장석의 입 안으로 삼켜져버렸다

「테츄우우우ーー!!!!」

공포를 버티지 못한 한 마리의 자실장이 문을 향해 달려나간다
하지만 자실장의 발은 느렸고, 옆을 지나쳐가려는 순간 가볍게 집어올려졌다
「테치이・・・테에에에!!!」
도망치려고 팔 안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자실장


뿌드득!!


「테에에에쥬우우우우웃!!!」
그런 저항도 헛되이, 팔부터 어께부터 단번에 물려 찢어졌다
자실장의 비명과 으적으적 하는 씹는소리가 울리는 집안에서,
남겨진 자실장들은 공포에 굳어있을수 밖에 없었다





어미실장은 먹이를 찾고있었다
새가 있다…!
숨어서 새에 다가가더니, 1m 정도 앞에서 단번에 달려든다
「데스우웃!!」
하지만 손은 헛되이 허공을 잡는다
실장석의 느린 발로는 40cm 정도 나아간 정도에서 들켜버리기에, 깔끔하게 도망쳐버렸다

정신을 다잡고 주위를 걸어다니다가 다른 새를 발견한다
녹색의 옷을 살려서, 식물에 숨은 채로 이번에는 60cm 정도까지 다가가 달려든다
그러자 다행스럽게도 붙잡을 수 있었다
「데엣스우ー♪」
하지만 새는 도망치려는지, 필사적으로 어미실장을 부리로 쪼아댄다
「데엣데데데데데에…데에즈웃! 데에에스우우!!」
새의 부리가 어미실장의 눈을 도려낸다
「데에에에에엣ーー!!!」
아픔에 지면을 구르는 어미실장
새는 날개짓을 하면서 도망쳐버렸다
공원에 있을 적에는 인간이 내놓는 쓰레기 따위가 있었지만, 여기서는 먹이를 구하는 데에도 고생이다

「데스우…」
상처투성이가 되어 고개를 숙인 어미실장의 눈앞에 개울이 보였다
수면에는 물고기 무리가 헤엄치고있다
데엣!하고 개울 안으로 뛰어들어 잡아보려 하지만, 물고기들은 즉시 어디론가 도망쳐버린다


다시 먹이를 찾고있다보니, 다른 실장의 집을 발견했다
마당에서는 자실장들이 놀고있었다
어미는 부주의하게도 정원의 나무둥치에서 잠들어있다

「데스우ー」
어미실장은 다가가더니 자실장들을 작은 소리로 불렀다
「테츄ー웅?」「테츄우?」
어미실장이 손짓을 하며 걸어가자, 자실장들은 놀아준다고 생각한것인지 아장아장 따라온다

집에서 충분히 떨어지더니, 자실장들을 안아올린다
그리고 한 마리를 천천이 쥐어들더니
「데스웃!!」
「테지이잇!!」

뜯어먹었다

어미실장은 자실장을 먹어치우고 「데스우♪」하고 짖자, 그때까지 멍하니 있던 자실장들이 떠들기 시작한다
「테지이우우!!」「테츄테츄…테에에!」「치아아!레츄우우ーーー!!」
어미실장은 그런 자실장들을 두들겨패고 땅에 내동댕이쳐서 억지로 조용하게 만든다
소리를 듣고 다른 실장석이 오면 뺏겨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리라
손발이 부러졌어도 기어서 집 방향으로 도망치려고 하는 자실장을 밟아서 못움직이게한다
그 이외의 자실장도 고통에 신음하며, 엉금엉금 도망칠수밖에 없다

「테츄우ー…테에에…」
갸냘픈 소리로 짖는 자실장을 우걱우걱 먹는 어미실장

발로 짓밟은 자실장의 배를 밟아 뭉갠다
「테지…지아…아가…악」
자실장의 입에서 튀어나온 내장을 난폭하게 잡아찢더니 으적으적 소리를 내며 먹는다
그 얼굴은 방금 자신의 아이들에게 부드럽게 말을 걸던 얼굴과는 전혀 달랐다
추한 실장석의 얼굴 그대로였다
아니, 이것이 원래의 모습일테지만…

어미실장은 정신없이 먹어댔고, 모든 자실장을 먹어치웠다
만족한듯이「데푸웃」하고 트림을 하는 어미실장


자신은 배가 불렀지만, 결국 어미실장은 아이들의 먹이를 구할수가 없었다

어쩔수 없으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들풀을 따서 가기로 한다
아이들은 불만을 말하겠지만, 아무것도 없는것 보다는 나으리라

그때, 어미실장은 무언가가 떨어져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데스우?」
보아하니 커다란 날고기가 떨어져있다
방금의 새에게 상처를 입혔더니 떨어졌다!
어미실장은 그런 제멋대로 해석을 하면서 뒤뚱뒤뚱 고기에 다가간다


철커덕!!!

「데즈우ーーー웃!!?」
갑자스런 큰 소리와 함께 발에 격통이 달린다
커다란 가위같은 것이 발을 조이며 파고들고있다
「데에에스…데즈우우…!!!」
죽기살기로 떼어내려고 하지만, 실장석의 힘으로는 열 수 없을것같다

「이런이런, 정말로 바보구만, 실장석이라는 것들은…」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남자가 어떤 막대기같은 것을 들고있다
어미실장은 남자를 향해 도와줘!라고 짖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아첨이라니, 정말로 기분나쁜 생물이야…영차!!!」

남자가 말한 직후, 머리에 충격이 다가왔다
한순간에 눈 앞이 새하얗게 되고, 뒤이어 머리에 격통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데에에즈우우우우우ーー!!!」
「쳇, 여전히 거슬리는 소리로 짖어대는군」

남자는 들고있던 천조각을 어미실장의 입안에 억지로 쑤셔넣었다
그리고 흐려진 소리밖에 내지못하게 된 어미실장을 막대기로 실컷 두들겨팬다
때릴때마다 어미실장은 코와 입에서 채엑을 뿜는다

그리고 30번 정도 두들겨맞을 즈음, 어미실장은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맞은 충격으로 방금까지 덫에 걸려있던 발이 찢어졌다
「…읍! 부우…읍ーーー!!!」
무심코 나오지도 않는 소리고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발이 빠졌기에, 어미실장은 바로 기어서 도망치려한다
남자는 어미실장의 앞으로 돌아가더니, 어미실장의 얼굴을 힘껏 걷어찼다
데굴데굴 구르면서, 어미실장은 머리 안에서 무언가가 쨍그랑 하면서 바스라지는 소리를 들었다


—시설내 감시실—

「이봐, 시설 안에 침입자가 있어」
「으음? 어차피 또 어느 얼간이가 실장을 괴롭히는거겠지. 내버려둬」
「그야 그렇겠지. 어차피 이녀석들은 내버려둬도 슴풍슴풍 불어나니, 한 두 마리 줄어든다고 티도 안나고」

「하지만 실장석이라는거 정말 밥맛이네・・・ 동족이라도 꺼리낌없이 먹어치우니.
 동료간의 정이라든가 하는게 없는건가, 이녀석들은」
NO,12라고 쓰여진 모니터에 비치는, 자실장이 먹히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감시원 중 한 사람이 중얼거린다
「뭐, 서로 잡아먹어주니 개체수도 억제되니 좋잖아」
또 다른 사람이 녹차를 홀짝이면서 대답한다

다른 무수한 모니터에는

 마찬가지로 자실장을 덮쳐 잡아먹는 녀석

 여럿이서 알몸인 실장석을 괴롭히는 녀석

 배고픔에 약해진 실장석을 덮쳐 산채로 먹는 녀석

 새끼를 낳아 입에 집어넣는 녀석

등등, 실장석들의 추악한 행동이 모조리 비춰지고 있었다

실장석의 집 안과 시설내의 곳곳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있다
그렇기에 이런식으로 실장석들의 생활・행동을 감시할수 있는것이다
가끔씩 대학의 연구 따위에 이용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감시원들에 의해 감시되고있다

하지만 상기한것과 같은 실장석의 추악한 생태를 보고있다보면 감시원들도 질려버리고, 환멸하고, 혐오하게 되고,
실장석들이 서로 잡아먹든 인간에게 학대당하든 신경도 쓰지않게된다
관리체계가 그렇게 대충대충이더라도, 그 번식력과 생명력 때문에 실장석들이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주변에 자연환경이 많다고는 해도, 동물들이 느려터진 실장석에게 잡히는 일은 거의 없다
설령 잡힌다해도 반격을 당한 실장석이 패배하는 경우가 많다
멍청하고 힘이 약한 실장석은 생태피라미드의 밑바닥에 위치하고있다
유일하게 안전히 얻을수 있는 나무열매와 과실도, 절제를 모르는 실장석은 순식간에 먹어치워버린다
마을과는 다르게 먹이를 주는 인간도, 인간이 내놓는 음식물쓰레기도 없다
방금의 실장석과 어미실장처럼, 다른 실장석을 잡아먹는 것이 먹이를 취하는데 가장 빠른 방법인 것이다
특히 자실장은 성체가 되기 전에 그 9할 이상이 먹이가 되어버린다

실장촌이 보호시설이라는 것은 명목상이고, 그 실태는 격리시설…
사람에게 방치되어, 동족끼리 끊임없이 먹고 먹히는 그 장소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지옥도와 같다







약속의 꽃

 

~약속의 꽃~  프롤로그 & 기

하천 부지 한구석에 황무지를 개척하여 꽃을 재배하는 실장석 콜로니가 있었다.
전승에 따르면 이 일족은 닝겐에게서 씨앗을 받아 그것을 기르도록 운명지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일족의 실장석은 다 함께 나서 공들여 황무지를 개간하여 실장석 시점에서 광대한 농지를 관리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씨앗은 순조롭게 싹을 틔워, 밭에 흩어져 있는 그들의 집(골판지 하우스)보다 길어졌을 무렵에 선명한 진홍색 꽃을 피웠다.
4~6장의 커다란 선홍색 꽃잎과 안쪽의 검보라색 반점의 대비가 초여름의 태양에 빛나고 있다.

"훌륭하게 핀 데스..."

누군가가 중얼거린 그 말에는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애착이 묻어나온다. 다음은 전승에 나오는 푸른 옷을 입은 닝겐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약속의 꽃~  승 & 전

콜로니의 자실장이 바람처럼 빠른 탈것을 탄 푸른 옷의 닝겐과 말을 나눴다는 소문이 돈 지 며칠 후, 일족의 운명은 급물살을 맞는다.

"그, 그만두는 데스! 밭 안에는 와타시들의 집이 있는 데스!"

하얀 구제복을 입은 닝겐이 발치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실장석 한 마리를 말없이 걷어차고 곤봉으로 때려죽였다. 그것을 보고 달아난 자실장들은 기다란 제초낫에 숨어있던 수풀 채로 제거되었다.
구제복을 입은 닝겐의 뒤를 이어 회색 작업복을 입은 닝겐이 일제히 예초기에 시동을 걸고 횡대를 짜서 소탕을 시작했을 즈음에는, 꽃밭과 콜로니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란을 알아차리고 밭을 지키려 했던 성체 실장석은 대부분 구제용 봉투 속에서 말 없는 덩어리로 변하고, 중실장 이하의 존재는 초여름 태양을 뒤덮는 예초기의 검은 연기와 소음에 기절초풍하여 대부분 달아나지도, 저항하지도 못하고 양귀비 꽃밭과 함께 갈가리 찢겼다.




~약속의 꽃~  결

자전거로 순찰 중이던 경관이 하천 부지에서 심어서는 안 되는 양귀비과(파파베르 브락테아툼) 1종을 발견하여 신고한 지 사흘 후, 콜로니의 규모로 보아 수작업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예초기에 의한 수거가 이루어졌다.
수거된 꽃은 트럭에 실려 소각 처분되고 나중에 남은 것은... 풀이 듬성듬성한 공터였다.

"닝겐상, 약속의 꽃을 지키지 못한 테치..."

품속에 꽃 한 송이를 숨겨놓고 살아남은 자실장은 여행을 떠난다.
약속의 땅에서 약속의 꽃을 피우기 위해.







~약속의 꽃~  에필로그

자실장은 모른다.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히피 흉내를 내는 한 젊은이가 실장석에게 양귀비 씨앗을 맡겼다는 것을.
기름기로 번지르르한 금발을 매만지며 오버올 진(마리오가 입는 일체형 작업복)을 입고 있던 젊은이는 히피 붐의 종식과 함께 사회로 복귀하고 지금은 정년을 맞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자는 푸른 옷을 입고 금빛 들판에 설지니'라는 슬로건을 기조로 수많은 실장석이 심어서는 안 되는 양귀비과(파파베르 솜니페룸, 세티게룸, 브락테아툼)를 재배하고 구제 당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또한 자실장은 모른다. 품속에 숨긴 꽃 한 송이가 이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갬블실장

 

파티용 마술도구가 벽장에서 나왔다. 작년의 송년회에서 사용했던 물건이다.
뭐어, 별로 쓸 기회가 없으니까… 잠깐.
즐길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생각해낸 나는 서둘러 공원에 나가기로 했다.
공원에는 항상 있는 실장석. 이녀석들 상대로 이걸로 놀아보자.
잔반을 대량으로 입수해서 희희낙락하는 친자일행이 눈에 들어왔다. 저녀석들이 좋겠네. 
「이봐, 거기 실장석」
「데스? 뭐인데스 닝겐, 상대해주길 원한다면 일단 뭔가 먹을것을 내놓는데스」
「먹을거라, 줄게. 갬블에서 이기면」
「데…? 갬블이 뭐인데스?」

「이거 봐라」 그렇게 말하면서 세 개의 컵과 탁구공 크기의 빨간 공을 꺼낸다.
세 개의 컵 중 하나에 빨간 공을 넣고 컵을 덮은 후 뒤섞는다.
「어느 컵에 빨간 공이 들어있는지 맞추면 네 승리야. 이기면 이걸 주지」
그렇게 말하면서 꺼내어 보여준것은 별사탕. 모든 실장석이 본능수준에서 갈구하는 달콤한 별이다.
그것도 건빵에 들어갈듯한 큼직한 사이드라구.
「데샤아! 내놓는데스우!」「콘페이토테치이이!」
폭포처럼 침을 흘리며 먹으려드는 실장석을 촙으로 제지. 「데봇」
「빨간 공이 들어간 컵을 맞추면 준다고 했잖냐. 그리고, 틀리면 네가 가진 것을 하나 받을거야. 그렇군, 그 봉지를 받겠어」

실장이 모은 잔반을 채운 비닐봉지를 가리킨다. 뭐, 사실은 저런 쓰레기 필요없지만.

「데엣, 이것은 와타시들의 오늘 밥인데스우!」 살짝 찌그러진 머리를 쓰다듬다가 봉지를 뒤로 숨기는 실장.
「그러니까 이게 갬블이야. 맞추면 별사탕, 틀리면 가진것을 하나 잃고. 간단하지?」
「데…」 고민하는구만, 심각하게. 「콘페이토 갖고싶지 않은거냐?」 눈 앞에 큼직한 별사탕을 슬쩍 흔든다.
「꿀꺽…」 쉬익ー쉬익ー하는 시끄러운 콧김이 닿을 정도로 거리를 좁혀온다.
「이런 커다란 별사탕, 동료와 경쟁하자면 목숨을 걸어야하지. 그런것을 간단한 맞추기만으로 손에 넣을수있다구?」
「…데…데…하는…데스!」 오케이! 역시 별사탕의 유혹에는 이기지 못한모양.
「좋아, 와라! 자아 어느 컵이냐?」 잠시동안 컵을 노려보는 실장.
그리고「이거인데스!」 한가운데의 컵을 선택.

「좋ー아……오픈!」 폼을 잡으면서 컵을 치우자, 거기에는 빨간 공.
「이런ー, 맞아버렸네, 자아, 이건 네 것이다」 별사탕을 넘겨준다.
「아싸아아아데스우우우우우!」「마마 대단한테치이이이!」 대환성을 올리는 일가.
「달〜콤한데스우〜♪」「마마아! 와타치도테치이!」「와타치도!」「와타치도오!」
우물우물쪽쪽핥짝핥짝 하면서 지저분하게 먹는 어미와, 입 밖으로 흐르는 음식물찌꺼기와 단맛이 뒤섞인 침을 갈구하며 딥키스를 감행하는 자충들.
방송금지 수준의 징그러움이다.
뿌직 「히헤아아아아아아?!」 아아, 집어넣은 혀를 깨물려 잘리는 바보도 있구만.

「어쩔래? 또 하겠냐?」「하는게 당연한데스우!」 맛을 보고는 의욕이 넘치는 친실장.
「마마ー 힘내는테치ー」「와타치들 몫도 따는테치ー」
「데프프, 맡겨만두는데스. 이 바보닝겐의 콘페이토 전부를 따가는데스우」
자충들의 응원에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하는 자신만만한 친실장. 이런이런 벌써 이긴 기분입니까.
이쪽으로서는 의심없이 흥겨워하는게 좋지. 별사탕을 또 한알 꺼내어 옆에 둔다.
눈에 보이는 장소에 먹이를 두는 것이 포인트이다.
그리고 제2라운드. 「이거인데스우♪」 실장이 고른것은 또다시 가운데.
오픈. 「안됐습니다, 꽝ー」「데데에?!」
「오늘의 밥, 몰수입니ー다」 휙 하고 잔반봉지를 낚아채서 근처의 쓰레기통에 던져넣는다.

입구는 실장의 닿지 않는 높이의 튼튼한 금속제 박스이다. 이젠 찾아갈수 없다구.
「무슨짓인데스우우우!」「와타치들의 밥이이이!」
「꽝이면 받아간다고 했잖냐. 필요없으니까 버린것 뿐이야. 다시 한번 승부하면 어때?」
「무슨소리인데스! 밥은 오마에가 가져가버려서 이젠 없는데스! 갬블할수없는데스!」
「그러면 새끼를 걸어」「데에?!」
「솎아낼 예정인 한 마리 정도는 괜찮지? 여기에서 잃어도 상관없잖아」「무, 무슨 말인데스!」
「뭐긴ー 맞추면 되는거야. 그러면 음식물쓰레기였을터인 오늘의 밥이 큼직한 별사탕이 되는거라구?」
「꿀꺽…큼직한…콘페이토데스?…」「그래, 맞춘 수 만큼 콘페이토야. 콘페이토 파티야」

 콘 페 이 토 파 티
그 단어의 강렬함에 친실장의 무언가가 부서진 모양이다.
「하는데스우! 이 자를 거는데스!」 평범하지 않은 눈초리로 스윽 하고 한 마리의 새끼를 내게 내민다.
「테에! 마마?!」「괜찮은데스! 이번에야말로 이기는데스! 마마를 믿는데스우!」
「그 자신감 좋다!」 자아, 칩이 된 너는 도망치지않도록 고무밴드로 손발 묶어둘게ー
「테에에! 마마 힘내는테치이! 믿고있는테치이이이!」 눈물을 흘리며 응원하는 칩 자충.
힘이 넘치는구나. 아니, 목숨을 걸고있으니까.
「데무무무……이거인데스우우우!」 파앗 하고 이번에는 오른쪽 컵을 고르는 실장.

결과는…「꽝입니다ー」 말하자마자 칩의 머리와 몸을 두 손으로 잡는다.
그대로 쥐면서 당겨뽑는다. 뿌지지직 「치벳」 파일더 오프. 사망 확인.
죽인 후에는 쓰레기통에. 다함께 지키자 지역의 매너.
「데에에에에에!」「테챠아아아아아아!」「오네ー쨔아아아아앙!」
「자아, 어쩔래? 아직 새끼는 남아있는데」「웃기지마는데스! 오마에는 악마인데스우!」
「이대로라도 괜찮냐?」「데엣?」
「이대로라면 오늘 먹을것도 없지. 새끼도 한 마리 죽어버렸고. 최악이야」「오마에가 죽인데스우!」
「자아 들어보라구. 이대로라면 최악. 죽은 새끼도 쓸모없이되어버려」「데…데에…」
「그래도… 남은 새끼를 걸어서 이기면 오늘밤은… 콘 페 이 토 파 티 라구」「데데데…!」
 속 행 결 정

 「또 꽝입니다ー 안됐지만 이 새끼도 목뽑기 벌칙이야. 짜잔」 뿌지지직「츄보옷!」
「데샤아아아아! 다시 한번 승부하는데스우! 이번엔 이 자를 거는데스우!」
「싫은테치이이이!」「테에에엥, 마마 이젠 그만두는테치ー」
「시끄러운데스! 이번에야 말로 맞추는데스…콘페이토인데스우…」
그로부터 승부는 계속되고, 잔뜩 있던 새끼도 고작 두 마리. 하지만 친실장이 신경쓰는 기색은 없다.
빠졌네 빠졋어. 갬블이란 몸을 뺄때가 중요한건데.
초심자는 지금까지 걸었던 것을 매몰해버리는게 아까워서 그만둘수 없고, 그래서 더더욱 잃게되지, 큭큭큭…

…「자아  벌칙입니다ー」「데에에!」
…「파이널 앤서ー?」「파이널 앤서인데스우!」
…「찬스문제! 여기서 맞추면 별사탕이 두 개!」「아자자!이번에야 말로 오른쪽인데스!」
몸을 뺄 때를 놓친 실장석은 그 후에도 남은 새끼, 기어이 자신의 옷, 머리카락까지 걸었지만…
이긴 것은 처음 뿐…연패…! 정신을 차려보니 독라…! 실장사회적 죽음…!
자와…자와…하는 소리가 들리는듯한 공기 속에서, 망연자실한 독라실장.
뭐어, 컵에는 트릭이 있어서 어느 컵에도 빨간 구슬은 들어있지만 말이지.
컵을 들어올릴때 빨간 공을 컵에 담은 채로 들어올리는 구조.
처음에 이기게해준건 일부러 그런거였고. 사람 상대로는 이렇게까지 잘 되지 않겠지만. 역시 실장.

「…돌아가는데스… 돌아가서 자는데스… 눈 뜨면 전부 꿈인데스…」
미묘하게 앞뒤가 안맞는 소리를 하면서 터벅터벅 자택인 골판지하우스로 돌아가려는 실장.
아아, 꺼져버릴것같은 등이구나.
「기다려. 다시 한번 승부 어때?」「…데…?」
재미있게 해줬으니까. 마지막 정도는 사기치지 않고 승부해줄까. 난 정말 상냥해.
「이기면 가지고있는 별사탕 전부 줄게」 잘그락 하고 꺼내드는 별사탕 봉지.
「데… 하는데스우우우!」 공허하던 눈에 다시금 빛나는 희망, 이라기보다 욕망의 번뜩임.
「그 대신 지면 네 골판지하우스 뽀갤거야?」「그걸로 충분한데스! 승부하는데스우!」
「좋ー아, 어느쪽이냐ー!」「데무무무우우우우……」

몇 분 후.
찬 바람 부는 가운데, 밟아서 찌그러진 후 갈기갈기 찢어져 그냥 폐휴지로 변한 골판지하우스 앞에서 멍하니 서성이는 독라실장이 한마리 있다.
「승부인데스… 다시 한번 승부인데스… 다음에는 이기는데스… 오마에들의 몫의…콘페이토도…파티…」
중얼중얼 하면서 언제까지고 그런 말을 되뇌인다.
추적추적 흐르는 눈물과 함께,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정말이지 행운에 버림받은 녀석이야… 오오, 눈이 내리나…」
공원을 등진 남자가, 그렇게 한 마디 내뱉었다.







[괴담] 실장저택

 

"실장저택"

세상에는 쓰레기 저택이나 개 저택, 혹은 고양이 저택이라고 불리는 것들과 같이 다양한 호칭을 가진 집이 존재한다.
이번에 이야기할 집은 제 중학교 시절 실장 저택이라고 하는, 인근 주민에게 폐를 끼쳐 아이들이 매우 두려워했던 집 이야기입니다.

내 반에 야마모토 군이란 남자애가 있었고, 그의 집이 실장저택과 두집 옆에 있었다.
야마모토 군의 말로는 할머니가 그 집에 혼자 살면서 실장석을 많이 기르고 있는 듯하다.
거기까지라면 실장석도 집안에 있는 것이고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집 밖에 있다.
이 할머니는 실장석을 데리고 와서는 사육실장 삼아 집안에서 키웠다.
점점 그 수가 늘어감에 따라 할머니의 경제력으로는 모든 실장석을 기르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약한 실장이나 자실장이 영양실조로 죽어갔다.
그 시체의 처리는 자신의 정원에 겹쳐 포개듯이 쌓는 식이었던 것이다.

그 후는 쓰레기 저택과 다를 바 없이 시체에 파리가 꼬여, 끔찍한 냄새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인근 주민과 마찰이 일어났고 할머니는 집안에 틀어박히게 되었다.

"이봐, 야마모토 군"

야마모토 군이라 부르자 돌아선 그에게 "군이 친구라고 믿고 있어" 라고 하며 양손을 모았다.

"군을 붙여부르는 거 징그러운데, 어차피 부탁하는 거겠지, 타치바나?" 주저없이 답한다.

나는 머리에 손을 대고 "헤 헤헤, 뭐 그렇지 야마모토" 하고 무안한 척했다.

나와 야마모토 군은 초등학교부터 친구로 무엇을 할 때나 언제나 함께다.
그런 내가 군을 붙여가며 부탁하는 것은 실장 저택의 일이었다.

여러 번 야마모토 군의 집에 갈 때마다 그 저택을 보고 별난 집이구나 흥미가 갔던 것이다.

"실은 그 실장 저택을 둘러보고 싶어서 말야"

야마모토 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진다.

"갑자기 무, 무슨 ... 안돼! 안돼! 절~~~대 안돼!"
"거긴 동네 사람들도 두려워서 아무도 접근하지 않아, 엄마도 절대로 얼씬거리지 말랬어"

나는 흐흥 코웃음치며 "뭐야 ~ 혹시 무서운 거야? 야마모토"
야마모토 군은 오기의 화신 같은 놈이다.

"대단한 것도 없는데, 야마모토도 쫄아가지고 ~"
이번에는 순식간에 야마모토 군의 얼굴이 빨개진다, 정말 불그락푸르락해지기 바쁜 놈이다.

"쫀거 아냐, 그냥 저기는 위험해, 진짜로"

나는 풋 일부러 들리도록 웃으면서 "입으로는 못할 말이 없지" 가슴 앞에서 작게 양손을 펼쳤다.
그리고 내 작전에 걸려들어 마지못해 함께 가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나와 야마모토 군은 그 실장 저택 앞에 서 있다.
담은 이끼가 자라고 벽돌이 갈색과 뭔지모를 녹색 액체로 덮여 있었다.
문짝은 실장석의 시체가 겹쳐 걸려서 닫히지 않는다.
그리고 왱왱거리는 대량의 파리떼가 이 저택을 가득 채울 것마냥 날아다니고 있었다.


야마모토 군이 "이봐 봤지.. 이제 가자"라고 닥달한다.
무섭고, 더럽고, 왜 야마모토 군이 이렇게 싫어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거로 끝낼 내가 아니다, 밖에서 보는 것뿐이라면 야마모토 군을 데려오지도 않았다.


"바보! 이제부터야. 우선 이 실장석 산을 넘어 집 문까지 가야겠지"

나는 무서워하는 야마모토 군을 이끌고 시체의 산에 발을 딛었다.

"우와 .. 흐물흐물 썩고 있어, 타치바나"

말 안해도 알아, 나도 냄새에 코가 비뚤어질 지경이다.
실장석의 시체는 짓밟힌 곳이 함몰하여 더이상 탄력이 없는 무르죽죽한 느낌을 다리에서 뇌로 전달했다.
시체를 밟을 때마다 파리가 왱왱 거기서 넘쳐흐르고, 잘 보면 새하얀 구더기가 꿈틀거리고 있다.
가장 아래쪽 시체는 미라화해 하얘진 것이나, 새까맣게 그을린 숯처럼 된 것 등 다양하다.
그 시체는 반드시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눈이 썩었는지 구멍이 파였고, 삼각형 입을 절규하듯 열고 있다.

보통 이런 곳에는 아무도 들르고 싶어하지 않겠지만, 나는 옛날부터 뼛속까지 시리는 공포를 좋아해 통함이 있다.
저기 요괴집이 있다고 들으면 속공으로 조사하러 가고, 여기에 목맨 시체가 매달린 나무가 있으면 누구보다 빨리 달려갔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원하는데 유령이나 괴물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은 가까이 다가가볼 것이다.
그래서 실장석 시체 따위는 전혀 상관없이, 나는 실장석 산의 정점에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래도 집에서 3m 간격으로 사방을 두른 벽이 담장이고 집은 거의 전부 실장석에 절반 가량 묻혀 있었다.
간신히 전면 문 앞만 문이 열릴 만큼 트여 있다.

그 문이 열린 것이다, 철컥이 아니라 "끼기이이~!" 음울한 소리로 열렸다.
나와 야마모토 군은 남자끼리 서로 끌어안고 굳어져버렸다.

"그래서 말했잖아, 무슨 일이 있으면 타치바나 탓이라고"

무서워하는 야마모토 군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반쯤 설레는 기분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뭔가 있어도 여기라면 도망칠 이유가 없다.

"너희들 무엇을 하고 있는 게..."

나온 것은 이야기에 나오던 그 할머니였다.
나는 유령이 아니라 실망했다.

할머니는 보라색 망토를 걸치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옷을 입고 있다.
허리는 90도로 꺾였고 유일하게 드러난 주름진 얼굴은 코가 휘어져 동화에서 보는 마녀 그 자체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아니요, 반상회에서 이 집은 어떻게 됐냐는 이야기가 나와서 보러 가라고 했어요"
라고 거짓말을 해 속였다, 내가 한 말이지만 지혜로운 대답이었다.

할머니는 "흥, 야마모토댁 도련님?" 심술궃게 대답하더니 "들어오너라" 우리를 집안에 들였다.

"야! 들으면 안돼 타치바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고 야마모토 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제 울기 직전이다.

"좋게 말할 때 들어 야마모토, 지금 네가 들어가지 않으면 그 할머니께서 무슨 짓을 하실지 모르겠네"
"어쩐지 너는 얼굴이 기억되어버린 거니까, 야마모토댁 도련님 군"


"젠장! 기억해둘거다"

실장석의 산을 내려와 우리는 조심스럽게 현관에 들어갔다.
안에는 군데군데 실장석의 시체가 있지만, 외부처럼 쌓여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관에서 복도가 뻗어 양쪽에 방이 하나씩 있고, 전면 안쪽이 계단이 나 있어 위층에 올라갈 수 있는 것 같다.
왼쪽 방에서 "뭐하고 있는 거니! 냉큼 들어와 " 그 할머니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아, 살아 있는 실장석이다, 할머니가 있는 듯한 방에서 실장석이 머리 반만 내밀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내 시선을 깨닫고 "데스" 한마디한 뒤 머리가 들어갔다.
잠시 후 그 실장석이 아장아장 우리 앞까지 걸어온다,
"잘 오신 데스" 꾸벅 머리를 숙였다.

이 실장석은 옷차림도 깨끗하고 나름대로 교육된 것 같다.

"닌겐상, 주인님이 기다리시는 데스"
한손으로 방을 가리키고 "이쪽으로 오시는 데스" 안내했다.

할머니의 방에 들어서자 시큼하디 시큼한 냄새가 나는 실장석의 시체가 2구 정도 눈에 들어왔다.
발밑에 더러워진 양말과 속옷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밥상 위에는 뭔가 먹다 남은 음식이 놓여 있었다.
전등 불빛이 너무 어둡고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느낌으로 왠지 꺼려졌다.

우리는 겨우겨우 쓰레기가 없는 장소에 앉는다.
"사실은요, 요즘 할머니 모습을 못 봐서 반상회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당연히 이것은 거짓말이다, 반상회는커녕 인근 사람들조차 할 수 있으면 상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할머니는 "너희들이 불평하니까 몰래 살아가는 거지, 걱정시킨 기억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럴듯한 대화를 계속하는 나이지만, 마음은 여기가 아닌 다른 방도 탐험하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한바탕 불평에 만족했는지, 할머니는 방 안쪽에 있는 부엌으로 갔다.

"그쪽이 아닌 데스, 이리로 오는 데스"

안내를 한 실장석이 복도에서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는데 야마모토 군은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야마모토 군에게 "그 실장석이 불러서 다녀올게" 말하고 일어서서 그 방을 나왔다.
실장석은 윗층에 올라가는 계단에서 손짓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위층에 올라가고 싶지만 실장석이라 오를 수 없는 것 같다.
"좋아, 내가 들어서 데려다줄게" 하자, 기쁜 듯이 양손을 들었다.

실장석을 지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다다미 6장 정도 방이 있었다.
안은 축축하고 습해서 곰팡이 냄새가 심했다.
창문으로 불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어슴푸레한 불빛이 들어왔다.

방에 실장석의 시체는 하나도 없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불단만 있었다.
그 불단은 몇년씩 먼지가 쌓인 듯 하얗게 변해서 안쪽의 사진과 위패도 쓰러져 먼지 투성이다.

그런데 실장석이 종종종 불단 앞까지 와 무엇인가 손을 모아 기도하는 것 같다.
불단에 모셔져 있는 사람은 이 실장석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던 거겠지.

나는 불단 사진을 집어들고, 그 먼지를 닦아보았다.
사진은 흑백에 꽤 오래된 물건으로 거기에는 젊은 여자가 웃고 있었다.

그 사진을 실장석에게 보이자 눈물이 주륵주륵 흘려 볼을 적셨다.
"그 여자는 너의 무엇이냐?"
내가 그렇게 묻자 실장석은 "와타시의 주인님인 데스"라고 대답했다.

잠깐.. 주인님은 그 할머니가 아니었나?

"이봐, 너 주인은 저 할머니잖아?"

그러자 실장석은 고개를 갸웃하며 "오바바상이 주인인 데스?" 라고 대답했다.

"닌겐상은 이상한 말을 하는 데스, 이 집에는 오바바상따위 없는 데스"

그 순간, 방 전체에서 경 읊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목소리다.

나는 황급히 계단을 내려가, 야마모토 군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야마모토 군은 왔을 때 그대로의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나는 할머니가 들어간 안쪽 부엌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게다가 주방에는 할머니가 숨을 곳따위 없다.

"저기 야마모토... 할머니가 없어"

"무슨 소리야 타치바나, 할머니라면 부엌에 들어간 거 같이 봤잖아"

야마모토 군은 부엌에 들어가다가 우뚝 멈춰섰다.
그럴 만한 게 부엌은 실장석의 시체가 무더기로 쌓인 끔찍한 모양이었다.
시체 옆에서 바퀴벌레가 수십.. 아니 수백마리씩 끓어오르고, 어디에도 인간이 들어갈 공간 따위 없다.
우리는 단번에 소름이 온몸을 달리는 것을 느꼈다.

"나! 나 이제 싫어! 돌아가자! 도, 도, 도, 돌아가자"

야마모토 군이 도망가서 나도 따라붙어 함께 달아났다.
실장 저택이 멀어지고 야마모토 군의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위층에 남은 실장석을 떠올렸다.

"야마모토, 나말야 실장석을 위층에 두고 그대로 와버렸어"

"응? 무슨 말하는 거야 타치바나, 시체 말고 실장석 따위 없었는데"

"있었잖아, 현관에서 우리를 그 방으로 데려온 실장석말야"

"아니, 난 결코 못 봤는데, 마음대로 네가 그냥 올라갔잖아"

그런 바보같은, 그렇다면 그 집에는 실체라고 부를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이로써 내 중학교 시절 실장 저택 이야기는 끝났고, 유령을 보는 수확을 거두었기에 만족하고 있다.
이후 나는 야마모토 군과 고등학교가 갈려버려, 그 후로 만나지 못했다.



후일담이지만 우리는 10년 후 동창회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
야마모토 군은 그 후 가족에게 실장 저택의 이야기를 해서 호되게 혼난 듯하다.
가족도 실장 저택이 겁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이사했다.
뿐만 아니라 인근 사람들까지 모두 도망치듯 이사했다.




사실 할머니는 우리가 실장 저택에 가기 오래전에 죽었다.
그 집 주인에 따르면 할머니는 아무 상관 없는 단순한 노숙자였다고 한다.
잠시 머물던 할머니가 누군지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집은 불단 주인의 아들인 땅주인도 무서워 접근하지 못하고, 구매자도 전혀 붙지 않아 지금까지 그 상태인 듯하다.
단지 실장석의 시체만이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 것 같다는 말도 야마모토 군으로부터 들었다.




그런 일도 있어서 난 또 그 실장 저택까지 발길을 옮겨보았다.
확실히 실장석 시체는 그때보다 증가하였다, 아직 그 할머니가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시체의 산에 올라가보자 그때처럼 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손짓했다.
역시 안에 들어가는 것은 혼자서는 두렵고 무리이므로 여기서 되돌아가기로 한다.




그런데.. 그 실장석이 윗층의 불투명한 유리창 너머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 눈은 뻥 뚫린 구멍이었고 온 몸이 상처 투성이였다.
그리고 주르륵 손발이 썩어 떨어지면서 무너지듯이 납작해져버렸다.




그 실장석은 본래의 위치로 돌아간 것인가, 아니면 불단 앞에서 언제까지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돌아갈 때 나는 잠깐 생각했다.
그 시체나 위층 실장석의 상처는 어쩌면 할머니가 아닌 그 불단 주인의 짓인 게 아닐까라고.












캠프

 

오늘은 마을 어린이들의 캠핑날. 여름방학에는 매일 열리고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미니버스를 타고 산의 캠핑장으로 가게 된다.

점심 약간 전, 집합장소인 주민회관에는 이미 아이들이 모여있다.
침낭 따위의 커다란 짐도 있기 때문에, 다들 지면에 내려놓고는 미니버스가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공민관 옆에서 뭔가가 움직인다. 자세히 보니 자실장이 한마리, 짐 쪽을 보고있다.
자실장은 두리번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아이들이 자신을 보고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 배낭을 향해서 달려갔다.
아무래도 먹을것의 냄새에 이끌린 모양이다.
자실장은 배낭에 달려들어서는 약간 열린 입구에 머리를 쑤셔박더니 짧은 팔다리를 버둥거려 배낭 안으로 들어갔다.

미니버스가 주민회관 앞에 도착했다.
인솔의 어른이 아이들을 부른다.

「커다란 짐은 버스 트렁크에 넣어주렴ー」

아이들은 짐을 들고 버스 옆에 있는 트렁크에 몰려들었다.
운전수가 짐을 받아들고 능숙하게 안쪽부터 채워넣는다.
자실장이 들어간 배낭도 주인인 아이가 버스쪽으로 들고갔다.

「테에에에?」

갑작스런 진동에 자실장은 배낭 안에서 구른다. 놀라서 여기에서 나가려고 하지만 흔들려서 생각처럼 움직이지 못한다.

「테챠아아아!」

외쳐보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자실장이 들어간 채로 배낭은 트렁크 안에 실려버렸다.
이렇게해서 모든 짐을 실은 트렁크는 확실하게 닫혔다.

트렁크 안은 컴컴하다. 게다가 밀폐되어 덥다. 자실장은 뭐가 뭔지 모르고 공포에 떨면서 빵콘했다.
위의 좌석과는 달리 방음따위가 되어있지 않은 트렁크 안은 엔진 소리가 그대로 전해져온다.

「테쟈아아아아아아!」

자실장은 지금까지 들은적 없는 진동음에 한층 더 놀라서 절규한다.

어린이들은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시원한 버스 안에서 중식인 도시락을 받고는 신나하고있다.
한 어린이가 창 밖을 보고 말한다.

「야, 실장석이 있는데」

몇명이 밖을 보니 꾀죄죄한 성체실장이 배웅하는 사람들 뒤에서 두리번거리며 걷고있다.
아무래도 배낭에 딸려들어온 자실장의 어미인 모양이다. 아이를 찾아서 나온것이리라.
그러다가 자실장의 목소리(또는 냄새?)를 눈치챘는지 버스에 가까이간다.

「데데!」

아무래도 트렁크 안에 자실장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다.
통통 하면서 문을 손으로 두들긴다.

「데샤아아아아아! 데샤아아아아!」

「뭐하는거야 저녀석?」
「글쎄, 먹이라도 달라는거 아닐까?」

아이들은 아무래도 좋다는 느낌이다.

「그러면 출발합니다ー」

인솔하는 어른의 목소리가 나더니 미니버스는 「빠앙!」하고 경적을 울리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배웅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손을 흔든다. 아이들도 버스 안에서 부모들에게 손을 흔든다.

아무일도 없이 버스는 출발했지만…
버스 뒤를 열심히 쫓아가는 친실장이 한 마리.
아이들도 금새 그걸 알고는 떠들어댄다.

「뭐야 저녀석, 필사적인데」
「얼굴 좀 봐, 더러워ー」
「아, 넘어졌다」

점점 멀어져가는 버스, 몇번이고 구르면서 길 옆을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친실장.
하지만 점점 멀어져가는 버스는 보이지않게 되었다.

친실장은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아 슬픈 소리를 낸다.
하지만 시끄러운 매미소리에 지워져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

버스는 순조롭게 달려 산의 캠핑장에 도착했다.
여기는 가까이에 계곡이 있어 낚시나 물고기잡기, 운동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버스의 트렁크가 열리고 짐이 꺼내어진다.

「뭔가 이상한 냄새 나지않아?」

한 어린이가 그렇게 말해보지만, 다른 아이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모양.
짐을 받아든 아이들은 조편성으로 나뉘어 일단은 지급된 텐트를 치는 것에 착수했다.

실장석이 들어간 배낭의 주인은 토시아키라는 조용한 초등학교 6학년의 남자아이.
토시아키의 조에는 그 외에도 이치로, 아키라, 요시오가 있다. 모두 동급생의 놀이친구들이지만, 이치로가 리더격인 존재이고 나머지 세명은 그 똘마니 같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얌전한 토시아키는 셔틀 비슷한 걸 당하기도 했다.

어른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어찌저찌 모든 텐트가 쳐졌다.

「그러면 저녁식사 준비시간까지 자유시간입니다」

인솔 어른의 목소리에 아이들이 환성을 올린다.

「무지개송어 잡으러가자」

이치로가 그렇게 말하자 다른 세명도 찬성해서 계곡쪽으로 향한다.
아이들이 모두 놀러가자 주변은 조용해졌다.

텐트 안에는 토시아키들의 짐이 놓여있다.

배낭 안의 자실장은 극도의 공포로 기절해있었지만 겨우 눈을 떴다.
진동도 없고 소리도 조용해진데다 별로 덥지도 않다. 잠시 멍하게 있었지만 여기에서 나가자고 생각했는지 밖을 볼수있는 배낭 입구를 향해 올라간다.

하지만 올라가는 도중에 또다시 좋은 냄새를 맡는다. 보니까 종이봉투가 있어서 거기에서 냄새가 흘러나온다.
종이봉투를 당기고 물어뜯어서 연다.
그러자 안에는 과자가 잔뜩 들어있어 달콤한 냄새가 가득차있다.

자실장은 달콤한 냄새에 기뻐하면서 종이봉투에 뛰어들고는 포장지도 개의치않고 초콜릿과자를 물어뜯었다.
우적우적 하고있으니 안에서 달콤한 초콜릿이 나온다.

「테, 테츙ー!!」

자실장은 들이었기에 제대로된 과자를 먹어본적이 당연히 없다.
너무나도 맛있어서 머리가 빙빙 도는것같다.
아무것도 생각하지않고 물고, 핥고, 씹는다.
입 주변만이 아니라 손발과 옷에도 초콜릿이 묻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다른 과자에도 손을 대서 손닿는대로 먹어치운다.
역시 자실장 한마리에게는 많은 양이기에 전부 먹지는 못하고, 배불러서 기분이 좋아졌기에 잠들어버렸다.

멀리서 아이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난다.
꿈속의 자실장에게는 자장가처럼 들렸다.

--------------------

「삐익ー!」

집합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들린다.
자유시간이 끝나고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었기에 아이들이 텐트로 돌아온다.
이치로들은 무지개송어를 잡아서 대만족. 얼른 소금구이를 할 준비를 하기로 했다.

토시아키도 일단 집에서 가져온 식자재를 꺼내려고 배낭을 열려고했다.
하지만 달콤한듯 썩은듯한 이상한 냄새에 저도 모르게 「우욱」하는 소리를 낸다.
쭈삣쭈삣하며 열어보니…
배낭 안에는 왠지 녹색의 액체같은 것이 잔뜩 묻어있다.

「우왓!」

토시아키는 무심코 큰 소리를 냈다.

「뭐야? 무슨일이야?」

그 소리에 다른 세명도 알아채고 토시아키의 배낭 안을 들여다본다.

「아아ー 뭐야이거!」
「냄새나ー! 뭐야!」
「혹시 동물 똥 아냐?」

토시아키는 어째서 이렇게 된건지 알지못하고 울먹였다.
그러자 아이들의 목소리에 자실장이 눈을 떴다. 찢어진 종이봉투 안에서 꿈틀꿈틀 움직인다.

「어, 뭔가 있어!」
「열어봐, 열어봐!」

울것같은 토시아키는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기에 아키라가 어쩔수 없다는듯 쭈삣쭈삣하면서 종이봉투를 집어든다. 안의 자실장이 놀라서 소리를 낸다.

「테챠ー!」
「아, 실장석이다!」

아키라는 찢어지려고하는 종이봉투를 뒤집었다. 그러자 안의 과자들과 함께 자실장이 아래로 떨어진다.
흩어진 초콜릿 포장지와 똥투성이가 된 과자의 산에서 자실장이 기어올라와보니 네 명의 아이들이 자신을 보고있다.
자실장은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테ー츙…」

갑자기 아첨의 포즈를 취한다. 본능이라고 해야할것인가.

「……」

잠시동안 아이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야, 토시아키, 과자 못쓰게 되어버렸잖냐」

이치로가 말을 꺼낸다.

「그, 그렇게 말해도말이지…」

토시아키는 지금도 눈물을 흘릴것같다.
이 과자는 버스에 타기 전에 한 조에 하나씩 나눠준 것이었다.
토시아키는 자신의 배낭에 넣어두었지만 매듭이 느슨했기에 자실장의 침입을 허용해버렸다.

「다른건 괜찮냐」

요시오가 말하자 토시아키는 안의 것들을 조사한다.
다행히 쌀 같은 식재료는 확실히 봉투에 담겨져있었기에 무사한 모양이다.
아이들은 다소 안도의 표정이 되었지만, 과자를 못쓰게 만든 자실장에 다시 눈을 향한다.

「아하, 버스를 따라오던 실장석, 그게 이녀석 어미인가」
「어떻게할까 이녀석…」
「……」

「뭐, 과자의 대가는 치르게 해야지, 일단은…」

이치로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실장을 난폭하게 움켜쥐고는 찢어진 종이봉투로 자실장의 머리를 뒤집어 씌우고 간단히 벗겨지지 않도록 끝을 꽉 묶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끈으로 자실장의 팔을 몸 째로 묶더니 텐트 밖에 가져가서 근처 나뭇가지에 매달았다.
허공에 매달린 자실장은 공포로 울부짖으며 날뛰어보지만 입은 봉투에 덮여있고 손도 움직이지 않기에 몸을 비트는 것이 고작이다. 빵콘한 똥이 후두둑 떨어진다.

「우와, 정말 더럽네ー」
「토시아키, 그 쓰레기 처리하고 더러워진 배낭 씻어서 와라」
「아, 알았어…」
「우리는 저녁식사 준비하고있을테니까」

아이들은 텐트에서 멀어져갔다.

잠시 후에 토시아키가 더러워진 것을 씻어서 텐트로 돌아왔다.

「쥬ーーーーー!」

여전히 자실장은 머리에 종이봉투를 뒤집어써서 소리를 제대로 못 내는 채로 허공에 매달려서 몸을 꿈틀거리고있다.
풀어주자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왠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씻은 배낭과 수건을 나무에 걸어두고는 저녁식사를 하는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

자신들이 만든 저녁식사를 먹고 뒷정리를 끝마친 아이들은 텐트로 돌아갔다.
자실장의 머리에 씌운 종이봉투는 아래로 떨어졌지만 끈은 풀리지 않아 매달린 채였다.

「츄아아아아아아!」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지르고있다. 애초에 작은 몸이기에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이치로는 자실장을 나무에서 내렸다.
매달려있는것보다는 사람의 손이 안심이 되는지 자실장은 약간 조용해졌다.

「테츄우우우우…」

「씁」

손에 때가 묻었기에 이치로는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짓는다.

「…다들 따라와」

그렇게 말하고는 걸어간다.
도착한 곳은 캠핑장 옆의 계곡.

이치로는 다른 세명 앞에 섰다. 그리고 히죽 웃더니,

「잇츠 쇼ー타임! 더러우니까 씻어줍시다ー!」

갑자기 자실장을 한손으로 집어올리고는 그런 소리를 지르기에 아키라와 요시오가 웃는다.
토시아키는 어안이 벙벙해있다.

「일단은 더러워진 옷은 쓸 수가 없으니까 버려버립니다ー」

이치로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자실장의 두건을 쥐고는 머리에서 벗겨낸다.
그리고 자실장의 머리를 쥐고 반대쪽 손으로 옷을 힘껏 잡아내려 억지로 옷을 벗긴다.
옷은 그대로 계곡에 던져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속옷 한장만 남아버린 자실장.

「테쟈아아아아아아아아!」

소중한 옷을 빼앗겨 울며 소리치는 자실장은 옷을 되찾으려고 손을 뻗어보지만 확실히 붙잡혀있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

「속옷도 더러워져있네요, 이것도 벗겨버리죠」

그렇게 말하고는 자실장의 머리를 쥔 채로 위에 올리고는 아래로 힘껏 흔들어내렸다.
그러자 빵콘한 속옷은 똥의 무게로 간단히 벗겨져 아래로 떨어져간다.

「츄아아아아아아!!」

알몸이 된 자실장이 소리쳐보지만…

「얼레레ー 더러워진 옷을 벗겼는데도 아직도 이렇게 더럽다니ー」

이치로가 코난 흉내를 내면서 말하자 아키라와 요시오가 또 웃어버린다.

「그러면 실장세탁기입니다ー 이대로 빨아버리죠ー」

자실장의 몸을 다시 쥐더니 그대로 물 안에 집어넣는다.

「깨끗깨끗하게 합시다ー」

그대로 물속에서 자실장을 쥔 손을 소용돌이처럼 빙글빙글 돌린다.

「쥬보오오오오오오」

물속에 처박힌 자실장은 숨도 못쉬고 몸부림쳤다.
가끔씩 물속에서 손을 들어올리지만 즉시 물 속에 집어넣는다.

자실장은 대량의 물을 마셨다.
아니, 분명히 이치로가 입을 열지않으려는 자실장에게 억지로 계곡물을 마시게 한걸로 보인다.
이런 짓을 5분정도 계속했다.
자실장의 몸은 확실히 더러움은 가시고 깨끗해져있었지만…

「콜록콜록」

숨막혀하는 자실장.

「그러면 탈수합니다ー」

이치로는 물을 마셔 빵빵하게 된 자실장의 배를 양손으로 쥐고는 손에 힘을 줘서 잡았다.

「쥬오오오오오오」

자실장은 위아래의 입에서 물을 웃기게 뿜었다.
쥐어짜더니 이치로가 말한다.

「마무리로 헹굽니다ー」

이치로의 목소리에 아키라와 요시오도 쓴웃음을 짓는다.
토시아키는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는 생각이었지만 아무말도 하지않고 멍하니 서있을뿐.
그렇게해서 자실장에게는 지옥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을 물고문이 몇번이나 되풀이되었다.

---------------------------------------

계곡에서 아이들이 돌아오자 캠프파이어가 시작될 시간이 되어있었다.
이치로는 가지고있던 알모의 자실장을 토시아키에게 넘겼다. 자실장은 축 처져있지만 죽지는 않았다.
토시아키의 손 안에서 자실장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리면서 가느다란 소리로 울었다.

「테, 테ー츙…」

캠프파이어가 시작되었다. 커다란 불꽃이 아이들의 얼굴을 비춘다.
노래를 부르고 게임을 하거나 하면서 다들 즐거워보이지만 토시아키만은 뒤에서 자실장을 보면서 거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차가워졌던 몸이 조금 따뜻해졌는지 자실장은 아까보다는 기운이 나있다.

「괜찮냐」
「…테츙…」

링갈이 없기에 토시아키는 자실장의 말을 알아들을수 없었지만 조금은 안심하는 것으로 보였다.

게임 후에 아이들에게 불꽃놀이가 나누어지고, 여기저기에서 예쁜 불꽃이 올라온다.
다른 손님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되기에 소리가 큰 불꽃이나 로켓불꽃은 없고 손으로 쥐는 불꽃만 준비되었기에 고학년의 아이들은 약간 불만이었다.

「토시아키, 잠시 와봐」

이치로가 토시아키를 불렀다.

「그녀석 여기에 놔둬」

보니까 직경 30cm 정도의 그루터기이다. 토시아키는 약간 망설였지만 이치로는 따를수밖에 없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금방 알게되었지만…
그루터기 위에 자실장을 놓고는 토시아키는 뒤로 물러섰다.

「물로 차가워진 몸을 불로 따뜻하게 해주지」

이치로는 그렇게 말하더니 불꽃놀이를 하나 집어서 불을 붙인다.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못하는 자실장에게 불꽃을 향한다.
갑작스런 불꽃과 뜨거움에 자실장이 또다시 절규한다.

「츄와! 츄와!」

불꽃에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몸이 아직 생각대로 움직여주지않는다. 머리를 손으로 안고 웅크려서 견디려고 한다.

「엉덩이에 맞춰볼까ー」
「츄, 츄아아아아!」

배설구에 불꽃을 직접 받고는 움찔움찔 경직하는 자실장.
그것을 본 아키라와 요시오도 흉내를 내서 불꽃을 자실장에게 향한다.
세 방향에서 불을 뒤집어 쓴 자실장의 머리카락에 불이 닿아서 그을리고있다.

「데쟈아아아아아아아!」

불에서 어떻게든 도망쳐보려고 필사적으로 움직이려고 하지만 뒤로 벌러덩 드러누워버린다.
이번에는 얼굴에 정통으로 불을 맞아서 앞머리도 타기 시작한다.

「츄왓! 츄와ー!」

손으로 불을 끄려고하지만 손이 앞머리까지 잘 닿지를 않는다.
그렇게 불꽃놀이가 없어질때까지 불고문이 계속되었다.

자실장은 피부가 화상으로 검게되고 머리카락은 그을려서 꼬슬꼬슬하게 되어있다.
중간부터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가만히 웅크려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이치로는 불이 꺼진 불꽃놀이를 자실장에게 찔러보지만 반응이 없다.
일단 살아있기는 한 모양이지만.

「이녀석들 생명력 대단하니까, 내일이되면 쌩쌩해질지도 몰라」
「우와ー 심하네ー」
「하하하」

캠프파이어도 끝나고 이치로들은 텐트로 돌아갔다.
토시아키는 자실장을 어떻게 할까 생각했지만, 데려간다고해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루터기 위에서 웅크리고 있는 자실장을 남겨둔 채로 떠났다.

침낭 안, 토시아키는 그 자실장이 신경쓰였다.

『확실히 나쁜 짓을 했지만, 저런 작은 생물을 그렇게까지 괴롭히다니…
 내일 아직 살아있다면 데려가서 원래 있던 장소에 돌려주자』

토시아키는 눈을 감았다.

----------------------------------------------------

이튿날, 아침체조를 하기위해 어젯밤에 캠프파이어를 한 광장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토시아키는 그루터기에 달려갔다. 하지만 자실장은 그루터기의 어디에도 없었따.
스스로 움직여서 어디론가 가버렸는지, 그렇지않으면 누군가 데려갔는지, 혹은 새라든가에 먹혀버렸는지.
그 주변을 둘러보지만 자실장은 보이지않았다.

조식을 먹고 텐트를 정리한다.
돌아갈 시간까지는 자유시간이다.

토시아키는 다시 한번 그루터기에 가보았다. 하지만 역시 자실장은 없다.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할 때

「…테, 테츙ー…」

작지만 확실하게 자실장의 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둘러본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수가 없다.

「…테ー츙…」

역시 들린다.

다시 한번 둘러보자…있다!
캠프파이어의 흔적, 물을 뿌려서 타서 무너지지 않은 나무 아래에 자실장이 있다.
밤이슬을 피하고 있었는지, 거기에 있었다.

토시아키는 달려가서 자실장을 주워들었다. 머리카락은 어제와 마찬가지이지만 몸은 상당히 좋아져있다.
하지만 약해져있는 것은 확실하다. 어쨌거나 물을 마시게 해주려고 계곡으로 달려갔다.

계곡에 이르러서 물가에 자실장을 내려놓는다. 자실장은 어제일도 있어서 조금 겁을 먹었지만 쭈뼛쭈뼛하며 물에 입을 대고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한다.

토시아키는 혹시 자실장이 있으면 주려고 주머니 안에 작은 토마토를 넣어두었다.
그것을 꺼내서 자실장에게 먹도록 내어준다. 하지만 자실장에게는 토마토를 깨물 정도의 힘이 없었다.
그것을 보고 토마토를 손으로 쪼개어주니 자실장은 안의 부드러운 부분을 빨아들이듯이 천천히 먹기 시작한다.

「어이ー 토시아키! 뭐하고있냐」

갑자기 이치로의 목소리가 들려 놀라서 돌아보는 토시아키.

「어ー 아직 살아있잖아 저녀석!」
「에, 뭐야뭐야?」

아키라와 요시오도 왔다.
무서운 얼굴로 토시아키를 몰아붙이는 이치로.

「뭐하는거야 토시아키, 이런 녀석한테 먹이를 줘서 어쩌겠다고」
「불쌍하니까 데리고 돌아갈까 해서…」
「너 진담이냐, 이녀석한테 뭘 당했는지 기억하고있겠지!」
「이젠 용서해주자구…」
「무슨소리야, 이녀석들은 인간이 없으면 살아갈수도 없는 주제에 민폐만 끼치는 해충이라고」
「그… 그래도…」
「어쨌든간에 이런 녀석은 이렇게 하면 되는거야」

이치로는 토시아키에게서 자실장을 억지로 빼앗아들었다. 자실장은 이치로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 인간은 자신에게 아픈짓만 하는 심한 인간』이라고.

「테챠아아아아아아!」

자실장은 약해진 몸으로 이치로의 손을 때리면서 위협하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손으로는 안된다는걸 알고는 물려고 했다.
하지만 도통 쓸데없는 반항이었다.

「이거보라구, 자기가 한 짓은 무엇 하나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단말이다」
「그만둬, 이젠 충분히 했으니까 그만해도 되잖아」
「시끄러ー!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마!」

이치로는 꼬슬꼬슬하게 된 자실장의 뒷머리를 잡아당겼다. 자실장의 머리가 뒤로 벌러덩 넘어진다.
그리고 그대로 힘을 주어 당기니 머리가 뿌직 하는 둔한 소리와 함께 전부 뽑혔다.

「테쟈아아아아아아아!」

자실장의 비명, 하지만 이치로는 상관하지 않고 자실장을 반대쪽 손으로 잡고는 이번에는 앞머리를 쥐었다.
강한 힘으로 자실장의 머리가 앞으로 꾸벅 하고 기울어진다. 그리고 다시 힘을 주니… 앞머리도 와장창 뽑혀다간다.
자실장의 앞에서 앞머리를 하늘하늘 뿌린다. 그것을 본 자실장은 쇼크가 심했는지 과호흡을 하면서

「치벳…치, 치, 치」

하며 지금이라도 발광해서 죽을것같은 얼굴을 하고있다.

「그만둬ー!」

토시아키는 이치로에게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이런 토시아키는 본 적이 없었던 이치로는 약간 놀랐지만 역시 힘의 차이는 어쩔 도리가 없다. 토시아키는 간단히 밀쳐넘어졌다.

「데리고 돌아간다고? 이녀석은 여기서 산실장으로 일생을 보내는거야!」

그렇게 외치더니 자실장을 계곡 너머로 힘껏 집어던진다.

던져진 자실장은 포물선을 그리며 수면을 지났고, 운나쁘게 건너편의 돌 위에 떨어졌다.
떨어진 순간 「페춋」하는 소리와 함께 적과 녹의 액체가 주변에 퍼진다.
손발을 움찔움찔 움직이다 꽈당 하고 쓰러지더니 두번 다시 움직이지 않게되었다.

「처음부터 이랬더라면 좋았을것을 그랬어」

이치로는 그렇게 말하더니 밀쳐져서 주저앉은 토시아키를 내버려두고 캠핑장으로 돌아갔다.
아키라와 요시오도 아무말 없이 뒤를 따랐다.

토시아키는 자실장이 죽은 부근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토시아키의 머리에는 어떤 광경이 떠올랐다…

실은 토시아키는 모친이 1년 정도 전에 사고로 돌아가셨다.
사고후,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채로 1개월 후에 사망했다.

자실장을 어미에게 돌려주려고 생각한것은, 자신의 모습이 자실장에 겹쳐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모친을 만나고싶다는 기분이 토시아키를 움직였다.

잠시 후, 토시아키는 정신을 차렸다. 슬펐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어제 만났을 뿐인 자실장에 그럴 정도의 애착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대단할거 없다고 자신에게 들려주려고 하고있다.

일어서서 옷에 묻은 모래를 턴다. 그러자 아래에 뭔가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어제 이치로가 벗긴 자실장의 속옷이 거기에 있었다.

토시아키는 말라서 뻣뻣해진 속옷을 주웠다. 죽은 자실장 쪽을 다시 한번 본다.
자실장은 확실히 살아있었다. 그리고 죽었다.
너무나도 덧없는 목숨이었지만, 그런 작은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실장이 있다는 것을 토시아키는 알고있다.

「네 마마에게 이걸 돌려줄게」

토시아키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것을 주머니 안에 넣고 돌아갔다.

돌아가는 버스가 엔진을 울리면서 아이들이 타는 것을 기다리고있다.

----------------------------------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주민회관에 도착하고 그 자리에서 해산하게 되었다.
마중나온 부모도 몇명 있었지만 토시아키를 마중나오는 사람은 없다. 부친은 회사에서 일하는 중이다.
하지만 토시아키도 이젠 6학년이기에 대부분의 일은 혼자 할수있다.
아무와도 인사를 나누지 않은 채로 총총 집을 향한다.

집에 도착해서는 열쇠를 꺼내어 현관문을 연다.
짐을 내려놓고 다시 열쇠를 잠그고 밖으로 나온다.

오늘도 또 엄청나게 덥다.
토시아키는 도중에 편의점에 들러 페트병의 주스와 작은 스낵과자를 샀다.

주민회관에 가보니 이젠 아무도 없다.
근처를 잠시 찾아본다. 물론 그 죽은 자실장의 어미를 찾아서.
하지만 이 주변에는 없는 모양이다.

벤치에 앉아서 주스를 마신다. 스낵과자의 봉지를 연다.
냄새에 이끌려 실장석이 오지않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친실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역시 안 나오는건가」

이젠 그만 기다리고 돌아가자고 생각했을 때, 주민회관 옆에서 실장석이 얼굴을 내민다.
기억에 있는 실장석이다. 그 자실장의 어미가 틀림없다.

토시아키는 스낵과자를 친실장에게 주는것처럼 열어보여주었다.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스낵과자의 유혹에 못이겨서 다가온다.
과자를 실장석 앞에 두었다.

「데데? 데스ー데스ー?」

먹어도 되냐고 말하는 모양이다.
끄덕이자 실장석은 조금씩 과자를 먹기 시작한다.
다 먹고나니 실장석은 부족하다는 듯한 얼굴로 토시아키를 바라본다.

「…이젠 없어」

그 말을 이해했는지, 스낵과자 봉지를 손에 들고 남은 부스러기를 핥았다.

토시아키는 주머니 안의 물건을 꺼내었다.

「…저기, 이거말인데…」

쭈끌쭈글하고 뻣뻣해진 자실장의 작은 속옷을 손바닥에 얹어서 친실장 앞에 내민다.
그것을 본 친실장은 과자봉지를 버리고 토시아키의 손에 달려든다.
놀란 토시아키는 손에 있던 속옷을 지면에 떨어뜨려버렸다.

친실장은 쭈그려앉아 그 속옷을 손에 쥐고 냄새를 맡는다.
말라서 냄새가 옅어졌지만, 분명히 자신의 아이의 속옷이라고 확신한듯하다.

「데데데ー? 데스데스ー!」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수없지만, 아마도
『어째서 속옷을 가지고있는거야? 내 아이는 어디에?』
따위를 묻는거겠지.

「…미안, 네 아이는 이미 죽었어…」

친실장은 잠시 토시아키의 얼굴과 속옷을 번갈아 보더니 자실장이 이젠 돌아오지 않는다고 이해했는지 속옷을 얼굴에 대고 울기 시작했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그리고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토시아키 쪽을 흘낏 보더니 우는 채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토시아키는 뭐라 말할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혹시 자실장을 데리고 돌아왔더라면 친실장은 어떤 얼굴을 했을까.
옷을 빼앗기고, 머리카락도 뽑히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초라한 모습으로 변한 아이라도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었을까.

이 친실장이라면 그렇더라도 소중하게 데리고 돌아갔겠지.
돌아온 것을 마음속 깊이 기뻐하면서…


토시아키의 머리속에 자신의 모친의 일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 살아있어주기만 한다면 되는거야…
살아있어주기만 한다면…

토시아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이 용서없이 내리쬐었다.

「…젠장…」

한마디 중얼거리고는 일어선다. 그리고 갑자기 마시던 페트병을 지면에 후려치고는 어디론가 달려간다.

매미의 울음소리만이 시끄럽게 울리고있다.












1년 너머의 약속



『그러면 새로운 주인사마 곁에서 건강하게 지내는데스』
『싫은테치이 마마와 함께있는게 좋은테치』
『…주인사마들이 결정하신데스 말을 듣는데스』
『테에에에에』

어느 행복한 실장석의 친자가 작별하는 한 장면.
친가에서 돌아가는 아들부부와 그 아들에 데려가지는 것으로, 작은 새끼는 어미 곁을 떠난다.
아직 어린 자실장은, 새로운 주인님의 손 안에서 토라져있다.
그런 자실장에게 새로운 주인님은 약속한다.

「착한아이로 있으면, 1년 후에는 어머니에게 만나게해줄게」

울상을 짓고있던 자실장은, 잠시의 침묵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


                1년 너머의 약속


***************************************


「야, 제대로 치워, 도리」

새로운 가족으로 맞아진 자실장은 도리라고 이름지어져 가정의 아이…토시아키의 애완동물이 되었다.
아이라고는 해도, 토시아키의 훈육은 꽤나 엄하다.
특히 도리에게 주거로 주어진 수조의 관리에는 특히 엄했다.

똥은 지정된 장소에 해라, 밥은 남기지말고 먹어라, 갖고 논 장난감은 치워라, 혹시 더러워지면 스스로 청소해라…
애완동물 자신이 이런저런 일상의 뒷처리를 할 수 있다면, 사육주는 그만큼 편해진다.
그저 그것뿐인 이유로 토시아키로부터 떨어지는 도리에의 명령.

아직 어미의 비호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도리에 있어, 그 요구는 꽤 가혹한 것이었다.
하지만 할수없다는 기색을 보이기라도 할 것 같으면, 토시아키는 반드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젠 어머니한테 만나게해주지 않을거야」
「테치잇!」

도리는 황급히 「착한아이」가 된다.
그것이, 도리의 새로운 생활의 모든것이었다.


       *       *       *


시간은 흐른다.
아무리 엄하다고해도 원하여 맞아들인 애완동물이다.
토시아키는 충분히 도리를 귀여워했고, 그리고 도리도 애정과 영양을 듬뿍 받아 성장해간다.
할 수 있는 것도 늘어난다.
화장실의 모래 교환, 수조를 닦는 청소.
이윽고 수조에서 방에서 키우는 것으로 승격된 이후에는, 방의 청소 따위도 돕게 되어있었다.

아무리그래도 실장석. 때로는 깝치기도 하고 기분이 내키지 않을때도 있다.
그럴때마다 토시아키는 말한다.

「이젠 어머니한테 만나게해주지 않을거야」
「테치!」

마마와 다시 한 번 만나기 위해.
토시아키를 새로운 주인님으로 인정하면서도, 도리가 첫번째로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멀리 떨어진 모친이었다.


       *       *       *


계절이 바뀐다.
이제 금방일까. 이제 금방일까.
도리는 잊지않는다.

일-년- 있으면 다시 마마를 만난다.

1년이라는게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계절이 한바퀴 돌면, 이라는 정도는 왠지 모르게 알고있다.
기나긴 질퍽질퍽이 끝날때 자신은 받아져서 왔다.

그러니까 질퍽질퍽이 끝나면 다시 마마를 만날수있다!

이미 큼직한 중실장이 된 도리는, 꼽을 손가락은 없었지만 그 날을 학수고대했다.


       *       *       *


「…알겠습니다. 당장 거기로 가겠습니다」

주인사마의 파파상과 마마상이 굳은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도리는 이상하다는 듯이 그 얼굴을 바라본다.

「장인어른이…」「…그럴수가…」

마마상도 주인사마도 다들 굳은 얼굴.
어째서일까. 도리는 왠지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주인사마가 말한다.

「도리, 미안해. 집 좀 봐줄수 있을까?」
「테챠아아아아아!?」

왜!? 어째서!?
이제부터 할아버지의 집에 가는거잖아!?
마마가 있는 곳에 가는거잖아!?
그게 약속이었잖아!?

도리는 필사적으로 항의한다.
그래도 주인사마는 무정하게도 이렇게 말한다.

「말 듣지 않으면 마마 만날수 없어」

그것은 마법의 주문.
그래도 이번만은 마법이 걸리지않는다.

그 마마에게 만나지 못하는것이니까.
약속을 깬 것은 주인사마인 것이다.

도리는 일단 말을 듣는 척을 한다.

황급히 짐을 싸는 닝겐들.
도리는 슬그머니 그 안의 짐 하나에 숨어든다.

와타치는 일-년-동안 착한 아이였다!
그러니까 마마르 만나러 갈 권-리-가 있어!

서둘러 차가 출발하는 소리가 난다.
도리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마마, 이제 곧 만날수있어!
계속 계속 기다려왔으니까!


       *       *       *


털썩
「테엣!」

흙바닥에 던져져 눈을 뜬다.
주위에는 무서운 인간들.

「어째서 실장석따위를 가져온거야」
「멋대로 숨어들어 온거같은데」

왠지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있다.
그렇지, 와타치의 마마는 어디?
달려나가려고하는 도리의 몸을, 주인사마가 잡아 누른다.
어째서? 놓아요? 놓으라구요.

혼란스러워하는 도리의 머리 위에서 닝겐들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숙부님이 실장인플루엔자로 위독하신데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지금은 한 고비 넘겼지만, 지금 실장은 이 마을에서는 금지사항이야」
「아무래도 이녀석의 어미가 감염원이었던 모양이야. 저항력이 떨어져있으시던 숙부님만 걸린거보니」

무슨소리야?

주인사마를 올려다보는 도리.

파파상과 주인사마가 말을 나눈다.

「토시아키, 도리는 여기서 작별이다. 할아버지와 도리, 어느쪽이 소중하니?」
「할아버지」

어린 토시아키는 즉시 대답한다. 그리고, 도리에게 말을 건넨다.


「미안해. 이별인 모양이야」


잠깐 기다려, 이야기가 틀려!

「테쟈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리는 날뛴다. 즉시 덕트테이프로 둘둘 말아져버린다.
그런 도리에게, 눈물까지 띄우면서 토시아키가 말한다.

「그래도말이지, 도리, 약속을 깬건 너니까말야.
 집에 있었으면, 이런 일은, 되지 않았, 을텐데」

버려진다!

본능적으로 도리는 이해했다. 외친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것은 어미를 부르는 소리. 어미에게 도움을 구하는 소리.
하지만 무정하게도, 주위의 어른은 고한다.

「어미는 벌써 보건소에서 처분되어버렸어」
「테?」
「이번 난리통의 근원이니까, 어쩔수 없지」

잡음으로 못듣고 지나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도리는 확실히 말을 이해해버렸다.

「테에에! 테챠! 테챠아아아아아!!」

거짓말쟁이!
주인사마 거짓말쟁이!
만나게 해준다고 말했으면서!!
계속 착한아이로 있었는데!!!

도리는 계속 외친다.
토시아키의 모습이 문지방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주위의 어른이 누더기 걸레를 입에 쑤셔넣을 때까지.
모든 것에 절망하여, 보건소의 차가 오기 전에 스스로 위석을 깨버릴 때까지 말이다.


       *       *       *


어떻게해도, 절대로 지킬수 없었던 약속.
혹시 도리가 어미와 같은 곳에 갔더라면, 어떤 의미로는 소망이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마치 견우와 직녀의 전설처럼.

하지만 짙은 비구름은 별빛 한 줄기도 지상에 흘리지 않는다.



아직, 장마철은 끝나지 않았다.












원한의 대상

 

통화를 마치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끈 뒤 남자는 가라앉은 기분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나선계단의 최하층에 다다라 철문 자물쇠를 연다.
삐걱대는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너머에 방향제의 상큼한 향기와 함께 포근한 기운이 감돌았다.

방 안을 응시하고, 복잡한 표정을 띄운다.

원래는 콘크리트채로 방치된 지하 창고였던 장소.
하지만 지금은 화려한 무늬의 벽지와 함께 크고 밝은 조명이 천장 중앙에 설치돼 있고, 다양한 가구와 책꽂이, 탁자, 그리고 크고 푹신한 침대가 놓여 있다.
오렌지색 카펫은 부드럽고 감촉이 좋으며 남자의 손으로 항상 청결하게 유지된다.
거친 철문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창고였던 장소는 지금은 어떤 사람이 사는 공간이 되어 있었다.

침대 위 그림책을 펼치고 있던 소녀가 남자를 알아채고 달려온다.
가슴에 와락 안겨 바로 볼을 문지른다.

"좋은 아침, 하루카"

남자는 빙긋 웃으며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하루카라고 불린 소녀는 기쁜 듯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남자의 두터운 가슴에 볼을 묻는다.

"배고프지? 자, 식사할 테니까 거실로 와."

남자의 말에 하루카는 끄덕하고 반응한다.
말없이 크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우선 침대 위의 책을 책꽂이로 돌려놓은 후 흐트러진 이불을 가지런히 갠다.

그 모습에 남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오늘 아침은, 네가 가장 좋아하는 치즈 오믈렛을 구웠단다. 같이 먹자."

남자의 말이 매우 기뻤던 듯, 하루카는 그 자리에서 깡충깡충 뛰며 즐거워한다.

뛰어오를 때마다 네글리제의 치맛자락이 올라온다.
남자는 허겁지겁 옷걸이에 다가가 적당한 블라우스를 집어들었다.

"먼저 옷을 갈아입어야지, 자, 하루카가 좋아하는 색깔 옷이야."

네글리제를 벗기고 반나체가 된 하루카에게 핑크색 블라우스를 입힌다.
한참을 버둥거리다 겨우 소매로 손을 뺀다.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직 스스로는 무리인가" 중얼거리며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와준다.
반쯤 울듯한 얼굴이 불쑥 튀어나오지만, 남자의 다정한 미소에 곧 기분이 좋아져 다시 생긋 웃어보인다.

길고 고운 머릿결, 투명할 정도인 하얀 피부, 날씬하고 가녀린 체구, 그리고 순진무구한 사랑스러운 미소...
그것은, 남자가 줄곧,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갈망해온 것이었다.
하루카는 남자에게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다.
그러므로 여기 - 강철문으로 닫힌 감옥- 에서 해방될 수 없었다.

방을 나가려다 문득 발에 작은 탁구공이 걸린다.
더러워지고 군데군데 찌그러져 구르지도 못하게 된 그것은, 마치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 자리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아직 이런 게 남아 있었나?"

탁구공을 주워 손가락으로 짜부러트리려고 하자, 하루카가 울듯한 얼굴로 제지한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돌려달라는 몸짓을 한다.

"미안, 소중한 거였구나"

찌그러진 탁구공을 돌려받은 하루카는 다시 웃는 얼굴로, 그것을 책장 위에 소중히 놓았다.

◇◇◇

아침식사를 마친 남자는 하루카를 다시 지하실로 보낸 후 철문을 등지고 연회색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 환경에 적응했는지 예전처럼 울면서 문을 두드리는 일도 없어졌다.
그녀를 가두어놓는 것은 큰 저항감이 들었지만, 지금부터 일을 가야 돼서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단단히 타이르고, 남자는 뒷통수에 달라붙는 생각을 털어내고 자기 방으로 뛰어올랐다.


지하실 안 작은 냉장고에 도시락과 음료, 간식이 담겨 있다.
오늘 밤은 잔업도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카가 배가 고파질 때쯤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문을 닫기 직전 어딘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련한 표정을 띄운다.
남자는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여느 날과 같은 일상에 녹아들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회사에 도착하기 직전 갑자기 휴대전화가 진동한다.
화면에는 가능하다면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이름이 표시된다.


――아까 막 걸었을텐데 ――

역에서 업무지구로 흘러가는 인파에서 벗어나, 남자는 가급적 인기척이 적은 곳에서 통화 버튼을 눌렸다.
약간 코막힌 듯한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에 닿는다.

"여, 오늘 아침은 어땠어?"

익숙해진 태도로 떠드는 목소리에 약간 초조해지면서도, 남자는 드러내지 않고 "그럭저럭" 모호하게 대답한다.

"벌써 꽤 시간도 지났으니, 이제 괜찮겠지?"

빠르게 떠벌이는 말투와 방금 전과 똑같은 화제에 끈질기게 매달리는 태도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남자는 "이제 곧 출근해야 돼서" 거절하고 용건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놈'은 그런 건 전혀 안 들리는것마냥 계속 이야기한다.

변함없이, 사람 사정을 생각해주지 않는 '놈'이다.

"빨리 결과 보고해줘. 나는 당신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즐거운 게 없으니까."

"진전이 있으면 이쪽에서 연락할게. 그니까 당분간 기다려줘", 시간을 신경쓰면서 대답한다.
통화를 끊으려 하자 귀가 먹먹해질 정도인 목소리가 더 커졌다.

"약속한 시간은 이미 지났어. 계속 그렇게 기다리면 김샌다고?!"

언제나처럼 일방적으로 끊지만, 과연 포기했는지 다시 걸려오는 일은 없다.
아침부터 우울한 기분을 느끼며 남자는 또다시 인파에 휩싸였다.

◇◇◇

예정보다 늦게 귀가한 남자는 서둘러 지하실로 향한다.
철문이 닫힌 방 안에서는 하루카라는 소녀가 울먹이며 뺨을 부풀리고 있다.
꽤나 기다리게 한 듯, 침대 옆에 좋아하는 그림책이 던져져 있다.
문을 열자마자 울며 달려드는 하루코를 붙잡고 남자는 사랑스러운 듯 고개를 쓰다듬었다.

"미안, 배고프지?"

품 안에서 몇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언제나처럼 볼을 비벼댄다.
눈물과 콧물이 수트에 묻지만 남자는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몸에 전해지는 무게와 팔에 전해지는 탄력이 좋다.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아주면서, 남자는 시선을 낮추고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서 푸딩이랑 슈크림 사왔어, 하루카가 엄청 좋아하는 후타바 제과점이야.
얼마든지 먹어도 돼."

그말에 반응해 울상이 순식간에 활짝 펴진다.
그 노골적인 태도 변화에 남자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남자가 살고 있는 집은 도심에서 전철로 한시간 반 가량 떨어진 아주 한적한 주택가에 있다.
살기 좋고 조용하며 아늑한 반면, 상점가나 오락시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자극이 덜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남자에게는 오히려 좋은 점이다.
2층 건물로 큰 발코니와 차 두대가 들어가는 차고까지 있으며 넓은 마당에는 텃밭도 있다.
심지어 커다란 지하실까지 갖춘 호화로운 저택.
혼자 살기에는 너무 큰 이 집을 남자는 과거 죽기살기로 겨우 손에 넣었다.
여기서 남자는 인생 최고 행복을 맛봐야 할 터였다.

한번에 네명이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과 의자, 이용하기 편리한 대형 식당이다.
거기에는 남자와 하루카의 모습밖에 없었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요리를 먹는다.
때때로, 하루카가 얼굴을 들어 매우 기쁜 표정을 짓는다.
그것을 보고 남자는 냅킨을 들어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준다.
오늘 요리도 하루카의 입맛에 맞는 것같아 남자는 표정이 풀린다.

부엌 창문 너머로 1년 가까이 움직이지 않는 자가용 자동차가 보인다.
마당 구석에는 아직도 치우지 않은 작은 세발자전거가 놓여 있다.
남자는 싫은 것을 본 듯한 얼굴로 약간 거칠게 커튼을 쳤다.

식사와 디저트를 마치고 남자는 목욕 준비를 하고 물이 찰 때까지 하루카의 놀이 상대가 된다.
그렇다고는해도 무릎 위에 앉혀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뿐이다.
흔한 옛날이야기, 동화 또는 신기한 동식물의 이야기.
별로 어휘력이 풍부하지 않은 남자는 하루카를 위해서 재주좋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짜낸다.
하지만 하루카는 남자가 어떤 말을 해도 조용히 듣고,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

하루카는 스스로 몸을 능숙하게 씻지 못하기에 언제나 남자에게 기대고 있다.
긴 머리에 얽힌 거품을 꼼꼼히 헹구고 수건으로 정리하고, 남자는 욕조 안에서 하루카를 안는다.
깔끔해진 하루카는 아주 편안해진 모습으로 남자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춘다.
그런 태도에 쓴웃음을 지으며, 남자는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을 응시한다.

따뜻한 김 안쪽에서, 확실한 행복이 하나 존재하고 있었다.

◇◇◇

즐거운 한때를 보낸 하루카는 피곤한 듯 지하실로 돌아가기 전에 잠들어버렸다.
남자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며 여느 때처럼 그 잠든 얼굴을 내려다본다.

이렇게 눈을 감고 있는 하루카를 보면 남자의 가슴 속에 매우 따뜻한 것이 퍼진다.
하지만 그것은 곧바로 사그라들고, 대신 어깨를 누르는듯한 중압감이 지배한다.
밖에 내리고 있는 비는 아직도 계속되는 것 같다.

지하실에서 돌아와 문단속을 확인하려던 남자는 문득 마당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문이 조금 열려 있고, 한쪽 구석에 무언가 낯선 것이 놓여 있다.

가랑비를 뚫고 종종걸음으로 대문까지 가보니 담 뒤에 뭔가 막대기같은 것이 꽂혀 있었다.
그것이 오래 써서 낡은 '빠루'인 것을 남자는 한동안 알아채지 못했다.
몇분 후 휴대전화가 울린다.
'놈'의 새된 목소리.

"여, 근처 들른 김에, 선물 놓고 간다.
안 갖고 있던 거지? 빌려줄테니까 써."

일부러 문을 비틀어 열고 이런 걸 두고 간 듯하다.
불평하려 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놈'이 반성하리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그저 말을 듣고만 있다.
아무 말도 없는 남자의 태도에 제발저린 듯 '놈'은 조금 화난 목소리로 계속한다.

"뭐, 잊은 건 아니겠지?
당신이 원했으니까, 내가 "그녀석"을 제공했다는걸?
이제 와서, 정들었다느니 그런말 말아줘."

"밉잖아? 원망스럽잖아? 당신 원수니까!"

"빨리 죽여줘! 때려부숴줘...... 하아, 하아
어떤 식으로 죽였는지, 얼마나 엉망진창이 됐는지, 자세히 가르쳐줘...
사진 찍어서 보여줘... 사진이어도 좋아...
나... 당신 보고가 몹시 기다려진다고... 하아 하아"

'놈'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또, 평소처럼 이상 흥분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정신병자!"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남자는 아무말 없이 통화한다.
그리고 빠루를 마당 구석에 숨기고, 다시 문 잠금 상태를 점검한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길을 돌렸을 때 남자의 시야에 차 한대만큼 공간이 빈 차고가 들어왔다.

◇◇◇

그날도 오늘같은 비내리는 날씨였다.

아내와 딸을 태운 차가 대로 교차로변에서 대형 트럭과 충돌했다는 소식은 둘의 귀가를 기다리던 남자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다.
차는 전면부가 완전히 찌그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신호는 파란불... 양쪽 모두 가속이 붙은 상태에서의 정면충돌.
물론 두 사람은 즉사했다.
경찰의 사고 조사 결과 아내와 딸이 탄 차에서 실장석의 잔해 일부가 발견됐다.
아내는 교차로상에 나타난 실장석을 피하려고 했지만, 핸들을 잘못 돌려 이것을 쳤고 일시적으로 통제를 잃어 마주오는 차와 충돌했다고 결론지어졌다.
신혼집으로 이사한 지 반년도 안 되어 벌어진 비극은 남자의 삶에 대한 바람과 활력을 모두 앗아갔다.
그리고 시체같은 생활을 그저 무기력하게 하게 된 남자는 몇번이고 두 사람을 따라가려고 생각했다.
동시에, 두 사람을 불합리한 죽음으로 몰아넣은 실장석을, 마음 속 깊이 증오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가 근무하던 회사에 드나들던 청소업자 한 명이 살며시 귀띔해주었다.
남자의 증오를 부추겨 온몸의 피가 끓게하는 보고였다.

사고 현장 근처에는 큰 시립 공원이 있어 이전부터 야생 실장석이 다수 살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버림받은 원·사육실장'이다.
그것들은 순수한 들실장과 달리 위기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안일하게 공원을 나와 도로나 교차로를 횡단하려 한다.
그 때문에 이전부터 사고가 빈발했다.
남자의 아내와 딸을 죽음으로 이끈 실장석은 기성품인 핑크색 실장복을 입고 있었다.
남자가 사랑하는 가족은 그런 놈들에게 목숨을 빼앗긴 것이다.

업자...'놈'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귀에 거슬리는 새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실장석에게, 복수해보지 않겠나"

'놈'은 실장석을 학대·학살하는 것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이상성욕자였다.
저지른 사건 때문에 집행유예를 받아 자신의 손을 더럽힐 수는 없고, 다른 사람에게 학대의 기쁨을 전해 간접적으로 열락을 느끼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에 발을 디뎠다.
정신적으로 쫓기던 남자는 그런 '놈'에게 넘어가 그로부터 실장석 학대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때로는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하기 이를 데 없는 행위였지만, 상대가 사람하는 사람들의 원수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놈'은 남자에게 조그만 자실장 한마리를 건넸다.
가족을 죽인 것처럼 분홍색 실장복을 입은 '사육실장'.
어디서 조달해왔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남자의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기 충분한 존재였다.
그가 가르친 것은 '올림'이라고 부르는 방법이었다.
겨우 행복의 절장에 올랐을 때 단숨에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는 끔찍한 일이다.
그것은 남자가 실장석 때문에 맛본 그대로이며, 그야말로 원수를 갚기 적합한 프로그램이라 생각됐다.

'놈'에게서 자실장을 넘겨받아 '꼭 자기 손으로 죽이고 그것을 보고할 것'을 약속한 남자는 즉시 '올리기'를 시작했다.
마음속에서 무서운 증오가 소용돌이쳤으나, 표면상으로는 나타내지 않고 남자는 정중하게 자실장을 다뤘다.
언젠가 그 손으로 궁극의 절망과 격통을 안겨주기 위해.
남자는 필사적으로 도살하고픈 원망을 억눌렀고, 때로는 술과 약에 의존해 견뎌냈다.
조금이라도 본심을 내비치면 자실장은 민감하게 알아채고 경계해, 올렸다 떨어뜨리기는 실패한다.
그렇게 '놈'에게 배운대로 남자는 인생 최초이자 마지막인 '실장석 학대'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그것은 볼것없이 과도한 스트레스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그에게 힘을 주기도 했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 이전과 같은, 어쩌면 그 이상의 활력을 되찾아가는 남자.
그리고 자실장도 어느덧 그를 조금씩 신뢰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자신의 진짜 부모에게처럼 어리광부리기 시작했다.

들은 바로는 실장석은 매우 불결하고 뻔뻔하며 제못대로인 하등 생물이었지만, 이 자실장은 그에 해당하지 않는 얌전한 개체였다.
작은 탁구공 하나만 주어도 그걸 가지고 줄곧 즐겁게 놀았다.
식사도, 가장 가르치기 어렵다는 화장실도 금방 배워 남자는 번거롭지 않았다.
오히려 지식욕이 왕성하고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남자는 그런 자실장에게 이것저것을 가르치고, 말하고, 때로는 인간 아이가 읽는 그림책을 사주고, 읽어주기도 했다.
자실장은 차츰 이야기의 내용에 따라 감정표현을 하게 되어 즐거운 이야기에는 손발을 까무러치며 웃고, 슬픈 이야기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등 사람같은 몸짓을 해보였다.
어느덧 남자는 그런 자실장에게 이것저것 가르치는 데서 즐거움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실장석에 대한 증오가 누그러져가는 것을 자각하고 당황스러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달이 지나 이제 자실장이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크기 시작할 때.
'놈'은 남자에게 '떨어뜨리기'를 독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는 어느샌가 자실장의 육성이 지금 자신을 지탱하는 전부라는 것을 깨닳았다.
처음에는 그토록 활활 타올랐던 증오의 불꽃도 희미해지기 시작해, 탁구공을 갖고 즐겁게 노는 자실장을 보면 조금씩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자실장이 몸살이 나 병상에 누우면 남자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간호에 힘썼다.
연일 격무로 피로가 심해도 소중한 휴일을 자실장에게 쏟았다.
남자는 달콤한 애정뿐이 아닌, 올바른 버릇을 가르치는 방법도 스스로 익혀서 실천했고, 자실장 또한 그것을 솔선하여 몸에 익혔다.

세달이 흐를 무렵에는 둘 사이에 절대적인 신뢰가 성립해 이상적인 주인과 애완동물 관계가 될 정도였다.
'놈'의 독촉은 여전히 계속된다.
남자는 점점 '놈'의 존재에 시달리게 됐다.

지금이 바로 '떨어뜨리기'로 넘어갈 절호의 타이밍이며, '놈'이 재촉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남자는 분명히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원래 남들보다 배 이상으로 상냥하고 잘 돌봐주는 성격인 그는 차마 떨어뜨리지 못했다.
우물쭈물하는 남자의 태도에 '놈'은 때때로 말투가 거칠어졌다.

"당신이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해줄게!"

그 말을 계기로, 남자는 간신히 '떨어뜨리기'로 넘어갈 결심을 굳혔다.
그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끝을 남에게 맡긴다는 것에 큰 위화감을 느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초심을 잊기 시작한 자신에게 답답한 점이 컸다.
남자는 직접 육체를 상하게 하는 행위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자실장의 마음을 동요하게 할 방법을 생각해냈다.

다음날 남자는 자실장에게 자신의 가족사진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의 모습, 기억을 가르쳐주었고, 남자는 그들을 여전히 강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절절히 말했다.

아내와 처음 만나고 고백했던 때

결혼하기 위해 둘이서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수많은 경험

결혼식의 감동, 피로연에서의 지인·친구들의 축하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격

자라나는 아이를 사랑하는 아내와 지켜볼 결심을 한 뜨거운 마음

- - 그리고, 그것이 전부 한꺼번에 빼앗긴 절망

남자는 자실장에게 말하는 사이 굵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때 품었던 실장석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 다시금 불타는 것을 느꼈다.
자실장을 향해 자신이 얼마나 실장석을 미워하는지, 얼마나 시달렸는지를 집요하리만치 길고 세밀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자실장은, 그런 남자의 독백을 조용히 들으며 울음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
부드러운 맨손으로 남자의 손을 톡톡 치며 아내와 딸의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증오는 곧 '매도' '비방'이라는 무기로 바뀌어 자실장을 몰아세운다.

자신이 얼마나 잃어버린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실장석이 가증스럽고 용서할 수 없는지
미운 실장석을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계속 키워왔는지

자실장의 머리를 여러번 쓰다듬고, 앨범을 펼치면서 남자는 집요한 원망의 말을 쏟아낸다.
스스로도 구역질날 정도로 음습한 행위였지만 원한이 담긴 말을 멈출 수 없다.

"죽어, 죽어서 사죄해"
"이 똥벌레"
"쓰레기"
"해충"
"내 가족을 돌려내"

마치 뭔가가 조종하는 것처럼, 더러운 욕설이 솟아오른다.
하지만 자실장은 아무런 감정 표현 없이 계속 남자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 태도는 마치 완전히 각오한 사형수처럼 조용했다.

정신적 고문의 효과를 측정할 수 없자 남자는 일주일 이상을 자실장에게 증오의 말을 퍼부었다.
그 이외는 지금까지와 완전히 똑같이 행동했다.
평온한 생활을 주면서도 주인에게 깊이 미움받고 있다는 자각을 심음으로써 정신을 흔들 생각이었다.

십일이 넘으려고 할 무렵, 겨우 자실장의 태도 변화가 명확해졌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어리광부리는 태도가 사라지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슬픈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게 됐다.
그 눈은 평소와 같지 않았지만 남자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슬픔을 머금은 것처럼 보였다.

자실장이 일절 울음소리를 내지 않게 된 것을 남자가 깨닳은 것은 기르기 시작한 지 넉달이 되려고 할 때였다.

사태의 급변은 넉달 반이 되려는 어느날 새벽 일어났다.

실내에 갑자기 생겨난 연회색의 거대한 '구체'
그것이 무수한 실에 의지해 마루에서 약간 떠올라, 맥동하고 있다.
자실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구체는 조금씩 꿈틀대고 열을 내면서,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비대해진다.
그것은 너무 크고, 또 기분나쁘기 때문에, 남자가 손을 댈 것이 아니었다.

실장석의 '고치' - -
있을 수 없는 것이 분명 거기에 있다.

처분대책을 찾기 전까지 어쩔 수 없이 방치한 고치는 며칠 뒤 원래의 몇배로 팽창했고 주말 밤, 마침내 '부화'의 때를 맞았다.

갈라진 고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 - 사고사한 딸 '하루카'였다.

머리색은 아마색이 됐지만, 얼굴, 체격, 키 모두 남자의 기억 그대로다.
반투명 점액질에 온몸이 감싸였지만 '하루카'는 확실히 호흡하며 얇은 가슴을 오르내리고 있다.
남자는 황급히 '하루카'를 끌어안고 욕실로 향한다.
자실장의 행방같은 건 이미 그의 머릿속에 없었다.

남자가 '놈'에게 보고하기 전에 정보를 찾은 것은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애정을 받고 자란 실장석은 고치가 되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런 도시전설이 예전부터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환상담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해 초 일어난 한 사건이 그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한 청년이 집안에 여성의 부패한 시신을 유기했다는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인터넷에 유출된 현장 사진으로부터 피해 여성은 사실 고치를 만든 실장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걱정해도 될까요'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484) 참고)
그것은 불과 반년도 채 안돼 진정될 정도로 작은 열기였지만, 남자는 우연히 그것을 정리한 사이트를 보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자실장과 교대하듯 출현한 '하루카'를 보이는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의식을 되찾은 '하루카'는 겉모양은 딸 그대로였지만 인간의 말은 전혀 하지 못했다.
두 눈은 투명한 보석을 연상시키는 녹색과 적색으로 물들었고, 또 귀 모양과 크기도 사람과 다르다.
남자는 왜 이렇게 됐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애정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격렬한 증오를 보였을텐데.
하지만 '하루카'가 된 자실장은 당황하는 남자를 보고 너무도 기쁜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환하게 웃는 특징적인 미소.
그것은 남자가 소중히 앨범에 간직하고 있던 그 사진 그대로의 행동이었다.

전라로 안기려는 '하루카'를 남자는 반사적으로 밀어냈다.
놀라는 표정을 짓고, 곧 울음을 터뜨리는 '하루카'.
그 태도에 무심코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남자의 다리는 왠지 움직이지 않는다.

남자는 꿈에 그리던 딸과의 재회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남자의 사랑하는 딸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놈은 내가 미워서 죽이기 위해 손에 넣었던, 죽어 마땅한 실장석.
그런데, 꼭 껴안아도 되는걸까, 꼭 껴안아 죽여야 되는걸까?
어째서 이녀석은 이런 모습이 되어버린거지?!

남자가 훈육 이외에 손을 대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그의 안에서 '하루카'의 모습을 본뜬 자실장은 '사랑하는 사람을 더럽힌 존재'로 바뀌어 있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타일렀다.
남자의 손바닥이 뺨에 닿을 때마다 '하루카'는 짧게 비명을 질렀고, 그래도 곧바로 그 미소를 띄운다.
머리를 찔려도, 좌우 볼이 붉어질 정도로 잡아당겨도, 그럼에도 웃는 얼굴을 한다.
그것은 남자에게는 굴욕적인 반응일 뿐인데.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을 빼앗은 꺼림칙한 생물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을 더럽힌다.
그 용서할 수 없는 행위는, 곧 남자에게 명확한 살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윽고 남자의 체벌은 선을 넘기 시작해 '학대'의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하루카'는 미소를 거두려 하지 않는다.
물도 식사도 못 받고, 깡마른 몸도 더러워지고, 게다가 따뜻하게 감쌀 헝겊조차 주지 않았는데.
그래도 '하루카'는 울음 한번 없이 남자를 볼 때마다 미소지었다.

그 눈에 눈물을 가득 글썽거리면서.
어깨와 팔, 다리를 덜덜 떨면서.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니, 무리해서라도 웃는 얼굴을 계속 만드려 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에 지배당하면서도, 필사적으로 - -

어느 추운 아침, 움직이지 않게 된 '하루카'를 발견한 남자는, 발작하듯 큰 소리로 외쳤다.
그것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의 통곡이었다.
'하루카'가 한계였던 것처럼 남자의 정신도 학대할 때마다 너덜너덜해졌다.
자신을 복수자로 변모시키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었지만 그것을 무시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동시에 그녀가 왜 지금껏 애써 미소지었는지 비로소 깨닳았다.
그리고 왜 그녀가, '하루카'의 모습이 되었는지도 - - -

그 순간, 남자는 다시 태어났다.
'하루카'를 극진히 간호하고, 팔을 걷어 치료에 나서 회복을 기도했다.
일도 쉬고, 한시도 떠나지 않고 '하루카'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손을 놓아버린다면 딸의 죽음을 두번째로 경험하는 느낌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것이 실장석이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며칠씩 학대를 당하면서도 남자의 거칠어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려고 목숨도 내던지고 미소짓던 그녀를 절대 죽이고 싶지 않았다.

'하루카'를 죽음의 문턱에서 구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놈'이 넘겨준 실장석 활성제였다.
훈육에 실패해 과도한 타격을 주었을 때 사용하라고 주었던 것.
인간이 된 '하루카'에게 효과가 있을지 불안했지만 남자의 기지는 주효했다.

'하루카'의 몸상태가 완전히 좋아지는 데는 일주일이나 걸렸지만, 남자는 반쯤 강제로 일을 쉬면서까지 줄곧 간호했다.

그녀가 회복되어 눈을 뜬 순간, 남자는 감격에 펑펑 울어버렸다.
그리고 '하루카'도 남자에게 안기자 처음으로 소리를 높여 울었다 - -

'두명'은, 겨우 서로가 요구하던 무언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가 하루카를 받아들인 뒤에도 고난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미 죽은이의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다.
또 처자식을 잃었다고 알려진 남자가 딸과 비슷한 또래의 소녀를 집에 살게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도 요즘 세상에 문제가 생긴다.
하물며 하루카는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인간의 모습이 된 실장석의 존재라니,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본인들의 의향과 관계없이, 이후에도 주인과 실장석의 관계가 강요되는 것이다.
그것을 깨닳은 남자는 고민을 거듭하다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 지하 창고를 고쳐 그곳에 하루카를 격리하기로 했다.
아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곳은, 사실상 현대판 '자시키로(座敷牢)'
세상의 눈에 띄지 않는, 특수한 가족을 숨어살게 하기 위한 비정한 감옥.
남자의 심정과는 반대로, 지하실은 하루카를 살려두고 숨긴다.
몇개월을 몇년을 이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하루카는 불평불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남자가 두꺼운 문을 열 때까지 마냥 조용히 기다린다.
그리고는 남자가 방을 찾았을 때 반드시 그 미소를 보여준다.


두사람 사이에 사람의 대화는 없다.
하지만 남자는 조금씩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것을 느꼈다.
사랑하는 딸의 모습을 한 실장석.
상냥한 실장석의 '인간'.
있을 수 없는 기적으로 탄생한, 남자의 '꿈'.
남자는 그것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빌었다.


그리고 마침내 '놈'의 존재는 남자 안에서 그의 삶을 위협할 정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고요한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하루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남자는 기쁜, 그러면서도 어딘지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이트등 불빛이 어둠과 강한 대비를 이루어 그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리고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남자는 조금 허둥지둥하며 일어섰다.

만약, 이 아이의 존재를 '놈'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놈'이 아이의 정체를 알아차린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놈'이 이 아이를.....

불현듯 남자의 가슴 속에 시커먼 감정이 싹튼다.
그것은 스스로도 놀랄 만큼 무서운 것이어서 등골이 오싹해진다.

과거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던 자신.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지켜야 한다 - -

최근 며칠 사이 남자의 마음 속을 맴돌던 말이 떠오른다.
지하실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자 찬 공기가 뺨을 때린다.
그 순간 남자의 뇌리에 또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 - 하지만, 저 아이는 실장석이야, 뭐냐고......

잔뜩 흐린 하늘으로부터 뚝뚝 차가운 빗방울 쏟아진다.
곧 거세진 비는 차고의 아크릴제 지붕을 세게 두드린다.
그 소리에 반응해 남자는 다시 차고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 한대의 공간이 빈 차고를.

◇◇◇

간밤의 비가 개어 쾌청함을 예감케 하는 상쾌한 아침.
남자는 하루카에게 아침식사를 주기 위해 여느 때처럼 지하실로 향한다.
두꺼운 문 너머로 방향제의 상큼한 향과 포근한 공기가 감돈다.
일찍 일어난 하루카는 벌써 침대에서 나와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


"안녕 하루카. 아침이야."

그림책을 내던지고 얼굴 가득 웃는 얼굴로 가슴팍에 뛰어드는 하루카.
남자는 허리에 들어오는 태클을 받아내며 살짝 신음했다.

"하하, 힘이 넘치네. 오늘 아침은 오트밀과 우유빵이야. 하루카가 좋아하는 치즈도 있어."

시판되고 있는 천연 치즈는 하루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다.
하루카는 귀를 쫑긋 세우며 기쁨을 표현하고 남자의 가슴에 볼을 비빈다.
약간 부은 눈을 보고 또 밤울음을 한 것을 알아차린다.
자실장일 때부터 고쳐지지 않은 조금 곤란한 증상이지만, 지금은 그것도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럽다.

"자, 위로 갈까.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아."

콕콕 끄덕이고 하루카는 남자의 손을 잡는다.
하루카가 지하실에서 나오는, 아주 잠깐... 남자가 잃어버린 가족과의 추억을 재현할 수 있는, 한정된 순간.
하루카의 손을 꼭 잡고 남자는 따뜻한 아침 식사가 차려진 부엌으로 서둘렀다.

"파파"

남자가 부엌에 들어간 순간 뒤편에서 이상한 속삭임이 들렸다.
뒤돌아본 시선 끝에, 여느 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하루카가 있다.
남자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고 하루카는 천천히 입술을 움직여 중얼거린다.

"파파..."

"하루카...?"

"파파, 파파!"

"........."

하루카가 처음으로 말하는 인간의 말이었다.
어디서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똑똑히 소리내어 말하고 있다.
진짜 하루카보단 약간 높고 깊이가 부족한 목소리.
하지만 그것은 확실히 남자를 부르는 '하루카의 소리'였다.
다소 위화감이 들었지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남자의 가슴 속에는 아주 뜨거운 것이 치밀어오르고 있었다.

"파파! 파파, 파파♪"

"하루카..."

당황한 남자를 부둥켜안고, 하루카는 다시 애정을 표현하며 볼을 내밀었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두 사람은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그날 저녁 남자는 저녁거리를 사러 역 앞 슈퍼마켓으로 발을 옮겼다.
남자의 얼굴은 무심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 하루종일 그런 식이었다.
머릿속에는 하루카의 목소리가 여러차례 반복된다.
휴대전화 대기화면도 이미 그녀의 사진으로 바뀌었다.
문득 유제품 코너 끝자락에 있는 천연 치즈 라벨에 눈길이 간다.
상품에 손을 뻗으려던 남자의 시야 끝에, 뜻밖의 것이 보였다.

"꽤나 즐거워보이네?"

귀에 거슬리는, 지금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터져나온다.

- - '놈'이다.

얼굴을 들지 않고 눈만 치켜떠서 보자, 뒤룩뒤룩 살찐 지방범벅인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다.
아무래도 억지로 웃음짓는 듯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섬뜩함을 부추긴다.
남자는 적당히 인사하고 떠나려 하지만 놈에게 손목을 잡힌다.

"설마 그거, 그 자실장에게 사줄거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약간 노기를 띤 목소리.
놈은, 분명히 남자의 태도에 화가 나 있다.
여기서 맞닥뜨린 것도 우연이 아니라 계속 따라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남자의 등골에 찬 것이 내려왔다.

억지로 손을 뿌리치고 "아냐"라고 대답하고, 남자는 되돌아보지도 않고 계산대로 향한다.
계산을 마치고 슈퍼마켓을 나오자 바로 눈앞에 놈이 히죽거리며 서 있었다.

"오늘, 죽이자"

"뭐라고?"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죽이면 될지도 모르고 있잖아.
그래, 당신이 실장 죽이는 거, 나한테 직접 보여줘."

남의 시선도 개의치않고 과격한 발언을 해대는 '놈'.
하아하아 숨을 헐떡이며 개처럼 바짝 혀를 빼문다.
심한 혐오감을 일으키는 그 태도에, 남자는 혀를 차며 "부탁인데, 나에게 직접 찾아오지 말아줘." 라고만 전한다.
하지만 그 말이 '놈'의 신경을 건드린다.

"장난치지마! 나랑 약속했잖아! 실장석을 죽이겠다고!!
당신! 어째서 약속을 깨는 거냐고! 그러면 내 지금까지 한 고생은 - - !!"

갑자기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남자는 허겁지겁 놈의 입을 틀어막고 역 옆이 어둑어둑한 골목에 뛰어들었다.
몇명이 의아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남자는 그것을 의식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입이 막혀서도 어린아이처럼 떠드는 놈을 겨우 인기척 없는 곳으로 데려간 남자는 옆구리에 강렬한 훅을 날렸다.

"욱 - - !!"

앞으로 숙여진 놈의 멱살을 움켜쥐고, 더욱 강력한 보디블로를 명치에 날렸다.
고함이 비명으로 바뀌자 남자는 놈을 난폭하게 들이받고 풀어주었다.

"남들 앞에서 쓸데없는 말 하지마."

".....으으...윽......!"

입가를 비틀며 치밀어오르는 토사물을 참는지 남자는 지독하게 겁먹은 눈으로 남자를 올려다본다.
실력 행사까지 당할 줄 몰랐던 건지, 아니면 손보이면 아주 얌전해지는 성격인지, 놈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한심한 얼굴로 남자를 올려다보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한대 더 때려줄까 했지만 올라간 발을 보고 반사적으로 웅크리는 놈을 보며 왠지 모르게 맥이 풀린다.
남자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놈을 그대로 두고 묵묵히 귀로에 올랐다.

수십초 뒤 등 뒤에서 겁에 질린 듯한 토하는 소리와 목소리가 들렸다.
모처럼의 기분을 망쳐버렸지만 집에 돌아와 하루카의 얼굴을 보자마자 남자는 아까 있었던 일을 순식간에 잊어버렸다.

"파파♪"

보훗! 소리를 내며 뛰어드는 하루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남자는 "다녀왔어" 속삭이며 즉시 상대해주었다.

"늦어서 미안. 배 안 고파?"

"파파!" 씰룩씰룩

"응, 참고 있었다고? 그거 훌륭하네. 곧 준비할게."

"응-♪"

끄덕끄덕하며 하루카는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하지만 갑자기 표정이 흐려졌다.
매우 불안한, 혹은 근심스러운 듯이 보인다.
남자는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의문이 생겼지만 굳이 묻지 않고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이상하게도 그동안 '놈'의 연락이나 접근이 일체 없다.
지난번 대면이 효과가 있었나, 남자는 생각했지만, 그걸론 안심되지 않는다.
그토록 집요하게 쫓아오는 사나이가 고작 이 정도로 포기할 것같지 않다.
남자는 최대한 경계심을 유지한 채 하루카와의 생활과 일에 매달렸다.

한편, 하루카는 남자와의 거리를 더욱 좁혀, 야간 한정이었지만 지하실에서 나와 있게 되었다.
남자가 외출하는 동안만큼은 여전히 갇혀 있지만 돌아온 뒤에는 줄곧 해방 상태다.
함께 식사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목욕을 하고, 취침한다.
이미 하루카의 취침장소는 지하실이 아닌 남자의 침대로 바뀌었다.
그것은 단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행위였지만, 두 사람에게는 매우 행복하고 소중한 스킨십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방 안에 암막 커튼을 쳐 빛이 바깥으로 새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하루카가 지하실에서 나와 있는 것은 야간이므로 확실히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지만, 실내의 불빛으로 그림자가 보여버린다.
남자는 원래 커튼에는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우연히 들킬 수도 있어 급히 백화점에서 대량 주문했다.

두 사람의 평화로운 생활이 계속되어 2주째가 되려고 할 때.
남자는 하루카가 이 집에 온 이후 전혀 햇빛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깨닳았다.
하루카는 건강했지만, 그 몸은 그렇게 건강해 보이진 않았다.
희고 거친 피부, 지나치게 마른 체격, 너무 희미한 머리색.
그 모습은 마치 인형같기도 했다.
충분한 영양과 운동을 제공하려 했지만 그래도 아직 극복해야할 조건이 많이 남았다.
적절히 외출을 시키고, 새로운 자극을 주어 스트레스를 풀거나 햇볕을 쬐며 건강한 대사를 되찾는 것이 지금 그녀에게 필요하다고, 그는 다양한 조사를 통해 이해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었다.
고민한 끝에 남자는 유급휴가를 내고 하루카를 데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는, 소위 촌스러운 온천 여관이 최고라 생각한 남자는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 최적인 곳을 골랐다.
고생 끝에 다음 주말, 인근 현의 한 산골에 위치한 마이너한 온천 여관에 숙비할 준비가 되었다.

"하루카. 다음주엔 아빠랑 온천에 가자."

"온천? 응?"

"엄청 따뜻하고 큰 목욕탕이 있는 곳이야. 거기선 하루카가 햇님 밑에서 맘껏 놀아도 괜찮아."

"와-♪ 파파! 파파♪"

"하하하, 그렇게 기뻐? 좋아좋아"

보고를 받은 하루카는 매우 기쁜 듯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볼을 비벼댄다.
체격에 비해 조금 가벼운 체중을 안은 남자는 할 수 있는 한 이 딸을 기쁘게 하겠다고 맘속으로 다짐한다.
어느덧 그는 죽은 딸과 아내에 대한 보상의 범위를 넘으려 하고 있었다.

그날 남자는 무릎 위에 하루카를 앉히고 함께 인터넷 화면을 보며 방문할 곳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야기라고는 해도 하루카는 단지 맞장구를 치거나 같은 단어를 반복할 뿐이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마우스를 움직이며 가슴에 기대 숨쉬는 하루카의 무게를 느끼는 남자의 머릿속에서 이제 놈의 존재는 완전히 없어졌다.

하지만 그 다음날, 남자는 곧 그의 존재를 생각하게 되었다.

◇◇◇

남자가 신변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서였다.
늘 그렇듯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현관을 나설 때 이웃집 부인과 마주쳤다.
동네에서도 유명한 실장석 애호가로, 오늘도 핑크색 옷을 몸에 걸친 큰 실장석을 데리고 걷고 있다.
이전처럼 실장석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지 않는 남자는 부인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아무 악의 없이 그저 평범하게 말을 걸었을 뿐이었지만, 왠지 부인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했다.

"- - 가자, 테레시코쨩!"

데스우-

노골적으로 혐오하는 표정을 지으며 부인은 잰걸음으로 남자 앞을 지나갔다.
그녀의 실장은 잠시 남자를 돌아봤지만, 곧 다시 돌아서 부인의 뒤를 따라간다.

"뭐야? 내가 뭘했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자는 평소처럼 역으로 걸어간다.
기분 탓인지 지나치는 사람들 중 몇몇이 의아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것같았다.
아까 부인처럼 - -
그날 밤 쇼핑을 마치고 돌아온 남자는 집 앞에서 무언가 이야기하는 여자들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이웃 부인처럼 모두 실장석을 기르는 사람들이다.
그 중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쳐 반사적으로 인사했지만 부인들은 마치 뭔가 꺼림칙한 것이라도 본 듯한 눈빛으로 노려본다.
오늘 아침에 만난 부인이 남자 앞에 서슴없이 다가온다.
그 이마에는 선명하게 핏줄이 솟아 있었고, 남자에게 혐오스러운 예감이 맹렬히 엄슴했다.

"당신, 우리 앙투아네트쨩을 어떻게 했어요?!"

"네?"

"시치미 떼지 말아요! 오늘 아침 당신도 만났잖아요! 우리집 실장석쨩을!"

"그건 알겠지만, 그 아이랑 제가 무슨 상관이..."

"뭐, 이런 파렴치한, 언제까지 얼버무리려고!!"

남자는 뭐가 뭔지 이해가 안 된다.
이윽고 부인들은 앙투아네트의 주인인 부인의 뒤로 다가가 뭐라 불평하기 시작한다.
일로 피로해 일일이 그런 일에 귀를 빌려줄 여유는 없었지만, 그녀들의 말 속에 '없어졌다' '죽였다'는 위험한 말이 들려, 딱 잘라 말했다.

"돌려줘! 우리 앙투아네트쨩을!"
"당신이 숨기는 거 다 알아요!"
"당신, 실장쨩을 괴롭히는 게 취미라면서요! 도대체 왜 그런 몹쓸짓을 하는거야?!"
"우리집 마르가리타쨩도 어제부터 없어졌어요! 당신이잖아?! 경찰 불러요!!"

남자는 여기까지 와서야 자신이 어떤 오해를 받고 있는지를 알았다.

"기다려주세요! 어떻게 제가 실장석따위를 - -"

순간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는데, 그것이 부인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역시 당신이었어! 용서할 수 없어~!"
"경찰, 경찰을 부르죠!!"
"우리 마리 셀레스트쨩은 절대로 당신 손에 잡히게 두지 않을 거예요!"
"부탁해요! 내 딸이나 마찬가지야~! 돌려줘, 돌려달라고!!:

"기다려!! 나는 그런 짓 안 해요! 누가 그런 바보 같은 말을 했어요!"

다가오는 부인들을 밀어낼 듯한 기세로 남자는 무심코 언성을 높인다.
하지만 흥분한 부인들의 귀에 그의 말이 들릴 리 없다.
입씨름을 하다보니 인근 주민들이 줄줄이 모인다.
잠시 후 누가 불렀는지 순찰차의 사이렌 불빛이 그들을 비추었다.

남자와 부인들의 말다툼은 달려온 경관에 의해 끊겼지만 남자는 꼼짝없이 간단한 심문을 받게 됐다.
이야기에 따르면, 괴한들이 "남자가 실장석을 유괴해 자택에서 심한 부상을 입히고 있는 것같다"는 소문을 흘리고 있었던 듯하지만, 그것과 연계되듯이 실제로 사육실장 몇마리가 행방 불명이었다.
게다가 그 중 한마리인 앙투아네트의 소지품이었던 파우치가 남자의 담 안쪽에 떨어져 있었다.
당연히 남자는 출근할 때 그런 건 못 보았다.
하지만 그의 알리바이 주장은 듣지도 않고, 기세에 쓸린 듯 경찰들도 부인들의 의견을 듣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가요, 당신?"

"할 리가 없잖아요. 도대체 왜 그런 걸."

"그럼 죄송하지만, 댁 안을 대충 보여주시겠습니까?"

"어?"

"아니, 가택 수사같은 게 아니라, 간단한 거니까 괜찮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쪽 분들도 납득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 그건 곤란합니다. 우리집도 사정이..."

"들어가 보는 건 우리 경찰들 뿐입니다. 우리가 설명하면 납득해주지 않겠어요?"

젊은 경관의 말에 남자는 그만 고개를 끄덕여버렸지만 황급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지하실에는 하루카가 있다.
가장 의심받을 지하실을 들여다봤을 때, 그 안에 소녀가 감금되어 있다는 오해를 받아버리면....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남자는 영문도 없이 경관의 말을 계속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

그날밤 남자는 하루카를 안고,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잤다.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해서가 아니라, 일부 짚이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그는 실장석을 학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잃은 가족의 한을 풀기 위해 실장석을 철저히 괴롭히려고 했으니.

하지만 이제 그 기분은 없다 - - 남자의 진짜 생각은 '다른 하루카'가 되어 여기에 있다.

억울한 마음에 몸이 떨리는 남자에게 하루카는 상냥한 표정을 짓는다.
두툼한 가슴팍을 작은 손으로 가볍게 문지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다.

"파파......파파"

하루카가 걱정되어 견딜 수 없다.
어느새 남자는 어떻게 하면 하루카를 계속 지킬 수 있을까,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따.
그것이 당초 자신의 맹세를 어기게 되는 것임도 잊어버리고.
그 후 며칠간 인근 주민들의 소요는 더 강해졌다.
특별히 무언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 경찰의 수색 요청을 거부한 것이 불신을 키웠다.
동네 사람들의 눈을 피해다니는 생활을 강요당한 남자는 좁게 움츠러드러야 하는 괴로움을 일과 하루카에게 봉사하는 것으로 벌충한다.
'놈'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그러던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어때 상태가?
슬슬, 그녀석을 때려죽이고 싶지 않나?"

놈의 말에 묘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다.
귀가 중에 전화를 받은 남자는, 그늘에 숨어 입을 손으로 가리고 주변에 목소리가 새지 않도록 주의하며 따진다.

"무슨 의미지?"

"당신, 완전 학대파라고 생각되고 있어.
어쨌든 집에서 남의 사육실장을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잖아.
뭐, 이제 망설일 이유가 없어졌잖아?
의심받고 있으니까 이제 와서 한마리 때려죽인다고 해도 대수야?
주변 사람들도 크게 신경 안 써."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 - "

"이봐, 적당히 좀 해!
나는, 당신이 실장을 죽이기 쉬워지도록 상을 차려준 거거든?
당신은, 이제 학대파라구!
학대파라면 실장석을 죽여도 주변에서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어때, 이거라면 이제 당신은 세상의 시선은 생각하지 않아도 돼."

남자는 무심결에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
놈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닳았다.
놈은 - - 완전 미치광이야!

다시 휴대전화를 줍고, 남자는 최대한 동요를 억누르며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

"이쪽도 사정이 있어. 앞으로 2,3일 더 기다려줘."

"어째서! 지금 당장 죽여"

"그건 안 돼."

"알겠어. 하지만 거짓보고 해봤자 소용없으니까!
실장을 죽이면 어떤 모습인지 난 잘 알아.
당신이 거짓말해도 금방 안다구."

휴대전화를 끄고, 남자는 평소의 귀로를 벗어난 방향으로 걷는다.
도중에 큰 마대를 구입해 가방에 넣고, 다시는 가기는 싫었던 곳으로 향한다.

행선지는 시립 '후타바공원' - - 아내와 딸이 사고사한 현장 근처에 있는 그 장소다.

◇◇◇

남자는 어둠이 깔린 공원 안에서 복숭아빛 형체를 찾았다.
놈이 말하던 '버려진 사육실장'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사육은 커녕 들실장조차도 거의 없었다.
마대를 한손에 들고 여러 차례 공원을 돈 남자는 곧 지쳐서 벤치에 앉았다.

놈의 소망을 이뤄주려면 실장석을 정말 죽여야만 한다.
그러나 하루카에게 손을 댈 수 없는 이상, 다른 개체를 찾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남자는 실장석의 생태에 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들생활 경험이 있는 실장석이 눈에 띄기 어려운 장소를 확보해 은신했을 가능성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곳은 학대파가 상세히 알고 있을 정도로 실장 학대의 메카이기도 했다.
그 가운데 연명하는 자들이 지혜를 짜내 사람 눈을 피하는 것은 당연했다.

부욱...... 땅!!

걋!!

고기를 찢는 듯한 소리와, 딱딱한 물건을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계속해서, 소리 없는 비명.
눈앞의 참상에 겁먹고 소리지르기도 전에, 두마리째의 배에 딱딱한 끝부분이 박혀 있다.
비명을 지르지 못하고 웅크리는 성체의 뒷통수에 빠루의 끝이 천천히 꽂힌다.
젊은 남자는 모르는 눈으로 보아도 실장 학대에 숙련돼보인다.

삼십분쯤 시간을 들여 두 마리를 죽인 젊은 남자는 빠루를 닦으며 남자에게 다가왔다.

"당신, 아까부터 뭘 보는거야. 뭐 불만이라도 있어?"

전혀 교양없는 태도에 남자는 일순 비웃을 뻔했다.
하지만, 어떤 것을 생각해내고, 일부러 서툴게 대응하기로 했다.

"- - 학대 초심자?
아아, 그래서 내 테크닉을 본 거구만."

"괜찮다면 조금만 가르쳐주겠어?
실장석을 어떻게 속이는지 몰라서 말야."

1만엔 지폐를 건네며 부탁하자, 젊은 남자는 재빨리 태도를 바꾸어 귀에 거슬리는 혀를 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콘페이토 등 먹이를 써서 뛰쳐나온 실장석의 뒷통수를 가볍게 때려 실신시킨 뒤, 넓은 곳으로 데려가 심하게 다루는 것이 젊은 남자의 방법이자 정통적인 것이라고 한다.
모습을 드러낸 현장이 아니라 굳이 넓은 곳에서 죽이는 것은 실장석의 무참한 모습을 잘 보기 위해, 그리고 주변의 실장석에게 공포를 심기 위함이라고 한다.
현명하게 모습을 감춰야 할 실장석은 머리를 뿌리면 경계를 풀고 튀어나와, 동족이 괴롭힘당하면 구경하러 달려간다.
학습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인지, 같은 과정을 곧바로 반복해도 또 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젊은 남자는 콘페이토 봉지를 꺼내 '당신도 한번 해보'라고 말한다.
시험삼아 한움큼을 쥐고 풀숲에 집어던지자 후드득거리는 소리를 듣고 데스데스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절믄 남자는 곧장 뛰어가 이번에는 실장석 세마리를 데리고 왔다.
하지만 모두 녹색옷을 입고 있고, 게다가 도저히 원사육실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들냄새가 배어 있다.
남자는 놈에게서 들은 '버려진 사육실장이 잘 보인다'는 이야기를 확인해보았다.

"엉? 사육실장을 여기 버리는 놈이 많긴 한데.
바로 들실장에게 붙잡혀서 잡아먹히고 죽는 게 보통이지.
지금은 즉시 보건소행이 정설인데, 당신 사육실장 잡으러 온 거야?"
그건 분명히, 누군가한테 속은 거라구."

◇◇◇

어깨를 늘어뜨린 채 귀가한 남자는 집에 와 이변을 깨달았다.
입구 문은 반쯤 열려 있고 방의 불빛은 모두 꺼져 있다.
서둘러 지하실로 내려갔더니 문이 열려 있었다.

딸의 이름을 외치며 실내에 뛰어들자 캄캄한 방 안쪽에서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는 하루카의 모습이 보였다.

"하루카, 괜찮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파, 파파아아..... 파파아아....."

어두컴컴해 잘 보이진 않지만 뭔가 매우 무서운 일을 당한 듯 끊임없이 떨고 있다.
울며 매달려 안기는 하루카를 진정시키려 남자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하지만 속으로는 격렬한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하루카가 남자의 품안을 도망치듯 빠져나간다.
휴대전화 진동에 놀란 듯하다.
화면에는 지금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이름이 있었다.

"어디에 숨겨논거야 - - 어이"

지금까지 듣지 못한 이상하게도 차가운 목소리다.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짐짓 상대편의 말을 기다렸다.

"집안을, 둘러보고 왔어.
그런데, 어디에도 실장이 없잖아!
대체 어디에 숨겨논 거야!
아니면 나에게 말도 없이 버리거나 죽인 거야?"

남자는 뭐라고 대꾸할까 생각했지만 무엇을 택해도 욕만 돌아올 것 같았다.
오로지 참으며 적당히 맞장구를 치는데, 놈의 목소리가 갑자기 늘 그렇듯 구질구질하고 야릇한 울림으로 바뀌었다.

"뭐, 지하실에 있더라, 당신 딸인가?
이상하네, 딸은 죽었을텐데."

심장이 두근대며 미친 듯이 고동친다.

"당신 딸과 아내분, 사고로 죽었지 않나?
실장을 치고 미끄러졌잖아.
그럼 거기 있는 닮은 분은 누구야?
가둬두다니, 왠지 수상한걸."

놈의 말에 미간이 꿈틀 반응한다.

"-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그 딸, 뭔가 여러가지로 알리기 싫은 녀석이겠지?
근처에 알려대면, 곤란하지 않겠어?"

"- -"

"빨리, 실장을 죽여.
내일, 이번에는 당신이 있을 때 갈게.
내가 보는 앞에서 죽여줘.
아, 이렇게 기다리게 했으니, 괜찮지?"

"- - 알겠다"

전화를 끊고 남자는 분노를 억누르며 하루카를 안았다.
지금은 어쨌든 조금이라도 그녀의 공포를 없애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지하실을 나와 목욕과 옷을 준비하려던 찰나, 남자는 하루카에게 일어난 더 심각한 사태를 겨우 깨달았다.
하루카의 옷은 너덜너덜하게 찢기고, 게다가 그 아래 피부에는 얕은 상처와 물린 자국, 얇게 베인 흔적이 무수히 나 있었다.
게다가 얼굴도 맞은 듯 벌겋게 부어올랐다.
바닥에 흐르는 핏자국이 발 사이에서 떨어지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남자의 참을성은 임계점을 넘었다.



"이자식.... 그새끼가!!"


남자가 아까 지하실에서 다짐한 결의는 여기서 확실히 굳어졌다.
'놈'을 죽인다 - - !!


분노로 몸이 떨리는 남자에게 하루카는 등을 껴안았다.
그 얼굴은 어째선지 만면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왜, 웃는 거야?"

"파-....파.....♪"

"어째서.... 왜?"

"파-파......"

"도대체 왜, 웃는 거야!
넌 맞은 거라구, 혼쭐이 났다고!
게다가.... 당했다고?!
알기나 하는거야?!"

"파-.....파...."

"하루카, 너는 - - !!"

거기서, 남자의 성난 목소리가 멈춘다.
남자는 하루카의 웃는 얼굴의 뜻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하루카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애써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다, 이전에도 이와 똑같은 일이 있었다.
그때도 하루카는 공포를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눈에 가득 눈물을 담으면서도.
어깨와 손,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그럼에도, 웃는 얼굴을 절대 풀지 않았다.

남자의 가슴에 그때의 죄악감이 되살아난다.

"파파.... 파파, 파파!!"

하루카가 거듭 강하게 끌어안는다.
남자는 더이상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루카.... 하루카!!"

"파파!! 파파!! 우우, 우아아아아앙!!"

"용서해줘, 하루카! 나는, 또 너를....!!"

또 딸을 지키지 못한 분함과 안타까움이 가슴 속에 소용돌이친다.
모든 감정이 뒤섞여 남자는 눈물을 참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가슴 속에 품은 하루카의 온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남자는 자신의 침대에 하루카를 불러 함께 잠을 잤다.
마지막에는, 진짜 하루카와 함께 잠을 잔 것은 언제였을까 - -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니, 진짜 딸이란 - - 딸이란,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존재란, 무엇일까?

졸음 속에서, 남자의 마음은 큰 당혹감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

그날 회사를 쉰 남자는 하루카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른 아침부터 지하실에 감금했다.
가두었다고는 하지만 열쇠를 놈에게 도난당했기 때문에 자물쇠를 잠가봐야 소용없다.
하루카는 남자의 의도를 이해했는지, 아니면 심상치 않은 상황을 이해했는지 순순히 남자의 말을 따랐다.
마치 최후의 만찬같은 답답한 분위기로 아침을 해결하고, 남자는 지하실에 점심식사를 준비해둔다.
이후엔 '놈'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내일 온다고만 말했으니 놈은 이쪽 사정은 상관없이 올 것이다.
품 속에는, 만일의 경우에 결정적 수단이 될 물건을 숨기고.

지하실 문에 기대 남자는 하루카에게 모든 사정을 설명했다.
자신의 아내와 딸의 죽음, 그리고 하루카를 얻은 본래의 이유.
놈의 일, 하루카를 원인으로 놈과 다투고 있는 것.
그 후, 기분이 변한 것, 게다가 지금은 하루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남자가 하루카를 죽이려고 했다는 고백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하루카는 그 사실까지도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 - - 그런 확신이 있었다.

문 너머로 대답은 없었지만 그래도 남자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이게 끝나면, 정말 둘이서 온천에 가자.
그러니까 - -"

"......"

"그래서 나는 확실히 결착을 지을 거야.
내가.... 초래한 일이니까."

"......"

"이번에야말로, 나는 너를.... 지켜보이겠어."
길고 긴 시간이 조금씩 지나간다.

오후 6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현관문이 거칠게 덜커덕거린다.
놈이 왔다 - -
남자는 필사적으로 심장 고동을 억누르고 평온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손잡이가 철컥거리는 소리와 요란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쿵쿵대는 소리, 의미불명의 고함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무렵 남자는 자물쇠를 열었다.

거기에는 계절에 맞지 않는 두꺼운 코트를 걸친 '놈'이, 큰 자루를 어깨에 걸쳐매고 있었다.

"빨리 열어, 뭐하는 거야"

"미안, 들어와"

"드디어, 그녀석을 죽이는 거군, 두근두근거려."

열쇠를 잠그고, 놈을 지하실로 이끌면서 남자는 조용히 묻는다.

"근데,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뭐?"

"왜, 그걸 건드렸는지."

"하하, 내가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했냐?
그녀석이 그 자실장이잖아?"

"어떻게 알았지?"

"알아봤지. 엉망진창 놀랐지만 말야!
눈색이 다르고! 실장 귀도 있고, 울음소리가 영락없이 실장이잖아!
뭐야, 그러면 그러다고 처음부터 말하지.
그렇게 돼버리면, 죽이고 나서 괴로워지잖아."

"어째서 어제 집에서 끝내지 않았지?"

"확증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 확실히 알 수 있었다구!
이제 사양하지 않겠어.... 헤헤헤, 인화한 실장을 때려죽일 수 있다니,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기적이야.
아참♪
아아, 움찔움찔거린다.... 발기한다.
음, 죽이기 전에 한번 더 그놈을 범하게 해줘, 부탁이야."

놈은 나쁜 짓을 했다는 자각이 전혀 없는 태도로, 진심으로 기뻐한다.
치밀어오르는 살의를 필사적으로 참고 참으며 남자는 재차 물었다.
품속에 감춘 '결정타'의 존재를 손으로 확인하면서.

"좀더 말해주지 않겠나"

"어이, 적당히 좀 해.
어서 그놈을 죽이게 해줘."

"어떻게, 내 아내와 딸의 사고 원인이 실장석을 치고 미끄러진 거라는 걸 알았지?"

"...."

드디어 확신에 다가선다.
남자는 어젯밤의 전화통화를 떠올린다.

"아내와 딸의 사고는 분명 뉴스에도 보도됐어.
하지만 보도된 사고 원인은 트럭과의 정면 추돌이야.
미끄러졌다는 것도, 실장석이 깔렸다는 것도 나만이 경찰에게 전해들은 사실이다.
보도가 안 됐으니 다른 사람이 알 수 있을 리 없어."

"......"

"하나 더.
그 공원에 사육실장이 잘 버려진다는 말도 거짓말이야."

"......"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지?
너는 대체 무슨 죄로 집행 유예 중인 거지?"


"기다려, 그런 말보다 놈을 죽이는게 먼저야"

"질문에 대답해주실까?"

"시끄러-워. 그런 게 대체 무슨 소용이라고.
이미 죽은 놈들 일 따위, 상관없잖아."

놈의 한마디가, 남자의 살의의 스위치를 덜컥 올렸다.
무의식적으로 때려눕히고 싶었지만 남자는 필사적으로 충동을 참았다.
태어나서 이만큼 절제한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남자는 온힘을 다해 버텨냈다.
지금 손을 쓸 수 없는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지하실에 있는 건가, 열겠어."

놈은 익숙한 솜씨로 지하실 문에 손을 댄다.
하지만 한순간의 틈을 타, 남자가 먼저 안으로 들어간다.
지하실 안에는 전에 놈이 떠맡긴 빠루가 놓여 있다.
그것이 있으면 비록 상처없이 나가지 못한다 해도, 놈이 하루카에게 손을 대는 일 없이 몰아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앗, 기다려!"

선수를 뺏긴 놈이 황급히 실내로 뛰어든다.
하지만 - -

남자는 빠루를 들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놈도 다음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눈 앞에 펼쳐진 실내의 이변에 시선을 빼앗겨 경직되고 말았다.

그곳엔 거대한 '고치'가 있었다.
하얗고, 크고, 격렬하게 진동을 반복하며, 주위와 무수한 실다발로 연결되어 있었다.
두근, 두근하고 맥동하는 측면에 무엇인가가 감겨 있었다.
그것이 오늘 아침까지 하루카가 입고 있던 옷이라고 깨닫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건..... 뭐지?
설마 - - "

"이게 실장고치냐, 처음 봤다......
근데, 뭐야? 그 딸은 어딨어?"

하루카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거대한 고치는 하루카가 화한 모습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하루카는 이미 한번 고치를 거쳐 인화를 했을 터.
다시 한번 고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루카, 하루카아앗!"

"끝내준다, 실장고치를 학대하는 것도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경험이잖아!!
이번 일은 이것으로....!"

그렇게 외치며 놈은 주머니에서 자기 빠루를 꺼내 실장고치로 날아올랐다.
순간 반응이 늦어진 남자는 놈의 일격을 저지할 수 없었다.
거세게 휘두른 빠루의 끝이 고치 측면에 박혀 찢어진다.
동시에 안에서 대량의 점액이 분출한다.

"우와아아아앗?!"

그것은 갈색도, 회색도, 녹색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상한 빛깔의 액채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내장 같은 것이나 모발까지 섞여 있었다.
그리고 하루카가 입고 있던 속옷까지......
의미를 이해한 남자는 부랴부랴 고치려 했다.

"하루카, 하루카아앗!!"

"너, 역시 애호에 눈떠버린거냐!!
죽여버려! 실장을!!'

"이자식, 그만해!
얼마나 우리를 괴롭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거냐!"

"시끄러! 나도, 너네 집 차에 흙탕물이 튀겼다고!
피차일반 아닌가!!"

남자의 미간이 꿈틀댄다.
자연히 그 시선은 놈을 노려본다.

"그...렇다면?!"

"그러니까 좀 위협을 시켜줬더니만!!
사고는, 네 와이프가 운전을 못해서 벌어졌을 뿐이야!
내 잘못이 아니라고!"

"역시, 네놈이.....!!"

"내가 아냐, 도로 한가운데로 달려간 실장석이 잘못이야!
그러니까, 실장석을 죽여버리면 당신도 복수를 하는 거잖아?
내말이 틀린 게 없잖아!"

"이자식.. 용서하지 않겠어, 절대로 - - !!"

드디어 한계에 다다라 놈을 때려눕히려고 한다.
하지만 그때,

치이-

라는 작은 울음소리가 두사람의 발 아래에서 들렸다.
두꺼운 점액에 싸인 작은 벌거벗은 자실장이 괴로운 듯 신음하고 있었다.
그 몸은 반이 붕괴했고 피부가 없어 새빨간 근육조직과 내장 일부가 노출돼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점액의 소용돌이를 탈출하려고 열심히 버둥대고 있었다.

테칫-

힘겹게 점액으로부터 얼굴을 내민 자실장은 겨우 뚜렷한 울음소리를 냈다.

남자와 자실장의 눈이 한순간 마주친다.
자실장은 만면에 웃는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그것은 그로테스크할지라도 매우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그것이 남자와 '하루카였던 것'이 공유한 마지막 시간이었다.

"있다아아아아앗!!"

부웅........!!


자실장의 웃는 얼굴은, 놈이 힘껏 내려친 빠루에 의해서 순식간에 없어졌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자실장은 완전히 납작한 고기덩어리가 되어, 점액과 섞여 흘렀다.

"하루카아아아아아아!!!
우오오오오오오오오!!"


놈의 얼굴에 강렬한 오른손 훅이 작렬한다.
남자는 즉각 마운트 포지션을 잡고 두팔로 쉴새없이 얼굴을 후려쳤다.
놈의 비명도, 애걸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우욱....웩! 그만....!!"

"으갸아아아아아아!!!"

폭발하는 살의.
남자는 완전히 끊어져 있었다.
아니 끊어지지 않은 게 이상하겠다.
남자는 놈을 정말로 때려죽일 생각이었다.
여기서 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원한이 풀릴까!!
아내를, 딸을, 그리고 또다른 딸을 죽이고, 남자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간 '놈'.
주먹에 피가 배고 뼈가 아프지만 그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마구잡이로 얼굴을 내려쳤다.
처음 계획했던 것을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뭐하는거야! 그만둬!!"

돌연히 들은 기억 없는 목소리가 실내에 울린다.
동시에 강한 힘으로 떼어낸다.
경찰관들이 지하실에 뛰어들었다.
놈이 집에 들어오기 전 거동이 수상하다고 여긴 이웃이 신고했던 것이다.
처참한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경관들은 난폭해진 남자를 붙잡고, 얻어맞은 놈을 간호했다.
얼굴을 심하게 구타당해 코가 부러지고 대량으로 피를 흘리면서, 놈은 경관에게 매달려 "도와줘요" 울고 있었다.

거기서부터는 기억이 없다.
남자는 경관에게 결박당한 채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어라, 이양반.... 이게 뭐야?"

"마이크다, 옷자락에 마이크가 붙어 있어 - - 보이스레코더인가 이거?"

사라져가는 의식 속에서, 경관들의 중얼거림이 들린 듯한 기분이었다.

◇◇◇

그리고 - -

남자는 놈에 대한 과도한 폭행치상 및 상해죄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남자의 친족이 놈의 유쾌범·고의범적 행동으로 사망한 것, 또 그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는 것, 죄에 대해 뉘우치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보이스레코더에 녹음된 대화로 입증됐다.
또한 대화내용에 따라 놈이 남자에게 실장석 학대를 강요했던 사실도 드러났고, 남자의 자택 내에서 실장석을 살해한 사실도 인정돼 명확한 계획성이 있다고 보아 정신장애 인정도 되지 않았고,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다고 알려졌다.
놈은 이전에도 같은 수법으로 타인이 사고에 말려들 위험이 있는 과격한 실장학대를 한 죄로 체포된 바 있어 그 집행유예 기간중에 재차 학대(범죄)행위를 실행했다고 하여, 한층 더 중벌이 가해지게 되었다.

남자는 보이스레코더의 내용 때문에 실장 학대를 실제로 했다고 인정되지 않아, 참은 결과가 어느 정도 결실을 맺게 되었다.
또 놈에 대한 폭행치상·상해도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어 당초 예상보다는 많이 감형되었다.
지하실의 점액과 내장·육편에 대해서도, 당초에는 사체 유기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었지만, 이후의 조사에서 인간의 사체가 아닌 실장석의 것이라고 판명되었다.
또 이 사건은 작년 초의 사건에 이은, 귀중한 실장석의 고치화 사례로 여겨졌다.

하지만, '하루카'가 살해당한 건 자체에 대해서는, 단순한 기물 파손죄로밖에 다뤄지지 않았다.
'놈'은 가목에 갇혔고, '남자'에게는 - - 잠시 공백 뒤 평온한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남자는 꾀죄죄한 탁구공을 손에 들고 있었다.
조금 움푹 들어간, 하루카가 소중히 여기던 장난감.
사건의 파도는 이미 지나갔고 과거의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지만, 남자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여전히 차갑다.
하던 일도 그만두고, 지하실도 폐쇄했지만, 그런데도 남자는 그 집을 떠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니, 평생을 떠날 수 없으리라고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남자는 어째서 하루카가 다시 고치를 지어 자실장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했는지 최근에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하루카는, 전부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실장석인 자신이 왜 남자의 미움을 받고 있었는지를..... 그래서 남자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 위로하고 싶었다.
남자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남자의 불안과 증오심을 떨치기 위해.
그런 만큼 그녀는 줄곧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괴로워도, 아무리 호되게 당해도, 웃는 얼굴을 풀 수 없었다.
그러면 언젠가는 남자의 마음이 위로받을 것이라 믿었기에.

그렇기에 놈이 범했을 때도 미소를 짓고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남자가 품은 놈에 대한 증오를 지우기 위해.
아픔도, 공포도, 고통도, 모든 것과 바꾸어가며 계속 웃은 것이다.

하지만 하루카는 실장석으로 되돌아가버렸다.
사람이 되어 행복을 얻었을텐데, 다시 실장석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루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존재가 남자에게 재앙을 안겨준다는 것을.
아무리 웃는 얼굴을 보더라도, 그것은 남자의 마음만을 위로할 뿐, 그에게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딸의 모습이 되고도 여전히 자신이 남자를 슬프게 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렇기 때문에, 하루카로 있는 것을 그만둔 것일까 - -

그렇지 않았다면 그때 남자에게 웃어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카는 두번이나 기적을 일으켰다.
남자를 지키기 위해서.

본래 지켜야 할 상대에게 반대로 지켜지고 있었다 - -
그 작은 자실장에게.

남자의 손 안에는 더러워진 탁구공이 있었다.

방 구석에 놓인 사진 속에는 미소를 짓는 하루카의 모습이 있었다.
그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손 안에 남겨진 몇 안되는 물건이, 증오의 대상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사진 액자 옆에 탁구옹을 놓고 다정한 미소를 띄운다.

"다녀올게, 하루카"

그렇게 중얼거리고 남자는 차키를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