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의 대상

 

통화를 마치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끈 뒤 남자는 가라앉은 기분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나선계단의 최하층에 다다라 철문 자물쇠를 연다.
삐걱대는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너머에 방향제의 상큼한 향기와 함께 포근한 기운이 감돌았다.

방 안을 응시하고, 복잡한 표정을 띄운다.

원래는 콘크리트채로 방치된 지하 창고였던 장소.
하지만 지금은 화려한 무늬의 벽지와 함께 크고 밝은 조명이 천장 중앙에 설치돼 있고, 다양한 가구와 책꽂이, 탁자, 그리고 크고 푹신한 침대가 놓여 있다.
오렌지색 카펫은 부드럽고 감촉이 좋으며 남자의 손으로 항상 청결하게 유지된다.
거친 철문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창고였던 장소는 지금은 어떤 사람이 사는 공간이 되어 있었다.

침대 위 그림책을 펼치고 있던 소녀가 남자를 알아채고 달려온다.
가슴에 와락 안겨 바로 볼을 문지른다.

"좋은 아침, 하루카"

남자는 빙긋 웃으며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하루카라고 불린 소녀는 기쁜 듯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남자의 두터운 가슴에 볼을 묻는다.

"배고프지? 자, 식사할 테니까 거실로 와."

남자의 말에 하루카는 끄덕하고 반응한다.
말없이 크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우선 침대 위의 책을 책꽂이로 돌려놓은 후 흐트러진 이불을 가지런히 갠다.

그 모습에 남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오늘 아침은, 네가 가장 좋아하는 치즈 오믈렛을 구웠단다. 같이 먹자."

남자의 말이 매우 기뻤던 듯, 하루카는 그 자리에서 깡충깡충 뛰며 즐거워한다.

뛰어오를 때마다 네글리제의 치맛자락이 올라온다.
남자는 허겁지겁 옷걸이에 다가가 적당한 블라우스를 집어들었다.

"먼저 옷을 갈아입어야지, 자, 하루카가 좋아하는 색깔 옷이야."

네글리제를 벗기고 반나체가 된 하루카에게 핑크색 블라우스를 입힌다.
한참을 버둥거리다 겨우 소매로 손을 뺀다.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직 스스로는 무리인가" 중얼거리며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와준다.
반쯤 울듯한 얼굴이 불쑥 튀어나오지만, 남자의 다정한 미소에 곧 기분이 좋아져 다시 생긋 웃어보인다.

길고 고운 머릿결, 투명할 정도인 하얀 피부, 날씬하고 가녀린 체구, 그리고 순진무구한 사랑스러운 미소...
그것은, 남자가 줄곧,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갈망해온 것이었다.
하루카는 남자에게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다.
그러므로 여기 - 강철문으로 닫힌 감옥- 에서 해방될 수 없었다.

방을 나가려다 문득 발에 작은 탁구공이 걸린다.
더러워지고 군데군데 찌그러져 구르지도 못하게 된 그것은, 마치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 자리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아직 이런 게 남아 있었나?"

탁구공을 주워 손가락으로 짜부러트리려고 하자, 하루카가 울듯한 얼굴로 제지한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돌려달라는 몸짓을 한다.

"미안, 소중한 거였구나"

찌그러진 탁구공을 돌려받은 하루카는 다시 웃는 얼굴로, 그것을 책장 위에 소중히 놓았다.

◇◇◇

아침식사를 마친 남자는 하루카를 다시 지하실로 보낸 후 철문을 등지고 연회색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 환경에 적응했는지 예전처럼 울면서 문을 두드리는 일도 없어졌다.
그녀를 가두어놓는 것은 큰 저항감이 들었지만, 지금부터 일을 가야 돼서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단단히 타이르고, 남자는 뒷통수에 달라붙는 생각을 털어내고 자기 방으로 뛰어올랐다.


지하실 안 작은 냉장고에 도시락과 음료, 간식이 담겨 있다.
오늘 밤은 잔업도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카가 배가 고파질 때쯤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문을 닫기 직전 어딘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련한 표정을 띄운다.
남자는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여느 날과 같은 일상에 녹아들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회사에 도착하기 직전 갑자기 휴대전화가 진동한다.
화면에는 가능하다면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이름이 표시된다.


――아까 막 걸었을텐데 ――

역에서 업무지구로 흘러가는 인파에서 벗어나, 남자는 가급적 인기척이 적은 곳에서 통화 버튼을 눌렸다.
약간 코막힌 듯한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에 닿는다.

"여, 오늘 아침은 어땠어?"

익숙해진 태도로 떠드는 목소리에 약간 초조해지면서도, 남자는 드러내지 않고 "그럭저럭" 모호하게 대답한다.

"벌써 꽤 시간도 지났으니, 이제 괜찮겠지?"

빠르게 떠벌이는 말투와 방금 전과 똑같은 화제에 끈질기게 매달리는 태도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남자는 "이제 곧 출근해야 돼서" 거절하고 용건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놈'은 그런 건 전혀 안 들리는것마냥 계속 이야기한다.

변함없이, 사람 사정을 생각해주지 않는 '놈'이다.

"빨리 결과 보고해줘. 나는 당신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즐거운 게 없으니까."

"진전이 있으면 이쪽에서 연락할게. 그니까 당분간 기다려줘", 시간을 신경쓰면서 대답한다.
통화를 끊으려 하자 귀가 먹먹해질 정도인 목소리가 더 커졌다.

"약속한 시간은 이미 지났어. 계속 그렇게 기다리면 김샌다고?!"

언제나처럼 일방적으로 끊지만, 과연 포기했는지 다시 걸려오는 일은 없다.
아침부터 우울한 기분을 느끼며 남자는 또다시 인파에 휩싸였다.

◇◇◇

예정보다 늦게 귀가한 남자는 서둘러 지하실로 향한다.
철문이 닫힌 방 안에서는 하루카라는 소녀가 울먹이며 뺨을 부풀리고 있다.
꽤나 기다리게 한 듯, 침대 옆에 좋아하는 그림책이 던져져 있다.
문을 열자마자 울며 달려드는 하루코를 붙잡고 남자는 사랑스러운 듯 고개를 쓰다듬었다.

"미안, 배고프지?"

품 안에서 몇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언제나처럼 볼을 비벼댄다.
눈물과 콧물이 수트에 묻지만 남자는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몸에 전해지는 무게와 팔에 전해지는 탄력이 좋다.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아주면서, 남자는 시선을 낮추고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서 푸딩이랑 슈크림 사왔어, 하루카가 엄청 좋아하는 후타바 제과점이야.
얼마든지 먹어도 돼."

그말에 반응해 울상이 순식간에 활짝 펴진다.
그 노골적인 태도 변화에 남자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남자가 살고 있는 집은 도심에서 전철로 한시간 반 가량 떨어진 아주 한적한 주택가에 있다.
살기 좋고 조용하며 아늑한 반면, 상점가나 오락시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자극이 덜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남자에게는 오히려 좋은 점이다.
2층 건물로 큰 발코니와 차 두대가 들어가는 차고까지 있으며 넓은 마당에는 텃밭도 있다.
심지어 커다란 지하실까지 갖춘 호화로운 저택.
혼자 살기에는 너무 큰 이 집을 남자는 과거 죽기살기로 겨우 손에 넣었다.
여기서 남자는 인생 최고 행복을 맛봐야 할 터였다.

한번에 네명이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과 의자, 이용하기 편리한 대형 식당이다.
거기에는 남자와 하루카의 모습밖에 없었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요리를 먹는다.
때때로, 하루카가 얼굴을 들어 매우 기쁜 표정을 짓는다.
그것을 보고 남자는 냅킨을 들어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준다.
오늘 요리도 하루카의 입맛에 맞는 것같아 남자는 표정이 풀린다.

부엌 창문 너머로 1년 가까이 움직이지 않는 자가용 자동차가 보인다.
마당 구석에는 아직도 치우지 않은 작은 세발자전거가 놓여 있다.
남자는 싫은 것을 본 듯한 얼굴로 약간 거칠게 커튼을 쳤다.

식사와 디저트를 마치고 남자는 목욕 준비를 하고 물이 찰 때까지 하루카의 놀이 상대가 된다.
그렇다고는해도 무릎 위에 앉혀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뿐이다.
흔한 옛날이야기, 동화 또는 신기한 동식물의 이야기.
별로 어휘력이 풍부하지 않은 남자는 하루카를 위해서 재주좋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짜낸다.
하지만 하루카는 남자가 어떤 말을 해도 조용히 듣고,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

하루카는 스스로 몸을 능숙하게 씻지 못하기에 언제나 남자에게 기대고 있다.
긴 머리에 얽힌 거품을 꼼꼼히 헹구고 수건으로 정리하고, 남자는 욕조 안에서 하루카를 안는다.
깔끔해진 하루카는 아주 편안해진 모습으로 남자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춘다.
그런 태도에 쓴웃음을 지으며, 남자는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을 응시한다.

따뜻한 김 안쪽에서, 확실한 행복이 하나 존재하고 있었다.

◇◇◇

즐거운 한때를 보낸 하루카는 피곤한 듯 지하실로 돌아가기 전에 잠들어버렸다.
남자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며 여느 때처럼 그 잠든 얼굴을 내려다본다.

이렇게 눈을 감고 있는 하루카를 보면 남자의 가슴 속에 매우 따뜻한 것이 퍼진다.
하지만 그것은 곧바로 사그라들고, 대신 어깨를 누르는듯한 중압감이 지배한다.
밖에 내리고 있는 비는 아직도 계속되는 것 같다.

지하실에서 돌아와 문단속을 확인하려던 남자는 문득 마당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문이 조금 열려 있고, 한쪽 구석에 무언가 낯선 것이 놓여 있다.

가랑비를 뚫고 종종걸음으로 대문까지 가보니 담 뒤에 뭔가 막대기같은 것이 꽂혀 있었다.
그것이 오래 써서 낡은 '빠루'인 것을 남자는 한동안 알아채지 못했다.
몇분 후 휴대전화가 울린다.
'놈'의 새된 목소리.

"여, 근처 들른 김에, 선물 놓고 간다.
안 갖고 있던 거지? 빌려줄테니까 써."

일부러 문을 비틀어 열고 이런 걸 두고 간 듯하다.
불평하려 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놈'이 반성하리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그저 말을 듣고만 있다.
아무 말도 없는 남자의 태도에 제발저린 듯 '놈'은 조금 화난 목소리로 계속한다.

"뭐, 잊은 건 아니겠지?
당신이 원했으니까, 내가 "그녀석"을 제공했다는걸?
이제 와서, 정들었다느니 그런말 말아줘."

"밉잖아? 원망스럽잖아? 당신 원수니까!"

"빨리 죽여줘! 때려부숴줘...... 하아, 하아
어떤 식으로 죽였는지, 얼마나 엉망진창이 됐는지, 자세히 가르쳐줘...
사진 찍어서 보여줘... 사진이어도 좋아...
나... 당신 보고가 몹시 기다려진다고... 하아 하아"

'놈'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또, 평소처럼 이상 흥분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정신병자!"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남자는 아무말 없이 통화한다.
그리고 빠루를 마당 구석에 숨기고, 다시 문 잠금 상태를 점검한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길을 돌렸을 때 남자의 시야에 차 한대만큼 공간이 빈 차고가 들어왔다.

◇◇◇

그날도 오늘같은 비내리는 날씨였다.

아내와 딸을 태운 차가 대로 교차로변에서 대형 트럭과 충돌했다는 소식은 둘의 귀가를 기다리던 남자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다.
차는 전면부가 완전히 찌그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신호는 파란불... 양쪽 모두 가속이 붙은 상태에서의 정면충돌.
물론 두 사람은 즉사했다.
경찰의 사고 조사 결과 아내와 딸이 탄 차에서 실장석의 잔해 일부가 발견됐다.
아내는 교차로상에 나타난 실장석을 피하려고 했지만, 핸들을 잘못 돌려 이것을 쳤고 일시적으로 통제를 잃어 마주오는 차와 충돌했다고 결론지어졌다.
신혼집으로 이사한 지 반년도 안 되어 벌어진 비극은 남자의 삶에 대한 바람과 활력을 모두 앗아갔다.
그리고 시체같은 생활을 그저 무기력하게 하게 된 남자는 몇번이고 두 사람을 따라가려고 생각했다.
동시에, 두 사람을 불합리한 죽음으로 몰아넣은 실장석을, 마음 속 깊이 증오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가 근무하던 회사에 드나들던 청소업자 한 명이 살며시 귀띔해주었다.
남자의 증오를 부추겨 온몸의 피가 끓게하는 보고였다.

사고 현장 근처에는 큰 시립 공원이 있어 이전부터 야생 실장석이 다수 살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버림받은 원·사육실장'이다.
그것들은 순수한 들실장과 달리 위기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안일하게 공원을 나와 도로나 교차로를 횡단하려 한다.
그 때문에 이전부터 사고가 빈발했다.
남자의 아내와 딸을 죽음으로 이끈 실장석은 기성품인 핑크색 실장복을 입고 있었다.
남자가 사랑하는 가족은 그런 놈들에게 목숨을 빼앗긴 것이다.

업자...'놈'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귀에 거슬리는 새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실장석에게, 복수해보지 않겠나"

'놈'은 실장석을 학대·학살하는 것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이상성욕자였다.
저지른 사건 때문에 집행유예를 받아 자신의 손을 더럽힐 수는 없고, 다른 사람에게 학대의 기쁨을 전해 간접적으로 열락을 느끼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에 발을 디뎠다.
정신적으로 쫓기던 남자는 그런 '놈'에게 넘어가 그로부터 실장석 학대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때로는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하기 이를 데 없는 행위였지만, 상대가 사람하는 사람들의 원수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놈'은 남자에게 조그만 자실장 한마리를 건넸다.
가족을 죽인 것처럼 분홍색 실장복을 입은 '사육실장'.
어디서 조달해왔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남자의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기 충분한 존재였다.
그가 가르친 것은 '올림'이라고 부르는 방법이었다.
겨우 행복의 절장에 올랐을 때 단숨에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는 끔찍한 일이다.
그것은 남자가 실장석 때문에 맛본 그대로이며, 그야말로 원수를 갚기 적합한 프로그램이라 생각됐다.

'놈'에게서 자실장을 넘겨받아 '꼭 자기 손으로 죽이고 그것을 보고할 것'을 약속한 남자는 즉시 '올리기'를 시작했다.
마음속에서 무서운 증오가 소용돌이쳤으나, 표면상으로는 나타내지 않고 남자는 정중하게 자실장을 다뤘다.
언젠가 그 손으로 궁극의 절망과 격통을 안겨주기 위해.
남자는 필사적으로 도살하고픈 원망을 억눌렀고, 때로는 술과 약에 의존해 견뎌냈다.
조금이라도 본심을 내비치면 자실장은 민감하게 알아채고 경계해, 올렸다 떨어뜨리기는 실패한다.
그렇게 '놈'에게 배운대로 남자는 인생 최초이자 마지막인 '실장석 학대'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그것은 볼것없이 과도한 스트레스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그에게 힘을 주기도 했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 이전과 같은, 어쩌면 그 이상의 활력을 되찾아가는 남자.
그리고 자실장도 어느덧 그를 조금씩 신뢰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자신의 진짜 부모에게처럼 어리광부리기 시작했다.

들은 바로는 실장석은 매우 불결하고 뻔뻔하며 제못대로인 하등 생물이었지만, 이 자실장은 그에 해당하지 않는 얌전한 개체였다.
작은 탁구공 하나만 주어도 그걸 가지고 줄곧 즐겁게 놀았다.
식사도, 가장 가르치기 어렵다는 화장실도 금방 배워 남자는 번거롭지 않았다.
오히려 지식욕이 왕성하고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남자는 그런 자실장에게 이것저것을 가르치고, 말하고, 때로는 인간 아이가 읽는 그림책을 사주고, 읽어주기도 했다.
자실장은 차츰 이야기의 내용에 따라 감정표현을 하게 되어 즐거운 이야기에는 손발을 까무러치며 웃고, 슬픈 이야기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등 사람같은 몸짓을 해보였다.
어느덧 남자는 그런 자실장에게 이것저것 가르치는 데서 즐거움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실장석에 대한 증오가 누그러져가는 것을 자각하고 당황스러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달이 지나 이제 자실장이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크기 시작할 때.
'놈'은 남자에게 '떨어뜨리기'를 독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는 어느샌가 자실장의 육성이 지금 자신을 지탱하는 전부라는 것을 깨닳았다.
처음에는 그토록 활활 타올랐던 증오의 불꽃도 희미해지기 시작해, 탁구공을 갖고 즐겁게 노는 자실장을 보면 조금씩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자실장이 몸살이 나 병상에 누우면 남자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간호에 힘썼다.
연일 격무로 피로가 심해도 소중한 휴일을 자실장에게 쏟았다.
남자는 달콤한 애정뿐이 아닌, 올바른 버릇을 가르치는 방법도 스스로 익혀서 실천했고, 자실장 또한 그것을 솔선하여 몸에 익혔다.

세달이 흐를 무렵에는 둘 사이에 절대적인 신뢰가 성립해 이상적인 주인과 애완동물 관계가 될 정도였다.
'놈'의 독촉은 여전히 계속된다.
남자는 점점 '놈'의 존재에 시달리게 됐다.

지금이 바로 '떨어뜨리기'로 넘어갈 절호의 타이밍이며, '놈'이 재촉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남자는 분명히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원래 남들보다 배 이상으로 상냥하고 잘 돌봐주는 성격인 그는 차마 떨어뜨리지 못했다.
우물쭈물하는 남자의 태도에 '놈'은 때때로 말투가 거칠어졌다.

"당신이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해줄게!"

그 말을 계기로, 남자는 간신히 '떨어뜨리기'로 넘어갈 결심을 굳혔다.
그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끝을 남에게 맡긴다는 것에 큰 위화감을 느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초심을 잊기 시작한 자신에게 답답한 점이 컸다.
남자는 직접 육체를 상하게 하는 행위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자실장의 마음을 동요하게 할 방법을 생각해냈다.

다음날 남자는 자실장에게 자신의 가족사진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의 모습, 기억을 가르쳐주었고, 남자는 그들을 여전히 강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절절히 말했다.

아내와 처음 만나고 고백했던 때

결혼하기 위해 둘이서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수많은 경험

결혼식의 감동, 피로연에서의 지인·친구들의 축하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격

자라나는 아이를 사랑하는 아내와 지켜볼 결심을 한 뜨거운 마음

- - 그리고, 그것이 전부 한꺼번에 빼앗긴 절망

남자는 자실장에게 말하는 사이 굵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때 품었던 실장석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 다시금 불타는 것을 느꼈다.
자실장을 향해 자신이 얼마나 실장석을 미워하는지, 얼마나 시달렸는지를 집요하리만치 길고 세밀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자실장은, 그런 남자의 독백을 조용히 들으며 울음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
부드러운 맨손으로 남자의 손을 톡톡 치며 아내와 딸의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증오는 곧 '매도' '비방'이라는 무기로 바뀌어 자실장을 몰아세운다.

자신이 얼마나 잃어버린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실장석이 가증스럽고 용서할 수 없는지
미운 실장석을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계속 키워왔는지

자실장의 머리를 여러번 쓰다듬고, 앨범을 펼치면서 남자는 집요한 원망의 말을 쏟아낸다.
스스로도 구역질날 정도로 음습한 행위였지만 원한이 담긴 말을 멈출 수 없다.

"죽어, 죽어서 사죄해"
"이 똥벌레"
"쓰레기"
"해충"
"내 가족을 돌려내"

마치 뭔가가 조종하는 것처럼, 더러운 욕설이 솟아오른다.
하지만 자실장은 아무런 감정 표현 없이 계속 남자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 태도는 마치 완전히 각오한 사형수처럼 조용했다.

정신적 고문의 효과를 측정할 수 없자 남자는 일주일 이상을 자실장에게 증오의 말을 퍼부었다.
그 이외는 지금까지와 완전히 똑같이 행동했다.
평온한 생활을 주면서도 주인에게 깊이 미움받고 있다는 자각을 심음으로써 정신을 흔들 생각이었다.

십일이 넘으려고 할 무렵, 겨우 자실장의 태도 변화가 명확해졌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어리광부리는 태도가 사라지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슬픈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게 됐다.
그 눈은 평소와 같지 않았지만 남자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슬픔을 머금은 것처럼 보였다.

자실장이 일절 울음소리를 내지 않게 된 것을 남자가 깨닳은 것은 기르기 시작한 지 넉달이 되려고 할 때였다.

사태의 급변은 넉달 반이 되려는 어느날 새벽 일어났다.

실내에 갑자기 생겨난 연회색의 거대한 '구체'
그것이 무수한 실에 의지해 마루에서 약간 떠올라, 맥동하고 있다.
자실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구체는 조금씩 꿈틀대고 열을 내면서,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비대해진다.
그것은 너무 크고, 또 기분나쁘기 때문에, 남자가 손을 댈 것이 아니었다.

실장석의 '고치' - -
있을 수 없는 것이 분명 거기에 있다.

처분대책을 찾기 전까지 어쩔 수 없이 방치한 고치는 며칠 뒤 원래의 몇배로 팽창했고 주말 밤, 마침내 '부화'의 때를 맞았다.

갈라진 고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 - 사고사한 딸 '하루카'였다.

머리색은 아마색이 됐지만, 얼굴, 체격, 키 모두 남자의 기억 그대로다.
반투명 점액질에 온몸이 감싸였지만 '하루카'는 확실히 호흡하며 얇은 가슴을 오르내리고 있다.
남자는 황급히 '하루카'를 끌어안고 욕실로 향한다.
자실장의 행방같은 건 이미 그의 머릿속에 없었다.

남자가 '놈'에게 보고하기 전에 정보를 찾은 것은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애정을 받고 자란 실장석은 고치가 되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런 도시전설이 예전부터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환상담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해 초 일어난 한 사건이 그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한 청년이 집안에 여성의 부패한 시신을 유기했다는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인터넷에 유출된 현장 사진으로부터 피해 여성은 사실 고치를 만든 실장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걱정해도 될까요'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avIl/484) 참고)
그것은 불과 반년도 채 안돼 진정될 정도로 작은 열기였지만, 남자는 우연히 그것을 정리한 사이트를 보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자실장과 교대하듯 출현한 '하루카'를 보이는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의식을 되찾은 '하루카'는 겉모양은 딸 그대로였지만 인간의 말은 전혀 하지 못했다.
두 눈은 투명한 보석을 연상시키는 녹색과 적색으로 물들었고, 또 귀 모양과 크기도 사람과 다르다.
남자는 왜 이렇게 됐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애정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격렬한 증오를 보였을텐데.
하지만 '하루카'가 된 자실장은 당황하는 남자를 보고 너무도 기쁜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환하게 웃는 특징적인 미소.
그것은 남자가 소중히 앨범에 간직하고 있던 그 사진 그대로의 행동이었다.

전라로 안기려는 '하루카'를 남자는 반사적으로 밀어냈다.
놀라는 표정을 짓고, 곧 울음을 터뜨리는 '하루카'.
그 태도에 무심코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남자의 다리는 왠지 움직이지 않는다.

남자는 꿈에 그리던 딸과의 재회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남자의 사랑하는 딸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놈은 내가 미워서 죽이기 위해 손에 넣었던, 죽어 마땅한 실장석.
그런데, 꼭 껴안아도 되는걸까, 꼭 껴안아 죽여야 되는걸까?
어째서 이녀석은 이런 모습이 되어버린거지?!

남자가 훈육 이외에 손을 대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그의 안에서 '하루카'의 모습을 본뜬 자실장은 '사랑하는 사람을 더럽힌 존재'로 바뀌어 있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타일렀다.
남자의 손바닥이 뺨에 닿을 때마다 '하루카'는 짧게 비명을 질렀고, 그래도 곧바로 그 미소를 띄운다.
머리를 찔려도, 좌우 볼이 붉어질 정도로 잡아당겨도, 그럼에도 웃는 얼굴을 한다.
그것은 남자에게는 굴욕적인 반응일 뿐인데.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을 빼앗은 꺼림칙한 생물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을 더럽힌다.
그 용서할 수 없는 행위는, 곧 남자에게 명확한 살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윽고 남자의 체벌은 선을 넘기 시작해 '학대'의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하루카'는 미소를 거두려 하지 않는다.
물도 식사도 못 받고, 깡마른 몸도 더러워지고, 게다가 따뜻하게 감쌀 헝겊조차 주지 않았는데.
그래도 '하루카'는 울음 한번 없이 남자를 볼 때마다 미소지었다.

그 눈에 눈물을 가득 글썽거리면서.
어깨와 팔, 다리를 덜덜 떨면서.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니, 무리해서라도 웃는 얼굴을 계속 만드려 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에 지배당하면서도, 필사적으로 - -

어느 추운 아침, 움직이지 않게 된 '하루카'를 발견한 남자는, 발작하듯 큰 소리로 외쳤다.
그것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의 통곡이었다.
'하루카'가 한계였던 것처럼 남자의 정신도 학대할 때마다 너덜너덜해졌다.
자신을 복수자로 변모시키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었지만 그것을 무시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동시에 그녀가 왜 지금껏 애써 미소지었는지 비로소 깨닳았다.
그리고 왜 그녀가, '하루카'의 모습이 되었는지도 - - -

그 순간, 남자는 다시 태어났다.
'하루카'를 극진히 간호하고, 팔을 걷어 치료에 나서 회복을 기도했다.
일도 쉬고, 한시도 떠나지 않고 '하루카'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손을 놓아버린다면 딸의 죽음을 두번째로 경험하는 느낌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것이 실장석이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며칠씩 학대를 당하면서도 남자의 거칠어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려고 목숨도 내던지고 미소짓던 그녀를 절대 죽이고 싶지 않았다.

'하루카'를 죽음의 문턱에서 구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놈'이 넘겨준 실장석 활성제였다.
훈육에 실패해 과도한 타격을 주었을 때 사용하라고 주었던 것.
인간이 된 '하루카'에게 효과가 있을지 불안했지만 남자의 기지는 주효했다.

'하루카'의 몸상태가 완전히 좋아지는 데는 일주일이나 걸렸지만, 남자는 반쯤 강제로 일을 쉬면서까지 줄곧 간호했다.

그녀가 회복되어 눈을 뜬 순간, 남자는 감격에 펑펑 울어버렸다.
그리고 '하루카'도 남자에게 안기자 처음으로 소리를 높여 울었다 - -

'두명'은, 겨우 서로가 요구하던 무언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가 하루카를 받아들인 뒤에도 고난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미 죽은이의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다.
또 처자식을 잃었다고 알려진 남자가 딸과 비슷한 또래의 소녀를 집에 살게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도 요즘 세상에 문제가 생긴다.
하물며 하루카는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인간의 모습이 된 실장석의 존재라니,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본인들의 의향과 관계없이, 이후에도 주인과 실장석의 관계가 강요되는 것이다.
그것을 깨닳은 남자는 고민을 거듭하다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 지하 창고를 고쳐 그곳에 하루카를 격리하기로 했다.
아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곳은, 사실상 현대판 '자시키로(座敷牢)'
세상의 눈에 띄지 않는, 특수한 가족을 숨어살게 하기 위한 비정한 감옥.
남자의 심정과는 반대로, 지하실은 하루카를 살려두고 숨긴다.
몇개월을 몇년을 이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하루카는 불평불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남자가 두꺼운 문을 열 때까지 마냥 조용히 기다린다.
그리고는 남자가 방을 찾았을 때 반드시 그 미소를 보여준다.


두사람 사이에 사람의 대화는 없다.
하지만 남자는 조금씩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것을 느꼈다.
사랑하는 딸의 모습을 한 실장석.
상냥한 실장석의 '인간'.
있을 수 없는 기적으로 탄생한, 남자의 '꿈'.
남자는 그것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빌었다.


그리고 마침내 '놈'의 존재는 남자 안에서 그의 삶을 위협할 정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고요한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하루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남자는 기쁜, 그러면서도 어딘지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이트등 불빛이 어둠과 강한 대비를 이루어 그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리고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남자는 조금 허둥지둥하며 일어섰다.

만약, 이 아이의 존재를 '놈'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놈'이 아이의 정체를 알아차린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놈'이 이 아이를.....

불현듯 남자의 가슴 속에 시커먼 감정이 싹튼다.
그것은 스스로도 놀랄 만큼 무서운 것이어서 등골이 오싹해진다.

과거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던 자신.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지켜야 한다 - -

최근 며칠 사이 남자의 마음 속을 맴돌던 말이 떠오른다.
지하실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자 찬 공기가 뺨을 때린다.
그 순간 남자의 뇌리에 또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 - 하지만, 저 아이는 실장석이야, 뭐냐고......

잔뜩 흐린 하늘으로부터 뚝뚝 차가운 빗방울 쏟아진다.
곧 거세진 비는 차고의 아크릴제 지붕을 세게 두드린다.
그 소리에 반응해 남자는 다시 차고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 한대의 공간이 빈 차고를.

◇◇◇

간밤의 비가 개어 쾌청함을 예감케 하는 상쾌한 아침.
남자는 하루카에게 아침식사를 주기 위해 여느 때처럼 지하실로 향한다.
두꺼운 문 너머로 방향제의 상큼한 향과 포근한 공기가 감돈다.
일찍 일어난 하루카는 벌써 침대에서 나와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


"안녕 하루카. 아침이야."

그림책을 내던지고 얼굴 가득 웃는 얼굴로 가슴팍에 뛰어드는 하루카.
남자는 허리에 들어오는 태클을 받아내며 살짝 신음했다.

"하하, 힘이 넘치네. 오늘 아침은 오트밀과 우유빵이야. 하루카가 좋아하는 치즈도 있어."

시판되고 있는 천연 치즈는 하루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다.
하루카는 귀를 쫑긋 세우며 기쁨을 표현하고 남자의 가슴에 볼을 비빈다.
약간 부은 눈을 보고 또 밤울음을 한 것을 알아차린다.
자실장일 때부터 고쳐지지 않은 조금 곤란한 증상이지만, 지금은 그것도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럽다.

"자, 위로 갈까.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아."

콕콕 끄덕이고 하루카는 남자의 손을 잡는다.
하루카가 지하실에서 나오는, 아주 잠깐... 남자가 잃어버린 가족과의 추억을 재현할 수 있는, 한정된 순간.
하루카의 손을 꼭 잡고 남자는 따뜻한 아침 식사가 차려진 부엌으로 서둘렀다.

"파파"

남자가 부엌에 들어간 순간 뒤편에서 이상한 속삭임이 들렸다.
뒤돌아본 시선 끝에, 여느 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하루카가 있다.
남자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고 하루카는 천천히 입술을 움직여 중얼거린다.

"파파..."

"하루카...?"

"파파, 파파!"

"........."

하루카가 처음으로 말하는 인간의 말이었다.
어디서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똑똑히 소리내어 말하고 있다.
진짜 하루카보단 약간 높고 깊이가 부족한 목소리.
하지만 그것은 확실히 남자를 부르는 '하루카의 소리'였다.
다소 위화감이 들었지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남자의 가슴 속에는 아주 뜨거운 것이 치밀어오르고 있었다.

"파파! 파파, 파파♪"

"하루카..."

당황한 남자를 부둥켜안고, 하루카는 다시 애정을 표현하며 볼을 내밀었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두 사람은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그날 저녁 남자는 저녁거리를 사러 역 앞 슈퍼마켓으로 발을 옮겼다.
남자의 얼굴은 무심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 하루종일 그런 식이었다.
머릿속에는 하루카의 목소리가 여러차례 반복된다.
휴대전화 대기화면도 이미 그녀의 사진으로 바뀌었다.
문득 유제품 코너 끝자락에 있는 천연 치즈 라벨에 눈길이 간다.
상품에 손을 뻗으려던 남자의 시야 끝에, 뜻밖의 것이 보였다.

"꽤나 즐거워보이네?"

귀에 거슬리는, 지금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터져나온다.

- - '놈'이다.

얼굴을 들지 않고 눈만 치켜떠서 보자, 뒤룩뒤룩 살찐 지방범벅인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다.
아무래도 억지로 웃음짓는 듯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섬뜩함을 부추긴다.
남자는 적당히 인사하고 떠나려 하지만 놈에게 손목을 잡힌다.

"설마 그거, 그 자실장에게 사줄거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약간 노기를 띤 목소리.
놈은, 분명히 남자의 태도에 화가 나 있다.
여기서 맞닥뜨린 것도 우연이 아니라 계속 따라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남자의 등골에 찬 것이 내려왔다.

억지로 손을 뿌리치고 "아냐"라고 대답하고, 남자는 되돌아보지도 않고 계산대로 향한다.
계산을 마치고 슈퍼마켓을 나오자 바로 눈앞에 놈이 히죽거리며 서 있었다.

"오늘, 죽이자"

"뭐라고?"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죽이면 될지도 모르고 있잖아.
그래, 당신이 실장 죽이는 거, 나한테 직접 보여줘."

남의 시선도 개의치않고 과격한 발언을 해대는 '놈'.
하아하아 숨을 헐떡이며 개처럼 바짝 혀를 빼문다.
심한 혐오감을 일으키는 그 태도에, 남자는 혀를 차며 "부탁인데, 나에게 직접 찾아오지 말아줘." 라고만 전한다.
하지만 그 말이 '놈'의 신경을 건드린다.

"장난치지마! 나랑 약속했잖아! 실장석을 죽이겠다고!!
당신! 어째서 약속을 깨는 거냐고! 그러면 내 지금까지 한 고생은 - - !!"

갑자기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남자는 허겁지겁 놈의 입을 틀어막고 역 옆이 어둑어둑한 골목에 뛰어들었다.
몇명이 의아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남자는 그것을 의식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입이 막혀서도 어린아이처럼 떠드는 놈을 겨우 인기척 없는 곳으로 데려간 남자는 옆구리에 강렬한 훅을 날렸다.

"욱 - - !!"

앞으로 숙여진 놈의 멱살을 움켜쥐고, 더욱 강력한 보디블로를 명치에 날렸다.
고함이 비명으로 바뀌자 남자는 놈을 난폭하게 들이받고 풀어주었다.

"남들 앞에서 쓸데없는 말 하지마."

".....으으...윽......!"

입가를 비틀며 치밀어오르는 토사물을 참는지 남자는 지독하게 겁먹은 눈으로 남자를 올려다본다.
실력 행사까지 당할 줄 몰랐던 건지, 아니면 손보이면 아주 얌전해지는 성격인지, 놈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한심한 얼굴로 남자를 올려다보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한대 더 때려줄까 했지만 올라간 발을 보고 반사적으로 웅크리는 놈을 보며 왠지 모르게 맥이 풀린다.
남자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놈을 그대로 두고 묵묵히 귀로에 올랐다.

수십초 뒤 등 뒤에서 겁에 질린 듯한 토하는 소리와 목소리가 들렸다.
모처럼의 기분을 망쳐버렸지만 집에 돌아와 하루카의 얼굴을 보자마자 남자는 아까 있었던 일을 순식간에 잊어버렸다.

"파파♪"

보훗! 소리를 내며 뛰어드는 하루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남자는 "다녀왔어" 속삭이며 즉시 상대해주었다.

"늦어서 미안. 배 안 고파?"

"파파!" 씰룩씰룩

"응, 참고 있었다고? 그거 훌륭하네. 곧 준비할게."

"응-♪"

끄덕끄덕하며 하루카는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하지만 갑자기 표정이 흐려졌다.
매우 불안한, 혹은 근심스러운 듯이 보인다.
남자는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의문이 생겼지만 굳이 묻지 않고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이상하게도 그동안 '놈'의 연락이나 접근이 일체 없다.
지난번 대면이 효과가 있었나, 남자는 생각했지만, 그걸론 안심되지 않는다.
그토록 집요하게 쫓아오는 사나이가 고작 이 정도로 포기할 것같지 않다.
남자는 최대한 경계심을 유지한 채 하루카와의 생활과 일에 매달렸다.

한편, 하루카는 남자와의 거리를 더욱 좁혀, 야간 한정이었지만 지하실에서 나와 있게 되었다.
남자가 외출하는 동안만큼은 여전히 갇혀 있지만 돌아온 뒤에는 줄곧 해방 상태다.
함께 식사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목욕을 하고, 취침한다.
이미 하루카의 취침장소는 지하실이 아닌 남자의 침대로 바뀌었다.
그것은 단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행위였지만, 두 사람에게는 매우 행복하고 소중한 스킨십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방 안에 암막 커튼을 쳐 빛이 바깥으로 새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하루카가 지하실에서 나와 있는 것은 야간이므로 확실히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지만, 실내의 불빛으로 그림자가 보여버린다.
남자는 원래 커튼에는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우연히 들킬 수도 있어 급히 백화점에서 대량 주문했다.

두 사람의 평화로운 생활이 계속되어 2주째가 되려고 할 때.
남자는 하루카가 이 집에 온 이후 전혀 햇빛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깨닳았다.
하루카는 건강했지만, 그 몸은 그렇게 건강해 보이진 않았다.
희고 거친 피부, 지나치게 마른 체격, 너무 희미한 머리색.
그 모습은 마치 인형같기도 했다.
충분한 영양과 운동을 제공하려 했지만 그래도 아직 극복해야할 조건이 많이 남았다.
적절히 외출을 시키고, 새로운 자극을 주어 스트레스를 풀거나 햇볕을 쬐며 건강한 대사를 되찾는 것이 지금 그녀에게 필요하다고, 그는 다양한 조사를 통해 이해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었다.
고민한 끝에 남자는 유급휴가를 내고 하루카를 데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는, 소위 촌스러운 온천 여관이 최고라 생각한 남자는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 최적인 곳을 골랐다.
고생 끝에 다음 주말, 인근 현의 한 산골에 위치한 마이너한 온천 여관에 숙비할 준비가 되었다.

"하루카. 다음주엔 아빠랑 온천에 가자."

"온천? 응?"

"엄청 따뜻하고 큰 목욕탕이 있는 곳이야. 거기선 하루카가 햇님 밑에서 맘껏 놀아도 괜찮아."

"와-♪ 파파! 파파♪"

"하하하, 그렇게 기뻐? 좋아좋아"

보고를 받은 하루카는 매우 기쁜 듯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볼을 비벼댄다.
체격에 비해 조금 가벼운 체중을 안은 남자는 할 수 있는 한 이 딸을 기쁘게 하겠다고 맘속으로 다짐한다.
어느덧 그는 죽은 딸과 아내에 대한 보상의 범위를 넘으려 하고 있었다.

그날 남자는 무릎 위에 하루카를 앉히고 함께 인터넷 화면을 보며 방문할 곳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야기라고는 해도 하루카는 단지 맞장구를 치거나 같은 단어를 반복할 뿐이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마우스를 움직이며 가슴에 기대 숨쉬는 하루카의 무게를 느끼는 남자의 머릿속에서 이제 놈의 존재는 완전히 없어졌다.

하지만 그 다음날, 남자는 곧 그의 존재를 생각하게 되었다.

◇◇◇

남자가 신변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서였다.
늘 그렇듯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현관을 나설 때 이웃집 부인과 마주쳤다.
동네에서도 유명한 실장석 애호가로, 오늘도 핑크색 옷을 몸에 걸친 큰 실장석을 데리고 걷고 있다.
이전처럼 실장석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지 않는 남자는 부인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아무 악의 없이 그저 평범하게 말을 걸었을 뿐이었지만, 왠지 부인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했다.

"- - 가자, 테레시코쨩!"

데스우-

노골적으로 혐오하는 표정을 지으며 부인은 잰걸음으로 남자 앞을 지나갔다.
그녀의 실장은 잠시 남자를 돌아봤지만, 곧 다시 돌아서 부인의 뒤를 따라간다.

"뭐야? 내가 뭘했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자는 평소처럼 역으로 걸어간다.
기분 탓인지 지나치는 사람들 중 몇몇이 의아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것같았다.
아까 부인처럼 - -
그날 밤 쇼핑을 마치고 돌아온 남자는 집 앞에서 무언가 이야기하는 여자들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이웃 부인처럼 모두 실장석을 기르는 사람들이다.
그 중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쳐 반사적으로 인사했지만 부인들은 마치 뭔가 꺼림칙한 것이라도 본 듯한 눈빛으로 노려본다.
오늘 아침에 만난 부인이 남자 앞에 서슴없이 다가온다.
그 이마에는 선명하게 핏줄이 솟아 있었고, 남자에게 혐오스러운 예감이 맹렬히 엄슴했다.

"당신, 우리 앙투아네트쨩을 어떻게 했어요?!"

"네?"

"시치미 떼지 말아요! 오늘 아침 당신도 만났잖아요! 우리집 실장석쨩을!"

"그건 알겠지만, 그 아이랑 제가 무슨 상관이..."

"뭐, 이런 파렴치한, 언제까지 얼버무리려고!!"

남자는 뭐가 뭔지 이해가 안 된다.
이윽고 부인들은 앙투아네트의 주인인 부인의 뒤로 다가가 뭐라 불평하기 시작한다.
일로 피로해 일일이 그런 일에 귀를 빌려줄 여유는 없었지만, 그녀들의 말 속에 '없어졌다' '죽였다'는 위험한 말이 들려, 딱 잘라 말했다.

"돌려줘! 우리 앙투아네트쨩을!"
"당신이 숨기는 거 다 알아요!"
"당신, 실장쨩을 괴롭히는 게 취미라면서요! 도대체 왜 그런 몹쓸짓을 하는거야?!"
"우리집 마르가리타쨩도 어제부터 없어졌어요! 당신이잖아?! 경찰 불러요!!"

남자는 여기까지 와서야 자신이 어떤 오해를 받고 있는지를 알았다.

"기다려주세요! 어떻게 제가 실장석따위를 - -"

순간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는데, 그것이 부인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역시 당신이었어! 용서할 수 없어~!"
"경찰, 경찰을 부르죠!!"
"우리 마리 셀레스트쨩은 절대로 당신 손에 잡히게 두지 않을 거예요!"
"부탁해요! 내 딸이나 마찬가지야~! 돌려줘, 돌려달라고!!:

"기다려!! 나는 그런 짓 안 해요! 누가 그런 바보 같은 말을 했어요!"

다가오는 부인들을 밀어낼 듯한 기세로 남자는 무심코 언성을 높인다.
하지만 흥분한 부인들의 귀에 그의 말이 들릴 리 없다.
입씨름을 하다보니 인근 주민들이 줄줄이 모인다.
잠시 후 누가 불렀는지 순찰차의 사이렌 불빛이 그들을 비추었다.

남자와 부인들의 말다툼은 달려온 경관에 의해 끊겼지만 남자는 꼼짝없이 간단한 심문을 받게 됐다.
이야기에 따르면, 괴한들이 "남자가 실장석을 유괴해 자택에서 심한 부상을 입히고 있는 것같다"는 소문을 흘리고 있었던 듯하지만, 그것과 연계되듯이 실제로 사육실장 몇마리가 행방 불명이었다.
게다가 그 중 한마리인 앙투아네트의 소지품이었던 파우치가 남자의 담 안쪽에 떨어져 있었다.
당연히 남자는 출근할 때 그런 건 못 보았다.
하지만 그의 알리바이 주장은 듣지도 않고, 기세에 쓸린 듯 경찰들도 부인들의 의견을 듣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가요, 당신?"

"할 리가 없잖아요. 도대체 왜 그런 걸."

"그럼 죄송하지만, 댁 안을 대충 보여주시겠습니까?"

"어?"

"아니, 가택 수사같은 게 아니라, 간단한 거니까 괜찮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쪽 분들도 납득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 그건 곤란합니다. 우리집도 사정이..."

"들어가 보는 건 우리 경찰들 뿐입니다. 우리가 설명하면 납득해주지 않겠어요?"

젊은 경관의 말에 남자는 그만 고개를 끄덕여버렸지만 황급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지하실에는 하루카가 있다.
가장 의심받을 지하실을 들여다봤을 때, 그 안에 소녀가 감금되어 있다는 오해를 받아버리면....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남자는 영문도 없이 경관의 말을 계속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

그날밤 남자는 하루카를 안고,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잤다.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해서가 아니라, 일부 짚이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그는 실장석을 학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잃은 가족의 한을 풀기 위해 실장석을 철저히 괴롭히려고 했으니.

하지만 이제 그 기분은 없다 - - 남자의 진짜 생각은 '다른 하루카'가 되어 여기에 있다.

억울한 마음에 몸이 떨리는 남자에게 하루카는 상냥한 표정을 짓는다.
두툼한 가슴팍을 작은 손으로 가볍게 문지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다.

"파파......파파"

하루카가 걱정되어 견딜 수 없다.
어느새 남자는 어떻게 하면 하루카를 계속 지킬 수 있을까,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따.
그것이 당초 자신의 맹세를 어기게 되는 것임도 잊어버리고.
그 후 며칠간 인근 주민들의 소요는 더 강해졌다.
특별히 무언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 경찰의 수색 요청을 거부한 것이 불신을 키웠다.
동네 사람들의 눈을 피해다니는 생활을 강요당한 남자는 좁게 움츠러드러야 하는 괴로움을 일과 하루카에게 봉사하는 것으로 벌충한다.
'놈'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그러던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어때 상태가?
슬슬, 그녀석을 때려죽이고 싶지 않나?"

놈의 말에 묘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다.
귀가 중에 전화를 받은 남자는, 그늘에 숨어 입을 손으로 가리고 주변에 목소리가 새지 않도록 주의하며 따진다.

"무슨 의미지?"

"당신, 완전 학대파라고 생각되고 있어.
어쨌든 집에서 남의 사육실장을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잖아.
뭐, 이제 망설일 이유가 없어졌잖아?
의심받고 있으니까 이제 와서 한마리 때려죽인다고 해도 대수야?
주변 사람들도 크게 신경 안 써."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 - "

"이봐, 적당히 좀 해!
나는, 당신이 실장을 죽이기 쉬워지도록 상을 차려준 거거든?
당신은, 이제 학대파라구!
학대파라면 실장석을 죽여도 주변에서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어때, 이거라면 이제 당신은 세상의 시선은 생각하지 않아도 돼."

남자는 무심결에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
놈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닳았다.
놈은 - - 완전 미치광이야!

다시 휴대전화를 줍고, 남자는 최대한 동요를 억누르며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

"이쪽도 사정이 있어. 앞으로 2,3일 더 기다려줘."

"어째서! 지금 당장 죽여"

"그건 안 돼."

"알겠어. 하지만 거짓보고 해봤자 소용없으니까!
실장을 죽이면 어떤 모습인지 난 잘 알아.
당신이 거짓말해도 금방 안다구."

휴대전화를 끄고, 남자는 평소의 귀로를 벗어난 방향으로 걷는다.
도중에 큰 마대를 구입해 가방에 넣고, 다시는 가기는 싫었던 곳으로 향한다.

행선지는 시립 '후타바공원' - - 아내와 딸이 사고사한 현장 근처에 있는 그 장소다.

◇◇◇

남자는 어둠이 깔린 공원 안에서 복숭아빛 형체를 찾았다.
놈이 말하던 '버려진 사육실장'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사육은 커녕 들실장조차도 거의 없었다.
마대를 한손에 들고 여러 차례 공원을 돈 남자는 곧 지쳐서 벤치에 앉았다.

놈의 소망을 이뤄주려면 실장석을 정말 죽여야만 한다.
그러나 하루카에게 손을 댈 수 없는 이상, 다른 개체를 찾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남자는 실장석의 생태에 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들생활 경험이 있는 실장석이 눈에 띄기 어려운 장소를 확보해 은신했을 가능성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곳은 학대파가 상세히 알고 있을 정도로 실장 학대의 메카이기도 했다.
그 가운데 연명하는 자들이 지혜를 짜내 사람 눈을 피하는 것은 당연했다.

부욱...... 땅!!

걋!!

고기를 찢는 듯한 소리와, 딱딱한 물건을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계속해서, 소리 없는 비명.
눈앞의 참상에 겁먹고 소리지르기도 전에, 두마리째의 배에 딱딱한 끝부분이 박혀 있다.
비명을 지르지 못하고 웅크리는 성체의 뒷통수에 빠루의 끝이 천천히 꽂힌다.
젊은 남자는 모르는 눈으로 보아도 실장 학대에 숙련돼보인다.

삼십분쯤 시간을 들여 두 마리를 죽인 젊은 남자는 빠루를 닦으며 남자에게 다가왔다.

"당신, 아까부터 뭘 보는거야. 뭐 불만이라도 있어?"

전혀 교양없는 태도에 남자는 일순 비웃을 뻔했다.
하지만, 어떤 것을 생각해내고, 일부러 서툴게 대응하기로 했다.

"- - 학대 초심자?
아아, 그래서 내 테크닉을 본 거구만."

"괜찮다면 조금만 가르쳐주겠어?
실장석을 어떻게 속이는지 몰라서 말야."

1만엔 지폐를 건네며 부탁하자, 젊은 남자는 재빨리 태도를 바꾸어 귀에 거슬리는 혀를 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콘페이토 등 먹이를 써서 뛰쳐나온 실장석의 뒷통수를 가볍게 때려 실신시킨 뒤, 넓은 곳으로 데려가 심하게 다루는 것이 젊은 남자의 방법이자 정통적인 것이라고 한다.
모습을 드러낸 현장이 아니라 굳이 넓은 곳에서 죽이는 것은 실장석의 무참한 모습을 잘 보기 위해, 그리고 주변의 실장석에게 공포를 심기 위함이라고 한다.
현명하게 모습을 감춰야 할 실장석은 머리를 뿌리면 경계를 풀고 튀어나와, 동족이 괴롭힘당하면 구경하러 달려간다.
학습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인지, 같은 과정을 곧바로 반복해도 또 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젊은 남자는 콘페이토 봉지를 꺼내 '당신도 한번 해보'라고 말한다.
시험삼아 한움큼을 쥐고 풀숲에 집어던지자 후드득거리는 소리를 듣고 데스데스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절믄 남자는 곧장 뛰어가 이번에는 실장석 세마리를 데리고 왔다.
하지만 모두 녹색옷을 입고 있고, 게다가 도저히 원사육실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들냄새가 배어 있다.
남자는 놈에게서 들은 '버려진 사육실장이 잘 보인다'는 이야기를 확인해보았다.

"엉? 사육실장을 여기 버리는 놈이 많긴 한데.
바로 들실장에게 붙잡혀서 잡아먹히고 죽는 게 보통이지.
지금은 즉시 보건소행이 정설인데, 당신 사육실장 잡으러 온 거야?"
그건 분명히, 누군가한테 속은 거라구."

◇◇◇

어깨를 늘어뜨린 채 귀가한 남자는 집에 와 이변을 깨달았다.
입구 문은 반쯤 열려 있고 방의 불빛은 모두 꺼져 있다.
서둘러 지하실로 내려갔더니 문이 열려 있었다.

딸의 이름을 외치며 실내에 뛰어들자 캄캄한 방 안쪽에서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는 하루카의 모습이 보였다.

"하루카, 괜찮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파, 파파아아..... 파파아아....."

어두컴컴해 잘 보이진 않지만 뭔가 매우 무서운 일을 당한 듯 끊임없이 떨고 있다.
울며 매달려 안기는 하루카를 진정시키려 남자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하지만 속으로는 격렬한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하루카가 남자의 품안을 도망치듯 빠져나간다.
휴대전화 진동에 놀란 듯하다.
화면에는 지금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이름이 있었다.

"어디에 숨겨논거야 - - 어이"

지금까지 듣지 못한 이상하게도 차가운 목소리다.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짐짓 상대편의 말을 기다렸다.

"집안을, 둘러보고 왔어.
그런데, 어디에도 실장이 없잖아!
대체 어디에 숨겨논 거야!
아니면 나에게 말도 없이 버리거나 죽인 거야?"

남자는 뭐라고 대꾸할까 생각했지만 무엇을 택해도 욕만 돌아올 것 같았다.
오로지 참으며 적당히 맞장구를 치는데, 놈의 목소리가 갑자기 늘 그렇듯 구질구질하고 야릇한 울림으로 바뀌었다.

"뭐, 지하실에 있더라, 당신 딸인가?
이상하네, 딸은 죽었을텐데."

심장이 두근대며 미친 듯이 고동친다.

"당신 딸과 아내분, 사고로 죽었지 않나?
실장을 치고 미끄러졌잖아.
그럼 거기 있는 닮은 분은 누구야?
가둬두다니, 왠지 수상한걸."

놈의 말에 미간이 꿈틀 반응한다.

"-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그 딸, 뭔가 여러가지로 알리기 싫은 녀석이겠지?
근처에 알려대면, 곤란하지 않겠어?"

"- -"

"빨리, 실장을 죽여.
내일, 이번에는 당신이 있을 때 갈게.
내가 보는 앞에서 죽여줘.
아, 이렇게 기다리게 했으니, 괜찮지?"

"- - 알겠다"

전화를 끊고 남자는 분노를 억누르며 하루카를 안았다.
지금은 어쨌든 조금이라도 그녀의 공포를 없애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지하실을 나와 목욕과 옷을 준비하려던 찰나, 남자는 하루카에게 일어난 더 심각한 사태를 겨우 깨달았다.
하루카의 옷은 너덜너덜하게 찢기고, 게다가 그 아래 피부에는 얕은 상처와 물린 자국, 얇게 베인 흔적이 무수히 나 있었다.
게다가 얼굴도 맞은 듯 벌겋게 부어올랐다.
바닥에 흐르는 핏자국이 발 사이에서 떨어지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남자의 참을성은 임계점을 넘었다.



"이자식.... 그새끼가!!"


남자가 아까 지하실에서 다짐한 결의는 여기서 확실히 굳어졌다.
'놈'을 죽인다 - - !!


분노로 몸이 떨리는 남자에게 하루카는 등을 껴안았다.
그 얼굴은 어째선지 만면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왜, 웃는 거야?"

"파-....파.....♪"

"어째서.... 왜?"

"파-파......"

"도대체 왜, 웃는 거야!
넌 맞은 거라구, 혼쭐이 났다고!
게다가.... 당했다고?!
알기나 하는거야?!"

"파-.....파...."

"하루카, 너는 - - !!"

거기서, 남자의 성난 목소리가 멈춘다.
남자는 하루카의 웃는 얼굴의 뜻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하루카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애써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다, 이전에도 이와 똑같은 일이 있었다.
그때도 하루카는 공포를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눈에 가득 눈물을 담으면서도.
어깨와 손,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그럼에도, 웃는 얼굴을 절대 풀지 않았다.

남자의 가슴에 그때의 죄악감이 되살아난다.

"파파.... 파파, 파파!!"

하루카가 거듭 강하게 끌어안는다.
남자는 더이상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루카.... 하루카!!"

"파파!! 파파!! 우우, 우아아아아앙!!"

"용서해줘, 하루카! 나는, 또 너를....!!"

또 딸을 지키지 못한 분함과 안타까움이 가슴 속에 소용돌이친다.
모든 감정이 뒤섞여 남자는 눈물을 참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가슴 속에 품은 하루카의 온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남자는 자신의 침대에 하루카를 불러 함께 잠을 잤다.
마지막에는, 진짜 하루카와 함께 잠을 잔 것은 언제였을까 - -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니, 진짜 딸이란 - - 딸이란,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존재란, 무엇일까?

졸음 속에서, 남자의 마음은 큰 당혹감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

그날 회사를 쉰 남자는 하루카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른 아침부터 지하실에 감금했다.
가두었다고는 하지만 열쇠를 놈에게 도난당했기 때문에 자물쇠를 잠가봐야 소용없다.
하루카는 남자의 의도를 이해했는지, 아니면 심상치 않은 상황을 이해했는지 순순히 남자의 말을 따랐다.
마치 최후의 만찬같은 답답한 분위기로 아침을 해결하고, 남자는 지하실에 점심식사를 준비해둔다.
이후엔 '놈'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내일 온다고만 말했으니 놈은 이쪽 사정은 상관없이 올 것이다.
품 속에는, 만일의 경우에 결정적 수단이 될 물건을 숨기고.

지하실 문에 기대 남자는 하루카에게 모든 사정을 설명했다.
자신의 아내와 딸의 죽음, 그리고 하루카를 얻은 본래의 이유.
놈의 일, 하루카를 원인으로 놈과 다투고 있는 것.
그 후, 기분이 변한 것, 게다가 지금은 하루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남자가 하루카를 죽이려고 했다는 고백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하루카는 그 사실까지도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 - - 그런 확신이 있었다.

문 너머로 대답은 없었지만 그래도 남자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이게 끝나면, 정말 둘이서 온천에 가자.
그러니까 - -"

"......"

"그래서 나는 확실히 결착을 지을 거야.
내가.... 초래한 일이니까."

"......"

"이번에야말로, 나는 너를.... 지켜보이겠어."
길고 긴 시간이 조금씩 지나간다.

오후 6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현관문이 거칠게 덜커덕거린다.
놈이 왔다 - -
남자는 필사적으로 심장 고동을 억누르고 평온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손잡이가 철컥거리는 소리와 요란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쿵쿵대는 소리, 의미불명의 고함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무렵 남자는 자물쇠를 열었다.

거기에는 계절에 맞지 않는 두꺼운 코트를 걸친 '놈'이, 큰 자루를 어깨에 걸쳐매고 있었다.

"빨리 열어, 뭐하는 거야"

"미안, 들어와"

"드디어, 그녀석을 죽이는 거군, 두근두근거려."

열쇠를 잠그고, 놈을 지하실로 이끌면서 남자는 조용히 묻는다.

"근데,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뭐?"

"왜, 그걸 건드렸는지."

"하하, 내가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했냐?
그녀석이 그 자실장이잖아?"

"어떻게 알았지?"

"알아봤지. 엉망진창 놀랐지만 말야!
눈색이 다르고! 실장 귀도 있고, 울음소리가 영락없이 실장이잖아!
뭐야, 그러면 그러다고 처음부터 말하지.
그렇게 돼버리면, 죽이고 나서 괴로워지잖아."

"어째서 어제 집에서 끝내지 않았지?"

"확증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 확실히 알 수 있었다구!
이제 사양하지 않겠어.... 헤헤헤, 인화한 실장을 때려죽일 수 있다니,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기적이야.
아참♪
아아, 움찔움찔거린다.... 발기한다.
음, 죽이기 전에 한번 더 그놈을 범하게 해줘, 부탁이야."

놈은 나쁜 짓을 했다는 자각이 전혀 없는 태도로, 진심으로 기뻐한다.
치밀어오르는 살의를 필사적으로 참고 참으며 남자는 재차 물었다.
품속에 감춘 '결정타'의 존재를 손으로 확인하면서.

"좀더 말해주지 않겠나"

"어이, 적당히 좀 해.
어서 그놈을 죽이게 해줘."

"어떻게, 내 아내와 딸의 사고 원인이 실장석을 치고 미끄러진 거라는 걸 알았지?"

"...."

드디어 확신에 다가선다.
남자는 어젯밤의 전화통화를 떠올린다.

"아내와 딸의 사고는 분명 뉴스에도 보도됐어.
하지만 보도된 사고 원인은 트럭과의 정면 추돌이야.
미끄러졌다는 것도, 실장석이 깔렸다는 것도 나만이 경찰에게 전해들은 사실이다.
보도가 안 됐으니 다른 사람이 알 수 있을 리 없어."

"......"

"하나 더.
그 공원에 사육실장이 잘 버려진다는 말도 거짓말이야."

"......"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지?
너는 대체 무슨 죄로 집행 유예 중인 거지?"


"기다려, 그런 말보다 놈을 죽이는게 먼저야"

"질문에 대답해주실까?"

"시끄러-워. 그런 게 대체 무슨 소용이라고.
이미 죽은 놈들 일 따위, 상관없잖아."

놈의 한마디가, 남자의 살의의 스위치를 덜컥 올렸다.
무의식적으로 때려눕히고 싶었지만 남자는 필사적으로 충동을 참았다.
태어나서 이만큼 절제한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남자는 온힘을 다해 버텨냈다.
지금 손을 쓸 수 없는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지하실에 있는 건가, 열겠어."

놈은 익숙한 솜씨로 지하실 문에 손을 댄다.
하지만 한순간의 틈을 타, 남자가 먼저 안으로 들어간다.
지하실 안에는 전에 놈이 떠맡긴 빠루가 놓여 있다.
그것이 있으면 비록 상처없이 나가지 못한다 해도, 놈이 하루카에게 손을 대는 일 없이 몰아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앗, 기다려!"

선수를 뺏긴 놈이 황급히 실내로 뛰어든다.
하지만 - -

남자는 빠루를 들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놈도 다음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눈 앞에 펼쳐진 실내의 이변에 시선을 빼앗겨 경직되고 말았다.

그곳엔 거대한 '고치'가 있었다.
하얗고, 크고, 격렬하게 진동을 반복하며, 주위와 무수한 실다발로 연결되어 있었다.
두근, 두근하고 맥동하는 측면에 무엇인가가 감겨 있었다.
그것이 오늘 아침까지 하루카가 입고 있던 옷이라고 깨닫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건..... 뭐지?
설마 - - "

"이게 실장고치냐, 처음 봤다......
근데, 뭐야? 그 딸은 어딨어?"

하루카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거대한 고치는 하루카가 화한 모습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하루카는 이미 한번 고치를 거쳐 인화를 했을 터.
다시 한번 고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루카, 하루카아앗!"

"끝내준다, 실장고치를 학대하는 것도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경험이잖아!!
이번 일은 이것으로....!"

그렇게 외치며 놈은 주머니에서 자기 빠루를 꺼내 실장고치로 날아올랐다.
순간 반응이 늦어진 남자는 놈의 일격을 저지할 수 없었다.
거세게 휘두른 빠루의 끝이 고치 측면에 박혀 찢어진다.
동시에 안에서 대량의 점액이 분출한다.

"우와아아아앗?!"

그것은 갈색도, 회색도, 녹색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상한 빛깔의 액채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내장 같은 것이나 모발까지 섞여 있었다.
그리고 하루카가 입고 있던 속옷까지......
의미를 이해한 남자는 부랴부랴 고치려 했다.

"하루카, 하루카아앗!!"

"너, 역시 애호에 눈떠버린거냐!!
죽여버려! 실장을!!'

"이자식, 그만해!
얼마나 우리를 괴롭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거냐!"

"시끄러! 나도, 너네 집 차에 흙탕물이 튀겼다고!
피차일반 아닌가!!"

남자의 미간이 꿈틀댄다.
자연히 그 시선은 놈을 노려본다.

"그...렇다면?!"

"그러니까 좀 위협을 시켜줬더니만!!
사고는, 네 와이프가 운전을 못해서 벌어졌을 뿐이야!
내 잘못이 아니라고!"

"역시, 네놈이.....!!"

"내가 아냐, 도로 한가운데로 달려간 실장석이 잘못이야!
그러니까, 실장석을 죽여버리면 당신도 복수를 하는 거잖아?
내말이 틀린 게 없잖아!"

"이자식.. 용서하지 않겠어, 절대로 - - !!"

드디어 한계에 다다라 놈을 때려눕히려고 한다.
하지만 그때,

치이-

라는 작은 울음소리가 두사람의 발 아래에서 들렸다.
두꺼운 점액에 싸인 작은 벌거벗은 자실장이 괴로운 듯 신음하고 있었다.
그 몸은 반이 붕괴했고 피부가 없어 새빨간 근육조직과 내장 일부가 노출돼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점액의 소용돌이를 탈출하려고 열심히 버둥대고 있었다.

테칫-

힘겹게 점액으로부터 얼굴을 내민 자실장은 겨우 뚜렷한 울음소리를 냈다.

남자와 자실장의 눈이 한순간 마주친다.
자실장은 만면에 웃는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그것은 그로테스크할지라도 매우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그것이 남자와 '하루카였던 것'이 공유한 마지막 시간이었다.

"있다아아아아앗!!"

부웅........!!


자실장의 웃는 얼굴은, 놈이 힘껏 내려친 빠루에 의해서 순식간에 없어졌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자실장은 완전히 납작한 고기덩어리가 되어, 점액과 섞여 흘렀다.

"하루카아아아아아아!!!
우오오오오오오오오!!"


놈의 얼굴에 강렬한 오른손 훅이 작렬한다.
남자는 즉각 마운트 포지션을 잡고 두팔로 쉴새없이 얼굴을 후려쳤다.
놈의 비명도, 애걸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우욱....웩! 그만....!!"

"으갸아아아아아아!!!"

폭발하는 살의.
남자는 완전히 끊어져 있었다.
아니 끊어지지 않은 게 이상하겠다.
남자는 놈을 정말로 때려죽일 생각이었다.
여기서 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원한이 풀릴까!!
아내를, 딸을, 그리고 또다른 딸을 죽이고, 남자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간 '놈'.
주먹에 피가 배고 뼈가 아프지만 그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마구잡이로 얼굴을 내려쳤다.
처음 계획했던 것을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뭐하는거야! 그만둬!!"

돌연히 들은 기억 없는 목소리가 실내에 울린다.
동시에 강한 힘으로 떼어낸다.
경찰관들이 지하실에 뛰어들었다.
놈이 집에 들어오기 전 거동이 수상하다고 여긴 이웃이 신고했던 것이다.
처참한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경관들은 난폭해진 남자를 붙잡고, 얻어맞은 놈을 간호했다.
얼굴을 심하게 구타당해 코가 부러지고 대량으로 피를 흘리면서, 놈은 경관에게 매달려 "도와줘요" 울고 있었다.

거기서부터는 기억이 없다.
남자는 경관에게 결박당한 채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어라, 이양반.... 이게 뭐야?"

"마이크다, 옷자락에 마이크가 붙어 있어 - - 보이스레코더인가 이거?"

사라져가는 의식 속에서, 경관들의 중얼거림이 들린 듯한 기분이었다.

◇◇◇

그리고 - -

남자는 놈에 대한 과도한 폭행치상 및 상해죄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남자의 친족이 놈의 유쾌범·고의범적 행동으로 사망한 것, 또 그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는 것, 죄에 대해 뉘우치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보이스레코더에 녹음된 대화로 입증됐다.
또한 대화내용에 따라 놈이 남자에게 실장석 학대를 강요했던 사실도 드러났고, 남자의 자택 내에서 실장석을 살해한 사실도 인정돼 명확한 계획성이 있다고 보아 정신장애 인정도 되지 않았고,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다고 알려졌다.
놈은 이전에도 같은 수법으로 타인이 사고에 말려들 위험이 있는 과격한 실장학대를 한 죄로 체포된 바 있어 그 집행유예 기간중에 재차 학대(범죄)행위를 실행했다고 하여, 한층 더 중벌이 가해지게 되었다.

남자는 보이스레코더의 내용 때문에 실장 학대를 실제로 했다고 인정되지 않아, 참은 결과가 어느 정도 결실을 맺게 되었다.
또 놈에 대한 폭행치상·상해도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어 당초 예상보다는 많이 감형되었다.
지하실의 점액과 내장·육편에 대해서도, 당초에는 사체 유기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었지만, 이후의 조사에서 인간의 사체가 아닌 실장석의 것이라고 판명되었다.
또 이 사건은 작년 초의 사건에 이은, 귀중한 실장석의 고치화 사례로 여겨졌다.

하지만, '하루카'가 살해당한 건 자체에 대해서는, 단순한 기물 파손죄로밖에 다뤄지지 않았다.
'놈'은 가목에 갇혔고, '남자'에게는 - - 잠시 공백 뒤 평온한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남자는 꾀죄죄한 탁구공을 손에 들고 있었다.
조금 움푹 들어간, 하루카가 소중히 여기던 장난감.
사건의 파도는 이미 지나갔고 과거의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지만, 남자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여전히 차갑다.
하던 일도 그만두고, 지하실도 폐쇄했지만, 그런데도 남자는 그 집을 떠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니, 평생을 떠날 수 없으리라고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남자는 어째서 하루카가 다시 고치를 지어 자실장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했는지 최근에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하루카는, 전부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실장석인 자신이 왜 남자의 미움을 받고 있었는지를..... 그래서 남자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 위로하고 싶었다.
남자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남자의 불안과 증오심을 떨치기 위해.
그런 만큼 그녀는 줄곧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괴로워도, 아무리 호되게 당해도, 웃는 얼굴을 풀 수 없었다.
그러면 언젠가는 남자의 마음이 위로받을 것이라 믿었기에.

그렇기에 놈이 범했을 때도 미소를 짓고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남자가 품은 놈에 대한 증오를 지우기 위해.
아픔도, 공포도, 고통도, 모든 것과 바꾸어가며 계속 웃은 것이다.

하지만 하루카는 실장석으로 되돌아가버렸다.
사람이 되어 행복을 얻었을텐데, 다시 실장석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루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존재가 남자에게 재앙을 안겨준다는 것을.
아무리 웃는 얼굴을 보더라도, 그것은 남자의 마음만을 위로할 뿐, 그에게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딸의 모습이 되고도 여전히 자신이 남자를 슬프게 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렇기 때문에, 하루카로 있는 것을 그만둔 것일까 - -

그렇지 않았다면 그때 남자에게 웃어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카는 두번이나 기적을 일으켰다.
남자를 지키기 위해서.

본래 지켜야 할 상대에게 반대로 지켜지고 있었다 - -
그 작은 자실장에게.

남자의 손 안에는 더러워진 탁구공이 있었다.

방 구석에 놓인 사진 속에는 미소를 짓는 하루카의 모습이 있었다.
그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손 안에 남겨진 몇 안되는 물건이, 증오의 대상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사진 액자 옆에 탁구옹을 놓고 다정한 미소를 띄운다.

"다녀올게, 하루카"

그렇게 중얼거리고 남자는 차키를 움켜쥐었다.











풍선 레치레치

 

거리를 기웃기웃 거리는 한 남자.
그 사이에 남자의 발길은 공원에 닿았다.
공원 안에는 실장석 마을이 있었다.
한 무더기나 되는 구질구질한 골판지 상자가 많이도 늘어져 있었다.
상자 대부분이 비어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먹이를 찾으러 나갔나보다.
남아있는 것은 자실장 뿐. 데려가기도 불안해보이는 작은 것들이다.
출입구로 쓰이는 박스 날개에 가려질 정도로 몸을 낮추고, 남자는 엿보고 있다.
남자는 짝-짝- 껌을 씹으면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자, 착한 아이는 먹이를 주마.」

껌을 던져주자, 박스 날개가 젖혀질 정도로 쏜살같이 뛰어온다.
껌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손 안의 물건과 남자를 번갈아 바라본다.
남자는 껌으로 풍선을 만들었고, 자실장은 신기해서 눈이 초롱초롱 해진다.

「레치레치, 레치」
「뭐라는지 모르겠구먼」
「레츄웅~ 레치」

조그만 자실장은 무거워보이는 머리로 꾸벅, 인사한 후 아장아장 둥지로 돌아갔다.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정도로 무방비하진 않은 모양이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고 자리를 떴다.
남자는 실장석이라는 것에 관심도 없고, 껌을 준 것도 단순한 변덕이었다.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을 뿐.


작은 자실장은 집 안에서 껌을 부둥켜안고, 달콤한 향을 음미하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마마랑 오네챠타치는 먹을 것을 찾느라 고생 중일 거다.
그런 가족을 남겨두고 인간의 조공을 독차지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자실장은 작은 머리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공복에서 오는 배고픔에 주르륵 침이 흐른다.
태어나서 한 번도 만족해본적 없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자실장은 사랑스럽게 껌을 어루만졌다.
음식의 분배는 몸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인간에게서 받은 이 껌도 예외 없을 것이다.
자실장은 생각한다.
자실장은 껍질을 벗겨, 할짝 하고 핥았다.
무심코 환호성을 지를 정도였다.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달콤함이었다.
더는 참지 못하고, 자실장은 게걸스럽게 할짝할짝 껌을 핥았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다 먹어치워버린 뒤였다.

「레.....」

배의 만족감과 가슴의 죄책감이 자실장을 덮쳐왔다.
한동안 달달함이 남아있는 입가를 핥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꿈속에서 자실장은 껌으로 만든 성에서 살고, 가족은 밖에서 굶고 있었다.
자실장은 창문으로 홀쭉해진 가족을 내려다보며 테프프 하고 쪼갰다.

작은 자실장이 일어났을 땐, 골판지 상자 안이 가족들로 가득 차 있었다.

「데스, 데스데스우」
「테치테치, 테츄웅」
「텟치테치, 텟츄우」

싱긋거리며 담소를 나누는 가족의 얼굴을 보고, 자실장은 눈을 피했다.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기에, 더러운 골판지 하우스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현실이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실장이 눈을 뜬 것을 깨달은 오네챠가 오늘의 수확물을 자랑스럽게 가리켰다.
그곳엔 아직 살이 잔뜩 남은 생선뼈와 사과 심지가 있었다.
들실장의 식사치고는 상당한 진수성찬이다.
가족들은 막내 자실장이 깨어날 때까지 쭉 기다리고 있던 것 같다.

「레치....」

음식을 앞에 두고도, 작은 자실장은 감흥이 없었다.
막 일어나서 공복인 건 사실이었으나, 그 배는 다시 껌으로 채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단 하나의 껌으로, 자실장은 인공조미료에 중독되버린 것이다.
자실장의 상태가 이상했기에 가족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쨌든 음식 분배는 끝났고, 식사시간이다.
친도 자매도 희희낙락 했지만 자실장만은 우적우적, 그야말로 따분하다는 듯이 먹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져 상온에 노출된 생선과 사과는 당연히 썩어있었고, 신맛과 구린내가 심했다.
사육실장이라면 모를까, 들실장의 입에는 어느 것도 불쾌한 것이 아니다.
허나, 사치를 알게 된 자실장은 견디기 힘들다.
가족 앞이라 입에 우겨넣고는 있지만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은 기분이다.
끈적한 혀의 감촉도, 혀를 박히는 신맛도, 코를 찌르는 악취도, 모두 껌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입에서 코로 통하는 시원함은 물론, 걸쭉한 식감도 없고, 무엇보다 단맛이 없다.
자실장은 얼른 잠들어 껌의 성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랐다.

자실장은 불편함에 잠을 깼다.
배가 불룩 부풀어올라 임산부처럼 되어있었다.
자실장은 과식한 탓에 똥이 쌓여있다고 생각했다.
빨리 밖에서 싸고 오지 않으면, 자다가 운치를 지려버릴 것이다.
그러면 마마한테 심하게 야단 맞을 것이다. 자실장은 골판지 하우스에서 서둘러 뛰쳐나왔다.
밖에 설치된 공공 화장실은 얕은 구덩이었다.
자실장은 구덩이 끝에서 엉덩이를 까고 힘을 주었다.
배는 이렇게 부풀었는데, 이상하게도 운치는 한 조각도 나오지 않앗다.
자실장의 고개가 갸우뚱한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다시 한 번 끙-아.
그러자 배 안에 있던 것이 역류해, 가슴과 목구멍에 차올랐다.
우웩 하고 토해낸 것은 껌의 막으로 된 녹색 풍선이었다.
벌어진 입 때문에 고개를 젖히자, 배는 줄어들고 풍선은 부풀었다.
그러면서 자실장의 발이 땅에서 떨어져, 공중으로 떠오른다.
신기하게도 껌을 먹은 자실장의 상쾌한 숨결은, 공기보다 무게가 가벼웠나보다.
풍선이 커지면서 자실장의 고도도 상승한다.
바람에 실려 어딘가로 날아간다.
자실장은 이상한 꿈이구나 하고 생각하곤, 떠다니는 느낌이 좋았는지 다시 졸기 시작했다.

남자가 거리를 기웃기웃 거릴 때, 이상한 물건을 보았다.
그것은 자실장 건어물이었다. 나뭇가지에 걸려, 바람에 흔들흔들 거리고 있었다.
그 입에서 삐져나온 것은 말라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껌이었다.
남자가 그것이 자실장의 시체인지 알 리가 없고, 하물며 자신의 변덕이 낳은 결과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고 발을 뗀다.
순간 바람이 불어 왔고, 자실장 건어물은 매달린 가지에서 떨어졌다.
마치 낙엽이 춤을 추듯, 정처없는 하늘을 날아가고 있다.






동면과 봄

 

가을도 끝나고 날이면 날마다 추위가 심해지는 계절, 산간에 있는 니지마을에는 실장석이 동면을 위해서 각자 손에 든 비닐봉지에 도토리와 마른 낙엽을 채워서 집에 가져가고 다시 주우러 나오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니지마을의 겨울은 무척이나 춥고 눈이 쌓이게 되므로 여기에 사는 들실장석들은 다른 지역의 실장석들과 달리 겨울 동안에는 둥지에 틀어박혀 봄이 찾아올때까지 잠드는 습성이 있다.

그러므로 여름이 끝날 부렵부터 여기저기에서 지금 있는 둥지를 개량해서 겨울을 대비하는 놈, 지금의 둥지와는 다른 동면용 둥지를 만드는 놈 등, 각각 자신의 어미에게서 물려받은 방법으로 동면의 준비를 한다. 평소의 둥지로는 겨울을 넘길수가 없기 때문이다. 동면의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 실장석도 있지만, 이런 실장석은 겨울과 함께 신속하게 저세상으로 떠나간다. 그런 실장석을 제외한 다른 실장석들은 동면을 위해 라스트스퍼트를 달리고있다.



공원 옆에서 사람도 실장석도 별로 들어오지 않는 장소에서, 한 마리의 실장석이 지금까지 쓰고있던 골판지하우스를 접어서 덤불 안에 밀어넣는다. 이 실장석은 동면용으로 다른 둥지를 만들었기에 지금까지 쓰던 골판지하우스는 봄이 될때까지 다른 실장석이 가져가지 않도록 숨기는 것이다.

「마마ー 겨울의 집 근처에서 먹을수 있는 것을 잔뜩 주은테치ー」

「와타치도 잔뜩 주은테츄ー」

친실장이 골판지를 숨겼을 때, 이 실장석의 새끼인듯 한 두 마리의 자실장이 먹을것으로 차있는 작은 비닐봉지를 가지고 친실장에게 뛰어온다.

「오마에들, 마마가 돌아올때까지 겨울집 안에서 얌전히 기다리라고 말했던데스ー 혹시 동족이나 닝겐에게 들키면 큰일나는데스」

「마마 미안한테치. 주위에 닝겐도 다른 실장석도 없길래 괜찮다고 생각한테치」

「마마, 오네챠한테 화내지마는테츄. 와타치가 마마가 없는 동안 먹을것을 찾아서 마마를 돕자고 오네챠한테 제안한테츄. 그러니까 오네챠한테 화내지마는테츄」

「오마에들이 조금이라도 마마를 돕고싶어 하는 마음은 기쁜데스. 그래도 다음부터는 마마가 없는 동안에는 집에서 얌전히 있는데스. 오마에들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마마는 무척 슬픈데스」

친실장에게 질책을 받아 어께를 늘어뜨리고 풀죽어있는 두 마리의 자실장을 친실장이 꼬옥 안아주고, 먹이찾기로 더러워진 두 마리의 얼굴을 옷 소매로 닦아준 후 두 마리의 손을 잡고 동면용 둥지로 걸어간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많은 버섯이 대체 어디에 있었던데스?」

공원의 깊은 곳. 약간 높은 언덕의 경사면에 동족과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여름이 끝날때부터 고생해서 판 동면용 옆구멍식 동굴의 둥지 앞에서 친실장은 자실장들의 봉지 안에 잔뜩 들어있는 버섯을 꺼내며, 출처를 물어본다.

「겨울집 근처의 숲 안에 잔뜩 자라고있었던테치」

「아직도 잔뜩 있는테츄. 그래도 봉지에는 이 이상 들어가지 않았던테츄」

「데뎃! 그거 대단한데스! 이 버섯과 아침에 주은 밥을 먹고나서 얼른 버섯을 따러 가는데스!」

친실장가족은 자실장들이 주은 버섯과 친실장이 아침에 주은 음식물쓰레기를 먹은 후에 자실장들이 버섯을 찾았다는 숲으로 가보기로 했다.

먹이를 다 먹은 친실장가족이 자실장이 말한 버섯이 자라는 숲 안으로 들어가자, 숲의 한 장소에 수많은 버섯이 자라고있었다.

「대단한데스! 버섯이 잔뜩 있는데스! 게다가 동족도 여기까지는 오지않는것 같으니까, 와타시들끼리 마음대로 먹을수있는데스! 이런 멋진 장소를 발견하다니 역시 와타시의 자들인데스. 마마는 기쁜데스」

「마마한테 칭찬들어서 기쁜테츄ー♪」

「마마 빨리 같이 버섯 먹는테치. 와타치 못참겠는테치」

「그렇게하는데스. 그래도 일단 동족이나 닝겐이 올지도 모르니까 마마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지면 안되는데스. 그러면 겨울을 대비해서 배가 터질때까지 먹는데스ー」

일단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말라고 당부를 한 뒤, 친실장가족은 눈 닿는 대로 버섯을 먹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동면을 하기때문에 배부르게 먹어서 지방과 영양을 비축하지 않으면 안되는것이다. 친실장가족은 버섯을 뽑아먹고 또 뽑아먹으면서 위장에 채워간다.

친실장이 오랫만에 잔뜩 먹은 버섯에 만족하면서 자실장들을 바라보자, 자실장들은 버섯을 먹으면서 버섯의 감촉이 재미있는지 다른 버섯에 뛰어들어 팔짝팔짝 뛰면서 놀고있다. 친실장은 그런일에 체력을 쓰지말라고 자실장들을 질책한다. 하지만 그 표정은 웃는 얼굴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떠들면서 놀게 해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떠들면 동족이나 인간에게 발견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라면 조금은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어쩌면 동면에 실패해서 온가족이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살아있는동안 잔뜩 놀게 해주고싶었다.

버섯을 먹던 친실장가족은 해가 넘어가는 저녁무렵이 되자 동면용 둥지로 돌아갔다.

「후우… 이제 출입구의 문을 막으면 겨울잠 준비 완료인데스」

옆구멍식 동굴 둥지 안에서 친실장은 크게 한숨을 쉬면서 둥지 안을 둘러보고 동면의 준비가 만전임을 확인한다.

동면용 동굴 안은 성체실장이 서있을 정도의 높이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깊은 길이와 폭이 있기에 성체실장 한 마리와 자실장 두 마리가 누워서 겨울을 보내기에는 충분한 환경이었다. 동굴 안에는 마른 낙엽이 채워져있으므로 보온도 완벽하고, 도토리의 비축도 충분히 있으니까 혹시 동면 도중에 깨어버린다해도 괜찮다. 봄이 되면 처음으로 먹을 분량도 따로 확보해두었다. 봄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먹을 양이 확보되지 않은 채 밖으로 먹이를 구하러 나가면, 동면으로 체력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동족에게 습격당해도 물리치지못한다. 모처럼 겨울을 넘겼는데 동족의 위장에 들어가버리는 사태가 생긴다.

다시 한번 마지막 확인을 하고 괜찮다고 판단한 친실장은 둥지의 출입구멍을 마른가지로 위장하고 동굴안에서 출입구를 반정도 막는다. 작업을 끝내자 졸음이 쏟아지기에 친실장은 느릿한 동작으로 손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마른잎 위에서 잠들어있는 자실장들에게 돌아가 누웠다.

「테치ー……테치ー……」

「배부른테츄ー……」

「오마에들 잘 자는데스. 다음에 눈을 뜰 때에는 따뜻한 봄이 되어있는데스………」

잠꼬대와 숨소리를 내고있는 자실장들을 쓰다듬고 친실장도 잠이 들었다. 기나긴 겨울을 자면서 지내는 것이다. 눈을 뜨면 봄이길, 부디 동면이 성공하기를 빌면서.

그 날 밤, 니지마을에 눈이 내리며 본격적으로 겨울이 찾아왔다.





쌓인 눈도 녹아서 거의 보이지 않게된 니지마을. 지면에는 새싹이 돋아나 봄이 왔음을 알린다. 사람도 동물도 손꼽아 기다려온 봄이 온 것이다.

동면하느라 겨울동안 보이지않던 실장석들의 모습도 봄의 도래와 함께 눈을 떴는지, 공원과 마을 구석에서 여기저기 보이게 되었다. 그 모습은 비쩍 말라있어 동면의 가혹함을 웅변하고있다.


「후아아아아아…… 눈이 떠진데스…… 봄이 온데스?」

동굴에서 동면하던 친실장이 따뜻한 공기에 눈을 뜨고, 겨울동안 계속 누워있어 굳어진 몸을 기지개편다. 눈을 부비면서 출입구까지 기어가서 틈을 통해 밖의 상황을 살핀다. 틈에서 보이는 주위광경은 신록으로 덮여있어 봄이 왔음을 말하고있다.

「봄인데슷! 와타시들 가족은 무사히 겨울을 넘긴데슷!!!」

무사히 겨울잠을 성공한 것에 신이 났는지, 친실장은 습한 동굴안의 공기를 환기하기 위해 출입구를 반정도 막아둔 흙과 마른가지를 치웠다. 동굴 안에 신선한 공기와 햇살이 스며든다.

「자아, 오마에들 일어나는데스. 따뜻한 봄인데스ー」

봄이 와서 기쁜 친실장은 아직도 자고있는 자실장들을 깨우려고 다가가서, 말을 걸며 자실장들의 몸을 흔들었다. 거기에는 자실장들의 사체가 누워있었다.

「뎃데갸아아아앗!! 뭐, 뭐인데슷!? 어째서 와타시들의 자들에게 버섯이 자라있는데슷!?」

친실장이 목격한 것은, 눈과 코, 입, 귀, 총배설구라는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길쭉하게 자라있는 버섯과 버섯에 양분이 빨렸는지 비쩍 말라있는 자실장 본체의 모습이었다.

동면하기 전에 잔뜩 있었던 버섯을 자실장들은 제대로 씹지도 않고 먹었고, 뒹굴며놀았고, 똥도 싸지않고 그대로 동면에 들어갔기에 몸 안과 옷에 남은 버섯균이 이 습한 동굴안에서 자실장을 배지로 성장한 것이다. 친실장에게 버섯이 자라지 않은것은 뒹굴지 않았다는 것도 있지만 소화력도 강했기에 균이 소화되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런 것을 알 도리가 없는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안아 일으키려고 필사적으로 말을 걸면서, 몸에서 난 버섯을 뽑아낸다.

「오마에들 어째서 버섯이 자라는데스? 봄이 온데스. 와타시들은 겨울을 견뎌낸데스! 버섯따위에게 지면 안되는데스! 마마가 오마에들을 살려내주는데스!」

「텟…텟…」

「…………」

친실장이 큰 소리를 지르면서 자실장들에게 자란 버섯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뽑아낸다. 자실장의 몸에서 자란 것이기에 단번에 뽑으면 자실장에게 피해가 갈거라고 생각한 것이겠지.

친실장이 버섯을 하나하나 뽑을때마다 한 마리의 자실장은 아직 살아있는지 작은 소리를 내면서 흠칫흠칫 움직인다. 하지만 또 한마리의 자실장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힘없이 몸을 눕히고있다.

「데쟈아아아아아앗! 힘내는데스! 모처럼 겨울을 넘긴데스! 봄은 아마아마도 잔뜩 먹을수있는데스!
  마마와 함께 배부르고 행복한 생활을 보내는데, 데갸아아아아아!」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되는 자실장에게 필사적으로 말을 걸며 버섯을 뽑던 친실장은, 뒤통수에 갑작스러운 격통을 느끼고 비명을 지르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동굴의 출입구에는 끝이 피로 젖은 나무젓가락으로 무장하고 핏발선 눈을 한 성체실장석이 버티고 서있었다.

동면에서 일어나 먹이를 찾으러 공원을 걷다가 우연히 친실장의 고함소리를 듣고 나타난 모양이다.

「데샤아아아아아! 오마에 무슨짓을 하는데스! 여기는 와타시의 집인데스! 죽기실으면 당장 꺼져버리는데, 데갸아아아아아! 눈이… 눈이 아픈데즈우ーーー!」

아픈 뒤통수를 누르면서 소리소리 지르던 친실장이었지만 한쪽 눈에 나무젓가락이 찔린 고통에 눈을 감싸쥐고 동굴 안에서 몸부림치며 뒹군다.

「닥치는데슷! 죽기싫으면 거기의 버섯과 먹을것을 와타시에게 내놓는데슷!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는데슷!」

「데데엣!? 먹을것이라면 상관없지만 버섯은 참아주는데스. 이건 버섯으로 보이지만 와타시의 자인데갸아아아아아앗!」

눈이 찔려 무기력해진 친실장이었지만, 새끼들은 봐달라고 하자마자 발을 찔렸다.

「개소리마는데슷! 버섯이 자라는 자가 있을리 없는데스! 집어치우고 당장 내놓는데스!」

「정말인데스. 와타시도 어째서 자에게서 버섯이 자라는지 알지못하는데스가, 이건 정말로 와타시의 자인데스」

「시끄러운데쟈아아아앗! 빨리 먹을것을 가져가지않으면 둥지에서 기다리는 자들이 죽어버리는데스! 그러니까 당장 내놓는데즈우ーーーーー!」

버섯자실장을 내놓는데 주저하는 친실장에게 젓가락실장은 열을 내면서 나무젓가락으로 친실장을 집요하게 찌른다.

「그만두는데슷! 아픈데슷! 정말로 이건 와타시의 자인데슷! 오마에도 자를 가진 부모라면 자의 소중함을 알고있을것인데갸아아아아아!」

친실장이 필사적으로 설득했지만 젓가락실장은 꿈쩍도 하지않았고, 그로부터 몇분동안 친실장을 젓가락으로 찌르고 두들겨 패서 약하게 만들고는 머리채를 잡고 동굴 밖으로 끌어내어 머리털과 옷을 뜯어버렸다.

「허억허억허억…… 꼭 손을 쓰게 만드는데스. 와타시는 동족식따위 야만적인 짓은 하지않는 고귀한 실장석이니까 오마에의 목숨만은 살려주는데스. 감사하도록 하는데스」

그렇게 말한 젓가락실장석은 버섯자실장들과 친실장이 가을에 모은 도토리를 가지고 가버렸다. 남겨진 것은 독라가 되어버린 비쩍 마르고 상처투성이인 친실장 뿐이었다.

「오로롱ー 오로롱ー 어째서 알아주지않는데스우…… 그건 와타시의 자인데스…… 모처럼 봄을 맞았는데, 어째서 자들한테 버섯이 자라는데스…… 와타시들은 아무것도 나쁜짓 하지않은데스. 그저 행복하게 살고있었을 뿐인데스」

친실장은 찔려서 움직이지 않는 몸을 혹사시켜 어떻게든 동굴 안에 도달해서 몇개 남아있는 자실장에게서 뽑아 낸 버섯을 안고 울었다. 모처럼 겨울을 넘었는데, 단번에 밑바닥으로 떨어져버린 불행을 저주하면서.


니지마을에 봄이 찾아왔지만 실장석의 태반은 둥지가 눈에 무너져버린다든지 방한대책이 충분하지않아 동사한다든지 하여 동면에 실패했기에, 가을에 비해서 그 수가 대폭으로 줄어있었다.



END





야쿠르트병


 

구더기 는, 아무리 닦아 주어도 대변을 계속 흘린다

「구더기 기분 좋아서 또 운치 나와버리는 레후~♪」

이렇게 말하면서 계속 똥을 싼다

「똥 좀 가리면서 싸라.」라고 꾸짖자

「닌겐씨가 화낸 레후. 무서운 레후. 구더기 무서운 것 싫은 레후」

이렇게 말하면서 무서운 나머지 대변을 흘린다

좀 다르게 상냥하게 꾸짖으면

「어째서 구더기 가 그런 말을 듣지 않으면 안되는 레후? 닌겐씨가 닦으면 되는 일인 레후-! 」라며 분노하면서 또 흘린다

즉 이녀석에게는 인내라든지 그렇게 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것을 실장석 매니아 피쉬 타케나카씨에게 상담하자, 야쿠르트의 용기를 건네 받았다

「거기에 구더기 의 몸을 넣어 보는거야」

돌아가서 즉시 구더기 의 몸을 야쿠르트 용기안에 밀어넣었다

그러자 즉시

「구더기 이런 좁은 곳 싫은레후-! 빨리 빼는 레후」라고 하면서 대변을 흘린다.

그러나 그 독특한 대변의 냄새가 전해져 오지 않는다

무려 이렇게 하면 구더기 의 몸자체가 뚜껑 대신에 되어 주어, 밖에 대변의 악취를 흘리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금까지 같이 테이블의 여기저기가 더러워지지 않는다

이것이라면 정기적으로 야쿠르트 용기에 모인 대변을 버리는 것만으로 편하다.

그리고 3일 후

그때 부터 구더기 는 이 용기에 넣어 기르고 있다

아직도 「빼주는 레후-. 빼주는 레후-」

이렇게 말하고 있으므로,

「대변을 흘리지 않게 되면 빼줄게」

이렇게 말하자

「이제 구더기 어른 레후. 흘리지 않는 레후.」

이런말을 하면서도 대변을 계속 흘리고 있었다

반드시 이 구더기 가 야쿠르트 용기로부터 나오는 것은 일생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만큼 학대해도, 게다가 위석도 꺼내지 않은 것에 정신 붕괴를 일으키지 않으니

구더기도 정말로 튼튼한 것이다.






감 따는 실장

 

가을이 깊어가고, 공원의 나무들에도 단풍이 물드는 계절

들실장석들이 공원에 인접한 빈집의 담장 아래에 모여있다.

한때 노인이 홀로 지내던 낡은 한칸집이었지만, 작년에 갑자기 사망해버린 이후로는 빈집이 되어있다. 입구는 실장석이 멋대로 들어가지 않도록 봉쇄되어있지만, 실장석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정원에 심긴 감나무. 담장의 밖까지 자란 가지에는 잘 익은 감이 몇개 열려있다.

작년까지는 노인이 감 열매를 모두 수확해서 집 안에서 곶감으로 만들었지만 올해는 아무도 따는 사람이 없다. 익어서 지면에 떨어진 감을 지나가던 들실장이 입을 대보고는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그 농후한 단맛에 빠져버렸고, 공원의 동료들에게 득의만연한 얼굴로 자랑했기에 그 이야기는 순식간에 공원에 퍼지고 식탐이 강한 실장들이 모두 여기에 모여들었다. 

덧붙이자면 현명한 개체는 그런 이야기는 흘려듣고 묵묵히 월동용의 먹이를 모으고있다.



「아마아마 GET데스우ー!」

어느 실장석은 감나무를 향해 주은 나뭇가지를 휘두른다. 하지만 길이가 부족하다.

그렇게 휘두르던 나뭇가지가 근처에 있던 동족의 얼굴에 클린히트했고, 멱살잡이의 싸움이 되었다.

「돌을 맞춰서 떨어뜨리는데스ー!」

어느 실장은 감 열매를 향해 돌을 던진다. 다른 동료도 그것을 흉내내어 돌을 던지고, 그 중에는 돌을 찾지못해 똥을 던지는 놈도 있다. 하지만 힘없는 실장의 투척력으로는 감의 열매가 열린 높이까지 닿을수 없었고, 포물선을 그리며 자신들에게 돌아온 돌과 똥의 샤워를 뒤집어 쓰는 꼴이 되었다.

「뎃스ー웅♪」

말없는 감열매를 향해 아첨하는 실장도 있다. 당연히 무의미.

「고기 맛있는뎃스ー응♪」

싸우다가 맞아죽은 실장과 얼굴에 돌을 맞아 쓰러진 실장을 먹는 실장도 있다.

당초의 목적은 잊어버렸지만 일단 배는 채웠으니 행복한 모양이다.



결국 실장석들에게는 상공에 열린 매혹의 단맛을 손에 넣을 수단이 없었지만,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이 세상에는 만유인력이라는 것이 돌고있다.

익어서 한계에 이른 감의 열매 하나가 톡 하고 떨어져서 지면에 철퍼덕 떨어져 터졌다.

「「「「아마아마인데스우ー!!!」」」」

생각치도 않은 하늘의 선물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실장석들이 쇄도한다.

그리고 양보따위는 모르는 실장이기에 곧이어 감을 둘러싸고 대난투로 발전했다.

「비키는데스!이건 고귀한 와타시의 것인데스우ー!」
「못생긴놈은 꺼지는데스ー!」
「꺼ー억, 디저트 입수인데수〜웅♪」「잔뜩 고기 처먹어놓고 욕심부리지마는데스!」
「「「「데샤아아아아아!!!」」」」



추악한 싸움 끝에서, 너덜너덜하게 되었지만 간신히 살아남은 실장이 감 열매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더니 엎드린채로 필사적으로 감 열매에 혀를 뻗는다.

「아…마아마…데스우…와타시의…」

혀가 닿으려고 한 그 순간.

「데보귯」

지나가던 소바가게의 오토바이에 치여서 덧없는 최후를 맞았다.

실장을 친 오토바이는 이어서 주변에 짓이겨져있는 실장들의 사체와 피를 밟고 미끄러졌고, 공원의 조경울타리를 들이받았다.

다행히 타고있던 소바가게 아저씨는 다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공원의 실장석들은 일제구제되었다.








황야의 분충



「심판의 해」이후, 한때 북미대륙이라 불리던 이 땅을 여행하는 자는 거의 없다.
각 마을에서 위임된 조사관이나 연락원, 또는 조사와 연락을 겸하여 여행하는 나같은 호사가 이외에는.

대륙서부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최저고도 800m, 평균고도 1000m 이상인, 이전에 로키산맥이라 불리던 벽.
이 벽에 의해 대륙의 서해안과 동부는 완전히 차단되어있다.
남쪽 파나마 부근은 적도를 중심으로 300km에 걸쳐 북쪽은 태평양으로부터, 남쪽은 대서양으로부터 각각 80노트 가까운 격류가 흐르고있기에, 적도 아래에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항상 발생하고있다.
북쪽은 한여름에도 영하 20도까지밖에 오르지않는 극한의 땅.
그런 대륙을 나는 여행하고있다.

한때 지상을 지배하던 고속운송망, 통신 등의 문명의 이기는 「심판의 해」에 완전히 파괴되었고, 이 별의 땅 위에서 사라졌다.
인간이 다시 통신장비로 전파를 발신했지만, 이 별의 대기는 전파의 존재가 못마땅하다고 하는듯이 1m 정도의 거리에서도 통하지 않았다.
남은 유선에 의한 통신이 이제서야 마을에서 마을로 시작되었을 뿐이다.
당연히 도로는 형태도 없이 소멸되어있고, 녹은 용암이 그대로 굳어버린듯한 모습의 땅에, 대규모의 평지를 만들 정도의 여력은 지금의 인간에게는 없다.
차도 비행기도 쓸수없는 세계.
대신해서 사용되는것이 기계말이다.
과거에 지상에 존재했다는 말을 흉내낸 보행기계.
발의 수가 많을수록 성능도 가격도 올라간다.
특히 8개의 다리를 가진 이 「슬레이프닐8」은 최신형이라 안정성과 이동속도가 뛰어나다.
동력은 태양발전에 의한 전지구동이고, 1시간 충전으로 4시간은 움직인다고 판매원이 설명했었다.


벽에서 불어내려오는 바람에서 겨울의 낌새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날.
기계말의 배터리가 「EMP」에 가까워졌기에, 이르지만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마침 전방에 쓰러져있는 나무가 있었다.
그 곁에 기계말을 멈추고, 충전모드로 하여 대기시킨다.
근처에서 오목한 곳을 이용하여 나무를 잘라 장작을 만들고 불을 피운다.

기나긴 여행의 피로를 달래주는 몇 안되는 즐거움 「식食」

짊어진 배낭을 내리고 안에서 종이에 싼 훈제 고기와 양파 1개를 꺼낸다.
고기를 적당한 크기의 덩어리 8개로 자르고, 양파는 껍질을 벗겨 세로로 자른다.
남은 장작으로 즉석 꼬치를 만들어 고기 덩어리와 양파를 교대로 2개씩 꽂아, 지면에 찔러 불에 그을린다.
4개째를 만들 즈음에는 처음 꼬치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배어나온 기름이 지글지글 끓는 소리와 고기와 양파의 향기가 식욕을 돋운다.

그때, 시야의 오른쪽에서 녹색의 작은 생물이 기어서 다가오고있었다.
얼굴을 향하면 움직임을 뚝 멈추고, 잠시 가만히 있는다.
얼굴을 다른 방향으로 향하면 다시 움직인다.
관찰해보니, 몸길이 2, 30cm, 녹색의 옷, 머리에 뒤집어쓴 같은 색의 두건.
그 두건에서 밤색의 긴 롤헤어가 2줄기, 같은 색의 앞머리도 두건 앞에서 삐져나와있다.
둥근 얼굴에 A 모양의 입, 녹색의 왼눈, 빨간 오른눈, 뒷다리에는 옷과 같은 색의 신발.
그렇다는건 이녀석 2족보행인가?

「텟치 텟치 텟치 질질질」

그 닫히지 않는 입에서 침이 흘러나오고, 시선은 굽고있는 꼬치에 쏠려있다.
녀석의 목표는 꼬치이다.
하지만 정체도 알수없는 생물에게 귀중한 식량을 베풀어줄 정도로 내 인심이 좋지는 않다.
원래라면 미확인생물로 포획, 수집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남의 밥을 가로채려고 하는 생물은 용서할수없다.

굽고있던 꼬치에 슬그머니 손을 뻗으려하는 그녀석의 왼쪽귀에서 오른쪽귀로, 비어있던 꼬치를 꿰어 관통시키니 움찔움찔 하더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보기 껄끄러우니 조금 떨어진 장소에 던진다.

그러자 이번에는 왼쪽에서

「치프픗♪」

하고 웃는 소리.
소리는 반대인 왼쪽에서 났다.
보니까 방금과 같은 정도의 크기인 녀석이, 서서 왼손을 입에 대고 웃고있었다.
그 시선은 방금 죽은 녀석을 보고있다.
마치

「꼬라지 좀 보소」

라고 말하기라도 하는듯이.

그러더니 그녀석은 시선을 2개째로 찔러둔 왼쪽 꼬치로 향하고, 살금살금 꼬치에 다가왔다.
내가 눈치채지 못했다, 라고 생각하는건가.
마치 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또 다른 1마리의 죽음으로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가간다」만이 머리에 남아있고, 중요한 「내가」 부분은 흘려버렸다는 느낌이다.
목적은 역시 꼬치인가.

그녀석이 눈길을 주고있는 꼬치를 빼어들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헤벌쭉 입을 벌리고 바라보고있더니 뭔가 화났다는 몸짓을 하기 시작한다.

「테에에 테엣! 텟챠아아ー앗! 테치테치테치 텟치ー잇! 텟챠아아ー앗!」

그 고함과 꼴이 신경을 건드리기에 입에서 정수리까지 다 먹은 꼬치로 꿰뚫어주었다.
움직이지 않게 된 그녀석을 처음 녀석이 있는 곳에 던져버리고 식사를 계속한다.


3개째를 다 먹을 즈음

「테에에ー엥 테에ー엥」

하고 짖는 소리가 났다.
보니까 방금의 2마리의 사체 옆에 같은 정도 크기의 1마리가 2마리의 사체를 열심히 흔들고있다.
새된 짖는소리가 시끄럽다.
무시하고 3개째를 먹는다.

「테에에에ー엥 테에에에에ー에엥 테에에에ーー엥」

3개째의 꼬치를 다 먹었는데도 아직도 울고있다.
너무 시끄럽기에 일어서서 다가가, 그녀석의 정수리에서 사타구니까지 일직선으로 관통시켜주었다.

「테에에・・・ 테엣?」

벌러덩 자빠져서 혀를 움찔움찔 하더니 움직이지 않게되었다.
드디어 조용해졌기에 식사를 재개한다.

마지막 1개를 다 먹을 즈음,

「데엣? 뎃쟈아아ー앗!」

하고 짖으며 이쪽을 향해오는 녀석이 있었다.
크기로 보아하니 3마리의 어미인 모양이다.

「데슷!? 데슷데스데스데스우우웃? 데에에! 데에에에ー엥! 데에에ー엥!」
「데에에 데에 데스우・・ 데스데스데스우 데즈우우우! 데우우우우!」

사체를 앞에두고 뭔가 지껄이면서 몸을 떨고 오른손을 휘두르며 나를 노려보고있다.

「데샤아아아ー앗! 데즈우아ー앗!」

그렇게 외치면서 치마를 걷어올리고 오른손을 속옷에 찔러넣더니, 뭔가를 집어들고 나를 향해 던졌다.
하지만 녀석과 나의 거리가 조금 있었던데다, 녀석이 제구가 안되었던 점, 게다가 녀석이 맞바람을 맞고있었다는 점,
이상의 사실로 인해 녀석이 던진 똥은 나에게 닿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에게 직격해버렸다.

어미고 새끼고 식사를 방해하는게 괘씸해서, 어미의 코에 방금 먹어치운 꼬치를 찔러넣고 그대로 불 안에 차넣었다.

「데그우우우우ー웃!? 데우우ー웃! 데우우ー 데에・・・・」

처음에는 날뛰었지만, 장작으로 눌러서 움직이지 않게 만들고 새끼의 사체와 남은 장작도 던져넣는다.
머리털과 똥과 생살이 타는 왠지 지독한 냄새가 나기에 조금 후회했다.
불이 잦아들고 옅은 연기를 내기 시작할 즈음에 옥수수 증류주로 목을 축인다.
짐을 실은 배낭을 메고, 잿불같은 덩어리에서 희미하게 연기가 오르는 옆에서 기계말에 걸터앉는다.
충전은 거의 완료되어있다.
기계말을 빠른걸음으로 걷게한다.
이 자리에서 빨리 떠나고싶으니까.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가는게 심상치않다.
폭풍우가 될 모양이다.
이런이런, 쏟아져내리기 전에 다음 마을에 도착하면 좋겠는데.







변소귀신

 

便槽のヌシ

9월도 하순이 된 밤에, 나는 산정의 인공호수를 찾았다. 무슨 묘한 목적이 아니고, 극히 평범하게 밤낚시를 즐기기 위함이었다. 이곳은 단풍놀이 오는 행락객들을 위해 큰 주차장을 갖추고 그 한편에 큰 공중변소가 위치하고 있어 편리하다. 그게 "푸세식"인 것은 유감이지만.

이런 산속의 변소가 푸세식인 것은 당연하지만, 여기 것은 변기구멍 아래 인분 탱크의 모습이 역력한, 정말 구식의 푸세식이다. 요즘 푸세식은 칸 안에서만이라도 수세식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게 많은데...그래도, 테트라포드의 틈이나 수풀에 몸을 숨기고 일을 봐야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전에 바다에 밤낚시 갔다가, 테트라포드의 틈새에 떨어져 죽는 줄 알았어. 동행했던 친구에게 도움을 받지 못했으면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


"휴...."

볼일을 마친 나는 허리를 들며 무심코 변기구멍으로 인분탱크를 들여다보았다. 

섬뜩한 걸 봤다....하지만 그게 다행이었다....

여기 변기구멍은 아이라면 자칫에 떨어져 버릴 것 정도로 크고 그 덕분에 전깃불이 희미하게 인분탱크 속까지 비춘다. 어두컴컴한 불빛 속, 분뇨위에 떠올라 있는 휴지 사이로 보이는 검고 네모난 것...

황급히 바지 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 없다! 지갑이 없다! 저것은...내 지갑!?

망했다...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면, 아니 분뇨면까지 2m가까이 될 것이다. 꽤나 깊다...행락시즌에 맞춰서 대용량으로 한 건가? 밤낚시에 가져온 그물 따위로는 닿지 않을 거다.

주차장엔 다른 차가 없었다, 오늘 밤 여기에 있는 것은 나 뿐이다. 누군가에게 지혜와 손을 빌리기도 뭣하다.

당장 버틸 수 있을 정도의 현금이 차에 있지만, 카드류의 사용정지에 재발급 신청, 면허증의 재교부, 등등...여러가지 뻘짓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이제 낚시를 할 마음도 사라졌고... 돌아가야지..



하면서 힘없이 변소에서 나온 내가 발견한 것은 차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실장석 친자였다. 이런 밤중에 왜? 내 차 소리에 깨어난 건가?

『인간씨, 안녕하신 데스?』
『안녕하신 테치? 뭐 먹을 것을 나누어 주시지 않는테치?』
『배고픈 테치, 부탁드리는 테치!』

자동차로 오는 인간=먹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관광객이 먹이 주는 일은 곳곳에서 문제가 되어 있고, 그것에 대해서는 우리 낚시꾼들도 잔소리를 듣고 있다.

다만 휴대폰 링갈앱에 표시된 문자를 보면, 이놈들은 친실장도 2마리의 새끼도 다 선량한 개체들이다. 밤중에 깨운 위로금으로 눈깔사탕 정도는....?!

아냐, 기다려봐..이 녀석들을 사용하면.....
.
.
.
.
.
.

"잘 부탁한다!"

『무서운 테치...』
『조심하는 데스..』

낚싯줄 끝에 동여맨 새끼 실장을 천천히 인분탱크 속에 넣어간다. 새끼 실장의 머리에는 머리띠처럼 발광튜브를 감고 있고, 나 자신도 헤드램프를 장착하고 있으므로 안의 모습이 꽤 잘 보인다.

깊이뿐만 아니라 넓이도 상당한 것이다. 이 변소엔 남자용만 3칸이 있다. 여자용의 것은 그 이상이 있을테니 이 크기도 당연하다.

『흔들지 마는 테치!』
『조심하는 데스!』

걱정이 된 친실장이 변기구멍을 들여다본다. 좁으니까 가라구, 겨냥이 빗나가잖아?

이 녀석들에게 선불로 사탕을 주니 쾌히 나의 제의에 응했다. 물론 성공보수도 듬뿍 약속했다. 도시락, 초콜릿에 주스, 즉 차안의 음식 전부다. 경우에 따라서는 읍내에서 더 사와도 된다.

분뇨위에 얹혀있는 휴지 위에 새끼 실장을 조용히 착지시켰다. 이 작업은 신속하고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섣불리 흔들거나 하면, 지갑이 똥 속에 가라앉아 버릴 수 있다.

"새끼 실장, 너의 발밑에 검고 네모난 것이 보이나?"

『네 테치, 인간씨!』

"그것을 단단히 안아. 절대 놓지지 마! 놓치면 HHKR 이야!"

『HHKR이 뭐인 테츄?』

"독라로 공원에 릴리즈 (Hake Hataka Kouen Release)"

『테챠!?』

협박이 먹혔는지, 새끼 실장의 솜씨는 정말 굉장했다. 재빨리 지갑을 찾아 제대로 껴안는다. 이제 끌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
.
.
.
첨벙!

30cm도 올리지 못했는데, 듣고 싶지 않은 소리가 났다. 아니, 새끼 실장이 지갑을 떨어뜨린 것은 아니다. 완전히 내 잘못이다, 낚싯줄 끝에서 새끼 실장이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낚시꾼이라며, 이 중요한 때 무슨 실수를...

그래도 새끼 실장은 지갑을 놓치진 않았다. 허벅지 부위까지 똥 속에 파묻히면서도 지갑은 제대로 안고 있다. 어떡할거야?

2마리째를 내리고 지갑을 받게 한 뒤 저 녀석을 구출하는 수 밖에.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열심히 뛴 새끼 실장을 인분탱크 속에 버릴 수도 없쟎아?

『텟?』

"!?"

다음 순간, 분뇨의 표면이 크게 흔들리고, 새끼 실장의 하체가 완전히 똥에 묻혔다. 황급히 인분탱크의 모습을 보니 — — —

새끼 실장으로부터 1.5미터 정도 앞에 삼각지느러미 같은 것이 튀어 나와 있다. 그것이 쓱 미끄러지듯 새끼 실장 쪽으로 간다.

…저건..도대체 뭐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새끼 실장!"

『테엣?』

"지갑을 놓는다!"

저 녀석의 목적은 아마 새끼 실장이다. 이대로는 내 지갑까지 끌려가 버리잖아!

『테!? 대머리는 싫은 테치! 알몸은 싫은 테치!』

그러나, 새끼 실장은 찢어질 듯이 고개를 흔들며 그것이 생명선인 듯 지갑을 뜨겁게 부둥켜안았다. 아까의 협박이 너무 먹혔다.

새끼 실장으로부터 20cm거리까지 근접한 지느러미 같은 것은 마치 상어처럼 새끼 실장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부탁해! 지갑을 놓아.....히에엑!!"

『테, 테챠!!』

『도망치는 데스!!』

『테..

풉, 소리와 함께 새끼 실장의 모습은 분뇨 아래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지갑을 끌어안은 채 새끼 실장이 분뇨면에서 힘차게 치솟았다. 하지만 그 하반신은 한 귀가 없는 실장석에 완전히 삼켜져 있었다.

『테챠! 살려주는 테치!』
『데샤! 인간씨, 저 자를 구해주는 데스우ー!』

새끼 실장의 하반신을 완전히 집어삼킨, 외귀 실장석...크다...머리밖에 보이지 않지만 아마 80cm 이상인 듯.

민폐 실장석의 한 귀를 뽑고 인분탱크에 집어 던진건가? 그것이 외적도 없고, 먹이가 풍부한 이 환경에 적응해서 이만큼이나 커진건가? 

그러면?...이 녀석은...바로 이곳의 "누시" 이다!
("누시" - 산신령, 물귀신등 특정 장소에 깃든 괴기적 존재)

『멈추는 데스! 와타시의 자를 먹지 마는 데스!』

친실장의 외침도 헛되이, 누시는 조금씩 새끼 실장을 삼킨다. 단숨에 물어뜯지 않는 게 나랑 친실장의 설레발 때문인가 했더니만, 아무래도 부드러운 (!) 것만 먹다 보니 완전히 턱도 이빨도 퇴화한 것 같다.

『구해주는 테치! 먹히는 테치!』

누시의 입이 크게 열리고 새끼 실장이 가슴까지 먹혔다.

『아픈 테치이! 인간씨 구해주는 테치! 살려 주는 테치이이이!』

다시 누시의 입이 열리자 이번에는 목까지.

『죽고 싶지 않은 테치이이이이! 마마! 마마!마-

세번째 누시의 입이 열리면 새끼 실장은 그 비명마저 삼켜지고 말았다. 하필 내 지갑을 끌어안은 채...

『후후 흐흐흐』

누시는 우리를 바보 취급하듯 웃고 유유히 분뇨 속으로 사라졌다.
.
.
.
.
.
.

『... 아까운 데스우』

큰 낚싯바늘에 걸린 생강 구이를 탐나는 듯 바라보며 친실장이 중얼거린다.

"네 자와 교환할까? 생미끼 쪽이 더 나을 것 같은데..."

『데...데데에엣!』
『테, 테에에에ー엥』

짓궂게 웃으며 새끼 실장을 가리키니 친실장은 황급히 새끼를 등뒤로 돌린다.

농담야...생각이 있었으면 문답무용으로 자를 뺏았을 거니까. 뭐, 생미끼 쪽이 더 좋을 것이라는 건 진심이지만.

어쨌든 준비는 끝났다. 양손에는 방수 가죽장갑을 꼈고, 낚싯줄을 걸어 두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이 한정된 공간에서는 낚싯대도 릴도 못 쓰니 어쩔 수가 없다.

독한 냄새가 충만한 어두운 인분탱크 속에서 녀석이 사냥감을 감지하려면
진동을 느끼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소리를 내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앞의 새끼 실장의 비명이 꽤나 떨림을 만들었던 것 같다. 역시, 진동이 주된 역할을 한다.

늘어뜨린 줄을 위아래로 흔들고 분뇨의 표면을 미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안 되면 정말 새끼 실장을 사용할까...

가폿.

기우였다. 몇초 후 아무 예고도 없이 먹이가 똥 속에 끌려 들어갔다.

이 녀석, 바로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 고기 맛을 기억하고?

어쨌거나 상관없다. 사실 그런 편이 더 좋다. 이런 장소에서 끈기싸움 따위 사절이다.

1,2,3...아직 빠르다...10! 지금이다!

누시가 완전히 침을 삼키기를 기다렸다 세게 줄을 당겨보니, 분뇨면이 몸부림치듯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아래로 누시가 날뛰고 있는 것이 잘 드러난다. 노림수에 낚싯바늘이 누시의 몸에 제대로 걸린 것 같다.

『데스우!』

"방해니까 여기 오지 말라구!"

흥분해 다가온 친실장을 칸밖으로 되밀어 붙였다.

이렇게 되면 내가 주공이다. 실장석의 힘으론 튼튼한 낚싯줄을 끊을 수 없으니 이제 채로 떠내는 것만 남았다! .......고 생각한 순간, 낚싯줄에서 반응이 사라졌다.

신중하게 실마리를 찾아 보니, 바늘 끝에 붙은 것은 작은 살점 뿐...너무 쉽게 생각했다.

실장석의 몸은 약하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 있는 누시의 몸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비록 위벽에 바늘이 걸렸지만, 누시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 부분의 살이 터진 것이다.

『안 된 데스우?』

"아아…"

이래서는 낚시가 불가능하다. 지갑은 포기할 수밖에 없겠어.
.
.
.
.
.
.
나는 실의에 좌절하면서도 차 안을 뒤지고 있었다. 실장석 친자에게 음식을 주기 위해서다. 작전은 실패였지만, 그 친자는 잘 협력해 줬고, 가족도 잃었다. 성공 보수는 아니라도, 위자료 쪼로 약간의 음식은 주고 싶다.

트렁크 안에 건빵도 있었던 것 같은데...아, 세차도구 밖에 없다. 호스에 물이 남아 있는 건 아니겠지?

...호스?

……이거다!이거면 돼!








『테에에ー엥, 테에에ー엥 』

녹색 실장옷이 인분탱크 속으로 들어 간다. 이번에는 낚싯줄이 아니라 호스 끝에서 흔들리고 있다.

『......!』

그리고 친실장은 시끄러워서 꽁꽁 묶어서 재갈을 물렸다.

『테에에에ー엥, 테에에에ー엥』

분뇨의 바다가 가까워지면서 새끼 실장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진다.

『테에에에에ーー엥, 테에에에ーー엥 』

드디어 분뇨의 바다에 내려졌다.





가폿.

역시 누시는 이번에도 바로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테에에에에에ーーー엥, 테에에에에에ーーー엥 』

드디어, 실장옷이 완전히 분뇨 속에 끌려 들어가니 새끼 실장의 소리가 최고조에 달했다. 목이 터져라 울고 있다.

내 바로 옆에서.



실장옷 안에 있는 건 새끼 실장이 아니다. 4리터 크기의 비닐백을 뭉쳐서 집어 넣은 것이다. 그 구멍을 호스에 덧씌우고 철사로 묶은 뒤, 호스의 다른 한쪽은 세면대 수도꼭지에 끼고 있다.

"괴물 퇴치의 약속". "먹히면 돗캉(ドッカン)" 이란 놈이다.
...음, 폭발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데후후후후후후후후후 』

누시가 완전히 비닐백을 집어삼킨 것을 확인하고 수도꼭지를 틀었다. 위 속에서 부풀어 오른 비닐 백이 낚싯바늘 대신 이다. 그리고, 이것이라면 바늘과 달리 빗나갈 수가 없다.

누시가 필사적으로 되어 날뛰고 있는 것이 호스 너머로 느껴진다. 분뇨의 바다도 치열하게 물결치고 있다.

하지만 소용없어. 세차용 내압 호스는 보통의 호스보다 좁지만 그 강도는 훨씬 위다. 실장석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 물건이 아니다.

잠시 후, 누시의 움직이는 기미는 완전히 사라졌지만, 호스로 그 무게가 느껴진다. 신중히 누시의 거구를 끌어올린다. 본래의 무게에다 물 4리터가 더해져 있는 만큼 꽤 조심스럽게.

누시의 머리는 어떻게든 변기 구멍을 통과했지만 갈수록 굵어지는 몸통이 막혔다. 그렇지만 이것도 이미 계산된 것.

『데훗!』

등뼈에 갈쿠리를 박아 넣고, 펜치로 호스를 싹둑 잘랐다. 서서히 누시의 몸이 쪼그라 드는 것에 맞추어 변기 구멍으로 올렸다.

나는 멋지게 누시를 낚아 올린 것이다.






낚인 누시는 괴로운 듯이 데스-데스-하고 신음하고 있다. 완전히 인분탱크 생활에 적응해서 다시 공기 중에서는 살 수 없는 건가? 실제, 사지는 묘하게 길고, 납작하게 되어 있어 마치 보트의 노 같다. 이래서는 자력으로 서는 것 조차 못할 것이다.

그나저나...냄새.

이제 그만하면 이 푸세식 변소 냄새에도 익숙해질 만 한데, 매우 구리다.

『자를 돌려 주는 데스! 자의 옷을 돌려 주는 데스!』

"이봐, 이 녀석의 배에서 빨리 꺼내지 않으면 정말 옷이 망가질 걸?"

『그래도, 그래도 데스우!』

"게다가 첫 새끼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르니까 방해하지 말고 그쪽에서 얌전하게 있어!"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 없이, 누시의 몸을 토닥토닥 치는 친실장을 달래서 떼어 내는 것은 고역이었다.



누시의 몸을 씻어 내고 드디어 배를 가르니 절반 이상 녹은 새끼 실장의 시체가 데구르르 굴러나온다. 죽으면서도 지갑을 놓지 않았는지 꼭 껴안고 있다.

부풀린 비닐백이 지갑을 누시의 몸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유일한 불안요소 였는데 이 녀석 덕분에 최악의 사태를 면한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집념에도 불구하고, 머리와 옷은 거의 녹아 원형이 사라졌다.

비닐백을 부풀리면 실장옷이 들어 올려지게 해 놓았건만, 그래도 둘째 새끼 실장의 옷은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다만, 실장옷은 소유자에 맞추어 성장하는 것 같으니, 새끼 실장의 것이라면 성체가 될 무렵엔 회복되어 있을 것이다.

....그랬으며 좋겠다고...

대충 헹군 지갑의 내용을 확인한 결과 카드류의 수는 맞는다. 지폐도 씻고 말리면 어떻게든 되겠지.






『...테에...테엣...테힛, 테힛...』

옷이 누더기가 된 새끼 실장은 큰 초콜렛을 갉아먹으면서 훌쩍거리고 있다. 
아, 나도 울고 싶어지네.

『……인간씨 감사한 데스...』

묶인 걸 풀어주고 식량을 주니, 친실장은 넙죽 나에게 큰절을 했다. 이 현명한 친실장이 내가 한 짓들을 잊었을 리가 없다. 인간에 대항해 봐야 소용없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새끼 실장들에겐 안타깝지만, 어쨌건 나는 무사히 지갑을 회수한 기쁨이 크다.

그럴 진데, 이 가슴에 도사린 답답함은 왜일까?

그래 좋아.

불편함을 몰아내게 고개를 흔들며 나는 푸세식 변소를 떠났다.












차문에 손을 얹었을 때, 답답함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역시 뭔가 다르다.

뭔가 이상하다.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크고 깊은 호흡을 하고 냉정하게 생각한다.

이 불편함은 무엇일까...






잠시 후 내가 저지른 큰 잘못을 알아차렸다.

저것은 괴물이 아니다. "누시" 이다.


많은 낚시 만화,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도 "누시와의 사투" 는 "릴리즈" 로 끝나는 것이 통념으로 되어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지만, 나는 "릴리즈" 쪽이 단연 더 좋다.

급히 수세식 변소로 되돌아 간다.



『데에? 인간씨, 무슨 일인 데스우?』
『테힛, 테힛...테에...테힛?』

아직 있었네 너희들...새끼 실장도 아직 울고 있고..

아니, 이놈들을 상대 할 때가 아니다.
대답 생략하고 누시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누시는 꿈틀거림 조차 없이, 그 두 눈은 완전히 빛깔을 잃고 있었다.

죽어 있다……

... 어쩔 수 없어!

대용품으로 뭐든지.......







『데? 데데에에에에!?』

『테힛, 테힛...테에...테에에에에?』

초코바에 매달려 있던 새끼 실장을 잡아 올려 그대로 인분탱크 속에 처넣었다.

『테...테...테, 테, 테?……테. 테, 테에에에에ー엥, 테에에에에ーーー엥』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둘러본 뒤에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한 새끼 실장이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 훌륭한 누시가 되어라!"



『데쟈아아아아아아!!』

인분탱크의 새로운 누시가 된 자에게 필사적으로 외치는 친실장을 외면하고 이번이야말로 나는 시원한 기분으로 푸세식 변소를 떠났다.



(끝)















실장처분상자

 

가을.
공원에는 실장석들이 독립의 계절을 맞고있다.
무더운 여름을 살아서 넘긴 자실장들은, 친실장과도 거의 체격의 차이가 없다.
(체력・내구력에 있어서는, 친실장보다도 우위에 있다고 할수있을지도 모른다)
9월의 소리가 들릴 즈음에는, 그런 자실장들이 독립하여 홀로 서는데 있어 최후의 시련인, 먹이 수확의 훈련이 여기저기에서 보이게된다.

그런데 그러한 먹이 수확에 따라오지 못하는 개체도 개중에는 있다.
체력적으로 무리라든가 하는것은 아니다.
그저 실장석 가운데에서도 실장석답게, 타자의존이 특출난 개체, 라는것 뿐이다.
친실장은 여름 동안, 골판지하우스에서 가만히 더위를 버티는 자실장을 「인내심이 강한 똑똑한 개체」라고 착각해버리기 때문에, 가끔씩 그런 개체가 나온다.
사실은 그냥 귀찮아하고 있을 뿐이고,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도 할 수 없는 실장석일 뿐이다.
더위에 내성이 있는 개체가 아니면 여름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더위를 그저 받아들이며 불평만 늘어놓는 개체가 생존에 적합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은 또한 다른 이야기.

어떻게든 더위를 피하려 발버둥치는 노력과 좌절은, 실은 공원에서 살아가는 실장석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라 할수있다.
노력하는 것으로 상황이 개선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좌절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알게된다.
그러한 경험이 없이는, 실장석은 자신을 둘러싼 가혹한 현실과 맞설수가 없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고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믿어버리게되는 실장석에게, 이런 좌절의 경험 유무는 상당히 크다.
이것으로 안이하게 행복회로로 도망쳐버리는 버릇을 억제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몸에 익힌다.
물론 좌절에 의해 위석이 깨지는 개체도 적지 않으니까, 움직이지 않는것도 정답이라면 정답일지도 모른다.

친실장에게 골판지하우스에서 내쫓기지만 않는다면.

먹이를 수확하는 방법도 모른 채 친실장에게 강제적으로 독립을 맞게된 밥벌레 자실장은 어떻게 되는가?
대부분의 경우, 이미 체격적으로는 친실장을 넘어서게 된 밥벌레 자실장이 폭력으로 친실장을 지배해버린다는 결말을 맞게된다.

독립의 실패이다.

하지만 가끔씩, 다수의 개체가 살아남은 실장가족의 경우, 밥벌레 자실장이 친실장과 자매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독립하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매일의 양식을 얻을 재주도 없이 내던져진 밥벌레 자실장은 어떤 장소에 모이게 된다.

거기에 가면 먹이를 얻을수있다, 그렇게 꼬드김을 당한 밥벌레 자실장들이 몰려든다.

쓰레기통 가까이에 있는 크고 튼튼한 플라스틱 하우스.
그곳이 나태한 자실장들이 모이는 장소이다.
집에 머물수도 없고, 그렇다고 먹이를 찾을 방법도 모르는 들실장 밥벌레들은, 이 플라스틱제 하우스에서 매일 던져지는 동족의 사체를 먹으며 살아간다.

플라스틱제 하우스의 정면에는 「실장처분상자」라고 쓰여있다.

실장석 처리상자의 옆면, 발벌레들이 들어가는 입구에는 일방통행로가 달려있어, 한 번 들어간 밥벌레가 나오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밥벌레 들실장은, 이 처분상자 안에서 일생을 마치게 된다.
위의 투입구에서 떨어져내리는 동족의 사체(가끔은 살아있는 것이 섞이기도 하지만)를 주식으로 삼고, 그것으로도 모자라면 동족식을 하거나 똥을 먹거나……

실장석 가운데에서도 가장 밑바닥의 생활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행복하다.
여기에서 나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똥은 다른 누군가가 먹어준다.
남의 똥을 먹는다 해도, 그것이 똥이 아니라고 인식하면 문제없다.
혹시 먹거리가 적어지면 굶게될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그 때에 생각하면 된다.

닫혀진 낙원에서 밥벌레 들실장들은 오늘도 자그마한 행복을 만끽한다.
공원에서 살아가는데 급급한 실장석들을 흘겨보며, 오늘도 입을 벌린채 천정의 처분상자 투입구를 올려다보는 밥벌레들.

공원의 진짜 승리자들은, 어쩌면 그들일지도 모른다.



<끝>







실장마을의 진실

 

말하길, 실장석은 사악한 욕망의 집대성이라 한다.
말하길, 실장석은 인류가 가진 추악한 부분을 비추는 거울이라 한다.
말하길, 실장석은 그 자체가 지구에 허락되지 않는 존재라 한다——

그런 실장석들이 제세상인양 마음대로 살아가는 지역이 있다.
실장석이 법률에 의해 합법적으로 과잉보호되고 있는 장소——말하자면 『실장석이 많은 마을』이라는 것이다.
마을의 일부, 마을 전체, 가끔은 도시 전체 등으로,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그곳은 실장석에 있어서의 천국이며,
또한 주민들의 지옥이 되어있다는 점은 공통이다.

그 지역에서는 실장석의 행동을 방해하는 것도 벌금과 투옥이라는 형태로 처벌된다.
실장석들에게 집과 재산을 파괴당하고, 애완동물과 작물을 먹어치우고, 심지어 갓난아기와 노인을 공격해도 손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학대 따위는 논외. 몸을 지키기 위해 조금 밀어내는것 만으로도, 직원이라는 이름의 경찰들에게 잡혀 처벌받는다.
세금도 몹시 높고, 그 돈은 모두 실장석에게 주어지는 먹이와 보호를 위해 유의미하게 쓰여진다고 한다.
마치 에도시대의 악법『살생금지령生類哀れみの令』이 현대에 부활한듯한——아니, 오히려 상황은 악화되어있다고 할수 있으리라.
적어도 보호받는 견묘는 집단으로 인간의 집을 습격해서 모든것을 빼앗은 후에 사람을 잡아먹으려 들지는 않을테니까.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그런 실장석 특별보호구는 인간이 사는 마을로서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주민의 태반은 이사가고 번화가는 모든 가게가 셔터를 닫은 고스트타운으로 변하고——실장석의 슬럼가로 변해있다.
전답은 모두 먹어치워지고, 산과 들도 벌거벗게된다.
기본적으로 헤엄치지 못하는 실장석이 바다를 황폐하게 하지는 않지만, 어부가 잡은 물고기를 실장석이 죄다 빼앗아가기 때문에, 어업도 불가능한 상태이다.
말하자면, 지자체로서 완전히 붕괴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어떻게 그런 지자체가 존속할수 있는것인가?
요즘 세상에 주민이 들고일어나면 시장과 의원의 목을 갈아치우는 것은 간단하다. 시대착오적인 폭군이 압정을 펼치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그렇게까지 지자체의 기능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고, 실장석의 과잉보호라는 악법이 지속될수 있을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에는 의외로 많은 실장석 보호지구가 존재하고 있다.
그 수는 전국각지에 최소 3개소. 실장석의 서식수가 많은 마을이라면 10을 넘어도 이상하지 않다.
어째서, 이러한 이상사태가 지속되는걸까?

흥미가 생긴 나는 이러한 『실장마을』을 조사하는 도중에, 운좋게도 현장에서 일하고있는 직원과 접촉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일단, 이 이야기는 오프더레코드——절대로 누설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 주십시오」
온후해보이지만 빼빼마른 인상의 남자는, 주글주글한 담배를 꺼내들어 한입 물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쳐보이는 외견도 어쩔수 없다. 저런 생물을 돌보느라 분주한 일상이라니, 나라면 며칠도 견디지 못하리라.
「어째서, 실장석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조례가 시행되는 지자체가 존재하는가……였지요?」
「네」
「실장석보호를 어필하는 지자체, 거기에는 권력을 쥔 애호파의 암약이 있다——자주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그건 틀렸습니다」
「예?」
그는 놀란 나에게 이야기를 계속하기를——오히려 반대로, 학대파의 사람이 그러한 지자체의 직원으로 임명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라 한다.
「우리들이 보호하는 실장석은, 애호파의 사람들이 귀여워하는 실장석——머리좋고, 품위있고, 귀엽고, 주인에게 충실하고, 애정넘치는 실장석이 아닙니다.
 그러한 애호파가 가장 혐오할만한, 어리석고, 천박하고, 추하고, 욕망만으로 살아가는 비열한 실장석이니까요」
이야기를 듣고보니 그러했다. 실장석 중에서도 적게나마 존재하는 그러한 귀여운 실장석은, 그 희소함도 있기에 대부분이 애완동물로 키워지고있다.
『실장마을』에서 제세상인양 설치는 실장석은, 모두 추하고 천박한 들실장 뿐인 것이다.
애호파라면 오히려 그런 곳에서 떠나가서 지내리라.
연약한 사육실장석은 들실장 가운데에서 몇 시간도 살지 못할테니까.
「말하자면, 실장석 보호지구는 실장석을 애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렇습니다. 반대입니다. 그러한 장소는 실장석을 한 군데에 모아서 격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뜨거운 커피를 소리내어 홀짝이며, 그는 힘있게 끄덕였다.

실장석은 야생에서 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 성질상 끊임없이 아첨해서 어리광부리고, 의존하는 것을 최대의 기쁨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실장석은 인간이 많은 조시에서 사는 개체가 대부분이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노골적으로 싫어하는데다 학대파에게 죽임당하는 일도 많다.
그 숫자에 비해서 좁다는 점도 있기에, 도시는 절대로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실장마을』이 등장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화를 사거나 내쫓기거나 학대당하는 일 없이, 마음대로 살아간다.
먹을것도 직원이 무진장으로 제공하고, 지금까지 안색을 살펴야했던 인간들에게 역습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야말로 실장석에 있어서의 천국이다.
자연스럽게 주위의 실장석들도 그 마을에 모인다.
결과적으로 실장석 인구비율은 주변에는 거의 없어지고 『실장마을』에만 극단적으로 집중되게 된다.
「겉보기로는 알수 없지만, 그러한 곳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높은 벽과 바리케이트가 솟아올라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게 되어있습니다.
 그렇게되면, 실장석들은 더이상 도망칠수 없지요」
「……말하자면, 전국의 실장석을 『실장마을』에 격리하는 목적은——」
「물론, 구제입니다」
식은 땀을 닦는 나와는 대조적으로, 그 직원은 후련해보였다.
미묘하게 공허해보이는 후련함이었지만.

그가 말하길——실장석은 사악한 욕망의 집대성이라 한다.
말하길, 실장석은 인류가 가진 추악한 부분을 비추는 거울이라 한다.
말하길, 실장석은 그 자체가 지구에 허락되지 않는 존재라 한다——
「그리고, 실장석은 인류의 위협이 됩니다」
어째서 그런 거창한 조치가 필요한가 하는 당연한 의문에, 그것도 당연하다는 듯이 직원이 대답했다.
위석을 파괴하지 않는 한, 물리적으로는 불사신이라 할만한 생명력.
썩은 쓰레기는 물론 동족조차 아무렇지 않게 먹는 궁극의 잡식성.
여기저기 떠도는 꽃가루만으로도 수정할수 있는 번식력.
어리석음을 감출수는 없지만, 야생동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명확한 지성.
혹시 실장석이 신체적능력이 빈약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실장석에게 자신의 욕망을 억누를 억제력이 있었다면,
지상은 간단히 실장석에게 지배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그러한 개체도 출현하고 있다고 한다.
속칭 『실장씨』라 불리는 육체적으로 비정상적으로 강건한 개체를 예로 들것도 없이,
마라실장 따위는 어린 아동이라면 압도되지 않는다고 말할수 없는 힘을 가지고있다.
지성면으로도 애호파가 키우는 실장석 따위는 인간에 필적하는 지능을 보유하고있고,
귀염성 없는 들실장 중에서도 다른 바보같은 실장석을 속이면서 왕처럼 군림하는 개체도 있다.
가게를 열고 인간 상대로 장사하는 실장석도 있다는 소문이다.
그렇군, 확실히 그런 실장석이 늘어나면 인류가 언제까지나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구제가 필요한겁니다. 너무 늦기 전에」

그러한 두려움에서 이 실장석 격리근절 프로젝트가 국가를 주체로 탄생했다고 한다.
다만, 이 계획은 어디까지나 비밀리에 실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앞서 말한 머리좋은 실장석이 냄새를 맡으면 곤란하다.
그렇기에 겉보기에는 과도한 실장석애호정책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실장마을』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휘말려버린 지역주민이지만, 이것은 불가피한 피해라고 감수하지 않을수 없으리라.
물론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보상과 보조는 만전이라고 한다
「예정으로는 며칠 후, 진짜 의미로 실장석 구제가 개시됩니다」
전문 업자와 경찰과 자위대, 자원봉사로 모인 학대파와 복수에 불타는 과거 주민들에 의한,
『구제』라는 이름의 대학살이, 드디어 시작된다고 한다.
나에게 이러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이젠 아무도 막지 못하는 시점까지 왔기 때문이리라.
「당신도 참가하지 않겠습니까!? 저 더럽고 비열한 짐승들을 절멸시켜버립시다!!」
내가 정중히 사양한 것은, 실장석을 상처입히는 것을 주저해서가 아니라, 그 직원의 이상할 정도의 열의 때문이었다.


취재를 마치면서, 나는 가까이에 있는 『실장마을』에 발길을 옮겼다.
마치 폭격을 받은것처럼 어질러진 마을 안에는, 발디딜틈 없을 정도로 많은 실장석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인기척이 전혀 없는 것은 며칠 후의 『구제』에 맞추어 주민의 피난이 완료되었기 때문이리라.
뭐, 이런 참상이어서야 주민들도 진작에 떠나버렸겠지만.
「데스우!」「데스데스웃!」「데엣스ー웅!!」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나는 실장석에 둘러싸여 있었다. 먹이를 달라고 아첨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바로 알수있었다.
『들고있는것을 내려놓아라. 가진것을 다 내놔라. 배가 고프다. 너를 먹게해라』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아니, 명령하는 실장석의 무리.
그렇군, 이런 오물은 1초라도 빨리 절멸시키는 쪽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느끼는 것은 일종의 동족혐오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거칠게 실장석을 몰아내자, 바로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나타나서는 나에게 실장석을 학대하지 말라고 주의——아니, 주의를 주는 시늉을 한다.
나는 결코 적지않은 벌금을 얌전히 넘겨준다.
이러한 벌금은 『구제』가 끝나면 바로 반환된다는 것을 방금의 취재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데스우!」「데스데스웃!」「데엣스ー웅!!」
『꼴좋다. 우리들에게 대들면 그런 꼴이 되는거다. 너희들은 그저 가축이다』
그런 욕지거리를 퍼붓는듯한 실장석들은, 자신들이 며칠 후에 『절멸』된다는 것을 알게되면 어떤 표정을 짓게될까?





실장처분장



10월 11일 화요일.
보건소로부터 동물애호센터에 보내진 16마리의 실장들은, 4일째의 아침을 맞았다.
보통은 금요일에 수용되어 월요일에 살처분되지만,
월요일이 「체육의 날」이라 휴일이었기에 하루 늦춰졌다.
16마리에다가 4호실에서 옮겨온 8마리가 더하고,
10일에 태어나 이튿날 아침까지 살아남은 자실장 3마리를 더하여, 합계 27마리가 되어있었다.


오후 8시 반이 넘자, 4호실과 5호실을 가로막은 벽이 이동하기 시작한다.
5호실이 점점 좁아진다.
27마리는 「자동투입통로」라고 불리는 너비 1미터 정도의 통로로 밀려나간다.
통로에 나가면, 이번에는 안쪽 벽으로부터 자동으로 밀치는 기계가 작동하여, 다른 한 편의 통로 안쪽으로 몰아붙인다.
그 앞에는 「탄산가스 드림 장치」라는 이름의 철제 상자가 입구를 연 채 기다리고 있다.


각 변이 약 2.5미터 정도인 상자모양의 장치. 통칭 「드림박스」
적어도 편안한 꿈을 꾸라는 기분으로 이름붙인 것일까.
「인간의 자기기만이다」라는 이야기가 들려올듯 하지만,
그렇게라도 부르지 않으면 버틸수가 없으리라.
어쨌거나 매일 하는 일이니까.


실장석들은 도무지 상자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손을 벽에 대고 철책 너머로 바깥의 상황을 살피는 실장석도 있다.
자동투입기로 좁아진 통로에 27마리가 바글거린다.
퇴로가 차단된 실장석들은 서서히 상자 안에 들어가게 된다.


오전 8시 50분, 상자의 뚜껑이 닫힌다.
실내의 산소농도는 16-18%로 설정되어있다.
정상적인 공기의 산소농도는 21%, 이미 산소결핍 상태이다.
탄산가스(이산화탄소)의 주입이 시작되고, 산소농도를 나타내는 표시가 점점 하강해간다.


박스에는 동그란 유리창이 있어, 안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있다.
자실장을 들어올리며, 이쪽을 향해 아첨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가스주입이 시작되면 얼마 안있어 유리창에서 사라진다.


창에 얼굴을 가져다대면, 첩첩이 겹쳐 쓰러져있는 실장석의 무더기.
자실장은 이미 움직이지 않는다.
두 눈이 녹색이었던 실장석의 사타구니에서는, 저실장이 넘쳐나온다.
마라실장은 이미 쓰러진 실장석과 교미를 하려고 하고있다.
입을 위로 향하며, 몸부림치고, 발버둥치고, 벌렁 뒤집어진다.
기운차게 솟아오른 음경이 부들부들 떤다.
그것도 얼마 안있어 뚝 하고 움직임을 멈춘다.
산소농도는 4%도 되지 않는다.


살처분은 약 50분이면 종료. 상자 입구의 반대편에 있는 뚜껑이 위로 열린다.
사체가 된 27마리 남짓은 작업원의 손에 의해, 소각로로 자동적으로 보내어지는 상자에 담긴다.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게 되어서.
이 날은 실장석 83마리와 자실장 150마리 정도를 처분했고, 약 1시간의 소각 후, 재가 되었다.


센터의 부지 한켠에 「실장비実装碑」가 서있다.
머리털 한 줌을 담은 실장석 무덤이다.
향로가 있고, 실장향도 준비되어있다.
묘 앞에는 직원의 손으로 코로리가 몇 개 차려져있다.






체포된 남자

 

띵똥ー 띵똥ー
나는 몇번이고 초인종을 누른다.
이 집에 살고있는 남자는 터무니없는 냉혈한이다.
초인종을 눌러도 응답이 없는게 짜증나서 무심코 문짝을 탕탕 두드린다.
「안에 있는거 알아요, 나오세요」
흥분한 나를, 따라온 경찰관이 말린다.

얼마 후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기지개를 펴면서 내 앞에 나타난다.
「주변에서 신고가 있었습니다.
 당신, 실장석을 학대하고있군요」
두들겨 팰듯한 기세로, 남자에게 따져묻는다.
「…댁은 뉘슈? 갑자기 뭐요?」
딱히 꿀릴것도 없다는 태도에, 점점 분노가 끓어오른다.
「실장석 애호단체에서 나왔습니다. 실장석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실장석을 학대하면 징역 3개월 또는 3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법률이 생겼는데도 실장학대는 줄어들지 않는다.
괴로워하며 도움을 구하는 실장석들을 한 마리라도 더 구출한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자부하고있다.

「흐음ー, 그런가. 안됐지만 실장석따위는 학대하지 않았어.
 돌아가주쇼, 이쪽은 밤근무니까」
이 남자, 오리발을 내밀 생각이군.
이쪽에서는 조사를 해서 실장석을 학대한다는 증거를 잡고있는데도.
그때, 데ー…데즈우…하는 희미한 실장석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반응하여, 남자를 밀치고 집 안에 진입한다.
「잠깐, 기다리쇼」
그런 남자의 말이 들려오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이럴때에 가만히 있어서야 실장석은 구출할수 없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의 방으로 가서, 벽장을 연다.
벽장 안에는 투명한 수조가 놓여있었다.
안에 들어있는 실장석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똥의 처리도 되지 않았으리라.
비위생적이기 그지없는 환경에 처해져있다.
손발이 없고, 알몸으로 등에는 대못이 몇 개나 꽂혀있다.
공허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데에에에 하고 소리를 낸다.
자세히 보니 담배로 지진 흔적도 보인다.
「무슨… 짓을…」
손을 입에 대고, 치밀어 오르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너무나도 비참한 실장석의 상태를 똑바로 볼 수 없다.

「아ー아ー, 들켜버렸네」
딱히 안됐다는 기색도 없이, 남자가 머리를 긁으면서 방에 들어온다.
「당신, 이런 짓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떨고있다. 분노로 온몸이 뜨거워진다.
「실장석은 말이지, 인간에 가장 가까운 동물이에요.
 똑똑하고, 표정이 풍부한 그런 것을 이런…」
눈물이 솟아오른다. 이런 잔학한 짓을 저지르는 남자와 같은 인간으로써 눈물이 나온다.
「울지마쇼. 뭐, 들켰으니 이제부터는 경찰서인가」
남자는 척척 외출할 준비를 한다.
나는 실장석에 꽂힌 못을 가능한한 부드럽게 뽑아준다.
「그래서, 묻겠는데, 그 쓰레기는 어쩔거유?」
쓰레기? 이 남자는…
나는 간신히 분노를 씹어삼켰다.
「당신은 사육주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됩니다.
 이 아이는 상처가 치료되는 대로, 입양시키도록 할겁니다」
「거짓말은 하지마쇼. 어차피 보건소로 보낼거면서」
이죽거리면서 남자가 말한다.
실제로 그 대로이다.
실장석을 입양해주는 인간은 거의 없는 것이다.
훈육을 받은 애완용이라면 몰라도, 
학대에서 구출한 실장석은 거의 대부분이 원 들실장.
일시적으로 맡아두는 곳은 언제나 만원상태.
자금도 보호구역도 제한이 있다.
「자, 순사양반, 갑시다」
옷을 갈아입은 남자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말을 한다.

「조금의 죄의식도 없는건가요?」
남자 앞에 서서 목소리르 높인다.
「글쎄, 아가씨는 실장석 키우고있수?
 나는 키우고있었소. 엄지였지만 꽤나 바보라서, 언제나 넘어져서 울어제끼는 바보같은 녀석이었지」
「질문에 대답하세요」
「뭐, 끝까지 들어보슈. 그런 바보라도 소중한 녀석이었거든.
 그녀석이 내 잠깐의 실수로, 창문을 열어두고 외출한 동안에 거기에서 죽어가는 소리를 내는 쓰레기에게 잡아먹혔거든」
「에?」
무심코 말문이 막힌다.
「돌아왔을 때에 이 방은 엉망이었지.
 어질러지고, 핏자국이 있었고. 그녀석의 몸의 일부가 아무렇게나 떨어져있었지」

「당신은 학대파가 아닌가요?」
「…잘은 모르지만, 애호파니 학대파니 하면서 억지로 나눌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저, 그녀석의 원수를 갚아주고 싶을 뿐이었거든.
 굳이 구별한다면, 학대파라는 것으로 해주쇼」

그렇게 말하고는, 내 어께를 툭 두드리고 현관으로 향하는 남자.
「아, 그렇지, 그 쓰레기,
 실은 슬슬 놔줄까 하던 참이었소.
 그렇게까지 괴롭혀줬으니 이젠 반성하고 있지않을까 해서.
 그랬는데, 역시 그녀석은 용서되지 못한 모양이구만.
 처분장으로 보내버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지」

약간 서글픈듯한, 그러면서도 웃고있는듯한 얼굴로
밖으로 나서는 남자.

액자 안의 사진 안에서 티없이 웃는 엄지실장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옷감용 저실장 양식

 

【塩】 養殖服蛆実装 (옷감용 저실장 양식)

여기는 어떤 공원, 
실장석들이 많이 정착해 살지만
지역 주민의 도덕성이 높은 덕분인지 
학대파도 좀처럼 오지 않고, 
과잉보호로 실장석을 타락시키는 애호파도 없는
절묘한 밸런스가 유지되어 있다.

실장석들도 사람에게 기대기만 하는게 아니고 

자기 나름의 문화를 이루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 하나가 이 구더기 목장이다

큰 골판지를 여럿 조합해 만든 
얕고 넓고 지붕없는 골판지 하우스 안에
다수의 구더기 실장들이 자라고 있다. 
출산 때 자실장이 되지 못한 구더기들을 
여기에 몰아 두는 것이다.

그걸 짬이 나는 성체와 
소꿉놀이 좋아하는 자실장들이 
교대로 돌보고 있다.

"구더기짱들 밥주는 데스. 
많이 줄께 오늘도 많이 먹는 데스"

그렇게 말하는 뒷바라지 담당 실장석이 
골판지 하우스 중심에 있는 주워 온 접시에
브리-브리- 하고 똥을 싸고 
구더기들은 그"밥"에 
레후-레후- 하고 모인다.

먹이를 줄 뿐 아니라 
각각 스킨십을 해주고 대소변도 처리한다.

"자, 프니프니 시간 데스"
"구더기짱, 응가나오는 테치? 
데려다 줄게 잘 거기에서 하는 테치"

바지런하게 돌보아져 행복한 구더기 실장들, 
물론 그냥 키우는 것은 아니다.
보면 포대기를 벗고 있는 구더기 실장들도 있다.

"레후? 왜 구더기 포대기 벗기는 레후? 
추운 레후"
"괜찮은 테치, 구더기짱은 성장기 테치. 
많이 똥 먹고 잘 자면 포대기 또 나오는 테치. 
프니프니 해주는 테치"
"렛후ー웅♪ 프니프니 기분 좋은 레후〜"

포대기를 뺏기고도 프니프니해주면 
다 잊고 황홀해 하는 구더기 실장들.
떼어 낸 포대기는 한곳으로 모아져 
무리의 공유 재산으로 저장된다.

그렇다. 
이것은 면양이 아닌 구더기를 키우는 목장이다.

실장석의 옷은 몸과 달라서,
한번 찢어지거나 떨어지면 재생하지 않는다.
체모에서 생성된 것이어서 
작은 구멍따위는 다시 메워지기도 하지만,
큰 구멍이나 갈라진 곳을 수선할 때는
이 목장에서 기른 구더기의 포대기를 쓴다.

파손된 부분에 구더기의 포대기 옷감을 
대변 등으로 붙이고 하룻밤 정도 놔두면 
붙인 부분에서 체모가 맞물려 굳어진다.
처음엔 투박하지만 일주일쯤 지나면 
그 부분만 색이 약간 다른 정도가 되어
눈에 띄지 않는다.

생물은 어린 쪽이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상처의 치유도 빠르다. 
그것은 실장석도 마찬가지라서,
구더기 실장은 포대기를 걷어내도 
충분히 먹고 스트레스 없이 쾌적하게 지내면
다시 체모에서 포대기가 생성된다.

솜털처럼 가늘고 투명한 털이 
어렴풋한 거미줄처럼 온몸을 덮고 있는 
구더기들이 목장에는 많다. 
더 시간이 지나면
어슬어슬한 그물코 모양의 체모는 
밀도를 더해 펠트 모양이 된고, 
녹색으로 물든다.

포대기가 충분히 완성되면 벗겨 내고, 
또 재생시켜 벗겨 낸다.

"우리 자의 옷이 찢어진 데스. 
한장 나눠 받고 싶은 데스"

"도토리 4개 데스우? 
제일 작은 구더기 포대기도 
6개 아니면 안 되는 데스"

"데에에...또 오른 데스우?"

"벌써 겨울인 데스. 
이불용으로 모두 구더기 옷감을 원하는 데스. 
골판지라면 1장으로 좋은 데스"

"어쩔 수 없이 데스…도토리 6개 데스"

구더기 옷감은 사료나 건축 자재로 교환되어 
목장을 관리하는 실장석들에게 분배된다.

곧 겨울이 온다. 
본격적인 월동이 시작되면 목장도 일시 닫는다.
명년 봄까지 휴업. 
구더기들은 월동용 비상 식량으로 분배되어 
각각의 둥지로 데려가 진다.

"레후 레후~ 이제 이사 하는 레후♪ 
다음 집에서도 마마와 언니짱들 한테
프니프니 많이 받는 레후♪"

받을 수 있는 것은 똥과 프니프니 뿐.
그외엔 한 조각의 살점까지 착취당하는 게 
구더기 실장의 운명.
자기 처지를 이해할 정도의 지능이 없는 게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실장석인 이상 
친실장들도 내일을 모르기는 마찬가지.
이 목장이 앞으로도 잘 이어져 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확실한 일은
목장의 구더기 실장들 중
내년 봄을 맞을 개체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끝]




자실장이 오로지 배변을 참는 이야기

 

[똥 나오는 테츄]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혼자 공놀이를 즐기는 자실장.

갑자기 그녀에게 맹렬한 변의가 덮쳤다.

벼락 같은 소리가 뱃속에서 울린다.





"똥 나오는 테츄"



그렇게 말하려다 그녀는 말을 삼켰다.

그녀의 마마는 사육실장이었지만 단 한번의 실수 때문에 공원에 버려졌다.

그녀는 마마로부터 배웠다.

"인간에게 사육된다면 절대 가르쳐준 장소 이외에서 볼일을 보면 안되는 데스"



그 마마는 들실장들에게 농락당하며 죽어갔다.

그때, 마마의 유해를 붙잡고 울부짖던 그녀를 지켜본 지금의 주인에게 키워진 것이다.



"여기서 똥을 싸기 시작하면, 와타치는 버림받는 테츄.  그러면 마마처럼 죽는 테츄"



자실장의 머릿속에서 실수는 곧 죽음이었다.



괄약근을 총 동원해 총 배설구를 닫는다.

두다리를 꽉 조이고, 오른손을 엉덩이에 대고 견딘다.

왼손으로 창틀의 끝을 잡고 몸을 지탱하고 까치발로 "쿠르릉"이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수십초정도 지났을까, 자실장을 괴롭혔던 "쿠르릉"이 느닷없이 없어졌다.

"씩씩" 하면서 숨을 뱉은 직후 다시 창자가 활동을 개시한다.

그녀가 한숨을 잠깐 돌린것으로 배설구의 문이 느슨해진 것이다.



"안되는  테츄!……  테…… 나오는 테츄우우!"



장의 압력이 높아지고 자실장은 체내에서 풍선이 불룩해지는 착각을 느낀다.

"문"을 개방하지 않으면 배가 터져 버릴 것 같다.



"다, 다메 테츄…… 참는 테츄"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해도 임계점은 바로 코앞에 있었다.



적어도 피해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ㅡㅡ 하고 본능이 외친다.

괄약근을 조절하여 조금씩 "문"을 여는 아기 자실장.

뭔가가 배설구를 뚫고 나가는 감촉, 느낌이 온다.

장내의 공기가 몸 밖으로 밀려 나갔다.



다시 안도하는 자실장.

하지만 방귀뀐것으로 잔편감은 없어지지 않는다.

언제 제 2파가 닥칠지 모른다.

"지금 화장실에 가는 테츄"



변의의 기습, 자신의 내장의 배반에 대비해 배설구를 닫고, 케이지를 목표로 한다.



"테에에에"



그러나 자실장의 눈앞에 산....빨래의 산이다.

비가 올것 같다고 주인이 베란다로부터 꺼내온 것이다.

이 산을 우회할까아니면 산을 넘을까.

오른손을 입가에, 그리고 왼손을 엉덩이에 대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기 자실장.

실장석의 행동,  항상 "아첨"을 잊어서는 안된다 ─ ─ 마마의 가르침이었다.



"어쩌는 테치"



하지만 주저하고 있을틈은 없었다.

낙뢰가 다시 자실장의 배를 흔들었다.



"아첨하고 있을 틈은 없는테츄"



가장 앞에서 목욕타월자락을 오르기 시작한 자실장.

이정도의 완만한 경사면이라면 배설구를 닫고 안짱다리로 올라갈 수 있다.



언제까지나 배설구를 닫을수는 없다고 자실장은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신경이 마비되어가기 때문이다.

괄약근에 힘을 넣고 잠시 후 조금 힘을 뺀다.

힘을 빼면 장내에서 배설물이 몰려온다.

다시 괄약근에 힘을 쓴다.

계속 반복이다.



벌써 조금 속옷을 더럽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 녹색으로 조금 지렸을 뿐이다.



자실장을 절벽이 가로막는다.

주인님의 승부속옷이다.

절벽이라고 말하면 과장같지만, 지금 자실장에는 절벽처럼 느껴졌다.



"여기서 포기하면 아타치는 마지막 테츄"



그녀로서는 절박한 도전이다.

최대한 다리를 벌리지 않도록 양손의 힘만으로 속옷의 산을 올라간다.

그래도 배설구에서는 파열음이 들려온다.



"다메 테츄.  이제 글러먹은 테츄"



괄약근에 힘을 넣자 양손의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양손에 힘을 넣으면 괄약근이 느슨해진다.

조금만 더 가면 산 꼭대기에 손이 닿는다.

자실장은 이판사판, 전력으로 몸을 올렸다.



"텟챠아아아!"



마침내 그녀는 장애물을 제패한 것이다.

거기에서 상자까지는 얼마 안남았다.



그러나.......



자실장은 정상을 재패하고 쓰러져 몸을 경련 시키고 있다.

마지막 힘을 탕진함으로써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움직이게 되면 장내에서 쏟아지는 녹색의 "마그마"가 폭발할 것이다.



"이번이야말로 끝 테츄……"



자실장은 죽음을 각오했다.

눈을 감고 천천히 몸의 힘을 빼내려 한 그때,



"구더기쨩을 본받는 데스우……"



눈앞에 마마가 나타났다.



"구더기쨩을 본받는 데스우……"



그리고 마마의 모습은 페이드 아웃한다.



멈추고 있었던 자실장의 기능이 살아난다.



"그래, 그런 테치.  마마! 잘한 테치!"



그렇게 마음 속으로 외치며 자실장은 몸을 비비꼬면서 옷을 벗는다.

손과 발을 쓰는 게 아니라 몸 전체를 쓰면서 경사면을 내려간다. 마치 구더기 실장처럼.

구더기 실장처럼 이동함으로써 소비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배설물 배출 억제에 전력을 쏟는다.

이미 임계점을 돌파한 지금, 자실장의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였다.



"고마워 마마! 화장실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레프"



말까지 구더기 실장처럼 하고 있었다.



큰 발소리.

주인이 넣은 빨래를 회수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온다.

"이런 귀엽게 구더기쨩의 흉내?  프니프니 해 줄까"



!!??!@!@**&@$*



그제서야 자실장은 모든 것에서 해방됐다.








천사는 없다

 

실장석이 서식하고 있는 것은 일본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아득히 멀리 멀어진 곳에 있는, 정의와 자유의 합중국.
미국에도 실장석은 서식하고 있었다.





「젯스~」(배가 고픈 데스)

한 마리의 성체 실장석이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여기는 천사가 내려온 거리, 로스앤젤레스. 시간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을 무렵.
입으로 내뱉은 말대로, 이 실장석은 어제  밤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다운타운에 있는 산타페 대로의 음지를 터벅터벅 걸으면서, 실장석은 어젯밤의 디너를 생각해 내고 있었다.
죽음을 직감하고 그 스트레스로 적당하게 몸이 죄인 날뛰는 자실장 먹이!
평상시는 고기를 먹을 기회가 없었지만, 부모가 부재중인 둥지를 찾아내고 거기에 있던 자실장을 남김없이 죽이고 먹어치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제의 이야기. 배에 들어간 자실장들도 지금은 산·페드로의 노상에 배출된 더러운 대변에 지나지 않는다.
사치스러운 고기를 먹은 탓인지, 잡초나 풀꽃을 먹을 생각도 없어져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실장석은, 다시 어젯밤의 디너를 생각해 낸다. 기억을 반추하여, 기분만이라도 채우려고 하는 행위. 이것으로 50번째다.



백 번째의 회상을 끝냈을 때, 근처는 이미 어슴푸레하고, 옷과 속옷만 입은 실장석에게 밤바람은 차갑다. 세상의 풍파도.
가까운 곳에 리틀 도쿄나 차이나타운이 있지만, 그 양쪽 모두가 들실장석에게는 위험한 장소다.
일본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의 상점에서도 실장석의 도둑질에는 용서가 없었고, 잡히면 무사할 리가 없다.
차이나타운에서 잡힌다면, 반대로 자신이 음식 재료가 되는 것으로 끝.
리틀 도쿄는 우범 지역과 인접해 있으므로, 야간의 치안이 나쁘다. 깡패같은 패거리에게 잡히면, 행복해질 리가 없다.
실장석은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생각 없이 상점에 들어가거나 하는 어리석은 짓은 범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차 없이 부는 바람은 실장석의 몸을 떨게 하고, 떨림에 의한 체력의 소모로 공복은 한층 격렬해진다.
식욕의 화신인 실장석은 마침내, 잡초를 먹어서 굶주림을 견뎌야 겠다고 결의했다.
그렇게 정해지자 곧바로 행동에 옮긴다. 근처에 난 잡초를 음미하기 시작했을  때, 눈앞에 임신한 록목(* 녹색눈. 임신해서 양쪽눈이 다 녹색이란 뜻임)의 실장석이 나타났다.

 「데스데스?」(잡초라도 먹을 생각인 데스?)

조금 바보 취급하는 것 같은 록목실장의 눈빛과 발언에, 실장석의 결의가 깨지려 하고 있었다.
여기서 잡초를 먹으면 굶주림은 해결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록목실장은 반드시 자신을 바보 취급할 것이다. 자존심을 위해 그것은 피하고 싶다.
굶주림과 자존심을 저울질을 하며 실장석은 작은 뇌로 어느 쪽을 선택해야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실장석을 본 록목실장은, 매우 매력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데스뎃스~」(거기가 모퉁이를 돌면, 앞의 공터에서 닌겐이 따뜻한 것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들고 있는 데스~)

"따뜻한 것", "음식".
이 두 개의 단어에 반응한 실장석은, 1초라도 빨리 몸을 녹이고 굶주림을 견디기 위해, 지친 몸을 채찍질 하며 달리기 시작한다.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달리기 시작한 실장석의 등을 응시하고 있던 록목 실장은, 발밑의 잡초에 시선을 향하고 거기에 손을 뻗었다.



공터에 가까스로 도착한 실장석은, 거기서 드럼통에 폐재를 넣고 불을 지펴, 몸을 녹이는 두 명의 부랑자를 찾아냈다.
잘 보니, 꼬치구이 고기를 한 손에 들고 홀짝홀짝 편안하게 술을 마시고 있다.
록목실장의 정보대로, 거기에는 따뜻한 것과 음식이 있었다. 나머지 일은 가까이 다가가서 아첨하여, 그 두 명에게 대접받는 것 뿐이다.
실장석은 터벅터벅 드럼통 근처까지 다가가서, 구운 고기를 입안 가득히 넣고 있는 부랑자의 발밑에 찰싹 달라붙는다.
부랑자는 발밑에 있는 실장석의 존재를 깨닫고,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것을 확인한 실장석은 재빨리 아첨하는 포즈를 취하고 사랑스럽게 운다. 이미 이 아첨은 만국 공통의 것인지도 모른다.
천사와 같이 사랑스럽게 우는(이라고 실장석은 생각한다) 실장석을 본 부랑자는, 동료의 부랑자에게 말했다.

「어이, 스티브. 실장석이 있었어」
「진짜, 빌? 좀 보여줘」

스티브라고 불린 부랑자는 실장석을 안고 드럼통에 접근한다. 불은 무섭지만 접촉할 정도의 거리는 아니고, 따뜻하기 때문에 기분 좋다.

"이 닌겐은 내 매력에 함락됐다!"라고 확신한 실장석은, 본궤도에 올라 먹을 것을 졸랐다.

 「뎃스우~♪」(배고픈 데스. 무엇인가 먹여 주었으면 하는 데스웅~♪)

아첨하는 실장석의 말을 들은 스티브는, 린갈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실장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어딘지 모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배가 고팠던 실장석에게, 드럼통에서 자신이 먹을 생각이었던 꼬치구이 고기를 꺼낸다.
노르스름하게 구워져 좋은 냄새가 나는 고기를, 실장석은 거리낌없이 덥석 물었다.
오늘의 식사는 이정도지만, 어제의 자실장보다 맛있다. 구운 고기는 생자실장육보다 부드럽고, 그리고 맛있다.
입속에서 몇 번이나 씹은 고기에서는 육즙이 흘러넘쳐서 고기와 함께 굶주린 실장석의 배에 흘러든다.
마지막 한입을 가득 입에 넣어, 결국 받은 고기를 모두 다 먹은 실장석.
그 때 입속에 딱딱한 감촉이 있어서, 손 위에 뱉어 보았다.

붉은 알갱이와 초록의 알갱이.

본 적 있는 것 같았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식후의 트림을 즐긴다.
공복도 채워지고 따뜻하다. 보금자리가 없는 실장석이지만 오래간만에 안식의 때가 찾아온 일을 실감한다.
그 때, 총배설구에 무엇인가 감촉이 있었다.



공터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록목실장이 잘게 썬 잡초를 으적으적 먹으면서 드럼통 근처를 바라보고 있다.
드럼통의 앞에서 스티브가 조금 전 꼬치에 꿴 실장석의 옷이나 속옷, 거기에 머리카락까지 강탈하여 불 속에 던져 넣었다.
실장석은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지만, 린갈 따위를 갖고 있지 않은 부랑자들에게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해는 하고 있었다. "이 실장석은 살려달라고 애원 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그런데도 스티브는 실장석이 원하는 것과는 반대의 행동을 취했다.
긴 꼬치는 총배설구에서 머리까지 보기 좋게 관통, 그것을 드럼통의 윗부분에 건다.
이것을 빙빙 계속 돌리면, 빈틈없이 구워진 실장석 꼬치구이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 보고 있던 록목실장은 데프프! 하고 웃으면서 입으로 계속 씹은 잡초를 삼킨다.
모두 알고 있었다. 굶주린 부랑자들은 해로운 짐승인 자신들을 잡아서 구워 죽이고, 그것을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실장에게 그것을 가르쳐주고 자신은 안전한 장소에서 안전한 것을 먹는다.
비록 따분한 잡초라도, 동속의 불행을 반찬으로 하여 먹으면 꽤 맛이 있었다.
기분 좋은 동속의 비명을 들으면서, 록목실장은 말한다.

 「데스젯스~!」(로스앤젤레스에서 이 정도 일은 일상다반사 데스!)



조금 전까지 록목실장이 있는 곳까지 들리던 실장석의 비명은 이미 들리지 않게 되고, 다시 고기를 굽는 냄새가 여기까지 닿는다.
본심을 말하자면 자신도 그 고기를 먹고 싶다. 출산을 앞두고 몸에, 영양이 지나치게 많아도 손해는 없다.
하지만, 저것을 먹으러 가는 일은 자신이 다음의 재료가 되는 것이며,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먹을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지금 고기를 먹지 않아도, 좀 더 참으면 산 비상식이 손에 들어오니까. 다음은 두 눈이 빨갛게 되는 것을 기다릴 뿐.
잡초를 모두 다 먹고,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 록목실장을, 누군가가 머리부터 잡아 들어올린다.
올려다 보니, 그것은 다른 부랑자였다. 3명 째의 부랑자는 록목실장을 안고 드럼통으로 향한다.
록목실장은 최악을 사태를 각오했다. 그리고 그것은 적중한다. 3명째의 부랑자는 드럼통에서 몸을 녹이는 부랑자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이 어이 어이! 이봐, 빌, 스티브. 이놈을 봐」
「임신한 실장인가. 빌! 철망을 갖고 와. 모두 바베큐를 하자!」
「그거 좋지, 스티브. 오늘 밤은 새끼를 가진 실장을 갖고 온 스콧을 위해 건배하세!」

록목실장은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미래만은 알 수 있었다. 아첨해도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것 또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일상다반사인 것이다.








독라지만 살아가는데스 (ㅇㅇ(neonas2347))








계곡 조난








단편들












무상의 커피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