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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의 릴리 -불금-

 

오늘은 금요일. 강의가 끝나 집에 돌아온 나는 현재 밥상 앞에서 저녁식사 중이다. 옆에서 릴리도 실장푸드를 까먹고있다.

"오늘은 불금이라 시청률이 좀 떨어지겠죠. 다들 남친 여친 만나러 가지 이거 보고 있겠어요? 하하하하"

티비 예능 프로에서는 불금 어쩌고 하는 소리가 나오지만, 나는 해당사항 없다. 집에서 엄마가 보내준 반찬이랑 밥이랑 처넣고 과제랑 컴좀 하다 잘 예정이다. 

"주인사마."
"왜."

릴리가 내게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묻는다.

"불금이 뭐인데스?"
"음.. 실장석 기준으로 말해주면 인간은 5일간 먹이를 구하러 다니고 이틀간 쉬거든. 그리고 다시 5일간 먹이구하러다니고 이틀간 쉬어. 이 생활을 반복하지."
"데에? 이틀이나 쉬는데스? 닝겐상들 꿀빠는 데뵤오오옥!"

짜증나서 뒤통수에 스매시 한방 날렸다. 꿀빤다 이런 말은 어디서 배웠는지 몰라. 실장 티비에서 저런 말도 나오나?

"너 매일 쉬는 주제에 마치 공원의 들실장인양 힘들게 사는 것처럼 말하지마라. 하는 일이라고는 지 똥치우는거랑 청소 조금 하는거 밖에 없는 주제에.."
"주인사마 농담인데스! 와타시는 농담도 못하는 데스우.....데엣! 죄송한데스! 잘못한데스. 때리지 마는 데스."
"흠흠....뭐 암튼, 먹이 구하러 다니는 마지막 날인 5일째에 먹이를 다 구하고 나면 이제 다음날부터 이틀날 쉬잖아."
"그런 데스."
"그러면 이제 이틀간 놀아도 되니, 5일째 날 저녁에는 마음껏 노는거야. 그걸 불금이라고 해. 알아들었니?"
"? 사실 잘 모르겠는 데스."

한번 더 맞고싶나보구나. 뒤통수 스매시 한방 더 간다. 퍽.

"데뵤오오옷!"
"탁아한번 더 해줄까?"
"데챠아아아아아아! 주인사마 알아들은데스! 알아들은데스.....음.... 며칠간 먹이 구하고 난 다음에 쉬는날 오기 전날에 마음껏 노는거 아닌 데스?"
"역시. 매가 약이구만. 그런 뜻이다. 알겠니?"

하지만 릴리는 아직도 호기심어린 표정을 풀지 않았다.

"뭐야? 알겠다면서."
"불금이 뭔지는 잘 알은데스 주인사마."
"근데?"
"근데 주인사마는 왜 안노시는 데스?"

...뭐?

"저쪽 그림상자 보니까 닝겐상들이 불금에는 남친 여친이랑 놀러나간다고 한 데스우. 와타시 남친 여친이 뭔지는 아는 데스우. 닝겐상들이 자를 갖기 위해서는 남자 닝겐이랑 여자 닝겐이랑 같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 데스?"

....

"그래서?"
"주인사마는 왜 여친이랑 안놀러나가고 여기서 있는 데스?"
"난 지금 여기서 쉬고있잖아... 릴리 알았으면 그만해라."
"? 주인사마가 불금에는 노는거라고 하지 않으신 데스? 저 그림상자에서도 불금에 놀러나간다고 하는 데스. 그럼 주인사마는 하우스로 놀러나가는 데스? 와타시 이해가 잘 안가는 데스. 왜 여친이랑 같이 안놀러가는 데스?"

....

"야 릴리."
"데에?"
"너는 착한 녀석이긴 한데 눈치가 없는게 문제야."
"아닌 데스우! 와타시는 눈치있는 눈치실장 데스! 눈치 데스! 코치 데스! 눈치 코치 디스코치! 데스데스! 데스데...스..."

불길한 예감을 느꼈는지 디스코를 찌르며 장난을 쳐보지만 이미 늦었단다. 이런 쪽으로 눈치는 있는데 왜 다른 쪽으로는 눈치가 없을까?

"...주인사마.... 혹시 와타시 또 잘못한 데스우?"
"그래. 그것도 많이."
"한번 기회를 주시는 데스. 와타시가 생각해보겠는 데스우.. 데에... 그러니깐 불금에.. 주인사마가.. 여친이랑 안놀러나가고 데스... 하우스에서 와타시랑 같이 그림상자를 보고 데에..."

아픈 데에 소금뿌리냐?

"안되겠다 릴리. 오늘은 특별 교육이다. 일단 욕조에 물부터 받아놓을게"
"데챠아아아아아! 주인사마 제발 수영교육만은 안되는 데챠아아아아!"

이녀석은 자실장때 한번 욕조에 빠져 죽을뻔한 적이 있어서 수면이 가슴 위로 넘어가는 수영장은 무서워한다.

"내 마음을 도려내는 분충은 용서하지 않는단다 릴리. 오늘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챌 때까지 교육은 끝나지 않아."
"데챠아아아아아악! 주인사마! 제발 용서해주시는 데챠아아아아! 와타시가 다 잘못한 데챠아아! 하지만 솔직히 정말 모르겠는 데챠아아아! 와타시는 왜 불금에 여친이랑 놀러가지 않았는지 밖에 안물어본 데챠아아아아!"

하아... 그게 잘못이란다 릴리. 쨌든 네가 그게 잘못이라는걸 깨닫기 전까지는 교육이 계속된단다.

"데웁...! 푸아!! 주인사마 제발 그....데웁....뽀글뽀글.....푸아! 제발 그만하는 데에에에엥...데웁....!"

연신 녀석의 머리를 물 속으로 넣다 빼니, 녀석의 몸이 물과 눈물이 섞여 범벅이 된다.

하지만 지금 내 얼굴도 눈물로 범벅이 된다. 

씨발... 







백조자리

 

해가 저물 때면 차녀는 늘 집안 한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붉은 해가 던지는 노을빛 석양이 차녀의 낡은 골판지 안을 드리울 때면 마치 어떤 신호를 받은 것처럼 차녀는 쪼르르 구석탱이로 달려갔다. 문을 등진 채 잠시 벽을 바라보고 앉아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발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온 테스. 이모우토챠..”

그러나 차녀는 대꾸를 하지 않는다. 아니, 쳐다보기도 싫다는 듯이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여전히 누런 벽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밥인 테스.”

마지못하다는 듯이 차녀는 몸을 일으켰다. 배가 고팠기 때문이었다. 꼬르륵하며 분대에서 먹이를 달라고 요동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차녀는 장녀 언니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입구로 쓰고 있는 한쪽으로 뻥 뚫린 골판지의 부분을 등지고 선 장녀의 모습은 여전히 볼품없었다.

듬성듬성 얼마 남지 않은 앞머리와 한쪽밖에 없는 뒷머리, 찢기고 헤져서 먼지투성이인 옷과 한쪽 밖에 없는 신발. 중실장치고는 굉장히 볼품없는 행색의 장녀 언니는 옷차림을 제외하고 단순히 얼굴만 봤을 때에도 실장석 기준으로는 못생긴 측에 속했다.

못생긴 장녀의 행색을 또 보자, 토라진 표정의 차녀는 오른손으로 장녀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가리켰다. 대화는 그쯤 하고 어서 밥이나 달라는 듯.

장녀 역시 이러한 취급에 익숙하다는 듯이 아무 말 없이 비닐봉지에 든 것을 바닥에 쏟았다. 오렌지 껍질 세 개와 반쯤은 모래가 섞인 삼각 김밥 찌꺼기.

중실장인데다 뒷머리가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자신으로서는 공원 여기저기에 보이는 성체 들실장들의 눈치를 피해 먹이를 제대로 모으는 것도 다소 힘에 부쳤다.

“테챱테챱...테챱테챱.. 테치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동생 차녀는 말라비틀어진 오렌지 껍질이 맛없다는 듯 억지로 입에 쑤셔 넣고 있었다. 어쨌든 배는 고팠기 때문이다.

장녀는 밥을 먹는 것도 잊은 채, 우두커니 앉아서 식사에 열중한 차녀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런 장녀의 시선을 차녀도 의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 언니와 눈이 마주치기는 싫었는지, 오히려 차녀는 마치 먹이를 먹느라 정신이 팔려 있다는 듯이 입을 하염없이 오물거리며 고개를 더욱 음식 쪽으로 숙여버렸다.

“맛없는 테치.”

쓰레기통의 역한 냄새가 뒤섞인 물기 없는 오렌지 껍질의 씁쓸한 식감은 아직 조금이나마 껍질에 달라붙어 있는 오렌지 과육의 상큼하고 달콤한 냄새마저도 지울 만큼 차녀의 입에 맞지 않았다. 제 언니가 얼마나 고생을 하며 오렌지 껍질을 모았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차녀는 손에 꼭 쥐고 있던 오렌지 껍질을 던져버렸다. 그리고 어느 정도 채운 배를 쓰다듬으며 다시 구석 한 곳으로 가서 장녀를 등지고 드러누웠다.

그러나 한참 먹을 때여서 그런지, 차녀가 한 입 베어 물고 내던진 오렌지 껍질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그것이었다. 다른 2개는 이미 차녀의 분대 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였다.

차녀가 드러눕는 것을 확인한 장녀는 말없이 저 멀리 날아간 오렌지껍질을 주워왔다. 그리고 모래 섞인 삼각 김밥 잔해 옆에 앉았다. 그제야 장녀는 자신의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마마가 살아있을 때는 이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좀 더 많이 먹을 수 있었다. 차녀는 자신이 태어난 첫날에 마마의 밀크와 같이 먹었던, 새하얗고 부드러우면서 기다란 과일의 달콤한 맛을 잊지 못했다.

마마가 아직 계셨을 때에는 이처럼 고생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장녀가 자신의 머리칼을 잃어버렸던 그날 이후에도, 마마는 장녀를 독라로 만들지 않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극심히 하나 남은 장녀를 보살펴주었다. 마치 잃어버린 동생들의 몫의 사랑도 모두 장녀에게 쏟는 듯이. 심지어 새로 어여쁜 동생이 태어난 뒤에도 못생긴 장녀를 버리지 않았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골판지 안에서 장녀와 차녀는 머릿속으로 그리운 그 존재를 떠올렸다.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그 성체실장을.

‘마마...’



갓 태어난 차녀를 조심스럽게 핥아 몸의 점막을 벗겨주던 마마는 차녀의 게슴츠레하게 뜬 두 눈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점막이 전부 사라진 후 자신이 자실장임을 증명하듯 차녀가 팔다리를 마구 휘젓자, 친실장은 차녀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두 팔로 높이높이를 해주었다. 자신보다 훨씬 큰 마마의 머리 위에서 화장실바닥을 바라보자 차녀는 무섭고도 즐거운 나머지 빵콘하여 친실장의 머리 위에 운치를 조금 흘렸다.

그러나 친실장은 그 운치마저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방실방실 웃으며 잠시 동안 차녀와 놀아주었다.

차녀와 함께 태어난 자매라고는 자신과 동생 구더기 세 마리.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마는 화장실을 나가기 직전에 구더기 동생 세 마리를 집어, 잽싸게 입에 넣고 와그작와그작 씹어 삼켰다. 차녀는 순간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마마가 자신을 가슴팍에 푹 감싸 안자 마마의 따스한 품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친실장의 젖을 찾아 더듬거렸다.

마마의 따스한 품을 느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녀는 친실장에 의해 바닥으로 내려왔다.

“여기가 마마가 살고 있는 하우스인 데스우.”

이번에 낳은 자는 오직 차녀뿐. 언니나 동생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차녀가 집으로 들어서자, 골판지 안에 앞머리가 뽑혀 몇 가닥 남아있지 않고, 뒷머리가 하나밖에 없는 이제 거의 중실장 크기에 가까운 자실장이 하나 있었다.

친실장은 차녀의 눈앞에 있는, 걸레짝 같은 옷을 입은 못생긴 자실장을 장녀라고 소개했다. 차녀는 자신이 집안의 ‘차녀’이며, 자신보다 먼저 마마에게서 태어난 언니가 있다는 사실도 같이 알게 되었다.

차녀의 등을 살짝 툭 치며, 친실장이 언니와 인사하라고 차녀에게 말했다.

‘저런 독라에 가까운 못생긴 녀석 따위와 인사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차녀였으나, 사이좋은 자매의 인사를 기대하며 자신을 향해 빙그레 미소짓는 자애로운 친실장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사랑하는 마마가 자신 때문에 슬퍼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마지못해 차녀는 자신보다 훨씬 크지만 꾀죄죄한 언니 앞으로 두서 발짝 다가가 잠깐 손을 올려 머뭇거리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이내 뒤돌아 마마의 품으로 쪼르르르 안겼다. 장녀 언니가 자신을 향해 살짝 웃어봤다는 사실도 모른 채.

실장석은 외양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이는 위석에 각인된 본능 탓으로써, 다른 생물들과 달리 항상 ‘미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름다움’은 실장석의 허영심을 채울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생존에 불리한 머리카락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것도 이러한 것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사육실장들이 끊임없이 예쁜 옷이나 치장거리를 주인에게 요구하거나 들실장들이 사육실장을 습격하는 이유도, 반대로 독라나 이에 가까운 개체를 무시하고 비웃는 것도 상기한 본능에 따른 행동이다. 높은 허영심은 곧 상대방에 대한 우월감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특별히 높은 지위에 서서 다른 개체들을 내려다보기 좋아하는 실장석이 ‘세레브’를 갈망하는 데에는 이러한 까닭이 있었던 것이다.

차녀 역시 그저 자신의 위석에 각인된 본능에 따라, 장녀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자신과 달리, 여러 부분이 찢어서져 맨 살이 보이는 누더기 같은 옷을 입은 데다 뒷머리만 남은 이 분충은 확실히 노예라 불리는 독라에 인접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큰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소심한 장녀는 차녀가 대놓고 무시하거나 비웃어도 딱히 다른 말이나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마마가 없을 때면 차녀는 장녀를 언니 취급도 하지 않았고, 아예 말조차 걸려고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차녀는 마마를 슬프게 하는 것은 싫었기에, 친실장이 집에 돌아온 후인 저녁만큼은 그럭저럭 최소한 장녀에게 시비를 걸지는 않으려 노력했다. 해질녘에 돌아온 친실장은 장녀와 차녀를 모두 보배라고 말해주며 자신이 힘들게 구해온 먹이들을 아낌없이 둘에게 먹여주었다.

장녀가 ‘테에아’하고 벌린 입에 땅에 떨어진 것을 주어온 떡꼬치 한 조각을 조금 잘라서 입에 쏘옥 집어넣어주는 친실장을 보면서, 차녀는 이에 질세라 자신도 소리를 ‘테에아아아!’하면서 크게 내며 입을 찢어져라 벌렸다. 친실장은 차녀의 이런 행동도 귀엽다는 듯이 데프프픗 웃으며 이내 차녀에게도 남은 한 조각을 입에 쏘옥 집어넣었다.

우물우물 입을 놀리며 행복한 듯이 마마가 구해온 음식을 음미하던 차녀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마마는 추한 언니를 예쁜 자신과 동일하게 애지중지 여길까? 뒷머리만 떼버리면 머리카락이 아예 없어지는 저 독라 같은 장녀가 자신에게는 도저히 예쁘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왜 친실장은 눈에 들어가도 아프지 않는 자라는 듯이 사랑스럽게 대하는 것일까?

모성애라는 것을 아직 모르는 어린 차녀는 도무지 친실장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잠에 든 장녀와 달리, 아직 어려 마마의 젖을 좀 더 먹어야 했던 차녀는 문득 친실장의 젖을 빨다가 아까 든 생각이 다시 나서 사랑하는 마마에게 물어보았다.

“마마.”

“왜인 데스? 사랑하는 와타시의 차녀챠?”

“마마는 왜 장녀 오네챠를 좋아하는 테치?”

“그게 무슨 소리인 데스?”

“장녀 오네챠는... 하나도 세레브하지 않은 테치. 추한 테치.”

직설적인 차녀의 발언에 다소 놀랐지만, 아직 어린 자가 생각이 미진한 탓이려니 생각하고 친실장은 상냥하게 차녀를 달랬다.

“가족에게 그런 말은 다메 데스, 차녀.”

“테에...”

“저 자는 마마가 처음 낳은 자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 데스.”

친실장은 부드러우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장녀 언니의 사연을 차녀에게 털어놓았다.

장녀는 원래 친실장이 차녀 이전에 낳았던 자들 4마리 중에서 삼녀였다고 한다. 지금의 차녀가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친실장의 슬하에서 뛰놀던 이 자들은 상냥한 마마의 비호 아래에서 무럭무럭 커갔다고 했다.

“그러나 장녀를 제외한 자들은 죽어버린 데스..”

친실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먹이를 수집한 후 골판지에 돌아온 친실장의 시야에 보인 것은 낯선 성체 실장이었다.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성체 실장의 손아귀에는 지금의 장녀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성체의 발밑에는 자실장의 시체 조각들이 끔찍하게도 붉은 피 웅덩이 속에 널려 있었다. 그리고 손 안의 자는 살기 위해 발악하듯 울부짖고 있었다.

‘그만하는 테챠아아아! 독라는 싫은 테챠아아아!’

친실장은 대번에 상황을 이해했다. 자신의 골판지 하우스가 습격당한 것이다.

‘데쟈아아아아아!’

장녀를 내팽개치고 달려든 성체 실장과의 혈투 끝에 친실장은 간신히 침입자를 내쫓아냈다. 하지만 손실은 너무나 컸다. 세 마리 자들은 이미 침입자의 뱃속에 들어가 버렸고, 하나 남은 자 역시 옷 여기저기가 찢긴데다 머리카락이라고는 왼쪽 뒷머리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차녀가 태어나기 불과 2주 전의 일이었다.

눈물지으며 자신의 자들의 이야기를 해주던 친실장은 차녀가 젖에 열중하느라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품 안의 자를 데리고 골판지 밖을 나섰다.

“차녀챠, 저길 보는 데스.”

8월의 무더운 밤이었지만, 어둑한 밤하늘에 드문드문 박힌 새하얀 별들은 두 실장 모녀의 가슴을 맑게 씻겨주는 듯이 아름다웠다. 차녀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테에에...! 정말정말 예쁜 테치이!”

“저건 별이라는 것 데스.”

“정말 예쁜 테치! 마마...! 내려주는 테치! 내려주는 테치!”

차녀를 품에서 내려준 후, 친실장은 높은 밤하늘 위에 나란히 떠있는 세 개의 별을 가리켰다.

“아마 저것은 차녀챠의 죽어버린 오네챠들의 별인 데스.”

실장석들은 죽은 뒤에 그들의 위석이 밤하늘에 박혀 밝게 빛나는 별이 된다. 해님이 저물고 나면, 죽어버린 자들이 마마를 향해 웃는 것을 마마는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차녀는 신비로웠다. 하지만 이내 수긍했다. 마마가 낳았던 오네챠들이라면 반드시 아름다운 별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마는 정말로 아름다우니까. 기다랗고 바람결에 살랑살랑거리는 매끈한 밤색 머리칼과 깔끔한 옷, 포동포동한 하얀 피부가 별님만큼은 아니더라도 정말 예쁘니까.

마마는 자상하다. 마마는 사랑스럽다. 그리고 자신의 마마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자신도 무럭무럭 자라서 언젠가 마마같은 성체실장이 되고 싶다. 차녀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제 친실장을 향해 방실방실 웃으며 여름밤의 풀벌레 소리와 쏟아지는 별들의 운치를 즐겼다.

다음 날 장녀 언니는 어엿한 중실장이 되었다. 친실장은 매우 기뻐했다. 차녀 역시 조금 있으면 못생긴 장녀 언니가 독립하기 때문에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므로, 기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집안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 날 저녁부터 친실장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장녀와 차녀가 배를 쫄쫄 굶으며 이틀이나 더 기다려봤지만, 마마는 왠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장녀가 골판지 밖으로 나서서 찾아보기로 했다. 차녀는 여전히 장녀가 미덥지 못했지만, 그래도 현재 집안에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었기 때문에 조금 신경이 쓰였다.

한 시간, 또 한 시간.

장녀 언니는 돌아오지 않자, 차녀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공놀이를 해봐도 무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랑하는 마마는 여전히 오지 않고, 그나마 하나 있는 언니마저 늦어지자 차녀는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히끅..히끅...테에에...테에에엥..히끅..”

빨리 마마가 왔으면, 오네챠라도 왔으면 싶었다. 공을 내팽겨치고 안절부절못하며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차녀는 이제는 캄캄하고 좁은 골판지 하우스조차 무섭다고 느껴졌다.

매우 더웠지만 차녀는 그래도 골판지 밖을 나섰다. 아무래도 자신이 마중을 나가야겠다고, 이렇게 자신이 마중을 나왔으니 마마는 그 반독라 오네챠와 함께 곧 오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면서 골판지 하우스의 입구 앞에서 장녀가 넘어갔던 그 수풀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무서우리만큼 골판지 주변은 고요했다.

다급해진 차녀는 골판지 현관 앞을 이리저리 쏘다니기 시작했다.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가만히 있지를 못하였다. 무서움을 잊으려는 듯이, 골판지 하우스를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테에에에! 테챠아아아아!”

수풀을 보면서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바닥을 미처 보지 못하였다. 운치구덩이 경사면에 미끄러지고 만 것이다.

다정한 친실장이 운치구덩이를 만들 때 자들이 빠질 것을 걱정하여 그다지 깊지 않게 했던 까닭에 차녀는 많이 다치지는 않았다. 다만, 운치가 차녀의 키 높이까지 쌓여있던 것이 문제였다.

빠지지 않게 온 몸을 허우적대면서 차녀는 살기 위해 마구 몸부림쳤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행위는 전신의 힘을 더 빨리 소모하게하기 때문에 차녀의 죽음을 더욱 앞당길 뿐이었다.

차녀는 운치구덩이를 자신의 힘으로 빠져나가지 못할 것임을 직감했다. 그와 더불어 자신을 발견해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면 여기에 곧 빠져 죽어버릴 것임도 알아챘다. 패닉에 빠진 차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 뿐이었다.

“테챠아아아아아! 누가 좀 도와주는 테챠아아아아! 운치 구덩이에서 죽기는 싫은 테챠아아아! 테에에엡..! 테게에에에엙!”

“저런 테스!”

목구멍에 고약한 운치가 넘어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뱉고 있던 도중, 익숙한 손길이 자신의 몸뚱아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제 옷이 더러워지는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떨고 있는 차녀를 품안에 포근히 안아주었다. 차녀는 이렇게 따스한 품을 예전에도 한번 느꼈던 적이 있었다.

‘마마 테치..’

자신을 안은 실장석의 품을 꼬옥 달라붙었다. 토닥토닥 두드리기도 했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마마가 없는 사이에 별님이 두 번이나 왔다 갔다고. 너무 무서웠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차녀는 자신을 안아준 실장석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상냥하고 예쁜 마마의 얼굴은 없었다. 볼품없이 앞머리가 쥐어뜯기고 여기저기 옷이 찢긴데다 흙더미를 뒤집어 써 더러운 한 중실장의 얼굴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모우토챠.. 위험할 뻔했던 테스.”

“내려놔 테치! 어서 내려놔라 테치!”

마마가 아니었다는 실망감 때문이었을까? 차녀는 온 힘을 다해 장녀의 가슴을 퍽퍽 때리기 시작했다. 장녀는 갑자기 달라진 차녀의 태도에 화들짝 놀라서 차녀를 살포시 땅에 내려놓았다.

“어서 씻어야 하는 테스. 그러니 물을...”

“대답해 테치!”

차녀는 인상을 구기며 장녀를 향해 악을 쓰기 시작했다. 친실장처럼 따스했던 그 품이 장녀의 품 안이었다니, 인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장녀는 마마를 찾아온다고 했지만, 지금 장녀 곁에는 마마가 없었다. 마마가 없다니, 장녀 오네챠 뿐이라니. 저런 못생긴 중실장 말고 예쁜 마마를 보고 싶었다.

“어째서 오마에 따위가! 못생긴 장녀 오마에 따위가 있는 테치! 마마는 어디에 있는 테치! 어서 마마를 찾아오는 테치!”

“...차녀챠...히끅..”

“너 따위는 어찌 되도 좋다 테치! 어서 마마를 데려와 테치! 오마에 대신에 마마를 데려오는 테치! 마마는 어디에 있는 테챠아아!”

어린 자실장 동생의 발악에도 장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흘릴 뿐이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 역시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투로 장녀는 차녀에게 슬픈 현실을 일러주었다.

“마마는... 마마는... 별이 된 테스!”




그 이후로 장녀가 친실장을 대신해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다.

친실장이 그랬듯이, 아침 일찍 장녀는 먹이를 구하러 나선다. 차녀가 햇살에 눈이 떠질 때면 항상 장녀는 집에 없었다.

그리고 늘 해질녘에 돌아왔다. 마마의 것보다 훨씬 적은 먹이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면서,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을 나설 때보다 더 볼품없어진 행색을 이끌고.

차녀는 불만스러웠다. 마마가 있었을 때에는 더욱 맛있는 먹이를, 더 많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못생긴 언니는 마마보다 추한 주제에 밥도 시원찮게 가져온다. 필요한 물품도 적게 가져와서 항상 생활의 곤란을 겪고 있었다.

어찌 되었건 지금 가장 노릇을 하고 있기에 적당히 참아주고는 있지만, 차녀는 마마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었다. 무엇보다 피부로 와닿는 생활수준의 질적 하락이라는 것은 어린 차녀로서는 매우 짜증나는 것이었다.

“오늘도 이것뿐인 테치?”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듯이 먹이를 슬쩍 내미는 장녀의 손에서 탁 먹이를 낚아채면서 차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나 배는 고팠기에, 자신의 양 손으로 흙이 묻은, 떡볶이 국물 범벅인 파 한 조각을 꼭 쥐고 있었다. 먹이 자체가 모자랐기에 보존식은커녕 두 어린 실장이 먹을 양도 모자랐다. 그러나 차녀는 먹이를 요구할 때마다, 장녀는 어찌 되었든 차녀가 먹이를 달라는 대로는 그럭저럭 주고 있었다.

식사가 마치면 항상 차녀는 늘 누워있는 골판지 한 구석에 벌러덩 벽을 바라본 채로 누워버린다. 마마의 밀크가 먹고 싶었다. 비록 젖을 먹을 시기는 한참 지났지만, 친실장을 어린 나이에 잃은 상실감이 아직도 차녀로 하여금 젖을 찾게 만들었다.

어느 날 차녀는 집에 돌아온 장녀에게 마구 때를 썼다.

“마마의 밀크가 먹고 싶은 테치! 어서 밀크를 내놓는 테치!”

“...미안한 테스우. 차녀 이모우토챠. 오네챠는 아직 밀크가 나오지 않는 테스.”

“몰라 테치! 마마가 보고 싶은 테치! 마마를 돌려줘 테치! 오마에 따위는 마마와 다른 테치! 마마의 밀크를 줘라 테챠아아!”

“...히끅...히끅...”

스스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차녀는 골판지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뒤에서 장녀가 눈물짓고 있는 것 따위는 상관없었다. 어찌되었든 멀리 나갈 수는 없기에 차녀는 골판지 뒤편에 쭈그려 앉아 오늘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기로 했다.

차녀는 하루 중에서 이 순간이 가장 좋았다.

마마와의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이 순간. 하늘에 있는 별을 하나하나 세어볼 수 있는 그 순간.

그리고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마마와 만날 수 있는 이 순간.

여름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한 별을 바라보며 차녀는 그리움이 벅차오른다. 은하수 한 가운데에 있는 백조자리의 데네브라는 무미건조한 천문학적 명명 따위, 실장석으로서 알 리가 없다. 그저 저 별은 ‘마마의 별’이었다. 아니, 하늘에 올라 별이 된 ‘마마’그 자체였다.

“마마... 보고싶은 테치...”

높게 뜬 새하얗고 커다란 별의 영롱한 빛을 바라보며 차녀는 눈앞에 친실장이 아른아른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마의 밀크 맛, 마마의 할짝할짝, 마마와 함께 한 날, 그리고 마마의 따스한 품 안..

문득 차녀의 얼굴에 당혹감이 피어올랐다. 차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마마의 따스한 품을 상기하자, 며칠 전에 장녀가 운치 구덩이에 빠진 자신을 꺼내서 안아주었을 때 느꼈던 온기가 느껴졌던 것이다.

“이럴 리 없는 테치.”

못생긴 장녀 언니 따위가 마마의 따스한 품을 가졌을 리가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마마의 품 안을 떠올려봤지만, 여전히 떠오르는 것은 운치 범벅이 된 자신을 아랑곳하지 않고 꼭 안아주었던 어느 추한 중실장의 품 안의 느낌이었다.

“싫어 테치! 이게 아닌 테치!”

여태껏 항상 생각해왔었다. 지금 어쩔 수 없이 의존하고 있는 장녀 오네챠는 차녀의 기억 속에서 한층 더 아름다워지고 세레브해진, 자상한 친실장과는 모든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고. 못생기고 추한 오네챠따위, 마마를 절대 대신할 수는 없다고.

차녀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작은 조약돌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힘없이 툭 앞으로 내던졌다. 조약돌은 미약한 자실장의 힘 때문에 얼마 날지 못하고 떨어졌다.

스스로도 바보같았다. 마마를 떠올리며 자신이 싫어하는 오네챠의 품을 떠올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장녀의 품을 마마의 그것으로 착각했었던 것이 문득 차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잊어버리는 테치.”

차녀는 고개를 저었다. 못생긴 언니와 달리 아름다운 별이 된 ‘마마’를 그저 아무생각 없이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리고 골판지 안으로 들어갔다. 골판지 안에는 앞머리가 빠진 못생긴 얼굴에 적록의 눈물을 듬성듬성 묻힌 장녀가 바닥에 누운 채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차녀는 장녀의 얼굴을 잠깐 우두커니 보다가 자신의 자리인 골판지 한 구석으로 가서 다시 잠들었다.

며칠 후, 짧은 중실장 시기의 마지막에 다다른 장녀는 어느새 성체의 테가 점점 나기 시작했다. 몸집도 더욱 커져 차녀와 함께 있으면 마치 자매가 아닌 모녀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장녀가 성체에 가까워질수록, 차녀는 더욱 심통을 냈다. 마마와 비슷한 크기가 되어가는 장녀였지만, 외형은 기억속의 별처럼 아름다운 마마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차녀 이모우토챠, 보는 테스. 이제 오네챠도 곧 성체가 될 것 같은 테스. 기쁜 테스우!”

“...,성체가 되도 머리카락 없는 반독라인 테치.”

“....그럼 오늘도 갔다 오는 테스.”

장녀는 오늘도 집을 나섰다. 차녀는 뒷머리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장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흥 하고 콧방귀를 뀌고, 다시 자리에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해질녘이 지나도 장녀는 오지 않았다. 차녀는 차츰 불안해졌다. 3일이나 마마가 오지 않았던 그때가 문득 생각났다. 그리고 마마는 별이 되어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장녀도 돌아오는 시기를 한참 넘기고 있었다. 이미 해는 저물었고, 평소처럼 어두운 흑판에 영롱한 몇 개의 별이 떠올랐다. 하지만 오늘 차녀는 별을 보러 나가지 않았다. 아니, 나갈 수가 없었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집안이 무서웠다. 하지만 차녀는 지금 두려움을 참고 견딜 수 있을 정도까지는 성장했기 때문에 칠흑같은 바깥으로 섵불리 나가지는 않았다. 밖은 위험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차녀는 필사적으로 벽을 바라보면서, 열대야의 무더위 속에서도 와들와들 떨며 간신히 어둠을 떨치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장녀는 오지 않았다. 차녀는 기다렸다. 어찌 되었든 장녀가 오는 시간은 해질녘이었기 때문이다. 늘 해질녘에 돌아왔던 장녀였기에, 그때까지는 한번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차녀는 오늘도 저녁노을을 뚫고 돌아오는 장녀를 볼 수가 없었다.

“몹쓸 분충인 테치! 와타치가 아무래도 찾아보는 수밖에 없는 테치.”

차녀는 집을 나섰다.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이 직접 찾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보존식은 원래부터 없었고, 그나마 어제는 땅에 떨어진 송충이 두어 마리를 주워 먹었기에 간신히 공복의 괴로움은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이마저도 없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배가 고팠다.

그러나 단순히 배가 고팠기 때문에 장녀를 찾아 나선 것은 아니었다.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을 차녀는 느끼고 있었다. 불안하기도 했고, 뭔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문득 친실장인지 장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품 안의 온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일단 장녀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차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잡생각은 집어치우기로 했다. 이제 항상 장녀가 넘었던 수풀을 넘어야 한다. 벌써 해는 수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오늘도 오늘의 별이 살포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별 따위는 어찌되었든 좋았다. 지금은 그 못생긴 분충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차녀는 주먹을 꽉 지고, 용기를 내어 친실장의 품에 안겨 골판지 안으로 들어온 이래로 한 번도 넘어본 적이 없는 수풀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한발, 더 한발. 못생긴 중실장을 찾기 위해 앞을 내딛었다.

아직 어렸기에 사고가 미진한 탓일까? 공원은 넓다고 들었지만, 어찌되었든 오늘 안에 찾아볼 작정으로 차녀는 수풀을 힘차게 해쳐나갔다. 팔과 다리가 날카로운 풀의 옆면에 한두 번 살짝 베어서 조금 아팠지만, 차녀는 참고 수풀을 벗어났다.

그리고 차녀는 자신이 생각한대로 오늘 안에 장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수풀 바로 앞에 상반신밖에 남지 않은 한 중실장이 엎드려 있었다. 두 눈은 이미 탁한 색이었고, 고양이에게 습격당했는지 남아있는 상반신 여기저기가 할퀴어져있었다.

그 중실장의 앞머리는 뽑혀있어 몇가닥 남지 않은 상태였다. 뒷머리는 왼쪽 하나뿐이었다.

“테에....테에에...테에에...”

차녀는 장녀의 시체를 보자마자 마구 뒷걸음질 쳤다. 안 그래도 흉한 장녀가 피범벅이 되니 역겨울 정도로 더러워보였다. 그리고 이렇게 장녀를 처참한 몰골로 만든 공원 그 자체가 무서워졌다.

황급히 뛰어가느라 수풀에 몸 여기저기가 살짝 베이는 것도 모른 채 차녀는 골판지를 향해 달렸다. 오늘따라 환한 달빛에 자신의 거처가 저 멀리에 또렷이 보였다. 차녀는 이제 유일하게 남은 자신의 의지할 곳을 향해 달렸다.

“테에에엔! 테챠아아아!”

바닥을 보지 않고 맹목적으로 앞의 골판지를 향해 달리던 차녀는 발밑에 있는 돌멩이를 보지 못하였다. 그대로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돌멩이가 있던 곳 근처에는 경사로가 있는 운치구덩이가 있었다. 발치의 돌멩이 때문에 균형을 잃고 왼쪽 앞으로 고꾸라진 차녀는 그대로 경사로를 따라 운치구덩이 안으로 굴러버렸다.

“테에에...테에에...테헤엑...”

운치구덩이 안의 운치는 성장한 차녀에게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자신의 키만큼 왔었던 쌓인 운치가 지금은 차녀의 가슴팍 언저리까지밖에 올라오지 않았다.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이전과 달리, 차녀는 충분히 쉽게 운치구덩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경사로를 따라 운치구덩이를 오르는 차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위석 깊은 곳에서 참아왔던 슬픔이 북받쳐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차녀는 터져 나오려 하는 울음을 입안으로 울컥울컥 삼켰다. 그저 눈물을 조금 흩뿌리면서 경사로를 기어오를 뿐이었다.

차녀는 운치범벅인 몸을 이끌고 간신히 운치구덩이를 빠져나왔다. 그런 차녀의 눈앞에 맨 처음 비친 것은 마마가 넘은 장녀 언니가 넘은 이후로 돌아오지 못했던 우거진 수풀이었다.

달빛을 받아 살랑살랑 은빛으로 넘실대며 바람에 따라 몸을 흔드는 수풀을 보자, 삼켜왔던 차녀의 울음이 터져나왔다.

“테에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에엥”

미웠다.

자신에게서 마마를 뺏어간 저 수풀이. 마마를 돌아오지 않게 한 저 수풀 너머의 세상이.

“왜 와타시의 상냥한 마마를 죽인 테에엔!”

눈에서 적록의 눈물을 흘리면서 차녀는 근처에 있는 자갈돌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 수풀을 향해 두세 걸음 다가가서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툭...’

예전보다는 훨씬 멀리 나갔다. 수풀 바로 앞에 자갈이 떨어질 만큼.

차녀는 이를 악물고 제 몸에 묻어있는 운치를 쓸어 담아 양 손으로 꾹꾹 뭉쳐댔다.

“왜 와타시의 장녀 오네챠를 죽인 테에엔!”

이번에는 더 가까이 수풀 쪽으로 다가가서 최대한의 힘을 주어 수풀을 향해 운치를 던졌다.

운치는 수풀 가장 바깥에 있는 긴 잡초에 맞아서 축 흘러내렸다.

그러나 온 힘을 다해 던진 나머지 차녀 역시 균형감각을 잃고 앞으로 꽈당 고꾸라져버렸다.

“테게엑... 테에에에엥”

‘저런 테스!’

문득 장녀오네챠가 자신을 걱정하는 소리가 차녀의 두 귀에 들렸다.

차녀는 화들짝 놀라 황급히 시선을 위로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곳에 장녀는 없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여름밤의 별들이 칠흑 같은 하늘을 수놓고 있을 뿐이었다.

문득 가장 환한 ‘마마의 별’이 차녀의 시선에 들어왔다. 자신의 장녀가 어떤 꼴이 되었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마마의 별은 오늘도 환하게 차녀를 향해 새하얀 빛을 비추며 웃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마마가 말했던, 자신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세 자실장 언니의 별이 마마와 함께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차녀는 나란히 있는 세 개의 별보다 한참 밑에 있는, 그래도 그 세 개의 별보다는 환한 별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순간 차녀는 이 별이 혹시 장녀오네챠의 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지긋이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장녀오네챠는 마마처럼 아름답게 밤하늘에서 빛을 발하는 ‘별’이 되어서는 안 되며, 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녀의 두 눈에서는 서로 다른 색깔의 두 눈물이 밤의 어두운 흙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fin.













금의환향

 

 "루비. 이제 마음 풀어."

루비는 여전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소풍을 나온 것은 주인사마의 독단 데스. 와타시는 소풍을 가겠다는 의사가 없었던 데스."

"루비.."

"닝겐상."

내 옆의 들실장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괜찮은 데스."

"이봐.."

분홍색 옷을 입은 루비와 달리, 낡은 행색에 초라한 옷가지.

머리 만큼은 청결하게 관리하려 노력했으나, 푸석푸석한 머릿결은 세월의 풍파와 거친 공원의 삶을 짐작하게 한다.

"공원의 보통 들실장인 와타시에게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데스. 그것만으로 닝겐상에게 감사한 데스."

그 들실장은 돗자리 위에 올라오지도 않았다.
더러운 자신이 인간의 물건을 만지면 내가 싫어한다.. 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아마 내 앞에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사육실장 때문이겠지.
"루비. 그러지 말고 일단 밥 먹어라. 그리고 너도 음식을 좀 먹어도 좋아."

"그치만... 닝겐상의 음식은..."

"상관없다. 먹어."

실장푸드를 한 그릇에 담았다.

"사이좋게 나눠 먹어라."

"닝겐상 감사한 데스."

"주인사마 감사한 데스우."

그러나 루비는 나한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가방에 푸드를 최대한 쑤셔 넣고 다시 제자리로 갔다.

그리고는 파리한 들실장을 등지고 뒤돌아 앉아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루비! 너 정말 이럴 꺼야?"

울컥하여 루비에게 호통쳤다.

"닝겐상.. 괜찮은 데스... 와타시가 부족한 탓인 데스... 제발 삼녀챠를 용서해주시는 데스.."

난 친실장의 애원에 루비를 차마 더 혼낼 수가 없었다.




4개월 전, 나는 루비를 만났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집에 오는 도중, 봉투에 이질감이 느껴져서 열어보았다.

"닝겐상... 안녕하신 테치...? 와타치 탁아해서 죄송한 테치.. 정말정말 죄송한 테치...."

자실장 한마리가 내 음식에는 손도 안댄채, 과자봉지 위에서 나를 똘망똘망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넌 뭐냐... 탁아냐?"

"테에엣! 죄송한테치! 정말정말 죄송한 테치! 그치만 와타치 운치도 안싼 테치. 화장실도 혼자서 가리는 테치. 닝겐상 음식은 먹지 않는 테치. 마마가 그래야 한다고 윽박지른 테치... 닝겐상 정말정말 죄송한 테치... 그치만 와타치 닝겐상에게...히끅..."

울음을 최대한 참으며 내게 연신 사죄하는 녀석을 보니, 흥미가 생겼다.

"넌 운이 좋은 편이다."

"테에...?"

사실이었다. 나는 최근 기르던 실장석이 사고로 죽어버려서, 다른 실장석을 구하고 있던 찰나였다.

"최근 실장석을 기르려 했거든.."

이 녀석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치만, 분충은 사절이다."

난 여전히 나무토막처럼 딱딱한 표정으로 자실장을 내려다보았다.
"네가 분충이 아니고, 나의 사육실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들어 나를 설득해라."

분충성 높은 보통의 들실장이라면 나를 노예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그럴 권리가 있다고만 우겨대겠지. 그리고 호의적인 나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따박따박 말하겠지. 아주 욕심궂은 표정으로.

"와타치... 마마에게서 버려진 테치.."

예상 외로 자실장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와타치도 알고 있는 테치...닝겐상들은 들실장 따위는 기르고 싶어하지 않아하는거, 와타치도 아는 테치... 그렇다면... 탁아를 한 마마의 생각은 아마... 와타치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일 테치.."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네 사정이지, 내가 널 길러야 하는 이유는 아냐."

"알고있는 테치. 와타치는 그냥 여기 던져진 것일 뿐인 테치... 사실 와타치를 기를 이유 따위는 닝겐상에게 없는 테치.... 어짜피 마마한테도 버림받은 테치... 와타치는 이제 닝겐상이 아니면 살 수가 없는 테치... 이제 와타치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닝겐상에게 기대는 것 뿐인 테치.... 그치만...히끅.... 그치만....히끅... 그래도 닝겐상이 와타치를 기를 이유는 없는 테치... 히끅.."

자실장은 자신의 처지를 정말 냉엄하게도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길러주지 않으면 자신은 죽게 된다는 비정한 현실까지도.

"합격이다. 길러주마."

이만한 지능을 가지고 있는 녀석은 사육실장 중에서 찾기도 힘들다.

"그치만 분충짓을 할 경우에는 크게 혼난다는 것을 알아 둬라. 어디까지나 너는 나에게 사육되는 입장임을 기억해."

자실장의 표정이 밝아진다.

"닝겐상, 정말정말 감사한 테치! 정말정말 고마운 테치!"

"주인님이라고 불러도 좋아. 그리고 네 이름은... 음.... 루비다."

"테에...! 생명의 은인 주인사마 테치! 정말...히끅.... 감사한...히끅..."

그렇게 나와 루비는 만났다.

루비는 첫인상 대로 정말 착한 녀석이었다.

"주인사마! 루비 주인사마 올 때까지 조용히 공놀이하며 기다린 테치!"

내가 직장에 있느라 집에 없어도 알아서 화장실을 가렸고, 음식투정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전에 있던 녀석보다 키우기가 수월했다.

"정말정말 감사한 테스! 주인사마 와타시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실장 테스!"

중실장이 된 기념으로 15,000원짜리 가장 싼 분홍색 실장옷을 사준 날, 루비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했다.

휴일인 다음 날, 새 옷을 입히고 루비가 자란 그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잔디 밭에 돗자리를 깔고, 오랜 만의 바깥세상을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루비를 한가롭게 보고 있을 때였다.

"테에...테스우..."

문득 수풀을 본 루비가 갑자기 내 품으로 안겨왔다.
"무슨 일이야?"

"주... 주인사마 와타시 무서운 테스우... 이제 집에 돌아가자는 테스...!"

루비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나무 뒤에 숨어 빼꼼히 고개를 내민 들실장 한마리가 보였다.

초췌한 꼴의 성체실장이었다.

"알겠어.. 가자.."

집에 돌아온 나는 몸을 덜덜 떨고 있는 루비에게 데운 실장푸드를 먹였다.

"루비.. 너도 들 출신이잖아. 그 실장석을 보고 왜 그렇게 놀란거야..?"

"그 분충은... 와타시의 마마인 테스."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네 친실장을 만나서 몸을 떠는거였어? 모자 상봉은 못할 망정 마마를 피한 거야?"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말을 꺼는 순간, 문득 떠올렸다. 루비는 탁아되어 버려졌다는 것을.

"와...와타시는... 들에서 헐벗고 굶주린 기억밖에 없는 테스우....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 때는 동족식도 하고 운치도 먹었었던 테스..."

루비는 고개를 떨구며 내게 과거를 고백했다.

"마마에게 버려진 날, 마마는 나에게 무척이나 화를 낸 테스우... 이미 다른 자매들은 다 죽었던 테스...."

루비를 만난 것은 1월 중순 즈음이었다.

루비의 자매들은 아마 전부 얼어죽었을 것이다.

"자매들이 죽었을 때는 마구 울었던 마마가... 와타시 혼자 남으니깐 와타시를 무척이나 때린 테스... 탁아할 거라고 매몰차게 말했던스우.... 와타시는 울었던 테스... 자매들의 언 시체를 먹었을 때도 그렇게는 울지 않았던 테스..."

"루비.."

그다지 좋은 기억 같아보이지는 않았다.

"마마가 버린다니... 믿기지 않았던 테스. 그치만 싫다고 떼쓰니, 도깨비같은 표정을 지은 마마에게 몇번이나 맞은 테스. 마마는 와타시를 데리고 나오면서, 닝겐상에게 살고 싶으면 반드시 지키라고 하면서 몇 가지 말해주었던 테스."

"그게 네가 나를 처음 만나고 나서 줄줄 외웠던 그거야?"

"그런 테스.. 봉지 안에서 운치 싸지 말 것, 닝겐 상의 음식에 손 대지 말 것, 닝겐상에게 사육되는 입장임을 기억할 것... 우는 와타시의 귀에 대고 몇번이나 윽박지르면서 말한 테스..."

루비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오로롱..오로롱.. 와타시는 싫었던 테스... 죽을지도 모르는 데, 아니 죽을 가능성이 높은 데도, 마마는 와타시를 버린 테스우. 정말로 싫었는데... 상냥한 주인사마가 아니었다면 와타시는 죽었을 텐데... 와타시는 정말 운이 좋았을 뿐이었던 테에에에에엥"

"괜찮아 루비.. 이젠 내가 있잖아.."

나는 가만히 루비를 쓰다듬어 주었다.

친실장은 공원에서 뛰어노는 루비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루비에 말에 따르면 멍한 표정으로 루비를 향해 걸어왔던 모양이었다.

자신을 버린 마마를 본 루비는 그래서 나에게 갑자기 달려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루비.. 그치만 너의 친실장이 정말 너를 버리려 했던 거였을까?"

겨울이다. 다른 자매들이 다 죽어나갔다. 루비도 아마 얼마 안 있다가는 다른 자매를 뒤따랐으리라.

"싫어했던게 틀림 없는 테스! 와타시는 마마랑 함께이고 싶었던 테스. 하지만 마마는 와타시에게 그날 엄청엄청 화내고, 와타시가 죽을 지도 모르는 데에도 탁아를 했던 테스! 주인사마가 아니었으면 와타시는 이런 삶은 커녕, 그날 죽었을 것인 테스."

루비는 팔을 마구 흔들며 까치가 짹짹거리듯 말을 이어나갔다.

"마마는 와타시를 버린 테스! 와타시가 싫다고 마마의 옷자락을 붙잡고 울면서 빌었는데도, 마마는 와타시를 때리고 주인사마에게 탁아한 테스. 물론 주인사마를 만나서 결과적으로 행복하게 되었지만, 마마에게 버림받은 것은 사실인 테스..."

루비의 마음속에는 이미 깊은 상처가 생긴 듯 했다.

"루비.. 하지만.."

"주인사마.. 와타시 위석이 아픈 테스.. 제발 그 이야기는 그만해주는 테스.."

루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이봐 친실장."

친실장은 루비 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루비는 뒤돌아서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음식을 빠른 속도로 먹더니,

'졸린 데스. 이제 자야하는 데스."

라고 말하면서 그대로 누워 자버렸다.

루비는 친실장이 있는 쪽과 반대쪽을 향해 옆으로 누운 채로 잠을 자고 있었다.

"너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구나."

친실장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루비의 등을 응시하고 있었다.

"닝겐상. 다시 한 번 삼녀챠를 길러주셔서 감사한 데스우. 와타시는 정말 나쁜 실장, 나쁜 마마인 데스."

"네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잘 안다.“

“삼녀챠... 자는 데스?”

“그래. 골아떨어졌어.”

"그치만... 와타시는 그래도 나쁜 마마인 데스. 자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 데스."





그 이후로도 나는 루비를 데리고 종종 산책을 나왔다.

처음에는 마마와 마주칠까 무서워 내 옆에 찰싹 붙어있었지만, 루비는 그 이후 친실장을 만난 적이 없었다.

공원에 두세 번 다녀왔음에도 친실장이 보이지 않자, 루비는 공원에 갈 때마다 예전처럼 활발하게 뛰어놀았다.

"화창한 봄날 데스우! 와타시가 주인 사마랑 만날 때만해도 흰색 세상이었는데, 지금은 와타시의 옷이랑 똑같은 색깔의 꽃님들이 휘날리는 데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산책을 나올 때마다 친실장을 보았다.

친실장은 루비가 혹여나 자신을 발견할까 하여, 루비에게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숨긴 채로 루비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실장석에 비해 키가 월등히 커서 시야가 넓은 내게는 친실장의 이런 행동이 전부 눈에 밟혔다.

"...."

나는 친실장이 루비를 버린 것이 아님을 확신했다.

여느 때처럼 공원에 산책을 나온 어느 날, 나는 루비가 놀다 지쳐 잠이 들자, 루비를 돗자리에 뉘이고 친실장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데헤이익!"

실장석으로서는 생각도 못할 빠른 속도로 내가 다가오자, 친실장은 도망가려 했다.

"멈춰라. 네가 내게 이 녀석을 탁아한 친실장이지?"

나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 그런 데스 닝겐상. 삼녀챠를 길러주셔서 감사한 데스..."

링갈에는 친실장의 사과의 말이 찍혀나왔다.
친실장은 벌벌 떨면서도 허리를 굽혀 연신 인사를 해댔다.

아마 자신의 자가 내게 길러지고 있기 때문에, 또 자신의 탁아를 받아준 입장의 나이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겠지.

"네가 우리 루비를 몰래 지켜보고 있을 때, 난 다 보고 있었어. 네가 루비에게 들키지 않게 숨어서 루비를 지켜보던 것을."

"닝겐상.."

친실장은 나지막이 나를 불렀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는 데스우.. 삼녀챠를 길러주셔서,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한 데스우..."

루비와는 달리 더러운 옷과 얼굴. 거친 손과 피부. 그리고 세월의 풍파가 담긴 그 깊은 눈.

그리고 그 행색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진... 모성애.

"루비를 만나고 싶니?“

순간 친실장의 눈이 빛났다.

“데에...그치만 삼녀챠는... 와타시를 미워하는 데스..”

“아냐. 오히려 같이 모이는 자리를 통해서 서로의 감정을 풀 수 있을 거야. 루비에게는 내가 잘 말해볼게. 다음번에 산책 나올 때, 같이 만나기로 하자.”

순간의 변덕이었을까?

나는 친실장과 루비를 만나게 해주기로 했다.

“나는 알고 있어. 네가 루비를 내게 탁아한 것은 루비를 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수밖에 없었던 거잖아.”

친실장은 말이 없었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면 다음 산책 때에 보자.”

일주일 후, 산책에 가기 직전 루비에게 친실장을 만날 것이라고 하자, 루비는 길길이 화를 내며 내게 소풍을 가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렸다.

“싫은 데챠아아아아! 주인사마 너무한 데스! 와타시의 마마는 와타시를 버린 데스! 이제 와서 다시 만나는 것은 싫은 데챠아아아!”

“루비! 나랑 그냥 산책도 아니고 소풍 나간다니깐? 스테이크 맛 푸드도 줄게. 음료수도 사주고. 그러니깐 너희 친실장 만나러 가자. 응?”

“그런 소풍이면 와타시는 집에 있는 데스. 주인사마 혼자 가시라는 데스우!”

“이 녀석이! 말 안 들어?”

내가 화를 내며 현관문을 한 대 걷어차자, 루비는 조용해졌다.

그렇지만 내 말에 순응하고, 공원에 나갈 채비를 하면서도 나와 말을 하지 않으려 했다.

억지로 루비를 공원으로 데려가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친실장에 대한 태도는 별개의 문제였다.

돗자리를 깔고, 나무 뒤에 숨어있는 친실장을 불렀다.

“나와. 친실장. 데리고 왔어. 같이 앉아서 푸드 까고 도란도란 얘기라도 해봐.”

“데에...알겠는 데스우...”

친실장이 나왔다.

루비는 친실장의 시선을 외면했다.

“삼녀챠...”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루비! 네 마마한테 이러기냐?”

“흥, 데스우.”

“닝겐상, 괜찮은 데스우.”

내가 화를 내려하자, 링갈에서는 친실장의 달래는 듯한 말이 찍혀나왔다.

“삼녀챠, 자리에 앉는 데스. 와타시는..... 돗자리 옆의 풀밭에 앉으면 되는 데스.”





옆으로 누운 루비의 뒷모습을 친실장은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루비... 삼녀챠의 이름인 데스우?”

“그래. 내가 지어주었다.”

“예쁜 데스...”

“저 녀석은 셋째였구나.”

“그런 데스..”

친실장은 묵혀둔 기억을 더듬어 찾아내듯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원래 저 자에게는 5마리의 자매가 더 있었던 데스. 전부 가을 끝자락에 낳은 자들인 데스. 원래 있던 자들은 다 죽었기 때문에, 와타시는 그 추자들을 전부 기르기로 한 데스.”

“하지만.. 곧 겨울이 왔을 터인데..”

“맞는 데스. 와타시는 자들과 함께 노력했지만, 겨울은 무서웠던 데스. 자들이랑 함께 낙엽도 모으고, 보존식도 모았던 데스. 다들 착한 자들이어서 매일 힘든 노동에도 불평하나 하지 않았던 데스. 정말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다 소용없었던 데스.”

올해 초는 몇 년 만의 강추위가 몰아닥쳤었지..

“자들은 저 삼녀챠를 제외하고 차례차례 죽었던 데스.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사실 삼녀챠도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던 데스. 그리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힘들지 않고 재밌게라도 살게 해줄 걸이라고 생각했던 데스.”

친실장은 허탈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낡은 넝마같은 옷과 부스스한 머리가 때마침 분 바람에 흩날렸다.

“먹이도, 방한용품도 떨어지는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죽어버린 자들을 이용해야 했던 데스. 자들의 시체에서 옷을 벗겨 낙엽이 날아간 부분을 막고, 얼어버린 자들의 시체를 일가가 먹은 데스.. 끔찍하고도 서러웠던 데스.. 닝겐상.. 즐거운 봄날에 이런 들실장의 우울한 얘기해서 미안한 데스..”

“아니, 계속해줘.”

루비의, 아니 삼녀의 보호자로서 나는 친실장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와타시는 마마 실격이었던 데스. 못난 마마였던 데스.. 죽은 자의 얼어버린 시체를 먹으면서, 자들과 울면서도 오랜만의 먹이를 허겁지겁 해치운 데스. 남은 자의 시체를 보존식으로 삼았던 데스.. 그렇게까지 했던 이유는... 자들에게 오늘 같은 봄날을 보여주고 싶었던 데스.. 하지만 결국 삼녀를 제외하고는 살릴 수가 없었던 데스...”

이처럼 작은 생물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데에 나는 놀랐다.

그러면서 가슴이 아려왔다.

“추자인 것을 알면서도 자들을 살리고 싶었던 데스.. 하지만 결국 자들만 고생시키다, 죽어버린 꼴이 된 데스... 삼녀챠만 남았을 때에.. 와타시는 더 이상 삼녀챠를 봄까지 살릴 자신이 없었던 데스.. 책임감도 없는 형편없는 실장석인 데스..”

“그래서 탁아를 한 거구나.”

“맞는 데스. 삼녀는 이대로라면 얼어죽는다고 생각한 데스. 그래서 와타시는.... 삼녀를 와타시에게서 버리기로 결정한 데스. 와타시의 손에서 죽을 바에야 닝겐상의 손에서 살아갔으면 한 데스. 비록 죽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들었지만... 와타시는 탁아할 수밖에 없었던 데스.”

“그래.. 넌 그 수밖에 없었어.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마..”

“아닌 데스.”

친실장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저었다.

“탁아를 결심한 날부터 와타시는 삼녀챠에게 매몰차게 대한 데스. 닝겐상에게 길러져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면, 와타시를 잊어야 할 필요가 있었던 데스. 와타시를 찾느라 닝겐상에게 함부로 했다간 그 자는 죽는 데스.”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자의 죽음을 말하고 자를 버리는 심경을 말하는 이 친실장은 얼마나 슬퍼했던 것일까?

얼마나 슬퍼하고 또 생각해야 그 슬픔마저 무덤덤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는 것일까?

“그래서 탁아하기로 한 날에는 삼녀챠를 때린 데스. 학대한 데스. 와타시가 생각나지 않도록, 그래서 겨울의 끔찍한 기억을 잊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탁아당한 닝겐상에게 죽지 않도록 와타시가 알고 있는 바를 모두 말해준 데스. 듣기 싫다고, 때리지 말라고 차게 우는 삼녀챠를 때려가며 억지로 듣게 한 데스. 버리지 말라고, 죽더라도 마마와 함께 죽고 싶다고 우는 자를... 와타시는.... 욕하고 때렸던 데스.”

루비의 몸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친실장은 못 봤겠지만, 높은 시야로 내려다 본 내 시선에 포착된 루비는 눈을 뜨고 있었다.

아니,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루비... 듣고 있던 거 알고 있어... 이제 제발 일어나...”

“..! 고로로롱! 히끅.. 고로로롱! 히끅...”

루비는 일부로 코고는 소리를 내보았지만, 그 소리에는 울음이 섞여있었다.

“닝겐상 괜찮은 데스. 곤히 자는 데 깨우지 말아주시는 데스.”

친실장은 자애로운 표정으로 루비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탁아를 해도 죽을 확률이 높다는 것쯤은 와타시도 알고 있었던 데스.. 그렇지만... 삼녀챠, 아니 루비챠도 똑똑해서 알고 있었던 데스. 삼녀챠는 와타시에게 자기를 죽게 하지 말라고, 버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한 데스... 와타시는...”

친실장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런 삼녀챠에게 마마를 더 이상 볼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며 그대로 닝겐상의 봉투에 던져넣었던 데스...”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루비가 몸을 들썩이는 소리만 작게 날 뿐이었다.

“탁아를 해도 와타시는 닝겐상에게 길러질 수 없는 데스. 그 정도는 알고 있는 데스. 그래서 매몰차게 대했었는데.... 그랬었는데....그렇게 삼녀를 보냈었는데...”

나는 루비를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했다.

친실장에게 버림받았다고 울던 그 모습을.

그 모습에는 친실장에 대한 상처가 있었다.

“와타시는 나쁜 마마였던 데스.. 아무리 자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삼녀챠에게서 가족을 떼어낸 데스... 와타시는 다른 들실장들처럼 자들의 겨울나기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 데스... 그런 주제에.... 그런 주제에.... 삼녀챠를 억지로 버린 데스...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것도 닝겐상에게 끔찍하게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닝겐상에게 탁아를 한 데스. 비정한 마마였던 데스....”

“아니야... 넌 최선을 다했어. 그 덕분에 루비는 나를 만났잖아...”

“닝겐상... 와타시는 삼녀를 봉투에 넣은 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닝겐상을 한참이나 따라갔던 데스. 입으로 신음소리를 내면서... 손으로는 앞을 허우적대면서 뛰었던 데스. 멍하니 달렸던 데스. 삼녀를 다시 꺼내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참이나 닝겐상의 뒤를 쫓아갔던 데스. 왜인지 아는 데스...?”

친실장은 여전히 땅바닥을 보면서 무덤덤하게 말하고 있었다.

“한심했던 데스.. 자들에게 고통만 안겨주고, 마지막에는 감당 못할 것 같으니 자를 버린 데스.. 그래서.... 이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따라간 데스. 그러나 닝겐상은 곧 사라져버린 데스. 와타시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데스.”

“코로로로롱 히끅! 코로로로롱 히끅!”

루비는 자신의 울음소리를 지우려는 듯이 일부로 코고는 소리를 다시 내기 시작했다.

“한참이나 울었던 데스. 손이 아플 때까지 땅을 치면서 펑펑 울었던 데스. ‘삼녀챠! 와타시의 삼녀챠! 마마를 잘못 만나서 콘페이토 한 번 먹어보지 못하고 고생만 한 데스, 마마 때문에 죽어버리는 데스!’ 하면서 울었던 데스. ‘와타시의 자들! 마마가 못나서 오마에타치를 전부 죽게한 데스, 미안한 데스, 마마 때문에 죽은 자들, 미안한 데스!’ 하면서 하늘을 보았지만, 볼 수가 없었던 데스..”

“루비! 자는 척하지 말고 일어나! 우는 거 다 알고 있어!”

나는 세차게 루비를 흔들었다.

“데에에엥..히끅! 코오오오! 데에에엥... 히끅! 코오오오!”

루비는 애써 잠에서 일어나지 않는 척, 누가 봐도 우는 소리인 코 고는 척을 계속했다.

하지만 친실장은 감정 없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날따라, 동그란 햇님이 너무나도 밝았던 데스. 햇님의 빛에 공원에 쌓인 하얀 눈이 반짝반짝 빛났던 데스.. 와타시는 부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던 데스... 온 세상의 빛이 와타시를 비추는 것 같았던 데스.. 온 세상이 와타시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던 데스. 제발 잘 살아달라고, 앞으로 마마와 자매를 잊고 행복하게 살아달라고 염치없는 생각을 하는 와타시에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것 같았던 데스...”

친실장은 여전히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를 죽이기만 하는 주제에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해낸 게 자를 죽일 수도 있는 방법이었던 데스. 그걸 위해 자에게 상처를 준 데스. 죽을지도 모르는데....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와타시는 차마 하늘을, 그리고 주위를 볼 수 없었던 데스. 그냥 주저 앉아서 땅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던 데스... 땅밖에 볼 수 없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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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눈길> 오마쥬

지금은 당신의 천국에 있을, 위대한 예술인을 기리며..







감기

 

보슬보슬 비가 내린다.

거세지는 않지만 갈색 낙엽을 떨어뜨리기에는 충분한 굵기의 가을비는 A공원을 적시고 있었다.

공원 앞의 어떤 이는 가로등의 불빛이 빗 속에 번져 환하게 보이는 초저녁의 공원을 보며 감상에 젖고 있었고, 그녀의 옆으로는 오랜만에 내리는 가을비를 반기며 마치 런던의 신사가 된 듯한 기분으로 한껏 콧노래를 부르는 퇴근길의 직장인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서정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A공원의 중앙 광장에서는 인간이 듣기에는 다소 시끄러우면서도 거북한, 성체 실장석이 울부짖는 소리가 비오는 날의 정취를 망치고 있었다.

"데쟈아아아아아아! 데쟈아아아아아아아!"

그 실장석은 비가 오는 줄도 모른 채 무언가를 양 손에 고이 모셔들고 빗속을 연신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참을 뛰어다녔는지 온 몸은 젖어있었다. 더러운 진녹색 옷에서는 땟국물이 줄줄 흘렀고, 끝이 말린 너저분한 두 뒷머리는 모두 곱슬기가 풀어진 채 물에 묻은 기름때를 질질 떨어뜨리고 있었다. 실장석의 입에서는 추위를 느끼고 있는 지 이빨을 딱딱거리는 소리도 났다.

“데즈우우우우우우! 데쟈아아아아앗!”

그러나 그 실장석은 계속 비오는 공원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다른 실장석들은 늦은 시간에 내리는 비를 피하러 다들 제 집으로 돌아간 모양이지만, 이 실장석은 집으로 돌아가려하지 않았다. 아니, 당최 집으로 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저 때때로는 보슬보슬한 비가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혹은 공원 주위의 사방팔방을 바라보며 이리저리 쏘다닐 뿐이었다.



불과 오늘 아침만 해도 이 녀석은 여느 공원의 들실장들처럼, 자신이 낳은 새끼와 함께 알콩달콩 살아가는 평범한 개체였다.

“테치~! 테치테치!”

“데스데스데스웃! 데프프픗.”

장녀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하나 뿐인 자. 이 귀여운 자가 아침에 먹이를 구하러 나서는 친실장을 배웅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안개비가 공원을 시나브로 덮어가고 있었다. 매일매일이 힘든 공원의 거친 삶이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자를 위해서 친실장은 오늘도 공원을 나섰다.

올 가을 초에 독립한 친실장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독립의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월동 준비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신문지를 모으고, 수건을 줍고, 저장할 먹이를 바쁘게 모으는 와중에도 친실장은 공원 한 구석에 피어있는 하얀 코스모스를 가져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일주일 후, 양 눈이 붉게 변한 친실장은 공원의 화장실로 달려갔다. 곧 출산이 임박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중간에 자를 말 그대로 ‘싸버리게’ 될 것이다. 이미 공원 화장실은 이 시기에 추자를 낳으려 한 다른 들실장들로 뒤덮여 있었다.

“데즈우우우웃! 데즈우우우우우!”

이미 남녀 화장실 대변칸은 먼저 온 공원의 실장석들이 점령하고 있었기에 친실장은 발만 동동 구르며 다른 실장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뱃속의 자들은 이미 나오기 위해 아우성을 치고 있는 상황.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안에 있는 녀석들은 여전히 나올 생각이 없는 지, 칸막이 저 편에서 산고의 비명, 출산의 탄성, 자를 핥는 소리 등이 들릴 뿐, 문은 미동도 없었다.

“데에.. 데에... 데에엣!”

자들은 이미 총배설구 바로 앞까지 밀려와 있었으며, 빨리 나가게 해달라고, 어서 자신을 뱃속에서 내보내 달라고 보채는 지 친실장의 배를 더욱 아프게 했다. 이제는 한계였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극심한 산고를 견디지 못한 친실장은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속옷을 내리고 그대로 배의 힘을 풀어버렸다.

“데에...! 데에에엣!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악!”

“텟테레삐아아아아앗!”
“텟테레삐아아아아앗!”
“텟테레삐아아아아앗!”
“텟테레삐아아아아앗!”

세상에 태어난 기쁨. 소중한 생명을 가지게 된 기쁨.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기대에 젖은 기쁨.

아직 점막에 싸여 구더기처럼 보이는 자들이 가진 기쁨은 차가운 타일 위에서 터져버린 이들의 몸뚱아리처럼 산산조각 나버렸다. 친실장의 총배설구에서 나오며 탄생의 외침을 지르던 이들이 본 것은 시원한 물이 아닌 딱딱한 바닥과 그 위에 있는 자매들의 시체. 아직 무른 그들의 몸은 이미 터져버린 자매들 위에서 터지고, 터지고, 또 터져버렸다.

친실장에게서 태어난 7마리의 자매는 그렇게 모조리 화장실 바닥의 곤죽이 되어버렸다.

“데헤엑... 데헤엑.... 데헤엑...”

정신이 든 친실장이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 황급히 내려다 봤을 때에는 이미 자신의 자식이었던 것들이 운치와 범벅이 되어 화장실 바닥과 자신의 하반신 여기저기에 피를 튀기며 묻어있을 뿐이었다.

“데에......데에에에에...! 데챠아아아아아아!”

“데프프프픗.”

“데프프프픗.”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주변의 다른 출산을 기다리는 실장석들이 비웃는 것도 모른 채, 친실장은 그저 양 눈에서 빨간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아 울고만 있을 뿐이었다. 양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친실장은 화장실에 있는 이들을 모두 원망했다. 자신이 문을 필사적으로 두드렸을 때는 나오지도 않던 들실장들이 이제야 하나 둘 씩 대여섯의 자들과 함께 하하호호 웃으며 나왔고, 그 자리에 자신보다 늦게 온 녀석들이 이때다 싶어 들어가 버린다. 자신은 그저 아파서 참지 못했을 뿐인데.. 너무나 아팠을 뿐인데.. 자들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그랬지만, 자들 역시 조금만 참았다면 태어나자마자 죽지 않았을 텐데.. 조금만 자신의 총배설구를 자극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배를 차지 않았다면.. 마마가 참을 수 있었는데... 지금 배에 있는 녀석처럼....

“데에?”

“텟테레이~”

친실장이 아직 자신의 출산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아챔과 동시에 8번째 자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친실장이 있는 곳은 이미 태어난 자들의 고기로 피투성이가 된 화장실 바닥.

“데갸아아아아아! 데갸아아아아아아!”
이 자도 똑같은 운명을 겪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자는 이미 총배설구에서 나와 버렸고,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친실장은 자신이 출산 중이었음을 망각했던 것을 원망했다. 더 이상 배에서 자들이 꿈틀거리는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철벅.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이 자도... 마지막로 태어난 이 자도.. 언니들을 따라 죽는 건가.. 친실장은 울었다. 8마리의 자를 모두 잃어버렸다는 슬픔에, 기대했던 초산이 처참히 실패로 끝났다는 비정한 현실에.

“레후! 레후우우웃!”

“데에에에엥...히끅... 데에에에엣!”

들렸다. 새끼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째서? 이 자 역시 물이 없는 딱딱한 바닥에 터져 죽어버렸을 텐데? 친실장은 뒤돌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공교롭게도, 수북하게 쌓인 언니들의 시체 무덤 한가운데로 떨어진 그 자는 언니들의 체액이 흠뻑 담긴 부서진 몸뚱아리 조각들이 쿠션 역할을 해주었던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7마리 언니들의 죽음을 대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친실장은 황급히 이 자를 들어서 자신의 혀로 핥아주었다.

“테...테치! 테치테치! 테츄웅~”

건강한 자실장이었다. 비록 하나밖에 살릴 수 없었지만, 친실장은 이 자를 만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화장실 바닥에서 모든 자를 죽일 뻔 했지만 이 자는 언니들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반드시 성체로 키워보일 것이라고, 번듯하게 키워 자신의 대를 잇게 할 것이라고 친실장은 다짐했다.

호기심이 많은 것인지 자꾸만 주변의 출산에 임박한, 혹은 출산을 마치고 나오는 다른 들실장을 두리번두리번 쳐다보는 이 자를 주워서 친실장은 부리나케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데스우... 데스데스?”

잠시 장녀를 만났을 때를 회상하던 친실장은 빗방울이 점차 굵어짐을 느꼈다. 기본적으로 옷을 입고 있는 들실장들은 젖은 옷이 자신들의 체온을 빼앗아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비를 피하려는 습성이 있다. 친실장 역시 오늘은 다소 먹이를 모으지 못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데스데스데승...데스데승..”

골판지가 집에 젖게 되어 투덜거리며 돌아가는 친실장이 거의 집에 다다랐을 때였다.

저 멀리 자신의 집 앞에 뭔가 누워 있었다.

발걸음을 앞으로 나갈수록, 그것과 점점 더 가까워진다. 녹색의 무엇이다. 자세히 보니 자실장이다. 자실장 하나가 누워있었다.

“데스우... 데에..! 데쟈아아아아아아!”

친실장은 봉투를 내려놓고 그 자실장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골판지 앞 잡초 위에 누워있던 것은 바로 장녀였던 것이다.

“테...테에....”

“데쟈아아아! 데스데스! 데스데스!”

태어난 지 보름, 장녀는 오늘 비를 처음 봤다. 아침에 친실장을 배웅했을 시기 안개비가 내렸을 때에는 비가 오는 지조차 몰랐지만, 점차 가느다란 빗줄기의 형상을 띄자 골판지 밖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물이 내려온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장녀는 옆에 놓인 물이 반 정도 들은 500ml 페트병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물이 많이 오면 자신의 키 보다도 큰 이 병을 생활 식수로 꼭꼭 채워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마마도 더 이상 물을 길러 가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마아안큼이나 물이 많이 있으니까

“치프프프픗. 치프프프픗.”

장녀는 빨리 마마가 와서 이 하늘에서 내리는 물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마마가 더 이상 물을 구할 걱정을 해도 되지 않아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싶었다. 자신의 친의 행복한 얼굴을 상상한 장녀는 너무나도 기뻐 더 이상 골판지 바닥에 앉아만 있을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을 만끽했다. 분명 열심히 살아간 자신 모녀에게 내리는 이 세상의 축복이리라. 이렇게 생각하며 기쁨의 춤을 추었다. 덩실덩실 팔짓을 하며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테햐아아~ 테퍄아아아~! 테프프프픗.”

이만큼 많은 물이 있다면 앞으로 물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식수도, 출산에 필요한 물도, 씻을 물도 전부 여기에 있으니까.

한 발을 들고 빙그르르 돌았다. 몸이 젖고 머리가 젖었지만, 자신의 몸이 깨끗해지는 것 같아서 상쾌했다. 정말정말 행복하다. 마마가 이 광경을 어서 봐야하는데..

“테츄아아아아! 테프프...테프프프....테에... 테헤에....테에에엑...”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뜨거웠다. 이상하게도 몸이 뜨거운 데 추웠다. 정말 이상하다.

장녀는 몸을 비틀거렸다. 더 이상 서있을 수가 없었다. 어지러웠다. 눈이 감겨왔다.

그대로 풀섶에 쓰러져버렸다.

여전히 장녀의 몸 위로 비가 내려와, 장녀의 체온을 앗아가고 있었다.



“데쟈아아아아아! 데쟈아아아아아!”

장녀를 껴안은 친실장은 장녀의 체온이 불구덩이 같이 타오름을 깨달았다. 친실장은 이 현상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자실장이었을 시절의 여름날, 마마가 나간 사이 페트병을 가지고 놀다가 페트병의 물을 몸에 쏟아 흠뻑 젖어버렸던 차녀 오네챠가 한번 이런 적이 있었다.

그 때 차녀 언니 역시 몸이 해님같이 뜨거웠다. 그런데도 춥다고 오들오들 떨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밥도 안 먹으려하고, 운치만 계속 싸댔었다. 마마와 자매들의 극진한 간호에도, 이튿날 차녀 언니는 죽어버리고 말았다.

어렸을 적의 기억을 떠올린 친실장은 다급하게 장녀를 자신의 품 안에 껴안았다. 최대한 따뜻하게 해야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누리끼리한 앞치마로 장녀를 감쌌다. 장녀의 몸은 굉장히 뜨거웠다. 그러나 비에 젖은 친실장의 옷은 오히려 장녀의 체온을 더욱 앗아갈 뿐이었다.

“테케엑...테켁테켁....”

“데즈우우우우우! 데즈우우우우우우!”

친실장은 어쩔 줄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때의 차녀언니처럼, 이 자 역시 목에서 마른 기침을 내고 있었다. 운치를 삐직삐직 싸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하나밖에 없는 이 자도 차녀와 같은 결말을 맞이하리라.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해야 이 자를 낫게 해줄 수 있단 말인가? 더 이상 고통에 신음하지 않게 해줄 수 있단 말인가?

장녀가 걸린 실장 감기는 보통 체력이 약한 사육실장에게 주로 걸리며, 외부 환경에 면역성이 있는 들실장은 잘 걸리지 않는 병이다. 그러나 때때로 급격한 체온 저하가 들실장에게도 실장감기를 유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공원의 들실장이 비를 피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중실장이나 성체의 경우, 실장 감기에 걸렸다 해도 하루 이틀 앓다가 다 나아버린다.

그러나 아직 몸이 약한 자실장 이하 개체에게 실장감기는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는 병이다. 사육실장들처럼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이튿날에는 80%의 확률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며, 자연적으로 완치되는 개체는 5%가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장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실장 감기약을 먹거나 사육실장 전문 수의에게 방문하여 장녀를 진료해야만 했다.

그러나 한낱 들실장에 불과한 친실장이 이러한 것들을 알 리가 없었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데쟈아아아앗! 데챠아아아앗!”

“테켁...테켁..테에...테츄우! 테에...테에엑..”

떨고 있는 장녀를 그저 자신의 앞치마로 안아주는 것, 신음하는 장녀에게 괜찮다고, 마마가 있다고, 아프지 않게 될 거라고 말해주는 것. 그 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장녀를 낫게 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장녀가 자신의 차녀언니와 같은 말로를 걷지 않게 해줄 수 있단 말인가? 친실장은 다급하게, 절박하게 고민했다. 간신히 남긴 단 하나의 자이다. 절대 잃을 수가 없었다.

‘인간’

갑작스레 친실장의 머릿속에 스친 단어는 바로 인간이었다.

인간은 모든 것을 해준다.

공원에 오는 애호파 인간들이 들실장들에게 먹이나 수건 따위를 주는 것을 친실장은 본 적이 있었다.

인간은 실장석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친실장은 인간들에게 자를 어필하며 자신들이 사육실장이 되길 희망했던 여러 들실장 일가를 본 적이 있었다. 비록인간의 손에 자들이 밟히고, 어미마저 구타당하는 등 일가실각 당하기도 했었지만, 들실장들은 여전히 인간의 손에 길러지기를 열망했다. 자신들이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전지전능하다.

자를 키울 형편이 안 되는 들실장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인간에게 탁아 하는 장면이 생각났다. 이들은 인간에게 자신의 자를 맡기면서, 자들이 인간의 손에 길러져 행복해지길 간절히 기원하고 있었다.

“.....뎃수.”

결심했다. 친실장은 장녀를 안아들고 자신의 골판지가 있는 잔디숲을 벗어났다.

인간이라면 해결해줄 것이다. 그들은 전능하니깐. 뭐든지 가지고 있고, 자신들에게 없는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으니까.

반드시 인간은 장녀를 고쳐줄 것이라 믿었다. 신음하는 장녀를 어르며, 친실장은 공원의 산책로로 나왔다. 그리고 분수대가 있는 중앙 광장 쪽으로 달려갔다. 그 곳에는 인간들이 많다. 평소라면 인간이 혹여나 자신을 해코지할까 중앙 분수 광장 쪽을 피했겠지만, 지금 친실장에게는 인간의 위험성 따위는 머리에 떠오르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하나뿐인 자를 낫게 해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공원의 여러 산책로가 이어진 분수 광장에 장녀를 안아든 친실장이 도착했다.

공원 바로 옆에 지하철역이 있었기 때문에, A공원은 단순한 휴식처가 아닌 사람들의 통행로 기능도 겸하고 있었다. 비오는 날의 오후 시간이라 사람들이 평소보다는 뜸했지만,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의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각자 갈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비를 맞고 있는 초췌한 들실장 따위, 신경쓰기 싫다는 듯이.

“데에....”

“테에...테츄우..”

넋 놓고 인간들을 바라볼 때가 아니었다. 비를 맞고 있어서 그런지 장녀의 열이 한층 심해졌다. 다급해진 친실장은 근처에 파란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걷고 있는 남자의 다리 보폭에 간신히 맞추며 친실장은 남자에게 애써 말을 걸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자신의 자가 지금 너무나 아프다고, 하나 남은 자를 제발 살려달라고, 간절히 빈다고...

“데스! 데스데스.... 데에? 데샤아아아! 데스데스데샤아아아!”

그러나 무심하게도 남자는 걸음을 더욱 빨리하여 친실장을 따돌려버렸다. 한낯 실장석에 불과한 친실장으로서는 남자의 걸음을 따라갈 제간이 없었다. 바로 옆에 카키색 점퍼를 입은 여대생이 지나간다.

“어머?”

“데스데스데스우.. 데스데스...”

여자가 반응을 보이자, 친실장은 추위에 떨고 있는 자를 내밀었다. 장녀는 몸이 벌겋게 달아올라, 둔한 들실장이라도 한 눈에 실장감기에 걸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친실장은 장녀를 내밀며 다급하게 이야기했다. 다른 자매들은 다 죽고 하나 남은 자라고. 그러니 제발 살려 달라고. 너무 아픈 나머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 닝겐상도 보이지 않느냐고. 제발 간절히 두 손 모아 빌 테니 어떻게 좀 해달라고.

“미안. 너희를 기를 생각은 없어.”

링갈 앱조차 깐 적이 없는 여자였지만, 주위에서 실장석의 생태에 대해 귀동냥 한 것이 있어서 여자는 친실장의 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건 ‘탁아’지? 난 네 자를 받지 않을 거야. 나 말고 다른 인간을 찾아보렴.”

여자는 고개를 돌리고 단숨에 걸어갔다.

“데에에에에에에? 데쟈아아아아! 데스데스데샤아아아!”

친실장은 여자를 뒤따라가며 간절히 외쳤다.

아니라고.

지금 자기가 하는 것은 탁아 따위가 아니라고.

그저 인간의 힘으로, 그 전지전능한 힘으로 자기의 자를 낫게만 해준다면, 자신은 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탁아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다고.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그냥 죽을 것 같은 자를 낫게만 해달라고.

그러나 여자는 점점 더 멀리 빗속으로 사라질 뿐이었다.

“데에...데에..”

친실장은 그 이후로도 네댓 명의 인간에게 다가가 필사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아픈 장녀를 치료해주기를 간절히 빌었지만, 번번이 자신에게 오는 것은 무관심 혹은 탁아로 오인한 인간의 거절이었다.

그 와중에도 장녀의 생명의 불꽃은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밖에서 계속 비를 맞았기 때문인지, 체온은 심각하게 떨어지고 열은 더욱 심해졌다. 이제 장녀는 더 이상 울지도 않았다. 그저 간헐적으로 기침만 해댈 뿐이었다. 기침과 동시에 운치만 뿌직뿌직 쌀 뿐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빗방울이 더욱 굵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비가 거세짐에 따라, 공원을 지나는 인간들도 거의 사라져갔다. 인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장녀가 살아날 확률도 급격히 낮아짐을 의미한다는 것을 친실장은 알고 있었다.

간신히 낳은 자. 반드시 낫게 해주어야 했다. 그런데 인간이 보이지 않는다. 친실장은 인간을 찾아 공원 이곳저곳을 쏘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인간을 찾지 못한다면, 인간을 만나지 못하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장녀는 내일 죽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친실장은 비에 미끌어 넘어질 뻔하고, 빗물에 신발이 미끌어 벗겨져도 모른 채, 그저 인간을 찾았다.

왼쪽의 산책로를 다 살피고 오른쪽의 산책로로 가기 위해 중앙 광장에 되돌아온 친실장의 앞에 희망이 하나 보였다.

검은 우산을 쓴 인간 하나가 빠르지 않은 평범한 걸음으로 광장을 향해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데에! 데챠아아아아앗!”

장녀를 치켜든 친실장은 큰 소리를 내며 인간 앞으로 다가갔다.

검은 우산과 흰 티셔츠를 입은 인간 역시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은 친실장이 자신을 향해 뭐라고 말하는 듯 소리를 치자, 우두커니 가만히 서있었다.

“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 데스! 데스데스데스. 데스우..”

“....”

친실장은 장녀를 잘 보라는 듯이 높이 쳐들면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 인간에게 탄원했다.

자신의 단 하나 뿐인 자라고. 그 자가 지금 굉장히 아프다고. 이제는 정말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제발 살려달라고. 길러달라는 것이 아니니 제발 이 자만 치료해달라고.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이 자마저 잃을 수는 없다고.. 제발.. 살려달라고... 제발...

“데스데스... 오로롱... 오로롱...”

인간에게 자신의 처지를 말하며 장녀를 고쳐줄 것이라 열심히 호소하던 친실장은 자기도 모르게 두 눈에서 적록의 눈물을 흘렸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장녀, 그 장녀가 고통에 힘겨워하는 모습, 그 자를 고쳐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력함, 이런 자신의 처지를 오해하거나 무시한 인간들... 여태까지의 설움이 북받쳐 오른 지금, 친실장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울음을 터트렸다.

처음 자신의 말에 걸음을 멈춘 인간을 이제야 만났다는 안도감 때문이기도 했다. 이 인간이라면 자신의 말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산을 든 채 멈춰 선 인간은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온 힘을 짜내 호소하고 있는 친실장을 흘깃 보더니,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친실장을 다시 바라보았다.

“데스데스?”

자신의 자를 품안에 내려놓고 다독거리면서 친실장은 인간을 향해 물었다. 고쳐 줄거냐고. 그리고 뜨거운 장녀를 한번 꼭 안아준 후, 다시 인간을 향해 장녀를 치켜들었다.

인간은 우산을 목과 어깨 사이로 낀 채, 장녀를 조심스레 양 손으로 받아들였다.

“테에...테에... 테시시싯..”

장녀 역시 인간이 자신을 고쳐줄 거란 희망에 굉장히 어지럽고 고통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향해 배시시 웃었다. 고마워요 인간님. 마마의 말을 들어줘서. 자신 때문에 고생한 마마가 더 이상 고생하지 않게 해주어서. 그리고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자신을 안 아픈 예전처럼 돌려주기로 결심해주어서.

우드득.

그것은 인간의 양 손에 잡혀있던 자실장의 목이 180도 돌아가는 소리였다.

“데에에엣???.... 데에에...”

친실장은 자신의 자의 목이 완전히 뒤돌아간 것을 보고 순간 놀랐지만, 이내 진정했다.

저렇게 하면 낫는 것인가? 인간님이 저렇게 해주면 이제 자신의 자는 아프지 않게 되는 것인가? 장녀는 다행히도 더 이상 몸을 떨지 않았다. 마치 자는 듯이 몸을 축 늘이고 있었다. 눈이 탁한 회색으로 변한 채로.

“데에에에에?”

친실장이 장녀의 상태가 수상하다고 생각했을 무렵, 이미 남자는 장녀를 공원의 돌바닥에 툭 던져버렸다.

지뱃-.

성인 남성의 명치 높이에서 떨어진 장녀의 몸은 예전에 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차가운 바닥 위에서 푹 터져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무심하게 휘파람을 불면서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친실장은 순간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저 남자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간신히 고개를 돌려 장녀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장녀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머리가 박살났기 때문이었다.

“....”

“데즈우우우우우...”

믿을 수가 없었다.

“데에...데에....데쟈아아아아아아아!”

친실장은 절규했다. 비명을 질러대며 눈물을 마구 흩뿌렸다.

원망스러웠다. 대체 왜? 그저 장녀를 고쳐달라고 했을 뿐인데..

왜 무시했단 말인가? 왜 오해했단 말인가?

왜 장녀를 이 꼴로 만든 것이란 말인가?

“오로롱..오로롱...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엥”

친실장은 비를 맞으면서 하염없이 울었다. 투명한 빗물이 친실장의 적록의 눈물과 섞여서 회색 돌을 적시고 있었다.

문득 검게 변해 깨진 장녀의 위석이 보였다.

친실장의 울음이 멈췄다.

비를 맞으며 장녀의 몸이었던 고기조각들을 잠시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친실장은 뭔가 결심한 듯 그 쪽을 향해 갔다.

그러더니 장녀의 시체 조각을 조심스레 긁어모아, 품 안에 소중하게 싸들었다.

“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

친실장은 장녀라고 부를 수도 없는 고기뭉치를 쓰다듬으며 자상하게 이야기했다.

이 정도로 다친 장녀를 고칠 수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조금만 참고 있어라. 아까의 학대파가 아닌, 좋은 인간님이 장녀를 원래대로 고쳐줄 것이다.

다시 살려줄 것이다. 그러니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라. 착한 나의 장녀.







그리고 친실장은 달려갔다.

저 앞에 또 다른 인간이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데에에! 데쟈아아아아! 데쟈아아아아아!”

이젠 정말 인간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장녀를 원래대로 고치기 위해 친실장은 인간들에게 장녀의 고깃덩이를 내밀며 애원했다.

살려달라고, 제발 이 자를 원래대로 되돌려달라고. 좋은 자라고, 잃을 수 없다고.

그러나 자실장의 시체를 들고 자신에게 탁아를 시도하는 실장석의 울부짖음에 대꾸하는 인간이 있을 리가 없다.

사람들은 친실장을 못 본 채 하며, 다들 발걸음을 빨리하여 지나쳤다.

“데챠아아아아!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데쟈아아아아! 데쟈아아아아!”

하지만 친실장은 포기할 수 없었다.

번번이 지나가는 인간에게 달려가서 장녀를 내밀었다.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자의 치료를 부탁했다. 아니, 간절히 빌었다.

필요하다면 자신이 독라노예가 되도 좋다고, 아니 자신을 평생 괴롭혀도 좋으니 이 자만큼은 살려달라고.

이번 사람이 안 되면 다음 사람에게, 또 안 되면 그 다음 사람에게..

벌써 밤이 깊어 왔는지도 모른 채.






fin.








스테이크

 

밖에 나온 도형은 신경질적으로 꾸깃꾸깃한 담배 갑을 털어서 나온 돛대를 집어 들었다.
짜증 섞인 손길로 노란색 라이터의 버튼을 급하게 누른 후, 입에 문 담배 한 개비에 단숨에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담배 불이 거의 피어오르려는 찰나, 어디선가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야속하게도 돛대의 불씨를 꺼버렸다.

도형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나 씨발!”

옆에 있는 회색의 음식물 쓰레기통을 세게 걷어차려 했지만, 아직 남은 이성의 한 끈이 ‘이걸 차면 네 일거리만 늘어서 너만 손해’ 라며 도형을 뜯어말렸다.

“후우우우...”

참자. 참는 자에게 복이 오나니. 참는 게 이기는 거라고들 많이 하지 않던가? 어쩔 수 없다. 나만 손해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간신히 냉정을 되찾은 도형은 왼손을 들어 조심스레 바람을 막으며 입에 물린 담배를 태우는 데에 성공했다.

돛대의 맛은 끝내줬다. 도형은 자신의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여태 간신히 억눌러왔던 자신의 울분을, 폐로 빨아들인 이 탁한 연기는 거품 꺼뜨리듯 단숨에 사그라뜨렸다. 금연해야지 항상 결심을 해도 이런 담배의 오묘한 매력을 생각하면, 참 이 담배란 놈을 안 피웠더라면 누가 지금 자신을 위로해주나 하는 씁쓸한 생각을 했다.

방금 전 도형은 ‘비스트로 OO’의 점주에게 된통 깨졌다. 오후 4시, 상당히 이른 저녁식사를 위해 온 커플의 주문을 주방에 잘못 전달하여 엉뚱한 음식을 서빙했던 것이다. 죄송하다고 손님들에게 인사를 한 후에 오너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점주 역시 사죄를 위해 고객 앞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매정한 손님들은 이만 됐다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가버린 것이다.

“그래 씨발 내 잘못이긴 하지.. 그렇다고 그 새끼는 그렇게 욕을 할 것은 없었잖아? 손님도 걔네들밖에 없어서 주방이 꼬인 것도 아닌데.”

잘못 나온 음식을 도형의 발아래에 던지며 점주는 도형의 부모님을 찾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을 도형에게 쏟았다. 오히려 손님이 없는 한산한 시간이여서 그랬던 것일까? 알바주제에 주방일 하는 자신 놀리는 거냐며, 너 따위 알바는 얼마든지 고용할 수 있다며, 이 음식은 네 임금에서 까겠다며 도형을 윽박질렀다. 두 동료들은 점주의 역린에 도형을 외면할 뿐이었다. 심지어 점주는 자신의 서있을 테니 당장 엎드려서 바닥을 싹싹 치우라고 도형에게 지시한 것이다.

당장의 하숙비가 급했던 가난한 대학생 도형은 어쩔 수 없이 굴종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집안 사정은 도형 스스로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정도 시급을 주는 알바를 순간의 감정에 의해 때려치우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물론 오늘 35,000원이 월급에서 까이기는 했지만.

또라이같은 주방장 점주가 지랄맞기는 하지만, 그래도 남자다운 면이 있어 도형이 잠시 혼자 있도록 묵인한 것을 보면 못 참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도형의 두 눈가에는 촉촉한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하아....”

“테치테치!”

“데샤앗! 데스데승...”

“또냐.”

비스트로가 입지한 거리에서 좁은 도로 하나만 지나면 ㄱ시에서 가장 큰 공원인 A공원이 나온다. 들실장이 많이 거주하는 이 공원은 도형을 비롯한 일대의 알바생들에게는 눈엣가시였다. 툭하면 들실장들이 음식쓰레기를 노리고 몰래 잠입해왔기 때문이다.

미관상 좋지 못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철조망을 만들거나 독약을 뿌리는 등의 확실한 퇴치도 마땅히 하지 않는 상황. 그저 음식물 쓰레기를 흘리지 않게 잘 관리하고, 대놓고 또는 몰래 음식점에 다가온 들실장들을 알바생으로 하여금 쫓아내든지 죽이든지 하게 하는 정도였다. 도형의 비스트로도 예외가 아니었다.

평소에 도형은 들실장들을 나무막대기로 후려쳐서 쫓아내버리곤 했다. 확실히 죽이기에는 시간이 아까울뿐더러 점원 유니폼이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다른 음식점의 알바 중에는 이 녀석들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기 위해, 잡아서 집으로 데려가는 놈들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도형은 그냥 들실장과 엮이는 것 자체가 싫었다.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끝이 진녹색과 붉은색으로 물든 긴 각목을 눈짓으로 찾고 있었다.

“데...데에...”

“테츄우?”

“테치? 테치테치!”

문득 각목을 오른손으로 받쳐 세운 도형의 눈길이 이번에 침입해온 실장석 일가를 향했다.

친실장은 도형에게 들킨 것이 두려웠던지 자리에서 얼어붙어 도형의 눈치를 살피며 떨고 있었다. 그 어미의 품 안에는 자실장 두 마리가 있었다. 한 마리는 커다란 인간이 신기하다는 듯이 어리둥절한 눈치로 고개를 연신 갸웃대며 도형을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뭔가를 향해 달려가기 위해 제 친실장의 품을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보통 들실장들이 도형을 만나면 취하는 행동은 다양하다. 지금의 친실장처럼 인간을 두려워하여 겁을 먹고 움츠리는 개체, 아니면 너무나 두려워한 나머지 오히려 위협을 가하다 도형의 각목에 세게 날아가는 개체. 심지어 인간을 무서워하기는커녕 흔히들 ‘아첨’이라고 불리는 애교를 부리는 녀석이나 도리어 도형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태도로 손짓하며 화를 내는 개체도 있다. 천적이나 다름 없는 인간에게 제 자를 들이미는 멍청한 녀석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들실장들을 비스트로에서 단숨에 내쫓곤 했던 도형이었지만, 왠지 지금의 녀석들은 냉큼 내쫓고 싶지는 않아졌다. 가게에 바로 들어가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왜 가게에 안 오는지 와서 도형에게 뭐하냐고 물어본다면, 가게에 들어온 실장석을 내쫓는 중이었다고 적당히 둘러대면 그만이다.

“테치테치! 테츄아아아!”

“데스데스데스! 데스데샷!”

도형을 의식하지도 못했는지, 그 자실장은 필사적으로 뭔가를 외치며 눈앞의 무엇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제 몸을 친실장의 손에서 빼내려고 했다. 반면, 커다란 인간의 눈치를 보랴, 손 안의 자를 얌전히 있게 하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친실장은 고역을 겪고 있는 듯 했다.

“테츄웅?”

“데..데스데스.. 데챠아아! 데스데스...데에..”

“테프프프픗 테츙~ 테츙~”

오른손을 입가에 가져다대며 도형을 향해 고개를 오른쪽으로 젖힌 다른 자실장에 친실장이 신경을 쓰는 사이, 그 자실장은 친실장의 품을 박차고 나와 쏜살같이 눈앞으로 달렸다.

제 자가 자신의 품에서 빠져나가자 친실장은 다급히 자를 불러보았지만, 앞에 있는 도형을 의식해서 뭔가 다른 제스쳐를 취할 수도 없는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담배를 꼬나물며 도형은 앞으로 쪼르르르 달려가는 자실장의 앞에 놓인 것을 슬쩍 바라보았다. 방금 전에 자신의 실수로 조리되어, 손님에 입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점주에 의해 바닥에 쏟아져버린 불쌍한 찹스테이크다. 아까 음식물 쓰레기통에 홧김에 대충 던져 넣는 바람에 바닥에 조금 흘린 듯 했다.

“테햐아아아아! 츄아아아아! 테챱...테챱테챱..”

“테츄웅~ 테치이? 테에...”

“데스...”

자실장은 음식물 쓰레기통 아래에 애잔하게 떨어진 찹스테이크 한 조각을 집어들더니 감탄의 소리를 질러대며 마구 입에 넣었다. 입에 진한 와인색 소스를 묻히고 다물어지지 않는 입으로 흘려대며 찹스테이크에 탐닉한 이 녀석은 인간인 도형이 보기에도 정말 행복해보였다. 하물며 들실장인 가족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도형을 빤히 쳐다보며 애교를 부리던 다른 자매도, 도형을 경계하며 제 자식을 품 안에 감싸 안던 친실장도 자의 손에 들린 그 찹스테이크에 시선을 뺐겨 도형을 더 이상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테프프프픗. 테챱테챱.. 츄우! 츄아아아앗!”

“테치테치! 테치테치테치!”

“데스데승...”

품 안에 안긴 자는 자매가 부럽다는 듯이 코를 벌름벌름 거리며 친실장을 향해 방방 뛴다. 친실장 역시 찹스테이크의 고혹적인 냄새와 빛깔에 매료되었는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자를 향해 한걸음 또 한걸음 천천히 발을 옮기고 있었다. 자실장이 먹고 있는 조각 말고도, 바닥에는 찹스테이크가 네 조각 더 떨어져 있었다.

“타앙!”

“테..테치잇!”

“데스! 데스데스...”

“테챠아아앗!”

도형이 각목을 살짝 집어 바닥에 한 번 탁 치는 소리였다. 세 들실장의 시선이 도형을 향했다. 소리에 놀랐는지, 마마의 곁에 있던 자실장 하나는 똥을 브릿브릿 바닥에 떨어뜨렸다. 친실장 역시 이전의 당혹스럽고도 두려워하는 표정을 다시금 지었다.

“가져가고 싶냐?”

“데..데스?”

다소 장난기어린, 그러나 호의적인 말투로 도형은 들실장 일가에게 물었다. 바닥에 떨어뜨린 그 찹스테이크를 저들의 것으로 했으면 하냐고. 하지만 세 들실장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도형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실장석들은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알고 있는데 내가 잘못 안건가 하고 생각하며 도형은 왼손으로 자실장이 앉아있는 음식물 쓰레기통 아래의 바닥을 가리켰다. 그리고 뭔가를 입으로 집어올려 먹는 시늉을 했다.

“테치! 테치테치! 테에에? 테에에에에?”

“데스데스! 데스데스... 데스웅...”

“테에에엥 테에에엥”

똥을 흘리고 있는 자실장 하나가 도형의 말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병적으로 끄덕였다. 친실장은 그 자실장을 자신의 뒤쪽으로 강제로 밀어내며, 무언가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마치 저걸 먹고는 싶지만, 인간의 호의적인 태도가 의심쩍다는 듯.

제 어미의 힘에 의해 뒤로 밀쳐져서 넘어지기까지 한 자실장은 바닥에 운치를 다시 브리릿 싸며 울음을 터트렸다.

도형은 살짝 짜증이 나는 말투로 친실장에게 재차 확인시켰다.

“저 봐라.”

치켜든 왼손은 이미 도형의 환기를 잊은 듯, 다시 찹스테이크 조각에 열중하는 자실장을 향해 있었다.

“저거 다 가져가서 먹으라고. 여기서 먹지 말고 들고 꺼지라고. 치우기 귀찮으니까.”

“데스데스?”

친실장도 도형을 바라보며 한 손으로 찹스테이크 조각들을 가리킨다. 그 후에 자기 자신을 향해 손을 가리켰다. 저거, 내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그래그래. 다 네 꺼다. 다 .가져가. 여기서. 먹지 말고. 다. 가져가서. 먹어.”

“데햐아아아! 데스데스! 데프프프픗...”

최대한 천천히 말한 도형의 지시를 듣고 나서 조금 생각을 하더니, 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친실장은 기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볼살을 씰룩거리며 웃음을 내뱉다가, 친실장은 방금 전에 뒤로 밀쳤던 자의 손을 잡았다.

“테츄우?”

“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

“츄아아아앗!”

친실장에게서 어떤 말을 들었는지는 몰라도, 방금 전까지 눈물을 흘리던 자실장의 표정의 환의로 빛나기 시작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얼굴에 발그레 홍조를 띄우며 바닥을 방방 뛰기까지 했다. 도형은 들실장 모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겹다는 감정과 애잔하다는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피식 실소가 나왔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문득 땅바닥 쪽에서 비명소리가 났다. 도형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찹스테이크에 열중하던 자실장이 스테이크를 발밑에 내던져버리고 도형을 바라보며 빽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테치테치테치! 테치테치! 테츄아아악! 테챠아아악!”

“데에...”

“테에? 테치테치...”

“테챠아아아아!”

자실장의 행동에 놀란 것은 제 어미와 자매도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스테이크를 향해 다가가던 모녀는 그 자실장이 취한 제스쳐를 보고 우두커니 자리에 서버렸기 때문이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하다. 바닥에 떨어진 네 개의 찹스테이크를 향해 다가가던 어미와 자매를 향해 대(大)자로 팔을 벌리고, 이들을 막아서고 있었으니.

그리고서는 도형을 향해 침을 튀겨가며 무언가 말을 했던 것이다.

“테치테치테치! 테치테치!”

그 자실장은 도형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인상을 써가며, 뭔가 불만에 찬 말투로 스테이크와 제 가족, 도형을 번갈아 손으로 가리켜 대며 발을 바닥에 톡톡 굴러대고 있었다. 도형 역시 당황한 나머지, 거의 다 타들어간 담배가 자신의 벌어진 입에서 툭 떨어진지도 미처 몰랐다.

자실장은 아예 드러누워 팔다리를 허공에 내저으며 소리를 질렀다. 친실장과 자매를 향해서는 엎드린 자세로 위협을 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도형을 향해 고개를 높이 위로 올려서 팔을 붕붕 흔들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제 가족 쪽을 가리키면서. 그러더니 문득 고기들을 영차영차 한 데로 밀어서 모으더니, 그 위로 벌러덩 엎드렸다. 제 옷이 와인빛 소스에 젖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가족을 향해 경계심 짙은 시선을 던져댔을 뿐이다.

“데에에? 데스데스! 데샤아아! ”

“테치이이? 테샤아아아!”

어미 곁에 있던 자실장도 스테이크 위에 배를 깔고 있는 제 자매를 죽일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위협 자세를 취했다. 친실장도 이제는 도형의 존재 따위, 눈앞의 자 때문에 끓어오른 분노로 잊었다는 듯이 찹스테이크 위의 자를 향해 얼굴을 마구 구기며 화를 내고 있었다. 한껏 찡그린 얼굴로 자를 향해 최대한 꽥꽥 소리를 질러대며 벌어진 입으로는 침을 튀기면서 무언가를 연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성큼성큼 제 자를 향해 다가갔다.

도형은 이제야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눈치를 챘다. 땅바닥에 떨어진 스테이크 조각을 두고 가족 간에 싸움이 난 것이다. 아마 먼저 스테이크를 맛본 자실장은 이것들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여긴 듯 했다. ‘이 맛난 음식은 모두 내꺼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에게 주기 싫었던 것이다. 이는 모두 자신의 소유이기 때문에. 심지어 원래 그 스테이크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인간이 제 어미와 자매에게도 스테이크를 가져가도록 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부 자기가 독차지하고 싶었으니까. 그렇기에 도리어 도형에게 화를 낸 것이다. 왜 내가 가지고 있는 스테이크를 마마나 자매에게도 주려고 하냐고. 다 내가 가지고 싶다고. 주기 싫다고. 어서 못 가져가게 하라고.

도형으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순간의 변덕으로 저들을 단숨에 내쫓지 않았고, 단지 음식쓰레기통을 다시 열어서 찹스테이크를 주워 담기 싫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이걸 가져가라고 ‘호의’를 베푼 것이다. 그런데 도리어 나에게 화를 내다니. 마치 스테이크가 처음부터 제 것이었던 양, 도형을 바라보며 나와 스테이크를 지켜라 따위의 제스쳐를 취하다니.

이들은 이제 스테이크와 그로 인한 저들의 분란으로 인해, 눈앞에 있는 거대한 인간의 존재나 자신들이 인간의 생활권으로 침입한 상태임을 잊어버린 듯 했다. 친실장은 비열하게 웃으며 스테이크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악하던 자를 단숨에 떼어버렸다.

“데프프프픗. 데스데스데스. 데스데샤앗!”

“테챠아아아아!”

“테프프픗. 테치테치!”

“테챠아아악! 테츄아아아악! 츄아아아악!”

인간과 성체실장의 차이가 아마 성체실장과 자실장의 차이이리라. 가족의 먹이를 독차지하려 든 분충에게 내린 친실장의 심판은 가혹했다. 도형은 인터넷에서 ‘독라’의 사진을 보면서 ‘아 혐짤.’ 하고 스크롤을 내린 적만 있었지, 실제 독라의 모습은 여태껏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친실장은 자실장의 앞머리와 뒷머리를 단숨에 뜯더니, 두건과 신발을 벗기고 바닥에 손에 든 자식을 내팽겨 쳤다. 그리고 굼뜬 녀석들의 손짓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재빨리 자실장의 옷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태어난 후, 처음 스테이크를 맛봐서 기뻐하던 자실장은 불과 십분도 지나지 않아 독라의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테에에....테에....테에에..! 테챠아아아아아!”

“데스데스. 데프프프픗. 데프프프픗.”

“테프프프픗. 테햐햐햐햣.”

자기 자식을 노예의 신분인 독라로 만든 후, 친실장은 잘못한 자식을 향해 조소를 날리고 있었다. 다른 자실장 역시, 하나 밖에 없는 자매가 독라가 되었음에도, 속 시원하다는 듯이 배를 잡으며 바닥에 드러누워 폭소하고 있었다.

“씨발 이건 너무한 거 아냐?”

인간들도 자식들이 잘못하면 혼을 낸다. 그러나 자식을 혼내는 부모는 항상 자식의 눈물에 가슴을 삭이며, 사랑에서 우러나온 자식이 앞으로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참으며 자식을 개도한다. 하지만 도형의 눈앞에서 보인, 실장석들이 행한 훈육은 달랐다. 아예 회생 불가의 독라 노예의 처지로 자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데다가, 그 자를 향해 있는 힘껏 비웃음을 이들. 이건 훈육 따위가 아니라 그냥 괴롭힘 그 자체였다.

“데프프프픗. 데스데스. 데챱데챱.... 데스데스! 데프프픗.”

“테프프프픗. 테치이이잇!”

한 손에 들린 찹스테이크 조각을 베어물은 친실장은 쩝쩝 소리를 내면서 다른 한 손을 가랑이 사이로 집어넣는다. 그리고 제 자실장이 여태 바닥에 흩뿌려댄 것과 같은 색깔의 눅진한 것을 독라의 머리에 슥슥 바른다. 다른 자실장은 아예 진녹색 범벅의 속옷을 벗고 뒷머리를 앞으로 넘긴 채로 독라의 배 위에 쭈그려 앉았다. 그대로 독라의 배 위에 볼일을 본다.

브리리릿.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실장석이 독라 노예에게 운치를 바르는 이유나 이들이 자를 대하는 방식 등의 실장석의 생태 따위, 도형은 알지 못했다. 아니, 설령 알 기회가 안다 하더라도 그는 그다지 이에 대해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 그가 관심이 있는 것은 친실장 가족에게 음식쓰레기 처리를 맡기려고 했던 그의 생각과 달리, 실장석 일가가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에 운치를 흘려대며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도형은 자신의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일거리를 없애려고 했었는데 되려 일거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순간 실장석에게 빠져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들실장 일가의 더러운 행태는 도형이 다시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오게끔 했다.

“....씨발. 내가 미쳤지.. 씨발... 아나 씨발....!”

브리리릿

“테프프프픗. 테프프에.”

쿠직.

“데...데에?”

높이 쳐들린 도형의 각목이 독라가 된 자매 위에서 운치를 뿌려대던 자실장의 몸을 짓눌렀다.

“테베에...테에....테에.... 파킨!”

“데...데에에? 데챠아아아앗!”

친실장은 제 자의 머리와 몸뚱이가 터져 바닥에 퍼지는 소리를 듣자, 그제야 도형의 존재를 기억했다는 듯이 도형을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독라의 자실장 역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데에... 데스데스.. 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웃!”

다소 겁에 질린 듯하지만, 친실장은 그보다는 제 자실장의 죽음을 설명하라는 듯이 도형에게 따지는 듯한 말투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데스데스! 데스데샤아앗! 데샤아아앗!”

바닥의 찹스테이크와 차녀를 연신 양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억울하다는 표정이 반반씩 섞인 듯한 얼굴로 팔을 마구 휘저으며 도형을 향해 다가왔다.

“개새끼들이 쓰레기 가지고 꺼지라니깐 바닥에서 똥이나 싸대고 앉아서 처먹기만 해?”

“데갸악!”

마치 골프선수의 스윙처럼 숙달된 도형의 각목 스윙은 친실장을 높이 쳐올려 비스트로 바깥의 좁은 도로로 친실장을 날려버렸다. 평소였다면 자신의 스윙을 맞고 도망가는 들실장들을 쫓지 않았을 도형이었지만, 이 들실장에게는 왠지 더 화가 났다.

각목을 부여잡고 좁은 도로에 주저 앉아서 떨고 있는 친실장을 향해 성큼성큼 갔다. 다리가 부러졌는지 움직이지 못하며 와들와들 떨면서 자신을 향해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 친실장을 향해 도형은 발길질을 시작했다.

“더러운!”

“데갹!”

“벌레 새끼들!”

“데갹!”

“가족도!”

“데챠아아악!”

“막 버리는 쓰레기 새끼들!”

“데갸아아악! 데갸악!”

서너 번 발길질을 하고 나니, 들실장이 짖는 소리를 들은 한 행인이 자신을 주목하는 것을 느꼈다. 순간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낀 도형은 주변에 차가 지나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한 번 크게 각목으로 어퍼 스윙을 하여 친실장을 A공원 쪽으로 날려버렸다.

“데챠아아아아아아!”

“꺼져 씨발. 다시 오기만 해봐라.”

도형의 말과는 달리, 친실장이 다시 비스트로에 잠입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친실장은 도형의 연이은 스윙에 갈비뼈와 척추뼈가 박살나고 몸 여기저기가 짓이겨져버린 채로 공원 입구에 떨어졌다. 두 다리와 두 팔 모두 부러져서 사지를 움직일 수도 없었다.

“데챠아아아! 데챠아아아아! 데챠아아아아아!”

화를 씩씩 내며 뒤돌아가는 도형을 향해 그 친실장은 울부짖었다. 마치 가지 말라고, 자신에게 한 번 호의를 줬는데 갑자기 왜 바뀌었냐고, 자신을 이렇게 방치하지 말고 도와달라고 절규하는 듯 한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친실장은 지금 자신의 처지와 같은 들실장이 공원에서 어떻게 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데프프프픗.”

“데프프프픗.”

“데프프프픗.”

“데프프프픗.”

친실장을 처리하고 뒤돌아선 도형은 난장판이 된 비스트로 뒤편의 바닥을 보았다. 챱스테이크가 여기저기 널려있고 운치도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다.

“하아 씨발... 좆같네..”

“테에...테츄..?”

문득 자실장 울음소리에 음식물 쓰레기통 아래의 바닥을 본 도형은 독라의 자실장을 발견했다. 아까 친실장에 의해 독라에 운치범벅이 된 자실장이었다. 도형은 더러운 그 자실장의 행색에 얼굴을 심하게 찌푸렸다.

“테프프픗. 테치테치! 테치테치!”

독라의 자실장은 도형을 향해 기쁜 듯하면서도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카랑카랑하게 뭔가를 말하는 듯 했다.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도형은 성큼성큼 독라의 자실장에게 걸어갔다.

“테프프픗. 테프프픗. 테프프프 테베에..”

단숨에 10cm 가량의 그 독라의 머리를 뒷꿈치로 밟아 으깨버렸다.

“휴우....”

도형은 왼손에 찬 시계를 바라보았다. 4시 40분. 이 녀석들 때문에 25분이나 소비했다. 지금이 한산한 타임이라서 망정이지, 피크타임이었으면 당장 해고당했다. 물론, 지금 점주에게 밉보인 자신의 처지를 고려하면 지금 돌아간다 해도 이 상황을 무사히 넘길 리는 없겠지만. 어쩌면 진짜 해고당할 수도 있다.

“담배 몇 대 태우고 똥싸고 오니까 들실장 떼거지가 쳐들어왔다고 해야겠다.”

억지스러운 변명을 대충 지어낸 도형은 각목을 세우고, 그 옆에 있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양 손에 집어 들었다. 그리고 운치와 스테이크, 자실장의 시체조각들이 섞인 쓰레기들을 쓸어서 쓰레받기에 한 데 모은 후에 대충 쓰레기통에 이를 쑤셔넣었다.


fin.






배신 1~17 (완)

 

"샤샤ㅡ."

이젠 몸이 커져 작아져버린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던 샤샤를, 여주인은 나지막하게 불렀다.

샤샤는 주인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데에? 주인사마, 와타시 부르셨던 데스?"
"샤샤. 오늘 나랑 같이 산책나가자."

샤샤는 새 주인님을 좋아했다.

예쁜 주인님. 찰랑찰랑한 검은 머리는 자신의 어설픈 볼륨펌을 한 것같은 자신의 갈색 머리보다 훨씬 아름답다.

이전 주인님은 뻑하면 자신을 때렸고,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이름 같은 것도 없었다. 그냥 '자실장'이었다.

심지어는 자신이 귀찮다며 공원에 버리고 갔다. 샤샤는 주인에게 한번 버림받았던 그 때, 눈물을 폭포처럼 쏟아냈다.

눈물의 의미는 원망이었을까, 아니면 애증이었을까.

"테에에에에엥... 주인사마가 와타치를 버린 테츄.... 그럴꺼면 왜 여태껏 와타치를 괴롭힌 테에에에엥"

일반적인 경우라면 공원에 버려진 자실장은 들실장의 손아귀에 들어가 동족식이나 독라가 되지만, 샤샤는 운이 좋았다.

샤샤 근처에 있던 중년의 여성 한명이 울고있는 샤샤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샤샤가 스스로를 버려진 사육실장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자신을 유기실장 보호센터에 데리고 가주었다.

'닝겐상 감사하는 테치... 와타치 될 수만 있다면 닝겐상의 사육실장이 되고싶은 테치... 전 주인사마에게 가봐도 슬프고 힘든 나날인 테츄...'

그러나 실장석을 기르고 싶지는 않았던 그녀는 샤샤를 버리고 가버렸다.

"어째서....어째서 가버린 테치? 그래도 이대로 공원에 있는 것보다는 나은 테치..."
"오마에... 정말 여기가 낫다고 생각하는 테치?"

공교롭게도 샤샤는 자신과 크기가 비슷한 자실장과 같은 케이지 않에 있게 되었다. 그 자실장의 눈빛은 퀭하게 쳐져있어, 마치 곰팡이가 끼어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테텟! 무슨 말인 테치! 와타치타치가 처음에 있었던 실장샵이 아닌 테치? 전 주인사마는 와타치를 괴롭히기만 했던 테치. 그래서 와타치를 버린 테치. 그런데 방금의 여자닝겐상이 와타치를 샵으로 다시 데려다준 테치. 와타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테치! 이번에는 제대로 된 주인사마를 만나보는 테치."
"테프프프프...."

그 쇠락한 자실장은 기괴하게 비웃었다.

"왜..왜 비웃는 테챠아아!!!"
"여기 처음 온 와타치도 그런 생각을 했던 테치. 와타치도 사육실장이었던 테치.여기는 와타치타치들이 태어난 실장샵같은 곳이 아닌 테치."
"테에? 그러면 여긴 어디인 테치?"

샤샤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때, 흰 가운을 입은 인간 몇명이 들어온다. 

그리고 몇몇의 케이지를 골라 아래로 내려놓는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을 잘 보는 테치..."
"테에에..."

케이지 문을 열어, 안에 있는 실장석들을 집게로 꺼낸다. 

"닌겐상! 제발 그만하는 데스! 와타시타치들은 살려주는 데스!"
"테에에엥 마마! 와타치 나가고싶지 않은 테치! 분명 여기서 기다리면 닝겐상들이 와타치타치를 기르러 오는 테치!"
"하얀 닝겐사아아앙! 제발 와타시는 데리고가지 마는 데스!"
"데샤아아아아! 저리 꺼지는 데샤아아아!"
"테츄우웅~ 닝겐상은 와타치한테 매로매로 되서 와타치를 내버려두는 테츄웅~"

다들 케이지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다. 인간에게 아첨을 하거나 위협을 하는 개체, 케이지 안으로 들어온 집게를 피하려는 개체, 인간에게 사정사정 부탁하는 개체.... 전부 인간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있다.

자실장이나 엄지, 구더기들은 쉽게 집게로 잡지만, 중실장과 성체가 저항하면 케이지 밖으로 꺼내기가 쉽지 않다. 

옆에 있는 다른 하얀 옷의 인간이 그런 개체들에게 주사를 꽂아버린다.

"데챠아아아아아....데에에....데에..."

주사를 맞은 실장석은 그대로 잠에 뻗어버린다.

"마마! 마마! 일어나는 테챠아아아아!"
"수면제 아껴써라. 웬만하면 그냥 힘으로 들어서 봉지 안에 던져 넣어. 장갑꼈잖아. 뭐가 무서워?"
"죄송합니다. 이 개체는 너무 저항이 심해서요. 다른 개체들은 그냥 들어서 던져 넣겠습니다."

하얀 옷을 입은 인간 3명이 케이지에서 실장석을 꽤 많이 봉투에 넣는다.

그리고 질질 끌고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간다. 

샤샤는 이 광경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테에..."
"저 안에 들어간 실장석이 다시 나오는 경우는 한번도 없는 테치."

음침한 자실장이 입을 열었다.

"와타치는 본 테치. 실장석이 저 문 안으로 들어가면, 문 위에 달린 창문 너머로 불빛이 나오는 테치. 한 번은 와타치가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을 때, 닝겐이 나오고, 문이 열린채로 있었던 테치. 그날 저녁에 안으로 들어갔던 분충들을 닝겐들이 불빛이 나오는 구멍에 넣고 있던 테치..."

그 실장석이 본 것은 보호센터의 소각로였다.

"여기 온지 오래 된 실장석들은 예외없이 저기로 끌려가는 테치. 여기 케이스 안에 있는 다른 녀석들도, 그리고 오마에도, 와타치도 예외가 아닌 테치."
"테에..."
"오마에 신입, 알겠는 테치? 여기는 샵 따위가 아닌 테치. 간혹 다른 닝겐상들이 와서 데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 수많은 개체 중에서 그게 오마에가 될 거란 보장없는 테치."
"테에... 그럼 와타치도 언젠가 저 안에 끌려가는 테치?"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테치. 와타치가 여기와서 닝겐상이 데려가는 경우는 딱 두 번 본 테치."

쓴웃음을 지으며 샤샤에게 이야기를 늘어놓던 자실장은 침을 삼켰다.

"...그리고 방금 방 안으로 들어간 분충들을 끝으로, 와타치보다 일찍 온 실장석들은 전부 여기서 사라져버린 테치."
"테에..! 그렇다는 건..."

나름 사육실장으로서의 교육을 마친 샤샤는 실장석치고는 머리가 돌아가는 개체였다. 당연히 자실장의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죽고싶지 않은 테치...죽고싶지 않은 테츄... 어째서인 테치? 주인사마는 어째서 와타치를 버린 테치? 여긴 지옥인 테치... 닝겐상한테 가지 않은 실장석은 전부 죽어버리는 테치... 이젠 와타치 차례인 테치...? 와타치는 아직 죽기 싫은 테챠아아아아아!"


눈이 퀭했던 그 실장석은 소리를 꽥 질렀다. 절규하고 소리지르다가, 엎드려서 울기 시작했다.

샤샤는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테에에에에에에에엥"
"오마에....진정하는 테치... 그래도 희망이 있는 테치... 조금 더 기다리는 테치.... 기다리다 보면 새로운 주인사마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테치. 아까 와타치를 여기 둔 닝겐사마도 다시 와타치를 찾으러 올 수도 있는 테치."

갑자기 음침한 그 녀석이 고개를 들어 샤샤를 쳐다본다. 정색과 냉소가 뒤섞인 표정으로.

"그 닝겐은 오마에를 여기 두고 가버린 테치.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는 테치?"
"테에?"
"그 닝겐이 여기가 어디인지 몰랐다고 생각하는 테치? 닝겐상들은 그렇게 머리가 나쁘지 않은 테치."
"그렇다면... 오마에 말은 그 여자닝겐사마가 와타치가 죽게 될 것을 알면서도 여기 두었다는 테치?"
"그런 테치."

샤샤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이를 악물었다. 위석을 누가 긁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 이 감정은 방금전에 자신이 버려졌을 때 느꼈던 감정이다.

배신이라는 감정.



 "와타치 여기 있으면 언젠가 불에 타서 죽어버리는 테치?"

 샤샤는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그 여자닝겐사마는 와타치를 여기로 보낸 테치? 공원에 있었어도.... 만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공원에서 새로운 주인사마를 만나거나 아니면 들실장으로라도 살아갈 가능성이 있었던 테치.."
 "그 닝겐사마는 위선자인 테치."

 독기어린 표정으로 음침한 자실장이 샤샤에게 말한다. 

 "결국에는 자기도 오마에가 귀찮아서 여기로 보낸거인 테치. 처음부터 오마에를 키울 생각 따윈 없었을게 뻔한 테치."
 "그런거면 왜 와타치를 여기로 보낸거인 테챠아아아아아아아!"

 샤샤도 절규하기 시작했다. 현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 중년의 여자는 울고있는 샤샤에게 자상하게 말을 건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젤리도 하나 샤샤에게 주었다.

 그 모든 것이 위선이었단 말인가?

 "그런 행동을 했으면서 와타치를 죽음으로 내몰아버린 테챠아아아아! 주인사마보다 훨씬 나쁜 테치! 와타치를 속인 테챠아아아아! 위선자인 테챠아아아!"
 "그만 짖는 테치. 오마에가 그런다고 현실이 달라지는 것은 없는 테치. 어짜피 닝겐상들이 와서 와타치타치를 고르지 않는 이상 와타치타치는 다 죽음이 예정된 운명인 테치. 공원에 있었어도 죽었을게 뻔한 테치. 다 끝난 테치....테프프프..."

 이젠 역으로 울부짖는 샤샤를 기존의 자실장이 달래는 형국이 되었다.

 "오마에... 와타치가 여기 온 지 다섯번 밤이 온 테치."
 "테에에..."
 "매일매일 실장석들이 죽어나가는 테치..... 와타치도 여기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테치... 그런데도 벌써 와타치보다 먼저 온 실장석은 다 죽어버린 테치.... 싫은 테치... 어째서 주인사마는 와타치를 여기로 보낸 테치? 차라리 일찍 죽여버렸다면 마음이 편했을...."

 음침한 자실장이 자신의 운명에 체념하고 있을 때였다. 흰 가운을 입은 인간 세 명이 다시 들어왔다.

 "뭐? 아까 그 아줌마가 맡긴 실장석을 오래된 녀석이 있는 케이지에 넣었다고? 야, 너 오늘 왜 그래?"
 "허 참.... 요새 젊은 직원들이란.."
 "죄송합니다. 제가 케이지를 착각했어요. 저쪽에다 넣었어야 하는데..."
 "됐고, 너 어느 케이지에 넣었는지 기억은 하고 있냐?"
 "...물론입니다. 여기에요."

흰 가운을 입은 세 명의 남자가 다시 자실장들에게로 온다.

방금 전까지 이들과 자신의 죽음을 연관짓던 두 마리 실장석은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 평소의 교육으로 인해 하지 않던 빵콘을 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꼈다.

이 인간들의 손에 잡히면 죽게 된다... 

"새로 온 녀석 집어서 빨리 다른 케이지에 제대로 분류해놔라. 너 때문에 퇴근시간 늦어지잖아 신입!"
"네넷! 빨리 할게요.."

젊은 인간은 샤샤의 케이지 안으로 손을 뻗는다.

기본적으로 실장석들은 인간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샤샤와 음침한 자실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들은 들분충과는 다르게, 교육된 사육실장이여서 생각을 할 지능은 있었다.

'와타치가 있던 곳은 오래된 실장석이 있던 곳인 테치? 새로 온 실장석은 다른 케이지에 넣었어야 하는 테치? 와타치가 있을 곳으로 가는 테치?'

샤샤는 조심스레 인간의 손이 있는 쪽으로 발을 땠다. 

'여기는 오래된 실장석이 있는 곳인 테치.... 오래된 실장석은 먼저 죽어버리는 테치. 큰일날 뻔한 테치..'

그 때였다.

퍼억.

"테엣..?"

옆쪽에서 한 팔이 자신의 가슴팍을 밀어서 자신을 넘어뜨려버렸다.

넘어진 샤샤가 고개를 들자, 그 음침했던 자실장이 자신을 추월하여 인간의 손으로 가고 있었다.

"여기 있으면 와타치는 죽어버리는 테치! 이건 마지막 기회인 테치! 테프프프프 오마에는 와타치 대신 내일 저녁에 죽게되는 테프프"

인간은 자신의 손에 안긴 음침한 자실장을 건져올린다.

아니, 그 자실장의 눈빛은 이제는 퀭하지 않았다.

생에 대한 절박함으로 인해 생기가 돌아온 그 눈빛에서는, 며칠을 더 벌었다는 안도감과 내일 죽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 저 신입이 되었다는 사실에 환희가 있었다.

"테프프프프 와타치는 산 테치! 다행히 며칠을 더 벌은 테치. 머리가 안돌아가는 멍청한 분충은 와타치 대신 내일 죽어버리는 테치. 와타치가 영리해서 다행인 테프프프"

불과 몇분 전 삶에 체념했던 개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 자실장은 기뻐하고 있었다.

"꺼냈습니다."
"어. 저거 저 쪽에다 집어넣고 이제 집에 가자."

샤샤는 멍하게 케이지에 남아서 자실장이 간 케이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인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잠시나마 동료의식을 느꼈던 개체였다. 삶을 체념한 모습에 연민도 느꼈고, 자신에게 이 곳에 대해서 알려준 데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었다.

"닝겐사아아아앙! 저 분충이 아니라 와타치가 오늘 들어온 실장석인 테챠아아아아아아! 이럴 수는 없는 테챠아아아아! 이대로라면.... 이대로라면 와타치가 내일 죽어버리는 테챠아아아아아아!"

배신당했다.

믿었던 실장에게 또 다시 배신당한 것이다.

그 실장석은 자신을 내치고 며칠을 더 벌었다.

그 대가로 자신이 죽게 되었음에도, 자실장은 기뻐했다, 아니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보였다.

"왜인 테치? 어째서 와타치가 아니라 저 분충을 가져간 테치? 닝겐사아아아앙! 저 케이지에 있어야 할 자는 와타치인 테치! 저 분충이 아닌테챠아아아아아! 죽기 싫은 테치! 어째서 오늘 들어온 와타치가 내일 죽어야하는 테챠아아아아아!"

직원들이 퇴근하였음에도, 샤샤는 인간을 찾으며 울부짖었다. 

그 자실장이 아닌 자신이 내일 죽게로 예정되었음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샤샤는 밤새 울며불며 케이지 안에서 난리치다가, 힘이 빠져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 날, 점심 즈음에 눈을 뜬 샤샤에게는 식사도 지급되지 않았다.

"어짜피 좀 이따 죽을 녀석인데 밥을 줘서 뭐해? 사료아깝게."

그게 이유였다.

"테에.... 정말로 와타치 죽어버리는 테치....? 그 분충이 와타치 자리를 가로채버려서 죽게 된 테치....? 믿을 수 없는 테치.... 주인 사마.... 마마..."

얼굴을 본 적도 없는 마마와 평소 그렇게 싫어하던 주인을 찾는 샤샤의 목소리에는 현실부정과 그 안에 깔린 깊은 절망이 느껴졌다.

힘없이 눈물을 흘리는 샤샤는 점점 어제의 그 사건이 일어났던 시간이 가까워져감을 알았다.

"싫은 테치.... 죽는건 싫은 테치..."

사시나무처럼 몸을 마구 떨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바로 그 때였다.

유기실장 보호센터로 젊은 여성 한 명이 들어왔다.

"저... 유기된 실장석 한마리를 분양받으려고 하는데요.."

실장석은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그 말을 들은 센터 안의 모든 실장석들이 갑자기 저마다 울부짖기 시작한다.

"똥닌겐! 와타시를 기르는 데스! 와타시는 똥닌겐에게 사육받을 권리가 있는 데스. 길러주는 대가로 자들을 낳아주는 데샤아아!"
"닝겐상! 제발 와타시타치를 기르는 데스! 와타시에겐 자가 있는 데스우. 자들을 여기서 죽게 하고싶지는 않은 데스. 자들이랑 같이 와타시를 길러주는 데스!"
"테츄웅~ 닝겐상은 와타치에게 매로매로되는 테츄웅~ 와타치를 기르게 되는 테츄웅~"
"테샤아아아아! 와타시는 자들을 낳아 기르고 싶은 테스! 여기서 생을 마칠수는 없는 테스! 제발 와타시를 데려가는 테샤아아아!"
"닝겐상~ 와타시의 자들의 춤을 보는 데스~ 와타시의 자들은 귀여운 춤을 출줄 아는 데스우! 자들과 와타시를 데려가는 데스!"

유기 실장석들은 저마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어필한다.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언제 기회가 올지도 모르며, 죽음은 확실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여자는 잠시 당황했다. 그리고 젊은 직원에게 입을 열었다.

 ".....저... 여기 있는 애들, 주인 못찾으면 다 안락사 시키죠?"
 "네? 안락사는 아니고....아얏!"

옆에서 나이 많은 직원이 젊은 직원의 발을 밟고, 자신이 대신 대답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습니다 손님. 안타깝게도 저희 역시 많은 유기 실장석들을 기를 수 없으니, 6일간 기다리다가 주인이 오지 않거나, 분양되지 않은 개체에 대해서는... 안락사를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 많은 직원의 말에 여자는 마음을 굳혔다.

"여기서 곧 죽을 녀석은 어느 녀석이죠?"
"오늘 안락사 예정인 개체는.... 저 녀석 하나 뿐이군요. 이 자실장입니다."

여자는 샤샤와 마주했다.

 "치이..... 테치이...."

얼이 빠진 상태의 샤샤는 자신의 케이지 앞에 여자가 선지도 눈치채지 못한채, 죽음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어 정신을 놓아버린 상태였다.

 "가엾게도..."

여자는 샤샤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며칠 전, 남자친구의 바람으로 차인 여자는 마음에 상처와 공허감을 안고 방황하던 상태였다.

상실감을 메우기 위해, 여자는 링갈을 통해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실장석을 키워보기로 생각했다.

주인에게 '버려진' 실장석을 기르려 하는 것도 자신과 같은 위치에 놓인 녀석에게서 동질감과 위로를 얻고 싶은 그녀의 무의식이 이끌어 낸 행동이리라.

그리고 샤샤의 모습은 그녀의 측은지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이 녀석으로 할게요. 어서 씻겨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테에?"

샤샤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닝겐 사마가 와타시를 선택한 테치..? 이건 와타치의 행복회로인 테치?'

그 흰 가운을 입은 인간의 손에 들려가면서도, 샤샤는 여주인과 계속 눈을 마주쳤다.

'정말인 테치? 새로운 주인 사마를 얻은 테치?'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자신 대신에 오래된 자실장이 다른 케이지에 들어간 덕분에 자신은 새 주인을 만난 것이다.

직원 손에 다 씻긴 샤샤는 새로운 주인에게 넘겨졌다.

링갈 등 몇가지 간단한 실장용품도 구매한 여자는 샤샤를 품에 안고, 센터를 나섰다.

샤샤는 센터를 나설 때, 자신이 원래 있어야 했던 케이지를 힐끔 보았다.

그 안에서는 오래된 자실장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적록의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을 향해 뭐라고 절규하고 있었다.

"네 이름은 앞으로 샤샤야. 잘 부탁해. 네가 새로운 주인이야."
"테에.... 새 주인사마... 전 주인사마는 와타치를 때리기만 했던 테치..."

링갈에서 샤샤의 말이 찍어나오자, 주인은 샤샤를 다정하게 만져준다.

"어머, 그런 인간이 있다니.... 샤샤야 난 너를 정말 예쁘고 행복하게 길러줄게. 아픔은 치유하면 되는거야. 치유하면 돼."
'테에... 주인사마의 손은 따뜻한 테치... 닝겐상의 손길이 이렇게 다정했던 테치...? 닝겐상의 품이 이렇게 좋았던 테치...?'

샤샤는 주인의 품 안에 쏙들어갔다.

"주인사마... 예쁜 테치....아름다운 테치.... 그래서 착하고 자상한 테치...? 천사님이 있다면 주인사마일 거인 테츄우..." 

여주인은 잠들어버린 샤샤가 한 마지막 말이 링갈에 나온 걸 보고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걸어갔다.



"산책인 데스~ 산책인 데스~ 주인사마와의 즐거운 산책인 데스~ 산책 나갈 때는 간이 화장실도 챙겨가는 데스!"

여자와 함께한지 5개월. 샤샤는 성체가 되어있었다. 외출 때 운치용 검은 비닐봉지를 스스로 챙길만큼, 샤샤는 주인을 잘 따랐다.

"주인 사마는 와타시를 죽음 속에서 구해주신 은인 데스. 와타시는 주인사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데스우!"

샤샤는 늘 주인을 생각해줄만큼, 주인을 좋아했다. 미인인 자신의 주인이 자랑스러웠고, 주인이 자신을 구해준 데에 대해서 항상 고마움을 느꼈다.

"데스웅~ 데스웅~ 아직 조금 쌀쌀하지만 그래도 많이 따뜻해진 데스우~"

찬 바람이 조금 불지만, 꽃샘추위가 물러간 4월 초순. 오랜만의 나들이에 샤샤는 기쁜 듯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주인사마, 와타시를 위해 산책 시켜주셔서 고마운 데스우!"
"...."

이상했다. 주인님이 오늘 따라 말이 없다.

"항상 주인사마에게는 감사하는 데스. 와타시를 처음 구해주신 그날부터 주인사마는 와타시의 천사님인 데스!"
"....."

여전히 주인은 말이 없다. 자신과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평소와 다르다. 

'데에... 주인사마가 요새 와타시한테 말을 잘 안하는 데스우... 예전에는 와타시가 이렇게 말하면 정말 좋아하셨는데, 최근 들어서는 대답도 잘 안해주시는 데스우... 아마 무언가 안좋은 일이 있으신 데스?'

이윽고 공원의 어느 오솔길을 지나자, 주인은 갑자기 멈춰섰다.

"다 왔다. 샤샤."
"데에? 주인사마. 이 곳에는 아무도 없는 데스.. 와타시 말고 다른 실장석도, 닝겐상도, 심지어 탁트인 놀이터도 없는 데스. 나무들만 빽빽히 있는 여기서 노는 데스?"

주인은 자신과 여전히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샤샤."
"말씀하시는 데스우 주인사마!"
"나....저.... 저쪽에 가서... 맛있는 거좀 사올게..... 샤샤는 착한.....착한....실장석이지? 분충이 아니...니까.... 얌전히 기다...리고...있어."

여주인은 샤샤를 벤치 아래에 있게 했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저 주인사마....."
"....."

약간의 정적. 이윽고 머뭇대던 샤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데에...와타시가 예전 주인사마에게 버림받을 때도.....예전 주인사마가 똑같은 말을... 했던 데스...."

오늘 처음으로 여자가 샤샤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의 눈은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물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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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가 샤샤를 키우기 결심한 이유는 그저 이별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한 동병상련의 존재를 충동적으로 찾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여자는 온 힘을 다해 샤샤를 돌봤다. 마치, 샤샤의 상처를 돌봄으로써, 그녀의 상처를 치료하듯이.

 하지만 이별의 상처는 낫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 점점 무뎌져 갈수록 샤샤에 대한 애정도 식어갔다.

 그와 동시에 샤샤는 점점 커갔다. 자실장일 때의 귀여움은 몸집이 커감에 따라 점점 옅어져갔다.

 "주인사마! 와타시는 성장기인 테스. 조금만 더 먹어도 되는 테스?"
 "...."

 그와 더불어 식비는 날로 늘어갔다. 혼자 자취하고 있는 마당에 없는 돈을 쪼개서 샤샤의 먹이를 사는 것은 부담이 컸다.

 샤샤가 여자의 집에 온지 4개월이 조금 넘게 지나, 성체가 되고나서는 여자는 샤샤를 애완동물이라기 보다는 애물단지처럼 바라보았다. 

 이미 처음의 애정, 아니 충동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버리자.'

 데스데스 거리며 실장푸드를 까먹고 있는 샤샤를 보면서 여자는 어느 날 생각했다.

 '원래대로였으면 거기서 죽었을거야. 아니, 유기소에조차 안 왔다면 길바닥에서 죽었을껄? 내가 그래도 성체가 될 때까지 키워준거야. 이 정도면 할만큼 한거야.'

 여자는 샤샤를 버리기로 결심했다.

 '나도 빠듯한 신세에 저 녀석 키우는 돈 대는건 무리야. 이제 자도 낳고 싶어할텐데 난 감당 못해. 저거 봐봐. 이제 성체가 되버려서 하나도 안 귀엽잖아. 귀엽지도 않은 녀석 데리고 있어봤자, 애정이 식어서 내가 잘해주지도 못할텐데... 차라리 자유롭게 풀어줘서 자도 낳고 서로서로 더이상 상처입지 않는게.... 둘 다에게 나을지도 몰라..'

 여자는 샤샤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채 멀찌감치서 불렀다.

 "샤샤ㅡ."
 "데에? 주인사마, 와타시 부르셨던 데스?"

 '이럴 수밖에 없잖아...어쩔 수 없는 거야..'

 "샤샤. 오늘 나랑 같이 산책나가자."




 그리고 여자는 두려운 눈빛으로 샤샤를 보고 있다.

 "주인사마.... 주인사마.....? 샤샤 버리는거.... 아닌 데스...?"

 여자는 샤샤의 절박함이 담긴 표정을 애써 외면한다.

 "주인사마는 천사님 데스.... 전 주인사마랑은 다른 데스우.... 왜 전 주인사마랑 똑같은 말을.. 하는 데스? 아닐 꺼인 데스. 설마 주인사마가.. 와타시를 버릴리 없는 데스...."

 한번 주인에게 버려진 경험이 있는 샤샤는 여자의 분위기를 읽었다.

 지금 여주인님에게는 마치 날 버렸던 그 나쁜 주인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결정적으로, 자신이 버린다는 말을 할 때의 주인님은 마치 보존식을 몰래 먹다가 마마에게 들킨 자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말을 곧바로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 때의 주인사마도.... 지금처럼 이 공원에 있는..... 아무도 없는 곳에 와타시를 두고... 맛있는 걸 사올테니 기다리라고 한 데스.... 여주인사마처럼 손을 떨면서... 데끅.... 주인사마... 데끅.... 아닌 데스... 데끅.... 샤샤는 착한 실장인 데스.... 주인사마를 믿는 데스....울지 않는 데스...."

 생명을 버린다는 것의 죄책감. 링갈에 찍혀나온 샤샤의 절박한 물음.

 "미안. 샤샤. 행복해."

 샤샤를 차마 보지 못하던 여자는 결국 뒤돌아섰다. 그리고 걸음을 재촉하려 했다. 그런데...

 "주인사마 제발 와타시를 버리지 마는 데챠아아아아아아아!"

 샤샤는 그새 주인의 다리를 붙잡았다. 약하디 약한 실장석의 힘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세게.

 "꺄아아아악! 뭐야!"
 "데에에에엥 주인사마 와타치가 잘못한게 있으면 혼나는 데에에에에엥 제발 버리지 마는 데에에에에엥"
 "이거 놔아!!!"

 여자는 소리쳤다. 그러면서 왼쪽 다리를 마구 흔들었다. 그녀의 예쁜 얼굴은 공포와 혐오감으로 일그러졌다.

 "주인사마가 싫어하는 게 있었다면 정말 죄송한 데스! 주인사마가 하라는건 다 하는 데스! 솔직히 뭘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겠는 데스... 주인사마 제발 와타시를 혼내서 가르쳐주는 데스... 이대로 공원에 버려지는건 싫은 데스... 버려지면 또 그 하얀 닝겐들이 있는 집으로 가는 데스...거기서 죽기는 싫은 테챠아아아아아아! 제발 와타시를 버리지 마는 테챠아아아아아!"
 "놓으라고!!! 너 이제 기르기 싫다고!!! 너 필요없다고!!!"
 "데에..?"

 기어이 여자는 왼쪽 발을 마구 땅에 쿵쿵댔다. 때문에 샤샤는 다리에서 손을 놓았고, 바닥에 널부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여자는 자신의 집으로 마구 뛰어갔다.

 "주인사마! 샤샤를 두고 가지 마는 데챠아아아아아!"

 인간의 주력을 실장석이 쫓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여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샤샤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데힉....데힉... 데헤에....데헤에....."

 실장석 치고는 꽤 먼 거리를 달린 샤샤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데헤에.... 데헤에....데에........또 버려진 데챠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절규했다. 

 "오로롱 오로롱... 어째서인 데스? 주인시마는 와타시를 기르기 싫다고 말한 데스.... 필요없다고 한 데스....아직도 모르겠는 데스.... 와타시가 뭘 잘못했던 데스? 밥도 잘 먹은 데스. 그런데 왜... 왜! 왜! 왜 또 주인사마는 와타시를 버린 데챠아아아아아아!"

 적록의 눈물이 묻은 땅을 연신 내리친다. 그리고 실성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발악한다.

 "여기있으면 또 하얀 닝겐이 있는 집으로 가는 데챠아아아아! 거기서 불타 죽는건 싫은 데챠아아아아아! 오로롱 오로롱"

 주인이 사라진 방향을 보면서 헛된 희망도 품어본다.

 "데에에에....사실은 주인사마가 와타시를 깜짝 놀래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 데츙? 데프프프 주인사마도 참 짖궂으신 데스우. 와타시는 그런거에 속지 않는 데스우. 샤샤는 얌전히 기다리는 데스! 전 주인사마때도 기다렸....기다렸던....기다렸는데 오지 않았던 데챠아아아아아! 어째서 또 버려진 데챠아아아아아!"

 한번 버려졌던 기억이 있었기에 행복회로는 유효하게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샤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또 버려진 데스. 주인사마.... 왜 와타시를 버린 데스우.... 오로롱 오로롱..."

 결국 샤샤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양 손을 두 눈에 비벼대며 울음을 터뜨렸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하지만 보호센터의 기억은 샤샤가 마냥 울고만 있게 놔두지는 않았다.

 오분쯤 지났을까. 샤샤는 눈물을 멈추었다.

 "....여기만 있으면 닝겐들이 하얀 곳으로 다시 데려가는 데스.... 일단은 몸을 피해야 하는 데스..."

 샤샤는 일어서서, 자신이 머무를 곳을 찾기 위해 떠돌기 시작했다.

 "오로롱 오로롱 일단은 이 공원에 머무르는 데스우... 언젠가 주인사마가 다시 오면, 그때 집에 돌아가는 데스우... 오로롱 오로롱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서 살아남아야 하는 데스우.... 오로롱 오로롱... 그 때랑은 다른 데스....와타시도 다 큰 데스우.... 데힉.... 자였을때랑은 달리 살아남을 수 있는 데스.... 주인사마가 올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데스우...."

 아무리 위석에 공원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한들, 샤샤는 태어났을 때부터 사육실장이었다.

 어렴풋한 심상만이 자리잡았을 뿐, 야생의 행동강령이나 생존을 위한 삶따위는 몰랐다.

 그저, 주인님이 다시 올 날이 있을 것이라는 헛된 희망에 모든걸 걸고 어떻게든 이 곳에 머무르려 하는 것이다.

 "데에... 해님이 사라져가는 데스.. 어두워지는 데스우... 추운 데스우.... 따뜻한 바닥에서 뒹굴고 싶은 데스우...."

 4월 초순, 저녁은 매우 쌀쌀하다. 원래 주인에게 있었을 때는 종종 추운 베란다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던 샤샤였으나, 새 주인님을 만나면서 그런건 다 잊어버렸다.

 "데챠아아악! 바람이 추운 데스우..... 오로롱 오로롱 주인사마... 보고 싶은 데스...."

 눈물이 말라가며 더욱 추위를 탔다. 어디론가 따뜻한 곳을 찾아 추위를 피해야 한다.

 "데에! 저기 닝겐상의 집 같은 것이 있는 데스!"

 샤샤는 공원 화장실을 발견했다. 곧장 그리로 들어갔다.

 "데에....이곳은 주인사마가 화장실로 쓰던 곳이랑 바닥이 비슷한 데스우...."

 화장실 타일을 보며, 샤샤는 주인의 화장실을 떠올렸다. 갑자기 운치가 마렵다.

 "일단 운치를 싸야하는 데스. 그런데 여기선 어디다 운치를 싸야하는 데스우?"

 화장실을 가릴 줄 아는 개체이기에, 샤샤는 공원 화장실 어디에 운치를 싸야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데챠아아아아아!"

 그때였다.

 "데에? 무슨 소리인 데스?"
 "데갸아아아아아악!"

 샤샤는 실장석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화장실 안에서 들었다.

 "분명 여기서 난 데스우!"
 "데챠아아아아앗!"
 "기다리는 데스! 와타시가 친구상을 구해주는 데스!"

 샤샤는 소리가 난 쪽으로 갔다. 화장실 문 너머에서 실장석의 비명이 들려온다. 


 샤샤는 곧장 문을 열었다.

 "무슨일인 데스? 와타시가 도와주는 데스!"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샤샤는 처음 보았다. 두 눈에서 빨간 눈물을 흘리며 자를 출산하고 있는 성체실장의 모습을.

 "데에...."

 그리고 출산 과정을 들킨 들실장은, 자신이 가장 약한 시기에 다른 개체에게 노출되었기 때문에 샤샤를 향해 위협하기 시작했다.

 "문 닫고 저리 꺼지는 데샤아아아앗!"


 "데에? 오마에 지금 아가짱들 낳는 데스?"
 "와타시의 자들에게 손대면 죽여버리는 데샤아아아아아아!"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출산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샤샤와 달리, 들실장은 필사적으로 위협한다.

 출산이 끝나지 않은 지금, 모체는 움직이기가 힘들고 자들은 점막에 싸여있는 지금이 적에게 발각되면 가장 치명적인 때이기 때문이다.

 "오..오마에 왜 그렇게 놀래키는 데스! 하마터면 빵콘할뻔한 데스우! 와...와타시는 그냥 출산 광경을 처음 봐서 신기했을 뿐인 데스. 와타시가 방해된다면 그냥 가는 데스우."

 공원에 있는 개체, 그것도 성체라면 출산 광경을 처음볼 리가 없다. 게다가 맛있는 갓 태어난 자들과 현재 저항 불가 상태에 있는 어미를 발견한 찬스를 들실장이 놓칠리가 없다....고 출산하던 실장석은 생각했다.

 "잠깐 기다리는 데스우."
 "데에?"

 화장실에서 운치를 쌀 곳을 적당히 찾던 샤샤를 출산 실장이 불러세운다.

 "오마에, 그렇게 와타시의 자들이 귀여우면 특별히 자들을 핥아주는 것을 허락하는 데스."
 "데에... 왜 핥아야하는 데스? 오마에의 자들은 안핥아도 귀여운 데스."
 "데프프프프 보는 눈은 있지만 아는 건 없는 분충인 데스? 자들은 태어날 때 몸에 점막이 있는 데스우. 보이는 데스?"
 "그런 데스."
 "그 점막을 핥아주지 않으면 자들의 점막이 말라서 애써 낳은 자들이 모두 구더기가 되버리는 데스. 물론 태어날 때부터 구더기인 자들도 있지만, 와타시로서는 알 길이 없으니 일단 다 핥는 데스우. 아, 오마에 구더기는 아는 데스? 설마 그것도 모르는 데스?"
 "구...구더기챠들은 아는 데스! 와타시도 본 적이 있는 데스우."

 샤샤가 자신을 놀리는 실장석에게 짐짓 화를 내본다. 하지만 내심 주인에게 버려져 외로운 찰나에 들실장 친구를 알아서 기뻐하는 내색이었다.

 "알았으면 와타시의 자들을 핥아주는 데스우. 먼저 나온 자들부터 핥는 데스."
 "알겠는 데스우! 운치 마렵지만.... 참고 먼저 핥아주는 데스."
 "레후? 아줌마는 누구 레후? 핥아주는 레후?"

 자신의 자들을 핥아주는 샤샤를 보면서 친실장이 확신에 찬 질문을 했다.

 "오마에, 사육실장인 데스?"

 새 주인은 샤샤에게 옷을 새로 사주지는 않았지만, 항상 샤샤를 청결하게 관리했다.

 비록 오늘 흙바닥에 구르고 공원의 맨바닥에 누워 울어댄 탓에 평소보다 지져분해진 샤샤였으나, 들실장에게는 상당히 깨끗하게 보였다. 

 더군다나 샤샤의 윤기나고 매끈한 머릿결과 출산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 그에 대한 지식이 없는 모습, 결정적으로 화장실을 가리는 습성 등이 친실장이 샤샤를 사육실장이라고 확신하게 한 근거였다.

 제법 영리한 개체였다.

 "데에.... 맞는 데스우."
 "역시나 그랬던 데스. 그럼 오마에의 주인사마도 지금 화장실 안에 있는 데스?"
 "...."

 샤샤는 말을 잇지 못했다. 주인님을 생각하니 눈에 다시금 눈물이 맺혔다.

 "데에에에엥...데에에에에에엥....주인사마...."
 "오마에...진정하는 데스... 일단 와타시의 자부터 핥아주는 데스우...."
 "아줌마는 와타치의 다리도 빨리 핥아주는 테치!"
 "....데힉....히끅... 알겠는 데스..."

 '데프프프프 이 분충은 분명히 주인에게 버림받은 사육실장이 틀림없는 데스.'

 그렇지만 친실장은 자신의 자를 핥고 있는 샤샤를 자극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생각만 했다.

 "테치! 마마 테치! 아줌마 상 덕분에 와타치 빨리 할짝할짝 받은 테치!"
 "마마 배고픈 테치!"
 "테프프프프 마마의 똥노예가 저 분충인 테치? 꽤 괜찮은 마마에게서 태어난 테프프프프"
 "레에에에엥 배고픈 레치.."

 총 6마리의 자와 2마리의 엄지. 샤샤가 핥아준 덕분에 자들의 점막을 모두 벗길 수 있었다. 구더기는 한마리도 없었다.

 친실장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데프프프프프 오마에 덕분에 만족스러운 출산이었던 데스우. 이제 와타시는 자들이랑 가는 데스. "

 자들을 담을 비닐봉지도 챙겨온 것을 보니 꽤 영리한 개체가 맞다.

 "데에... 친구상은 잘가는 데스. 와타시도 운치 다 쌌으니 이제 가는 데스우."
 "오마에, 근데 어디로 가는 데스? 주인상이랑 가는 데스?"

 친실장은 샤샤를 한번 떠봤다.

 "...사실 주인상은 와타시를 여기 두고 간 데스.."
 "잠시 어디 간 데스?"
 ".....아닌 데스. 와타시를 버린....히끅...히끅....데스우.....히끅"

 '역시 와타시의 생각이 맞았던 데스...'

 친실장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짐짓 안타까운 채를 했다.

 "데에... 주인님한테 버려진 데스? 안된 데스..... 오마에 살 곳은 있는 데스?"
 "아직 없는 데스우....찾아봐야 하는 데스. "

 해는 이제 저물었다. 가로등 불빛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밤바람은 차다. 바로 어젯밤에는 따뜻한 보금자리에 누워서 작은 솜인형을 안고 잤다. 오늘 이런 꼴이 되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하는 데스.....히끅..."

 샤샤는 자신의 눈앞에 커다란 벽이 있는 것처럼 갑갑했다.

 그러던 차에 친구 실장석이 건낸 말은, 벽 위의 빛을 향해 올라가는 사다리처럼 느껴졌다.

 "오마에, 그럼 와타시랑 같이 사는 건 어떤 데스?"
 "데에.... 그치만 와타시가 듣기로 들실장들은 혼자서 살기도 벅차다고 들은 데스우."
 "같이 먹이를 모으면 더 많이 모을 수 있는 데스우! 와타시의 자들도 오마에가 핥아준 덕분에 오마에를 좋아하는 것 같은 데프프프"
 "테치! 아줌마 와타치타치랑 같이사는 테치?"
 "똥노예는 마땅이 세레브한 와타치의 운치를 닦기 위해 항상 와타치 곁에서 시중들 준비를 하고 있는..... 테챠아아앗!"
 "시끄러운 데스우. 암튼 주인사마도 떠난 이상 와타치랑 같이 살아보는건 어떤 데스? 친.구.상.?"

 친실장은 분충 소리를 내뱉는 자를 봉지 밖으로 던져버리면서 샤샤에게 '친구'라는 말을 강조했다.

 '친구상 데스....'

 샤샤는 자신의 외로움이 걷히는 것을 느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을 매정하게 버린 주인을 찾을 필요가 사라졌다.

 '닝겐상들은 와타시를 버렸던 데스. 새 주인사마도 결국 와타시를 버린 데스. 이젠 괜찮은 데스. 주인사마 없어도 좋은 데스. 어짜피 와타시를 버리는 닝겐들일 뿐인 데스. 와타시는 와타시랑 같은 실장석 친구랑 같이 살아가는 데스. 이젠 외롭지 않은 데스.'

 샤샤는 흔쾌히 친실장의 제안을 승낙했다. 다소 기쁜 듯해 보였다.

 "데에엣! 와타시가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친구상의 말대로 같이 살고 싶은 데스! 정말 고마운 데스! 집도 없고 먹이도 없는 와타시를 친구로 삼아줘서 고마운 데스! 주인 따위... 주인 따위 이제 필요 없는 데스. 친구상이랑 같이 살아가는 데스. 친구상의 자들을 같이 키우고, 와타시도 나중에 자를 나으면 같이 키우는 데스!"
 "뭐, 별거 아닌 데스. 대신 와타시의 집에서 같이 사니깐 와타시 많이 도와줘야 하는 데스."
 "알겠는 데스! 와타시 친구상에게 얹혀사는 만큼, 친구상을 도우기 위해 노력하는 데스."
 "이제 다 온 데스."

 친실장은 공원의 숲속 꽤 깊은 곳에 자신의 골판지 거처를 마련해놓았다.

 "자들, 이제 마마의 하우스 안으로 먼저 들어가는 데스. 좀 이따 밥먹을 거인 데스!"
 "신나는 레챠아아아아!"
 "테프프프 이제 드디어 식사를 할 수 있게 된 테츄웅~"

 자들이 집안으로 다 들어갔다. 샤샤는 성체실장 2마리가 들어가기에는 좀 비좁다고 생각했다. 

 "데에... 와타시랑 친구상이 모두 들어가기에는 집이 좀 좁은 데스우."
 "그렇지도 않은 데스."
 "데에? 그게 무슨 말인데스? 친구상 딱봐도 둘 다 들어가기에는 좀 작아보이지 않는 데스?"
 "데프프프프프프프프프"

 친실장은 낮고 깊게 웃었다.

 그리고 양 손으로 샤샤의 어깨를 살짝 붙잡았다.

 "사육분충을 하마터면 다른 분충들에게 뺏길뻔한 데스. 와타시의 기지로 순진하고 멍청한 분충을 와타시의 세레브한 하우스로 데려오는 데에 성공한 데스."
 "친구상...? 순진하고 멍청한 분충이라는 것은 와타시를 말하는 거인 데스...?"

 샤샤가 말하거나 말거나 친실장은 말을 계속했다. 그러면서 샤샤의 어깨를 단단히 꽉 쥐기 시작했다.

 "친구상 아픈 데스우! 이거 놓고 말하는 데스."

 둘다 성체라지만, 이 들실장은 태어났을 때부터 공원의 야생에서 살아온 베테랑. 수많은 전투와 수많은 동족식, 수많은 피를 본 이 개체는 성체가 된지도 꽤 시간이 지나서 체급이 꽤 큰 편이다. 경험도 풍부하며 힘도 세다.

 그에 비해 한달 전에 성체가 된 샤샤는 친실장에 비해 왜소하다. 키부터 10cm 가량 차이가 난다.

 게다가 사육실장이라는 특성상, 온실속의 화초처럼 살아온 샤샤는 생존을 위한 전투라는 개념 자체를 몰랐다. 여리여리하고 부들부들한 살이 이를 반증하는 것처럼.

 "사육실장을 보자마자 공원에서 손을 봤다면 분명 시끄러워져서 다른 분충들이 몰려왔을 터인 데스. 데프프프프 역시 와타시는 머리가 좋은 데스우. 속여서 데려오는 발상을 한 와타시는 분명 천재 실장석일게 뻔한 데스우."
 "무...무슨 소리인 데스? 아프니 어서 놓아주는 데스...!"

 친실장이 어깨를 심하게 잡자, 샤샤는 고통스러워했다.

 "오마에가 있을 곳은 저 집이 아닌 데스."
 "친구상....! 아픈 데스....!"
 "오마에는 이제부터 와타시의 운치구덩이 노예인 데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친실장은 샤샤의 어깨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김과 동시에, 오른쪽 다리를 구부려 무릎으로 가슴을 가격했다.

 "데억....! 숨....숨이 막히는 데업!!"

 그대로 배에 라이트 훅을 꽂았다. 샤샤는 입에서 침을 흘렸다.

 "데게에에엑.....친구...상.....갑자기..... 왜...이러는 데스......"
 "데프프프프프 친구란 말에 속아넘어간 병신 실장인 데스. 아직도 주제 파악을 못한 데스? 오마에는 오늘부터 노예인 데스. 친구는 그냥 오마에를 이리 끌고오려고 와타시가 올려주기를 한 것인 데샤아아아아악!"

 배를 붙잡고 쓰러진 샤샤를 가격한다.

 퍽! 

 "오마에!"

 퍽!

 "얌전히!"

 퍽!

 "노예가 되는 데샤아아아아악!"
 "데챠아아아아아악!"

 얼굴과 배를 마구 짓밟는다. 샤샤가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밟았다.

 "데에엑....데에에엑...."

 입으로 피를 토하고 몸을 꿈틀거리는걸 확인하자, 이젠 발목을 집중적으로 밟아댔다.

 "노예 주제에 어딜 주인이랑 맞먹으로 드는 데샤아아아! 오마에는 오늘부터 와타시와 와타시의 자들의 운치만 먹고 사는 데샤아아!"
 "아픈.....아픈....데챠..... 주인....사마.... 구해주는...."

 친실장은 기어이 샤샤의 발목 뼈를 부러뜨렸다. 

 "자를 위해 특식을 준비해야 하는 데스우~"

 그리고 한쪽 다리의 살점을 크게 배어물었다.

 "데챠아아아아아아아! 그만하는 데챠아아아아아!"

 샤샤가 느낀 고통은 움직일 수 없는 몸이 자극에 반응할 정도로 컸다. 그러나 자비없는 친실장은 반대편 다리의 살점도 크게 베어물었다.

 "이러지 마는 데챠아아아아아!"
 "데프프프프 당분간 오마에는 다리를 쓸 수 없는 데스. 이제 운치구덩이로 들어가면 되는 데스. 그런데 오마에의 소중한 옷과 머리가 운치가 묻는게 싫지 않은 데스까?"
 "데헤엑...데헤엑....그만....데스..."

 친실장은 악마같은 미소를 거두었다. 정색하는 그 표정에는 가학심과 잔인함이 핏물처럼 흘러내렸다.

 "노예 주제에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는 데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데스. 오마에를 독라로 만드는 데스."

 독라. 사육실장인 샤샤도 독라가 무엇인지는 위석 정보로 인해 알고 있다.

 실장석의 보물인 옷과 머리를 박탈하여 자존감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다. 그걸 이제 자신이 당하려 한다..

 "그만! 그만하는 데스! 뭐든지 하는 데스! 제발 독라만은 안되는 데챠아아아아아아! 독라가 되면....독라가 되면....! 주인사마는 더이상 와타시를 귀여워해주지 않는 데챠아아아아아악!"
 "닥치는 데스! 오마에는 평생 운치구덩이에 처박혀 있을텐데 그런걸 걱정하는 데스? 데프프프프 분충이라서 자기 주제를 모르는 데스. 확실히 이제 오마에가 노예임을 알려주는 데샤아아아!"

 친실장은 그대로 샤샤의 옷을 찢어버렸다.

 두건도, 팬티도. 신발마져도 던져버렸다.

 "데에...."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이 조각났어도, 온 몸의 뼈가 부러져 저항은커녕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두피가 조금 묻은 자신의 머리카락이 뜯겨지는 것을 느꼈다.

 "데에....앞머리가 아픈 데에....뒷머리도 아픈......독라가 된 데챠아아아아악!!!'

 샤샤는 독라노예가 되어버렸다.

 자실장 시절부터 여주인이 일주일에 한번씩 빨아주던 옷가지들은 걸레조각으로 잘게 찢겨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자신의 머리에 달려있어야 할 머리카락이 온 사방에 널려있다.

 "어째서인 데챠아아아아아악! 이래서는 주인사마가 와타시를 알아볼 수조차 없는 데챠아아아아아아! 오마에! 어째서인 데치? 와타시는 친구상을 믿었던 데챠아아아아아!"
 "데프프프프 역시 똥사육분충은 어리석은 데스. 실장석 사이에 믿고 자시고가 어디있는 데스?"
 "오마에의 자까지 핥아준 와타시를 배신한 데챠아아아아! 오마에 쳐죽여주는 데챠아아아아아아!"

친실장은 분노 반, 비웃음 반 섞인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데프프프프프프 오마에가 와타시의 자를 핥았으면 와타시가 오마에의 편의를 봐줄 의무라도 있는 데스? 호의든 은혜든 와타시는 그런거 모르는 데프프프프. 와타시한테 유리한 쪽으로 이용만하면 그만이지 배신같은 소리하는 데스?"
 "데헤에.....데헤에....."
 "처음부터 와타시는 오마에를 친구상으로 여길 생각 없었던 데스. 속는 오마에가 멍청한거인데스. 오마에의 그 멍청한 두뇌를 탓하는 데스. 배신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인 데프프프프"

 그제서야 샤샤는 생각났다.

 자신 대신에 며칠을 더 살기 위해 자신을 내쳐버린 그 자실장을.

 기회가 되자 자신과 인간을 속였으며, 자신의 절망을 비웃던 그 분충을.

 주인에게 가있는 동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오마에. 노예주제에 아까부터 주인한테 소리지르고 아직도 주제 파악이 안된 데스? 알겠는 데스. 지금 당장 운치구덩이에 처넣어주는 데스."
 "데에....데에....."

 친실장은 독라의 한쪽 팔을 잡아끌어서 골판지 뒤의 운치구덩이 안에 던져버렸다.

 운치구덩이는 친실장의 키정도 되는 크기여서, 샤샤가 일어서도 손이 땅 위에 닿지가 않았다.(물론 지금은 일어날 수조차 없지만)

 샤샤는 운치위에 철푸덕 던져졌다.

 "....냄새나는 데스....아픈 데스....어째서인 데스....?"

 하지만 끝난게 아니었다.

 친실장은 아까 자신이 베어물었던 샤샤의 다리 살점을 들고왔다.

 "데프프프프 운치구덩이에 온 기념으로 와타시가 선물을 주는 데스. 오마에, 아까 와타시처럼 자를 낳는 게 소원이라고 했던 데스?"
 "데에....데에...."

 샤샤는 불길함을 느꼈다. 친실장은 운치구덩이 옆에 엎드려, 살점을 든 팔을 안으로 집어넣었다. 

 "특별히 와타시가 오마에에게 자를 선사하는 데스. 잘 길러야 하는 데스웅~"

 그대로 샤샤의 녹색 눈에 피묻은 살점을 비벼댔다.

 "데프프프프프 와타시가 자들을 선사하는 데스~ 구더기 자들을 아마아마하게 기르는 데스~"
 "데챠아아아아아! 배가 아픈 데챠아아아아! 자들이 나와버리는 데챠아아아! 어째서인 데챠아아아아!"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첫날이니 적당히 하는 데스. 오마에의 구더기들은 이제 와타시의 비상식인 데스. 죽고싶지 않으면 잘 기르는 데샤아아!"

 샤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덕분에 피가 씻겨나가서 강제 출산은 멈추었다.

 사육실장이었던 시절에 주인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를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낳고 싶지는 않았다.

 "마마! 점막이 굳어가는 레후! 할짝할짝 레후!"
 "레후~ 프니프니랑 할짝할짝을 해주는 레후~!"
 "자들을...할짝할짝.....해줘야 하는데.... 움직일 수가 없는 데스..... 손을 들 수조차 없는 데스...."

 운치구덩이 한 구석에 처박혀 앉아있는 샤샤는 온 몸의 뼈가 부러져 자들을 핥아줄 수조차 없다. 눈물이 흘렀다.

 "레뺘아아아아! 와타치는 우지챠가 아닌 레후! 점막 말라가는 레뺘아아아아! 팔다리 사라지는 레뺘아아아! 우지챠는 싫은 레에에엥"
 "와타치의 세레브한 뒷머리가 녹아가는 레후!!! 제발 할짝할짝 레후! 여기에는 물도 없는 레뺘아아아아!"

 4마리의 자들 중에 한두마리는 구더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레후....레후~"
 "프니프니후~"
 "운치가 많아서 좋은 레후~"
 "레후~"

 결국 4마리 모두 구더기가 되었다.

 "자들.... 미안한 데스... 주인 사마..... 어째서..... 오로롱오로롱"

 남의 자식은 핥아주었는데, 자신의 자식은 핥아주지 못했다.

 결국 샤샤는 자기 자식마저 배신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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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마가 온 데스! 자들은 집에서 잘 있었던 데스?"
 "마마 테치!"
 "배가고픈 테치!"
 "레에엥 마마 보고싶었던 레치."

 친실장은 행복했다.

 먹이를 구하느라 고생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7마리의 자들이 반긴다.

 친실장은 미소로 화답한다. 

 "자들은 밥을 먹는 데스. 마마가 오늘도 아마아마한 먹이를 많이 가져온 데스우~"
 "테햐~ 맛있는 먹이인 테치!"
 "테프프프프프 신나는 텟츙!"

 자들은 깔깔거리면서 밥을 입에 쑤셔넣기 시작한다. 친실장도 옆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샤샤도 4마리 자들, 아니 구더기들과 식사를 시작했다. 오늘의 저녁은 운치. 어제와 똑같다.

 "맛있는 레후~"
 "마마의 운치도 다른 구더기챠들의 운치도 맛있는 레후~"
 "마마 운치먹고 프니프니도 부탁하는 레후~!"
 "데에에...알겠는 데스우..."

 샤샤가 이 구덩이 안으로 끌려온지도 어느새 4일째. 

 이제는 친실장 일가의 운치를 온몸으로 받는 것도, 매일 밥으로 운치를 먹는 것도 적응이 어느정도 되었다.

 원래 사육실장이라 그럭저럭 영양상태도 좋아서, 상처도 이제는 완전히 회복했다.

 하지만 육체가 회복될수록 마주하는 현실의 암담함.

 '데에..... 와타시는 이제 이 구덩이에서 평생 있게되는 데스우? 평생 노예로 살아가는 데스우?'

 몸의 상처가 나아갈수록, 이 생각이 더 자주 머리속에 맴돈다.

 "마마 레후!"
 "운치 다먹은 레후!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

 자들마저 구더기가 되버린 이 비참한 현실. 설령 온전히 팔다리가 나왔다고 해도, 여기를 빠져나갈 수나 있었을까?

 자들을 프니프니하던 샤샤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와타시는 버림받은 데스.... 닝겐들에게도, 주인사마에게도, 들분충에게도.... 이 세상에게 버림받은 데스...."

 그나마 다행인건 완연한 봄이 왔다는 것이다.

 샤샤는 모르고 있지만, 날씨가 풀려 먹이를 구하기 쉬워진 탓에 친실장은 샤샤의 구더기나 신체를 먹이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구덩이 속에 가만히 샤샤를 내버려두고 있는 실정이다.

 덕분에 샤샤는 운치 구덩이 속에서 자신의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할 수 있었다.

 "와타시는 주인 사마를 믿었던 데스. 주인 사마가 가르쳐준대로 착하게 살면 다 된다고 믿었던 데스우. 하지만 이게 뭐인 데스?"

 샤샤는 눈의 실핏줄이 터질만큼 눈을 부라렸다.

 "결국 주인 사마는 와타시가 귀찮다고 버려버렸고, 저 똥분충에게 잡혀서 독라노예 신세인 데스. 이게 뭐인 데스? 와타시가 착하게 군 결과, 모두가 와타시를 등쳐먹은 데스."

 갑자기 유기실장보호센터에 있을 때 보았던 자실장이 떠올랐다.

 "그 분충도 와타시를 배신한 데스. 며칠 더 살아보겠다고 와타시를 밀어내고 바꿔치기한 데스. 와타시가 주인사마에게 운좋게 선택되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와타시는 이미 그날 죽은 목숨이었던 데스우...."
 "마마, 프니프니 그만해도 되는 레후."

 자신의 자들을 보니, 저 골판지 위에서 하하호호 자들과 떠드는 친실장이 생각났다. 친실장의 손이 떨렸다.

 "그 분충만 아니었어도 데스....."

 "레뺘아아아! 마마 프니프니가 너무 강한 레후! 구더기 운치대신 내장 튀어나올거 같은 레후!"
 "그 분충에게 한방 먹여야 하는 데스. 와타시가 도와준 은혜를 원수로 갚은 데스? 용서 못하는 데스.... 하지만 와타시는 지금 여기서 나가지도 못하는 데스우.... 와타시가 설령 좀 더 몸이 커져서 나간다고 해도, 저 분충을 이길 자신이 없는 데스.....데히....어떻게 해야하는 데스?"

 그때였다.

 "레치치~ 레치치~ 운치하고 오는 렛츄웅~"

 6녀 엄지가 식사를 마치고, 자매들과 놀기 전에 화장실에 운치하러 온 것이다.

 엄지가 팬티를 벗고 엉덩이를 들이밀려할 때, 샤샤는 엄지를 보았다. 

 자신의 머리가 멀쩡했을 때, 친실장의 자 중에서 자신이 점막을 핥아주었던 자들 중 하나였다.

 갑자기 샤샤의 두뇌가 회전하면서, 뭔가가 샤샤의 머릿 속에서 번뜩였다.




 "6녀 이모우토챠, 이제 온 테치?"
 "이모우토챠, 왜 이렇게 늦은 테치?" 

 하지만 6녀는 말이 없었다.

 "와따찌는 자는 레치....훌쩍....다들 잘 자는 레치..."
 "6녀챠... 우는 레치?"

 6녀는 신문쪼가리를 덮고, 장녀언니의 말은 못들은 척 잠을 청했다.

 하지만 6녀는 다른 자매들이 놀이를 마치고, 친실장이 이제는 잘 시간이라며 자들을 재우고, 친실장마저도 잠든 후에도 눈은 감았지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정말로....와따찌는 마마의 원수의 손에서 길러지고 있는 레치...?"

 샤샤의 머리 속에서 한 생각이 스친 후의 사건은 이러했다.

 "레힛! 운치 나오는 레치!"
 "오로롱 오로롱 오로롱 와타시의 자..... 잘 지내고 있는 데스? 마마는 자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데스우.... 오로롱 오로롱"

 6녀는 당황했다. 매일 화장실에 가면 멍때리고 있던 독라노예가 갑자기 자신에게 '자' 소리를 해대니.

 "레힛....독라노예는 무슨 소리인 레치! 왜 오마에가 와따찌의 마마인 레치! 헛소리 말고 구더기챠들 프니프니나 잘해주는 레치!"
 "오로롱오로롱 와타시의 자....다른 자매들은 잘 지내고 있는 데스우? 마마는 여기서 힘들게 살지만 자들이라도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데스.... 오로롱오로롱"

 샤샤는 더 구슬피 운다. 엄지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레에.... 와따찌는 마마의 6녀 엄지챠인 레치! 오마에같은 독라노예가 왜 와따찌의 마마인 레샤아아아앗!"
 "오로롱....역시 그랬던 데스우..... 마마는 오마에를 낳았지만, 현재 자가 마마로 알고 있는 저 들실장에 의해 노예가 되버린 데스우.... 그리고 구더기가 아닌 마마의 자들을 모두 강탈해버린 데스우...오로롱오로롱..."

 순진한 엄지는 어안이 벙벙해지기 시작한다.

 "그....그말 다시 자세히 말해보는 레치.... 와따찌의 마마가..... 마마가 아닌 레치?"
 "와타시의 자는 제발 잘 기억을 해보는 데스..... 오로롱 오로롱..... 오마에가 태어났을 때, 오마에가 처음 봤던 건 마마인 데스.... 마마가 핥아준 후에 저 들실장이 오마에를 강탈한 데스우....오로롱 오로롱.... 제발 기억하는 데스.... 저 분충은 마마의 자들을 바로 데리고 가서 자신의 자라고 세뇌한 데스!"
 "그.... 그런 레치!"
 "마마의 얼굴을 자세히 보는 데스....오로롱.... 그리고 오마에가 태어나서 처음 본 얼굴을 기억하는 데스우...."

 6녀와 샤샤는 눈을 서로 마주쳤다. 그리고, 6녀는 자신이 처음 봤던 얼굴을 기억했다.

 머리와 옷은 없지만, 기억 속의 얼굴은 정확히 저기 운치 구덩이 안에 있는 지저분한 독라 노예의 얼굴이었다.


 "레에....레에......마마! 어째서 거기 있는 레챠아아아아앗!"

 6녀는 샤샤의 말을 믿었다. 샤샤의 말대로, 자신이 처음 태어나서 본 얼굴, 자신의 점막을 핥아주었던 혀를 가진 얼굴은 친실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용히 하는 데스! 마마의 원수에게 걸려버리는 데스."
 "레힛!"

 이제 엄지는 샤샤의 말을 자연스럽게 잘 듣기 시작했다. 샤샤의 말에 6녀는 자신의 입을 양 손으로 꾹 막는다.

 "와타시의 자.....엄지챠..... 마마는 저 친실장에게 오마에를 강탈당한 데스우....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데스....오로롱 오로롱.... 지난 며칠간은 마마가 충격을 받아서 미쳐버렸던 데스우.... 하지만 오늘 정신이 든 데스..."
 "마마.....마마.... 어째서....레에에에엥"
 "저 분충이 괴롭히지 않는 데스? 마마 없이도 잘 지내고 있는 데스?"
 "와따찌에게 잘 해주는 레치. 마마같이 잘 해줘서 와따찌도 저 분충들을 마마랑 자매들로 알아버렸던 레치."
 "데히..... 그랬던 데스까..... 마마는 하마터면 오마에가 괴롭힘 당하고 있는 줄 알았던 데스....정말 다행인 데스....정말 다행인 데스우.....오로롱 오로롱"

 순진한 엄지는 자신의 기억을 이용한 샤샤의 교묘한 말에 속아넘어가고 말았다.

 "오로롱...저 분충은 자들을 많이 가지고 싶어서 마마의 자들을 약탈한 데스우....그래도 자기 자들이랑 똑같이 마마의 자들을 잘 길러주고 있어서 정말 다행인 데스우.... 오로롱오로롱.... 마마는 노예신세지만..... 오마에는 저 원수의 손아귀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스우...."

 마마인 자신을 이렇게 만든 원수의 손아귀 속에서 마마의 '자'인 너는 행복하게 살아라.... 이 말을 듣고 분노하지 않을 자식은 거의 없다. 

 "레챠아아아악! 마마! 와따찌가 언젠가 구해주는 레치! 저 들실장은 마마가 아니었던 레치! 마마를 이렇게 만든 분충 레치! 복수하는 레치......"

 엄지는 분노에 차 이글거리며 샤샤의 말을 곱씹다가, 문득 그 말에서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그런데 마마..... '자들' 이라고 한 레치?"
 "....맞는 데스. 지금 저 분충의 집안에 있는 자들 중에서 4마리는 마마의 자인 데스."

 샤샤가 4마리라고 말한 것은 위기에 몰려서 예리해진 지능과 기억력이 빚어낸 숫자였다.

 친실장의 자 중에서 샤샤가 핥아준 것은 총 네마리였다.

 처음 친실장을 조우했을 때, 친실장은 두번째 자실장을 낳고 있었다.

 '그 두 번째 자는 와타시가 핥았지만, 와타시에게 '아줌마 빨리 핥는 테치!' 라고 말했던 데스우. 그러니 그 자는 이미 와타시를 마마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속이는건 불가능 데스.'

 이미 태어난 뒤에 샤샤가 문을 열어 들어왔기 때문에, 자신을 낳게 해준 마마로 인식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태어난 자실장 두 마리, 그리고 엄지 한 마리는 분명 와타시를 확실히 마마가 아니라고 인식하지는 않았던 데스우. 그냥 성체가 둘이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던 데스! 저 들분충은 분명 6마리 자실장과 2마리 엄지를 낳았던 데스우.'

 샤샤는 친실장이 자를 1마리 솎아버린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와타시를 똥노예아줌마라고 부르던 자는 와타시가 핥지는 않았던 데스. 그 자가 솎아져버려서 다행인 데스우. 오히려 그 분충이 솎아져서 없기에 와타시의 작전이 더 성공할 수 있는 데스! 그러면....현재 남아있는 자는 자실장 5마리와 엄지 2마리인 데스.'

 그 중에서 자실장 2마리와 엄지 1마리. 이렇게 3마리는 확실히 마마보다 자신의 얼굴을 먼저 보았다. 하지만 왜 한 마리를 더 말했을까? 

 "레에에....이럴 수가 레치... 와따찌 말고도 진짜 자매가 2마리 더 있었던 레치?"
 "그런 데스우....오로롱 오로롱..... 일단 오마에는 6녀니깐.....엄지인 7녀 이모우토챠가 있는 데스?"
 "그런 레치."

 사육실장이었떤 샤샤는 구체적으로 자들의 서열을 매기는 법은 몰랐으나, 위석에 새겨진 본능이 지식 대신 말해주었다. 

 그리고 엄지가 들실장 가정에서 어떻게 길러지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오마에 엄지들은......전부 마마의 자인 데스우. 혹시 엄지챠들은 마마에게서 다른 오네챠들보다 사랑을 못받았던 적이 있는데스?"
 "레에....맞은 레치! 분명히 마마.... 아니 그 원수는 와따찌랑 7녀 이모우토챠는 오네챠들보다 더 안 예뻐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레치. 밥도 엄지라고 조금 주는 레치. 오네챠들만 더 좋은 걸 항상 주는 레치."
 "역시나 그랬던 데스우.... 오로롱 오로롱 저 원수는 마마의 자들 중에서 엄지들은 학대했던 데스.....왜냐면 키워봤자 성체가 안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데스.... 하지만 생각하는 데스. 그게 진짜 마마인 데스?"

  사실 들실장인 친실장은 본능적으로 엄지보다는 자실장을 더욱 챙겼다. 

 처음에는 구더기가 아닌 자들을 전부 사랑해주겠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생존 가능성이 높은 자실장들에게 애정이 쏠리는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샤샤는 그 점을 공략한 것이다. 

 엄지는 마치 선생님께 혼난 일을 엄마한테 이야기하는 어린아이같이, 샤샤에게 여태 자신의 서운했던 감정을 쏟아냈다.

 "마마도 아닌 레치! 역시나 저 원수는 진짜 마마가 아니었던 레치! 그래서 와따찌랑 7녀 이모우토챠를 차별대우 한 레치! 진짜 마마였다면 차별대우할 리가 없는 레치! 와따찌랑 7녀 이모우토챠는 역시 마마의 자인데다 작아서 차별받은 레에에에엥"
 '된 데스. 와타시의 편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데스.'

 그렇다. 샤샤가 3마리가 아닌 4마리로 부른 이유는 6녀를 이용하여 막내 엄지인 7녀를 자신의 자로 포섭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엄지들은 분명 집에서 조금이라도 차별받으며 지낼 것인 데스. 따라서 7녀도 아마 6녀를 굉장히 의지하고 따르는 데스. 그 점을 이용하면 순수한 엄지들, 특히 막녀인 7녀를 속이는건 식은죽 먹기인 데프프프픗'

 교활한 생각과는 달리, 샤샤는 슬픈 표정을 띄며 구더기를 두어마리 들었다.

 "자는 보는데스.... 오마에랑 달리, 구더기로 태어나서 마마랑 같이 버림받은 자들인 데스.... 오마에의 이모우토챠들인 데스... 인사하는 데스."
 "레후? 엄지 오네챠인 레후?"
 "엄지오네챠의 프니프니는 좋은 레후?"
 "레에에에에에엥 이모우토챠아아아아! 보고싶은 레치! 프니프니 해주고 싶은 레치! 레에에에에에엥 이모우토챠..."
 "슬픈 데스... 마마도 슬픈 데스....오로롱 오로롱..."

 위석에 각인된 정보 덕분에 샤샤는 본능적으로 구더기에 대한 엄지의 애정에 대해서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를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지금 마마는 운치노예로 전락한 신세 데스. 이모우토챠와 마마를 오마에는 지금 만날 수 없는 데스...."
 "슬픈 레에에에에엥.... 어째서 일가가 생이별한 레에에에에엥"
 "그러나 아직 끝난게 아닌 데스!"
 "레힛!"

 갑자기 샤샤는 정색햇다.

 "오마에의 엄지 이모우토챠말고도.....마마의 자가 2마리 더 있는 데스. 아까 마마가 4마리의 자들이 있다고 말한거 기억하는 데스?"
 "레챠아아아! 그러면....오네챠들 중에서도....."
 "그런 데스. 저 들분충의 자 3마리 말고, 마마의 자. 즉 오마에의 진짜 오네챠가 2마리 있는 데스."

 6녀는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마치 출산의 비밀을 알게 된 드라마 속의 인물처럼.

 "6녀 이모우토챠! 운치 다 싼 테치? 늦는 테치!"

 차녀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6녀챠! 마마랑 너무 오래 있었던 데스. 오마에, 이제 들어가는 데스. 절대로 이 비밀은 들분충과 다른 자매들에게 새어나가서는 안되는 데스! 자칫하면 오마에를 포함한 마마의 자들이 솎아져버리는 데스."
 "레...레에엣....! 알겠는 레치! 절대 오늘 마마랑 있던 일 말 안하는 레치!"
 "이제 들어가는 데스.... 그리고 내일 들분충이 나간 사이에 7녀챠를 데리고 오는 데스....마마의 막내챠를 보고싶은 데스..오로롱..."
 "알겠는 레치! 마마 울지마는 레치....이제 들어가는 레치..."
 "몸조심하는 데스! 나중에 마마가 어떤 자들이 오마에의 오네챠인지 말해주는 데스! 그리고 오네챠들에게도 마마의 자라는 것을 알려줄 거인 데스. 그러니 오마에는 입다물고 있다가 내일 7녀챠랑 같이 오는 데스! 다시한번 말하는 데스. 다른 오마에의 자매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이 일을 말하지 않는 데스! 조심히 들어가는 데스."
 "마마....건강하는 레치!"

 이랬기 때문에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6녀는 진짜 마마를 만났다는 행복, 그리고 그 마마가 독라노예 신세라는 슬픔, 마마를 독라로 만든 저 원수에 대한 증오가 뒤섞인 감정 때문에 밤을 설친 것이다.

 샤샤 역시 깨어있었다.

 "오마에....와타시를 배신한 대가를 치르는 데스..... 한번 오마에도 느껴보는 데스.....데프프프...."

 증오와 복수감, 앞으로의 일에 대한 기대감이 뒤섞인 어떤 희열 때문에.



다음날, 친실장이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에 언니들 몰래 6녀는 7녀를 불렀다.

"7녀 이모우토챠, 잠깐 이리 와보는 레치."
"훌쩍...왜인 레치....히끄...."

막내 7녀는 방금 전에 마마에게 한 소리 들어서 울상이다. 식탐이 많은 7녀는 오늘 아침 식사시간에도 혼이 났다.

"오마에, 엄지 주제에 자실장만큼 먹는 데샤아아아아! 엄지면 엄지만큼만 먹으라는 데스. 오네챠인 6녀챠도 조금만 먹는데 왜 막내인 오마에는 식탐이 그리 많은 데샤!"

덩치는 작은게 언니들만큼 먹으려든다고 혼난 것이다. 친실장 입장에서는 미숙아 주제에 제대로 클 확률도 낮으면서 식량만 축내는 것을 막기 위한 생존 전략일 테지만, 엄지는 서럽기만 하다.

"왜인 레치...와따찌는 작으니깐 더 먹어서 빨리 쑥쑥 크는게 맞는 것이 아닌 레치? 맨날 많이 먹는다고 혼나는 레치...와따찌 억울한 레치..."

이게 현재 7녀의 심정이었다. 그러던 차에 6녀 오네챠에게 다른 언니들 몰래 들은 말은 7녀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다. 6녀는 골판지 한 구석으로 가서, 7녀에게 속삭였다.

"7녀 이모우토챠, 지금부터 오네챠가 하는 말을 잘 듣는 레치. 와따찌따찌의 마마는 지금 마마가 아닌 레치. 저기 화장실에 있는 독라가 사실 진짜 마마인 레치."
"레에...오네챠...농담인 레치? 믿을 수 없는 레치."
"확실한 레치. 와따찌를 낳아서 할짝할짝해준건 바로 진짜 마마였던 레치. 와따찌 기억해낸 레치. 태어났을 때 처음 보았던 얼굴이 진짜 마마의 얼굴이었던 레치. 와따찌를 낳고 힘들지만 행복한 얼굴로 사랑스럽게 봐주었던 레치."

처음 핥은 것은 샤샤가 맞지만, 출산으로 힘들어 했다거나 행복한 얼굴로 사랑스럽게 봤다는 내용들은 전부 6녀의 행복회로 속의 상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마마를 샤샤라고 확신한 6녀는 이를 굳게 믿고 있었다.

"7녀챠, 기억해내는 레치. 오마에는 와따찌의 하나뿐인 이모우토챠 레치. 당연히 마마도 같아야 하는 레치. 진짜 마마도 오마에가 마마의 자라고 말해줬던 레치. 처음 봤던 얼굴이 누구의 얼굴이었던 레치?"

사실 7녀가 처음 보았던 얼굴은 친실장의 얼굴이었다. 자신의 점막을 핥아준 것은 샤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 친실장에게 가졌던 서운한 감정과, 자신에게 가장 잘해주고 동질감을 느끼는 같은 엄지 6녀 오네챠의 간절한 말은 7녀의 머릿속을 뒤흔들어놓았다.

"와따찌 혼란스러운 레치....잘 기억이 안나는 레치....진짜 마마가 운치구덩이 속에 있는 독라노예였던 레치...? 그치만...와따찌가 갔을 때 그 독라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던 레치. 진짜 마마라면 와따찌를 보고 반가워해야 맞는게 아닌레치? 그런데 그냥 가만히만 있었던 레치. 움직이지도 않았던 레치!"

그 말을 들은 6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오네챠.. 왜 우는 레치...."
"히끅...히끅....이모우토챠 잘 듣는 레치. 와따찌랑 오마에, 그리고 5마리의 오네챠 중에서 두 마리는 독라가 된 마마의 자인 레치."
"레에에...."
"하지만, 마마가 와따찌따찌를 낳자마자 지금 먹이나간 들실장이 마마를 덮친 레치. 목적은 마마의 자들, 와따찌따찌였던 레치."

6녀는 샤샤에게 들은 바를 그대로 7녀에게 얘기해주었다.

그 들분충도 마침 자를 낳은 후였으나, 자들을 더 가지고 싶은 욕심에서 출산 중이던 샤샤를 습격했다. 착하고 약한 마마는 결국 져버려서 자들을 빼앗겼다.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되었던 자매들은 들분충의 자매들과 뒤섞여서 자연스럽게 그 들분충이 자신을 마마라고 하는 것을 믿게 되었다. 진짜 마마는 그 사이에 독라노예가 되어버렸다.

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학대로 인해 마마는 잠시 미쳐버렸으나, 어제 다시 돌아와 자신을 반겼다는 것이다.

"이모우토챠, 생각해보는 레치. 가짜 마마가 와따찌랑 이모우토챠를 자실장인 다른 오네챠랑 차별한다고 느끼지 않은 레치?"
"맞는 레치. 와따찌 배고픈데 밥도 먹지말라고 한 레치. 장녀오네챠도 다른 자매들보다 많이 먹는데 뭐라 안하는 레치."

7녀는 친실장에게 많이 서운했던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저 들실장이 진짜 마마가 아니라서 그런 거인 레치. 자들을 더 가지고 싶어서 와따찌의 자매들을 강탈했지만, 엄지인 자들은 미숙아니까 성체가 쉽게 되지 않을 테니 잘 키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레치. 생각해보는 레치! 진짜 마마라면 당연히 자들을 모두 예뻐하는 레치. 진짜 자기의 자가 아닌데다가 엄지이기까지 하니까 정성들여 키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레치!"

7녀가 제일 좋아하던 6녀 오네챠의 열변은 매일 친실장에게 혼나면서 가졌던 서운한 감정과 결합되어 7녀의 마음을 돌려버렸다.

"그랬었던 레치.... 그래서 와따찌를 매일같이 혼냈던 레치! 자실장 오네챠들, 특히 자기 자들에게 줄 맘마가 적어지니까 레치!"
"그래서였던 레치. 그래서 마마가 막내챠를 항상 구박했던 레치...막내 이모우토챠 불쌍한 레에에에엥"

두 엄지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자매들과 놀다가 이를 본 사녀가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모우토챠들, 둘이서 구석에서 뭐하는 테치? 재밌는거 있는 테치?"
"히끅! 아닌 레치! 7녀 이모우토챠가 하마터면 빵콘할뻔한 레치. 4녀 오네챠, 와따찌따찌 운치구덩이 다녀오는 레치!"
"? 다녀오는 테치."

7녀의 입을 막으면서 밖으로 끌고나온 6녀는 화장실로 가면서 7녀의 입을 풀어주고 급히 말을 이었다.

"이모우토챠, 지금부터 와따찌 말 잘 듣는 레치."
"레에에...."
"진짜 마마가 그랬던 레치. 만약 가짜 마마나 와따찌의 진짜 자매가 아닌 오네챠들이 와따찌가 이 사실을 알았다는걸 알게 되면 큰일나는 레치! 와따찌가 진짜 마마가 노예라는 걸 알았다고 드러내면 솎아져버리는 레치. 더이상 자기를 마마라고 인식하지 않으니 키울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인 레치."
"그랬던 레치!"

7녀는 화들짝 놀란다.

"절대로! 이 사실을을 오네챠 외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레치. 집에서 다른 실장들에게 아는 티도 내지 않는 레치. 들키는 순간 솎아지는 레치. 막내에다 엄지인 오마에는 가짜마마도, 다른 오네챠들도 이길 수 없는 레치."
"명심하는 레치."
"그럼, 오네챠랑 같이 마마를 보러가는 레치."
'진짜 마마를 만나는 레치!'

7녀는 긴장반 설렘반으로 운치구덩이 쪽을 쳐다보았다. 점점 마마와 가까워지고 있다.

"마마...7녀이모우토챠 데리고 온 레치."

7녀는 6녀의 옷깃을 붙잡은 채로 슬쩍 샤샤를 처다보았다.

"와타시의 막내챠! 마마인 데스! 잘 지냈던 데스? 그 들분충이 안괴롭히는 데스? 깨어난 후로 막내 생각밖에 안한 데스! 오로롱오로롱"
"마마! 보고싶었던 레에에에엥"

샤샤의 눈물젖은 얼굴과 혼신어린 연기는 현재 혼란스러운 7녀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물론, 6녀의 역할도 지대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친실장에서 볼 수 없었던 진심어린 애정. 이제 행복회로 때문에 7녀는 자신이 핥아줬던 것도 샤샤라고 인식해버렸다.




"다시 한 번 말해보는 레치. 마마가 뭐라고 했던 레치?"

저녁식사 후에 6녀는 다시 한 번 샤샤가 엄지들에게 했던 말을 7녀에게 주지시키고 있었다.

"절대로 마마의 원수나 다른 자실장들에게 마마가 진짜 마마인걸 아는 티를 내지 않는 레치. 마마가 진짜 오네챠 둘을 파악해내는 레치. 마마가 말해서 진짜 오네챠들이 먼저 와따찌따찌에게 신호를 보내게 하는 레치. 그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건강히 지내는 레치."
"맞는 레치. 마마랑 구더기 이모우토챠들을 구하기 전에 마마의 원수에게 솎아질 수는 없는 레치. 가만히 저들 중에서 진짜 오네챠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레치."
"걱정마는 레치. 와따찌, 마마랑 구더기 이모우토챠들을 위해 항상 조심하는 레치."

샤샤가 보여준 구더기들을 자신의 동생이라 굳게 믿은 7녀는 마마의 말을 잘 듣는 어른스러운 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얌전히 연기하면서 진짜 오네챠들의 신호를 기다리겠다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가 왔다.

바로 다음날 오후, 친실장이 돌아오기 한시간쯤 전에 삼녀가 갑자기 6녀와 7녀를 불렀다.

"오마에타치...잠깐 나오는 테치.."
"레에?"

밖에는 이미 사녀도 나와있었다.

이들은 완전히 골판지에서 나오자마자, 서로가 왜 지금 모여있는지 인식했다.

삼녀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이모우토챠...히끅....와타치의 진짜 이모우토챠! 진짜 이모우토챠!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진짜 마마의 자매들 테에엥"
"레에에엥"
"레에에에엥"

네마리는 서로 얼싸안고 울기 시작했다. 마치 생이별했던 가족이 다시 만난 듯이, '진짜' 자매들은 반가움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들의 울음소리른 들은 샤샤가 운치구덩이 속에서 웃고 있는 것도 모른채.

"데프프프프프"



최근들어 친실장은 자신의 자들 사이에서 요상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마... 와타치 아무도 안놀아주는 테치..."

오늘도 혼자가 된 오녀는 마마의 품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데에... 오녀챠 이리 오는 데스."
"테에 마마! 오녀챠 안아주는 테치? 와타치도 안아주는 테치!"
"와타치도! 와타치도! 테치!"
"오녀챠는 비키는 테치! 마마는 와타치의 것인 테치!"
"장녀오네챠! 장녀면 장녀답게 구는 테치! 독차지하지 마는 테치이....."

장녀와 차녀가 서로 싸우는 사이에 덩치가 작은 오녀는 기어이 마마의 품 안에서 밀려났다.

"테에.....장녀오네챠랑 차녀오네챠 너무 센 테치..."

친실장은 일어서서 골판지를 한번 스윽 둘러보았다.

우선 발 밑에서 다시 안아달라며 아우성대는 장녀와 차녀. 이들은 다른 자들에 비해 몸집이 크다.

그리고 저 골판지 구석에서 삼녀와 사녀, 6녀와 7녀 네 마리가 모여있다.

"요새 저 네 마리가 함께 노는 것을 많이 본 데스우.."

자신들이 샤샤의 자라고 믿기 시작한 이 네 마리는 자기들끼리만 어울리기 시작했다.

"다른 자매들은 다 가짜 자매였던 테치. 진짜 자매인 와타치타치들끼리 똘똘 뭉쳐야 하는 테치."
"사녀 이모우토챠 말이 맞는 테치. 일단 지금은 힘을 키워야 하는 테치. 저 분충에게 맞서 싸우기위해 무럭무럭 자라야 하는 테치. 그 전까지는 참고 기다리는 테치. 마마가 말한대로 절대 다른 분충들이 알면 안되는 테치. 솎아지는 테치."
"알겠는 레치. 차녀오네챠한테도 안말하는 레치."
"와따찌 앞으로 편식하지 않는 레치!"

자들이 작당모의하는 것도 모른채, 친실장은 이 기이한 조합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삼녀와 사녀는 엄지들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7녀가 6녀 언니를 가장 아끼는 것도, 집안에서 동네북 신세인 자신을 챙겨준 것이 6녀 뿐이었기 때문이다.

6녀를 조금이나마 챙겼던 것은 원래는 차녀 뿐이었다.

"이상한 데스...와타시가 알기로는 자들끼리 놀고, 엄지챠들끼리 놀았던 걸로 알고 있었던 데스우. 차녀가 그래도 엄지챠들이랑 어울리려 했었지, 다른 자들은 그다지 관심없었던 데스."

하지만 지금은 삼녀와 사녀, 육녀와 칠녀가 서로 뭉쳐다닌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장녀와 차녀가 어울리게 되었다.

피해를 본 것은 오녀였다. 원래 삼녀와 사녀와 친했던 오녀는 위아래 자매들이 서로 똘똘뭉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외되었다.

"오네챠타치... 와타치랑 놀아주는 테치!"
".....싫은 테치. 와타치타치는 저쪽에서 놀테니 오마에는 장녀오네챠나 차녀오네챠한테 놀아달라고 하는 테치."
"6녀챠..."
"7녀챠 가는 레치."

하는 수 없이 장녀와 차녀에게 가도, 번번히 오녀는 퇴짜를 맞았다.

"왜 한참 오네챠인 와타치타치랑 놀려고 하는 테치? 저리 가서 다른 자매들이랑 노는 테치!"

실장석은 본능적으로 약한 개체를 배제하려는 습성이 있다. 몸집이 큰 순서대로 자들의 서열을 매기는 실장석 가정에서 장녀와 차녀는 둘다 크고 힘이 세다.

그에 비해 오녀는 자실장들 중에서는 가장 약하다. 자실장끼리 모두 어울려 놀 때는 티가 안났지만, 오녀가 혼자 동떨어지게되자 오녀의 왜소함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테에에...장녀오네챠....오녀챠 미안한 테치. 장녀오네챠가 저리 말하니깐 와타치도 어쩔 수 없는 테치. 이따가 같이 놀아줄테니, 잠시 기다리는 테치."

그나마 착한 차녀가 오녀랑 가끔씩 놀아주긴 하지만, 차녀 역시 실장석인지라 약한 오녀를 배제하는 습성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착한 성격 탓에 그나마 오녀의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오늘도 오녀는 혼자 골판지 구석에 쭈그려 앉아 돌멩이를 굴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친실장이 먹이를 구하러 나갔을 때에 이러한 일상이 흘러갔던 것이다.

이를 알 턱이 없는 친실장은 삼녀와 사녀가 오녀 대신 엄지들과 노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래 친했던 세마리였는데 오녀챠 자리에 엄지들이 대신 들어간 데스. 왜인 데스....?"

방금도 오녀가 저 네 마리 사이에 끼려고 다가가니, 무리가 자리를 떠버린다. 

장녀 그룹에도, 삼녀 그룹에도 속하지 못한 오녀는 또 혼자 주저앉아버린다. 친실장은 오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테에... 텟츄웅?"

마마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알자, 마마를 향해 애교를 부리는 오녀. 

 "불쌍한 자인 데스... 다시 예전처럼 자들이 한데 어울려 놀았으면 하는 데스..."

친실장은 특단의 조취를 취하기로 했다.

 "자들, 다들 이리 오는 데스. 마마 앞으로 와보는 데스."
 "무슨 일인 테치?"
 "마마 와타시 여기 있는 테치!"

 마마 앞에서 놀던 장녀와 차녀는 바로 고개를 든다. 오녀도 일어나서 마마 앞으로 쫄래쫄래 쫓아왔다.

 ".....일단 가는 테치."

 삼녀가 일어서자, 다른 자들도 마지못해 일어서서 마마 앞으로 다가왔다.

 "삼녀챠, 왜 요새는 오녀챠랑 놀지 않는 데스?"
 "....마마 아닌테치. 오녀챠랑 잘 노는 테치."
 "마마가 보기에는 삼녀챠는 사녀챠랑 엄지들이랑 요새 노는 테치. 맞는 테치 오녀챠?"

 오녀는 오랜만에 마마를 뒤에 업고 기세등등해졌다. 그간 서러웠던 점을 다 쏟아냈다.

 "맞는 테치! 요새 오네챠들이 와타치 안놀아주는 테치. 장녀오네챠랑 차녀오네챠는 와타치 작다고 무시하는 테치! 예전에 삼녀오네챠랑 사녀오네챠랑 다 같이 놀아줬으면서, 이제 둘이서만 노는 테치! 치사한 테치!"
 "그건....삼녀챠랑 사녀챠가 엄지들이랑만 놀아서 그런 테치! 와타치도 안껴주는건 마찬가지인 테치."

 장녀가 마마의 눈치를 살피며 삼녀 무리에게로 어물쩡 책임을 떠넘긴다. 사실 장녀와 차녀 역시 삼녀, 사녀가 자신들을 피하자 울컥하여 말도안하는 테치! 하면서 똑같이 무시하였기에 파가 갈린 것이다.

 "그건 장녀오네챠 말이 맞는 테치. 삼녀오네챠랑 사녀오네챠는 와타치랑 이제 왜 안놀아주는 테치? 예전에는 제일 친했으면서 이제는 엄지챠들만 챙기는 테치. 6녀챠도 너무한 테치. 엄지라서 못끼는거 와타치가 가끔씩 놀아줬는데 이제는 오마에가 와타치랑 안놀아주는 테치? 배신자 테치! 자기들끼리만 노는 테치!"

 삼녀와 사녀, 6녀는 갑자기 뜨끔했다. 친자매들끼리 모여 노는 사이에 오녀가 저런 감정을 가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큰일난 테치. 오녀챠 때문에 친자매들이랑 놀지도 못하게 된 테치.'

 삼녀는 친실장의 눈치를 살피면서 오녀에게 상냥하게 해명했다.

 "그...그건 와타치타치가 엄지챠들이 불쌍해서 같이 놀아줬던 테치. 오녀챠도 항상 6녀챠가 엄지라서 못낀다고 불쌍해하지 않았던 테치? 와타치도 그랬던 테치. 그래서 6녀챠랑 7녀챠랑 요새 같이 놀아주었던 테치. 맞는 테치 사녀챠?"

 사녀의 몸을 꾹꾹찌르면서 삼녀가 사녀에게 황급히 말을 건네었다. 사녀 역시 삼녀의 의중을 눈치채고 동조했다.

 "맞...맞는 테치! 이제 6녀챠랑 7녀챠도 와타치타치랑 같이 노는 테치.... 오녀챠도 이제 같이 노는 테치! 그 동안 엄지챠들에게 신경을 써주느라 오녀 이모우토챠를 신경 못쓴 테치. "
 "웃기지 마는 테챠아아아!"

 오녀는 그 동안 자매들에게 받은 무시를 보상받으려는 듯이 갈갈이 화를 내었다.

 "심지어 엄지인 6녀랑 7녀 이모우토챠들도 와타치를 피했던 테치! 분명히 다들 와타치를 피해다닌 테챠아아아아! 신경을 못쓴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피한 테챠아아아! 다들 와타치가 작다고 무시한 테치! 와타치보다 작은 엄지들마저 무시한 테치! 테에에에에에엥"

 결국 오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친실장은 가만히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녀와 차녀는 가만히 있었고, 삼녀와 사녀는 어쩔줄을 몰라했다. 6녀와 7녀는 숨죽이면서 삼녀 뒤로 숨어버렸다.

 '큰일인 테치! 저 분충 때문에 친자매들이랑 같이 있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테치. 저 분충이 자매들을 갈라놓는 테치!'

 삼녀는 숙고했다. 앞으로 오녀를 자신의 친자매 무리 속에 섞어야겠다. 지금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친실장의 의심을 피하려면 이 수밖에 없다. 

 "오녀챠 그랬던 데스? 엄지들 때문에 오녀챠가 괴로웠던 데스? 그럼 이르지만 이렇게 하는 데스."

 계속 듣고 있던 친실장은 나름 자들의 갈등을 조정할 해결 방안을 생각해냈다.

 그 방안은 들실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엄지들을 프니프니 노예로 만드는 데스. 그러면 오녀챠가 다시 엄지들의 자리를 꿰찰 수 있는 데스."
 "마마! 왜 그게 그렇게 결정되는 테챠아아아아아!"
 "레에? 프니프니 노예가 뭐인 레치...?"
 "구더기챠들도 같이 사는 레치?"

 영리한 삼녀는 마마의 의중을 눈치채고 극심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엄지들은 친실장이 뭘 말하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프니프니 노예가 뭐냐고 물은 데스 6녀챠?"
 "레에...."
 "마마! 제발 그만하는 테챠아아아아!"
 "오네챠 왜 그러는 테치...."
 "사녀 이모우토챠도 가만히 있지 말고 마마를 막아보는 테챠아아아아!"
 "이모우토챠들! 마마의 결정인 테치! 가만히 있는 테치!"

 삼녀는 친실장의 다리를 치면서 자매들의 목숨을 구걸했다. 장녀가 뭐라고 하는 것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마마의 원수가 지금 자신의 동생들마저도 마마와 같은 신세로 만드려고 하니까.

 친실장은 삼녀를 가볍게 무시하고, 6녀와 7녀를 집어든다.

 "레챠아아아아아아아아! 와따찌의 머리가아아아아!"
 "머리 뜯지 마는 레챠아아아아아!"

 그대로 엄지들의 머리카락을 뜯어버렸다. 이후 옷도 강제로 찢어버렸다.

 "오네챠......"

 사녀는 이제서야 삼녀의 의중을 알아채고 삼녀의 옷깃을 잡는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던 삼녀는 독라가 되버린 자신의 동생들을 
망연자실한 채 보고 있었다.

 "엄지들은 이제부터 운치 구덩이에서 독라노예랑 같이 있게 되는 데스. 그리고 앞으로 구더기들 프니프니를 전담하게 되는 데스. 이제부터 오마에들은 마마의 자가 아닌 데스. 자들은 기억하는 데스. 자매들은 엄지 없이 원래부터 5마리였던 데스."
 "레샤아아아아! 이제부터가 아니라 원래부터 오마에의 자가 아니었던 레샤아아아!"

 7녀가 친실장을 향해 위협을 하면서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오마에가 와따찌의 마마가 아닌건 알고 있던 레샤아아아아! 와따찌 밥도 안주고 괴롭힌 주제에 이젠 독라까지 만들어버린 똥분충 레샤아아아아아! 빨리 진짜 마마에게 데려다주는 레샤아아아아!"

 삼녀와 사녀는 깜짝 놀랐다. 하마터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들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친실장이 저렇게 노여워하는 상황에 뭘 어쩌겠는가?

 친실장에게 엄지 두마리는 자 하나만 못한 존재였다. 엄지가 성체가 될 확률은 자실장의 그것에 비해 한참 낮다. 들에서는 거의 없다고 봐도 괜찮을 정도이다. 따라서 웬만한 들실장에게 엄지는 구더기 프니프니용 아니면 비상식용 둘 중 하나이다. 자실장인 자들을 위해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엄지들이 오녀 대신 자매들의 사랑을 받는 바람에 오녀가 불행해지다니... 말도 안되는 일인 데스우. 차라리 예정보다는 빠르지만 엄지들을 운치구덩이에 넣어서 프니프니 노예로 만들고, 자들에게 본보기로 혼내서 사이좋게 만들면 해결인 데스우~'

 이렇듯 엄지를 하찮게 생각하던 친실장은 7녀의 위협을 보자, 자신의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런 똥분충이 평소에 밥도 많이 쳐먹더니 독라노예주제에 와타시한테 대드는 데샤아아아아아!"

 태어나서 처음 성체실장의 진노를 본 자매들은 모두 빵콘해버렸다. 7녀마저도 처음의 기세는 어디갔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운치를 흘릴 뿐이었다.

 "레에에....레에에...."
 "오마에, 여태까지 먹여준게 얼만데 감히 와타시한테 위협을 한 데스? 평소에 자실장만큼 처먹어서 항상 와타시가 고생을 했던 데샤아아아! 목숨 살려준 것도 고마운줄 모르고 와타시한테 대드는 데스? 역시 오마에는 분수도 모르는 분충이었던 데샤아아아!"

 친실장은 7녀를 세게 쥐었다. 그대로 자신의 얼굴에 가져간다.

 "오마에가 여태까지 먹이를 처먹어댔으니, 와타시의 먹이가 되어서 보상하는 데샤아아아!"
 "레챠아아아아아아! 제발 와타시 먹지마는 레챠아아아아아!"

 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7녀의 허리 위쪽이 친실장의 입 속으로 뜯겨 들어갔다. 

 테챱테챱테챱테챱

 오도독 오도독

 불쾌한 소리와 함께 친실장의 입은 사정없이 7녀의 머리, 팔, 상반신 등을 씹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자매들은 공포에 질려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아무 소리도, 아무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심지어 마찬가지로 독라가 된 6녀마저도.

 친실장의 손에는 7녀의 내장과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바닥에도 마찬가지었다.

 이윽고 친실장은 축 늘어진 7녀의, 아니 7녀였던 하반신을 입 속에 마져 넣고 씹어 삼킨 다음, 손가락까지 쏙 빨아먹은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자들은 모두 본 데스? 앞으로 마마의 말을 안듣고 제멋대로 행동하면 이렇게 되는 데스."
 "아...알겠는 테치."
 "그리고 앞으로 오녀챠를 무시하고 놀이에 끼워주지 않는 자들도 이렇게 되는 데스. 꼭 오녀챠가 아니더라도 다른 자매를 따돌리는 분충은 솎아버리는 데스."
 "네...테치...."
 "오녀챠가 이제는 막내인 데스. 저 독라노예는 앞으로 운치구덩이에서 프니프니하는 노예이니 자매가 아닌 데스."
 "하이 테츄!"

 서슬퍼런 친실장의 노기에 수그러든 다른 자매들과 달리, 오녀는 기세가 당당하다. 

 '역시 마마가 최고인 텟츄~ 와타치의 자리를 뺏어간 똥엄지들을 없애준 테치! 이제 와타치는 다시 오네챠들의 귀여움을 받는 테츄~ 이제 앞으로 즐거운 나날인 테치! 마마는 역시 와타치를 가장 예뻐하는게 틀림없는 테프프프프"

 "알면 된 데스. 마마는 이제 저 프니프니노예의 제 자리를 찾아주러 가는 데스. 오늘은 늦었으니 다들 자는 데스. 마마가 올때까지 누워서 코오 잘 준비하는 데스!"
 "알겠는 테치...마마..."

 자들은 이등병같이 재빠르게 잘 준비를 한다. 다들 한자리에 누웠다.

 삼녀와 사녀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한 구석에 누워서 이들은 조용히 울분을 삭히며 속삭였다.

 "오네챠.... 마마에 이어서 엄지 이모우토챠들도 독라가 되버린 테치.... 히끅...히끅.... 막내챠는 저 원수에게 먹혀버린 테치....."
 "사녀 이모우토챠..... 울지마는 테치.... 히끅.... 참는 테치..... 그래도 6녀챠는 마마랑 같이 살게 된 테치..... 잘 있을 거인 테치..."
 "오네챠.....언젠가 와타치가 막내챠의 원수를 갚아주는 테치..... 히끅..... 쑥쑥커서 저 원수를 처 죽이고 마마와 6녀챠를 구하는 테치... 히끅..!"
 "와타치도인 테치... 절대로 용서 못하는 테치..... 마마랑 6녀 이모우토챠 때문에 일단 참는 테치.... 언젠가 구하는 테치.... 히끅.... 그리고 일가의 원수를 갚는 테치!"

그리고 이 둘의 증오는 친실장 뿐만 아니라, 오녀에게도 향했다.

 "그 분충이 꼬지르는 바람에 그렇게 된 테치....오녀 분충이 바로 엄지챠들의 원수인 테치....."
 "엄지챠들이 독라가 되고 들분충에게 먹힌 것도... 그 분충이 발악해서 그런 테치.....복수하는 테치....."

이런 두 언니들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오녀는 자신과 사이가 좋았었던 삼녀와 사녀 옆에 폭삭 눕는다.

 "오네챠타치~! 그런 분충들은 잊어버리는 테츄! 이제는 없는 존재인 테치. 예전처럼 와타치랑 같이 재밌게 노는 테치!"
 "테챠......압...."

분노를 쏟아내려던 사녀를 삼녀가 제지한다. 삼녀 역시 동생의 원수인 오녀를 죽여버리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샤샤의 가르침을 잊지 않았다. 

'일단 생존이 우선인 데스. 솎아내지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야 하는 데스!'

지금은 한발 물러날 때이다.

"오녀챠.... 와타치도 이제 다시 오녀챠랑 놀게 될 수 있어서.... 좋은 테치! 앞으로 더 사이좋게 지내는 테치!"
"테퍄아아아! 역시 와타치는 삼녀 오네챠가 제일 좋은 테치! 사녀 오네챠는 그 다음으로 좋은 텟츄웅~"

이를 갈면서 삼녀는 독라가 된 친동생, 6녀를 생각했다. 마음 속으로 6녀를 응원했다.

'6녀챠.... 독라가 되었다고 슬퍼마는 테치. 마마랑 구더기 이모우토챠랑 같이 있게 되지 않은 테치? 그러니 일단은 운치구덩이 속에서 조금만 참는 테치. 와타치가 빨리 쑥쑥 커서 마마의 원수와 7녀챠의 원수 분충들을 다 쳐부수고 다같이 구해주는 테치!"








"오마에는 여기서 평생 구더기 프니프니나 하는 데스. 앞으로 운치나 먹으면서 구더기들 잘 돌보는 데스."

친실장은 운치 구덩이 속은 쳐다보지도 않고 6녀를 그 안으로 훽 던졌다.

6녀는 독라가 되어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기뻤다.

"레챠아아아아! 바닥에 엉덩이 찧어서 아픈 레치이.....와따찌... 살은 레치.... 여기서 마마랑 구더기 이모우토챠랑 살 수 있는 레치!"
"오마에....누구인 데스?"

칠흑같은 운치구덩이 속, 6녀의 눈에 샤샤의 안광이 비친다. 6녀는 샤샤의 품으로 달려갔다.

"마마! 와따찌 6녀 엄지챠인 레치! 마마 보고싶었던 레에에에에에에엥"
"오마에.... 독라가 된 데스? 저 똥분충이 그렇게 만든 데스?"
"그렇게 된 레치."

6녀는 샤샤에게 자신이 오늘 겪은 일을 소상히 말해주었다. 막내 7녀가 친실장에게 잡아먹힌 것도 울면서 다 말했다.

"그래서 오마에는 저 똥분충에게 평생 여기서 구더기 프니프니나 하라고 통보받은 데스?"
"그렇게 된 레치.... 그래도 마마랑 구더기 이모우토챠들이랑 같이 살게 되어서 좋은 레치! 독라가 된 것쯤은 괜찮은 레치."

눈에 눈물이 가시지 않은 6녀는 그래도 미소를 지어보이며, 샤샤의 품에 안겼다.

"레에에에엥....마마....7녀 이모우토챠 불쌍한 레치.... 원수에게 먹혀버린 레치...."
"....그 자가 먹힐 때 저 분충이 기뻐했던 데스? 슬퍼했던 데스?"
"엄청 화가 나있었던 레치....하지만 기뻐하는 것 같기도 한 레치."

샤샤는 '쯧'하는 소리를 내고, 손으로 6녀를 탁 쳐서 날려버렸다. 

"레챠앗! ......마마.....왜 때린 레치....?"
"한심한 분충인 데스. 쓸모없는 엄지인 데스. 오마에들이 계속 살아서 다른 자매들과 그 똥분충을 괴롭혀야 의미가 있는 데스. 그런데 여기에 평생 처박히라고 통보받은 데스?"
"....마마....와따찌의 마마가 맞는 레치?"

 샤샤의 얼굴은 실망감과 앞에 있는 엄지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있었다. 6녀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알기로 진짜 마마인 샤샤는 들분충에게 독라가 되고, 자신을 포함한 자들을 빼앗긴 가엾은 존재이다. 빼앗겨버린 자들을 한없이 사랑하는 자애로운 마마이다.

 그런데 저 표정은 무엇인가. 7녀가 원수에게 먹혔다는 사실을 듣고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독라가 된 자신을 보고 비통해하지 않는 저 태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자를 솎아내면서 그다지 비통해하지 않았다니 짜증나는 데샤앗! 데프프프프 하지만 오마에의 자인 데스. 똥분충 언젠가는 엄지들을 솎아버린 것을 비통해할 날이 있는 데스. 어미로서 당연한 데스. 데프프프프픗"
".....마마.... 지금 뭐라고 한 레치?"

6녀는 샤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솎아버린 엄지의 어미로서 언젠가 슬퍼할 날이 있을 것이라니.... 그렇다면 자신의 마마는 저 독라가 아니라 들분충이었단 말인가?

"지금은 관심이 없겠지만 언젠가 엄지도 아까워할 날이 있을 것인 데스. 데프프프픗 와타시가 그날에 오마에의 엄지를 찾을 수 없도록 지금 먹어버리는 데스."
"마마....뭐라고 한 레치?"
"마마 소리 하지 마는 데샤아아아앗!"

샤샤가 6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자고 있던 구더기 몇 마리가 깨어버렸다.

"살아남아서 갈등이나 조장할 것이지 한심하게 벌써 낙오된 데스? 쓸모없는 똥분충인 데스. 사실 와타시는 오마에같은 똥분충의 마마가 아닌 데스. 그 똥분충의 핏줄을 받은 분충의 마마노릇을 할 때마다 역겨웠던 데샤아아아아앗!"

친실장의 자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한 녀석에게 더 이상 연기할 필요는 없었다. 

노예로 격하된 이상, 특별할 일이 아니면 친실장이 찾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

"뭐, 상관없는 데스. 분충의 자에게 똑같이 되갚아주는 데스. 와타시가 없애주는 데스. 와타시의 생존을 위한 자양분이 되는 데샤앗!"
"마마....마마는 진짜 마마가 아니었던 레치....? 진짜 마마는 저기 와타시를 독라로 만든 마마 레치....? 마마....마마아아아아아!"

6녀는 혼란스러웠다. 샤샤가 진짜 마마가 아니었다니.... 그 눈물이 다 연기였다니.... 

그리고 자신을 독라로 만든게 진짜 마마가 맞았다는 비정한 현실에 대해서도.


그러거나 말거나 샤샤는 엄지를 한 손에 움켜쥐었다.

그리고 서서히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먹지마는 레치.....먹지마는 레챠아아아아아앗!"

사육실장이었던 며칠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행동이다.

그러나 샤샤는 살아남기로 결심했다. 몸을 키워서 운치 구덩이를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친실장에게 극한의 고통을 주기로 결심했다.

"먹어야 사는 데스....운치 말고 다른 것이라도 먹어야 더 클 수 있는 데스.... 더 힘을 낼 수 있는 데스....먹는 데스...먹는 데스..."
"오마에!!! 와따찌를 속인 레챠아아아아아앗! 왜 와따찌를 속인 레치? 왜 와따찌에게 거짓말한 레챠아아아아앗!"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부둥켜 잡으면서 샤샤는 서서히 엄지를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댄다.

"분충의 핏줄인 데스! 씹어삼키는 데샤아아아앗!"
"마마! 구해주는 레챠아아아아아악!"

친실장을 생각하며 악에 받힌 샤샤는 그대로 엄지를 입안에 쑤셔넣었다.

질겅질겅 꼭꼭 씹어서 그대로 빨리 넘겨버린다.

이미 구덩이 안의 운치는 싹싹 다 긁어먹은지 오래이다. 그래도 운치를 빠져나갈 만큼 몸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영양분이 필요했다.

부차의 똥을 핥은 구천처럼, 샤샤 역시 사육실장으로서의 자존심 따위는 버린 지 오래이다.


"이 엄지는 아마 좋은 영양분이 될 것인 데스. 그리고 저 분충의 핏줄인 데스. 똑같이 배신해주는 데스. 그리고 먹어치워서 절망속에 죽게 만드는 데스... 데프프프프프프"

친실장의 자에게 자신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샤샤는 복수의 첫단계를 꿰어나갔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절망을 느껴야 할 원수가 아직 슬퍼하지 않았기에.



다음 날, 친실장이 일찍 먹이를 구하러 나가자마자, 아직 자고있는 자매들을 두고 삼녀와 사녀는 샤샤가 있는 운치구덩이로 달려갔다.

"마마!"
"마마! 6녀챠는 잘 있는 테치?"

다급한 삼녀와 사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샤샤는 투명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오로롱 오로롱 오로롱.... 자들....온 데스...?"
"마마...."
"다 들은 데스... 6녀챠에게 다 들은 데스... 오로롱 오로롱 와타시의 자가.... 와타시의 엄지챠들이...."

실장석은 서로의 거짓 눈물과 진짜 눈물을 구별하지 못한다. 

삼녀와 사녀도 샤샤의 눈물을 보자, 마마의 슬픔이 자신에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거짓 눈물인지도 모른 채.

"테에에에에에에엥 마마!"
"와타치 무서웠던 테치! 마마! 저 분충이 와타치의 이모우토챠들을 독라로 만든 테치! 막내챠는 먹어버린 테에에에에엥"
"울지 마는 데스우... 괜찮은 데스.... 그래도 살아남아야 하는 데스... 오로롱 오로롱....죽은 엄지챠들의 몫만큼 살아야 하는 데스...오로롱"

샤샤의 말을 들은 삼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마마.... 엄지챠들이라고 한 테치....? 그러면... 6녀챠는...."
"오로롱 오로롱 오로롱 오로롱...."
"들분충! 죽여버리는 테챠아아아아아아아!"
"테에에에엥 6녀챠..."
"독라가 되어 여기로 던져진 6녀챠는 파킨해버린 데스! 오로롱 오로롱. 마마에게 전부다 말한 뒤에 충격으로 죽어버린 데스. 오로롱"

샤샤 역시 필사적으로 연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어린 자실장 따위야 얼마든지 속여넘길 자신이 있었지만, 저 삼녀라는 녀석은 꽤 머리가 좋아보였다. 자칫 잘못하면 들통날지도 모른다.

"....죽은 6녀챠를 눕혀놓고 잠든 사이에 일어나보니 구더기챠들이 전부 6녀챠의 시신을 먹어버린 데스! 오로롱 오로롱... 하지만 마마는 오마에의 이모우토챠들을 혼낼 수가 없었던 데스! 오로롱 오로롱.... 태어나서 운치만 먹이고 거의 굶겼기 때문인 데스우!"
"테에! 그런!"
"6녀챠..."
"마마는 마마 자격이 없는 데스!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리고 싶은 데스! 자들은 마마를 잊고 새마마 밑에서라도 몸 보전하며 살아가는 데스.... 오로롱 오로롱"

이 말을 끝으로 샤샤는 자신의 위석을 움켜잡았다. 마치 자들의 동족식으로 인해 충격받은 것처럼.

"마마! 그만 말하는 테챠아아아! 마마마저 파킨하는건 싫은 테에에에에에엥"
"이미 6녀챠는 죽어버린 테치! 6녀챠의 시체는 이제 고기에 불과한 테치! 구더기챠들이 먹어도 어쩔 수 없는 테치! 괜찮은 테치! 마마 제발 자책하지 마는 테에에에에엥"

삼녀와 사녀는 필사적으로 샤샤를 위로했다. 6녀와 7녀마저 잃어버린 마당에 마마마저 잃기는 싫다.

모두가 한바탕 울고난 뒤에 사녀가 입을 열었다.

"와타치의 이모우토챠들이..... 전부 죽어버린 테치....."

침울하다. 바람소리와 구더기들이 레후레후 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자들... 마마는 전부 들은 데스. 그리고 절대 어제를 잊지 않는 데스. 6녀챠의 몸부림을 잊지 않는 데스. 예쁜 6녀챠가 독라가 되어 파킨한 그 때를 잊지 않는 데스. 그 울부짖음을 잊지 않는 데스.......... 오마에들도 잊지 마는 데스."

샤샤는 눈물을 닦고 삼녀와 사녀를 올려다보며 결연하게 말을 건냈다.

삼녀와 사녀는 샤샤의 눈빛에 감화되었다.

"걱정마는 테츄! 마마. 이모우토챠들의 몫까지 와타치타치가 살아남는 테치. 살아남아서 그 분충을 갈아마셔버리는 테치."
"사녀 이모우토챠, 틀린 테치. 그 분충과 분충의 자, 특히 그 오녀 분충을 죽여버리는 테치."

이들에게 있어 오녀는 이미 친실장의 신경을 건드려, 엄지들을 죽게 만든 도화선이었다.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것이다.

"고마운 데스. 자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마운 데스. 마마는 기쁜 데스. 절대 용서하지 마는 데스. 반드시 모두 없애버리는 데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몸을 키우는게 우선인 데스. 자들은 알겠는 데스?"
"네 테치!"
"반드시 쑥쑥 커서, 전부 쓸어버리는 테치."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로 오마에타치가 마마의 자라는 걸 알았음을 들키지 마는 데스. 제발 부탁이니 감정을 앞세우지 마는 데스...일단 참고, 몸 건사하는게 제일인데스...... 복수는 그 다음인 데스......엄지챠들처럼은 절대 되지 마는 데스..."

 다시금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하지만 이 분위기는 5초도 가지 못했다.

"테에.... 졸린 테치.... 오네챠들 여기서 뭐하는 테치...?"

잠에서 깬 오녀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눈을 비비면서 삼녀와 사녀 쪽으로 건너왔다.

사녀가 경계 태세를 취한다. 그런 사녀에게 샤샤가 

"사녀챠! 마마의 말을 잊지 마는 데스! 절대 이상하게 여길 행동 하지 마는 데스!"
"마마의 말이 맞는 테치. 이모우토챠. 들분충이 어제 뭐라고 한지 기억 안나는 테츄?"

삼녀의 말대로 오녀를 한번 더 냉대하다가는 엄지들처럼 솎아지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사녀는 역겨움을 느꼈지만 필사적으로 오녀를 향해 웃어보였다.

"오네챠들은 운치를 보고 있었던 테치! 오녀챠도 운치하러 나온 테치?"
"그런 테치! 와타치도 운치하는 테치!"

오녀가 운치구덩이로 왔다. 

"운치할 때는 마마가 알려준대로 독라노예를 향해 싸는 테치~"

오녀의 엉덩이에서 나온 운치가 샤샤의 뒷머리를 적셨다.

"테....힙..!"
"사녀챠! 참는 테치!"

비명을 지르며 달려드려는 사녀를 삼녀가 제지했다.

하지만 삼녀 역시 눈을 크게 뜨고 이를 꽉깨물며, 최대한 참고 있었다. 사녀는 자신을 잡은 언니의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데스우....."

샤샤 역시 미쳐버려서 바보가 된 독라노예 연기를 한다.

"마마조차 와타치타치들과 구더기 이모우토챠들을 위해 참고 운치맞는 테치....당장 저 분충을 운치구덩이 속으로 떨어뜨려 마마에게 바치고 싶지만 참는 테치.... 그날로 와타치타치와 마마는 모두 죽어버리는 테치!"

운치를 다 눈 오녀는, 근처 나뭇가지를 집어서 샤샤를 쿡쿡 찔렀다.

"하지 마는 데스우.... 데스우.... 데에에에에엥"
"치프프프프프 바보같은 독라노예는 저항도 제대로 못하는 텟츄? 나뭇가지 하나 못피하는 한심한 노예인 테치! 좀 반항해보는 테샤!"

자신의 말로 엄지들이 파멸당하는 순간, 오녀는 약자를 짓밟는 실장석의 본능에 눈을 떴다. 

'친실장은 엄지보다 우위에 있는 자신을 선택했다. 엄지들은 자신보다 낮은 주제에 분수도 모르고 나대다가 결국 응징당했다. 따라서 자신보다 낮은 지위를 가진 존재들은 전부 하찮은 존재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테프프프프프 오마에는 병신인 테치! 오네챠타치들은 안하는 테치? 이거 재밌는 테치!"
"......와타치타치들은 운치 덜 본 테치. 운치 다 봤으면 먼저 들어가는 테치."
"그런 테치! 오네챠들도 빨리 오는 테치~ 같이 돌멩이 놀이 하는 테치!"

오녀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삼녀와 사녀는 샤샤를 보기 위해 운치구덩이 가장자리로 달려가 몸을 숙였다.

"마마! 마마!"
"마마! 괜찮은 테치? 저 조그만 분충은 꼭 와타치의 손으로 죽여버리는 테치..."

샤샤는 손으로 대충 머리에 묻은 운치를 닦으며 자매를 어르었다.

"마마는 괜찮은 데스...살기 위해서라면 정신나간 연기 따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데스. 이러지 않으면 자들이 죽어버리는 데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온갖 굴욕을 감수하는 마마를 본 자매는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다.

"마마가 불쌍한 테에에에에엥"
"히끅....히끅....와타치타치도 절대 들키지 않는 테치....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테치? 빨리 저 분충들을 혼내주고 싶은 테치!"

'이 정도면 넘어온 데스. 이젠 와타시의 말을 오히려 듣고싶어할 터인 데프프프프'

자매가 우는 사이, 샤샤의 얼굴에 순식간에 미소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자들.... 만약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자실장들 정도는 오마에들이 혼내줄 수 있는 데스."
"테에? 마마. 하지만 와타치타치는 둘 뿐인 테치.... 저 분충말고 다른 오네챠들은 와타치타치보다 더 큰 테치. 게다가 설령 다른 분충새끼들을 전부 죽여버려도, 들분충한테 죽어버리는 테츄..."
"오네챠 말도 맞지만 와타치는 빨리 다 엎어버리고 싶은 테치!"

삼녀 역시 사녀의 말대로 하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자들을 죽이면 친실장이 자신과 샤샤를 가만히 둘 것 같지 않았다.

"왜 굳이 오마에들의 손으로 솎아내는 데스? 오마에들이 손 하나 대지 않고 새끼분충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들은 상당히 많은 데스."
"와타치의 손을 안대고 죽이는 테치?"

기분파인 사녀와 달리, 영리한 삼녀는 샤샤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테에에.... 맞는 테치! 그렇게 하면 되는 테츄!" 




오녀는 행복했다. 자신보다 쪼끄만 주제에 자신의 자리를 꿰찼던 엄지들이 사라졌다.

"마마는 와타시를 위해서 그 방해물들을 친히 없애준 테치. 테프프프 역시 와타치는 집안의 귀염둥이 테츄~ 오네챠들도 와타치를 좋아하는 테치~! 마마는 와타치를 제일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는 테치!"

양팔로 삼녀와 사녀의 팔짱을 끼면서 오녀가 싱글벙글하며 기고만장한 태도로 으스댔다.

하지만 다른 자매들은 이를 제지할 수가 없었다. 

오녀를 건드렸다가 또 오녀가 친실장에게 일러바치면, 오녀를 따돌리지 말라고 한 친실장의 다음 훈계 대상은 자신이 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그런 테치..."
"맞...맞는 테츄..."

오녀는 삼녀와 사녀를 데리고 한참 놀다가, 이내 질렸는지 혼자서 돌멩이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테휴....."
"테프......"
"삼녀챠...."

오녀를 맞춰주느라 혼난 삼녀의 옆으로 차녀가 다가온다. 하지만 삼녀와 사녀에게는 장녀와 차녀 역시 원수의 새끼들이었다.

"......왜인 테츄?"
"잠시 할 말이 있는 테치.."

차녀는 삼녀를 데리고 잠시 밖에 나갔다.

장녀가 데리고 다니면서 장녀에게 자주 휘둘리는 만큼, 차녀는 온순하고 소심한 개체였다. 

6녀를 잘 돌보던 개체는 차녀 혼자뿐이었을 정도로 좋게 말하면 착하고, 나쁘게 말하면 순해빠졌던 것이다.

그리고 삼녀를 부른 이유도 바로 6녀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장녀오네챠 때문에 오마에들에게 다가가진 못했지만.... 와타치도 6녀챠 좋아했던 테치.... 그치만 장녀오네챠가 오마에들이랑 놀지말라고 자꾸..."
"그 얘기는 그만하는 테치. 장녀오네챠랑 좀 어울리라는게 용건이면 할 말 없는 테치. 와타치 가는 테치."

삼녀 역시 그런 차녀를 만만하게 보고있었다. 우악스러운 장녀와는 달리, 몸집만 자신보다 조금 클 뿐이지 마마나 장녀에게 반항할 깡도 없다는 것이다.

"그...그것 때문이 아닌 테치!"
"그럼 뭐인 테치?"
"6녀챠....때문인 테치...."
"....."

들분충의 자 주제에 자신의 동생의 죽음을 논할 자격은 없다. 이렇게 생각한 삼녀는 차녀를 쏘아보기 시작했다.

"그...그런 눈으로 보지 마는 테치. 와타치도 6녀챠 불쌍한 테치.... 마마가 너무했다고 생각하는 테치. 와타치는 마마말 안듣는 7녀챠는 그냥 그랬지만 6녀챠는 착해서 좋아한 테치..... 그런데 마마가 죽여버린 테치... 너무한 테치..."
"와타치에게는 7녀챠도 소중한 이모우토챠인 테치. 그런 말 할거면 듣기 싫으니 그만하는 테치."
"테엣! 삼녀챠 기다리는 테치! 그니까 와타치의 말은!"

발걸음을 돌리려는 삼녀를 차녀가 다급하게 붙잡았다.

"와타치도 6녀를 그렇게 만든 오녀챠가 싫은 테치! 영리한 삼녀챠라서 전부 참고 받아주는거 아는 테치. 사녀챠도 삼녀챠 말 듣고 오녀챠 받아주느라 고생하는거 아는 테치..... 그니깐 힘내는 테치! 확실한건 자들 중에서 오녀챠를 좋아하는 자는 아무도 없는 테치. 장녀오네챠도 조그맣고 약한 주제에 건방지다고 욕한 테츄....."

확실히 자들은 엄지를 솎아낸 친실장에 대한 거부감을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오녀에게 돌리고 있었다.

'감정을 앞세우지 마는 데스......손 하나 대지 않고 새끼 분충을 죽일 수도 있는 데스...'

삼녀는 샤샤의 가르침을 잊지 않았다.

"알겠는 테치. 마마. 절대로 놓치지 않는 테치."
"테에? 뭐라고 한 테치?"
"....별거 아닌 테치. 차녀오네챠. 고마운 테치."

차녀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확실한 건, 자실장들 중에서 오녀 분충을 좋아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인 테치.'



그 때였다.

"마마가 온 데스!"
"테엣!"
"마마!"
"마마 테치!"

친실장이 돌아왔다. 비닐봉지에 한가득 먹이를 담아온 채.

"오늘 저녁은 우마우마한게 많은 데스~! 특히 장녀챠가 좋아하는 까만 우마우마도 가져온 데스우!"
"신나는 테챠ㅡ!"

까만 우마우마란 사람들이 공원에서 먹다 흘린 김밥류 음식을 말한다. 장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했다.

"마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테챠!"
"테챠-."
"신나는 테챠-."

삼녀와 사녀도 덩달아 신나는 척을 한다. 하지만 장녀는 진심으로 들떠있었다.

"그렇게나 좋은 데스우? 장녀챠도 아직은 어린아이인 데스!"
"마마의 아이라서 좋은 테치!"

하지만 오녀는 전혀 기뻐하는 기색 없이, 가만히 장녀와 친실장 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혀 즐겁지 않았다.

'와타치가 가장 마마가 예뻐하는 자 아니었던 테치.....? 왜 장녀오네챠가 사랑을 독차지하는지 모르겠는 테치! 그치만.... 장녀오네챠는 몸집도 커서 와타치가 나중에 혼내줄 수도 없는 테치. 그러면 어떻게 하는 테치.....?'

그러다 엄지들이 솎아진 광경을 떠오르기에 이르렀다.

'마마를 이용하는 테츄!'

오녀는 구석에 가서 다시 한번 웅크렸다. 그리고 테히... 하는 소리를 일부로 살짝 크게 내었다.

친실장이 오녀를 발견할 수 있도록.

"데엣! 오녀챠! 또 왜 그러는 데스...? 누가 안놀아준 데스?"
"....저번에도 장녀오네챠 때문에 와타치는 마마의 품에 못안겼던 테치.... 와타치도 마마랑 있고 싶은 테치..."

엄지와 달리 자실장은 들실장에게도 소중한 자이다. 

'와타시가 실수한 데스! 약한 오녀를 항상 챙겼어야 하는 데스우....'
"장녀 미안한 데스. 잠시 오녀챠쪽으로 가는 데스. 오마에는 가장 오네챠니깐 잠깐만 참는 데스우...."
"테에? 마마! 와타치도 마마랑 있고 싶은 테치..."

하지만 친실장은 오녀쪽으로 가서, 오녀를 안고 어르기 시작했다.

"오마에도 다른 자들만큼 소중한 자인 데스... 또 누가 오마에를 괴롭힌 데스?"
"그건 아닌 테치. 삼녀오네챠랑 사녀오네챠가 와타치에게 더 잘해주긴 하지만, 장녀오네챠랑 차녀오네챠도 뭐 괜찮은 테츄."
"다행인 데스우..."

다른 자들 역시 얼굴의 웃음기가 걷혔다. 장녀는 테칫! 하고 불만의 탄성을 내뱉기도 했다.

'테프프프픗 확실히 마마는 와타치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는 테츄. 하지만 장녀오네챠를 혼내줄 수가 없는 테치. 짜증나는 테치. 화풀이 하고싶은 테치. 그리고 장녀오네챠의 콧대를 꺾어버리고도 싶은 테츄.'

이렇게 생각한 오녀는 친실장이 오늘 장녀를 위해 까만 우마우마를 가져왔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건방진 장녀 오네챠....마마가 와타치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테치!'

그리고 장녀 대신에 자신에게 맞을 존재가 필요했다.

"마마."
"왜 부르는 데스우?"

"와타치 오늘 저녁으로 우지챠 고기가 먹고 싶은 테치."


 삼녀와 사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엄지들에 이어서 이제는 구더기 동생들 차례인가? 그들마저 저 분충들의 손에 먹히게 되는 것인가?

 "마마! 구더기챠들을 저녁으로 먹고 싶은 테치!"
 "하긴.... 오마에들도 들실장이니 구더기챠들을 먹는 법을 배우는게 맞는 데스우. 다소 이르지만 오녀챠가 원하니 오늘 저녁은 구더기챠들인 뎃츙~"

 친실장은 비닐봉지 안의 먹이를 저장고에 부어넣은 후, 구더기를 꺼내기 위해 운치구덩이로 갔다.

 "오마에 때문에 까만 우마우마를 못먹게 된 테챠아아앗!"

 장녀가 오녀를 향해 크게 소리를 지른다.

 "테프프프프. 오네챠, 오늘은 구더기챠를 먹는 테치. 화나는 테치? 그러면 와타치 때려보는 테치."

 오녀가 한 손을 입에 가져다 댄 채, 장녀를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친실장의 말 때문에 오녀를 때릴 수도 없어서 장녀는 이를 갈며 부들부들거린다. 차녀만 장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삼녀와 사녀는 멍하니 굳어버렸다.

 "이모우토챠..... 또 먹히는 테치?"
 "와타치도.... 이모우토챠를 먹는 테치?"

 이들은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

 한편, 친실장은 구더기를 꺼내기 위해 운치구덩이로 갔다. 샤샤는 곧바로 바보 연기를 시작했다.

 "데에에...."
 "오마에, 구더기챠를 내놓는 데스."

 샤샤의 눈이 번뜩인다. 구더기들을 온 몸으로 가린다.

 "마마 레후? 무슨일인 레후?"
 "프니프니를 또 해주는 레후?"
 "와타시의 자는 안되는 데샤아아아아아!"
 "독라노예가 미친 데스? 노예면 노예답게 얌전히 있는 데샤아아아!"

 친실장은 운치구덩이 안으로 내려갔다. 샤샤의 온 몸을 발길질한다. 

 "데갸아아악! 데갸아아아아악!"

 퍽!

 퍽!

 "더 처맞고 싶은 데스? 가만히 오마에의 구더기들을 내놓는 데샤아아아!"
 "아줌마 마마 때리지 마는 레후!"
 "레후? 아줌마는 누구인 레후?"

 친실장은 4마리 중 3마리의 구더기를 집어들었다.

 "이 구더기챠들은 오늘 와타시의 저녁식사인 데스웅~"
 "안되는 데챠아아아아아아!"

 이번에는 샤샤의 눈에서 적록의 눈물이 흐른다. 자신이 핥아주지 못해서 구더기가 되버린 자들. 책임지고 기르기로 했던 자들. 

 그런 자들마저 지금 원수의 손에 빼앗겼다.

 "제발 최소한 길러주기라도 하는 데스! 제발 먹지는 마는 데챠아아아아! 오로롱 오로롱"

 친실장의 발을 잡으면서 애걸복걸하는 샤샤. 하지만 친실장은 매정하다.

 "그렇게 자를 가지고 싶으면 가지면 될게 아닌 데샤아아아!"
 "데챠아아아아아아!"

 샤샤의 녹색 눈을 찔러서 피가 고이게 한다. 양 눈이 붉게 변하자, 샤샤의 배에서 구더기들이 출산된다.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와타시의 자들이 굶으니 오늘은 이 정도로 봐주는 데스. 만약 다음에 또 개기게 되면 그 때는 뒤질때까지 구더기를 낳게 해주는 데샤아아!"
 "데....데히......데힉..... 와타시의....자...."
 "우지챠 운치구덩이를 벗어나는 레후? 하늘이 가까워지는 레후?"
 "아줌마상, 우지챠 어디가는 레후?"
 "마마는 안가는 레후?"

 친실장은 그대로 운치구덩이에서 올라와, 구더기 3마리를 들고 사라졌다.

 샤샤는 있는 힘을 다해서 이번에 낳은 자들을 핥았다.

 "할짝할짝 좋은 레후"
 "프니프니는 언제 레후~"  
 "데히....전부.... 구더기들 뿐인 데스....."

이번의 자들은 전부 구더기이다. 팔다리도 없는 구더기가 운치 구덩이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을 것이다.

샤샤는 실망했다. 더불어 강제출산으로 인해 기력이 쇠함을 느꼈다.

위기에 처한 샤샤의 생존본능은 이번에는 자들에 대한 애정을 이겼다.

지금의 샤샤는 자신의 구더기를 애지중지하던, 여기에 빠진 첫날의 사육실장이 아니었다. 

자신의 모든것을 앗아간 저 분충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 샤샤였다.

"복수해주는 데스..... 여기서 나가서 복수해주는 데스.... 나가기 위해서는 체력을 보존해야하는 데스.... 어쩔 수 없는 데스."
"마마. 프니프니를 해주는 레뺘아아아앗! 아픈 레후! 몸이 찢기는 레뺘아아아앗!"

샤샤는 새로 낳은 구더기 한 마리를 들어, 자신의 입안에 던져넣었다.

"테챱..테챱... 용서하는 데스... 강제출산은 와타시의 몸에 안좋은 데스... 오마에들도 덧없는 생을 사느니 마마의 몸으로 다시 돌아가는게 나은 데스..."
"마마 우지챠 먹지마는 레뺘아아아아앗!"
"레후? 우지챠도 마마에게 프니프니 받고싶은 레후!"

샤샤는 구더기들을 모조리 먹기로 결심했다. 살기 위해서, 살아남아서 저 분충의 몰락을 지켜보기 위해서.

"우지챠 먹지 마는 레뺘아아아아앗! 맛있어져버린 레뺘아아아아앗!"

파킨!

"우적우적...테챱....."
"레훼에에에에엥..마마가 아닌 레후....저건 괴물인 레후......우지챠 건들지마는 레후....먹지 마는 레뺘아아아앗!"

몸을 둥글게 말며 벌벌떨던 구더기도 한입에 넣어 씹어삼켰다.

"어째서인 레후?"
"....."

새로 낳은 구더기가 먹히는 광경을 본, 남아있던 기존의 구더기 1마리는 고개를 처들어 샤샤를 똑바로 응시했다. 

친실장은 이 구더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유달리 몸집이 큰 이 구더기.

자실장으로 태어났으나, 자신이 온 몸의 뼈가 부러져 핥아주지 못해 구더기가 된 이 개체.

"마마... 왜 새로 태어난 이모우토챠들 다 먹어버린 레후?"
"...살기 위해서인 데스."
"그럼 우지챠들은 레후?"
"어쩔 수 없는 데스."

그대로 손으로 집어 든다. 

"...사실 진작에 먹었어야 하는 데스."
"레뺘아아아아아앗! 그만두는 레훼에에에엥... 마마 우지챠는 먹는게 아닌 레후! 레뺘아아아아앗!"

한입에 넣기에는 조금 커서, 허리 아래 부분을 이빨로 끊었다.

씹는다. 삼킨다.

자신의 하반신이 사라지는 것을 본 저실장의 위석은 한계 직전에 다다른다.

"어째서인 레후?"

테챱. 테챱.

"이럴거면 왜..... 우지챠에게... 잘해줬던 레후...?"

우적. 우적

"마마.... 왜 우지챠를....배신한....."

파킨.

샤샤는 보호소에 있던 그 자실장을 생각했다. 

아마 그 자실장도 인간이 문을 열기 전까지는 자신을 배신할 생각이 없었으리라.

하지만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된 순간, 자신을 밀치고 인간의 손으로 들어갔다.

".....미안한 데스. 마마는 살아남아야 하는 데스. 더 커져야 하는 데스."

그날, 샤샤는 자신의 자들을 배반하여 체력을 보존할 수 있었다.



"오늘의 식사는 구더기들인 데스. 마마가 하나, 장녀와 차녀가 하나, 삼녀와 사녀와 오녀가 하나를 먹는 데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친실장은 구더기를 한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와타시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은 테치. 오녀챠 많이 먹는 테치."
"와타시도인 테치....오늘은 맘마 안먹어도 괜찮은 테치..."
"테에? 오네챠타치 고마운테치! 그러면 구더기챠는 와타치가 먹기 좋게 만들어서 혼자 다 먹어버리는 텟츙~"
"레후....프니프니가 아닌 위기의 예감이 드는 레후..." 

삼녀와 사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마 자신의 동생을 먹을 수는 없었다.

"오마에타치! 어딜 일어나는 데스! 음식투정하지 마는 데스. 나중에 위급하면 구더기는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비상식인 데샤!"

친실장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더이상 친실장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걸 알기에, 자매는 자리에 앉는다.

"테에...."
"레뺘아아아아앗! 아픈 레후! 제발 구더기 때리지 마는 레후! 이제 아픈건 그만두길 바라는 레후!"
"테프프프프 구더기 주제에 얌전히 처맞는 테츄! 육질을 연하게 하기 위해 패주어야 하는 테치.“

오녀는 신이 나서 구더기들을 때리기 시작한다. 장녀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전부 풀고 있다.

“구더기 이모우토챠.....”

사녀가 중얼거렸다. 삼녀는 고개를 들어 장녀 쪽을 보았다.

“이런거 먹어봤자 맛없는 테치! 안먹는 테치.”
"레뺘아아아앗! 아픈 레후... 이런거 그만두는 레훼에에에엥"

장녀는 구더기의 살점을 몇입 베어물더니 그냥 던져버렸다. 아마 자신이 원하던 김밥을 먹지 못해서 그랬을 것이다.

차녀는 친실장의 눈치를 살피더니, 구더기챠. 미안한 테치! 하면서 구더기의 머리를 반절 베어먹었다.

“레뺘아아아아아아앗!”

파킨!

"이모우토챠...."

샤샤의 구더기가 먹히고 맞는 것을 본 삼녀와 사녀는 눈물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오마에타치. 먹는게 시원찮은 데스. 오녀챠. 이제 그만 때려도 되는 데스우. 너무 커서 못먹는 데스? 그러면 마마가 오마에타치들 먹기 좋게 세등분 해주는 데스."

친실장은 오녀가 가지고 놀던 구더기를 들었다. 그대로 머리를 때고, 몸통을 반으로 찢어버렸다.

"레뺘아아아아아아앗!"

파킨!

"각자의 몫인 데스. 들실장이면 구더기도 먹을줄 알아야 하는 데스. 빨리 자기 몫 다 먹는 데스! 장녀도 음식투정 그만하고 자기 몫은 해치우는 데스."
"테에에....마마...."
"마마....이모우토챠...."
"음식 가리는 자는 분충인 데스!"

장녀는 투덜대더니 이내 구더기 고기를 모두 해치워버렸다. 배가 많이 고프긴 했던 모양이다.

오녀는 신이 나서 맛있게 먹고 있다.

"텟챱텟챱 우마우마한 테챠아아아!"


삼녀와 사녀는 머뭇거렸다. 자신의 동생이라 믿는 구더기가 밥으로 나오다니....눈물을 애써 참고 있었다.

하지만 샤샤는 이들에게 참고 견디라고 일렀다.

"사녀챠....먹어야 하는 테치. 먹지 않으면 반항한다고 생각하는 테치...."
"오네챠....힘든 테치...."
"그래도 견뎌야 하는 테치.....일단은 (가짜)마마의 말을 들어야 하는 테치. 듣지 않으면 마마의 자인 와타치타치는 엄지챠들처럼 솎아지는 테치! 테압!"

삼녀는 눈을 질끈 감고 구더기의 머리를 베어물었다. 동생의 눈알이 터진다. 토할 것 같았다.

하지만 친실장을 한번 보고, 꼭꼭 씹어서 삼켜버렸다. 

"오네챠..... 구더기챠 미안한 테치!"

사녀 역시 삼녀 언니를 따라서 구더기를 먹어치웠다. 몇번이고 속에서 올라왔지만, 그럭저럭 참아냈다.

"다들 잘 먹은 데스? 그러면 이제 조금 놀다가 자는 데스우."



"오네챠....다녀온 테치?"
"....마마는 와타치타치보고 걱정말라고 했지만, 슬퍼보였던 테치... 그래도 구더기챠들은 이미 죽었으니 이젠 와타치타치 뿐이라며 살아남으라고 말한 테치. 괜찮다고 했지만.... 마마가 걱정되는 테츄우.." 
"오네챠타치! 또 와타치 빼놓고 쑥덕쑥덕하는 테치? 와타치도 껴주는 테치!"

다음 날, 운치구덩이에 다녀온 삼녀가 샤샤의 반응을 사녀에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오녀가 달려들어, 황급히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테챠앗! 그러고보니 와타치도 운치나오려는 테치! 오네챠타치 와타치 운치 싸고 올테니 기다리는 텟츙~"

삼녀의 운치 냄새를 맡은 오녀가 갑자기 자신도 운치를 싸고싶어서 운치구덩이로 달려갔다.

"오마에타치. 저 분충이 요새 좀 나대는 것같지 않은 테치?"

어제의 일로 기분이 매우 상한 장녀가 입을 열었다. 얼마나 오녀가 싫었는지 평소에 자신과 어울리지 않아서 언짢게 생각했던 삼녀와 사녀에게까지 말을 건넨다.

"사실은 와타치도.....6녀챠가 솎아졌을 때부터 오녀챠 너무하다고 생각한 테치."

차녀였다. 삼녀를 향해 눈을 싱긋 웃어보이는 것을 보니, 아마 장녀에게 최근에 삼녀와 사녀에 대해 잘 말해주지 않았나 싶다.

"와타치도인 테치....마음에 안드는 테치."

삼녀 역시 이들에게 편승했다. 

"삼녀오네챠랑 동감인 테치. 6녀챠도, 7녀챠도, 구더기챠들도 그 분충이 전부 죽인거인 테치."

사녀 역시 이처럼 발언하자, 장녀는 싱긋이 웃어보인다.

"다들 마찬가지였던 테치. 엄지랑 별 차이도 안 날만큼 작은 주제에 마마 믿고 나대는게 마음에 안들었던 테치. 게다가 자기 밖에 모르고 성격도 나빠서 6녀챠만도 못한 분충인 테치. 이런 약한 분충을 왜 마마는 자꾸만 감싸고 도는 테챠아아앗!"

 공격적인 성향의 장녀답게 몸이 약한 자를 철저하게 배제하지 못하는 친실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삼녀는 장녀가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장녀가 이처럼 오녀에 대해 노골적으로 증오를 드러내자, 자신의 자매 3명 일동에게 물어보았다.

"와타치타치가..... 6녀챠와 7녀챠의 복수를 하는 것은 어떤 테치? 오녀챠에게 복수해주는 거인 테치.."
"테에 그건 안되는...."
"차녀 이모우토챠 잠깐 가만히 있는 테치. 삼녀 이모우토챠, 말해보는 테치. 어떻게 복수하는 테치?"
"간단한 테치. 와타치타치가 힘을 합친다면, 눈엣가시를 뽑아버리는 건 일도 아닌 테치."
"테히...뽑는다는건..."
"앞으로 더 이상 볼 필요가 없게 만들어준다는 의미인 테치."

삼녀는 자매들을 이용하여 오녀를 없앨 작정이었다.


"그...그래도 되는 테치? 장녀오네챠...그래도 와타치타치의 이모우토챠인 테치!"

차녀는 삼녀의 발언에 크게 당황했다. 오녀는 싫었으나 그렇다고 죽여버릴 생각까지는 없었다.

"오마에 그러면 저 분충이 나대는 꼴 계속보고싶은테치? 방금 전까지 오녀 싫다고 말해놓고 이제와서 배신하는 테츄?"

오녀를 응징할 생각에 눈이 먼 장녀는 차녀를 닥달했다.

"와타치는 그 분충을 이모우토챠로 생각 안하는 테치! 당장이라도 싸우고싶은 테치."
"테프프프프 사녀 이모우토챠 용감한 테치. 차녀 이모우토챠는 덩치는 커다래서 사녀챠보다 겁쟁이인 테츄?"
"...! 아닌 테치! 와타치 겁쟁이 아닌 테치!"

장녀가 차녀를 도발하자, 차녀는 발끈했다.

차녀의 컴플렉스를 건드린 것이다.

"겁쟁이가 아니라면 이제와서 발빼지 마는 테치. 와타치에게 오녀챠 싫다고 먼저 말했으면서 이제와서 배신하는 테치?"

삼녀도 장녀를 거들었다.

"알겠는 테치. 하면 될 거 아닌 테치..... 그치만 와타치타치가 오녀챠를 죽인 것을 알면..."
"그건 걱정마는 테치. 와타치에게 좋은 방법이 있는 테치."
"테에? 오녀분충 운치싸고 오는대로 패버리는게 아니었던 테치?"

사녀는 다소 실망한 기색이었다.

"테프프프 사녀챠 그렇게 무턱대면 마마한테 솎아져버리는 테치. 삼녀 이모우토챠, 무슨 좋은 생각있는 테치?"

삼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실장은 며칠 사이, 자신의 보존식이 나날이 줄어가는 것을 눈치챘다.

"데에...오늘도 조금 사라진 데스. 어제 분명 빨간 열매가 다섯개있었는데 네 개로 줄은 데스?"

골판지에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다. 그렇다면 내부 소행이 분명하다.

"아무래도 와타시의 자 중에 분충이 있는게 분명한 데스."

들실장에게 보존식을 훔쳐먹는 행위는 중죄로 인식된다. 일가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범인은 본보기로 솎아낸다.

"마마, 밥 안먹는 테치?"
"밥은 나중에 먹는 데스. 자들은 다들 이리로 오는 데스."

다섯마리 자실장이 친실장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중대발표를 하는 데스. 와타시의 자들 중에 보존식을 훔쳐먹던 자가 있었던 데스."
"테에! 그런..."
"테에..."
"누가 먹었던 데스? 누구인 데샤!"
"테에에엥"

친실장이 화를 참지 못하고 자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놀란 오녀는 빵콘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누가 보존식을 먹은 데스? 아니면 보존식을 훔쳐먹는 자가 누군지 아는 자가 있는 데스?"

다들 말이 없었다. 무서워서 울고있는 오녀만 빼고.

"장녀. 오마에, 장녀면서 마마가 없을 사이에 이모우토챠들 관리 하나 못하는 데스? 못한 거인 데스? 아니면 안한 거인 데스? 설마 오마에가 범인인 데스?"
"아닌 테치!"

장녀는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그러면서 삼녀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삼녀챠! 언제 시작하는 테치? 오마에가 빨리 안하면 와타치가 마마에게 혼나게 되는 테치!'

삼녀는 장녀의 시선을 무신경하게 처다본다.

차녀는 무서워서 벌벌 떨고있고, 사녀는 친실장과 오녀를 번갈아서 쏘아보고있다.

오녀는 여전히 운치를 바닥에 흘리며 징징거리고 있었다.

"마마 아픈 테챠앗!"
"닥치는 데스! 오마에가 범인이 아니더라도 자들을 관리 못한 책임이 있는데스."

친실장은 연신 장녀의 따귀를 때렸다.

삼녀 입장에서 들분충이 제 자를 악에 받쳐 때려대는 광경은 상당히 고소했다.

'치프프프프 조금만 더 지켜보는 테치.'
"테에에..."

하도 맞아서 장녀의 얼굴이 부어오르자, 삼녀는 이제서야 입을 열었다.

"테에에.. 마마.. 그만하는 테치."
"말리지 마는 데스. 오마에타치는 오늘 분충이 나올때까지 맞을 줄 아는 데스."
"와타치 사실 자매 중에 누가 몰래 보존식을 먹는 지 아는 테치..."

친실장의 안색이 급변한다.

"오마에! 왜 마마에게 진작 말을 안했던 데스!"
"그치만...그치만 와타치가 누가 훔쳐먹은지 말하면 그 자는 솎아내는게 '당연한' 테치. 자매가 '죽어버리는' 테에에엥"
"자매를 사랑하는 착한 자인 데스우...하지만 오마에가 말한대로 분충은 솎아야만 하는 데스."
"알고 있는 테치...그래서 망설였던 테에에엥"

삼녀의 투명한 눈물은 친실장을 감화시켰다.

삼녀가 그 말 속에 '먹이를 훔친 분충을 죽여버려라'라는 메세지를 숨겨, 은연중에 친실장에게 주지시켰음을 눈치채지 못한 채.

"알겠는 데스. 더 이상 뭐라 안할테니 지금이라도 빨리 말해보는 데스. 누가 보존식을 훔쳐먹은 데스?"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그건 오녀 이모우토챠였던 테치."
"오네챠 무슨 소리를 하는 테챠아아아아악!"

오녀가 소리를 질렀다. 친실장 역시 혼란스러웠다.

"자...자세히 말해보는 데스. 저 약한 오녀챠가 보존식을 훔칠 생각을 했다는 말이 데스?"
"그런 테치. 마마. 와타치, 오녀챠가 보존식 구덩이를 열어서 먹이를 꺼내갔던 걸 본 테치."
"웃기지도 않는 거짓말 마는 테챠아아아!"

'데에에...하지만 삼녀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느 데스우. 삼녀가 오녀에게 뒤집어씌우려고 그랬을 수도 있는 데스...'

그 때 차녀와 사녀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그게 마마가 준 게 아니었던 테치?"
"그랬던 테치 오네챠. 아마 오녀 이모우토챠가 훔친 거였던 테츄."
"사녀챠. 그건 또 무슨 소리인 데스?"
"사실 어제 마마가 나갔을 때 오녀챠가 혼자 뭘 먹는 것을 봤던 테츄."
"와...와타치도 본 테치... 뒤돌아서 뭐...뭘 먹고 있던걸 본 테치."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 테챠아아아!"

오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언니들이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보존식이 사라졌다는 얘기는 오늘 처음 들었는데. 오녀는 보존식 구덩이 근처에는 가본 적도 없었다.

"오녀는 잠깐 닥치는 데스. 차녀, 더 얘기해보는 데스."
"테엣! 그...그게..."
"테히....사실은 와타치도...오녀챠가 뭘 먹고있던 것을 봤던 테치..."

차녀가 친실장의 추궁에 말을 잇기 힘들어하자, 장녀가 나섰다.

"오녀챠가 다른 자보다 약하고, 마마가 오녀챠를 아끼니깐...마마가 오녀챠에게만 준 밥인줄 안 테치."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데스!"
"마마는 와타치 때리기만 했지, 와타치에게 물어보긴 했는 테챠아!"

울분에 찬 장녀가 마마에게 대들었지만, 친실장은 그런건 신경쓰이지 않았다.

"차녀챠....오마에도 봤던 테치?"

다시 한 번 차녀에게 물었을 때, 차녀 역시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모든 자들의 증언이 오녀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네챠타치! 다들 무슨 소리들인 테치? 왜 자꾸 없는 얘기 지어내는 테치? .....설마 와타치를 범인으로 몰아가려는 테치?"
"오녀챠...정말 오마에의 짓인 데스?"
"아닌 테챠아아아아! 와타치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테챠아아아! 왜 다들 와타치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테치? 와타치는 맘마가 줄고 있었던 것도 몰랐던 테챠아아!"

하지만 다른 일가의 시선은 냉담하다.

비록 들실장치고는 영리한 개체지만, 그래봤자 실장석.

자들의 모의하여 오녀를 모함할 경우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친실장은 모든 자들의 증언이 일치함을 근거로, 오녀를 범인으로 확정지었다.

"오녀챠는 이제 그만 본색을 드러내는 데샤아아! 일가의 보존식을 훔친 분충 데샤!"
"테챠아아아! 마마! 와타치는 절대 훔치지 않은 테치! 억울한 테챠아아!"
"그러면 왜 다른 자매들에게 오마에의 범행이 다 들켰던 데스?"
"테에에! 그건..."

오녀의 말문이 막힌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자매들이 짜고 자신을 몰아세우는 상황에 놓인 자신조차 황당하다.

"오네챠들이 전부 거짓말하는거인 테치! 오네챠들이 와타치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테치! 대체 왜 이러는 테에에엥"
"행복회로 따위는 안 통하는 데샤아아!“

친실장은 오녀가 행복회로를 돌려서 자매들이 자신을 작당하고 믿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아닌 테챠아아! 오마에타치! 와타치를 괴롭히려고 오마에타치들이 짠 테챠아아! 와타치를 질투하는게 분명한 테챠아아!”
“오마에 그만하는 데스. 분충은 바로 오녀챠였던 데스.”

삼녀는 친실장 몰래 사녀를 향해 싱긋 웃어보인다.

사실 먹이를 훔친 것은 삼녀와 장녀였다.

차녀는 범행을 하기에는 너무 물렀고, 사녀는 너무 감정적이었다.

대신 차녀와 사녀는 친실장이 집에 들어오는지 망을 보거나, 오녀가 알지 못하도록 밖에서 놀아주던지 또는 화장실을 같이 가주던지 했다.

“테프프프 이렇게 매일 없어지면 언젠가는 마마가 알게되는 테치. 그때, 오녀분충이 훔쳤다고 모두가 모의해서 뒤집어씌우면 끝나는 일인 테치. 설마 마마가 오녀 혼자의 말을 나머지 4마리 자들의 말보다 더 믿겠냐는 테프프프”
“역시 삼녀 이모우토챠는 똑똑한 테치. 테프프프”

친실장에게 걸렸을 때의 역할도 다 생각해두었다.

“와타치가 처음 오녀분충이 먹이를 훔치는 걸 보았다고 말하는 테치. 다른 자매들은 오녀가 무언가를 몰래 먹고 있었는데, 그게 훔친 건 줄은 몰랐다고 말하면서 와타치 말에 동조해주면 되는 테치.”
“알겠는 테치.”
“절대 티가 나면 안되는 테치. 연기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말을 하지 마는 테치.”

‘마마의 말대로, 와타치의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죽게 만들어주는 테치. 오녀 분충 테치. 엄지 이모우토챠들의 원수를 갚는 테치.’

“테챠아아아아아아! 마마 와타치는 아닌 테챠아아아아!”

친실장은 오녀의 옷을 벗겨버렸다. 오녀는 충격으로 운치를 지리기 시작했다.

“집에서 운치싸지 마는 데샤! 자들은 보는 데스. 보존식을 먹는 자는 분충인 데스. 일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나쁜 자인 데스. 알겠는 데스?”
“네 테치.”
“알겠는 테츄.”
“네 테츄. 분충은 솎아내야하는 테치.”

삼녀는 끝까지 친실장에게 오녀를 솎아버리라는 암시를 주었다. 들실장들이 보존식을 훔쳐먹는 자들을 솎아내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만에 하나 용서할 경우를 막기 위해서이다.

친실장은 신경쓰지 않았지만, 억울한 입장의 오녀는 이 말이 상당히 거슬리게 들렀다.

“삼녀 똥오네챠! 끝까지 와타치를 솎아내라고 하는 테챠아아아아!”
“오마에 오네챠에게 무슨 말버릇인 데스! 하긴.... 이제는 오마에는 와타시의 자가 아니니 상관없는 데스.”

친실장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존식을 먹는 자는 솎아내야 한다. 하지만 이 자는 엄지 따위와는 달리, 성체가 될 확률이 높은 자실장이 아닌가.

게다가 약하게 태어나서 자신이 평소에 신경을 많이 써주었던 자였다.

‘...마음이 아픈 데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데스. 자들은 아직 넷이나 남아있는 데스. 한 마리 자 정도는 솎아내어 일가를 보전하는 데스.“

그러나 친실장은 망설이고 있었다.

‘그치만... 와타시가 마음을 많이 쏟았던 자인 데스. 아까운 데스. 귀여운 자니깐 한 번 봐주는 데스? 누구나 한 번쯤은 잘못을 하지 않는 데스. 큰 잘못이긴 해도.... 평소에 와타시가 사랑했던 막내챠를 솎는 건 마음이 아픈 데스.’
“텟츙~?”

오녀는 필사적으로 애교를 부린다. 자신이 마마의 귀여운 자이기 때문에 솎아내지 마라는 의도에서.

친실장이 망설이는 것을 본 사녀는 인상을 구기며 삼녀에게 속삭였다.

“....오네챠.. 저 들분충이 고민하고 있는 테치. 빨리 솎아버릴 것이지 뭐하는 짓인 테치.”
“아무래도 한번 더 바람을 넣어줘야 할 것 같은 테치.”

장녀 역시 빨리 죽여버릴 것이지 뭐하고 있냐는 눈치로 친실장을 쏘아보고 있었다.

“테에... 마마... 이제 오녀챠 많이 혼난 테치... 오녀챠 용서해주는 테치?”
“차녀오네챠! 와타치 살려주는 테치!”

그러나 동생을 모함하는 데에 죄책감을 느꼈던 차녀는 내심 오녀를 용서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이만큼 하면 오녀도 성격을 고칠 것이니, 그만하면 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데에...”
“마마! 와타치는 정말정말 억울한 테치! 죄가 없는 테치! 그러니 제발 살려주는 텟츄웅~”
“마마....”

차녀가 말하려 할 때, 장녀가 차녀를 한 대 툭 치면서 차녀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차녀는 이내 말을 접어버린다.

“마마...와타치 배고픈 테치.... 배고파도 마마를 생각해서 참았던 테치...”

삼녀였다.

“마마가 항상 맛있는 밥을 구해줘서 고마웠던 테치... 그래서 조금만 먹어도, 심지어 구더기챠들을 먹어도 참았었는데.... 오녀챠 때문에 배가 고픈거였던 테에에에에엥”
“저 분충이 또 무슨 말을 지껄이는 테챠아아아!”

이 말을 들은 친실장은 마음을 굳혔다.

“삼녀챠 말이 맞는 데스. 한 분충이 먹이를 훔치면 일가가 굶고 고통받는 데스. 슬프지만, 오녀챠. 잘못한 건 잘못한 데스. 자들은 다시는 누구라도 먹이를 몰래 훔쳐먹지 마는 데스. 본보기를 보여주는 데스.”

친실장은 마음이 무거웠지만, 읍참마속하는 심정으로 오녀를 집어들었다.

“마마 이거 놓는 테챠아아아! 와타치의 말을 제발 들어주는 테챠아아아!”

“마마!”
“마마!”

이번에는 자들이 친실장을 부르면서 말리는 시늉을 한다. 한 두걸음 나갈 뿐, 엄지들 때처럼 친실장에게 매달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녀오는 데스. 오늘부터 마마의 자는 4자매인 데스.”
“아닌 테챠! 오네챠들이 와타치를 모함하는 거인 테챠아!”

친실장이 문밖을 나서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녀의 비명 소리가 조금씩 작아진다.

이윽고

“테챠아아아아아!”

높은 단말마가 한번 울리고, 오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친실장이 돌아왔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잘개 빻은 오녀의 시체를 들고서.

“자들.... 기억하는 데스? 들에서 음식을 가리면 안되는 데스. 오늘의 밥은 이걸 나눠먹는 데스.”

오녀의 고기를 자들 앞에 던진다.

“오늘의 밥인 데스....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어야 하는 데스... 특히 이런 건 금방 상하니 먼저 먹도록 하는 데스우..... 마마는 별로 식욕이 없는 데스. 피곤하니 먼저 자는 데스우..”

그리고 골판지 한구석에 누워서 몸을 웅크렸다.

위석이 아파왔다. 자신이 처음 솎아버린 ‘자’였기에 상실감이 컸다.

“정말 이게 최선이었던 데스....? 오로롱 오로롱”

자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를 삭혀서 울었다.



오녀의 고기를 앞에 두고 장녀가 고민에 빠졌다. 친실장 귀에 들리지 않게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서 말한다.

“삼녀챠... 어떻게 하는 테치? 이거 먹으면 되는 테치?”
“오녀 이모우토챠.... 히끅... 히끅....”
“삼녀오네챠. 와타치 배고픈 테치! 빨리 먹고싶은 테츄.”
“참는 테치. 최대한 슬퍼하는 척 하는 테치. 만약 이때다 싶어서 즐겁게 먹으면 마마가 또 의심할 수 있는 테치. 최대한 울면서 먹는 테치.”
“다들 너무한 테치...!”

차녀가 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하지만 친실장은 이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슬픔에 잠겨있었다.

“차녀 이모우토챠....!”

장녀는 나가버린 차녀를 잡기 위해 뒤따라 나갔다.

‘이제 어떻게 하는 테츄?’

사녀가 귓속말로 삼녀에게 말한다.

‘테프프프프 똥분충들 감히 마마와 엄지챠들을 죽인 테치? 오마에타치에게도 일가실각의 고통을 안겨주는 테프프프. 사녀챠, 나가버린 분충의 새끼들은 내버려두고 일단 즐기는 테치. 단, 우는 척하면서 고기를 뜯는 걸 잊지 마는 테치.’
‘마마와 이모우토챠들의 몫만큼 잘근잘근 씹어 먹어주는 테치. 테프프프’

그리고 이 둘은 목소리를 높였다.

“테에에에엥 오녀챠 그러게 왜 그랬던 테치....테에에엥”
“테에에엥 이모우토챠 왜 솎아내질 짓을 했던 테에에에엥. 하지만 마마의 가르침을 위해 오녀챠를 먹는 테에에에엥 와타시 속에서 살아가는 테에에에엥”

삼녀와 사녀는 피어오르는 미소를 의식적으로 죽여가면서 오녀의 고기를 마음껏 먹었다.

두 눈으로 투명한 눈물을 흘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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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일 수 있는 데스!"

운치구덩이 안의 독라가 된 지 2주만에 샤샤의 다리는 온전히 다 나았다.

독라가 된 후에 운치만 먹다가, 최근에 6녀와 자신의 구더기들을 동족식한 것이 샤샤에게 영양보충이 제대로 되었다.

다른 독라달마 실장석들이 평생 운치만 먹어서 제대로 몸을 재생시킬 수 없는 것에 비해, 샤샤는 여러 모로 운이 좋았던 편인 것이다.

"들분충이 다행히 와타시의 구더기를 가져간 것 외에는 그리 건들진 않은 데스우. 일단 다리가 다 나은 것은 숨기는 데스. 계속 앉은뱅이인 척 하는게 와타시에게 더 유리할 것인 데스...!"

샤샤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을 깨닫고 한번 일어서본다.

"괜찮은 데스.."

발도 굴러보고, 살포시 걸어도 본다. 

"완전히 다 나은 데스우...."

쭉 기지개를 펴본다. 팔이 운치구덩이를 넘어, 바깥의 흙바닥에 닿는다.

아마 조금만 더 몸이 커지면 자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였다. 원수의 집에서 누군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데챠앗!"

급히 샤샤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멍때리는 척을 했다.

"차녀챠 잠깐 기다리는 테치!"

"말리지 마는 테챠아아아!"

문을 열고 뛰쳐나가버린 차녀는 바로 뒤따라온 장녀에 의해 골판지 집의 뒤쪽에서 잡혀버렸다. 

차녀는 자신을 말리는 장녀의 손을 뿌리쳤지만, 장녀는 다른 손으로 차녀를 잡아버린다.

"대체 왜이러는 테치! 차녀 이모우토챠도 자매들끼리 오녀 분충 솎아버리기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던 테츄?"

장녀는 골판지 안의 친실장이 혹여나 들을라 목소리를 낮춰 차녀에게 속삭였다.

"오네.....테힙!"

"목소리 낮추는 테치. 오마에도 공범이니까 마마에게 들키면 차녀챠도 그날로 끝인 테치. 더 멀리 가서 얘기하는 테치."

차녀의 비명을 손으로 막아버리며 장녀는 차녀를 집에서 더 멀리, 운치구덩이가 있는 쪽으로 데리고 갔다.

"테에....미안한 테치 오네챠... 맞는 테치....와타치도 공범.....인 테치... 하지만 정말로 오녀챠가 솎아지게 될 줄은 몰랐던 테치."

장녀가 자신의 컴플렉스를 건드리자, 홧김에 제안을 수락하긴 했지만, 현재 차녀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차녀 이모우토챠... 이미 엎질러진 물인 테츄."

"그치만... 와타치는 오녀챠를 진짜로 마마가 솎아버릴 줄은 모르고 그런 테치. 죽일 생각은 없었던 테치."

"그랬었다면 처음부터 오마에는 참여하지 말았어야 하는 테치. 이제는 빼도박도 못하는 테치. 오마에도 오녀 분충을 죽인 공범인 테치. 마마가 알면 오마에도 오녀 꼴을 피하지는 못하는 테츄."

장녀는 다소 답답한 듯이 차녀를 달래었다. 

"그치만... 그치만 테치... 죽이는건 너무한 테치... 6녀챠도 죽어버렸는데.... 오녀챠도 죽어버린 테츄...... 마마가 슬퍼했던 테치..... 자매들이 자꾸 죽어서인 테에에에에에엥"

"큰 소리로 울지마는 테치! 오마에 죽고싶은 테치?"

"장녀 오네챠만 아니었어도! 오네챠가 와타치보고 덩치만 큰 겁쟁이라고만 놀리지 말았어도...! 와타치는 오녀챠를 죽이는 데에 가담하지 않았을 거인 테에에에에엥"

차녀는 순하면서도 프라이드가 있었다. 자신은 동생들보다 몸집도 더 크고, 더 똑똑한 '언니'이기 때문에 동생들을 돌봐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게 평소 차녀의 생각이었다.

이 '노블리스 오블리지(귀족의 의무)'적인 사고는, 우악스러운 장녀와 달리, 마마와 장녀를 보조하고 동생들을 보살피는 자신을 집안에서 가장 모범적인 자로 생각하는 자존심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동생들 앞에서 모욕당하는 것(특히 자신 스스로도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순하고 겁이 많은 성격에 대해서 놀림받을 때)을 차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동생들도 해내는 행위를 자신만 피하려 한다는 데에 오기가 생겼던 것이다. 물론, 장녀는 절대 이해 못하겠지만.

"차녀 이모우토챠! 그게 무슨 소리인 테치? 오마에가 하고 싶으니깐 하는거지 왜 와타치 핑계는 대는 테치?"

"와타치는 오녀챠 혼내줄 생각만 있었던 테치! 그치만 마마가 죽여버린 테에에에엥... 오네챠랑 이모우토챠들도 나쁜 테치! 아무리 잘못했다고 해도 자매를 죽여버린 테치.....히끅.... 잘못한걸 고쳐주기만 하려고 했는데 죽어버린 테치....히끅..... 그래도 와타치도 공범인 테치.....테에에엥"

"크게 울지좀 마는 테샤아아아!"

"오녀의 분충짓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맞는 테치. 하지만 와타치는 어디까지나 오녀 이모우토챠의 잘못을 바로잡아주겠다는 의미에서 자매들이랑 행동을 같이 했던 테치.....히끅.."

하지만 친실장에 의해 진짜로 오녀가 죽어버리자, 동생들을 모의해 죽인 '죄책감'이 차녀의 자존심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자신은 집안의 모범적인 실장인데, 동생을 모의해 죽이는 행위는 차녀가 경멸하는 '분충'들이나 할 짓이었기 때문이다.

"너무한 테치! 다들 정말 너무한 테치! 와타치는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마마도, 오네챠도, 이모우토챠들도. 정말정말 너무한 테치! 오녀챠를 진짜로 죽여버렸던 테치..... 불쌍한 오녀챠 테에에에엥"

"제발 그만 좀 우는 테샤아아!"

차녀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자신 역시 이번 범행의 주도자이며, 오녀를 죽인 공범이라는 것을. 

삼녀의 계획을 이행하던 순간에도, 오녀가 자매들에게 범인으로 몰려 솎아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차녀가 가지고 있던 프라이드가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소극적이고 자매들과 대립하기 싫어하는 순한 천성과 무시당하지 않으려는 자존심 때문에 자매들의 모의에 가담한 것이지만, 차녀는 계속해서 자신은 어디까지나 오녀를 교육하기 위해서였을 뿐, 실제로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합리화했다.

그 행복회로는 오녀가 죽는 순간에 더욱 극대화되어, 지금 차녀는 자신의 무고를 애써 장녀에게 주장하고 있었다.

"와타치는 오네챠랑 이모우토챠들에게 속은 테치. 그래서 지금 이 지경까지 온 테치. 어쩌다가 와타치가 이렇게 되버린 테츄..... 오녀챠...미안한 테치.... 와타치 비록 잘 몰라서 같이 오녀챠를 속였지만, 와타치는 오녀챠를 죽일 생각은 없었던 테치."

"...."

장녀는 기가 막혔다. 

분명히 오녀의 계획을 듣고 나서도 차녀는 '알겠는 테치. 이모우토챠들도 하는데 와타치라고 못할 게 뭐가 있는 테츄!' 라고 스스로 말했음에도, 지금 이따위 말을 하고 있다.

'게다가 오마에.... 아까 마마가 오마에를 추궁했을때, 제대로 말도 못했던 테치... 그때 와타치가 즉흥적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면, 마마가 와타치타치를 의심했을 수도 있었던 테치...'

그런데다가 이제 와서 잘못이 없다며 장녀 자신에게 징징대는 모습을 보면, 장녀는 화가 나기보다는 불안했다.

 "차녀챠...너무 슬퍼하지 마는 테치. 이렇게 감정조절 못하고 슬퍼하다가는 마마 앞에서 딴소리할 수도 있는 테츄....그러면 와타치타치는 전부 솎아져버리는 테치!"

 "오네챠.... 그치만 아무리 생각해도 와타치타치가 잘못한 테치. '분충'같이 잘못한 테치. 생각해보는 테치.... 오녀 이모우토챠가 죽게 된 테치..... 이건 나쁜 거인 테치. 나쁜 거인 테츄."

"그래서 뭐 어쩌는 테치! 나쁜 거라는거 알면서도 같이 한 오마에는 안 나쁜 테치?"

"와타치는 적어도 죽일 의도는 없었던 테치.... 오네챠. 차라리 마마한테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받는 것은 어떤 테치? 솔직하게 말하면 와타치타치는 용서받을 수도 있을 수 있는 테치."

"오마에, 미친 테챠아아아아!"

차녀는 동생을 죽였다는 데에서 느끼는 죄책감이 너무나도 스스로의 프라이드를 짓누른 나머지, 이를 피하고 싶어서 차라리 친실장에게 이실직고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행복회로로 인해 나타난, 자신은 오녀를 죽일 의도가 없었으니 친실장이 자신만은 용서해줄지도 모른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오네챠....소리가 큰 테치."

"....오마에, 잘 듣는 테치. 마마한테 들키면 얄짤없이 자매가 모두 쫓겨나겨나 솎아지는 테치. 그러니 제발, 부탁인 테츄. 마마에게 걸리면 차녀챠도 죽는 테치. 마마에게는 비밀로 해야 하는 테치."

"그치만 오네챠....와타치는 죽일 의도가 없었는데, 와타치의 행동으로 오녀챠가 죽어버린 테치.... 장녀 오네챠랑 와타치는 좀 다른 테치. 그러니 속죄하고 싶은 테치."

"차녀챠.... 슬픈건 알겠는데 확실한건 오마에도 공범인 테치. 와타치타치는 이제 한 배를 탄 거인 테츄. 와타치랑 차녀 이모우토챠는 다를 게 없는 테치......테에! 게다가 이모우토챠들 2마리도 아직 있지 않은 테츄? 제발 마마에게는 말하지 마는 테치. 아직 살아있는 오네챠랑 이모우토챠들을 봐서 좀 봐주는 테치."

차녀에게 계속해서 공범으로서의 연대의식을 이끌어서 진정시키는건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한 장녀는, 자신과 동생들의 목숨을 상기시켜서 비는 전략을 취했다.

장녀는 우악스러운 성격이었지만, 들실장으로서의 지능은 평균 이상이다.

확실한 것은, 그래봤자 자실장인 장녀가 여기까진 생각을 못했겠지만 이는 프라이드가 강한 차녀에게 꽤 잘 먹히는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와타치가 말하지 않아야....장녀오네챠랑 삼녀 이모우토챠, 사녀 이모우토챠가 살 수 있는.... 테치?"

"...그런 테치. 오마에가 마마에게 말하지 않아야 자매들이 사는 테치. 산 자매들도 좀 구해주는 테치."

"알겠는 테치. 와타치가 비밀로 해서 자매들이 살 수 있다면 말하지 않는 테치. 그치만, 언젠가 오녀챠의 속죄는 하고 싶은 테치......장녀오네챠. 게다가 마마도 오녀챠의 진실을 알지 못한채 이대로....."

"와타치타치가 그랬단 것을 알면 자들을 모조리 솎아야 하는 마마의 심정은 오죽하겠냐는 테치."

"테에...."

"그러니 일단은 자매들 목숨이나 좀 살려주는 테치. 그러니깐 좀 조용히 있는 테치. 감정 좀 추스리고 일단 와타치타치 목숨부터 챙기는 테치. 오마에가 마마한테 불면은 오마에를 포함한 자매들 싸그리 다 죽는 테치. 오녀에 대한 속죄는 나아아아중에, 와타치타치가 독립하기 직전에 해도 안 늦는 테치."

오녀의 죽음을 의도하지 않은 자신을 왜 자꾸 장녀가 자매들과 동일선상에 놓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차녀였지만, 자신이 자매들을 살리기 위해 마마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맞는 것 같았다.

"오네챠.... 알겠는 테치. 이모우토챠들을 위해서 와타치가 참는 테치."

"잘....생각한.....테치...."

장녀는 차녀를 달래기 위해 기분에 맞춰주기만 하느라 매우 언짢았다.

"....알아먹었으면 오마에 이제 들어가는 테치."

"그런 테치."

자매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샤샤는 자신의 옆에서 진행된 이 대화를 누락없이 샅샅이 듣고 있었다.

"그랬던 데스우..... 자 하나가 죽어버린 데스.... 데프프프프 그 멍청한 와타시의 장기말들이 잘 해내고 있는 데스우. 데프프프프.....들분충 기분이 어떤 데스? 자가 또 죽으니깐 기분 참 좋지 않은 데스우? 게다가 와타시 생각에는 조만간에 자 하나가 더 죽어나갈 판인 데프프프프"



집에 돌아온 차녀는 경악했다.

'큰일난 테치....!'

이미 장녀는 차녀가 얼어붙자마자 친실장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게 차녀의 비명을 막기 위해 입을 막았지만, 차녀는 비명을 지르기 보다는 아무래도 얼어붙은 것 같았다.

현관을 열자마자 차녀가 본 풍경은 삼녀와 사녀가 오녀였던 고기를 말끔하게 먹어치우던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테에...! 정신없이 먹다보니 저 분충들 것을 남기는 것을 잊었던 테치. 사녀 이모우토챠, 그만 먹는 테치!'

이렇게 생각한 삼녀가 사녀의 손을 탁 치며 자신이 쥔 고기를 살포시 내려놓았다.

사녀 역시 장녀와 차녀를 보고 매우 당황한 기색이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지금 장녀와 차녀는 동생들이 고기를 남기지 않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오녀....이모우토챠....."

차녀가 작게 속살거리자, 장녀는 반사적으로 친실장 쪽을 떨면서 쳐다보았다.

다행히도 친실장은 울다가 잠이 든 듯, 쉰 목소리로 숨을 쉬면서 자고 있었다.

"차녀 이모우토챠.... 이모우토챠들은 오늘 아무것도 못먹은 테치.... 게다가 마마도 오녀챠를 먹여서 교육시키려고 했던 테치..... 마마의 지시였던 테치...제발...."

"이모우토챠들..... 오녀챠 불쌍하지도 않은 테치?"

영리한 삼녀는 차녀가 그 말을 꺼내자마자 친실장을 살폈다. 자고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몰랐을 것이다.

큰일날 뻔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렇게 생각했다.

"쉿! 오네챠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는 테치! 와타치도 슬픈 테치. 마마가 있는 테치. 조용히 하는 테치!"

차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녀 쪽을 본다. 하도 정신없게 먹은 터라 사녀의 입은 핏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사녀챠.... 하나밖에 없는 이모우토챠.... 먹은 테츄....? 불쌍하지도 않은 테치? 와타치타치 때문에 죽었는데 심지어 와타치타치에게 먹히고 있는 테치!"

"이모우토챠아아아!!! 제발 그만하는 테치!"

장녀가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절박하게 차녀에게 속삭였다. 만약 친실장이 이 말을 들었다면 자신들은 무사하지 못하리라.

"빨리 마마에게 말해야 하는 테치! 이모우토챠들은 분충 테치! 오녀챠를 죽여버리려고 작당했었던 테치! 와타치는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오마에타치들이 나빴던 테에에엑...!"

장녀가 차녀의 입을 필사적으로 막는다. 그리고 삼녀와 사녀를 쳐다본다.

"삼녀챠! 사녀챠! 뭐라도 좀 해보는 테치! 마마가 깨버리면 와타치타치는 다 망하는 테치!"

"일단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테치! 사녀챠. 한쪽 다리를 잡는 테치! 와타치가 다른 쪽 다리를 잡아서 들고 나가는 테치."

삼녀와 사녀, 장녀는 차녀를 억지로 들고 골판지 바깥으로 나갔다.

"놓는 테치! 놓는 테챠아아아아!"

"차녀챠! 좀 진정하는 테치. 와타치타치 다 죽어버리는 테치. 제발 살려주는 테치!"

"오녀챠를 먹어버린 테치! 자기들이 죽여놓고 먹어버린 테치! 불쌍한 오녀챠 테에에에에에엥 마마가 알면 슬퍼하는 테치! 오녀챠를 이렇게 만든 책임을 져야하는 테챠아아아!"

"바로 그 마마의 지시였던 테치! 어쩔 수 없었던 테치..."

"장녀오네챠, 차녀오네챠 목소리가 너무 큰 테치. 자칫하면 마마가 깨버리는 테치.... 차녀오네챠, 제발 진정하는 테치...."

"일단 골판지에서 조금만 더 멀리 나가는 테치. 와타치만 여기까지 나가본 적이 있으니깐, 이모우토챠들은 와타치를 잘 따라오는 테치!"

골판지 주위에서 벗어나, 이들은 집 뒤쪽의 숲으로 나아갔다. 숲이라봐야 공원에서 나무를 조금 빽빽히 심어놓은 곳이지만.

그래도 자실장에게는 꽤 넓은 지대이다. 자매들 중에서 장녀만 한번 마마를 따라서 가본 적이 있었다.

그새, 차녀는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테에....다들 미안한 테치. 사실 와타치도 오녀챠를 마마가 먹으라고 했던 것은 알고 있었던 테치.... 그치만 오녀챠가 불쌍해서......히끅..... 그래도 와타치 때문에 하마타면 마마가 깨서 자매들이 위험했던 테치. 와타치 이제 참는 테치."

"알면 된 테치. 오마에 앞으로 절대 그러지 마는 테치.."

차녀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장녀가 대답했다. 

"일단은 다들 좀 산책해서 머리를 식히는 테치. 차녀오네챠 특히 진정하는 테치. 하마터면 다들 죽을 뻔한 테치...."

그때, 장녀가 삼녀의 왼팔을 툭툭 쳤다. 삼녀가 장녀를 보자, 뒤쪽으로 손짓했다. 그리고 사녀를 살짝 자신에게 불렀다.

"사녀챠는 잠깐 차녀를 상대해주는 테치."

"알겠는 테치. 장녀오네챠."

둘은 슬그머니 조금 뒤쪽으로 빠졌다.

"삼녀챠.... 저거 안 되겠는테치. 어떻게 하는 테치?"

"무슨 말인 테치?"

장녀는 아까 차녀와 단 둘이 있을 때 했던 대화를 삼녀에게 말해주었다.

'이건....기회인 테치!'

삼녀는 장녀가 차녀를 위험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차녀가 언제 어떻게 자신들의 모의를 마마에게 까발릴지 모른다는 투로 말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저건 와타시 생각에는 폭탄인 테치. 언제 터트릴 지 모르는 테치. 삼녀 이모우토챠 생각은 어떤 테치...?"

"오네챠. 오네챠 생각에는 차녀 오네챠 때문에 조만간에 마마에게 들킨다고 생각하는 테치. 그런 테치?"

"맞는 테치."

삼녀는 악의적으로, 하지만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와타치도 폭탄에 휘말리긴 싫은 테치."

"그런 테치."

"그러면 답은 나온 테치. 폭탄 제거를 하는 테치." 


"와타치타치들이 잘못한 거인 테치. 그 중에서도 마마가 먹으랬다고 오녀챠를 먹어버린 오마에와 삼녀챠가 더 잘못한 테츄."

"테에에..."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된 차녀는 사녀에게 오녀를 먹은 것은 잘못이라며 열심히 설파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테치 사녀챠? 아까 와타치가 소리를 질러서 마마를 깨울뻔 했지만, 와타치타치들이 들킬 뻔했지만.... 와타치 생각에는 와타치타치가 오녀챠를 죽인 거는 언젠가 들키게 된다고 생각하는 테치."

"..."

"마음이 무거운 테츄....오녀챠에게 미안해서 너무 괴로운 테치.... 이젠 싫은 테치... 어쩌면.... 마마한테 사실대로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는게 나을 수도 있는 테치."

"와타치는 그렇게 생각안하는 테치."

"테에에? 사녀챠는 괴롭지 않은 테치...?"

"이미 저질러버린 일 더 밝혀서 뭐하는 테치? 이미 일단락된 일인데 뭐하러 들추는 테치? 차녀오네챠 죽고싶어 안달난 테치?"

"오마에타치! 조용히 하는 테치."

사녀의 목소리가 커지자, 장녀가 이들을 제지한다.

"더 떠들면 오마에타치의 목소리를 듣고 마마같은 어른들이 잡아가는 테치. 그리고 이 이상은 와타치도 가본적이 없으니 그만 가는 테츄."

네마리 자실장은 숲을 벗어나, 공원광장을 목도하고 있었다. 밤의 공원은 어슴푸레하면서도, 가로등이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예쁜 테치...."

"반짝반짝 예쁜 테츄.... 오녀챠도 이 광경을 봤다면 좋았을 거인 테치.."

짙게 깔린 어둠과 같은 죄책감은 차녀로 하여금 오녀를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도록 행복회로를 돌리게 했다.

삼녀는 사녀에게 손짓하여 장녀와 자신의 쪽으로 오라고 지시했다.

 "장녀오네챠... 이모우토챠타치.... 와타치타치가 잘못한 테치..... 마마에게 다 털어놓자는 테치.. 너무 괴로운 테츄.... 힘든 테츄....평생 오녀챠가 와타치를 원망하는 눈빛을 마음 속에 묻어두고 살 수는 없는 테치..."

 차녀는 자신의 주장을 말하면서 슬쩍 자매들의 눈치를 보았다.

 자매들의 눈은 굉장히 냉랭했다.

 "그래서.... 그렇게 마마를 사랑하는 잘난 오마에의 결심은... 이미 뒤진 자매 때문에 산 자매들이 다 같이 죽자.. 이런 말인 테치?"

 차가운 눈빛과 달리, 장녀는 거칠게 차녀에게 조금 다가가면서 열불나는 목소리로 항의했다.

 장녀가 항의하며 앞으로 나간 사이, 삼녀는 사녀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닥거리면서도 차녀를 끝까지 주시하고 있었다.

 "그... 그런 눈으로 보지 마는 테치! 이제 그만하는 테치! 그만 마마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받는 테치! 와타치타치는 마마의 자라서 분명 용서받을 거인 테츄.... 언젠가 다 밝혀지게 되는 테치... 거짓말을 하면 안 돼 테치. 그러니 이제 그만 솔직...."

 "왜 와타치타치가 오마에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테치?"

 장녀가 싸늘한 말투로 차녀의 말을 잘라버렸다.

 "와타치타치는 괴롭지도, 힘들지도 않은 데 왜 오마에의 고해에 와타치타치가 휘말려야 하는 테치?"

 삼녀도 입을 열었다. 그 말에는 언니에 대한 존중은 일말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렇게 그 분충을 죽였던게 무서운 테츄? 처음 계획할 때 보여준 패기는 허세였던 테치? 치프프프 웃기는 테치." 

 사녀는 비웃기까지 한다.

 "테에...다들.... 왜 이러는 테치! 자매를 죽인 것은 분충인 테치! 마마의 자로서 마마를 배신한 거인 테치! 죗값을 치르고 떳떳히 살아가는게 맞는 테치!"

 "그래서 그거 하나 잘못했다고 자진해서 솎아내지겠다는 테치? 오마에 바보 테츄?"

 "삼녀챠! 왜 이러는 테치! 오녀챠를 먹기까지 한 오마에, 자매 맞는 테치?"

 '자매가 아니니까 그렇게 하는 거인 테샤아아아아아!'

 이렇게 삼녀는 말하고 싶었지만, 장녀가 뒤에 있기에 참았다.

 "....오녀분충은 이미 죽은 테치. 그리고 그 사건도 이미 끝난 테치. 와타치는 마마에게 용서받는 거보다 죽지 않는 게 더 중요한 테치. 이대로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일 없는데 왜 오마에는 아물어가는 상처를 굳이 헤집으려는 테치?"

 "삼녀 이모우토챠의 말이 맞는 테치. 왜 와타치타치가 목숨 버려가면서 오마에의 사과에 동조해야하는 테치?"

 "꼬우면 오마에 혼자 했다고 뒤집어쓰고 용서받는 테치. 웃기지도 않는 저 분충을 오네챠라고 대우해줬던 테치."

 사녀의 도발에 차녀는 잠깐 생각했다. 자신 때문에 다른 자들의 범행이 밝혀진다면.....

 "그치만 오네챠도, 이모우토챠도 잘못한 테치. 잘못한 자들은 마마에게 벌을 받는게 맞는 테치. "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모범적인 자로서의 프라이드에 차녀는 도취되기 시작했다. 

 "떼 쓰지 마는 테치! 와타치타치가 잘못한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 테치. 벌받기 싫다고 도망다니면 분충 테치. 싫어도 참는 테치!"

 "이런 분충인 텟!......테치."

 장녀가 소리를 크게 지르려다가 주위를 한번 살피고 참았다.

 바람이 불어 나무에서 우웅하는 소리가 났다.

 장녀는 삼녀와 사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테히...테히...삼녀챠, 사녀챠. 이제 된 테치. 계획을 시작하는 테치."

 "알겠는 테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녀가 차녀를 향해 돌진한다. 

 점프하여 그대로 차녀를 태클하고, 같이 쓰러진다.

 "삼녀챠! 사녀챠! 지금인 테치! 빨리 오는 테치!"

 냅다 차녀쪽으로 달려간 삼녀는 준비해둔 돌로 차녀의 다리를 찍는다.

 "테챠아아아아아!"

 "끊어지는 테치! 빨리 부셔지는 테치!"

 "사녀챠! 빨리하는 테치! 와타치타치에게도 시간이 없는 테치!"

 사녀 역시 삼녀가 준 작은 돌로, 차녀의 얼굴 쪽으로 다가갔다.

 그대로 차녀의 초록색 눈을 돌로 찍어서, 마구 비볐다.

 "테챠아아아아아아! 눈이 아픈 테챠아아아아!"

 장녀에게 말한 삼녀의 계획은 이러했다.

 "오네챠.... 밤에는 마마같은 어른실장들이 혼자 남은 자를 데려가는 테치?"

 "맞는 테치. 큰 울음소리나 피냄새를 맡고 몰려오는 테치."

 "그러면 확실하게 폭탄 제거를 할 수 있는 테츄. 그러기 위해서는 장녀오네챠가 막대한 역할을 맡아야 하는 테치."

 며칠 전에만 해도 삼녀와 사이가 안좋았던 장녀였지만, 최근 공동의 적인 오녀를 제거하면서, 그리고 자신들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차녀를 제거할 공작을 세우면서 장녀는 영리한 삼녀를 가장 아끼게 되었다.

 "삼녀 이모우토챠의 말은 틀린 적이 없던 테치. 그러니 와타치 믿는 테치. 뭐든지 말만 하는 테치."

 '테프프프 이 정도면 이 분충도 이젠 와타치 손아귀에 있는 테치.'

 마음 속의 생각을 낯빛에 드러내지 않은 채, 삼녀는 비장한 얼굴로 장녀의 손을 잡는다.

 "간단한 테치. 마마가 자고 있는 사이에, 차녀를 이 자리에 두고 와버리면 되는 테치."

 "...그러면 저 분충이 와타치타치를 쫓아오지 않는 테치?"

 "테프프프프 그래서 오네챠가 필요한 테치. 오네챠가 기습해서 차녀를 눕히는 테치. 그러면 와타치랑 삼녀챠가 도와주러 가는 테츄."

 "....? 그게 끝인 테치? 그걸로 정말 되는 테치?"

 삼녀는 사악하게 미소지었다.

 "테프프프프 와타치와 사녀챠는 돌을 들고 갈 거인 테치. 잠깐만 장녀오네챠가 차녀를 제압해주면, 와타치는 차녀챠의 다리를 돌로 마구 찧어서 다리를 못쓰게 만들고, 사녀챠는 차녀분충의 초록색 눈을 짓이겨서 피가 나오게 만드는 테치."

 "테에....! 그러면!"

 "테프프프프 다리 병신이 된 데다가 강제출산까지 당하면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겠냐는 테치."

 삼녀의 미소는 친실장이 샤샤를 독라로 만들 때의 미소와 닮아있었다.

 "테프프프프 역시 와타시의 삼녀 이모우토챠는 현명한 테츄. 확실하게 처리해주는 테프프프"

 "테프프프프 고마운 테치. 오네챠. 차녀챠가 발악하면 어른실장들이 다가오고, 와타치타치는 그 전에 도망치는 테치. 테프프프 그렇게 되면 어짜피 시체는 내일이면 사라지게 되는 테프프프."

 잠시 집 앞의 숲을 산책하던 도중에 삼녀와 장녀는 이러한 작당을 했던 것이다.



 "테챠아아아아아! 자가...! 자가 나와버리는 테챠아아아아아!"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테갸아아아아아악! 와타치에게는 아직 이른 테챠아아아! 자...! 자를 빨리 핥아줘야야 하는 테챠아아아! 그러니 이제 그만하는 테챠아아아!"

 "테프프프 똥분충은 닥치고 쳐 밟히는 테치."

 "어짜피 구더기일텐데 뭐하러 핥아주는 테프프프"

 삼녀는 차녀의 두 다리를 못쓰게 만든 후에, 사녀와 함께 차녀를 밟기 시작했다. 

 장녀가 차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차녀위에서 두 손을 잡고 제압하고 있었다.

 "테프프프프 혼자서 모범실장인척, 잘난척 다하더니 꼴 좋은 테치."

 "테챠아악! 테챠아아악! 와타치의 자들! 자들이라도 핥아주는 테챠아아악!"

 "마마 어딨는 레후... 무서운 레후..."

 "프니프니는 언제...레후?"

 장녀는 그간 차녀에게 쌓인 감정을 풀면서, 자신도 양 손으로 차녀의 뺨을 때리며 린치를 가하기 시작했다.

 "테프프프 장녀오네챠 차녀분충이 움직이지 않도록 잘 잡고 있는 테치."

 "걱정 말라는 테치, 삼녀 오네챠. 이 분충의 자는 참으로 연약한 테츄~"

 "만지지 마는 테챠아아아! 와타치의 자아아아아!"

 장녀가 구더기 한마리를 들어서 바닥에 내리꽂다시피 던졌다. 구더기는 땅에 쳐박히자마자 파킨했다.

 "레뺘아아아아!"

 "레후....무서운 레후.... "

 "구더기챠 하나가 사라진 레후? 마마도 지금 프니프니하는 레후? 저건 오네챠인 레후? 아니면 아줌마인레후?"

 "테챠아아아아아아! 우지챠아아아아!"

 차녀는 절규는 더욱 심해졌다.

 "테프프프....장녀오네챠.... 이 분충때문에 와타치타치가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더 괴롭히는 테치. 이제 어떤 테치? 머리카락을 뽑아서 독라로 만들어버리는 테치."

 "역시 삼녀 이모우토챠, 좋은 생각인 테프프프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녀는 차녀의 앞머리를 쥐어뜯는다.

 "테챠아아아아아! 와타치의 머리 뽑지 마는 테챠아아아아!"

 체급은 엇비슷했지만, 차녀는 우악스러운 장녀를 이길 재간이 없다. 앞머리가 모두 뽑혔다.

 "테프프프 이젠 뒷머리 차례인 테치! 저항하지 마는 테치!"

 차녀는 팔을 마구 휘저으며 장녀의 손길을 저항한다. 

 장녀 역시 뒷머리를 뽑기 위해, 차녀의 팔을 저지하려 애를 쓴다.

 "그만 두는 테챠아아아!"

 "테에? 오마에 똥분충은 헛짓거리 말고 얌전히 독라가 되는 테샤아아아! 삼녀챠랑 사녀챠는 뭐하는 테치? 지금 오네챠를 ㄷ..."


 퍽.
 퍽.
 퍽.
 퍽.

 "테뵤옥! 테엑! 테억!" 

 장녀는 대여섯번의 돌팔매질을 뒤통수에 맞았다.

 그대로 차녀 위에 쓰러진다.

 "테에....?"

간신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다.

 뿌연 시야에 손에 든 돌을 내던지고 저 멀리로 달아나는 삼녀와 사녀가 흐릿하게 보인다.

 "....어째서...테치...?"

 지금 욱신거리는 머리로 느끼는 것은 분노라기보다는 의문이었다.

 "삼녀....챠....?"

 일어서려고 다리에 힘을 주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를 맞아서 장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데스우....데스우....."

 낯선 성체실장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렸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어서 도망가야 한다.

 그러나 장녀는 의식이 끊겼다.



 "테헥테헥.... 오네챠 힘든 테치!"

 "사녀챠 빨리 달리는 테치! 자칫하면 다른 들분충에게 잡히는 테치!"

 삼녀와 사녀는 골판지 집을 향해 필사적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차녀와 싸우느라 정신이 팔린 장녀를 사녀와 함께 가격한 것은 의도한 계획은 아니었다.

 차녀를 파운딩한 장녀를 보자, 삼녀에게 슬그머니 이런 생각이 올라왔다.

 '저 들분충의 새끼가 말한대로, 이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면 다른 성체가 오는 테치... 움직이지 못하면 바로 죽는 테치...'

 삼녀의 시선은 어느 순간부터 장녀의 뒤통수에 고정되어있었다.

 '그리고 그건.... 꼭 차녀분충이 아니여도 해당되는 이야기인 테치....'

 절호의 기회였다.

 '들분충의 새끼들을 다 쳐죽여버릴 수 있는 기회 테치...!'

 삼녀는 마다하지 않았다.

 사녀에게 돌을 쥐어주고, 그대로 장녀의 머리를 찍었다.

 사녀 역시 삼녀의 의중을 눈치채고 뒤통수를 내리찍었다.

 "데스...."

 세번쯤 뒤통수를 때릴 때, 삼녀는 저 멀리서 낯선 성체가 피냄새와 비명소리를 인식하고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사녀챠. 뛰는 테치. 도망가는 테치!"

 어짜피 지금까지 방향전환을 크게 하지 않고 거의 직선으로만 왔었다. 집으로 돌아갈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친실장에게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장녀와 차녀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 것인가? 

 수많은 고민들이 머릿속을 헤엄치고 있었지만, 삼녀의 기분은 상쾌했다.

 '마마의 원수의 새끼들을 전부 쳐죽인 테치! 마마 말대로 들분충 몰래 와타치가 해낸 테치!"

 삼녀는 달리면서 가만히 웃고 있었다.

 자신이 해냈다.

 독라노예가 되어 운치구덩이에 쳐박힌 마마의 원수에게 자신이 크게 한방 먹인 것이다.

 "테에..테헤엑....테헤엑....테프프프...테프프프프프프 테프프프프프"

 사녀 역시 삼녀의 웃음소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테헤엑...테헤엑... 오네챠..... 들분충의 자를.... 전부 죽인 테치..... 마마 말대로.... 와타치타치가 할 수 있었던 테츄....!"

 "테프프프프 그런 테치. 그 들분충, 엄지 이모우토챠들을 죽인 천벌을 이제 받는 테치. 자들의 몰살로 받는 테프프프프"

 이제 들분충의 자는 없다. 자신들이 뻐꾸기처럼 들분충의 자로 위장하여, 언젠가 몸이 충분히 커지게 되면 마마를 구하고 들분충에게 직접 처절한 복수의 철퇴를 먹이리라.

 이렇게 생각하는 삼녀는 행복회로 속에서 들분충을 죽이는 망상을 하기 시작했다.

 "테프프프프 분충! 쳐죽여주는 테샤! 오는 테샤! 감히 마마와 이모우토챠들을 그렇게 만든 테헤에에에에엑...!"

 잠시의 부주의로 인해 삼녀는 돌에 걸려 미끄러졌다.

 "테갸아아아아악! 아픈 테챠아아아!"

 "테헤에에.. 테헤에에.. 오네챠 괜찮은......테에....."

 사녀의 말이 갑자기 끊겼다. 

 "...?"

 삼녀는 아픈 다리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들었다.

 사녀는 얼어버린 채,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이모우토챠 지금 어딜 보는....테에...!"

 사녀의 시선이 쏠린 곳에는 친실장이 서있었다.

 '테에....이렇게나 빨리 만난 테치.. 어떡하는 테치? 대비책은 생각해두지 않은 테치....'

 "삼녀챠, 사녀챠...... 어디 갔었던 데샤아아아아아!"

 친실장은 울면서 삼녀와 사녀를 끌어안는다.




 오녀를 솎아버린 후, 극도의 피로를 느낀 친실장은 대충 자들에게 먹이를 던져준 후에 누워서 울분을 삭히다가, 곧바로 잠이 들었다.

 몇시간 동안이나 잤을까...

 문득 일어나보니, 이미 한밤중이 된 후였다. 

 "데에...."

 골판지 틈새 사이로 달빛이 새어들어온다. 

 "오늘은 달빛이 유난히 밝은 데스.... 동그란 달님이 뜬 데스...?"

 자들이 먹다남은 오녀의 시체가 달빛을 받아, 유달리 눈에 잘 뜨였다.

 "데에..!"

 친실장은 위석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오늘, 자신은 또 자를 잃었다.

 "장녀챠...."

 친실장은 지금의 장녀보다 조금 더 큰, 자실장 하나를 떠올렸다.

 "....장녀챠...."

 이번에 친실장의 뇌리에 떠오른 이미지는 중실장의 그것이었다.

 지금 친실장의 자들은 세번째로 낳은 자들이다.

 작년 봄에 독립한 이후, 친실장은 처음으로 초여름에 자들을 낳았다.

 "테치! 테치!"
 "레츄! 레치!"

 초보 친실장들이 그러했듯, 친실장도 처음에는 구더기를 포함한 모든 자들을 아꼈다.

 하지만 이 자들은 무더운 여름의 더위와 식량, 식수 부족을 이기지 못했다.

 어느 날 친실장이 집에 돌아왔을 때 보았던 광경은 자들끼리 서로 싸우다 모조리 죽어버린 광경이었다.

 "마마... 차녀챠랑 삼녀챠가.... 이모우토챠들을 먹으려 했던...테치....와타치....지키려했는데.....미안....테치...."

 이말을 끝으로 장녀 역시 죽어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풍요로운 가을이 왔다.

 친실장은 새로 자를 가졌다.

 "테프프프"
 "레에에에엥 레에에에엥"

 추자였지만, 자실장은 버릴 수 없어 엄지와 구더기는 운치굴에서 키웠다. 

 하지만 분충이었던 엄지는 구더기를 전부 물어죽였고, 일가는 비상식을 전부 잃은 채 겨울을 맞이했다.

 겨울은 혹독했다.

 중실장이었던 장녀가 마마와 동생들을 위해 며칠간 문가에서 자다가 얼어죽은날, 친실장은 하늘이 무너져라 오열했다.

 다른 자들도 겨울을 넘기지 못했다.

 "오로롱...오로롱...."

 친실장은 겨우내 얼어붙은 자들의 시체를 먹으면서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샤샤를 만났을 때, 친실장은 악에 받쳐있었다. 

 세번째 얻은 자. 어쩌면 실장석의 기대수명 이상 살고 있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보는 것일 수도 있는 자들.

 너무나도 소중했다. 그렇기에 반드시 성체로 키워, 독립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분충들을 솎아냈다. 엄지는 철저히 배제했다. 자들을 위해 여름을 대비해 나중에 쓸 노예도 마련했다. 

 그만큼 소중한 자들이었다. 반드시 성체로 키워야 할 자들이었다..

 잠시 감상에 젖었던 친실장은 사랑스러운 네마리의 자들을 보기 위해 골판지를 둘러보았다.

 "....데에?"

 없다.

 자들이 싸그리 사라졌다.

 "데챠아아아아아아! 자들 어디로 사라진 데챠아아아아아!"

 하지만 친실장은 완전히 패닉에 빠지지는 않았다.

 실장석의 특성상, 친실장은 자신의 자들의 냄새는 매우 잘 식별한다. 탁아한 집을 찾아오는 것도 그러한 메커니즘 때문이다.

 친실장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지금 자신의 코를 찌르는 자들의 냄새에 희망을 건다.

 "골판지 밖에서 자들의 냄새가 나는 데스! 어서 따라가는 데스... 서두르는 데스! 아직 자들에게 밖은, 더군다나 밤은 위험한 데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많이 흘러 늦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번의 자들마저 죽어버린다면.... 자신은 엄청난 절망에 빠져 더 이상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오로롱 오로롱 오로롱... 어디갔었던 데스? 한참 찾았던 데스! 마마가 엄청 걱정했었던 데스!"

 친실장은 삼녀와 사녀를 껴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테에...마마..."

 사녀는 저도 모르게 마마 소리가 나왔다.

 "테에...?"

 사녀 자신도 놀랐다. 자신의 마마는 운치구덩이에 있는데 왜 이 들분충에게서 따스함을 느끼고, 마마라는 소리가 입에서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것일까?

  '마마는 독라노예인데... 그 마마의 자인 와타치타치에게 왜 이렇게 잘해주는 테치?'

 삼녀도 마찬가지였다. 친실장에게 어떻게 변명할지 몰라서 위기를 직감한 삼녀는 예상과 다른 따스한 친실장의 반응에 상당히 당황했다.

 '테에에....들분충이 마마의 자인 와타치타치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테치? 와타치는 들분충의 자들이 어디로 갔냐고 와타치에게 곧바로 따질줄 알았던 테치... 대위기인줄 알았는데...... 따스한 테치.....'

 삼녀는 눈을 감고, 본능적으로 친실장의 온기를 느꼈다.

 하지만 삼녀의 이성은 곧바로 삼녀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그래도 이 들분충은 마마의 원수테치! 이런 감정을 느끼는건 마마에 대한 배신인 테치! 안 돼 테치. 마마 말대로 자들을 더 많이 가지고 싶어했던 분충이라서 와타치타치에게 잘 대해주는 거인 테치. 속으면 안되는 테치...... 속으면 안되는 테츄........'

 삼녀는 다시 한 번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이 들분충은 이제 자기 새끼가 어딨냐고 찾을 거인 테치. 어떻게 하는 테치....어떻게 해야 의심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테치...."

 잠시 자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음에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던 친실장은, 자신의 자가 삼녀와 사녀 둘 밖에 없음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데에! 자들! 그러고보니..... 장녀챠와 차녀챠는 어디로 간 데스?"

 다시금 사녀의 표정이 굳어진다. 이럴 때는 항상 삼녀가 해결해왔기에, 삼녀를 쳐다본다.

 삼녀는 머리를 쥐어짰다. 위험성이 높지만, 자신과 동생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해보는 테치....!'

 삼녀는 사녀에게 눈짓을 한번 주고, 곧바로 투명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마마! 무서웠던 테치... 마마 보고싶었던 테에에에엥"

 "삼녀챠...! 왜 그러는 데스!"

 "테에에에에엥 마마! 무서웠던 테에에에엥!"

 사녀 역시 삼녀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자들 괜찮은 데스.... 무서워하지 마는 데스..... 마마가 이제 있는 데스.... 그러니 빨리 말해보는 데스!"

 "히끅...히끅.... 마마! 빨리 가야하는 테치! 장녀오네챠랑 차녀오네챠가 낯선 아줌마에게 붙잡힌 테치! 와타치랑 사녀 이모우토챠는 간신히 집으로 도망친 테치! 마마를 만나서 다행인 테에에에에엥 그치만 오네챠타치가 위험한 테치! 빨리 구해주는 테치!"

 ".....! 데에!"

 친실장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데샤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아아아!"

 삼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녀의 비명소리, 그리고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 자들! 저기 골판지 보이는 데스? 저기서 꼭 숨어있는 데스. 마마 갔다올테니 빨리 숨는 데스!"

 친실장은 삼녀와 사녀를 재빨리 내려놓고 자들의 냄새를 쫓았다.

 "데힉! 데헤엑! 자들 제발 무사하는 데스!"

 옷이 나무동이에 걸려서 찢어지든 말든 자들이 있는 쪽으로 정신없이 뛰었다.



 삼녀와 사녀는 달빛에 비치는 친실장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오네챠...이제 어떻게 하는 테치?"

 "이모우토챠..... 일단 마마에게 가는 테치. 마마한테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고해야하는 테치. 지금 와타치타치는 위험한 상태인 테치. 마마가 절실히 필요한 테치."

 사녀의 손을 잡고, 삼녀는 샤샤가 있는 운치구덩이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친실장은 성체다. 자신이 힘으로는 절대 대적할 수 없다. 그런 존재를 속인 것만으로도 위험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만약 장녀나 차녀가 아직 먹히지 않아서 친실장에게 전부 실토했다면?

 아니면 친실장이 자신의 자를 다 잃어버린 마당에, 샤샤의 자인 자신들을 여전히 키워줄까? 아니면 새로 자들을 낳기 위해 자신들을 샤샤와 같은 노예로 만들어버릴까?   

 "위험한 방법인 테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테치....? 일단 마마에게 가서 물어봐야하는 테치..."

 하지만 삼녀의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가장 거대한 궁금증은 이따위 것들이 아니었다.

 '어째서 와타치는 들분충에게서 마마의 온기 따위를 느낀 테치...?'

 분명 운치 구덩이 속의 마마가 자신을 낳은 진짜 마마이고, 들분충은 자신을 마마에게서 강탈한 원수이다.

 그렇다면 엄지들을 죽였을 때처럼, 아무리 자 욕심이 많아서 자신을 양자로 기른다고 해도 진짜 자와 자신들 간에는 뭔가 태도의 차이가 느껴졌어야 분명하다.

 '와타시라면.... 양자들에게 바로 친자들이 어딨냐고 물었을 것같은 테치.... 하지만...뭐인 테치...? 그 진심어린 눈물은 뭐였던 테치...? 분명히 그 들분충은 와타치타치들이 살아있어서 껴안느라 자기의 진짜 자들마저 잠시 잊었었던 테츄!'

 운치구덩이를 향해 걷고 있는 사녀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테에.....와타치의 마마가 아닌데.... 마마의 원수인데..... 왜 그 들분충은 자기 자들처럼 와타치를 아낀 테치...?'

 하지만 삼녀에게 이런말을 하면, 낳아준 마마가 누군지도 모르겠냐고 한소리를 들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사녀는 꼭 입을 다물고 운치구덩이를 향해 걸었다.

 "도착한 테치..."

 이들은 집 뒤편의 운치 구덩이에 당도했다. 삼녀가 나지막하게 샤샤를 불렀다.

 "마마...."

 "테챱...테챱....자들... 온 데스...?"

 샤샤는 흙무더기에서 발견한 지렁이 한마리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삼녀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샤샤에게 간결하게 얘기했다.

 샤샤의 말대로 원수의 자실장을 죽여 복수하기 위해, 오녀를 솎아내기 위해 모의한 일. 선동해서 오녀를 솎아낸 일. 차녀의 발광 때문에 장녀와 모의하여 차녀를 죽인 것, 그리고 장녀를 기습한 것.....

 "그렇게 돼서 들분충은 지금 자기 새끼들이 쓰러진 장소로 갔을 거인 테치..."

 "마마도 들분충의 자 한명이 솎아진 것은 알고 있었던 데스. 그리고 그 잘난체하던 자도 조만간에 죽을 줄 알았던 데스. 마마는 운치구덩이 안에서 자들이 밖에서 무슨 이야기하지 다 들은 데스. 그런데, 삼녀챠가 오늘 그 분충 새끼들 죽여버린 데스? 장한 데스우...."

 "테츙~마마 고마운 테치."

 "사녀챠도 오네챠 말 잘 들어서 마마를 도운 데스. 대견한 자 데스."

 "와타치도 열심히 오네챠 도운 테치! 마마 고마운 테치...."

 하지만 사녀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한편으로 친실장에게 느낀 애정과 지금 샤샤에게서 느낀 애정의 혼선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다.

 "그러면...... 그 들분충의 자들은 모조리 죽은 데스?"

 "그럴 가능성이 높은 테치.... 아까 말한대로 와타치타치도 뒤에서 어른 실장 목소리가 들린 대로 다급히 도망간 테치. 그래서 확실하지는 않은 테치."

 "아쉬운 데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잘한 데스."

 삼녀 역시 무언가 이질감을 느꼈다.

 자신과 사녀 역시 자칫하면 다른 들실장의 손에 넘어갔을 수 있는 위험한 작전이었다.

 친실장은 자신과 사녀를 찾자마자 혼내고, 꼭 안아주었다. 눈물까지도 흘렸다.

 ....하지만 운치구덩이 안에서 지렁이를 씹고있는 자신의 마마는 자신과 사녀가 위험한 상황에 놓였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자들의 안위를 걱정하기는 커녕 태연하게 아쉽다는 소리나 하고 있다. 


 '뭔가 이상한 테치....마마.....'

 "그럼 잠시 상황을 와타시가 좀 보고 와야겠는 데스."

 샤샤는 남은 지렁이를 마저 입에 쑤셔넣고, 구덩이에서 일어섰다.

 구덩이 밖으로 팔을 뻗어서 지면에 손바닥을 짚었다. 

 그리고 운치구덩이 밖으로 올라왔다.

 "삼녀챠의 말에 따른 와타시의 예상이 맞다면, 그 들분충은 지금 자기 새끼를 죽인 들실장과 치고박고 싸우고 있는 데스. 아니, 어쩌면 싸움이 끝나있을지도 모르는 데스."

 샤샤는 몸에 묻은 흙과 운치를 털어내면서 기지개를 한번 폈다.

 "비슷한 들실장들 사이의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 들은 데스. 데프프프프프 지든 이기든 좋은 데스. 일단 한번 가보는데스."

 샤샤는 양 옆구리에 삼녀와 사녀를 끼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데프프프프프"

 샤샤의 웃음이 음흉하게 빛났다.



몇 분전, 친실장은 미친 듯이 장녀와 차녀의 냄새가 나는 쪽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자들... 제발 부탁이니 무사하는 데스. 데헤엑... 데헤엑...."

 자들의 냄새가 점점 진해진다.

 그리고 그 쪽에 보이는 것은 성체실장의 실루엣....

 친실장의 표정이 점점 얼어간다.

 방금 전에 들은 장녀의 비명이 머리 속에 울린다.

 '아직.... 아직....! 늦지 않았어야 하는 데스... 제발.... 늦지 않았길 바라는 데스...!'

 점점 낯선 들실장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달빛이 밝아서 꽤나 멀리서도 낯선 들실장의 형상을 잘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테챱테챱테챱테챱"

 친실장은 자신의 희망이 처참히 파괴된 광경을 목도했다.

 자신만한 크기의 낯선 성체는 양 손에 각각 자신의 자 두마리를 들고 있었다.

 왼손에 들린 장녀는 왼쪽 상반신이 이빨자국 모양으로 파여있다.

 오른손에 있는 차녀는 허리 아래쪽이 없다.

 둘 다 눈이 탁한 회색빛이였다. 

 모두 절명했다.

 성체실장의 밑에는 구더기 3마리가 몸이 터져 죽어있었다.

 "데에...."

 믿을 수 없었다.

 '꿈인 데스...'

 하지만 밤바람은 살을 엘 정도로 차가웠다.

 달빛은 너무나도 환하게 주위의 광경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자들의 시뻘건 피.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거슬리는 건..

 "테챱테챱테챱테챱"

 성체실장의 입에서 들리는 역겨운 소리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친실장은 더 이상 뛰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천천히 발을 앞으로 옮길 뿐이었다.

 "....데스우...?"

 두 자를 번갈아서 먹어치우던 낯선 들실장이 친실장을 발견했다.

 "와타시가 먼저 발견한 먹이 데스. 저리 꺼지는 데스."

 하지만 친실장에게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느덧 성체실장과의 거리는 2m 정도로 좁혀졌다.

 "말 안들리는 데스? 더 이상 가까이 오면 와타시도 가만히 안 있는 데스."

 "장녀챠.... 차녀챠...."

 성체실장은 친실장의 울음섞인 목소리와, 절망어린 표정을 보고서 알아차렸다.

 "오마에. 이 자들의 마마 데스?"

 "어째서.... 어째서 먹어버린...."

 "데프프프 이거 미안하게 된 데스. 데프프프프 그러게 자들 관리를 제대로 왜 안한 데스. 오마에의 자들은 이미 죽어버린 데스. 게다가 너무 맛이 있는 데스. 이왕 죽은거, 와타시가 둘 다 마저 먹어주는 데스. 데아압"

 우적!

 성체실장은 장녀의 머리를 포함한 배 위쪽을 물어찢었다.

 "테챱테챱테챱...."

 장녀의 머리칼이 땅으로 떨어졌다.

 "죽여버리는 데샤아아아아아아아!"

 친실장이 이빨을 드러내고 성체실장에게 달려들었다.




 샤샤는 삼녀와 사녀를 옆에 끼고, 자실장들의 안내를 받아 성체가 습격한 곳으로 가고 있었다.

 "데샤아아아아아!"

 "데샤아아아아아!"

 멀리선가 두 성체실장석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아까부터 계속 들렸다.

 그 중에 한 목소리는 샤샤도 아는 목소리였다.

 "삼녀챠.. 오마에의 말대로 아마 들분충이 다른 분충이랑 싸우고 있는 것 같은 데스. 둘 다 오래도 소리들 지르는거 보면 분명히 피튀기는 싸움이 분명한 데프프프프"

 "마마... 근데 왜 굳이 운치구덩이에서 나와서 들분충한테 가는 테치?"

 사녀가 의아한 얼굴로 샤샤에게 물었다.

 "일단 와타시는 멀리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볼 것인 데스. 만약 들분충이 무난하게 성체를 제압했다면, 그때는 되돌아가서 다음 기회를 보는 데스우. 들분충이 죽었다면, 와타시는 해방인 데스. 상처를 입어서 중태라면, 와타시가 숨통을 끊어주는 데프프프"

 "테엣! 역시 마마인 테치! 똑똑한 마마인 테츄!"

 사녀가 샤샤의 영리함에 감탄할 때, 삼녀가 다른 질문을 던졌다.

 "마마... 근데 왜 와타치타치는 데려가는 테치?"

 "그.....그건.... 오마에도 들분충의 최후를 보면 좋지 않은 데스? 엄지 이모우토챠들의 원수 아니었던 데스?"

 "테에.. 그건 그런 테치.."

 "그...그러면 잔말 말고 마마랑 같이 가는 데스! .... 길 안내! 길 안내도 오마에타치가 해야 할 것이 아닌 데스..?"

 "알겠는 테치."

 자들은 이내 수긍했지만, 샤샤의 목소리에는 다소 당혹감이 섞여있었다.

 더 이상 들실장들의 위협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마마... 더 이상 소리가 안나는 테치.."

 "자들 빨리 안내하는 데스. 무언가 결판이 난게 틀림없는 데스."

 "이제 다 온 테치. 바로 저 쪽인 테치!"

 삼녀가 손으로 앞쪽을 가리키자, 샤샤는 몸을 근처 나무 뒤로 숨겼다.

 그리고 고개를 빼꼼이 내밀었다. 

 달빛이 밝은 덕분에, 거리가 좀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성체실장의 실루엣이 보였다.

 "데에에..."

 두 성체실장은 모두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는 데스.'

 샤샤는 발소리를 죽인 채, 살금살금 걸어갔다.

 양 손으로는 삼녀와 사녀의 입을 막았다.

 "마마...숨막히는.."

 "조용히 하는 데스."

 샤샤는 다른 나무 뒤에 숨었다. 그리고 머리만 내밀어 현장을 살핀다.

 이제 눈 앞의 광경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낯선 성체실장은 한쪽 눈에 나뭇가지가 꽂혀, 다리 밑으로 예닐곱마리의 구더기들을 쏟아낸 채 죽어있었다.

 구더기들도 모두 무언가에 짓눌려 죽어버린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온 몸에도 나뭇가지에 찔린 자국과 피멍, 상처가 무수히 많이 나 있었다. 여러 군데에서 피를 쏟고 있었다.

 양쪽 귀가 모두 잘려있었고, 한쪽 팔은 이빨같은 것에 의해 뜯겨나가 있었다.

 친실장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한쪽 팔은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서 부러졌고, 양쪽 다리는 돌 같은 것에 맞았는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움푹 패여있다.

 오른쪽 다리는 심지어 뼈가 부러져 살점만 달랑달랑 거렸다. 전신에 피멍과 상처 등 구타당한 흔적이 있었다.

 성대하게 빵콘한 나머지 운치가 질질 새어나오고 있었다.

 "데스....데스우......데웩..."

 하지만 친실장은 미약하게나마 살아있었다. 

 입으로 피를 토하면서 그나마 온전한 왼손으로 자신의 몸을 간신히 끌었다.

 "차.....녀.....챠....."

 친실장은 저 멀리 널부러진 두 자실장의 시체 쪽으로 움직이려 했다.

 차녀는 하반신이 없었고, 장녀는 상반신이 통채로 잘려나갔다. 

 하지만 친실장은 적록의 눈물을 흘리며, 자들이 있는 쪽으로 필사적으로, 하지만 너무나도 느리게 기어갔다.

 "오로롱....오로롱.... 장녀....차...녀..."

 이미 죽어버린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몸은 계속 자들 쪽을 향했다.

 장녀와 차녀를 보니, 자신이 솎아버린 자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태껏 자신의 앞에서 죽어버린 모든 자들이 하나둘씩 주마등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친실장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이런 몸으로 집까지 도달할 수는 없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온 몸에 힘이 없었다. 

 파운딩 당했을 때, 복부를 대여섯번 정도 돌멩이로 난타당해서 내장이 파열된 것 같았다.

 정신적 충격으로 위석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받은 육체적 충격으로 인해 자신의 위석이 한계치에 도달했음을 느꼈다.

 "오로롱.....아직.....죽을....수는....없는....데스...."

 그렇기에 눈물을 흘렸다.

 아직 집에 자들이 살아있었다.

 자신의 대를 이을 자들. 너무나도 소중한 자들.

 아마 자신이 없다면, 이대로 죽어버린다면 자신을 기다리며 울다가 굶어 죽게되어버릴 자들.

 "아직은... 안....되는....데스.... 삼녀챠.....사녀....챠...배고파....하는....데스...."

 그리고 친실장은 아직 살아있는 자를 하나 더 떠올렸다.

 "6녀...챠! 그....자도....아직....운치....구덩이에....살아 있을 거인.....데스.... 와타시....솎아내서....미안한....데스....꺼내...줘야....하는....데스..."

 무슨 이유로 솎았든, 자신의 자가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친실장은 하나라도 더 많은 자가 살아서 커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설령 예전에는 하찮게 보았던 엄지더라도.

 하지만 친실장은 운치 구덩이에 있던 샤샤를 떠올렸다.

 "그....노예....... 괜찮을....거인....데스..... 사육...분충....이라서....뭘....모르니....6녀챠....괜찮을...거인.."

 어느덧 차녀의 시신에 거의 가까이 왔다.

 "삼녀챠....사녀챠.....기다리는....데스.... 마마가....가는 데스.....음식....투정...하지....마는....데스.....뭐든지....먹어야...하는..."

 말에는 무엇이든 생존을 위해 먹어치우는 들실장의 본능이 새겨져있었지만, 그렇게 말하는 친실장의 손길은 차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오로롱...오로롱....장녀챠....차녀챠.....못난 마마가.....미안...한...데스우.....오로롱..."

 "...이 정도면 충분한 데스!"

 샤샤가 회심의 미소를 띄었다.

 그와 달리, 삼녀와 사녀는 복잡미묘한 심경이 얼굴에 드러나있었다.

 "죽어가면서 와타치타치를 생각하는 마마의 원수 테치...."

 "어째서....테츄....그렇게나 와타치타치가 소중한 테치...?"

 삼녀와 사녀는 충격을 받은 나머지, 옆에 샤샤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린채 자신도 모르게 말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분명히 마마를 독라노예로 운치구덩이에 빠뜨리고, 자매들을 마마에게서 강탈했다.

 심지어 두 엄지 이모우토챠들은 독라로 솎아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삼녀와 사녀는 친실장의 자신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을 계속해서 목도하고 있었다.

 "어지러운 테치...."

 "모르겠는 테츄.....진짜 마마....누구인 테치...?"

 태어나서 처음 본, 자신을 핥은 샤샤의 얼굴을 마마로 인식했던 두 자들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의심스러웠다.

 "데프프프.... 이제 가는 데스. 때가 된 데스."

 샤샤는 다소 거칠게 삼녀와 차녀의 옆구리를 잡아 들었다.

 더 이상 발소리에 주의하지도 않았다.

 얼굴에는 잔혹한 미소가 스모그처럼 피어올랐다.

 "데프프프..데프프프프..데샤아아아아!"

 친실장에게 한걸음에 가서, 그대로 친실장이 어루만지고 있던 차녀의 시체를 걷어차서 저 옆으로 밀어버렸다.

 "데에에.....데에에...데에...데에에에에에?"

 차녀를 찬 발의 주인을 보기 위해 고개를 간신히 올려 들은 친실장은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다리를 못쓰게 만들어 운치노예로 만들었던 샤샤가 삼녀와 사녀를 들고 자신을 비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위치가 바뀐 것 같은 데스우... 친구상...?"

 '와타시가 어리석었던 데스. 좀 더 자주 노예를 살펴야 했었던 데스...'

 봄이라서 먹이를 찾아다니느라 샤샤를 돌보지 못했던 것을 이제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었다.

 샤샤는 탈출에 성공해, 자신의 두 자를 데리고 있다. 다행히 두 자에게 해코지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데에...그렇다면 6녀챠는 어디에... 데스...?'

 그러나 온 몸이 부셔져 죽어가는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친실장은 곧바로 자신의 처지를 이해했다.

 지금 두 자를 데리고 서있는 샤샤와 죽어가는 자신. 갑과 을은 이제 뒤바뀌었다.

 친실장은 머리를 땅에 처박고, 필사적으로 바닥에 엎드려 사죄하는 형상을 취했다. 죽는 마당에 자존심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친구상....! 와타시가.... 미안....했던 데스! 정말로.... 사죄.....하는 데스! 제발... 제발! 자들.....만은 건드리..... 말아....주는... 데스! 와타시의..... 마지막.... 남은... 핏줄인 데스... 이제 그만.... 와타시를 용서하ㄱ...."

 "개소리 지껄이지 마는 데샤아아아아!"

 "데챠아아아아아!"

 그대로 차녀를 차버린 그 발로 친실장의 머리를 걷어찼다.

 "데에에....데에에....제발....데에에....."

 "데프프프 오마에도 참 웃기는 데스. 죽게 된 마당에 와타시를 보니 기분이 어떤 데스? 자들이 차례차례 죽는 것을 그간 봤는데 어땠는 데스? 위석이 짜릿짜릿하지 않았던 데스? 데프프프프 오마에... 와타시를 독라로 만들고 운치노예로 해놓고 이제 와서 자들 살려달라고 비는 데스?"

 "오마에.....제발...친구상...."

 "친구상 친구상 친구사아아앙! 오마에의 얕은 수작에 넘어가 고통받았던 와타시를 생각하면 그딴 말을 지껄일 수 있냔 데샤아아!"

 샤샤는 그간의 울분을 터뜨리듯 친실장에게 포효했다.

 "...마마... 다른 들분충들이 와타치타치 발견할 수도 있는 테치..."

 "마마...무서운 테치..."

 삼녀와 사녀가 불안하게 샤샤를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샤샤는 팔에 잡고 있는 두 자실장을 양 손으로 쥐었다.

 "일단은 오마에의 남은 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는 데스. 그 방법은 다리를 잘라버리는 데스. 와타시가 오마에 분충한테 당했던 방법 그대로인 데프프프프"

 "데헤.....제발....제발...! 자들은 안되는 데샤아아아아아!"

 친실장은 최후의 힘을 끌어올려 샤샤에게 위협을 가해본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양 손으로 삼녀와 사녀를 한 데 모아, 샤샤는 자신의 입으로 가져다댔다.

 "마마! 왜 이러는 테치? 와타치는 마마의 자인 테치! 다리를 잘라버린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 테챠아아아아!"

 "테챠아아아! 마마! 제발 그만하는 테챠아아아! '오마에의 남은 자들'이라는 말은 대체 무슨 뜻인 테챠아아아아!"

 삼녀와 사녀는 샤샤의 손 안에서 최대한 바둥거렸다. 운치를 지리기도 했다.

 "테에에에에엥 마마! 와타치 마마의 자가 맞는 테치? 마마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 테에에엥"

 "제발 그만두는 테치! 마마! 그만두고 빨리 마마가 한 말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테챠아아아아아!"

 샤샤는 양 손으로 두 자실장의 옆구리를 감싸쥐어 높이 든 후, 그대로 천천히 팔을 아래로 내렸다.

 "제발.....! 제발....!"

 자실장들이 다리로 허공을 미친듯이 걷어차내자, 그대로 쉴새없이 턱을 움직여 자실장들의 네 다리를 하나하나 끊어버렸다.

 "테챠아아아아아아!"

 "와타치의 다리가아아아아!"

 그대로 자신의 발 밑으로 삼녀와 사녀를 툭 떨어뜨렸다.

 샤샤는 입안에 남은 다리 두어개를 씹으며 친실장 쪽을 한번 보았다.

 "데프프프 오마에의 자들도 이제 와타시가 처음 운치구덩이에 처박힐 때처럼 다리를 못쓰는 데스. 뭐, 와타시는 오마에같은 분충과는 다르게 전부 죽여버릴 예정이지만 데스."

 "테갸아아아악! 마마! 왜 와타치의 다리를 잘라버린 테챠아아아아!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테챠아아아!"

 "데프프프프 와타시의 말의 의미를 알고싶은 데스? 삼녀 분충? 그러면 죽이기 전에 말해주는 데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마에들은 와타시의 자가 아니라, 바로 저기 널부러져있는 들분충의 자라는 말인 데스."

 샤샤의 말을 들은 친실장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독라노예에게 마마라니? 삼녀챠랑 사녀챠들이?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데스..? 무슨 일이 있었던 데스..?'

 "그러니깐.... 와타시가 처음부터 오마에타치를 속인 데스. 데프프프프 오마에타치가 태어났을 때, 처음 핥아준건 와타시였지만, 확실히 마마는 저기 널부러져있는 똥분충인 데스. 와타시가 보증하는 데프프프프. 그간 와타시의 장기말로서 제대로 움직여주느라 고생 많았던 데스. 오마에타치는 와타시의 예상보다 훨씬 더 잘 움직여준 데스. 확실히 머리는 좋은 것 같은 데스. 하지만 제 마마도 못알아본다는 점에서 저 똥분충처럼 멍청한 분충인 데스. 분충의 자라서 분충인 데스? 데프프프프프"

 "그간.....그동안... 와타시의......자에게.....무슨 짓을 한 데샤아아아악!"

 친실장의 울분이 터져나왔다.


"테에....마마....무슨 소리인 테치....?"

사녀는 다리의 통증도 잊은 채, 샤샤와 친실장을 몇번이나 번갈아 쳐다보았다.

"와타치....마마.....들분충이었던 테치...?"

삼녀는 샤샤를 향해 눈을 꿈뻑거리며 재차 물었다.

방금 샤샤의 입에서 나온, '너의 친실장은 자신이 아니라 들분충이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데프프프프 거기 나자빠져있는 오마에, 잘 듣는 데스. 파킨하기 전에 와타시가 인심써서 오마에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데스."

물론 실제로는 친실장에게 자들의 동족상잔의 진상을 말해줘 정신적인 충격을 줄 목적이었다.

샤샤는 친실장을 향해 비열한 웃음을 날렸다.

"와타시가 오마에랑 처음 만난 날. 오마에의 자들을 핥아줬던 것을 기억하는 데스? 데프프프 와타시는 그 때, 오마에의 총배설구에서 나와, 와타시가 핥아준 오마에의 새끼들의 낯짝을 전부 알고 있었던 데스."

"오마에....설마...."

친실장의 낯빛이 급격하게 변한다. 갓 태어난 자들의 습성을 자신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데프프프프 태어나서 와타시를 처음 본 자들한테 와타시가 진짜 마마라고 속이는 건 일도 아니었던 데스. 와타시가 핥아준 오마에의 자 세마리와 막내 엄지챠가 운치보러 갔을 때, 진짜 마마인 와타시에게서 오마에들을 뺏어간 원수라고 말해줬던 데스."

친실장은 말문이 막혔다. 여태껏 자신의 자들이 자신을 어미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니... 큰 충격이었다.

"멍청한 새끼들이라서 와타시의 말을 철썩같이 믿은 데스. 뭐, 자기들도 태어나서 와타시를 처음 봤으니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데스."

샤샤는 얼굴에 악독한 미소를 띄었다.

"그래서 그 자들에게 진짜 마마의 복수를 하라고 일렀던 데스. 들분충의 자들을 모조리 죽여서, 마마의 원수를 갚으라고 했던 데프프프프"

삼녀와 사녀는 숨이 막혔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테에.....마마.....그게....진짜인.... 테치....?"

"마마... 그럼 와타치타치..... 전부 다...... 들분충의 자였던 테치.....?"

"데프프프프 웃기는 분충인 데스. 자기 마마보고 들분충이라고 하는 웃기는 분충 데스. 아직도 모르겠는 데스? 오마에 7마리 모두 들분충의 자인 데스. 여태까지 와타시한테 속아서 자매들을 서로 물고 뜯고 죽인 데프프프프"

"그럼 오녀챠도.....차녀 오네챠도......장녀 오네챠도.......전부....테치...?"

삼녀의 얼굴은 미세하게 떨렸다.

"전부 다 친자매인 데스. 오마에, 자매들 죽이려고 머리 좀 쓰느라 고생 많았던 데스 하루만에 세마리를 몽땅 죽여버릴 줄은 예상도 못했던 데스. 확실히 쓸만한 장기말이었던 데프프프프프"

"테에.....테에......테챠아아아아아아아악!"

"싫은 테치..... 아닌 테치..... 절대 이럴 리 없는 테챠아아아아아아악!“

“오네챠아아아아! 이모우토챠아아아아! 싫은 테차아아아아아!”

삼녀와 사녀가 비명을 지르며 절규한다.

다리의 상처보다 위석의 상처가 훨씬 아파왔다.

"오마에....! 사육분추우우웅.....! 대체 무슨 짓을 한 데샤아아아아아!"

"와타시의 밑에 있는 오마에의 자 두 마리가 엄지들을 제외한 나머지 자매들을 전부 죽여버렸다는 말인 데스. 자기들이 와타시의 자인 줄 알고 그랬던 거인 데프프프프프프"

"무...무슨 소리인 데샤아아아! 장녀챠와 차녀챠는 들분충이 먹어버렸고, 오녀챠는 보존식을 훔쳐먹다 걸려 와타시에게 솎아진 데스. 뚱딴지같은 소리 하지 마는 데샤아아!"

"테에....마마.... 저 독라가 말한게... 사실인 테치...."

삼녀는 울면서 친실장 쪽을 향해 말을 했다.

"와타치타치가 바보같았던 테치.... 저 분충의 말에 속았던 테에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이럴 수는 없는 테치 테에에에엥!"

삼녀와 사녀의 눈물섞인 절규에는 거짓의 빛은 하나도 없었다.

"삼녀...챠....사녀....챠.... 오마에타치.....설마...."

절망에 빠진 자실장들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오마에타치.... 정말로...... 장녀챠와 차녀챠....오녀챠를......데챠아아아아아아!”

친실장은 위석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비명을 질렀다. 위석이 깨지기 직전인 것만 같았다.

“테프프프 아닌 테치... 아닌 테치.... 와타치는 마마의 원수를 갚은 착한 자 테치~ 마마의 깜짝쇼 재미있지만 와타치는 속지 않는 테치~ 이제 마마랑 함께 행복하게 사는 테츙~”

“테에...장녀 오네챠랑 차녀 오네챠 아직 살아있을 거인 테치.... 저기 보이는 테치! 오녀챠도 온 테치? 테프프프 독라 분충의 계획은 실패한 테치....이제 정말 진짜 마마랑 자매들이랑 계속 함께인 테치....”

두 자실장들은 더 이상 잔인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행복회로에 빠져들었다.

“오로롱...오로롱....와타시의 자들이 서로를 죽이다니....믿기지 않는 데스.... 어째서....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데스... 어째서..... 너무한 데스.... 아직 어린 자들인 데스... 뭘 모르는 자들인 데스.... 오로롱 오로롱...”

“데에? 오마에 이제 와서 착한척하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는 데스. 운치구덩이에서 와타시의 구더기챠들을 뺏어가 쳐먹었으면서 오마에의 자들에게는 한없이 착한 데스?”

샤샤는 웃음을 멈추고 정색했다.

“오마에 스스로 엄지 분충들이 자실장 분충 하나 자리 뺐는다고 솎았던 분충 주제에 자들의 목숨이 이제 와서 귀중해보이는 데스? 와타시는 다 알고 있는 데스. 오마에가 자 하나를 먹은 것도 아는 데스.”

샤샤의 말을 듣고 친실장은 문득 한 곳에 생각이 미쳤다.

‘6녀챠....’

지금 독라노예가 나와있다면 운치 구덩이 속에 넣은 엄지 6녀는 어디 있단 말인가.

“오마에.... 와타시가 던졌던 6녀챠는 지금 어디 있는 데스...?”

친실장의 이 말은 자들의 행복회로를 부셔버렸다.

“자매들 다같이 노는 테치~ 마마도 같이 노는 테츄! 테에....? 테프프 마마는 그거도 모르는 테치? 6녀챠랑 7녀챠는 마마한테 혼나서 솎아진 테츄! 7녀챠는 마마가 먹었고 6녀챠는 운치구덩이에서 죽은.....테챠아아아아아!”

“엄지챠들도 죽어버린 테챠아아아아! 오녀챠도, 오네챠들도 죽어버린 테챠아아아아! 와타치가 죽여버린 테챠아아아아!”

자들의 발광 속에서, 친실장은 6녀의 행방을 알았다.

“6녀챠.....죽은.....데스....? 살아....있던 게... 아니었던.....데스...?”

“데에? 오마에가 와타시에게 던진 엄지 말인 데스?”

샤샤는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볼록 나온 배를 가리켰다.

그리고 씩 웃었다.

“데프프프프프프.... 오마에의 엄지는 참으로 맛있었던 데스.”

“이 분충..! 이 분충이..! 데샤아아아아아!”

친실장 역시 행복회로에 빠져, 자신이 6녀를 솎아냈다는 사실은 잊고 샤샤가 6녀를 먹었다는 사실에 극도로 분노했다.

“테에....6녀챠도....독라노예가...먹어버린 거였던 테치....그런 줄도 모르고......와타치 저 분충한테 속아넘어간 테츄....?”

“원수는....오마에였던 테챠아아아아아!”

삼녀와 사녀도 샤샤 쪽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이가 갈렸다. 분노어린 눈에서는 적록의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원통했다.

“데프프프프프 데프프프프프 화가 나서 울고싶은 데스? 부들부들 떨리는 데스? 그러면 얼른 와서 와타시와 싸우는 데스. 와타시도 오마에한테 독라가 된 다음부터 오늘만 기다렸던 데샤아아아!”

친실장의 행복회로 속에서 이미 샤샤는 자신에게 몇 번이나 해체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다. 고작 왼손으로 몸을 조금 끄는 것이 고작이었다.

“데엑....데엑.....오마에.....기다리는.....데챠아아아아아!”

친실장이 샤샤에 가까이 왔을 때, 샤샤는 다시 한 번 오른발로 친실장의 머리를 차버렸다.

“데겍!”

친실장의 목이 꺾였다. 입에서 침과 피가 질질 흘렀다.

결정타였다.

“데억.......데억........”

“오마에 이제 끝인데스? 오마에의 자들을 서로 죽고 죽이게 한 원수가 바로 앞에 있는데 오지도 못하는 데스? 데프프프프프 움직이지도 못하는 분충......데에?”

다리에 따끔따끔한 감각이 느껴졌다.

샤샤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분충! 죽는 테치! 죽어버리는 테츄! 데갸아아아아압!”

“다리를 부셔주는 테치! 부셔져라 테치! 자매들의 원수 테치!”

자실장들이 끊어진 다리에서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애써 기어와 샤샤의 다리를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실장과 성체의 체급차이로는 절대 샤샤에게 큰 상처를 낼 수 없었다.

사녀가 애써 살점을 물어뜯어도 살이 뜯기기는커녕 이빨자국만 조금 날 뿐이었고, 삼녀가 돌로 샤샤의 다리를 아무리 찧어도, 연약한 힘으로는 그저 생채기만 조금 내는 정도일 뿐이었다.

“귀찮게 굴지 마는 데샤아아아!”

“테챠아아아아아!”

샤샤는 삼녀와 사녀를 걷어찼다.

“데에....데에....데에....!”

친실장은 분노의 눈빛으로 샤샤를 응시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손발이 움직일 리가 없다.

“데프프프... 자들이 와타시에게 맞는데도 움직이지 못하는 데스...? 무력한 똥분충인 데프프프. 이제 알량한 잔머리로 와타시를 속인 대가를 받을 차례인 데스.”

샤샤는 서서히 삼녀와 사녀에게로 다가갔다.

“오지마는 테챠아아아아! 저리 꺼지는 테챠아아아!”

“테에에엥 마마! 걸을 수가 없는 테치.... 살려주는 테에에엥”

두 마리 자실장을 양 손으로 쥐었다.

친실장은 자신이 방금 죽였던 들실장의 모습과 샤샤를 겹쳐보았다.

꺾인 목 때문에 돌아간 얼굴을 애써 샤샤쪽으로 돌리려 했다.

‘이러지 마는 데스! 제발 부탁인 데스! 자들을 내려놓는 데스! 와타시의 마지막 남은 자들인 데스!’

“데엑....데엑....! 안...되는.....데에엑....!”

하지만 말조차 제대로 안나온다. 몸을 부들대기만 할 뿐이다.

“데프프프 움직이지도 못하는 들분충에게 이제부터 절망을 안겨주는 데스. 어디 한 번 눈앞에서 자를 잃는 악몽을 한번 경험해보는 데스.”

“제발 와타치타치를 놓아주는 테치! 그래도 와타치타치랑 여태 같은 편이 아니었던 테치? 제발 한번만 봐주는 테치!”

삼녀는 필사적으로 샤샤에게 애원했다. 자신을 놓아달라고. 살려달라고.

“테츙~ 운치 노예는 와타치에게 매로매로되는 테츄웅~ 와타치를 예뻐하게 되는 테츄웅~”

사녀는 필사적으로 죽음을 벗어나기 위해 아첨을 해본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

“....분충의 새끼 주제에 와타시에게 아첨을 한 데스...? 역겨운 데챠아아아!”

왼손에 잡은 사녀를, 그대로 옆에 있는 나무에 후려쳤다.

“테챠아아아아아악!”

사녀는 오른쪽 상반신이 뭉게져버렸다.

“사녀 이모우토챠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아아!”

“데....! 데스우...! 그만...! 그만....하는.....데스...우...!”

친실장이 제대로 다물어지지도 않는 입으로 애원을 해보지만 소용없었다.

샤샤는 사녀를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테에에......테히익......테에에에....테에에에에에! 테챠아아아아아!”

우적.

그대로 사녀의 가슴 위쪽을 자신의 입 속에 넣고, 씹어버렸다.

“테챱테챱테챱....우물....우물.....”

사녀의 몸은 그대로 축 쳐저버렸다. 샤샤는 왼손에 든 것을 친실장 쪽으로 던져버렸다.

“데에.......”

친실장은 자신의 앞에 떨어진 사녀의 반쪽짜리 몸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테챠아아아아! 먹지 마는 테챠아아아아! 제발 그만두는 테챠아아아아아!”

삼녀의 절규 소리가 들렸다.

‘저 자만이라도....제발 저 자만이라도....지켜야 하는 데스!’

“데스우.....지켜야....데.....스우....”

친실장은 목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참고,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테챱...테챱...테챱....데프프프프 이로써 들분충의 자가 모조리 죽은 데스. 데프프프프 테챱...테챱...”

샤샤 쪽을 올려다 보았을 때, 이미 삼녀의 머리는 샤샤의 입 안에서 불쾌한 소리를 내며 터지고 있었다.

"데에......."

삼녀의 팔은 아래로 축 쳐져있었다.

친실장의 눈에서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하염없이 샤샤의 손에 든 삼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테챱테챱...데프프프프 이거라도 가지고 싶은 데스? 가까이서 보고 싶은 데스? 알겠는 데스. 데프프프프"

샤샤는 손에 든 삼녀도 친실장 앞쪽으로 던져버렸다.

친실장의 시선은 다시금 자신의 앞쪽에 놓인, 반토막난 자들의 시체에 고정되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 친실장의 얼굴은 절망 그 자체였다.

".....일어나는.....데스...."

더 이상 자들은 없다.

그리고 자신의 육체와 정신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위석이 쑤셔왔다.

"데즈우......데즈우욱.........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악!"

"데에...!"

혼신의 힘을 다해 왼손으로 몸통을 일으켜, 앉은 자세에서 샤샤에게 포효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파킨!



친실장의 위석은 부셔지고 말았다.

그대로 땅에 쓰러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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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데스...."

샤샤는 자신의 앞에 널부러진 친실장을 멍하니 응시했다.

여기저기 조각나서 널부러져 있는 친실장의 4마리 자실장도 차례차례 보았다.

저 멀리 있는 낯선 성체실장의 시체와, 그 밑에 있는 구더기들의 시체도 하나하나 쳐다보았다.

"데에...."

환한 달빛은 샤샤가 있는 곳의 참극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었다.

모조리 죽어있었다.

시체밭 사이를 걸어나갈 때, 샤샤는 한기를 느꼈다.

그때, 밤바람이 불었다.

"데히이이익.....추운.. 데스...."

머리와 옷을 잃고나서 한 번도 춥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2주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기온이 낮았음에도.

어서 빨리 이 곳을 나가고 싶어졌다.

샤샤는 숲 지대를 벗어나, 공원의 쉼터 쪽으로 향했다.

가로등에 비치는 따뜻한 빛을 찾아서.

밤의 공원은 아무도 없었다.

가끔씩 어디선가 실장석 우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귓가를 스칠 뿐이었다.

"익숙한 데스우.... 분명히 여기는 와타시가 본 적이 있는 데스우...."

샤샤는 알아차렸다.

이 곳은 자신이 자실장이던 시절, 처음 주인에게 버려졌던 곳이다.

이 벤치.

이 가로등.

그리고 이 싸늘함.

'.....너 가지고 노는 것도 이제 질렸어. 맛있는 거 사는 동안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킥킥킥킥.'

'테에에.......'

처음 자신이 주인에게 버려진 기억이 떠올랐다.

"그 주인사마.. 생각해보면 와타시를 기른 것이 아니었던 데스. 그 때는 어려서 주인사마가 언젠가 올거라고 믿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와타시는 그 주인사마에게 사랑이란 것을 받아본 적이 없는 데스."

샤샤는 눈을 감았다.

울고 있던 자실장일 때의 자신. 그리고 어느 중년 부인에게 발견되어 유기실장보호센터로 갔었다.

그 곳에서 만난 자실장과의 일.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정말정말 좋아했던 두번째 주인.

"주인....사마....."

샤샤는 위석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여주인에 대한 진한 향수를 느꼈다.

"잊었었던 데스.... 어째서 잊고 살았던....데스?"

주인에게 다시 한 번 버려졌었다.

여주인은 자신을 내쳤다.

전 주인과 다를 게 없었다.

"데즈우......데즈우우욱....... 어째서인 데스..... 왜 와타시가 버림받게 된 데스....."

그리움은 분노로 바뀌어, 샤샤의 마음을 흔들어놨다.

그리고 그 분노는 친실장에게 이어졌다.

"맞는 데스....그 때 주인사마에게 버려져서 절망에 빠진 와타시를... 그 분충이 속여서 나락으로 빠뜨린 데스..."

하지만

친실장은 이제 죽었다.

일가가 절멸했다.

복수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제 복수의 불은 꺼져버렸다.

"데에...."

샤샤는 가로등 밑 쓰레기통을 발견했다.

은빛 스테인리스 제질의 표면이 달빛과 가로등 불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그 쪽을 향해 걸었다.

자신의 모습이 비췄다.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히고, 운치와 흙이 버무려진 맨몸. 머리카락 따위는 없었다.

"데힛.....이건....주인사마가 말했었던 공원의 분충인 데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데프프....데프프프프프.... 영락없는 들분충 데스.... 공원의 독라인 데스... 데프프프....데프프프프..."

입에서 웃음을 실실 흘리며 간질 환자처럼 몸을 떨면서 웃었다.

아니, 비웃었다.

잠시나마 복수에 눈이 멀어 자기를 잊고 있었다.

그리고 복수라는 삶의 의미가 사라진 순간, 자신은 자실장 때 버려졌던 처지와 다를 게 없음을 깨달았다.

아니, 한가지 다른 게 있다. 

머리와 옷이 사라진 독라 신세라는 것이다.

"데프프프....데프프프....데에.....데에......이젠 돌아갈 수 없는 데스...이 꼴로는.....이젠 돌아갈 수 없는 데스..."

샤샤는 더 이상 자신이 사육실장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고개를 떨궜다.

"어떻게든....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데스...."

발길을 돌렸다.

천천히 터벅.터벅. 몸을 끌다시피 앞으로 나간다.

이제부터는 힘든 삶이 될 것이다.

자신이 낳은 구더기마저 배신한 샤샤의 곁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배신이란 행위는 이처럼 당하는 자와 가하는 자, 모두를 파멸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햇살이 밝은 어느 날, 한 중년 여자가 공원을 걷고 있었다.

이 여성은 정신없는 아침을 치룬 후에, 매일 오전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한다.

"하아.... 자식 둘이 고등학생이라서 매일 아침이 전쟁이야 전쟁."

오늘은 그녀의 이웃도 같이 나왔다.

"준태엄마. 그래도 아들 고등학생일때가 낫지, 대학생 돼봐. 등록금에 용돈에.... 아휴 그노무자식 술좀 작작처먹었으면 좋겠어."

"아휴~! 그래도 도형엄마. 나는 우리 준태랑 준식이가 도형이처럼 k대 들어가면 술을 됫박을 처먹어도 뭐라 안할 것 같은데."

"아하하하하. 우리 도형이는 그래..도! 나한테는 웬수야 지금. 이 녀석이 더 정이 간다니까?"

"데스우?"

이웃은 한마리 실장석을 들고 나왔다.

"아주 순해서 말을 잘들어요. 우리 나리는 다른 실장석처럼 말안듣지도 않고 떼도 안쓰고..."

"어머 근데 도형엄마. 그거 알아? 요새 이 공원에서 실장석들이 그렇게 죽어나간데."

"어머어머 왜?"

"아니 글쎄... 이 공원에 몸집이 커다란 독라 하나가 있는데, 걔가 아주 깽판을 치고 다니는 모양이야. 공원 안에 있는 들실장들을 그렇게 잡아먹는다고 하더라고."

"그래? 독라는 들실장들한테 노예 아니었어?"

"그니깐 그 놈이 아주 악독한 놈이라는 거지. 아니 독라 주제에 공원에서 지 멋대로 활개친다면 얼마나 사납고 무서운 놈이겠어? 최근에는 사육실장도 하나 죽었다고 하드만."

"아니 여기 관리자들은 그러면 관리를 해야지 뭐하나 몰라? 우리 나리 괜히 불안하게."

"데스! 데스데스!"

사육실장 나리는 주인의 말은 뒷전이고 주위에 날아다니는 나비에만 관심이 있었다.

잡담을 하다보니 두 여성은 공원의 주요 실장석 거주지로 왔다.

"데스데스!"

"데프프프프 데스웃!"

들실장 예닐곱마리가 여성들을 발견하고 달려든다.

자를 들고 탁아를 요구하거나, 먹이를 달라고 아첨을 하는 개체 혹은 여성에게 따지듯 뭐라고 하는 개체. 정말로 다양했다.

"에구! 이 녀석들이 우리 나리 해코지 할 수도 있으니 저쪽에 두고 올게."

"그래그래. 도형엄마 빨리 묶고 와."

사육실장을 데리고 온 여성이 자신의 실장석 '나리'를 좀 떨어진 벤치 한 쪽에 묶어두었다.

"나리야. 저 쪽에 애들이랑 있으면 더러워지니깐, 얌전히 여기 있어. 배고프면 가방에서 푸드좀 꺼내먹고. 엄마는 저쪽에서 불쌍한 애들한테 밥좀 주고 올게!"

"데스데스!"

걱정 말라는 듯이 가슴을 치는 나리를 뒤로 하고, 여성은 자신의 일행 쪽으로 가서 같이 들실장에게 실장푸드를 뿌렸다.

"데에....마마가 올 때까지 푸드를 먹는 데스.."

나리가 가방에서 실장푸드를 꺼내려 할 때였다.

옆의 풀섶이 부스럭거렸다.

"데에...."

나리 앞에 자신보다 몸집이 조금 더 큰 독라실장 하나가 튀어나왔다.

"누....누구인 데샷!"

나리는 사육실장이었지만, 독라가 어떻게 생긴지는 안다.

하지만 이런 얼굴을 하고 있는 실장석은 처음봤다.

마치 퀭한 동태눈깔을 연상시키는 두 눈은 빛을 잃었다.

멍하니 벌려진 입에서 정신이 빠져나간 듯, 생기라는 건 전혀 없었으며 뭔가 우중중한 기운이 몸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처럼 삭막한 분위기의 실장석은 처음 봤다.

"누구인 데...데스! 더 이상...가까이 오지 마는 데샷!"

나리가 애써 방어자세를 취해보지만, 독라실장은 가까이 오지 않았다.

그저 두 여성이 실장푸드를 뿌리는 광경을 한번 보고, 그리고 나리를 한번 보았다.

그 후에 나리는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빠르게 한번 미소를 짓고 이내 그 표정을 숨겼다.

그리고 서서히 입을 열었다.

"데에.... 와타시 생각에는.....오마에... 주인에게서 버려진 데스.."



fin.